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990년대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로 무참히 학살당했던 역사를 가진 코소보가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이 합당하다고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결정했다. ICJ는 22일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세르비아의 요청으로 ICJ에 코소보 독립선언에 대해 자문했으며 이날 ‘자문 의견’이란 형식으로 결정을 내렸다. 자문 의견은 법적인 구속력은 갖지 않지만 향후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입장이 나뉘었다.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관계가 어떻게 결정나는가에 따라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세계의 여러 분쟁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엔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일본 등 69개국이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세르비아를 비롯해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이 적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 등은 이를 맹렬히 반대해왔다. 판결 이전부터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기 싸움 역시 치열했다. 세르비아 외교부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면 세계의 모든 국경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소보 역시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어중간한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코소보는 1990년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대통령 치하에서 무력 독립투쟁을 벌이던 가운데 알바니아계 코소보인 수만 명이 대량 학살당하는 참변을 겪었다.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개입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가 유엔 등의 관리하에 자치정부를 유지해왔다. 이후 2008년 2월 코소보는 세르비아와 상관없이 자치 독립을 선언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꼽는다면, 눈 덮인 킬리만자로에 올라보고 싶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63·사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를 공개했다. 버킷 리스트는 배우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출연했던 영화 제목으로 죽음을 앞둔 두 노인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에서 유래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8차 국제에이즈회의 기조연설에서 “나도 곧 64세가 되므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 만큼 나이를 먹은 셈”이라며 “할 수 있는지를 떠나서 하고 싶은 일은 여전히 많다. 킬리만자로 등정과 마라톤 완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등정이나 마라톤은) ‘B 리스트’에 불과하다”며 “가장 소망하는 ‘A 리스트’는 얼른 손자 손녀들을 품에 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손자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뒤 가장 좋은 점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꼽은 뒤 “이젠 아무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지만 그 사실 역시 이렇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낮에 통화 많이 하면 이 요금제로, 영화 많이 보면 저걸로… 아, 스마트폰 쓰세요? 그런데 초고속인터넷에 인터넷전화도 쓰려면 이게 더…” 아무리 꼼꼼 알뜰 주부라도 통신요금을 들여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기본 휴대전화 요금제는 40∼80여 종이지만 결합에 결합을 더하면 요금제 조합이 수만 개까지 나온다. 통신회사 요금팀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대는 복잡한 통신요금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강제병합 100년… 끝나지 않은 한일 갈등서울 종로구 신문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위원회엔 강제징용자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4일 만난 한 할아버지는 열아홉 나이에 세상을 떠난 형을 그리며 눈물을 쏟았다. 2004년 이후 22만8000여 건의 피해조사 접수를 했지만 처리된 것은 절반. 한일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링스헬기 정비업체 7년간 엉터리 정비해군 해상초계기와 링스 헬기 정비를 맡았던 민간 정비업체들이 수년간 20억 원가량을 챙겼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교체하지 않은 부품을 새것으로 바꾼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을 썼다. 해군은 4월 진도와 소청도 해상에서 추락한 링스 헬기 추락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북한 댐 방류 예고에도 안전불감증“물이 들면 나가려고 했다.” “내가 베테랑이라 이곳 지리를 잘 안다.” 18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변을 찾은 행락객들은 북한 댐 방류 소식에도 태연했다. 경고방송을 모른 체하거나 숲으로 숨기까지 했다. 불과 10개월 전 그곳에서 북한 황강댐 무단방류로 6명이 숨졌는데도 말이다. ■ 인텔리전트 블록버스터 ‘인셉션’ 즐기기 꿈속의 꿈. 그 꿈속의 또 다른 꿈. ‘메멘토’ ‘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마트료시카 인형을 닮은 꿈 이야기인 영화 ‘인셉션’(사진)으로 돌아왔다. 심리학 문학 수학 등에서 가져온 키워드로 한 겹 한 겹 벗겨갈수록 감춰진 향과 맛이 열린다. 선택은 관객의 몫. 몇 가지 길잡이를 소개한다. ■ 빅리그 팀들도 러브콜… 박주영의 매력은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진가를 입증한 ‘축구 천재’ 박주영(25·AS모나코·사진)의 주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적설이 제기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만 벌써 5개. 해외 유명 클럽들을 애태우게 만드는 박주영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카우트들의 입을 통해 이유를 들어봤다.}
“멕시코 마약갱단들은 ‘제2의 알 카에다’가 될 것인가.”(AP통신)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펴 온 ‘마약과의 전쟁’에 극렬히 저항해온 갱단들이 최근 차량폭탄 공격 등 무력범죄 수위를 높여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17일(현지 시간) “미 접경지역인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스 시에서 16일 오후 차량폭탄 사고가 터져 경찰 및 시 공무원 3명과 갱단 조직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시우다드후아레스 시는 시내 점포들이 해만 지면 문을 닫는 도시이다. 하지만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난 건 멕시코에선 처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전투교본을 그대로 적용한 듯 수법이 닮았다. 직접 제조한 플라스틱 폭탄을 차량에 설치한 뒤 휴대전화로 원격조종했으며, 경찰 제복으로 위장한 조직원이 경찰을 유인해 동반 자살했다. 시내에서 사건을 저질러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인근 벽에다 예고 낙서를 남긴 점도 비슷하다. 호세 레예스 시장은 “이라크에서나 봄 직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마약갱단이 범죄조직을 넘어 테러집단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미 CBS는 “갱단의 범죄수위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3월 액체폭탄을 취급하는 멕시코 내 미 화학공장을 습격하는 등 갱단들은 지난해부터 폭탄 부품 및 재료를 끌어 모았다. 과거 갱단들은 경찰이 기습하면 소총이나 수류탄으로 대응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엔 박격포나 사제폭탄 등 중무기를 강화하고 먼저 공격하는 사례도 늘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두 자매의 어깨는 하염없이 떨리고 있었다. 끝내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터져 나오지 못했다. 아멜라와 바흐리야 자매는 그저 목관(木棺)만 붙잡은 채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눈물이 떨어지는 관 위로 큼지막히 적힌 숫자 ‘495’. 아버지(에유프 골리츠·사망 당시 56세)는 세상을 떠난 지 15년 만에야 시신 번호 495에서 본명을 되찾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발칸 반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소도시 스레브레니차에서 11일 보스니아 내전으로 인한 인종학살 15주년을 맞아 유가족 등 4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묘소엔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골리츠 씨를 비롯한 유해 775구가 추가로 안장됐다. 이들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지 십수 년 만에 동족 3700여 명이 묻힌 고향 땅으로 돌아온 셈이다.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1992년부터 3년 동안 지속된 보스니아 내전의 대표적인 인종 청소 사건. 1995년 7월 당시 이곳은 유엔이 안전지역으로 선포한 지역이었으나 라트코 믈라디치 군사령관이 이끄는 세르비아군은 이슬람계 남성 주민 8000여 명을 무자비하게 몰살했다. 이후 유엔은 이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참혹한 학살”이라며 비난했다. 15년 세월에도 상처는 여전히 깊다. 무엇보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가족이 많다. 이번에 확인된 유해를 포함해도 지금까지 희생자의 절반인 4400여 구만 돌아왔다. 16세 소녀 하이로 이브라히모비치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전범 처리도 미흡하다. BBC뉴스에 따르면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당시 세르비아군 장교 등 161명을 기소해 123명에게 종신형 등을 선고했다. 그러나 최고 핵심 주범인 믈라디치는 도주해 아직도 붙잡히지 않고 있다. 학살당사국 세르비아의 미온적 태도 역시 유족들 가슴에 피멍을 남겼다. 줄곧 책임을 부인했던 세르비아는 올해 3월에야 의회에서 공식 사과 결의안을 채택하며 태도 변화를 보였다. 하지만 ‘집단학살(genocide)’이란 용어는 생략한 채 “위로와 사과” 등 두루뭉술한 표현만 가득해 유족들의 공분만 샀다. AFP통신은 “유럽연합(EU)에 들어가고픈 세르비아의 속내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세르비아는 지난해 EU에 가입신청서를 냈으나 영국 등이 스레브레니차 학살 등 내전 뒤처리 미숙을 이유로 승인을 반대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멕시코 만 해저 유정의 원유 유출을 막기 위해 준비한 새 차단돔이 12일(현지 시간) 현재 순조롭게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석 달 가까이 지속돼온 이번 재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 CNN뉴스는 “BP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해저 4km 지점에 있는 유정에 새 차단돔을 설치하기 시작해 오후 7시에 완료했다”고 전했다. 작업 장면을 촬영한 해저 동영상에는 차단돔이 예정대로 제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BP는 “이처럼 깊은 곳에서 작업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아직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우며 최대 48시간 내 각종 테스트를 거친 뒤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새 차단돔이 성공적으로 설치되면 해저 유정에서 분출되던 원유를 틀어막은 뒤 모두 수거 선박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해저 유정에선 하루 3만5000∼6만 배럴이 분출됐으나, BP가 10일 제거한 기존 차단돔은 2만5000배럴 정도만 끌어올리는 수준이어서 나머지 기름은 바다로 흘러나가는 상태였다. 기존 차단돔은 유정과 차단돔 간 틈이 완벽하게 차단되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 돔과 유정 사이에서 기름이 샌 것은 과도한 압력이 한 곳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BP는 차단돔 설치와는 별도로 인근에 감압 밸브 2개를 설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사고 유정에 몰리는 압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이 작업은 8월 중순에 완료될 예정이다. 압력이 제대로 분산돼야 사고 수습의 핵심인 원유 유출구를 완전히 차단하는 다음 작업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원유 수거 선박인 ‘헬릭스 프로듀서’도 현장에 투입돼 기존 이동굴착선박(Q4000)과 함께 원유를 퍼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원유 유출 방제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테드 앨런 미 해안경비대 사령관은 “차단돔 설치는 일시적 조치로 원유 유출구를 시멘트로 막는 방법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당국은 4월 20일 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8900만∼1억7600만 갤런의 원유가 유출돼 멕시코 만을 오염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단돔이 설치된 12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심해 석유시추 잠정 금지기간을 11월 30일까지 연장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루이지애나 주에서만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한편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세계 최대 정유회사인 미국 엑손모빌이 BP의 주가(株價)가 기름 유출사고로 폭락한 기회를 틈타 1000억 파운드(약 182조 원)에 BP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란인 물리학자가 실종 1년 만에 나타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납치설을 주장하고 있어 국제적인 외교 분쟁으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영국 BBC뉴스는 13일 “자신을 이란 테헤란의 대학에서 근무하던 물리학자 샤흐람 아미리(32·사진)라고 하는 남성이 실종 1년 만에 나타나 CIA에 납치됐다 최근 탈출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아미리 씨는 지난해 5월 성지순례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가 사라진 뒤 지금까지 연락이 끊겼다.이란 외교부는 아미리 씨가 실종된 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미 정보당국이 그를 납치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보당국도 미국을 도왔다”며 납치설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 ABC방송은 올해 3월 CI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미리 씨가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그가 관여하던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다”며 이란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그러나 실종됐던 물리학자는 12일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아미리 씨가 이날 밤 미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대사관에 도착해 이란으로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가 어떻게 파키스탄대사관으로 갈 수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아미리 씨가 실종됐던 동안 세간에는 자신이 아미리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3편이나 공개되며 혼선을 빚었다. 지난달 8일 이란 국영TV가 방영한 첫 번째 동영상에는 “자신은 CIA에 납치됐다”고 주장했으나, 몇 시간 뒤 유튜브에 공개된 두 번째 동영상에는 “자의로 미국에 왔으며 자유롭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마지막 동영상에서는 “두 번째 동영상은 가짜 인물을 내세워 날조된 것”이라며 “버지니아 쪽에 납치됐다가 최근 탈출했다”고 주장했다.BBC방송은 “만약 아미리 씨가 본인이 맞고 그가 주장한 내용이 사실일 경우 미국은 상당히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국영 라디오도 “아미리 씨의 영상이 공개되자 미국이 이번 게임의 패배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며 “미국은 이번 사건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그를 조용히 이란으로 돌려보내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 정보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정양환 기자}
영국의 한 아마추어 보물탐험가가 60억 원의 값어치를 가진 로마시대 동전 단지를 찾아냈다. 미 CNN뉴스는 9일(현지 시간) “병원 요리사로 일하는 데이브 크리스프라는 남성이 영국 서남부 서머싯 카운티의 한 들판에서 로마시대 동전 5만2500여 개를 발굴했다”고 전했다. 은화와 동화로 이뤄진 어른 손톱 크기의 동전들은 30cm 높이의 단지 속에 가득 든 채 땅속에 묻혀 있었다. 동전 앞면엔 서기 286년 현 영국과 프랑스 북부지역을 장악하고 황제를 자처했던 카라우시우스(293년 암살)의 얼굴이 새겨져 있어 3세기 후반 유물로 추정된다. 미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크리스프 씨가 이 동전을 처음 발견한 것은 올해 4월경. 자신의 금속탐지기로 들판을 살피다가 우연히 지표면에 묻힌 동전 20여 개를 발견했다. ‘대박’임을 직감한 그는 곧바로 서머싯 카운티 당국에 보고해 공식 탐사가 이뤄졌으며 최근 돈 단지를 원형 그대로 발굴해냈다. 토니 윌리엄스 서머싯 카운티 유물검시관은 “영국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로마유물 발견 중 하나”라며 “사료가 부족한 카라우시우스 시대를 연구하는 데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동전들은 시가로 330만 파운드(약 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맑은 눈망울을 지닌 그는 밤이면 뭍으로 올라온다. 잘생긴 사내로 변신한 뒤 어여쁜 마을 처자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먼동이 트는 아침, 그는 다시 강으로 내려간다.’여기서 ‘그’는 사람이 아니다. 브라질 아마존 강과 인도 갠지스 강, 중국 양쯔 강과 캄보디아 메콩 강 유역에서 비슷한 내용의 신화에 나오는 ‘동물’을 일컫는다. 전 세계에 4종밖에 없다는 ‘강(에서 사는) 돌고래’다. 진화학자들에 따르면 약 1600만 년 전부터 강으로 올라와 살았다는 이 특이한 돌고래들은 귀여운 생김새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AP통신은 10일 “사람을 닮은 그 친근한 미소를 볼 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사실 강 돌고래의 멸종위기는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다. 학계에선 양쯔 강 돌고래가 이미 2006년에 사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갠지스 강 돌고래 역시 올해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멸종 직전에 이르렀다”고 선언했다. 2009년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메콩 강에 사는 강 돌고래는 겨우 60여 마리뿐이다.상대적으로 그나마 풍족하던 아마존 강 돌고래도 최근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브라질 국영 아마존연구소에 따르면 해마다 최소 1500마리 이상씩 줄어들고 있다. 베라 다시우바 수석연구원은 “정확한 전체 개체 수는 알 수 없으나 연 7% 정도 감소 추세”라고 전했다.AP통신에 따르면 강 돌고래의 멸종 원인은 100% 인간 때문이다. 안 그래도 난개발과 수질 오염으로 고통받는 이 동물들을 인간들이 마구잡이로 포획하고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전설 덕분에 성스러운 존재로 보호받았으나, 돌고래 고기가 인기를 끌면서 어부들의 주 수입원으로 전락했다. 특히 아마존 강 돌고래는 인근 콜롬비아에서 지난해 2100여 t이나 거래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1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브라질 시민단체 ‘환경·천연자원연구소’는 “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아마존 밀림 벌채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강 돌고래 등 희귀동물 보호엔 무관심하다”고 비난했다. AP통신은 “가난한 어부들이 강 돌고래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정부도 강력하게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할리우드 트러블메이커’인 미국 영화배우 린지 로한(24)이 결국 감옥에 가게 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7일 “미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힐스 법원은 로한에게 반복된 보호관찰법 위반 등을 이유로 징역 90일 및 입원재활치료 90일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재판을 맡은 마샤 레벨 판사는 “보호관찰 규정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법원이 명령한 금주치료 프로그램도 성실하게 참석하지 않았다”며 “갖은 핑계와 거짓말로 공권력을 기만한 점도 문제”라고 선고 사유를 밝혔다. LAT에 따르면 이날 법원에 출두한 로한은 공판 내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정상 참작을 호소했다. 그는 “여배우로서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몇 가지 실수가 있었지만 내 나름대로 법원의 명령을 지키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엄격한 선고가 내려지자 법정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11세에 연예계에 데뷔한 로한은 한때 영화 출연료로 1000만 달러 이상 받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는 영화 ‘페어런트 트랩’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에 출연했다. 그러나 음주와 각종 기행으로 온갖 구설수에 오르다 2007년 음주운전 및 마약 소지 혐의로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금주 명령을 받고도 술을 먹는가 하면, 규정 위반과 심리 불출석 등 잦은 물의를 빚어 왔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엔 헤픈 씀씀이 탓에 신용카드가 정지되는 등 경제적으로도 곤란을 겪어 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핵무기 감축협정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던 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미국이 러시아의 오랜 앙숙인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를 다시 지지하고 나서며 또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AFP통신은 5일(현지 시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조지아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수복 노력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지난주부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을 방문한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미하일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조지아의 주권과 영토통합 노력을 지지하는 미국의 방침은 변함없다”며 “러시아가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가 군대를 철수하고 두 지역의 ‘점령’을 끝내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이런 태도야말로 우리가 미국을 사랑하는 이유”라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회복은 조지아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의 우호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조지아의 근심을 덜어주려는 당근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같은 미국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같은 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지아와 남오세티야의 문제에 ‘제3자’가 개입해선 안 된다”며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푸틴 총리는 “누군가는 점령이라 보는 일이 다른 이에겐 해방일 수도 있다”며 “사태를 해결하려면 당사자들이 직접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본보는 오늘부터 그루지야의 공식 요청으로 국가명을 그루지야 대신 조지아로 쓰기로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식신’ 미국인 조이 체스트넛 씨(26)가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네이선 핫도그 먹기 대회’에서 또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체스트넛 씨는 매년 미 독립기념일에 뉴욕 코니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서 10분 동안 핫도그 54개를 먹어치워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2위를 9개 차로 따돌리고 챔피언 벨트와 상금 2만 달러를 거머쥔 그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핫도그 먹는 걸 즐긴 게 우승 비결”이라며 “다만 전날 충분히 물을 마시지 못해 먹는 속도가 느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68개를 먹어 세계기록을 세웠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체스트넛 씨의 강력한 라이벌인 일본인 고바야시 다케루 씨(32)가 불법 난입으로 체포되는 불상사도 벌어졌다. 고바야시 씨는 2001년부터 여섯 차례나 챔피언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도 64개를 먹고 준우승했던 실력자. 주최 측으로부터 참가 자격을 얻지 못한 그는 경기 도중 갑자기 무대에 올라가 도전하려다 제지당했다. AFP통신은 “구경하던 시민들이 ‘그에게도 기회를 줘라’고 소리쳤으나 결국 경찰이 끌고 갔다”고 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제3세계 후진국들의 명예 대표.’ 1994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선진 7개국(G7)에 속한 캐나다를 이렇게 비아냥댔다. 1990년대 초반 정부의 심각한 재정적자로 사회적 불안마저 감돌던 캐나다를 두고 G7 회원 자질을 문제 삼은 것. 그러나 최근 미국 언론들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선진국들은 캐나다에 배움을 청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주요 8개국(G8)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한 캐나다의 위상이 10여 년 만에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캐나다의 변화는 경제 수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1997∼2007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3.3%로 G7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일자리 창출 비율도 평균 2.1%로 미국의 2배가 넘는다. 미 폭스뉴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더욱 격차가 크다. 미국이 약 2.5%를 기록하는 동안 캐나다는 6.1%에 이른다. 지난달 G7 가운데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나라도 캐나다였다. 벌써부터 캐나다가 새로운 국제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달 25일 “21세기는 캐나다의 시대”라며 “미국은 북쪽 이웃나라로부터 배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치켜세웠다. 폭스뉴스는 “이번 정상회의는 캐나다가 G20 국가들을 가르치는 자리”라고 했으며, AP통신은 “서방 선진국들이 캐나다의 금융위기 극복 요령을 배우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1990년대 캐나다 재무장관을 지낸 폴 마틴 전 총리가 주창한 ‘작지만 영리한 정부’ 정책에 캐나다의 성공 비결이 있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수입부품 관세를 과감히 철폐하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적절한 연금제도 개혁도 한몫했다. 포린폴리시는 “중앙정부가 획일적인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는 지방정부들이 각자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큰 논란 없이 연금 수혜자를 인구의 10.7%에서 6.8%로 줄인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총도 담배도 하나도 나쁠 것 없다?” 미국 대법원이 28일(현지 시간) 기존의 사회 여론과 달리 총기 소지와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관대한 판결을 연이어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미 대법원은 이날 시카고 시가 28년 동안 유지해온 총기 보유 금지법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총기 소지는 미국인의 헌법적 고유 권한으로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주(州) 정부나 지방 정부도 통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2008년의 대법원 판결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 당시 미 대법원은 워싱턴 시가 32년간 이어온 개인의 총기 소지 금지 법안에 대해 “(이는) 수정헌법 제2조의 정신에 배치되는 것으로 미국 헌법은 개인이 가정에서 자위를 위해 사용하는 개인용 총기를 절대 금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최근 연이은 총기 난사 사건으로 개인의 총기 소지를 규제해야 한다는 미국의 사회적 여론과는 정면으로 대치된다. AFP통신도 “이로써 미국에서 총기 보유 금지 완화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나뉘어 4명의 진보적 성향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표명했으나, 보수 및 중도 성향 대법관 5명이 완화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법원은 이날 담배가 유해하다는 사실을 불법적으로 은폐해왔다며 주요 거대 담배회사들에 막대한 부당이득을 반환할 것을 청구한 행정부 소송을 각하했다. 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말버러, 레이널즈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애연가를 속이는 협잡 행위로 불법 이득을 취했다”며 제기한 2800억 달러(약 340조 원) 반환 소송에 대한 본안 심리를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 AP통신은 “이번 소송 각하 결정은 담배회사들이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고 담배를 판매해 취득한 막대한 이득을 되돌려 받으려 했던 행정부의 노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서 별다른 코멘트는 내놓지 않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세계 경제회복은 여전히 취약하며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26, 27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명서 초안이 23일(현지 시간)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을 통해 공개됐다. 성명서 초안은 최근 세계 경제 회복세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지만 가장 큰 관심사였던 재정건전성과 관련된 출구전략이나 은행세 등 금융규제안 도입 등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 “안주할 여유 없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린피스가 입수해 이날 공개한 성명서 초안은 “세계 많은 나라에서 경제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회복세는 불균등하고 취약하며 실업률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높다”고 명시했다. 그 때문에 “지금의 회복세에 안주할 여유가 없으며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천명했다. 성명서는 또 “(그리스 같은)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 회복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며 “금융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더 책임 있고 투명한 은행 시스템을 만들려면 여전히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각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세계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담겨 있다. 이 성명서는 “그간 각국 정부의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이 개인 수요와 대출을 다시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며 “우리는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구전략 등 핵심 의제는 비켜가 AFP통신은 이번 성명서 초안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가장 큰 논쟁거리였던 출구전략에 대한 의견 표명은 회피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긴축 정책의 즉각적 실시를 주장했지만 미국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아직은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2일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도입 결정을 발표했던 은행세 역시 별다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명한 은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구체적 추가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는 것. AFP는 “은행세 논의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은행은 성명서에 대해 “각국 정상들은 G20을 통해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을 도울 장기적인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지난달 31일 국제구호선단을 공격해 9명을 숨지게 했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정책을 완화하고 모든 민간물자의 반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마르크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간) “안보내각회의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군수 물품을 제외한 모든 민수품 유입을 승인하는 추가적인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구호조직과 의료진의 출입도 아울러 허용할 예정”이라며 “반입 금지 물품은 최대한 빨리 목록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발표 뒤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길 바라며 적극 협조하겠다”고 논평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긍정적인 진보”라고 평가했다. 중동평화 4자회담 특사를 맡고 있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는 “진심으로 환영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블레어 전 총리의 연쇄 접촉 △미국과 이스라엘의 실무 당국자 막후교섭 등이 이번 조치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외교부 관리는 “구호선단 공격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압력과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네타냐후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회담을 무시하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무장정파 하마스는 “아쉽고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발표에서 가장 논란이 된 ‘이중 사용 물자(dual-use items)’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간 이스라엘은 군사적 이용 가능성을 이유로 시멘트 등 건설자재의 가자지구 반입을 막아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부부젤라(vuvuzela) 소리가 짜증난다고? 다른 응원도 만만치 않아."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최대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인 부부젤라. 남아공 줄루족에서 유래됐다는 이 응원 나팔이 내는 벌 떼 소리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ABC뉴스는 16일 "선수와 관중을 괴롭히는 응원은 로마시대 검투장 이래 모든 경기장에 존재해왔다"며 스포츠 계의 대표적인 '소음(annoying sound)'들을 소개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스포츠 전문가들이 뽑은 가장 성가신 소음 제조기는 '선더스티스(Thunderstix)'라 불리는 공기주입식 막대기 튜브. 2개를 양 손에 잡고 부딪혀 소리를 내는 이 응원도구는 2002년 미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애너하임 에인절스 팬들이 처음 선보였다. 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지미 트라이나 수석 프로듀서는 "지금은 전 세계 보편적인 응원문화가 됐지만 첫 등장 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며 "부부젤라나 선더스티스나 의미 없이 시끄럽단 점에서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즈의 전통적 응원도구 '카우벨(cow bell)'도 만만치 않다. 동계올림픽 스키 경기 출발 때 쓰이는 카우벨을 수천 개 동시에 울려대는 굉음은 정신을 쏙 빼놓곤 한다. 미 대학 야구경기에 자주 쓰이는 알루미늄 배트 부딪히기도 대표적인 소음 응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지 시끄럽기 때문에 성가신 소음으로 불리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신경을 긁는 악의적인 응원이나 행위는 소리가 작아도 불쾌하다. 미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아이비리그가 아닌 대학과의 경기에 지고 있을 때 "괜찮아. 쟤들은 결국 나중에 우리 밑에서 일해"란 내용의 응원가를 즐겨 부른다.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로버트 에델만 역사학 교수는 "서구의 많은 응원가들이 심각한 계급차별,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고음을 내는 것보다 훨씬 질 낮은 응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테니스 선수들이 서브 등을 넣을 때 내는 괴성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며 △러시아 관중들은 심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응원문화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린다 보리쉬 웨스턴미시간대 교수는 "내겐 성가신 소음이라도 어떤 이에겐 소중한 문화일 수도 있다"며 "자신들의 응원 방식을 아낀다면 부부젤라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0일부터 시작된 키르기스스탄 민족분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러시아에선 구소련 국가 안보체제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통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1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CSTO 긴급회의가 열렸다. AFP통신은 러시아TV를 인용해 “CSTO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현 상황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말해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긴급자금 60만 달러와 구호물품 20만 달러어치를 현지로 보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유엔, 러시아 등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15일 현재 13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800여 명이 다쳤다. 이번 발표 수치는 전날 124명에서 또다시 늘어난 것. 게다가 우즈베크계 지역지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슈 시에 매장된 사망자만 200명이 넘는 데다 불에 탄 건물에서 미처 수습 못 한 시신도 많다”고 말해 인명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돌이 발발한 오슈 시는 지금도 총성과 화염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인근 잘랄아바트 시도 폭동에 휩싸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시내 곳곳 건물들이 방화로 불타고 있으며, 수십 명씩 무리를 지은 폭도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현재 도심광장에만 2000여 명의 무장 세력이 모여들었다. 우즈베키스탄계 주민의 ‘엑소더스(대탈출)’도 점점 규모가 늘고 있다. 피란민을 관리하는 우즈베키스탄 국영센터의 잘라히딘 잘릴라디노프 소장은 “현재까지 약 8만 명이 넘어왔으며 아직 10만여 명이 국경 근처에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파스칼 바그너 중앙아시아 담당관은 “현재 난민들은 30개 비상캠프에 분산 수용된 상태”라며 “부상자와 어린이, 노약자가 많고 상황이 열악해 국제적 도움이 시급하다”며 안타까워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시큰둥했던 중국이 대(對)이란 선제공격을 거론하자 곧장 자리를 고쳐 앉았다.” 이스라엘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추가 제재 결의안에 미온적이던 중국을 수개월 동안 공들인 ‘은밀한 작업’ 끝에 설득에 성공한 후일담을 뉴욕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이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의 책임감에 호소하는 ‘이상적 접근’을 했던 것과 달리 이스라엘은 이란 제재 결의안 찬성의 ‘실리적 효과’를 제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스라엘은 올해 2월 고위급 관리들을 베이징(北京)에 파견해 이란의 핵 개발 야망을 뒷받침하는 기밀정보를 직접 전달했다. 여기서 이스라엘은 외교적 수사나 협상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이란 핵무기 개발 제재가 실패하면 이스라엘은 군사공격에 나설 것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중국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설명했다. 이스라엘 관리는 “중국은 기밀정보 자체는 별로 놀라워하지 않아 보였다”며 “하지만 자신들의 주요 석유수입 지역인 중동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카드를 꺼내자 이내 자리를 고쳐 앉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설득이 중국 동참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외교가 이스라엘처럼 비교적 영향력이 작은 나라가 중동지역에서 ‘슈퍼 파워’로 자리잡아가는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사례임은 분명하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특히 최근 중국은 이스라엘의 ‘주적’인 중동 이슬람 국가로부터 엄청난 양의 석유를 사들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양국 관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2000년 미국의 압력으로 이스라엘이 중국에 무기를 수출하려다 실패한 이후 양국 관계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무역규모가 2006년 38억 달러에서 지난해 45억 달러로 늘었지만 중국 쪽에선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경제보다 학술과 문화 의료 부문의 교류를 중시하는 ‘소프트 파워 외교’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앞으로도 이스라엘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 줄지는 의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지난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했을 때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서를 지지했으며, 최근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도 비난해 왔다”고 지적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개구리 왕자, 공주의 키스를 받고 왕자가 되다.”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피트니스 강사 다니엘 베스틀링 씨(37)가 스웨덴 ‘왕위계승 서열 1위’ 빅토리아 공주(32)와 8년간의 연애 끝에 19일 결혼에 골인한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5일 “그간 ‘개구리 왕자’란 별명으로 불렸던 베스틀링 씨가 이날 왕가 정통 결혼식과 함께 ‘다니엘 왕자’란 공식 직함을 수여받는다”고 전했다. 여러 위기와 부침을 겪었던 ‘공주와 농촌총각의 사랑’이 드디어 열매를 맺는 것. 빅토리아와 다니엘의 사랑은 2002년 만남부터 화제였다. 당시 우울증으로 ‘섭식장애(eating disorder)’를 앓던 공주는 스톡홀름의 한 체육관에서 우연히 베스틀링 씨와 마주친다. 더부룩한 머리에 청바지, 야구 모자를 눌러쓴 사내. 그러나 빅토리아 공주가 그 평범한 남성이 자신의 운명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둘의 연애가 알려지며 왕실은 난리가 났다. 여왕이 될 공주와 시골 우편집배원 아들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 특히 다니엘의 구수한 사투리와 잦은 예절 실수는 스웨덴 귀족과 언론의 놀림감이 됐다. 심지어 공주의 아버지인 칼 구스타프 16세는 공식적으로 그들의 결합을 반대했다. 하지만 빅토리아의 마음은 확고했다. “왕위보다 그를 사랑한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곧장 개구리왕자를 ‘진짜 왕자 만들기’에 들어갔다. 왕실 교육관과 홍보회사까지 동원해 그를 변신시켰다. 동생 칼 필리프 왕자와 마델레이네 공주가 연애 구설수에 오르는 동안 이들은 환경운동 등을 펼치며 성실한 모습을 보인 점도 민심을 얻었다. 스웨덴 저널리스트 스턴 헤드만 씨는 “다니엘은 이제 4개 국어에 능통하고 정장이 잘 어울리는 매끈한 귀족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지금도 곰과 늑대가 출몰하는 벽촌 출신 왕자의 러브스토리는 스톡홀름을 ‘아름다운 동화가 이뤄지는 땅’으로 새롭게 바꿔놓았다”고 평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