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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1일 노동절 기념 1면 사설에서 “오직 사회주의만이 온갖 형태의 지배와 예속,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고 인민들을 모든 것의 주인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북한 매체의 특성이긴 하지만, 이런 철면피한 선전을 접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계급 제도가 철저하게 고착된 곳이 바로 북한이기 때문이다. 계급 제도 하면 인도 카스트 제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인도의 계급 제도는 현대에 점점 소멸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960년대 만든 계급 제도가 여전히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출신성분 제도는 많이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태어나면 기본군중, 복잡한 군중, 적대계급 잔여분자라는 3대 계층으로 구분되고, 이 3대 계층은 상위 혁명가 성분부터 하위 지주, 자본가, 일제관리 자손까지 56개로 자세히 분류된다. 이 출신성분의 굴레를 벗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출신성분만 알면 북한을 절반만 아는 것이다. 출신성분이 가로의 씨실이라면, 세로의 날실에 해당하는 사회성분이라는 것이 또 존재한다. 북한을 좀 안다는 사람들도 사회성분에 대해선 모른다. 워낙 철저히 비밀리에 가동되기 때문이다. 사회성분은 노동자, 군인, 사무원, 농민이라는 4개 계급으로 구성된다. 태어날 당시 부친의 직업으로 자녀의 사회성분이 결정된다. 사회성분은 직업상의 신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성분은 수평적이지 않다. 우대 순서로 따지면 첫 번째가 노동자, 이와 비슷한 레벨의 두 번째가 군인, 세 번째가 사무원, 네 번째가 농민이다. 농민은 상위로 올라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농민의 자식은 90% 이상 농민이 된다. 10년 군 복무를 마치고도 다시 농민으로 보낸다. 대학도 주로 사범대학에 보내 졸업 후 농촌학교 교사로 보내는 등 이 굴레는 철저하게 작용한다. 수재인 경우 아주 희박한 확률로 굴레를 벗어날 수는 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 도시 대학 교원이나 연구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자신의 사회성분은 여전히 농민이며, 과오 없이 은퇴해야 자식이 사무원의 사회성분을 얻는다. 군 장교로 발탁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식부터 군인으로 바뀐다. 농촌에서 태어난 남성이 자녀의 사회성분을 바꿀 확률은 5%도 안 된다. 특히 농민은 노동자 성분으로 바뀌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녀가 아버지의 농민 직업을 물려받기 때문에 농촌 여성은 다른 사회성분의 남성과 결혼하려 애쓴다. 농민 중 출신성분이 좋으면 농촌 간부가 된다. 지금 노동당엔 사회성분이 농민인 간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사무원은 외교관, 학자, 의사 등이 될 수 있어 농민보다는 훨씬 좋은 성분이다. 군인 역시 세습이다. 현재 북한군 장성의 대다수가 사회성분상 군인이라고 한다. 충성도를 검증받은 장성의 아들이 대를 이어 장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노동자는 상위 계급이지만, 분포도가 매우 넓기도 하다. 진짜 노동자도 있고, 중앙당 간부도 있다. 이는 출신성분에서 갈렸기 때문이다. 즉, 날실은 좋은데 씨실이 안 좋아서 출세를 못 한 것이다. 북에서 살면 내가 가로와 세로의 어디쯤에 놓여있는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성분 서류는 간부부와 노동부 담당자 몇몇만 볼 수 있는 최상위 기밀서류이기 때문이다. 농민은 대를 잇는 노비인데, 왜 이런 신세가 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일설에 따르면 토지개혁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김일성이 광복 후 토지개혁 한다면서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 주었다가 1950년대 후반 협동농장을 만든다며 다시 뺏었는데 농민들이 격렬히 저항했다. 그래서 김일성이 농민들은 이기주의자라며 치를 떨어 노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자들에겐 줬다 뺏은 일이 없어 반항할 이유가 없었다. 농민이 노비라면 사무원은 흔들리는 갈대로 취급한다. 북한에서 사회성분을 거슬러 올라가긴 매우 어렵지만, 위에 있다가 김씨 일가의 눈 밖에 나서 노비로 전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예속과 불평등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3대를 이어 혁명을 한다는 북한의 진실은 바로 이렇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운명이 정해진 바둑판 위 어느 지점에 서있을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한 번쯤 상상해 봤으면 좋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전기차, 우주·항공 등 첨단 기술의 핵심 재료인 탄소 소재가 우리 일상과 마주하는 모습을 그린 전시가 프랑스 파리에서 3일 열린 세계 최대 복합소재 박람회인 ‘JEC World 2022’에서 선보였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은 탄소 소재의 활용 저변을 넓히고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선보이기 위해 사흘간 진행된 박람회에서 ‘카본라이프홀’을 운영했다. 지난해 전주문화재단과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이 최초로 시도한 ‘탄소예술기획전’에서 ‘Portraits of us’라는 작품으로 함께 했던 장영애 작가가 아트디렉터로 전시 총괄을 맡았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 산업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탄소 소재를 재해석하고, 우리 일상 속에서 고기능성 소재인 탄소 소재의 활용 가능성을 선보임으로써 탄소 소재의 무한한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장 작가는 탄소 섬유의 유연함과 강한 소재적 특성을 부드러운 한지에 담아내 서로 소통하며 연대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여 대한민국 카본아트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탄소섬유 가구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중소기업 ‘밥스’는 박람회에 모던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카본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보조 보행 장치를 선보였다. 탄소발열제품 전문 기업인 ‘피치케이블’은 탄소발열 신발장과 옷장을 전시했다. 이 제품들은 세라믹 소재인 탄소를 이용해 원적외선과 열을 발생시켜 의류와 신발의 습기와 악취를 제거하는 동시에 사계절 가구 내부의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장 작가는 “전시부스 디자인을 기획하는 과정에 ‘한국 탄소산업의 즐거운 혁신’을 한글 캘리그래피로 써내려가면서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다”며 “이번 기획은 한국 탄소산업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하나금융투자는 일찌감치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들어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역점을 기울이는 사업은 투 트랙 자산관리(WM) 체제 구축이다. 여기에는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브랜드화해 고액 자산가들을 위해 내놓은 ‘Club1’과 하나금융투자 고유의 WM이 포함된다.하나금융투자 WM은 우수 역량을 가진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한 마케팅이 강점으로 꼽힌다. 우수 PB들을 선발해 모든 영업점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도록 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자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체계적 자산관리 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고액 자산가를 위한 Club1은 삼성동에 소재한 Club1WM센터를 시작으로 지난해 한남동에 Club1한남WM센터를 오픈하면서 두 곳으로 확대됐다. 6조5000억 원의 예탁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Club1은 슈퍼리치들의 금융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자산시장을 선도하고 있다.영업 조직들은 업계 1위인 리서치센터와 협업해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적재적소에 선보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손님들 편의에 착안해 원 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산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으며, 다양한 세미나와 문화 행사들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하나금융투자는 ‘증여’를 키워드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증여랩’은 3개월 만에 누적 가입금액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중요성이 커지는 퇴직연금 부문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투자유망 자산으로 꼽히는 리츠와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시스템을 개발해 퇴직연금에 도입하고, 운용상품 라인업을 넓혀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하나카드는 올해 ‘손님 가치 중심 혁신 문화’를 기반으로 그룹 내 디지털 페이먼트와 데이터 사업을 선도하는 계열사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선진 기업하나카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축적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혁신기술을 도입한 ‘미래형 컨택 센터’는 새로운 손님 경험을 제공하는 ‘마케팅 허브’로 전환된다.또 하나금융그룹 내 다양한 관계사와 제휴사, 협력사 등 잠재적 손님에게 맞춤형 복합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은행 주거래 기업의 여신과 카드를 연계하고, 지역 화폐 등 정부 사업 추진 때 협업을 추진하며, 젊은층에 특화된 최적의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다.본업 이외에 수익 다변화를 위한 사업도 빠뜨릴 수 없다. 대표적으로 토스(Toss)뱅크 카드 업무 대행을 기존 체크 카드에서 신용 카드까지 확대하는 사업은 고객들의 호평을 받았다.하나카드는 조직문화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손님 중심으로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 ‘하나카드 일하는 원칙’을 도입했다. 올해는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가 유연하게 결합된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로 동료들 간 유기적인 소통과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ESG(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 경영에도 노력하고 있다. 2021년부터 환경부가 주도하는 ‘녹색소비-ESG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금융· 유통·판매사 및 소비자단체와 환경표지 인증제도 활성화를 위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카드론 청구 유예,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하나 햇살론 카드’ 등 금융 서비스도 제공하며, ESG 채권 발행과 투자를 2022년까지 누적으로 4000억 원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종합금융 플랫폼 ‘하나 원큐페이’하나카드는 기존 결제 서비스 중심의 ‘원큐페이’를 △결제 △송금 △자산관리 △그룹멤버십 기능까지 갖춘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을 최근 끝냈다.지난해 말 1단계에서는 하나금융그룹 고객 멤버십인 하나머니의 주요 기능을 얹어 고객의 멤버십 포인트인 ‘하나머니’를 전국 모든 하나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오픈뱅킹을 활용한 계좌와 하나머니 잔액에 기반 한 송금서비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한 자산관리, 가맹점주를 위한 상권 분석 등 특화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4월 2단계 최종 개편에서는 고객의 앱 이용 패턴 분석을 통해 시의성과 편의성을 높였고, 앱명을 ‘원큐페이’에서 ‘하나카드’로 바꿨다. 기존에 하나카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결제 전용 앱과 서비스 앱 등 두 개의 앱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통합된 ‘하나카드 앱’을 통해 결제, 조회, 신청 등 하나카드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하나카드 관계자는 “하나카드 앱 통합과 확대 개편은 기존 전통적인 신용카드업을 넘어 결제 기반 종합금융 플랫폼사로의 전환을 위한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며 “앞으로 고객이 사랑하는 앱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몇 년 전 유튜브에서 북한군 열병식 풍자 영상이 화제가 됐다. 다리를 75도 이상 올리며 껑충껑충 뛰어가듯 행진하는 북한군 영상에 팝 음악 밴드인 ‘비지스’의 노래를 입혔을 뿐인데 조회수가 4200만 회가 넘었다. 여기엔 10만 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 110주년인 내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이 또 열린다. 이젠 하도 많이 봐서 대략적인 흐름이 머리에 훤하다. 선두가 기마병이든 노병이든 약간의 차별화는 있겠지만 보병 행진 후 기계화 부대가 따르고, 공군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피날레를 장식한다는 순서는 변함이 없다. 화려한 옷을 입고 꽃다발을 든 평양 시민들이 광장에서 ‘김일성, 김정은’과 같은 글씨를 만들며 우렁찬 만세를 부르는 가운데 김정은이 손을 흔들며 퇴장할 것이다. 1990년대에 김일성광장에서 직접 열병식 행사에 참가했던 나는 지금은 서울에서 열병식을 수없이 지켜보지만 이젠 열병식에 별 감흥이 없다. 그러나 내일 열병식은 느낌이 완전히 다를 것 같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전쟁이 마치 게임 생중계처럼 세계에 실시간 송출되고, 러시아 전차가 휴대용 미사일 공격을 받아 폭발하고, 전투기와 헬기가 불덩이가 돼 떨어지는 영상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 휴대용 미사일에 속절없이 파괴되는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는 알고 보면 북한에겐 ‘꿈의 전차’들이다. 돈 없어 사올 수도 없고, 기술이 모자라 베끼지도 못하는 T72, T80, T90 전차들이다. 북한군은 아직도 1960년 초반 개발된 T62 계열 전차가 주력이다. 1991년 걸프전쟁 때 이라크군은 소련의 최신형 T72 전차를 포함해 3500여 대의 전차부대를 운용했다. 그러나 미군 에이브럼스 탱크 단 1대도 격파하지 못했고, 전차병 3명에게 부상을 입혔을 뿐이다. 31년 전에 그랬다. 지금은 남북의 전차 전력이 반세기 이상 차이 난다. 중동전쟁과 걸프전에서 소련제 전차가 전혀 힘을 못 쓰자 일부 전문가들은 “소련이 보급형을 수출했기 때문, 전차병들의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 등으로 설명하며 “진짜 러시아 기갑부대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진짜 러시아 최정예 기계화 부대가 군사력 순위에서 20위나 차이가 나는 우크라이나군에 힘을 못 쓰고 당하고 있는 장면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제 무기의 허상 역시 생생하게 드러났다. 김정은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볼 것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구소련의 무기 시스템과 군사 교리에 기초해 군이 운용되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그런데 북한의 우상인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가 북한이 그렇게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최신 장비를 총동원하고도 창피를 당하고 있다. 전차부대만 힘을 못 쓰는 게 아니다. 러시아 공군도 북한에 없는 SU30, SU34 신형 공군기에 강력한 Mi24, Mi28 공격헬기로 무장했지만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겨우 10여 대를 보유한, 1980년대에 생산된, 미그29는 이번 전쟁에서 고물 취급 받는 낡은 전투기다. 북한의 주력 전투기는 여전히 1950, 60년대 생산된 미그21, 미그23이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김일성광장에서 지나가는 기계화 부대를 보면서 이것도 군대라고 유지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진 않을까. 난 내일 열병식에서 북한군 기계화 부대가 지나갈 때마다 우크라이나 거리와 마을에 뒹구는 포탑이 날아가 녹이 쓴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되뇔 것이다. “고물이 온다, 고물이 간다.” 김일성광장 상공을 나는 비행기들을 보면서도 되뇔 것이다. “고물이 온다, 고물이 간다.” 이는 재래식 전쟁에서도 세계 군사력 평가 6위인 한국이 28위인 북한에 진다고 주장하는 일부 한국군 장성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지금은 남북이 재래식 전쟁을 하면 그냥 고물 청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위성과 무인기로 손금 보듯 전장을 보는 세상에선 고물을 숨길 곳도 없다. 장군님이 명령만 내리면 당장 남으로 진격해 적을 쓸어버릴 수 있다고 믿으며 껑충껑충 행진하는 북한 군인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영상을 보여주고 싶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한편으론 북한군이 얼마나 허약한지도 생생히 방증하고 있다. 고물의 퍼레이드가 뭐가 자랑스럽다고 매년 꼬박꼬박 열어 온 세계에 보여줄까. 창피하지도 않을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KT&G장학재단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고교생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도 중고교 상상장학생’을 모집한다. ‘상상장학생’은 교육 소외계층 지원과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KT&G장학재단이 2011년부터 해마다 펼쳐온 장학사업이다. 올해는 중학생 200명에게 100만 원씩, 고등학생 250명에게 200만 원씩 모두 450명에게 7억 원의 장학금이 주어진다. 선정된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장학금 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담당 교사 등이 신청하는 방식으로 25일까지 KT&G장학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서류 접수 후 심사를 거쳐 합격자를 결정하며 결과는 5월 11일 발표한다. 장학생으로 선정되면 최대 재학 3년 동안 지원이 이어지는데, 매년 계속 지원 여부를 검토해 결정한다. 장학재단은 매년 상상장학캠프를 개최해 고교, 대학 상상장학생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캠프를 통해 문화 체험, 명사 특강 및 자기주도적 학습 지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선배와 후배 장학생이 멘토와 멘티가 되어 서로의 꿈과 진로에 대해 공유할 수 있게 된다. KT&G장학재단 관계자는 “KT&G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세대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 소외계층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학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사랑한 버거로 유명한 일명 ‘오바마버거’가 국내에 선보인다. 대우산업개발 자회사인 이안지티는 다음 달 고급 셰프버거 브랜드 GSE(Good Stuff Eatery) 첫 매장을 서울 강남에 연다고 밝혔다. GSE는 미국 서니사이드 레스토랑그룹의 고급 수제버거 브랜드로 ‘톱 셰프’,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등 미국 유명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셰프가 맛을 책임진다. 2008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첫 매장을 열었고, 현재 미국 주요 도시는 물론이고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GSE는 ‘농장은 가까이에 있다’는 가치를 내걸고 좋은 품질의 재료를 사용한다. 한국에서 여는 GSE 매장은 국내 처음으로 도심에서 만나는 농장인 ‘지티팜’을 매장 내에 선보인다. 고객들은 GSE 매장의 벽면을 따라 들어선 지티팜에서 본인이 먹을 햄버거, 샐러드에 들어갈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 로메인 등의 다양한 채소가 자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모든 메뉴는 현지 셰프가 만든 레시피를 가져와 미국 원조 버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며 150g의 두꺼운 쇠고기 패티를 사용한다. 신설되는 GSE 매장은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5번 출구 인근에 자리 잡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에서 상품을 판매해 이익을 벌어들이는 유일한 국내 자산운용사로 40여 개국에서 1800여 개 상품을 팔고 있다. 작년 이 회사의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66조 원에서 102조 원으로 55%나 성장했다. 대표 상품인 TIGER ETF, Global X의 수탁액도 각각 2배 이상 늘었다.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비결은 인지도보다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래에셋의 해외 설정 펀드 30여 개가 글로벌 평가사인 모닝스타에서 5성 등급을 받았다. 이 등급은 펀드에서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며 3년 이상 운용 펀드 중 상위 10% 우량 펀드에 포함돼야 받을 수 있다.미래에셋의 상품 경쟁력은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무엇보다도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 각사의 경쟁력을 높였다. 운용, 증권, 생명, 캐피탈 등의 계열사 모두 각자 독립성을 띠고 있다. 둘째는 상품 경쟁력을 위한 토론 문화다. 미래에셋에는 창업주 박현주 회장을 포함한 수평적인 토론 문화가 정착돼 있다. 정기적인 부문별 주간, 월간 미팅 및 리서치 회의 외에도 온라인 투자전략 미팅 등 비대면으로 임직원들이 상품과 투자 전략을 논의한다.셋째,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이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15개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을 운용한다. 현지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전략회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 우량 종목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게 되면 매매회전율과 운용에 필요한 간접 비용을 낮추게 되며 이렇게 절감한 비용은 투자자들 이익으로 귀속된다.마지막으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운영된다. 대형 판매사들의 무분별한 해외상품 판매로 인한 환매 중단 및 사모펀드 사태로 최근 3년간 금융권이 혼탁했지만 미래에셋 펀드는 언급된 적이 없다. 2001년 설정된 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는 수익률이 1100%나 된다. 500% 넘는 해외 주식형펀드 10개 중 6개가 미래에셋 상품으로 장기펀드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설정된 지 10년이 넘는 상품을 투자자가 꾸준히 찾는 이유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투자 원칙을 지켜냈기 때문이다.이 같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021년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국내 운용사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당기순이익은 연결기준 3991억 원으로 2020년의 2565억 원 대비 56% 늘었다. 이는 미래에셋을 제외한 상위 10개 자산운용사의 순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실적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래에셋생명이 보험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며 ‘종이 없는 보험사’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3월 보험사 최초로 모든 보험 상품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완전판매 모니터링(해피콜)’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다.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같은 일반 상품은 물론 투자성 변액보험까지 AI 완전 판매 모니터링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완전판매 모니터링을 상담사의 감정 노동 없이 AI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진행함에 따라 불완전 판매가 줄어들고 고객의 알 권리도 강화될 전망이다. 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야간에도 상담할 수 있어 낮에 통화가 어려운 고객도 원하는 시간에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속도 및 음량 조절도 가능하고 희망할 경우 고객센터 직원과 연결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미래에셋생명의 이런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올 1월 자사 보험 가입자 업무 처리 플랫폼인 ‘미래에셋생명 사이버창구’ 앱을 확대 개편해 전체 업무의 98%까지 모바일 처리 비율을 높였다. 거의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에서 원 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법인 고객 서비스를 확대해 종전 펀드 변경만 가능했던 업무 범위를 대폭 늘려 △지급 △가상계좌 신청 △증명서 발급 등의 제반 업무도 사이버 창구에서 손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12월에는 고객프라자 등 고객이 내방해 업무를 보는 창구에 종이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과 대출 등 업무 문서를 모두 전자문서로 전환하고, 전자증명서 및 전자위임장을 통해 모바일에서 서류를 주고받게 되면서 미래에셋생명은 종이 없는 보험회사로 탈바꿈했다.이런 성과는 2014년 4월 업계 최초의 온라인 변액보험 출시, 2019년 10월 업계 최초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완성형 원격지 청약시스템 오픈 등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투자해 온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 서비스 전반에 모바일 기반의 인슈어테크를 도입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뉴노멀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보험사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2005년 6월 미래에셋그룹이 SK생명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미래에셋생명은 초기에는 ‘은퇴설계의 명가(名家)’를 목표로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어 이미 경쟁이 치열한 국내 생명보험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출범 당시 4조7000억 원대의 총자산은 5년 만인 2010년에 12조 원대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 말엔 42조 원을 달성했다. 2018년 3월 변액보험의 강점을 가진 PCA생명을 인수합병하며 변액보험 규모에 있어 ‘빅3’(삼성·한화·교보) 생보사와 함께 10조 원 클럽을 형성하기도 했다. 꾸준한 성장과 더불어 미래에셋생명은 2021년 2회 연속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획득했다.미래에셋생명은 임직원들이 CCM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실현하는 ‘고객동맹’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소비자 중심 경영 강화 △차별화된 금융상품 제공 △완전판매 강화 △고객 서비스 혁신의 4대 핵심 전략을 추진하며 소비자를 보호의 대상을 넘어 동반자, 파트너로 바라보는 경영 철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995년 6월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북한에서 노동신문을 통해 접했다. 썩고 병든 남조선에선 이런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고 비난했다. 그 전해 10월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소식도 노동신문에 사진과 함께 큼직하게 실렸다. 남조선은 잘사는 사회라고 알고 있던 내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대다수 북한 사람들도 한강 다리 상판이 떨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 사진을 보면서 남조선은 사람 못 살 사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532명이 사망·실종되고 940여 명이 부상당한 이 참사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한국에 와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까지 했다. 2004년 6월 삼풍백화점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설돼 입주가 시작됐다는 기사를 보고 “저기에 왜 하필 주거시설을 지어야 했을까. 나라면 왠지 께름칙해서 못 살 것 같은데 저기 들어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 배우자 역시 결혼 전에 거기에 거주했다. 풍수가들의 논리에 따르면 대통령이 나온 자리는 길지(吉地)가 되겠는데, 길지라고 하기엔 또 대형 참사가 이해되지 않는다. 10일 새벽 당선이 확정된 윤석열 후보가 아크로비스타를 나올 때 나는 평양 평천구역 은정아파트를 떠올렸다. 불과 8년 전인 2014년 5월 13일 오후 4시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붕괴 참사가 일어난 그 23층 아파트이다. 남쪽에는 평천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알려져 있다. 이 아파트의 붕괴 역시 부실시공 때문이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붕괴 이후 현장은 아파트 잔해인지, 흙더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고 한다. 아파트 건축을 담당한 군인들이 철근과 시멘트를 빼돌려 팔아먹고, 그 대신 저강도 시멘트를 섞어 건설했기 때문이다. 사망자 수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사고 3년 뒤 평양에서 나온 한 북한 간부에게 물어봤더니 300명 정도로 알려졌다고 했다. 북한에서 개별적 회사가 건설해 파는 아파트는 내부 미장까지만 해주기 때문에 골조만 세워지면 그 이후엔 집을 산 사람들이 벽지도 바르고 인테리어도 한다. 평천 아파트 역시 완공도 되기 전에 입주 예정자들이 들어가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남편이 출근한 뒤 집에 남아 작업을 하던 가정주부와 노인들, 건설 후속 작업을 하던 군인 수십 명, 개별 가정의 청부를 받은 건설 전문 인력들, 아파트 주변에서 놀던 어린이들, 밖에서 한담을 하던 다른 아파트의 노인 일부 등이 사망했다. 아파트 붕괴 현장에선 생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사망자 시신도 제대로 수습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지시로 굴착기와 덤프트럭을 총동원해 불과 이틀 만에 붕괴 잔해를 치워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피해자 가족 수백 명을 모아 놓고 최부일 인민보안상이 직접 나와 사과했다. 북한은 보험이 없어 피해자들은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붕괴 현장엔 불과 몇 달 만에 똑같은 아파트가 건설됐다. 김정은의 배려로 건설된 아파트란 의미로 은정아파트란 이름이 붙었고, 붕괴 전에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에게 다시 분양됐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그 자리에서 살 리가 만무했다. 북한 당국은 유가족들이 김정은의 ‘은정’을 거부하고 아파트를 팔고 떠나도 이를 눈감아 주었다고 한다. 문제는 은정아파트가 매물로 나오자 수많은 사람들이 사겠다고 줄을 섰다는 것이다. 평양 간부의 증언에 따르면 은정아파트가 엄청난 인기를 끈 이유는 표면적으론 김정은의 지시로 건설돼 튼튼할 것이기 때문이라 했지만, 실은 수백 명이 사망해 액막이가 잘된 아파트라고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양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이 증언을 2018년에 쓴 저서 ‘평양자본주의백과전서’에도 실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터에서 남조선 대통령이 나왔다는 소식이 북에 알려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역시 액막이가 된 아파트가 최고라며 은정아파트 가격이 치솟을 것 같다. 물론 남쪽 소식을 대다수 북한 사람들이 알 수 없겠지만, 통전부 간부들을 포함한 일부 고위층들은 한국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게다가 삼풍백화점 붕괴는 많은 북한 사람들도 기억하고 있는 참사이다. 머잖아 북한에 “남조선에 아크로비스타가 있다면 우리에겐 은정아파트가 있다”는 소문이 퍼질지 모르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가 아프리카 식수 시설 개선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르완다는 ‘데이터를 활용한 식수 접근성 강화 프로젝트’를 통해 최근 냐마가베 지역 내 식수 시설을 모니터링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지역 내 설치된 식수 시설 중 보수가 필요한 곳이 4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해 식수대, 핸드 펌프 등 지역 내 식수 시설부터 점검했다. 주민들은 굿네이버스가 지원한 태블릿PC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식수 시설이 설치된 970곳 위치와 작동 여부, 수질 등을 ‘엠워터(mWATER)’ 앱에 업로드했다. ‘엠워터’는 세계 180개국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이렇게 업데이트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수 시설 지도 ‘워터포인트맵(Water Point Map)’을 만들었다. 지역 주민 4만여 명은 식수 시설 지도를 통해 가장 가깝고 안전한 곳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도상에 표시된 노후화되거나 고장 난 시설은 신속하게 수리해 깨끗한 물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냐마가베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식수위원회를 조직하고 206명 회원을 대상으로 식수 시설 관리 역량 교육도 진행했다. 굿네이버스는 모잠비크 가자(Gaza)주에서도 열악한 식수 공급 환경과 위생 인식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3년간 국제질병퇴치기금 사업으로 주민들이 식수대와 가축급수대, 빨래터를 구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태양광 급수 시스템 8기와 38개 공공기관 내 화장실을 설치했다. 또 지역 주민이 주축이 돼 안전한 위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주민주도형 화장실 개선 활동’을 지원했다. 직접 마을을 돌아보며 위생 환경 실태를 파악한 주민들은 오물 처리를 위한 화장실의 필요성에 공감해 집집마다 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결과 개선된 화장실을 보유하게 된 가구 비율이 8.4%에서 81.8%로 껑충 뛰었다. 모잠비크 가자주의 한 보건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네우사 씨는 “주민들은 새로 건립된 화장실을 이용하고 깨끗하게 손을 씻으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잦은 복통과 설사로 병원을 찾던 아동과 지역 주민들이 유해균으로부터 안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굿네이버스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기반으로 개발도상국 지역 주민이 안전한 식수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식수 시설 설치 및 관리, 위생 인식 고취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 주도로 식수 시설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데이터를 활용한 식수 접근성 강화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굿네이버스는 2011년부터 매년 식수위생지원 캠페인 ‘굿워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개발도상국 아동과 주민에게 깨끗한 물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캠페인 주제는 ‘물지킴이’로 더 많은 물을 지키고 아이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굿네이버스 홈페이지를 통해 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어제, 3월 16일은 내가 탈북해 한국에 도착한 지 20년째 되는 날이다. 중국의 한 지방공항에서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 속에 출국 심사를 통과하던 일, 하늘에서 내려다본 첫 한국 땅, 인천공항에서 탈북자라 신고하던 순간 등이 여전히 생생하다. 반년 전까지 북한 감옥에서 운신이 어려운 폐인이 되던 내가 새 삶을 선물 받은 날이다. 3개월의 조사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 먼지가 가득 쌓인 실평수 7평 남짓한 영구임대아파트를 밤늦게까지 청소한 뒤, 이불도 없어 맨바닥에 누워 “이제 뭐하고 살까” 막막해하던 첫날 밤도 잊혀지지 않는다. 벼룩시장을 뒤져 찾은 첫 일은 8월 삼복에 군포화물터미널에서 컨테이너 속 와인 박스를 하루 종일 메고 나르는 일용직이었다. 첫날 일당은 4만5000원. 인력사무소에 10% 주고, 밥값과 교통비를 떼고 남은 3만5000원을 만지작거리며 “이제는 일만 하면 굶어죽진 않겠다”며 행복했던 기억도 난다. 중고 컴퓨터를 사서 구직 사이트를 뒤져 20개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다. 3곳에서 회답이 왔다. 가장 조건이 좋아 보이는 가리봉의 한 무역회사부터 찾아갔더니 “김일성대 수준이 여기서 통하겠냐”며 대놓고 무시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2002년 10월 한 주간지 기자로 입사했고 이듬해 여름 어느 저녁 퇴근길 지하철 가판에서 동아일보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동아일보 합격 통지를 받던 때와 거의 동시에 6개월이나 걸린 국정원 입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양지와 음지 중 어느 쪽에 갈까 고민하다가 양지를 선택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이 내가 한국에서 내린 가장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 있을 때 라디오에서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1300여 명이라는 말을 들었다. “빨리 가서 1500명 안에는 들어가자”고 결심했는데, 이후 체포돼 중국과 북한의 6개 감옥을 전전하다가 겨우 살아오고 보니 2000여 번째였다. “너무 늦게 와서 내가 갈 만한 자리는 없겠다” 싶었는데 이후 3만4000명이나 탈북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은 뒤늦게 온 탈북민을 만나면 “내가 참 빨리 와서 다행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정착 초기 몇 년을 돌아보면 산에서 살다가 도시로 내려온 타잔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0년을 살다 보니 아스팔트 위에서 구두를 신고도 맨발로 숲속을 달리던 만큼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한국에서 탈북 기자로 불린다. 해외에서 태어나 현지 대학까지 마치고 한국에서 기자가 돼도 미국 출신 기자, 중국 출신 기자라고 부르진 않는다. 하지만 내게 붙은 출신의 꼬리표는 죽을 때까지 떨어질 것 같지 않다. 한국 생활 20년째라고 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살아보니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을 것 같다. 이 질문엔 밤새 말할 것 같기도 하고, 또 할 말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나는 혁명가의 꿈이 심장에서 펄펄 끓는 청년이었다. “내 생애엔 북한이 반드시 붕괴될 것이고, 그때면 다시 돌아가 고향 사람들을 선진국 국민으로 만들기 위해 한목숨 바칠 것이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언론인의 길을 선택할 때 북한이 가장 암살하고 싶은 사람으로 살겠다는 비장한 다짐도 했다. 지금은 후배들과 술자리에서 “20년이나 살 줄 알았으면 일찍 아파트나 사 놓았을 걸 그랬다”는 농담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뜻을 이루지 못한 망명가로 생을 마무리할까 봐 가끔 겁도 난다. 북에서 산 세월이 아직은 더 많지만 사회생활은 전부 서울에서 했다. 이젠 서울 지리에 훤한 완벽한 서울시민이 됐다. 당장 내일 북한 체제가 붕괴된다면 20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북에 돌아가 살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북에 가서 몇 달 정도 살 수는 있겠지만, 다시 북한 사람으로 살아갈 자신은 점점 사라진다. 북한에서 “뉘기요? 어째 왔소?”라는 억센 사투리에 둘러싸인다면 이젠 몹시 이질감을 느낄 것 같고, 북한 사람들도 나를 한국 사람이라 받아들일 것 같다. 서울에선 탈북 기자, 평양에선 한국 기자로 불릴 삶이 내키지는 않다. 그러나 “왜 목숨 걸고 여기에 왔는지 잊지 말라”며 불쑥불쑥 심장을 두드리는 무엇인가가 내 몸에 남아 있는 한 기꺼이 경계선에 서 있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바뀔 수 없는 내 운명인 듯싶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0대 대선을 9일 앞둔 지난달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고등교육 정책을 비교 분석하는 좌담이 동아일보에서 열렸다. 고등교육 정책은 대학 경쟁력 강화, 국가균형발전, 기초학문 육성, 청년 정책 등을 비롯해 한국이 당면한 많은 문제들과 연관이 있다. 동아일보와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좌담에서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교육대전환위원장(3선·서울 관악갑), 나승일 국민의힘 선대본 정책본부 교육정책분과위원장(서울대 교수),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토론자로 나섰고, 김동원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회장(전북대 총장)이 사회를 맡았다. 총장들은 교육정책 전문성을 위해 문재인 정부 때 없어진 청와대 교육(수석) 비서관 부활과 인수위에 국립대 총장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동원=대학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고등교육 정책 공약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양당의 고등교육 정책 골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교육대전환위원장學-官-財 묶은 혁신법인 예산투입소멸위기 지방대 한시지원도 검토公기관 이전지역 인재는 25% 뽑고연구협력 위한 대학원 공유제 필요▽유기홍=이재명 후보는 2월 10일 교육 관련 8대 공약을 발표했고, 이 중 6번과 7번 항목이 고등교육 관련입니다. 이 후보는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가 심각해 지역 소멸의 위기로까지 가고 있으며 지역균형발전과 뗄 수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또 수도권 집중이 더 가속화돼 대학 서열화가 심화되고 있어 극복을 위한 일대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네 가지 기조에서 이 문제를 접근합니다. 첫째,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맞는 획기적인 고등교육 지원. 둘째, 정부 내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셋째, 지역 대학·지자체·산업체·공공기관을 하나로 묶은 혁신법인을 만들고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1500억 원 이상 예산 투입. 넷째, 한국형 대학원 공유 체제를 정착시켜 학문 강국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나승일=윤석열 후보의 교육 비전은 공교육 정상화와 끊임없는 대응으로 모두가 역동적 혁신 성장의 주역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패권국가로의 도약을 위해서 대학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기조를 밝혔는데 첫째, 대학 지원 강화와 규제 완화. 둘째, 거점 대학·학과 중심의 집중 투자. 셋째, 대학 예산 차등 지원에 활용된 평가 체제 혁신. 넷째, 지역 거점 대학의 1인당 교육비 투자를 상위 국립대학 수준까지 제고. 다섯째, 질 높은 대학 교육 기회의 접근성 강화입니다. 이를 위해 자율 기반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 지방대학 육성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완성 등을 제시했고 인수위를 통해 구체화될 것입니다. ▽김헌영=교육 정책 기조에 대한 접근에서 두 당이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교육의 양극화와 서열화 해소에 방점을 두고, 국민의힘은 산학협력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대한민국 경쟁력 강화와 지역 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역발상으로 접근하기를 제안합니다. 대학은 엄청난 환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데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동원=국가교육위원회가 올 7월 출범 예정인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 대학 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나승일 국민의힘 선대본 교육정책 분과위원장거점대 1인당 교육비 투자 확대고등교육 예산은 국민 설득이 관건지역인재 늘리되 역차별은 없어야자율성에 기초한 대학원 공유제를 ▽나승일=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에 관한 10년 단위 장기 계획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교육부는 세부 정책을 수립해 집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헌영=국가교육위원회는 정책을 입안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부는 구체적으로 대학에 연구나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했으면 합니다. 이것이 또 하나의 규제가 되면 안 되고, 대학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보장해주는 쪽에서 역할 분담이 됐으면 합니다. ▽유기홍=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 과정이나 대입 문제 같은 중장기적인 과제와 함께 대학 구조 개혁, 고등교육 재정 확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리고 교육부는 대학과 평생교육 직업교육에 집중하는 식으로 재구조화해야 합니다. ▽김동원=대학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됨에 따라 대학 재정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습니까. ▽김헌영=저희가 국립대학법 제정을 제안하는 이유는 국립대의 책무성 이행에 재정 지원의 명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국가 예산 607조 원 가운데 교육 예산은 90조 원 이지만 유·초·중등 예산 77조 원, 고등교육 예산 12조 원입니다. 12조 원 중 국가장학금 4조6000억 원과 인건비 등을 빼면 371개 대학을 지원하는 예산은 3조5000억 원에 불과합니다. 이걸 좀 해결해주시길 바랍니다. ▽유기홍=고등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문제는 지역 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초중고교 학생이 줄어들었다고 이 재원을 대학에 쓰는 방식은 해답이 아닙니다. 지방대학에 대해 5년 동안의 특별법을 통해 먼저 예산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나승일=초중고교 예산을 줄여 대학에 주자는 주장에 역시 동의하지 않습니다. 고등교육 예산 확보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법으로 부실 대학을 강제로 정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학에 예산을 나눠 주는 것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고등교육 예산은 결국 국민적 설득과 국회의 노력 여부에 따라 좌우됩니다. ▽김동원=올 1월 7개 권역 지역 대학 총장들이 지방이전 공공기관 신입사원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50%로 상향하되, 30%는 지금처럼 이전 지역 학교 출신을 뽑고 20%는 이전 지역 외 비수도권 출신으로 뽑아 달라고 양당 대표들께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나승일=큰 틀에선 찬성하지만 이 문제는 지역에 좋은 대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연결됩니다. 혁신도시특별법의 지역인재 채용 규모를 30%에서 50%로 늘리면 수도권 역차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고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기홍=현행 혁신도시특별법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30%로 정하고 있으나, 채용 지역을 이전 지역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그 비율을 달성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전 지역 내에는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직무와 관련된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의 수가 제한적이어서 우수 인재의 확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관이 공공기관 평가에서의 감점을 감수하면서도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50%로 확대하는 것을 규정하되 25%는 이전 지역 학교 출신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25%는 비수도권 소재 학교 출신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김헌영 강원대 총장대학 예산 턱없이 적어 지원 절실국가 경쟁력-지역발전 차원 접근을특성화 대학 살릴 대학원 공유 찬성중추역 맡을 교수들 서울행이 문제▽김헌영=이 문제 역시 우리나라의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한 과제라고 봅니다. 지방의 20,30대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것은 일자리와 교육, 정주 여건 때문입니다. 정주 여건은 지방이 수도권보다 더 우수한 경우가 많습니다. 청년층 유출의 핵심이 교육과 일자리 때문인데 대학이 교육과 일자리 문제 모두에서 중요한 주체가 되어야 풀 수 있습니다. 수도권 대학이 역차별받는다는 점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풀기 위해 법을 만들 때 유예 기간을 두면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김동원=지역 대학이 성장하기 위해선 연구 예산들이 지역으로 와야 합니다. 국책연구소, 출연연구소, 신설되는 우수특화연구센터 등을 지역 대학 인근에 많이 집중시키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대학원 공유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유기홍=기존의 연구중심대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과 더불어 권역별로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발의한 국립대학법안이 통과되면 거점 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입니다. 또한 지방대학 내 국책연구소 및 우수특화연구센터 신설, 국책연구소 분원 신설 등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연구중심대학이 되려면 학과당 전공 교수가 20명은 돼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10명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한국형 대학원 공유 체제를 만들어 협력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교육에서 공유의 개념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헌영=한국형 대학원 공유 체제는 저희도 찬성합니다. 다만 서울대와 함께 공유형 대학 체제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서울대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모든 학과를 다 키울 수는 없기에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을 우선적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특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교수들이 보수가 많은 서울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승일=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거점 대학 및 학과 중심으로 집중 투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에 지역 대학 인근으로 연구소 집중에 동의합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미래 유망 산업 10개 학문 분야를 10년간 집중 지원해서 글로벌 초일류 대학을 육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5년 반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을 적극 활용해 신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조기에 양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원 공유제는 굉장히 쉽지 않은 문제이고, 개별 대학 사이에 해야 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강제하는 것이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교수 몇 명에게 전공 과목 45학점을 이수하는 상황을 바꾸고, 학점의 3분의 1 정도는 아웃소싱하면 좋다고 봅니다. 이런 것들은 철저히 자율성이라는 원칙에 기초해야 하는데 이수 학점 등으로 규제가 심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연구중심대학 등에 수업료와 학과 과정을 풀어주려 합니다. 정리=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지난달 김정은은 평양 화성지구 1만 가구 주택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 작년에 완공하겠다던 송신·송화지구 1만 가구 건설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또 새로운 공사판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화성지구는 평양에서 살았던 내게도 생소한 지명이다. 행사장 사진과 건설 조감도 등을 토대로 구글어스로 찾아보다가 소스라치게 과거의 악몽과 맞닥뜨리게 됐다. 김정은이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저 장소, 순안공항으로 연결된 도로가 합장강과 만나는 저 지점은 26년 전 내가 북한 체제에 대한 환멸을 뼈저리게 느낀 곳이다. 내가 김일성대 외국어문학부에 재학 중이던 1995년 12월. 대학에 금수산기념궁전 건설 일환으로 합장강 정리 과제가 떨어졌다. 학년별로 3개월씩 나가 강바닥을 파내라는 것인데, 우리 학년 100여 명은 하필 제일 추운 겨울에 차출됐다. 대학 기숙사에서 공사 현장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어야 했다. 우리가 가진 작업 도구는 정, 해머, 삽, 곡괭이 따위가 전부였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하루 종일 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휴식 공간으로 쓸 움막부터 만들었다. 언 땅에 정을 박고 교대로 해머를 휘둘러 봐야 흙이 겨우 밤톨만큼만 떨어져 나왔다. 작업 솜씨가 서툴러 정대를 잡았던 학생들이 해머에 손을 다치는 일도 잦았다. 갖은 고생 끝에 열흘 만에 겨우 기둥 몇 개를 세우고 수십 명이 빼곡히 들어갈 수 있는 움막을 만들었다. 다음 과제는 강바닥을 파내는 것인데, 이건 얼음을 깨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마대 하나에 흙을 채우는데, 네댓 명이 달라붙어 한나절씩 걸렸다. 100여 명이 동원됐지만 학생 간부라고 빠지고, 뇌물 주고 빠지고, 여자라고 봐주고 하다 보니 실제 일하는 사람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당시는 고난의 행군 시기라 식량도 턱없이 부족했다. 강을 따라 부는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삐쩍 말라 허기진 젊은이들이 해머를 휘두르는 모습을 봤다면 누구나 시베리아 수용소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게 3개월 동안 겨우 강에 가로세로 5m 정도에 사람 키만 한 높이의 웅덩이를 하나 파놓았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도중에 최태복 노동당 교육비서가 벤츠를 타고 와서 직접 격려까지 했다. 동원 기간이 끝나가는데 과제 수행 목표치에 턱없이 미달하자 책임지고 나왔던 교수가 사색이 돼 뛰어다니더니, 몇 km 떨어진 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던 북한군 공병국에서 굴착기(포클레인) 1대를 한나절 빌려오기로 했다. 군인들은 대가로 디젤유 100L, 굴착기 바가지에 외제 담배와 밀주가 아닌 공장에서 제조한 술을 가득 채워줄 것을 요구했다. 교수는 학급 인원에 비례해 술, 담배를 분담시켰다. 철수하기 사흘 전쯤 군관 1명과 병사 1명이 굴착기를 몰고 나타났다. 그날 우리는 제방에 앉아 굴착기의 작업 모습을 지켜봤다. 불과 다섯 시간 만에 우리가 석 달 동안 파놓은 웅덩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웅덩이가 생겨났다. 술, 담배를 가득 실은 바가지를 마대로 덮고 돌아가는 굴착기를 보며 우리 모두는 극심한 허탈감을 느꼈다. 대학생 100명이 강추위에 벌벌 떨며 3개월 동안 한 일이 굴착기 반나절 작업량보다 가치가 없다는 것을 목도한 것이다. 나 역시 이런 무지한 사회는 망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다음 날 갑자기 조선중앙TV 기자들이 왔다. 책임자의 요구대로 우리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옷을 입은 채 가슴까지 차오르는 얼음물에 들어가 흙을 파내는 연기를 했다. 갈아입을 옷도 없어 모닥불로 얼어붙은 옷을 말렸다. 그날 저녁 중앙방송에 “김일성대 학생들이 충성의 마음을 안고 얼음물에 뛰어들어 강을 파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땐 평양도 늘 정전이라 대다수가 그걸 보진 못했다. 전기가 오는 중앙당 아파트에 사는 몇 명이 다음 날 어제 TV에 그럴듯하게 나왔다고 전해줬다. 그 후부터 TV에서 물에 뛰어들었다는 영웅적 뉴스가 나오면 하나도 믿지 않게 됐다. 우리가 얼음물에 뛰어들었던 그 합장강변에 지난달 수만 명의 청년이 다시 모였다. 내가 3개월 동안 언 땅에 삽질을 하던 그때쯤 태어난 청년들이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통치자가 바뀌었지만 고픈 배를 부여잡고 삽질하는 민초들의 삶은 한 세대가 지나도 변한 것이 없다. 화성지구 주택 건설 착공식 사진을 보며 26년 전 저 장소에서 “이런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고, 또 망해야 돼”라고 분노했던 젊은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북한은 아직도 망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언제까지 북한 청년들이 이런 삽질에 동원돼야 할까. 나의 분노도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위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점이 많은데, 특히 군사작전의 은밀성이 사라진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위성사진을 통해 언제, 어디에, 어떤 병력이 주둔해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전 세계가 매일 생중계처럼 지켜볼 수 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너무 깨끗해 벌판에 늘어선 기갑 장비의 종류까지 판별될 정도이다.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정찰병을 굳이 보내지 않아도 맞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미래의 전쟁에선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 모든 것을 위성사진으로 손금 보듯 볼 수 있는 세상에선 선제공격을 하는 쪽이 크게 불리하다. 기습의 은밀성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수백만 명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7일 북한 자강도 회중리에 건설된 연대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 기지는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약 6km² 면적에 자리 잡고 있고, 비무장지대 북쪽으로 383km, 중국 국경과는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런데 위성사진 화질이 정말 깨끗해서 기지가 운용본부와 보안시설, 지하시설, 거주 및 농업 지원시설 등 6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동식발사차량과 이동식거치대 등을 어디에 수용하는지가 한눈에 드러난다. 골짜기를 따라 6m 폭의 도로와 그 옆에 위치한 갱도 입구 12개도 보인다. 각 갱도의 입구는 너비가 8m 또는 15m 등으로 사이즈까지 분간이 된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 기지 공사를 시작했고 최근 완공했다. 김정은의 처지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민간인도 접근 못 하게 하면서 막대한 물자와 숱한 군인들을 동원해 팠는데 위성사진 한 장에 탈탈 털렸다. 대를 이어 20년 넘게 들인 김씨 일가의 수고가 위성 때문에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갱도 입구까지 또렷하게 보이면 더 이상 비밀기지가 아니다. 유사시 한국의 순항미사일이 입구를 타격하고, 지하 100m 이상을 관통하면서도 정확도까지 뛰어난 현무4 미사일이 떨어지면 지하에 지진이 발생해 숨겨 놓은 ICBM은 모두 매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 미사일 기지가 어디 회중리뿐일까. 회중리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영저리 미사일 기지도 마찬가지로 한눈에 보인다. 외진 산골로 이어진 북한의 도로를 따라가면 미사일 기지뿐만 아니라 각종 군 기지 등이 일반 보급용 구글어스에서도 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갱도를 계속 만들 마음이 생길까. 한국이 최근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관통력을 가진 현무4 미사일은 북한의 최고 장점인 ‘전국의 갱도화’를 최악의 단점으로 바꾸어버렸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갱도는 그냥 무덤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지켜보는 것이 어디 위성뿐일까. 최첨단 정찰기들과 레이더들도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은닉 방법은 수십 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북한을 지켜보는 감시자산은 비약적인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다. 미국은 북한에서 운행되는 차량 숫자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쪽에 바퀴를 11개나 단 크고 굼뜬 ICBM 발사차량 정도는 어느 갱도에 몇 대나 들어가 있는지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미사일 열차도 너무 무거워 콘크리트 침목을 새로 깐 곳만 다닐 수 있는데 북한에는 그런 구간이 한정돼 있다. 미사일 열차가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가는지도 당연히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평화 시기이니 북한이 미사일 몇 발 시험하는 것까지 꼼꼼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만약 북한의 미사일 갱도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주한 움직임이 벌어지면 한미일의 모든 감시자산이 북한을 들여다보며 대비한다. 김정은이 몇 발만 꺼내 선제공격할 수도 없다. 한 발이라도 한국에 날아오면 전쟁이다. 그 즉시 한국의 모든 미사일이 입력된 좌표로 날아가 갱도에 숨겨 놓은 나머지 미사일들을 묻어버린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미사일 수백 발을 몽땅 꺼내놓고 한국 등을 겨냥하면 자칫 먼저 선제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김정은은 이제 갱도도 믿을 수가 없게 됐다. 그렇다고 미사일들을 밖에 보관하면 패를 완전히 까는 셈이 된다. 이도 저도 못 하는 처지다. 강력한 감시자산과 일거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들을 무덤으로 만들 수 있는 현무4의 등장은 북한에는 악몽의 서막이다. 상대를 손금 보듯 내려다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힘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동원F&B(대표이사 김재옥)가 최근 만두피를 황금비율 17%로 빚은 ‘양반 인생맛집 만두’ 2종(고기, 김치)을 출시했다. ‘양반 인생맛집 만두’ 2종은 만두피의 비율을 전체 만두의 17%까지로 줄이고 만두소를 가득 채운 프리미엄 냉동만두 제품이다. 동원F&B는 전국의 수많은 만두 맛집을 탐방해 만두피의 황금비율 17%를 개발했다. 만두피가 얇으면서도 쉽게 찢어지지 않아 식감이 쫄깃하고, 만두소를 듬뿍 넣어 풍미가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양반 인생맛집 만두’ 2종은 국산 돼지고기는 물론 양배추 양파 대파 애호박 대추 등 각종 자연 재료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만두소의 식감이 풍부하며, 조리 후 식감이 딱딱해지고 밀가루 맛이 날 수 있는 만두피 접합 부분(날개)을 최대한 제거해 맛이 더욱 담백하다. 만두피 자체도 밀가루와 전분을 최적의 비율로 배합해 더욱 차진 것이 특징이다. 식품 전문 ‘동원몰’ 홈페이지에서 ‘인생만두’ 뽑기에 참여하면 최대 71% 동원몰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또한 ‘양반 인생맛집 만두’ 사진 후기를 남기는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호랑이 순금 1돈’(7명)을 제공하며, 선착순 2022명에게 ‘양반 인생맛집 만두’ 2봉, 참여자 전원에게 동원몰 포인트 1000원을 제공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hy(옛 한국야쿠르트)가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프리미엄 프로바이오틱스 2종을 14일 출시했다. 장&피부 듀얼케어 MPRO4와 장 집중케어 MPRO4는 hy가 보유한 최신 기술력을 집약해 만든 제품이다. 여러 종의 특허 프로바이오틱스와 식약처 인정 원료를 사용했으며 총 연구기간만 3년에 이른다. 장&피부 듀얼케어 MPRO4는 피부 건강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피부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HY7714’를 함유했다. HY7714는 12주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피부 보습, 피부 탄력, 주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작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규 건강식품원료(NDI) 승인으로 세계 수준의 안전성을 인정받은 소재다. 장 집중케어 MPRO4는 장 건강 특화 제품이다. 장내 생존율이 우수한 ‘HY7715’를 포함한 특허 유산균 4종이 포함됐다. 신상익 hy M&S 부문장은 “신제품 ‘MPRO4’는 장 건강부터 피부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획기적 제품이다”라며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관련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hy는 신제품 출시 기념 3개월, 6개월 정기구독 이벤트도 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몰 프레딧에서 볼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새해 벽두부터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터졌다. 언론은 일제히 ‘후진국형’ 인재라고 비판했다. 무리한 속도전을 벌여 콘크리트 양생 기간이 지켜지지 않았고, 불량 레미콘을 사용했고,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썼으며, 엄격한 감독이 부재했다는 등이 사고 원인으로 거론됐다. 듣고 보니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보인다. 붕괴 원인이 하나씩 거론될 때마다 속으론 ‘이건 전형적으로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북한은 이를 감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고 이후 전문가들은 1개 층을 올릴 때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에 하절기는 5∼6일, 동절기는 12∼18일이 걸려야 하는데, 붕괴 아파트는 동절기임에도 엿새 만에 1개 층씩 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북한은 평양 여명거리를 건설할 때 하루에 한 층씩 올렸다고 선전하다 못해 18시간 동안 한 층씩 올렸다고 자랑했다. 그래서 여명거리의 대표적 건물인 70층 아파트는 74일 만에, 55층 건물은 60일 만에 골조 공사가 끝났다면서 ‘수도건설 역사에 길이 남을 만리마속도’ ‘평양속도’라고 선전했다. 북한의 아파트 건설 장비가 한국의 전문 건설기업과 비교할 정도가 아닐 텐데, 거의 삽질로 74일 만에 70층을 완공한 것이다. 70층 공사에 약 2만 명의 인력이 동원됐다고 한다. 이 중에는 전문 인력도 있겠지만, 군인과 평양시민 등 비숙련 인력이 태반이다. 한국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들에 비하면 몇 수 위 전문 인력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전문적으로 품질 관리를 점검받는 레미콘 업체도 골재를 잘못 관리했다고 질타당했는데, 북한의 골재 품질은 어떨까. 지난달 15일 조선중앙TV는 양강도 삼지연 공사 3단계 과정을 53분이나 다큐를 통해 보여주었다. 북한은 삼지연 건설이 ‘농촌 진흥의 표준’이라며 ‘자력갱생전시관’도 만들어 전국이 따라 배우게 했다. 다큐에선 부족한 자재와 에너지, 중장비 등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절절하게 보여주었는데, 사실 별것은 없다. 중장비가 없으니 영하 30∼40도 혹한에서 사람이 소발구를 끌었다는 등 늘 그랬듯이 몸으로 때웠다는 선전이 대부분이었다. 정작 눈길이 가는 것은 자재 조달 설명이었다. 건설에 없어서는 안 될 자재인 시멘트가 부족해서 삼지연의 흔한 원료인 규조토를 섞어 썼다고 한다. 또 삼지연에 많은 진흙에 인근 감자가루 공장에서 나오는 연재를 섞어 연재벽돌로 시공했다고도 했다. 이게 자랑할 일인가. 물론 삼지연엔 10층 이상 고층 건물이 거의 없어 규조토와 진흙 벽돌로 건설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 건설 기준엔 한참 못 미칠 것이 뻔하다. 함남 검덕 5000채 건설 현장은 또 어떨까. 김정은이 수시로 현장을 찾는 삼지연에도 없는 시멘트가 검덕이라고 넉넉하게 보장될 수는 없다. 이곳에선 어떤 건축 자재를 썼는지는 몰라도 삼지연보다 더 형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얼마 전에 검덕에 준공된 아파트들이라며 공개한 사진을 보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어떤 자재를 썼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건축에 무지한 눈으로 봐도 아예 개념 자체가 없어 보였다. 암반층 위도 아닌 것 같은데, 낭떠러지 경사 바로 옆에 바짝 붙여서 아파트를 지었다. 흙이 조금만 더 씻겨 나가면 아파트가 붕괴될 지경인데, 몇 년이나 더 버틸지 의문이다. 뒷산도 민둥산이라 폭우가 쏟아져 또 산사태가 나면 피해가 커질 것 같다. 검덕 아파트 배치 구도만 봐도 북한이 어떤 태도로 아파트들을 지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아프리카 후진국도 저렇게 집을 짓지 않는다. 김정은이 하도 독촉을 해대니 건설 현장 간부들은 목을 부지하기 위해 위치에 상관없이, 편의시설도 제대로 없이 살림집만 5000채 짓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것 같다. 그럼 평양에 건설한다는 1만 채 아파트는 제대로 지어졌을까. 하루에 한 층씩 올린다고 자랑하고, 시멘트가 없어 진흙을 섞었다고 자랑하고, 장비가 없어 숱한 비숙련 인력이 몸으로 때우는 그런 공사장을 상상하면 아파트를 공짜로 줘도 살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열악한 건설 현장을 이렇게 비웃어도, 결론은 여명거리 70층 아파트는 붕괴되지 않았는데 광주 화정아이파크는 붕괴됐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부끄러운 일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되면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법 시행 초기에는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돼 많은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이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중대재해 대응본부’를 만든 데 이어 국내 로펌 최초로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종합상황실’ 체제를 도입했다. 언제, 어디서든 고객 기업의 위기 해소에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메시지다. 태평양은 중대재해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알고 있다. 2015년 국내 로펌 최초로 산업안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수많은 사고에 대응하며 실적과 전문성을 쌓았다. 지난해 수도권 인근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됐을 때 태평양은 해당 사고가 도급사업주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협력업체의 임의작업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입증해 기업의 손실을 크게 줄였다. 2020년 지방 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작업 중 발생한 폭발사고 때에는 도급사업주 책임에 대한 법리를 바탕으로 관련 사실관계와 증거를 치밀하게 분석해 법인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 태평양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 초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계별 조치를 정리한 ‘산업사고 재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고객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태평양의 중대재해 대응본부 산하 종합상황실은 현장대응팀, 변론대응팀, 수사대응팀으로 구성됐다. 현장대응팀은 중대사고 현장에 특화된 팀이다. 형사·인사노무 전문가 50여 명이 신속하게 현장에 파견돼 초동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낱낱이 파악한다. 정수봉(사법연수원 25기) 이희종(연수원 33기) 김상민(연수원 37기) 구교웅(연수원 38기) 변호사 등 12명의 전문가가 현장 반장으로 투입된다. 태평양 형사그룹장인 이진한 변호사(연수원 21기)와 인사노무그룹장인 이욱래 변호사(연수원 22기)도 상황에 따라 현장에 파견돼 팀을 이끈다. 현장대응팀이 현장을 지원하는 동안 종합상황실에서는 변론대응팀과 수사대응팀이 동시에 움직인다. 법원 출신 전문가들이 변론대응팀에 소속돼 사고 분석 및 법률 검토, 변론·대응전략을 수립한다. 변론대응팀은 판사 출신 장상균(연수원 19기) 이혁(연수원 26기) 이정환(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주축을 이룬다. 수사대응팀에는 검사 출신의 이상철(연수원 23기) 김범기(연수원 26기) 변호사와 경찰 출신의 장우성(연수원 34기) 안무현(로스쿨 1기) 변호사 등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경 출신 전문가들이 소속됐다. 종합상황실은 사고에 따른 행정제재와 구속영장 신청 같은 변수에 대응해 나가면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가동해 고객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쏟는다. 태평양 중대재해 대응본부를 총괄하는 김성진 변호사(연수원 15기)는 “종합상황실은 송무와 자문이 모두 강한 데다 압도적인 중대재해 사건 경험을 토대로 유기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태평양만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경영 리스크 차단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고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가 3년째 끊겼다. 올해는 신년사 대신 작년 말 닷새 동안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설날 노동신문에 싣는 방식을 선택했다. 작년은 새해 벽두부터 노동당 8차 대회를 열어 신년사를 하지 않았고, 재작년은 올해처럼 설 직전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신년사를 대신했다. 김정은은 왜 집권 이후 매년 하던 육성 신년사를 포기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크게 3가지 이유로 차마 신년사를 할 수 없을 듯하다. 첫째는 창피함이다. 도저히 말할 체면이 없다. 신년사는 회의 결정을 신문에 싣는 것보다 훨씬 더 무게감을 가진다. 김정은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북한 주민에게 약속하는 일인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직접적인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신년사를 계속 하다간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비난이 점점 커질 수 있다. 북한의 신년사는 수십 년 동안 늘 “지난해는 위대한 승리의 한 해였다”로 시작됐다. 과거엔 억지로라도 성과라는 것을 나열했지만 최근 3년 동안은 도무지 자랑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성과가 없는데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화자찬하면 시작부터 거짓말쟁이가 된다. 지난해만 봐도 김정은은 세 가지 대공사에 북한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평양에 5년 동안 5만 채를 건설하며 첫해에 1만 채를 완공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1일자 노동신문은 “1만 채 건설이 기본적으로 결속됐다”고 전했다. 첫해부터 완공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마라톤을 한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5분의 1도 가지 못하고 주저앉은 셈이다. 김정은이 1만 채 건설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 여러 차례 현장에 나가 독촉했던 보통강 다락식 주택구 건설은 “기본적으로 결속됐다”는 표현도 아닌 “새로운 건축 형식이 도입됐다”고 밝히고 있다. 검덕지구 5000채 살림집 건설도 성과적으로 진척됐다고만 밝혔다. 일부는 완공했지만 약속했던 숫자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작년 벌인 공사를 마저 마무리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또 공사를 벌여놓겠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올해는 차마 공사판을 언급하진 못하고 전원회의 결정을 내세워 농사혁명, 밀 재배 등을 운운하며 관심사를 농촌으로 돌리려는 듯하다. 그 결과 북한 사람들은 작년엔 공사판에서, 올해는 논밭에서 삽질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작년만 그런 게 아니다. 그 직전 2년 연속 김정은이 역점 사업으로 내밀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양종합병원이 모두 완공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년사를 통해 뭘 약속한다는 것은 거짓말 보따리만 더 키우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 않으니 당 대회나 전원회의 형식을 빌려 과제만 나열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신년사를 못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셀프 봉쇄’ 24개월 만인 16일 북한 열차가 단둥에 나왔다고는 하지만, 열차가 다닌다고 북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북한의 대외무역은 80% 이상 줄었다. 2017년부터 사상 최강의 유엔 대북 제재가 잇따라 채택되면서 북한의 3대 수출 상품인 광물, 수산물, 임가공 수출이 중단됐고 2019년 12월까지 해외 노동자들도 대다수 귀국했다. 북한의 돈줄이 꽉 막힌 것이다. 그러니 코로나 봉쇄가 풀려도 북한이 벌 수 있는 외화는 10년 전에 비해 많이 쳐줘도 20% 수준에 그친다. 이는 코로나가 사라져도 김정은에겐 희망이 없다는 의미다. 신년사를 못 하는 세 번째 이유는 여러 정황을 통해 볼 때 건강상 문제일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김정은은 살이 급격하게 빠지는 등 외형상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양강도 삼지연 건설장에 나타난 것을 빼면 평양 시내만 서너 차례 시찰했을 뿐 지방에 나가지 않았다.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게을러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10주기 기념식에 나타났을 땐 급격한 노화 흔적도 보였다. 물론 김정은이 신년사를 읽지 못할 상황은 아니겠지만 읽는 순간 목소리, 숨소리, 혈색 등의 분석이 가능하다. 과거와 차이가 크다면 북한 주민부터 “예전보다 훨씬 숨이 가빠 하는데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식으로 수군거릴 수 있다. 김정은에게 신년사를 하라고 독촉하고 싶진 않다. 현실은 점점 시궁창에 빠져드는데 고장 난 축음기처럼 매년 “위대한 승리의 해”라는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하는 것은 북한 주민도, 나도 듣기 괴로운 일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