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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어르신들을 위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를 운영 중인 원경 스님의 책 ‘밥 한술, 온기 한술’(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송광사에서 출가한 원경 스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송광사 분원인 고려사 주지를 지냈다. 북한산 형제봉 자락에 위치한 심곡암 주지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을 겸하고 있다. 1998년 심곡암에서 불교계 사찰로는 처음 산사음악회를 개최했고 2015년 어려움을 겪던 무료급식소 운영을 맡았다. 책은 무료급식소에서 생긴 사연과 심곡암의 사계절, 맑고 향기로운 여러 인연 이야기 등을 다뤘다. 송광사 불일암에 기거하던 법정 스님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원경 스님은 “스무 살 어린 시절 간간이 스님을 뵈었다”며 “스님께서 우려 주신 그때의 차향은 지금까지도 내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고 했다. 원경 스님은 “내면의 허기를 느끼는 많은 이에게 온기 가득한 밥상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썼다”며 “이 책이 누군가의 빈속을 든든히 채워 주는 따뜻하고 푸짐한 한 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 이어 ‘범(汎)불교도대회’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정부와 여당의 종교 편향과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대해 논란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조치가 근본적으로 시정되지 않을 경우 이달 말 승려뿐 아니라 신도까지 대거 참여하는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승려대회 뒤 지난달 26일 열린 ‘조계종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 등 여러 움직임을 감안하면, 최근 조계종 분위기는 ‘정중동(靜中動)’이다. 대책위 일각에서는 승려대회에 이어 이달 말 예고했던 승려와 불자 등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범불교도대회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다수는 “승려대회 후 더불어민주당에서 종교 편향 및 전통문화 보존 계승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범불교도대회 개최 여부는 추후 결정하자”며 정부 여당 측과 실무 논의를 진행한 뒤 범불교도대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 여당과의 관계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게 조계종 분위기다. 승려대회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표명,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봉이 김선달’ ‘사찰 통행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청래 의원의 사과, 제도적 정비에 대한 약속이 이어졌다. 승려대회 주최 측이 송 대표에게 발언 기회를 주려고 한 것 자체가 변화된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불교도대회는 파급력이 큰 만큼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대회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종교 편향과 당시 지관 총무원장이 이용하는 차량에 대한 트렁크 수색 등을 이유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의 승려와 신도 등 5만 명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고통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 차별을 이유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에 대한 역풍이 부담스럽다. 범불교도대회를 강행할 경우, 승려대회에서 참석자들의 반발로 송 대표가 발언하는 것이 무산된 것처럼 주최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 불심(佛心)을 잡기 위한 조치를 준비 중인 만큼 일단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승려대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이들에 대한 조계종 조치와 관련해 논란도 일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승려대회 개최에 대해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한 시민단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불교계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종단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간부를 해고했다. 이에 대해 신대승네트워크 등 불교계 시민단체들은 “현재 종단은 언로를 막고 있다”며 “징계와 고발을 철회하고 비판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 이어 ‘범(凡)불교도대회’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정부와 여당의 종교편향과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조치가 근본적으로 시정되지 않을 경우 2월말 승려 뿐 아니라 신도들까지 대거 참여하는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승려대회 뒤 지난달 26일 열린 ‘조계종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 등 여러 움직임을 감안하면, 최근 조계종 분위기는 ‘정중동(靜中動)’이다. 대책위 일각에서는 승려대회에 이어 이달 말 예고했던 승려와 불자 등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범불교도대회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다수 의견은 “승려대회 이후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편향 및 전통문화보존 계승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범불교도대회 개최 여부는 추후 결정하자”며 “정부 여당 측과 소통 채널을 가동해 실무논의를 진행한 뒤 범불교도대회 개최여부를 결정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부와 여당의 관계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게 조계종 분위기다. 승려대회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봉이 김선달’ ‘사찰 통행세’ 등 논란의 당사자인 정청래 의원의 사과, 제도적 정비 약속이 이어졌다. 승려대회 주최 측이 송 대표에게 발언 기회를 주려고 한 것 자체가 변화된 분위기를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범불교대회는 그 파급력은 크지만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대회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종교편향과 당시 지관 총무원장이 이용하는 차량에 대한 트렁크 수색 등을 이유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의 승려와 신도 등 5만 명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사회적 고통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차별을 이슈로 내세운 대규모 집회에 대한 역풍이 부담스럽다. 범불교대회를 강행할 경우 승려대회에서 참석자들의 반발로 송 대표 발언이 무산된 것처럼 주최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 불심(佛心)을 잡기 위해 조치를 준비 중인만큼 일단 기다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승려대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이들에 대한 조계종 조치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승려대회 개최에 대해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한 시민단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불교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종단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간부를 해고했다. 이에 대해 신대승네트워크 등 불교계 시민단체들은 “현재 종단은 언로를 막고 있다”며 “징계와 고발을 철회하고 비판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번 수소(원소기호 H), 6번 탄소(C), 8번 산소(O)…. 학창 시절 무작정 외웠던 원소 주기율표의 일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했다. 책의 부제는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다. 외우면서도 의미를 몰랐던 원소와 세상의 관계를 다양한 이해의 징검다리를 통해 설명한다. 거의 매 쪽 실려 있는 사진과 일러스트, 쉬운 설명으로 전하는 비주얼 히스토리다. 영국의 과학 저술가이자 물리학 박사인 저자는 저명한 과학 잡지 ‘네이처’의 물리, 화학 분야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각 원소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화학사뿐 아니라 인류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책은 만물의 근원을 찾으려는 고대 철학자의 시도부터 다른 물질로부터 금(金)을 얻으려는 연금술의 발달, 현대의 과학적 성과까지 아우른다. 특히 금을 향한 욕망은 과학의 발전을 촉진하고 세계 역사를 이끌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7세기 독일의 연금술사 헤닝 브란트는 비금속을 금으로 변환시켜 주는 ‘철학자의 돌’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는 소변을 모으고 증류한 뒤 고체 잔여물을 추출했다. 이 물질은 가열하면 마늘 냄새가 나는 액체가 됐고, 공기와 접촉하면 불꽃을 내며 폭발했다. 원소기호 15번 인(P)이었다. 저자는 “원소 발견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자연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불교지도자이자 평화 운동가로 활동하며 세계인의 ‘영적 스승’으로 불린 틱낫한 스님이 21일(현지 시간) 96세로 입적했다. 고인이 프랑스에 세운 불교 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 사원은 “틱낫한 스님이 21일 밤 12시 입적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밝혔다. 스님은 베트남 중부도시 후에의 뚜 히에우 사원에서 별세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전 세계 플럼빌리지의 명상 산책로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고인은 23세에 승려가 됐으며 1960년대 초반 미국 대학 등을 방문해 불교를 전파했다. 1963년 귀국 후 반전 운동에 참여했다가 남베트남 정부에 의해 추방됐다. 이후 프랑스에 주로 거주하며 불교 원리를 정치와 사회개혁에 적용한 참여불교 운동을 전개했다. 그와 교류한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1929∼1968)는 비폭력을 지향한 고인에게 감명을 받아 노벨평화상 후보로 그를 추천했다. 고인은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2018년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그는 나의 친구이며 영적 형제”라며 “마음의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진실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애도했다. 생전 세 차례 방한한 고인은 ‘화’, ‘틱낫한 명상’,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를 국내에 출간했고, 이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선(禪)을 중시하는 베트남 임제종 출신으로 한국의 선사(禪師)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2003년 방한 당시 조계종 종정을 지낸 백양사 방장 서옹 스님과 대면했다. 2013년 마지막 방한 때는 월정사에서 3박 4일의 수행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부산 범어사에서 법회를 열었다. 고인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금강 스님(전 미황사 주지·중앙승가대 교수)은 “서옹 스님과 틱낫한 두 분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형제’라며 서로 반기던 모습이 선하다”면서 “틱낫한 스님의 글은 부드러운데 성품은 엄격했다. 모든 순간 깨어 있고 모든 것을 활용해 사람들을 도우려고 한 수행자”라고 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스님의 ‘걷기 명상’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 ‘마음 챙김’을 늘 강조하셨는데 스님의 행복론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삶의 지침이 됐다”고 애도했다. 스님의 한국 방문으로 인연을 맺은 서울 서초구 BTN(불교텔레비전) 무상선원과 부산 관음사에 분향소가 마련됐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LA 안국선원’은 바스락하는 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정도로 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마침내 ‘딱 딱 딱’ 세 차례 죽비 소리가 나자 참선 중이던 불자들은 큰 숨을 내쉬며 가부좌를 풀었다. 참선에 이어 선원장 웅산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화엄경 중 보현보살의 행적을 담은 보현행원품 강독과 스님의 수행 경험이 어우러졌다. “출가한 수행자들조차 이런 고민이 많습니다. 공부 이후 무엇이 있는가? 공부는 잘했는데 왜 망상이 생기나? 진리를 맛봐 기뻤는데 왜 시간이 지나가면 긴가민가하죠?” 참석자들은 “정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곳에 모인 불자들은 20여 명으로 많지 않았지만 수행 열기는 뜨거웠다. 이 선원은 2008년 불자 3명이 모인 것이 모태가 됐다. 이들은 수행을 지도할 스님이 없고, 2015년 화재로 법회 장소가 사라지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불교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의 불심(佛心)에 마음이 움직인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나섰다. 미국 사적으로 지정된 건물을 매입한 뒤 공청회와 건물 복원, 각종 검사를 받는 데 6년이나 걸린 끝에 지난해 12월 사찰로 이용할 수 있다는 최종 승인이 났다. 지난해 여름에는 수불 스님의 제자로 경남 함양 대운사 주지를 지낸 웅산 스님이 선원장으로 부임했다. 이 선원은 해외 포교시설로는 드물게 1년에 4안거(安居·집중수행기간)를 진행하는 수행 위주의 공간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2월 27일까지 8주간 동안거로 하루 8시간 이상 참선과 불교 공부가 이어진다. 인근 고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청년부 모임과 1박 2일 수련법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초창기 멤버인 법견성(法見性)이란 법명(法名)의 불자는 “불교의 경우 이민생활 중 다른 종교에 비해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처럼 번듯한 공간에서 법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자는 “불교 공부를 하다 막히면 우리들끼리 알아서 정리했는데, 이제는 스님을 통해 제대로 지도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이라고 했다. 웅산 스님은 불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선원에 나올 형편이 되지 못해 집에 있어도 참선하며 공부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큰 사찰을 쉽게 찾아 스님을 만날 수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민생활의 고단함 속에서도 불심을 지켜온 신도들이 더 고맙습니다.” 로스앤젤레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과거가 국가 미래의 정책적 선택의 폭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20세기 후반 미국 국무장관으로 세계의 외교를 주도했던 헨리 키신저의 말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를 맞는 그는 현대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이나 총리 같은 최고 권력자는 아니었지만 1969∼1977년 세계는 그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의 ‘무기’는 외교였다. 이 시기, 그는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으로 외교를 통한 평화의 시대를 열었다. 1971년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닉슨 대통령의 방중(訪中) 길을 열었고, 초강대국으로 대립했던 미국과 옛 소련의 데탕트(긴장 완화)를 구축했다. 그는 1972년 중동평화 조정에 힘쓴 데 이어 1973년 북베트남과의 평화협정 체결에 성공해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저자인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에이브러햄 링컨, 윈스턴 처칠, 조지 워싱턴, 해리 트루먼 등 위대한 정치가의 리더십을 조명해왔다. 800쪽이 넘는 이 책은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키신저의 독일 탈출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활약 등을 꼼꼼하게 다루며 이른바 ‘키신저 외교’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키신저 외교의 바탕을 그의 뛰어난 지적자본에서 찾은 것이 흥미롭다. 저자는 지적 자신감과 끝없는 권력의지, 언론과 우호적 관계, 감동적 수사학, 협상기술, 지적 정직성, 행운을 키신저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송영길 물러가라.” “너희들이 다 망쳐놓고 무슨 낯짝으로 왔느냐.” 더불어민주당이 ‘성난 불심(佛心)’에 진땀을 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찾아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에 대해 재차 사과를 시도했지만 참석자들의 거센 야유 속에 발언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동행했던 정 의원은 조계사에 발조차 들이지 못했다. 역대급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대선을 앞두고 불교계 표심 이탈 우려가 커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과문도 못 읽고 돌아온 與이날 행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이를 받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댄 정 의원의 탈당 및 제명을 요구하는 한편 현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기 위한 자리로 전국 스님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승려대회는 조계종 종헌종법(宗憲宗法)에 규정되지 않은 비상조치로 1994년 승려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이날 “온전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며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원행 스님을 찾아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께서도 걱정이 너무 많다”며 “대통령께서도 대규모 승려대회가 열리게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목 수술로 휠체어를 탄 채 조계사를 찾은 송 대표는 이날 단상에 올라 직접 사과문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스님 및 신도들의 반발에 결국 마이크도 잡지 못했다. 송 대표는 이후 조계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교계와 국민 여러분께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탈당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커지는 “대선 악영향” 우려대선을 46일 앞두고 여전히 심각한 분위기에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한 표도 아쉬운 게 이번 대선“이라며 “봉이 김선달 발언 논란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불교계의 집단 반발로 번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불교계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대선에 명백한 악재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사과하고 또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이 스스로 탈당을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많아지는 모양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헌당규상 정 의원을 제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 의원이 스스로 당을 나가는 것 외엔 사태 수습이 쉽지 않다”고 했다. 정 의원이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이 탈당을 강요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재차 확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108배를 하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등판해 겨우 사태를 수습해가는 과정이었는데 정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글 때문에 다시 일파만파를 일으켰다”며 “정 의원이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면 송 대표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송영길 물러가라”, “너희들이 다 망쳐놓고 무슨 낯짝으로 왔느냐” 더불어민주당이 ‘성난 불심(佛心)’에 진땀을 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찾아 자당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에 대해 재차 사과를 시도했지만 참석자들의 거센 야유 속에 발언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동행했던 정 의원은 조계사에 발조차 들이지 못했다. 역대급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대선을 앞두고 불교계 표심 이탈 우려가 커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과문도 못 읽고 돌아온 與이날 행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이를 받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댄 정 의원의 탈당 및 제명을 요구하는 한편 현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기 위한 자리로 전국 스님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승려대회는 조계종 종헌종법(宗憲宗法)에 규정되지 않은 비상조치로 1994년 승려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이날 “온전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며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원행 스님을 찾아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께서도 걱정이 너무 많다”며 “대통령께서도 대규모 승려대회가 열리게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목 수술로 휠체어를 탄 채 조계사를 찾은 송 대표는 이날 단상에 올라 직접 사과문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스님 및 신도들의 반발에 결국 마이크도 잡지 못했다. 송 대표는 이후 조계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교계와 국민 여러분께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탈당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커지는 “대선 악영향” 우려대선을 46일 앞두고 여전히 심각한 분위기에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한 표도 아쉬운 게 이번 대선“이라며 “봉이 김선달 발언 논란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불교계의 집단 반발로 번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불교계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대선에 명백한 악재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사과하고 또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이 스스로 탈당을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많아지는 모양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헌당규상 정 의원을 제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 의원이 스스로 당을 나가는 것 외엔 사태 수습이 쉽지 않다”고 했다. 정 의원이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핵관(이재명 핵심관계자)’이 탈당을 강요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재차 확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108배를 하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등판해 겨우 사태를 수습해가는 과정이었는데 정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글 때문에 다시 일파만파됐다”며 “정 의원이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면 송 대표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부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사진)이 자진 탈당 권유를 거부하면서 ‘이핵관(이재명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언급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후보는 물론 송영길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나서 성난 불심(佛心)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였던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이핵관이 찾아왔다. 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했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2016년 총선 당시) 컷오프(공천 배제) 때도 탈당하지 않았다”며 “내 사전에 탈당과 이혼이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돌려보냈다. 당을 떠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이를 받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대 불교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당 주요 인사들이 나서 참회의 108배를 올린 직후 정 의원이 공개적으로 탈당 거부를 밝히면서 당황하는 모습이다. 전날(17일) 정 전 총리를 비롯해 윤호중 원내대표, 김영진 사무총장 등 의원 36명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사과의 뜻을 표하고 108배를 했다. 이 자리에는 정 의원도 참석했다. 여기에 민주당 내에서는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 수단으로 썼던 ‘핵관’이라는 단어를 정 의원이 공개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었다. 여권 관계자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비판해왔는데 정작 정 의원이 ‘이핵관’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한 여당 의원도 “불교계와의 갈등이 정 의원으로부터 촉발된 만큼 자진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정 의원이 이제는 당내 분란까지 만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핵관’이 탈당을 권유했다는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이 버티면서 대한불교조계종은 21일 조계사에서 개최되는 전국승려대회를 앞두고 결집에 나서고 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최근 열린 대책위원회에서 “종단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라며 “전국승려대회를 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대로 부여해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을) 꼭 바로잡고야 말겠다는 큰 원력을 성취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다만 전국승려대회에 대해서는 불교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만해불교청년회, 바른불교재가모임, 정의평화불교연대 등 불교계 시민단체들은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승려대회는 종단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없어 여법(如法·도리에 들어맞는 것)하다고 볼 수 없다”며 대회 중단을 촉구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힘들지만 밝은 미래를 향해 걷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난한 이웃들을 잊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도 출신 아룰 제임스, 아룰 세비에르 신부(33)의 새해 인사다. 지난해 12월 8일 천주교 대전교구 솔뫼성지에서 거행된 사제 서품식에서 사제품을 받은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다. 국내에서 인도 출신 쌍둥이 신부가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수도회에서 만난 이들은 사제 서품의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분위기였다. 형 제임스 신부는 “사제 서품은 성직자로 교회 일을 수행하는 직분을 받는 것인데 여기까지 온 것은 제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이자 은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생 세비에르 신부도 “고향의 부모와 지인들, 수도회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들은 1995년 대전교구에서 설립된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도회’ 소속이다. 2010년 인도에서 수도회에 입회했으며 2015년 대전가톨릭대에 입학해 공부했고 2019년 종신서원을 했다. 이들의 고향은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 첸나이다. 인도는 힌두교와 불교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타밀나두주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지역이다. “12사도 중 한 분인 사도 토마스가 인도 남부에서 순교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그의 열정적인 사목을 보여주는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세비에르 신부) “남부를 중심으로 인도에 2000만 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제가 살던 마을 사람들은 거의 매일 성당에 다닙니다. 유치원 때부터 신부님의 매력적인 수단을 입고 사제가 되는 꿈을 꿨습니다.”(제임스 신부) 이들은 “4형제인데 막내도 신학생”이라며 “셋째가 결혼을 준비 중인데 결혼 뒤 부모님 곁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제까지 성장하면서 쌍둥이라서 나쁜 점은 못 느꼈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한국에 들어와 각각 다른 본당에서 6주간 활동한 시간이 둘이 떨어져 지낸 가장 오랜 기간이었다. 현지어인 타밀어와 영어를 쓰는 이들에게는 한국어 배우기가 큰 과제였다. 수도회 사제들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는 장동욱 신부는 “어려운 철학과 신학 공부에 한자식 표현까지 있어 형제 신부들이 힘들어했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이제는 4자성어 고수가 됐다”고 했다. 좋아하는 4자성어를 묻자 형은 ‘역지사지(易地思之)’, 동생은 ‘불철주야’(不撤晝夜)를 꼽았다. 이들은 “역지사지하고 불철주야 노력해 우여곡절 끝에 사제품을 받았다”며 웃었다. 쌍둥이 신부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사제 서품식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며 “조만간 휴가를 얻으면 인도로 돌아가 부모님, 지인들과 함께 고향 본당에서 첫 미사를 드릴 계획이다.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프리카와 인도 현지는 교육과 의료, 선교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수도회에 대한 후원의 손길을 호소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때문에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힘들지만 밝은 미래를 향해 걷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힘들지만 가난한 이웃들을 잊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도 출신 아룰 제임스, 아룰 세비에르 신부(33)의 새해 인사다. 지난달 8일 천주교대전교구 솔뫼성지에서 거행된 사제서품식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다. 국내에서 인도 출신 쌍둥이 신부가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수도회에서 만난 이들은 사제서품의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분위기였다. 형 제임스 신부는 “사제서품은 성직자로 교회 일을 수행하는 직분을 받는 것인데 여기까지 온 것은 제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이자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동생 세비에르 신부는 “고향의 부모와 지인들, 수도회 분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995년 대전교구에서 설립된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도회’ 소속이다. 2010년 인도에서 수도회에 입회했으며 2015년 대전가톨릭대에 입학해 공부했고 2019년 종신서원을 했다. 이들의 고향은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 주 첸나이다. 인도는 힌두교와 불교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타밀나두 주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지역이다. “12사도 중 한 분인 사도 토마스가 인도 남부에서 순교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그의 열정적인 사목을 보여주는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세비에르 신부) “남부를 중심으로 인도에 2000만 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제가 살던 마을 사람들은 거의 매일 성당에 다닙니다. 유치원 때부터 신부님의 매력적인 수단을 입고 사제가 되는 꿈을 꿨습니다.”(제임스 신부) 이들은 “4형제인데 막내도 신학생”이라며 “셋째가 결혼을 준비 중인데 결혼 뒤 부모님 곁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제까지 성장하면서 쌍둥이라서 나쁜 점은 못 느꼈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한국에 들어와 각각 다른 본당에서 6주간 활동한 시간이 둘이 떨어져 지낸 가장 오랜 기간이었다. 현지어인 타밀어와 영어를 쓰는 이들에게는 한국어 배우기가 큰 과제였다. 수도회 사제들의 해외활동을 지원하는 장동욱 신부는 “어려운 철학과 신학 공부에 한자식 표현까지 있어 형제 신부들이 힘들어 했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이제는 4자성어 고수가 됐다”고 했다. 좋아하는 4자성어를 묻자 형은 ‘역지사지(易地思之)’, 동생은 ‘불철주야’를 꼽았다. 이들은 “역지사지하고 불철주야 노력해 우여곡절 끝에 사제서품을 받았다”며 웃었다. 쌍둥이 신부는 “코로나 19로 가족들이 사제 서품식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며 “조만간 휴가를 얻으면 인도로 돌아가 부모님, 지인들과 함께 고향 본당에서 첫 미사를 드릴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프리카와 인도 현지는 교육과 의료, 선교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수도회(www.franciscanms.com)에 대한 후원의 손길을 호소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종교계는 2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도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대면 종교행사가 대폭 축소되면서 이른바 ‘온택트(Ontact)’ 위주의 포교와 선교가 과제로 떠올랐다. ‘종교의 위기’ 속에 주요 종단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메시지와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는 게 종교계의 중론이다.○ 종교계 리더십 교체 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13일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을 진제 스님에 이은 제15대 종정(宗正)으로 추대했다. 종정은 일반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종단의 신성(神聖)을 상징하며 계율을 관할하는 전계대화상을 위촉할 수 있다. 또 종헌종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포상과 징계의 사면·경감·복권을 행할 수 있다. 수행과 일상을 구분하지 않는 불이(不二)의 정신을 추구해온 성파 스님의 행보가 관심거리다. 그는 도자대장경 불사(佛事), 된장과 고추장 등 옛 먹을거리 보존, 야생화 단지 조성, 시조문학상 개최 등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와 불교 대중화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가톨릭에서는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 수장으로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정순택 대주교가 취임했다. 8일 제14대 서울대교구장으로 착좌(着座)한 정 대주교는 가르멜 수도회 출신으로 교구와 한국교회의 영적 쇄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이 탄생한 것도 경사였다. 올 6월 대전교구장이던 유흥식 주교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됨과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황청 내 인맥이 두터운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이끌어냈다.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20일 3인 공동 대표체제에서 1인 대표체제로 바꾸고, 예장 통합 총회장인 류영모 목사를 신임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의 통합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류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 된 목소리를 내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세상은 교회를 바라볼 것”이라며 통합 의지를 밝혔다. 원불교는 44년 만에 내놓은 경전(교전서)의 개정증보판에 오류가 많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갈등을 겪었다. 7월 교단 행정 책임자로 오우성 교정원장이 임명됐다.○ 세상 떠난 원로 종교인들 1998∼2012년 제12대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를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올 4월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생전 연명치료 거부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고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말을 남겼다. 불교계에서는 3월 조계종 제29대 총무원장을 지낸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 7월 제17·28대 총무원장을 역임하며 불교의 사회화에 크게 기여한 월주 스님, 8월 올곧은 수좌의 삶으로 존경받아온 고우 스님이 잇달아 입적했다. “오직 내가 살아왔던 모든 생애가 바로 임종게(臨終偈)”라는 월주 스님의 생전 육성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9월 85세로 세상과 작별한 조용기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로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였다. 교회는 1993년 교인 수 7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으며, 조 목사는 1975∼2019년 71개국에서 최소 370차례 부흥회를 인도했다. 한교총은 “조용기 목사는 혼돈과 격변의 20세기 후반기에 복음으로 시대를 이끈 위대한 설교자이자 뛰어난 영성가로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애도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종교계는 2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대면 종교 행사가 대폭 축소되면서 이른바 ‘온-택트(On-tact)’ 위주의 포교와 선교가 과제로 떠올랐다. ‘종교의 위기’ 속에 주요 종단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 19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메시지와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는 게 종교계의 중론이다.● 종교계의 리더십 교체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13일 통도사 방장인 성파 스님을 진제 스님에 이은 제15대 종정(宗正)으로 추대했다. 종정은 일반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종단의 신성(神聖)을 상징하며 계율을 관할하는 전계대화상을 위촉할 수 있고, 종헌종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포상과 징계의 사면·경감·복권을 행할 수 있다. 수행과 일상을 구분하지 않는 불이(不二)의 정신을 추구해온 성파 스님의 행보가 관심거리다. 그는 도자대장경 불사(佛事), 된장과 고추장 등 옛 먹을거리 보존, 야생화 조성과 시조문학상 개최 등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와 불교의 대중화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가톨릭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에는 정순택 대주교가 제14대 교구장으로 임명됐다. 8일 착좌(着座)한 정 대주교는 가르멜 수도회 출신으로 교구와 한국교회의 영적쇄신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이 탄생한 것은 큰 경사였다. 6월 대전교구장이던 유흥식 주교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됨과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황청 내 인맥이 두터운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꼽혔으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20일 3인 공동 대표체제에서 1인 체제로 바꾸고, 예장 통합 총회장인 류영모 목사를 신임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과의 통합이 주요 과제의 하나다. 류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 된 목소리를 내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세상은 교회를 바라볼 것”이라며 통합 의지를 밝혔다. 원불교는 44년 만에 내놓은 경전(교전서)의 개정증보판에 오류가 많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갈등을 겪었다. 7월 교단 행정의 책임자로 오우성 교정원장이 임명됐다. ● 원로 종교인들 세상을 등져1998년부터 2012년까지 제12대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를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4월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생전 연명치료 거부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고,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말을 남겼다. 불교계에서는 3월 조계종 제29대 총무원장을 지낸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 7월 제17·28대 총무원장을 역임하며 불교의 사회화에 크게 기여한 월주 스님, 8월 올곧은 수좌의 삶으로 존경 받아온 고우 스님이 잇달아 입적했다. “오직 내가 살아왔던 모든 생애가 바로 임종게”라는 월주 스님의 생전 육성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9월 85세로 세상과 작별한 조용기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로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였다. 교회는 1993년 교인 수 7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으며 조 목사는 1975¤2019년 세계 71개국에서 최소 370차례 부흥회를 인도했다. 한교총은 “조용기 목사는 혼돈과 격변의 20세기 후반기에 복음으로 시대를 이끈 위대한 설교자이자 뛰어난 영성가로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애도했다.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영락제는 건문제가 해외로 도망간 것으로 의심하고 그의 종적을 추적하는 동시에 이역 땅에 군사력을 과시해 중국의 부강함을 알리고자 했다.’ 명사(明史)에 기록된 정화(鄭和·1371∼1433)의 대항해 관련 대목이다. 환관들의 우두머리인 태감 직위에 오른 정화는 영락제의 신임을 받아 함대를 이끌고 7차례 원정에 나섰다. 항로는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 아랍, 동부 아프리카까지 이어졌다. 정화는 종종 ‘동양의 콜럼버스’로 불리지만 이는 과소평가라는 게 저자들의 견해다. 그의 선단은 범선 60여 척에 약 2만7800명을 실은 거대한 규모였다. 이에 비해 콜럼버스는 이로부터 약 90년이 흐른 1492년 단 세 척의 배로 항해에 나선다. 책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기획한 아시아플러스 시리즈로 기획됐다. 저자들은 정화가 아버지 때부터 독실한 이슬람 신자였으며, 동남아 일대에서 정복자의 이미지를 넘어 신적 존재로 추앙받은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정화를 앞세운 모스크가 잇따라 건립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동남아 일대에 전하는 정화에 관한 신화와 사원의 흔적을 더듬으며 국가와 종교, 중국인 이주자와 현지인의 관계를 세밀히 분석한다. ‘21세기에 정화는 다원주의, 종족적 하이브리드, 이주 역사의 새로운 구심점이자 키워드’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참 험한 인생을 살면서 팔십 고개를 넘어왔습니다. 누가 보면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살아왔을까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시기마다 하나님은 저를 조금씩 꺼내주셨습니다.” 지난해 겨울 밀알복지재단에 자신의 부동산 일부를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한 목사의 말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일찍 잃고 부인마저 중병으로 세상을 떠나보내는 등 일생을 고통스러운 시련 속에서 보낸 신현국 목사(80)는 “남은 인생을 주님을 닮은, 가난하고 장애가 많은 사람을 위해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장애인을 위해 써달라며 23년째 운영 중인 장애인 생활공동체 ‘베다니 동산’을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최근 밀알복지재단과 유산 기부 절차를 마친 그는 “주님 앞에 설 때에 ‘잘했다, 충성된 종아!’라고 인정받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욥처럼 오랜 세월 동안 환란이 극심한 인생을 살아왔다. 대학 시절에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30대에는 두 동생이 익사하는 슬픔을 겪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업이 실패해 좌절을 겪고, 업종을 바꾸어 새 사업을 시작했으나 그 또한 실패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결혼 후 자녀 5명 중 3명이 중증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이다. 셋째는 지적장애, 쌍둥이인 넷째와 다섯째는 뇌병변장애였다. 넷째는 장애가 심해 앉지도 못하고 누워만 지낼 정도였다. “젊은 시절에는 이 같은 고통을 극복할 마음의 여유와 지혜가 없어 저녁마다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취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고 잠을 이룰 수도 없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집단자살을 생각해 보았고 자녀들을 장애인시설 앞에 버릴 생각까지 했겠습니까.” 방황하던 그는 40대에 이르러 뒤늦게 하나님을 다시 만났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암담한 상황에서 헤매던 중 경기 가평군의 한 기도원에서 마침내 하나님의 손길이 나타났습니다. 그곳에서 불같이 뜨거운 성령의 은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라’는 하나님의 소명을 발견한 그는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됐다. 영성을 회복하면서 자녀의 장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10여 년간 목회를 이어가던 중 넷째가 20세의 나이에 소천하는 슬픔을 겪게 됐다. 이 일로 그는 장애인복지의 사명을 깨닫고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며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50대 후반에 ‘베다니 동산’을 열었다. 하지만 시련은 또 찾아왔다. 건강하던 첫째마저 30대 중반의 나이에 위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부인과 둘째마저 진행성근육이양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이 발병해 중도장애인이 됐고, 셋째도 근육이양증이 발병해 중복장애인이 됐다. 자신을 뺀 모든 가족이 장애인이 된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진 아내는 몇 년간 요양원에서 지내다 폐렴으로 별세했다. 그 역시 당뇨와 간경화로 치료 중이다. 일생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통과 절망의 연속이었지만 뜻밖에도 그는 우울이나 낙심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만날 때마다 늘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신앙은 그의 마음에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 자식들의 장애와 고난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얼마 전 팔순잔치를 한 그는 남은 인생을 잘 정리하고 천국에 가길 소원했다. 20년 이상 사명으로 일군 ‘베다니 동산’과 생명처럼 사랑하는 22명의 생활인들, 남은 자녀들을 믿고 맡길 곳을 찾는 것이 마지막 남은 과제였다. 영리사업이 아닌 복지사업은 누구에게 맡겨야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을지 더욱 고민하게 되는데, 그는 심사숙고 끝에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투명성과 진정성을 가진 전문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신 목사는 약 730m²의 토지와 약 260m²의 건물로 구성된 장애인 생활공동체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그는 밀알복지재단과 같은 전문기관에서 시설을 운영하면 거주자들의 생활과 재활서비스 수준이 좋아지고, 직원들의 복지가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남은 자녀들에게도 밀알복지재단이 또 다른 가족이 되어 끝까지 동행하기로 하면서 걱정을 덜었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고통을 짊어지고 삽니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로 모두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각자의 고통은 누구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고통 속에서 무사히 귀환하여 행복하다고 외치는 저의 인생 여정이 누군가의 고통을 덜고 위로가 되길 희망합니다. 또 장애 가정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한 나의 경험이 지금도 고난의 소용돌이에서 방황하는 여러 장애 가정을 한 줄기 빛으로 인도하기를 바랍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51년경 알렉산드리아 지역에 역병이 창궐해 인구의 3분의 2가 죽음을 맞았다. 그러던 중에도 이 도시의 성도들은 부활절 예배를 올리고 거리로 나가 환자들을 돌보았다. 시민들은 그런 그리스도인들에게 ‘파라볼라노이’, 즉, ‘위험을 무릅쓰며 함께 있는 자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파라볼라노이의 사랑으로 사회적 고통에 동참하고 치유하는 허들링 처치(huddling church)를 세워가야 한다는 것이 예장합동 총회장과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지낸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의 지론이다. 허들링은 극지방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수백 마리의 황제펭귄들이 서로 몸을 밀착하고 집단의 체온을 유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새에덴교회는 코로나19 초기 때부터 선제적 방역을 주장하며 한국교회 최초로 메디컬처치를 개소했고, 화상 예배를 도입하면서 현장과 온라인을 병행하는 안전한 예배운동을 실천했다. 한국 교회 최초로 시작한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행사는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는 한미 우호증진을 위한 민간외교뿐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섬기는 애국적 사역으로 호평을 받으며 한국교회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팬데믹으로 현장 행사를 할 수 없게 되자 교회는 올해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고, 온라인으로 미국 캐나다 태국 필리핀의 4개국 참전용사 가족 150여 명이 동시 참여했다. 새에덴교회는 올해 성탄절을 ‘로즈마리 성탄절’로 정했다. 중세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사람들은 항균효과가 뛰어난 로즈마리를 집 주변에 심거나 몸에 간직하고 다녔다고 한다. 로즈마리의 꽃말은 ‘나를 기억해 주세요’. 올해 성탄절은 아기 예수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고, 코로나19로 멀어진 이들에게 안부를 묻고 사랑을 전하는 기억의 성탄절이 되어야 한다. 성탄절 기간 동안 각 성도의 가정에서 성탄 선물을 기증받아 비영리단체 ‘러브더월드(LOVE THE WORLD)’를 통해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파라볼라노이의 사랑으로 상처받은 사회를 치유했던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코로나19의 폭풍 속에서 새에덴교회 성도들이 보여준 허들링의 사랑은 어두운 밤길에 등불이 되고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연말연시를 맞아 팬데믹 여파로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을 영세 소상공인, 기초생활수급자, 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100억 원의 긴급생활지원금을 제공한다. 교회는 이를 위해 수도권 지역에 있는 244개 교구(대교구, 지성전, 분교, 청년교구 등)의 추천을 받아 지원 대상자들을 선정해 영세 소상공인 가정에 10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 50만 원, 두 자녀를 둔 가정에 50만 원, 세 자녀 이상을 둔 가정에 100만 원을 각각 지급할 예정이다. 교회는 또 서울역과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약 800가구, ‘밥퍼’ 사역현장을 찾아 긴급 생활물품비를 지원하고, 전국 미자립 교회 2000여 곳에도 50만 원씩 후원한다. 이영훈 담임목사는 12일 이 같은 지원 방안들을 발표하면서 “성도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지난 63년 동안 예수님의 사랑을 전한 우리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분들을 섬겨야 한다”며 “100억 원 규모의 구제비 지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앞으로 교회는 성도들과 이웃이 처한 힘든 상황을 잘 인식해 정성껏 섬기는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쪽방촌 지원과 관련해 이 목사는 “서울역 앞 쪽방촌에 우리 교회 성도 네 분이 계셔 이분들을 방문했는데 너무 열악한 환경이라 마음이 아팠다”며 “이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서울 지역 쪽방촌에 사는 약 800가구에 4억 원 상당의 생활물품을 지원한다”고 했다. 교회는 가급적 신청자 모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조건을 까다롭지 않게 하고, 신청자가 많아 지원금이 더 필요한 경우 추가 지급하는 방침을 세웠다. 지원 대상자로 추천을 받은 최경순 씨는 “뇌성마비로 1급 장애를 가진 딸을 돌보느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컸는데 교회에서 지원하니 큰 힘이 된다. 성탄절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지난해 5월 운영하던 커피전문점을 폐업한 김은혜 씨도 “가게가 대학가에 위치해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폐업을 결정했다”며 “소상공인 대출로 지불한 임대료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막막하던 차에 교회의 도움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매년 예산의 3분의 1을 구제사역에 지출해 온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특히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에는 그 규모를 더 확대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10억 원의 긴급의료지원금을 보내고, 연세의료원과 성애병원에도 의료지원금을 보내 의료진을 격려했다. 또 국제구호개발기구 굿피플과 생활물품 및 방역물품을 담은 희망박스를 제작해 서울시와 전국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소홀함이 없도록 예배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고 있다. 팬데믹 이후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비대면 시대를 맞아 온라인으로 소통을 강화하는 ‘온택트(on-tact)’ 목회의 접목이 최우선 과제다. 다양한 목회 분야에서 개발한 온라인 비접촉 프로그램들이 방역과 목회의 접점을 열어주고 있다. 매일 ‘온택트 기도회’ 시간을 통해 성도들의 영성생활을 돕고 교구별로 다양한 온라인 목회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가족찬양대회, 영성학교, 성경교육, 성경읽기 등 대면 프로그램으로만 진행하던 것들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교회학교와 청장년 기관을 중심으로 ‘온라인 랜선 가족 캠프’ ‘학부모 온라인 세미나’도 벌이고 있다. 수련회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온라인 전환이 교회 교육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평신도 지도자들인 지역장과 구역장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비롯해 호스피스 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기도훈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성도 교육 프로그램도 온라인으로 대체해 진행하고 있다.“모두가 어려운 시기… 섬김-희생의 힘으로 이겨냅시다”이영훈 담임목사 메시지 Merry Christmas! 성탄절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 여러분 가운데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평강이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2021년을 시작하며 연말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우리의 모든 일상이 정상화되어 기쁜 마음으로 성탄을 맞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여 오미크론까지 출현하게 됐고, 다시금 방역 단계가 상승하여 우리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는 하루에 수천 명이 코로나 19에 확진돼 고통당하고 있으며 그분들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은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개인마다 마음껏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잃어버렸고, 영세 소상공인은 가게 영업이 어려워져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교회 역시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데 제한을 받아 많은 교인들이 신앙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고통 가운데 처해 있을 때 성탄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성탄의 참된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성탄절은 절대 절망의 상황 가운데 있는 온 인류를 구하시기 위해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2000여 년 전 예수님이 탄생하실 때 이스라엘 백성의 상황은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나라를 잃고 민족이 타 지역으로 흩어져야 했고, 로마의 압제 속에 온갖 고난을 감내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온 인류는 죄와 탐욕으로 물들어 서로 가진 것을 빼앗고 다투느라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가난과 기근, 질병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예수님은 이 같은 절대 절망 가운데 있는 이스라엘과 온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하늘 보좌에서 내려오셨습니다. 이 땅에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오셔서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자들을 돌보셨고, 십자가 위에 달리셔서 죄와 사망으로부터 온 인류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에게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예수님이 보여주신 낮아짐과 섬김, 그리고 희생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소외되고 헐벗고 굶주린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로 홀몸노인, 소년소녀 가장, 미혼모,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생계 문제로 이전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국 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앞장서서 섬김과 희생의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소원합니다. 이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예수님께 받은 사랑을 나누고자 매해 예산의 3분의 1을 이웃을 섬기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인들을 돕기 위해 연말에 1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절망 가운데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을 찾아가 사랑을 실천해 삶의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어질 것을 다짐합니다. 특별히 이번 성탄절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따뜻한 사랑의 나눔이 이루어져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가득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어려운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겨울축제를 개최한다. 성탄 축제 ‘2021 명동, 겨울을 밝히다’는 24∼26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진행된다. 가톨릭회관 앞 광장에서 24일 오후 6∼9시, 25·26일 오전 11시∼오후 9시 성탄마켓이 열린다. 교구 사제들이 직접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고 청년 작가들이 수공예 성물, 생활 공예품 등을 선보인다. 광장에는 부스 10여 개와 ‘희망나무’도 조성된다. 명동을 오가는 이들이 희망나무에 소원을 적어 매달고 리본 값을 기부할 수 있다. 이 기간에 모아진 기부금과 희망의 메시지는 서울대교구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 전달돼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24∼26일 명동대성당 입구에서는 합창단이 캐럴을 부르며 성탄을 축하한다. ‘서울 브라스 사운드’ ‘cpbc 소년소녀합창단’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멜랑쉬 오페라단’ 등이 명동대성당 일대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수놓는다. 명동대성당 입구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성탄의 분위기 속에 희망과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장미정원과 조형물이 조성됐다. 서울대교구 측은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해 예년보다 축소 운영된다”며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자”고 말했다. 장기기증운동을 펼치며 명동밥집을 운영 중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내년 1월 말까지 명동대성당 앞 1898광장에서 기획전시 ‘오소서 거리의 예수님’을 연다. 이 전시에서는 명동밥집이 그동안 사용한 종이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천막 야외배식소와 성탄트리 등을 볼 수 있다. 본부 측은 “고단한 삶 속에서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이 명동밥집에서 예수님 사랑을 체험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희망을 그려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명동밥집을 찾는 ‘거리의 예수님’, 즉 노숙인의 시선을 담은 영상도 상영된다. 한 번에 노숙인 10명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할 금액(회당 3만5000원)을 기부할 수 있는 카드 단말기도 설치돼 있다. 이 전시는 무료로 누구나 함께할 수 있으며, 명동밥집 봉사와 관련한 안내와 장기기증 등 생명나눔과 관련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사회적 갈등과 종교계의 시대적 화두를 풀기 위해 노력해온 대한불교천태종 종의회 의장이자 서울 삼룡사 주지인 무원 스님(사진)이 초암차(草庵茶)의 원류를 밝히기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조선시대 생육신의 한 명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1435~1493)의 ‘초암차의 재발견’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17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삼룡사 지관전에서 열린다. 매월당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초암차는 경주 남산 용장사 초암에서 탄생했으며 초암차는 15세기 매월당에 의해 일본으로 전파됐다. 학술대회에는 차 전문 월간지 ‘차의 세계’와 한국국제선차문화연구회, 매월당문학사상연구회, 생명존중환경포럼, 천태차문화연구보존회, URI 종교인연대, 한국다문화센터 등이 함께 한다. 차 행법 연구모임인 부산 숙우회(회장 강수길)가 일본에 초암차를 전한 김시습의 초암다법을 시연하고 경북 안동 전통예절진흥회(이사장 최옥자)가 전다법을 선보인다. 행다시연에 이어 매월당 초암차법이 한국과 일본의 차문화사에 끼친 영향, 조선 차의 역사에서 매월당의 위치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진다. 무원 스님은 “신라 고승인 무상선사가 당나라에서 선차(禪茶)를 창시했다. 조선시대 학자인 매월당이 이를 한차 즉, 초암차로 발전시켰고 일본이 자랑하는 와비차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무원 스님은 총무원 사회부장을 비롯해 총무부장, 총무원장 직무대행 등 종단 내 주요 소임을 두루 역임했고 강원 태백 등광사와 인천 황룡사, 대구 대성사 등 15개 사찰을 창건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