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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10일 새벽 전북 등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반면에 서울 등 수도권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기상청은 호우 예비 특보까지 발령하고 “많은 곳은 120mm 이상 비가 올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서울에서 가장 많이 비가 내린 관악구의 누적 강수량은 12mm에 불과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래서 예보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10일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서울에 내린 비는 관악구 12mm, 강남구 11mm, 서초구 10.5mm, 금천구 8.5mm를 기록했다. 은평구 등 아예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은 구도 있었다. 경기 지역 역시 가장 비가 많이 온 안성시 서운면에 37mm가 내렸고 파주시 광탄면, 김포시 대곶면 등에는 전혀 비가 오지 않았다.기상청은 전날 오전 예보를 통해 “9일 밤~10일 새벽 서울 등 수도권에 많게는 120mm 이상의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수시 예보 브리핑을 통해 최대 150mm 이상으로 예상 강수량을 수정했다. 오후 6시에는 서울에 호우 특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호우 특보는 강수량이 3시간 기준 60mm 이상 또는 12시간 기준 110mm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한편 기상청은 9일 오후 전북에 대해서도 수도권과 동일하게 ‘최대 12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익산시의 경우 밤사이 최대 강수량이 300mm에 육박하며 피해가 속출했다.시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경기 가평군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최모 씨(53‧여)는 “폭우 예보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이 많은데 최근 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구름대가 예측보다 남하하는 바람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해명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한반도 여름 장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상 변수들이 모두 합쳐져 나타난 결과다.”기상청은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며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기록적 폭우가 전북, 충남 지역 등을 강타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정체전선(장마전선)과 서쪽에서 발생한 저기압, 남쪽에서 불어와 고온다습한 하층제트기류까지 모두 결합되며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9일) 밤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에 유입됐다. 저기압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밤 한반도 북쪽에 건조한 공기가 강하게 자리 잡은 탓에 장마전선은 북상하지 못했고, 대신 저기압과 결합하며 커진 비구름대가 남부 지방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많은 비를 뿌렸다.여기에 ‘야행성 폭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하층제트기류까지 가세했다. 하층제트기류는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습한 바람이다. 낮에는 지표면의 뜨거운 공기가 진입을 가로막아 힘을 못 쓰다 밤에 난류가 약화되면 상륙하며 폭우를 쏟아낸다.시간당 강수량이 100mm를 넘은 전북 군산시 어청도(146mm)와 익산시(125.5mm), 충남 서천군(111.5mm)과 부여군(106.0mm) 등이 모두 서해에 몰려 있는 것도 하층제트기류의 상륙지점이기 때문이다.장마전선과 하층제트기류가 한반도 장마공식의 상수였다면 올해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저기압은 새 변수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서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수증기가 공급될 수 있는 유입원이 많아졌다”며 “저기압의 영향력이 갈수록 세지는 걸 보면 내년에는 더 강한 비가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어청도에 내린 시간당 강수량 146mm는 관측 사상 최고치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시간당 50mm의 비가 내리면 앞이 잘 안 보이고 100mm 이상이 내리면 빗방울을 맞았을 때 몸에 통증이 느껴진다”며 “어청도에 내린 비는 재앙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2021년 7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 시간당 200mm의 비가 쏟아졌는데 바로 옆 사람 손도 안보일 정도였다”고 했다. 한편 인접 지역에서도 ‘극과 극’ 날씨를 보이는 것 역시 이번 장마의 특징이다. 10일 어청도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약 80km 떨어진 전북 부안군에는 시간당 3mm 가량의 약한 비가 왔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얇고 동서로 긴 띠 형태를 보이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전북과 충남, 경북 지역에 역대급 ‘야행성 폭우’가 내리면서 시간당 강수량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폭우”였다.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도 이어졌다. 도심에 내렸다면 자칫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만큼 지금이라도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한반도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는 이날 오전 1시 전후 시간당 146mm의 폭우가 내렸다. 지난해 기상청에서 ‘극한호우’로 규정한 시간당 50mm의 3배에 달하는 강수량으로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지는 수준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간당 140mm 넘는 비가 내린 건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145mm) 사례가 유일하다”며 “관측자료가 확인되는 범위 내에서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라고 말했다.군산시 내홍동에서도 오전 1시 42분~오전 2시 42분 1시간 동안 131.7mm의 비가 내렸다. 어청도와 내홍동 모두 군산 연 강수량(1246mm)의 10% 넘는 비가 1시간 만에 내린 것이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충남 서천군과 부여군 등에서도 시간당 강수량이 100mm를 넘었다. 시간당 100mm 넘는 비가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들 지역에서 시간당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비는 모두 낮에 소강 상태를 보이다 밤에 쏟아진 ‘야행성 폭우’였다.대피가 어려운 밤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피해도 이어졌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충남 논산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엘리베이터가 침수돼 남성 1명이 사망하는 등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또 6개 시도에서 3568명이 대피했고 장항선과 호남선 등 철도 운행이 10일 오후까지 중단됐다.비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11일에도 많게는 충북 40mm 경북 지역에 6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던 전북 지역에도 최대 60mm의 비가 예보됐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상기후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각종 인프라 시설이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 등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새벽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는 범곡저수지 둑이 무너져 물이 농경지와 마을로 밀려들었다. 이 일대는 10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 오전 5시 27분경 이 마을 농막 컨테이너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구조대는 도로 일대가 물바다로 변해 2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는 컨테이너에 홀로 살던 71세 남성이 실종된 것을 확인하고 수색에 나섰다. 실종자가 살던 컨테이너는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흙바닥에 처박힌 채였고, 실종자의 차량은 침수된 채 발견됐다. 한 주민은 “폭우 소리에 깨서 나와보니 이웃집(컨테이너)이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중부 남부 집중 폭우에 사망-실종 잇달아중부와 남부를 집중적으로 때린 기록적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건물과 마을이 침수되면서 인명, 재산 피해가 늘고 있다.이날 충남에서는 폭우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오전 2시 52분경 논산시 내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 승강기에서는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하에 물이 차오르는데 승강기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긴급 배수 작업을 벌였지만 남성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오전 3시 37분경 서천군 비인면에는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주택을 덮쳐 70대 남성이 매몰돼 숨졌다. 이 지역은 오전 2시 16분부터 한 시간 동안 111.5㎜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주민 신 모씨는 “앞집 아주머니가 흙범벅이 돼서 남편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49분경 금산이군 진산면 지방리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져 매몰된 60대 여성이 숨졌다.충북에서도 피해가 잇달았다. 오전 5시 4분경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에서는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하천으로 떨어졌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거센 물살 탓에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남성은 오전 7시 38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대구 북구 조야동에서는 오전 8시 8분경 한 농로의 배수용 원형 통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밭에 나왔다가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농로로 빨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동구 내동면에서는 76세 남성이 광주천 징검다리를 건너던 중 벗겨진 신발을 주우려다 빠져 숨졌다.이날 새벽 한 시간 동안 146㎜ 폭우가 쏟아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의 김성래 이장(70)은 “하늘에서 물을 가져다 퍼붓는 것 같았다. 70년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15가구가 침수됐는데 물살이 너무 강해 대피할 엄두조차 못 냈다”며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 산비탈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까지 더해져 거리가 마치 강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고립된 주민들 구조, 금강휴게소 물에 잠겨불어난 물에 주민들이 고립되거나 시설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도 이어졌다.대전 서구 용촌동에서는 주택 27채가 물에 잠겨 주민 36명이 한때 고립됐다. 대전소방본부는 오전 10시경 주민 전원을 보트에 태워 구조했다. 대전 중구 유등천을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 유등교는 다리 중간이 내려앉아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충남 논산시 벌곡면 한 마을도 침수돼 주민 3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오전 4시 11분경 장선천이 넘쳐 주민 18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소방 대원들에게 구조됐다.충북 영동천과 소옥천, 금강(양강교) 등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고,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가 강물에 침수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무궁화호, ITX-새마을호의 장항성(천안~익산)과 경북선(김천~영주)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운행이 중단됐고, 충북선(조치원~봉양)도 오전 9시까지 운행을 중단했다. 산림청은 오전 3시 40분부로 대구, 대전, 세종, 충북, 충남, 경북, 전북 지역에 산사태 경보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을 발령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정부가 전국 수련병원 221곳에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사직 처리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안 하는 대신 15일까지 돌아오든 그만두든 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수련병원들은 “일주일 만에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전공의 거취를 모두 정하라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기간 연장 및 사직 시점 조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련병원 “2월 기준으로 사직서 일괄 수리” 보건복지부는 전날 미복귀 전공의 대책 발표 직후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15일까지 소속 전공의 복귀 및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신청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수련병원에서 기한을 지켜 조치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압박했다. 정부는 이달 15일까지 결원을 확정해야 22∼31일 추가 모집을 거쳐 9월부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사직 전공의가 원하는 어느 병원이든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공을 넘겨받은 수련병원들은 난감한 모습이다. 전공의에게 사직 의사를 확인하려 해도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미복귀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자니 결원이 채워질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전공의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결국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9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미복귀 전공의 사직서를 병원 이탈 직후인 올 2월 29일자로 일괄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여부 확인 시한을 22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은 15일까지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련병원 사이에서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 “전공의 수도권 쏠림 가속화” 협의회에서 사직 시점을 올 2월 말로 정한 것은 전공의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부당한 만큼 해당 명령을 철회한 6월이 아닌 실제 사직서를 낸 2월을 사직서 수리 시점으로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그래야 병원 이탈에 따른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고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수련병원에 보낸 공문에서 “병원-전공의 당사자 간 법률관계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2월 말 수리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또 사직한 전공의가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경우 “같은 권역, 같은 전공일 때만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침대로 어느 병원이든 옮길 수 있게 하면 전공의들이 서울 소재 5대 대형병원으로 몰리며 지방 의료공백이 더 악화될 것이란 취지에서다. 대한의학회도 이날 “(정부 방침대로라면) 지방 전공의 또는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의 대형병원이나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어 지방 필수의료의 파탄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협의회가 제안한 전공의 복귀 여부 확인 시한 연장과 권역 제한 등을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전공의 대다수는 정부와 수련병원 방침과 관계없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한국 의료와 정부의 대응에 실망했다”며 “사직서가 수리되더라도 다시 필수의료 수련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119구급차로 이송된 응급 환자가 옮겨진 첫 병원에서 치료를 못 받고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는 경우 10건 중 4건은 ‘전문의 부재’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급차 재이송 건수는 전국적으로 422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을 한 번 옮긴 1차 재이송은 4113건, 두 번 옮긴 2차 재이송은 84건이었다. 3차 재이송은 14건, 4차 재이송은 16건이었다. 재이송 사유로는 ‘전문의 부재’가 1771건(41.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병상 부족’ 635건(15%), ‘1차 응급처치 완료’ 476건(11.3%), ‘환자 보호자 변심’ 141건(3.3%), ‘(응급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주취자’ 43건(1.0%) 순이었다. 병상이 부족한 635건 중에는 응급실 병상이 부족한 경우가 454건으로 10건 중 7건 이상을 차지했고 입원실 부족(89건)과 중환자실 부족(75건)이 뒤를 이었다. 올해 1∼6월 재이송 사례도 전국적으로 2645건에 달했는데 역시 ‘전문의 부재’가 원인인 경우가 1081건(40.9%)이나 됐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전문의 부재로 인한 재이송은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더라도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영역에서 배후 진료를 볼 전문의가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현재와 같은 의료공백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병원 응급실 진료에 필요한 전문의를 확보해야 한다”며 “전문의 부재로 인한 재이송 증가를 막기 위해 관계 부처가 응급의료체계를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올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철회하고 15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사직 처리’를 해 달라고 각 수련병원에 요청했다. 복귀한 경우에만 면허정지를 안 하겠다던 기존 태도에서 한발 더 물러서며 ‘돌아오든 그만두든 이제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정부 “복귀 관계없이 면허정지 처분 철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정확하게 말하면 행정처분이 철회되는 것으로 앞으로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 2월 의료공백 사태 발생 전후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유지 명령,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고 이를 지키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 조 장관은 이 명령들을 취소하면서 “전공의가 복귀하면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당시 복지부는 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안 하면 30%가량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부터 이달 5일까지 복귀한 레지던트는 73명에 불과했다. 5일 기준으로 근무 중인 레지던트는 9.4%뿐이다. 결국 정부는 이날 “복귀하든 안 하든 면허정지 처분을 철회하겠다”며 다시 물러섰다.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한 경우 언제든 재개할 수 있지만 철회하면 재개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복귀 전공의와 미복귀 전공의 처분에 차등을 두겠다”고 했던 조 장관은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공익에 보다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며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정부 “미복귀 시 15일까지 반드시 사직 처리” 정부는 이날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15일까지 미복귀한 전공의를 사직 처리하고 결원을 채워 9월 하반기 전공의 수련을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5일까지 반드시 병원에서 확정을 지어 달라”며 “그래야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하반기 수련 전공의를 모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현재 내과 2년 차 레지던트가 사직하고 다른 병원 내과 2년 차로 복귀하려면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한시적으로 규정을 완화해 올 9월 다른 병원에서 같은 연차로 수련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9월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내년 8월까지 수련을 받고 추가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조 장관은 이날 전공의들에게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2026학년도 이후 (의사 수) 추계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자”고도 제안했다.● 전공의 “큰 영향 없을 것” 다만 수련병원들은 일주일 만에 미복귀 전공의를 모두 사직 처리하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수리하기 전 한 번은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데 연락도 잘 안 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5일까지 사직 처리를 하지 않는 수련병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압박했다. 전공의 사이에선 ‘정부가 양보안을 내고 있으니 계속 버티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을 사직한 4년 차 레지던트는 “전공의 거취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일부 인기 학과에만 전공의가 복귀하거나, 지방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수도권으로 옮기면서 ‘수도권 인기과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최근 의대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이사회 개편 방침을 밝히자 의사단체들이 “의평원 흔들기를 중단하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사들은 정원이 대폭 늘어난 의대들의 의평원 인증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정부가 기준을 바꿔 부실 의사를 양산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의학 교육의 위기는 모든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교육부는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덕선 의평원장은 3일 보도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충분한 지원이 없다면 비수도권 의대 상당수의 교육·수련 질 저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밝혔다. 그러자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4일 브리핑에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의평원 이사회 구성 개편 계획을 밝혔다. 이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대, 울산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이 잇달아 성명을 내며 ‘교육부가 의평원 평가에 개입하려 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의대가 의평원 인증을 못 받으면 정원 감축, 모집 정지, 졸업생 국가고시 응시 불가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의료공백으로 피주머니를 차고 조기 퇴원했습니다. 이후 피와 고름이 계속 차 응급실에 갔는데 거기서도 제대로 처치를 못 받아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 주최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최승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부회장은 단상에 올라 “병원에 가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그만둬 의사가 없다고 하니 환자들은 전전긍긍할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의사 집단행동 방지법 필요” 올 2월 전공의 병원 이탈로 시작된 의료공백이 5개월째 이어지자 견디다 못한 환자와 보호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날 집회에는 일반 시민을 포함해 400여 명이 모였는데 주최 측은 “아픈 환자와 보호자가 이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5년째 중증·난치성 당뇨를 앓는 기나은 씨(40)는 배에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채 집회에 참석했다. 기 씨는 “언제든 의료공백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하루빨리 의료현장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이란 희귀질환을 앓는 딸을 둔 김정애 씨(68)도 단상에 올라 “의정 갈등이 이어진 5개월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50년 같았다. 딸이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저와 이별할까 봐 내일이 오는 게 무섭고 두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무책임한 정부와 무자비한 의사들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분노와 불안, 무기력에 빠졌다”며 “세브란스병원 등은 명분 없는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회에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도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중단 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재발방지법을 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필수의료 유지를 법적으로 의무화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진료 재조정’에 환자들 ‘불안’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경증 질환 환자의 진료를 제한하고 중증·응급·희귀 난치성 질환에 집중하는 ‘진료 재조정’을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진료 재조정을 통해 수술이 지난주 대비 29% 줄 것”이라고 했지만 병원 측은 “진료·수술 감소율은 높지 않고 중증 질환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장 큰 불편은 없었지만 환자 상당수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이모 씨(78)는 “앞으로 방사선 치료가 6번 남았는데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아산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초 예고한 전면 휴진이 아닌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 재조정 입장을 밝힌 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른 병원들도) 무기한 집단휴진 같은 극단적 방식은 중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의대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이사진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로 편중된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등 정부가 요청한 사항들을 신속히 이행해 달라”고 의평원에 요청했다. 의사단체에선 “대규모 증원 이후 의평원 인증 여부가 불확실하자 친정부 이사진을 꾸리고 인증 기준을 바꿔 부실 의사를 양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의평원 이사회는 정부대표 1명을 포함해 2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17명이 의사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의료공백으로 피주머니를 차고 조기 퇴원했습니다. 이후 피와 고름이 계속 차 응급실에 갔는데 거기서도 제대로 처치를 못 받아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 주최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최승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부회장이 단상에 올라 “병원에 가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그만둬 의사가 없다고 하니 환자들은 전전긍긍할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의사 집단행동 방지법 필요”올 2월 전공의 병원 이탈로 시작된 의료공백이 5개월째 이어지자 견디다 못한 환자와 보호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날 집회에는 일반 시민을 포함해 400여 명이 모였는데 주최 측은 “아픈 환자와 보호자가 이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5년째 중증·난치성 당뇨를 앓는 기나은 씨(40)는 배에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채 집회에 참석했다. 기 씨는 “언제든 의료공백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하루빨리 의료현장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이란 희귀질환을 앓는 딸을 둔 김정애 씨(68)도 단상에 올라 “의정 갈등이 이어진 5개월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50년 같았다. 딸이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저와 이별할까봐 내일이 오는 게 무섭고 두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집회에선 “뇌종양 수술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암 환자인데 의사가 없다고 병원에서 나가라고 했다” 등의 증언도 이어졌다.환자와 보호자들은 “무책임한 정부와 무자비한 의사들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분노와 불안, 무기력에 빠졌다”며 “세브란스병원 등은 명분 없는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에는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수련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라”고 했고, 국회에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도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중단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재발방지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필수의료 유지를 법적으로 의무화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진료 재조정’에 환자들 ‘불안’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경증 질환 환자의 진료를 제한하고 중증·응급·희귀 난치성 질환에 집중하는 ‘진료 재조정’을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진료재조정을 통해 수술이 지난주 대비 29% 줄 것”이라고 했지만 병원 측은 “진료 감소율은 높지 않고 중증 질환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결과적으로 큰 불편은 없었지만 환자 상당수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이모 씨(78)는 “앞으로 방사선 치료가 6번 남았는데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아산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초 예고한 전면 휴진이 아닌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 재조정 입장을 밝힌 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른 병원들도) 무기한 집단휴진 같은 극단적 방식은 중단해 달라”고 당부했다.한편 교육부는 이날 의대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이사진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로 편중된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등 정부가 요청한 사항들을 신속히 이행해 달라”고 의평원에 요청했다. 의사단체에선 “대규모 증원으로 의대 교육의 질이 악화돼 의평원 인증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친정부 성향으로 이사진을 꾸리고 인증 기준을 바꿔 부실 의사를 양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의평원 이사회는 정부대표 1명을 포함해 2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17명이 의사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환자에게 미안해 (휴진 대신) 단식을 택했습니다.”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지난달 23일부터 물, 소금, 커피 외에는 전혀 섭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교수는 “단식 후 허리둘레가 약 4인치(약 10cm) 줄었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도 했다. 단식에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휴진 대신 차라리 삭발이나 단식을 하라”는 일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인터넷에서 ‘의사들은 자기 몸이 아까워 삭발도 안 하고 단식도 안 한다’는 댓글을 봤다. 생각해보니 의료공백 사태 후 환자와 전공의, 미화원 등 다들 힘들어하고 있더라”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단식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암 환자들이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며칠이라도 진료일을 앞당겼으면 한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고 교수는 ‘단식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원칙도 세웠다. 단식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은 채 진료와 수술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2일 수술 5건을 집도했고 3일 새벽까지 당직도 섰다. 3일에도 환자 약 80명을 진료했다고 한다. 그는 “수술 직전 커피를 들이켜 컨디션을 100% 가깝게 끌어올린다”며 “스스로 판단해 진료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때까지 환자들을 진료할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단식을 통해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처럼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 교육이 불가능하다. 의대 교육 현장이 파국으로 치닫는 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한 발짝만 물러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3일 입장문을 내고 4일부터 예고했던 전면휴진 대신 진료 재조정을 통해 중증, 응급,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진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일 주요 수술은 지난주 대비 29% 줄고, 의료공백 사태 전과 비교하면 49% 줄게 된다. 고 교수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전공의 이탈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현장에 남은 교수들이 버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진료 재조정으로 인한 진료 차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환자에게 미안해서 (휴진 대신) 단식을 택했습니다.”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지난달 23일부터 물, 소금, 커피 외에는 전혀 섭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로 열흘 째 단식 중인 고 교수는 “단식 후 허리둘레가 약 4인치(약 10cm) 줄었고 몸 구석구석에서 통증이 느껴지지만 건강에는 큰 지장에 없다”고 했다.단식에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휴진 대신 차라리 삭발이나 단식을 하라”는 일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인터넷에서 ‘의사들은 자기 몸이 아까워 삭발도 안 하고 단식도 안 한다’는 댓글을 봤다”며 “생각해보니 의료공백 사태 후 환자와 전공의, 미화원 등 다들 힘들어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또 암 환자들이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며칠이라도 진료일을 앞당겼으면 한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단식을 하기로 했다고도 했다.고 교수는 단식을 시작하면서 ‘환자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진료와 수술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2일에는 유방전절제 수술 2건과 유방부분절제수술 3건을 집도했고 3일 새벽까지 당직도 섰다. 그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커피를 들이켜 컨디션을 100% 가깝게 끌어올린 후 수술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스스로 판단해 진료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때까지 환자들을 진료할 것”이라고 했다.고 교수는 “단식을 통해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처럼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 교육이 불가능하다. 의대 교육 현장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한 발짝만 물러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3일 입장문을 내고 “(4일부터 예고했던 전면 휴진 대신) 선별적이고 강도 높은 진료 축소 및 재조정을 통해 중증, 응급,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진료를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전공의 이탈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현장에 남은 교수들이 버티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4일 주요 수술은 지난주 대비 29% 줄고, 의료공백 사태 전과 비교하면 49% 줄게 된다. 외래진료는 지난 주 대비 17.2%, 의료공백 사태 전 대비 30.5% 줄어든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진료 재조정으로 인한 진료 차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지난해 전 국민의 40%에 해당하는 2000만 명가량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집중 잘되는 약’으로 둔갑해 10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퍼지는 영향 등으로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일 발표한 ‘2023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 대비 45만 명 늘어난 1991만 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연령별 처방 환자는 50대가 418만 명(21.2%)으로 가장 많았고, 60대(389만 명), 40대(388만 명), 30대(246만 명)가 뒤를 이었다. 처방받은 약 종류는 항불안제가 9억1824만 개로 전체의 48.5%를 차지했다. 또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10∼30대 환자도 크게 늘었다. 10대 환자의 경우 2022년 약 6만8000명에서 지난해 약 8만6000명으로 1년 새 약 1만8000명 늘었는데 전문가들은 이 중 상당수가 ‘집중 잘되는 약’이라고 인식하고 복용하는 수험생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학적 타당성 없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한 의료인에게 처방 제한이나 금지 조치 등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4일부터 휴진을 예고했던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전면 휴진’ 대신 경증 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보내고 단순 추적관찰 환자의 진료를 제한하는 자율적 ‘진료 재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면 휴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대 종합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최창민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남은 의료진이 경증 환자를 계속 진료한다면 중증 환자 진료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무기한 휴진 대신 진료 재조정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이 밝힌 ‘진료 재조정’은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전공의 대다수가 돌아올 기미를 안 보이는 만큼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중증·응급·희귀 난치병 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의미다. 비대위는 진료 재조정 첫날인 4일 주요 수술이 지난주 대비 29% 줄어들고 외래진료는 17.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 위원장은 “사망률이 높은 폐암의 경우 2021년 서울아산병원에서 3200여 명을 진료했지만 올 상반기(1∼6월)는 1100여 명만 진료했다. 다른 중증 질환도 마찬가지”라며 “이대로라면 사망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중증 등에 더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4일부터 1주일 동안 자율적 진료 재조정을 진행하고 정부 움직임에 따라 추가 대응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환자들에게 “불편을 드리게 된 점 사과드린다”며 “2차 소견이나 지역에서 치료 가능한 질환에 대해선 외래를 예약하지 말고 중증 환자에게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4일부터 휴진을 예고했던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전면 휴진’ 대신 경증 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보내고 단순 추적관찰 환자의 진료를 제한하는 자율적 ‘진료 재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면 휴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대 종합병원이다.●“휴진 대신 진료 재조정”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최창민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남은 의료진이 경증 환자를 계속 진료한다면 중증 환자 진료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무기한 휴진 대신 진료 재조정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최 위원장이 밝힌 ‘진료 재조정’은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전공의 대다수가 돌아올 기미를 안 보이는 만큼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중증·응급·희귀 난치병 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의미다.비대위는 진료 재조정 첫날인 4일 주요 수술이 지난주 대비 29% 줄어들고 외래진료는 17.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 위원장은 “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폐암의 경우 2021년 서울아산병원에서 3200여 명을 진료했지만 올 상반기(1~6월)에는 1100여 명을 진료하는 데 그쳤다. 다른 중증 질환도 마찬가지”라며 “이대로 가면 사망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의사에겐 무엇보다 사망률 상승을 막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어 불가피하게 중증에 더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정부, 문제 인정하고 해결 방안 함께 논의해야”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4일부터 1주일 동안 자율적 진료 재조정을 진행하고 정부 움직임에 따라 추가 대응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환자들에 대해서도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는 점을 사과드린다”며 “2차 소견이나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선 외래를 예약하지 말고 중증 환자에게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다.그는 또 전공의 복귀와 관련해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며 “눈앞의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의료전달체계 구축 및 지역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의 잘못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의료계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원장이기도 한 최 위원장은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개별 의료계 단체가 정부와 독자적으로 잘못된 협상을 하지 못하게 만든 협의체”라며 “과거 정부와 의료계 협상 과정을 봐왔던 만큼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것”라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료계는 올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상당수가 복귀해야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이 때문에 사직서 수리 허용, 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중단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공의 대다수는 사태를 관망하며 버티는 모습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련병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레지던트 1, 4년 차가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고 결원을 채워 올 9월 1일 수련을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레지던트 1년 차의 경우 올 초 인턴을 마치고 3월부터 시작하는 레지전트 수련계약을 정식으로 맺지 않았기 때문에 3월 1일자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4년 수련을 일괄 계약한 레지던트 4년 차도 “고용계약 기간이 3년을 초과하는 경우 3년이 지나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사직서 수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그럼에도 수련병원 상당수는 여전히 사직 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처리를 조속히 마쳐야 9월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 모집 공고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미복귀 전공의 대책을 추가로 발표하며 “복귀든 사직이든 결정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반면 전공의 대부분은 아쉬울 게 없는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상 계속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토론회에서 “대화의 선결 조건은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의)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개선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정해졌고 2026학년도 이후에 한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필수과 전공의는 “한 번 정원이 늘면 이후엔 현실적으로 정원 조절이 어렵다는 게 전공의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온라인 의사 커뮤니티에는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명단이 포함된 ‘블랙리스트’ 게시물이 올 3월에 이어 다시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댓글로 출근한 전공의 현황을 제보받는 게시글이 올라온 것이다. 병원별로 근무 중인 전공의 수, 소속 진료과와 연차 등의 정보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복귀 전공의 대책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전공의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의대에선 교수들의 자율 휴진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고려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과로를 피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12일부터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를 대상으로 무기한 자율 휴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에 대해 “전공의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전공의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충북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6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다만 휴진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가 닷새 만에 중단했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자율휴진을 진행 중이지만 참여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4일부터 휴진에 돌입하는데 역시 제한적으로만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투표에선 휴진 찬성률이 높더라도 예약 환자들을 생각해 실제로는 휴진하지 않는 의대 교수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료계는 올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상당수가 복귀해야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이 때문에 사직서 수리 허용, 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중단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공의 대다수는 사태를 관망하며 버티는 모습이다.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련병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레지던트 1, 4년차가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고 결원을 채워 올 9월 1일 수련을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레지던트 1년차의 경우 올 초 인턴을 마치고 올 3월부터 시작하는 레지전트 수련계약을 정식으로 맺지 않았기 때문에 3월 1일자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4년 수련을 일괄 계약한 레지던트 4년 차도 “고용계약 기간이 3년을 초과하는 경우 3년이 지나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사직서 수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그럼에도 수련병원 상당수는 여전히 사직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처리를 조속히 마쳐야 9월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 모집 공고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미복귀 전공의 대책을 추가로 발표하며 “복귀든 사직이든 결정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전공의 대부분은 아쉬울 게 없는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상 계속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토론회에서 “대화의 선결 조건은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의)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개선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정해졌고 2026학년도 이후에 한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필수과 전공의는 “한 번 정원이 늘면 이후엔 현실적으로 정원 조절이 어렵다는 게 전공의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했다.한편 온라인 의사 커뮤니티에는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명단이 포함된 ‘블랙리스트’ 게시물이 올 3월에 이어 다시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댓글로 출근한 전공의 현황을 제보받는 게시글이 올라온 것이다. 병원별로 근무 중인 전공의 수, 소속 진료과와 연차 등의 정보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복귀 전공의 대책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전공의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의대에선 교수들의 자율 휴진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고려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과로를 피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12일부터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를 대상으로 무기한 자율 휴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에 대해 “전공의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전공의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충북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6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다만 휴진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가 닷새만에 중단했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자율휴진을 진행 중이지만 참여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4일부터 휴진에 돌입하는데 이 역시 제한적만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투표에선 휴진 찬성률이 높더라도 예약 환자들을 생각해 실제로는 휴진하지 않는 의대 교수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수련병원에 “복귀 의사가 없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6월 말까지 사직 처리를 해 달라”고 했지만 제시 시한까지 사직을 택한 전공의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음 주 미복귀 전공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전공의 대다수가 여전히 복귀도 사직도 거부한 채 버티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수련병원 221곳의 레지던트 누적 사직자는 40명으로 0.4%가량에 불과했다. 이달 4일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수련병원에도 사직서 수리를 독려했지만 반응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는 1065명으로 복귀율 역시 7%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사직 전공의만큼 결원을 충원해 9월부터 현장에 투입하려던 정부의 구상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복지부는 다음 주에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보류, 수련규정 개선 등의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지만 이를 통해 전공의를 움직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정부도 의사도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공의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전공의·의대생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지만 참석자는 20∼30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대 교수들은 다음 달 26일 전국 대학병원에서 하루 휴진하고 ‘올바른 의료발전을 위한 의료정책 대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29일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수련병원에 “복귀 의사가 없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6월 말까지 사직 처리를 해 달라”고 했지만 제시 시한까지 사직을 택한 전공의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음 주 미복귀 전공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전공의 대다수가 여전히 복귀도 사직도 거부한 채 버티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수련병원 221곳의 레지던트 누적 사직자는 40명으로 0.4% 가량에 불과했다. 이달 4일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수련병원에도 사직서 수리를 독려했지만 반응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수련병원 근무 중인 전공의는 1065명으로 복귀율 역시 7%대에 머물고 있다.이에 따라 사직 전공의 만큼 결원을 충원해 9월부터 현장에 투입하려던 정부의 구상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복지부는 다음 주에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보류, 수련규정 개선 등의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지만 이를 통해 꿈쩍하지 않는 전공의를 움직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정부도 의사도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공의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이날 전공의·의대생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지만 참석자는 20, 30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대 교수들은 다음 달 26일 전국 대학병원에서 하루 휴진하고 ‘올바른 의료발전을 위한 의료정책 대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29일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지금까지 교수들의 휴진 동참율이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연세대 의대 산하인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2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자율 동참’ 방식이다 보니 참여율은 높지 않았지만 진료가 지연된 일부 환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로비 대형 전광판에는 ‘정상 진료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었지만 환자들은 곳곳에서 휴진으로 불편을 겪었다. 이 병원 뇌신경센터에선 오전 9시경 간호사가 환자 조모 씨(80)에게 “교수님 휴진 때문에 오늘 진료를 못 받는다. 다음 달 15일에 다시 오시라”고 안내했다. 파킨슨병을 앓는 조 씨는 뇌경색 증상으로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고 이날 결과를 확인하러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남편에게 진료 연기 통보가 갔다는데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결과를 확인하고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소아소화기영양과, 소아정신과도 진료실 앞 상황판에 ‘휴진’이란 문구가 떠 있었다. 전립샘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이모 씨(81)는 “다행히 예약된 진료를 받긴 했지만 의사들이 생명을 담보로 삼고 휴진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휴진에 참여한 교수들은 많지 않았다. 병원 측은 “대부분의 진료실이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고 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수 중 10∼15%가 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개별적 휴진이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참여율을 계산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5대 대형 병원 중 휴진 방침을 굽히지 않는 곳은 세브란스병원과 다음 달 4일부터 휴진을 선언한 서울아산병원 정도다.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전면 휴진 결정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집단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브리핑에서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다시 집단 휴진이 강행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YWCA연합회는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응답자의 27.4%가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의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까 불안하다는 응답도 88.4%에 달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연세대 의대 산하인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2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자율 동참’ 방식이다 보니 참여율은 높지 않았지만 진료가 지연된 일부 환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2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로비 대형 전광판에는 ‘정상 진료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었지만 환자들은 곳곳에서 휴진으로 불편을 겪었다.이 병원 뇌신경센터에선 오전 9시경 간호사가 환자 조모 씨(80)에게 “교수님 휴진 때문에 오늘 진료를 못 받는다. 다음 달 15일에 다시 오시라”고 안내했다. 파킨슨병을 앓는 조 씨는 뇌경색 증상으로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고 이날 결과를 확인하러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남편에게 진료 연기 통보가 갔다는데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결과를 확인하고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소아소화기영양과, 소아정신과도 진료실 앞 상황판에 ‘휴진’이란 문구가 떠 있었다. 전립샘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이모 씨(81)는 “다행히 예약된 진료를 받긴 했지만 의사들이 생명을 담보로 삼고 휴진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다만 휴진에 참여한 교수들은 많지 않았다. 병원 측은 “대부분의 진료실이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고 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수 중 10~15%가 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개별적 휴진이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참여율을 계산하진 않는다”고 밝혔다.이 병원 소아혈액종양내과 소속 한정우 교수는 낮 12시부터 병원 본관에서 사직 전공의 한 명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교수는 “하루 휴가를 쓰고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중증 환자 진료 일정은 26, 28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5대 대형 병원 중 휴진 방침을 굽히지 않는 곳은 세브란스병원과 다음 달 4일부터 휴진을 선언한 서울아산병원 정도다.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전면 휴진 결정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집단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브리핑에서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다시 집단휴진이 강행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한편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YWCA연합회는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응답자의 27.4%가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의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까 불안하다는 응답도 88.4%에 달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