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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동이면에서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농장 ‘여가벅스’를 운영하는 여진혁 대표(36)는 하루 한 번 이상 컴퓨터로 사육실의 온도와 습도 변화 데이터를 확인한다. 8일 오후 여 대표는 컴퓨터로 간밤에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됐음을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가벅스는 사육실에 설치된 가습기, 히터, 환풍기 등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팜이다. 농업(Agriculture)에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애그테크(AgTech)’로 미래를 찾는 청년 농부들이 늘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억대 매출을 이룬 이들의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 스마트기술로 ‘특허 메주’ 개발한 청년 농부 여 대표는 서울 토박이에 해외 유학파다. 25세에 캐나다로 가서 비즈니스마케팅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곤충산업이었다. 캐나다에서 만난 부인과 함께 아무 연고가 없던 옥천으로 내려와 꽃벵이 농사를 시작했다. 꽃벵이 유충 10kg을 분양받아 농장 운영을 시작한 초기엔 시행착오가 많았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덕분에 추위와 건조함에 민감한 꽃벵이를 일정한 크기로 키울 수 있었다. 남는 시간은 상품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쏟아부었다. 그 덕에 지난해 콩 대신 꽃벵이를 이용한 동물성 단백질로 발효식품인 메주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꽃벵이를 키우는 충청지역 청년 농부들이 중심이 돼 지난해 초 설립한 충청곤충산업협동조합은 여 대표가 성공적으로 농장을 운영하게 해준 1등 공신이다. 서로 설비, 마케팅, 가공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여기서 정보를 얻은 여 대표는 직접 스마트 설비들을 설치해 비용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조합이 운영하는 가공시설에서 꽃벵이 환, 진액, 분말 등을 만들어 공동 브랜드를 붙여 팔고 있다. 여 대표는 “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여섯 사람이 머리를 맞댄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 ‘저온 보관 종이박스’에 넣어 신선 배달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서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을 운영하는 오천호 대표(38)는 자신만의 아이디어에다 스마트 기술을 더해 성과를 냈다. 서울에서 죽집을 운영했던 오 대표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2011년 고향인 하동으로 내려왔다. “아기 이유식이니 죽에 간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던 한 손님의 부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12년 창업했다. 지리산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을 주원료로 썼다. 맑은 지리산 약수에 방사유정란, 하동 솔잎한우, 하동 유기농 쌀 등 112가지 농수산물을 사용해 이유식을 만들었다. 매일 1만 명분의 주문을 미리 받아 조리하고 포장한 뒤 24시간 안에 배송했다. 이유식을 포장하는 용기로는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이 나오지 않아 젖병 재질로 널리 쓰이는 비스페놀A 프리 용기를 사용했다. 내부에 보랭(保冷)재를 붙여 신선하게 배송하는 택배 종이박스는 특허도 받았다. 입소문을 탄 산골이유식은 매년 성장했다. 2013년 8명이었던 직원은 올해 52명으로 늘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비롯해 11개 백화점과 아웃렛에도 매장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70억 원, 누적 고객은 10만 명을 넘어섰다. ○ 온라인 마케팅으로 건강즙 판로 개척 강원 홍천지역 농산물로 칡즙, 도라지즙 등 각종 건강즙을 파는 ‘파머대디’의 이정호 대표(39)는 과거 소셜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해본 경력을 활용했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와 포털사이트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나 먹는 방법 등을 설명하며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썼다. 그가 판매하는 건강즙과 직접 키워 파는 감자, 옥수수 등 농산물의 90% 이상을 온라인을 통해 팔고 있다. 이 대표는 2014년 서울에서 운영하던 한정식 가게를 접고 귀농했다. 몇 차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5년 만에 연매출 5억 원의 실적을 냈다. 그는 창농을 하려면 교육이나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고 했다. 시장 분석과 마케팅도 강조했다. 그는 “새로 농업에 뛰어든 청년 농부에겐 기존 판로를 뚫는 것이 쉽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적인 창농을 꿈꾸며 농촌에 정착하는 20, 30대 청년 농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이하 귀농 인구는 2013년 1174명에서 지난해 1365명으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막연한 환상만으로 도전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청년 농부들의 조언이다. 자신만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도전한다면 농업은 가능성이 큰 청년 일자리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웅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새로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고 생산과 유통의 혁신을 이루는 차별화 전략을 써야 한다”고 했다.옥천=김자현 zion37@donga.com / 하동=최혜령 / 주애진 기자}
지난달 31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포도농장인 홍이농원. 농원주 홍승혁 씨(39)의 안내로 6600m² 규모의 포도밭에 들어서자 ‘스마트 종합관제시스템’이라고 적힌 철제함이 보였다. 이 상자 안에는 센서를 통해 땅속 습도를 측정한 뒤 수분이 부족할 때 물을 주는 제어장치가 있었다. 홍 씨는 “전에는 손으로 직접 흙을 만져봐야 물을 줘야 할지 알 수 있었는데 이젠 자동으로 밭에 물을 댈 수 있다”고 했다. 이 시스템은 홍 씨의 스마트폰과 연동돼 필요할 때 원격으로 물을 줄 수도 있다. 그는 6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했지만 스마트기술을 농업에 도입한 건 3년 전인 2016년부터다. 감각에 의존하던 전통적 농사법 대신 스마트 농법으로 수분을 일정하게 공급하자 포도 알이 종전보다 균일하게 됐을 뿐 아니라 당도도 높아졌다. 연매출은 약 20% 늘었다. 홍 씨는 포도뿐 아니라 사과(8260m²)와 벼(3만3060m²) 농사도 짓고 있다. 세 가지 작물을 재배하는 데 부모님과 홍 씨 3명만으로 충분하다. 스마트팜이 아니었다면 일손이 달려 포도와 사과 중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홍 씨는 말했다. 동아일보는 전국에서 지능형 농장을 운영하며 ‘농촌의 4차 산업혁명’인 스마트팜 시대를 열고 있는 농부들을 만났다.▼ “스마트팜 가능성 확인… 농사용 드론 자격증도 따” ▼스마트팜 덕분에 홍 씨는 직장생활을 할 때나 귀농 초기에는 누릴 수 없었던 ‘워라밸’을 찾았다. 그는 “종전에는 하루 종일 농사에 얽매여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두 아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스마트팜의 가능성을 본 홍 씨는 최근 드론 자격증을 땄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파종을 하거나 병충해 방제용 농약을 칠 때 활용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팜은 2014년 본격적으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단순 원격제어 수준의 1세대를 거쳐 현재는 설정된 환경에 맞춰 급수와 온도 조절 등을 자동으로 하는 2세대에 이르렀다.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이 사실상 농장을 운영하는 3세대 스마트팜 시대도 머지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기술 개발로 스마트팜 혁명을 앞당기고 있다. SK텔레콤과 대동공업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앙기를 내놓은 데 이어 LG유플러스는 드론을 이용해 밤에도 작물보호제를 뿌리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을 조성해 클러스터형 스마트팜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화성=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스마트팜에 도전하는 청년 농부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과 노하우다. 담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 대출을 이용하기 어렵고 새로운 분야인 만큼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런 청년 농부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4월부터 ‘청년농 스마트팜 종합자금’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만 40세 미만으로 농업계고 졸업자, 대학의 농업 관련 학과 졸업자, 정부가 지정한 스마트팜 청년 창업 보육센터에서 교육받은 사람이 지원 대상이다. 최저 연 1%의 금리로 1인당 30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 스마트팜 대출과 달리 심사 때 대출신청인의 소득 수준 등을 보는 재무평가 절차가 없다. 보통 스마트팜 대출은 시설자금의 90%까지만 빌려주는데 이 지원책을 이용해 10억 원 이하의 시설비를 신청하면 전액 대출이 가능하다. NH농협은행 각 지점에서 신청할 수 있다. 스마트팜 관련 교육도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경기 화성시 ‘포도명품화사업소’에서는 포도 재배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팜 교육과 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에는 KT와 농업법인 제주스마트파머스가 운영하는 ‘제주스마트팜 인큐베이팅센터’가 있다. 농식품부는 스마트팜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20개월 장기 창업·보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60명을 선발한 데 이어 2022년까지 교육인원을 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빛이 강해지기 시작한 1일 정오. 강원 철원군 갈말읍 낙원농장에서 닭(육계)을 기르는 안태주 씨(35)는 서류를 떼러 읍사무소에 들렀다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양계장 내 환기 레벨을 7에서 9로 높여 환풍기를 세게 돌렸다. 갑자기 높아진 기온 때문에 닭들이 병들거나 폐사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의 양계장은 환풍기, 열풍기 등을 설정된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운영하거나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축사’다. 안 씨는 “닭을 키울 때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스마트팜이 아니었다면 마음대로 외출하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팜이 가져온 농업 혁신 낙원농장에선 육계 9만 마리를 키운다. 자동으로 먹이를 주는 ‘자동급이기’에 사료만 채워두면 특별히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양계장 6개 동에 각각 설치된 통합제어시스템에 필요한 온도, 습도, 환기량 등을 설정해두면 제어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안 씨는 “일반 농장은 2시간마다 나가서 양계장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데 스마트축사에선 하루에 2, 3번만 살펴봐도 충분하다”고 했다. 안 씨는 2011년 아버지가 사고로 입원하면서 부모님이 운영하던 양계장 일을 돕기 시작했다. 대학 때 전공한 전자 분야 지식을 활용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양계에 접목한, 자신만의 스마트축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시간이 크게 절약될 뿐 아니라 기계는 사람의 손보다 정확하고 실수가 없어 닭의 폐사율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 가금류 가공회사로부터 육계 생산을 위탁받은 낙원농장은 9만 마리의 육계를 키우면서 지난해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안 씨의 아버지가 예전 방식으로 육계 13만 마리를 키우면서 올린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안 씨는 “다른 위탁생산 농장들과 비교할 때 우리 농장의 생산성이 약 30% 높다”고 했다.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하기 어려운 신종 작물을 키우기도 더 편리해졌다. 경북 성주군에서 참외(1만3220m²)와 멜론(1980m²)을 키우는 ‘아침이슬농장’의 이상학 씨(57)는 스마트기술을 이용해 ‘캔털루프 멜론’을 재배한다. 속이 주황색인 이 멜론은 주로 프랑스에서 재배된다. 항산화 성분이 많고 혈관 질환에 효과가 좋아 인기가 높지만 고온과 병충해에 민감해 재배가 쉽지 않다. 이 씨는 “스마트기술로 차단막을 자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어 온도 관리가 쉬운 데다 폐쇄회로(CC)TV로 수시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병충해에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자라는 멜론의 품종인 하미과(哈密瓜)도 실험 재배하고 있다. 스마트팜 덕분에 늘어난 여유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대체작물 실험, 품종 개발에 쏟을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이다. 원래 비닐하우스를 하루 여덟 번씩 오가며 살펴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온도, 습도, 환기 등을 조절하고 CCTV로 실시간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덕분에 인건비도 크게 줄었다. 이 씨는 “예전에는 수확철에 많으면 7, 8명을 고용했지만 지금은 2명만 고용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일손이 덜 들어 14개 동이었던 비닐하우스를 21개 동으로 늘렸다.○ 자율주행 기계로 논 갈고 컨테이너서 채소 재배 농촌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스마트농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 농기구다. LS엠트론은 직진(直進)용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을 올해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트랙터가 직진과 회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정해진 길뿐만 아니라 경로를 만들면서 논을 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LS엠트론은 탑승자의 감시 아래 트랙터가 무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어 2022년에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도 되는 무인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KT는 ICT 기반으로 구축한 컨테이너팜, 스마트온실, 스마트노지팜 등 다양한 스마트팜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컨테이너팜은 컨테이너 내부에 생육 환경을 조성해 ICT로 제어하면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지능형 농장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표준화된 재배 매뉴얼과 솔루션을 제공해 초보 농업인도 고품질 채소류를 쉽게 생산할 수 있다. KT는 지난해 1월부터 서울 서초구 KT융합기술원 내부에 컨테이너팜 2대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바질과 상추, 청경채, 적겨자 등 15종에 대한 발아와 재배, 수확에 성공했다. KT 관계자는 “연중 농한기 없이 11∼12작기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명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팜 자체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늘릴 뿐 아니라 ICT로 전후방산업이 확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철원=주애진 jaj@donga.com / 황태호·허동준 기자권희원 인턴기자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9일 지명된 조성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통한다. 청문회를 통과하면 공정위 첫 여성 수장이 된다. 조 후보자는 기업재무 전문가로 기업지배구조와 재벌정책 등을 연구하며 이름을 알렸다. 학계에선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못지않은 ‘재벌 전문가’로 꼽힌다. 2003년 국제학술지 금융경제학저널(JFE)에 실린 ‘기업지배구조와 수익성’ 논문에서 낙후된 지배구조와 지나치게 높은 부채 의존도로 인한 재벌기업의 연쇄 도산이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전임자인 김 실장의 대학 1년 후배로 한국금융학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학회 관계자는 “두 사람이 대기업 정책 등에 대한 공감대가 커서 김 실장이 추천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지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재벌개혁도 중요하고 공정경제도 중요하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다 중요하다”고 했다. △충북 청주(55세) △충북 청주여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미국 뉴욕주립대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9일 지명된 조성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통한다. 청문회를 통과하면 공정위 첫 여성 수장이 된다. 조 후보자는 기업재무 전문가로 기업지배구조와 재벌정책 등을 연구하며 이름을 알렸다. 학계에선 김 실장 못지않은 ‘재벌 전문가’로 꼽힌다. 2003년 국제학술지 금융경제학저널(JFE)에 실린 ‘기업지배구조와 수익성’ 논문에서 낙후된 지배구조와 지나치게 높은 부채 의존도로 인한 재벌기업의 연쇄 도산이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학술지인 ‘경쟁저널’에 게재한 ‘대규모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에선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전임자인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의 대학 1년 후배로 한국금융학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학회 관계자는 “두 사람이 대기업 정책 등에 대한 공감대가 커서 김 실장이 추천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학계에서 주로 활동해 조직을 이끌어본 적 없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조 후보자는 지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재벌개혁도 중요하고 공정경제도 중요하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다 중요하다”고 했다. △충북 청주(55) △충북 청주여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미국 뉴욕주립대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내년부터 국내 기업이 외국에 있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인수합병(M&A)하면 인수대금의 5∼10%만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16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는 이달 5일 정부가 밝힌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 담긴 세법 개정안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2022년 말까지 대기업이 해외의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인수할 경우 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해 법인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이는 대기업 관련 투자세액공제 혜택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국가채무비율 40%’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국가부채를 활용해 적극적인 재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 주관 토론회에서 나왔다. 국채 이자율이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국민에게 직접 부담을 주는 증세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재정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다. 김 원장은 혁신성장과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에 세입 확보 방안으로 국채 이자율 추세 등을 감안해 국가부채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 부문의 국민 부담이 고령화 등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조세까지 올리는 것은 경제 활력에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적립액은 현재 700조 원에서 2040년까지 1800조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국채 이자율 하락으로 국가부채의 비용 부담은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2%대 초반에서 지난해 1%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고 김 원장은 분석했다. 이에 2040년 또는 2050년까지 조세부담률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되 국가부채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 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외환위기때였던 1997, 1998년 당시 국가채무비율이 15% 수준이었는데 25년간 매년 1%포인트씩 증가한 셈”이라며 “지금 같은 환경에선 국가채무비율 40% 선에 얽매이기보다 비용이 낮아진 부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최근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 갈등 확대로 어느 때보다 대내외 여건이 엄중한 시기라 내년에도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 차관은 “우리 일반정부 부채는 2017년 GDP 대비 4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5%보다 양호하다”면서도 “재정수입 기반 확충 등으로 재정건전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7일 공포되자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맞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전략물자 관련 수출입고시 개정 방안을 발표한다. 현재 ‘가’와 ‘나’ 지역으로만 분류된 전략물자 수출지역에 ‘다’ 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을 여기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일본은 현재 미국 독일 등과 함께 ‘가’ 지역 29개국에 포함돼 있다. 국내 기업이 ‘가’ 지역 국가에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심사기간은 5일 이내다. ‘나’ 지역 국가에 수출할 때는 허가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 계약서, 서약서 등 내야 할 서류 종류가 ‘가’ 지역의 2, 3배에 이르고 심사기간도 15일로 늘어난다. 신설하는 ‘다’ 지역은 제출 서류의 종류나 심사기간이 ‘나’ 지역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국내 기업은 포괄허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가’ 지역보다 ‘나’ 또는 ‘다’ 지역에 수출할 때는 요건이 더 까다롭다. 고시 개정안은 다음 달 중순쯤 시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스테인리스강 열간압연제품, 비금속 할로겐화물 등의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일본에 대한 수출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고시에는 전략물자로 판정받는 기간에 신청서류 보완, 행정기관 협의 등에 필요한 기간은 제외한다는 항목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정해진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할 수 있다. 정부가 관리하는 전략물자는 총 1735개다. 하지만 한국의 맞대응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심각한 타격을 주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일본의 총 수입액 39조1321억 엔 중 한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1조6228억 엔으로 4.2%에 불과하다. 한국산 의존도가 높은 철강제품 등은 대체 수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는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도 거론되지만 일본 반도체의 한국산 의존도도 높지 않다. 지난해 일본의 메모리반도체 수입액 가운데 한국산 비중은 17%였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 그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이 전망했다. 정부의 올 성장률 전망치(2.4∼2.5%)보다 0.4∼0.5%포인트 낮은 것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확정과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예측이라 이들 조치를 반영하면 전망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8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경제전문가 18명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2.0%로 4월 조사 때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대내외 수요 위축과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5∼29일 진행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이 하반기(7∼12월)까지 이어져 올해 연간 수출액이 작년보다 6.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이달에도 투자와 수출이 모두 위축돼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5개월 연속 ‘부진’ 진단을 유지했다. 대내외 수요가 줄면서 소매 판매 증가세가 둔화됐고 투자와 수출의 동반 감소세가 이어졌다. 광공업생산이 크게 감소하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낮아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올 상반기(1∼6월) 세금이 작년보다 1조 원 덜 걷혔다. 세수는 부진한데 정부의 예산 집행 속도는 빨라져 상반기 재정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커졌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8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국세 수입은 15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7조2000억 원보다 1조 원이나 적다. 세수 진도율은 작년보다 0.5%포인트 떨어진 53.0%였다. 세수 진도율은 목표 세수 대비 실제 징수액의 비율을 뜻한다. 경기 부진으로 법인세, 소득세 등 세수가 줄어든 데다 지방소비세율이 11%에서 15%로 인상돼 부가가치세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기간 예산 지출액은 200조7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25조2000억 원 늘었다. 예산 진도율은 61.0%로 작년보다 2.1%포인트 올랐다. 기금 등을 포함한 상반기 총 지출액도 284조5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37조2000억 원 증가했다. 정부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예산 조기 집행 등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한 결과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59조5000억 원 적자였다.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안을 반영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2조3000억 원으로 추산돼 국내총생산(GDP) 대비 2.2% 정도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상조 상품 가입자가 온라인에서 자신의 선수금 납입내역과 회사의 영업상태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부터 2주일 동안 ‘내 상조 찾아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이를 통해 560만 명에 이르는 상조 가입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회사의 영업상태, 선수금 보전기관, 자신의 납입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상조회사는 가입자에게 받은 선수금의 50%를 별도 기관에 맡기지만 가입자는 자신의 선수금이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위는 상조회사가 직접 가입자에게 선수금 납입액, 납입횟수 등을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관련 법률 개정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2분기(4∼6월) 상조업체 6곳이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다른 회사에 합병돼 직권 말소된 만큼 가입 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조회사의 영업 상황은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반기(1∼6월) 30개 상조회사를 대상으로 한 공정위 직권조사 결과 18개 회사가 할부거래법 위반 등으로 적발됐다. 이들 회사는 법정 선수금을 예치하지 않거나 계약 해제 시 환급금을 주지 않는 등 법을 위반했다. 공정위는 해당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일본의 수출 규제에 이어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계속 튀어나오고 있다. 영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계속 모니터링 할 수밖에 없다.”(자동차 업계 관계자)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92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애를 태우면서 상황을 보고 있다.”(대한항공 관계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6일 국내 산업계에서는 “일본 악재로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중국 악재라는 강펀치를 맞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달러당 원화 환율은 1215.3원으로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들에는 일단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작용하지만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서 환율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파가 본격 반영될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글로벌 분업 구조로 무역을 통해 파이를 키워나가던 국제 무역질서가 흔들리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교역량 위축 등을 걱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9.9%, 전체 수출은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 전쟁이 앞으로 더 심해지면 글로벌 교역량이 더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해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특히 11월에 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상황 등 추가 불안 요소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에 통화 가치를 올리고 무역 흑자를 줄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 환율조작국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무역 분쟁의 주체인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대표 수출대상국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걱정은 컸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이 더 심해질 경우 우리의 주력시장 두 곳이 모두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한국과 중국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있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은 걱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간재 수출 기업이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화가치 하락의 직격탄을 맞는 곳은 항공업계다. 달러로 임차한 항공기 비용과 달러로 사들이는 연료 가격 상승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2분기(4∼6월)에 2014년 2분기 이후 20분기 만에 처음으로 27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이날 발표했다. 손실의 주요 요인으로 환율 상승을 꼽았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파로 세계 1위 수출국인 중국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80%나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당분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자금사업단 수석연구원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 아직 위안화에 크게 반영되지 않아 위안화가 앞으로 더 변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4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김도형 dodo@donga.com·조은아 / 세종=주애진 기자}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꼭 100일째였던 이달 2일. 여야가 밤늦게까지 대치할 것 같다는 소식에 이날도 통과가 무산되나 했는데 오후 9시경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총 5조8269억 원 규모. 애초 정부가 제출한 것보다 8568억 원이 깎인 금액이다. 추경안의 극적인 통과 소식에 시원하기보다 허탈했다. 올해 추경은 국회 제출부터 통과까지 역대 두 번째로 긴 시간이 소요됐다. 2000년 107일 다음으로 길었다. 그 지난한 과정에서 추경의 주요 목적은 미세먼지 대응으로 출발해 경기 대응이 추가되고 다시 일본 수출 규제 대응까지 결합됐다. 최근 10년간 편성된 여섯 차례 추경 중 지난해(3조8000억 원) 다음으로 규모가 작지만 명분은 역대 최대 규모나 다름없다. 국가재난급 환경오염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 악화, 1965년 수교 후 최악의 한일 관계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데 금액은 올해 예산의 1.2%에 불과하다. 사실 이번 추경은 처음부터 논란거리였다. 국민 안전과 민생 경제를 내세웠지만 경기 대응 예산은 기존 일자리사업이나 실업급여 확대 정도에 그쳤다. 여기에 불법 폐기물 처리, 제로페이 확대 등 취지에 벗어나는 예산까지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6월 11일 추경안 통과를 촉구하며 “추경이 지금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한국 경제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최선의 방어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4일 “그 어느 때보다 대외 여건이 엄중하다”며 경기 하방리스크 대응을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당초 이번 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을 최대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경으로 과연 경제가 얼마나 살아날지 의문이다. 이처럼 효과가 불분명한데 집행까지 지연돼 그마저 반감될 지경이다. 북한 목선 국정조사나 국방부 장관 해임안 등 다른 정치 이슈와 연계하며 발목을 잡은 야당의 무책임도 적지 않다. 정부는 두 달 내 추경의 75%를 신속하게 집행하겠다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을 기다리느라 내년 본예산 편성까지 지연되는 등 국력만 낭비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에 일본발 수출 리스크까지 덮쳤는데 6조 원도 안 되는 추경 하나 붙잡고 석 달 넘게 씨름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 여당은 추경 중독 환자처럼 매년 본예산이 통과되면 바로 추경 명분을 찾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그런 에너지가 있다면 본예산 편성과 기간 내 통과에 모두 쏟아붓는 게 맞다. 야당도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앞에선 국익과 정치적 이해를 나눌 수 있는 사리분별이 필요하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국세청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각종 국세 납부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5일 지방국세청장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피해 중소기업 세정 지원 대책을 내놨다. 일본이 이달 28일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실제로 시행하면 피해가 발생하는 중소기업을 세정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국세청은 전국 7개 지방국세청과 125개 세무서에 피해 기업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업종별 매출액 1500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 가운데 △정부가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159개 품목을 일본에서 일정 규모 이상 수입하는 기업 △159개 품목 중 일정 규모 미만을 수입하거나 관리품목 외 수출 규제 품목을 수입하는 기업 △수출 규제 품목 수입 기업과 직간접적 거래가 있는 기업 등이다. 국세청은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이 요청할 경우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의 신고기간이나 납부기한을 연장해줄 계획이다. 이미 체납한 국세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피해 기업에는 체납 처분 유예 신청을 받아주고 납세담보를 면제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159개 관리품목을 일정 규모 이상 수입하면서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의 세무조사를 유예해준다. 단, 명백한 탈루 혐의가 있는 기업은 유예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미 세무조사 사전통지를 받았거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조사 연기나 중지를 신청하면 적극 수용키로 했다. 대상 기업이 세무조사를 그대로 받길 원하면 기존보다 완화된 간편 조사를 실시한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일본에 대해 강도 높은 맞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일본이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대응해 한국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빼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이 일본에 수출하는 1700여 개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또 정부 판단에 따라 우리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일본 수출도 규제할 수 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일본산 농산물의 검역을 강화하고 폐기물 수입을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한국 국민의 일본 관광을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 일본 관광 규제도 검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일 “전략물자 관련 수출입고시에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에 다른 절차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대외무역법의 수출입고시에 따르면 전략물자 수출 지역은 ‘가’ 지역과 ‘나’ 지역으로 구분돼 있다. 지금은 일본을 포함해 29개국이 ‘가’ 지역으로 분류돼 있지만 여기서 일본을 빼내 가장 낮은 등급인 ‘다’ 지역에 넣겠다는 것이다. 수출입고시는 장관이 변경할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한국 기업이 일본에 1700여 개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받는 규제가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유효 기간이 3년인 포괄허가를 받지 못하고 수출심사 기간이 지금의 5일가량에서 15일로 길어지고 제출 서류도 2, 3배로 늘어난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비전략물자의 일본 수출도 까다로워질 수 있다. 정부가 해당 물품의 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일본에 수출할 때 신고해야 하는 항목이 많아지는 것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1조3716억 엔(약 15조 원)으로 일본 총수입 중 한국산 제품의 비중은 4.1% 정도다. 정부는 수입규제도 검토 중이다. 우선 일본산 농수산물의 검역을 강화하거나 수입제한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본 관광에 대한 규제도 검토 대상이다. 방사능 위험 등을 들어 일본을 여행유의국가로 지정하거나 여행사들에 일본 여행 패키지상품 판매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관광객 4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내놓은 보복 조치의 효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국제 협력분업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 피해 예상 159개 품목 집중 관리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159개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하고 피해 기업에 각종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또 다음 주 초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다. 세부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은 수입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고 소재·부품의 생산설비 신증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관련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할 때 화학물질 등의 인허가 기간을 줄여주고 특별연장근로도 인가한다. 세제 및 금융 지원도 한다. 피해 기업에는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관세 납기도 연장해준다. 대출·보증의 만기를 연장하고 최대 6조 원의 운전자금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자립화가 필요한 핵심 소재부품의 R&D는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주애진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결정의 여파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치인 2.2%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1%대로 추락할 확률도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2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수출뿐 아니라 소비, 투자까지 동반 위축될 수 있다”며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충격이 확산되면 올해 성장률이 2%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긴급 점검회의에서 “일본의 조치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비관적 시나리오로 보면 (성장률을) 2% 아래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모건스탠리(1.8%)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 다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일본 관련 브리핑에서 “아직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시점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결정의 여파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치인 2.2%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1%대로 추락할 확률도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2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수출뿐 아니라 소비, 투자까지 동반 위축될 수 있다”며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충격이 확산되면 올해 성장률이 2%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긴급 점검회의에서 “일본의 조치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비관적 시나리오로 보면 (성장률을) 2%로 아래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모건스탠리(1.8%)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다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일본 관련 브리핑에서 “아직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시점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출산 절벽’이 심해지면서 올 5월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이 600명에 머물렀다. 추위 탓에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이 아닌 시기에 인구 자연증가분이 1000명 아래로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인구동향’에 따르면 5월 출생아 수는 2만53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9.6% 줄었다. 5월 기준으로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다. 저출산 현상이 고착되면서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38개월째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출생아 수는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일반적으로 같은 달 기준으로 비교한다. 통계청은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30∼34세 여성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7년째 혼인 건수가 하락하고 있는 점 등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혼인 건수 역시 5월 2만3100건으로 같은 달 기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저출산과 더불어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5월 인구 자연증가는 600명에 그쳤다. 통계 작성 이래 인구가 자연감소한 건 추운 날씨로 사망자가 급증한 2017년 12월(―1700명)과 2018년 12월(―3900명) 2번뿐이었다. 올 5월 자연증가분(600명)은 월간 기준 역대 3번째로 적은 것이다. 사망자가 늘어난 건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5월 사망자 수는 2만4700명으로 5월 기준 역대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관측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계청은 3월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한국의 인구 자연감소 시작 예상 시점을 올 하반기(7∼12월)로 기존 전망보다 3년 앞당겼다. 인구 추계는 매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명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고 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뜻한다. 한편 이날 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시장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국내에서 이동한 인구는 6월 기준으로 45년 만에 가장 적었다. 6월 중 국내 이동자는 48만4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9% 줄었다. 이 같은 이동인구 규모는 1974년 6월(35만6000명) 후 가장 적은 것이다. 6월은 원래 이사가 적은 시기인 데다 주택 매매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외식사업가 백종원 씨는 지난달 2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능양파볶음 대작전’ 시리즈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양파덮밥, 양파수프 등 양파를 활용한 요리법이 망라됐다. 특히 그가 소개한 ‘양파게티(양파볶음+자장라면)’는 누리꾼들이 직접 따라 만든 인증 영상과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쟁적으로 올릴 만큼 인기다. 시리즈의 첫 회 조회수는 28일 현재 378만 회를 넘어섰다. 영상에서 백 씨는 “우리 양파, 맛있게 먹고 양파 농가에 에너지를 빡!”이라고 외친다. 양파 가격 폭락으로 시름에 잠긴 양파 농가를 응원하는 것이 동영상 제작의 취지였다. 요즘 양파 사랑을 실천하는 건 백 씨뿐만 아니다. 인터넷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동네 주민들과 양파김치를 만들었다’는 주부의 경험담이나 양파 공동구매를 제안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인천의 한 베이킹 클래스에선 지난달 말 양파 농가를 돕자는 취지로 ‘어니언 케이크 교실’을 열었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줄줄이 양파 소비 촉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양파 파동’으로까지 불리는 양파 값 폭락은 왜 일어난 것일까.○ 유례없는 풍년의 후과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민단체 회원들이 대책을 촉구하는 상경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빨간 망사자루에 담긴 양파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광장 곳곳에는 화가 난 농민들이 집어던진 양파가 굴러다녔다. 농민들은 ‘농산물값 폭락 무대책 문재인 대통령 직접 책임져라’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즉각 실시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올 들어 양파를 포함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양파 값 폭락은 올해 양파 작황이 지나치게 좋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양파 생산량이 159만4450t으로 작년보다 4.8%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평균 생산량과 비교하면 22.9% 늘어난 수치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0년 이후 가장 많다. 하지만 양파 재배면적은 2만1777ha로 작년보다 17.6% 줄었다. 지난겨울 기온이 따뜻해 양파를 키우기 좋은 기상여건이 유지되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 재배면적 0.1ha(약 302.5평)당 양파 생산량은 7322kg으로 작년보다 27.2% 늘었다. 농촌진흥청은 “올해가 양파를 키우기에 20년 만에 가장 좋은 날씨”라고 했다. 대풍으로 양파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은 폭락했다. 양파 값은 평년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상(上)품 기준 양파의 1kg당 도매가격은 436원이었다. 최근 5년간 6월 평균치인 789원의 약 55%에 불과하다. 농민들은 5년 전에 벌어졌던 ‘양파 파동’의 악몽을 떠올리며 애써 키운 양파밭을 스스로 갈아엎어야 했다. 양파 값이 급등했던 2013년 양파 도매가격은 1kg당 2000원대까지 올랐다가 이듬해인 2014년 여름 400원대로 폭락했다. ○ 반복되는 가격 파동 올해 기후조건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난 건 마늘, 보리 등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올해 마늘 생산량은 작년보다 16.9% 늘어난 38만7671t이다. 2013년 41만2250t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생산량이다. 보리 생산량은 20만3t으로 작년보다 32.1% 증가했다. 마늘과 보리 모두 재배면적은 줄었지만 날씨가 좋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늘었다. 이 때문에 양파만큼은 아니지만 마늘과 보리 가격도 평년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지난겨울에는 배추와 무 가격이 폭락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추와 무 수요는 줄어든 반면 재배면적이 늘고 날씨가 좋아 생산량이 늘어서다. 올해 1월 월동 배추 상품(上品) 10kg당 도매가격은 4872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9%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와 무를 사들여 산지에서 폐기하는 등 시장에서 격리했다. 작년 봄에는 감자 작황이 좋지 않아 감자 값이 두 배로 뛰면서 ‘금(金)자’로 불렸다가 생산량 회복으로 가격 안정을 되찾기도 했다. 주요 농산물의 가격 급등락이 계속 반복되는 건 기후 영향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에도 소비는 크게 늘지 않는 ‘비탄력성’ 때문이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은 기후에 따라 풍년과 흉년이 반복돼 생산량 변화폭이 크다. 하지만 양파 등의 가격이 떨어졌다고 사람들이 갑자기 해당 농작물 소비를 크게 늘리지는 않는다. 이로 인해 공급이 적정 물량보다 조금만 더 늘어도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정부는 수급 예측을 통해 사전에 재배물량을 조절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일단 기술적 한계로 수급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양파 생산량은 당초 전망치보다 7만8000t 많았다. 아울러 농민들에게 재배면적을 늘리거나 줄이라고 설득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올해 양파 작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양파농가에 재배면적을 줄이라고 권했다고 하자. 그런데 예상과 달리 작황이 나쁘면 권고를 따르지 않고 양파를 많이 재배한 농가만 이득을 보게 된다. 재배면적 감소 권고가 농민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 이유다. 기술 발달로 단위 면적당 생산성은 향상되는데 인구구조 변화로 농산물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감소하는 추세인 점도 농산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 “생산자협회가 먼저 수급조절 노력, 정부는 보조금 등 후선 지원”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급등락을 해결할 방안으로 주요 농산물에 대해 공공수급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수급제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정부가 농산물을 기본 생산비 이상 가격에 사들인 뒤 가격이 안정되면 시장에 내놓는 제도다. 사실상 정부가 주요 농산물에 대한 적정가격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농산물 전량을 수매해 관리하는 방식의 공공수급제는 도입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수매 과정에서 운임료, 저장비용 등이 발생해 비효율적인 데다 예산이 너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과잉 생산된 채소류를 산지에서 폐기하는 비용만 741억 원이 쓰였다. 이 가운데 농협과 지방자치단체 몫을 제외한 중앙정부 예산이 약 80%에 이른다. 수매는 산지 폐기보다 비용이 더 든다. 농식품부는 그 대신 사전에 농산물별 재배면적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생산량 관측 고도화, 유통구조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채소산업 발전대책을 이르면 다음 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 못지않게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수급관리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일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생산자협회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의 감귤자조금이 대표적이다. 김태균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품목별 생산자 조직이 앞장서서 수급 조절을 해주고 정부와 지자체는 보조금 등의 형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안정적인 수급이 이뤄지도록 계약재배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주요 채소류는 현재 계약재배 비중이 20%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가 운영 중인 채소가격안정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제도는 일종의 계약재배 방식으로,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을 때 정부가 참여 농가에 평년 가격의 80%를 보장해주는 대신 공급과잉이 예상될 때 재배면적 감소 등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다만 지금처럼 80%를 고정적으로 보장하지 말고 농민들의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보장률을 조절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농민들이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을 스스로 폐기하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수급 관측을 더 정교하게 하고 과잉 생산된 농산물을 수출 등으로 해소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물론 농산물 생산의 1차 책임자인 농민이 정부 탓만 하기보다 파동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세종=주애진 경제부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