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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액트지오의 소유주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는 자원 매장을 위해 필요한 4가지 지질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일만 일대의 자원 발견 가능성은 20%”라며 “이는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기존 동해 유망구조에서 탄화수소를 찾아내지 못한 점은 리스크” “성공 확률이 20%라는 것은 실패 확률이 80%라는 뜻”이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한계점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결국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시추 작업이 시작돼야 석유·가스의 부존 여부와 상업화 가능성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브레우 박사의 설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주요 의문점을 풀어본다.①석유·가스 존재 여부 및 경제성 ―액트지오가 영일만이 유망하다고 본 근거는. 아브레우 박사=“지질학적으로 필요한 4가지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석유나 가스가 매장돼 있으려면 우선 석유·가스가 발생되는 ‘근원암’이 있어야 한다. 또 자원을 품고 있는 ‘저류암’, 이를 위에서 덮는 ‘덮개암’이 있어야 하고, 이들이 ‘트랩’ 구조를 이뤄 액체 상태인 자원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고 있어야 한다.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 7곳은 이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탐사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아브레우 박사=“20%다. 아주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이다. 5개 유망구조를 시추해본다면 1곳에선 석유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는 7개 유망구조를 찾았고 추가로 더 찾을 가능성도 있다. 내가 엑손모빌에 재직할 당시 시추에 참여한 가이아나의 리자 유전도 성공 가능성을 16%로 봤다.” ―최소 얼마 정도의 자원이 나와야 상업성이 있나.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천연가스가 1조 입방피트(1TCF) 이상 매장돼 있다면 상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1TCF는 배럴로 환산하면 1억7000만 배럴 정도다.” 아브레우 박사가 영일만 일대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을 감안하면, 1억7000만 배럴은 최대량의 1.2% 수준이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며 “천연가스는 석유에 비해 시추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국내엔 이미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대부분 깔려 있어 수송 비용도 적게 드는 만큼 적은 양만 확보돼도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②탐사 리스크 ―영일만은 과거에 3차례 시추가 모두 실패했다. 아브레우 박사=“석유공사는 주작(2012년 시추), 홍게(2015년), 방어(2021년) 시추공에서 탐사를 진행했지만, 홍게 시추공에서 소량의 가스가 발견됐을 뿐 유의미한 양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 3개 시추공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실패 요인을 이해할 수 있었고 여기서 찾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7개 유망구조를 새롭게 도출했다.” ―이번에는 석유·가스 존재를 장담할 수 있나. 아브레우 박사=“(영일만 일대에서)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석유·가스의 주성분)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을 아직 찾지 못한 게 리스크다. 현재 상황에서는 해소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이걸 줄이는 방법은 시추를 하는 것 뿐이다.” 과거 시추공 3곳에서 유의미한 양의 탄화수소가 발견되지 않은 점은 불안 요소다. 새롭게 도출된 인근의 7개 유망구조에도 탄화수소가 없거나 적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석유·가스를 담기에 적당한 그릇이 있다는 걸 확인한 단계이지, 석유·가스가 이동해서 그 안에 들어와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된 상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석유개발사도 “가망성 없다”며 철수했다. 곽 수석위원=“우드사이드는 대규모 3차원(3D) 탐사까지 해놓고도 충분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그 배경을 보면 (호주 자원개발 기업) BHP사와 이미 합병 논의가 지속되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동해안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 조정과 회사 인수합병 등 내부적인 이유로 서둘러 철수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따라 유망성 평가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석유 탐사는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동일한 자료를 놓고도 기업과 전문가마다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드사이드가 영일만 지역이 아주 유망하다고 판단했다면 사업 재편 와중에도 탐사를 중도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③남은 논란과 의문점 ―왜 액트지오 한 곳에만 분석을 맡겼나. 곽 수석위원=“여러 업체에 맡기지 않은 이유는 기밀 유지 때문이다. 석유업계에서는 평가를 복수의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통 석유회사의 기술 인력들만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지역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4개 업체의 경쟁입찰을 진행한 다음 액트지오를 선정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해저 지질구조와 자원 존재 가능성 등은 국가 기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수 업체에 공유하기 힘든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수의 글로벌 업체를 놔두고 소규모 업체 한 곳에만 분석을 의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미국 법인공시사이트 기록에 따르면 액트지오사는 2019∼2023년 세금 체납으로 행정 처분을 받은 적이 있어 이 역시 논란거리다. ―액트지오에 대해 1인 기업 논란까지 제기됐다. 아브레우 박사=“액트지오의 주소지는 내 자택이 맞다. 액트지오는 컨설팅 업체다. 우리가 업무를 볼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다. 우리 팀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업무를 보고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한국에서 동해 가스전 관련 과도한 논란이 프로젝트 추진에 지장을 줄 것이 우려된다. 이제 시추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호주 최대 석유 개발 회사 우드사이드가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구역이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철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우드사이드의 결론은 액트지오와 달리 심층 평가를 통해 내려진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우드사이드 15년 탐사 끝에 철수 6일 우드사이드는 동아일보에 “2021년 동해 8광구와 6-1광구에 대한 3차원(3D) 물리 탐사를 완료했고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며 “2022년 BHP와 합병하면서 글로벌 탐사 자산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결과 한국을 포함한 몇 개의 탐사 사업에서 ‘엑시트(exit)’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해 심해 탐사가 상업적으로 유망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 해당 해역에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동해 8광구와 6-1광구는 앞서 정부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한 곳이다. 우드사이드는 2007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이들 광구에 대한 탐사를 수행했다. 우드사이드는 당시 탐사 과정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19년 석유공사와 각각 50% 지분으로 2029년까지 유효한 조광권을 확보하고 심해 탐사를 진행하다 지난해 1월 돌연 철수했다. 우드사이드는 2023년 반기 보고서에서 “더 이상 유망하다고 볼 수 없는(no longer considered prospective) 지역에서 철수하며 탐사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그 대상 중 하나로 한국을 적시했다.● 미국 멕시코만 등에선 탐사 작업 지속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별도의 자료를 내고 우드사이드의 철수는 심층 분석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드사이드는 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자료 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 단계인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해당 지역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떨어져 철수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높게 분석한 액트지오와 우드사이드가 서로 다른 자료를 분석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산업부는 “석유공사는 그간 축적된 탐사 자료와 우드사이드가 철수하며 넘겨준 자료, 자체 추가 탐사 자료 등을 지난해 2월 액트지오에 의뢰해 자료 해석을 진행했다”고 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슷한 탐사 자료를 보고 분석하더라도 기관이나 전문가마다 가진 경험과 분석 근거가 달라 다양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드사이드의 경영 환경 역시 철수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지목했다. 우드사이드는 2022년 6월 호주의 자원 개발 기업 BHP사와 합병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드사이드가 한국에서 철수한 건 기존에 추진하던 글로벌 해양 프로젝트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우드사이드는 미국 멕시코만과 호주 서부 해안의 탐사 시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호주 서쪽 해안 ‘젬트리’ 광구에 대해선 “인근 가스전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탐사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동해 심해 탐사의 유망성을 이들 지역보다는 낮게 평가한 셈이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야당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자료 제공 불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액트지오의 소유주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와 21세기 최대 심해 유전이 발견된 남미 가이아나 인근 해역이 지질학적으로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영일만 일대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그는 2015년 미국 정유회사 엑손모빌에서 일하며 가이아나 스타브룩 광구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된 시추공 ‘리자-1’을 특정하는 데 기여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아브레우 박사는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석유, 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과 지질학적 특성이 유사하다”는 의견을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산업부에 전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을 7일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아나 유전은 1916년부터 약 100년에 걸쳐 탐사가 진행됐지만 성과가 없다가 2015년 엑손모빌이 스타브룩 광구 ‘리자-1’ 시추공에서 처음 석유를 발견하며 국면이 바뀌었다. 당시 이곳에선 고품질 석유를 함유한 깊이 90m짜리 사암 저류층이 발견됐다. 이후 인근에서 30개가 넘는 유전이 발견되며 가이아나는 하루 65만4000배럴(올해 초 기준)을 생산하는 산유국이 됐다. 2027년 말이면 생산량은 130만 배럴로 늘어난다. 총매장량은 석유 110억 배럴이다. 2008년 가이아나 해역 탐사에 뛰어든 엑손모빌이 이곳을 발견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석유공사와 아브레우 박사가 현재 대표로 있는 브라질 에너지 회사 ‘FLUXUS OGE’의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아브레우 박사는 ‘리자-1’ 시추 때 스타브룩 광구 일대 지질 분석 및 매장 가능성 평가를 종합 지휘했다. 엑손모빌이 시추공 ‘리자-1’을 뚫을 곳을 특정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다. 그는 엑손모빌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선임 기술고문(senior technical consultant)으로 일하며 지질 그룹장 등을 지냈다. 엑손모빌에서 퇴사한 이후엔 2016년 지질탐사 컨설팅 기업 액트지오를 설립해 가이아나 해역 유망구조 평가 업무를 이어서 수행하기도 했다. ‘리자-1’ 시추공은 해안에서 약 190km 떨어진 수심 1.7km 지점에 있다.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 7곳이 해안으로부터 38∼100km에 분포돼 있고, 수심은 1km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그 위치나 깊이가 ‘리자-1’과 유사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일만 일대 해역은 이미 여러 차례 가스가 발견됐거나 유·가스징후(시추 샘플 분석에서 나타난 석유·가스가 있었던 흔적)가 나온 지역”이라며 “석유나 가스가 생성될 수 있는 근원암이 있고, 자원이 이동하는 통로와 모여 있을 수 있는 지층 내 공간이 있는 등 여러 조건을 종합했을 때 가이아나 유전과 비슷하다고 (아브레우 박사가)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영일만 심해 유전 개발을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본격 탐사 지원에 나섰다. 산업부는 4일 인사 발령을 내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TF’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홍보TF’를 각각 새로 만들었다. 심해 유전 개발에 많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언론 소통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선 하나의 사안에 대해 TF를 한 번에 2개 팀이나 신설하는 건 이례적이고, 그간 산업부에 만들어졌던 TF보다 규모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지금까지 국내 해저 자원 탐사 시추에서 실제로 자원 발견에 성공한 확률은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제성을 갖춰 상업 생산까지 이뤄진 경우는 약 4%(2번)에 불과했다. 5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해저 자원 탐사 시추는 1970년대부터 48차례 시도됐다. 이 중 14번 가스가 발견됐다. 48번의 탐사 중 석유가 발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까지의 해저 자원 발견 확률은 29.1%인 셈이다. 자원 탐사에선 시추공을 통해 지하에서 지표까지 실제 석유 또는 가스 샘플이 추출되는 경우를 ‘발견’이라고 하고, 시추된 샘플을 분석해 석유 또는 가스의 흔적을 간접적으로 찾은 경우는 ‘유·가스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유·가스징후’만 나타났던 경우는 9번, 석유나 가스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건공(dry well)’이었던 경우는 25번이었다. 전체 시추 횟수 48번 중 27번은 영일만 앞 6-1광구와 8광구에 몰려 있다. 이들 광구는 이번에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 배럴 매장돼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곳이다. 특히 6-1광구는 국내 최초로 가스가 상업 생산된 동해-1, 2 가스전이 위치한 곳이다. 동해-1 가스전은 2004년 7월, 동해-2 가스전은 2016년 7월 최초 생산이 이뤄졌다. 이들 가스전에서는 하루 평균 1000t의 액화천연가스(LNG)가 생산되다 2021년 매장량이 고갈됐다. 탐사 시추가 이뤄진 48곳 중 상업 생산까지 이어진 곳은 동해 가스전 2곳뿐이다. 상업 생산 여부를 기준으로 탐사 시추 성공 여부를 평가한다면 성공률은 약 4.2%로 급감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탐사 기술이 발달돼 지층 구조 등을 사전에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어 과거에 비해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매장 가능성과 경제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진 곳이지만 심해(深海)는 아직까지 깊게 연구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깊은 바다라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실제 매장돼 있는 양과 그중에서 얼마를 뽑아 쓸 수 있을지에 따라 경제성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데이터 더 있었다” 5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브레우 박사는 ‘석유 매장량의 경제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석유공사와의 비밀 유지 계약이 있어 더 자세히 설명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아브레우 박사는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미국 기업 액트지오(Act-Geo)의 설립자다. 아브레우 박사는 한국 정부가 어떠한 분석을 의뢰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석유공사로부터 받은 프로젝트”라고 대답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해저분지의 (자원 매장) 가능성을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진 해저분지(mature basin)지만 심해는 아직까지 깊게 연구된 적이 없고 새로운 데이터 역시 더 있었다”고 설명했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제기된 8광구, 6-1광구는 여러 번 탐사 시추가 이뤄졌던 곳이다. 액트지오 분석에 앞서 석유공사와 영일만 심해 탐사 및 분석 작업을 했던 호주의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는 지난해 1월 이곳에 대한 탐사 작업이 “더 이상 유망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했다. 이후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에 분석을 다시 맡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우드사이드 철수 이후 추가로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액트지오에 분석을 맡겨 새로운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정부의 발표 이후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많은 의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아주 아주 중요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 국민들에게 더 명확한 답변을 주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 관계자를 만난 뒤 7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 석유공사와의 협의를 거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 구체적인 근거를 비롯해 여러 의문점들에 대해 답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아브레우 박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 등이 공동 브리핑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매장량과 시추 비용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아직 경제성을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번 탐사가 수심 1000m 안팎의 깊은 곳에서 이뤄지는 만큼 충분한 매장량이 확보돼야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해 시추의 경우 시추공 1곳을 뚫는 데만 1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2005년부터 석유공사가 약 20년간 심해 물리탐사에 쓴 비용이 3억7000만 달러(약 5078억 원)임을 고려하면 시추 한 번에 그간 들어간 비용의 5분의 1을 지출하는 셈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심해 시추는 각종 용역과 자재 구입 등 시추 작업에 필요한 계약이 수백 건이 넘어 조달 업무 등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효율적인 시추가 가능하다”고 했다. 묻혀 있는 양과 함께 꺼내 쓸 수 있는 규모도 중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화학공학과 교수는 “140억 배럴의 석유, 가스가 있다 하더라도 생산 가능한 양이 10%라고 하면 14억 배럴에 불과해 한국의 1년 원유 수입량보다 조금 많은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업체 ‘액트지오(Act-Geo)’의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사진)가 5일 입국한다. 정부 발표 이후 액트지오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석유공사는 “해당 기업은 가이아나, 볼리비아 등 다수의 프로젝트 평가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브레우 박사는 5일 입국해 이번 주중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동아일보에 “석유공사와 비밀유지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기술적 측면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면서도 “동해 해역 심해 지층의 석유 매장 가능성과 관련해 그간 제기된 몇 가지 의문을 소명하기 위해 석유공사 경영진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아브레우 박사는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로 지목된 ‘대왕고래’ 지역의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과 경제성 평가 등을 추가로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동해안 심해 탐사 자료를 아브레우 박사가 이끄는 액트지오사에 맡겨 분석을 의뢰했다. 지난해 말 나온 분석 결과엔 동해안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수 있으며 시추 성공률은 20%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아브레우 박사는 자원 물리 탐사 해석의 권위자로, 대형 정유사인 엑손모빌에서 고위급 기술자로 오랫동안 일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에 따르면 아브레우 박사는 액트지오에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한 뒤 퇴사했다. 당시 엑손모빌의 지질 그룹장을 맡아 심해광구 평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그는 엑손모빌에 재직하며 심해 유전 중 최대 규모로 여겨지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 탐사 작업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브라질 에너지 기업 플럭서스 OGE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고 있다. 이날 액트지오의 본사 주소가 미국의 한 주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인 기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석유공사는 “아브레우 박사는 액트지오사의 소유주이며 대외적으로는 고문 또는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라며 “액트지오는 다양한 경력의 전문가들이 아브레우 박사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탐사 자료 해석은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고 소수 전문가 의견이 중요한 분야라 기업 규모가 작을 수도 있다”고 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동해에서 석유 또는 가스가 나올 수 있다는 소식이 3일 발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정브리핑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 해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더해 최대 140억 배럴이 묻혀 있을 수 있는 유망구조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자원량 ‘140억 배럴’을 두고 윤 대통령은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언급했습니다.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은 ‘매장량(Reserves)’이고, 영일만에서 발견된 140억 배럴은 ‘탐사자원량(Prospective Resources)’ 이기 때문이죠. 자원 탐사에서 자원량을 지칭하는 표현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탐사 단계에 따라 예상되는 자원량은 달라지기 때문이죠.영일만에서 추산된 ‘탐사자원량’ 140억 배럴은 풀어서 설명하면 “지진파 등 탄성파 측정을 통해 살펴보니, 140억 배럴 정도의 석유나 가스가 묻혀있을 수 있는 지층 모양이 관찰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가이아나 광구의 ‘매장량’ 110억 배럴은 “시추를 통해 확인된 자원량 중 개발 및 투자계획이 승인된 자원량”을 말합니다. 실제로 파내서 판매할 수 있는 양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숫자인 셈이죠.자원 개발 선진국에서는 자원 탐사 결과가 주가 조작 등에 이용되는 걸 막기 위해 탐사 단계별로 자원량을 나타내는 표현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3일 영일만 자원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국내에선 석유 관련주 등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죠.3일 산업통상자원부 기자단에 배포된 백브리핑 자료에는 매장량 분류 표현이 별도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기사에서 표현을 잘못 써서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한 조치였을 겁니다.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이아나 광구와 자원량을 비교한 의도는 이해가 됩니다만, 민감한 주제인 만큼 대통령 발표 자료에서도 좀 더 섬세한 표현이 사용됐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정말 ‘산유국’이 된다면 유의해야 할 부분일 듯합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올해 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특정 현안을 주제로 직접 국정 브리핑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열어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며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강조했다. 예산에 대해선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석유와 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한국이 이번 유전 개발이 성공할 경우 실질적인 산유국 반열에 오르고 에너지 수급도 크게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석유 탐사의 성공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포항 영일만 지역은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곳이지만 실제 원유가 발견되진 않은 곳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발 성공률에 대해 “우리가 받은 자료에는 20% 정도로 나왔다”고 밝혔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물리탐사만 진행한 것으로 그 안에 실제 석유가 있는지는 시추를 해봐야 안다”며 “세계적으로 석유 탐사 성공률이 20% 안팎이고 탐사가 돼도 양이 적어서 개발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일 경험이 많은 분석평가 기업이 20%라는 결과를 낸 것”이라며 “보통은 성공률이 5%만 돼도 시추를 진행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수치라고 본다. 기술 분석이 안 됐을 때와는 다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영일만 매장가치 2200조… 천연가스 29년-석유 4년 쓸 규모” [“영일만에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정부, 올해말 탐사 시추 시작“18년 생산한 동해 가스전의 300배… 이번 세기 최대 가이아나보다 많아경제성 확인땐 2035년경 본격 생산”… 韓 EEZ 위치해 국제협상 필요없어 정부가 3일 밝힌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의 석유·가스 탐사자원량(최대 140억 배럴)은 1998년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 규모의 300배가 넘는다. 현재 이 지역에 석유·가스가 있을 수 있다는 물리 탐사를 마친 단계로 정부는 앞으로 직접 탐사 시추를 통해 부존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시추를 통해 확인되는 양도 실제로 140억 배럴이라면 천연가스는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29년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2035년경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고 남는 물량은 해외에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전체가 29년 쓸 천연가스 매장 추정”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총을 약 440조 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2200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안 장관은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세계적 에너지 개발 기업들이 이번 개발에 참여할 의향을 밝힐 정도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최대 매장 가능성으로 보면 약 140억 배럴 정도의 막대한 양이 매장된 것으로 보이며 4분의 3이 가스, 4분의 1이 석유로 추정된다”고 했다. 정부가 밝힌 예상 매장량은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이다. 가스 3억2000만∼12억9000만 t, 석유 7억8000만∼42억2000만 배럴을 석유로 환산한 수치다. 석유·가스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 지역은 영일만에서 38∼100km 떨어진 넓은 범위에 분포돼 있다. 동해 가스전보다 북쪽에 있는 해역이다. 안 장관은 “이번 세기 최대 규모라고 하는 가이아나 앞바다에서 나온 전체 매장량이 110억 배럴 정도인 것으로 확정됐다”며 “최대 매장 가능성으로 보면 140억 배럴 정도까지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잠재 가능성만 보면 막대한 분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의 액트지오사로부터 받은 탐사 자료 평가 결과를 국내외 전문가에게 별도로 자문하는 등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권역은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서 시추 작업을 위해 국제 협상을 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가스전의 깊이가 1km 이상으로 깊은 심해(深海)여서 발견되더라도 생산에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 12월 시추 시작, 상업 생산은 2035년부터 석유·가스 개발은 크게 △지진파 등을 동원해 석유·가스의 부존 가능성을 파악하는 물리 탐사 △유망 구조(석유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도출 △탐사 시추 △경제성 확인 △개발 및 생산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현재는 영일만 인근 해역에 석유·가스의 유망 구조가 있다는 것만 확인한 상태다. 정부는 올해 말에 이 지역에 탐사 시추공을 뚫고 석유·가스의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첫 시추의 최종적인 작업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석유·가스의 존재가 확인되면 경제성 평가를 거치고, 채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을 개시할 예정이다. 석유·가스의 생산 기간은 약 30년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추가 탐사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탐사를 진행한 지역은 전체 광권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넓혀가면서 성공 확률을 높여가겠다”라고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결과에 대해 지질 및 에너지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는 “시추를 통해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해 볼 가치가 있다”고 한 반면 “매장 가능성과 경제성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 1000억 원이 드는 데다 탐사 성공 확률은 20% 안팎에 그친다.● “석유 발견 가능성 구조 확인은 의미 있어”3일 전문가들은 국내 해역에서 ‘유망구조’를 찾은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망구조란 석유나 가스 등 자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층 구조를 말한다. 자원 탐사는 지진파 등 탄성파(elastic wave)를 활용해 해저 지형과 지반, 암석 등을 파악하는 물리 탐사로 시작된다. 지진파를 지층에 보낸 뒤 반사되는 양상을 관찰해 지층의 모양을 짐작하는 절차다. 이때 지층 모양이 석유 등 자원을 품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트랩’ 구조인 것으로 판단되면 이를 유망구조로 본다.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2005년부터 동해 심해에서 물리 탐사와 시추를 진행해 왔다. 이때 쌓은 자료에 대한 분석을 지난해 2월 미국 액트지오사에 맡겼다. 그리고 이 회사로부터 지난해 말 ‘최대 가스 12억9000만 t, 석유 42억2000만 배럴의 탐사자원량이 있는 유망구조를 확인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탐사자원량이란 물리 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된 추정 매장량으로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자원량을 말한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자원이 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최소한 시추를 해서 자원이 있는지 확인할 수는 있겠다는 단계”라며 “물리 탐사에서 시추해 봐도 좋겠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시추를 시작하는 것 자체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섣불리 ‘산유국’ 희망 키워선 안 돼”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추정 자원량이 실제 매장량과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리 탐사 단계에서는 자원이 많아 보이더라도 실제 탐사에 돌입하면 자원이 없거나 비용을 들여 채굴할 만큼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영일만 유망구조 역시 탐사 시추를 해봐야 자원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유망구조라고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석유 탐사 성공률은 20% 내외다. 낮은 지역은 10%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탐사 시추를 통해 자원이 있다는 걸 확인하더라도 잠재 자원량에 따라 채굴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채굴해서 얻을 이익보다 발생할 비용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되면 채굴 사업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근상 한양대 자연공학과 교수는 “(영일만의 경우) 현재 수준에서 경제성까지 거론할 시점은 아니다”라며 “시추를 통해 자원 채굴에 성공해야 최소한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위치가 바다인 만큼 (경제성 판단에) 매장량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매장 자원량이 확인되더라도 이를 모두 꺼내 쓰는 건 아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땅속에 있는 자원을 얼마나 생산할 것이냐를 봐야 하는데 원유는 30∼40%, 가스는 최대 80%까지 채굴해 쓸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일부 전문가는 현시점에서 섣불리 기대를 키워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물리 탐사 단계에서 추정 자원량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 자칫 실제 매장량이 그 정도라는 오해를 할 수 있다”며 “자원 개발 선진국인 미국 등에서는 추정 자원량 발표에 따라 자원 관련 기업 주가가 요동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물리 탐사 단계의 자원량과 실제 시추 이후 확인한 추정량을 엄격하게 구분해 용어 사용을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 사업 기회 올지도 미지수”정부는 향후 탐사에서 1개 시추공을 뚫는 데 드는 비용을 1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업부는 2026년까지 최소 5곳 이상 시추 작업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동해 심해 지층을 탐사하는 데 3억7000만 달러(약 5100억 원)가 소요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탐사 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라며 “2004년 상업 생산을 시작한 동해 가스전의 경우 10번 실패하고 11번째 상업 생산에 성공했지만 이번에 발견한 영일만 유망구조는 심해 지형인 만큼 (동해 가스전처럼) 10번씩 시도할 여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국내 에너지 개발 업체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심해에서 정확히 어느 지역에, 어떻게 구멍을 뚫어 탐사에 나설지 등 검토·분석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상업 개발에 들어가려면 지금부터 최소 10년은 걸리는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기업들에 사업 기회가 주어질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해외 메이저 자원 개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국내 자원 개발 업체 관계자는 “만약 업체 선정이 진행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외국 업체들과 컨소시엄(협력체) 형태로 참여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제어시스템 입찰에서 9년간 담합을 이어온 협력업체들이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담합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도체용 기계 제조업체 12곳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약 9년간 담합을 벌인 데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4억5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12곳은 피에스이엔지(현 대안씨앤아이), 두타아이티, 메카테크놀러지, 아인스텍, 창공에프에이, 창성에이스산업, 코리아데이타코퍼레이션, 타스코, 파워텔레콤, 한텍, 한화컨버전스, 협성기전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반도체 제어감시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였다. 입찰 품목에는 반도체 제조를 위한 공장 내 최적 온도와 환경 등을 유지하고, 위험 상황 시 근로자 안전을 위한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입찰 발주처는 삼성SDS이지만 실질적인 수요처는 삼성전자였다. 삼성SDS는 2015년 원가 절감을 위해 그간 수의계약으로 운영되던 제어감시시스템 조달 방식을 경쟁 입찰로 바꿨다. 이번에 적발된 12개 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수주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신규 경쟁사가 입찰에 진입하는 걸 막기 위해 담합 행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품목별로 낙찰받을 회사를 미리 정해두고 입찰이 시작되기 전 투찰 가격과 견적서를 서로 공유해 자신들이 정한 회사가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회사들은 낙찰 예정 회사가 사전에 정해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해 일부러 유찰당하는 등 일종의 ‘들러리’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삼성SDS가 발주한 334건의 입찰 가운데 323건에서 이들 12개 협력업체가 사전 합의한 회사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담합을 적발 및 제재한 첫 사례”라며 “중간재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 들어 5월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한 달간 대중 수출은 1년 7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보이며 미국을 제치고 다시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다만 1∼5월 누적으로는 여전히 미국이 최대 수출국이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2781억1600만 달러(약 385조2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1% 늘어난 규모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523억22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2.5% 늘었다. 자동차는 308억1100만 달러로 4.6% 증가했고, 석유제품은 228억5400만 달러로 6.6% 늘었다. 1∼5월 수입은 6.3% 감소한 2626억2300만 달러였다. 5월 한 달간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1.7% 늘어난 581억5000만 달러로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15대 주력 수출품 중 11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5월 반도체 수출액은 113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4.5% 증가했고 자동차가 4.8%, 석유제품이 8.4% 각각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26억4000만 달러로 20개월 만에 최대”라고 설명했다. 특히 5월 대중(對中) 수출은 113억8000만 달러로 2022년 10월(122억 달러) 이후 19개월 만에 최대치로 늘었다. 대미 수출액(109억3300만 달러)을 웃도는 규모다. 월간 대미 수출은 지난해 12월 20년 만에 대중 수출을 앞질렀고, 올해 2월과 3월에도 중국 수출액보다 많았다. 그러나 1∼5월 누적으로는 대미 수출이 533억300만 달러로 중국(526억9300만 달러)을 앞섰다. 1∼5월 누적 무역수지는 154억9300만 달러 흑자였다. 1년 전 275억33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5월 무역수지는 49억6000만 달러 흑자로 2020년 12월(67억 달러)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큰 흑자 폭을 보였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038년까지 대형 원자력발전소가 최대 3기 새로 건설되고 소형모듈원전(SMR) 1기가 설치되는 등 신규 원전 4기가 추가로 들어선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더한 무탄소 비중은 2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FKI) 타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기본은 2년 주기로 수립되는 15년 단위 중장기 계획으로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공급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실무안을 만든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는 2038년까지 정부에 1기당 발전량이 1.4GW(기가와트)인 원전 3기를 추가 건설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SMR을 0.7GW 용량으로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기본에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된 건 신한울 3, 4호기 계획이 담겼던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비중은 지난해 39.1%에서 2038년 70.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전기본 총괄위원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번 전기본은 무탄소에너지 70% 시대 비전을 제시하며, 무탄소 전원의 두 축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확대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AI發 전기수요 늘어 원전 신설… 2038년 ‘무탄소 에너지’가 70% 정부, 11차 전력수급 실무안 발표차세대 소형모듈원전 1기도 건설원전 확대 막는 野와 충돌 불보듯野, 법안 저지-예산 삭감 가능성 정부가 31일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의 핵심은 2038년까지 현재 대비 31.1%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발전원별 추가 공급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지난해 최대 98.3GW였던 전력수요가 2038년에는 30.6GW 증가한 128.9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원전으로만 환산할 경우 20∼30기가 더 필요한 분량이다.● “반도체, AI 성장으로 전력 수요 대폭 증가” 위원회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조성 등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AI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0년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이번 전기본은 10차 계획 때보다 목표 공급량을 대폭 상향했다”며 “전력 수요가 많은 첨단 산업 성장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수준에서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 22% 등을 고려한 필요 설비는 2038년까지 157.8GW에 이른다. 기존 건설계획 등을 통해 확정된 설비는 147.2GW로, 현재로선 10.6GW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위원회는 이 중 4.4GW를 원전으로 채우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1.4GW 용량 원전 3기가 새로 건설된다. 대형 원전은 부지 확보부터 준공까지 13년 11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2038년까지 완공하려면 빠른 시일 내 사전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전기본에는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및 실증 계획도 처음으로 포함됐다. 원전 주요 부품을 소형화한 SMR은 기존 원전에 비해 조립이 쉽고 건설 기간도 짧다.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한 대형 원전과 달리 입지 제약이 적어 반도체 파운드리,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단지 전력 공급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개발 중인 혁신형 SMR의 설계를 2025년까지 완료하고 2028년엔 표준설계 인허가를 취득할 계획이다.● “야당, 원전 확대 견제 가능성” 한편 위원회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로 2년 전 10차 전기본 때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10차 전기본 수립 당시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문재인 정부 때 목표치였던 30.2%에서 8.6%포인트 줄였다. 당시 이를 두고 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가 서로 대립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미 국내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인 상황”이라며 “탄소중립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더욱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야당이 전기본 내용에 반대하더라도 이를 직접 저지할 수는 없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본은 확정 전 국회 상임위 보고 절차가 있지만,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입법과 예산 심사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제동을 걸 수는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야당이 고준위법 등 원전 확대에 핵심적인 법안을 저지하거나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원전 정책 속도를 늦추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30일 낮 서울 중구의 한 복권 판매점에는 직장인 10여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로또 복권을 구매한 박모 씨(36)는 “월급만 모아서는 집을 사기 어려울 것 같아 매주 복권을 1만∼2만 원어치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1등 당첨자 35% “주택 구입 계획”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로또, 연금복권 등 복권을 구매한 가구는 221만2000여 가구로, 전체의 10.1%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1분기 기준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는 박 씨처럼 자산 형성을 위해 복권을 사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이 이날 공개한 로또 복권 1등 당첨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첨자의 35%는 ‘주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출금 상환(32%), 부모님 또는 주변 가족 돕기(12%)가 뒤를 이었다. 복권을 구매한 가구는 복권을 사는 데 한 달 평균 7321원을 지출했다. 2020년에는 5983원을 지출했는데, 4년 새 약 22.4% 더 많은 금액을 썼다. 소득 분위별로는 소득 상위 40∼60%로 중간층에 해당하는 3분위 가구가 전체 복권 구매 가구의 22.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4분위(소득 상위 20∼40%) 가구가 22.8%, 5분위(0∼20%·22.4%), 2분위(60∼80%·17.3%), 1분위(80∼100%·14.6%) 순이었다. 중산층, 고소득층, 저소득층 순으로 복권을 많이 산 셈이다.● 정부, 로또 당첨금 증액 방안 검토 중 정부는 로또 당첨금을 증액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로또 당첨금을 올려 판매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올해 로또 1등 당첨금은 평균 20억3300만 원 수준이다. 세금(기타 소득세 30%, 지방소득세 3%)을 제외하면 약 14억 원을 받는 셈이다. 이달 11일 진행된 1119회 로또 당첨금은 13억9603만 원이었다. 로또 도입 초기인 2003년 4월 당첨액이 407억 원에 달하는 등 100억 원이 넘는 당첨액이 여러 차례 나왔던 데 비하면 크게 줄었다. 최근 부동산R114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억9921만 원(17일 기준)이다. “로또에 당첨돼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복권위는 최근 있었던 로또 복권 조작 논란과 관련해 “복권 서버는 소수의 인가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고, 복권 티켓도 블록체인 형태 인증 코드가 있어 조작이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따로 내는 집이 전체 TV 시청 가구의 약 2.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걷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 10개월여가 지났지만 실제 분리 징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9일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청구요금 기준 전체 수신료 고지 2265만9494건 가운데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해 납부한 경우는 53만4381건(2.4%)에 그쳤다. 정부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해 7월 시행했지만, 실제 분리납부를 하는 가구는 거의 없는 셈이다. 이는 전기요금을 걷는 한전과 수신료를 받는 KBS 사이에서 세부 징수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개별 가구가 별도 신청한 경우에만 분리납부가 가능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관리사무소가 가구별로 분리납부 수요를 조사해 일괄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한다. 분리 징수 방안을 두고 한전과 KBS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 같은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측은 수신료 징수 업무를 KBS가 도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신료 수익의 대부분을 KBS가 가져가는 가운데 분리납부로 인한 민원과 행정 부담은 한전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달 KBS에 “수신료 징수 위탁 업무를 올해 말로 종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KBS 관계자는 “수신료를 안정적으로 징수하기 위해 위탁계약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만6359개.’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와 함께 폐기될 법안들의 개수다. 여야가 임기 종료 하루 전에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고성 공방을 주고받으며 정쟁을 벌인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들이 줄줄이 사라지게 된 것. 이 중에는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 ‘체액(정액) 테러 처벌법’(성폭력특례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반도체 지원법인 ‘K칩스법’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특별법’ 등 산업계에서 신속한 처리를 요구해 온 주요 산업 관련 법안들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여야 공감대 이룬 법안도 폐기 2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특검법 20개를 제외하고 1만6359개에 이른다. 이 중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만 1676개로, 상당수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뤄 법사위 전체 회의만 열리면 통과될 수 있었던 법안들이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내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출생등록을 해주지 못하는 ‘인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발의된 법안은 지난달 법안 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지난달 7일 이후 법안 논의를 위한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더 진전되지 못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타협점을 찾는 데 성공했지만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체액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성폭력특례법 일부 개정안도 여야 모두 처리에 합의했지만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7월 발의돼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해당 법안은 처벌 대상에 ‘물건을 이용한 음란행위’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행법상 성범죄로 규정되지 않아 처벌의 사각지대에 있는 체액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 ‘처리 시급’ K칩스법·고준위법도 폐기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30년까지 연장해주는 ‘K칩스법’ 연장안이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폐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섰는데, 한국은 기존에 있던 세제 혜택까지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전력망법이 통과에 실패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처분 내용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도 처리가 어렵게 됐다. 업계에선 2030년부터 각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될 경우 멀쩡한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외에도 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했던 상반기(1∼6월)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 민생 법안들도 폐기된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052년 서울 인구는 8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전국의 중위연령(중간 나이)은 60세에 육박한다. 2045년부터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감소한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시도편’(2022∼2052년)에 따르면 2045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져 인구가 자연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이 같은 전망은 출생, 사망 등 전망치를 중간 수준으로 가정한 중위 추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6년 뒤인 2030년에는 서울 인구가 910만 명으로 2022년(942만 명)보다 32만 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산은 330만 명에서 311만 명으로, 광주는 147만 명에서 140만 명으로 줄어든다. 2052년에는 서울 인구가 793만 명으로 2022년 대비 149만 명(15.8%)이나 줄어든다. 부산은 330만 명에서 245만 명으로 85만 명(25.8%), 울산은 111만 명에서 83만 명으로 29만 명(25.7%) 감소한다. 대구와 경남도 각각 58만 명, 69만 명 줄어든다. 출생아 수가 줄고 노년층의 기대수명은 늘어나면서 전국 중위연령은 2022년 44.9세에서 2052년 58.8세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중위연령은 전체 인구를 나이 순서로 줄 세울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연령을 뜻한다. 2052년에는 50대 중반이 돼도 나이가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게 된다는 뜻이다. 2052년 중위연령은 전남이 64.7세로 가장 높고 경북(64.6세), 경남(63.5세) 등이 뒤를 이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대비 2052년 생산연령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49.9%), 경남(―47.8%) 등이었다. 울산은 2022년 생산연령인구가 81만 명에서 2035년 63만 명, 2045년 48만 명, 2052년 41만 명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울산, 경남은 중공업 생산시설이 다수 모여 있는 지역인 만큼 이들 지역의 인구 감소는 전체 제조업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 부산(―47.1%), 대구(―46.9%), 전북(―43.4%) 등도 감소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학생 수도 크게 줄어든다. 전국 학령인구(6∼21세)는 2022년 750만 명에서 2035년 482만 명으로 줄어든 뒤 2052년까지 424만 명으로 30년 새 4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대 1만6359개.’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와 함께 폐기될 법안들의 개수다. 여야가 임기 종료 하루 전에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고성 공방을 주고받으며 정쟁을 벌인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들이 줄줄이 사라지게 된 것. 이 중에는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 ‘체액(정액) 테러 처벌법’(성폭력특례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반도체 지원법인 ‘K칩스법’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특별법’ 등 산업계에서 신속한 처리를 요구해 온 주요 산업 관련 법안들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거대 야당은 국회 운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이에 반발한 여당이 상임위를 보이콧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공감대 이룬 법안도 폐기2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특검법 20개를 제외하고 1만6359개에 이른다. 이 중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만 1676개로, 이 중 상당수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뤄 법사위 전체 회의만 열리면 통과될 수 있었던 법안들이다.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내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출생등록을 해주지 못하는 ‘인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발의된 법안은 지난달 법안 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지난달 7일 이후 법안 논의를 위한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더 진전되지 못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타협점을 찾는 데 성공했지만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체액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성폭력특례법 일부 개정안도 여야 모두 처리에 합의했지만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7월 발의돼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해당 법안은 현행법상 성범죄로 규정되지 않아 처벌의 사각지대에 있는 체액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 법관 증원으로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안’ 등도 여야 간 이견이 조율됐음에도 법사위가 열리지 않아 결국 없어지게 됐다.● ‘처리 시급’ K칩스법·고준위법도 폐기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30년까지 연장해주는 ‘K칩스법’ 연장안이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폐기된다.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섰는데, 한국은 기존에 있던 세제 혜택까지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전력망법이 통과에 실패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처분 내용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도 처리가 어렵게 됐다. 업계에선 2030년부터 각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될 경우 멀쩡한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이 외에도 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했던 상반기(1~6월)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 민생 법안들도 폐기된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원전 굴기(崛起)’를 외치며 공격적으로 원자력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가동 원전 수에서 프랑스와 함께 세계 2위에 올랐다. 중국이 전력 공급과 탈(脫)탄소 정책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확대한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이 차세대 원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서면서 머지않아 세계 원전 건설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년 새 원전 11기 지은 중국 2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중국의 56번째 원전인 ‘팡청강 4호’가 지난달 9일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 팡청강(防城港)시에 완공되며 중국은 가동 원전 수 기준으로 프랑스와 공동으로 세계 2위 원전 운영 국가가 됐다. 중국은 올해 안에 원전 3기가 추가로 완공될 예정인 반면 프랑스는 올해 1기만 건설돼 조만간 중국은 단독 2위에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가동 원전 수 1위는 미국(94기)이고, 4위는 러시아(36기), 5위는 한국(26기)이다. 중국은 2000∼2010년대 정부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원전 건설에 나섰다. 2010년까지 중국은 가동 원전이 10기에 그쳐 한국(21기)에 크게 못 미쳤지만 2015년 한 해에만 원전 8기를 신규 가동하며 총 30기로 한국(24기)을 추월했다. 최근 5년간 한국에서 원전 4기가 새로 지어지는 동안 중국은 11기를 완공하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국은 원전 기술력 면에서도 빠르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중국이 짓고 있는 원전 25기 중 상당수는 최신 기술이 도입된 3세대 원전이다. 특히 22일 준공돼 시험가동에 돌입한 ‘링룽 1호’는 2026년 정식 운영을 앞둔 세계 최초 상업용 소형모듈원전(SMR)이다. 차세대 원전인 SMR은 크기가 작고 공장에서 양산이 가능해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SMR뿐만 아니라 가압경수로, 가스냉각로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신형 원자로에 투자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른 투자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중국 원전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동남아-아프리카서 중국 원전 수주 확대 가능성”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한국과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은 아직 중국 원전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 가능성이 낮지만 자금 지원이 필요한 신흥국의 경우 중국 원전 수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원전 수입과 함께 자금 지원을 받고자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중국 원전 수입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원전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익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 부문에 집중해 역량을 갖췄던 것처럼 원전 생태계에서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SMR 등 차세대 원전 생태계에서 선진국이 설계한 노형의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과 중국이 2015년 12월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한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도 재가동하고, 양국 공급망 협력을 위한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출범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원협력대화를 마련해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양국의 수소협력강화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취임 후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강화 페달을 밟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협력 강화에도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경제무역에서 과도한 범정치화와 범안보화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속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각각 회담을 진행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한중 FTA는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되는 한중 FTA 2단계 협상에서 문화와 관광 분야의 양국 개방 확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 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리 총리는 “첨단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수출을 규제하는 분야에서 한국에 협력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 신설에도 뜻을 모았다.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 간 2+2 협의체 첫 회의를 6월 중순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과 불변이라는 원칙하에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은 수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한일 수소협력대화를 6월 신설하기로 했다.中 한한령에 막혔던 ‘관광 등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 내달 재개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합의 中 사드 보복으로 2017년 논의 중단… 내달초 수석대표회의 열기로13년째 중단된 투자협력위도 재개… 수출통제대화체 만들어 공급망 소통 한국과 중국이 2017년 말부터 논의를 시작하고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 협상에 고삐를 당기기로 했다. 그간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양국 간 시장 개방이 문화, 관광 등 서비스 분야로도 확대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해제될지 관심이 모인다. 또한 13년째 중단됐던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도 다시 열린다.● ‘사드 보복’ 재발 방지할 전략적 소통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 양자회담을 열고 이 같은 협력 방안에 뜻을 같이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고 다음 달 초 FTA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FTA는 2014년 상품 분야 협상이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다. 이후 2단계 협상으로 서비스 분야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 측이 2017년 한한령을 내린 데 이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탓에 한중 FTA가 대(對)중국 수출보다는 오히려 수입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FTA가 계획대로 진척될 경우 양국 관계 경색 등의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경제 협력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한령 완전 해제를 중국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중국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국 정부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추진을 가속화하기를 원한다”며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문화, 관광 등 특정 분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서비스업 분야에서 문을 걸어 잠그던 중국이 협상 재개에 협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금융, 보험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서비스 분야까지 협상이 확대될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관급 투자협력위도 13년 만에 부활 중국 측은 양국 경제협력과 함께 투자 유치에 중점을 뒀다. 이날 리 총리는 “시장 접근성을 한층 높이고, 법치·글로벌화된 경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한 국제협력시범구’ 건설을 심도 있게 재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중 양국은 투자 분야에서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산업부, 중국 상무부가 참여하는 장관급 협의체다.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소통 창구 역할을 해줄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신설된다. 기존에 설치됐던 한중 공급망협력조정협의체와 한중 공급망 핫라인도 가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한중 경제협력교류회 제2차 회의가 하반기(7∼12월) 중 개최된다. 교류회 1차 회의는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에서 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양국의 기업인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직접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올 들어 3개월 동안 이자 비용으로만 1조5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원가를 밑도는 가격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면서 빚을 내 운영자금을 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26일 한전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전은 1조1500억 원을 이자 비용으로 썼다. 같은 기간 가스공사는 4100억 원을 부담했다. 두 회사가 3개월간 낸 이자 비용만 1조5600억 원으로, 하루에 평균 173억 원을 낸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올해 1년간 총 4조∼5조 원을 이자로 지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한전은 이자 비용으로 4조4500억 원, 가스공사는 1조6800억 원을 지출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이자 비용으로 큰돈을 쓰고 있는 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2021, 2022년 쌓인 적자가 그대로인 가운데 금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조5000억 원에 달했다. 가스공사는 47조4000억 원이다. 두 회사의 부채를 더하면 250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