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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진 ‘물리적 망분리’는 한국의 금융 발전을 가로막는 ‘대못’ 규제로 꼽힌다. 망분리로 인한 기술적 한계와 진입 장벽에 부딪혀 금융사들의 혁신은 번번이 좌절됐다.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AI) 자회사를 설립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5년 만에 회사를 폐업 처리했다. 신생 핀테크 업체들도 각종 규제에 갇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신한AI 5년 만에 폐업… 핀테크 회사도 고사 직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달 9일 자회사인 신한AI에 대한 ‘회사 청산 결정에 따른 해산’ 공시를 발표했다. 2019년 국내 최초의 AI 회사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연이은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지난해 신한AI는 46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위기 예측 모델이나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AI 관련 상품을 출시했지만 경쟁이 심한 국내 금융 환경에서 타사에서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계속 적자를 보기보다는 AI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망분리 규제 등으로 인한 기술적 한계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AI 기술은 얼마나 많은 빅데이터를 확보해 학습하냐에 따라 성능이 좌지우지된다. 기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경우 망분리 규제 등으로 인해 데이터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테크 기업들도 각종 금융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등이 원하는 수준의 망분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신생 업체에는 너무나 큰 진입 장벽”이라고 하소연했다. 금산분리 규제 등으로 인해 국내 금융사로부터 투자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안 수준별 망분리 합리화… 단계적 완화 검토” 망분리 규제로 인해 2014년 이후 10년간 국내 금융사들은 내부망 서버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다 보니 해킹 등 외부 공격으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 가능성은 ‘0%’에 가깝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술 개발에 있어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내·외부망이 분리돼 있어 내부망의 문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것조차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을 통해 인터넷에서 신규 버전의 프로그램을 받고, 회사 내부 결재를 거쳐 내부망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망 접속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국내 금융 환경상, 생성형 AI 등 외부에 서버를 두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기술이 발전하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직접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내부망에서 테스트를 해야 한다”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 대비 수익을 건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내 망분리 합리화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별 보안 수준이나 업무 특성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완화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의 해킹 위협과 같은 우리나라만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선 시큐리티빌더 대표는 “해외에서 개인 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에 대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취약한 편”이라며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통계 기준이 변경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여전히 가계 빚 규모가 크다며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9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3.5%였다.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면서 기존 100.4%에서 6.9%포인트 낮아졌다. 가계부채 규모는 같지만 ‘분모’에 해당하는 명목 GDP가 2236조 원에서 2401조 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기준연도 개편으로 가계부채비율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하는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의 조사 대상국인 주요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세계 2위인 홍콩(93.3%)과는 격차가 0.2%포인트에 불과했지만 한국을 제외한 33개국의 평균치(34.2%)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3위 영국(78.5%), 4위 미국(72.8%) 등과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기존 122.3%에서 113.9%로 8.4%포인트 하락하면서, 세계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일본(114.5%)이 4위로 올라서며 한국과 자리를 바꿨다. 한편 정부는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조기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정부는 2027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100% 아래로 내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기준연도 변경으로 역대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은 적이 없게 됐다. 새 기준에 따르면 역대 최고치는 2021년 말 98.7%다. 기준연도 개편 전에는 2020년 3분기(7∼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 넘게 100% 이상을 유지해 왔다. 정부는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100% 미만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지만 가계부채 감축에 초점을 맞춘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가계대출 하향 안정화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부채 비율은 줄었지만, 부채의 총량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빚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최근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한국과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은 시장의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ECB는 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1년 11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바꿨다. 앞서 캐나다 중앙은행도 5일(현지 시간) 2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내렸다. 유럽과 캐나다에서 금리 인하를 실시했지만, 한국과 미국의 피벗 시기는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양국의 경제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데다, 물가까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씨티그룹과 JP모건 등이 당초 7월로 예상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를 각각 9월과 11월로 늦췄다고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5월 고용지표에서 일자리 증가 폭이 예상을 웃돌면서 미 연준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명분이 약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월가 금융회사 가운데 최소 6곳이 9월, 최소 4곳이 12월에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한국 역시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1.3%를 보이면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과 환율 폭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여파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도는 2%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여전히 2%포인트로 사상 최대인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피벗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통계 기준이 변경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여전히 가계 빚 규모가 크다며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9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3.5%였다.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면서 기존 100.4%에서 6.9%포인트 낮아졌다. 가계부채 규모는 같지만 ‘분모’에 해당하는 명목 GDP가 2236조 원에서 2401조 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기준연도 개편으로 가계부채비율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세계 주요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세계 2위인 홍콩(93.3%)과는 격차는 0.2%포인트에 불과했지만 한국을 제외한 33개국의 평균치(34.2%)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3위 영국(78.5%), 4위 미국(72.8%) 등과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기존 122.3%에서 113.9%로 8.4%포인트 하락하면서, 세계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일본(114.5%)이 4위로 올라서며 한국과 자리를 바꿨다.한편 정부는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조기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정부는 2027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100% 아래로 내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기준연도 변경으로 역대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은 적이 없게 됐다. 새 기준에 따르면 역대 최고치는 2021년 말 98.7%다. 기준연도 개편 전에는 2020년 3분기(7~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 넘게 100% 이상을 유지해왔다.정부는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100% 미만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지만 가계부채 감축에 초점을 맞춘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가계대출 하향 안정화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부채 비율은 줄었지만, 부채의 총량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리며 “여전히 다른 나라 대비해서 빚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국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지난해 일본을 처음으로 제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회복세와 통계 기준연도 개편 효과가 겹친 가운데 역대급 슈퍼 엔저로 일본의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 2020년 기준년 1차 개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GNI는 3만6194달러로 집계됐다. 전년(3만5229달러) 대비 2.7%, 기준연도 개편 전(3만3745달러) 대비해서는 7.3% 불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인구로 나눈 수치로,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파악하는 대표적 지표다. 반면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793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수치는 일본 정부가 엔화 기준으로 발표한 수치를 한은이 현시점의 엔-달러 환율을 고려해서 환산했다. 슈퍼 엔저 등의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화 기준 GNI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가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위권에 올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한국의 GNI는 2023년 기준으로 이탈리아보다는 적지만, 대만과 일본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특히 일본은 통화가치 하락으로 우리보다 1인당 GNI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은은 국민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른 통계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자료 작성 주기를 5년마다 개편하고 있다. 이번 기준년 개편을 통해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연도는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뀌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생산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를 인구 수로 나눈 값. 국민들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준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 효과와 엔저, 통계 기준시점 변경 등의 효과가 한 번에 겹쳐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단번에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1인당 GNI가 이웃 나라인 일본과 대만을 제친 가운데, 정부는 수년 내에 4만 달러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지표의 개선이 기준 연도 변경에 따라 상당 부분 이뤄진 것인 만큼, ‘착시 효과’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분기 GNI 8년 만에 최대 폭 증가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실질 GNI는 567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4% 상승했다. 2016년 1분기(2.8%)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은은 올 1분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많이 증가한 가운데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줄면서 GNI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교역 조건 개선으로 실질 무역 손실도 11조3000억 원에 그쳐 직전 분기(17조 원) 대비 5조7000억 원 줄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가 많이 늘어난 만큼 내수 소비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정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올 1분기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품의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상승한 데 반해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은 하락하면서 GNI 상승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통계 기준 연도가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된 것도 경제지표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경제구조의 변화로 기존에 계측되지 않던 신산업이 새로운 지표에 대거 반영되면서 국민경제 규모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기준 연도가 바뀌면서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 시기가 기존 2017년에서 2014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지난해 1인당 GNI도 3만3745달러에서 3만6194달러로 7.3% 올랐다. 수출 회복과 국제 유가 하락이 겹친 가운데 환율까지 안정세를 찾으면서 조만간 한국의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 부장은 이날 “환율이 안정된다는 전제하에 수년 내에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 임기 내에서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경제 규모 순위도 12위로 도약 한은에 따르면 이번 기준 연도 조정에 따라 다른 경제지표도 일제히 개선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23년 기준 2236조 원에서 2401조 원으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브라질, 호주 등에 밀려 13∼14위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의 명목 GDP 순위도 12위로 도약했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도 3.6%로 기존 3.5%에서 0.1%포인트 상승했다. 올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1.3%로 4월 한은이 발표했던 속보치와 같았다. 모수인 GDP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비율도 하락했다. 지난해 말 100.4%였던 가계부채 비율은 새로운 통계를 적용하면서 93.5%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 비율도 50.4%에서 46.9%로 낮아졌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3.9%에서 3.6%로 떨어졌다. 다만 경제규모 대비 비율만 낮아진 것이지, 가계부채나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는 그대로인 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완화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화장지 업체인 모나리자가 인도네시아의 제지회사인 아시아펄프앤드페이퍼(APP)에 매각됐다. 해외 사모펀드(PEF)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퀴티(MS PE)는 모나리자 등을 사들인 지 10년 만에 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S PE는 이날 모나리자와 쌍용C&B의 대주주인 엠에스에스홀딩스 지분 100%를 APP에 4000억 원에 판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엠에스에스홀딩스는 코스피 상장사인 모나리자 지분을 50.99% 보유하고 있으며, 비상장사인 쌍용C&B 주식도 100% 갖고 있다. 이 외에 엠에스에스펄프, 엠에스에스로지스틱스, 엠에스에스글로벌, 엠에스에스에이치알엠 등의 자회사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모나리자와 쌍용C&B는 국내 유명 화장지 제조업체다. 모나리자는 1977년 설립된 국내 토종 기업으로 1988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화장지, 물티슈, 키친타월, 마스크 등 위생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코디’라는 화장지 브랜드로 유명한 쌍용C&B는 1978년 설립됐다. 한때 국내 화장지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MS PE는 2014년 이들 회사를 2500억 원가량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화장지 중심이었지만 이후 물티슈, 생리대, 기저귀 등을 생산하면서 상품군을 다각화했다. 인수 당시였던 2014년 2816억 원이었던 엠에스에스홀딩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3414억 원으로 600억 원가량 늘었다. MS PE는 인수 후 2017년에 처음으로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모나리자가 ‘마스크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한 차례 더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협상에 실패해 무산됐다. 세 번째 매각 도전에서 해외 회사인 APP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셈이다. 모나라자의 새 주인인 APP는 글로벌 10위권의 제지회사다. 화장지 원재료인 펄프 생산량에서는 글로벌 4위에 올라 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화장지 제조업체들이 APP로부터 펄프를 수입해 화장지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펄프의 20% 가까이를 APP로부터 수입했다. APP는 모나리자와 쌍용C&B 인수를 통해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모나리자 등에 펄프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인수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APP 측 인수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KB증권도 이 같은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APP에 모나리자 등의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자문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담당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화장지 업체인 모나리자가 인도네시아의 제지회사인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에 매각됐다. 해외 사모펀드(PEF)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MS PE)는 모나리자 등을 사들인 지 10년 만에 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S PE는 이날 모나리자와 쌍용C&B의 대주주인 엠에스에스홀딩스 지분 100%를 APP에 4000억 원에 판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엠에스에스홀딩스는 코스피 상장사인 모나리자 지분을 50.99% 보유하고 있으며, 비상장사인 쌍용C&B 주식도 100% 갖고 있다. 이 외에 엠에스에스펄프, 엠에스에스로지스틱스, 엠에스에스글로벌, 엠에스에스에이치알엠 등의 자회사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모나리자와 쌍용C&B는 국내 유명 화장지 제조업체다. 모나리자는 1977년 설립된 국내 토종 기업으로 1988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화장지, 물티슈, 키친타월, 마스크 등 위생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코디’라는 화장지 브랜드로 유명한 쌍용C&B는 1978년 설립됐다. 한때 국내 화장지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MS PE는 2014년 이들 회사를 2500억 원가량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화장지 중심이었지만 이후 물티슈, 생리대, 기저귀 등 생산하면서 상품군을 다각화했다. 인수 당시였던 2014년 2816억 원이었던 엠에스에스홀딩스의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3414억 원으로 600억 원가량 늘었다. MS PE는 2017년 인수 후 처음으로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모나리자가 ‘마스크 수혜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한 차례 더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협상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이번 3번째 매각 도전에서 해외 회사인 APP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모나라자의 새 주인인 APP는 글로벌 10위권의 제지회사다. 화장지 원재료인 펄프 생산량에서는 글로벌 4위에 올라 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화장지 제조업체들이 APP로부터 펄프를 수입해 화장지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펄프의 20% 가까이를 APP로부터 수입했다. APP는 모나리자와 쌍용C&B 인수를 통해서 국내에서의 영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모나리자 등에 펄프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인수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APP 측 인수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KB증권도 이 같은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APP에 모나리자 등의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자문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담당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미약품그룹의 오너 일가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처분해 상속세를 내기로 했다. 오너가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자와 공동 경영을 계획하는 등 구체적인 투자 구상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사망한 이후 상속세를 둘러싸고 펼쳐졌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 지분 일부 매각 위해 국내외 투자자와 접촉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일부를 팔아 상속세를 내기로 했다. 임 사내이사와 임 대표는 각각 12.40%, 8.42%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임씨 형제는 신규 투자자와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하는 방안도 구상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원만한 지분 매각과 투자금 유치를 위해서 조만간 삼성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이 유력 투자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글로벌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나 베인캐피털 등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PEF들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임씨 형제가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오버행’(대량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현상) 이슈도 사라지기 때문에 주가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3% 오른 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해 5만6200원까지 올랐지만, 주주총회 이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주가가 크게 빠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들의 관심은 지분 매각 가격과 공동 경영 등 매각 조건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PEF 외에 기업들도 투자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송 회장 모녀, 지분 매각 나설지 주목 임씨 형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12.85%)과 딸인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7.46%)이 이번 매각에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앞서 송 회장 모녀는 올해 초 상속세 납부와 회사 투자금 마련을 위해 OCI그룹과 공동 경영을 선언했다. 하지만 거래에서 제외된 임씨 형제가 OCI그룹과의 공동 경영에 반대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올해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표대결을 펼친 결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20%)과 친인척들을 우군으로 포섭한 임씨 형제가 승리해 경영권까지 확보하게 됐다. IB 업계에서는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지분 매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송 회장 등도 상속세가 1000억 원 이상 남은 상황에서 지분 매각 외에는 재원 마련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오너가 외에도 임씨 형제 편에 섰던 신 회장이나 한미약품그룹 친인척들도 지분 매각에 함께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송 회장 측은 임씨 형제로부터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 아직까지 제안받은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송 회장의 사정을 잘 아는 IB 관계자는 “PEF가 경영권 획득을 하지 않고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은 적다”며 “최근까지 임씨 형제가 송 회장과 논의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시기가 머지않아 올 겁니다.” 박영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매니징디렉터(MD) 파트너(사진)는 30일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강연하며 생성형 AI가 금융 환경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파트너는 “글로벌 뷰티기업인 로레알에서는 생성형 AI를 통해 고객의 말을 이해하고 제품과 화장법을 추천하는 뷰티어드바이저 기술을 도입했다”며 “금융으로 치환하면 금융 어드바이저가 프라이빗뱅커(PB)나 기업금융전담역(RM)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성형 AI가 금융사에 미치는 기대효과’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박 파트너는 글로벌 금융기관 전반에 생성형 AI 기술이 이미 상당 부분 도입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계 은행은 고객 상담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해서 평균 일 처리 시간을 18%가량 단축했다”며 “글로벌 보험사는 연간 리포트나 감사 보고서 초안 작성을 생성형 AI에 맡겨서 높은 생산성 향상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경영진도 생성형 AI의 잠재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한 이해도나 대응력은 글로벌 경영진에 대비해서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파트너는 “한국의 많은 금융사가 당국에서 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생성형 AI 관련 규제에 대해 미리 움직일 수 없다고 말한다”며 “유럽 등은 당국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내부 통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당국의 지침을 기다릴지, 더 높은 수준으로 준비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생성형 AI의 도입 분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숙련도가 낮은 직원과의 업무나 창의적인 업무에서 생성형 AI가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국은행이 아우구스투스 로마 황제의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라는 정책 결정 원칙을 언급하면서 신중한 통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0일 한은은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에서 통화정책 전환이 너무 빠르거나 늦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다뤘다. 통화 정책 변경에 따른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른 금리 인하의 주요 위험으로 △물가 상승률 목표(2%) 수렴 지연 △ 환율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증가 등을 꼽았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한국이 먼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가 자본 유출 등 금융 안정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부담도 조기 금리 인하의 위험 요소로 지적했다. 반대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었을 경우 △내수 회복세 약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 불안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 회복세 부진과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연체율 상승이 경제 성장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7∼12월) 이후 통화 정책 결정 시 양 측면의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원칙은 국내외 중앙은행이 앞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며 “너무 서두르면 부작용이 나타나고, 반대로 너무 기다리면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에 균형적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인공지능(AI)발(發) 세계 기술 혁명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유연성 제고’가 핵심 키워드가 돼야 합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사진)은 30일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글로벌 기술 격변 시기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경직성을 버려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기업 규제나 신기술 기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이 개선돼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승리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해선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한국 생산성 성장률은 연평균 1%대에 그쳤다”며 “생산성 반등 없이는 2050년대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생산성 둔화 요인에 대해서는 “기술 발전 속도가 더뎠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이런 점을 잘 고쳐야 세계 기술 혁명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발 기술 혁신을 위한 정부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조 원장은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생산성을 떨어뜨려 놓기만 하고, 경제가 살아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놓기만 했다”며 “앞으로는 민간 영역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인프라 구축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삼성증권이 해외 주식과 채권, 개별 주식에 대한 옵션을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원스톱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시했다. 해외 주식에만 투자할 경우 경기 변화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큰 편이다. 이때 해외 채권에도 투자하면 분산 효과를 통해 변동성 관리가 가능하다.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는 투자자의 경우 개별 주식의 옵션 투자도 가능하다. 옵션은 소정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개별 주식 등 기초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콜옵션(되살 수 있는 권리)까지 함께 살 경우 향후 주가가 올랐을 때 더 많은 수익을 볼 수 있다. 삼성증권에서는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등 총 56개의 미국 주식에 대해 옵션거래를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거두는 옵션과 안정성이 높은 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해외 투자 상품이 늘어나면서 삼성증권 고객 중에서는 해외 주식과 채권, 옵션 등 복수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복수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고객은 39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2400명까지 늘었다. 2년간 6배가 증가한 셈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하나의 해외 자산에만 투자한다면 예상치 못한 변동성에 노출되거나 낮은 수익률로 고민이 있을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로 투자하는 경우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위험 분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고객들의 투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투자 관련한 서비스와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미국 주식에 대해 주간 거래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주식을 온라인으로 매매할 수 있다. 영국이나 독일 증시 주식도 삼성증권을 통해 온라인 매매가 가능하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올해 4월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 운전 습관을 유도하기 위해서 기획됐다. 공공기관의 교통사고 특성 분석 및 사례를 기반으로 사고 위험 요인별 안전 운전 방법과 사고 처리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각 공공기관의 교통사고 특성을 분석해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국방부에서 진행된 교통안전 교육에서는 직전 1년간 군 차량의 교통사고 시간과 요일, 유형 등을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주요 사고에서 운전자의 위험 운전이나 기상 상태별 위험 요인 등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서울 송파구청에서 진행된 교통안전 교육에서는 송파구의 교통문화지수를 활용했다. 교통문화지수는 지자체별로 운전, 보행, 교통안전 등 18개 항목을 분석해서 평가한 지표다. 교통문화지수를 통해서 해당 지역의 교통문화 수준을 진단할 수 있고 운전자가 조심해야 할 사항 등을 상세히 알 수 있다. 삼성화재는 이번 교육과정에서 최근 개정된 도로교통 법률과 단계별 교통사고 처리 절차, 사고 운전자의 책임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국방부 산하 부대, 수송교육대 등 교통안전 교육이 필요한 기관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공공기관 전문 운전자와 안전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 교육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공익적 활동”이라며 “이번 교육을 통해서 교육 대상자들이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 운전에 대한 습관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NH투자증권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청년 농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적기에 자금을 지원하고, 라이브커머스(실시간 상거래) 등으로 유통 채널을 열어주는 등 농촌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NH투자증권은 2017년부터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투자 금액에 대한 보상을 농산물로 받는다. NH투자증권은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 창농(농촌 창업) 또는 인지도가 낮은 청년농업인들이 적기에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만들고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드는 비용을 전액 지원하면서 농가의 부담을 줄여준다. 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청년 농부 등은 자금을 지원받고, 소비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현재까지 총 11억3000만 원의 자금을 모았고 누적 참여자도 이달 3만4000명을 돌파했다. NH투자증권은 2017년부터 매년 20여 개의 농가를 지원했다.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은 창업농지원센터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 해피빈’과 협력해서 진행하고 있다. 창업농지원센터에서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졸업한 청년 농업인 및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을 선정하고, 네이버 해피빈은 판매 플랫폼을 제공한다.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농가는 약 40일간 네이버 해피빈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소비자는 투자금을 내고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받는다. 관련 업계에선 NH투자증권의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는 동시에 온라인 판로 개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앨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기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았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라이브커머스 사업 지원 역시 관련 업계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지원 사업은 창업농들의 판매 채널을 넓히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청년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라이브커머스는 카메라만 있어도 상품을 광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비용 고효율’ 판매 경로로 평가받고 있다. 농가가 직접 라이브커머스 전반에 참여해서 온라인 판매 방법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 진행 시간은 한 시간에 불과했지만 사과 같은 인기 품목은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완판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청년 농부들은 마케팅 전략과 방송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환경을 체험했다. 또 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생산부터 판매까지 부족한 측면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들도 질 좋은 상품을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이나 수수료 없이 구매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앞으로도 농식품 크라우드펀딩과 라이브커머스 등을 동시에 지원할 예정이다. 농가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은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에 끝나지 않고 농가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투입한 지원금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청년 농부와 창업농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크라우드펀딩 흥행에 힘입어 청년농부사관학교 출신의 청년 농부를 대상으로 우수사례 경연대회도 추진할 예정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나 라이브커머스에 참여한 청년 농부를 심사해 농기계 등을 시상한다는 계획이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대신증권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장기간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선두권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캐피털그룹과 협업해서 출시한 해외 주식형 펀드 ‘대신 오늘&내일 글로벌 1등 기업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캐피털그룹이 운용하는 ‘뉴퍼스펙트 펀드’에 100% 투자하는 재간접 주식형 펀드다. 해당 상품은 10년마다 새로운 메가트렌드를 선도할 기업을 발굴해서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기업의 수익원 다양성, 우수한 자본 건전성, 혁신적 경영진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투자 대상이다. 글로벌 매출액 비중으로 종목을 선별한다.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에 따른 수혜 기업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멀티 매니저 시스템을 통해 펀드매니저 위험성도 줄이고 있다. 국가·성별·나이 등에 따라 고르게 분포된 9명의 운용역이 각자 특화된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역별 전문성은 높이고 위험은 분산하는 전략이다. 주요 운용역은 캐피털그룹에서 30년간 일한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각각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홍콩, 싱가포르,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글로벌 지역의 정보망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1만4000개 이상의 기업 탐방을 하고 있다. 뉴퍼스펙트 펀드는 1973년 3월 31일에 출시됐다. 50년간 비교지수(MSCI ACWI)를 꾸준히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의 스타일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1973년 이후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 장기투자, 낮은 회전율이 특징이다. 평균 종목별 투자 기간 5년 이상 비중이 60%에 달한다. 8년 이상 비중도 38%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한다. 연평균 포트폴리오 회전율은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동국 대신증권 상품솔루션 부장은 “최근 섹터 및 테마형 등 변동성이 높은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포트폴리오 내에 중장기적 핵심 상품이 필요한 때”라며 “글로벌 퇴직연금 시장에서 오랜 기간 검증된 상품인 만큼 장기투자자들을 위한 필수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한투자증권은 쏠림 투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의 리서치와 운용 역량을 결합한 ‘글로벌테마 로테이션 상장지수펀드(ETF)랩’을 추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상품은 글로벌 테마주식 ETF에 주로 투자하면서 시장 상황에 맞게 테마를 교체·운용하는 랩 서비스다. 글로벌테마 로테이션 ETF랩은 동일 비중 보유를 투자 전략으로 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유니버스 종목 중 랩 운용부의 의사결정을 통해 전망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4개 내외 테마를 선택해서 최종 운용한다. 동일 비중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기 때문에 특정 종목이나 섹터에 투자가 편중되는 위험이 감소한다. 주도 섹터가 하락할 때도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는 게 신한투자증권의 설명이다. 시장 하락기로 접어드는 국면에서는 현금 혹은 대형 우량주 ETF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인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와 상품전략 전문부서인 투자상품솔루션부의 투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랩운용부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재조정을 실시한다”며 “앞으로도 신한투자증권의 노하우를 통해서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해당 상품의 최소 가입 금액은 3000만 원 이상이며 신한투자증권의 각 지점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수수료는 후취 연 1.3%(일반형 기준) 또는 선취 1.0%(최초 1회)에 후취 연 0.5%(일반형 기준)가 더해지는 유형 중 선택할 수 있다. 해당 랩 서비스는 고객 계좌별로 운용 관리되는 투자일임 계약으로 투자자는 신한투자증권에서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자산 가격과 환율 변동 등에 따라 투자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신한투자증권 홈페이지나 신한 SOL증권 MTS 챗봇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및 기업인 20명이 28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 총출동했다. UAE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국빈 방한한 무함마드 대통령은 1시간가량 국내 기업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양국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UAE 측이 초청 대상 기업의 대부분을 직접 지명해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주요 재계 총수와 함께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등 ‘K컬처’ 관련 기업인과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대거 초청됐다.● 주요 총수와 ‘마즐리스’…일대일 스킨십도 이날 예정된 간담회 시간을 40여 분 앞둔 낮 12시 48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총수들이 속속 도착하자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간담회는 주요 그룹 총수 9명이 참석한 1세션과 패션, 게임, 엔터테인먼트, 투자회사 등 다양한 산업계 대표 11명이 참석한 2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세션은 UAE 측 요청에 따라 마즐리스 방식으로 예정보다 10여 분 늦은 오후 1시 43분 시작됐다. 마즐리스는 아랍인들의 회의체에서 따온 것으로 편안한 좌석에 둘러앉아 순서대로 발언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국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현준 회장, 구본상 LIG그룹 회장 등 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순서대로 2분씩 UAE와 협력할 수 있는 사업 방향을 소개했다. 총수들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원전과 그린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방산, 조선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앞서 정기선 부회장은 회담장에 입장하기 전 취재진에게 “저희는 일반 상선과 함정을 포함한 조선 분야나 건설기계,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예정 시간을 10분 넘겨 40분간 진행됐다. 곧바로 2세션은 스탠딩 방식으로 전환해 20분간 진행됐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회담장을 돌아다니면서 참석한 CEO들과 일대일 스킨십을 하며 인사하고 각 회사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션을 마무리할 땐 참석자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패션,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문화 분야 기업인들이 다수 참석한 만큼 양국 간 문화 콘텐츠 교류 및 관련 사업 투자 협력 논의들이 주로 이뤄졌다. 막대한 국부펀드를 등에 업은 UAE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문화 영역에서 한국과의 협력 기회를 찾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식품과 패션 분야에서 중동지역 진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UAE “韓 엔터, 미디어, 방산에 관심” 이날 행사 참석자에 따르면 회담을 전후로 UAE 고위 관계자는 투자하고 싶은 한국 산업 분야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방산 등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UAE 측은 국내 기업들에 자국 산업에 투자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자국 유통 및 건설 등 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과의 합작법인(JV)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UAE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30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 투자를 이끌어 낸 상황에서, 이번 회동으로 투자 관련 세부 협의와 추가 계약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탄소 중립 스마트시티 ‘마스다르 시티’와 관련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UAE가 2032년 가동을 목표로 두 번째 원전단지 건설을 위한 입찰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바라카 원전에 이은 추가 원전 수주 기대도 커진 상황이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총수들은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이었던 분위기를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좋은 말씀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앞으로 같이하자는 말씀을 많이 했다. (한국에) 애착을 많이 갖고 계신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조현준 회장은 “양국 발전을 위해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조만호 총괄대표도 “좋은 분위기로 잘 얘기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상조회사에 맡긴 고객 자금이 조(兆) 단위를 넘어가고 있지만 자금 운용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어 ‘대주주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조회사의 선수금이 대주주 펀드나 관계사의 주식매입 자금 혹은 대여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대규모 손실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 상조회사의 자금 운용에 대한 별도 규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주머니 쌈짓돈으로 쓰이는 상조회비 28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A상조회사가 고객 돈 500억 원을 대주주가 만든 펀드에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상조회사가 국내 사모펀드(PEF)에 뭉칫돈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상조회사의 경우 고객 자금으로 수백억 원어치의 관계사 주식을 매수했고, C상조회사는 관계사 대여금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조회사들이 고객 돈을 주머니 쌈짓돈처럼 운용하고 있다”며 “상조회사 회장의 빌딩 쇼핑에 고객 자금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조회사는 미래에 일어날 장례 절차에 대비해서 고객들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조회사의 선수금 규모는 8조389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 넘게 증가했다. 프리드라이프와 교원라이프, 대명스테이션 등 국내 상위권 상조회사의 경우 회사별 예수금이 조 단위를 넘어섰다. 막대한 자금이 상조회사로 몰리는 가운데 자금 운용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다 보니, 대주주 혹은 관계사 등에 대해 자금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칫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인해 상조회사 고객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조회사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자금 운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상조회사 금융규제법 만들지 ‘촉각’ 상조회사는 선불식 할부 거래 회사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를 받고 있다. 상조회사 부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2010년 할부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상조회사를 규율한 법적 근거가 사실상 처음 생겼다. 하지만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의 절반가량을 예치해둬야 하는 것을 제외하고 자금 운용에 대한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상조회사의 대주주 관련 거래에 대해 공정위 측은 “법적 처벌 근거가 없다”고 했다. 법의 허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할부거래법은 상조회사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업계에서는 자금 운용을 통해 회사 수익을 챙긴다는 측면에서 상조회사도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기관들의 경우 대주주 사금고화나 위험 전이를 막기 위해 대주주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거래에 한해서는 이사회 전원 동의나 홈페이지 공시, 금융위 보고의 절차를 거칠 경우 허용하고 있다. 캐피털이나 보험 등 여신전용금융회사의 경우 대주주 등과 10억 원 이상 거래를 할 때 이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조회사들도 금융기관들과 동일한 규제를 받을 경우 대주주와의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상조회사 관련 법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나선 가운데 자금 운용에 대한 규제 법안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조회사 지원과 함께 규제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상조회사의 자금 운용 관련 규제를 위해 기존에 있는 법과의 정합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2021년부터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민간 소비 증가율을 5%포인트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생활 필수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소비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 소비 바스켓·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12.8%에 달했다. 연 환산 상승률은 3.8%로 2010년대(1.4%)의 두 배를 웃돌았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2021∼2022년 누적 소비 증가율이 5%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실질 구매력이 축소되며 4%포인트, 금융자산 가치 훼손으로 1%포인트씩 소비 증가율을 낮췄다. 이 기간 중 누적 소비 증가율은 9.4%로 물가 급등이 없었다면 14%를 넘어설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민간 소비가 늘면 경제성장률도 더 높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식료품이나 에너지 등 생활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높은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물가 상승에 더 취약했다. 한은에 따르면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실효 물가 상승률은 각각 16%, 15.5%로, 청·장년층(14.3%)과 고소득층(14.2%)보다 높았다. 물가 상승은 자산 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끼쳤다.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고령층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자산 가치도 떨어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렸다. 전세 비중이 높은 30대도 물가 급등으로 인해 전세보증금 가치가 줄어들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하는 부정적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