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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설공단 직원들은 최근 서울 강북구 한 상가 앞에서 가게 주인들에게 혼쭐이 났다. ‘따릉이’ 대여소를 상가 앞에 만들겠다는 안내문을 붙인 직후였다. 시민들이 어디서든 쓸 수 있게 빌려주는 공공자전거가 따릉이다. 따릉이를 타려면 거치대와 대여 시스템을 갖춘 대여소가 필요하다. 대여소에는 보통 10대 정도를 둔다. 따릉이를 위탁 운영하는 공단 직원은 보도 폭이 넉넉하고 차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 자전거 운반 차량을 대기에 수월한 공간을 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여기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상권 침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점에 자재를 들여오는 차량이 오가야 하는데 대여소가 생기면 어떡하느냐는 얘기였다. 자전거가 지나다니면 손님에게 방해가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공단 측은 대여소 후보지에서 이곳을 제외했다. 2015년 10월 달리기 시작한 서울시 따릉이가 두 돌을 넘겼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3월 지난해 5600대이던 따릉이를 연말까지 2만 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여소를 설치하려는 공단과 “우리 가게(집) 앞에는 안 된다”는 주민 사이 갈등이 적지 않다. 서울시내 따릉이 대여소는 9월 말 기준 896개다. 올해 안에 380개, 내년 264개를 더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알맞은 공간을 찾기가 녹록지 않다. 많은 시민이 다니면서 동시에 보도 폭은 4m를 넘어야 하고, 주변에 전신주나 공중전화기 등 전원을 연결할 곳이 있어야 한다. 주로 지하철역 주변 일반 자전거 거치대가 고장 난 자전거와 쓰레기로 방치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공단은 중랑구 상봉지하차도 입구에 대여소를 둘 계획이었지만 7월 취소됐다. 지하철 7호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환승역인 상봉역과 대형 쇼핑몰 사이에 있어 수요는 많았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며 격렬히 반대했다. 공단 관계자는 “따릉이 대여소는 자전거 수를 조정하기 위해 매일 관리한다. 여름 내내 설득했지만 아파트 입주자대표 등이 구·시의원까지 동원해 반대해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따릉이 대여소 후보지 가운데 실제 대여소는 세 곳 가운데 두 곳 수준으로 설치된다. 현장에서는 “연내 2만 대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각 자치구가 설치한 일반 자전거 거치대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 제삼차 부장은 “미관도 살리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자치구 협조를 일일이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따릉이 가입자가 늘면서 ‘얌체’ 이용자도 덩달아 늘어난다. 따릉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2분 단위로 예약과 취소를 반복해 다른 사람이 못 쓰게 만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광진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 씨(30)는 “분명 대여소에 자전거가 있는데도 앱에는 ‘빌릴 수 있는 자전거가 없다’고 뜨더라. 알고 보니 앱으로 자전거를 ‘찜’해 놓은 사람들 때문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외곽에서 자전거를 타고 경기도에서 내린 뒤 제대로 반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따릉이 운영센터에 전화를 걸어 “죄송하지만 따릉이를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꼼수 이용을 막을 수 있도록 하반기에 시스템을 개선해 내년 상반기부터 앱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뚜렷한 기준 없이 수도권 버스 관련 인허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감사위원회는 도시교통본부 최종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위는 올 상반기 벌어진 버스운수업체 차량 불법개조 사건 후속조치로 5월 29일부터 열흘간 도시교통본부를 감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업체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전·현직 도시교통본부 공무원 두 명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사위는 수도권 버스 노선 협의와 결정이 사실상 담당 공무원 재량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수도권 버스는 노선 인허가권이 도시교통본부에 있다. 준공영제인 서울시와 달리 민영인 경기도 버스업체와 시 공무원 사이에 유착관계가 생길 수 있다고 감사위는 지적했다. 시민이 버스 노선 조정심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노선조정분과위원회도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전체 노선 조정 234건 중 68건(29%)만 심의하는 데 그쳤다. 도시교통본부가 관할하는 공항버스는 면허 관련 평가 지표와 요금 산정 방식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시교통본부는 지난달 28일부터 버스 관련 업무처리 기준을 만들어 공식 시행했으며, 공항버스 면허발급 기준은 12월 평가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젊은 시절 몸 바쳐 일한 한국과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 가정도 이웃도 잊고 직장에 매달렸지만 은퇴한 뒤 돌아온 동네가 낯설기만 한 것은 마찬가지다. 인구 고령화를 한국보다 먼저 겪은 일본에서는 이들 베이비붐 세대를 지역 사회로 흡수하기 위해 국가와 민간이 함께 나섰다. 생애학습(生涯學習), 즉 평생교육을 통해서다. 일본은 시민과 지방자치단체가 기획부터 수강, 과외 활동까지 함께 이끌어가는 지역맞춤형 평생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스스로 기획 공민관(公民館)은 일본이 패전 후 사회교육법을 제정해 전국에 설치한 평생교육시설이다. 대부분 기초단체가 운영하는 교육시설이면서 주민의 사회참여 거점이기도 하다. 1955년 만든 도쿄(東京)도 구니타치(國立)시 공민관이 대표적이다. 11일 오후 방문한 구니타치 공민관은 흰색 타일 외벽의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이다. 1979년 개축해 외형은 낡았지만 청년부터 노년층까지 스스로 낸 아이디어로 짠 프로그램이 가득했다. 로비에서 이용자들은 삼삼오오 책을 읽거나 대화했다. 1층 도서관 앞을 비롯해 의자와 탁자가 곳곳에 있다. 각종 회의실과 교육실도 강좌가 없으면 언제든 빌려 쓸 수 있다. 공민관에서는 이용자의 자발적 모임을 강좌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해 공민관 이용자 7만4000명 가운데 강의 수강생은 연인원 1만4000명이었다. 학습모임인 ‘서클’ 활동은 노년층에서 가장 활발하다. 처음 지었을 때는 고등교육을 못 받은 청년과 전업주부가 가장 많았다. 공민관으로는 전국에서 처음 보육실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년층 강좌인 실버학습실 인기도 높아졌다. 고혈압과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조리법을 배우는 요리교실과 자연관찰교실, 시민단체 ‘구니타치 생활을 기록하는 모임’ 소속 강사가 진행하는 향토사 배우기 교실 등 다양하다. 실버학습실 인기는 ‘졸업’ 후에도 이어진다. 강좌를 들은 노인 200여 명이 모인 서클에서는 원하는 주제에 따라 10∼20명 단위의 유닛(unit)을 구성해 활동한다. 초등학교 일본어 교사로 은퇴한 뒤 이곳에서 20년째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마쓰다 사다에(松田貞江·80) 씨는 “무료인 데다 규제가 없어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노인들이 기획한 ‘알츠하이머병 학습실’도 인기다. 치매 등 중증질환자 간병인 모임이 제시한 기획안을 공민관 운영심의위원회에서 실제 프로그램화했다. 오후 1시 반∼4시에 열리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관련 영화를 보고 서로 간병 경험을 나눈다. 청년 프로그램은 여전히 활발하다. 1층 로비에는 “장애, 비장애 청년이 함께 일할 공간을 마련하자”며 청년들이 만든 카페 ‘와이가야’가 있다. 히토쓰바시(一橋)대 등 인근 대학의 학생들은 수요일 저녁마다 ‘LABO구니스타’라는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과외를 한다. 공민관은 20∼30년 전부터 변환기를 맞았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이 확산되면서 평생교육도 공공분야에서 민간분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구치 게이타로(井口啓太郞) 도쿄도 사회교육주사는 “시대 흐름에 따라 장애인이나 외국인처럼 다양한 사회취약계층의 요구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뺨치는 강의 수준 1980년 이후 공민관 이외에도 다양한 평생교육기관이 등장했다. 지자체나 시민단체가 여러 형태의 시민대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12일 찾은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시민아카데미에서는 매 학기 수준 높은 강좌를 선보인다. 이곳은 1993년 아예 노년층을 타깃으로 설립했다. 지난해 수강생 6882명 중 41%가 60대, 47%가 70대 이상이다. 한국의 평생학습관이 서예 가요 운동 등 취미생활 강좌 위주라면 가와사키 시민아카데미는 올 2학기 기준으로 국제관계, 환경과 미도리(녹색), 새로운 과학의 세계를 비롯해 38개 정규 강좌가 개설됐다. 나가타 슌이치(長田俊一) 사무국장은 “수강료는 강의당 약 1000엔(약 1만 원) 정도로 대학이나 신문사 교양강좌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규 강좌에는 유명 교수가 강의하는 ‘엑설런트 강좌’도 있다. ‘북유럽 정치경제사회’와 같은 전문 강의다. 수강생이 관련 주제를 놓고 발표와 토론을 하는 ‘워크숍’이 함께 개설된 정규 강좌도 많다. 이날 오후 철학자 우치야마 다카시(內山節)의 ‘인간학’ 수업 후 열린 워크숍에서 백발의 수강생들은 강의 주제인 ‘일본의 전통사회와 사후세계’ 관련 희곡을 DVD로 보며 조곤조곤 토론을 벌였다. 수강생인 재일교포 손복순 씨(66)는 “자영업을 그만둔 뒤 구에서 배포한 홍보물을 보고 이곳을 알게 됐다”며 “강의 수준이 높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을 살린 강의도 많다. 산업이 발달된 만큼 수강생들이 지역 기업 최고경영자를 직접 초청해 강의를 듣는다. 지역 환경과 역사를 공부하는 ‘가와사키학(學)’은 인기가 높다. 현장을 직접 탐방하면서 건축, 시설물과 환경변화를 관찰한다. 최근에는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커진다. 요양원에서 치매 노인들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아동 빈곤문제 해결 방법을 논의한다. 공립 수도대학도쿄 김윤정 교수는 “학습기회가 풍요로워진 만큼 시민대학의 목표는 단순히 강의를 제공하기보다 사회를 성숙하게 이끌어갈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구니타치·가와사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가 우렁이농법으로 생산한 친환경 쌀 39t을 처음 수확했다. 무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은 8개 농가 논 6만6000m²에서 수확한 햅쌀이다. 이 쌀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강서구, 강서농업협동조합이 농가에 우렁이농법과 친환경 항공방제(防除) 등을 알려줘 재배했다. 강서구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벼농사를 짓는다. 농업기술센터는 무농약 농산물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제초용 우렁이를 무상 공급했다. 토양 성분을 분석해 화학비료도 권장 기준의 3분의 1 이하로 쓸 수 있도록 도왔다. 항공방제는 기존 합성농약 대신 식물 추출물로 만든 친환경 유기농 농약을 사용했다. 생산된 쌀 39t은 ‘경복궁쌀’이란 상표로 ‘무농약 인증쌀’ 마크를 달고 판매된다. 경복궁쌀은 서울에서 생산되는 쌀 브랜드로 3월 특허청 상표등록을 마쳤다. 서울에서 올해 나는 쌀 1550t 가운데 약 390t이 이 상표를 달고 판매된다. 도정을 마치는 다음 달 중순부터 강서농업협동조합 11개 지점과 강서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살 수 있다. 가격은 시중보다 20∼30% 비쌀 것으로 보인다. 시는 친환경 쌀 재배면적을 늘리고 판로를 다양화할 예정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최근 공개된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동상(사진)의 제작 동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상 제막식에서 조각가의 이 같은 작품 의도를 듣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이 행사 도중 자리를 떠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16일 한미연합사단은 경기 의정부 미군기지 ‘캠프 레드클라우드’에서 2사단 창설 100주년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방주혁 씨는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미국의회 연설에서 6·25 참전용사를 한 명씩 거명하자 참석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던 감동적인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방 씨가 기증한 조형물은 6·25전쟁 당시 지평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미 2사단 제23연대장 폴 프리맨 대령의 동상이다. 당시 제막식에 참석했던 안 시장은 제작자의 작품 의도를 듣던 중 불쾌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한 뒤 행사장을 나왔다. 안 시장은 다음 날 미 2사단 측에 “작품 의도가 행사 취지에 맞지 않아 유감”이라며 “동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답변해 달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도 보냈다. 주최 측은 “제막식 당일 작품 설명은 개인의 의견일 뿐이며 행사 취지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의정부시는 6월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공연을 개최했다. 하지만 반미단체의 항의로 주요 가수들이 불참해 파행을 빚자 안 시장은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0일 서울 서초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 참가국 예술인들의 ‘월드 컬처 콜라주’ 공연이 열린다. 월드 컬처 콜라주는 올림픽 참가 15개국 공연단이 무료로 문화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축제다. 지난달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전국 71곳에서 펼쳐진다. 서초구 월드 컬처 콜라주는 서초문화원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이날 서초구청 광장에서 낮 12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영국 거리 공연극 ‘나를 던져줘’와 핀란드 서커스 ‘공중그네 히어로’가 펼쳐질 예정이다. ‘나를 던져줘’는 서로를 들고 던지는 동작을 통해 사람 사이의 교감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공중그네 히어로’는 사회 이면에 숨겨진 계층구조를 서커스로 드러낸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열흘의 긴 연휴 이틀째인 1일, 서울 강남구 고양이호텔 ‘캣틀리에’ 14개 객실은 추석 전날 ‘입실’ 예정인 2개를 포함해 만실(滿室)이었다. 이곳에서는 자기 영역을 지키는 고양이의 습성을 존중해 1묘(猫)1실을 원칙으로 방을 배정한다. 넓게 돌아다니기보다 수직으로 오르내리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각 객실에는 캣타워(고양이용 수직구조물)를 설치했다. 바닥에는 독일산 천연양털 깔개를 깔고, 거실에는 전용 수족관을 마련했다. 하룻밤 숙박요금은 채광이나 넓이에 따라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5만5000원이다. 가격대가 사람용(?) 숙박업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이날 만난 신진섭 대표 휴대전화는 뒤늦은 입실 문의전화로 끊임없이 울렸다. 다섯 살 난 고양이를 여기에 맡기고 8박 9일 일정으로 출국한 이모 씨(40)는 “고양이는 낯선 데를 싫어하기 때문에 갔던 곳을 계속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휴에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믿고 맡길 곳을 찾으면서 동물 전용 호텔은 문전성시다. 최근에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생활습관이 독립적인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져 고양이호텔이 덩달아 늘고 있다. 최근 발족한 한국고양이호텔협회에는 20여 곳이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800∼900개로 추정되는 애견호텔(애견카페, 반려동물 맡아주는 동물병원 포함)은 점점 고급화되는 추세다. 같은 날 찾은 강남구 애견호텔 ‘개러리아’ 로비는 뛰어다니는 개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박에 5만 원인 스탠더드룸부터 햇볕이 드는 최고급 스위트룸(10만 원)까지 13개 객실이 이미 다 찼다. 방마다 주인이 언제든 개를 볼 수 있도록 폐쇄회로(CC)TV가 달려 있다. 개들이 방에서 나와 놀이공간에서 지내는 낮 시간에는 직원들이 수시로 사진과 동영상을 일일이 찍어 주인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준다. 한 살짜리 반려견을 2일 호텔에 맡기고 가족여행을 떠난 이현선 씨(41)는 “저급 동물호텔이나 동물병원에서는 좁은 우리에 넣어놓기 일쑤고 연휴가 길어 ‘돌보미(펫시터)’를 따로 구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개러리아 김유라 대표는 “안전 보장을 위해 다른 개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개들은 분리해서 관리하고 대형견은 아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급 반려동물 호텔에서도 유기(遺棄)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계약 기간이 지나도 추가 비용을 내지 않거나 아예 동물을 찾아가지 않는다. 많은 호텔은 ‘계약 만료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기로 판단하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한다. 하지만 호텔로서도 살아 있는 동물을 선뜻 보호소로 보내기는 쉽지 않다. 새 주인에게 입양되기보다 안락사 가능성이 높아서다. 2015년 고양이를 맡기고는 1년 가까이 찾아가지 않은 주인에게 미납금액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신 대표는 “동물을 버린 행위 자체로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3월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동물을 버리는 주인에게는 과태료가 현행 1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높아진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 주차장에서 브레이크가 채워지지 않은 채 비탈에 주차됐던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가족을 덮쳐 3세 아들이 숨지고 임신 중인 어머니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일 경기 과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서울랜드 동문 주차장 비탈에 박모 씨(49)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차하고 매표소로 갔다. 이 차량은 잠시 뒤 비탈을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당시 비탈 아래쪽에서는 A 씨(36·여)와 남편이 차량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던 중이었다. 아들 B 군은 옆에 있었다. SUV는 A 씨 일가족을 덮쳤다. B 군은 중상을 입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 씨도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 부부는 모두 사고 충격으로 경찰 조사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를 낸 SUV를 주차한 박 씨는 경찰에서 “차를 세운 뒤 변속기 기어를 파킹(P)이 아닌 드라이브(D)에 둔 채 시동을 끈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랜드 동문 주차장의 비탈 경사가 심하지는 않지만 차량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고 그대로 둘 경우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박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과천=남경현 bibulus@donga.com / 홍정수 기자}
국경일과 임시공휴일이 겹쳐 어느 때보다 추석 연휴가 길지만 꼭 먼 곳으로 떠나야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번잡하던 도시가 텅 비는 이때, 가족과 함께 도심에서 조용히 즐기기 좋은 전시회를 찾아 ‘힐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는 죽음을 앞둔 이들의 목소리와 눈빛을 담은 사진전 ‘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열리고 있다. ‘카메라를 든 성직자’로 불리는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는 스무 명을 인터뷰했다. 모든 사진은 디지털 보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촬영하고 인화했다. 작가는 2년에 걸쳐 환자들을 만나 ‘인생에서 사랑의 역할’ 등 삶에 관한 서른일곱 가지 질문을 던지고 사진을 찍었다. 전시장에는 관람객 눈높이에 환자들 인터뷰 내용과 자필 메시지를 배치하고 그 위에 사진을 걸었다. 사진보다 글을 먼저 읽어 달라는 작가의 주문이다. 다음 달 31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면 1년 뒤 카카오톡으로 되돌려주는 ‘나에게 쓰는 편지’, 삶과 죽음에 관한 특별 강연회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음 달 1일과 22일에는 작가와 영상통화로 대화할 수도 있다. 매주 월요일과 3~5일을 제외하고 매일 열린다. 서울 종로구에서는 현대 한국화의 거장 남정(藍丁) 박노수 화백의 생가를 개조한 구립박노수미술관 개관 4주년 기념전 ‘성하(盛夏)의 뜰’이 30일 개막한다. 박 화백 전성기인 1970년대 작품 중 한여름처럼 정열적 에너지가 느껴지는 대표작들을 전시했다. 1937년 지어진 뒤 박 화백이 40년간 살았던 가옥 자체도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등록됐을 만큼 조형미가 뛰어나다. 직접 수집한 수석(壽石)과 다양한 나무로 꾸민 정원도 아름답고 고즈넉하다. 내년 8월까지 이어지는 기획전시 기간에는 주중 매일 오후 3시, 전시해설프로그램이 시작된다. 매주 월요일과 다음 달 3, 4일은 휴관이다. 서대문구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 마련된 ‘당신의 자서전을 담은 박물관-1926년생 서울사람 김주호’는 3대가 함께 찾아볼 만하다. 실존 인물인 서울 토박이 김주호 씨(2015년 별세)의 일상 생애를 보여주는 유품을 자서전 형태로 구성했다. 일제강점기 교육제도를 알 수 있는 1939년 경기중 입시 수험표, 당시 은행원 월급(3940원)이 적힌 조선식산은행 임명장(1948년), 1955년 찍은 결혼 앨범과 청첩장 등 근현대 교육, 결혼, 직장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를 만날 수 있다. 2019년 노원구에 생기는 ‘시민생활사박물관’ 홍보를 위한 이번 전시는 11월 19일까지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10월 4일)을 빼고 매일 열린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월요일인 25일부터 서울시 본청 1층 로비 한편에서는 가수 윤선애의 노래 ‘부용산’이 흐르고 있습니다. 18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시 7급 공무원 김모 씨(28)를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김 씨는 2015년부터 서울시에서 일했습니다. 밤낮 공부에 매달려 안면장애를 극복하고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을 때, 김 씨 어머니는 “대통령에 당선된 것보다 더 기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올 초 일 많기로 유명한 예산과로 발령받은 뒤 김 씨는 과다한 업무와 질책에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예산철이라 일이 몰리자 상사들이 휴일 근무를 독려해 토요일인 16일에도 김 씨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7일 휴대전화를 껐습니다. 각종 예산 마감기한이 이어지던 때라 일요일 휴무는 ‘무단결근’인 셈이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자 18일 오전 9시 20분경 같은 과 직원 세 명이 김 씨의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김 씨는 “출근하겠다”며 집을 나섰지만 오전 10시경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래 일곱 번째인 서울시 공무원의 자살로 시청은 유난히 뒤숭숭합니다. 그의 죽음이 특정 상사 ‘갑질’이나 개인 신상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공감대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소통 부족과 업무 편중으로 조직문화가 상처받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새로운 사업을 쏟아내고 현미경 보듯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박 시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현장에서는 “깨알 같은 지시사항이 쏟아지니 동료는커녕 후배 돌볼 겨를도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한 6급 공무원은 “시장이 대민(對民) 업무나 ‘이벤트’에 집중하는 동안 내부 식구들이 아파간다”고 토로했습니다. 박 시장은 26일 직원 정례조례에서 “모든 게 다 제 잘못”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논의 틀을 만들고 실상을 분석해 지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직장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전국 지하철이나 전철 무임승차로 생긴 손실을 정부 세금으로 보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철도를 운영하면서 무임승차로 입은 손실을 중앙정부가 메워주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을 합친 개정안은 65세 이상 노인과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이 지하철이나 전철을 무료로 이용해 발생한 손실을 중앙정부 예산으로 보전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야 의원 모두가 발의한 것이라 남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심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개 지자체는 이 같은 합법적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보전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꾸준히 요구했다. 6개 지자체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를 만들고 올 6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국회에 건의문을 전달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승객 16.8%인 4억2400만 명이 무료로 지하철을 타며 5541억 원의 손실이 났다. 6개 지자체가 운영하는 7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지난해 순손실 8395억 원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한다. 무임승차 평균증가율을 적용하면 2020년 적자규모가 7281억 원까지 늘 것으로 추산된다. 이 지자체들은 1984년 국가가 도시철도 무임승차제도를 도입했고 특히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는 복지정책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가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그동안 “도시철도 운영주체는 지자체인 만큼 손실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며 맞섰다. 개정안이 연말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6737억 원을 시작으로 5년간 예산 4조643억 원이 들어간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계했다. 이 때문에 국민 세금을 지자체 적자 보전에 사용하는 게 합당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정부 지원을 받아 철도를 놓은 대도시에 철도운영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이중 지원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철도안전·산업연구센터장은 “국비를 지원하려면 경영혁신을 통해 비효율적 도시철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철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교통 소외지역에도 혜택이 돌아가야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인 기준을 현행(만 65세 이상)보다 높이거나 운임 자체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제3회 서울정원박람회가 22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다. 시민부터 정원사까지 참가자 1600여 명이 만든 80개 정원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난해까지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서울정원박람회는 올해부터 여의도공원(2600m²)으로 옮겼다. 1999년 개장 후 낡아가는 여의도공원을 정원박람회로 재생시킨다는 의미에서다. 주 무대인 ‘문화의 마당’을 비롯해 공원 곳곳에는 ‘너, 나, 우리의 정원’이라는 주제에 맞춰 소통과 화합의 뜻을 담은 정원이 전시된다. 올 박람회 핵심은 정원 디자이너들이 만든 ‘예술정원’이다. 4월 공모를 통해 접수한 35개 작품 중 12개 작품이 선정됐다. 이들 정원은 박람회가 끝나도 여의도공원에 남는다. 학생과 일반시민이 만든 ‘포미터가든’(넓이 4m²)과 ‘더블포미터가든’(넓이 16m²) 20개는 편의점, 과학실험실, 테트리스 같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눈길을 끈다. 조경산업 분야 50개 기업이 마련한 ‘정원산업전(展)’ 부스에서는 최신 정원 꾸미기 트렌드를 만날 수 있다. 정원에 관심은 많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23일부터 정원 전문가들이 매시 정각마다 ‘해설이 있는 정원투어’를 한다. 반짝이는 비닐조각 수만 개를 이어 만든 그늘천막 ‘오로라 타프’ 아래 중앙무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어진다. 22, 24일에는 영화 ‘파크’와 ‘플라워쇼’를 상영하는 ‘가든시네마’가, 23일에는 ‘가을밤 정원음악회’가 열린다. 24일 ‘정원에 차린 식탁’에서는 청년 농부들이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요리하고 맛볼 수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비단이 아닌 번들거리는 커튼지, 와이어를 넣어 종 모양으로 만든 속치마, 허리에 맨 거대한 리본, 왕의 복식(服飾)과 어울리지 않는 갓…. 최근 들어 서울 종로구 북촌 일대를 가득 채우는 ‘퓨전 한복’의 모습이다. 분명 전통 한복을 흉내 냈지만 확연히 다른 이 옷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퓨전 한복을 문제시하기보다 “명랑해 보이지 않느냐”고 반기며 자신만의 전통 한복 세계를 꾸려 나가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종로한복축제에 참가하는 박정욱(52), 조경숙(49), 이혜미 씨(46)다. 20일 종로구 한옥문화공간 상촌재(上村齋)에서 만난 이들 ‘젊은’ 한복 장인은 “과거에 멈춰 있지 않고 예부터 전해진(傳) 것이 미래까지 이어질(通) 수 있어야 전통”이라며 한복을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그날’을 상상했다. 퓨전 한복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길이 고울 수만은 없다. 전통 한복에 깃든 가치관은 빠진 채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박 씨는 “퓨전 한복도 결국은 한복업체들이 ‘젊은이는 한복을 입지 않는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한복의 인기가 높아지니 손익계산만 하고 내놓은 변형 한복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씨는 “이런 ‘체험형’ 한복을 입는 것은 문화 향유가 아니라 ‘jpg’(사진파일)일 뿐”이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공유하기 위한 일종의 코스프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조건 ‘옛것’이 좋다고 매달리다 보면 한복산업과 시장이 커질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들 역시 좌충우돌한 끝에 자신만의 한복 스타일을 만들고 이끌어 가는 2세대 디자이너다. 중요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예능이수자인 박 씨는 한복업계에 흔치 않은 남성 디자이너다. 공연에서 자신이 입을 옷은 직접 짓는 그는 천편일률적이고 벙벙한 한복 대신 슈트 정장처럼 핏(fit)이 살아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서울시무형문화재 이수자인 조 씨와 이 씨는 어쩌면 정반대 분야에서 현대화한 한복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조 씨는 조선시대 당의(唐衣·여성 예복)나 조각보, 고구려 벽화 등을 활용해 드레스처럼 한복을 만들어 선보인다. 전통복식 분야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씨는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신(新)한복을 짓는다. 한복계의 이단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박물관 유리창 안에 들어 있는 옷이 아닌 ‘입는 한복’을 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씨는 “종이에 평면으로 본을 떠서 연결하는 서양 복식과 달리 한복은 입는 사람에게 입체적으로 맞추는, 그래서 가장 인간을 존중하는 옷”이라고 말했다. 종로한복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수요를 늘려야 한복산업이, 궁극적으론 한복이 살아난다는 생각에서다. 세 디자이너는 한복사랑방 부스를 열어 시민들에게 한복 올바르게 입는 방법도 알려줄 예정이다. 재능기부도 한다. 박 씨는 ‘한복 뽐내기대회’ 심사위원을 맡는다. 축제 첫날 지휘자 금난새 씨가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입을 한복은 이 씨가, 종로구립소년소녀합창단 단복은 조 씨가 지었다. 이들은 “우리가 지금 짓는 한복이 연결고리가 돼서 미래에도 한복 전통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새로운 전통 한복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은 범죄 예방에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김정훈 서울경찰청장과 ‘범죄 예방 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범죄 예방이 서울경찰청만 노력해서 되지 않는다는 데 공감하고 서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얘기다. 협약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서울시내 범죄 다발지역 정보와 지역별 112 신고 건수 통계 등을 서울시에 제공한다. 서울시는 안심 귀갓길 스카우트 같은 안전사업을 적용할 지역을 선정하거나 아파트 학교 공원 같은 도시생활공간을 설계할 때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한다. 범죄에 취약한 지역의 건물에는 적극 범죄예방디자인(CPTED·셉테드)을 적용한다. 셉테드는 범죄를 예방하는 공간 디자인을 뜻한다. 시는 2012년부터 낙후된 동네 골목길,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 등에 셉테드를 도입한 안전마을 53곳을 만들었다. 비상벨이나 고화질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지역을 정할 때도 두 기관이 협조하기로 했다. 비상벨을 누르면 112종합상황실과 즉시 전화로 연결돼 위치 추적을 통해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하도록 한다. 지금도 비상벨과 고화질 CCTV는 있지만 경찰과 협조함으로써 범죄 예방에 적절하게 활용될 장소를 찾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시는 내년까지 공원, 골목길, 지하도 등에 비상벨 1194개, 올해 말까지 고화질 CCTV 291대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기존 CCTV 3만4404대 가운데 저화질인 약 5000대는 2020년까지 고화질 제품으로 바꿀 예정이다. 모양이 제각각인 비상벨도 표준화하기로 했다. 시와 서울경찰청은 ‘지역안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반기당 1회 이상 정기회의를 열기로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가 강남구에 두려다 철회한 ‘제2시민청(市民聽)’이 강북에 들어선다.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실 관계자는 19일 “서울 동북권역으로 거의 확정된 상황”이라며 “이달 중 터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청은 전시와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시민 소통공간이다. 2013년 중구 서울시청 본관 지하에 시민청을 둔 데 이어 2015년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SETEC·세텍) 터에 두 번째 시민청을 조성하겠다고 시는 밝혔다. 하지만 강남구가 “땅의 원래 용도와 무관하다”며 강하게 반발해 지난해 12월 계획은 무산됐다. 이후 대체할 터를 찾느라 제2시민청 사업은 한동안 표류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면서 시민청이 들어설 공간이 있는 공공시설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강남구가 반대하고 인근 송파구를 비롯한 다른 자치구도 비용이나 접근성 등 문제가 있어 아예 한강 이남에 두자는 구상 자체를 포기했다. 서북권 은평구도 막판까지 물망에 올랐지만 서울혁신파크와 기능이 다소 겹칠 수 있고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가 있는 마포구와 서대문구가 가까워 제외했다. 시는 동북권 지역 가운데 기존 시민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 2∼4개 자치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강북구 등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2시민청선정자문단과 최종 검토를 거쳐 이달 말 제2시민청이 들어설 곳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달 공사를 시작해 내년 3월경 개관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시민청이 과연 필요한 공간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여름, 겨울에는 시민보다는 노숙인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제2시민청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역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며 “문화생활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지역의 문화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도심 속 바다축제’가 2년 만에 열린다. 지난해에는 시장 현대화를 둘러싼 갈등 탓에 파행했다. 서울 동작구와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동작문화원은 23, 24일 노량진수산시장 일대에서 제6회 도심 속 바다축제를 공동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2015년 10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 완료된 뒤 처음으로 신(新)·구(舊)시장 양쪽이 함께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옛 시장 상인들과 신시장으로 점포를 옮기려는 수협 측이 심하게 갈등했고 양쪽 상인들의 반목도 심해 축제가 무산됐다. 올해는 동작구와 수협노량진수산㈜, 신·구시장 상인회가 10차례 넘게 논의한 끝에 6월 협약을 맺고 축제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추석을 앞둔 대목에 수산시장을 홍보하고 판매도 촉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축제 기간 노량진수산시장에 들르면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황금물고기를 잡아라’에 참여하면 펄펄 뛰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아 집에 가져갈 수 있다. 생선회를 먹고 어종을 맞히는 ‘장금이를 찾아라’도 열린다. 모의 경매에서는 새벽마다 열리는 각종 경매에 시민들이 직접 참가할 수 있다. 신시장과 구시장 모두 최고 30% 할인된 값에 수산물을 파는 먹거리 장터를 연다. 첫날인 23일 오후 2시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으면 이곳을 지나는 정조대왕 능행차(陵行次) 행렬도 볼 수 있다. 올해는 서울 창덕궁을 출발한 행차요원 300명과 말 40필이 한강을 건너 노량진 한복판을 가로지른 뒤 경기 화성시 융릉(隆陵·사도세자 묘)까지 59.2km를 행진한다. 이에 맞춰 노량진 일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린다. 능행 중 정조가 쉬며 점심을 먹던 정자인 ‘용양봉저정’에서는 전통무예 시범과 닥종이 전시 등이 열린다. 노들나루공원 일대에서는 노래극 ‘조선의 꿈, 정조대왕’을 공연한다. 동작구는 이번 바다축제에 30만 명 이상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역에서 강동구 보훈병원을 잇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이 내년 10월 개통된다. 서울시는 길이 9.2km 3단계 구간 공정이 지난달 기준 85%라고 밝혔다. 모든 구간은 터널이고 열차 철로와 정거장 구조물 공사를 마쳤다. 잠실, 석촌, 상일 등 3곳의 지하철변전소에서 전력도 공급받기 시작했다. 각종 안전 설비를 설치하고 신호 시스템과 전동차 전력 공급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3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9호선은 2009년 7월 개통한 1단계(개화∼신논현)와 2015년 3월 개통한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를 합해 모두 39.2km가 된다. 급행열차 기준으로 보훈병원에서 김포공항까지 50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단계 구간 급행역은 석촌, 올림픽공원, 보훈병원 등 3개역이다. 3단계 구간에는 기존 구간과 달리 태양광발전으로 승강기 조명을 밝히고 지열(地熱)로 직원 근무 공간 냉난방을 하는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설비를 도입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다음 달 서울 지하철에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 보수원 175명이 새로 투입된다. 6월 서울교통공사에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지만 내년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사실상 정규직이다. 그러나 정작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직원들은 다시 ‘정규직 전환’ 반대를 외쳤다. 그동안 옛 서울메트로(1∼4호선)는 안전업무직 206명이 스크린도어를 보수했지만 지하철 5∼8호선에는 전담 인력 없이 신호분야 직원들이 보수 업무를 겸했다. 지난해 ‘구의역 사고’로 스크린도어 보수원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전담 보수원 175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기존 직원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준다는 취지도 있었다. 이들 175명은 서울교통공사 승강장안전문관리단에 소속돼 이달까지 3개월의 교육을 받고 다음 달 근무를 시작한다. 서울교통공사는 5호선 발산·왕십리·강동역과 6호선 월드컵경기장·보문역, 7호선 태릉입구·온수역, 8호선 가락시장역에 이들이 상주할 사무실을 만들고 있다. 출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고가 자주 발생하거나 접근성이 좋은 환승역 중심으로 선정했다. 1∼4호선 구간에는 현재 1·4호선 동대문역, 2호선 신대방·선릉역, 3호선 약수역에 사무실이 있다. 두 곳을 늘릴 예정이다. 이들 스크린도어 보수원은 정규직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인력은 정규직으로 고용된 직원과 대부분 무기계약직인 ‘직원 외 구분’으로 크게 나뉜다. 이들 175명을 합친 스크린도어 보수원 381명이 속하는 안전업무직 998명은 직원 외 구분에 속한다. 무기계약직은 외주용역에 비해 고용은 안정됐지만 처우나 승진, 복리후생 같은 근로조건은 정규직과 차이가 있어 ‘중(中)규직’으로도 불린다. 이들 안전업무직을 비롯한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1455명은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시 산하기관 무기계약직 2400여 명 정규직 전환’ 발표에 따라 내년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서울시가 정규직화라는 큰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각 산하기관의 노사 합의에 맡기면서 서울교통공사의 노노(勞勞) 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입사 4년 차 안팎의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직원들이 지난달 만든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은 13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3차 집회를 열었다. 청년모임은 “무기계약직의 무분별한 정규직화는 부당하다”며 “이는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드는 예산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며 시의 정책이 부실하고 무책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같이 내부 불만이 커지자 서울교통공사 3개 노조는 전날 노조원 약 400명이 참가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하려 했다. 하지만 이견만 드러내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히려 토론회 이후 사내 익명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논리가 중학생 수준’ ‘집단이기주의에다 갑질’ 등 서로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년모임이 사내에 붙인 벽보가 훼손되기도 했다. 청년모임 관계자는 “서울시가 충분한 소통이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여 직원들 사이에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내년 1월 1일자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노사, 노노의 이견을 최대한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규직화 방법 등을 논의하는 첫 노사 협의는 15일 열린다.홍정수 hong@donga.com·정지영 기자}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 지금 민원인과 대화하는 공무원도 민원인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중략) 아울러 상담공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시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대화내용은 민원인과 직원의 인권보호를 위해 녹음되니 언성을 낮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흥겨운 음악이 깔리며 친절한 목소리로 녹음된 안내 음성이 나옵니다. 약 50초 동안의 이 ‘반(半) 요청 반 경고’는 송파구 사회복지과 상담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원인과 상담을 하는 공무원이 벽에 달린 ‘예의지킴이 벨’을 누르면 스피커에서 나옵니다. 이 벨은 도대체 왜 설치된 것일까요. 송파구 A 주무관은 1월 민원인에게 기초생활보장급여가 중단됐다고 알렸더니 “네 집을 알고 있으니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을 들었습니다. 민원인은 구청에 수시로 찾아와 A 주무관에게 “너 때문에 자살할 거야”라며 폭언을 했습니다. B 주무관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칼을 들고 구청을 찾아오거나 벽에 머리를 ‘쿵쿵’ 찧는 민원인에게 시달리다가 마음의 병이 난 것입니다. 이런 악성 민원인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찾아와 폭력적 언행을 가하기 일쑤입니다. “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며 목청 높이는 민원인들로 인해 직원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는 일이 이어지자 송파구는 지난달 28일 예의지킴이 벨을 설치했습니다. 먼저 상냥하게 인사를 해서 ‘흥분한 민원인에게도 시간을 줘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도록’ 한 뒤, ‘더 계속하면 처벌 받을 수도 있다’고 설득한다는 전략입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민원인들이 1분 가까이 가만히 앉아 자동안내 음성을 들으며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오죽하면 ‘녹음된 도움’이라도 받고 싶어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서로 조금이나마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복지과 한 직원은 “벨을 도입하고 다행히 아직 써볼 일이 없어서 실제 효과는 모르겠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이며 웃었습니다. “웬만하면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8일부터 서울시청에서 일회용 우산 비닐커버가 사라진다. 비닐커버는 비 오는 날 건물 현관 앞에 비치해 우산에서 빗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용도로 쓰인다. 서울시는 11일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3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청 본관과 서소문별관에서 한 해 3만6000개씩 쓰던 우산 비닐커버를 없애는 대신 우산의 물기를 닦아내는 반영구식 빗물제거기를 설치한다. 시가 운영하는 재활용 나눔장터에서도 내년부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폐비닐이 다른 쓰레기와 섞이지 않도록 분리배출 기준도 통일한다. 비닐을 재활용하면 고형폐기물연료(SRF)로 만들어 에너지 생산이나 파이프 원료 등으로 쓸 수 있다. ‘공짜’ 비닐봉지를 없앨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도 건의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용량 0.5L 이하의 일회용 비닐봉지는 점포 규모에 상관없이 손님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규제하자는 취지다. 시는 전문가, 시민단체 등과 함께 실태를 조사하고 제도를 개선할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