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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직전 유대인 어린이 669명을 나치의 학살 위협으로부터 구해 ‘영국판 신들러’로 불리는 남성이 체코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올해 105세의 영국인 니컬러스 윈턴 경은 28일 체코 프라하성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최고훈장인 ‘백사자 국가훈장’을 받았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1938년 런던에서 29세의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던 윈턴 경은 체코슬로바키아 동부의 한 유대인 난민캠프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독일계 유대인인 그는 자비를 털어 어린이 구호작전을 긴급히 추진했다. 그는 유대인 어린이 호송을 위해 영국에서 입양 가정을 모집했고 1939년 3∼8월 8차례에 걸쳐 어린이 669명을 프라하에서 런던까지 기차로 수송했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2009년 9월 4일 런던의 리버풀 스트리트역으로 1930년대 모델을 그대로 본뜬 증기기관차 한 대가 들어왔다. 당시 윈턴 경 덕분에 목숨을 건졌던 사람과 후손들이 기차에서 내려 그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포옹을 했다. 체코 프라하역에는 윈턴 경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윈턴 경의 선행이 알려진 것은 1988년 아내 그레테 씨가 집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서류가방 때문이었다. 가방에는 남편이 구한 유대인 어린이들의 명단과 이들이 쓴 편지들이 보관돼 있었다. 윈턴 경은 이 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아내의 설득으로 그해 BBC방송에 당시 구했던 ‘어린이들’과 함께 출연해 그때 일을 회고했다. 그는 2003년 3월 영국 여왕으로부터 ‘경’ 작위를 받았다. 체코 정부는 이날 훈장 수여식을 위해 거동이 불편한 윈턴 경에게 전용기를 제공했으며 80대에 접어든 당시 어린이들도 참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와 터키 접경 지역인 코바니를 배경으로 영국인 인질을 찍은 새로운 동영상을 공개했다. IS가 27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5분 30초짜리 동영상에서 영국인 사진기자 존 캔틀리 씨(사진)는 검은 옷을 입고 코바니 시가지를 배경으로 리포트 형식으로 발언했다. 캔틀리 씨는 IS가 코바니 공격에 실패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IS가 코바니의 동남부 대부분을 장악했다. IS의 승리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영상에는 ‘IS 군대의 무인기’가 촬영했다는 자막과 함께 파괴된 코바니 시가지의 모습도 담겼다. 프리랜서 사진 기자인 캔틀리 씨는 영국 선데이타임스, 선데이 텔레그래프, 프랑스 AFP통신 등에 사진을 제공해 오다 2012년 11월 시리아 북부에서 납치됐다. 그는 함께 납치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처럼 참수되는 대신 최근 IS의 선전 영상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IS의 메시지를 서방에 알리는 ‘선전용 입’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CNN 국가안보 분석가 피터 베르겐은 “캔틀리 씨가 마치 CNN 특파원이 외국의 한 도시에 서서 뉴스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그가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한국인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장관(42·사진)이 최근 2년간 소설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고백해 논란이 일고 있다. 펠르랭 장관은 이달 초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프랑스 문학의 영향력과 활기찬 생명력을 보여준 쾌거”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그는 26일 프랑스 카날플뤼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디아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펠르랭 장관은 인터뷰 도중 기자로부터 ‘모디아노의 소설 중에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장관으로 일해 온 지난 2년간 많은 서류와 신문기사를 읽었지만 즐거움을 위한 독서는 거의 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펠르랭 장관의 이 발언은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프랑스 작가 타르 벤 젤룬은 “우리는 문화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개탄했다. 반면 주간지 르푸앵은 사설에서 “그녀의 솔직함은 우리를 위선에서 구해주었다. 과도한 업무로 읽는 즐거움을 뺏긴 장관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고 옹호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가 70년 만에 소득 구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에 칼을 대고 나섰다. 좌파 사회당 출신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내년 7월부터 가족수당(allocation familiale)을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고 18일 일간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1940년대 프랑스에 가족수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자녀가 있는 가정은 소득과 관계없이 같은 수당을 받았다. 현재 2명의 자녀가 있는 부부는 매달 129유로(약 17만6000원), 자녀가 3명이면 295유로, 4명이면 461유로의 가족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내년 7월부터는 부부 소득을 합해 월 6000유로(약 820만 원)가 넘으면 수당을 절반만, 소득이 8000유로(약 1090만 원) 이상이면 4분의 1만 받는다. 6000유로 이하의 가정은 그대로다. 프랑스 전체 가정의 12%가 수당이 감소하게 돼 정부는 연간 7억 유로의 재정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가족수당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출산장려 정책’으로 각광받아왔다. 또 소득별 연령별로 차등지급하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 시스템으로 한국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이 쟁점화될 때마다 옹호론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한 재정 악화가 70년 만에 발목을 잡았다. 프랑스는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로 예상돼 유럽연합(EU) 재정기준(3% 이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프랑스 대형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공격이며 사회안전망을 크게 흔들 것”이라고 사회당 정부를 비난했다.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발레리 부아예 의원도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내세워 평등의 원칙을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동성애와 이혼 등에 관대한 태도로 선회하려던 로마 가톨릭교회의 시도가 보수파의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무산됐다. 18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마무리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는 이날 최종 보고서에서 동성애자를 환대하고 이혼·재혼자도 영성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던 중간보고서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이날 시노드에 참석한 180명의 주교들은 최종 보고서에 동성애, 이혼 등의 문구를 넣을 것인가를 묻는 투표에서 118명이 찬성, 6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주교회의 보고서 채택 요건은 참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주교 시노드는 13일 발표한 12쪽짜리 중간보고서에서 ‘동성애자에게도 가톨릭 신앙공동체를 위한 은사(恩賜·gifts)와 자질(qualities)이 있다’며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과 그 자녀들을 환대해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가톨릭계 보수파는 “교리를 저버린 역사상 최악의 보고서”라며 반발했다. 이에 교황청은 최종 투표를 앞두고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는 문구로 완화해 절충을 시도했으며 교회 교리상 결혼은 남녀만 할 수 있다고 못 박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동성애, 이혼 등과 관련한 문구는 최종 보고서에서 모두 빠졌다. 뉴욕타임스는 “2주간의 시노드 동안 결론은 얻지 못했으며 교계 내의 진보와 보수세력 간의 깊은 분열만 확인시켰다”고 해석했다. BBC는 “동성애자와 이혼한 사람에게 더욱 자비로운 태도를 보이도록 설득하려던 교황의 시도가 ‘퇴짜’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시노드 마지막 날 회의에서 “이번 회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교회의 분열이 있던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상상한다”며 “하나 된 교회를 유지하는 것이 교황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우리는 1년 동안 가족들이 직면해야 하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들에 구체적 해결책을 찾고 여러 아이디어를 숙성할 시간이 있다. 시노드가 열렸던 이곳과 소그룹 등에서 논의된 모든 것을 정리한 보고서도 1년간 고민해 보자”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교황청은 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각 교구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내년 10월 시노드에서 성(性)과 가정 문제의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미국의 가톨릭 전문지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이번 시노드 최종 보고서에서 동성애자 문제 등이 제외됐지만 교회에서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된 것 자체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리이며 그가 바랐던 것”이라고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레오나르도 다빈치,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같은 거장들의 명화(名畵)가 한꺼번에 프랑스를 떠나 중동의 모래사막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건축 중인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내년 12월 개관 때 전시할 프랑스 박물관의 명화 300점을 15일 공개하고 일부를 보여주는 ‘맛보기 전시’를 시작했다. ‘밀라노 귀족부인의 초상’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5점의 다빈치 작품 중 하나다. 고흐의 ‘자화상’, 모네의 ‘생라자르역’,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은 오르세 미술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베르사유 궁전, 앙리 마티스의 ‘매그놀리아가 있는 정물’은 퐁피두센터의 소장품이다. 루브르 아부다비에 작품을 빌려주는 프랑스 박물관은 13곳에 이른다. 대부분의 명화는 중동 지역에서 최초로 전시된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돔형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형상의 초현대식 건물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30년간 작품을 전시하는 조건으로 프랑스에 10억 유로(약 1조3514억 원)를 지불했다. 2007년 계약 당시 ‘루브르’라는 명칭 사용권만으로 5억2000만 달러(약 5535억 원)를 냈다. 이 박물관은 페르시아(아라비아) 만 바다 위에 떠 있는 사디야트 아일랜드(행복섬)의 문화지구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섬에는 루브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퍼포밍 아트센터’, 영국 대영박물관과 협력해서 짓고 있는 자예드 국립박물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해양박물관’도 2017년까지 속속 개관할 예정이다. 아부다비 프로젝트는 스페인의 문화 전략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스페인은 낙후된 공장지대였던 빌바오에 구겐하임 박물관을 지은 뒤 도시가 탈바꿈했다. 셰이크 술탄 알 나히야 아부다비 관광협회장은 “바그다드, 베이루트, 카이로에 있던 중동의 문화 중심지를 아부다비가 대체할 것”이라며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우선 “문화를 돈으로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에 세운 아부다비는 자기 정체성이 없어 ‘이탈리아 피렌체’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문화평론가 유세프 이브라힘은 ‘뉴욕 선’지에 “엄청난 오일달러를 쏟아 부어 남의 ‘영혼’을 산다고 해서 문화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에서 현대미술의 대담한 파격을 용인할 수 있느냐는 점도 관건이다. 일단 프랑스의 대여 작품 중에서 누드화나 종교화 등은 제외됐다. 또 대규모 건설현장에 동원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노예노동에 대한 비난도 크다. 하지만 탈레반, 이슬람국가(IS)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문화 파괴주의(반달리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계문화와의 교류 노력은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규모 박물관 개관으로 이슬람 여성들에게 일자리가 대거 창출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자엔 브리스톨 자예드대 교수(인류학)는 “아부다비의 문화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것”이라며 “에미리트의 역동적인 변화는 새로운 문화유산을 창조해낼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구촌이 파키스탄의 10대 여성 인권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양(17)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는 가운데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유사프자이 양에게 살해 가능성을 암시하는 경고를 보냈다. 영국 버밍엄 에지배스턴 여고에 다니는 유사프자이 양은 10일 수업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 상은 단지 목에 걸거나 집에 간직하는 메달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힘이 나게 하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며 “내게 노벨평화상은 끝이 아닌 출발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인도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씨(60)와 논의했다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함께 12월 10일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폴리시는 “노벨위원회가 파키스탄 무슬림 10대 소녀인 유사프자이 양과 인도 힌두교도인 사티아르티 씨에게 평화상을 공동 수여한 것은 양국의 분쟁 종식과 평화의 계기도 될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연소 노벨상 수상 소식에 세계 지도자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노벨상 선정 결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수상을 축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노벨위원회가 모든 젊은이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일깨웠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 권리 확대만 한 도구가 없다”며 반겼다. 캐나다 정부는 22일 자국을 방문할 예정인 유사프자이 양에게 명예시민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TTP의 강경 분파인 ‘TTP 자마툴 아흐라르’의 대변인은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10일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말랄라 같은 사람은 우리가 이교도의 선전 때문에 단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슬람의 적을 위해 날카롭고 번득이는 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말랄라는 총과 무력 충돌에 반대하는 언급을 많이 했으나 노벨상을 만든 사람이 바로 폭발물의 창시자임을 모르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유사프자이 양은 TTP의 만행을 고발하다 2012년 하굣길에 보복성 저격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영국에서 수차례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후 TTP의 거듭된 살해 위협에도 여성과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외쳤고 올해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TTP는 평범했던 시골 소녀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되기까지 본의 아니게 큰 기여를 한 셈이어서 그의 수상에 강력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에서 처음으로 에볼라 2차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텍사스 보건당국은 12일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숨진 토머스 에릭 덩컨 씨를 돌보던 텍사스 건강장로병원의 여성 간호사가 예비 조사에서 에볼라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10일 미열을 느껴 병원에 격리된 뒤 검사를 받아왔다. 이 병원은 덩컨 씨가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입원해 있다가 9일 만에 사망한 곳이다. 아프리카 국가가 아닌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환자에게서 직접 옮은 것으로 확인된 첫 사례다. 보건당국은 이 간호사가 덩컨 씨를 돌볼 때 방역복을 갖춰 입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2차 감염자가 처음으로 확인됨에 따라 에볼라 공포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간호사를 다시 검사한 뒤 최종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앞서 미국은 11일부터 뉴욕 JFK공항에서 에볼라가 심각한 서아프리카에서 입국한 승객들의 체온을 재는 검사를 시작했다. 영국도 앞으로 히스로와 개트윅 공항, 유로스타 터미널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서아프리카 3개국에 있는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고했다. 라이베리아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은 의료진 1명이 최근 에볼라 감염 판정을 받은 뒤 그와 접촉한 평화유지군 41명을 관찰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숨진 환자는 10개월 만에 4000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개국에서 8399명이 에볼라에 감염돼 4033명이 숨졌다고 10일 발표했다. 치사율은 48%다. 국가별 사망자는 라이베리아가 2316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에라리온이 930명, 기니가 77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엔의 데이비드 나바로 에볼라 대책 조정관은 이날 유엔 총회에서 “에볼라 감염자가 3, 4주마다 2배로 늘어나고 있다”며 에볼라 대응 노력을 지금보다 20배 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에볼라 백신 임상시험이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미국 메릴랜드의과대와 서북부 아프리카 말리 백신개발센터 측은 9일 말리에서 근무 중인 의료 노동자 3명에게 에볼라 백신을 접종했다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NBC는 이번 임상시험이 감비아에서도 곧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험용 에볼라 백신은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공동 개발했다. NIH는 앞서 침팬지를 대상으로 에볼라 백신 임상시험을 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백신 임상시험은 모든 의학적 윤리적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에 성공해도 상용화까지는 통상 6∼11개월이 걸린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닥터 라고티에르, 택시가 도착했습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광장 인근에 있는 ‘국경 없는 의사회(MSF·M´edecins Sans Fronti`eres)’ 본부. 안내방송이 오후의 정적을 깼다. 로비 한구석에 앉아 있던 라고티에르 박사(50)가 커다란 트렁크 2개를 들고 일어섰다. 그는 기자에게 “오늘 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곳은 내전 중이라고 들었는데 위험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며 무덤덤하게 덧붙였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그는 10년 전부터 MSF 소속으로 활동해왔다. 1년에 한두 차례씩 휴가를 활용해 콩고민주공화국 아프가니스탄 기니 등 분쟁지역에 4∼6주간 환자를 돌보고 돌아왔다. 분쟁지역에 파견된 MSF의 외과의사는 현지 병원이나 임시 진료소에서 24시간 대기하면서 하루에도 20건씩 수술을 한다. 그는 “원래 여행과 도전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간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1971년 나이지리아 내전을 계기로 프랑스의 의사, 기자들이 모여 처음 설립했다. 199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 단체의 주축은 의료 시스템이 무너진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최후까지 남아서 환자의 생명을 돌보는 의료진이다. 이들은 전 세계 68개국에서 400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투입돼 있다. 구호요원으로 활동하는 의료진은 3만2000명에 이른다. 최근 MSF의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확산되는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 단체는 올해 3월부터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에 들어가 치료센터 5곳을 열고 병상 480개를 설치했다. 현지에 파견된 2000여 명의 구호요원들은 목숨을 걸고 에볼라 감염자를 돌보고 있다.섭씨 46도의 방역복 입고 사투 “병원은 이미 환자들로 꽉 차 새로 들어오는 환자들은 복도에 눕힐 수밖에 없었어요. 센터 곳곳에는 사람들의 신음과 비명으로 가득 차 있었죠. 환자들의 피와 토사물 냄새는 끔찍했죠. 치료센터 곳곳에 스며든 시신 냄새로 숨쉬기도 어려워요.” 미국 출신 수질환경·보건위생 전문가인 캐서린 데디외 씨(43·여)는 최근 5주간 라이베리아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겪은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당시 중국과 홍콩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단체에서 함께 일해 온 동료와 결혼해 현재 파리에서 살고 있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에볼라 치료센터는 축구장 4배 정도의 크기. 올해 3월에 120병상으로 개원했고 현재 800개 병상으로 늘리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데디외 씨는 동료 의료진의 감염을 통제하기 위한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에볼라는 환자의 체액과 직접 접촉하면 감염되기 때문에 의료진은 1인치의 피부도 노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라이베리아의 고온다습한 날씨에 완전 방수 소재의 방역복 안의 온도는 섭씨 46도까지 치솟는다. 또 안경을 쓴 사람은 90%에 이르는 습도 때문에 반드시 서림방지용 스프레이를 뿌려야 한다. 데디외 씨는 “방역복을 입고 처음 15분은 그냥 덥기만 했는데 나중엔 지독한 두통까지 밀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에 가는 사람은 꼭 양말을 충분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온몸에서 흘러내린 땀으로 젖은 양말을 제때 갈아 신지 않으면 발에 물집이 잡혀 퉁퉁 붓는다는 것이다. 서아프리카로 가는 MSF 직원들은 모두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1박 2일간 특별훈련을 받고 있다. 지원자들은 염소 소독 방법부터 시신을 안전하게 묻는 법까지 이론 교육을 마친 뒤 가상의 긴급 치료센터에서 실제 상황과 똑같은 훈련을 받는다.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장갑, 고글, 마스크, 모자, 앞치마, 부츠 등 8단계로 겹쳐 입은 방역복을 벗는 순간이다. 특히 노란색 전신 방역복에는 감염된 혈액이 묻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고 옷을 벗어야 한다. 초보자는 얼굴에 땀을 흠뻑 쏟아내면서 손을 쓰지 않고 방역복을 벗느라 30분 넘게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하루에도 4, 5번씩 이 과정을 반복한다. 데디외 씨는 방역복에서 해방되는 순간을 “마치 머리 위로 한 통의 물을 퍼붓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 방역복은 한 세트에 약 70유로(약 9만3800원). MSF가 최근 주문한 방역복은 2만5000벌. 이는 라이베리아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두 달간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에볼라 치료를 위해 파견되는 MSF 국제의료팀은 4∼6주 활동 뒤 교대한다. 건강과 감염을 우려해서다. 의료진은 항상 ‘2인 1조’로 움직이며 환자를 대할 때 동료가 실수하지 않는지 서로 감시하고 체크한다. 지금 의료진은 에볼라 치료제가 없어 환자를 돌보는 데 한계에 부닥친다. 고글과 마스크까지 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역복을 뒤집어썼지만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이들을 좌절에 빠지게 한다. 우주복 차림의 의사들은 미소를 짓거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환자를 위로해줄 수 없다. 심지어 환자의 심장 고동 소리와 폐 호흡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시에라리온에 파견됐던 미국 출신 의사인 더글러스 라이언 씨(52)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들에게 다가가 만져주는 일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발병 뒤 며칠 동안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 극도의 공포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3월 에볼라 확산 이후 최소 300명의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돼 그중 절반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MSF 스태프 중에서도 14명이 감염됐고 그중 8명이 목숨을 잃었다. 감염자는 대부분 현지 채용 인력이었으며 국제 스태프 중에는 지난달에 처음으로 프랑스의 여성 간호사가 감염돼 본국으로 송환됐다. MSF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의료진은 대부분 치료센터가 아닌 숙소 인근 마을에서 에볼라에 감염됐다.‘정치적 중립성’은 안전의 보루 MSF에 지원해도 뽑히기는 무척 까다롭다. 의사는 자격 취득 뒤 2년 이상의 경력이 필수다. 영어에 능통해야 하며 파견 지역에 따라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의 외국어도 구사해야 한다. 전체 직원의 44%는 물류지원, 행정, 식수 및 위생 관리요원과 같은 지원 분야에서 뽑는다. MSF 프랑스 지부는 스태프의 한 달 월급이 1013∼1446유로(약 135만∼193만 원) 선이다. 월급은 전문성과 경력, 출신 국가별로 약간씩 다르다. 파견지까지의 왕복 항공료, 현지 숙식비, 건강보험, 사전교육비, 예방접종비 등은 별도로 제공된다. 1년에 25일은 유급휴가를 받기도 한다. 현재 MSF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은 26명이다. 이 조직에서는 신속성이 생명이다. 파리 본부에는 20명의 ‘긴급대응팀’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48시간 이내에 지구상 어느 곳이든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내과의사, 간호사, 외과의사, 마취과의사, 약사, 물류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리비아에서 내전사태가 발생했을 때 MSF는 사흘 만에 3명으로 구성된 선발대를 보냈다. 모든 도로가 통제돼 이들은 보트를 타고 리비아의 미수라타 해안에 도착했다. 이후 2, 3일 만에 브뤼셀 본부에서 19명의 국제 스태프로 구성된 긴급대응팀도 보트를 이용해 도착해 병원을 열었다. 긴급대응팀은 두 달간 1200명이 넘는 여성과 어린이를 치료하고 525명의 부상자를 수술한 뒤 현지 정부에 병원시설을 넘기고 철수했다. MSF 활동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정치적 중립성’이다. MSF는 활동 예산의 80%가량을 민간 기부를 통해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와 인종, 종교를 초월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1982∼94년 MSF 회장을 맡았던 로니 브로망 씨(64)는 “우리 단체는 반군이든, 난민이든, 탈레반이든 간에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고 분쟁 현장에서 모든 환자들을 치료해준다”며 “이러한 ‘정치적 중립성’은 어디서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도처에서 위험이 도사린다. 소말리아에서는 현장 활동가들이 2008년에 3명, 2011년에 2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모든 의료진이 철수했다. 2004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현장 활동가 5명이 숨져 5년간 진행해왔던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2011년 10월에 케냐의 난민캠프에서는 현장 활동가 2명이 납치돼 1년 반이 넘도록 인질로 잡혀 있다가 풀려났다.삶과 죽음의 치열한 현장으로 가는 이유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고의 안정된 삶을 보장받는 의사들이 왜 이렇듯 힘들고 어려운 일에 자원하는 것일까. 브라우만 씨는 “절망에 빠진 이들을 구하면서 인도주의 윤리를 실천하는 행복감과 새로운 문화에 접하는 지적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라고티에르 씨는 “프랑스에서는 내 전문인 복부수술밖에 할 수 없는데 분쟁지역에서는 모든 외과수술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게는 큰 도전 기회”라고 말했다. 이 단체에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영양학자, 공중보건 전문가, 행정·물류전문가들도 긴급 구호 업무에서 귀중한 경력을 쌓는 기회를 얻는다. 영국 출신의 보건위생 전문가인 코키 밴더벨드 씨(55·여)는 에볼라센터 파견을 제안받았을 때 솔직히 자신도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라이베리아에 도착한 뒤로 때때로 ‘약간의 열’이 느껴져 한밤중에 일어나 체온을 재보기도 했다. 목이 약간이라도 아프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는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숨진 환자의 시신을 비닐백에 담아 옮기는 일을 도왔다. 그는 수많은 시신을 옮기면서 ‘언젠가는 내 순서가 돌아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됐던 그는 유언장까지 미리 작성해두었다. 그에겐 자녀와 손자가 있다. 그는 “물론 나는 언제까지나 그들 삶의 일부이길 원한다”며 “지난 12년 동안 내 인생을 바쳐왔던 이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데디외 씨는 “MSF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며 “사람에 대해 더욱 깊이 배우고 내가 잊고 지내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에서 9, 10월은 출판계의 대목으로 꼽힌다. ‘문학의 개학(rentr´ee litteraire)’이라 불리는데 올해도 607종의 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요즘 출판계가 울상이다. 9월 5일 발간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전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 씨(49)의 회고록 ‘이 순간을 감사해요(Merci pour ce moment·사진)’의 돌풍이 계속돼 신작 책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서점 주인들이 “명예훼손 여지가 있고 혐오감을 준다”며 판매 거부를 밝혔다가 독자들로부터 “서점이 책을 검열하느냐”는 빈정거림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이 출간됐을 때 여론조사를 한 결과 프랑스인의 3분의 2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발간 첫날의 판매기록은 영국작가 E 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3배나 높았다. 이후 한 달 만에 54만 부가 팔려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 책은 올랑드 대통령과의 9년간의 연애 관계, 엘리제궁에서의 18개월, 올 1월 이별 후의 사적인 이야기를 낱낱이 드러냈다. 책 제목 ‘이 순간을 감사해요’는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했을 당시 올랑드 대통령이 보낸 문자메시지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그동안 보관해온 수백 개의 문자메시지를 바탕으로 책을 썼기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은 이 책에 대해 별다른 항의도 못했다. 영미권 언론에서는 프랑스의 기존 가치관을 ‘배신’한 이 책의 성공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프랑스인은 정치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관음증처럼 즐기는 것은 앵글로색슨의 문화로 치부해왔기 때문이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책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다는 사회당 출신의 올랑드 대통령이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을 경멸했다고 폭로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프랑스 서부 도시 앙제에서 장애인 아버지와 아이스링크 매표소에서 일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책에서 “올랑드가 나를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나오는 ‘코제트’라고 불렀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이 빠진 사람들(les sans dents)’이라고 조롱했다”고 썼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인세 수입으로 130만 유로(약 17억5200만 원)를 벌어들였다. 곧 영문판이 출간될 예정이고,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판권 구입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당시 신고한 재산은 117만 유로(약 15억7700만 원).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올랑드에게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고 모욕을 당한 트리에르바일레르 씨가 책 한 권으로 올랑드보다 더 부자가 돼 복수에 성공했다”고 평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가 ‘2탄’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도 출판계에 나돌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의 전 동거녀이자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세골렌 루아얄 환경장관에 대한 폭로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4년 노벨평화상은 탈레반의 살해 위협에도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한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 양(17)과 인도의 아동 인권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씨(60)가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 시간) “두 사람 모두 어린이와 청소년의 억압에 반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유사프자이 양은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시상식은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며 상금 800만 크로나(약 11억8000만 원)는 절반씩 받는다. 》 “탈레반은 우리를 침묵시켰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그들은 저의 인생에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극단주의자들은 책과 펜을 두려워합니다.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하나의 펜, 한 권의 책이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10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양(17)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소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그의 목숨을 노리고 총격을 가하자 운명이 바뀌었다. 파키스탄 북서부 스와트 밸리 시골 지역의 평범한 소녀였던 그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꼭 2년 전인 2012년 10월 9일. 당시 15세였던 그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턱수염을 기르고 코와 입을 수건으로 가린 남자가 버스에 올라타더니 “말랄라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검은색 콜트 45구경 권총으로 유사프자이 양을 향해 세 발을 쏘았고 그중 한 발이 유사프자이 양의 왼쪽 눈 옆을 뚫고 들어가 왼쪽 어깨로 빠져나갔다. 유사프자이 양이 11세 때부터 영국 BBC의 블로그를 통해 여학생의 등교를 금지하고 여학교를 불태우는 등 파키스탄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유사프자이 양은 피격 직후 영국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현재 영국 버밍엄에서 살고 있는 유사프자이 양은 두개골 일부와 왼쪽 청각을 잃었지만 여성과 아동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그는 16세 생일이던 지난해 7월 1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초청을 받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모든 소녀와 소년들이 학교에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감동적인 연설을 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런 유사프자이 양에게 탈레반 지도자 아드난 라시드는 공개서한을 보내 “여성에게 세속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 탈레반을 비판한 너는 우리의 공격 대상”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그는 살해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여전히 전 세계를 돌며 여성 및 아동 인권 보호를 외치고 있다. 올해 7월 13일에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를 찾아가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에 납치됐다 구출된 여학생들을 격려하고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에게 “아직까지 구출되지 않은 여학생 200여 명을 빨리 구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단기간에 전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됐으며 유럽연합(EU)이 수여하는 사하로프 인권상도 받았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었다. 유사프자이 양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공표된 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성명을 내고 “말랄라는 파키스탄의 자랑거리”라며 “전 세계의 모든 소녀와 소년들이 말랄라의 투쟁과 현실 참여의 용기를 배우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유사프자이 양 아버지는 수업 중인 딸을 대신해 “노벨상은 말랄라의 용기를 북돋워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바스러져 버린 과거를 찾으러 가는 과거로의 여행자, 파트리크 모디아노. 모디아노가 르 클레지오보다 먼저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했다.”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프랑스 현지 독자들이 달아놓은 댓글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보다 6년 늦었지만 프랑스 문단과 독자의 평가는 그에 못지않다. 모디아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이던 1945년 7월 30일 프랑스 파리 교외 불로뉴비양쿠르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사업가였고 벨기에인 어머니는 무명 영화배우였다. 아버지는 살벌했던 유대인 검거를 피하기 위해 가짜 이름을 여러 개 바꿔 써가며 도망 다녔고, 어머니는 순회공연으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부부는 모디아노를 낳았을 때 가족수첩에조차 가족의 본명 대신 가명을 적어 넣어야 했다. 어린 시절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2011년 한 인터뷰에서 “결국 우리는 태어난 시간과 장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그의 작품을 여러 권 번역한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어린 시절 겪은 혼란 속에서 어떤 것은 기억나고 어떤 것은 기억나지 않는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희미한 과거, 존재들의 사라짐, 공허함의 과정 속에 부재하는 정체성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말했다. 모디아노는 15세 되던 해에 그의 문학 인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와 마주치게 된다. 어머니의 친구이자 ‘지하철 안의 자지(Zazie dans le metro)’로 유명한 소설가 레몽 크노를 기하학 개인교사로 만난 것이다. 그를 통해 모디아노는 유서 깊은 갈리마르 출판사의 칵테일파티에 참석해 문단의 저명인사들을 알게 되고, 1963년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지만 진학 대신 소설가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리고 5년 후인 1968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첫 소설 ‘에투알 광장’을 발표했다. 이 소설로 로제 니미에 상과 페네옹 상을 수상한 그는 이후 글쓰기에만 전념했다. 모디아노는 파리에 살면서 파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주로 쓴다. 명성에 비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김화영 교수는 “파리에 살면서 딱 한 번 TV에 나온 것을 봤는데, 명쾌한 문장을 구사하는 모디아노가 끊임없이 말을 더듬으며 한 문장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모습이 오히려 감동적이었다. 다음 날 그의 눌변이 시청자를 가장 많이 감동시켰다는 신문기사들이 보도됐다”고 전했다. 모디아노는 2012년 프랑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글쓰기를 안갯속에서 운전하는 일에 비유했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계속 가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죠.” ▼ ‘어두운…’ ‘도라 브루더’ 등 10여권 국내에 번역 출간 ▼모디아노 작품은 국내에 10여 권이 번역돼 있다. 1978년 공쿠르상 수상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비롯해 ‘도라 브루더’ ‘신원 미상 여자’ ‘작은 보석’ ‘한밤의 사고’ ‘혈통’과 어린이용 그림책 ‘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 있었지’(이상 문학동네), 모디아노의 글에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을 더한 ‘우리 아빠는 엉뚱해’(별천지), 소설 ‘슬픈 빌라’(책세상)와 ‘아득한 기억의 저편’(자작나무)이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모디아노의 작품은 국내에 더 쏟아질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9일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팔월의 일요일들’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청춘시절’ ‘지평선’까지 5권의 책을 더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영화배우 출신의 어머니를 둔 모디아노는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루이 말 감독의 영화 ‘라콩브 뤼시앵’(1974년)의 시나리오를 썼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레지스탕스에 가담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친나치 의용대 활동을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 ‘가스코뉴의 아들’ ‘여행 잘하세요’ 등의 시나리오도 썼다. 모디아노는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1997년 영화 ‘범죄의 계보’에서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작품 중 ‘청춘시절’ ‘슬픈 빌라’ ‘잃어버린 대학’ 등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김상운 sukim@donga.com·임희윤 기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의 거점 도시이자 전략 요충지인 코바니를 집중 공략하면서 이곳이 곧 함락될 위기에 놓였다. 코바니까지 IS의 수중에 떨어지면 IS는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대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미국과 동맹국 전투기들이 공습을 퍼부으며 지상의 쿠르드족 인민수비대(YPG)를 지원하고 있으나 IS는 진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코바니 전투로 지난 3주간 400여 명이 숨졌다. 전차 등으로 중무장한 IS 군대가 코바니 시내로 진입해 YPG와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면서 점점 공습이 어려워지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공습만으로는 코바니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는 사이 IS는 8일 밤과 9일 아침 사이 코바니의 두 구역을 추가로 점령했다. IS가 수도로 선포한 락까에서 출발한 지원군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IS가 이날 시내 중심부를 향해 100m가량 더 진격해 코바니의 3분의 1 이상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IS와 쿠르드족이 코바니를 놓고 사활을 건 전투를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뉴스 전문채널 ‘프랑스24’는 “시리아 이라크 터키 등의 국경선을 넘어 새로운 국가를 세우려는 IS의 ‘이슬람 신정정치’와 쿠르드족의 ‘세속주의 독립운동’이 코바니에서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바니는 쿠르드족 정당인 쿠르드인민당(PKK)의 지도자들과 쿠르드자치정부(KPG) 군 조직인 페슈메르가 전사들이 태어난 고향이다. 또 터키와 이라크, 시리아 등지의 쿠르드 세속주의 독립운동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반면 이슬람 신정정치를 펼치려는 IS는 코바니를 점령해 쿠르드족의 ‘세속주의’를 제거하려고 한다.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IS 대변인은 “코바니 전투는 쿠르드족을 없애기 위한 종족분쟁이나 영토분쟁이 아니며 세속주의와 맞서는 종교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싸움”이라고 밝혔다. 한편 터키에서는 정부가 코바니 사태를 방관한다며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격화하면서 19명이 사망했다. 쿠르드족의 독립을 우려해 IS에 대한 군사 개입에 소극적인 터키는 단독으로는 지상 군사작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9일 밝혔다. 또 터키의 쿠르드족 청년들이 코바니 지원을 위해 국경을 넘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 이에 반발해 이스탄불에서는 쿠르드족 시위대가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는 경찰에 화염병을 던졌고 쿠르드족이 다수인 동부 도시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도 8일 쿠르드족 시위대 400명과 과격 이슬람 살라피스트 세력이 충돌해 14명이 부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추기경 및 주교들과 함께 ‘성생활의 즐거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론 피롤라와 마비스 피롤라 부부는 6일 로마 바티칸에서 교황을 비롯한 고위 성직자 200여 명 앞에서 55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한 비결은 ‘성적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4명의 자녀와 8명의 손주를 둔 피롤라 부부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 부부의 신성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 친밀감이며, 결혼생활은 충실한 성관계 표현으로 이뤄지는 성적 성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독신인 교황과 고위 성직자뿐인 청중은 다소 당황했다. 빈센트 니컬스 추기경(영국)은 “우리 주교들은 입에 올리지 않는 주제이지 않으냐”면서도 “결혼생활의 행복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5일부터 ‘성(性)과 가족’을 주제로 이혼 피임 낙태 동성애 등 가톨릭이 금기시해온 문제들을 집중 토론하는 2주 일정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를 열고 있다. 토론의 화두를 제공하기 위해 초청된 피롤라 부부는 이날 독실한 가톨릭 신자 친구 부부가 크리스마스 가족모임에 동성애자인 아들이 파트너를 데려왔는데 “우리 아들이니까”라고 말하며 따뜻하게 받아들여준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롤라 부부의 강연에 대해 일부 주교는 교황청이 성생활에 대한 교리를 마련하려는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교황청은 인위적 산아 제한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의 칙령 이후 성이나 가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가족의 목소리’라는 단체는 “동성애자를 부부로 인정하는 것은 교회를 망치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년 10월까지 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한 뒤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아프리카에 다녀온 적이 없는 스페인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에 감염됐다고 6일 스페인 정부가 발표했다.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첫 사례가 나오자 에볼라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아나 마토 스페인 보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드리드의 열대병 치료 전문인 라파스카를로스 3세 병원에서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던 여성 간호사(44)가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국, 유럽의 의료진이나 선교사가 에볼라에 감염된 뒤 본국에 돌아와 치료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에볼라에 감염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텍사스 주에서 ‘미국 본토 첫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토머스 에릭 덩컨 씨도 라이베리아에 갔다가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귀국한 사례다. 특히 스페인 간호사는 에볼라 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선진국 병원에서 감염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간호사는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스페인으로 돌아와 치료받다 숨진 두 명의 스페인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 30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숨진 스페인 선교사 마누엘 가르시아 비에호 씨(69)와 8월 라이베리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미겔 파하레스 신부(75)를 간호했다. 이 간호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약간의 미열을 느껴 휴가를 내고 집에 머물던 중 5일 오전 고열과 구토 증상을 보여 마드리드의 알코르콘 병원 격리병동에 입원했다. 그는 두 번의 혈액 검사에서 모두 에볼라 감염 판정을 받았다. 스페인 보건부는 에볼라 확산을 막고자 가족과 병원 동료를 포함해 이 간호사와 접촉한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미국 공항의 검색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에서 에볼라 대책 비상회의를 연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는 현재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이슈”라며 다른 나라들도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미국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덜 효과적이고 느린 대응으로 이어져 결국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초부터 발생한 에볼라로 6일 현재 전체 사망자는 3400명이 넘었다. 과거 40년간 에볼라는 아프리카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모두 1500여 명에 그친 것에 비해 엄청난 규모의 희생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왜 많은 가톨릭 교인들이 이혼, 혼전임신, 피임과 같은 가족 이슈에 대해 교회의 가르침을 버리는지에 대해 바티칸은 창조적이고 겸손하게 접근해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이혼과 재혼, 동성결혼 등 민감한 가족 문제에 대한 교리를 논의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5일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개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 회의에서 교황은 ‘자유로우면서도, 창조적인’ 공개토론을 주문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4일 재혼한 교인의 영성체 참여 금지 원칙 등에 대한 완화는 전 세계에서 온 200명의 주교 사이에서 격렬한 이념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이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회로부터 ‘결혼 무효’ 판정을 받지 않은 채 재혼하면 간통으로 간주해 왔다. 이혼이나 재혼한 교인은 미사 중 축성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영성체 의식에 참여할 수 없다. 영국 왕 헨리 8세는 캐서린 왕비와 헤어지고 앤 불린과 결혼하려다 바티칸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아예 별도의 영국 성공회를 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재혼한 가톨릭 신자가 처한 곤경은 오늘날의 교회가 지녀야 할 자비의 정신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동거부부, 혼전에 아이를 가진 남녀를 포함한 20쌍의 결혼 미사를 집전해 결혼에 대해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교황의 파격을 우려하는 보수적인 시각도 많다. 교황청 재무원장 조지 펠 추기경(전 호주 시드니대교구장)도 “이혼자와 재혼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면서 혼인의 ‘불가해소성’ 교리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릭 워런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 보수 인사 48명도 앞서 교황에게 서신을 보내 “미국에서 이혼율이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교황이 결혼에 대한 변치 않는 진실을 알려주기를 바란다”며 전통적 교리를 수호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는 19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리며 총 253명이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지역교회 대표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대의원 자격으로, 세계여성연합회 상임이사인 권경수 이화여대 교수가 특별서기협력관으로 참석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다른 여성의 자궁을 이식받은 스웨덴의 30대 여성이 세계 최초로 출산에 성공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병원 마츠 브렌스트룀 산부인과 교수는 4일 “올해 36세의 산모가 자궁을 이식받아 9월에 제왕절개로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고 의학전문지 ‘랜싯’에 밝혔다. 이어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하다. 우리가 한 일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산모는 건강한 난소를 갖고 있었으나 선천적으로 자궁 없이 태어났다. 자궁을 기증한 여성은 61세로 자녀 2명을 낳고 폐경기를 겪었다. 브렌스트룀 교수는 “나이가 많은 여성의 자궁을 이식에 성공했다는 것이 놀랍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궁이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모는 자궁 이식 뒤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세 가지 약물을 복용했고 6주 뒤 자궁이 건강하다는 징조인 월경을 처음으로 했다. 1년 뒤 의료진은 자궁이 잘 기능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했다. 임신 31주째 때 태아의 성장, 자궁과 탯줄의 혈류가 모두 정상이었으나 산모에게 임신중독증이 생겼다. 이후 태아의 비정상적 심장박동이 감지돼 제왕절개로 조기 출산했다. 무게 1.8kg으로 태어난 아기는 열흘간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있다가 퇴원했다. 한편 브렌스트룀 교수 연구진은 2년 전 여성 9명에게 자궁을 이식했으며 그중 7명이 올해 초 배아 착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날 출산한 여성 외에 다른 여성 2명도 임신 25주째라고 전했다. 이전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에서 자궁 이식수술이 성공한 적이 있었으나 출산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유럽에서만 20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자궁 원인으로 불임을 앓고 있어 자궁 이식수술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치료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시리아 공습에도 불구하고 쿠르드족 거점도시인 코바니(아랍어명 아인알아랍)로 진입해 일부 지역을 장악했다고 5일 CNN이 보도했다. IS는 지난달 15일부터 터키와 접경한 코바니를 점령하기 위해 탱크와 대포 등 중화기를 대거 동원한 공격에 나서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와 격전을 벌이고 있다. IS가 코바니를 장악하면 IS는 수도로 선포한 락까에서 터키 국경까지 이어지는 유프라테스 강 주변의 시리아 북동부 전체를 점령하게 된다. YPG의 전사인 앨런 민빅은 “코바니 동부지역에서는 YPG가 IS의 탱크를 파괴했으나 서부지역에서는 IS가 비공식 국경검문소가 있는 탈샤이르 지역을 장악했다. YPG는 코바니 외곽 방어선을 포기하고 도심으로 물러나 게릴라식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바니 수비 지원에 나선 시리아의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도 IS의 진격에 맞서 시내 곳곳에 저격수를 배치했다. IS가 코바니 함락을 눈앞에 두자 의회에서 IS에 대한 군사행동 동의안을 통과시킨 터키는 군사 개입을 서두르고 있다. IS 공격을 피해 국경을 넘어 터키로 피신한 쿠르드족 난민도 18만6000여 명에 이른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총리는 “모든 수단을 다해 코바니의 함락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IS는 3일 영국인 인질 앨런 헤닝 씨(47)의 참수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틀로프, 영국인 구호단체 직원 데이비드 헤인스에 이어 IS가 공개한 네 번째 참수 동영상이다. 헤닝 씨는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 주 에클스에서 두 아이를 키우던 택시 운전사였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내전으로 고통 받는 난민에게 의료물자를 전달하고 구급차를 운전하는 봉사활동에 나섰다가 납치됐다. 그는 자신의 팔에 ‘시리아를 위한 원조(Aid4Syria)’라는 문신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헤닝 참수 동영상은 IS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역겨운 테러 집단인지 보여준다. 이 살인자들을 뒤쫓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IS는 다음 참수 대상자로 미국인 자원봉사자 피터 캐식 씨(26)를 지목했다.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 구호활동가인 캐식 씨는 시리아 난민을 돕는 ‘특수긴급대응지원(SERA)’이란 비정부 단체를 직접 만들었으며 지난해 10월 레바논에서 시리아 동부로 넘어가다 IS에 납치됐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캐식 씨를 구하기 위해 군사 외교 정보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아랍 연합국들은 IS의 네 번째 인질 참수에도 시리아 공습작전을 계속했다. 미국과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는 전날 밤 전투기와 폭격기, 무인기(드론) 등을 동원해 코바니 등 IS 근거지에 9차례 공습을 단행했다. 한편 미 해병대 소속 조던 스피어스 상병(21)이 4일 해안에서 MV-22 오스프리 수송기 사고로 실종돼 미국의 IS 격퇴작전이 시작된 뒤 첫 번째 미군 희생자로 기록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의회 이발사 연봉이 삭감된 뒤에도 9만9000유로(1억3282만 원)나 되다니.’ 이탈리아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라 이탈리아 상하 양원에서 근무하는 이발사의 연봉이 평균 3만7000유로 삭감됐다. 그런데도 의회 직원들의 여전히 높은 연봉은 경제위기로 실의에 빠진 이탈리아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고 영국 BBC가 1일 보도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일간 리베로는 상하 양원 소속 이발사들의 연봉이 최고 13만6000유로(1억8224만 원)까지 된다고 보도했다. 또 630명에 이르는 하원의원 연봉은 일반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보다 5배나 많았다. 이 차이가 영국과 프랑스는 2배, 미국은 3배 정도에 그친 것에 비해 이탈리아 의원들은 세계 최고의 대우를 받아온 셈이었다. 의회는 이번 개혁을 통해 사무총장 연봉도 48만 유로에서 36만 유로로 삭감했다. 의원 보좌관은 35만8000유로에서 24만 유로, 기술직 직원은 15만2000유로에서 10만6000유로, 문서담당 직원은 23만8000유로에서 16만6000유로로 낮췄다. 의회는 이번 조치로 수천만 유로의 경비 절감을 약속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한 이탈리아인은 트위터에 “전체 의원의 80%가 머리카락도 없는데 의원들의 머리 손질에 왜 그렇게 높은 연봉이 필요한가”라며 비꼬았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