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67

추천

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여행58%
경제일반17%
문화 일반13%
역사3%
산업3%
사회일반3%
미술3%
  • 화장품 쇼윈도가 아트페어 갤러리로… 발달장애 작가들이 그린 멸종위기 자생 식물[전승훈의 아트로드]

    아트페어는 강남 코엑스(KOEX), 부산 벡스코(BEXCO)같은 전시장이나 호텔, 미술관 등에서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올해는 신라호텔에서 처음으로 호텔아트페어가 열려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코리아(Lush Korea)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의 매장 쇼윈도에서 아트페어를 열었다. 러시 아트페어는 매장을 갤러리 해석한 화장품 업계 최초의 아트페어란 점에서 특이하다. 그것도 일반 화가가 아닌 발달장애인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LUSH는 지난해에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그린 그림이 주제인 ‘동물, 자연, 사람’ 전시회를 했는데, 발달장애인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디테일한 표현이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았다. 올해 지난 8월 17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8개 매장에서 열린 ‘제2회 러쉬 아트페어’는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 전시에 참여한 발달장애 예술가는 모두 50명.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타이틀로 우리 땅에 사라지는 식물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시회다.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수목원에 방문해 관찰하고 느낀 감정을 작품에 온전히 담아냈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은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 뿐 아니라 세종수목원, 서울식물원, 부산 해운대수목원, 용인 한택식물원, 대전 한밭수목원, 태안 천리포수목원, 제주 서귀포 여미지식물원 등에서 멸종위기종 자생식물을 감상하고 개성있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민서 작가가 그린 ‘주걱댕강나무’는 밥주걱 같기도 하고, 종모양 같기도 한 꽃이 5월 초순부터 가지마다 가득 피어나 나무를 뒤덮는다. 국내에선 2003년에 경남 양산시 천성산의 사면 바위지대에서 발견됐다. 황성제 작가가 그린 땅나리는 제주나 부산의 해안가에서 땅을 보고 자라는 키작은 백합과 식물이다. 6월 중순이면 제주의 북쪽 바닷가에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한라산 중턱에서는 8월까지도 볼 수 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것은 키가 작아 30cm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산지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어른의 가슴까지 오는 것도 있다고 한다. 러쉬 아트페어에 2년 연속 참여한 황성제 작가는 “이번 아트페어를 통해 사람들이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라고 소감을 밝히는 등 남다른 독창성,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기회 편중과 차별에서 벗어나 더 많은 기회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양예준 작가가 그린 ‘대청부채꽃’은 지난 1983년 인천 대청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인근 백령도에도 약간 있지만 대청도에 주로 자생해 대청도를 상징하는 꽃이다. 개체 수가 적어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한 법정 보호종이다. 해변 절벽 끝이나 주변 수풀 속 어딘가에 그 모습을 숨기고 제 모습을 뽐내듯 흩어져 있어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러쉬코리아 우미령 대표는 “올해는 환경과 자연의 소중한 메시지를 밝히는데 수목원과 협업을 한 것에 대해 무척 뜻깊게 생각하며, 모쪼록 세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아트페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는 소망을 전했다.​​또한 아트페어 종료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들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산림청 산하 수목원과 협업하여 특별전도 이어진다. 전국 매장에서 전시된 모든 작품을 한데 모아 9월8일부터 5일간 국립수목원 내 산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특별전이 이어진다.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은 “자생식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발달장애 예술가의 기후 행동 메시지가 모두에게 전달되기 바란다”라며 “지속적인 민관협업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수목원⋅식물원의 보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9-01
    • 좋아요
    • 코멘트
  • 변산의 노을과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영화 ‘변산’을 보다[전승훈의 아트로드]

    지난 주말인 8월25일부터 27일 서해안의 노을 명소인 전북 부안 변산해수욕장에서 제1회 무빙팝업시네마가 열렸다. 붉은 태양이 바닷 속으로 빠져들면서 온 세상을 벌겋게 물들이는 시점에서 영화 축제가 개막했다. 초대된 영화감독과 작가, 배우와 내빈들은 레드카펫 대신 오렌지색 팔레트 위를 걸으며 입장했다. 배우나 감독이 해변의 모래사장에 뒤뚱뒤뚱 걸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주최측은 모래 밭 위에 팔레트를 깔아 한껏 분위기를 냈다. 개막식이 끝나갈 무렵.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 쇼가 펼쳐졌다. 변산해수욕장 끝에서 출발한 모터 패러글라이딩 참가자들이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바다와 영화 축제장, 무대 위 스크린 주변으로 날아올랐다. 노을 속을 이리저리 비행하는 낙하산은 인생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낭만의 궁극적 순간이었다. 무빙팝업시네마의 개막작은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박정민, 김고은이 주연한 영화 ‘변산’. 청춘의 고민과 낭만을 담은 영화다. 무엇보다 변산해수욕장에서 영화 변산을 관람하는 것은 특별했다. 변산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 중 하나로 넓은 갯벌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로 유명하다. 변산이 가진 특별함은 그 이름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바다인데 지명에 ‘산’이 들어있다. 변산(邊山)은 ‘변방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서해안의 파도가 부딪치는 기암절벽의 봉우리 끄트머리에 바다가 있다. 이 산들이 내륙으로는 내변산, 바닷가로는 외변산으로 이어진다. 8월의 끝자락, 변산에선 노랑색 상사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앞바다에 있는 위도에서는 순백의 상사화가 만개한다. ​영화 속 노을 장면과 변산해수욕장에서 들리는 실제 파도소리가 서로 묘하게 교차했다. 4D영화관이든, 아이맥스 영화관이든 어떤 첨단시스템의 영화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공감각적인 영화감상상법이 펼쳐진 셈이다. 게다가 영화가 끝난 후 ‘변산’의 이준익 감독과 김세겸 작가가 무대에 올라 관객까지 대화를 나눴으니 말이다. “영화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겪지 않아도 될 마음의 고통이나 사람들에게 서로 상처입고, 상처주는 일을 감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우 김고은 씨가 여러차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치유의 경험을 했다는 것은, 배우가 작품 속의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동일시한 감정도 있을 수 있겠지만. 변산이라는 지역의 풍토도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다가 있고, 노을이 있고, 산이 있고, 또 구수한 사투리가 있고… 그것을 배우가 몸으로, 세포로 동화시켜서 구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기안에 카타르시스, 자기 정화가 일어난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김고은 배우에게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 추측합니다.” (이준익 영화감독)​부안 무빙팝업시네마는 개막작 ‘변산’을 시작으로 26일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과 주연배우 차태현, ‘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 27일 ‘델타 보이즈’의 주연배우 백승환과 김충길, ‘젊은 남자’의 배창호 감독이 영화 상영 후 무대에 올라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해변의 한쪽에서는 도예가 이능호 작가의 설치작품 ‘집’ 30점이 전시됐다. 바닷가에 늘어선 커다란 몽돌 모양의 도예작품은 노을지는 해변의 풍경과 잘 어울렸다.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미술작품을 변산의 해변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관객들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노을이 지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의자에 앉기도 하고, 돗자리를 펴놓고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감상했다. 맥주를 기울이는 관객도 있고, 미리 싸온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팝업시네마는 도시에서 열리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달리 자연의 절경 속을 찾아가 영화를 상영하는 ‘움직이는 영화제’를 표방한 영화 축제다. 전혜정 무빙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은 “파도소리가 들리는 해변은 물론 낙엽이 지는 수목원, 별이 쏟아지는 캠핑장 같은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볼 수 있다면 무빙팝업시네마는 어디로든 달려갈 예정”이라며 “OTT로 영화를 보는 것이 대세인 이 시대에 영화를 감상하는 새로운 차원의 관람법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31
    • 좋아요
    • 코멘트
  • [바람개비]소매물도 등대섬

    경남 통영시 한산면 소매물도는 코발트색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해식 절벽이 진경을 이룬다. 소매물도의 명물은 높이 16m의 흰색 등탑이 있는 등대섬이다. 1980년대에 쿠크다스 과자 CF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일명 ‘쿠크다스섬’으로 이름을 날렸다. 썰물 때면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열목개라 불리는 80m의 몽돌 바닷길이 열린다. 통행이 허용되는 2∼5시간 동안 하얀 등대와 어우러진 푸른 초원 위에서 한적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창녕 우포늪을 가보셨나요? 낙동강의 물안개와 소나무를 그리는 화가[전승훈의 아트로드]

    ​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는 강변 마을. 산이 높으면 강물은 굽이굽이 흐른다. 강물에는 똑같은 산과 나무가 반영된다. 산인지, 강인지 알 수 없는 데칼코마니의 공간으로 하얀 새들이 날아간다. 평화로운 아침의 강변풍경이다. 산과 나무는 그저 하나의 검은 덩어리다. 무심한 듯 풀어놓은 먹물은 자연스럽게 번져나간다. “어릴 적 낙동강 변에 살았어요. 고향을 생각하면 늘 잔잔하게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강변 풍경이 생각납니다. 낙동강은 일직선이 아니라 굽이쳐 흐릅니다. 주변에 산이 많아서 물길이 S자 모양으로 이리저리 돌아가는 거죠. 그런 자연적인 모습이 참 좋았어요. 도시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향을 생각할 때만 떠오르는 감흥이죠.” 한국화가 김경현 작가의 물안개 피어오르는 낙동강 변 그림을 보았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방이 일순간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과 나무, 바위 같은 것을 하나하나 그려넣은 것이 아닌데도, 먹물 속이 번져가는 그림 속에는 물이 흐르는 소리와 새들이 울음 소리가 들릴 듯했다. 지난 8일부터 30일까지 경남 창녕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출향작가전 ‘고향-바라보다’ 전시회. 한국화가 김경현이 고향 창녕을 생각하며 그린 7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낙동강 하류에 있는 창녕은 국내 최대의 자연습지인 우포늪과,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화왕산(757m), 부곡온천 등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자연환경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어린 시절 낙동강변인 창녕군 남지읍 반포마을에 살았던 그에게는 어머니가 시장에 갔다가 돌아오시던 개비리길에서 바라보던 소나무와 강변의 풍경이 영원히 영감을 주는 대상이었다고 한다. “낙동강을 민족의 젖줄이라고 하잖아요. 낙동강물은 산을 굽이쳐 흐르면서 반대쪽에 모래사장과 이어지는 너른 들판으로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비옥한 땅에 농사를 지어요. 새들도 먹이가 많아서 강변을 날아다닙니다. 강 건너 의령이 바라다보이는 풍경을 그린 겁니다.” 그의 고향에 있는 ‘남지 개비리길’은 낙동강의 절경을 감상하며 트레킹할 수 있는 길로 요즘 인기를 얻고 있다. ‘개’는 강변을 뜯하고, ‘비리’는 벼랑이란 말의 사투리다. 강변 벼랑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강을 보며 걷는 길이다. 그는 화가가 된 후 40년 동안 먹물로 소나무를 그려왔다. 그에게 소나무는 고향이자,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시장에 다녀오실 때, 밭에서 일하시다가 돌아오실 때 제는 언덕 위 소나무 밑에서 어머니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보면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떠올라요. 소나무는 제 삶의 버팀목 같은 것입니다.” 그의 작품 속 소나무도 껍질이나 잎의 자세한 묘사는 생략되고, 구부러진 몸통과 줄기가 역광을 받으며 실루엣처럼 표현돼 있다. 안개처럼 흐릿한 강변의 모습이 배경으로 힘차게 서 있는 소나무는 아련한 고향의 느낌을 던져준다. “제 기억 속에 있는 소나무의 특징적인 기둥, 가지 등 의식적인 이미지만을 잡아서 그렸습니다. 비틀어진 소나무의 몸통 모습을요. 소나무를 제대로 보려면 겨울에 솔숲에 가야 합니다. 여름에는 활엽수의 잎이 무성하고, 잡풀이 크게 자라 있어 소나무의 자태가 잘 안보이거든요. 낙엽이 다 떨어지고 난 겨울에 비로소 진면목을 보여주는 소나무를 스케치하러 갑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화선지나 한지가 아닌 옥양목에 그림을 그렸다. 흔히 광목이라고 부르는 무명 천인데, 더욱 하얗게 표백된 천을 옥양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먹물을 받아주는 재료로 흰색 천으로 쓴 것은, 어머니처럼 따뜻한 이불이 감싸주는 느낌이 좋아서입니다. 고향을 떠나서 도시에서 자취를 할 때 흰색 광목으로 싸인 이불을 덮을 때마다 어머니가 따뜻하게 감싸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양목에 그림을 그리려면 우선 씨줄날줄로 면을 짤 때 먹였던 풀기를 여러번 씻어내야 합니다. 먹물로 그림을 그릴 때도 물이 적으면 거칠어서 안 받아주고, 말이 많으면 확 번져나가기 때문에 여러번 실험을 해가면서 농담(濃淡)을 표현했습니다.” 그가 창녕을 그릴 때의 또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우포늪’이다. 우포늪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내륙습지다. 둘레 7.5km에 전체 면적 231만4060m²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우포늪은 1998년 ‘람사르조약에 의한 국제보호습지’로 지정됐고, 2018년 10월에는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을 받았다. ​ 창녕에 늪지가 처음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억4000만년 전이라고 한다. 공룡시대였던 중생기 백악기 당시에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낙동강 유역의 지반이 내려앉았다. 그러자 이 일대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들던 물이 고이게 되면서 곳곳에 늪지와 자연호수가 생겨났다. 우포늪 인근에는 공룡발자국 화석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 우포늪 바닥에는 수천만 년 전부터 숱한 생명체들이 생멸을 거듭한 끝에 쌓인 부식층이 두터워서 개펄처럼 발이 푹푹 빠지지도 않는다. 억겁을 세월을 간직한 이 부식층이 있기에 우포늪은 ‘생태계의 고문서’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김 작가는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의 사계(四季)를 표현하기 위해 삼베, 황마 위에 돌가루와 송진, 종이를 붙여 태우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다. 그동안 흰색 천에 먹물로 그려온 수묵화와는 전혀 다른 기법이다. 비구상 현대미술처럼 보이는 그의 작업은 우포늪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수천가지로 변화하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동요 ‘따오기’에 나오는 따오기의 주된 서식지가 우포늪이었어요. 한반도에서는 1970년대 이후 따오기가 멸종돼 사라졌는데, 2005년 중국에서 한쌍을 들여와 우포늪에서 따오기를 복원해 성공적으로 번식하고 있습니다. 우포늪은 시간날 때마다 자주 왔는데, 태고적부터의 생명의 신비를 명상하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전시장 중앙에 가장 큰 화폭은 우포늪의 사계를 그린 그림이다. 종이를 태워서 붙인 작업은 비슷한데, 자세히 보면 봄은 초록색, 가을은 붉은색 배경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다. “우포늪은 여름에 가면 ‘가시연’이 보기가 좋고, 가을에는 억새와 연결돼 낭만적인 분위기를 띱니다. 추운 겨울에도 살아 있는 느낌이 있고, 봄에는 생명이 피어오르고 태어나는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늪은 하나의 커다란 호수가 아닙니다. 연뿌리처럼 잘록하게 됐다가도, 꼬리가 연결돼 연꽃처럼 넓어지기도 합니다. 자연지형에 따라서 늪은 모양새가 계절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그는 늪을 표현하기 위해 누런색 황마 천위에 돌가루로 만든 석채 물감을 바르고, 송진으로 종이를 붙이고, 종이를 불에 그을리고, 태우고, 다시 붙이고, 다시 석채를 올리고, 물감을 켜켜이 쌓는 과정에서 늪의 결을 표현했다. “종이가 태워지면서 색감도 누렇게 바뀌고, 새로운 색이 우러나오기도 합니다. 그런 것이 켜켜이 쌓여 오래된 우포늪을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색감이 물들고, 종이가 태워지면서 그림이 자연스럽게 퇴색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없어지는 것,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고풍스러움이지요. 인위적인 그림이 아니라 우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합쳐져서 늪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찾아가려 했습니다.” 김 작가는 2013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동서미술상(26회) 등을 수상했고, 일본과 프랑스, 서울, 부산 등에서 16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2013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은 닭장 속 닭을 그린 작품이다. 이후 그는 ‘닭’을 그린 사계장춘, 공명도 같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닭이 새벽에 홰를 치면, 어둠이 물러가고 하늘이 밝아지잖아요. 어린 시절 시골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닭을 유심히 쳐다보게 됐습니다. 닭장 속의 닭이 어둠 속에서도 홰를 치는 것을 보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도 닭처럼 홰를 치며 당당하게 내 의견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닭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장닭을 그린 동양화에는 ‘공명도(공을 세워서 이름을 떨친다)’ ‘사계장춘’(닭 그림 배경에 개나리나 매화를 그려넣어 1년 사계절 내내 봄의 따뜻함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의 의미가 담겨 있다. 보송보송한 털이 살아 있는 병아리는 옥양목 이불의 따뜻한 느낌과 비슷한 감정을 전달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먹으로 그린 소 그림도 정감이 넘친다. 그는 “소의 ‘선한 눈망울’을 보면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 그가 또다른 스타일의 그림은 도자기와 막사발, 분청사기를 그린 그림이다. 실제로 도자기와 분청사기와 비슷한 석채, 돌가루 재료를 활용한 그림은 ‘소재와 재료의 물성을 통합’하려는 그의 시도에서 나온 작품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5
    • 좋아요
    • 코멘트
  • 영화와 여행, 캠핑의 만남…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움직이는 영화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여행과 캠핑의 만남. 칸, 베를린, 베니스, 부산 등 세계 유명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정해진 시기와 장소의 영화관에서 열린다. 그런데 노을이 지는 해변, 낙엽이 지는 수목원, 별이 쏟아지는 캠핑장 같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즐기고, 배우와 감독을 만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열린다. 25일 전북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 팝업시네마(MOVING Pop-up Cinema)’는 절경의 자연 속에서 영화와 여행, 캠핑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영화제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 변산은 넓은 갯벌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로 유명하다. “극장에 가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를 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본다는 것이 과연 영화만을 보는 것일까요? 좋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 함께 눈물을 흘릴 때 영화는 영화를 넘어서게 되지요. 그런 영화들을 경이로운 자연과 어우러져 본다면 어떨까요? 무빙 팝업시네마는 영화와 자연의 가슴 뭉클함(moving)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축제입니다.”(전혜정 무빙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 또 자연 속 영화제와 캠핑을 연결하는 시도도 흥미롭다.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무빙팝업시네마에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캠핑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에는 자연과 어울리는 텐트와 타프(그늘막), 테이블, 의자 등의 캠핑 존을 설치해 영화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캠핑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영화를 즐기며 영화인들과 소통하는 부안 무빙팝업시네마는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한 인간성 회복’이라는 스노우피크의 브랜드 가치와 통하는 점이 많습니다.”(김남형 스노우피크 대표) 스노우피크는 14년째 온오프라인으로 소통을 이어온 멤버십 고객이 12만 명인 ‘캠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명품 캠핑 브랜드. 경기 용인 에버랜드 인근 부지에 호텔 대신 2만 평 규모의 캠핑장을 짓고, 하남에도 캠핑과 카페, 사무실을 겸할 수 있는 랜드스테이션을 짓는 등 캠핑을 좋아하는 고객들과 직접 접촉할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있다. 또 봄·가을에 벌이는 고객 페스티벌인 ‘설봉제’를 열고, 고객들을 캠핑장에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캠핑을 하는 ‘스노우피크 웨이’ 이벤트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5월에 강원 춘천에서 첫 회를 시작한 스노우피크 웨이는 41회까지 이어오는 동안 누적 3000가족,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캠핑 인구는 약 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정도인데, 코로나 이전에 300만∼400만 명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캠핑 인구가 2배 정도 증가했다”며 “국내 인구의 30%까지 캠핑 시장을 넓혀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자연과 영화, 캠핑’이 어우러지는 무빙팝업시네마는 고객과 함께하는 멋진 커뮤니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팝업시네마에서는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 다섯 편이 3일 동안 스크린을 장식한다. 개막작인 이준익 감독의 ‘변산’과 폐막작인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를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태양은 없다’ ‘델타보이즈’ 등 5편이 상영된다. 전 집행위원장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본다는 ‘무빙’은 지역의 관광과 경제,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트렌드의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변산 해변에는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예가 이능호 작가의 ‘집’ 설치 작품 3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 ‘부안 무빙초이스’라는 이름으로 슬지네제빵소, 곰소어간장, 내츄럴팜 오디액, 곰소할매집젓갈, 정관장굿베이스 부안오디 등 지역 특산품을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전시 공간도 마련한다. 김 대표는 “스노우피크도 전국 지방 각지에 캠핑장 사업과 연계한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지방 각지에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좋은 캠핑장을 만들고,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 지역의 소비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노을지는 해변에서 영화도 보고 캠핑도 즐기고[전승훈의 아트로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여행과 캠핑의 만남. 칸, 베를린, 베니스, 부산 등 세계 유명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정해진 시기와 장소의 영화관에서 열린다. 그런데 노을이 지는 해변, 낙엽이 지는 수목원, 별이 쏟아지는 캠핑장 같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즐기고, 배우와 감독을 만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열린다. 25일 전북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 팝업시네마(MOVING Pop-up Cinema)’는 절경의 자연 속에서 영화와 여행, 캠핑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영화제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 변산은 넓은 갯벌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로 유명하다. “극장을 가는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를 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본다는 것이 과연 영화만을 보는 것일까요? 좋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 함께 눈물을 흘릴 때 영화는 영화를 넘어서게 되지요. 그런 영화들을 경이로운 자연과 어우러져 본다면 어떨까요? 무빙 팝업시네마는 영화와 자연의 가슴뭉클함(moving)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축제입니다.” (전혜정 무빙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팝업시네마에서는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 다섯 편이 3일 동안 스크린을 장식한다. 개막작인 이준익 감독의 ‘변산’과 폐막작인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를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태양은 없다’ ‘델타보이즈’ 등 5편이 상영된다. 전혜정 무빙 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본다는 ‘무빙’은 지역의 관광과 경제,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트렌드의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변산의 특별함은 이름에 들어 있습니다. 바다인에 지명에 산이 들어 있죠. 변산(邊山)은 ‘변방에 있는 산’이라는 뜻입니다. 서해안의 파도가 부딪치는 기암절벽의 봉우리 끄트머리에 바다가 있습니다. 이 산들이 내륙으로는 내변산, 바닷가로는 외변산으로 이어집니다. 8월 말에는 변산에는 상사화가 만개합니다. 상사화는 인생의 불꽃같은 시기에 사랑하고 아파하는 ‘청춘’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변산 해변에는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예가 이능호 작가의 ‘집’ 설치 작품 3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부안 무빙초이스’라는 이름으로 슬지네제빵소, 곰소어간장, 내츄럴팜 오디액, 곰소할매집젓갈, 정관장굿베이스 부안오디 등 지역의 특산품을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이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전시공간도 마련한다. 또한 자연 속 영화제와 캠핑을 연결하는 시도도 흥미롭다.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무빙팝업시네마에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캠핑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에는 자연과 어울리는 텐트와 타프, 테이블, 의자 등의 캠핑 존을 설치해 영화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캠핑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영화를 즐기과 영화인들과 소통하는 부안 무빙팝업시네마는 스노우피크가 지향하는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한 인간성 회복’을 브랜드 가치와 통하는 점이 많습니다.” (김남형 스노우피크 대표) 스노우피크는 14년째 온오프라인으로 소통을 이어오는 멤버십 고객만 12만 명을 갖고 있는 ‘캠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명품 캠핑 브랜드. 용인 에버랜드 인근 부지에 호텔대신 2만 평 규모의 캠핑장을 짓고, 하남에도 캠핑과 카페, 사무실을 겸할 수 있는 랜드스테이션을 짓는 등 캠핑을 좋아하는 고객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있다. 또한 봄가을에 벌이는 고객페스티벌인 ‘설봉제’를 열고, 고객들을 캠핑장에 초청해 함께 직원들과 함께 1박2일 또는 2박3일간 캠핑을 하는 ‘스노우피크 웨이’ 이벤트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5월에 강원도 춘천에서 첫 회를 시작한 스노우피크 웨이는 지금까지 41회 기간 동안 누적 총 3000가족, 1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캠핑 인구는 약 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정도인데, 코로나 이전에 300~400만 수준 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정도 캠핑 인구가 증가했다”며 “국내 인구의 30%까지 캠핑 시장을 넓혀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자연과 영화, 캠핑’이 어우러지는 무빙팝업시네마는 고객과 함께하는 멋진 커뮤니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노우피크도 전국 지방 각지에 캠핑장 사업과 연계한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며 “지방 각지에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좋은 캠핑장을 만들고,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 지역의 소비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남형 스노우피크 대표와 일문일답. - ‘삶 속에서 자연을’을 모토로 내건 스노우피크와 자연 속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무빙팝업시네마의 철학은 어떤 점에서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스노우피크는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것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브랜드 철학과 미션을 가지고 있다. 캠핑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무빙팝업시네마는 바로 자연에서 영화를 즐기고, 또 영화인들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공감했고, 이번 행사를 통해 부안이라는 지역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더 많은 분들이 이번 무빙팝업시네마에 참여를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 무빙팝업시네마와 같이 지역상생을 목표로 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면? “스노우피크는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전국 지방 각지에 캠핑장 사업과 연계한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들이 다양한 관광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여행객을 유도하는 것에 그쳐 아쉬움이 있는 현실이다.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올 수 있는 좋은 캠핑장을 만들고,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 평소에도 꾸준히 여행객을 불러 모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의 소비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유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에 강원도 관광 재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강원도 캠핑 관광 콘텐츠 개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을 함께 해 나가기로 했다. 강원도에는 수려한 자연 환경과 지역 특산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저희 스노우피크에서도 많은 이벤트를 개최해 왔는데 올 10월에는 좀 더 규모를 키워서 200팀 이상의 캠퍼와 가족, 그리고 다수의 기업들이 지역 행사장에 직접 참가하여 2박 3일간 함께하는 캠핑 이벤트를 준비 중에 있다. 또 이러한 일환으로 그동안 스노우피크 직영 스토어에서는 지역의 식자재를 활용하거나 환경 및 지역 단체들과 연계해 기부 활동도 진행해 오고 있다.” -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등 고객들이 자연 지향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이유는? “자연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테마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로 평소에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풍요로운 자연을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스트레스를 낮춰 정서적으로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끼도록 하여 인생의 가치를 높여 나갈 수 있다. 두번째로 ‘소통’이다. 자연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란 삭막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가족, 친구, 동료들과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캠핑 인구는 약 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정도입니다. 코로나 이전에 300~400만 수준 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정도 캠핑 인구가 증가한 것이죠. 우선은 우리나라 인구의 30%까지 캠핑 시장을 넓혀 나가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을 전개해 나가려고 한다.”- 스노우피크 웨이, 설봉제 등 오프라인 행사가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가. “1년에 크고 작은 오프라인 행사를 15회 정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노우피크 웨이’는 저희 스태프들과 유져 여러분들이 필드에서 직접 만나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함께 캠핑을 하면서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친분을 쌓아가는 고객 참여 이벤트다. 2009년 5월에 강원도 춘천에서 첫 회를 시작으로 매회 60~100팀의 가족들이 참가하여 지금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41회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누적으로는 3000가족, 1만명 이상이 참여해 주셨다. 여기서 만나 친해져서 지속적으로 캠핑을 함께 다니시는 유져들도 상당히 많다. 처음 만났을 때 유치원생이었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부모님들과 여전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캠핑이 정말로 가족의 유대감, 사람들 간의 친밀감 형성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게 된다. 또 다른 오프라인 행사로 캠핑 초심자들의 올바른 캠핑 입문을 지원하기 위한 ‘스타터 캠프 이벤트’,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고객 축제인 ‘설봉제’, 로열 커스터머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스페셜 미팅’ 과 ‘스노우피크 웨이 프리미엄’ 등이 있다. 솔직히 1년에 이 정도의 이벤트를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 안에서도 이 모든 것을 외부 이벤트 업체에 맡기지 않고 저희 스태프들이 A부터 Z까지 준비하고 실행해 오고 있다. 창사 이후 15년 간의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고객들은 브랜드의 가치관과 진정성을 체감하게 되고, 브랜드와 고객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 같은 캠퍼이자 유져로서 각별한 친밀감과 유대감을 쌓아올 수 있었다.”- 진성 캠퍼만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스노우피크의 창업자 정신은 ‘우리 스스로가 유저이다’ 입니다. 이는 1958년 창업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변함 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유산이자 신념이다. 스스로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로 갖고 싶은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제품개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때문에 직원을 채용할 때 소위 말해 학력과 자격증과 같은 스펙보다는 실제로 캠핑을 즐기고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계관에 공감하고 있는 지가 가장 중요한 인재 채용의 조건이 된다. 유저의 시선에서 그리고 캠퍼의 가치관으로 일을 할 때 비로소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증명되어 오고 있다. 직원들끼리의 캠핑은 회사의 여러 공식적인 오프라인 캠프 이벤트는 물론이고, 직원들 자발적으로 시간을 맞춰 소그룹으로 캠핑을 가는 것이 활성화 되어 있어 조직 문화로 굳어져 있다. 함께 먹고, 자고, 놀면서 남다른 동료애와 결속감이 생기는 것이죠. 일반 회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문화다. 저도 시간이 날때마다 직원들과 캠핑을 가는데 회의실에서 이야기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분위기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저 역시도 캠핑을 좋아한 계기로 입사를 하게 됐다. 스노우피크 코리아가 2008년 11월에 설립이 됐는데, 2009년 3월에 첫번째 직영 매장의 점장으로 입사했다.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14년간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또 주변의 좋은 동료들과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고, 고객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저 스스로와 회사를 성장시켜 올 수 있었다. 저도 1년에 캠핑을 50번 정도 했는데, 아시아본부장을 겸한 뒤엔 이전처럼 짬이 나지 않아 20번 정도로 줄였다(웃음).” - 캠핑 도구와 문화를 사무환경에도 도입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캠핑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일상 생활 환경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씬을 제안하고 있다. 일하는 공간과 환경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 일과 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지금까지 업무 환경으로 정형화되어 있는 모습은 건물안의 사무실에서 획일화된 책상과 의자가 배치된 경직된 분위기로 무미건조한 느낌의 환경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업무환경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러한 문제 인식을 가졌던 몇몇의 회사들은 최근에 IT산업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다. 저희는 업무 환경을 보다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한 배경으로는 저희는 캠핑의 여러 장점들과 연계한 기업 워크숍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이 체험 사업을 통해 자연에서 생각을 하고 협업을 해보는 경험이 구성원들의 일의 효과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했다. 캠핑기업연수를 통해 실제로 참가자들의 소통 능력, 리더십, 창의성, 협동심, 문제해결능력 등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외에서의 캠핑 워크숍 뿐 아니라 평상시에 일하는 업무 환경도 자연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 이러한 효과를 더 증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자연과 조화되는 캠핑 씬을 사무 환경에도 도입하는 제안을 하고 있다. 지난 3년여간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속속 디지털 업무 환경으로 전환하고 원격근무를 도입했기 때문에 업무 환경을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고 생각한다.”-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와 스노우피크 랜드스테이션 하남에 캠핑장과 레스토랑, 전시장과 사무실이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된 이유는.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브랜드 정체성의 시각화’입니다. 저희 브랜드가 추구하는 모습을 말로 백번 설명하는 것 보다 한 장면으로 비쥬얼화 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공간이 되기 위해 디자인했다. 에버랜드 캠프필드와 랜드스테이션 하남은 자연과 사람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인 동시에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단지 제품 판매만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캠핑을 테마로 먹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스노우피크의 모든 제품을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언제든지 캠퍼들이 편하게 모여 자유롭고 여유 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에버랜드 캠프필드와 랜드스테이션 하남은 인간성 회복의 공간이자 자연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제품 만을 판매하는 점포가 따로 있고, 백오피스의 스태프들이 고객과 접점이 없는 동떨어진 사무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은 제 관점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라고 생각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2
    • 좋아요
    • 코멘트
  • [바람개비]강릉 바닷속 스텔라호

    강원 강릉 사천 앞바다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많다. 강릉시가 난파선, 장갑차, 탱크 등 인공 구조물을 넣어 해중공원을 조성해 놨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스텔라호는 2020년 길이 약 60m의 러시아 트롤어선을 수심 30m 바닥에 가라앉혀 놓은 포인트다. 2020년에 보았을 땐 철제 구조물 그 자체였는데, 최근 3년 만에 다시 들어가 보니 갑판과 선실에 산호와 홍합, 멍게가 자라고,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수중 생태계가 형성돼 있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름의 끝자락, 순백으로 피어나는 상사화[전승훈의 아트로드]

    상사화(相思花).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꽃이다. 상사병을 앓게 하는 이 지독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서로를 결코 만날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아픔이고 슬픔이 된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위도에는 8월 말 순백의 ‘위도 상사화’가 피어난다.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여름의 끝자락에 위도를 찾아 떠난다.● 밤에 더 희게 빛나는 위도 상사화보통 한 송이 꽃이 피려면 봄에 먼저 새싹 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나고,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망울이 터져 드디어 꽃이 피어나게 된다. 그런데 상사화는 다르다. 추운 겨울(2월)에 푸릇푸릇 새싹이 피어난다. 봄에 잎이 무성해진다. 여름이 올 즈음인 6월, 잎은 말라 다 떨어진다. 그러다 8월 중하순, 잎이 떨어진 뿌리에서 한 가닥 줄기가 불쑥 올라와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치 길거리에서 파는 한 송이 장미가 잎과 가시를 다 제거해 매끈한 줄기 끝에 달린 것처럼 상사화는 땅 위에서 솟아오른 깨끗한 줄기 끝에 꽃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한 것처럼, 한 송이 상사화를 피우기 위해 잎은 추운 겨울부터 새싹을 틔우고 부지런히 광합성을 했다. 그러다 말라붙은 잎은 땅으로 떨어졌고, 뿌리로 들어가 꽃으로 환생한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희생하고, 사랑했는데 잎과 꽃은 살아생전에는 볼 수 없는 운명이다. 죽어서야 만날 수 있는 인연. 그래서 상사화를 이별초, 부활초라고도 부른다.상사화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노랑 상사화, 분홍 상사화, 붉은색 상사화, 흰색 상사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색 상사화인 ‘꽃무릇’(석산)이다. 상사화는 보통 8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피는데, 꽃무릇은 약간 늦어 9~10월에 만개해 ‘가을의 전령’이라고 불린다.​ 이 시기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에 가면 사찰 입구 솔밭 아래에 붉은 융단이 깔린 것처럼 초록색 줄기 위에 피어난 붉은색 상사화가 장관을 이룬다. 선운사 계곡을 따라 길가에 한두 송이 피어난 꽃무릇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8월 말 부안의 위도에서는 흰색 상사화가 만개한다. 백합처럼 순백색으로 피어나는 ‘위도 상사화’. 전 지구상에 오직 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종이다. 붉은색 꽃무릇은 너무나도 한꺼번에 많이 심어 놓아 처절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순백의 위도 상사화는 사랑과 슬픔이 과하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아 오히려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기자가 위도를 찾았던 8월 초에는 위도 상사화가 진리 해변가 마을의 가정집 소나무 아래에 탐스럽게 몇 송이 피어 있었다. 올해 위도 상사화는 8월 24~31일경 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26일 위도해수욕장에서는 ‘고슴도치섬 위도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수평선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이 진 후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달빛 속에 은은하게 자태를 드러낸 위도 상사화는 밤에 더욱 희게 빛난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위도 해안도로(16.8km)에서 상사화를 만끽하며 위도를 일주하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섬을 찾는다.● 호랑이의 눈? 바닷가에 뜬 달! 부안 격포항에서 1시간쯤 배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는 위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부안의 지질명소 19곳 중 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위도 대월습곡은 이달 1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했다. 대월습곡에 가려면 위도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진 갯벌을 걸어야 한다. 약간의 첨벙거림 끝에 모래사장을 건너니 숲길이 나온다. 숲길의 나무 밑에는 작은 구멍들이 수백, 수천 개 뚫려 있는데 커다란 집게를 가진 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면서 와사삭 소리를 낸다. 게의 불그스름한 등 껍데기에는 웃는 사람의 입술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위도 사람들로부터 ‘스마일 게’라는 별칭을 얻은 게다. 숲속 길을 한 20분 걸었을까. 툭 터진 전망이 나온 해안길이 나왔다. 변산반도 채석강, 적벽강처럼 옆으로 길게 지층을 이룬 특이한 바위들이 있는 해변이다. 그런데 눈앞에 등장한 절벽에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수십 개의 층으로 된 지층이 둥그렇게 말려 들어갔는데 그 모양이 꼭 동물의 눈동자처럼 생겼다. 처음 본 사람들은 호랑이의 눈 같다고 하기도 하고, 파충류의 눈동자처럼 기괴한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위도 사람들은 둥글게 말려 들어간 지층의 절벽을 보고 바닷가에 ‘큰 달’이 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른바 ‘대월습곡(大月褶曲)’이다. ​​습곡이란 지층이 물결 모양으로 주름이 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안 위도 진리 대월습곡은 일반적인 습곡과 달리,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지층이 말려 거대한 지층 구조를 만들어낸 횡와습곡이다. ​​대월습곡의 모양은 거대한 반원형 형태다. 원래 둥근달 모양이었는데, 절반이 잘려 나간 듯한 모양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큰 달로 불러왔다고 한다. 뚜렷한 지층 경계로 이뤄진 지름 40m의 거대한 원형 구조가 푸른 해안과 어우러져 수려한 절경을 이룬다. 어찌나 거대한 둥근달인지 바위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이 손톱만 해 보일 정도다. 부안의 지질 명소는 이 밖에도 적벽강과 채석강, 솔섬, 모항 ‘생각하는 바위’ 등이 있다. 이런 지질 명소인 변산에서는 25~27일 ‘무빙팝업시네마’ 행사가 열린다. 늦여름 황홀한 낙조를 배경으로 ‘변산’ ‘델타보이즈’ ‘태양은 없다’ 등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 두 섬 사이로 지는 왕등낙조위도 8경 중 하나인 ‘왕등낙조’는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으로 꼽힌다. 오후 7시가 좀 넘었을까. 위도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붉은 해의 긴 그림자가 바다 위에 내려 비치고 있었다. 급하게 해안도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높은 절벽 위에 놓은 해안도로였기 때문에 지는 해의 그림자가 수면 위로 유난히도 길게 번지고 있었다. 온 하늘과 바다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태양은 위도에서 약 20km 떨어진 두 개의 왕등도(상왕등도, 하왕등도)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일출이나 일몰이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해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겠지만 이렇게 특정한 섬이나 산, 나무 등을 배경으로 해가 뜨거나 질 때 전국적 명소로 등극하게 된다.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동해 추암해변은 촛대바위 때문에 해돋이 명소가 됐듯이 말이다. 두 개의 왕등도 사이로 정확히 떨어지는 노을은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로 나란히 있는 섬이 갖고 노는 붉은 구슬처럼 보이는 태양. 어린 시절 해 질 녘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저녁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태양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 하늘과 바다의 색감은 더욱 신비스럽고 오묘하게 변화한다. 해가 진 후 바다에서 20~30분 머무르며 황홀한 색채의 향연 속에 사방이 어둑해지는 고요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참맛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9
    • 좋아요
    • 코멘트
  • 여름의 끝자락, 달빛 아래 순백의 상사화가 피어난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상사화(相思花).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꽃이다. 상사병을 앓게 하는 이 지독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서로를 결코 만날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아픔이고 슬픔이 된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위도에는 8월 말 순백의 ‘위도 상사화’가 피어난다.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여름의 끝자락에 위도를 찾아 떠난다. ● 밤에 더 희게 빛나는 위도 상사화보통 한 송이 꽃이 피려면 봄에 먼저 새싹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나고,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망울이 터져 드디어 꽃이 피어나게 된다. 그런데 상사화는 다르다. 추운 겨울(2월)에 푸릇푸릇 새싹이 피어난다. 봄에 잎이 무성해진다. 여름이 올 즈음인 6월, 잎은 말라 다 떨어진다. 그러다 8월 중하순, 잎이 떨어진 뿌리에서 한 가닥 줄기가 불쑥 올라와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치 길거리에서 파는 한 송이 장미가 잎과 가시를 다 제거해 매끈한 줄기 끝에 달린 것처럼 상사화는 땅 위에서 솟아오른 깨끗한 줄기 끝에 꽃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한 것처럼, 한 송이 상사화를 피우기 위해 잎은 추운 겨울부터 새싹을 틔우고 부지런히 광합성을 했다. 그러다 말라붙은 잎은 땅으로 떨어졌고, 뿌리로 들어가 꽃으로 환생한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희생하고, 사랑했는데 잎과 꽃은 살아생전에는 볼 수 없는 운명이다. 죽어서야 만날 수 있는 인연. 그래서 상사화를 이별초, 부활초라고도 부른다. 상사화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노랑 상사화, 분홍 상사화, 붉은색 상사화, 흰색 상사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색 상사화인 ‘꽃무릇’(석산)이다. 상사화는 보통 8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피는데, 꽃무릇은 약간 늦어 9∼10월에 만개해 ‘가을의 전령’이라고 불린다. 이 시기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에 가면 사찰 입구 솔밭 아래에 붉은 융단이 깔린 것처럼 초록색 줄기 위에 피어난 붉은색 상사화가 장관을 이룬다. 선운사 계곡을 따라 길가에 한두 송이 피어난 꽃무릇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8월 말 부안의 위도에서는 흰색 상사화가 만개한다. 백합처럼 순백색으로 피어나는 ‘위도 상사화’. 전 지구상에 오직 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종이다. 붉은색 꽃무릇은 너무나도 한꺼번에 많이 심어 놓아 처절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순백의 위도 상사화는 사랑과 슬픔이 과하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아 오히려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기자가 위도를 찾았던 8월 초에는 위도 상사화가 진리 해변가 마을의 가정집 소나무 아래에 탐스럽게 몇 송이 피어 있었다. 올해 위도 상사화는 8월 24∼31일경 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26일 위도해수욕장에서는 ‘고슴도치섬 위도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수평선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이 진 후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달빛 속에 은은하게 자태를 드러낸 위도 상사화는 밤에 더욱 희게 빛난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위도 해안도로(16.8km)에서 상사화를 만끽하며 위도를 일주하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섬을 찾는다. ● 호랑이의 눈? 바닷가에 뜬 달! 부안 격포항에서 1시간쯤 배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는 위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부안의 지질명소 19곳 중 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위도 대월습곡은 이달 1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했다. 대월습곡에 가려면 위도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진 갯벌을 걸어야 한다. 약간의 첨벙거림 끝에 모래사장을 건너니 숲길이 나온다. 숲길의 나무 밑에는 작은 구멍들이 수백, 수천 개 뚫려 있는데 커다란 집게를 가진 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면서 와사삭 소리를 낸다. 게의 불그스름한 등껍데기에는 웃는 사람의 입술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위도 사람들로부터 ‘스마일 게’라는 별칭을 얻은 게다. 숲속 길을 한 20분 걸었을까. 툭 터진 전망이 나온 해안길이 나왔다. 변산반도 채석강, 적벽강처럼 옆으로 길게 지층을 이룬 특이한 바위들이 있는 해변이다. 그런데 눈앞에 등장한 절벽에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호랑이의 눈? 공룡의 눈? 이구아나? 수십 개의 층으로 된 지층이 둥그렇게 말려 들어갔는데 그 모양이 꼭 동물의 눈동자처럼 생겼다. 처음 본 사람들은 호랑이의 눈 같다고 하기도 하고, 파충류의 눈동자처럼 기괴한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위도 사람들은 둥글게 말려 들어간 지층의 절벽을 보고 바닷가에 ‘큰 달’이 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른바 ‘대월습곡(大月褶曲)’이다. 습곡이란 지층이 물결 모양으로 주름이 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안 위도 진리 대월습곡은 일반적인 습곡과 달리,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지층이 말려 거대한 지층 구조를 만들어낸 횡와습곡이다. 대월습곡의 모양은 거대한 반원형 형태다. 원래 둥근달 모양이었는데, 절반이 잘려 나간 듯한 모양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큰 달로 불러 왔다고 한다. 뚜렷한 지층 경계로 이뤄진 지름 40m의 거대한 원형 구조가 푸른 해안과 어우러져 수려한 절경을 이룬다. 어찌나 거대한 둥근달인지 바위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이 손톱만 해 보일 정도다. 부안의 지질 명소는 이 밖에도 적벽강과 채석강, 솔섬, 모항 ‘생각하는 바위’ 등이 있다. 이런 지질 명소인 변산에서는 25∼27일 ‘무빙팝업시네마’ 행사가 열린다. 늦여름 황홀한 낙조를 배경으로 ‘변산’ ‘델타보이즈’ ‘태양은 없다’ 등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 두 섬 사이로 지는 왕등낙조위도 8경 중 하나인 ‘왕등낙조’는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으로 꼽힌다. 오후 7시가 좀 넘었을까. 위도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붉은 해의 긴 그림자가 바다 위에 내려 비치고 있었다. 급하게 해안도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높은 절벽 위에 놓은 해안도로였기 때문에 지는 해의 그림자가 수면 위로 유난히도 길게 번지고 있었다. 온 하늘과 바다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태양은 위도에서 약 20km 떨어진 두 개의 왕등도(상왕등도, 하왕등도)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일출이나 일몰이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해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겠지만 이렇게 특정한 섬이나 산, 나무 등을 배경으로 해가 뜨거나 질 때 전국적 명소로 등극하게 된다.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동해 추암해변은 촛대바위 때문에 해돋이 명소가 됐듯이 말이다. 두 개의 왕등도 사이로 정확히 떨어지는 노을은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로 나란히 있는 섬이 갖고 노는 붉은 구슬처럼 보이는 태양. 어린 시절 해질 녘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저녁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태양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 하늘과 바다의 색감은 더욱 신비스럽고 오묘하게 변화한다. 해가 진 후 바다에서 20∼30분 머무르며 황홀한 색채의 향연 속에 사방이 어둑해지는 고요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참맛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생식물 주제 ‘제2회 러쉬 아트페어’

    러쉬코리아(Lush Korea)가 8월 17∼31일 전국 18개 매장에서 ‘제2회 러쉬 아트페어’를 연다. 기후 변화로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들을 주제로 발달장애 예술가 50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러쉬 아트페어’는 매장을 갤러리로 해석한 화장품 업계 최초의 아트페어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타이틀로, 50인의 발달장애 예술가들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각 지역의 수목원을 방문해 관찰하고 느낀 감정을 작품에 온전히 담아냈다. 8월 17일부터 약 2주간 전국 18개 매장에서 진행하는 ‘제2회 러쉬 아트페어’는 모바일 홈페이지 디지털 갤러리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아트페어 종료 이후에는 모든 작품을 한데 모아 9월 8∼12일 국립수목원 내 산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특별전으로 이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안다즈 서울 강남, 해요 작가 전시회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에 위치한 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은 1층 아츠 갤러리에서 한여름과 어울리는 색감의 해요(HAEYO) 작가의 전시를 연다. 제주에 살며 가족과 일상을 주제로 그리는 해요 작가의 전시는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1층 라운지 아츠(A’+Z)에서는 해요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2종의 콜라보 음료도 선보인다. 루프 코팅 라테(Roof Coating Latte)는 푸른 하늘과 초록색으로 칠해진 지붕을 형상화했고, 안다즈 윈디 돈(Andaz Windy Dawn)은 동이 틀 무렵 붉게 물든 하늘에 바람이 부는 제주를 신선한 오렌지와 복숭아 주스, 석류 시럽으로 표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동서양 문화 결합된 호텔 리조트 천국, 마카오로 오세요”

    “코로나 기간 마카오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도시’로 더욱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미식과 쇼핑의 1번지인 마카오로 오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마카오가 올해 1월 8일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로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난달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5년 만에 마카오 관광 로드쇼를 열었다. 마리아 헬레나 드 세나 페르난데스 마카오관광청장(사진)도 내한해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팬데믹 기간 마카오는 새로운 호텔과 시설을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고 소개했다. 런더너(Londoner), 리스보에타(Lisboeta), 래플스(Raffles at Galaxy Macau), 안다즈(Andaz Macau), 모르페우스(Morpheus) 등 새로운 호텔이 개관해 2019년에는 총 4만1000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현재는 4만7000개로 늘었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지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유작으로, 굉장히 독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로컬 브랜드인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의 쇼핑몰이 들어오고, 카를 라거펠트 호텔과 베르사체 호텔 등이 오픈할 예정이다.” ―마카오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마카오는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동양과 서양 문화가 잘 결합된 여행지다. 마카오의 대표 관광지인 세인트폴 성당 유적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마카오는 전 지역이 면세 지역으로, 호텔 아래에 대형 쇼핑몰이 있어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2019년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74만여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가 중국, 2위가 홍콩, 3위가 대만이다.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인 중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셈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특징은…. “한국은 마카오의 인바운드 관광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매년 한국인 관광객 70만 명 이상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한국인들이 약 3시간 반의 비행 시간으로 세계적 수준의 호텔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마카오다. 또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여행객들은 새로운 호텔이나 어트랙션이 나오면 앞다퉈 직접 경험해 보려고 한다. 최근 오픈한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teamLabSuperNatureMacao)와 리모델링한 그랑프리 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Hong Kong-Zhuhai-Macao Bridge)’ 개통은 마카오 관광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8년 10월 개통한 이 다리는 전체 길이가 55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훨씬 편하게 홍콩과 마카오를 오갈 수 있게 됐다. 24시간 버스 이용이 가능하며 40분(요금 약 1만 원) 정도 걸린다. 페리(약 70분·3만 원)보다 훨씬 빠르고 비용도 저렴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람개비]‘사랑의 절벽’

    괌의 에메랄드빛 투몬비치가 내려다보이는 ‘사랑의 절벽’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 괌의 원주민인 차모로 추장의 딸과 남자친구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하트 모양 자물쇠가 매달린 난간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투몬비치, 건비치, 이파오비치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해변에는 남성의 왼쪽 얼굴이 보이고, 절벽에는 여인의 옆모습과 똑 닮은 지형이 있다. 해변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다 보면 남국의 푸른 물빛에 빠져들게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동서양의 문화가 잘 어우러지는 마카오에서 호캉스를 즐기러 오세요.”[전승훈의 아트로드]

    “코로나 기간 동안 마카오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도시’로 더욱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미식과 쇼핑의 1번지인 마카오로 오세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마카오가 올해 1월8일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로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난달 13일 웨스틴조선서울에서 국내여행사들을 대상으로한 ‘트래블 마트(Travel Mart)’와 일반 여행객들을 위한 ‘로드쇼(Road Show)를 열었다. 마카오는 팬데믹기간 중 새로운 호텔과 관광시설의 문을 열었고, 기존 관광지도 업그레이드하고 관광객 맞이에 한창이다. 코로나 이후 5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마카오 관광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알리기 위해 마카오의 호텔과 에어마카오 등 총21개 업체가 내한했다. 마리아 헬레나 드 세나 페르난데스(Maria Helena de Senna Fernandes) 마카오관광청장도 내한해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마카오의 관광산업은 어떠했나.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월부터 2022년 말까지 3년 간 마카오 관광청의 주요 업무는 격리 호텔방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마카오에 있던 객실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1000개의 객실이 격리 시설로 쓰인 것이다. 3년 간 힘든 시간을 거쳐 이렇게 다시 일반적인 업무를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팬데믹 이후에 마카오가 다시 오픈하면서 달라진 점은?“마카오는 팬데믹 기간 중에도 그냥 잠자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호텔과 시설을 새롭게 오프닝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마카오에는 2019년에는 4만 1000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지금은 4만 7000개로 늘었다. 약 5000~6000개 객실이 추가됐다. 팬데믹 기간 중 호캉스의 도시 마카오에서는 런더너(Londoner), 리스보에타(Lisboeta), 래플스(Raffles at Galaxy Macau), 안다즈(Andaz Macau), 모르페우스(Morpheus) 등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개관했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동대문DDP를 지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유작으로, 광징히 독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로컬 브랜드인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의 쇼핑몰이 들어온다. 또한 칼 라거펠트 호텔 오프닝이 6월에 있었고, 앞으로도 베르사체 호텔과 다양한 로컬브랜드 호텔이 오픈할 예정이다.” ―마카오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마카오는 한국과 가깝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했으며, 동양과 서양문화가 잘 결합된 여행지다. 또 호텔 휴양을 원하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풍부한 문화 유산과 미식, 쇼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의 대표 관광지인 세인트폴 성당 유적은 VR을 활용해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가족 여행객을 위한 라인프렌즈 시설을 선보이고 있고, 옛 조선소를 관광시설로 탈바꿈했으며, 집라인과 윈드터널도 즐길 수 있다.”2019년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74만여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가 중국, 2위가 홍콩, 3위가 대만이다.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인 중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특징은? “한국은 마카오의 인바운드 관광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매년 한국인 관광객 70만 명 이상을 유치하는게 목표다. 한국인들은 여행의 욕구가 강하고, 마카오 여행에서는 미식 활동을 즐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숙박하는 가족 휴가를 선호한다. 한국인들은 럭셔리 호텔에서 휴가 경험을 찾고 있는데, 약 3시간 반의 비행시간으로 가까운 거리에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호텔과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마카오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개관했는데, 일부러 신규 호텔리조트에서 숙박을 즐기려는 수요도 많다. 마카오관광청은 한국의 커플이나 가족 관광객을 타겟으로한 호텔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한국 관광객들의 안목 높은 입맛에 맞춘 음식을 제공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한국인 관광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광상품은.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여행객들은 새로운 어트랙션이 나오면 많은 앞다퉈 직접 경험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마카오를 아무리 여러번 찾아온 여행객이라도, 늘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시설과 어트랙션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teamLabSuperNatureMacao)와 리모델링을 한 그랑프리 박물관을 추천한다.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는 인터랙티브 체험이 가능하며,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랑프리 박물관에는 8명의 유명 레이서 밀랍 인형을 전시해 인기가 있다. 한국 여행자들을 사로잡기위해 마카오는 소셜미디어에 적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나 방송 프로그램 촬영 지원 등 다양한 채널과 콜라보를 하고있다.” ―마카오 관광산업에서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마카오는 전 지역이 면세지역이다. 마카오의 호텔들은 밑에 대부분 대규모 쇼핑몰이 있다. 팬데믹 기간 중에는 창의적인 소품을 파는 작은 숍들도 많이 열었다. 대형 쇼핑몰이나 유명 브랜드 뿐 아니라 로컬 샵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관광청이 서베이한 결과 마카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분야 1위가 쇼핑, 2위가 숙박, 3위가 식사로 나타났다.”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Hong Kong-Zhuhai-Macao Bridge)’ 개통은 마카오 관광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개통한 이 다리는 전체 길이가 55km인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다. 양방향 6차선 도로(너비 33.1m)의 대교는 시속 100km까지 달릴 수 있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 셴젠(深圳)에서는 보트를 타고 강주아오대교 밑에서 강주아오 대교를 관광하고 돌아오는 투어상품도 생겼다. ―강주아오 대교가 마카오 관광에 끼치는 영향은. “마카오로 올 수 있는 방법이 더 다양해졌다. 특히 홍콩에서 오기가 더 편해졌다. 지금 사실 홍콩 시장은 거의 90% 이상 회복이 됐는데, 대교가 생기면서 더 편하고 저렴하게 홍콩과 마카오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홍콩과 마카오는 페리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버스가 가장 중요한 교통편이다. 여행객들은 24시간 운영하는 HZM 버스를 이용해 홍콩과 마카오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홍콩~마카오를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편도 약 40분으로, 페리(약 70분)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비용도 여행은 약 1만원(65 홍콩달러)으로, 페리(3만원) 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마카오와 인근 도시와의 관광협력은? "8월부터는 홍콩에 내려서 입국신고를 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짐과 함께 바로 마카오로 바로 와서 입국 신고를 할수 있고, 마찬가지로 마카오에서도 버스를 타고 홍콩 공항에 가서 입출국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그래서 마카오는 홍콩의 항공사들인 케세이퍼시픽, 그레이터 베이 항공(GBA)을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등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한 광둥의 9개 도시와도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센젠은 공항과 크루즈 터미널이 있고, 광저우는 국제공항이 있다. 광저우, 마카오, 홍콩 등 다양한 도시와 협력해 기회를 넓히려 한다.” ―마카오가 관광산업 중에서 앞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이려하는 분야는. “마이스(MICE) 산업이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마이스로 들어오시는 관광은 더 많은 체류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6개의 대형 복합 리조트를 포함한 숙박시설과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MICE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포상관광(I)를 담당하고, 마카오무역투자촉진국(IPIM)이 기업회의(M)과 컨벤션(C)을 담당하고 있다. 2025년 포르투갈여행사협회가 마카오에서 MICE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마카오는 ‘투어리즘 플러스’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에 마이스 관련 상품 전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8
    • 좋아요
    • 코멘트
  • [바람개비]안반데기 배추밭

    평창에서 출발해 대관령을 넘어 강릉시 왕산면으로 향하다 보면 해발 1100m 태백산맥 험준한 산 능선에 드넓은 배추밭이 나타난다. 국내 대표 고랭지 채소 재배지인 안반데기다.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통나무 받침판 ‘안반’에 평평한 땅을 뜻하는 우리 말인 ‘덕’을 붙인 이름이다. 1960년대 화전민들이 산을 깎아 개간한 땅으로 축구장보다 280배나 큰 배추밭이다. 최고 등급의 안반데기 배추는 국내 배추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학생들은 어디로 간 걸까? 산과 계곡, 바다에서 야외 활동 중[전승훈의 아트로드]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이틀간 다녀왔다. 세계잼버리 대회는 크게 새만금 간척지에 설치된 텐트촌에서 벌어지는 ‘영내 활동’과 전북 14개 시군 지역의 산과 계곡, 바다에서 펼치는 ‘영외 활동’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폭염 속 텐트촌의 높은 기온 때문에 새만금 텐트촌의 영지내 프로그램은 첫날 50%로 축소했다가, 다음날부터는 낮시간대 모든 야외 프로그램이 100% 금지가 됐다. 그래서 인지 4일 새만금 야영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텐트촌은 텅 비어 있었다. 햇빛이 내려쬐는 영지 내에 돌아다니는 대원들은 거의 없었다. 대신 몽골텐트 밑이나 그늘막 밑에 몰려 있을 뿐이었다. 보라색, 분홍색, 파란색의 텐트 속에도 남아 있는 학생들은 없었다. 4만 명 가까운 참가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잼버리 참가자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전북 각 지역의 산과 계곡, 바다, 전시장, 박물관으로 체험활동을 떠난 것이다. 폭염이 내리쬐는 낮시간에 영지내 활동이 금지되자 영외활동을 크게 늘린 것이다.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부안, 김제, 군산, 전주, 순창, 무주 등 전북 14개 시군의 산과 계곡, 바다 곳곳에서 체험활동 중이었다. 영외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하루에 약 1만2000여명 규모. 새만금 영지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한국문화와 산사, 자연을 체험하는 각국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잼버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영지 내 땡볕에 노출돼 하루종일 갇혀 지내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보니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영지 내부의 시설 문제만 집중 제기되다 보니, 학생들이 낮시간대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야외활동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자연을 만끽하며 체험하고 있는 영외 활동 프로그램을 취재해보았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변산국립공원에 있는 직소천 계곡에서 패들보드와 뗏목을 타고, 야외 수영장 물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뗏목체험장 건물 앞에는 학생들을 태운 버스들이 쉴새 없이 도착했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조별로 뗏목을 타고 놀았다. 뗏목을 흔들고, 물에 풍덩 빠지고, 수영을 하며 소리치는 모습이 계곡에 울려퍼졌다. 자원봉사자들은 뗏목체험을 마친 학생들에게 호스를 통해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주며 계곡물을 씻게 해주었다. 당시는 아직 영국 참가자들도 떠나지 않았던 상태. 뗏목체험을 마치고 나온 영국 학생 대원들은 “계곡이 너무 아름답다” “재밌다” “새만금 야영지는 너무 더웠는데, 이곳은 너무 시원하다”라며 ‘원더풀(Wonderful), 뷰티풀(Beautiful), 퍼니(funny)’를 연발했다. 전북 부안 내소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염주알을 실에 꿰어 손목 팔찌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절을 해보고, 명상도 체험해보는 과정을 즐겼다. K푸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염전으로 유명한 부안의 곰소 젓갈 발효식품 센터에서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곰소 젓갈을 활용한 김치담그기와 김치부침개 먹기를 하고 있었다. 체험 도중 강남스타일 음악이 나오자 학생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했다.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고추장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며 즐거워했다. 부안청자박물관은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돼 학생들이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였다. 학생들은 청자 전시관을 둘러보고 난 뒤 도예를 체험했다. 직접 물레를 돌리기도 하고, 흙을 빚은 판에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며 진지하게 체험에 임했다.부안영상테마파크는 영화 ‘왕의 남자’ ‘불멸의 이순신’ ‘변산’, 드라마 ‘킹덤’ ‘미스터선샤인’ 등을 촬영했던 명소. 학생들은 이 곳에서 한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과 강강수월래를 함께 하고, 씨름과 민속놀이를 즐겼다. 자원봉사자들은 학생들을 위해 호스로 수시로 물을 뿌려주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 해보니 날씨에 대해선 영국 학생들은 “새만금 영지는 너무 덥다. 그러나 야외 활동을 다니는 것은 시원하고 좋다”고 대답했다. 일본에서 온 참가자는 “여름날씨로는 일본이 더 덥고 습도가 높다”는 반응이었다. 이밖에도 스카우트대원들은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유적과 고창 고인돌 유적 역사 기행, 전주한옥마을과 완주BTS로드 등 한류 문화 체험, 군산 선유도 집라인과 고창 갯벌 체험, 임실 치즈테마파크 슬로 투어 등 전라북도 각지에서 한국문화를 체험 중이다. 6일 새만금 영지내에서 예정된 K팝 콘서트는 일단 취소됐다. 영지 내에서 대규모로 모이는 것은 아무래도 장소도 좁고, 사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K팝 콘서트는 대회장을 떠난 영국, 미국 학생들도 참가하지 못해 매우 아쉬워했을 정도로 참가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던 만큼, 새만금 야영지 보다는 제대로 시설을 갖춘 운동장이나 실내 공연장으로 분산해서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새만금 야영지 상황이다. 개영식 직후 초반의 혼란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물이 덜 빠진 갯벌에 텐트를 치고, 화장실 청소도 불결하고, 식사도 문제가 발생했다. 대회 조직위 측은 “8000명 오기로 했던 자원봉사자들 중 2000명이 오지 않아 인력 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조직위 측에서 화장실을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청소하는 것으로 업체와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일반 업무용 건물의 화장실 청소처럼 생각했던 탓이다. 잼버리 대회 특성상 저녁시간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24시간 이용하는데, 오후 6시 이후로는 청소가 이뤄지지 않아 밤부터 아침까지 화장실이 불결해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부안군청 공무원들이 동원돼 화장실 청소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는 청소업체 상주인력을 늘려, 1시간 단위로 청소하는 것으로 바꾼 뒤에는, 문제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뒤늦게나마 새만금 야영지의 질서는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 야영지에서 학생들과 함께 야영을 하고 있는 김관영 전북지사는 “새만금 야영지는 해가 지면 좀 선선해지는데, 밤에는 텐트에서 한기를 느껴 이불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낮의 폭염을 피하는 것. 영지내 활동은 폐쇄하고, 산과 계곡, 박물관과 전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외활동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참가자 중 새만금 영지를 벗어나 야외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은 하루 약 1만 2000여 명 규모.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의 참가자 5000여 명이 대회장을 떠났지만, 모든 참가자가 야외 활동에 참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5일 잼버리 대회 참가국 대표자들이 회의한 결과 ‘새만금 잼버리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K문화를 체험하는 영외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계종은 전국의 사찰을 잼버리 대원들의 템플스테이 장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부산에서는 1만 명 규모의 학생들의 야외 체험을 지원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전도 벌이기로 했다. 속초, 충청도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학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전라북도가 낮시간대 모든 학생들의 영외활동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난 만큼, 개최지로서의 프리미엄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전북은 버스를 타면 쉽게 타 시도로 이동할 수 있어 전국의 지자체가 함께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6
    • 좋아요
    • 코멘트
  • 에어뉴질랜드 스카이파우치 프로모션

    에어뉴질랜드는 31일 하루 동안 ‘스카이카우치’ 좌석 지정을 천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이 프로모션은 일반석 왕복 항공권을 신규 예약 및 구매한 승객에게 적용되며, 여행 기간은 2023년 8월 1일부터 2023년 12월 7일까지이다. 인천-오클랜드 직항 항공편만 해당하며, 2인 혹은 소아를 포함한 3인 항공권 구매 시 편도 당 1,000원의 추가 요금만 지불하면 일반석 ‘스카이카우치’를 구매할 수 있다. 에어뉴질랜드의 특별한 좌석인 이코노미 스카이카우치는 이코노미 3개 좌석의 다리 받침대를 올려서 넓고 평평한 소파처럼 만들어, 일반석에 럭셔리함을 추가한 실속있는 옵션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성인 2명도 편하게 누울 수 있다. 에어뉴질랜드는 또 31일까지 인천 직항편의 특가를 진행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관문 오클랜드를 비롯하여, 인기 도시 퀸스타운, 크라이스처치, 타우랑가 등 뉴질랜드 모든 도시를 오클랜드와 동일한 운임으로 예약할 수 있다. 일반 운임에서 최대 32%까지 할인된 특가는 이번 스카이카우치 프로모션과 함께 이용 가능하다. 에어뉴질랜드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 기종으로 ‘인천-오클랜드’ 간 직항편을 주 3회(월/목/토) 운항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31
    • 좋아요
    • 코멘트
  • [바람개비]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입구에는 대형 인물 조각상이 서 있다. 은빛 덩어리인 DDP와 황금빛으로 빛나는 8m 높이의 대형 인체 조형물은 은근 잘 어울린다. 원로 조각가 김영원(전 홍익대 조소과 교수)의 ‘그림자의 그림자-길’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지나면 구불구불한 건물 안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미래로’가 나온다. 우주선을 타고 외계에서 온 생명체 같은 DDP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센강에서 수영을? 파리 도심은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신 중[전승훈의 아트로드]

    내년 제33회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프랑스 파리는 현재 공사 중이다. 2019년 불이 난 노트르담 대성당은 거대한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과 카루젤 개선문에도 가림막을 쳐놓은 채 외벽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7월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과패럴림픽의 주요 경기가 바로 파리의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을 딱 1년 앞두고 경기장으로 쓰일 파리의 유서깊은 랜드마크를 돌아보았다.●센강에서 개막식과 수영 경기를내년 파리 올림픽의 중심은 센강이다. 센강 변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는 임시 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들 계단에 앉아 보수 공사 중인 성당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파리 올림픽은 기상천외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160여 척의 배들이 각국 대표 선수단을 태우고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6㎞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수상행진을 벌인다.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배가 파리의 명소를 지날 때마다 수상교향악단, 곡예사, 댄서 등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다다. 센강 주변에 마련된 객석에서 6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무료로 개회식을 지켜보는 사상 최대의 올림픽 개막식이다.파리시는 수천억원의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대신, 파리 도심에 랜드마크 건물 앞에 임시 경기장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에펠탑 아래 마르스 광장에는 1만2860석 규모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들어선다. 파리 군사학교(에콜밀리테르) 건너편에는 유도와 레슬링 경기장이 들어서고,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 북쪽의 잔디 공원에선 한국의 태극 궁사들이 금빛 과녁을 겨눌 예정이다.센강에서는 야외 수영대회도 열린다. 그랑팔레와 앵발리드를 잇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 무대다. 황금빛 날개달린 페가수스 상이 서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곳. 이 다리 밑에서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의 수영경기가 펼쳐진다. 110명의 남녀 선수들은 센강 1.5km 구간에서 수영을 한 뒤, 사이클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 구간까지 7바퀴(총 40km)를 달리고, 마라톤 10km를 달려 다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골인하게 된다. 1923년 수질 오염으로 수영이 금지된 센강에서 100년 만에 다시 공식 수영경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지난 7년간 14억 유로(약 2조원)을 들여 하수처리장을 개선하고, 폐수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수질 개선작업을 펼쳐왔다. 과연 올림픽 수영에 참가한 선수들의 피부 상태가 어떨지 궁금해진다.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옆에 있는 그랑팔레(Grand Palais)는 1900년 파리 박람회 당시 전시관으로 쓰였던 건물. 에펠탑처럼 철골구조물로 된 천정에 유리를 끼운 당시로선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던 이 곳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진다.마라톤 경기코스는 말 그대로 파리의 핵심 관광코스와 일치한다. 파리시청인 ‘오텔 드 빌’에서 출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됐던 오페라 가르니에, 방돔 광장 등을 거쳐 베르사유궁전을 찍고 앵발리드에 도착하는 코스다. 17세기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도 펼쳐진다. 베르사유 운하 옆에서 진행되는 승마 경기는 올림픽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샹젤리제 거리와 튈르리 공원을 연결하는 콩코르드 광장은 올림픽 기간 중 어반 스포츠의 주무대로 탈바꿈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피의 광장이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스포츠 경기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케이트 보드부터 BMX프리스타일, 3X3 농구 그리고 이번 올림픽 때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까지. 빠른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젊고 새로운 스포츠의 무대로 바뀐다.프랑스 파리는 1855년부터 1937년 사이에 8차례의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324m의 에펠탑(1889년) 등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은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9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도 파리의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움을 TV생중계를 통해 전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백화점, 미술관으로 복원된 옛 건축물올림픽을 앞둔 파리에서는 옛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명소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파리 1구 퐁피두센터 근처인 레알 지역에 있는 ‘라 부르스 드 꼬메르스(la Bourse de Commerce)’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시의 옛 유적을 현대적인 감각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주는지를 보여준다.로마의 판테온처럼 돔과 돌로 지어진 건물은 원래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집 온 카트린 드 메디치 왕비의 저택이었다. 18세기에는 곡물거래소, 19세기에는 원자재 상품거래소, 20세기에는 파리 상공회의소로 쓰이기도 했다.밀과 같은 곡물을 저장하기 위해 강철구조물과 유리로 만든 돔과 넓은 내부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은 3년간의 공사 끝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 명품 브랜드 구찌, 프렝탕 백화점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수와 피노(케어링 그룹 대표)의 5000여 점에 이르는 근현대 예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리모델링을 맡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역사적인 건물 내부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높이 10m, 직경 30m의 원통모양의 구조물을 집어 넣는 실험적 디자인을 감행했다.원통모양의 구조물 내벽은 자연스럽게 미술품 전시장이 되고, 외벽엔 계단이 설치돼 5층 높이의 각 층의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천정까지 올라가면 돔 유리창 밑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1889년 화가 알렉시스 조제프 마제롤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러시아 등 전세계의 민속과 무역의 현장을 그린 그림은 산업화와 기술적 진보를 담은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파리 센강에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 네프 앞에 있는 사마리텐(Samaritaine) 백화점도 15년 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150여 년전에 지어진 아르데코, 아르누보 양식의 기둥과 손잡이, 천장의 벽화까지 하나하나 원래대로 복원을 끝낸 것이다.2005년 붕괴위험이라는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폐점된 지 15년 만이었다. 이 백화점을 인수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백화점 문을 닫고 1조원 가량을 쏟아부어 대규모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아르누보 양식의 명작으로 꼽히는 5층 유리 천정 밑 공작새 프레스코화와 파사드를 비롯해 철제 기둥을 리벳으로 연결한 에펠 구조물, 계단과 문 손잡이 하나까지 모두 세심하게 복원됐다. 총 280개 업체와 300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리노베이션 작업이었다.또한 기존 건물 옆에는 우아한 파도처럼 물결치는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물인 리볼리(Rivoli)관도 새롭게 공개됐다.수백년 전의 오래된 유적이 아니라 근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복원해내는 것은 프랑스인이 아니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이 백화점에서 럭셔리 브랜드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5층에 올라가 보아주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을 마시며 아르누보 양식 유리 지붕과 공작새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된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1970년대 영화 ‘킹콩’을 소재로 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는데, 관광객의 동영상을 촬영해 광고에 합성해주는 코너도 있다. 킹콩의 손에서 붙잡힌 사람이 몸을 흔들며 ‘도와줘요~’ 하고 외치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기념영상을 얻는 비결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9
    • 좋아요
    • 코멘트
  • 개막식 열리는 센강에서 수영을… 파리는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신 중[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내년 제33회 여름올림픽을 치르는 프랑스 파리는 현재 공사 중이다. 2019년 불이 난 노트르담 대성당은 거대한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과 카루젤 개선문에도 가림막을 쳐놓은 채 외벽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주요 경기가 바로 파리의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을 딱 1년 앞두고 경기장으로 쓰일 파리의 유서 깊은 랜드마크를 돌아보았다.● 센강에서 개막식과 수영 경기를내년 파리 올림픽의 중심은 센강이다. 센강 변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는 임시 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이 계단에 앉아 보수 공사 중인 성당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파리 올림픽은 기상천외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160여 척의 배가 각국 대표 선수단을 태우고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6㎞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수상 행진을 벌인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배가 파리의 명소를 지날 때마다 수상교향악단, 곡예사, 댄서 등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센강 주변에 마련된 객석에서 6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무료로 개회식을 지켜보는 사상 최대의 올림픽 개막식이다. 파리시는 수천억 원의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대신 파리 도심 랜드마크 건물 앞에 임시 경기장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에펠탑 아래 샹드마르스 광장에는 1만2860석 규모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들어선다. 파리 군사학교(에콜 밀리테르) 건너편에는 유도와 레슬링 경기장이 들어서고,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 북쪽의 잔디 공원에선 한국의 태극 궁사들이 금빛 과녁을 겨눌 예정이다. 센강에서는 야외 수영대회도 열린다. 그랑팔레와 앵발리드를 잇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 무대다. 황금빛 날개가 달린 페가수스상이 서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곳. 이 다리 밑에서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의 수영 경기가 펼쳐진다. 110명의 남녀 선수들은 센강 1.5km 구간에서 수영을 한 뒤, 사이클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 구간까지 7바퀴(총 40km)를 달리고, 마라톤 10km를 달려 다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골인하게 된다. 1923년 수질 오염으로 수영이 금지된 센강에서 100년 만에 다시 공식 수영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지난 7년간 14억 유로(약 2조 원)를 들여 하수처리장을 개선하고, 폐수 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펼쳐 왔다. 과연 올림픽 수영에 참가한 선수들의 피부 상태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옆에 있는 그랑팔레(Grand Palais)는 1900년 파리 박람회 당시 전시관으로 쓰였던 건물. 에펠탑처럼 철골 구조물로 된 천장에 유리를 끼운, 당시로선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던 이곳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진다. 마라톤 경기 코스는 말 그대로 파리의 핵심 관광코스와 일치한다. 파리시청인 ‘오텔 드빌’에서 출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됐던 오페라 가르니에, 방돔 광장 등을 거쳐 베르사유 궁전을 찍고 앵발리드에 도착하는 코스다. 17세기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도 펼쳐진다. 베르사유 운하 옆에서 진행되는 승마 경기는 올림픽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샹젤리제 거리와 튈르리 공원을 연결하는 콩코르드 광장은 올림픽 기간에 어반 스포츠의 주무대로 탈바꿈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피의 광장이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스포츠 경기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부터 BMX프리스타일, 3×3 농구 그리고 이번 올림픽 때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까지. 빠른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젊고 새로운 스포츠의 무대로 바뀐다. 프랑스 파리는 1855년부터 1937년 사이에 8차례의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324m의 에펠탑(1889년) 등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은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도 파리의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움을 TV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 백화점, 미술관으로 복원된 옛 건축물올림픽을 앞둔 파리에서는 옛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명소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파리 1구 퐁피두센터 근처인 레알 지역에 있는 ‘라 부르스 드 코메르스(la Bourse de Commerce)’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시의 옛 유적을 현대적인 감각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주는지를 보여준다. 로마의 판테온처럼 돔과 돌로 지어진 건물은 원래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집온 카트린 드메디시스 왕비의 저택이었다. 18세기에는 곡물거래소, 19세기에는 원자재 상품거래소, 20세기에는 파리 상공회의소로 쓰이기도 했다. 밀과 같은 곡물을 저장하기 위해 강철 구조물과 유리로 만든 돔과 넓은 내부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은 3년간의 공사 끝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 명품 브랜드 구치, 프랭탕 백화점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수아 피노(케링 그룹 대표)의 5000여 점에 이르는 근현대 예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리모델링을 맡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역사적인 건물 내부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높이 10m, 지름 30m의 원통 모양의 구조물을 집어 넣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감행했다. 원통 모양의 구조물 내벽은 자연스럽게 미술품 전시장이 되고, 외벽엔 계단이 설치돼 5층 높이의 각 층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천장까지 올라가면 돔 유리창 밑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1889년 화가 알렉시조제프 마즈롤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러시아 등 전 세계의 민속과 무역의 현장을 그린 그림은 산업화와 기술적 진보를 담은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 파리 센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뇌프 앞에 있는 사마리텐 백화점도 15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150여 년 전에 지어진 아르데코, 아르누보 양식의 기둥과 손잡이, 천장의 벽화까지 하나하나 원래대로 복원을 끝낸 것이다. 2005년 붕괴 위험이라는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폐점된 지 15년 만이었다. 이 백화점을 인수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는 백화점 문을 닫고 1조 원가량을 쏟아부어 대규모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아르누보 양식의 명작으로 꼽히는 5층 유리 천장 밑 공작새 프레스코화와 파사드를 비롯해 철제 기둥을 리벳으로 연결한 에펠 구조물, 계단과 문 손잡이 하나까지 모두 세심하게 복원했다. 총 280개 업체와 300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리노베이션 작업이었다. 또한 기존 건물 옆에는 우아한 파도처럼 물결치는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물인 리볼리관도 새롭게 공개됐다. 수백 년 전의 오래된 유적이 아니라 근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복원해 내는 것은 프랑스인이 아니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이 백화점에서 럭셔리 브랜드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5층에 올라가 보아주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을 마시며 아르누보 양식 유리 지붕과 공작새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된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1970년대 영화 ‘킹콩’을 소재로 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는데, 관광객의 동영상을 촬영해 광고에 합성해 주는 코너도 있다. 킹콩의 손에 붙잡힌 사람이 몸을 흔들며 ‘도와줘요∼’ 하고 외치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기념 영상을 얻는 비결이다. 파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