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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레이스 초반 공화당과 민주당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확실한 대선 주자가 없는 데다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의 개표 혼란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주 내내 호재가 잇따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최고의 1주일이었다”(파이낸셜타임스)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 4일(현지 시간) 공개된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9%로 취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둘째는 탄핵안 부결(5일)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밋 롬니 의원을 제외한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이 탄핵에 반대한 건 예상을 뛰어넘은 일이다. 2016년 대선 캠페인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에서 아웃사이더였지만 이제 ‘공화당이 트럼프당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게 됐다. 셋째는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3일) 개표 관리 실패다. 38세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 깜짝 1위를 차지하면서 민주당 대선 경선에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였지만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더욱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발언과 행동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4일 국정연설이 하이라이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78분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비전보다는 대선 후보로서 지지자를 향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 예로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alien)’이라는 표현을 10차례 사용했는데 모두 ‘불법적인(illegal)’ 또는 ‘범죄의(criminal)’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지지를 보낸 백인 노동자 계층의 입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다. 지지층의 표심을 다시 얻기 위해 이들의 경쟁자를 적(敵)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 건강보험 문제를 언급하며 “결코 사회주의가 미국의 건강보험을 파괴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특히 급진적 좌파로 분류되는 유력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는 국가를 파괴하지만 자유는 (국민의) 마음을 통합한다”며 이분법 구도를 명확히 했다. AP통신은 ‘분열의 연설(state of the disunion)’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state of the union’이라고 표기하는데 이 표현을 뒤집어 국정연설을 비판한 것이다. 탄핵안이 부결된 지 사흘 만인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보복 조치’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원의 탄핵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백악관에서 내쫓고, 고든 손들런드 주유럽연합(EU) 미국대사는 불러들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직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CNN)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인들에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지상(至上) 과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지지층을 넓히는 것 못지않게 기존 지지층을 탄탄하게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피아(彼我)를 명확하게 나누는 전략을 종종 쓰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편 가르기 전략’을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미국 사회에 치유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기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들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무역협상과 관련해 “유럽과 진지하게 대화하겠다”라고 엄포를 놓은 것도 대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그의 화살이 어디를 향할지 전 세계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다. 장택동 국제부장 will71@donga.com}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후베이(湖北)성에서 사망자의 95% 이상이 발생했고, 사망률도 중국 다른 지역보다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본토 사망자 1017명(11일 기준) 가운데 후베이성은 974명(95.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시에서 사망자가 748명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또 후베이성의 사망률은 3.1%, 우한시의 사망률은 4.1%인 반면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내 다른 지역의 사망률은 0.2%에 불과하다. 이처럼 후베이성에 사망자가 많고 사망률이 높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 실패와 열악한 의료 시스템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발병 초기 환자를 제 때 격리하지 않아 환자 수가 무서운 속도로 급증했고, 중증 환자가 발생해도 이들을 치료할 시설, 물자, 의료 인력이 모두 모자라 제대로 치료를 못했다는 것이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일 기준 신종 코로나 치료 지정 병원 26곳의 병상은 7259개에 불과했다. 매일 환자가 2000~3000명 급증하는 상황에서 위중한 중증 환자조차 제대로 치료하기 어려웠다. 부랴부랴 3일 우한시에 1000개 병상 규모의 임시 격리병동 훠선산(火神山)병원, 9일 1600개 병상 규모의 레이선산(雷神山)병원을 열었지만 1만8000명이 넘는 우한시 환자를 수용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한시에는 중증 환자를 집중 치료할 수 있는 대형병원이 3개, 중환자용 베드는 110여개 밖에 없었다”며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의 특징상 2, 3차 감염으로 갈수록 사망률이 낮아지는데 후베이성과 우한은 1차 감염자 비율이 높은 것도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초기 발생했을 때 훨씬 치명적이고, 감염원을 거칠수록 독성이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도 유행 초기 감염자들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박성민기자 min@donga.com}
“이라크는 5000마일 거리에 있는 친구(미국)와 5000년 동안 이웃으로 지낸 국가(이란)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가 지정학적 위치를 바꿀 수도, 역사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이게 이라크가 처한 현실입니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토로한 내용이다. 미국이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공습하자 이라크 내 친이란 시위대가 이에 항의하기 위해 바그다드의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을 습격해 혼란이 가중되던 시점이었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압둘마흐디 총리의 발언에는 강대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라크의 답답한 처지가 담겨 있다. 최근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미국-이란 간의 충돌이 벌어진 곳은 미국이나 이란이 아닌 이라크였다. 이번 갈등의 시발점이 된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으로 미국 민간인이 사망한 곳도,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곳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미사일을 쏟아부은 곳도 모두 이라크 영토였다.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이라크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란이나 미국 영토 안에서 일이 벌어지면 자칫 전면전으로 번질 각오를 해야 하므로 양국 모두 애꿎은 이라크를 선택한 것이다. 이라크 주민들이 ‘주권 침해’라고 항의하고 이라크 의회가 미군 철수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미국은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라크가 미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면 “이전까지 보지 못한 수준의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라크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이고 시아파가 수니파보다 2배가량 많지만 이라크 국민들이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라크 시위대는 “이란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이란영사관 2곳을 습격했다. 하지만 이란 역시 이라크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약소국이 강대국 간 대리전의 싸움터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시리아 내전은 미국-터키-사우디아라비아 대 러시아-이란 간의 대리전 성격이 강하다. 리비아 내전도 터키-카타르와 사우디-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가 대결하는 형국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라크는 24년간 사담 후세인의 철권통치 아래 이란, 미국과 전쟁을 벌이면서 피폐해졌다. 2003년 후세인이 몰락한 뒤에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친이란 민병대 등 다양한 무장세력이 등장했고 주변 강대국의 세력 다툼 속에서 이라크 사회는 더욱 어지러워졌다. 하지만 이라크전 이후에도 17년간 이어지고 있는 혼란의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만 돌리면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라크는 원유 매장량 세계 5위, 원유 생산량 세계 6위의 산유국이다. 한반도 2배 정도 크기의 국토에 약 4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재건을 위한 자원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리더십이 없다. 미국 포린어페어스는 이라크 반정부 시위의 원인에 대해 “이라크 젊은이들의 인내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들은 엄청난 석유 판매 수입이 정치, 경제 지도층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교육, 일자리 창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목격해 왔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법보다 힘의 논리가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앤드루 와이너 세이브더칠드런 정책연구소장은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현실주의자들은 ‘정글의 법칙’이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것으로 본다”고 썼다. 정글 같은 국제사회에서의 생존법은 스스로를 지킬 정치·경제·군사적 역량을 갖추고, 동맹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아닐까.장택동 국제부장 will71@donga.com}
숙명여고 학부모와 졸업생으로 구성된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학교 측에 이르면 31일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비대위는 앞서 18일 학교 측에 전 교무부장 A 씨와 쌍둥이 자매의 징계를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30일 본보가 입수한 공개질의서에는 총 10개 항목의 질문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인 5개는 A 씨와 쌍둥이 자매의 시험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비대위는 △A 씨와 쌍둥이 자매를 아직도 무죄라고 생각하는지 △이번 사태는 A 씨의 단독 행동이 확실한지 △A 씨의 파면과 쌍둥이 자매 퇴학은 언제 이뤄질 계획인지 등이 질의에 포함됐다. A 씨는 현재 직위해제 상태에서 출근하지 않고 있다. 특히 비대위는 두 학생의 성적은 조속히 0점 처리하고 이를 반영해 다른 학생들의 등수를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시험 도중 휴대전화 벨만 울려도 0점 처리가 되는데, 혐의와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 쌍둥이들의 성적을 0점 처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또 ‘상피제(교사인 부모와 고등학생인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게 하는 것)를 왜 당장 실시하지 않는지’ 등에 관해 질의했다. 학교 측은 비대위의 움직임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비대위가 보낸 내용증명에 관해서도 아직 답하지 않았다. 숙명여고 관계자는 “비대위가 전체 학부모의 여론을 대표하고 있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200여 명의 학부모·졸업생이 참여하고 있는 2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임에서 본인의 신분을 공개한 학부모 9명과 졸업생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100년 역사의 숙명이 이젠 성적 비리의 대명사가 돼 오명으로 얼룩진 치욕을 경험하고 있다”며 “교육자의 양심으로 성심껏 답변해 달라”고 밝혔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통합정부로 위기를 돌파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선을 34일 앞둔 오늘 저는 더는 피할 수 없다는 사명감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지난 겨울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촛불 집회에 참석한 엄마는 무엇을 위해 나온 것입니까.권력자를 내쫓고 또 다른 권력자를 만들러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내 아이가 살아갈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여건에서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은 대통령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나라의 정치역량을 총동원해야 가능한 일입니다.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정당 추천 없이 출마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합니다. 바로 그 통합조정의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서입니다.여러 정파와 인물을 아우르는 최고 조정자로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겠습니다.○「위기돌파 통합정부」를 보여드리겠습니다.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출마와 선거운동은 통합정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5월9일 당선과 동시에 나라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위기는 우리 턱밑에 와 있습니다.지난 6개월간 우리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처벌받게 하려고 너무도 많은 것을 희생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 곁에는 큰 안보위기, 경제위기가 다가와 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곧 핵실험도 할 태세입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을 우리 주변에 배치하고,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우리를 협박하고 있습니다.국제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고, 가계부채는 언제 폭발할지 모릅니다.이런 위기 상황을 수습할 대통령을 뽑는 것인데, 지난 세월이 모두 적폐라면서 과거를 파헤치자는 후보가 스스로 대세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후보는 어떻게 집권할지도 모르면서 여하튼 혼자서 해보겠다고 합니다.국민의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눈앞에 다가오는 위기를 앞장서 헤쳐갈 수 있는 사람도 방법도 보이질 않습니다.○이번 대선은 힘을 합쳐보겠다는 有能과 혼자 하겠다는 無能의 대결입니다.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갈리는 분기점입니다.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할 통합정부와 과거청산에 매달릴 이념세력 사이의 선택이 국민 앞에 놓여 있습니다.위기에 처한 국가는 아무나 경영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3D프린터’를 ‘삼디프린터’라고 읽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잠깐 실수로 잘못 읽었다고 하기엔 너무도 심각한 결함입니다. 국정 책임자에게 무능은 죄악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난 몇 달 동안 고통스럽게 지켜본 일입니다. 무능한 사람이 나라를 맡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각 정파의 유능한 인물들이 힘을 모으는 통합정부가 답입니다.이번 대선에 나선 각 당의 후보들이 서로 힘을 모아 나라를 꾸려가도록 국민들께서 격려해주셔야 합니다. 통합정부를 밀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습니다.그 소임을 위해 마지막 주자로 나선 저에게 힘을 주시면 대통령은 권력자가 아닌 조정자가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역량을 모두 모으는 정치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정권 인수 준비 기간이 없는 다음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정부의 진용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통합정부를 만들어가는 길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입니다.이번 탄핵 대선이 헌정사에 전례 없는 일인 만큼, 그 양상도 전례 없는 방식으로 전개될 거라고 봅니다. 선거과정에서 집권과 동시에 즉각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통합정부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우리에겐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지만 이미 많은 유럽 국가들이 택하고 있는 제도이고 효과가 검증된 선진정치입니다.저는 통합정부의 길을 통해서 나라를 신속하게 안정시키고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를 새롭게 하면서 개혁 중의 개혁 헌법개정을 완수하겠습니다.삼년 뒤인 2020년 5월에는 다음 세대 인물들이 끌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제 7 공화국을 열겠습니다.○차기정부의 개혁은 단호하고 신속할 것입니다. 5월9일 이후 새 정부는 이 땅에 전쟁이 발생할 소지를 없애는 일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한미동맹을 확고하게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중국을 설득하겠습니다. 한일관계도 정상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가 담보됩니다.북한에게는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입니다. 미사일 발사엔 보상이 없고, 핵실험은 정권의 명을 재촉할 뿐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건너뛰어서 미국과 통하는 길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할 것입니다.경제 불안을 잠재우는 것은 시장에 대한 믿음입니다. 유능한 경제전문가 정부가 탄생하는 것 자체가 경제안정입니다. 금리와 환율은 진정국면을 맞을 것입니다.신속한 경제민주화 조치는 재벌기업들이 더 이상 권력의 특혜를 기대하지 않도록 해서 스스로 자유로워지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만들기에 자발적으로 나서게 됩니다.○당면한 위기돌파는 개혁과 개헌으로 이어질 것입니다.30년 전 우리는 직선 대통령의 시대를 기쁘게 맞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여섯 명의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친인척이 구속되거나 자신이 구속됐습니다. 나라를 파탄에 빠뜨리거나 심지어 자살하고, 탄핵 파면됐습니다.이건 명백히 제도의 문제입니다. 사람의 문제라면 어떻게 6번 연속으로 실패하겠습니까.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같은 방법을 쓰는 것은 바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적폐 중의 적폐, 제1의 적폐인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제 정말 끝내야 합니다.전직 대통령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도 감옥에 갔습니다. 제도를 땅에 묻어야 합니다. 그래야 재벌이 비선실세를 경유해 돈으로 특혜를 사러 다니는 일을 멈추게 됩니다. 그래야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제왕적 대통령제가 사라져야 언론과 검찰이 제 자리를 찾습니다. 그래야 편향보도와 정치수사의 논란이 종식되고 시민의 권리가 살아납니다.차기 정부는 통합정부의 정신으로 연대하는 정부여서 어떤 개혁조치도 가능한 국회 의석이 모아질 것입니다.실제 수많은 개혁입법이 말만 무성한 게 아니라 제대로 실현될 것입니다.○정치구호가 해결해주는 일은 없습니다.정권교체, 시대교체, 세대교체 같은 구호가 난무합니다. 교체는 교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정의란 단어를 팔고 청산을 외치는 적개심 정치로 우리 앞에 있는 수많은 과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싸움만 크게 벌어지고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우리 미래를 갉아먹을 것입니다.이미 망해서 과거가 된 정권을 두고 정권을 교체하자는 집단이 판단력이 있는 사람들입니까. 과거 집권했던 5년간 국민 사이에 미움을 키운 것 이외엔 별로 한 일이 없는 사람들이 지금 이 마당에 적폐청산을 주장하면 국민에게 뭘 해주겠다는 겁니까. ○업적이 차곡차곡 쌓이는 정부가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저는 우리나라 일인당 소득이 천 달러에 불과하던 40년 전, 국민의료보험제도를 설계하고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시킨 사람입니다. 미국인 중 3200만 명이 의료보험이 없이 살고 지금도 의료보험을 둘러싼 정쟁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 일이 어떤 의미인지 국민이 평가할 것입니다.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재형저축)을 만들었고 KTX와 인천공항, 서울외곽순환도로 같은 대형 인프라도 도입했습니다. 성과는 역량이 확인된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현재뿐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망가트립니다.제가 통합정부의 리더가 돼서 해내겠습니다.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넘치고 자영업자는 세금에 쫓기지 않고 직장인은 해고의 불안에서 벗어난 나라. 그런 나라의 기틀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경제민주화, 개헌, 그리고 통합정부에 공감하는 세력이 뭉쳐야 합니다.경제민주화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개헌은 우리나라를 바꾸는 시작이자 결과입니다. 통합정부는 당면한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이 세 가지 대의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활기가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전쟁과 IMF. 이 땅의 백성들에게 피눈물을 안겼던 일들은 어쩌다 벌어진 것입니까.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나라밖의 사정에는 눈감고 권력다툼에 몰두한 결과였고, 그 고통은 모두 국민의 몫이었습니다.국민여러분! 이제 대선은 34일 남았습니다. 저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34일 하루하루가 국민 여러분에게 다가가는 시간이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가는 시간입니다.누가 어떻게 모여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제 말에 공감을 표시해주는 국민이 많으면 한 달 뒤에 위기를 돌파할 통합정부는 탄생합니다. 현실은 어렵지만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다시 한 번 똘똘 뭉쳐 이 위기를 극복하고 공정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온 나라에 희망이 샘솟고 경제는 활기를 되찾고 나라는 부강해질 것입니다. 저 김종인이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전문>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정말 많은 국민들께서경선에 참여해 주셨습니다.고맙습니다.대선승리를 바라는 당원동지 여러분께서 또 한 번 기적 만들었습니다.고맙습니다.정당사상 처음인 완전 국민경선제를 대박으로 이끌어주신 박지원 대표님, 주승용 원내대표님, 장병완 선대위원장님고맙습니다.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아무 사고 없이 경선을 관리해주신 당 관계자 여러분,고맙습니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결 같이 저를 응원해 준, 제 아내 김미경 교수에게도고맙다는 말 전합니다.아름다운 경선으로 우리 모두를 빛내주신존경하는 손학규 후보님, 박주선 후보님께아주 특별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손학규 후보께서 주장하신 완전국민경선 현장투표가국민의당을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박주선 후보가 계셨기에 호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국민의당 자부심 더욱 키울 수 있었습니다.정말 고맙습니다.여러분 두 후보님께 뜨거운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저는 오늘, 이 순간,겸허한 마음과 엄숙한 각오로국민의당 19대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합니다.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에 나섭니다.저와 함께 뜨거운 여정 함께 해주신 손학규, 박주선 두 후보님과 힘 합치겠습니다.기필코 대선에서 승리하겠습니다. 손학규의 안철수, 박주선의 안철수, 국민의당의 안철수, 국민의 안철수가 되어압도적 승리 쟁취하겠습니다.대선승리를 국민 모두의 승리로 만들겠습니다.승리의 길,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국민의당 경선 투표장 모습,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우산 쓰고 어린 아이들 손잡고 오신 젊은 부부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다음 세대가 살아갈 공정한 나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반찬가게 어머님, 과일가게 아버님,“장사 안 돼 죽겠다”하십니다.그래도 새벽시장 다녀와 장사 채비하고, 가게 문 여셨습니다. 자식들 위해 힘들고 고단해도, 이 악물고 장사하시는 겁니다. 그 분들 모두, 제 손 꼭 부여잡고,“제발 나라 좀 제대로 바꿔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 안철수,전국에서 만난 국민들 기대와 희망,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평범한 국민들 힘 한데 모아 비범한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힘을 모아주시겠습니까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저에게 정치 배우지 말고, 정치 바꾸라고 불러내신 분들도, 국민입니다.외롭고 두려운 광야에 홀로 섰을 때, 손 잡아주신 분들도, 국민입니다.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분들도 국민입니다.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국민께 도와달라고 손 내밀지 않겠습니다.국민께 도와드리겠다고 손 내밀겠습니다.저 안철수,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대통령 되겠습니다.국민들의 간절한 요구에 정치가 응답할 때입니다.계파주의, 패권주의, 극복해야 합니다.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 하지 않겠습니다.탄핵 반대세력에게 면죄부 주는 연대, 하지 않겠습니다.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 하지 않겠습니다.오직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입니다. 저 안철수,오직 국민만 믿고, 안철수답게, 당당하게 승리하겠습니다.저는 지지율 낮을 때도 대통령 결선투표제 주장했습니다.단 한 번도 유불리 계산하지 않았습니다.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결선투표 해주실 때가 되었습니다.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과반 지지 넘는 대통령 만들어 주십시오.그래야 통합하고, 개혁해서 미래 열 수 있습니다.산업화, 민주화, 시대 넘어 새로운 미래, 열어야 합니다. 이 나라, 진보의 나라도, 보수의 나라도 아닙니다. 국민의 나라입니다. 이 나라, 청년의 나라도, 노인의 나라도 아닙니다. 국민의 나라입니다. 이 나라, 남자의 나라도, 여자의 나라도 아닙니다. 국민의 나라입니다.편가르기 끝장내야 미래로 갈 수 있습니다.분열주의, 패권주의로는 나라 바꿀 수 없습니다.계파 패권주의는 말 잘 듣고, 줄 잘 서는 사람 씁니다.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 널리 찾아 쓰겠습니다. 편가르기 정권이 아니라, 실력 위주 드림팀 만들겠습니다.공직은 증명하는 자리이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닙니다.최고의 인재와 토론하며 미래 준비하는, 젊은 대통령 되겠습니다.미래 일자리, 미래 먹거리 확실하게 만들어 내겠습니다.저 안철수,낡은 과거의 틀 부숴버리고미래를 여는 첫 번째 대통령 되겠습니다!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어둠이 물러가서 해가 뜨는 것이 아닙니다.해가 떠서 어둠이 물러나는 겁니다.겨울이 가서 봄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봄이 와서 겨울이 물러나는 겁니다.안철수의 시간이 왔습니다.안철수의 시간이 오니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있습니다.국민통합의 시간이 오니 패권의 시간이 가고 있습니다.존경하는 국민여러분!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데려옵니다.봄은 꿈입니다. 봄은 녹색입니다.녹색태풍이 우리를 다시 꿈꾸게 할 것입니다.꿈이 있어야 미래가 있습니다.꿈꾸는 우리 젊은이들과 함께, 역동적인 창업국가, 만들겠습니다.상속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사람이 성공하는 나라, 만들겠습니다. 오늘은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기일입니다.모두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청년들, 꿈꾸게 하겠습니다. 여성들, 꿈꾸게 하겠습니다. 온 국민을 꿈꾸게 하겠습니다. 저 안철수, 대한민국 다시 꿈꾸게 하겠습니다. 미래로 가야 합니다.앞을 보고 걸어야 합니다.뒤를 보고 걸으면 빨리 갈 수도 없고 멀리 갈 수도 없고 똑바로 갈 수도 없습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 나라, 경제도, 안보도, 외교도, 위깁니다.제대로 된 대통령 뽑아야 합니다.경제 살릴 대통령 뽑아야 합니다.튼튼한 자강안보 실현할 대통령 뽑아야 합니다.정직하고 깨끗한 대통령 뽑아야 합니다.국민 통합하고 미래 이끌 대통령 뽑아야 합니다.지난 2012년, 제가 완주하지 못해 실망하신 국민들 계시다는 거 잘 압니다.하지만 저 안철수, 2012년보다 백만배, 천만배 강해졌습니다.느껴지십니까 여러분! 이번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이기겠습니다.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이기겠습니다.국민을 위해, 이기겠습니다.개혁을 위해, 이기겠습니다.미래를 위해, 이기겠습니다.물려받은 유산 없이도실력으로 빽을 이기는, 성실한 국민들을 위해 이기겠습니다.저 안철수,압도적 대선승리로 오늘의 선택에 보답하겠습니다. 강한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빛나는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30대 과장급 공무원이 차관급인 기관의 장(長)을 대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 특별감찰관실 이다. 지난해 9월 24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7개월째 기관장 자리는 비어 있다. 감찰관 다음 자리인 감찰관보 역시 그만둔 상태여서 그 다음 순위인 차정현 특별감찰과장(39)이 우여곡절 끝에 감찰관 대행을 맡고 있다. 이 전 감찰관이 사표를 낸 것은 지난해 8월이었고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이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전 감찰관의 후임을 임명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더욱이 특별감찰관법에는 “특별감찰관이 결원된 때에는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후임자를 임명하기 위해선 먼저 국회가 후보자 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전 감찰관 퇴임 이후 국회가 후임자를 논의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감찰관실 창설의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도 국회에 후임자 추천을 요청하지 않았다. 정치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박 전 대통령이나 정당이나 감찰관을 ‘계륵’ 정도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특별감찰관실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이 전 감찰관이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 전 감찰관이 지난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와 유착된 모습을 보인 것은 부적절했다. 하지만 당시 서슬이 퍼렇던 우 전 수석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곳은 감찰관실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존재의 의미 자체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꼭 감찰관실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감찰관이 있어도 대통령 측근의 비리는 막지 못했다. 검찰, 경찰, 감사원, 대통령민정수석실 등 대통령 주변을 감찰하고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은 충분하다.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신설을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이라는 측면과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방지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검찰 개혁은 별론으로 하고, 대통령 주변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면 기관을 또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척결은 오로지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박 전 대통령은 비리를 막기 위해 친동생들과의 교류마저 단절했지만 최순실 씨만은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박 전 대통령 몰락의 근본적 원인이 됐다. 단 한 곳의 빈틈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 고위 공무원은 “벌써부터 다음 정권에서 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직자 주변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했다. 나중에 승진이나 이권을 부탁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일개 공직자에게도 이런데 대선 주자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을까. 앞으로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각 후보들은 입이 닳도록 친인척·측근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다짐하게 될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선 후보 시절에는 그랬다. 그럼에도 정부 수립 이후 모든 대통령이 친인척·측근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부실한 제도 탓이 아니라 결연한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지 못한 주요한 원인이 됐다. 다음 대통령의 성패도 여기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정권 창출의 공신들에게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가족들에게 ‘냉혈한’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결연한 의지로 무장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변을 바라보며 “저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또는 “이 정도는 해줘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그 정권의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저 유승민, 오늘 이 순간부터 바른정당의 대통령후보로 용감하게 출발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기운을 받아 5월 9일 기필코 감동의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내겠습니다.무책임하고 무능한 세력들에게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국의 운명을 맡기지 않겠습니다.저 유승민, 반드시 국민의 마음을 모아 우리가 처한 안팎의 절대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구출해내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사랑하는 남경필 동지.지난 몇 달 동안 아름다운 경쟁을 펼쳐주신 남경필 동지의 열정과 투혼을 높이 평가합니다.그리고 저의 진심을 담아 위로 드립니다.앞으로 저는 남경필 동지와 바른 정치의 길을 함께 가겠습니다.주호영 원내대표님, 김무성 고문님, 그리고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선후배 당협위원장님들.이제 치열한 경선은 끝났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시 하나입니다.우리 모두 당을 시작하던 지난 겨울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보수혁명, 정치혁명의 깃발을 다시 들어 올립시다.존경하는 이종우 선거관리위원장님과 위원님들, 그리고 당 사무처의 당직자 여러분.여러분의 노고가 결코 헛되지 않도록 저 유승민 사력을 다해서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두 달 전 이 자리에 모여 바른정당을 만들면서 여러분께 약속드린 것이 있습니다.따뜻하고 깨끗한 보수를 하겠다고, 그래서 보수라고 말하는 것이 당당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키고, 번영시킨 것은 보수입니다.보수는 말 그대로 지키는 것입니다.경제 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노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반만년 역사를 가진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은 보수입니다.그런 보수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흔적도 없이 사라질, 궤멸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헌법과 법률을 위배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보수 전체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전직 대통령과 일부 세력 때문에 보수 전체가 매도당해서도 안 되고, 매도당할 이유도 없습니다.전직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만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자격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이 나라를 지켜온, 이 나라를 만들어온 보수가 이제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야 합니다.저 유승민이 이 땅의 보수를 새로 세우는 데 앞장서겠습니다.새로운 보수의 희망이 되겠습니다.보수의 재건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모아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겠습니다.오늘 우리는 단결하고 강철 같은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합시다.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뚫고 전진하여 우리가 하고 싶은 제대로 된 정치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꼭 만들어 봅시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저는 오래 전부터 저 자신에게 물어왔습니다.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저는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17년 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오늘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지금 저의 정치적 소명을 생각합니다.지금 대한민국은 경제도, 안보도, 공동체도 절대위기입니다.사방이 위기입니다.누가, 어떻게 이 위기를 해결할 것입니까?이 모든 문제는 정치를 통해서만 비로소 해결이 됩니다.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은 정치라는 믿음으로 저는 정치를 해왔습니다.저는 평생을 경제전문가로서, 또 안보전문가로서 배우고 경험하고 고민한 것을 이 나라를 위해 쓰이고 싶어서 출마했습니다.저 유승민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압니다.대통령이 되면 국민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 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있는 대통령이 될 자신이 있습니다.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경제위기를 해결하고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겠습니다.우리 경제의 3대 시한폭탄인 부실기업, 가계부채, 그리고 차이나 리스크의 뇌관을 제거하겠습니다.경제를 안정시킨 다음, 강력한 구조개혁에 착수하겠습니다.고질적인 저성장,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행동으로 옮기겠습니다.경제정의가 살아 있고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겠습니다.재벌 대기업들에게 자유를 주되 공정한 경쟁의 레드라인을 설정해서 이 선을 넘는 재벌들은 엄격히 다루겠습니다.재벌 대기업들은 스스로 혁신을 통해 세계적 대기업이 되어야 하며, 골목상권, 중소기업, 자영업자, 창업벤처에 대한 불공정한 횡포를 못하도록 만들겠습니다.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창업벤처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되도록 시장경제의 생태계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외교를 펼치겠습니다.미국의 트럼프 정부를 설득하여 동북아의 급변하는 정세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강력한 한미동맹의 기틀을 굳건히 세우겠습니다.흔들림 없는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 중국 등 주변국을 설득하여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겠습니다.김정은이 핵미사일을 껴안고 멸망의 길을 재촉할 것이냐, 평화적인 생존과 상생의 길로 갈 것이냐를 선택하도록 만들겠습니다.사드는 최단 시간 내에 배치를 완료하고 중국의 경제보복을 외교로 풀겠습니다.다시는 중국이 우리의 군사주권에 대해 간섭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일본에 대해서는 경제와 안보는 긴밀히 협력하되, 역사와 주권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자존을 지키겠습니다.우리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전쟁의 양상은 게임 체인지라고 할 만큼 새로운 국방력의 건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새로운 군사위협에 대비하고 그 누구도 함부로 우리의 영토를 넘볼 수 없도록 강력한 거부적 방위력을 가진 강군을 만드는 국방개혁을 원점에서 단행하겠습니다.제가 대통령이 되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습니다.정의, 자유, 평등, 공정, 법치, 공공선이라는 헌법정신이 살아 숨쉬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습니다.민주공화국의 철학에 투철한 정부를 수립하여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의 문제들을 해결해 가겠습니다.가난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국민이 없도록, 교육의 기회가 없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이들이 없도록, 일자리가 없어 인생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없도록,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절망하는 국민이 없도록 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이를 바탕으로 국민대통합에 나서겠습니다.대통령이 되면 야당과 소통하고 포용하고 협력하는 협치를 반드시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저는 집권여당 원내대표 시절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역설하고 이를 실천했습니다.대통령이 되면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의원들과 수시로 격의없이 만나 국정 전반에 대한 협력을 이루어내겠습니다.제가 대통령이 되면 불신의 정치를 끝내고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무엇보다 정치인과 공무원의 부패를 뿌리부터 뽑아내는 강력한 반부패 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수사와 기소 권한을 가지는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겠습니다.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보장하되, 이들 권력기관의 부패와 불공정은 용납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습니다.저는 당장 이번 대통령 선거부터 일체의 불법자금을 거부하는 가장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이번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르는 선거입니다.이 나라를 다시 세울 소중한 기회인 동시에, 잘못된 선택으로 나라의 운명이 나락으로 빠질 위험이 매우 큰 선거입니다.박근혜 정부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면 또 다시 후회할 대통령을 뽑게 될 것입니다.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안보관, 대북관이 매우 위험하고, 경제 노동 복지 교육 보육 등 민생의 문제에 있어서는 철학과 정책의 빈곤과 무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안보와 경제 위기를 극복할 비전과 정책, 능력이 없으니 문후보가 외치는 것은 오로지 적폐청산, 정권교체 뿐입니다.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5년간 끝없는 안보위기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라의 운명이 어디로 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많은 국민들께서 문제 많고 불안한 문재인 후보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보수 후보를 원하고 계십니다.본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싸워서 이길 강한 후보는 저 유승민입니다.저 유승민이 문재인과 싸워서 반드시 이기겠습니다.정의감과 도덕성을 갖춘 대통령,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극복할 능력 있는 대통령,국민의 고통을 느끼고 공감하는 대통령,저성장, 저출산,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과 같은 대한민국의 적폐를 진정으로 해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대통령,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 창업하고 싶은 나라,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대통령, 저 유승민이 그런 대통령이 되겠습니다.절박한 심정으로 오로지 대한민국을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오늘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첫걸음입니다.이제 시작입니다.우리의 시작은 작고,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확신합니다.국민 여러분과, 동지 여러분과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내겠습니다.저 유승민의 손을 잡고 우리 함께 기적을 만들어 봅시다.감사합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지난해 11월 이후 북한 김정은은 머리가 복잡했을 것이다. 어떤 수준의 도발을 해야 트럼프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들 수 있을지를 놓고 참모들과 논의를 거듭했을 것이다.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지난달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 발사, 김정남 피살 사건은 그 고민의 결과물로 보인다. 김정은은 고체연료와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해 미국의 정찰을 피해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북극성-2형 발사 다음 날 김정남을 살해한 것도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 왜 하필 이 시기에, 국제사회가 민감하게 여기는 화학물질 VX를 이용해 공개적 장소에서 일을 벌였을까.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다만 수위는 조절한 기색이 역력하다. 6일 발사된 미사일의 사거리는 1000km, 북극성-2형은 2500∼3000km로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김정남 피살은 충격적 사건이지만 미국과는 큰 관련이 없다. 이런 김정은의 ‘노이즈 마케팅’은 그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직접 거명해 비판하는 등 북한을 언급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미국의 조야(朝野)에서는 선제 타격론에 이어 전술핵 재배치까지 나오고 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북한이 우선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김정은이 여기서 멈출지, 더 나아갈지에 따라 한반도에 닥칠 풍랑의 크기가 달라진다. 김정은의 궁극적 목적은 미국과의 전쟁이 아니라 북-미관계를 활용한 정권 안정이겠지만 작은 오판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늠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외교안보 당국자는 “북한이 ICBM 개발을 완료했다고 판단되는 순간 북핵 문제의 성격이 180도 달라진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의 임계치를 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아직까지 북한 문제는 국제안보 사안이지만 ICBM을 갖게 되면 미국의 국내안보 문제가 된다는 취지다. 원칙적으로 자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국을 공격하는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은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자국에 대한 공격 징후가 포착됐을 때 상대방을 공격하는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과 차이가 크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법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북한이 핵무기 탑재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예방 타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의 발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타격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반면 실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른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 증대와 자국의 이익 극대화”라며 “엄청난 전비와 희생이 따르는 해외에서의 전쟁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대화를 선택한다고 해도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해온 한국 정부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다. 대통령 직무 정지라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적절한 시기에 판단을 내리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럴수록 정부와 정치권은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탄핵이나 대선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북한이 고체연료 추진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다음 차례로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은은 이미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고 언급했고, 국가정보원도 14일 국회 정보보고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평가했다. 발사 시기는 IRBM 발사에 대한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을 충분히 지켜본 뒤 3월 이후로 잡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3월 초에 열리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리졸브’를 계기로 ICBM을 쏠 수도 있지만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국에 전개돼 있는 상황에서 ICBM을 발사하면 미국이 미사일을 격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4월 15일 김일성 105주년 생일을 맞아 ICBM이 발사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2호(2009년)와 광명성 3호(2012년) 모두 4월에 발사했다. 북한은 이번 IRBM도 김정일 생일(16일)을 앞두고 발사한 뒤 내부 결속을 위한 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체연료 추진 ICBM의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북한이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1호를 불과 반년 새 지대지미사일로 개량했기 때문에 북한의 기술력을 평가절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미국 CNN방송 윌 리플리 도쿄특파원이 14일 북한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측은 “북측이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이세형 기자}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모임에 다녀온 한 지인은 “무서웠다”고 평가했다. “참석자들의 눈빛을 보니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인용 결정을 하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탄핵 찬성 측의 결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경기도의 집에서 두 시간 가까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와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한 친구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 같다. ‘이상한 결정’을 하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의지를 불태웠다.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다가오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벌써부터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갈등이 다시 불붙는다면 탄핵 이전보다 양상이 과격해질 수 있다. 더 걱정되는 것은 법치주의의 위기다. 대법원 판결과 헌재의 결정은 최종심(最終審)이다. 말 그대로 마지막 결정이다. 1, 2심 선고에 대해선 상소할 수 있고 결과가 바뀔 수도 있지만 최종심 결정은 다르다. 재판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이 있었던 경우 등 극히 예외적으로 최종심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수십 명의 변호사가 참여하는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이렇게 큰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결국 헌재의 결정은 거부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결과에 불복하는 것을 부추기려는 듯한 언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본다. 헌재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합법적 방법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물리력이라도 이용하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법치주의는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법치주의를 어겼다는 이유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법치에 둔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13일 “태극기집회에 계속 가야 오히려 헌재의 판결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논리로 보이는데 정치 지도자가 할 말인지 의아하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 한 명인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은 11일 ‘태극기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헌재가 졸속 심판을 하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협박으로 들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야당의 태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11일 “탄핵을 기각한다면 그들(헌법재판관)까지도 탄핵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야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촛불집회부터 다시 조직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의결을 위해 촛불집회에 동참한 것과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외면하는 듯하다. 한술 더 떠 바른정당은 12일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의 시각에서는 심각한 압박이다. 이런 와중에 13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들이 진심으로 합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립 서비스’를 한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지난해 분출된 민심은 폭력 없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의해 수렴됐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컸다. 법에 정해진 대로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고, 헌재는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 판단은 헌재에 맡기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어렵게 지켜온 법치주의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길이라고 믿는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대선 출마 선언문>『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용감한 개혁』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지난 가을 온 나라를 충격에 빠트린 한마디가 있었습니다."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한마디였습니다.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왜 그토록 분노했습니까?그것은 우리 젊은이들이 겪어온 서러움, 자식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부모들의 한탄, 그리고 이 나라가 정의롭지 않다는 새삼스러운 각성 때문이었습니다.국민 여러분!저는 오늘 국민의 이 분노와 좌절,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고,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합니다. 19대 대통령의 시대적 책무는 분명합니다.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부터 극복해야 합니다.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으로 저성장을 극복해야 합니다.새 대통령은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에서 벗어나 온 국민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저출산을 극복해야 합니다.새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 1조가 천명한 민주공화국, 그러나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하지 못한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을 이뤄내야 합니다.시대가 부여한 이 길을 가기 위해 저는 대통령 선거에 도전합니다.대통령이 되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습니다.공화국은 '온 국민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더불어 잘 사는 세상'입니다.정의, 자유, 평등, 법치가 살아 숨쉬고 시민들이 함께 공공선을 추구하는 세상입니다.밀린 집세 70만원을 남기고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컵라면이 든 가방을 남기고 구의역에서 숨진 비정규직 김모군, 차가운 쪽방에서 폐지 수집으로 연명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런 불행한 국민이 없는 세상이 제가 꿈꾸는 민주공화국입니다.정의와 법치가 살아 있는 나라, 공정과 평등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차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는 철저히 지켜질 것입니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이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복무하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하겠습니다.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엄격하게 처벌하겠습니다.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은 그 뿌리를 뽑아 법치를 바로 세우겠습니다.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르, K스포츠 같은 비리, 비선실세 딸의 입학비리 같은 일도 없을 겁니다.국민연금의 팔을 비틀어 국민의 쌈지돈으로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비리도 없을 것입니다.재벌 총수와 경영진이 저지른 불법에 대한 사면 복권도 없을 것입니다.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복지, 노동, 교육, 보육, 주택, 의료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해내겠습니다.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저출산 문제는 지금 당장 획기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합니다.보육, 교육, 노동정책을 개혁해서 엄마와 아빠 모두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국가는 제도개혁과 재정부담을 책임지고, 기업은 잘못된 문화를 고쳐야 합니다.육아를 위한 휴직,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등 엄마 아빠에게 육아에 필요한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도와주는 개혁을 단행하겠습니다.제가 발의한 육아휴직 3년, 육아휴직급여 인상 법개정안을 포함하여 과감한 종합대책을 제시하고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기업도 저출산 해결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경력단절이나 인사의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됩니다.과거 기업의 성공을 위해 근로자 개인이 희생을 했다면, 이제는 근로자 개인의 행복을 위해 기업이 부담을 나눠야 할 때입니다.칼퇴근을 정착시키고, 퇴근시간 직전이나 심야시간, 주말에 업무지시를 하는 '돌발노동'도 사라져야 합니다.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국가가 고용보험 재정으로 지원하고, 고용보험도 가입하지 못한 열악한 사업장은 국가가 휴직급여를 지원하는 부모보험을 시작하겠습니다.무너진 공교육과 사교육비 부담도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입니다.학교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고 충분히 가르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자사고, 외고는 폐지하고 일반고의 공교육을 정상화하겠습니다.영어교육 하나만이라도 학교에서 확실하게 가르칠 수 있도록 해서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이겠습니다.복지는 중부담-중복지를 목표로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비극이 없도록 기초생활보호를 포함한 복지제도 전반을 개혁하겠습니다.비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하고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며 비정규직 자체를 근본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동개혁을 하겠습니다.열악한 중소기업들이 부담하는 4대 보험료는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그만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도록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겠습니다.전월세로 고통받는 서민, 젊은이들을 위해 소형주택,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겠습니다.국민 여러분!많은 대통령 후보 중 경제전문가는 제가 유일합니다.저는 오래 동안 경제를 공부하고 생각해온 사람입니다.경제학과에 진학하고 경제학박사가 되어 KDI에서 경제정책을 연구했고, 정치 입문 후에도 경제살리기 해법을 찾아왔습니다.대통령이 되면 취임 직후 2단계에 걸쳐 우리 경제를 살리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우선 빠른 시일 내에 경제위기부터 극복한 다음, 구조적인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경제개혁에 착수하겠습니다.우리 경제가 20년 전의 IMF 위기와 같은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부실기업, 부실금융, 가계부채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합니다.저는 경제위기를 막아내는 대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겠습니다.살릴 부분은 확실하게 살려내서 새 살이 돋게 하고, 도려낼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겠습니다.기업부실,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을 제거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회복하겠습니다.위기 극복의 다음 단계는 성장입니다.이제 재벌주도 성장의 시대는 끝났습니다.성장은 혁신으로만 가능한 혁신성장의 시대가 왔습니다.혁신은 창의적, 도전적 기업가정신에서 나옵니다.혁신은 경제정의가 살아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에서 꽃을 피웁니다.혁신창업과 혁신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를 만들겠습니다.재벌대기업은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해야 합니다.스스로 혁신해서 살아남은 재벌들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고, 혁신에 실패한 부실재벌들은 국민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과감하게 퇴출시킬 것입니다.재벌대기업에게는 기업의 자유를 허용하되, 공정한 시장경제의 규칙을 준수할 의무를 부여하겠습니다.재벌이 경제력의 남용, 독점력의 불공정한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들겠습니다.공정한 시장경제, 평평한 운동장에서 일자리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창업기업들이 마음껏 창의와 혁신의 열매를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4차 산업혁명을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국가혁신 체계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하겠습니다.우리의 똑똑한 청년들이 실패의 두려움 없이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창업에 무한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투자금융 제도와 창업규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습니다.혁신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교육, 과학기술, 노동 정책을 개혁하겠습니다.우리 경제가 가보지 못했던 혁신성장의 길을 제가 개척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든든한 국가안보가 없다면 경제발전도, 복지국가도 모래성에 불과합니다.지금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일방주의, 고립주의, 보호주의, 민족주의의 격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새 행정부는 국익 최우선을 표방하고, 중국의 경제?군사력 시위와 일본의 우경화는 동북아의 불안정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국가안보 만큼은 단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입니다.저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8년간 지키면서 국가안보에 관한 한 흔들림 없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안보에 대해 불안하고 무책임한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됩니다.저는 안보 문제 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사드 배치, 킬체인을 포함하여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강력한 억지력과 방위력을 구축하겠습니다.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겠습니다.적절한 시점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습니다.그러나 대화와 협상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수세에 몰려서 구걸하는 협상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북한이 변화를 수용하면 어떤 이익이 있고 변화를 거부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를 분명히 해서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초석입니다.세상은 변했지만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저는 미국과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의 새로운 현안 과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동맹을 더욱 굳세게 만들겠습니다.중국과 일본은 최근의 여러 갈등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이웃 국가로서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한번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궁극적인 통일을 위해 이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확보해 가겠습니다.국민 여러분!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불행을 맞아 민심이 요동치고 정치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일부 정치인들은 정권교체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과연 그렇습니까?후보와 정당의 능력과 도덕성을 묻지 않는 선거는 또 후회할 대통령을 만들 뿐입니다.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만 기대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이 있습니다.그들이 과연 우리의 미래까지 책임질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까?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대한 심판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대통령 선거가 미래에 대한 선택이 되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새 대통령은 열린 가슴으로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냉철한 머리로 나라가 가야 할 길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일들을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저는 평생 경제와 안보를 걱정하고 준비해왔습니다.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이것은 제가 정치를 해온 이유이고, 제가 추구해온 민주공화국의 헌법가치입니다. 국민 여러분!저를 정치에 뛰어들게 한 것은 20년 전의 IMF 위기였습니다."문제는 경제인데 결국 해답은 정치에 있다," 이 깨달음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국민이 고통받는 문제를 제 손으로 해결해보자고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이제 저는 저의 정치적 소명을 다하고자 합니다.17년 전 정치에 뛰어들 때 결심했던 일을 하려고 합니다.용감한 개혁으로 시대의 고통을 해결하겠습니다.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조금이라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습니다.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저의 진심을 다해 용감하게 도전하고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2017년 1월 26일}
<박원순 서울시장 대선 불출마 선언문>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저의 결정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기대, 그리고 저의 역할 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것입니다.그동안 정말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습니다.당의 경선 규칙 결정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비록 후보로서의 길을 접지만 앞으로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더불어민주당의 당원으로서 제가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또 정권교체 이후 민주개혁세력의 단결을 통해새로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저는 다시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서울시장으로서 서울을 안전하고 시민들이 행복한세계 최고의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그동안 저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전국의 모든 지지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2017년 1월 26일 박 원 순 서울시 가족여러분께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지난 몇 달간 정권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길에 힘을 쏟았습니다.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민적 열망, 그에 따른 시대적 요구가 있다면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대선에 나서는 것과 서울시장으로 남는 것,무엇이 더 책임 있는 선택인지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뜻이 저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저의 행보를 지켜보며 우려하고 걱정했던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저의 정치적 행보 때문에 우리 서울시 공무원들의 노력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겪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그럴 때마다 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서울시민과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께 송구스러웠습니다. 저의 이런 선택에는 서울시정의 긍정적인 변화만큼은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서울시 가족 여러분,늘 말씀드렸듯이 저는 여러분과 일하는 것이 즐겁고 자랑스럽습니다.여러분과 함께 혁신과 협치의 시정을 만들어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서울이 잘 하면 대한민국이 바뀔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지난 5년간의 혁신과 협치의 서울시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책임 있는 길임을 믿습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저의 부족한 부분을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시장 드림}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뭔가 오래전부터 (나를 끌어내리려는 특정 세력에 의해)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우발적으로 된 건 아니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 등도 전면 부인했다. 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심판과 특별검사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과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설을 앞두고 여론을 반전시켜 보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헌재 출석 여부에 대해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향정신성 약품을 먹었다든지, 굿을 했다든지 하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탄핵시키기 위해서 그토록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만 했다고 한다면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윤회 밀회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이 아주 산더미같이 쌓여있는가를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언론과 접촉한 것은 1일 신년인사회 이후 24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경제공동체’라는 주장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며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은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등과 관련한 폭로를 한 것에는 “장관으로 재직할 때의 말과 퇴임한 후의 말이 달라지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최 씨가) 정책과 기밀을 알았다는 것은 아예 말이 안 된다”며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최 씨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는 “문화 쪽이 좀 (추천이) 있었다”면서도 “추천할 수는 있다. 그것도 검증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임명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기업들을 압박했는지 등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과 답변이 없어서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응할 것을 촉구하며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안위를 보장하거나 보장하지 않는 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고 없으면 안 받는 게 법치국가다. ‘전직 대통령 처벌 금지법’이라도 만든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대통령이든 정당이든 특정인의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법은 없다. 당시는 최순실 게이트에 불이 타오를 때여서 정치적 수사(rhetoric)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선 주자들의 발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선 주자들의 말은 ‘현실성 있는 약속’으로 인식된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지금 한 말들이 빚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고, 말을 바꾼다면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대선 주자는 의견이나 희망사항이라고 해도 쉽게 이야기해선 곤란하다. 또한 대선 주자들의 말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따져 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런데 대선 주자들의 일부 발언은 위험하거나 너무 가벼워 보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속으로 재벌체제 해체의 출발선에 서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치인이, 특히 대선 주자가 특정인을 구속하라 마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시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 부회장을 구속시키기 위해 사법부에 압력이라도 행사할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말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할 것인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누구를 구속시키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런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지적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하다”며 기존 정당 중 한 곳에 입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망스러운 발언이다. 조직이 없는 반 전 총장이 자금 문제 때문에 대선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방까지 따라온 기자들과의 편안한 자리였다고 해도 입당 의사를 묻는 질문에 돈 이야기부터 꺼낸 것은 경솔했다.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인식 아래 입당한 여당과 어떤 하모니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출간한 대담집에서 군 복무기간 단축을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공약이라기보다는 의견에 가까운 뉘앙스였지만 대선 주자이기 때문에 말의 무게가 다르다. 비판이 제기되자 문 전 대표 측은 “군의 첨단화, 정예화, 현대화, 과학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렇다면 문 전 대표는 복무기간 단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군을 첨단화, 정예화, 현대화, 과학화하기 위한 방안을 먼저 밝혔어야 했다. 그랬다면 포퓰리즘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아직 대선 레이스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된다면 짧은 시간 안에 경선과 대선 본선이 실시될 것이고, 대선 주자들은 조급한 마음에 실현하기 어렵거나 정제되지 않은 말을 ‘일단 던져놓고 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해놓고서는 ‘언론이 취지를 잘못 전했다’고 변명하거나 ‘말꼬투리 잡지 말라’고 반격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스스로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말 때문에 혼란을 빚을 수 있는 대통령을 바라지 않는다. 구화지문(口禍之門·입은 재앙의 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항상 흐트러짐 없는 용모와 흔들림 없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유지한다. 오랜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옆길로 가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 황 권한대행이 지난해 12월 27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뜻밖이었다. 황 권한대행은 “여러분은 나를 금수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흙수저 중에 무(無)수저”라며 개인사를 꺼냈다. 피란민 가족으로서 가난한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잘 안다”고 했다. 그리고 퇴임 후에는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경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스토리’와 맞물려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래서 말을 마친 황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상과 달리 황 권한대행은 “그건 제가 말씀드렸다”고만 답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말한 사실을 가리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틀 뒤 출입기자단과의 두 번째 간담회(출입기자를 2개 조로 나눠서 진행)에서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황 권한대행은 “다 말씀드린 걸 뭘 또 말씀드리느냐”며 역시 뚜렷하게 대선 불출마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매체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평소 황 권한대행 관련 기사에 민감한 국무총리실이 이에 대해선 해명 자료를 내지 않았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황 권한대행이 대권 도전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행동반경에 제약이 큰 황 권한대행으로서는 설령 대선 출마 의사가 있더라도 드러내기 어려운 만큼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는 쪽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 권한대행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12월 9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뒤 야당과의 관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 등 당면 현안에 무난하게 대응하면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정통 공안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만큼 확실한 보수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서 교계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 구인난을 겪고 있는 보수층, 특히 친박(친박근혜)계는 황 권한대행을 주시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달렸다”고 분석했다. 반 전 총장이 보수층 전체를 아우르는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하거나 대선 레이스 도중 낙마하면 황 권한대행 외에 대안이 없다는 취지다. 대선 후보군에 포함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황 권한대행은 동아일보가 2일 보도한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4.4%를 얻어 여권 내에서 반 전 총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억측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황 권한대행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분명하게 불출마 의사를 밝혀서 논란의 싹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대권에 정말 뜻이 있다면 속히 길을 정하기 바란다. 출마를 결심한다면 대통령 대신 정부를 이끌어갈 막중한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과 함께 원칙을 중시한다는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황 권한대행이 감수할 일이다. 적어도 대통령 탄핵으로 맡게 된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대권의 교두보로 활용했다는 말이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2일 야권은 전날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출입기자단 티타임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발언한 내용도 문제지만 대통령홍보수석을 통해 기자들을 모으고, 기자간담회를 위해 예산을 쓰면서 오찬을 한 것은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헌법 제65조 제3항(‘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을 근거로 배성례 홍보수석 등을 동원한 점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직무 정지인 상황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궤변을 그만두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앞으로 추가로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박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기자들과 만나니까 진솔하게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타이밍을 봐서 앞으로도 필요하면 적절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묵하고 있는 박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야당의 비판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충분히 법률 검토를 한 것으로 안다”며 “휴일에 비공식적으로 기자들과 접촉한 것을 직무 관련 행위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장택동 기자}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출입기자단의 신년 인사회는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이뤄졌다. 네이비색 코트와 흰색 상의를 입은 박 대통령은 다소 수척해 보였지만 담담한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마당의 나무를 가리키며 “어릴 때 나무에 그네를 묶어서 놀려고 하다가 부친(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무 상한다’고 해서 못 한 기억이 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상춘재 안으로 들어간 박 대통령은 먼저 “국민들에게 미안한 생각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며 “요즘은 미소 지을 일조차도 별로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내용,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작심한 듯 조목조목 반박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정밀한 법률적 검토 아래 반격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어이가 없다” 박 대통령은 먼저 “보도라든가 소문, 얘기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허위가 남발이 되고 종을 잡을 수가 없게 됐다”며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오보가 재생산되니까 마음이 답답하고 무겁다”고 했다.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꼽았다. 박 대통령은 “‘참사가 벌어졌는데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는 얼굴이 붉어질 얘기가 사실처럼 돌아다니다 꼬리를 감추더니 ‘굿을 했다’고 한참 기정사실이 돼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당일 미용시술 의혹에도 “전혀 안 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참사가 터졌다’ 하는 것을 보고받으며 계속 체크를 했다”고 강조했다. ‘관저에 외부 인사가 들어왔느냐’는 질문에는 “머리 좀 만져주기 위해서 (미용사가) 오고, 목에 필요한 약(의료용 가글) 들고 온 것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당일 관저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선 “일정이 없어서 밀렸던 보고서라든가 결정해야 될 것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이 늦었다는 지적에는 “경호하는 데 필수시간이 필요하고 중대본에서도 상황이 생겨서 확 떠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최순실과 공모? 전면 부인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가 사익을 챙기도록 공모했거나 최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공모라든가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민들, 증권사 할 것 없이 삼성 같은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서 이런 것(합병)이 무산되면 국가적·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국민연금공단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 회사를 도와주라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의 연락이 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팀은 삼성 일부 임원에게서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수차례 만났고,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 씨의 승마나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사업을 지원해 줄 것을 부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대통령의 요구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이후 최 씨 측이 요구한 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최 씨의 부탁을 받고 KD코퍼레이션의 납품을 도왔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최 씨와 KD코퍼레이션 측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내가 누구를 알아도 그 사람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부탁하는 것은 절대 금기”라고 잘라 말했다. 또 차은택 씨가 ‘최 씨에게 추천한 인사가 장관과 수석으로 임명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추천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 추천받았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검증하고 세평도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지 누구를 봐주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 야당 “후안무치” 반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궤변과 후안무치로 일관한 기자단 신년 인사회였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도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후안무치의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개혁보수신당(가칭) 장제원 대변인은 “무척 실망스럽고 참 부적절한 간담회였다. 국민적 저항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배석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도 “정상적으로 보고를 받으면서 할 것은 다했다. 미용 시술은 전혀 안 했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인사회에서 ‘최순실 씨를 돕기 위해 삼성 합병 과정에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내 머릿속에 (그런 생각 자체가) 아예 없었다”며 “이 회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29일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세월호 당일 행적과 관련해서는 “‘필요하면 특공대도 보내고 모든 걸 동원해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하라’고 하면서 보고를 받으며 하루 종일 보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이 부분을) 재판하게 될 텐데 그런 허위(성형시술 의혹 등)가 완전히 걷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점도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는 몇십 년 된 지인이지만 지인이 모든 걸 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30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송수근 문체부 기획조정실장(55·사진)을 임명했다.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9일 이후 차관급 인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행정고시 31회인 송 차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 문체부 콘텐츠정책관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황 권한대행은 “부득이한 부분에선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의 사표를 23일 수리했다. 공석이 된 지 불과 1주일 만에 신속하게 차관 인사를 한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변호사·대통령국민소통비서관 출신인 정 전 차관 후임에 문체부에서 잔뼈가 굵은 송 차관을 임명한 것은 문체부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구속됐고, 정 전 차관은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받으며 문체부가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이날 민관합동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 회의에서 “그동안 작은 구멍들이 문제를 크게 키우는 결과가 있었다”며 “진정 추세가 잡힐 때까지 단단히 (업무를) 하자”고 주문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