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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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4-10-28~2024-11-27
칼럼61%
유럽/EU23%
국제경제7%
행정3%
인사일반3%
국제인물3%
  • 브렉시트 새 합의안, 노딜 우려에 英하원서 승인 보류

    영국 하원이 유럽연합(EU)과 자국 정부가 마련한 새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전격 보류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의 연기 요청 서한을 EU에 보냈다. 19일 BBC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을 표결하기 위해 1982년 이후 37년 만에 토요일에 문을 열었지만 합의안 승인 투표를 보류하기로 했다. 보수당 출신 무소속 올리버 레트윈 의원이 이날 브렉시트 관련 이행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새 합의안 승인 투표를 보류하는 내용으로 발의한 브렉시트 수정안이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가결됐기 때문이다. 레트윈 의원은 “합의안이 의회 승인을 받더라도 상원 통과, 세부 이행 법률 제정 등 각종 절차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안 통과 후에도 이달 31일까지 이행 법률 제정 등에 시간이 부족해 의도치 않게 ‘노딜’이 생길 가능성을 막자는 취지다. 앞서 17일 EU와 영국 정부는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의 안전장치인 ‘백스톱’ 대안으로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 영국의 관세체계 적용을 받되 실질적으로 EU 관세 및 단일 시장에 남겨두는 새로운 합의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하원의 합의안 표결이 보류되자,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시행 연기를 요청했다. 존슨 총리는 “추가 연장을 요청하느니 차라리 시궁창에 빠져 죽겠다”고 할 만큼 연기에 부정적이었지만 지난달 하원이 노딜 방지안(EU 탈퇴법)을 통과시켜 어쩔 수 없이 연기 요청 서한을 보내야했다. 다만 존슨 총리는 연기 요청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브렉시트 추가 연장은 큰 실수이며, 영국과 EU의 이익 및 관계를 손상시킨다”는 별도 서한에 서명해서 EU에 보냈다. 그는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지도자들에게 전화해 “추가 연장 서한은 의회의 편지이지 나의 편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원 의원들에게 “EU 친구들이 의회의 브렉시트 연기 요구를 거절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이메일도 보냈다. 기한 연장 후폭풍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일종의 정치적 행위로 풀이된다.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한 추가 연기 승인 가능성이 제기된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이행 법률을 빨리 마련해 22일 하원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행 법률이 의회를 통과해야 새 합의안 승인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당 등 야당의 반발이 거세 승인 투표가 이번 주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합의안이 세 차례 부결되며 브렉시트 시한이 애초 3월 29일에서 10월 31일로 연기됐지만 BBC 등 현지 언론은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렉시트에 대한 혼란도 여전하다. 19일 런던 의사당 일대에는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려 수만 명이 모였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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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EU “브렉시트 새 합의”… 노딜 우려는 일단 해소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7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새로운 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는 해소됐지만, EU 정상회의 승인과 영국 하원 비준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31일 브렉시트 시행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의지가 있는 곳에 합의가 있다”며 “EU와 영국을 위한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통제권을 되찾는 훌륭한 새 합의를 체결했다”며 “이제 의회가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한다. 이후 생활비, 국민보건서비스(NHS), 폭력 범죄, 환경과 같은 다른 우선순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과 EU 협상단은 이날부터 양일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28개국 정상회의 시작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합의했다. 양측은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승인이 이뤄지도록 이번 주 내내 협상을 벌여왔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사이 통행·통관 자유를 보장하는 안전장치 ‘백스톱’이 최대 쟁점이었다. 존슨 총리는 이번 협상에서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는 두 개의 관세체계, 이른바 ‘하이브리드 해법’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이를 토대로 합의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하드 보더(엄격한 국경통제)’를 피하고 아일랜드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할 새롭고 실행 가능한 해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새 합의안이 곧바로 ‘브렉시트 시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 합의안은 EU 정상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려져 18일까지 회원국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19일 예정인 영국 하원 표결에서 통과해야 이달 31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11월 1일 오전 8시) EU를 탈퇴한다. 예정대로라면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후 3년 4개월 만에 논란을 마무리 짓게 되는 셈이다. 다만 영국 의회 통과 변수는 존재한다. 북아일랜드의 극우 개신교 정당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은 앞서 존슨 총리의 수정안에 대해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통합성을 해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이날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협상한 합의안보다 더 나쁜 것 같다”며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BBC는 “여전히 힘든 싸움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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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극화-부패정치에 지친 세계, 변혁 이끌 ‘젊은 해결사’ 원해

    여러 국가에서 젊은 40대 리더십이 급부상하는 것은 청년 취업난, 사회 양극화, 부정부패 등 고질적 사회 문제들을 기성 정치권의 낡은 해법으론 풀 수 없다는 인식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40대 리더가 정계에 입문하자마자 최고권력자로 선출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정치권에는 신뢰도 없고, 기대도 없다. 기득권 정치인들과 태생부터 완전히 다른 인물을 원한다. 전혀 다른 ‘솔루션(해법)’을 책임 있게 제시할 새 정치인을 원한다”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투영된 현상이기도 하다. 평범한 교사가 부패 척결을 주도하며 대통령이 된다는 드라마 ‘국민의 종’의 주연 배우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1)이 대표적인 경우. 그는 지난해 12월 드라마 이름과 같은 정당을 창당한 지 3개월 만에 최고권력자가 됐다. 이는 동유럽과 옛 소련 국가들의 부정부패가 유달리 심한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누가 집권해도 고질적인 부패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 기성 정치세력 전반에 대한 반감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역시 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던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46)은 “정경 유착을 뿌리 뽑고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겠다”는 공약으로 지난해 4월 집권했다.○ 양극화와 부패에 지쳐 새로운 인물 원해 우크라이나 대선은 올해 3월 국가적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치러졌다. 5년 전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의 위협, 고질적 부정부패, 경제난으로 심화된 양극화 속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젤렌스키 후보는 무려 39명의 후보가 난립한 선거에서 가장 신선한 인물이었다. 기성 정치 및 부패와 단절된 배우 출신이라는 게 이렇게 큰 도움이 될지 자신도 몰랐을 정도다. 그는 이런 기류를 곧바로 포착했다. 그는 선거 캠프 자원봉사자들을 선발할 때도 “기성 정치권에서 활동한 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우크라이나는 소수 신흥 재벌의 부정부패로 신음하고 있었다. 고국에서 희망을 잃은 젊은층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다. 젤렌스키는 부패 이미지에 발목이 잡혔던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대통령이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를 물리쳤다. 그가 출연했던 TV 드라마는 교사가 뇌물을 안 받는 정직한 모습으로 생활하다가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유권자들이 이런 드라마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40대 신예 리더를 선택한 셈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슬로베니아 마랸 샤레츠 총리(42)도 풍자 전문 코미디언 출신으로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인물이었다. 노경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존 질서에 대해 사람들이 실망할 때 젊은 리더가 나온다”며 “젤렌스키의 당선은 기존 정치 셈법으로 봤을 때 코미디 같은 경우”라고 말했다.○ 기성 정치권이 못 하는 파격적 접근 “1년간 월 1000달러(약 119만 원)를 드리겠습니다. 지금 클릭하세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대만계 앤드루 양 후보(44)가 지난달 한 웹사이트에 게재한 광고다. 자신이 주창한 ‘기본소득(UBI)’ 제도를 미리 체험할 10가구를 모집하기 위해서다. 불과 3일 만에 무려 50만 명이 신청했다. 정보기술(IT) 기업가 출신 군소 후보인 그의 지지율은 6월만 해도 1%에 그쳤지만 9월 8%로 급등하면서 민주당 후보군 가운데 4위로 올라섰다. 양 후보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로 사라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파격적으로 외쳤다. 기성세대는 과격하다고 비판하지만 과거 어떤 정치인도 제시하지 않던 신선한 접근에 젊은이들의 호응은 열광적이다. 그는 자신의 공약도 AI 채팅로봇(챗봇)과 대화하듯 유권자들에게 알려준다.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큰 상황에서 40대 정치인들은 기존 60, 70대 정치인처럼 노회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경험과 연륜을 갖춰 안정감을 준다. 40대 지도자의 등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석 달 후 40대가 되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39)는 ‘양성평등의 아이콘’이다. 지난해 6월 현직 총리 최초로 출산한 그는 딸을 낳기 직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총리직을 수행했다. 출산 후에는 사실혼 관계의 남성 배우자에게 전업 육아를 맡겼다. 480만 인구의 16.5%를 차지하는 마오리족과의 통합에도 열심인 그는 종종 공개석상에서 마오리어로 연설한다. 지난해 영국 런던 버킹엄궁을 방문했을 때도 마오리어로 건배를 제의했다. 딸 니브의 중간 이름으로는 마오리어로 ‘사랑’을 뜻하는 ‘테아로하(TeAroha)’를 붙였다. 그는 올해 3월 51명의 사망자를 낸 이슬람 사원 테러 때 타 종교와 이민자에 대한 관용을 호소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정용덕 서울대 명예교수는 40대 리더들의 등장은 한국 사회에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 등 현재 한국 사회의 화두는 기존 주류가 지닌 가치 및 역량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이런 개념으로 무장한 신(新)40대 리더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이윤태·조유라 기자}

    •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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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리더가 세계를 바꾼다

    40대 리더들이 자국 내 혁신을 주도하면서 국제정치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43)가 이웃 나라 에리트레아와의 분쟁을 종식시킨 공로로 11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분쟁과 질시가 심하던 아프리카 대륙에서 보여준 갈등 조정 능력은 예전 지도자들에게선 찾기 힘든 모습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2)은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이끌고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전통을 앞세우는 유럽에서 기존 질서를 바꾼 역량은 거의 1년간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8)는 난민과 원주민 출신도 각료로 내세우는 등 개방성을 상징하는 40대 리더십의 대표 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아비 총리는 아프리카 최초로 남녀 동수 내각을 출범시켰다. 또 100만 명에 이르는 난민을 포용하는 정책을 펼쳤고 정치범들을 대거 석방하는 ‘관용’의 정치로 국내 화합을 이끌어내고 지지 기반을 다졌다. 곧바로 에리트레아와 협상에 나서 성공적으로 밀어붙였고 노벨상 수상으로 세계적 지도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내부 안정이 강력한 협상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양극화에 따른 사회 불만이 응축되며 변화를 바라는 시대적 요구가 거세질 때 ‘40대 리더십’이 등장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노경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5일 “기존 질서에 대한 젊은층의 실망과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 기존과 다른 이슈에 대한 민감성으로 40대 리더들이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40대 리더는 청년층에는 없는 경험, 노년층에는 부족한 변화를 이끄는 의지로 국민과 소통하고, 이를 새로운 정치 혁신으로 관철시킨다. 40대 리더가 급부상하는 현상은 반복돼 왔다. 미국에서도 사회 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질 때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40대 대통령이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젊음과 호쾌한 소통력을 겸비해 전국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38)이 차세대 40대 총리 후보군으로 각광받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조유라 기자}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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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째 국민 찾아가 개혁 설득… 무장시위 군인들과 팔굽혀펴기

    #1 “오해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3일 저녁 프랑스 남부 소도시 로데즈의 한 강당.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2)이 즉석에서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설득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 불평등 해소 등을 주창하며 지난해 11월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 때부터 프랑스의 진로를 고민하는 소규모 토론회를 1년 가까이 지속해왔다. 최근 42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퇴직연금 체계를 간소화하는 연금개혁에 반발이 일자 직접 국민을 만나고 있다. 이런 대면(對面) 소통으로 이달 기준 그의 지지율은 연초보다 10%포인트가량 오른 37%로 반등했다. #2 “우리 ‘팔굽혀펴기’부터 합시다.” 지난해 10월 1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총리 집무구역.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 수백 명이 몰려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43)가 혼자 나섰다. 그는 “일단 팔굽혀펴기부터 10개씩 하자”고 권했다. 그는 “모두에게 높은 월급을 주면 나라 발전은 없을 것”이라며 웃으면서 함께 팔굽혀펴기를 했던 군인들을 다독였다. 이들은 순순히 물러났다.두 장면은 기득권 리더십에 대응해 새롭게 부각하는 ‘40대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꼭 필요한 개혁은 반대가 심해도 추진하되 논리에 치우친 설명보다는 ‘공감’을 토대로 설득하는 방식이다. 실력과 경험을 갖추고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무리 없이 직접 국민을 만나며 지속적으로 이해시키는 노력은 국민이 먼저 알고 지지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소통 요구에 귀를 연 내부 통합이 출발점 아비 총리의 최대 성과인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20년 전쟁 종식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그는 내부 통합부터 시도했다. 에티오피아는 종족, 종교 갈등이 심각하다. 인구 1억 명 중 주요 3개 종족인 오로모, 암하라, 티그라이족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 종교도 이슬람교, 기독교 등으로 나뉘어 있다. 오로모족 부친과 암하라족 모친 사이에서 태어나 두 언어를 모두 구사하는 그는 전임 정권의 정치범을 모두 석방했다. 이어 고문 금지, 수감시설 개선 등에도 나섰다. 인근 수단, 소말리아 등에서 온 100만 명의 난민에게도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활동을 허용했다. 그러면서 해묵은 사회 갈등과 반목이 줄었다. 그는 이런 통합과 내부 지지를 바탕으로 에리트레아와의 20년 전쟁을 끝냈다. 201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의 저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열풍을 반영해 양성평등을 실천한 지도자도 등장했다. 2015년 11월 취임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8)는 첫 내각을 남녀 동수로 구성했다. 난민과 원주민 출신 장관도 입각시켰다. 지난해 6월 취임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47)는 아예 여성이 우위인 ‘아마조네스’ 내각을 출범시켰다. 2014년 권좌에 오른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44)는 11월부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도 활동한다. 상임의장은 매년 4회 이상 개최되는 EU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한다. 자국 내의 높은 인기를 유럽 전체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40대 리더는 소통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기성세대와 구분된다. 기존 주류 언론에 의존하던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활용에 익숙해 빠르고도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있다.○ 좌우 구분을 깨는 ‘통합 정책’에 집중 20, 30대처럼 너무 젊지도 않고 60, 70대처럼 노회하지도 않은 40대는 어느 정도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개혁적인 정책을 펼치며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오기 유리하다는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대표적인 40대 정치인의 성공사례다. 그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낮추는 한편 해고나 고용이 쉬운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했고 공무원 개혁에도 손을 댔다. 그의 정책은 초반에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비판받았지만 강한 의지와 국민적 소통을 통해 정책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일자리 확대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8월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프랑스 실업률은 8.5%로,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다. 취임 당시 23%가 넘던 청년 실업률도 19.2%(올해 7월 기준)로 급감했다. EU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프랑스가 건강을 되찾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거대 담론보다 민생 중심의 정책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는 진보의 아이콘이지만 지난달 중산층 가정에 연평균 약 600달러의 세금을 감면하는 정책을 내놨다. 경제도 순항 중이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성장률이 캐나다 은행이 당초 6월 예상했던 2.3%를 웃도는 3.7%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대환영하고 있다. 기성정치의 좌우 구분 틀을 깨는 것도 특징이다. 6월 최연소 총리가 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42)는 지난 10년간 긴축재정으로 위축됐던 덴마크 복지를 되돌리겠다는 진보적 공약으로 총리가 됐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국민들 사이의 반이민 정서에 호응해 난민 대피소 폐지 같은 반이민 정책을 실시했다. 일각에서는 비판도 있었지만 기존 진보 진영과는 달리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행보로 호응을 받았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김예윤 기자}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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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잠했던 카탈루냐, 폭풍속으로

    바르셀로나가 중심인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州)의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탈루냐 분리를 강행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스페인 대법원의 14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독립 찬성 세력과 반대 세력 간 격돌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과 EFE통신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12일 바르셀로나에서 1만 명 이상이 모여 ‘카탈루냐 분리’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손에 든 스페인 국기를 흔들며 “독립 반대”를 외치며 시가지를 누볐다. 수십 명이 들 수 있는 초대형 스페인 국기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대규모 시위가 펼쳐진 이유는 카탈루냐 독립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이 목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구 750만 명의 카탈루냐 지역은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는 물론 자치경찰까지 운영해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2017년 10월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 후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자 스페인 정부는 경찰병력을 투입했고, 카탈루냐 독립을 찬성하는 시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로 확산했다. 이 사건은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오리올 중케라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 등 지도부 12명이 반역죄로 기소됐다. 스페인 검찰은 이들에게 최고 25년형의 징역을 구형했고, 대법원의 14일 선고를 앞두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카탈루냐 독립 찬반 갈등이 다시 증폭된 것이다. 카탈루냐 독립 찬성 측은 지난달 11일 바르셀로나 에스파냐 광장에 모여 대규모 가두행진을 펼쳤다. 대법원이 선동과 공금유용 등을 인정해 최고 징역 15년을 선고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찬반 양측 간 감정이 격해지면서 지난달 말에는 카탈루냐 독립 찬성단체인 분리주의단체 공화국수비위원회(CDR)에서 폭탄제조 물질이 발견돼 경찰이 관련자들을 테러 기도 혐의로 체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4일 실제 유죄가 선고되면 더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카탈루냐 최대 민족주의 성향 단체인 카탈란국민회의(ANC)와 옴니움 쿨투랄은 “대법원이 유죄라고 판결하면 대규모 장외집회와 총파업을 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는 역사와 지역경제 격차 탓이다. 카탈루냐 지방의 국내총생산(GDP)은 스페인 전체 GDP(약 1조1800억 유로)의 5분의 1에 달한다. 세금 비중도 가장 높다. 카탈루냐 지역민은 “중앙정부가 우리가 낸 혈세를 상대적으로 빈곤한 남부 지방과 카스티야 지방에만 집중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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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만명 숨진 전쟁 끝낸 ‘평화 전도사’… 100번째 노벨평화상 아비 아머드

    《‘동아프리카의 평화 전도사’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43·사진)가 201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998년부터 20년간 벌어진 이웃나라 에리트레아와의 내전을 종식시킨 공로다. 100번째 평화상 수상자로 12월 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상금 900만 크로네(약 11억 원)를 받는다. 그는 8월 말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43)가 11일(현지 시간) 이웃 나라 에리트레아와의 20년 전쟁을 종식시킨 공로로 201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뽑혔다. 지난해 이라크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와 공동으로 평화상을 받은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드니 무퀘게에 이은 2년 연속 아프리카 출신 수상자다. 그는 올해 8월 한국을 찾았을 때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관계는 남북한 관계와 비슷하다. 두 나라가 화해했듯 남북한 관계도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그는 화해, 연대, 사회 정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아비 총리도 “매우 행복하고 감격스럽다. 이 상은 아프리카와 에티오피아 전체에 주는 상”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에티오피아는 나이지리아에 이은 아프리카 2위 인구 대국(약 1억 명)이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그는 자국 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스스로를 ‘아비마니아(Aby+mania)’로 부른다. 전쟁 종식 외에도 아프리카 최초의 남녀 동수 내각을 출범시키고 종교·종족 분쟁이 심각한 에티오피아의 사회 통합에도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는 100만 명의 자국 내 난민에게도 포용적인 정책을 펼쳤고 수단 분쟁도 중재했다. 과거 정권의 정치범들을 대거 석방했고 고문 관행도 비판했다. CNN 등 서구 언론이 오래전부터 그를 유력한 평화상 후보로 꼽은 이유다. 올해 4월 유네스코 평화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에티오피아는 1952년 에리트레아를 병합했다. 42년의 분쟁 끝에 1993년 에리트레아가 독립했지만 갈등은 여전했다. 결국 1998년부터 20년간 전쟁이 벌어져 7만 명 이상이 숨졌다. 에티오피아는 또 다른 이웃 나라 소말리아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소말리아는 소말리족이 주로 살고 있는 오가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1977년 에티오피아를 침공했다. 아비 총리는 취임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에리트레아와 종전을 선언했다. 같은 해 9월 평화협정도 체결했다. 소말리아의 침공 후 41년간 중단됐던 에티오피아항공의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운항도 재개했다. 한 달 후 아프리카 최초로 20명의 정부부처 장관 중 10명을 여성으로 채운 양성평등 내각도 출범시켰다.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국방, 평화(경찰 및 정보기관 총괄부서) 등 주요 부서 장관이 모두 여성이다. 올해 1월 난민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활동도 허용했다. 서구 선진국의 강력한 반(反)난민 정책과 대조적이다. 그는 1976년 무슬림인 오로모족 아버지와 정교회 신자였다 무슬림으로 개종한 암하라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엔 평화유지군, 사업가 등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고 지난해 42세 나이로 최고 권좌에 올랐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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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티오피아 총리, 오래전부터 노벨평화상 유력후보로 꼽힌 이유는…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43)가 11일(현지 시간)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뽑혔다. 지난해 이라크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와 공동으로 평화상을 받은 콩고 의사 드니 무퀘게에 이은 2년 연속 아프리카 출신 수상자다. 그의 수상으로 전체 100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단체 중 아프리카 출신은 최초 수상자인 앨버트 루툴리 아프리카 민족회의 회장(1960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2001년), 케냐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2004년) 등을 포함해 13번째가 됐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그는 이웃 에리트레아와의 20년 전쟁을 종식시켰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최초의 남녀 동수 내각을 출범시키고 종교·종족 분쟁이 심각한 에티오피아의 사회 통합에도 기여했으며, 100만 명의 난민에게도 포용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CNN 등 서구 언론이 오래전부터 그를 유력한 평화상 후보로 꼽은 이유다.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아비 총리가 화해, 연대, 사회 정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트위터를 통해 “2019년 노벨평화상은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노벨위원회와 통화에서 아비 총리는 “매우 행복하고 감격스럽다”며 “이 상은 아프리카와 에티오피아 전체에 주는 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등 국제 기구와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도 축하 성명을 연달아 발표했다. 에티오피아는 1952년 에리트레아를 병합했다. 42년의 전쟁 끝에 1993년 에리트레아가 독립했지만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1998년부터 20년간 전쟁이 시작됐다. 에티오피아는 또 다른 이웃 나라 소말리아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소말리아는 소말리족이 주로 살고 있는 오가덴 지역에 대한 영토 회복을 주장하며 1977년 에티오피아를 침공했다. 두 나라에는 지금도 에티오피아 반정부 단체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아비 총리는 총리 취임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에리트레아와 종전을 선언했다. 9월에는 평화협정을 체결해 20년 전쟁을 끝냈다. 동시에 소말리아의 침공 후 41년간 중단됐던 에티오피아항공의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운항도 재개됐다. 그는 같은 해 10월 아프리카 최초로 20명의 정부부처 장관 중 10명을 여자로 채우는 남녀 동수 내각을 출범시켰다. 단순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국방, 평화(경찰 및 정보기관 총괄부서) 등 주요 부서에 모두 여성 장관을 임명했고 대통령과 대법원장도 여성이다. 나이지리아에 이어 아프리카 2위 인구 대국인 에티오피아(약 1억200만 명)는 내부 갈등도 심각했다. 그는 1976년 무슬림인 오로모족 아버지와 정교회 신자였다 무슬림으로 개종한 암하라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군인과 유엔 평화유지군, 사업가를 거쳐 정계에 입문했고 지난해 42세 젊은 나이로 최고 권좌에 올랐다. 오로모, 암하라, 티그레이 등 3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종족과 종교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이뤄낼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아비 총리는 올해 1월 자국 내 난민 수용소에 머무는 100만 명의 난민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및 금융 활동도 허용했다. 사회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서구 선진국이 강력한 반(反)난민 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가 정상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정치인들 중에서도 비교적 젊은 편인 아비 총리는 국내에서도 긍정적이고 활기찬 이미지가 강하다. 평소 짬이 날 때마다 체육관에 드나드는 ‘운동광’으로도 소문이 나 있다. 지난해 10월엔 에티오피아군 일부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를 들고 의회로 찾아갔는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아비 총리는 그들을 잘 타일렀을 뿐만 아니라 함께 ‘푸쉬업’을 하며 사기를 북돋아줬다. 서방 언론들은 그의 인기를 과거 미국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열풍 ‘오바마니아’에 빗대 ‘아비마니아(Abyimania)’라 칭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정상회담 차 한국을 방문할 당시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관계가 남북 관계와 비슷하다”며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가 화해한 것처럼 남북 관계도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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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비 총리 노벨평화상 수상… “모든 에티오피아인들의 승리”

    ‘동아프리카의 평화 전도사’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43)가 201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98년부터 20년간 벌어진 에티오피아와 이웃국 에리트레아의 내전을 종식시킨 공로다. 그는 8월 말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아비 총리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유혈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에리트레아는 1952년 에티오피아에 합병됐지만 31년간 투쟁을 벌인 끝에 1993년 독립했다. 1998년부터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벌여 양측에서 7만 명 이상이 숨졌다. 지난해 4월 집권한 아비 총리는 에리트레아와의 화해를 추진했고 석달 후 양국은 종전을 선언했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총리실은 “이번 수상은 모든 에티오피아인들의 승리다. 희망의 새 지평선을 만들자”는 소감을 내놨다. 노벨평화상은 ‘다이너마이트의 아버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평화 증진에 기여한 개인 혹은 단체에 수여된다.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9차례에 걸쳐 개인 106명과 단체 27곳이 받았다. 아비 총리는 100번째 수상자다. 올해 시상식은 12월 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 ■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43) 이력-1976년 8월 아가로 출생 -아디스아바바대 평화안보학사, 런던 그리니치대 전환기 리더십 석사-1995년 르완다 유엔 평화유지군 복무-2007년 TV에티오텔레콤 이사 -2010년 오르모 민중민주조직(OPDP)당 가입 -2016년 과학통신부 장관-2018년 당대표 및 총리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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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트위치서 ‘혐오테러 생중계’

    9일 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속죄일)를 맞아 독일 동부 할레의 유대교당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총격 현장이 아마존이 운영하는 게임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에 35분간 생중계됐다. 트위치가 뒤늦게 동영상 삭제에 나섰지만 최소 2200여 명이 참혹한 인명 피해 현장을 본 뒤였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7세의 한 삭발 남성(사진)이 트위치에 등장했다. 그는 영어로 “내 이름은 아논”이라며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서구 출생률 하락의 원인은 페미니즘이며 집단 이민도 문제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유대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논은 극우 웹사이트인 포챈, 에이트챈 등에서 사용자들이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다. 그는 이후 인근 유대인 교회로 차를 몰았다. 헬멧을 쓴 후 장총을 들고 예배당 정문으로 걸어갔다. 문에 총을 쏘며 진입하려 했지만 열리지 않자 지나가던 여성에게 총을 쐈다. 교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인근 케밥 가게로 가 또 총구를 겨눴다. 이로 인해 한 남성이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당시 교당 안에 있던 70∼80명의 사람들은 문을 봉쇄하고 경찰을 기다렸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공범으로 보이는 2명은 차를 빼앗아 달아났다. 독일 전체는 큰 충격에 빠졌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우파 극단주의자에 의한 반(反)유대주의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요제프 슈스터 독일 유대회장도 “독일의 유대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유대인을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무차별 총격에도 사망자가 2명에 그친 이유는 예배당 안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회 관계자가 무장한 남성이 총을 들고 예배당으로 향하는 모습을 건물 안에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미리 본 후 모두 나서서 문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51명이 숨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테러에 이어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되는 증오 범죄가 또 발생한 것에 대한 우려도 높다. 뉴질랜드 테러 용의자인 백인 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 역시 당시 사건 전모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올해 7월 미국 뉴욕주의 21세 남성이 10대 여성을 살해한 후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이를 차단하지 못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번 사건 역시 트위치 측의 원본 삭제에도 불구하고 이미 10여 개의 백인 우월주의 웹사이트로 퍼져 나가 상당 기간 온라인에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증오 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바로 삭제하고 해당 업체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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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 수 줄이는 유럽… 伊 945명→600명 추진

    이탈리아 의회가 의원 수를 현행 945명에서 600명으로 3분의 1가량 줄이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의원의 25%를 줄이는 법안이 추진되는 등 유럽 내 국회의원 감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8일 상·하원 의원 정수 개정안을 표결했다. 하원의원 수는 630명에서 400명으로, 상원의원 수는 315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게 주요 골자다. 표결 결과 찬성 553표, 반대 14표로 법안이 가결됐다. 의원 수 감축은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함께 지난달 새 연정을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주도하에 추진됐다. 오성운동은 평소 “이탈리아의 상·하원 의원 수는 유럽연합(EU)에서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며 “의정 시스템 효율화, 나아가 국가 예산 절감을 위해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마이오 외교장관은 의원 감축안이 하원을 통과한 후 “이탈리아 역사를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하원은 조만간 해당 법안을 반영한 헌법 수정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헌법 수정안까지 가결되면 국민투표 절차가 진행된다. 이어 과반의 찬성을 얻어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차기 의회가 들어서는 2023년부터 줄어든 의원 수가 적용된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의원 수가 1.6명이다. 의원 감축안이 확정되면 10만 명당 1명으로 줄어든다. 세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이 연간 1억 유로(약 1314억 원) 절감될 것이라고 오성운동은 밝힌 바 있다. 프랑스 역시 국회의원 정원을 25%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내각은 8월 국무회의에서 하원 정원을 현행 577명에서 433명으로, 상원은 현행 348명에서 261명으로 줄이는 정치개혁법안을 의결했다. 차기 총선이 열리는 2022년부터 하원의원의 20%를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의원 감축안은 이달부터 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의원 수 감축이 유럽 국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상·하원 이중 구조로 된 유럽 의회 특성상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법 개정과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효율성만 따져 의원 수를 줄이면 민주국가의 근간인 대의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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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력 안보 추구하는 스웨덴… 韓, 외교 장기 로드맵 필요[광화문에서/김윤종]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기자는 북한 대표단이 입국한 3일부터 이들이 출국한 6일 오전까지 공항은 물론이고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북한대사관과 회담장, 미국 대표단이 머문 호텔을 오가며 이른바 ‘24시간 뻗치기’를 했다. 하지만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양국 간 간극만 확인한 채 협상이 끝나자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에서 스웨덴 정부가 보여준 행보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선 스웨덴 정부는 이번 협상이 결실을 맺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였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북한대사관 담벼락 밑과 호텔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던 각국 취재진은 스웨덴 정부 관계자만 보이면 긴장했다. 스웨덴 정부 관계자가 항상 미리 도착해 현장 안전을 살폈고, 이후 10분 내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를 외쳤다. 보안도 철저했다. 협상장에서 300m 떨어진 진입로부터 통제됐다. 뒤쪽 산길을 통해 협상장에 접근하려 했지만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제지당했다. 일대 바닷가에는 순찰선까지 띄울 정도였다. 이런 스웨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양국 대표단은 꽤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대표단은 스웨덴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미소로 신뢰를 보냈다. 비건 대표는 협상 시작 전 스웨덴 외교부 청사부터 방문했다. 회담 후 미 국무부도 “스웨덴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내전 중인 예멘 정부와 반군 간 중재자로도 나서 최근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왜 스웨덴은 자국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북핵 협상을 중재하고 나섰을까. 6·25전쟁 후 체결된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 4개국 중 하나가 스웨덴이라는 인연도 작용했을 것 같다. 1975년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은 스웨덴을 통해 자국인 관련 사안이 발생할 때 지원을 받기도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스웨덴은 자국에 가장 유리한 ‘외교 로드맵’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크다. 스웨덴은 1980년 창설된 ‘군축 안전보장 독립위원회’, 속칭 팔메위원회의 기원이 된 곳이다. 올로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의 이름을 딴 이 위원회는 안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당시의 안보 개념은 상대국이 ‘미사일 10개를 가지면 나도 10개’로 맞춰야 자국 안보가 유지된다는 ‘제로섬’에 가까웠다. 팔메위원회는 이런 군비 강화가 오히려 안보를 위협한다고 봤다. 이에 상호 조율해 무기를 줄여야 진정한 안보를 이룰 수 있다는 ‘협력 안보’를 내세웠다. 유럽 내 영국 프랑스 독일에 비해 군사력에서 열세인 스웨덴으로서는 이런 노력이 자국 이익 극대화에 도움이 된 것. 그러니 ‘평화의 중재자’란 외교 전략이 필연적이었던 셈이다. 스웨덴 외교가 무조건 ‘좋다’고 칭송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국가의 외교는 냉정히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후 장기 로드맵 아래 세밀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북핵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우리의 위치도 그래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 스톡홀름에서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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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적대철회 조치하라… ICBM 쏠지 美에 달려”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7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됐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뒤 3개월 지나 가까스로 재개된 실무회담 프로세스가 처음부터 난항에 빠진 것. 특히 북한이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조치를 요구하는 등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기대치를 높이면서 향후 협상 기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북한 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오후 협상을 마친 뒤 주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올 거란 기대감을 갖고 협상에 임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가 유지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며 압박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입장 발표 3시간 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창의적인 방안들(creative ideas)을 가져갔으며 북한 측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북한 측 발표는 오늘 있었던 8시간 반 동안의 논의 내용 및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2월 하노이에서 유엔의 주요 대북제재 5가지의 해제를 요구했던 것보다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김 대사는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은 미국이 우리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를 완전무결하게 제거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2주 후에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정부의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6일 오후 별도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핵심 정찰기인 E-8C 조인트스타스(JSTARS)가 5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됐다고 해외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이 밝혔다. 북한이 ICBM이나 2일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나설 징후를 사전 탐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스톡홀름=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한기재 기자}

    •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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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김명길 굳은 얼굴로 “美책임” 비난성명… 비건은 스톡홀름 맛집서 와인-피자 ‘여유’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외의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프비크 스트란드’.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휴양시설인 이곳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열렸다. 영하 1도의 날씨에도 한국 미국 일본 스웨덴 등 각국 취재진 수십 명이 협상장과 불과 6km 떨어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을 분주히 오갔다. 취재진은 양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김 대사는 오전 9시 40분경 북한대사관을 나섰다. 그는 ‘회의 결과를 낙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두고 봅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협상장에 먼저 도착한 비건 대표도 김 대사를 웃으며 맞이했다. 두 사람의 얼굴은 기대감이 가득한 것으로 보였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약 2시간 후 달라졌다. 낮 12시 김 대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검은 밴을 타고 회담장을 나와 북한대사관으로 돌아갔다. 다시 2시간 20분이 지난 뒤 회담장으로 돌아왔지만 표정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김 대사는 ‘왜 중간에 나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회담장을 떠난 김 대사는 이날 오후 6시 32분경 북한대사관에서 회담 결렬 설명을 발표했다. 북한 대표단은 스톡홀름에 도착한 3일부터 이날까지 각국 취재진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저녁 북측 차석대표인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대사관에 도착하자마자 담장 안에서 큰소리로 “성명을 발표할 테니 기다리시라우”라고 말했다. 마치 결렬 성명을 준비한 듯이 7분 만에 서너 장 분량의 종이를 들고 등장한 김 대사가 굳은 얼굴로 성명서를 낭독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에 매달린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마주 앉아도 대화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사가 말하면 곧바로 통역사가 영어로 통역했다. 김 대사 옆에 선 권 차석대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각국 취재진의 반응을 면밀히 살폈다. 약 12분간의 성명 발표가 끝난 후 북한 대표단은 이례적으로 취재진에 “질문을 3개 받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미국에서 체제 보장에 대해 긍정적 의사 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느냐” 등을 물었지만 ‘미국을 탓하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미국 대표단은 협상 결렬 후에도 곧바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특히 비건 대표는 스톡홀름의 유명 식당에서 와인과 피자 등을 즐기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성명 발표 후 약 3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10시경 “우리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져갔고 좋은 논의를 했다”며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북한 대표단은 출국 직전까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6일 오전 10시 50분경 출국을 위해 북한대사관을 나서던 김 대사는 ‘2주 후 스웨덴에서 미국과 다시 만나느냐’는 질문에 “미국 측에 물어보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6일 낮 12시 40분 비행기로 스톡홀름 공항을 떠난 김 대사 일행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해 7일 에어차이나 편으로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다. 김 대사 일행은 이날 낮 12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스톡홀름=김윤종 zozo@donga.com /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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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美, 2주내 대안 가져올리 만무…역겨운 협상 할 의욕 없다”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7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됐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뒤 3개월 지나 가까스로 재개된 실무회담 프로세스가 처음부터 난항에 빠진 것. 특히 북한이 제재 완화와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는 등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기대치를 높이면서 향후 협상 기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북한 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오후 협상을 마친 뒤 주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올 거란 기대감을 갖고 협상에 임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 “우리를 크게 실망시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가 유지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며 압박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입장 발표 3시간 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미국은 창의적인 방안들(creative ideas)을 가져갔으며 북한 측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북한 측 발표는 오늘 있었던 8시간 반 동안의 논의 내용 및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하루 만남으로는 70년간 한반도에서의 적대관계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2월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을 내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주요 대북제재 5가지의 해제를 요구했던 것보다 이번에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김 대사는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은 미국이 우리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를 완전무결하게 제거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2주 후에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정부의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6일 오후 별도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이) 두 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세계적인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했다. 위성락 전 주러대사는 “북-미가 모두 공을 들였던 협상이었기 때문에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분간 대화 재개 가능성은 적어졌다”고 전망했다. 스톡홀름=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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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시간 만에 표정 굳은 北대표…비건은 와인-피자 즐기며 여유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외의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프비크 스트란드’.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휴양 시설인 이 곳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열렸다. 영하 1도의 날씨에도 한국, 미국, 일본, 스웨덴 등 각국 취재진 수십 명이 협상장과 불과 6㎞ 떨어진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을 분주히 오갔다. 취재진은 양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김명길 대사는 오전 9시 40분경 북한대사관을 나섰다. 그는 ‘회의 결과를 낙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두고 봅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협상장에 먼저 도착한 비건 대표도 김 대사를 웃으며 맞이했다. 두 사람의 얼굴은 기대감이 가득한 것으로 보였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약 2시간 후 달라졌다. 낮 12시 김 대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검은 밴을 타고 회담장을 나와 북한대사관으로 돌아갔다. 다시 2시간 20분이 지난 뒤 회담장으로 돌아왔지만 표정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김 대사는 ‘왜 중간에 나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회담장을 떠난 김 대사는 이날 오후 6시 32분경 북한대사관에서 회담 결렬 설명을 발표했다. 북한 대표단은 스톡홀름에 도착한 3일부터 이날까지 각국 취재진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저녁 북측 차석대표인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대사관에 도착하자마자 담장 안에서 큰 소리로 “성명을 발표할 테니 기다리시라우”라고 말했다. 7분이 지난 뒤 서너 장 분량의 종이를 들고 등장한 김 대사가 취재진 앞에서 굳은 얼굴로 성명서를 낭독했다. 김 대사는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말했다. 김 대사가 한 문장을 읽으면 곧바로 통역사가 영어로 통역했다. 외신 기자들에게 북한 입장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였다. 김 대사 옆에 선 권 차석대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각국 취재진의 반응을 면밀히 살폈다. 김 대사는 비장한 표정으로 미국에 체제 안전 보장 및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약 12분간의 성명 발표가 끝난 후 북한 대표단은 이례적으로 취재진에 “질문을 3개 받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미국에서 체제 보장에 대해서 긍정적 의사 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냐” 등을 물었지만 ‘미국을 탓하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미국 대표단은 협상 결렬 후에도 곧바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특히 비건 대표는 스톡홀름 유명 식당에서 와인과 피자 등을 즐기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성명 발표 후 약 3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10시경 “우리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져갔고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북한 주장을 반박했다. 북한 대표단은 출국 직전까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6일 오전 10시 50분경 출국을 위해 북한대사관을 나서던 김 대사는 ‘2주 후 스웨덴에서 미국과 다시 만나냐’는 질문에 “미국 측에 물어보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현지 시간 6일 오후 12시 40분 비행기로 스웨덴 스톡홀름 공항을 떠난 김 대사 일행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해 7일 차이나에어 편으로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다. 김 대사 일행은 이날 낮 12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스톡홀름=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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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실무협상 결렬…北 “미국 빈손으로 나와”, 美 “좋은 대화” 반박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북한은 “불쾌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결렬원인을 전적으로 미국 탓으로 돌렸다. 비핵화 조치는 물론 북미관계가 다시 난관에 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사진)는 이날 저녁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후 6시 20분 경 북미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김 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오늘 협상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힌 후 대사관 내로 들어갔다. 이후 10분가량 지난 후 그는 3장 가량의 성명서를 들고 나와 협상결과를 낭독했다. 김 대사는 북미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의욕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결국 (미국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이날 성명 발표 내내 협상결렬에 대해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되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며 “나는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이번 실무회담에서 ‘할 수 있는 바를 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초래된 조미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실무회담의 전격 결렬은 다소 예상 밖에 결과다. 북한과 미국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둘러싼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실무회담은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김 대사는 스톡홀름으로 떠나기 전 3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실무회담이 열린 5일 오전까지도 북한 대표단 표정은 밝았다. 북미 실무협상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경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김 대사는 이날 오전 실무회담 출발 전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두고 봅시다”라고 말했다. 회의장에서는 김 대사와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처음으로 대좌했다. 이날 오전 9시 15분 경 먼저 도착한 비건 대표가 회의장 밖에서 김 대사를 웃으며 맞이하는 등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이날 협상 시작 2시간 만인 낮 12시경 김 대사 등 북한 대표단 일행을 태운 차량이 회의장을 떠나 북한대사관으로 향했다. 점심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후 무려 2시 20분이나 지난 오후 2시 20여분 경 김 대사는 “오후 회담 간다”며 북한대사관을 나서 협상장에 도착했다. 이후 북한 대표단은 4시간 후인 6시 20분경 대사관으로 돌아와 곧바로 성명을 통해 “협상은 결렬됐고, 모든 것은 미국 탓”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미국은 김 대사가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면서 결렬 책임을 미국 측에 떠넘긴 것을 정면 반박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 성명 발표 후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협상 테이블에) 가져갔으며 북한 측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입장 차가 완전히 다른 셈이다. 실무회담 결렬에 따라 비핵화와 북미 관계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방안을 수차례 논의했지만, 세부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상대 탓’을 하면서 결렬됐기 때문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기대했던 비핵화 프로세스 가동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다만 북한은 미국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며 재논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김 대사는 이날 성명 발표 후 “미국에 연말까지 더 생각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협상이 완전히 끝났고 내일(6일) 출국을 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응답으로 대응했다. 미국 측 반응에 따라 빠른 시간에 추가 실무협상의 이뤄질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스톡홀름=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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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낙관론 흘리고… 美협상팀은 함구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4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사실상 재개됐다. ‘하노이 결렬’ 이후 7개월 만이다. 북-미 실무 대표단은 이날 스톡홀름 인근 모처에서 5일 정식 실무협상을 갖기 전 예비접촉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까스로 접촉이 성사됐음에도 협상 진전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북-미가 비핵화 및 상응 조치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북한이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라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실무협상을 앞두고 열린 이날 북-미 예비접촉엔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과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나서 서로의 협상 입장을 사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 6명은 오전 9시 40분경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됐다.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의 모습은 별도로 포착되지 않았다.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2시경 스톡홀름 스웨덴 외교부로 들어가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됐다. 북-미는 이날 실무접촉까지 상반된 분위기를 보였다. 북한이 협상 ‘낙관론’을 언급하며 공세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을 예고했던 반면, 미국은 실무협상과 관련한 공식 언급을 일절 꺼리며 극도의 ‘신중 모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해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거론하며 북한을 상대하는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것에 아직 고무돼 있는 모양새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3일 스톡홀름으로 가기 전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신호가 있다”며 “결과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에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압박을 넣은 셈이다. 반면 미국 측은 실무협상에 대해 막판까지도 철저히 함구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 국무부는 1일 “(북-미) 당국자들이 향후 한 주 내에 만날 것”이라고 밝힌 것 이외에 실무협상에 대한 그 어떤 구체적 언급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켜보자”며 “(북한은) 대화하기를 원하고 우리도 곧 그들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북한 측에서 흘러나오는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외교가에선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비공개 핵시설에 대한 검증 가능한 동결 혹은 폐기를 원하는 미국의 기본 협상 입장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 상황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낙관론을 펼치는 주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식’ 언급뿐”이라며 “(실무 선에서 교감된) 다른 요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실무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 구상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조기 수립해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스톡홀름=김윤종 / 뉴욕=박용 특파원}

    • 20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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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실무협상 앞두고 예비접촉…‘비핵화 계산법’ 탐색전

    북한과 미국이 4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이날 예비접촉에서는 양국의 차석급 인사인 북한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가 만나 실무협상에서 논의할 내용, 협상 방법 등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 6명은 오전 9시 40분경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검정색 승합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목격됐지만 협상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5일 만나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과 미국 간 새로운 관계 설정 등에 대한 세부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았고, 서로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북한)은 대화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곧 그들과 이야기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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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의 힘은 ‘치유’…전쟁으로 상처받은 남북. 소통 통해 평화 찾았으면”

    “음악의 힘은 ‘치유’에 있습니다. 전쟁과 대립으로 상처받은 남한과 북한이 소통을 통해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세계적 플루트 연주자 안드레아 그리미넬리 씨(59)가 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100년 전통 ‘샹젤리제 극장’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친선 평화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전 한 말이다. 올해 12회째인 이 음악회는 ‘한국의 메아리’(에코 드 라 코레)라는 문화기획단체가 양국 지원을 받아 개최했으며 ‘평화’가 주제다. 이날 49개국 주프랑스 외교 사절이 대거 참석했다. 이탈리아 태생인 그리미넬리 씨는 34년간 클래식 연주 분야에서 독보적 명성을 얻었다. 1991년 이탈리아 정부의 기사 작위, 2003년 이탈리아를 빛낸 공로자로도 선정됐다. 유럽에서는 ‘전설의 피리 부는 사나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날 한국인 최초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씨, 레 시에클 오케스트라와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다. 바이올린을 비롯해 다른 악기와의 조화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실제 그가 세계적 플루트 연주자가 된 배경에는 연주력 못지않은 편곡실력에 있다.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한 상당수 클래식은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동원되거나 바이올린 등 현악기와 협주하는 곡이 많다. 서정적이고 맑은 소리를 내는 대신 세기가 부족한 플루트는 피아노 외 다른 악기와 협주하기가 쉽지 않다. 플루트 연주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해도 소리가 악기에 묻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미넬리 씨는 플루트와 바이올린, 오케스트라 등 다른 악기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소리의 균형점’을 찾아낸 편곡을 고안해 클래식계에서 각광을 받았다. 그는 편곡실력을 토대로 영국 가수 엘튼 존, 스팅 등 대중음악 아티스트와도 협업을 해왔다. 그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개최 목적이 단순히 양국 교류가 아닌 평화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 평화가 무너지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처가 생기고 있다.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힐링을 주는 최고의 치료제”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작곡가이기 전에 ‘빨간 머리 신부’로 유명했던 비발디가 음악을 통해 표현하려 했던 것 역시 평화”라며 웃었다. 그리미넬리 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현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부부가 싸운 후 대화를 하지 않으면 이혼하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 화해할 수 있다. 남북은 한 가족이나 부부 같은 사이니 서로 소통해 평화를 이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빈곤층 아이들을 돕는 자선 사업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콜롬비아 아이들은 3시간 걸어가 학교에 가고 오염된 물을 마시다 죽는다. 콜롬비아 출신인 아내의 영향으로 이 지역에 매일 300명의 빈곤층 아이들에게 물과 음식, 오토바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 한국-프랑스 친선 콘서트를 12년째 기획해온 이미아 에코 드 라 코레 대표는 “이제는 양국 교류를 넘어 유럽 사람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공연으로 인식돼 가고 있다”며 “내년에는 이런 점을 더욱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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