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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코티 셰플러(28·미국)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셰플러가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 주인이 됐다. 셰플러는 5일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 골프 내셔널(파71)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쓸어담으며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를 기록했다. 2위 영국의 토미 플리트우드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셰플러는 올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비롯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6승을 거두며 커리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의 시대임을 명확히 했다. 이날 선두와 4타 차 공동 6위로 경기를 시작한 셰플러는 라운드 중반만 해도 메달과 거리가 멀었다. ‘노 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순위싸움에서 쉬이 밀려나지 않던 셰플러는 14~17번 홀 4연속 버디를 따내며 단숨에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17번 홀(파4) 약 5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경기 막판 단독 1위가 됐다. 셰플러는 이날 한국의 김주형, 벨기에의 토마스 디트리와 동반 플레이했다. 경기 막판 셰플러와 공동 선두를 달리기도 했던 플리트우드는 17번 홀 보기로 한 걸음 물러났고. 18번 홀(파4) 31m거리에서 어프로치 샷으로 버디를 시도했지만 끝내 빗겨나가면서 셰플러와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플리트우드가 은메달을,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셰플러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장차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셰플러는 현재 4대 메이저대회 중 마스터스에서만 두 차례(2022, 2024년) 우승 기록이 있다.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이번 올림픽 대회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골프 여제’ 박인비(36)만이 갖고 있는 기록이다.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파리 대회를 앞두고 셰플러는 지난주 아내 메레디스, 3개월 된 아들 베넷과 함께 루브르박물관, 센강 등 명소를 누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 김주형은 이날 버디 6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 8위를 했다. 라운드 중반까지는 메달 결쟁을 했지만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티샷이 페널티 구역으로 빠지면서 기록한 더블 보기가 뼈아팠다. 메달은 놓쳤지만 김주형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안병훈이 세웠던 공동 11위를 넘어 한국 남자 선수 최고 기록을 남겼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안병훈은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 공동 24위로 대회를 마쳤다.1900년 파리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골프가 열렸던 대회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쳤던 골프는 112년 뒤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내가 진짜로 올림픽에 출전할 거라고는 사실 할머니도 생각 못 하셨을 것 같다.”1일 파리 올림픽 유도 경기장인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만난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2)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허미미는 지난달 30일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메달을 딴 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정보경(은) 이후 8년 만이다. 허미미는 4일 혼성단체전에선 동료들과 동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국적인 아버지와 일본 국적의 어머니를 둔 허미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일본 와세다대에 재학 중이다. 한국과 일본 국적을 모두 갖고 있던 허미미는 작년 12월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 유언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는 “미미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처음 경험해 본 올림픽 무대는 어땠나. “3년 전 도쿄 올림픽 땐 (일본 사이타마에 있는) 집에서 가족들과 TV로 경기를 봤는데 그런 자리에 내가 서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행복했다. 사실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로 사람들의 기대가 커져 긴장됐다. 첫 경기 때는 몸도 잘 움직이지 않고 그랬다. 프랑스에서 유도 인기가 이렇게 많은 줄도 처음 알았다. (개인전) 결승에서 이겨서 태극기를 제일 높은 곳에 달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은메달을 따서 정말 좋다. 다른 대회와 다르게 올림픽 메달은 진짜 무겁다.” ―결승전에서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 했다. 경기 영상을 다시 봤나. “파리에서 ‘다시 보기’ 하는 방법을 몰라 아직 못 봤다. 아쉽기는 하다. 주심이 마지막에 경기를 멈출 땐 (상대인) 크리스타 데구치 선수에게 지도를 주는 줄 알았다. 마지막엔 상대도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실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주심에게 (지도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데구치 선수가 말한 것처럼 유도가 바뀌어야 할 부분은 있는 것 같다.” ―메달 딴 뒤 인기를 실감하나. “지금도 인스타그램 메시지(DM)가 계속 온다. 하나하나 다 읽기 힘들 정도로 많이 온다. 일본에서도 메시지를 많이 보낸다. 어릴 적 친구에게서도 축하 메시지가 왔다. (재학 중인) 와세다대에서도 축하해줘서 놀랐다. 사람들이 너무 감동했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펜싱 국가대표팀과 같은 날(5일) 귀국하는데 걱정이다. (공항에) 유도 팬보다 펜싱 팬이 더 많으면 어쩌나(웃음).” ―유도를 언제 처음 시작했나. “여섯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유도를 시작했다. 원래 밥 먹을 때와 글씨 쓸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는데 왼손잡이인 아버지를 보고 배우면서 나도 왼손으로 유도를 하게 됐다. 어려서 유도를 배우는 건 힘들었지만 경기를 하는 건 아주 좋아했다. 한 사람을 이기고 나면 또 다른 사람이 나오고, 또 다른 식으로 경기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행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릴 때 할머니가 경기장에 자주 오셨다. 내가 유도를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한국에 가기로 마음을 굳히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할머니 말씀대로 한국에 가고 싶었다. 부모님은 ‘네 뜻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나도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행복하다.” ―일본과 한국의 훈련 방식이 많이 다른가. “일본에선 유도만 배웠는데 한국에선 달리기도 잘해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잘해야 한다. 진천선수촌에 처음 갔을 때는 매일 새벽 5시 30분에 훈련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일본에선 맨날 아침 9시, 10시까지 잤다(웃음). 처음엔 일어나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다. 체력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코치님, 감독님이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신다. 유도 실력도 많이 늘었고 유도가 더 재미있어졌다. 김미정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김 감독님으로 인해 유도를 하면서 스승을 만났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운동을 정말 많이 시키긴 하셨지만 대회에 나갈 때 감독님과 같이 있으면 늘 마음이 편했다.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임기를 마치는) 감독님과 헤어지게 돼 정말 슬프다.” ―현재 소속 팀 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이란 걸 알게 됐는데…. “진짜 놀랐다. 어릴 때 재일교포 선수로 대회에 참가하러 한국에 왔을 땐 여행 온 기분도 있었는데 (현조·玄祖)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다는 걸 알게 된 뒤론 마음이 달라졌다. 어떤 대회든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훈련도 더 열심히, 경기에서도 더 잘할 수 있게 됐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다. ―금메달 따서 애국가를 부르겠다고 했었는데, 애국가 가사는 다 외웠나. “1절은 다 부를 수 있다. 4절까지는 아직 다 못 외웠다(웃음). 애국가 가사를 일본어 번역기로 돌려서 의미를 확인하고 다시 한국어 가사를 외우고 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이번 올림픽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한 건 지금도 너무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선 꼭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 ―한국어 공부는 어떻게 했나. “처음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한국어를 따로 공부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대화를 하면서 배운다. 친구들, 언니들과 이야기하는 게 진짜 공부다. 특히 (여자 무제한급의) 김하윤 언니와 대회도 같이 나가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는 것 같다. 사실 인터뷰할 땐 긴장해서 한국말이 더 안 나온다(웃음). 아직은 한국어가 너무 어렵다. 배워도 배워도 자꾸 까먹는 것 같다.” ―한국어 가운데 좋아하는 표현이 있나. “‘할 수 있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일본어에도 같은 의미로 ‘데키루(できる)’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진짜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어려운 단어는 ‘딸기’다. 내가 딸기우유를 좋아해서 자주 말해야 하는데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 ―유도 말고 좋아하는 건 뭔가.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여자)아이들의 ‘Fate’, 린의 ‘사랑했잖아’를 즐겨 듣는다. ‘사랑했잖아’는 훈련 파트너 선수들과 노래방에 같이 갔을 때 듣고 알게 됐는데 멜로디가 너무 좋아 요새 정말 많이 듣는다. 그런데 가사를 보니까 슬픈 이별 노래더라(웃음).” ‘사랑했잖아’는 허미미가 두 살이던 2004년에 나온 노래다. “메이크업에도 관심이 많다. 처음엔 엄마가 메이크업을 해주셔서 관심이 생겼는데 지금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관심이 많다. 유도를 안 했으면 메이크업과 관련된 일을 했을 것 같다. 매일 땀 흘리면서 훈련하다가 (민낯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쑥스러울 때가 많다. 이번 올림픽 때도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 하기 전에 메이크업을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못 했다(웃음).” ―파리 올림픽 펜싱 2관왕 오상욱의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천선수촌에서 두세 번 봤는데 얼굴도 잘생기고 너무 착해서 팬이 됐다. 선수촌에서 만났을 때 일본어로 말을 걸어줘서 고마웠다. 이번에 오상욱 선수가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 딴 다음 날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났는데 축하한다고 말했다. 오상욱 선수도 내 경기가 언제인지 물으면서 파이팅 하라고 해줬다.”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것 같다.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 고민 같은 것 많이 안 하고 스트레스도 잘 안 받는다. 경기에 나가서 패해도 ‘그냥 졌다’ 정도지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나도 올림픽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5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로 사람들 기대가 너무 커졌다. 친구들에게는 ‘기쁘기도 하지만 고민도 된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은메달 따서 다행이다.”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하던데….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그렇고 특히 훈련 파트너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올림픽을 앞두고 두 달간 내 뒷바라지를 정말 다 해줬다. 훈련도 같이 해주고, 늘 같이 있어 줬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테이핑도 다 도와줬다. 은메달을 딴 것도 진짜로 파트너 선수들 덕분이다. 파트너 선수들이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 아직 고맙다는 말을 직접 못 했다. 특히 내 파트너 선수인 용인대 황혜성(20), 남유리(19)의 이름은 기사에 꼭 좀 써달라. 그들이 보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재학 중인데….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 고민 중인데 교수님과 의논하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대학에선 스포츠심리학을 주로 공부하고 있다. 경기를 앞둔 선수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등을 배운다. 당장 졸업논문을 써야 하는데 준비를 하나도 못 해 걱정이다.” ―응원해 준 팬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들 덕분에 너무 기뻤다. 파리 올림픽은 끝났지만 2년 뒤 아시안게임이 있고, 4년 뒤 다시 올림픽이 돌아오니 유도를 계속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음 올림픽에선 꼭 금메달 따겠다.”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2)△2002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키 159cm, 몸무게 57kg△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4학년△2023년 일본 국적 포기△경북체육회 소속△여자 57kg급 세계 랭킹 3위△2024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2024 파리 올림픽 개인전 은메달, 혼성 단체전 동메달△좌우명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인스타그램 @huhmimi_57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단체전이 남아 있으니 지치지 않고 다시 밝게 경기하겠다.”‘삐약이’ 신유빈(20)은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을 4위로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신유빈은 3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하야타 히나(24·일본)에게 2-4(11-9, 11-13, 10-12, 7-11, 12-10, 7-11)로 역전패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유승민(42)이 남자 단식 금, 김경아(47)가 여자 단식 동메달을 차지한 뒤로 20년 동안 단식에서 올림픽 메달을 가져온 한국 탁구 선수는 없다.임종훈(27)과 이번 대회 혼합복식 동메달을 합작했던 신유빈은 5일부터 전지희(32), 이은혜(29)와 단체전에 출전해 메달 사냥을 이어간다. 한국 여자 탁구는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이 종목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국 탁구가 16년 만에 여자 단체전 메달을 차지하면 신유빈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남녀 단·복식에서 모두 메달을 딴 김택수(54), 현정화(55)에 이어 한국 탁구 선수로는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다.16강 토너먼트를 통해 메달 주인공을 가리는 올림픽 탁구 단체전은 총 5경기를 치러 3경기를 먼저 따내면 이기는 방식이다. 첫 경기만 복식이고 나머지 네 경기는 단식이다. 선수 3명이 최대 5경기를 치르다 보니 복식에 나서면 단식은 1경기밖에 소화할 수 없다. 어떤 선수를 어떤 자리에 배치해야 하는지 ‘수 싸움’을 벌어야 하는 것.그런 점에서 한국은 별 고민이 없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딴 ‘희빈 콤비’ 진지희-신유빈 조가 세계랭킹 2위 팀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이번 대회 1회전 상대인 브라질은 올림픽 단체전 2회전 진출 경험이 없다. 여유를 부릴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오광헌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은 “복식을 이기고 들어가는 것과 지고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진지희-신유빈 조를 복식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유빈은 “경기에서 지고 다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기회가 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진표상 한국은 중국과 준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중국은 이 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한국이 3, 4위 결정전으로 밀리면 일본 또는 독일과 동메달을 겨룰 확률이 높다. 일본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은메달을 따낸 팀이고 독일은 같은 대회 8강에서 한국을 탈락시킨 팀이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이랬을까.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경기에서는 혼성 단체전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 성사됐다. 바로 한국과 프랑스의 8강전에서 남자 81㎏급 이준환과 무제한급 테디 리네르가 맞붙었다. 전날 무제한급 결승전에서 김민종을 꺾고 우승한 리네르는 올림픽 금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낸 유도계의 전설이다. 이날도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추가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체급이 다른 두 선수의 맞대결이 성사된 건 혼성단체전의 묘미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신설돼 파리에서 두 번째로 열린 혼성단체전은 남자 3체급(73㎏급, 90㎏급, 90㎏초과급)과 여자 3체급(57㎏급, 70㎏급, 70㎏초과급) 등 총 6명이 출전해 먼저 4승을 따내면 승리하는 경기다. 다만 해당 체급의 선수가 없거나, 전술상 아래 체급의 선수가 출전하기도 한다. 남자 81㎏급의 이준환은 이번 대회 혼성 단체전에서 90㎏급으로 출전했다. 다만 이날 8강전에서는 이례적으로 90㎏초과급으로 출전했다. 그 숨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전날 개인전에서 김민종이 겪은 무릎 안쪽 부상 때문이었다. 전날 치료를 받아 출전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칫 한 수 위 전력인 프랑스와 경기를 하다 부상이 심화될 경우 남은 경기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에 이준환보다 한 체급이 높은 한주엽의 경우 왼손으로 주로 플레이를 하는데 리네르가 왼손 선수에게 강하다보니 결국 이준환이 출전하게 됐다. 한국 유도의 미래로 평가받는 이준환으로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상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결과는 리네르의 승리였다. 이준환은 경기 시작 1분 34초 만에 모로떨어뜨리기로 한판 패했다. 동메달결정전 승리 뒤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만난 이준환은 “내가 빨리 움직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테디는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프랑스에서 유명한 테디랑 파리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업어치기 한 번 하는데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며 웃고는 옆에 서 있던 김민종을 바라보며 “민종이 형이 정말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더 느꼈다”고 말했다. 황희태 남자 대표팀 감독도 “준환이 보고 절대 다치지 말고 오라고 말했는데 얘가 테디를 한 번 이겨보겠다고 막 덤비더라. 역시 승부사는 승부사다”라고 말했다. 이준환은 자신의 첫 올림픽을 동메달 두 개로 마쳤다. 여기에 값을 매길 수 없는 경험이라는 무게를 더했다. 한국 유도의 미래로 꼽히는 이준환은 그렇게 파리 올림픽에서 한 뼘 더 자랐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유도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합작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대회에서 신설된 혼성단체전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끝난 개인전 포함 한국 유도는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안바울은 한국 유도 첫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한국 유도 대표팀은 4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을 4–3으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파리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혼성단체전은 남자 3체급(73㎏급, 90㎏급, 90㎏초과급)과 여자 3체급(57㎏급, 70㎏급, 70㎏초과급) 등 총 6명이 출전해 먼저 4승을 따내면 승리하는 경기다.첫 주자로 나선 이준환(남자 90㎏급)은 독일의 에두아르트 트리펠에게 한판패했다. 분위기는 두 번째 주자인 김하윤이 바꿨다. 전날 여자 무제한급 동메달을 딴 김하윤(여자 70㎏초과급)은 르네 루흐트를 허리후리기 절반에 이은 누르기 절반으로 한판승을 거두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이어 남자 무제한급 은메달리스트 김민종(남자 90㎏초과급)이 에릭 아브라모프를 허벅다리 절반에 이은 누르기 절반으로 한판승하며 점수를 뒤집었다.기세를 잡은 한국은 허미미(여자 57㎏급)가 누르기 한판승을 거두며 메달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그러나 안바울(남자 73㎏급)과 김지수(여자 70㎏급)가 나란히 패하면서 동점이 됐다. 혼성단체전은 3-3 동점이 될 경우 추첨을 통해 골든스코어 방식의 마지막 대결 체급을 고른다. 추첨 결과 남자 73㎏급이 선택됐다.방금 전 9분 38초의 혈투를 벌였던 안바울은 다시 독일의 이고르 완드케와 마주섰다. 완드케는 개인전 기준 66㎏급의 안바울보다 높은 73㎏급의 선수다. 자신보다 큰 체격을 상대로재대결을 펼친 안바울은 5분 25초 승부 끝에 반칙승을 거두며 스스로 메달을 확정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은메달리스트, 2021년 도쿄 동메랄리스트인 안바울은 한국 유도 최초의 3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대회 개인전 노 메달의 아쉬움을 풀었다.앞서 튀르키예와의 16강에서 4-1로 승리한 한국은 프랑스와의 8강에서 1-4로 패하면서 패자부활전으로 향했고 우즈베키스탄을 4-2로 꺾으며 동메달결정전으로 향했다. 패자부활전 당시 마지막 주자인 안바울이 연장전 포함 12분37초의 혈투 끝에 반칙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동메달결정전에 합류했다.한국의 경우 이번 대회 개인전 남녀 14체급 중 11체급에만 선수를 출전시켜 몇몇 체급에서는 빈자리가 생겼다. 개인전 남자 81㎏급의 이준환은 프랑스와의 8강 당시 남자 무제한급의 테디 리네르를 상대하기도 했다. 이준환은 리네르에게 한판패 했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오메가의 DNA 안에는 혁신이 있다. 우리는 스포츠를 보고 즐기는 모든 이들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말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부터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를 맡아온 오메가는 올림픽과의 동행 100년을 앞두고 있다. 역대 세 번째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도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초당 1만 장에서 4만 장의 디지털 이미지를 촬영하는 스캔 ‘O’ 비전 얼티밋, 인공지능(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 차세대 그래픽 기술 ‘비오나르도’ 등을 도입했다. 컴퓨터 비전 기술의 경우 골격 추적 기능을 통해 체조 선수의 발 각도까지 감지해 데이터를 제공한다. 오메가는 이번 대회 32개 종목 329개의 경기를 계측한다. 장비만 약 350t 규모에, 타임키퍼 및 현장 전문가 550여 명을 보냈다. 애슐리만 CEO는 “오메가는 파리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의 기술과 신뢰성을 증명하고 싶다. 우리는 계속 발전하고 혁신할 것. 그 과정에서 세밀함, 정밀함, 공정함을 유지하는 것 또한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더 빠르고 더 세밀하게 계측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정말 많은 종목 단체들과 소통하며 기준을 정한다“고도 덧붙였다. 애슐리만 CEO는 이번 대회에 새로 도입된 브레이킹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 가능성에 대해 거론하기도 했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수영은 오메가의 계측 기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다. 올림픽 종목 중에 자신이 직접 시간 기록을 멈추는 종목은 수영과 스포츠 클라이밍뿐이다. 애슐리만 CEO도 “오메가는 수영과 아주 깊고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수영은 정말 어려운 종목이다. 수영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듯 오메가는 현재 수영의 전설로 꼽히는 마이클 펠프스(은퇴) 외에도 레옹 마르샹, 다비드 포포비치, 케일럽 드레슬 등 현역 선수 다수를 오메가 앰배서더(홍보대사)로 선정했다. 다른 종목에서도 높이뛰기의 아먼드 듀플란티스, 골프 로리 매킬로이 등 슈퍼스타들이 앰배서더를 맡고 있다. 파리 대회를 앞두고는 한국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21)를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한국 현역 선수가 오메가 앰배서더로 선정된 건 황선우가 처음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명성과 가치에 걸맞은 선수를 앰배서더로 선정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선수를 좋아한다. 처음으로 한국 선수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 우리는 앰배서더들에게 가족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삐약이’ 신유빈(20)이 한국 탁구 20년 만의 올림픽 단식 메달 도전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3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세계 5위 하야타 히나(24·일본)와의 파리 올림픽 탁구 동메달결정전에서 2-4(11-9, 11-13, 10-12, 7-11, 12-10, )로 역전패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여자 단식 동메달리스트 김경아 이후의 첫 단식 메달 도전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신유빈은 이날 1게임을 잡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야타는 백핸드에서 범실을 반복했다. 두 선수가 1게임씩 나눠 가진 가운데 3게임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신유빈은 10-7까지 앞섰지만 이후 하야타에게 5실점하면서 게임을 내줬다. 이날 신유빈의 최다 연속 실점이었다. 신유빈은 5게임을 다시 따내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결국 6게임을 하야타에게 내주며 물러섰다. 마지막 공격이 네트를 넘기지 못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패배의 아쉬움에도 신유빈은 하야타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의 포옹을 건넸다. 신유빈은 이날 패배까지 하야타에게 5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신유빈은 앞서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하야타에게 0-3으로 졌다. 단식 메달 사냥은 놓쳤지만 신유빈에게 아직 남은 메달 기회는 있다.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함께 동메달을 딴 신유빈이 5일 시작하는 여자 단체전에서 전지희, 이은혜와 시상대에 설 경우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현정화, 김택수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다. 두 선수는 남녀 단식. 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땄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유빈(20)은 43분의 승부 끝에 패한 뒤 1분 넘게 빈 경기장을 바라봤다. 오광헌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54)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차례 고개를 끄덕인 신유빈은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극기를 든 팬들에게 손도 흔들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찾은 신유빈은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음도 비우고 머리도 비우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남은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 탁구의 에이스 ‘삐약이’ 신유빈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만리장성’의 벽에 막혔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2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이 종목 준결승에서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멍(30·중국·4위)에게 0-4(7-11, 6-11, 7-11, 7-11)로 완패했다. 한국 여자 탁구 선수 첫 올림픽 단식 결승 진출의 꿈은 놓쳤지만 신유빈에겐 남은 목표가 있다. 3일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신유빈이 승리할 경우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현정화(동), 2004년 아테네 대회 김경아(동)에 이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세 번째 단식 메달리스트가 된다. 남자 선수를 포함해도 아테네 대회 때 금메달을 차지한 유승민 이후 20년 만의 단식 메달 도전이다. 혼합복식에서 임종훈(27)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건 신유빈이 여자 단식에서도 동메달을 따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현정화, 김택수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다. 당시 두 선수는 남녀 단식, 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땄다. 신유빈은 5일부터 전지희(32), 이은혜(29)와 여자 단체전에도 출전한다. 신유빈은 “아직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더 냉정해져야 한다. 내가 하기에 따라 경기도 바뀐다고 생각한다”고 동메달 결정전 각오를 밝혔다. 이어서 “상대 약점을 잘 분석해서 준비한다면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천멍과의 준결승 경기에 대해서는 “상대가 실력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 빈 곳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상대가 강하게 버티다 보니 내가 쉬운 상황에서 범실도 많이 했다”고 자평했다. 신유빈은 이날 2, 4게임 한때 리드를 잡기도 했지만 천멍의 백핸드 공격에 밀려 결국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올림픽 여자 단식 종목에서 중국의 성적은 압도적이다. 1988년 서울 대회 때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9번의 올림픽에서 중국은 여자 단식 금메달 9개를 싹쓸이했다. 이 중 7번은 중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맞붙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민종(24)이 한국 남자 유도 무제한급(100㎏초과급)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도 스타 테디 리네르(35)와의 명승부 끝에 한판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57㎏급 허미미(22)에 이어 한국 유도 두 번째 은메달이다. 김민종은 이번 은메달로 역대 한국 남자 무제한급 최고 성적을 거뒀다. 기존 최고 성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조용철(현 대한유도회장)이 딴 동메달이다.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김민종은 3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프랑스의 리네르(세계 7위)에게 허리후리기 한판패했다. 경기 중반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한순간에 흐름이 넘어갔다. 2012년 런던 대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2연패의 주인공이자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11회 우승(개인전 기준)에 빛나는 리네르는 자신의 세 번째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네르는 올림픽 개회식 때 프랑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마리조제 페레크(56) 성화 점화자로 나서기도 했다.프랑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김민종은 이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리네르에 대한 높은 관심에 이날 경기는 유도로는 이례적으로 ‘하이 디맨드 이벤트(High Demand Event)’로 분류되기도 했다. 리네르(키 203㎝·몸무게 140㎏)는 김민종 183㎝, 130㎏)보다 키가 20㎝ 더 크고, 몸무게도 10㎏나 더 나간다. 김민종은 앞서 준결승전에서 일본 유도 영웅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인 사이토 다쓰루(22·세계 6위)를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꺾었다. 3남 1녀 중 둘째인 김민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어 유도계에선 ‘마장동 정육점 둘째아들’로 불린다. 어려서부터 풍족하게 고기를 먹고 자란 김민종은 무제한급 선수치고는 작은 축에 속하지만 벤치프레스 최대 중량(1회 기준) 190㎏, 스쾃 260㎏를 들 정도로 괴력의 소유자다. 2022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수들의 팔씨름 대회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을 꺾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무제한급 선수로는 드물게 업어치기를 주특기로 삼고 있기도 하다. 순발력과 탄력이 뛰어나 상대 힘을 이용해 메치는 데 자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민종은 3년 전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도쿄 대회에서 김민종은 첫 경기(16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위대함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자신의 좌우명대로 김민종은 한 걸음씩 나아가 끝내 값진 은메달에 이르렀다. 한편 같은 날 열린 여자 무제한급(78㎏초과급)에서는 김하윤(24)이 동메달을 땄다. 김하윤은 튀르키예 대표 카이라 오즈데미르(36)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안다리걸기 절반에 이은 누르기 절반으로 한판승을 거뒀다. 이 체급에선 2000년 시드니 대회 김선영(동) 이후 24년 만에 메달이 나왔다. 3일 경기로 개인전 일정이 종료된 가운데 한국 유도는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삐약이’ 신유빈(20)이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4강에 올랐다. 한국 탁구 선수가 올림픽 단식 준결승에 오른 건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1일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히라노 미우(24·일본·13위)와 80분 동안 풀게임 접전을 벌인 끝에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 진땀승을 거뒀다. 신유빈은 시작과 동시에 세 게임를 내리 따내며 쉽게 경기를 풀어가는 듯했지만 이후 세 게임을 연거푸 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신유빈은 마지막 7번째 게임 때도 9-10 위기에 몰렸다. 1점만 더 주면 경기를 내주는 상황이었다. 신유빈은 바로 10-10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간 뒤 12-11 상황에서 히라노의 스매시가 네트를 넘지 못하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신유빈은 경기가 끝난 뒤 두 주먹을 들어 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히라노도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냈다. 하라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신유빈에게 1-3 패배를 안겼던 선수다. 311일 만에 당시 빚을 갚은 신유빈은 히라노와의 맞대결에서도 2승 1패로 앞서 가게 됐다. 신유빈이 어린 시절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히라노 역시 일본에서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다. 히라노는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 은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신유빈은 이날 승리로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단식 4강에 오른 한국 탁구 선수가 됐다. 당시에는 유승민(42)과 김경아(47)가 각각 남녀 단식 4강에 올랐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유승민이 금, 김경아가 동메달을 차지한 뒤로는 올림픽 단식 메달을 딴 한국 선수도 없다. 신유빈은 자신의 첫 올림픽이던 3년 전 도쿄 대회 때는 단식 32강(3회전)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이 여자 단식에서도 메달을 차지하면 한국 선수로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당시 김택수(54), 현정화(55)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 타이틀도 얻을 수 있다.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따면 한국 탁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같은 대회에서 올림픽 메달 3개를 받는 기록도 남기게 된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신유빈은 “혼합복식 동메달을 땄을 때도 눈물이 안 났는데 오늘은 마지막에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 안도감의 눈물이었다”면서 “엄마가 만들어 주신 주먹밥과 바나나를 잘 먹고 (경기에) 들어간 게 승리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이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 도중 바나나를 먹는 모습은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임종훈(27)과 짝을 이룬 혼합 복식 8강에서 4-0 승리를 거둔 뒤 믹스트존을 떠나면서 국내 취재진에게 “안 힘드세요? 괜찮으세요?”라고 안부를 묻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다. 신유빈은 2일 천멍(30·중국·4위)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신유빈은 올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8강에서 천멍에게 1-4로 패한 적이 있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인 건 이 한 경기뿐이다. 신유빈은 “어렵게 (4강까지) 오른 만큼 후회 없는 경기,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유빈이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최고의 수준에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며 “지금 분위기라면 천멍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신유빈보다 먼저 남자 단식 4강 진출에 도전했던 세계랭킹 13위 장우진(29)은 8강에서 우구 칼데라누(28·브라질·6위)에게 0-4(4-11, 7-11, 5-11, 6-11)로 완패했다. 장우진은 도쿄 올림픽 때도 칼데라누에게 16강에서 패했다. 장우진은 “내가 발전하는 속도보다 상대가 발전한 속도가 훨씬 빨랐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유도 대표팀 김민종(24)이 2일 파리 올림픽 남자 무제한급(100kg 초과)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유도(11개)는 한국이 양궁(27개), 태권도(12개) 다음으로 여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딴 종목이다. 그러나 2012년 런던 대회 김재범(남자 81kg급), 송대남(남자 90kg급) 이후 금맥이 끊겼다. 유도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수사불패(雖死不敗·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지지는 않겠다)의 정신으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밝혔지만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김민종은 개인 첫 올림픽 무대였던 3년 전 도쿄 대회 때는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당시 김민종과 지금의 김민종은 ‘레벨’이 다른 선수다. 김민종은 올 5월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 남자 무제한급 선수가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한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63) 이후 39년 만이다. 김민종은 현재 이 체급 세계랭킹 1위다. 김민종이 이번 올림픽 정상을 밟으면 한국 유도 남자 무제한급 선수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다. 한국 유도는 올림픽 남자 7개 체급 가운데 무제한급에서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김민종과 금메달을 다툴 후보로는 개최국 프랑스의 ‘빅 테드’ 테디 리네르(35)가 꼽힌다. 리네르는 이번 올림픽 개회식 때 프랑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마리조제 페레크(56)와 성화 점화자로 나서는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유도 종목에서는 이례적으로 남자 무제한급 경기를 ‘하이 디맨드 이벤트(High Demand Event)’로 분류했다. 취재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 대비해 경기장에 입장하는 취재진 수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김민종에게 리네르는 말 그대로 ‘넘어야 할 산’이다. 똑같이 무제한급 선수지만 김민종(183cm·130kg)과 비교해도 리네르(203cm·140kg)는 키가 20cm 더 크고 몸무게도 10kg이 더 나간다. 김민종과 리네르는 대진표 맞은편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두 선수 모두 결승전에 올라야 맞대결이 이뤄진다. 리네르의 선수 경력은 이미 ‘전설’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리네르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이 체급을 2연패했다. 2021년 도쿄 대회 개인전에선 동메달에 그쳤지만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리네르는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우승을 11번이나 했다. 김민종은 올해 파리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 끝에 안다리후리기로 절반을 내주며 리네르에게 패했다. 두 선수가 맞붙은 건 이때가 처음이자 현재까지 마지막이다. 김민종은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작전도 잘 통하고 생각보다 할 만했다”면서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올림픽에서는 그때 느낌을 살려서 리네르를 꼭 잡겠다”고 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다시 4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31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메달을 목에 건 이준환(22)은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눈시울을 훔쳤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준환은 “금메달을 목표로 이날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 왔다. 지난 과정들이 떠올라서 울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新星)’ 이준환이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유도에 첫 메달을 안겼다. 이 체급 세계랭킹 3위 이준환은 세계 1위인 마티아스 카세(27·벨기에)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 포함 4분 48초 만에 발뒤축걸기 절반승을 따냈다. 이 체급에서는 2012년 런던 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재범(39) 이후 12년 만에 한국의 메달이 나왔다. 이준환은 동메달 결정전 승부에 대해 “카세는 내가 어릴 때부터 국제대회에서 활약해 온 선수다. 그만큼 몇 년 전부터 오랜 시간 대결을 준비해 왔다.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승리”라고 했다. 준결승에서 조지아의 타토 그리갈라슈빌리(25·세계 2위)에게 절반패한 것이 아쉬웠다. 이준환은 자신의 성인 무대 데뷔전이던 2022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결승전에서 그리갈라슈빌리를 물리쳤지만 이후 2023,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만나 모두 패했다. 이준환은 “많이 연구했지만 내 수가 부족했던 것 같다. 더 많은 전략과 기술을 다듬어서 레벨업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경기 수원시 동네 유도장에서 유도를 시작한 이준환은 두 달 만에 나간 경기에서 우승하며 쌀 한 포대를 받았다. 의정부 경민고 시절에는 고교연맹전에서 81kg급은 물론이고 무제한급에서도 100kg이 넘는 상대들을 꺾고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2022년 성인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서 2연속 우승하며 한국 유도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당시 국제유도연맹(IJF)은 이준환에 대해 “매우 빠르다.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는 선수”라며 ‘한국의 번개’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 남자 무제한급(100kg 초과급)에 출전하는 선배 김민종(24)도 “준환이는 체급에 비해 힘이 좋은 데다 모든 기술이 주특기라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준환은 이날 경기로 가족 메달리스트 대열에도 합류했다. 이준환의 막내 이모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은메달을 딴 김은미(49)다. 여동생에 이어 아들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어머니 김원주 씨(53)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준환이는 어려서부터 마음고생 한 번 시킨 적 없는 아들이다. 그동안 고생했을 준환이에게 ‘넌 내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어머니 김 씨는 경기 안산시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이준환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자신도, 막내 이모도 이루지 못한 금메달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이준환은 “올림픽으로 시야가 넓어졌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또 유도에 미쳐서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탁구 간판 신유빈(20)이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에 올랐다. 임종훈과 혼합복식 동메달을 수확한 신유빈은 여자 단식 시상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신유빈은 2004년 아테네 대회 김경아(동메달) 이후 20년 만의 여자 단식 메달에 도전한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세계 29위 미국 릴리 장(28)을 게임스코어 4-0(11-2, 11-8, 11-4, 15-13)으로 제압했다. 중국계 선수인 릴리 장은 이날 전까지 한 번도 맞대결해본 적 없는 상대였지만 신유빈은 이내 상대 플레이에 적응해가며 격차를 벌렸다. 1게임부터 11-2 큰 점수 차로 승리한 신유빈은 경기 내내 우세를 이어갔다. 4게임 상대에게 먼저 게임포인트 기회를 내주고도 듀스 접전을 이어가며 끝내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는 37분 만에 마무리됐다. 신유빈은 8강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세계 13위)를 만난다. 한국 시간으로 1일 오후 7시 경기가 열린다. 신유빈은 미우와 상대 전적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앞서 남자단식에서는 장우진(29)이 16강에서 일본의 토가미 슌스케를 4-0(11-7, 18-16, 12-10, 11-9)으로 꺾고 8강에 합류했다. 2,3게임 듀스 접전 속에서도 한 게임도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왕추친이 32강에서 스웨덴의 트룰스 뫼르고드에게 패하는 이변이 일어나면서 어느 때보다 메달 획득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남자 단식 역시 2004년 아테네 유승민의 금메달 이후 메달이 없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유빈(20)이 31일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16강에 올랐다. 전날 임종훈과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냈던 신유빈은 여자 단식 메달을 위해 순조롭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신유빈은 이날 승리로 32강 탈락했던 지난 도쿄 대회보다 높은 고지에 올랐다.신유빈은 31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헝가리 게오르기나 포타(39)를 상대로 게임스코어 4-1(9-11, 11-9 11-4, 11-1, 11-9)으로 승리하며 16강에 올랐다. 1게임은 내줬지만 2게임을 바로 가져오며 분위기를 잡았다. 경기 도중 크게는 10점 차까지 앞서면서 상대에게는 최대 2점 리드만 허용했다. 이날 경기는 경기는 총 38분 진행됐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세계 71위 포타와 이번 대회 전까지 1차례(2024년 싱가포르 스매시 32강)에서 만나 승리한 바 있다. 32강전을 넘은 신유빈은 이날 이어서 16강 경기를 치른다. 16강에서는 세계 29위 미국의 릴리 장과 맞붙는다. 한국시간으로는 1일 오전 3시 경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 장우진은 3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남자 단식 16강에 나선다. 앞서 여자 단식 전지희와 남자 단식 조대성은 첫 경기인 64강에서 탈락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유빈(20)-임종훈(27) 조가 한국 탁구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신유빈-임종훈 조는 30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두호이켐-웡춘팅 조에 게임 스코어 4-0(11-5, 11-7, 11-7, 14-12)으로 완승을 거두고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메달을 딴 건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동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혼합복식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신설된 종목이다. 탁구 대표팀 에이스 신유빈은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세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5세 때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탁구 신동’으로 불렸고 ‘삐약이’란 별명도 얻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3년 전 도쿄 대회 단식에선 32강, 여자 단체전에선 8강을 넘지 못했다. 도쿄 올림픽 이후엔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탁구를 그만둬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수술 뒤 재활의 시간을 보낸 신유빈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여자 복식)와 동메달 3개(여자 단식, 여자 단체, 혼합복식)를 차지하며 재기했다. ‘삐약이’ 신유빈은 이날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뒤 “지금 기쁜 마음은 제대로 표현이 안 된다. 실감도 나지 않는다.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게 정말 좋다. 앞으로 자신감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난 3년간 부상도 있었고 계속 패하는 시기도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하며 잘 견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다음 달 19일 입대할 예정이었는데 이날 동메달을 따면서 병역 혜택을 얻었다. 임종훈은 “오늘 경기 시작 때부터 계속 (병역 혜택) 생각이 났다. 생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 한 경기 한 경기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한 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임종훈은 남자 단체전에서 메달 추가를 노린다. 이어 열린 혼합복식 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 쑨잉사-왕추친 조(중국)가 북한의 김금용-리정식 조에 4-2(11-6, 7-11, 11-8, 11-5, 7-11, 11-8)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애국가 가사도 거의 다 외웠는데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따서 꼭 애국가를 부르겠다.” 한국 유도 대표 허미미(22)는 30일 파리 올림픽 여자 57kg급 은메달을 따낸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후 담담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 국적의 아버지와 일본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일본에서 다녔기 때문에 애국가를 배울 일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서 시상식 때 애국가를 울리겠다며 틈틈이 가사를 외웠다. 이 체급 세계랭킹 3위인 허미미는 이날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이번이 개인 첫 올림픽 출전인 허미미는 정규 경기 4분에 골든스코어(연장전)까지 총 6분 35초간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데구치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경기 3번째 지도를 받아 반칙패로 데구치에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한국 유도가 파리 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가 올림픽 은메달을 딴 것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당시 정보경(48kg급) 이후 8년 만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조민선(66kg급) 이후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허미미는 “아직 멀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년 뒤) 다음 올림픽 때는 나이도 더 먹고 하니까 잠재력을 키워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웃었다. 이어 “제일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걸 보고 행복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6세 때 유도를 시작한 허미미는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도 ‘유도 천재’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일장기 대신 태극마크를 선택한 건 할머니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2021년 세상을 떠나기 전 “미미가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남겼다. 할머니의 유언을 따르기로 한 허미미는 한국 실업팀 경북체육회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임도 알게 됐다. 2022년 한국 성인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허미미는 지난해 자신의 생일(12월 19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도 버렸다. 개인 첫 올림픽을 마친 허미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도 할머니였다. 허미미는 “할머니가 계셨다면 ‘잘했다, 고생했다’고 말씀해 주셨을 것 같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허미미는 한국에는 주거지가 따로 없어 대표팀 일정이 있을 때는 진천선수촌이나 호텔을 오가며 생활했다. 일본에는 잘 없는 새벽 체력 훈련 때문에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4학년인 허미미는 이렇게 숨가쁜 일정 속에서도 틈날 때마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학업도 병행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할 일도 이미 정해졌다. 허미미는 “파리까지 같이 와준 훈련 파트너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를 사주러 가야겠다”며 웃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유도의 다음 단계를 위해선 바뀌어야 한다.” 30일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허미미(22)를 꺾고 우승한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의 말이다. 허미미가 골든스코어(연장전) 시작 2분 35초가 흐른 시점에 경기 세 번째 ‘지도(指導)’를 받으면서 이 경기는 데구치의 반칙승으로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데구치는 준결승에서도 사라레오니 시지크(26·프랑스)가 지도 3개를 받으면서 반칙승을 거뒀다. 규정의 도움으로 연거푸 승리를 거둔 선수도 ‘지도 남발’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는 기본적으로 ‘사소한 반칙’을 저지른 선수가 받는 페널티다. 지도를 두 번 받았을 때는 승부에 아무 영향이 없지만 세 번 받으면 반칙패다. 데구치도 결승에서 지도를 두 번 받았다. 결승전을 진행한 마티외 바탈리 심판(프랑스)은 허미미가 매트에 주저앉은 상태로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업어치기를 시도하려다 실패하자 반대쪽으로 업어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위장 공격’ 반칙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었는데 상대를 속이려고 흉내만 냈다는 뜻이다. 김미정 한국 여자 유도 대표팀 감독은 “위장 공격은 절대 아니다. 미미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 공격했다”면서 아쉬움을 내비쳤다. 허미미는 “(주저앉으면서 업어치기 동작을 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위장 공격으로 보일지 몰랐다. 다음에는 그런 것까지 잘 생각하고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결승전이 주는 무게감을 고려해 반칙패가 선언되는 세 번째 지도를 선언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최고 우선 순위는 대회 준비이지만, 올림픽을 제대로 느껴 보고 싶었다.”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시작하는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에서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는 지난 주말 파리 나들이에 나섰다. 아내 메러디스, 3개월 된 아들 베넷과 함께 루브르박물관, 센강 등 파리의 명소들을 누볐다. 크레페, 초콜릿 크루아상 등 먹거리도 즐겼다. 올림픽 탁구 경기도 직접 관람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는 선수들과는 180도 다른 행보다. 30일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 골프 내셔널에서 열린 셰플러의 기자회견 역시 그의 파리 나들이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정말 재미있는 한 주였다”고 말문을 연 셰플러는 루브르박물관 관람에 대해 “멋진 경험이었다. 모나리자와 왕관의 보석을 봤다. 두 시간 동안 있었는데 많아야 박물관 10분의 1을 본 것 같다. 며칠은 그곳에 머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리를 느낀 셰플러는 이제 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세계랭킹에 따라 남자 선수 중 가장 먼저 파리행 티켓을 따낸 셰플러는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며, 금메달 후보 1순위다. 셰플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1승(마스터스)을 포함해 올 시즌 최다인 6승을 쓸어담았다. 셰플러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최선을 다해 메달 경쟁을 하겠다. 금메달을 따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셰플러는 세계 2위 잰더 쇼플리(31), 5위 윈덤 클라크(31), 6위 콜린 모리카와(27)와 함께 미국 대표팀으로 뛴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쇼플리는 2연패에 도전한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유도의 ‘신성(新星)’ 이준환(22)이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준환은 3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마티아스 카세(27·벨기에)를 절반승으로 제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남자 유도 대표팀의 첫 메달이다. 이 체급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이후 12년 만에 값진 메달이 나왔다. 이준환은 이 체급 세계 3위다. 16강전에서 허벅다리 걸기 한판승, 8강전에서 어깨로메치기 한판승을 따낸 이준환은 준결승에서 이 체급 세계 2위 타토 그리갈라슈빌리(25·조지아)에게 골든스코어(연장전) 끝에 누우면서던지기 절반을 내주며 패했다. 최근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자신을 꺾은 그리갈라슈빌리를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절치부심한 이준환은 카세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골든스코어에 돌입한 이준환은 연장 48초 만에 안뒤축걸기로 절반을 따내며 동메달을 따냈다. 승리를 확정한 이준환은 매트 위에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희태 남자 대표팀 감독과도 포옹한 채 눈시울을 훔쳤다. 이준환은 앞서 지난해 도쿄 그랜드슬램에서 카세를 꺾고 우승했다. 어려서부터 태권도, 수영, 권투등 여러 운동을 해왔던 이준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동네 도장에서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밖에서 얻어맞고 다니지나 말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유도를 권했다고 한다. 이준환은 유도를 시작한 지 두 달만에 나간 경기도 대회에서 우승하며 쌀 한 가마니를 타왔다. 의정부 경민고 시절 고교연맹전에서는 자신의 체급은 물론이고 무제한급에서도 100㎏이 넘는 상대들을 넘어뜨리며 2관왕을 차지했다. 2022년 시니어 무대에 입성한 이준환은 데뷔전인 조지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부터 몽골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까지 2연속 우승하며 유도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IJF는 이준환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매우 빠르다.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기도 전에 한판승을 거둘 수 있는 선수”라며 이준환을 ‘한국의 번개’라 소개하기도 했다. 이준환은 이후로도 2023, 2024년 세계선수권에서 연속 동메달을 따는 등 꾸준히 시상대 위에 올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준우승을 했다. 같은 날 경기를 치른 여자 63㎏급 김지수(24)는 패자부활전에서 조르기 한판패 하며 탈락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김지수는 이번 대회 한 체급을 높여 도전했다. 도쿄 대회 16강에서 탈락했던 김지수는 파리에선 한 걸음 나아가 8강 고지를 밟았다.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지수는 초등 1학년 때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 김덕제 씨를 따라 유도를 시작했다. 일본 사회에서 적지 않은 차별을 경험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며 집 창고를 훈련장으로 개조해 딸에게 유도를 가르쳤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올림픽 경기장인 일본 무도관에서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전국대회 개인, 단체전을 우승한 경험도 있다. 2017년부터 태극마크를 단 김지수는 고교 졸업 뒤 한국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경북 상주)을 따라 소속팀도 경북체육회로 정했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유빈(20)-임종훈(27) 조가 한국 탁구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임종훈은 입대를 20일 앞두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됐다.신유빈-임종훈 조는 30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두호이켐-웡춘팅 조에 게임 스코어 4-0(11-5, 11-7, 11-7, 14-12)으로 완승을 거두고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메달을 딴 건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동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혼합복식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신설된 종목이다.탁구 대표팀 에이스 신유빈은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세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5세 때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탁구 신동’으로 불렸고 ‘삐약이’란 별명도 얻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3년 전 도쿄 대회 단식에선 32강, 여자 단체전에선 8강을 넘지 못했다.도쿄 올림픽 이후엔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탁구를 그만둬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수술 뒤 재활의 시간을 보낸 신유빈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여자 복식)와 동메달 3개(여자 단식, 여자 단체, 혼합복식)를 차지하며 재기했다. ‘삐약이’ 신유빈은 이날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뒤 “지금 기쁜 마음은 제대로 표현이 안 된다. 실감도 나지 않는다.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게 정말 좋다. 앞으로 자신감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난 3년간 부상도 있었고 계속 패하는 시기도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하며 잘 견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임종훈은 다음 달 19일 입대할 예정이었는데 이날 동메달을 따면서 병역 혜택을 얻었다. 임종훈은 “오늘 경기 시작 때부터 계속 (병역 혜택) 생각이 났다. 생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 한 경기 한 경기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한 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신유빈은 이번 대회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임종훈은 남자 단체전에서 메달 추가를 노린다.이어 열린 혼합복식 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 쑨잉사-왕추진 조(중국)가 북한의 김금용-리정식 조에 4-2(11-6, 7-11, 11-8, 11-5, 7-11, 11-8)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