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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영 논설위원입니다.

redfoot@donga.com

취재분야

2024-12-29~2025-01-28
칼럼100%
  • “21세기말 지구 온도 4도 오르고, 하루 800mm 폭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한다면 약 80년 후에는 지구 평균온도가 2000년에 비해 약 4도 상승하고, 일부 지역에선 하루에 80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극한 기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악셀 팀머만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복합지구시스템모델그룹과 함께 반복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9일 국제학술지 ‘지구시스템 역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평균 0.8~0.9%가량씩 증가해 2100년에는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2010~2019년 연평균 증가율 1.4%보다 증가율이 소폭 감소하는 경우를 상정했다. 연구진은 15개월에 걸쳐 ‘대규모 앙상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기후 분야에서 초기 조건과 변수를 다양하게 설정해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100회 가량 반복하는 연구기법이다. 1850~2100년 평균기후와 수일 주기의 날씨, 수년 주기의 엘니뇨, 수십 년 주기의 기후 변동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 100km의 공간 해상도로 미래 기후 변화 양상을 시뮬레이션했다. 지구를 100km 격자로 나눠 각 격자에서의 기온과 바람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후 관련 변수를 계산했다는 의미다. 연구결과 약 80년 뒤에는 전 지구 평균온도가 2000년 대비 약 4도가 증가하고 강수량은 약 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 태평양 지역의 경우 하루에 10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날이 지금보다 10배 늘어나고, 일부 지역에선 일 강수량 800mm의 극한 기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전국 평균 연 강수량 1591.2mm였다. 하루 강수량이 800mm에 이른다면 1년 동안 내릴 비의 절반이 하루에 쏟아진다는 뜻이다. 연구를 주도한 키스 로저스 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배출로 호우·혹서 등 극한 기후 현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물론 계절 주기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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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삼성이 기본소득 얘기하면 어떨지…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안한적 있어”

    “‘삼성에서 기본소득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제가 사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3일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해 본인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미국의 글로벌 디지털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우리가 잘 아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도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자고 했다”며 “성공한 CEO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근본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히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며 “(일자리 감소로) 수요가 사라진다면 결국 기업의 생존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 부회장과의 구체적인 대화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당 선대위 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SERI 차문중 소장 등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이 후보는) 지속적으로 대기업이나 경제연구소에서도 기본소득을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 후보의 민간 싱크탱크 방문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가 언급한 대로 머스크 등이 ‘보편적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맞지만 현실 정치에서 당장 도입 가능한 대안으로 주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향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노동의 종말’에 대한 대안적 성격에서다. 오히려 게이츠는 “기본소득에 대해 비용을 얼마나 들지 따져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려운 이들에게 혜택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부터 2박 3일간의 전북 순회도 시작했다. 이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인사에서 “실제 (호남지역) 정책들이 (전북보단)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전북은 호남이라고 배려받는 것도 없고, 호남이라고 차별받고, 또 지방이라고 차별받아 일종의 ‘3중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첫 행선지로 전북 익산시 한국식품클러스터진흥원을 방문해 청년 사업가 등과 대화를 나눈 뒤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한옥마을에서 한 즉석연설에서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게 지배자가 아닌 일꾼이자 대리인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국민 반대가 크면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등 주요 공약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찬을 하며 ‘원팀 화합’을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만찬 전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평화,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모아 이 후보와 민주당이 꼭 승리하도록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때 (정 전 총리가) ‘더 이상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해서 눈물이 났었다”고 감사를 전했다.전주=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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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KT 통신 먹통에서 배우는 초연결사회 대재앙의 교훈

    “문이 안 열려요.” 지난달 25일 KT의 유·무선 인터넷이 1시간 반 정도 먹통이 됐던 때 특히 눈길을 끌었던 하소연은 이런 얘기들이었다. 무인주차장 정산 오류로 지하에 감금됐다, 보안시스템이 작동이 안 돼 사무실 문을 여닫지 못한다, 차량 열쇠로 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안 돼 자동차 문을 못 연다….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되면서 새로 등장한 피해사례다. 자율주행, 원격 로봇수술, 스마트시티 등이 보편화된 진짜 초연결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도시 전체가 한순간에 마비되고 사소한 불편이나 재산 피해 정도를 넘어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태가 올 뻔했다. 현재 통신 약관상 피해보상 기준인 3시간이 아니라 3분만 통신이 멈춰도 악몽인 시대가 곧 다가온다. 이번 KT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통신 장애가 이어졌다. 지난달 전국 곳곳에서 KT의 5세대(5G) 통신이 사흘 동안 중단됐던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자동으로 LTE로 전환되긴 했다는데, 당시 아무도 몰랐다니 5G 품질이 서글프다. 11일엔 서울시가 공사 중에 KT 광케이블을 절단해 서울 영등포·구로구 일대 유·무선 통신망이 3시간 넘게 먹통이 됐다. 지난달 30일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넘게 발권이 중단되더니, 이달 12일엔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서버가 10시간 넘게 마비돼 승객 수천 명의 발이 묶였다.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법칙’의 경고가 떠오른다.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복잡한 초연결사회에서 사고를 피할 수 없다면 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고처럼 사람의 실수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원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KT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서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때도 당시 KT 황창규 회장은 “잠깐의 방심과 자만으로 큰 상처를 낳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19년 말까지 주요 통신시설의 통신망을 이원화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해놓곤 실제로는 그해 말까지 절반밖에 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았다. 시설투자도 2019년 이후 3년째 내리막길이다. 당시 정부도 대대적으로 대책을 내놨다. 특정 통신사의 통신망이 마비되면 다른 통신사로 백업하는 ‘재난 로밍 서비스’도 그중 하나였지만 이번엔 소용없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당시에는 네트워크 가장자리 부분에 대한 대책이었고, 이번 사고는 코어 네트워크로 오류가 번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면 미봉책이었다는 거다. 이번엔 당장 구멍 뚫린 부분만 막겠다는 생각은 안 된다. 초연결사회의 재난 대비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해야 해법이 보인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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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의 ‘공짜뉴스’ 사용… 쟁점과 대안은?

    더피알이 주최하고 IT정치연구회가 주관하는 ‘구글 공짜뉴스를 둘러싼 쟁점과 대안: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에서’ 세미나가 26일 서울 종로구 밴타고서비스드오피스 회의실에서 열린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자국어 뉴스 서비스와 관련해 법 제도의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들이 아웃링크라는 명목으로 공짜로 이용해왔던 언론사 뉴스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고 김정연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가 ‘구글의 뉴스사용료 지불을 둘러싼 글로벌 쟁점과 현황’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다.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이중 잣대와 국내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주제로 강연한다. 자유토론에는 발제자들과 민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다. 행사는 더피알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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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차분한 응원 필요한 ‘우주 독립’의 그날

    대한민국 ‘우주 독립’의 아침이 밝았다. 설계, 제작, 시험, 인증, 발사 등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우주로 향하는 미지의 문을 열어젖힌다. 2010년 독자 발사체 개발의 새로운 꿈을 시작한 지 11년, 1990년 소형 과학로켓 개발에 착수한 때부터 계산하면 31년 만에 맞는 역사적 도전이다. 무게 200t에 아파트 15층 높이(47.2m)에 맞먹는 대형 발사체가 1.5t의 위성을 싣고 지구 저궤도(600∼800km)까지 도달하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엄청난 추진력으로 지구 중력을 뚫어내고 극저온 등의 극한상황도 견뎌내야 한다. 위성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내려놓는 디테일도 필요하다. 성공하면 한국은 1t 이상의 위성과 우주선을 스스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우주개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을 얻게 되는 셈이다. 처음엔 ‘KSLV―Ⅱ’란 개발명으로 불렸지만 2018년 국민 공모를 통해 ‘누리’란 예쁜 이름을 얻었다.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 옛말로, ‘우주로까지 확장된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2조 원 가까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선진국들이 관련 기술을 국가기밀로 꽁꽁 숨기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실패와 도전을 반복했다. 최대 난제였던 연소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번이나 설계 변경을 하고 20여 차례의 시험을 거쳐야 했다. 11년이나 기다렸지만 발사 성공 여부는 단 16분 안에 결론 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따져선 안 된다. 만에 하나 성공하지 못할 경우 국민적 기대가 실망과 냉소로 바뀌고, 우주 개발 무용론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하지만 처음 개발하는 로켓의 첫 발사 성공 확률은 30%를 밑돈다고 한다. 실패한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지상에서의 실험을 통해 10개 중 9개의 퍼즐은 맞춰놨고 마지막 검증만 다시 하면 된다. 성공한다고 해도 하나의 이벤트처럼 축포만 쏘고 끝낼 일은 아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더 성능 좋고 경제성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마침 5월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따라 앞으로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다. 6월 예비타당성조사에 탈락해 주춤하고 있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도 빠른 시간 내에 시작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민간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우주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누리호 발사의 역사적 순간을 국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인터넷과 방송 생중계를 보며 응원할 기회는 남아 있다. 이번 기회에 우주의 꿈을 키우는 ‘누리호 키즈’도 많아지면 좋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걸어온 연구진에도 아낌없는 성원과 박수를 보낸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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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사악해지지 말자” 플랫폼 기업이 새길 교훈

    1984년 1월 슈퍼볼 경기에 맞춰 공개된 애플의 60초짜리 광고는 충격적이었다. 흡사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연상케 하는 ‘빅브러더’를 비춘 대형 스크린을 한 여성이 해머를 던져 산산조각 낸다. 컴퓨터 시장에서 IBM 독재를 부수고 자유와 다양성을 되찾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공개된 패러디 영상 속에선 빅브러더의 얼굴이 한입 베어 문 사과, 바로 애플로 바뀌었다.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화에 반발해 소송을 낸 미국 게임업체 에픽게임스가 “애플은 개발자를 억압하는 독재자”라고 비판한 것이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구글의 창업 초기 모토다. 개방성을 중시했던 구글은 대용량의 지메일을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개발자들과 공유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앱결제 강제화 논란에서 보듯 시장을 독점하고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모토에서 ‘don’t’가 사라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자만 교체될 뿐 세상은 그대로인 법인데 우리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 과거 그들이 내세웠던 혁신에 열광했던 만큼 배신감은 더 크다. 최근 들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 쏟아지는 비난에도 이런 배신감이 크게 작용한다. 한때 그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혁신의 상징이었다. ‘타다 사태’에서 보듯 구산업과 신산업이 충돌할 때 소비자들은 기꺼이 혁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 없이 영역만 확대하는 모습을 보며 우려가 커졌다. 무료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후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 골목상권을 파고드는 플랫폼 기업에 소상공인들은 “큰 기업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하고 한탄한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후배 격인 스타트업들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투자, 협업 등을 빌미로 기술을 빼간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기업문화도 수평적이고 개방적일 것 같았지만 임원의 괴롭힘에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에 대해 기존 산업과 달리 완화된 규제를 적용해 준 것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혁신이 없다면 더 이상 우대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플랫폼 기업들을 ‘혁신 없는 괴물’이라고만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지 말고 그동안 이뤄낸 성과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을 희생양 삼아 몰아치듯 규제를 하다가 자칫 막 성장하려는 스타트업들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이 공감을 얻으려면 플랫폼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치를 찾을 수 있어야 플랫폼 생태계의 존재 의미가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카카오가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다짐을 플랫폼 기업들 모두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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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플랫폼 독점 짙은 그림자, 혁신 되살릴 해법 찾아야

    무료 서비스로 택시 시장 점유율을 늘린 뒤 수익 창출로 태세 전환을 했던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꼬리를 내렸다. 3월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을 내놨다가 업계와 갈등을 빚더니 최근엔 승객이 부담하는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올렸다가 거센 유탄을 맞았다. 친절한 라이언의 표정이 바뀌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당장 여당이 팔을 걷고 나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을 정조준하겠다고 선언했다. 12일 열린 공동 국정감사 오리엔테이션에선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정보 독점과 근로자의 희생 등으로 경제력 집중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대-중소기업 하청 구조보다 더 심각한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표현도 나왔다.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더 걷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혁신과 독점·불공정의 두 얼굴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큰 건 사실이다. 이미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은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정조준했다. 6월에는 GAFA를 겨냥한 5개 법안이 미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게이트키퍼(문지기) 노릇을 하며 유통 경로를 장악하고, 신생 기업을 인수해 경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규제 철학도 바뀌었다. 과거엔 독점 구조라도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없다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는 ‘신브랜다이스학파’의 입김이 커졌다. 설사 빅테크 기업을 쪼개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유럽연합(EU)은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고 유럽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특정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다른 기업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일상 곳곳을 파고들었다. 금융 쇼핑 택시 웹툰 배달 교육 등 이젠 플랫폼 없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석 달 만에 19개가 늘어 158개에 이른다. 문어발처럼 영역을 넓히면서 곳곳에서 소상공인 소비자 전문가집단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규제 방식을 답습하는 일차원적 규제는 피해야 한다. 전통산업과는 다른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모빌리티 산업을 택시에 가둔 ‘타다 금지법’이 결국엔 카카오의 독점으로 귀결됐듯 고민 없는 성급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혁신을 막을 수도 있다. 신규 기업이 플랫폼 시장에 활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역동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규제와 진흥, 상생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고민할 때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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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어린이 게임 ‘19금’ 만든 셧다운제, 통금 풀 때 됐다

    10년 묵은 ‘밤 12시 통금’이 드디어 풀릴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파장이 제법 크다. ‘강제적 셧다운제’(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를 이제는 진짜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MS가 자사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한국에서는 만 19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MS는 보안 문제로 계정 통합 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한국용 서버는 따로 구축해야 했다. 셧다운제를 적용하느라 특정 시간대에 특정 연령을 차단하는 기능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느니 아예 성인만 가입할 수 있게 바꿔 버리겠다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레고 같은 블록을 쌓아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꾸미는 게임이다.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가상세계 내에서 각자의 마을을 만들고 서로를 방문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현실과 혼합된 가상세계)의 원조 격으로 불린다. 지난해 청와대는 마인크래프트 게임 내에서 어린이들이 청와대를 둘러보도록 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정도였다. 그런데 졸지에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19금 게임’에 초대한 셈이 됐으니 모양이 말이 아니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0시∼오전 6시에 인터넷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 제도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됐다. 게임 과몰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뿐이다. 물론 중국은 좀 더 화끈하다. 부모의 신원을 도용해 게임하는 것을 막겠다며 안면인식 기술까지 도입할 정도다.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PC 게임에만 적용돼 실효성이 떨어졌다. 해외 서버나 다른 사람들의 신원을 도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부작용도 계속됐다. 더구나 정부가 나서서 게임을 못 하게 막으니 게임사가 올바른 게임 사용법을 교육할 책임을 회피할 명분이 됐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폐지하자는 법안이 국회 회기마다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현 국회에도 폐지 법안이 5개나 발의돼 있지만 적극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이참에 게임을 ‘악’으로 보는 다른 규제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며 게임 등급 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게임 내의 경제가 게임 밖으로 확장되고 메타버스와 가상자산이 결합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글로벌 흐름을 간과한 것이다. 2002년 그리스는 불법 도박을 근절한다는 이유로 모든 종류의 전자게임을 금지한 적이 있다. 결국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정부를 유럽 사법재판소에 제소하면서 2년 만에 효력이 정지됐지만 그사이 그리스 내 게임산업의 기반은 뽑혀 나갔다. 그리스의 어이없는 규제는 웃음거리가 됐다. 우리의 게임 규제는 세계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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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전문직 뒤흔든 플랫폼 갈등, 어설픈 봉합으론 안 된다

    택시나 배달 업종 등에서 나타나던 기존 업계와 플랫폼 비즈니스 사이의 갈등이 최근엔 변호사 의사 등 이른바 ‘사자 직업’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전문직발(發) ‘타다 사태’로 불릴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은 서로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지난달 변협은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바꿔 8월부터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로톡이 저가 수임 경쟁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법률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면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 31일 로톡은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으로 맞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플랫폼과 전문직의 갈등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와 ‘바비톡’이 환자를 불법 알선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날을 세운다. 연말정산 미환급금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유명한 ‘삼쩜삼’은 세무사들과, 다세대·연립주택의 담보 가치를 자동 평가해주는 ‘빅밸류’는 감정평가사들과 설전을 벌였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과 공인중개사, 전문의약품 배송 플랫폼과 약사들의 공방도 진행형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 짧은 지면 속에 따지기는 어렵지만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플랫폼들은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강조한다. 전문직 단체들은 편리함과 비용만 따지다 숙련된 전문자격인의 통제를 벗어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 되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맞선다. 앞으로도 이 같은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현재 전문직의 고유 영역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무당국이 조세업무 자동화에 나서자 세무사가, 대법원이 ‘미래등기’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자 법무사들이 떨고 있다. 전통 영역과 신산업의 충돌에 대해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 다만 양쪽의 이해관계를 적당히 봉합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자칫 우스꽝스러운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 2019년 9월 취임한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일본 과학기술·IT 담당상은 “행정 절차의 디지털화와 일본의 전통 도장 문화의 양립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에 호응하듯 그해 일본에선 전통과 혁신을 결합한 ‘획기적’인 물건이 나왔다. 자동으로 도장을 찍어주는 로봇이다. 개발 회사는 “번거로운 날인 작업을 효율화해 사실상 서류를 ‘전자화’한 것과 같다”고 했다. 황당한 일을 진지하게 하면서 ‘혁신’이라 주장하는 꼴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현행법의 틀에서 합법이냐 위법이냐 따져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차원적 접근에 그쳐선 안 된다. 불편한 경험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틈새 서비스는 끊임없이 나올 텐데 그때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질 순 없다. 필요하면 기존의 법체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신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소비자 피해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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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정보기술 인재확보 전쟁, ‘록스타’ 키울 대계 세워야

    1960년대 미국에서 수습 프로그래머 9명에게 제한시간 2시간을 주고 코딩 등의 문제를 풀어보도록 했다. 1등과 꼴찌의 성적 차이는 엄청났다. 코딩에선 20배, 디버깅(오류 수정)은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선 10배나 차이가 났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탁월한 인재 한 명이 월등한 성과를 낸다는 ‘록스타 원칙’이 여기서 나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나온 저서 ‘규칙 없음’에서 넷플릭스 인사평가에 이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게임, 플랫폼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록스타’ 찾기에 혈안이다. 자고 나면 ‘업계 최고 대우’ 순위가 바뀔 정도로 연봉 인상 경쟁이 숨 가쁘다. 도박판에서 판돈 올리듯 이어지는 출혈 경쟁은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다.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록스타’를 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버스킹 좀 해본 사람, 동네에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까지 일단 데려가야 할 판이다. 연봉 경쟁이 채용 경쟁으로 확전된 것이다. 많아봤자 수십 명 정도였던 회사별 채용 규모가 수백 명에서 1000명 가까이로 확 늘었다. 네이버는 비전공자를 위한 별도의 개발자 육성 및 채용 트랙도 신설했다. 키워서라도 쓰겠다는 것이다. 개발자 풀을 넓히기 위해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개발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대규모 채용소식도 반갑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인재가 공급되지 않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든다. 디지털포메이션(디지털 전환) 추세 속에 전 산업에서 디지털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너무 무관심했다. 2018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양과 질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초등학교에선 실과 과목의 일부로 5, 6학년 2년간 17시간, 중학교선 3년 중 1년에 몰아서 주 1시간씩 34시간 배우는 게 고작이다. 초중고교 모든 학년에서 독립과목으로 편성해 필수교육을 하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달 초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인재 양성’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AI의 구구단에 해당하는 컴퓨팅 사고력을 구구단처럼 몸에 배도록 하는 기초교육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학에서도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인재 수요에 맞춰 직업훈련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경직된 정원 규제에 묶여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55명에서 70명으로 고작 15명 늘리는 데 15년이나 걸렸다. 이젠 문과생들도 개발자가 되겠다며 코딩 공부에 뛰어드는 시대다. 단기 교육과정으로 저숙련 개발자는 어찌어찌 공급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고급 인재 확보는 요원하다. ‘록스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도 인력부족 타령만 할 것 같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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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신뢰위기 빠진 게임산업 이제 게임사가 답하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은 게임산업에 올해 제동이 걸렸다. 단순한 암초 수준이 아니다. 게임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신뢰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사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연초 ‘트럭 시위’ 형태로 불거졌다. 한 게임사가 신년이벤트를 임의로 중단했다가 이용자들을 홀대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그때만 해도 트럭 시위는 게임 이용자들이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적극 의견을 표출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고질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산되며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다. 공정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한 게임사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확률 공개를 선언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능력치를 얻을 가능성이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돈을 쓰지 않는 불매운동, 다른 게임으로의 집단망명 등의 항의 움직임이 표출됐다. 확률형 아이템은 쉽게 복권이나 ‘뽑기’ 같은 구조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더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게임업계의 대응이었다. 업계는 확률 정보 공개를 법제화하려는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 “개발자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대응은 논의를 회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업계에서 “유저들의 결제태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돌아 논란이 됐다. 확률형 아이템 판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금을 들여 게임에 몰입하는 이용자들이 문제라고 책임을 돌린 셈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문제가 된 건 오래전부터다. 게임업계에도 시간이 있었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국회 차원에서 규제 움직임이 일자 2015년 게임업계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들고나왔다. 자정 능력을 키우겠다며 2018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도 발족했다. 하지만 공개 범위는 일부에 그쳤고, 그 사이 더 복잡한 확률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자율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율기구는 최근 국내 게임사의 자율규제 준수율이 99%라고 밝혔는데, 이용자들의 체감과는 괴리가 있다. 기초문제만 딱 풀어보곤 더 공부할 게 없다며 책을 덮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이번에 게임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막 꽃을 피우고 있는 게임산업 자체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거나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율규제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서둘러 내놔야 할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 의존을 낮추고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 이용자들이 게임 자체를 외면하는 지경까진 이르지 않은 것 같다. 지난달 한 역할수행게임(RPG) 유저들은 돈을 모아 게임사에 ‘커피트럭’을 보내려고 했다. 빠른 업데이트와 합리적 운영, 이용자와의 소통 노력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본사 앞에 등장할 트럭이 ‘커피트럭’일지 아니면 ‘시위트럭’일지,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이 돌진할지, 게임사들이 답할 차례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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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규제” 권한 다툼에 골병드는 온라인 플랫폼[광화문에서/김재영]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않고 수술대에 올랐는데 의사들이 서로 자기가 수술하겠다고 하니 불안합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달 초 한 토론회에서 정부와 국회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갈등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국회 정무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권한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공정위는 ‘플랫폼 갑질’을 막겠다며 지난해 9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온플법)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정보통신기술(ICT) 규제는 우리 전문영역”이라며 반발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의원 입법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발의하며 맞섰다. 공정위 측은 “오랜 기간 준비했는데 방통위가 뒤늦게 숟가락을 얹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9일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안이 정부에서 마련한 단일하고 합의된 안”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정무위 여당 의원들도 “정무위에서 공정위안으로 처리하기로 당정협의를 마쳤다”고 선언했다. 이에 과방위 의원들과 방통위가 반발하자 19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긴급 조율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서로 일을 하겠다고 싸우는 흔치 않은 미담에는 이유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 원으로 10년 전(25조 원)의 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새롭게 열린 유망 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을 선점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관할권 다툼에 집중하면 정작 규제 내용에 대한 검토는 부실해진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유형마다 상황이 다른데 정부가 만든 표준계약서를 어떻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플랫폼에 노출되는 순서, 형태, 기준 등을 공개하라는 조항에 대해선 영업비밀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매출액 100억 원, 거래액 1000억 원 이상’이 규제 대상인데 왜 그렇게 정했는지도 모호하다. 단기간 매출이 급등한 소규모 스타트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부처에서는 나중에 시행령이나 고시 등으로 구체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일단 규제부터 꺼내는 관성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ICT 법안 815건 중 규제법안이 73%에 이른다. 충분한 검토를 통해 혁신을 저해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수년간의 토론과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통해 법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 부처 간 적당한 타협으로 짜깁기해 서둘러 법을 통과시키는 방향은 곤란하다. 이번 기회에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과 적용 범위, 방식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듣고 구체적인 실태조사도 진행해야 한다. 무턱대고 메스부터 들이대기 전에 “MRI부터 찍어 보자”는 환자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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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솔루션 ‘모핑아이‘, 유망 스타트업과 MOU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융합 솔루션 기업 모핑아이가 블록체인 유망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25일 체결했다. 양사는 이날 서울 마포구 모핑아이 사무실에서 MOU를 맺고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 공유경제, 프로토콜 경제 생태계의 확산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모핑아이의 AI-블록체인 융합 솔루션 ‘바미(BAMI)’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바미’는 마이데이터와 연계해 재무, 건강, 라이프 기술 등의 측면에서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는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김기영 모핑아이 대표는 “4차 산업의 핵심기술 보유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AI 국민 체감 서비스 개발, 신산업 활성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며 “모두가 행복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연창학 블록오디세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와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해지고 프로토콜 경제로의 진입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핑아이는 이스라엘 AI 솔루션 사이센스(Sisense)와 솔루션 핵심 엔진 개발 파트너십 체결을 완료하고, AI와 블록체인을 융합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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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편견을 버리세요… 한국 산업의 미래입니다[광화문에서/김재영]

    택진이 형이 또 해냈다. 이달 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공학계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됐다. 산업계 인사들이 뽑히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김 대표의 선정이 눈길을 끈 건 ‘게임업계 최초’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공학계에서 게임산업을 ‘동료’로 인정했다는 느낌이다. 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창업자도 지난해 12월 게임업계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의 최고상 격이다. 매년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와 ‘불량식품 파는 업자’나 ‘게임중독의 주범’ 같은 취급을 받으며 의원들의 매서운 질타를 듣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속에 게임업계의 성장은 눈부셨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게임 이용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고,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산업으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9% 이상 성장해 17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업체들은 국내를 넘어 북미, 유럽, 일본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정보기술(IT)은 물론이고 영화 엔터테인먼트 웹툰 등 콘텐츠 산업과의 합작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주도주로 떠올랐다. 한국과 일본 증시에서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8일 종가 기준으로 63조7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조심스럽다. 우선 46조 원 규모로 세계 최대 게임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빗장이 걷히지 않았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게임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내줬지만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신규 진출 길이 막힌 사이 되레 중국 게임업체들은 지난해 한국에서 약 1조5000억 원을 챙겨 갔다. 중국 시장의 문이 열린다고 해도 걱정이다. 한국산 게임이라면 덮어놓고 열광하던 몇 년 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중국 게임 자체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원신’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 최근 빅히트한 중국 게임은 그래픽, 게임성, 캐릭터 등 기술력뿐만 아니라 서비스 운영 능력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이제 ‘대륙의 실수’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우리 게임업체들이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업계도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도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아직은 미흡하다. 문을 걸어 잠근 중국에 대해 정부는 “노력은 하고 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내놨지만 아직 현장에선 와닿지 않는 분위기다. 게임산업을 지원한다는 법률 전부 개정안엔 오히려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등 업계를 옥죌 수 있는 새로운 규제가 숨어 있다. 훈장도 좋고 상장도 좋다. 하지만 정부가 게임산업의 긍정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낡은 규제 개선과 다양한 게임 생태계 지원에 나선다면 게임업계엔 이보다 큰 칭찬과 격려가 없을 것이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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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구글이 멈췄다… 내 일상도 함께 멈췄다[광화문에서/김재영]

    한때 ‘이영애의 하루’라는 유머가 유행했다. 당시 워낙 인기 많은 광고 모델이다 보니 그가 출연한 광고 제품만으로도 하루를 살 수 있다는 농담이었다. 요즘 우리의 하루를 재구성하면 어떨까. 구글, 네이버, 카카오와 함께하는 하루쯤 되지 않을까. 쇼핑 뉴스 금융 등 일상생활부터 업무까지 플랫폼을 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지난달 12일 오전 갑자기 유튜브가 먹통이 됐다. 원격수업 핑계로 중학생 아들이 하루 종일 유튜브만 끼고 살던 터라 솔직히 잘됐다 싶었다. 하지만 한 정보기술(IT) 기업이 진행하던 온라인 콘퍼런스가 접속 장애를 겪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차 했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놀잇감이 아닌 거였다. 그러던 차에 14일 저녁 유튜브, 지메일, 구글클라우드, 구글미트(화상회의), 지도, 캘린더 등 구글 서비스 대부분이 동시에 멈추니 압박감이 더 심했다. 회사 이메일 계정과 연동해 놓은 이메일을 열어볼 수 없었고, 다음 날 일정도 확인할 수 없었다. 구글의 영향력이 큰 미국에선 혼란이 상당했다. 원격수업을 하던 학교는 휴교를 결정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언론사에선 기사 전송 프로그램이 멈춰 기자들은 회사 안의 누군가에게 전화로 기사를 불러야 했다. 사물인터넷(IoT) 연동 기능을 갖춘 구글 홈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조명이나 TV를 켤 수 없었다. WSJ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스노데이’(폭설로 인한 마비처럼 인터넷 장애로 인한 마비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하고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구글, 아마존 등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격도 위협적이다. 최근 미국 국방부, 재무부, 심지어 핵안보국(NNSA)까지 해킹에 뚫렸다. 원격근무가 확대되자 해커들은 보안이 취약한 재택근무자의 개인컴퓨터를 통해 기업 본진을 노리기도 한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발생한 유튜브 장애에 대해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 저하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체의 관리 책임을 묻는 일명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음 적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서비스 중단 시 부가통신사업자의 고지 의무 기준 시간을 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사이버재난’을 일상을 마비시키고 엄청난 재산 피해를 주는 국가 재난으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어느 곳에도 사이버재난은 명시돼 있지 않다. IT업계의 20년 전 농담 하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자동차업계를 조롱했다. “만약 제너럴모터스(GM)가 컴퓨터산업과 같은 수준을 갖추게 된다면 1갤런(약 3.8L)으로 1000마일(약 1600km)을 갈 수 있는 25달러(약 2만8000원)짜리 차를 몰게 될 것이다.” GM이 발끈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치명적 오류’라며 멈춰 버리는 차를 타고 싶습니까.” 디지털을 벗어나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인터넷 오류가 치명적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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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 비싼 값에 사라” ‘주파수 재할당’ 갑질 논란[광화문에서/김재영]

    때 되면 휴대전화를 바꾸다 보니 집에 굴러다니는 멀쩡한 휴대전화가 여럿 된다. 최신 스마트폰 광고를 보며 은근히 눈치를 보내도 아내가 눈도 깜짝 안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년 전 개통한 아이폰4도 아직 쓸 만하다. 지금은 아이의 장난감 신세로 전락했지만 당시 16G 출고가 기준 81만 원의 거금으로 장만한 첫 스마트폰이다. 용돈도 궁한데 지금이라도 중고장터에 내놔도 될까. 살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출고가대로 받아야겠다고 우기면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하다. 해마다 최신 기종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옛 장비의 출고가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10년 전 가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다. 내년 6월 이용기간이 끝나는 2세대(2G), 3G, LTE 이동통신 주파수를 재할당하는 대가를 얼마로 해야 하는지를 놓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 정부는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이통사들이 5∼10년간 이용할 권리를 부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대개 처음 할당할 때는 경매로 가격을 정하고, 사용기한을 연장할 땐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매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재할당 때도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년간 5조7000억 원 정도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통사들은 수요가 몰려 높게 낙찰됐던 과거의 경매가를 다시 반영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맞선다. 예전과 달리 3G, LTE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5G라는 대체재도 생겨난 상황에서 합리적 산정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용기간 5년, 매출성장률 3%를 반영해 1조5000억∼1조6000억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요지부동이고 이통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을 공개해 달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가 하면 “차라리 시장가치대로 경매를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규제산업인 통신산업에서 기업들이 ‘슈퍼갑’인 규제당국에 이렇게까지 맞서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국민의 자산인 주파수 가격을 시장가치만 고려해 책정할 순 없다. 정부로선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정가를 넘어서 과도하게 가격을 매길 경우 부작용도 우려된다.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갖추기 위해 통신사들이 26조 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재원 부족으로 투자가 지연될 수도 있다. 이통사들이 주파수 대역을 덜 받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3G, LTE의 서비스 품질 하락이 불가피하다. 요금 인하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서로 싸울 필요 없이 ‘법대로’ 하면 되는데 문제는 전파법에 명확한 산정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이통사가 저마다 유리한 조항을 근거로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한 대가 산정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7일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에 대한 공개설명회를 연다.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되면 곤란하다. 이해관계자들이 저마다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디지털 뉴딜의 재원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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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리스마’ 이건희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보인 ‘두번의 눈물’

    강인한 카리스마로 기억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 공개 석상에서 두 차례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눈물이 처음 포착된 것은 삼성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2008년 7월이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계열사 중 특별히 중요한 회사가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전자와 생명이다.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제품 중 11개가 세계 1위인데 1위는 정말 어렵다. 그런 회사를 만들려면 10년, 20년 갖고는 안 된다”라고 말하다 목이 메었고 눈물을 흘렸다. 또 한번의 눈물은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발표장에서였다. 한국은 그간 2번 떨어져 ‘삼수’째였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세계 스포츠계에 발이 넓은 이 회장이 특별사면됐다. 2009년 12월의 일로, 이 회장은 당시 집행유예 중이었다. 이 회장은 1년 반 동안 170일 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직접 100여 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일일이 접촉했다. 당시 이 회장이 이동한 거리는 지구를 5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였다. 약속을 취소하겠다는 IOC 위원을 1시간 반을 기다려 만나기도 했다. 2011년 7월 7일 남아공 더반 IOC 총회에서 평창이 최종 결정되자 이 회장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은 귀국길에 “지금은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며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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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잔칫상’ 받으려면 연구자 흔드는 풍토 바꿔야[광화문에서/김재영]

    만년 하위 팀 야구팬들이 ‘가을잔치’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심정이 이럴까. 매년 가을 노벨상 발표를 지켜보는 기분이 딱 그렇다. ‘남의 잔치’다. 올해는 좀 달랐다.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를 선정, 발표하는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를 화학상 후보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화학상은 유전자를 마음대로 잘라내고 교정할 수 있는 3세대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2명의 여성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연구 분야가 하필 유전자 가위여서 속이 좀 쓰렸다. 이 분야의 권위자로 수상자들과 특허 경쟁을 벌였던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이 있기에 아쉬운 결과였다. 올해도 남의 잔치였으나 그래도 잔칫상의 말석에나마 앉아본 느낌이랄까. 과학계에선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 시기를 앞당기려면, 수상하더라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몇 년간 과학계는 숱한 외풍에 시달렸다. 현 정부의 ‘과학계 적폐청산’ 작업이 대표적이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연구비를 횡령하고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신성철 KAIST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과학계에선 ‘정치적 숙청’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8월 무혐의 처분으로 일단락됐지만 과학계가 받은 상처는 컸다. 유전자 가위의 대가 김진수 수석연구위원도 재판을 받고 있다. 국가의 지원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도 이를 특정 회사의 성과인 것처럼 꾸며 헐값에 넘겼다는 혐의다. 재판 중이어서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과학계에선 일부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을지라도 ‘기술 탈취’라며 망신을 주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 기초과학 연구의 메카인 IBS도 지난해 강도 높은 감사를 받으며 홍역을 치렀다. 2012년 출범 당시 연구단별로 연간 100억 원 정도였던 연구비도 점차 줄어 이제 연 50억∼60억 원에 그친다. IBS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를 모델로 만들었다. 탁월한 연구에 대해 국가적으로 전폭 지원한다는 게 설립 목표였는데 어째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물론 과학계가 성역은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한다. 과학자들 스스로도 연구 부정이나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나 감독, 연구비 지원을 무기 삼아 연구자들을 옥죄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과학계를 흔드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올해 노벨 화학상 발표날이었던 10월 8일 현 교수는 강의 시작 전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낫 투데이(Not Today)’를 틀어줬다고 한다. ‘아직 멀었다’는 겸양보단 ‘오늘이 아니었을 뿐’이란 자신감으로 읽혔다. 마침 가사 내용도 딱 알맞다. “네 눈 속의 두려움 따위는 버려/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승리의 날까지/무릎 꿇지 마. 무너지지 마….” 잔칫상을 받고 싶다면 우수한 연구자들이 탁월한 연구에 정진할 환경을 만들고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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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가을 패션[고양이 눈]

    꽃사슴이 머리 장식과 귀걸이로 한껏 멋을 냈군요. 어김없이 찾아온 이 가을, 맑은 눈망울로 숲 방문객들을 반겨줍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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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물 안 리그 전락한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광화문에서/김재영]

    허리를 비틀고 골반을 쭉 빼며 조금이라도 작아 보이려 안간힘을 쓴다. 키가 줄었다는 측정 결과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한다. 2018년 한국프로농구(KBL)에서 외국인 선수의 키가 2m를 넘으면 뛸 수 없다는 신장 제한 규정을 만들자 벌어진 진풍경이었다. 해외 언론은 ‘한국에선 키가 크면 농구를 할 수 없다’며 비꼬았다. 국내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신장 2m 제한’ 규정은 논란 끝에 결국 1년 만에 폐지됐다. 코미디 같은 일이 지금도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키가 크면, 즉 대기업이면 일단 안 된다. 3000억 원짜리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교육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의위원회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난달 반려됐다. 벌써 네 번째다. 세 번이나 거부당하고도 도전하는 끈기도 놀랍고, 그걸 다시 퇴짜 놓는 고집도 남다르다. 교육부는 절박했다. 함부로 맡길 사업이 아니었다. 나이스는 성적 처리와 출결, 학사 일정 등을 관리하는 핵심 교육시스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수업 등이 도입되면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 필요성도 커졌다. 5월 초유의 온라인 개학 때 시스템 과부하로 접속 오류가 발생했던 트라우마도 있다. 당시 대기업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의 ‘무료 봉사’로 겨우 문제를 해결했다. 대기업 입찰이 제한된 건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국가안보, 신기술 등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곤 공공 IT 사업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공공 시장에서 대기업의 독점을 막고 중소·중견기업을 키우겠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판 오라클’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발주처 모두 패배하는 게임으로 가고 있다. 대기업이 떠난 자리는 몇몇 중견기업이 독점했다. 이들은 더 성장해 대기업이 되면 공공 시장에서 퇴출되기에 더 노력할 유인이 없다. 시스템 개발 사업 발주는 사라지고 유지관리 사업만 늘었다. 발주처들이 중소기업에 일을 맡기기보단 최대한 고쳐 쓰고 있는 것이다. 전자정부·대중교통 시스템 등을 수출했던 대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판판이 깨진다. 국내 공공기관에 들어갔다는 실적과 노하우가 없으니 명함을 못 내미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자정부 수출 실적은 2015년 약 6000억 원에서 2018년엔 3000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이라는 큰 장을 열었지만 이대로라면 공공 인프라 사업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 기술과 인력, 노하우를 최대한 쏟아부어도 가능할까 말까인데 중소·중견기업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IT 업계에서는 대기업 참여를 무조건 막기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을 배려하면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서 경험을 축적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손잡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정면승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출전 제한이라는 손쉬운 편법으론 결코 리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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