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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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11-04~2024-12-04
음악74%
문학/출판10%
칼럼7%
언론3%
문화 일반3%
인사일반3%
  • “연주 기회 없었던 20세기 작품 탐구발표… 코로나때 빠져든 모차르트 소나타 선봬”

    2015년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들의 저녁식사 자리.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뤄지던 가운데 한 미국 명문 음악원장이 “그는 진정한 천재야(He is real genius)”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좌중이 조용해지더니 모두가 머리를 끄덕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얘기가 아니었다. 당시 24세였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3)를 말한 것이었다. 그보다 세 살이 적은 조성진이 그해 쇼팽 콩쿠르 우승의 낭보를 전해오기 일곱 달 전이었다. 지난해 2월 9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티켓 오픈 1시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트리포노프가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뚜렷하게 나뉘는 프로그램에 눈길이 간다. 1일은 알반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로 시작해 프로코피예프, 버르토크, 코플런드, 메시앙, 리게티, 슈토크하우젠, 애덤스, 코릴리아노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곡을 연대순으로 배치했다. 2일 리사이틀에선 18세기 프랑스 작곡가 라모의 작품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소나타 12번, 멘델스존 ‘엄격 변주곡’, 베토벤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공연 날짜에 임박해 답신이 도착한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리포노프는 20세기 음악만으로 짠 1일 프로그램에 대해 “그동안 20세기 작품을 연주할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이 시기의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 세기 동안 여러 작곡가들이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을 들여다보았다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번 내한 프로그램 중 특히 애정을 갖는 작품을 묻자 그는 2일 연주할 모차르트 소나타 12번을 들었다. “3년 전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수많은 공연이 취소됐고 일상이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 이 소나타를 깊이 파고들 기회가 생겼고, 이 곡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충고의 말도 전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콩쿠르를 통해 연주자는 의지력을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많은 레퍼토리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하지만 콩쿠르 자체가 일상이 되고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면 배우는 것이 없을 겁니다.” 실황 공연과 음반 녹음에 임하는 차이를 묻는 질문에 그는 “두 요소를 결합하는 게 좋다. 다른 쪽 연주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는 말로 답을 마쳤다. 트리포노프는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일곱 살에 첫 리사이틀을 열었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년 뒤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폭넓은 레퍼토리를 녹음해 왔다. 2016년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상, 2018년 그래미상 독주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1일 공연 5만∼12만 원, 2일 공연 5만∼1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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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얼어붙은 채 찾아간 곳… 북극은 빠르게 녹고 있었다

    북극의 중심으로 가려면 얼음 속에 갇히면 된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1861∼1930)이 일찍이 1893년 시도한 일이었다. 그린란드로 떠내려 온 난파선을 보고 유빙이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난센은 함선 프람호와 함께 시베리아 연안에서 얼음에 갇혔다. 얼음과 함께 북극 중심부를 통과한 프람호는 북대서양까지 밀려갔고 탐험대는 전원 귀환했다. 126년 뒤인 2019년 9월, 한국을 포함한 37개국의 전문가가 참여한 탐험대가 난센의 경로를 따라갔다. 시베리아 북쪽 바다에서 얼음 속에 갇힌 폴라르슈테른(북극성)호와 원정대는 북극점을 거치는 330일간의 탐험을 마친 뒤 귀환했다. 이 책은 이 탐험을 수행한 ‘모자익 원정대’ 대장이자 독일 헬름홀츠 극지해양연구센터 대기연구 책임자인 저자가 써내려간 열한 달의 기록이다. 원정의 목적은 북극 기후의 상세 데이터 수집이다. 30년 전부터 저자에게 익숙한 그린란드 북동쪽 바다는 이제 한겨울에도 얼어붙지 않는다. 오늘날 북극의 기온 상승은 인간 거주지역보다 두 배나 빠르다. 북극권 한복판의 연평균 기온이 영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는 차라리 충격적이다. 햇빛을 우주로 반사할 얼음이 줄면 지구가 더 더워지고 얼음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얼음에 갇힌 원정대의 활동 공간은 폴라르슈테른호를 훨씬 넘는다. 대기 성분과 기류 등을 측정하는 ‘기상학 도시’가 얼음 위로 넓게 펼쳐지고, 얼음 아래를 탐구하는 사이트와 먼 곳을 탐지하는 원격 탐사 사이트 등이 곳곳에 자리한다. 이들이 자리 잡은 얼음이 견고할 것 같지만 얼음이 갈라지는 바람에 애써 설치한 장비들을 잃기도 했다. 얼음 위의 생활이 마냥 지루한 것만은 아니다. 탁구 경기와 ‘몸무게 재기 클럽’ 같은 심심풀이 행사가 열리고, 파티에서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해가 뜨지 않는 겨울날 얼음판 위에서의 축구는 대형 조명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북극곰은 볼거리이자 위협이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탐사 장비의 케이블을 물어뜯기도 한다. 이들의 생태에 영향을 덜 주면서 멀리 쫓아내는 일도 원정대의 큰 숙제다. 저자는 탐험 중반이 지난해 12월 추가 원정대 관리를 위해 육지로 되돌아갔다가 3월에 폴라르슈테른호로 복귀했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보급에 난관이 닥쳤다. 쉽지 않았던 팬데믹 상황의 극복기도 책 후반부의 큰 부분을 이룬다. 보급과 교대를 위해 저자를 포함한 몇몇 인원이 팬데믹 지역에서 폴라르슈테른호로 이동했지만 다행히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원정대는 예전보다 훨씬 빨리 녹는 북극 유빙의 생생한 실상을 눈으로 확인한다. 기온 측정치도 난센이 기록한 것보다 5도에서 10도까지 높았다. 하지만 원정의 끝이 연구의 끝은 아니다. 수많은 측정치를 컴퓨터에 입력해 북극 기후 시스템의 복잡한 과정을 분석하는 일이 남았다. 저자는 인류 전체를 향한 경고로 책을 닫는다. “지구 기후시스템에는 다양한 티핑 포인트(한계점)가 있다. 인간이 티핑 포인트를 촉발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고갯길을 넘어가는 상황, 북극에서 여름 해빙이 사라져버리는 상황이 임박했다. 어쩌면 우리는 고갯길을 넘어 급경사진 오솔길에 있는지도 모른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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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 바흐 되살린 ‘마태 수난곡’… 韓-獨-스위스 협연으로 듣는다

    바로크 교회음악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바흐 ‘마태 수난곡’을 독일 오케스트라와 한국, 스위스의 합창단이 연주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다음 달 3일 스위스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과 한국의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협연으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마태 수난곡을 공연한다. 2006년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 우승자인 지휘자 겸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 연주자 프란체스코 코르티가 지휘를 맡는다. 마태 수난곡은 성경 마태복음에서 그리스도가 배신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수난의 이야기를 음악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바흐 시대 이후 한동안 잊혀졌지만 한 세기 뒤인 1829년에 이 곡이 초연됐던 라이프치히에서 20세의 멘델스존이 이 곡을 무대에 올리며 이후 대대적인 ‘바흐 부활’의 단초를 만들었다. 당시 연주를 관람한 철학자 헤겔은 ‘바흐는 위대하고 진실한 신교도였으며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였다’고 말했다. 바흐가 앞서 작곡한 ‘요한 수난곡’이 극적이라면 마태 수난곡은 한층 명상적이고 심리적인 수난곡으로 꼽힌다. 이중(二重) 합창과 오케스트라 구조를 택해 지휘자 양쪽에 각각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나눠 앉으며 때로는 함께, 때로는 상대방의 연주에 반응하듯 연주해 곡의 입체감과 극적 효과를 높인다. 그리스도의 신격(神格)을 긴 베이스 음이 상징하고, 눈물이 떨어지는 모습은 플루트의 스타카토(끊는 음)로,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는 군중의 외침은 낮게 내려가는 음으로 표현하는 등 바흐가 곡 곳곳에 숨겨 놓은 상징을 해독하는 재미도 있다. 1987년 창립된 뒤 이름대로 바로크 음악 연주에서 권위를 인정받아 온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두 시간 거리인 취리히의 징아카데미 합창단과 2017년부터 함께 연주를 펼쳐 왔다. 이들과 함께하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도 바로크 음악 연주에 있어 작곡 당시 연주법을 살려 연주해온 점에서 공통된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은 지난해 마태 수난곡, 올해 요한 수난곡을 자매 악단인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과 함께 전곡 연주하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여섯 명의 성악 솔로진 중 극의 진행을 이끄는 ‘스토리텔러’ 격의 복음사가는 테너 막시밀리안 슈미트, 예수 역은 바리톤 야니크 데부스가 맡는다. 이 곡에서 가장 사랑받는 베드로의 아리아 ‘불쌍히 여기소서’는 현역 최고 카운터테너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필리프 자루스키가 노래한다. 자루스키는 2014년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처음 내한했으며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앙상블 아르타세르세, 소프라노 버라트 에뫼케와 함께 리사이틀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연 바 있다. 자루스키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바흐 교회 칸타타 아리아집은 음반 전문지 그라모폰이 ‘연약한 인간 영혼이 긴급하게 외치는 듯한 설득력이 있으며 오케스트라도 절대적 일류’라고 평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5만∼2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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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역 최고 피아노 거장 伊 폴리니 82세로 별세

    반세기 이상 현역 최고 피아노 거장으로 활약해 온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사진)가 별세했다고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이 2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향년 82세. 폴리니는 18세 때인 196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음악계에 존재를 알렸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은 ‘우리 심사위원 중 누구보다도 피아노를 잘 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후 1년 이상 연주를 절제하고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문하에서 수련했다. 훗날 그는 당시 ‘정확한 기술과 감정적 절제’를 배웠다고 밝혔다. 1971년 도이체 그라모폰(DG) 소속 아티스트가 된 그는 1990년대까지 쇼팽 베토벤 슈만 슈베르트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녹음했다. 그의 연주는 감정을 절제하고 악보를 정밀하게 재현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그 자신은 “작곡가를 최대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 관심사”라고 말했다. 음반 중 쇼팽 녹턴 앨범이 2007년 그래미상 기악 솔로이스트 상을 받는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폴리니는 80세이던 2022년 4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인해 이듬해 5월로 연기된 뒤 이마저 취소됐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아들 다니엘레가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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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트리아 한인 공연기획사 “빈 국립음대와 협력”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 중인 공연기획사 IMK의 권순덕 대표는 2월 27일 빈 국립음대(총장 울리케 지히)와 협력동의서를 체결하고 빈 국립음대의 빈 쇤브룬 궁전극장 공연과 이 학교의 지휘자상(Karl österreicher Preis) 진행, 지휘 석사과정 우수 학생의 프로 교향악단 공연 실습 등 주요 업무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IMK는 1992년 빈에서 설립됐으며 첼리스트 여미혜가 예술감독을, 폴란드 출신 지휘자 아담 스미트가 예술고문을 맡고 있다. 권 대표는 “레슨에서 마무리돼왔던 음대 교육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프로 공연 무대로 연결시킨 것이어서 이 학교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IMK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한예종 음악원의 K-아츠 오디션 우승자의 유럽 오케스트라 협연을 진행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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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국립음대 지휘과 학생 프로 진출 함께합니다”

    오스트리아 교민이 운영하는 클래식 기획사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빈 국립음대와 협력한다.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연기획사 IMK를 운영해온 권순덕 대표(61)는 2월 27일 빈 국립음대(총장 울리케 지히)와 협력동의서를 체결하고 빈 국립음대의 빈 쇤브룬 궁전극장 공연과 이 학교의 지휘자상(Karl Österreicher Preis) 진행, 지휘 석사과정 우수 학생의 프로 교향악단 공연 실습 등 주요 업무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IMK는 1992년 빈에서 설립됐으며 첼리스트 여미혜가 예술감독을, 폴란드 출신 지휘자 아담 스미트가 예술고문을 맡고 있다.권 대표는 “최근 빈 국립음대가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아 실력 있는 지휘과 학생이 프로 교향악단을 정기적으로 지휘할 수 있게 됐다. 이 사업의 파트너를 모색하던 중 IMK를 선정한 것이다. 레슨에서 마무리돼왔던 음대 교육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프로 공연무대로 연결시킨 것이어서 이 학교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IMK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한예종 음악원의 K-아츠 오디션 우승자의 유럽 오케스트라 협연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K-아츠 오디션에 우승한 바이올린 김시준을 2022년 10월 28일 비엔나의 무트 홀 협연무대에 세웠으며 지난해 K-아츠 오디션 우승자인 클라리네티스트 서예빈은 11월 17일 빈 유로 신포니에타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요제프 하이든 홀에서 협연했다.권 대표는 “앞으로 미국 대학과도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유명 음대와 접촉하고 있다. IMK가 여러 대륙의 음대와 협력함으로써 유망한 한국 음악도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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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민요서 영감’ 말러 초기 가곡, 대가의 목소리로 만난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남긴 교향곡들의 씨앗이 된 ‘말러 영감의 원천’을 만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얍 판 츠베덴(야프 판즈베던) 음악감독 지휘와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협연으로 정기연주회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과 토머스 햄프슨’을 연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말러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Des Knaben Wunderhorn)’ 중 ‘라인강의 전설’ ‘아름다운 트럼펫 소리 울리는 곳’ ‘원광(태초의 빛)’ ‘기상나팔’ ‘북 치는 소년’ 등 다섯 곡을 연주한다.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말러가 같은 이름의 독일 민요 시집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초기 가곡집이다. 관현악 반주가 붙은 곡은 12곡이 있으며 이 밖에 피아노 반주로 작곡한 곡들도 있다. 말러는 이 중 여러 곡을 교향곡 2∼5번의 주요 선율로 인용하거나 그대로 교향곡에 가져왔다. 이번에 연주되는 곡 중 ‘원광’은 교향곡 2번 4악장에 전용됐고, ‘북 치는 소년’은 교향곡 5번 시작 부분과 선율적으로 깊이 연관된다. 민요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말러 시대로부터 한 세기 전인 1805∼1808년 독일 낭만주의 문인 아힘 폰 아르님과 클레멘스 브렌타노가 정리해 세 권으로 출판했다. 수집된 민요 대부분은 두 사람이 독일 전국에 ‘민요를 적어 보내 달라’고 보낸 호소문의 결실이었다. 소박한 사랑의 노래나 전원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시도 있지만 당시는 나폴레옹 전쟁의 한가운데였으므로 전장에 끌려간 군인의 슬픔(‘기상나팔’ ‘북 치는 소년’ 등)이나 잔인한 현세를 떠나 천상을 갈구하는 시들도 여럿 포함됐다. 독일 민중의 심층의식을 표면으로 떠올린 이 민요집의 성공은 그림 형제가 수집해 묶은 동화집이나 바그너가 독일 신화를 바탕으로 쓴 4부작 악극 ‘니벨룽의 반지’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이번 콘서트의 협연자인 햄프슨은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의 현역 최고 해석가로 알려졌다. 말러 ‘어린이의…’ 전곡을 빈 비르투오젠 협연의 관현악 반주 앨범과 제프리 파슨스가 협연한 피아노 반주 앨범으로 각각 발매했을 뿐 아니라 아르님과 브렌타노가 정리한 민요집 가사에 말러 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베버 등이 곡을 붙인 가곡들을 모아 별도의 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1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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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조상들의 영광을 관현악의 시로 쓴 레스피기

    13일 아네조피 무터 바이올린 리사이틀에 가지 않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올해의 큰 개인적 손실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여러 지인이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이날 연주의 백미로 꼽았다. 레스피기라는 이름을 처음 만난 날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1977년 8월 ‘주네스 무지칼 월드 오케스트라’ 한국 대회가 열렸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소년 연주자들이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합숙하며 연습을 거친 끝에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연습 과정과 그들이 나눈 우정은 TV 다큐멘터리로 방영됐고, 다큐 뒤에는 프랑스인 세르주 보도가 지휘한 콘서트 영상이 함께 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의 마음을 가장 뛰게 한 것은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였다. 4개 악장 중 마지막 부분, ‘아피아 가도(街道)의 소나무’라는 자막이 흘렀다. 고요하게 시작된 행진곡풍 리듬이 점차 고조되더니 금관의 팡파르가 불을 뿜었다. 심벌즈와 공(큰 징), 큰북 등 온갖 타악기가 굉음과도 같은 음색의 불꽃을 뿌려대는 가운데 지휘자는 손을 젓는 것도 잊은 듯했다. 상체를 왼쪽 오른쪽으로 크게 흔들 뿐이었다. 바로 거실의 서가에 있던 ‘명곡해설전서’를 뽑아들었다. “로마 남부 아피아 가도의 안개 낀 새벽. 소나무들이 길을 지키고 서 있다. 끝없는 발걸음의 리듬이 들려온다. 시인은 먼 옛날의 영광에 대한 환상을 눈앞에 떠올린다. 나팔이 울려 퍼지고, 로마 군대가 웅장하게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거룩한 길을 통과해 카피톨리누스 언덕을 향해 올라간다.” 18년 뒤, 20대의 끝자락에서 인생 두 번째 해외여행의 목표지로 이탈리아 로마를 택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실제 무대를 보겠다는 것과, 로마의 소나무를 만나겠다는 것. 두 번째 꿈은 앨범 속 사진으로 남았다. 밑동이 쳐진 한국 소나무가 아니라 구름을 인 듯한 높은 줄기의 소나무 아래서, 한 젊은이가 어린아이 머리만 한 커다란 솔방울을 들고 웃고 있다.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는 오늘날 주로 두 가지 얼굴로 기억된다. 그는 관현악법(오케스트레이션)의 대가였다. 이탈리아에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건너가 당대 최고의 관현악 거장 림스키 코르사코프에게 배운 그는 로마의 자연과 풍물, 축제의 소란을 거울을 보는 듯한 소리의 풍경화로 악보에 옮겨놓았다. 고대 로마 제국의 영광을 상기시킨 ‘로마의 소나무’는 파시스트들이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제2차 세계대전 후 그에게 ‘전체주의 협력자’란 의심을 안겨주었지만 오늘날 이는 파시스트들의 그에 대한 짝사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레스피기는 또한 ‘옛 음악 부흥의 선구자’였다. 오늘날에는 공연장에서 바로크 음악을 넘어 르네상스 음악도 자주 만날 수 있지만 그의 생전에는 후기 바로크 음악까지가 실제 연주 음악의 시대적 상한선으로 여겨졌을 뿐 그 이전 음악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 정도로 치부됐다. 레스피기는 도서관에서 찾아낸 바로크와 르네상스 음악들을 근대적 색채로 편곡해 이 ‘조상들 음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오페라 거장인 푸치니가 생전에 가장 높이 평가한 이탈리아 작곡가도 레스피기였다. 푸치니가 오페라 ‘투란도트’ 작곡을 채 마치지 못하고 갑자기 죽자 남은 작업은 이 작품의 초연과 관련된 실무를 담당했던 흥행사 ‘카사 리코르디’ 소속인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의 몫으로 넘겨졌다. 하지만 푸치니가 자신의 운명을 일찍 알아챘다면 남은 작업을 레스피기에게 맡겼을 것이라는 상상도 가능하다. 그랬다면 ‘투란도트’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피날레로 기억되고 있지 않을까. KBS교향악단은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 지휘로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제800회 정기연주회에 ‘로마의 축제’라는 제목을 붙였다.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 등 푸치니 ‘로마 3부작’ 전곡을 연주한다. 2008년 푸치니상을 수상한 소프라노 조수미는 벨리니, 도니체티,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부른다. 47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청소년들의 연주를 통해 레스피기의 세계에 매료됐던 음악 팬도 그 자리에 함께할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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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폭력 피해자의 고통, 오직 ‘정의’만이 치유할 수 있다

    #1 세라는 집안에 침입한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가해자의 부모는 아들의 ‘훌륭한 인성’을 증언해 달라는 편지쓰기 캠페인과 변호사 선임비 후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몇 주 뒤 세라는 이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임을 언론에 공개했다.#2 로지는 동생이 아빠에게 심하게 얻어맞기 시작하자 아빠를 경찰에 신고했다. 집에 온 경찰은 ‘앞으로 아빠한테 잘해 드려라’라고 했다. ‘잘해 드린다고 안 때리는 게 아니라고요’라고 말하자 ‘네 태도가 그러니까 집이 이 꼴이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책의 부제는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트라우마는 지진이나 테러 같은 재난의 결과가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복합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라는 용어의 창시자로 알려졌다. CPTSD란 단일 사건이 아니라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같은 반복적인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스트레스 장애를 뜻한다. 이 책의 내용도 정신의학을 넘어 사회학적, 철학적 담론을 넓게 아우른다. 폭력 피해자 여성 26명과 남성 4명을 인터뷰한 내용이 바탕을 이룬다. 폭력 피해자들이 오히려 ‘꽃뱀이네’ ‘당할 만했네’라는 등의 비난을 감수하게 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일이다. 저자의 핵심 논지는 ‘트라우마 장애가 힘을 빼앗긴 이들의 질병이라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회복의 원리’라는 데 있다. 피해자들은 당연히 정의의 실현을 원한다. 이들이 원하는 정의는 무엇일까. 자신이 당한 만큼의 고통을 가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일까. 저자는 ‘무엇보다 피해자 본인의 회복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한다. 가해자의 처벌이 피해자의 회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더 많은 피해자들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분노와 보복적 분노를 구분하며 가해자의 고통보다 ‘반성과 변화’를 요구했다. 금전도 위로가 될 수는 있지만 많은 피해자들은 ‘죄를 인정하는 상징적인 정도’의 배상을 원했다.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세라의 노력으로 미국 미니애폴리스 공원에는 성폭행 생존자 기념비가 세워졌다. 그 결과 세라는 치유받을 수 있었다. 상습적 가정폭력을 경험했던 로지는 부모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을 얻어냈고 화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폭력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딛고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체가 피해 사실과 그 심각성을 함께 ‘인정’하고, 가해자가 진정한 ‘사죄’를 하며, 가해자가 공동체의 분노를 받아들여 ‘책임지는’ 자세를 확실히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절차를 통해 피해자는 공동체로부터 인정과 보상을 받고 치유를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생존자가 돌아가야 할 공동체는 가해자와 공모를 끊고 생존자의 분노와 고통을 존중하며 그의 명예를 회복하는 공동체다.” 여러 폭력 피해자들이 이후 지게 될 짐이 두려워 선뜻 행동에 나서기 주저하는 우리 사회, 우리 공동체에도 꼭 필요한 결론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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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열음 “나만 할 수 있는 것 찾아가는게 예술”

    13일 늦은 오후. 서울 중구 애플명동에 200여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애플뮤직이 마련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하는 투데이 앳 애플 세션’을 보기 위해 모여든 음악 팬들이었다. 대형 스크린 한쪽에 놓인 피아노를 사진 찍기도 하고 서로 귀엣말을 주고받기도 하던 팬들은 사회자의 소개말에 눈을 반짝이며 갈채를 보냈다. 흰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사람은 이날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손열음(38)이었다. 손열음은 짧은 피아노 곡 두 곡으로 이날의 문을 열었다. 그가 애플뮤직 EP(곡 수가 적은 싱글 음반)로 공개한 아농(하논)의 ‘그레그와의 당나귀 론도’와 체르니의 ‘로드 변주곡’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피아노를 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쳐 본 재미 없는 연습곡만 지은 게 아니라 아름다운 작품도 많이 남긴 작곡가들”이라고 소개했고 관객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관객과의 화기애애한 문답 시간이 이어졌다. ‘열음 씨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지켜본 오랜 팬’이라고 소개한 한 관객은 “글도 잘 쓰고 리더십도 있는데 어디서 원동력을 얻나”라고 질문했다. 손열음은 “연주는 직업이다. 회사원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데드라인, 마감은 원동력의 큰 원천이다”라고 운을 뗐다. 큰 웃음이 터졌다. “또 하나는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이건 뭘까, 저건 뭘까 하다가 일이 점점 되어 나간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한 팬은 ‘연주하면서 중얼거리는데 이유가 뭔지’라고 물었다. “아, 음이름을 이렇게 입으로 말하는 거예요. 솔미시 솔도라미….(웃음) 감각을 하나 더 쓰는 거니까, 여러 가지 감각으로 했을 때 집중이 더 많이 되죠.” 세상에 대한 ‘화두’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예술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하는 곡이 하나 있다고 하면 이미 좋은 리코딩도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러면 나까지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죠. 지금 저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가장 오리지널하게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을까. 그걸 늘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이날 마지막 연주곡을 그는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으로 장식했다.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와 함께 내놓은 음반 ‘러브 뮤직’에 실린 곡이지만 이 세션에서는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연주했다. 손열음과 루세브 두 사람은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도 연다. ‘러브 뮤직’에 실은 왁스만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주제의 러브 뮤직’ 등을 연주한다. 루세브는 손열음이 2018∼2022년 예술감독을 맡았던 평창대관령음악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비롯해 이 오케스트라를 계승한 ‘고잉홈 프로젝트’의 악장 등 여러 실내악 무대에서의 파트너로 손열음과 찰떡 호흡을 맞춰 온 ‘환상의 짝꿍’이다. 손열음은 “음반과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주될 곡들은 로맨틱의 끝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웃음 지었다. 세션을 마친 뒤 매장을 빠져나오던 한 음악 팬은 “무대 멀찍이서 보던 음악가를 바로 앞에서 만나고, 얘기하는 것도 직접 들으니 한결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애플뮤직 클래시컬’ 한국판을 론칭한 애플뮤직 코리아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한 클래식 음악가를 ‘투데이 앳 애플’에 초대해 애플뮤직 클래시컬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콘서트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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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이 상상한 소리, 악보 그대로 들려드릴게요”

    “2020년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일상이 멈춘 때였어요. 당황스럽고 공허하고, 어떻게든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연주가에게는 성서와 같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악보를 집어 들었죠.”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64·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음반으로 내놓고 무대 위에서 그 매력을 전한다. 그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이올린 독주회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다시 듣는 베토벤’을 연다. 피아니스트 오윤주(성신여대 음대 학장)가 함께하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3, 6, 9번과 ‘모차르트 백작님께서 춤추신다면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한다. 베토벤 소나타 시리즈 중 첫 음반 ‘인스피레이션’(워너뮤직)은 7일 발매되고 14일 온라인 음원이 나온다. 첫 음반에는 베토벤 소나타 5번 ‘봄’과 6번, 8번, 20세기 작곡가 코른골트의 ‘헛소동 모음곡’을 실었다. 첫 음반과 공연에서 겹치는 곡은 소나타 6번 A장조 한 곡이다. “녹음은 이미 다 마쳤어요. 전부 네 장으로 6개월 정도마다 한 장씩 발매할 계획입니다. 장마다 베토벤 소나타 두세 곡과 다른 작곡가의 작품 한 곡씩이 들어가죠.” 음반과 공연으로 맛볼 베토벤은 악보 그대로에 가까울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나만의 아이디어를 넣어보려고 애쓰는 것보다 본질에 충실한 모습을 그려보는 게 내게 더 맞는 것 같아요. 베토벤이 상상한 소리는 무엇일까, 악보가 담고 있는 그의 생각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그는 피아노를 맡은 오윤주도 같은 생각이어서 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제가 다닌 매니스 음대는 이론 과목을 유독 강조했어요. 젊은 시절 마음속에 새긴 베토벤의 음악사적 의미와 시대 정신들을 잘 나타내보고 싶었습니다.” 김현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문화예술교육센터 센터장과 현악4중주단 ‘콰르텟 21’ 제1바이올린 주자, 코리아나 챔버뮤직 소사이어티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젊은 음악가들과 실내악단 ‘아드 무지카’를 결성했다. 10일 독주회 3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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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자폐적 성향, 인류 진보서 중요한 역할 담당”

    외곬으로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사람은 성과를 이뤄낼 확률이 높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들이야말로 외곬으로 관심 가는 일에 열중하지 않는가. 영국 케임브리지대 발달정신병리학 교수로 40여 년간 인간 마음을 연구한 저자는 누구나 해보았을 법한 이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체계화 메커니즘’이 발달한 사람의 뇌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의 뇌와 닮았다. 이 ‘체계화 메커니즘’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책은 네 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던 ‘알(Al)’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알은 말을 하게 되자 주변 사람들에게 끝없이 질문을 해대고 좋아하는 시를 계속 반복해서 읊는 등 자폐적 성향을 보였다. 열두 살이 되기 전에 물리학을 독학했고 집에서 실험을 했다. 무엇이든 흥미를 느끼면 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알아내야 했다. 알은 훗날 발명왕이 된 에디슨이었다. 체계화 메커니즘의 핵심은 ‘만일(if)-그리고(and)-그렇다면(then)’으로 이어지는 패턴에 있다. ‘씨앗을 땅에 묻고-그 땅이 축축하다면-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같은 체계적 예상과 검증을 바탕으로 인간은 문명을 이룩했다. 인류의 발전에 체계화 메커니즘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공감능력도 문명을 발전시킨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6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의 두뇌 유형을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대부분 사람의 뇌는 공감 또는 체계화 중 한쪽에 쏠려 있었다. 한쪽 유형에 특화된 뇌가 생존에 유리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공감적 뇌와 체계화 뇌가 다른 쪽보다 낫거나 못한 것이 아니며, 각기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타고난 장점을 발휘하도록 진화한 결과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술가 앤디 워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동화 작가 안데르센,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등 자폐적 성향의, 또는 체계화 메커니즘이 고도로 발달한 인물들의 다채로운 사례도 소개한다. 책 뒷부분에는 자신이 공감형인지 체계화형인지, 자폐 성향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검사 문항을 제공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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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와 만난 佛 메시앙의 피아노곡, “정답 맞히려 말고 자유롭게 상상을”

    프랑스 20세기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의 피아노곡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이 발레와 함께 공연된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연주에 더해 국립발레단 전 수석무용수 출신의 발레리나 김주원과 발레리노 김현웅, 김유식 최낙권 김소혜 이창민 등 차세대 무용수 네 명의 춤과 함께 하는 ‘메시앙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공연이다. 8∼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아기 예수를…’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포로수용소에 갇혀 지내며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작곡했던 메시앙이 연합군의 파리 해방 후 발표한 피아노 독주곡이다. 갓 태어난 예수와 동방박사의 방문 등을 나타내는 20개 악장으로 구성됐다. ‘신비로운 사랑의 주제’ ‘별과 십자가의 주제’ 등이 표현되는 가운데 ‘하느님의 주제’ 악장이 계속해 돌아오며 전곡을 묶는 고리 역할을 한다. 메시앙은 피아니스트 이본 로리오의 연주를 상상하며 이 곡을 작곡했는데 로리오는 후에 메시앙의 아내가 되었다. 공연을 기획한 김혜연 PD는 “이 곡은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한 복잡한 화성과 극한의 템포, 예측하기 힘든 화음 변화를 요구하는 고난도의 곡이다. 피아노가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소리를 기록한 걸작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연출 겸 안무가 유회웅은 “곡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나만의 스토리가 생겼다. 원곡의 각 악장에 나타난 표제에 구애받지 않고 곡에 맞는 움직임을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20개 악장 중 1악장부터 10악장까지는 ‘남자의 이야기’로, 11악장부터 20악장까지는 ‘여자의 이야기’로 설정해 인간이 내면에서 겪는 고통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춤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위해 무대 장치는 스테인드글라스 하나로 제한했다. “정형화된 리듬이 반복되는 춤곡이 아니라 계속 리듬과 음색이 변화하는 현대곡이기에 안무는 물론이고 음악을 머릿속에 넣는 것부터 저나 무용수들 모두 쉽지 않았습니다. 제게도 큰 도전이었지만 모두 함께 작업에 깊이 빠져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유회웅은 “관객들은 각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답을 맞히려 하지 말고 머리에 떠오르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상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메시앙은 1941∼1978년 파리 음악원 교수로 지내는 동안 작곡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피에르 불레즈,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죄르지 쿠르타그 등 수많은 작곡 대가를 길러내며 20세기 작곡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와 여러 종(種)의 새소리를 피아노로 표현한 ‘새의 카탈로그’, 삶의 환희를 관현악과 새로운 음색의 악기들로 표현한 ‘투랑갈릴라 교향곡’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공연은 8일 오후 7시 반, 9일 오후 2시와 7시, 10일 오후 2시 등 네 차례 열린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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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의 수난 그린 ‘요한 수난곡’ 바흐시대 연주양식으로 듣는다

    마태 수난곡과 함께 바흐의 양대 수난곡으로 꼽히는 교회음악 역사상의 걸작 ‘요한 수난곡’ 초연 300주년을 맞아 국내 음악가들이 이 대작을 바흐 시대 연주 양식 그대로 공연한다. 고(古)음악 전문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지휘 김선아)이 3월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바흐 요한 수난곡’이다. 이 합창단의 파트너십 악단인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이 반주를 맡는다. 수난곡이란 성경의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수난을 그린 성악곡을 뜻한다. 역시 예수의 수난을 기리는 사순(四旬)시기에 자주 연주된다. 올해 사순 시기는 2월 18일부터 부활절인 3월 31일까지다. 바흐는 마태복음에 따른 ‘마태 수난곡’(1727년)과 요한복음에 따른 ‘요한 수난곡’(1724년) 등 수난곡 두 곡을 남겼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은 지난해 사순 시기인 3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태 수난곡을 연주해 격찬을 받았다. 이번 공연으로 바흐 수난곡 두 곡을 완주하는 셈이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 프로젝트에 선정돼 공연한 마태 수난곡은 2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2회 서울예술상 시상식에서 음악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마태 수난곡 공연에 대해 음악칼럼니스트 이지영(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지휘자와 솔리스트, 합창과 시대악기 연주자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를 보여준 감격스러운 무대였다. 세계적인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 올리는 요한 수난곡은 마태 수난곡에 비해 군중 합창의 역할이 더욱 극적으로 강조되어 있으며, 수난의 고통이나 예수를 거부하는 세력과의 충돌 등이 한층 격정적이고 강렬하게 묘사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20세기에 마태 수난곡이 바흐의 대표 수난곡으로 여겨졌다면 오늘날엔 요한 수난곡이 오히려 더욱 애호층을 넓혀가고 있다. 고음악이란 주로 고전주의 초기나 바로크 시대 이전의 옛 음악을 작곡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살려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성악의 경우 대극장을 의식한 발성이나 비브라토(목소리의 떨림)를 억제한 순수한 표현을 강조한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은 국내 대표 고음악 합창단으로 2007년에 창단됐으며 모차르트 레퀴엠, 하이든 ‘천지창조’ 등 굵직한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 2017년에는 일본 다카라즈카 국제 합창 콩쿠르에서 3개 부문 금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콜레기움’이란 17∼18세기 독일에서 유행한 도시 음악협회를 의미하며 오늘날에는 주로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를 칭하는 말로 쓰인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음악감독 김선아가 지휘하는 이번 공연에는 복음서에 따라 사건의 경과를 설명하는 복음사가 역에 테너 홍민섭, 예수 역에 베이스 우경식, 이 외 솔로로 소프라노 윤지, 카운터테너 정민호, 테너 김효종, 베이스 김이삭이 출연한다. 2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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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소련의 ‘바보인 척한 예지자’ 쇼스타코비치

    다가오는 4월, 서울은 소련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가 설계한 음향으로 뜨거울 것이다. 4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에서 여섯 개나 되는 오케스트라가 그의 교향곡 15곡 중 8, 10, 11, 13번 등 네 곡과 협주곡 여섯 곡 중 세 곡을 연주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4,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 메인 프로그램으로 그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올렸다. 쇼스타코비치는 생전 ‘나는 러시아 음악 역사상 두 번째 유로디비(юродивый)라네’라고 말했다. 유로디비란 바보인 척하는 예지자(叡智者)를 뜻한다. 수도승 또는 광대의 모습을 띠며 풍자를 이용해 권력과 억압을 조롱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생전 소련의 문화적 역량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선전됐고 그의 작품들은 공산권을 넘어 서유럽과 미국에서도 널리 연주됐다. 그런 그가 왜 자신을 ‘풍자 광대’라고 불렀을까. 1936년 1월,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관람하던 최고 권력자 스탈린이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이 작품의 새로운 음악적 문법이 귀에 거슬렸던 데다 여주인공이 시아버지를 독버섯으로 독살한다는 설정도 암살의 공포에 시달리던 스탈린을 자극했을 것이다. 이어 관영 신문 ‘프라브다(프라우다)’에 ‘맥베스 부인’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실렸다. 제목은 ‘음악이 아니라 황당무계’였다. “이 오페라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어긋나며 지극히 부르주아적이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1933∼1938년은 스탈린의 대숙청이 절정에 달했고 수백만 명이 시베리아로 유형을 간 시기였다. 숨죽인 쇼스타코비치는 새로운 교향곡에 착수했다. 곡은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완성됐고 1937년 11월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교향악단이 초연했다. 연주가 끝나자 교향곡 자체 길이에 가까운 40여 분의 갈채가 쏟아졌다. 관영 비평가들은 이 곡에서 쇼스타코비치가 ‘개인주의적 혼돈과 형식주의 실험으로부터 자기를 구했다’고 썼다. 소련은 이 작품에 스탈린상과 레닌상을 부여했고 새 교향곡은 3년 내 소련 전역에서 연주됐다. 권력과 비평가들을 만족시킨 것은 4악장의 뜨겁고 장려한 피날레였다. 이 부분은 사회주의의 최종 승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 사후 그의 지인이었던 음악학자 솔로몬 볼코프가 서방으로 나와 쓴 책 ‘증언’(1979년)은 다른 얘기를 담고 있다. 볼코프는 쇼스타코비치가 이 피날레에 대해 “군중이 몽둥이로 맞고 부들부들 떨며 시키는 대로 ‘우리의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중얼거리며 행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유로디비’로서 쇼스타코비치의 풍자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승전한 1945년, 소련 당국은 영웅적이고 축제 같은 교향곡을 기대했지만, 그는 우스꽝스러운 행진곡으로 시작하는 교향곡 9번을 발표했다. 교향곡 13번 ‘바비야르’(1961년)는 외면상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규탄하는 내용이었지만 실제는 소련 체제 내부에도 유대인 차별이 상존함을 고발하며 ‘빅엿’을 먹인 것이었다. 그가 자신을 두 번째 유로디비로 여겼다면 첫 번째는 누구였을까. 제정 러시아에서 ‘벼룩의 노래’를 쓴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1839∼1881)였다. 노래 가사는 이렇다. “왕이 벼룩과 함께 살고 있었다. 왕자보다 더 귀여워했다. 재봉사를 시켜 벼룩의 비단 외투를 만들게 했다. 벼룩은 훈장을 달고 부하들을 데리고 다닌다. 왕비와 시녀를 가리지 않고 문다. 가렵고 따가워도 손대지 못한다. 하하하.” 스탈린으로부터 그의 목숨을 구한 교향곡 5번에서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가곡 ‘부활’을 인용한다. 푸시킨의 시에 의한 가사는 이렇다. “천재가 그린 그림 위를/야만적인 화가가 게으른 붓으로 칠하고/하찮은 그림으로 덮어버린다/시간이 지나면서 덧칠은 떨어져 나가고/천재의 창조물이 예전 그대로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낸다.” 소련의 영광은 사라졌고 ‘바보인 척한 예지자’ 쇼스타코비치의 명예는 살아남았다. ‘가장 잔인한 달’ 4월에 잔인했던 그와 소련의 진실을 그의 뜨거운 음악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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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깎이로 시작한 지휘자… 이젠 꿈의 무대서 펼쳐요”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는 세계적 명문 악단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 꿈의 무대죠. 마침 다른 극장에서 음악 총감독을 맡을 기회도 있었지만, 라이프치히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지휘자 양유라(34·카를스루에 국립극장 수석지휘자·사진)가 올해 9월부터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 수석지휘자(제1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한다. 양 씨는 이 극장 음악총감독 크리스토프 게트숄트와 호흡을 맞춰 하반기 시즌부터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 베버 ‘마탄의 사수’, 모차르트 ‘마술피리’,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를 비롯한 오페라와 발레 등을 지휘하게 된다. 라이프치히 오페라는 1693년 설립돼 3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극장이며 아르투어 니키슈, 구스타프 말러, 리카르도 샤이 등의 명지휘자가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의 이름은 사실 국내 클래식 팬들에겐 다소 낯설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음악과 늘 가까웠지만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지는 않았죠.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다 너무나 지휘자가 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했고 짧은 시간 동안 음대 입시 공부를 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어요.” 그는 음악의 고향인 독일에서 부딪쳐 보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1년만 해 보고 길이 안 보이면 돌아오라”는 승낙을 받았다. 데트몰트 음대에 입학한 그는 2012년 빌레펠트 오페라에 피아니스트로 채용됐고 이후 여러 극장에서 피아니스트와 연습 지휘자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2018년 킬 오페라에서 지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은 그의 커리어가 한 차례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예전의 명메조소프라노 브리기테 파스벤더가 연출을 맡은 프로덕션이었어요. 파스벤더 선생님은 제 지휘를 칭찬하며 힘을 불어넣어 주셨죠. 제가 그 극장 역대 지휘자 중 최연소였다고 들었고, 공연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이고, (그의 곡을) 지휘할 때마다 도취경에 빠진다. 그의 작품은 무엇이든 지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뮌헨음대 석사과정에 들어갔고 같은 해 아헨 오페라 수석지휘자 겸 부음악감독이 됐다. 2020년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가 가장 사랑하는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와 베르디의 ‘나부코’ ‘살로메’ 등을 지휘하며 호평을 받았다. 라이프치히 오페라에는 지난해 모차르트 ‘마술피리’로 데뷔했다.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 성악가와 거의 매번 함께 일하게 되죠. 테너 신상근 님을 비롯한 여러 분과 함께 작업했어요. 유럽인과 외모가 다르고 그 밖의 여러 불리함을 딛고 성공한 성악가들이라 늘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올해 라이프치히에서의 활동 외에 본 베토벤하우스에서 콘서트를 지휘하며 덴마크 코펜하겐 왕립오페라 데뷔를 놓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 그는 “머잖아 오페라 무대에서 고국 음악 팬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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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장벽 너머엔 어둠 뿐이었나… 다시 소환한 동독의 기억

    “고모가 서독에서 보내준 청바지는 희망이었죠. 동독 옷은 거의 입지 않았어요.” 청년기를 동독에서 보낸 한 여성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그래도 그는 2021년 독일 통일의 날 행사에서 ‘동독에서의 삶은 보잘것없었다는 편견’에 불만을 표했고 같은 해 퇴임식에서는 동독 시절의 노래 ‘컬러필름을 잊었니’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통일된 독일에서 16년이나 총리를 지낸 앙겔라 메르켈이었다. 이 책은 1990년 10월 3일 사라진 독일민주공화국(DDR), 우리가 ‘동독’이라고 불렀던 국가에 대한 기록이다. 수많은 일반 시민들의 회고, 증언, 기록들이 겹겹의 층을 쌓으며 사라진 사회에 대한 입체적인 화폭을 엮어낸다. 1949년 출범한 동독의 바로 서기는 시작부터 고난이었다. 서독을 비롯한 서유럽이 마셜 플랜으로 원조를 받을 때 동독은 강탈에 시달렸다. 1945∼1953년 동독 경제 생산의 60%가 전쟁 배상금으로 소련에 징발됐다. 학자와 기술자들도 가족과 함께 하루아침에 트럭에 실려 소련으로 향했다. 1953년 물자 부족과 소련의 간섭에 항의하는 6월 17일 봉기가 일어났다. 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300만 명 이상이 서방으로 빠져나가자 동독 정부는 1961년 장벽 설치라는 강수를 두었다. 인도적 측면에서는 잔혹했지만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우등생 서독과 비교되는 것이 불운이었을 뿐 동독도 경제적 발전을 경험했다. 국민차 ‘트라비’는 10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지만 1988년에는 동독 가구 절반 이상이 차를 가졌다. 평범한 가정도 차를 타고 프라하나 북쪽 해안으로 휴가를 갔다. 힘든 과거는 옛말이 됐지만 나이 들어 서독으로 친지 방문 허가를 받은 사람들은 자기들에겐 없어서 못 사는 물건이 형이나 언니의 동네에선 필요 없어 버려지는 광경을 보았다. 동독 출신 영국인으로 다섯 살 때 통일을 경험했고 그 전해 베를린에서의 민주화 시위를 기억하는 저자는 ‘고향 나라’의 어두웠던 면을 감추지 않는다. 투표는 찬반 여부만을 기입하는 형식적 절차였고, 슈타지(비밀경찰)의 철통같은 감시 체제엔 최고권력자 발터 울브리히트마저 넌더리를 냈다. 서방의 풍요를 간신히 따라 하려 노력했지만 커피 조달조차 쉽지 않았다. 이 나라가 간직했던 일부 밝은 면도 이 책은 제시한다. 여성 91%가 근로에 참여했고 아이들은 양질의 공공시설에 맡겨둘 수 있었다. 대학 진학률도 서독보다 훨씬 높았고 대학생 3분의 1은 노동계급 자녀들이었다. 1960년대 이후 이 나라의 삶은 ‘지루하고 안온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류 소비량이 서독보다 두 배 높았던 것도 ‘삶이 견딜 수 없어서’라기보다는 ‘달리 할 일이 없어서’였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나온 이 책은 ‘옛 서방’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은 사라진 나라에 대한 신망이 아니라 잔인한 상황에서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찬사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동독 체제를 기억하는 독일에서의 평은 엇갈렸다. 동독 출신 역사학자 일코사샤 코발추크는 ‘이 책은 국가가 시민의 일상에 미치는 억압을 경시했다’고 비판했다. 울브리히트의 뒤를 이은 동독 공산당 서기장 에리히 호네커는 1972년 군대 시찰 도중 ‘서독은 외국이다’라고 선언했다. 2년 뒤 그는 ‘헌법에서 독일 민족이라는 표현을 지우라’고 명령했다. 그 16년 뒤 그의 국가는 소멸했다. 우리는 언제쯤 ‘과거의 반쪽’에 대한 미시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할까.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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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 키운 ‘모차르트 협주곡 4번’, 그 안의 오페라 선보일게요”

    지난해 5월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 최고 소나타상, 캐나다 작품 최고 공연상, 청중상을 휩쓸며 2위에 올랐다. 영국 현악전문지 ‘더 스트라드’는 “모든 결선 진출자들의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도 그의 버르토크 소나타 연주는 잊을 수 없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2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리는 마포문화재단 신춘음악회에서 지중배 지휘 KBS교향악단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4)의 무대는 그래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첼리스트인 언니 최하영(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과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는 그를 랜선 인터뷰로 만났다.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여러 부문 상을 휩쓸었죠. 직접 느낀 당시 경연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몬트리올 콩쿠르는 여러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음악 축제 느낌이었어요. 준결선 프로그램 메인곡이었던 버르토크의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헝가리 민요와 민속악기 소리를 공부하는 등 폭넓게 준비했죠.” ―영국 메뉴인 스쿨에서 공부했고 지금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블라허 교수를 사사 중인데, 블라허 교수가 특히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항상 기본기를 강조하십니다. 학생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해석을 존중하시죠. 오케스트라나 실내악 연주와 관련해 세밀한 경험을 알려주시는 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베를린은 예술가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통이 있지만 자유롭고 국제적인 도시입니다. 대도시지만 자연과 멀지 않죠. 수많은 연주홀과 오페라하우스,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이 있어요. 최근에는 오페라에 빠져서 한 주에 세 번도 보러 갔죠. 연습 외의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언니나 친구들과 요리하는 걸 즐깁니다.” ―이번에 협연할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4번과 특별한 인연이 있을까요. 이 곡의 매력이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모차르트의 협주곡 5곡을 모두 공부했지만 가장 먼저 접한 곡이 4번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배웠죠. 이 곡과 함께 성장한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이 작품에 담긴 한 편의 오페라 같은 스토리 라인을 관객 앞에서 펼쳐 보이고 싶어요. 이번 연주를 위해 카덴차(솔로 파트 혼자 자유롭게 기교를 펼쳐 보이는 부분)를 새로 썼습니다. 바이올린의 멜로디만에서 벗어나 다른 악기 파트들이 선보인 화성과 멜로디까지 발전시키며 재미있게 재해석해 보려 했습니다.” ―닮고 싶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면…. “메뉴인 스쿨을 만드신 예후디 메뉴인 경입니다.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와 인도의 전통음악 같은 비서구 국가들의 문화까지 연구하셨고, 사회적 차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신 점을 특히 존경합니다.” 마포문화재단 신춘음악회에서는 지중배 지휘 KBS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 왈츠’와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도 들을 수 있다. 2만∼3만5000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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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은 장애와 상관없어… 모든 걸 다 표현하니까”

    선천적으로 안구가 작아 태어났을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두 살 때 어머니의 노래를 장난감 피아노로 따라 쳤고 네 살 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점자 악보로는 많은 곡을 익히기 힘들어 오른손과 왼손 파트를 따로 녹음한 음악을 들으며 외우기 시작했다. 2005년 17세 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중국의 장하오천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시각장애 피아노 천재로 알려진 일본의 쓰지이 노부유키(36)가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단독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2011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듀오 콘서트 무대에 선 지 13년 만이다. 바흐 ‘프랑스 모음곡’, 쇼팽의 즉흥곡들, 드뷔시 ‘판화’, 라흐마니노프 ‘악흥의 순간’을 연주한다. 16일 줌 화상회의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쓰지이는 “음악은 장애와 전혀 관계가 없다. 살아오면서 힘든 시기도 없었다”며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어릴 때는 왜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를까라고 생각해 봤지만 음악을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는 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는 바실리 페트렌코,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사도 유타카를 비롯한 수많은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춰 왔다. ‘지휘를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지’ 묻자 그는 “현장에서 숨소리를 주고받는 게 중요하며 많은 리허설을 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함께한 김용관 마스트미디어 대표는 “노부유키가 그리그의 협주곡을 협연할 때 큰 팀파니 소리 때문에 지휘자의 숨소리를 못 들어 첫 음을 놓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까지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고 그는 말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저를 자연 속에 자주 데려다주셨고 심지어 불꽃놀이나 등산에도 데리고 가셨어요. 그 많은 체험과 탐험들이 제가 음악을 하는 데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쓰지이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작곡한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비가’를 앙코르 곡으로 연주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자연 속을 걷고 바람을 맞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곡으로 만든다. 떠올린 곡을 연주하면 녹음해서 다른 사람이 악보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음악 자체가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죠. 피아노와 작곡 둘 다 너무 좋아서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3만∼8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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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는 두 모차르트, 선물같은 바이올린 소나타 무대

    ‘이 시대 모차르트’ 두 사람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다섯 곡을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48)과 대만계 미국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32)이 선보이는 ‘새로운 모차르트’ 콘서트다. 카퓌송은 2023년 한 해를 오롯이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보냈다. 로잔 체임버를 스스로 지휘하고 솔로도 맡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 현악부의 리더로 피아니스트 기욤 벨롬 등과 함께 한 피아노 4중주 전곡, 바이올린 소나타 17번 이후 모차르트의 성숙기 소나타를 담은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 등 분량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모차르트 녹음을 도이체그라모폰 레이블로 쏟아냈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에서 그와 함께 한 피아니스트가 암스트롱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바이올린 소나타 21, 22, 28, 33, 35번을 연주한다. 대만계 피아니스트인 암스트롱은 또 다른 의미에서 이 시대 모차르트로 부를 만하다. 전방위 신동으로 불리는 그는 아홉 살에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물리학 수학 등을 전공하는 정규 학부생이 됐다. 영국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최고 우등으로 음악 학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마리퀴리대에서 수학 분야 우등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그 모든 걸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하지는 않았다.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은 음악에 대한 사랑이 지속되도록 활기를 준다”고 말한 바 있다. 열여섯 살 차이가 나는 두 음악가는 2016년 처음 만났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시리즈를 함께 연주한 뒤 여러 음반과 공연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두 사람의 앙상블은 ‘카퓌송의 다채로운 음색, 극적인 표현과 암스트롱의 자유로운 피아노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는 평을 받아왔다. 카퓌송은 “암스트롱과의 첫 연주 이후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받았다”고 회상한 바 있다. 카퓌송은 가장 바쁜 음악가로도 손꼽힌다.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이 발표한 2023년 클래식 음악 통계에서 카퓌송은 지난해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에 이어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2위에 올랐다. 첼로 부문에서는 그의 동생인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이 세쿠 카네메이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카퓌송은 ‘세계 바이올린계 대부’ 아이작 스턴이 소유한 1737년 과르네리 ‘파네테’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있다. 4만∼1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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