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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말의 휴전 기대가 피어났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이 결국 ‘노 딜(No Deal·결렬)’로 끝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 개시가 코앞에 닥친 모양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6일 라파 지역 민간인들에게 대피를 공식 명령했으며, 이스라엘 국방부는 미국 측에 “라파 작전은 불가피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벽에 부딪히자 곧장 지상작전 태세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탄약 수송을 보류하며 라파전 제지에 나섰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이스라엘은 홀로 설 수 있다”며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라파 민간인 10만 명 우선 대피령” IDF는 6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정부 승인에 따라 라파 동부에 있는 알마와시 일대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했다”며 “주민들의 해당 지역 대피를 단계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IDF는 이어 “이번 이동 요구는 소규모 제한적인 영역만 해당되며, 약 10만 명의 주민이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라파전 지상전 돌입을 앞두고 본격적인 주민 이동에 들어간 것으로, 실제 이날 주민 수천 명이 대피를 시작했다. 요하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하마스가 협상 제안을 거부하고 로켓포 등으로 공격해 우리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는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작전이 개시된다는 최후통첩”이라고 설명했다. IDF는 지상작전 돌입에 앞서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한 지역에 야전병원과 텐트, 식량, 물, 의약품 등을 대량으로 구비해 놨다. 미국이 요구한 ‘민간인 안전’을 위한 것들을 갖췄다고 보여주려는 취지다. 그럼에도 민간인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현재 라파 주변으로는 피란민이 140만 명 이상 몰려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휴전 협상의 결렬을 지상전 개시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4, 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됐던 협상은 최대 관건인 종전 여부를 놓고 서로 대치하며 중단됐다. 하마스는 파견 대표단을 카타르 도하로 이미 철수시킨 상태다. 미국은 서둘러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카타르로 보냈지만 추가 협상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이스라엘이 5일 중동·아랍권 최대 뉴스네트워크인 알자지라방송의 자국 사무소 퇴출을 결정한 것도 협상엔 악재였다.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의 지원을 받는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참상을 보도해 이스라엘 정부가 줄곧 눈엣가시로 여겼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결정에 “민주주의 탄압이자 범죄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5일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 카렘 아부 살렘 국경 출입로를 겨냥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 美, 이스라엘에 탄약 수송 보류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5일 “미 당국이 지난주 이스라엘로 보낼 예정이던 미국산 탄약 수송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한 건 처음이다. 구체적인 중단 사유나 무기 규모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번 무기 이송 보류는 라파전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지상전 강행을 만류하는데도 이스라엘이 개시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CNN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해당 선적 보류는 이스라엘의 라파 작전과 관련 없으며, 다른 선적 진행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5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 추모일 연설에서 “과거 세계 지도자들은 홀로코스트를 멍하니 방관했다. 그건 누구도 우릴 지켜줄 수 없다는 뜻”이라며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서야 한다. 우리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일은 1월 27일이나, 이스라엘은 히브리력에 따라 해마다 이맘때 ‘욤 하쇼아’라는 자체 추모의 날을 가진다. 통상 이날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게 관례였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몇 년간 강력한 정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최근 일말의 휴전 기대가 피어났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이 결국 ‘노 딜(No Deal·결렬)’로 끝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 개시가 코앞에 닥친 모양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6일 라파 지역 민간인들에게 대피를 공식 명령했으며, 이스라엘 국방부는 미국 측에 “라파 작전은 불가피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벽에 부딪히자 곧장 지상작전 태세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탄약 수송을 보류하며 라파전 제지에 나섰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이스라엘은 홀로 설 수 있다”며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라파 민간인 10만 명 우선 대피령”IDF는 6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정부 승인에 따라 라파 동부에 있는 알마와시 일대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했다”며 “주민들의 해당 지역 대피를 단계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IDF는 이어 “이번 이동 요구는 소규모 제한적인 영역만 해당되며, 약 10만 명의 주민이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라파전 지상전 돌입을 앞두고 본격적인 주민 이동에 들어간 것으로, 실제 이날 주민 수 천명이 대피를 시작했다.요하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하마스가 협상 제안을 거부하고 로켓포 등으로 공격해 우리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는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작전이 개시된다는 최후 통첩”이라고 설명했다.IDF는 지상작전 돌입에 앞서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한 지역에 야전병원과 텐트, 식량, 물, 의약품 등을 대량으로 구비해놨다. 미국이 요구한 ‘민간인 안전’을 위한 것들을 갖췄다고 보여주려는 취지다. 그럼에도 민간인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현재 라파 주변으로는 피란민이 140만 명 이상 몰려있다.이스라엘은 이번 휴전 협상의 결렬을 지상전 개시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4, 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됐던 협상은 최대 관건인 종전 여부를 놓고 서로 대치하며 중단됐다. 하마스는 파견 대표단을 카타르 도하로 이미 철수시킨 상태다. 미국은 서둘러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카타르로 보냈지만 추가 협상 전망은 불투명해졌다.이스라엘이 5일 중동·아랍권 최대 뉴스네트워크인 알자지라방송의 자국 사무소 퇴출을 결정한 것도 협상엔 악재였다.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의 지원을 받는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참상을 보도해 이스라엘 정부가 줄곧 눈엣가시로 여겼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결정에 “민주주의 탄압이자 범죄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5일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 카렘 아부 살렘 국경 출입로를 겨냥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美, 이스라엘에 탄약 수송 보류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5일 “미 당국이 지난주 이스라엘로 보낼 예정이던 미국산 탄약 수송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한 건 처음이다. 구체적인 중단 사유나 무기 규모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액시오스에 따르면 이번 무기 이송 보류는 라파전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지상전 강행을 만류하는데도 이스라엘이 개시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CNN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해당 선적 보류는 이스라엘의 라파 작전과 관련 없으며, 다른 선적 진행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네타냐후 총리는 5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 추모일 연설에서 “과거 세계 지도자들은 홀로코스트를 멍하니 방관했다. 그건 누구도 우릴 지켜줄 수 없다는 뜻”이라며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서야 한다. 우리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일은 1월 27일이나, 이스라엘은 히브리력에 따라 해마다 이맘때 ‘욤 하쇼아’라는 자체 추모의 날을 가진다. 통상 이날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게 관례였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몇 년간 강력한 정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진행 중인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서 ‘종전’ 포함 여부가 주요 관건으로 떠올랐다. 중동 전쟁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로 재선 가도에 장애물을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측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하려는 이스라엘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하마스 지도부에는 카타르 내 하마스 사무소 퇴출 등을 압박하며 양측 모두에 빠른 타결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4, 5일 양일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안을 논의했다. 특히 5일 협상에서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종전 포함 여부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라엘 측은 억류 중인 인질 33명을 돌려받는 대신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을 석방하고 40일 동안 우선 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포함하지 않는 협상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인질 석방과 무관하게 협상안에 반드시 종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휴전 협상과 별개로 라파 일대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궤멸해야 한다며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5일 “인질 교환을 위해 전투를 일시 중지할 용의는 있지만 (하마스 궤멸 같은) 전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 종식이나 가자에서의 군대 철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최근 주요 대학가의 반전 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카이로에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파견해 양측 모두를 압박했다. 우선 하마스 측에 카타르 수도 도하의 하마스 사무소를 폐쇄하도록 압력을 넣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마스는 카타르의 지원하에 2012년부터 가자지구가 아닌 도하에서 지도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동 순방을 마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3일 “민간인 대피 계획이 없다면 라파 일대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대규모 군사 작전을 지원할 수 없다. 그 피해는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강행하면 최소 1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머무는 라파 일대에서 천문학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7일 중동 전쟁 발발 7개월을 앞두고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측은 4일 “가자지구 북부에 전면적인 기근이 본격화했고 남쪽으로도 번지고 있다”며 “현 상황은 공포다. 지켜보기 매우 힘들다”고 우려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만류하고 휴전 협상을 촉구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협상과 별개로 여전히 라파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마이웨이’를 고집하며 상호 견해차만 확인했다. 일부 진전을 보였던 휴전 협상도 하마스 측이 “안전 보장 없는 휴전은 위험한 덫”이라며 부정적 뜻을 밝히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약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민간인 보호 대책이 없는 라파 지상작전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급 속도를 높일 것을 요청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회담 직후 “라파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하마스를 향해서도 휴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총리 회담에 앞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휴전이 성사되지 않는 건 모두 하마스 탓”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회담에서 “인질 협상과 라파 공격은 별개 문제”라며 “인질 협상도 중요하지만 하마스 소탕이란 목표는 변함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휴전 협상에 나서더라도 종전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도 여전히 유지했다.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이번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하마스 역시 실제로는 해당 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이 드러났다. 하마스 공보실은 1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휴전 협상에 응할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도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의 측근을 인용해 “종전을 보장하지 않는 인질 교환과 휴전 협상은 우리를 노리는 덫”이라고 보는 내부 인식을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푸시킨의 고서(古書)들이 사라지고 있다.”(폴란드 바르샤바대 도서관) 유럽의 여러 도서관에서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시집 초판을 비롯해 러시아 작가들의 고서들이 2022년 초부터 지금까지 최소 170권이 없어지는 미스터리한 도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발생 시점이 그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여서 러시아 측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일고 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유럽경찰기구 유로폴을 인용해 “최소 6개국에 산재한 도서관들에서 러시아 작가 책이 170권 이상 없어졌다”고 보도했다. 도난당한 책들은 대부분 희귀본 고서로, 금전적으로 따져도 최소 250만 유로(약 37억 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SZ에 따르면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대 도서관에선 79권이 종적을 감췄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도서관에서도 푸시킨과 니콜라이 고골(1809∼1852) 등의 책이 도난당했다. 프랑스나 스위스, 독일 등 서유럽권 도서관 역시 러시아 작가의 책들이 사라졌다. 절도 사건을 추적해 온 유로폴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책들을 훔치려던 절도 용의자 4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푸시킨의 대형 초상화를 내거는 등 자국 문화 선전용으로 이용하는 점을 근거로 러시아 정부 혹은 관련 기관이 배후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바르샤바대의 역사학자인 히에로님 그랄라는 “고서 분실은 조직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러시아 중앙이 관여한 게 확실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돈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도난 고서 중 일부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경매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권은 3만5000유로에 낙찰됐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대학언어문명도서관의 아글레 아체초바 러시아서고 책임자는 “러시아 고서들은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아 구하기 쉽지 않다”며 “범죄조직의 절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고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을 이끌어 내는 ‘메가딜’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사우디와의 수교를 돕겠다”며 하마스와의 휴전을 압박하고, 동시에 사우디에는 “안보 우산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며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압박하는 식이다. 그간 사우디는 ‘선(先)방위조약 체결, 후(後)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요구해 왔다.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 확전을 피해야 할 바이든 대통령, 역내 최대 경쟁자 이란을 견제하려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총리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 같은 구상을 두고 이해관계가 일치해 악화일로를 걸어온 중동 사태에 해결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 인사의 상당수는 하마스와의 휴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 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또한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반대해 최종 성사까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스라엘 측은 특히 휴전 제안에 관한 하마스의 응답 시한을 1일 밤으로 못 박았다. 이 시간까지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자지구 남부 라파로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美, 이-사우디 수교 카드로 휴전 압박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 30일 양일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안보) 합의 측면에서 함께 진행해 온 작업이 완료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상호방위조약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도 “대부분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동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했다.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때부터 공을 들인 의제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전까지 미국의 중재로 해당 논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전쟁 발발로 멈춰섰다. 특히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며 아랍권 전체에서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확산되자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국 내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미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바이든 행정부가 급해졌다. 전쟁 전 진행된 관계 정상화 논의 속도를 앞당기고, 이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중동 내 안보동맹 구도를 튼튼히 하면서 고질적 분쟁도 종식시켜 ‘평화의 중재자’라는 이미지와 실리를 다 잡으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 중인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수교 중재를 두고 “힘겨운 재선 싸움을 벌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긴박함이 묻어난다”고 진단했다.무함마드 왕세자 또한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의 배후 의혹과 장기 집권에 따른 국내외 비판에다 최근 사막에 5000억 달러(약 690조 원) 규모의 신도시를 짓겠다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마저 축소설이 흘러나오며 곤욕을 겪고 있다.그간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맺은 수준의 방위협정 체결, 민간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요구했다. 사우디는 패권 경쟁을 벌이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각종 미사일과 무인기, 중동 내 시아파 무장단체 등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며 미국의 안보 우산을 촉구해 왔다.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실각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아랍 맹주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를 달성한 최초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란과 전면전 직전까지 치닫는 공방을 벌였던 이스라엘은 사우디와의 수교를 통해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이 극우 연정의 ‘휴전 반대’ 등 변수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상당수 인사는 하마스와의 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연정 내 최고 극우 인사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지난달 28일 “무책임한 거래는 곧 연정 해산”이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압박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또한 “휴전은 굴욕적인 패배”라며 “하마스를 소탕하지 못하면 연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가세했다.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압박 속에 30일 인질 가족들과 만나 휴전 협상의 타결 여부와 무관하게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라파에서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에도 휴전 합의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그간 ‘최소 40명’으로 제시했던 석방 요구 인질 수를 33명으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가 받은 제안은 상당히 관대한 것”이라며 거듭 휴전을 촉구했다.AFP통신은 이스라엘 고위급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측이 하마스에 제안한 휴전안을 오는 1일 밤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관리는 “1일 밤까지 답변을 기다리겠다. 하마스가 응답할 경우 휴전 회담을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특사를 파견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29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미·사우디 방위조약이 완료에 근접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약이 체결되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추진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동전쟁 휴전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중동 순방 일정을 시작한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와 미국이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합의를 위해 함께 진행해 온 작업이 잠재적으로 완료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중동 방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7번째다.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공을 들인 핵심 외교정책 중 하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전부터 미국의 중재로 해당 논의가 진전돼 왔으나, 전쟁 이후 중동 지역에서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확산되며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특히 양국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보여왔다.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인질 석방 및 휴전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에도 확전을 자제하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돕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상호방위 조약 체결 및 민간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미국에 요구했다.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에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며 거듭 지상전을 만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1시간가량 통화했다”며 “두 정상은 임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라파 공격 계획에 대한 본인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간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라파 지상전을 만류해왔다.한편 미 대학가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전 여론이 강한 지지층 이탈이 부담스러운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와의 임시 휴전 합의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려면 라파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8일 라파를 관할하는 남부사령부의 ‘전쟁지속 계획’을 승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라파 침공을 강행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며 “휴전 협상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28일 통화를 해 거듭 지상작전을 만류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29, 3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사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벌써 7번째 중동행이다. 백악관은 28일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약 한 시간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두 정상이 임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라파 공격 계획에 대한 본인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라파에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하면 피란민 100만 명 이상이 머물고 있어 인명 피해가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해 왔다.미 대학가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전 여론이 강한 지지층의 이탈이 부담스러운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라파 지상전을 만류하고 하마스와의 임시 휴전 합의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려면 라파에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8일 라파를 관할하는 남부사령부의 ‘전쟁지속 계획’을 승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라파 침공을 강행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휴전 협상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블링컨 장관은 이번 중동 방문에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인질 석방 및 휴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NYT는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 방문 후 이스라엘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중동 전쟁 발발로 중단됐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외교관계 수립이 논의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확전 자제를 요청하고, 그 대가로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도와줄 뜻이 있다는 점을 밝힐 것이라는 의미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라파 지상전은 ‘이제 곧(very soon)’ 시작된다.”(이스라엘 일간지 이스라엘하욤) 이란과 본토 공격을 한 차례 주고받은 뒤 미국의 만류에 확전보다 ‘하마스 소탕’으로 다시 눈을 돌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지상전에 대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팎의 거센 반전(反戰) 여론에도 라파 진격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거는 모양새다. 반면 전면전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인질 영상을 갑작스레 공개하는 등 이스라엘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고 있다.● 지상전 돌입 태세 vs 인질 영상 공개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4일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이스라엘군 2개 여단이 가자지구에서 새 군사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피란민 약 150만 명이 모여 있는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현재 라파 공격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정부 승인만 받으면 곧장 작전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AP통신이 민간 위성업체에서 입수한 위성사진도 지상전 준비 정황을 보여준다. 사진에서 이스라엘은 라파 인근인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 대규모 텐트촌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민간인 대피 계획 없는 지상전 반대’ 입장을 견지하자 집단 피란처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공격 전 민간인을 대피시킬 준비가 됐다”며 “각각 10∼12명을 수용할 텐트 4만 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줄기차게 라파 지상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마스 지도부 다수는 물론이고 하마스의 핵심 4개 여단이 이곳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은 이스라엘 인질들도 라파에 억류돼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하마스는 이날 자신들이 억류한 인질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심리전을 폈다. 지난해 10월 7일 노바 음악축제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계 이스라엘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은 3분 분량의 영상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나서 주길 호소했다. 그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가족과 식사하며 유월절(유대인 명절)을 즐길 때 인질들은 지옥에 빠져 있었다”며 “200일 동안 인질을 구출하지 못한 네타냐후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이 시점에 해당 영상을 공개한 건 라파 지상전이 인질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인질은 하마스가 미리 준비한 대본을 읽은 듯한 성명을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여론전 하마스는 이날 휴전을 한다면 ‘무장 해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제사회에 반전 여론 확산을 노리고 있다. 하마스 고위급 인사인 칼릴 알 하이야는 25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5년 이상 휴전할 의사가 있다”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세우게 되면 무장도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방안인 ‘두 국가 해법’을 일컫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AP통신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 제안은 상당한 양보로 보이나, 이스라엘은 이런 시나리오를 고려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파 지상전을 서두르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내 반전 여론 확산을 경계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미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대해 “반(反)유대적 흥분으로, 1930년대 (나치 집권기) 독일 대학을 연상시킨다”며 “부도덕한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가까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미 대학가 시위를 “폭동”이라 부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며칠 안에 하마스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겠다”고 21일 밝혔다. 피란민이 밀집돼 있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날 것을 우려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한 만류에도 가자지구 남부의 거점도시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정권이 미국의 강한 반대에 ‘숙적’ 이란과의 확전을 자제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만만한 상대로 여겨지는 하마스와의 전쟁에 사활을 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쟁 장기화와 인질 구출 지연으로 벼랑 끝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지지 기반인 극우 세력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하마스 공세라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추가로 희생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애꿎은 가자지구 주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진단한 이유다.● 네타냐후 “라파 지상전 강행” 시사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고대 유대민족의 애굽(옛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월절’맞이 대국민 연설에서 “하마스가 우리의 모든 인질 석방 제안을 거절했다”며 “며칠 안에 하마스를 고통스럽게 타격하겠다. 인질 구출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우리 민족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과거 이집트 통치자 파라오가 유대 노예들을 가두고 풀어주지 않았던 상황을 현재 하마스의 인질 억류에 빗댄 것이다. 라파 지상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같은 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남부사령부의 새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최소 4개 하마스 여단과 수뇌부가 라파 일대에 있는 만큼 반드시 이 지역에서 소탕 작전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에겐 라파 지상전이 이란과의 전면전을 강하게 반대하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국내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아랍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이란 공격을 실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이 라파 군사작전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18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19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애초 계획보다 축소된 수준이라고 22일 전했다. 당초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등을 타격하려 했으나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만류로 무인기(드론) 공습 등에 그쳤다는 것이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 또한 상승세다. 20일 현지 매체 채널13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장 총선을 실시한다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예상 의석이 전체 120석 중 51석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조사(41석) 때보다 10석 늘었다.● 폭격으로 숨진 엄마 배에서 태어난 아기 라파 주민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 개시에 앞서 연일 공습을 강화하고 있는 탓이다. 20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임신 30주차였던 라파 주민 사브린 알 사카니 씨가 숨졌다. 응급대원들은 그의 시신을 속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했다. 엄마 배 속의 여자 아기는 1.4kg으로 작게 태어나 현재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다. 아기 이름은 숨진 엄마의 이름을 따서 사브린 알 루로 지었다. 이날 공습으로 사카니 씨의 남편, 두 사람의 네 살 첫째 딸을 포함해 총 19명이 숨졌다. 현지 의사 모하마드 살라메 씨는 “최대 비극은 이 아기가 생명을 건지긴 했지만 부모를 모두 잃었다는 사실”이라고 AP통신에 개탄했다. 하마스 측 가자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6개월간 가자에서만 3만4000여 명이 숨졌다. 이 중 3분의 2는 여성과 어린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최근 본토 공격을 주고받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적인 무력 대응엔 나서지 않으면서도 한껏 날을 세우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란은 “‘최고 수준(at maximum level)의 대응”을 경고했고, 이스라엘은 주변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세력들을 공격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20일(현지 시간)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19일 공격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가깝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이 새 공격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응하지 않겠지만, 추가 행동이 있으면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충돌은 멈췄지만 레바논과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주요국에선 포성이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9일 이라크 중부의 칼수 군사기지에서는 수차례의 폭발이 발생해 최소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곳에는 과거 시아파 민병대였으나 최근 이라크 정규군으로 통합된 무장세력 ‘하시드알사비(PMF)’가 주둔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폭발이 이스라엘-이란 충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시리아 국방부 또한 “이스라엘이 이란을 무인기로 공격한 19일 당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남부 군사기지의 대공 방어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지대에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의 교전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양측의 교전으로 사상자가 매일 늘어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보다 헤즈볼라와의 교전에 치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헤즈볼라는 웬만한 국가 정규군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헤즈볼라가 이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며 양측 교전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란이 겉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스라엘의 19일 공격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상태라는 보도도 나왔다. 방공망이 손상돼 본토의 공군기지 레이더 시설 등이 피해를 입은 만큼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일부 무인기가 이란 영토 안에서 발사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일 “이스라엘이 이란 ‘턱밑’에서도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라고 분석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란과 이스라엘의 교전에 따른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하루 전 자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장난감 같다’고 평가절하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후속 공격이 있을 시 ‘최대 수준(at maximum level)의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주요국에서도 포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이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중동 내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을 내세워 이스라엘과 추가 교전을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압돌라히안 장관은 이날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19일 공격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가깝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이 새 공격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응하지 않겠지만 추가 행동이 있으면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중동 각국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9일 이라크 중부의 칼소 군사기지에서 이날 수 차례의 폭발이 발생해 최소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곳에는 과거 시아파 민병대였으나 최근 이라크 정규군으로 통합된 무장세력 ‘하시드알사비(PMF)’가 주둔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폭발이 이스라엘-이란 충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시리아 국방부 또한 이스라엘이 이란을 무인기로 공격한 19일 당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남부 군사기지의 대공 방어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 또한 감행했다고 밝혔다.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지대에서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최근 양측의 교전으로 사상자가 매일 불어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보다 헤즈볼라와의 교전에 치중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헤즈볼라는 웬만한 국가의 정규군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9일 블룸버그통신은 “헤즈볼라가 이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며 양측 교전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이란이 겉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상태라는 보도도 나온다. 방공망이 손상돼 본토의 공군기지 레이더 시설 등이 피해를 입은 만큼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일부 무인기가 이란 영토 안에서 발사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일 “이스라엘이 이란 ‘턱 밑’에서도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라고 진단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의 공습에 대한 반격 수위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와중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수일 내로 이란에 추가 경제 제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영토 공습 등 군사적 돌발행동을 벌이기 전에 국제사회의 외교·경제적 대응으로 이스라엘을 진정시켜 확전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이란은 보복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해 중동의 전운(戰雲)은 여전히 짙게 깔려 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단체인 하마스, 헤즈볼라와 전투를 이어가며 피란민이 모여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습도 재개했다.● 미·EU 이란 제재… 이스라엘 달래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성명에서 “미국은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제조 프로그램 등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겠다”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이란 국방부를 지원하는 기관에 대한 제재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이란의 군사적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의 공급을 막아 타격을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성명에서 “이란의 악의적 행동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들도 곧 자체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EU는 같은 날 27개 회원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 제재 방식을 논의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일부 회원국들은 이란 제재의 확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특히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세력으로 흘러들어가는 무기와 자금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미국과 EU가 이처럼 신속하게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건 이란 압박용이라기보단 ‘이스라엘 달래기’가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 영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에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 보복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란의 핵심 자금줄로 꼽히는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는 제재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국제유가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설전 이어가는 이스라엘과 이란 국제사회가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험한 말’을 쏟아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북부 줄리스 군기지에서 이란이 발사했던 탄도미사일 잔해를 공개했다.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이란은 이스라엘 전역에 불의 고리(ring of fire)를 던졌다”며 “우리는 우리가 택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구체적 대응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이란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시내각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우리의 대응을 계속해서 추측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란도 강경한 자세를 이어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15일 카타르 국왕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이익에 반하는 아주 사소한 조치라도 할 경우 고통스러운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리 바게리 카니 외교차관도 “다음 공격은 12일이란 간격이 없다”고 했다. 13일 이란의 공습은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2일 만에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16일 헤즈볼라 정예부대인 특수부대 라드완군을 공습했다. 군 측은 “로켓과 미사일을 관장하는 이스마일 유세프 바즈와 무함마드 샤후리 사령관 등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 지역으로 재진격했으며, 남부 라파 공습도 재개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확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고통스러운 보복(painful response)을 하겠다.” 13일 밤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15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공습에 반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국이 강력하게 자제를 촉구한 데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구체적 수위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과 서구 매체에선 크게 3가지 ‘대응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장단점이 명확하다. 첫 번째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이란 영토 내 군사시설 타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의 군·정부시설을 목표로 했던 그대로 갚아 주는 방식이다. 전시내각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강경파들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로이터통신은 “시기가 문제이긴 하나, 보복 효과가 가장 높고 신속 대응이 용이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시설 타격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을 탐지할 기회까지 얻는 이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반격에 동의하지도 참여하지도 않겠다고 한 미국이 가장 꺼리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확전에 반대하는 여타 동맹국들의 외교적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 등이 반대하지 않는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는 ‘이란 영토 바깥의 군시설이나 친이란 무장단체 공격’이다. 이란의 공습도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이뤄졌다. 미 NBC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대응 방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로선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레바논이나 시리아 등에 있는 이란의 정유시설 및 송유관, 무인기(드론) 제조 공장 등을 타격하는 방식도 함께 거론된다.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보단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이 역시 또 다른 이란의 무력 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정유시설 등의 타격은 민간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미 CNN방송은 “적절한 대응과 국제사회 압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마지막 선택지는 ‘비군사적 대응’이다. 사이버 공격을 통해 이란 정보망에 타격을 입히거나 국제사회와 공조해 경제제재를 가하는 식이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없어 미국과 국제사회도 가장 선호할 방안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도 “이란 제재를 추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반(反)이란 연합을 구축할 드문 기회를 얻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군에 이란 시설에 대한 리스트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립정부 정권 유지를 위해 강경파의 협조가 절실한 네타냐후 총리로선 세 번째 방식은 자국 내에서 미온적인 대처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인 알론 핀카스는 CNN에 “네타냐후에게 중요한 건 정치와 자신의 생존, 연립 유지 그리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그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스라엘은 외교전부터 적극적으로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32개국에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 제재 및 이란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스라엘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든 주변 아랍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상태”라고 보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확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고통스러운 보복(Painful response)을 하겠다.”13일 밤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15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공습에 반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국이 강력하게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데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구체적 보복 수위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언론과 서구매체들은 크게 3가지의 ‘대응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장단점이 명확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일단 첫 번째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이란 영토 내 군사시설 타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의 군·정부시설을 목표로 했던 그대로 갚아주는 방식이다. 전시내각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로이터통신은 “시기가 문제일 뿐, 현재로선 강경 보복의 효과가 높은 선택지”라고 전망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시설 타격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을 탐지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반격을 동의하지도 참여하지도 않겠다고 한 미국이 가장 꺼려하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확전에 반대하는 여타 동맹국들의 외교적 신뢰로 잃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스라엘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 등이 반대하지 않는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유력한 선택은 이란 영토 바깥의 군사 시설이나 친(親) 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공격이다. 이란의 공습도 1일 이스라엘이 시라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으에서 이뤄졌다. 미 NBC 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대응 방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로선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레바논이나 시리아, 이라크 등에 있는 이란의 석유시설을 타격하는 방식도 함께 거론된다.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보단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이는 또 다른 이란의 무력 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다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로 탄도미사일 등을 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석유시설 등을 타격하는 건 민간인 피해가 생길 수 있어 동맹국들도 동의하기 어렵다. 미 CNN 방송은 “적절한 대응과 국제사회 압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마지막 선택지는 비군사적 대응이다. 사이버 공격을 통해 이란 정보망에 타격을 입히거나 국제사회와 공조해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없어 미국과 국제사회도 가장 선호할 방식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반(反)이란 연합을 구축할 드문 기회를 얻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시설에 대한 표적 리스트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립정부 정권 유지를 위해 극우 강경파의 협조가 절실한 네탸냐후 총리로선 세 번째 방식은 자국에서 “미온적인 대처”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인 알론 핀카스는 CNN에 “네타냐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정치와 자신의 생존, 연합 유지 그리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그의 열망”이라고 말했다.일단 이스라엘은 외교전은 적극 펴나가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서 “32개국에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재하고, 이란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스라엘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든 주변 아랍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현지 시간) 이란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최대 우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번지는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어 대응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의 보복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이란 군 기지 등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민간인 대상이 아닌 군사시설 위주로 공습해 상징적 효과만 노리는 일종의 타협책을 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양측의 적대 행위가 최소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즉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와 “숨 고르기”를 주문하는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할 때”라며 보복 자제를 강하게 촉구했다.美 만류에도… 이스라엘 강경파 “‘뱀 대가리’에 느슨한 대응 안돼” [이란-이스라엘 충돌]전시 내각 ‘반드시 대응’ 공감대… WSJ, 구체적 보복 시점까지 거론재보복땐 전면전 확대 가능성… 전문가 “군사시설 위주 공격” 점쳐美의식 헤즈볼라 공격으로 틀수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질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이스라엘에 쏠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보복 공격의 시기와 강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란의 공습이 끝난 14일(현지 시간) 오후 열린 전시내각 회의에서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서구 언론은 ‘이르면 15일’이라는 구체적인 보복 시점까지 거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석방 협상 교착 등으로 인해 거센 사임 압박에 직면해 있다. 그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강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려 할 수 있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전쟁 확전이라는 악재를 피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는 게 변수다.● “치명적 공격 필요” vs “즉각 보복에 반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대다수는 이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극우 성향이 강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14일 “(이란에 대한)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억지력을 구축하려면 때로 미쳐 날뛸 필요도 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극우 인사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대응을 주저하면 실존적인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수차례 네타냐후 정권의 극우 행보에 우려를 표했던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도 미 CNN 방송에 “이란은 자유세계의 모든 가치를 말살하려는 악의 제국”이라며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정 내 온건파로 꼽히는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장관 역시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뱀의 대가리(이란)’에 느슨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가세했다. 반(反)이스라엘 성향의 중동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는 이란을 ‘뱀의 대가리’로 칭한 것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의 실각 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야권 인사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즉각 보복에 반대했다. 타미르 헤이만 전 군사정보국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간은 우리 손에 있다”며 이란의 공격을 두고 쏟아진 전 세계 비판 여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이란 군사시설 타격 가능성 중동전쟁 확전의 열쇠를 쥔 이스라엘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정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란에 대한 대규모 재보복에 나선다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언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이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공격 때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보복 또한 민간인 피해가 없는 군사시설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 군사기지, 정부 건물 등을 공격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 대신 이란의 후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무장단체에 대한 공격으로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반대를 의식해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취지다.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하면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보복 시점과 규모를 고려할 수 있지만 결국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은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이란의 공격이 네타냐후에게 절호의 기회를 줬다”고 진단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현지 시간) 이란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번지는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어 대응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의 보복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이란 군 기지 등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민간인 대상이 아닌 군사시설 위주로 공습해 상징적 효과만 노리는 일종의 타협책을 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양측의 적대 행위가 최소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즉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와 “숨고르기”를 주문하는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할 때”라며 보복 자제를 강하게 촉구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란이 13일(현지 시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했다.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건 사상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예고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본격 확전되는 중대 기로에 섰다.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면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도 요동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30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도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며 “대다수 미사일은 우리 방공체계에 의해 국경 밖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드론 170여 대와 순항미사일 30여 기, 탄도미사일 120여 기가 이스라엘 본토로 날아왔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 직후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통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범죄에 대응해 이스라엘 정권 영토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은 양국이 적대 관계로 돌아선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누구든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바로 전투기를 동원해 이번 공습에 가담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군사시설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공습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14일 오전 자국민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면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51년 만의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집트·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맞붙은 4차 중동전쟁은 1차 석유 파동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가 극심한 장기 불황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심야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습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이란의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반격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할 경우 중동 전역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이란의 사상 첫 직접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이 보복 대응을 예고하면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는 ‘5차 중동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반격하면 “더 강한 대응으로 맞서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이스라엘이 섣불리 재보복을 했다가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경우 기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군사 강대국이다. ● 이 “전례 없는 대응” vs 이란 “더 큰 대응 할 것”이란군은 앞서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 소속의 화물선 ‘MSC 에리즈’를 나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 선박 나포를 군사 공격의 ‘신호탄’으로 보고 군 경계 태세를 발동했다. 전국에 대국민 행동지침 및 휴교령도 내렸다. ‘진실의 약속’ 작전이라고 명명해 무인기(드론), 탄도·순항 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한 이란의 공습은 이날 오후 11시경부터 약 5시간 동안 이어졌다. 공습이 끝난 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정부가 이번 공격에 맞서 전례 없는 대응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가 헤즈볼라의 군사 구조물 표적을 공격했다”며 보복 공격에 나섰음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반격과 향후 미국의 개입에 강하게 경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 국영TV에 “이스라엘의 보복 시 우리 대응은 오늘(13일) 밤의 군사 행동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며 “미국이 추후 공격에 가담한다면 미국 기지와 인력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공격은 계획하고 있지 않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바게리 참모총장도 “이번 작전은 종료됐으며 계속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 美, 이스라엘 지지 동시에 확전 방지 안간힘 미국은 13일 이란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자마자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엔 이례적으로 다시 회의를 열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양국은 수십년간 앙숙이면서도 서로 직접 공격을 하진 않았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이 통제에서 벗어난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미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14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란에 보복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 NYT는 두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이 안건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다만 제러미 보언 영국 BBC 방송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 극우들이 이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것으로 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62)의 세 아들과 네 손주가 10일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한꺼번에 숨졌다.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완강히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휴전에 유화적인 하니야의 가족까지 대거 숨지면서 양측의 휴전 협상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앞서 6일 이스라엘 공격 의사를 천명한 하마스의 후원자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 또한 잇따른다. 이스라엘군은 10일 “공군이 가자지구 중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하니야의 세 아들 아미르, 하젬, 무함마드가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들과 함께 있던 하니야의 손자 3명과 손녀 1명도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들이 같이 탔던 차가 공습으로 처참하게 일그러진 사진 또한 현지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니야의 세 아들은 모두 하마스 조직원이며 테러 활동을 수행 중이었다”고 공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카타르 도하에 머물고 있는 하니야는 세 아들의 사망을 확인한 후 “신(神)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말하며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들에게 순교의 영예를 주신 신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그는 “내 자식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휴전 협상의 요구 조건을 완화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망상”이라며 “내 아들의 피는 우리 국민의 피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기존에 내건 휴전 협상의 조건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매체 왈라는 고위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신베트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상의 없이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분석가인 술탄 바라캇은 알자지라에 “어느 정도 선에서 관여했건 휴전 협상을 좌초시키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이란이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등을 사용해 며칠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독일과 이란 수도 테헤란을 오가는 항공편을 잠시 중단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11일 러시아 외교부 또한 자국민에게 이스라엘, 레바논, 팔레스타인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이스라엘은 중동권 내 대사관 폐쇄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이스라엘에 철통같은 안보를 제공하고 보호할 것”이라며 “이란 공격에 대한 미사일 격추 등 지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