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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일 긴급 연설을 통해 “법치주의를 훼손한 위험한 선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1차 TV토론에서 참패한 그가 이번 판결을 지지층을 결집시킬 국면 전환용 카드로 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45분경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대국민 연설을 갖고 “미국에는 ‘왕’이 없다.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면 조준했다. 이어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의미”라며 판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국민은 트럼프에게 대통령직을 맡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나는 반대한다(dissent)”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3명의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을 임명했다. 이를 통해 종신직인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채워졌고 2022년 낙태권 폐기 등 보수적인 판결 또한 잇따라 내놓고 있다. 즉, 바이든 대통령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 사회의 우경화가 가속화하고 독재와 위법이 판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이 이날 “보수 대법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독재로 가는 길을 열어 줬다”고 불만을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센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해 유권자와의 타운홀 미팅, 주요 언론과의 단독 기자회견 및 인터뷰에 나서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임기 첫 3년간 가장 기자회견을 적게 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사와도 인터뷰한 적이 없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또한 대선 후보 지명 시점을 대폭 앞당기기는 것을 고려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릴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추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약 한 달 빠른 21일경 화상회의를 열고 그를 후보로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오디션’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각 후보자의 모금 능력이 낙점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쩐의 전쟁’ 성격이 강한 미 대선의 특성, 여러 민형사상 재판으로 막대한 법률 비용을 쓰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이 자금 동원 능력이 우수한 부통령 후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는 톰 코튼 상원의원, J D 밴스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팀 스콧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 유력 후보군이 “자신의 부유한 친구들을 과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 5명이 약 2주간 얼마의 돈을 끌어오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카지노 거물’ 업은 코튼, 본인도 부호 버검 5명의 후보 중 최근 ‘돈’의 힘으로 떠오른 인물이 코튼 의원이다. 경쟁자들에 비해 전국적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라스베이거스의 황제’로 불리는 유대계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의 로비로 최근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고 NYT는 평했다. 윈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이며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공화당의 선거 자금을 관장하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재무위원장도 지냈다. 또한 윈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다른 억만장자에게도 트럼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인물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코튼 의원에게 상당히 유리한 요소다. 회계 소프트웨어 기업을 운영한 후 정계로 데뷔한 버검 주지사는 본인 또한 최소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보유한 자산가다. 본인의 주지사 선거 때 사재(私財)를 썼다. 이런 그가 부통령 후보로 뽑히면 또 사재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달 25일에는 트럼프 캠프의 자금 모금을 위해 참가비가 2만5000달러에 이르는 화상 행사도 직접 주최했다. 버검 주지사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톰 시벌 C3.ai CEO,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동문인 딕 보이스 전 델몬트푸드 회장 등의 지지를 얻고 있다. 보이스 전 회장 또한 “버검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뽑히면 정치자금을 더 내겠다”고 가세했다. ● 밴스-루비오-스콧도 각축 밴스 의원은 백인 저소득층인 자신이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어떻게 성공했는지, 2016년 대선 당시 백인 저소득층이 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는지 등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저자로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1200만 달러의 트럼프 캠프 후원 행사도 조직했다. 2022년 11월 상원의원 선거 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로 당선됐다. 쿠바계로 히스패닉계 유권자 지지가 높은 루비오 의원은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기꾼’이라고 비판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 지지했다. 루비오 의원은 올해 경선에서 막판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으며 월가 억만장자의 강한 지지를 받았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의 지지자들을 자신이 끌어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 ‘헤지펀드 거물’인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CEO 등은 헤일리 전 대사가 이번 경선에서 중도 사퇴하기 전까지 최소 1억46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공화당 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스콧 의원은 또 다른 실리콘밸리 거물 래리 엘리슨 오러클 창업자 등의 지지를 얻고 있다. 다만 부통령 후보 경쟁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한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아우루스 리무진에 한국산 부품이 대거 사용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자체적으로 입수한 세관 기록을 인용해 “러시아는 2018∼2023년 아우루스 자동차와 오토바이 조립을 위해 차체 부품과 센서, 스위치 등 다양한 외국산 장비와 부품을 최소 3400만 달러(약 468억 원)어치 수입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중 1550만 달러(약 214억 원) 상당이 “김 위원장이 ‘주적’으로 규정한 한국에서 제조된 부품”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과 이달 19일 러시아와 북한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서로 다른 모델의 아우루스를 한 대씩 선물했다. 평양 정상회담 당시 두 사람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번갈아 앉아 환하게 웃으며 차를 모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에도 한국산 부품을 500만 달러(약 69억 원) 이상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로이터는 “아우루스는 올 2월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기 때문에, 해당 부품의 수출이 제재 위반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아우루스는 푸틴 대통령의 2018년 네 번째 취임식 때 처음 공개된 이후로 러시아의 공식 대통령 차량으로 사용돼 왔다. 푸틴 대통령의 의전차인 아우루스 세나트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리무진 사양으로 124억 루블(약 2013억 원)을 들여 개발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무게가 7t에 이르는 아우루스가 폭탄과 화학무기 공격을 버텨낼 수 있으며, 차량이 물에 빠져도 탑승자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당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the worst president in the history)이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은 27일(현지 시간) 첫 대선 TV토론이 인신공격과 가짜 정보로 도배된 ‘네거티브 비방전’으로 흘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차례 말을 더듬고, 힘 없는 표정과 목소리 등으로 ‘최악의 토론’이란 혹평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침없는 거짓말로 공세를 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선거일까지 131일 남은 미 대선은 향후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 공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악수도 없이 곧장 토론에 돌입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와 사법리스크 등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내가 이룬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무너뜨렸다”며 “의심의 여지없이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며 “그야말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받아쳤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내내 힘없고 쉰 목소리였고, 답변에도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중계된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부르는 등 실언이 잦았다. “불법 이민자들이 성폭행을 저지른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하며 낙태권 보호를 강조하려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배우자와 형제자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는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할 때 자주 멍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건강 리스크’가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조기 TV토론을 통해 지지부진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토론을 놓고 ‘재앙’, ‘악몽’ 등의 반응이 나왔다. 토론이 끝난 뒤 민주당 안팎에선 후보 교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2020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 참여자인 앤드루 양은 소셜미디어에 ‘후보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조지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을 대안 후보로 언급했다. “멍청이 트럼프 ”“최악 바이든”… 원색 비방 90분, 악수도 없었다[美대선 첫 TV토론]정책 대결 대신 인신공격 주력… 토론 내내 눈도 거의 안 마주쳐‘트럼프 외도’ 놓고 낯뜨거운 공방… WP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민망”‘황금시간대’인 27일 목요일 오후 9시(현지 시간), 90분간 진행된 미국 대선 TV토론은 전현직 대통령의 원색적 비방으로 점철됐다. 미 CNN방송이 주관한 1차 토론은 역대 가장 이른 시점에 열린 토론으로, 다양한 정책을 검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토론 내내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소거’ 버튼까지 동원된 만큼 진행 방식은 2020년 토론보다 침착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사상 최악의 대통령은 바로 당신”이라며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는 데 주력했다.● “당신은 멍청이”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두 후보는 입장 때조차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두 번의 중간광고 때도 인사 없이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고, 토론 내내 눈을 마주치는 일도 드물었다. 2020년 토론 당시에도 팬데믹 방역 문제로 악수를 생략했던 두 사람은 4년 뒤 더욱 ‘철저한 거리 두기’를 유지했던 것. 토론을 마친 뒤에도 두 사람은 악수나 인사를 하지 않았다. 상대를 향한 혐오감을 먼저 드러낸 건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토론 시작 32분경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을 ‘루저(loser)’, ‘멍청이(sucker)’라 불렀다는 보도를 인용했다. 그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아들 보를 언급하며 “내 아들은 루저나 멍청이가 아니다. 당신이야말로 루저이고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된 중범죄자”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또 “당신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성추행했고, 아내가 임신한 날 포르노 스타와 잠자리를 가졌다”며 “도덕성이 도둑고양이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포르노 스타와 잔 적 없다”고 받아쳤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함께 토론회를 보던 8세 아들에게 설명하기 참 어려운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할 때마다 “뭐라고 말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본인도 모르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는 전략으로 그의 ‘고령 리스크’를 부각시켰다.● 팩트 체크 없이 책임 떠넘기기 토론 진행을 맡은 CNN의 제이크 태퍼와 데이나 배시는 후보들의 답변에 적극 개입하는 대신 준비된 질문을 던지는 역할에 충실했다. 비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거나, 거짓된 내용을 언급해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의사당에 난입했던 것과 관련해 사회자가 “이번 대선 결과는 받아들일 것이냐”고 3번이나 물었지만 분명하게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에 성공하면 2022년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뒤집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해 낙태권을 보장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선 최대 정책 이슈로 꼽히는 고물가 등 경제 문제에서 전현직 대통령은 ‘책임 떠넘기기’에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미 경제는 자유낙하 중이었다”며 “내가 이 혼란을 정리해 8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고 성과를 과시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 경제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며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에 형편없이 대응해 국가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일자리와 (코로나19로 사라졌다가) 복구된 일자리들뿐”이라고 폄하했다. 애틀란타=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한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아우루스 리무진에 한국산 부품이 대거 사용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자체적으로 입수한 세관 기록을 인용해 “러시아는 2018~2023년 아우루스 자동차와 오토바이 조립을 위해 차체 부품과 센서, 스위치 등 다양한 외국산 장비와 부품을 최소 3400만 달러(약 468억 원)어치 수입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중 1550만 달러 (약 214억원)상당이 “김 위원장이 ‘주적’으로 규정한 한국에서 제조된 부품”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과 이달 19일 러시아와 북한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서로 다른 모델의 아우루스를 한 대씩 선물했다. 평양 정상회담 당시 두 사람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번갈아 앉아 환하게 웃으며 차를 모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에도 한국산 부품을 500만 달러(약 69억원) 이상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로이터는 “아우루스는 올 2월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기 때문에, 해당 부품의 수출이 제재 위반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아우루스는 푸틴 대통령의 2018년 네 번째 취임식 때 처음 공개된 이후로 러시아의 공식 대통령 차량으로 사용돼 왔다. 푸틴 대통령의 의전차인 아우루스 세나트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리무진 사양으로 124억 루블(약 2013억 원)을 들여 개발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무게가 7톤에 이르는 아우루스가 폭탄과 화학무기 공격을 버텨낼 수 있으며, 차량이 물에 빠져도 탑승자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황금시간대’인 27일 목요일 오후 9시(현지 시간), 90분간 진행된 미국 대선 TV토론은 전현직 대통령의 원색적 비방으로 점철됐다.미 CNN방송이 주관한 1차 토론은 역대 가장 이른 시점에 열린 토론으로, 다양한 정책을 검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토론 내내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소거’ 버튼까지 동원된 만큼 진행 방식은 2020년 토론보다 침착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사상 최악의 대통령은 바로 당신”이라며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는 데 주력했다.● “당신은 멍청이” “뭐라는지 못 알아듣겠다”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두 후보는 입장 때조차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두번의 중간광고 때도 인사 없이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고, 토론 내내 눈을 마주친 적도 드물었다. 2020년 토론 당시에도 팬데믹 방역 문제로 악수를 생략했던 두 사람은 4년 뒤 더욱 ‘철저한 거리 두기’를 유지했던 것. 토론을 마친 뒤에도 두 사람은 악수나 인사를 하지 않았다.상대를 향한 혐오감을 먼저 드러낸 건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토론 시작 32분경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을 ‘루저(loser)’, ‘멍청이(sucker)’라 불렀다는 보도를 인용했다. 그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아들 보를 언급하며 “내 아들은 루저나 멍청이가 아니다. 당신이야말로 루저이고 멍청이”라고 비난했다.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된 중범죄자”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또 “당신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성추행했고, 아내가 임신한 날 포르노 스타와 잠자리를 가졌다”며 “도덕성이 도둑고양이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포르노 스타와 잔 적 없다”고 받아쳤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함께 토론회를 보던 8세 아들에게 설명하기 참 어려운 내용”이라고 꼬집었다.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할 때마다 “뭐라고 말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본인도 모르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는 전략으로 그의 ‘고령 리스크’를 부각시켰다.● 팩트 체크 없이 책임 떠넘기기토론 진행을 맡은 CNN의 제이크 태퍼와 데이나 배시는후보들의 답변에 적극 개입하는 대신 준비된 질문을 던지는 역할에 충실했다. 비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거나, 거짓된 내용을 언급해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의사당에 난입했던 것과 관련해 사회자가 “이번 대선 결과는 받아들일 것이냐”고 3번이나 물었지만 분명하게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바이든 대통령은 재임에 성공하면 2022년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뒤집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다시 복원해 낙태권을 보장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대선 최대 정책 이슈로 꼽히는 고물가 등 경제 문제에서 전현직 대통령은 ‘책임 떠넘기기’에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미 경제는 자유낙하 중이었다”며 “내가 이 혼란을 정리해 8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고 성과를 과시했다.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 경제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며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에 형편없이 대응해 국가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일자리와 (코로나19로 사라졌다가) 복구된 일자리들뿐”이라고 폄하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이 26일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3개월여 만에 시험 발사하면서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해 잠시 멈췄던 고강도 군사도발을 본격 재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앞서 1월과 4월엔 이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지만 이번엔 실패했다. 이에 북-러 군사협력 밀착을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기술을 이전받아 이번에 처음 적용했지만 시행착오로 실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미사일 비행 과정에서 유독 하얀 연기가 많이 발생한 배경에 대해 “연소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1, 4월에는 멀쩡하던 미사일 추진제가 이번엔 문제가 있었다는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만든 새로운 추진제를 적용하려다 비행 자세 제어 등에 실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추력을 향상해 사거리를 늘리는 등의 기술은 북한이 가장 이전받고 싶어 하는 첨단 군사기술 중 하나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러시아는 알루미늄 가루를 개량한 알레인을 고체추진제에 섞어 쓰는 방식으로 미사일 추력을 증강한다”며 “북한의 이번 실패는 이 같은 기술을 추진제에 적용하는 과도기 단계에서 일어난 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합참은 북한이 25일 밤 감행한 6차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해선 풍선 250여 개 중 100여 개가 우리 지역에 낙하했다고 이날 전했다. 내용물은 메모지 크기 종이였다고 합참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방부의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25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을 파병할 가능성과 관련해 “주시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북한군 인사담당자라면 우크라이나와의 불법 전쟁에 (러시아군의) 총알받이(cannon fodder)가 될 병력을 보내는 선택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북한이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에 파병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미 국방부의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25일(현지 시간) “만약 내가 북한군 인사담당자라면 우크라이나와의 불법 전쟁에 (러시아군의) 총알받이(cannon fodder)가 될 병력을 보내는 선택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북한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지금까지 러시아군이 얼마나 많은 사상자를 냈는지 목격했다”라며 “해당 사안을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의 군부 최고위급 인사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 담화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계속 지원할 경우 “러시아의 보다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병력지원 의사를 시사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국가의 주권적 권리와 전략적 안정, 영토 완정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투쟁을 벌리고 있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한미 일각에서 한국의 핵무장론이 떠오르는 것에 대해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적정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라는 통념이 사실 틀렸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미국에서 ‘적정 음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발간하는데, 내년 개정판 발간 때 적정 음주량을 줄이려는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젊은층을 중심으로 알코올 소비량이 줄면서 사상 처음으로 대마초 흡연자가 음주자 수를 넘어섰다. 음주를 둘러싼 세대 간 인식 차가 선명해지는 가운데 정부까지 공식적으로 주류 소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재개하면서 주류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 “모든 음주는 해롭다”에 주류업계 발끈 미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30여 년간 권장해 온 음주량은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이하(1잔은 알코올 14g·맥주 340mL 기준)다. 2020년 개정 당시엔 남성 권장량도 ‘1잔 이하’로 줄이려 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지침 변경”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결국 “당과 알코올을 제한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점만 한 번 더 강조하는 데에 그쳤다. 하지만 내년에 예정된 2025년 개정판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알코올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판 검토를 맡은 HHS의 전문가패널들은 지난해 3월 미국의학협회(JAMA) 네트워크 오픈 저널에 “적당한 음주와 장수는 무관하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류업계에서 으레 내세우는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안 마시는 사람보다 장수한다”라는 각종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이들은 “대개 ‘비음주자’ 그룹에 ‘과거 과음했다가 지금은 질병 등으로 못 마시게 된 사람’까지 포함된 경우가 많다”며 “알코올의 위험성을 가리는 연구 결과”라고 반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저위험 음주’의 기준으로 남성은 하루 4잔, 여성은 2잔 이하를 제시해 왔지만, 지난해 “안전한 음주는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유럽 지역의 알코올 관련 암 발병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절반은 과음이 아니라 ‘적당한’ 또는 ‘가벼운’ 수준의 음주 때문에 생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남성 권장량을 일주일에 15잔 이하에서 두 잔 이하로 파격적으로 낮췄다. 미 주류업계는 “권장량을 제시하지 않고 ‘마시지 말라’고만 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지침을 무시할 수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의회에 로비 비용으로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반대 여론전에 나섰다. 미 켄터키주에서 발상한 버번위스키의 이름을 딴 초당적 의원 모임 ‘버번 코커스’ 회원들은 정부에 지침 개정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WSJ는 “최종 결과를 작성할 주체와 정보 공개 범위 등을 둘러싼 투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 日서도 “술은 사회생활 필수” 인식 전환점 ‘마시다’란 뜻의 일본어 ‘노무(飮む)’와 ‘소통’이란 뜻의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합친 ‘노미니케이션’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음주가 사회생활에 필수적이었던 일본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층에서 무알코올 맥주 인기가 급등하면서 아사히맥주 등을 판매하는 아사히그룹홀딩스는 일본 국내 매출에서 3.5% 미만 저도수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0%였고, 2030년까지 이 비중을 20%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가쓰키 아쓰시(勝木敦志) 아사히그룹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BBC방송에 “그동안은 우리가 술을 마시는 사람 관점에서만 무알코올 음료를 생산해 왔음을 깨달았다”며 “이젠 술을 마실 수 없거나 마시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BBC는 “‘금주(sober) 세대’가 일본 세수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주류업계에도 완전히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실무협상에 수차례 관여한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1일(현지 시간)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선 안 된다”면서 “북-러 관계 심화가 확실히 한국을 그런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최근 북-러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조항까지 담긴 조약을 새로 체결하자 이에 대응할 방법론 중 하나로 ‘한국 핵무장론’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 특히 한국에선 국책연구기관, 미국에선 핵심 실무자로 최근까지 북핵 문제 등에 깊숙이 관여한 전 당국자로부터 동시에 자체 핵무장 관련 언급이 나와 주목된다. 북-러 군사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안보까지 직접 위협하는 변수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넘어선 한국 핵무장 논의가 본격화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전략연은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대(對)한반도 파급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21일 공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행보를 과시(했다)”며 “향후 북한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 등 여타 주요국들로부터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확보하는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는 물론 ‘자체 핵무장’ 등까지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았다가 유사시 폭격기 등을 동원해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하는 개념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오물풍선’ 테러를 재개할 것으로 보고 동향을 주시 중이다. 특히 한미일 군사 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가 22일 미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부산항 입항을 계기로 이번 주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이를 명분으로 북한이 육해공·사이버 등에서 복합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前참모 “北-러 협력,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 내몰아”[커지는 韓 자체 핵무장론]기존 핵우산으론 대응 한계 인식… 美싱크탱크 “자체 핵무장이 차악”국정원 산하기관, 핵무장 보고서… 대통령실 “탈냉전후 최대 변혁기”“북-러 관계 심화가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자체 핵무장 등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국의 핵우산 체제 속에 그간 한국 자체 핵무장론은 한미 일각의 강성 정치인이나 싱크탱크 연구원들이 내놓는 소수 의견에 가까웠다. 하지만 양국에서 각각 안보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나 인사들이 연달아 핵무장론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9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준(準)군사동맹으로 단숨에 격상되자 기존의 핵우산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커지는 모양새다. ● 테이블 위에 올라온 ‘韓 핵무장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북-러 정상회담 이틀 뒤인 21일 보고서를 내고 “한미 확장억제(핵우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 맺은 조약을 계기로 냉전 당시 혈맹 수준으로 밀착하면서 우리도 미국 핵전력으로 대응하는 핵우산 외 자체 핵무장 카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전략연이 자체 핵무장론을 직접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유성옥 전략연 이사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사실상 자동 군사 개입한다는 큰 판을 짰다”며 “우리도 확장억제라는 기존의 작은 판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후커 전 보좌관도 이날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웨비나에서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북-러 관계 심화로 한국이 핵무장에 더 내몰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후커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차례 대북 실무접촉 경험을 쌓은 몇 안 되는 인사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반도 관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유력 국무장관 후보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정치 컨설팅업체 미국글로벌전략(AGS)의 수석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 연구원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차악(次惡)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21일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라며 “좋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미국인들을 북한의 (핵) 능력의 인질로 잡아두는 것은 훨씬 더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탈냉전 이후 최대 변혁기” 전략연은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우회적으로 용인했다며 향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여기는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 10조에 담긴 “평화적 원자력 분야를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는 문구를 주목했다. 러시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과 원자력 협력을 한다는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연은 또 11월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새 행정부와 북한이 북핵 협상을 재개하며 우리 정부가 바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탈냉전 후 지난 30여 년 동안 지금이 가장 큰 변혁기”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온 신냉전 구도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빠르게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기간 잠시 멈췄던 대남 도발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겨냥해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 풍선’ 테러 등 도발 재개를 시사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러 관계 심화가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자체 핵무장 등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미국의 핵우산 체제 속에 그간 한국 자체 핵무장론은 한미 일각의 강성 정치인이나 싱크탱크 연구원들이 내놓는 소수의견에 가까웠다. 하지만 양국에서 각각 안보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나 인사들이 연달아 핵무장론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9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준(準)군사동맹으로 단숨에 격상되자 기존의 핵우산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커지는 모양새다. ● 테이블 위에 올라온 ‘韓 핵무장론’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북-러 정상회담 이틀 뒤인 21일 보고서를 내고 “한미 확장억제(핵우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 맺은 조약을 계기로 냉전 당시 혈맹 수준으로 밀착하면서 우리도 미국 핵전력으로 대응하는 핵우산 외 자체 핵무장 카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전략연이 자체 핵무장론을 직접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유성옥 전략연 이사장은 23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사실상 자동군사개입한다는 큰 판을 짰다”며 “우리도 확장억제라는 기존의 작은 판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후커 전 보좌관도 이날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웨비나에서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면서 북-러 관계 심화로 한국이 핵무장에 더 내몰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후커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차례 대북 실무접촉 경험을 쌓은 몇 안 되는 인사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반도 관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유력 국무장관 후보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정치 컨설팅업체 미국글로벌전략(AGS)의 수석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 연구원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차악(次惡)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21일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라며 “좋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미국인들을 북한의 (핵) 능력의 인질로 잡아두는 것은 훨씬 더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탈냉전 이후 최대 변혁기”전략연은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우회적으로 용인했다면서 향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여기는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 10조에 담긴 “평화적 원자력 분야를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는 문구를 주목했다. 러시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과 원자력 협력을 한다는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연은 또 11월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새 행정부와 북한이 북핵 협상을 재개하며 우리 정부가 바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탈냉전 후 지난 30여 년 동안 지금이 가장 큰 변혁기”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온 신냉전 구도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빠르게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기간 잠시 멈췄던 대남 도발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겨냥해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풍선’ 테러 등 도발 재개를 시사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 상원에서 원자력발전소를 더 쉽고,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촉진하는 이른바 ‘원자력 발전법(Atomic Energy Advancement Act)’이 초당적 지지로 통과했다. 최근 미국 원전 기술이 중국에 뒤처졌단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나온 것으로, 현지에선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가장 중요한 청정에너지 입법”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18일 상원 표결에서 ‘청정에너지를 위한 다목적 첨단 원자력발전 가속’ 법안이 재석 의원 90명 중 88명의 찬성으로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 등 2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원자력 발전법은 올 2월 하원에서 가결돼 상원에 올라왔다. 이미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만 서명하면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원자력 발전법의 핵심은 SMR 등과 관련된 기술의 허가 비용이나 기간 및 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대형 원전 100분의 1 규모인 SMR은 건설비가 저렴하며 방사성 폐기물의 양도 적다. 법안은 규제 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도 “원자력 에너지 기술의 혜택을 불필요하게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해 산업 촉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현재 94기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로를 보유했지만,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없다. 천문학적 비용과 복잡한 허가 요건 탓이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가동을 시작한 조지아 대형 원전 보글 3, 4호기는 공사가 10년 넘게 지연되며 건설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었다. 이에 미 최대 SMR 설계 업체인 뉴스케일파워는 첫 상업용 SMR 건설 계획을 지난해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자력이 청정에너지원으로 떠오르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집권 민주당은 탈(脫)탄소 발전의 핵심으로, 야당 공화당은 안정적 전력 공급과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여기며 초당적 합의가 이뤄졌다. 여기엔 현재 신규 원자로 27기를 건설 중인 중국 원전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도 한몫했다. 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은 17일 “미국은 첨단 원전 분야에서 중국에 15년 뒤처졌다”고 진단했다. 원자력 발전법이 시행되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에너지기업 테라파워 등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라파워는 10일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첫 상업용 SMR 건설에 착공했다. 다만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곧바로 원전 르네상스가 돌아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망의 노후 탓에 실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가장 진실한 벗이자 전우인 러시아 동지들과 뜻깊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 민족의 가장 소중한 친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4시간에 걸친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며 서로를 ‘벗’, ‘친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이후 24년 만에 북한을 찾은 푸틴 대통령을 위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의 대대적인 환영식부터 국빈 만찬까지 숨 가쁜 일정을 함께하며 환대했다. 준동맹급으로 격상한 북한과 러시아의 연대가 새로운 밀월 관계에 진입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평양 한복판에 푸틴-김정은 초상화 나란히 푸틴 대통령의 방북 공식 일정은 이날 정오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환영식으로 시작했다. 광장 중앙에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렸다. 일본 NHK방송은 “북한에서 평양 중심부 광장에 외국 정상의 사진이 크게 내걸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거리에는 북한과 러시아를 뜻하는 ‘조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시야) 친선’ 문구를 매단 애드벌룬도 등장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열한 의장대와 풍선, 양국 국기를 든 아이들을 지나 레드카펫을 걸어 단상으로 입장했다. 이후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광장을 떠나 금수산 영빈관서 확대 정상회담과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러시아 정책에 있어 북한의 일관된 지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반(反)서방 전선에 북-러가 함께하고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 차기 북-러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겠다며 초청 의사도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호응했다. 이번 방북이 “양국 관계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닌 역사적 순간”이라고도 말했다.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때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등장해 펜 시중을 들었다. 이후 두 정상은 함께 숲길과 장미 정원을 산책하며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했다. 또 방북 환영 공연 관람과 국빈 만찬, 러시아정교회 건물 정백사원 방문까지 10시간여를 함께했다. 만찬 메뉴로는 트러플을 곁들인 오리 간, 랍스터 샐러드, 닭고기 수프, 튀긴 양고기, 삶은 해산물 등이 성대하게 제공됐다.● 푸틴, 제재 위반 보란 듯 ‘아우루스’ 선물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인 ‘아우루스’ 한 대와 차(茶) 세트, 한 해군 장성의 단검을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다양한 예술품을 선물했다고 러시아 측은 밝혔다.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는 설계와 제작비에만 1700억 원이 투입된 러시아 최고급 차량이다. 푸틴 대통령은 2월에도 김 위원장에게 아우루스를 선물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전용차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선물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운송 수단이나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또 보란 듯 미국이 주도한 대북 제재를 무시한 것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가장 진실한 벗이자 전우인 러시아 동지들과 뜻깊은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북한은 우리 민족의 가장 소중한 친구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4시간에 걸친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며 서로를 ‘벗, ‘친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이후 24년 만에 북한을 찾은 푸틴 대통령을 위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의 대대적인 환영식부터 국빈 만찬까지 숨가쁜 일정을 함께 하며 환대를 했다. 준동맹급으로 격상한 북한과 러시아의 연대가 새로운 밀월 관계에 진입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평양 한복판에 푸틴-김정은 초상화 나란히푸틴 대통령의 방북 공식 일정은 이날 정오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환영식으로 시작했다. 광장에는 의장대가 도열했고, 손에 색색의 풍선과 꽃을 든 환영 인파로 가득찼다. 광장 중앙에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렸다. 일본 NHK방송은 “북한에서 평양 중심부 광장에 외국 정상의 사진이 크게 내걸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거리에는 북한과 러시아를 뜻하는 ‘조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씨야) 친선’ 문구를 매단 애드벌룬이 등장했고 러시아와 북한의 깃발도 나란히 걸렸다.오픈카를 타고 광장을 떠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금수산영빈관에서 양국 확대 정상회담과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러시아 정책에 있어 북한의 일관된 지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반(反)서방 전선에 북-러가 함께하고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에게 “24년 전과 비교하면 평양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으로 변했다”라고 추켜세운 그는 차기 북-러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겠다며 초청 의사도 밝혔다.김 위원장 역시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호응했다. 이번 방북이 “양국 관계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닌 역사적 순간”이라고도 말했다.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때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등장했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에게 펜 시중을 하며 서명한 문서를 현장에서 러시아 측과 교환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두 정상은 함께 숲길과 장미 정원을 산택하며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했다. ● 푸틴, 제재 위반 보란 듯 ‘아우르스’ 선물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인 ‘아우루스’ 한 대와 차(茶) 세트, 한 해군 장성의 단검을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다양한 예술품을 선물했다고 러시아 측은 밝혔다.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르스는 설계와 제작비에만 1700억 원이 투입된 러시아 최고급 차량이다. 푸틴 대통령은 2월에도 김 위원장에게 아우르스를 선물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전용차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선물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운송수단이나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또 보란 듯 미국이 주도한 대북 제재를 무시한 것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슬람권의 최대 성지순례 행사 ‘하지’가 이뤄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최소 557명이 온열 질환 등으로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자체 집계를 통해 18일 보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이집트인과 요르단인이다. 메카 일대의 최고 기온이 한때 51.8도를 기록할 정도로 폭염이 몰아친 데다 비용이 부족한 저소득층 순례자들이 냉방 시설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17일 메카 대사원 인근의 기온은 51.8도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메카의 기온이 최근 10년마다 0.4도씩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지 또한 6월 말에 이뤄져 최소 240명이 사망했다.사우디 당국은 올해 하지에는 현재까지 180만 명가량의 순례자가 참여했으며 이중 대다수인 160만 명이 해외 입국자라고 밝혔다. 특히 해마다 수만 명의 순례자들이 돈을 절약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로부터 공식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하지에 참석해 인명 피해를 키우고 있다. AFP통신은 비자 없이 입국하는 해외 순례객의 상당수가 사우디 당국이 제공하는 냉방 시설에 접근할 수 없어 온열 질환에 특히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당국은 순례객들에게 물을 많이 마시고 한낮에는 햇빛 노출을 피하라는 원론적인 권고만 내놨다. 문제는 하지 의식의 상당 부분이 대낮에 야외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메카 곳곳에서는 순례객들이 몸을 식히려 머리에 물을 붓고 자원 봉사자들이 시원한 음료와 초콜릿을 나눠주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쓰러진 순례객이 너무 많아서 구급 인력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당국은 16일 온열 질환을 앓는 순례객 2000여 명을 치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러졌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하지는 이슬람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이다. 모든 무슬림이 살면서 행해야 하는 5대 의무 즉 기도, 신앙고백, 단식, 자선, 성지순례 중 가장 중요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슬람력으로는 매년 12월 7∼12일에 치러치며 양력 날짜는 해마다 바뀐다. 올해는 이달 14~19일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가 IBM과 손잡고 야심차게 도입했던 ‘드라이브스루 인공지능(AI) 주문’ 서비스를 접는다. 주문 오류가 잦은 데다 결국 직원이 개입해야 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식품산업 전문매체 레스토랑 비즈니스 등은 17일(현지 시간) “2021년 10월 맥도널드 드라이브스루 매장 100여 곳에 도입했던 AI 주문 서비스를 다음 달 26일 종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맥도널드의 AI 서비스 도입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은 주문 5건당 1건꼴로만 개입할 것”이라며 성공에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 웬디스 등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AI가 인건비를 아끼고 고객에게 ‘비싼 메뉴’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매출을 늘릴 거라 반색하며 뒤를 따랐다. 하지만 성과는 한참 못 미쳤다. AI 챗봇의 오류로 직원들이 나서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여기엔 차량에 탄 채 주문하는 드라이브스루 특성상 외부 소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동영상 플랫폼 틱톡엔 “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버터와 커피크림이 추가되는 등의 공영상이 널리 공유됐다. AI 챗봇이 주문을 마무리하길 독촉하자, 고객들이 “기다려. 우린 인간이야”라고 외치는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정보기술(IT) 매체 더 버지는 “맥도널드는 조만간 구글의 업무 지원용 챗봇 ‘애스크 피클’을 도입해 또 다른 AI 활용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가 IBM과 손잡고 야심차게 도입했던 ‘드라이브스루 인공지능(AI) 주문’ 서비스를 접는다. 주문 오류가 잦은 데다 결국 직원이 개입해야 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식품산업 전문매체 레스토랑 비즈니스 등은 17일(현지 시간) “2021년 10월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 100여 곳에 도입했던 AI 주문 서비스를 다음달 26일 종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맥도날드의 AI 서비스 도입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은 주문 5건 당 1건꼴로만 개입할 것”이라며 성공에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 웬디스 등 다른 패스트푸트 업체들도 AI가 인건비를 아끼고 고객에게 ‘비싼 메뉴’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매출을 늘릴 거라 반색하며 뒤를 따랐다. 하지만 성과는 한참 못 미쳤다. AI 챗봇의 오류로 직원들이 나서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여기엔 차량에 탄 채 주문하는 드라이브스루 특성상 외부 소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동영상 플랫폼 틱톡엔 “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버터와 커피크림이 추가되는 등의 공영상이 널리 공유됐다. AI 챗봇이 주문을 마무리하길 독촉하자, 고객들이 “기다려. 우린 인간이야”라고 외치는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정보통신기술(IT)매체 더 버지는 “맥도날드는 조만간 구글의 업무 지원용 챗봇 ‘애스크 피클’을 도입해 또 다른 AI 활용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등으로 전세계 군비 경쟁이 확산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방위산업 업체가 앞다퉈 채용에 나서고 있다. 신입 사원부터 고위 임원은 물론이고 기술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보안 분석가, 용접공 등 분야 및 직책을 가리지 않아 일각에서는 “냉전 이후 가장 뜨거운 채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20개 중대형 방위·항공우주 기업은 올해만 최소 수만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특히 조사에 응한 미국 기업 10곳이 밝힌 채용 규모만 3만7000명에 달한다. 이중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러먼,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3개 기업은 당장 채워야 할 인력 공백이 6000명이라고 밝혔다. 유럽 기업도 비슷하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는 올 연말까지 6000명을 뽑고, 2028년까지 최대 1만 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스톰섀도’ 미사일을 생산하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합작 기업 MBDA 또한 올해 2600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현재 인력의 17%에 달한다. 독일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를 생산하는 라인메탈 또한 자동차 부품사 ‘콘티넨탈’에서 수백 명을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독일의 방공센서 제조업체 헨솔트는 올해 7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영국 BAE시스템스, 프랑스 탈레스 등도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전세계 방산업체는 코로나19 당시 인력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이후 잇따른 전쟁,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으로 무기 수요가 급증한 것이 이번 인력난의 주 원인이라고 FT는 진단했다. 유럽 항공우주방위산업협회(ASD) 측도 “냉전 이후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주문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방위산업에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보기술(IT) 기업, 사이버보안 업계, 컨설팅업계 등과 한정된 인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탓도 있다. 이에 많은 각국 정부나 주요 방산업체는 인재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대학, 연구기관과의 산학 협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민간과 군의 핵 사업을 지원하는 인재교육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2030년까지 핵 방위 분야에서 최소 3만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FT는 “방위산업 특성상 추가적인 당국의 보안 허가가 필요한 일자리가 많다”며 “자국 내에서 인력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42)이 15일(현지 시간) 열린 시아버지 찰스 3세 영국 국왕(76)의 공식 생일 행사 ‘군기(軍旗) 분열식’에 등장했다. 올 1월 암 수술을 받았고, 두 달 후 투병 사실을 고백한 그의 첫 공개 행사다. 그는 지난해 12월 성탄절 예배 참석 후 약 반 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이날 행사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런던 버킹엄궁, 인근 호스가즈 퍼레이드, 더몰 등에서 거행됐다. 올 2월 역시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는 말을 타고 입장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마차를 타고 커밀라 왕비와 함께 입장해 근위대를 사열했다. 미들턴 빈은 남편 윌리엄 왕세자, 세 자녀와 버킹엄궁 발코니에 등장했다. 이날 그는 흰색 원피스,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챙이 넓은 모자 차림이었다. 군중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의 세 자녀 중 막내 루이 왕자는 발코니에 서서 행사를 지켜보는 동안 군악대의 음악에 춤을 추거나 하품을 하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루이 왕자는 왕실 행사에서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형 조지 왕자, 누나 샬럿 공주와 달리 귀엽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왕실 측은 왕세자빈의 이번 행사 참석이 그의 완전한 업무 복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왕실은 찰스 3세와 미들턴 빈의 정확한 병명, 단계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왕실은 14일 성명을 통해 “(왕세자빈의 상태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만 했다. 1760년부터 연례 개최되는 군기 분열식은 영국 군주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다. 찰스 3세의 실제 생일은 11월이지만 행사는 날씨가 온화한 6월에 열린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전염병에 걸리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의료조사업체 ‘에어피니티’가 세계 공중보건·의료기관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최소 13가지 전염병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가 15일 보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10월∼2023년 9월 독감 감염 사례는 2019∼2021년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약 40% 늘었다. 올해 1∼4월 중국에서는 백일해 감염 사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배 늘었다. 호주에서는 영유아에게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키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아르헨티나에서는 뎅기열, 일본에서는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STSS) 등이 유례없는 속도로 유행했다. 각종 전염병이 갑작스럽게 확산하는 이유로 코로나19가 인체의 면역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면역 부채’ 이론이 꼽힌다. 면역체계의 벽이 한 번 무너지면 모든 바이러스가 ‘논스톱’으로 인체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세계 곳곳, 특히 저개발국의 공공의료 체계가 약화했고, ‘백신 음모론’까지 퍼지면서 전체적인 예방 접종률이 낮아진 것도 각종 전염병 창궐을 부추기고 있다. 전염병 전문가 벤 카울링 홍콩대 교수는 “최근 홍역, 소아마비, 백일해의 유행에는 각국 어린이들이 예방접종을 충분히 받지 못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러미 패러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과학자 역시 “백신에 대한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동조했다.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이에 따른 후폭풍도 영향을 미쳤다. 14일 로이터통신은 2020년 미국이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비밀 작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백신 공급난에 허덕이는 개발도상국들에 자국산 백신을 지원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려 하자 미군이 이를 방해하려 ‘X’(옛 트위터) 등에서 가짜 계정 300개 이상을 활용해 중국산 백신의 신뢰도를 깎아내렸다는 것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