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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을 넘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15일 천안 경기가 끝난 뒤 한 말이다. 우리카드는 이날 안방 팀 현대캐피탈을 3-1(25-21, 25-18, 23-25, 25-19)로 물리쳤다. 5연승을 달린 우리카드는 승점 3을 더하면서 이번 시즌 첫 번째로 승점 40 고지(42점)를 돌파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2경기 연속 패해 승점 33에 멈춰 있는 상태다. 신 감독은 “얼핏 보면 우리 팀과 대한항공(승점 39), 현대캐피탈 사이가 벌어진 것 같지만 현대캐피탈은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팀”이라면서 “일단 연승을 이어가는 걸 목표로 하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경복(14득점)이 (최근 끝난 대표팀의)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도 컨디션이 좋아 보였는데 오늘도 잘 통했다. 황경민(14득점)도 서브가 좋았다”면서 “올림픽 예선 휴식기 동안 ‘미니 게임’을 통해 약점을 보완했는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대표팀에 합류했다가 돌아온 신영석(9득점), 전광인(10득점), 최민호(5득점)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야 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었다. 단, 올림픽 예선 휴식기 동안 남아 있던 선수들 경기 감각을 유지해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자책이 든다”고 말했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고 국위선양하겠다는 꿈은 좌절됐지만 ‘인생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멋지게 해내고 싶어요.” 한때 부상으로 신음했던 차가운 빙판이 이젠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환호의 무대가 됐다.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 48번째 작품 ‘악셀(Axel)’에서 주인공 레이 역을 맡은 박소연 씨(23·여) 얘기다. ‘악셀’은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음악가인 악셀과 레이의 사랑 이야기를 피겨스케이팅 연기와 서커스, 레이저쇼 등을 접목해 펼쳐 보이는 공연이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인 박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주연으로 북미 대륙 순회공연에 나서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에서 한국인 주인공은 그가 처음이다. 15일 미국 밀워키 공연을 마친 박 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지난번 디트로이트 공연 때 연습 도중 오른쪽 정강이가 찢어져 여섯 바늘을 꿰맨 상태다. 그래도 지난주에 실밥을 달고 공연을 다섯 번이나 했다”면서 “공연 때는 통증을 거의 못 느낀다. 그만큼 공연이 재미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 “여전히 아껴 주시는 팬들이 많아 힘이 난다. 공연도 많이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려한 조명을 한몸에 받게 될 때까지 아픔도 많았다. 2015년 한국 피겨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챔피언 출신인 박 씨는 지난해 5월 겨울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끝으로 피겨 무대를 떠났다. 부상이 문제였다. 박 씨는 2016년 겨울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고 결국 그토록 고대하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박 씨가 은퇴한다는 소식에 그의 안무를 맡았던 신디 스튜어트 코치는 ‘오쇼’ ‘쿠자’ 같은 공연으로 유명한 캐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태양의 서커스’를 찾아가 보라고 추천했다. 이 회사에서 동양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아이스쇼를 준비하고 있는데 박 씨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였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좋았다 ‘태양의 서커스’에서는 오디션도 없이 박 씨를 주인공으로 뽑았다. 박 씨는 석 달에 걸친 연습을 마치고 공연에 뛰어들었다. 운도 좋았다. ‘악셀’은 ‘태양의 서커스’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아이스쇼 작품이다. 그 전까지 이 회사는 총 47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 피겨 선수 출신이 필요한 아이스쇼는 ‘크리스털’ 한 작품뿐이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너무 다재다능한 게 문제일까.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 김희진(29)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라이트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 때도 라이트로 뛰었다. 국내 선수 중 라이트 포지션에서 제일 기량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소속팀에서는 라이트가 아니라 센터로 나선다. 이런 ‘듀얼 포지션’ 선수가 어디서든 다 잘할 때는 문제가 없다. 팀 성적이 받쳐줄 때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는 것. 이 팀은 15일 현재 V리그에서 4승 12패(승점 12)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배구 팬 다수가 ‘김희진은 라이트가 맞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도 할 말은 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붙박이 센터로 활약 중인 김수지와 호흡을 맞출 센터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희진을 라이트로 활용하면 서브 리시브에 문제가 생긴다는 거다. 그러면 센터와 날개(레프트 라이트)에 모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김희진을 센터로 쓰는 게 맞다는 논리다. 그런데 최근 변수가 생겼다. IBK기업은행은 2 대 2 트레이트를 통해 GS칼텍스에서 센터 김현정과 레프트 박민지를 영입했다. 센터와 서브 리시브 문제 모두 숨통을 틀 수 있는 길이 생긴 것. 김희진은 라이트로 돌아오는 걸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김현정의 기량이 많이 올라오면 김희진을 라이트로 돌릴 생각”이라며 “하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은 대표팀이고 소속팀은 소속팀이다”라면서 “대표팀에서는 다른 선수가 받쳐줄 수 있지만 소속팀에서는 상황에 맞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진은 19일 현대건설을 상대로 소속팀 복귀전을 치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제2의 김연아가 아니라 제1의 유영(16·과천중)이었다. 파란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낸 유영은 영화 ‘에비타’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14일 스위스 로잔 스케이팅 아레나 링크에서 열린 2020 청소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유영이 첫 점프를 시작한 건 연기 시작 30초가 흘렀을 때였다. 왼발로 점프한 유영은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돈 뒤 오른발로 얼음 위에 착지했다. 트리플 악셀이었다. 트리플 악셀은 ‘피겨 여왕’ 김연아(30)도 정복하지 못했던 고난도 점프 기술. 아직까지 세계무대에서 이 기술을 성공한 여자 선수는 11명밖에 없다. 그 11번째가 바로 유영이다. 유영은 지난해 10월 2019 스케이트 캐나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했다. 유영은 이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루프를 연이어 깨끗하게 성공하면서 연기를 이어나갔다. 이날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 유영은 3분40초 동안 총 여덟 차례 점프를 뛰면서 기술점수(TES) 73.11점, 예술점수(PCS) 67.38점으로 총점 140.49점을 받았다. 그전까지 1위였던 크세니아 시니치나(16·러시아)가 받은 128.26점보다 12.23점 많은 점수였다. 이틀 전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73.51점으로 1위에 올랐던 유영은 총점 214.00점으로 시니치나(200.03점)를 13.97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피겨 선수가 청소년 겨울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건 유영이 처음이다. 청소년 올림픽은 각국 14∼18세 선수가 참가해 메달을 다툰다. 2010년부터 2년을 주기로 여름 대회와 겨울 대회가 번갈아 열리며 이번 로잔 대회가 겨울 대회로는 세 번째다. 유영은 경기 후 김연아에게 영광을 돌렸다. 그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여전히 얼굴을 맞대면 제대로 말도 못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김)연아 언니를 정말 친언니처럼 생각한다”면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건 모두 연아 언니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그리스에서 채화해온 성화를 국내 봉송 1번 주자 유영의 성화봉에 점화해 주기도 했다. 이어 “경기 전에 긴장했지만 훈련이라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 국내 대회가 끝난 뒤에도 쉼 없이 운동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면서 “2년 뒤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고난도 점프에 점수를 더 주는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바꿨다. 이에 따라 여자 피겨스케이팅도 고난도 점프가 필수인 시대가 됐다. 전문가들은 유영의 강점이 빠른 스피드여서 충분히 고난도 점프에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미 연습 때는 4회전 점프를 여러 차례 완수했다. 유영은 17일 귀국한 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와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대비에 나선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지난번에는 살짝 시프트를 걸어서 통했는데 오늘은 저쪽에서 다 파악해서 안 될 거예요.”최태웅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감독은 2019~2020 도드람 V리그 3일 안방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 감독이 말한 ‘지난번’은 현대캐피탈이 OK저축은행에 3-0 완승을 기록한 지난해 12월 24일 맞대결.두 팀은 이날 10일 만에 리턴매치를 벌였습니다. 이날은 최 감독 예상(?)대로 OK저축은행이 3-1로 이겼습니다.최 감독이 말한 ‘시프트’는 서브 리시브 과정에서 나왔습니다.배구 경기에서 각 선수는 이 그림 순서로 서브를 넣는 것뿐 아니라 상대 서브 때도 이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자리를 지킨다는 게 꼭 각자 번호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앞 줄 선수가 뒷줄 선수보다 앞에, 왼쪽 선수보다 오른쪽 선수가 오른쪽에 있으면 됩니다.크리스마스 이브 경기 때 현대캐피탈 선수들도 OK저축은행 서버가 공을 띄울 때까지는 이 자리를 지켰지만 이후에는 슬쩍 자리를 바꿨습니다.리시브 능력이 부족한 문성민(34)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문성민은 서브 리시브 의무가 없는 라이트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리시브에서는 ‘구멍’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이날 경기까지 서브 리시브 성공률이 2.6%밖에 되지 않습니다.그래서 문성민을 대신해 ‘리베로’ 여오현(42)이나 ‘수비형 레프트’ 박주형(33)이 이 서브를 받도록 시프트를 건 겁니다. 여오현은 이날까지 49.5%로 리시브 성공률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박주형은 48.9%로 2위입니다.규칙도 규칙이지만 이렇게 나머지 선수들 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이 작전을 걸기가 쉽지 않습니다.시프트는 통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때 문성민은 상대 서브를 다섯 번(8.8%)밖에 받지 않았고 문성민이 리시브에 실패한 것도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그래도 최 감독은 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이 경기 후 비디오 분석을 통해 파훼법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이 시프트가 통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겁니다. 이날도 문성민은 3세트 1-1 상황에서 상대 서브를 받지 못했습니다.상대팀이 연속해 서브를 넣을 때 우리 팀 선수는 계속 같은 로테이션 순번을 지켜야 합니다. 약점이 있는 로테이션이라면 빨리 벗어나는 게 좋겠죠?현대캐피탈은 이 상황에서 시프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OK저축은행 전진선(24)이 때린 서브는 6번 자리에 있는 문성민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서브를 받은 건 5번 자리(로테이션 순서는 2번)에서 살짝 옮긴 박주형이었습니다.이 랠리 때는 다우디(25)가 공격에 성공했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은 이 로테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잘 모르시겠다고요? 느린 화면으로 보시면 각 선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금 더 자세히 보입니다.바로 이 다음에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OK저축은행에서도 이 시프트를 쓴 겁니다.박주형도 서브 리시브 성공률 21.4%에 그치고 있는 송명근(27)을 타깃으로 삼았는데 리베로 정성현(29)이 나타나 이 서브를 받았습니다. 정성현은 리시브 성공률 43.8%를 기록 중인 선수입니다.물론 이 장면에서만 그런 건 아니고 경기 후반에는 이 시프트를 많이 활용했습니다.최 감독은 경기 후 “역시 진욱이가 따라할 줄 알았다”며 웃었습니다. 최 감독과 석 감독은 인천 주안초 시절부터 함께 배구를 했던 사이입니다.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크리스마스 이브 때는 사실 현대캐피탈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아래 GIF처럼 아예 자리를 맞바꾸기도 했습니다.이 리시브 시프트에 저작권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도쿄 올림픽 예선 휴식기를 보낸 각 팀에서 앞다퉈 이를 활용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서브 때는 서버에게 눈길이 가는 게 당연한 일. 그래도 앞으로는 받는 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한 번 살펴 보시면 프로배구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지난해 호주에서 9월 발생한 산불(+들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코알라를 비롯해 5억~8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호주 산불 진화를 위해 자신이 후원하는 환경단체를 통해 300만 달러(약 35억 원)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가 자리잡은 뉴사일스웨일스주를 비롯해 호주 남동부 해변 지역이 주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사실상 호주 전역이 불에 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인공위성에서 봐도 호주 대륙이 붉게 보일 정도입니다.호주 정부에 따르면 5일 기준으로 약 630만 ha(헥타르)가 불에 탔다고 합니다.참고로 한국 면적이 약 1003만 헥타르 정도 됩니다. 한국 면적 약 63%에 불에 탄 셈입니다.이렇게 말씀드려도 감이 잘 오지 않으시죠?서울을 중심으로 630만 헥타르를 지도 위에 표시하면 아래 그림처럼 나타납니다.어마어마합니다. 모쪼록 빠른 시간 안에 불길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베이스볼5’를 2022년 다카르 청소년올림픽 종목에 포함시켰다고 9일 발표했다. IOC는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아프리카 청소년 사이에 인기가 높은 베이스볼5를 포함시키고 싶다고 해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다카르는 세네갈의 수도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2018년 ‘야구 국제화’를 노리고 공식 규칙을 마련한 베이스볼5는 표준어로 ‘찜뿌’라고 하는 놀이와 비슷한 ‘길거리 야구’다. 각 팀에서 5명이 나와 5회까지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 팀의 엔트리는 8명이다. 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은 2018년 청소년올림픽이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베이스볼5가 야구 불모지였던 아프리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 대회에서 정식종목 채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구와 소프트볼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이지만 2024년 파리 대회에는 채택되지 못했다. 베이스볼5는 지름 6.64cm, 무게 84.8g인 고무공을 쓴다. 타자는 이 공을 주먹 또는 손바닥으로 쳐서 홈플레이트 앞에 있는 3m(유소년은 2m) 기준선을 넘겨야 한다. “도루와 홈런은 없다. 타자가 공을 때리기 전 주자가 베이스를 떠나면 아웃이고, 타자가 때린 공이 바닥에 닿기 전에 담장을 넘어 가면 아웃이다. 대신, 수비 팀 잘못으로 공이 경기장 바깥으로 나갔을 때는 각 주자가 두 베이스씩 진루한다.”각 주자도 한 타순에 한 베이스만 진루할 수 있다. 수비 팀의 잘못으로 공이 경기장 바깥으로 나갔을 때만 각 주자가 두 베이스씩 진루한다. 한 팀이 5명이라 2사 만루가 되면 다음 타자가 여전히 3루 주자인 상황이 연출된다. 이때는 3루 주자가 타석으로 가고 나머지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한다. 1루에는 대주자가 들어간다. 수비 포지션은 1∼3루수, 유격수, 외야수가 있다.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잡으면 아웃이고, 포스아웃이나 태그아웃 규칙 역시 야구와 마찬가지다. 경기가 연장으로 흘러가면 6회에는 1루, 7회에는 1·2루, 8회부터는 모든 베이스에 주자를 둔 채 ‘승부치기’를 한다. 거꾸로 3회가 끝났을 때 15점 차이가 나거나 4회 이후에 10점 이상 차이가 날 때는 콜드 게임으로 경기를 끝낸다. 혼성 경기 때 수비팀은 특정 성별 선수를 2명 이상 경기장에 서게 해야 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지면 탈락이다. 카타르와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이야기다. 한국은 8일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배구 아시아 예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인도에 3-0(25-19, 25-20, 25-23) 완승을 거두면서 승점 4를 확보했다. 카타르도 이날 호주에 3-0 완승을 기록하며 승점 6으로 선두 자리를 굳혔다. 호주(승점 2) 역시 인도를 상대로 승점 3을 더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한국이 조별리그를 2위 이내로 마치고 준결승에 진출하려면 최소 승점 2가 필요하다. 한국이 9일 카타르를 꼭 이겨야 하는 이유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같은 날 이란을 3-0(25-15, 25-9, 25-19)으로 물리치고 조별리그 2연승을 기록하면서 준결승행을 확정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라바리니호’가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해 순항을 시작했다. 세계랭킹 8위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7일 태국 나콘라차시마 꼬랏찻차이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아시아 예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1시간 15분 만에 인도네시아(117위)를 3-0(25-18, 25-10, 25-9)으로 완파했다. 해결사는 역시 ‘에이스’ 김연경(32)이었다. 김연경은 2세트 중반까지만 뛰면서도 서브 에이스 4개, 블로킹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12점을 올렸다. 이어 ‘차세대 에이스’ 이재영(23)이 10점을 보탰고, 김수지(33)가 9점, 양효진(31)이 8점을 올리는 등 주전들이 고른 득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1세트 때 인도네시아가 생각보다 볼 분배가 좋아서 고전했다. 그래도 상대 패턴을 빨리 파악한 덕분에 2세트부터는 원하던 경기 내용이 나왔다”며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골고루 공격할 것을 주문해 그 점을 신경 쓰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랭킹 24위 한국 남자대표팀은 같은 날 중국 장먼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 첫 경기에서 호주(15위)에 2-3(25-23, 23-25, 24-26, 25-20, 17-19)으로 아쉽게 졌다. 나경복(26)이 16점을 올렸고 박철우(35)와 전광인(29)도 각각 14점을 보탰지만 홀로 30점을 올린 호주 주공격수 토머스 에드가(31)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임도헌 남자대표팀 감독은 “생각했던 경기력은 나왔는데 결과가 아쉽게 됐다. 앞으로 조금 더 집중해 경기를 하겠다”면서 “나경복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잘해줘서 선수 기용 폭을 넓힐 수 있게 된 게 오늘 경기 소득”이라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요즘 말로 아주 ‘패기 돋는’ 신인이 등장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레프트 정성규(22·187cm·사진) 얘기다. 홍익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정성규는 2019∼2020 도드람 V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정성규는 프로 데뷔 무대인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7.5득점을 기록해 팀 내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인다운 패기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정성규는 이번 시즌 공격 성공률 54.3%로 공격을 100개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10위다. 그런데 공격 범실에 따른 실점까지 따지는 공격 효율(33.1%)은 24위로 순위가 내려간다. 공격 성공률보다 공격 효율이 떨어지는 제일 큰 이유는 상대 블로킹에 차단당하는 일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정성규는 공격을 151번 시도해 23번(15.1%) 상대 블로킹에 걸렸다. 공격을 100번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로 상대 블로킹에 차단당한 선수가 정성규다. 신인 선수가 이렇게 자주 상대 블로킹에 당하면 의기소침할 법도 하지만 정성규는 ‘블로킹 벽이 먹는 건가요?’ 모드다. 정성규는 “신진식 감독님도 그렇고 선배 형들도 신인이니까 주눅 들 거 없다고 늘 강조하신다. 그 말에 자신감을 얻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 블로킹이 없는 공격, 즉 서브 때는 자신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성규의 서브에 대한 상대팀의 리시브 효율은 0.8%에 불과하다. 상대 리시버가 정성규의 서브를 받아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올린 게 23개로 그의 서브 득점(22점)보다 겨우 하나 더 많다. 그만큼 서브가 위력적이라는 의미다. 서브 안정성은 아직 떨어진다. 서브 범실은 41개에 이른다. 전체 서브 시도가 165번이었으니까 서브 네 번 중 한 번(24.8%)은 범실로 끝난 셈이다. 이번에도 정성규는 개의치 않는다. 정성규는 “서브도 역시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아직 서브, 리시브 등 기본기 보완이 필요하다”고 자평한 정성규는 “대학 1학년 때 신인상을 받았는데 프로에서도 욕심이 난다. 꼭 받고 싶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연습 코트로 향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00년부터 뉴잉글랜드에서만 뛴 톰 브래디(43·사진)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역사상 최고 쿼터백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수다. 슈퍼볼 정상을 차지한 지난 시즌까지 브래디가 주전 쿼터백으로 나섰을 때 뉴잉글랜드는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30승 10패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나머지 11개 팀 주전 쿼터백 플레이오프 승리를 모두 더해도 26승(23패)이 전부였다. 하지만 5일 뉴잉글랜드의 안방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를 가져간 쿼터백은 ‘초짜’ 라이언 태너힐(31·테네시)이었다. 태너힐은 2012년 데뷔했지만 이전까지는 플레이오프 출전 경험이 없었다. 테네시는 뉴잉글랜드를 20-13으로 물리쳤다. 뉴잉글랜드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패한 건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었다. 브래디는 지난해 여름 뉴잉글랜드와 계약을 2년 연장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단, 샐러리캡(연봉상한제) 때문에 몸값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한 상태였다. 미국 언론에서는 이날 패배로 브래디와 뉴잉글랜드가 결별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앞서 열린 또 다른 AFC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휴스턴이 연장 끝에 버펄로를 22-19로 꺾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빈스 카터(43·애틀랜타·198cm)가 처음으로 미국프로농구(NBA)에서 10년대(decade)를 네 번 경험한 선수가 됐다. 카터는 인디애나와 맞붙은 5일 안방경기 때 1쿼터 종료 6분 30초를 남기고 코트에 들어섰다. 1998∼1999시즌에 데뷔한 카터가 2000년대, 2010년대를 거쳐 2020년대 경기에도 등장한 순간이었다. 애틀랜타 팬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애틀랜타는 전날 보스턴에서 새해 첫 경기를 치렀지만 카터는 출전하지 않았다. 199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골든스테이트의 지명을 받은 카터는 입단 직후 트레이드됐고 토론토 소속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카터는 ‘에어 캐나다’라는 별명이 말해주는 것처럼 카터는 원래 덩크슛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의 덩크슛을 전국에 보여주기 위해 NBA 사무국이 2000년 올스타전을 앞두고 앞선 2년 동안 중단했던 슬램덩크 콘테스트를 부활시켰을 정도였다. 카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로 출전해 프랑스의 218cm 장신 프레데리크 베이스를 앞에 두고 보란 듯이 덩크슛을 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전성기 시절의 화려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지만 관록은 사라지지 않았다. 애틀랜타처럼 젊은 팀에서 여전히 카터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카터를 제외한 애틀랜타 현역 선수 중 4명이 카터가 드래프트된 이후 태어났다. 카터는 지난 오프시즌 애틀랜타와 1년 연장 계약에 합의하면서 NBA 무대에서 22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되기도 했다. 한편 경기에서는 동부콘퍼런스 최하위 애틀랜타가 인디애나를 116-111로 이겼다. 카터는 18분 2초를 뛰며 3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부산에 있는 골칫덩어리는 롯데 자이언츠 하나로 족하다.” 2015년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K리그2(2부)로 강등된 뒤 한 팬이 구단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축구팀이 K리그2로 떨어진 건 처음이었다. 부산 아이파크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시즌을 K리그2에서 보내고 나서야 올해 K리그1에서 뛰게 됐다. 부산지역의 원조 골칫덩어리(?) 프로야구팀 롯데는 이 기간(2016∼2019년) 657승 29무 689패(승률 0.488)를 기록했다. 10개 프로야구 팀 중 6위다. 광주시 연고의 KIA는 652승 14무 709패(승률 0.479)로 롯데보다 정규시즌 합산 성적은 더 나빴지만 2017년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두 팀 팬들이 지난 10년을 기억하는 방식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부산시 연고 프로스포츠팀이 거둔 최고 성적은 남자 프로농구팀 KT가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KT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동부(현 DB)에 1승 3패로 패해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못 했다. 결과적으로 인구 300만 명이 넘는 부산시는 지난 10년간 한 번도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배구는 연고 구단이 없음)에서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세종시를 제외한 광역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중 2010년대에 챔피언 팀을 하나도 배출하지 못한 곳은 부산뿐이다. 반면 부산시 인구 10분의 1 수준인 충남 아산시는 여자프로농구팀 우리은행이 강원 춘천시에서 연고지를 이전해 온 직후인 2016∼2017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서울 대전 전주는 2010년대에 4대 프로스포츠 챔피언을 7차례씩 배출해 공동 1위에 올랐다. 서울에서는 프로축구 FC서울과 프로야구 두산이 3회씩 우승했고 남자 프로농구 SK가 2017∼2018시즌 정상에 올랐다. 대전에서는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가 5회, 여자부 KGC인삼공사가 2회 우승을 차지했다. 전주에서는 프로축구 전북이 6번이나 챔피언을 차지했다. 전주에 우승을 안긴 나머지 한 차례 주인공은 프로농구 KT가 4강에서 탈락한 2010∼2011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KCC였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스포츠는 짝수 해가 시끌벅적하다. 이제 막 시작된 2020년도 그렇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연초부터 종목별로 도쿄행 티켓 경쟁이 벌어진다. 토론토의 류현진, 토트넘의 손흥민, 6월 2020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20) 등 밤잠 설치게 할 이벤트도 쏟아진다. 스포츠 팬에게는 원래 스포츠 그 자체가 복(福)이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도 스포츠 많이 받으세요’하는 마음으로 새해 스포츠 일정을 정리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올해 사이영상 ‘최후의 3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요. 사이영상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기자단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합니다. 최우수선수(MVP)나 올해의 신인상, 올해의 감독상도 마찬가지. 먼저 부문별 최고 득표자 3명을 공개한 뒤 순차적으로 최종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올해는 11월 5일 최후의 3인을 소개하고 12일 신인상, 13일 감독상, 14일 사이영상, 15일 MVP 투표 결과를 각각 공개합니다. 따라서 류현진이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하려면 일단 최후의 3인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류현진은 올해 14승 3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해 사이영상을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고, 다승은 공동 6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낮지만, 아시아 출신 투수가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건 올해 류현진이 처음입니다.러닝머신? 머신러닝!과연 류현진이 최후의 3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최종 수상자가 될 수 있을까요. 컴퓨터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물론 여전히 머신러닝보다 러닝머신이 익숙한 사람이 더 많겠지만 ‘베이스볼 비키니’ 독자 가운데는 “이런 낱말을 난생처음 들어봤다”는 분은 없을 겁니다. 머신러닝 또는 기계학습은 사람이 공부하는 것처럼 컴퓨터(기계)를 학습시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게 만드는 기술을 일컫는 말입니다. 원래 AI(인공지능)를 개발할 때는 사람이 일일이 규칙을 입력해야 합니다. 이때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컴퓨터가 각종 통계적 기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G메일은 어떤 e메일이 스팸메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머신러닝을 활용합니다. 그렇다면 머신러닝을 활용해 사이영상 수상자도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먼저 2009~2018년 최근 10년 동안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총 751명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컴퓨터에게 공부를 시켰습니다. 컴퓨터가 공부한 기록은 △투구 이닝 △다승 △패배 △‘팬그래프스’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fWAR) △평균자책점 △수비 영향을 제거한 평균자책점(FIP) △탈삼진 △볼넷 △피홈런 △9이닝당 탈삼진(K÷9) △9이닝당 볼넷(BB÷9) △삼진 대 볼넷 비율(K÷BB) △인플레이 타율(BABIP) 등 13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 13가지 기록별 순위를 토대로 사이영상 수상자를 예상해보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머신러닝에 익숙한 분들에게 말씀드리자면 ‘랜덤 포레스트’ 방식을 활용했습니다).컴퓨터가 예상한 2019년 사이영상 수상자는…그 결과 컴퓨터는 양대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20명 가운데 18명(90%)을 맞혔습니다. LA 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 수상자는 전부 정확히 맞혔고, 아메리칸리그에서는 2012년과 2016년이 틀렸습니다. 2012년 사이영상은 데이비드 프라이스(34·당시 탬파베이 레이스)에게 돌아갔지만 컴퓨터는 저스틴 벌랜더(36·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받으리라 예상했고, 실제로는 릭 포셀로(31·보스턴 레드삭스)가 주인공이던 2016년 사이영상도 역시 벌랜더를 수상자로 예상했습니다. 이 두 번은 실제 승부도 박빙이었습니다. 2012년에는 프라이스가 153점, 벌랜더가 149점으로 4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2016년에도 포셀로 137점, 벌랜더 132점으로 5점 차이로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사이영상은 기자 1명이 1~5위를 정해 투표하면 순위에 따라 7, 4, 3, 2, 1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수상자를 결정합니다. 그러니까 벌랜더가 1위 표를 한 장만 더 받았어도 수상자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컴퓨터가 이런 결정을 내릴 때는 여러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게 됩니다. 이번 사이영상 예측 모델은 각 기록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줘 수상자를 예측했습니다. 컴퓨터가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한 기록은 평균자책점이었습니다. 평균자책점이 중요한 정도를 100이라고 하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다승은 61.3이었습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투표인단이 투표 과정에서 평균자책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단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류현진에게 유리한 결과입니다. 평균자책점과 다승 다음으로는 fWAR(42.6), 탈삼진(29.5), FIP(21.8)가 5위 안에 들었습니다. 메이저리그 팬 중에는 “사이영상을 타려면 ‘이닝 이팅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믿는 분이 적잖고, 실제로 ‘200이닝도 못 던진 투수에게 사이영상을 주는 게 옳은가’라는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지만 컴퓨터는 ‘이닝 이팅이 13개 기록 가운데 9번째로 중요하다, 5번째로 덜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역시 182와 3분의 2이닝(내셔널리그 13위) 소화에 그친 류현진에게는 유리한 결과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기록이 사이영상 수상에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해 과거 수상자를 예상해냈다면 올해 수상자도 예측할 수 있겠죠. 컴퓨터에게 같은 기록을 주고 올해 수상자도 예측해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컴퓨터는 제이컵 디그롬(31·뉴욕 메츠)이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디그롬은 평균자책점(2.43) 2위, 다승(11승) 공동 34위로 류현진보다 순위가 낮지만 fWAR는 7.0으로 내셔널리그 투수 가운데 제일 높고, 삼진도 내셔널리그 투수 가운데 제일 많이 잡았습니다(255개). FIP 2.67도 내셔널리그 2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류현진은 fWAR(4.8) 5위, 탈삼진(163개) 20위, FIP(3.10) 4위로 디그롬보다 기록이 떨어집니다. 그런 이유로 컴퓨터는 류현진이 디그롬은 물론,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워싱턴 내셔널스)에게도 뒤진 3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컴퓨터 예상 점수는 디그롬 128점, 스트라스버그 93점, 류현진 60점이었습니다. 아메리칸리그는 두 투수가 박빙입니다. 컴퓨터는 게릿 콜(29·휴스턴 애스트로스)이 161점을 얻어 팀 동료 벌랜더(159점)를 2점 차이로 제치고 사이영상을 타리라 예측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정도 차이면 실제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컴퓨터가 답을 못 찾을 때는 다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국 스포츠 도박 배당률 정보를 소개하는 한 사이트에 따르면 두 후보의 배당률(머니라인)은 콜 -140, 벌랜더 +100입니다. 콜이 사이영상을 탄다는 데는 140달러를 걸어야 100달러를 딸 수 있다는 뜻이고, 벌랜더는 100달러를 걸면 100달러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스포츠 도박사들도 콜이 사이영상을 탈 확률이 더 높다고 보는 겁니다.도박사들 전망은?류현진은 배당률 +1200으로 내셔널리그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9월이 시작될 때만 해도 +150으로 내셔널리그 1위였지만 한 달 사이 5위까지 내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컴퓨터보다 류현진에게 더 ‘짜게’ 구는 셈입니다. 1위 자리를 차지한 건 6월부터 류현진과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인 디그롬(+150)입니다. 이번에도 스트라스버그가 +175로 디그롬 다음입니다. 이어서 잭 플래허티(2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500으로 3위, 맥스 셔저(35·워싱턴 내셔널스)가 +1000으로 4위입니다. 종합하면 컴퓨터나 사람이나 내셔널리그에서는 디그롬,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콜이 올해 사이영상을 탈 확률이 제일 높다고 보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 결과도 그럴까요. 11월 14일이 되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이 기사는 1212호에 실렸습니다》}
저출산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적어도 신문 기사에서는 그랬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저출산은 일본이나 유럽에서 벌어지는 ‘딴 나라 이야기’에 가까웠다. 그러다 2004년 한국 언론에 저출산에 대한 내용이 가파르게 늘었고 대선 직후인 2008년에야 저출산 대책이 쏟아졌다. 이는 동아일보가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아르스 프락시아’와 함께 1999년부터 동아일보를 비롯한 국내 5개 일간지에 실린 (저)출산 관련 기사 1만7963건을 대상으로 ‘텍스트 마이닝’을 진행한 결과다. 10년 뒤인 2018년 한국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 0명대로 주저앉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저출산 대표국인 일본보다도 빠르게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출산 관련 기사에 어떤 낱말이 제일 많이 등장했는지(톱10) 또 이 낱말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의미망 분석) 알아봤다.○ 20년 전엔 ‘딴 나라 이야기’였던 저출산 1999년 출산 관련 기사 연관 키워드 톱10에는 ‘성별감별’ ‘성비불균형’(이상 공동 4위) 같은 낱말이 들어갔다. ‘저출산’이라는 낱말 자체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선진국(2000년 8위), 일본(2002년 10위) 등이 톱10에 올랐다. 키워드에 ‘한국’이 톱10에 진입한 건 2007년(10위)이 처음이다. 당시 한국은 이미 저출산 국가였다. 합계출산율 통계를 찾아보면 2001년 일본(1.33명)과 한국(1.30명)은 별 차이가 없었고 2002년에는 한국(1.17명)이 일본(1.32명)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은 2004년 합계출산율이 1.15명으로 내려가고 나서야 이듬해 9월 대통령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했다. 2006년 정부에서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한 다음부터 12년간 153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1.13명에서 0.98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만 저출산 관련 예산은 30조6002억 원.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32만6900명이니 출생아 1인당 9360만 원을 쓴 셈이다. 정부 대책이 비효율적이었다는 건 의미망 분석을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2008년까지 5개 일간지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종합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내용이 많았다. 부동산, 교육, 노동환경 등 저출산을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키워드가 톱10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14년 이후다. 김도훈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는 “20년 전만 해도 저출산에 대한 인식은 ‘강 건너 불구경’에 가까웠다. 분석 결과만 놓고 보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뒤에도 일단 백화점식 정책 입안에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집과 교육이 문제, 그래서 우리는 연애도 안 한다재미있는 건 2008년까지 없던 '연애'라는 낱말이 2009년 이후 기사 의미망 분석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게다가 '연애'가 '결혼'보다 '저출산'과 거리가 가깝다. 의미망 분석에서는 낱말 사이 거리가 가까울수록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뜻이다.힌트는 온라인 반응에서 얻을 수 있다. 신문 기사가 주로 제도와 정책에 대해 언급한다면 댓글 등 온라인 게시물은 이용자들이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날것 그대로' 표현한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는 기사 댓글,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 온라인 게시물 22만7000건에 대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동원해 저출산 관련 누리꾼 반응을 분석한 뒤 지난해 12월 '4차 산업혁명 시대 육아정책의 이슈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펴냈다.이 보고서를 보면 2014년을 기점으로 부동산과 교육 관련 키워드가 함께 등장하는(주거×교육) 게시물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에는 주거×교육 게시물이 11.3%였지만 2017년에는 22.5%로 늘었다. 2014년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3년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2012년보다 1.84% 떨어졌지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년도 대비 1.09% → 5.56% → 4.22% → 5.28% 상승세를 이어갔다.지역에 따라서는 아파트값이 비쌀수록 사교육비도 올라간다. 신한은행에서 내놓은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은 월 평균 86만 원을 사교육비로 썼지만 강북 지역 고등학생은 62.8% 수준인 54만 원이 전부였다.젊은 세대는 결혼 후에도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자녀 교육 등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 등을 의식해 결혼은 물론 연애까지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조사에 응한 20∼44세 미혼 남녀 2464명(남성 1140명, 여성 1324명) 중 71%(1750명)는 현재 연애 상태가 아니라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 미혼 남녀가 가장 필요한 결혼 지원 정책으로 꼽은 건 '신혼집 마련 지원'(27.9%)이었다. ○ 개인이 체감할 수 있게 정책 바뀌어야 기사가 제도와 정책을 이야기하고 댓글은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만큼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낱말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출산이라는 주제에 대해 의미망 분석을 진행하면 기사에서는 ‘건강’ ‘육아휴직’ ‘연령’ 같은 단어가 영향력이 높은(중요한) 낱말로 나타났지만 댓글에서는 ‘인생’ ‘잘못’ ‘피해’ ‘바보’ 같은 낱말이 중요했다. 또 ‘육아’ 관련 기사에서는 ‘교육’ ‘어린이집’ ‘유치원’이 중요한 낱말이었던 반면 댓글에서는 ‘결혼’ ‘인생’ ‘피해’ ‘행복’ 같은 낱말의 영향력이 높았다. 국민이 체감하는 방식으로 저출산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 교수는 “수혜자 중심으로, 수혜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사회적 시스템이 정교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주변에는 당장 아이를 낳으면 맡아 줄 곳, 키워 줄 사람을 찾아 헤매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가 많다. 이걸 사회(공공)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 정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규인 kini@donga.com·강은지 기자}
“아이가 주는 행복을 숫자로 바꿀 순 없죠. 시간을 되돌려도 셋을 다 낳았을 겁니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심모 씨(34)는 다둥이 아빠로 주변 응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에게 아이 셋은 보물이나 다름없다. 심 씨는 자신이 자녀를 셋이나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남들보다 좋은 양육 환경 때문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부부의 월 소득은 1000만 원에 조금 못 미친다. 장인과 장모가 동거하며 아이 양육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는 “셋째 임신 때의 주변 반응은 둘째 임신 때까지와는 확실히 달랐다”며 “셋째 임신 소식을 주변에 알렸을 때 ‘대체, 어쩌려고 하느냐’는 식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친구나 동료들에게는 ‘준비되지 않았다면 임신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7년 차인 다른 대기업 사원 정모 씨(35)는 교육 공무원인 아내와 결혼하기 전부터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맞벌이를 하면 경제적 여유는 있겠지만 아이 성공을 전폭 지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아무 걱정 없이 아이를 지원하고 아이 미래를 보장하려면 10억 원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한국에서 부모의 재력과 권력이 아이 미래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결국 무(無)자녀의 삶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결혼 후 곧바로 정관수술을 받았다.○ 여유 있는 가정에도 출산 기피 확산 동아일보가 임산부의 날(10일)을 맞아 공개한 인터랙티브 사이트 ‘요람에서 대학까지: 2019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baby.donga.com)’에 따르면 아이 양육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은 비단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저출산 현상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부들에게서도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정년과 고액 연봉이 보장돼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국책은행에 다니는 김모 씨도 결혼 전 아내와 자녀를 낳지 않기로 약속했다. 현재 결혼 3년 차를 맞아 양가 부모님에게서 ‘아이를 낳으라’는 극심한 설득 작업에 시달리고 있지만 결심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대뜸 대학 입학에 활용되는 논문의 가격표를 보도한 뉴스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1저자 등재 조건의 논문 가격은 1200만 원, 2저자 논문은 600만∼800만 원.’ 김 씨는 “부모가 권력과 재력이 있으면 자식의 능력과 상관없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잡는 대한민국 사회에 환멸을 느낀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한국 사회는 지나친 경쟁 사회이자 불공정한 사회”라며 “아이에게 물려줄 권력과 재력이 없는 나에게는 오히려 출산이 무책임한 행위라는 애초의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소득 높을수록 양육비도 더 쓴다 소득이 높은 가구에도 번진 출산 기피 현상은 소득이 높을수록 양육비를 더 쓰는 구조와 무관치 않다. 동아일보가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구축한 ‘요람에서 대학까지: 2019년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따라 8억 원 이상의 양육비용 차이가 났다.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 미만의 가정은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는 데 평균 1억7534만 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소득 600만 원 무려 9억9479만 원을 지출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의 원인이 단순히 양육과 보육 부담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출산보다 생존이 우선시돼 결과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31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저출산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이 ‘교육’이었지만 상위 15개 단어에는 ‘양극화’, ‘차별’ 등이 포함됐다. 양육에 들어가는 시간 역시 무시하지 못할 기회비용 중 하나다. 2014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보면 자녀가 없는 여성은 ‘가족 및 구성원 돌보기’에 하루 평균 1시간 7분을 쓴다.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3시간 28분으로 3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교제 및 여가 활동’ 시간은 4시간 39분에서 2시간 59분으로 2시간 가까이 줄어든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단기간에 변화되기는 힘들다”며 “결국 양육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출산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김형민 kalssam35@donga.com·강은지 기자 ▼ “아이 셋, 경제부담 있지만… 돈으로 못바꿀 행복” ▼다자녀일수록 부모 행복도 높아‘다둥이 부모’는 행복하다. 동아일보와 딜로이트컨설팅이 2015년부터 공동 조사하고 있는 행복지수에 따르면 자녀가 한 명 있는 사람(56.92점)은 자녀가 없는 사람(58.76점)보다 행복지수가 낮았다. 하지만 자녀가 2명이 되면 행복지수가 59.03점으로 올랐고 3명일 때는 62.31점까지 치솟았다. 특히 딸이 많을 때(64.38점)보다 아들이 많을 때(65.52점) 아빠의 행복지수가 올라갔다. 큰아들 영욱(6), 쌍둥이 영준 영호(4) 등 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우태 피트니스센터 ‘핏걸’ 대표(34)는 “아들 셋이면 솔직히 힘들다”고 먼저 털어놓았다. “특히 아빠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줘야 하기 때문에 운동이 직업인 나도 버거울 때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그는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원래 다니던 직장 월급으로는 아이를 키우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지금의 직업으로 바꿨다. “지금은 세 아들에게 평생 친구를 찾아준 것 같아 흐뭇합니다. 세 아들 역시 나의 평생 친구가 아니겠어요?” 이어 “육아를 문자 그대로 아이 키우기라고 생각하면 힘들어 못 할 것 같다. 부모가 다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도 얼마든 자기 몫은 할 수 있고 함께 힘을 모아 헤쳐 나가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크게 웃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아니, 과소비한 것도 없는데….”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 씨(36)는 자신이 유치원생 아들(6)을 키우는 데 지금까지 2억1330만 원을 썼다는 분석 결과를 받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출산 후 조리원도 비싼 곳을 안 가고 각종 육아용품도 대체로 중고 물품을 사거나 물려받아 썼다. 요새 유행이라는 영어유치원도 안 보내고, 국공립유치원은 추첨에서 떨어져 일반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동아일보가 만든 인터랙티브 사이트 ‘요람에서 대학까지: 2019년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를 통해 그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6억5994만 원을 더 쓰게 된다는 전망치를 받았다.○ 근로자 10년 연봉, 고스란히 아이 양육비로 동아일보가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이해 구축한 양육비 계산기 사이트에 따르면 모든 소득 구간의 평균에 해당하는 한 가구가 아이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필요한 돈은 약 3억8198만 원으로 집계됐다. 미취학 양육비 6860만 원, 사교육 등을 포함한 교육비로 초등학교 9250만 원, 중학교 5401만 원, 대학교 8640만 원 등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연 소득이 4003만 원인 처분가능소득 3분위 가구가 이 금액을 사용하려면 9.6년 동안의 소득을 고스란히 양육비에 쏟아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이가 23세가 될 때까지 해마다 같은 금액을 쓴다고 가정할 때 연 소득의 41.5%가 양육비로 나가는 셈이다. 서울만 따로 빼면 4억254만 원으로 늘어난다. 10.1년 치 연 소득이다. 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1170가구)와 통계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등이 발간한 가구 조사 데이터 및 통계분석 자료 등을 활용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다. 양육비 계산기를 활용하면 우선 소득의 차이에 따른 자녀 양육비 총액의 평균 금액을 토대로 △출산 △산후조리 △보육 △교육 방식 등 자녀 생애주기별 각종 변수에 따른 양육비를 산출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소득이 비슷한 가구가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출산과 육아비용, 초중고교 교육비와 사교육비 등을 입력해 두고 다른 이용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따라서 사이트 이용자가 입력하는 평균 소득이 늘어나면 양육에 수반되는 제반 비용이 늘어나고 총 양육비도 증가한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 원 정도인 이 씨의 경우 총 양육비가 8억7324만 원으로 소득구간 평균 가구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씨는 “아들 출산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로 기쁨을 누리고 있다”며 “정부와 사회가 어떤 부분을 배려하고 신경 쓰면 좋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최근 10여 년간 저출산 예산 140여조 원이 투입됐지만 정작 부모들의 정책 체감도가 왜 낮은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던진다.○ 전문가들 “보육 교육 부담 줄여야”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적인 부담이 출산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 1순위로 꼽히는 만큼 자녀의 생애 주기별로 맞춤형 보육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원 맞벌이인 이 씨 부부는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으로 그나마 아이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겨 보육비용(월 80만 원)을 다소 줄일 수 있었다. 이 씨와 달리 입주 도우미를 쓰는 가구는 대체로 월 220만∼260만 원의 비용을 지출한다. 출산 후 복직하며 입주 도우미를 들인 김효정 씨(35)는 매달 월급의 절반을 그대로 입주 도우미에게 주다시피 하고 있다. 어린이집 역시 오후 6시에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야 하기에 빨라도 오후 8시에 퇴근하는 부부의 근무 특성상 아이를 저녁에 계속 봐줄 도우미가 필요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 돌보미 비용은 양육자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라며 “무상으로 지원하는 보육처럼 아이 돌봄도 정부가 포괄하는 공적 서비스로 확대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 양육에 비용이 많이 들어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자녀를 출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가정 양립과 함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유영 abc@donga.com·강은지·황규인 기자}
저는 올해 한국 프로야구 신인상은 KIA 타이거즈 이창진(28)이 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 이상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19)이 어깨 부상으로 서둘러 시즌을 마감하자 올해 신인상 경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눈에 띕니다. LG 트윈스 정우영(20)이 올해 신인상 자리를 예약했다는 겁니다.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19)과 함께 두 선수가 시즌 초반부터 신인상 후보 톱3로 떠올랐던 건 사실. 그렇다고 꼭 이 세 선수 중에서 신인상 수상자가 나와야 하는 건 아닙니다.이창진, 신인 타자 가운데 최고 기록2019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규정은 ‘(신인상은) 해당 연도의 KBO 정규시즌에서 신인선수로 출장하여 기능·정신 양면에서 가장 우수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에게 시상한다’고 돼 있을 뿐 다른 조건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신인상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은 따로 정해뒀습니다. 당해 연도를 제외하고 여섯 시즌을 넘기기 전 타자는 60타석 이하, 투수는 30이닝 이하를 기록했다면 ‘신인선수’ 자격을 유지한 것으로 봅니다. 이창진도 이 조건에 부합합니다. 이창진은 2014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2차 6라운드 때 롯데로부터 지명받아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8월 12일 1군 데뷔전을 치렀으니까 지난해가 다섯 번째 시즌으로 신인상 기준을 충족하고, 1군에서 총 52타석에 들어섰으니 타석 기준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 원태인이나 정우영, 또는 두산 베어스 최원준(25) 등 경쟁 상대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신인상을 타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참고로 역대 프로야구 신인상 36명의 평균 나이는 22세였습니다). 6년 차 선수라는 것도 마찬가지. 2002년 1군 데뷔전을 치른 최형우(36·현 KIA)는 2008년 7년 차였지만 당시 신인선수 기준(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6시즌)을 충족했기에 신인상을 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창진은 ‘해당 연도의 KBO 정규시즌에서 신인선수로 출장하여’까지는 ‘세이프’입니다. 이제 ‘기능·정신 양면에서 가장 우수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인지 따져보면 됩니다.투타 통틀어도 압도적 성적이창진은 9월 23일 현재 OPS(출루율+장타력) 0.738로 신인선수 조건을 갖춘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NC 다이노스 김태진(24)이 OPS 0.699로 규정 타석 70% 이상을 소화한 신인선수 중 2위니까 이창진이 적잖은 차이로 앞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서용빈(48·SPOTV 야구 해설위원)의 통산 OPS가 0.738이고 김영직(59·현 휘문고 감독)은 0.698입니다. 게다가 이창진은 신인 타자 가운데 제일 많은 467타석에 들어서면서 이미 규정 타석을 채운 반면, 김태진은 375타석으로 규정 타석 미달입니다. 홈런(5홈런)과 타점(46타점)은 두 선수가 같지만 전체적으로 이창진이 더 꾸준히 출전해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타자에서 신인상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면 이창진이 딱 맞는 후보입니다. 투수 쪽에서는 사실 정우영이 역시 신인선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전상현(23·KIA)과 비교해 크게 앞선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9월 23일 현재 정우영은 4승 6패 1세이브 15홀드에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 중이고, 전상현은 1승 4패 14홀드에 평균자책점 3.28입니다. 정우영이 64이닝으로 전상현(57과 3분의 2이닝)보다 11% 더 던졌지만 LG가 안방으로 쓰는 잠실야구장이 리그에서 제일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딱히 어떤 선수가 낫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이창진과 이 두 투수의 기록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용하려는 기록은 승패입니다. 미국야구연구협회(SABR)의 뉴스레터 ‘바이 더 넘버스(By The Numbers)’ 2008년 2월호에는 타자 기록을 승패로 바꾸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을 쓴 톰 한라한은 통계 분석을 거쳐 ‘(타점+득점)÷12’는 승, ‘(타수-안타)÷34’는 패로 계산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기록을 이창진에게 적용하면 그는 이번 시즌 9승 9패를 기록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라한이 이 분석을 시도한 건 기본적으로 야구 역사에 이름을 올린 타자와 ‘선발투수’를 비교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베이브 루스(1895~1948)가 타자로 남긴 성적은 투수로 치면 366승(163패)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겁니다(루스는 투수로도 94승 46패를 기록했습니다). 정우영과 전상현은 전부 구원투수니까 구원투수 성적을 선발투수 성적 범위로 바꾸는 방법도 있어야겠죠. 이에 대해서는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가 제시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우영은 선발투수로 21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 8패를 기록한 것과 동급입니다. 전상현도 마찬가지로 8승 8패 투수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 논리를 따르자면 9승을 거둔 선발투수와 비교할 수 있는 이창진이 타자와 투수를 통틀어 올 시즌 제일 뛰어난 ‘기능’을 선보인 신인선수입니다. KBO 공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서 제공하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ins Above Replacement·WAR)를 봐도 이창진 2.35, 전상현 1.05, 정우영 0.47로 이창진이 두 선수보다 확실히 앞서 있습니다. KBO에서 수상 기준으로 제시한 ‘정신’은 어떨까요? 프로야구는 신인선수 자격만 제외하고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도핑(약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전력도 문제 삼지 않는 리그입니다. 자연히 이창진이 정신적으로 결격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신인상은 그저 최고 신인에게 돌아가는 것이상을 종합해보면 이창진이 올해 신인상을 타는 게 맞습니다. 이창진은 “신인상 자격이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 6년 차인데 그동안 뭘 했나’ 반성도 했다. 그러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된 게 어디냐’고 감사하기로 했다”며 “올 한 해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개인 성적보다 ‘팀이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올 시즌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체력적인 어려움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올해는 지난해 강백호(20·kt 위즈)처럼 압도적인 신인선수가 없어 누가 신인상을 타더라도 ‘함량 미달’ 논란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신인상이 꼭 ‘역대급’ 신인에게 돌아가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그해에 가장 우수한 신인선수를 골라 시상하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올해 가장 우수한 신인선수는 이창진입니다. 만약 이창진이 정말 신인상을 타게 된다면 신재영(30·키움 히어로즈)이 2016년 세운 역대 프로야구 최고령 신인상(당시 27세) 기록을 새로 쓰게 됩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오시마 노부오(大島信雄·1921~2005)가 센트럴리그 원년(1950)에 29세로 신인상을 탄 게 최고령 기록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같은 해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탄 샘 제스로(1917~2001)가 최고령 신인상 수상자로, 당시 그는 오시마보다 네 살 많은 33세였습니다.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이 기사는 1207호에 실렸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두려움과 기대를 갖고 사주를 보러 가곤 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무엇을 계속 힘차게 해나가면 좋을지 남의 입으로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리학자들은 내 사주를 푼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이 격려하듯 혹은 타이르듯 내 인생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음성을 듣는 동안엔 어쩐지 뒤가 든든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는 듯했지만 괜찮았다.’(이슬아의 ‘일간 이슬아 수필집’ 중 ‘화살기도’) 그러니까 요즘 가장 핫(hot)하다는 이 ‘신세대 작가’(아, ‘아재’ 냄새~)조차 새해를 시작할 때는 격려와 자극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 예측과 해석 가운데 ‘나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다고 해도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야구에 대한 과학적 연구(세이버메트릭스)를 표방하는 ‘베이스볼 비키니’지만 설날 무렵이 되면 ‘토정비결’이라는 유사과학의 힘을 빌려 새해 프로야구 성적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미신이라 해도 2000년 넘게 이어져왔다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비이성적) 생각을 품으면서 말입니다. 다음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의 생년월일을 토대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019년 기해년(己亥年) 토정비결을 알아본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순서는 지난해 팀 순위 역순입니다.NC 다이노스 이동욱마치 두 호랑이가 서로 다투는 격이나 이익은 사냥꾼에게 있도다 兩虎相爭 利在獵夫 올해부터 NC 지휘봉을 잡게 된 이 감독이 (냉정하게 말해) 무명인 것처럼, 운세 풀이도 쉽지 않습니다. 이 감독은 호랑이일까요, 아니면 사냥꾼일까요? 이 감독이 호랑이라면 다른 호랑이 한 마리는 누구일까요? 이 감독이 사냥꾼이라면 호랑이 두 마리는 어디에 있는 어떤 존재일까요? 올해는 이 감독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야구팬들에게 실력으로 소개하는 게 우선일 듯합니다.kt 위즈 이강철천리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나니 기쁘지 아니한가 千里他鄕 喜逢故人 이 운세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고생을 겪고 있을 때 우연히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는 뜻. 이미 올 시즌 kt에서 뛰기로 한 외국인 선수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쓰면서 팀 분위기가 살아날 거라는 예언은 아닐까요? 이 감독의 운세는 ‘곤고함을 한탄 마라. 마침내는 안락하리라(莫恨困苦 終得安樂)’로 이어집니다.LG 트윈스 류중일바람이 서북쪽에서 일어나니 모자가 어느 곳에 떨어질꼬 風起西北 帽落何處 여기서 모자는 관복을 입을 때 쓰는 사모(紗帽)를 뜻합니다. 그러면 서북쪽은 어디일까요? LG 안방 서울 잠실야구장 서북쪽에는 1루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1루 쪽에는 두산 베어스의 라커룸과 구단 사무실이 있습니다(LG는 3루 쪽을 씁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LG는 지난해 두산에 1승 15패로 밀렸습니다. 과연 올해는?롯데 자이언츠 양상문하늘을 나는 기러기가 갈대를 무니 어둠을 등지고 밝은 곳을 향한다 飛雁含蘆 背暗向明 이 운세를 읽고 기러기와 갈매기의 차이에 대해 고찰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운세에는 기러기가 등장하지만 롯데를 상징하는 동물은 갈매기이기 때문이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갈매기는 새우 맛 과자를 좋아하지만, 기러기는 아니라는 엉뚱한 답변이 제일 위에 떴습니다(그러고 보니 이 과자를 만드는 회사와 롯데는 창업주가 형제지간이네요). 결국 14년 만에 다시 롯데를 맡게 된 양 감독이 이 좋은 기러기 운세를 갈매기 운세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삼성 라이온즈 김한수일신이 곤고하니 어느 때나 형통할까 一身困苦 何時亨通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도 김 감독의 운세는 걱정스럽습니다. ‘참과 거짓을 알기 어려우니 의심을 품고 결정을 못 한다(眞假莫測 狐疑難定)’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앞길을 알려면 목성(木姓)을 가진 이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나무 목(木)이 들어간 대표적 성은 이(李)씨. 하필 이 팀 ‘레전드’가 이승엽인 게 김 감독에게는 득일까요, 독일까요?KIA 타이거즈 김기태만일 귀인을 만나면 일신이 편안해진다 若逢貴人 一身自安 올해 김 감독의 운세는 ‘독단을 버리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독단적이고 자존심이 강해 매사 생각 없이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으니 쉰다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처신함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사방에 떨치려면 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吉星助我 名播四方). KIA는 거꾸로 올해부터 수석코치 자리를 없애기로 했으니 김 감독의 운명은 과연?키움 히어로즈 장정석목마른 용이 드디어 물을 얻어 마셨으니 재수가 형통하리라 渴龍得水 財數亨通 이 팀은 지난해 주전 포수(박동원)와 마무리 투수(조상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빠진 와중에도 정규리그 4위에 올랐습니다. 결국 두 선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아 이번 시즌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정도면 목마른 용이 물을 얻어 마셨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새로 팀 살림살이를 맡은 임은주 단장을 둘러싼 소문은 흉흉하기만 하니 운세가 좋아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한화 이글스 한용덕황망한 일이 많으니 낮에 산도깨비가 나온다 事多愴忙 晝出?? 이 팀에서 코치를 지낸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팟캐스트 ‘김정준의 야구수다’에서 한화의 키워드로 ‘베테랑’을 꼽았습니다. 지난 시즌 성공에 베테랑이 적잖게 공헌한 것처럼 이번 시즌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 분위기를 보면 한화는 베테랑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인 것 같습니다. 이 어린 선수들이 성장통을 겪을 때 베테랑이 산도깨비가 아닌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한 감독이 어떻게 팀을 꾸려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터.두산 베어스 김태형보름달이 한껏 둥그니 다시 이지러지는 때가 있다 望月圓滿 更有虧時 김 감독이 처음 이 팀 지휘봉을 잡은 2015년 이후 두산은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보름달이 한껏 둥글었던 것. 그러나 이번 오프시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안방마님’ 양의지가 NC로 떠나면서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토정비결은 ‘먼저 얻고 뒤에 찌푸림은 일상다반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양의지가 없다고 1등을 못 한다고는 생각 안 한다”며 덤덤한 자세를 보입니다.SK 와이번스 염경엽산에 들어가 범을 잡으니 생사를 판단하기 어렵도다 入山擒虎 生死難辨 원래 이 운세는 매우 무모한 일을 벌이는 상황을 설명하는 표현입니다. 그래도 염 감독으로서는 다른 길이 없었을 겁니다. 우승팀 감독 자리를 이어받는 건 우승해도 본전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우승 단장’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그가 ‘우승 감독’ 타이틀도 따낼 수 있을까요? 토정비결은 ‘분수 밖의 일을 탐하지 마라. 손해만 있고 이익이 없다(勿貪分外 有損無益)’고 충고하지만 이런 운명에 굴했다면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지 못했을 겁니다.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