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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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hong@donga.com

취재분야

2024-11-21~2024-12-21
미국/북미36%
국제정치18%
인사일반10%
국제정세8%
유럽/EU8%
대통령5%
국제일반5%
중동5%
남북한 관계3%
국제교류2%
  • 구의역 인근에 행정-주거 복합타운 조성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근처에 광진구청 신(新)청사를 비롯한 행정·상업·주거복합타운(조감도)이 들어선다. 광진구는 옛 서울동부지검 및 서울동부지법과 KT 수도권강북고객본부가 있던 자양동 일대 개발계획이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8일 밝혔다. 광진구는 면적 7만8147m²의 이곳에 통합청사(25층)와 업무용 건물(39층), 관광호텔(28층), 그리고 1357채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통합청사에는 구청과 보건소, 구의회가 들어간다. 시민광장과 공원을 만들고 통합청사 주변을 가로지르는 길을 낸다. 주상복합단지의 732채는 임대주택이다. 광진구는 1966년 지은 현재 청사가 너무 낡아 안전에 문제가 있어 지난해부터 신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올 3월 동부지법과 지검이 송파구로 옮기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도 통합청사 개발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시행자는 KT며 총사업비는 643억 원이다. 광진구는 다음 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하고 현상설계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마친 뒤 2019년 착공한다. 김기동 구청장은 “복합타운으로 옮기면 현재 청사 자리에는 여성종합복지센터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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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수-물길 등 물놀이 시설 186곳 수질점검

    서울시가 28일까지 분수나 물길처럼 아이들이 들어가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경(水景)시설 186곳의 수질 및 안전 점검에 나선다. 서울시는 7일 자치구나 공공기관, 민간이 운영하는 186곳을 3주간 점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수경시설은 환경부 지침으로만 관리하다 보니 제대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개정된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이 올해 발효되면서 수경시설의 관리기준이 강화됐고 수질검사 기준에 맞지 않는 시설에는 행정처분도 내릴 수 있게 됐다. 검사는 수경시설에 사용되는 물이 청결하게 여과되고 적절하게 살균, 소독되는지를 우선 살핀다. 검사 항목은 산성도(pH), 탁도, 대장균, 잔류염소 네 가지다. 수질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은 곧바로 운영을 멈추고 과태료를 물린다. 또 운영기간 중 15일에 한 번 이상 수질검사를 받고 이용자를 위한 안내판이 설치됐는지도 점검한다. 다만 올해가 개정된 법률 시행 첫해인 점을 감안해 안내판 부실 설치나 물에 나뭇잎이 떠있는 등 가벼운 사안은 권고 조치만 할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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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사당(대항병원)역? 그게 최선인가요”

    “대장·항문 전문병원이 사당역을 대표할 수 있나요?”(허모 씨·33) “대장암 검사 받으러 오는 노인이 많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장모 씨·61) 1일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이 ‘사당(대항병원)역’으로 바뀌었다. 서울지하철 경영 개선을 위해 지역 사업자들에게 이용료를 받고 이름을 같이 써 주게 된 것이다.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역 근처 직장을 다니는 허 씨는 “항문질환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역 이름으로 명시하니 다소 민망하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에서 시계방을 30년 넘게 운영하는 장 씨는 “역명(驛名)뿐 아니라 지역 안내도에도 표기하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역명이 ‘사당(대항병원)역’처럼 두 개가 되는 서울시내 지하철역은 18개다. 기존 역 이름에 괄호를 치고 이용료를 낸 사업자가 원하는 이름을 같이 써 준다. 서울시는 지난해 9개 역에 이어 올해 23개 역의 이름을 더 판매했다. 지하철 1∼8호선의 18개 역은 1일부터, 9호선 신논현(르메르디앙 호텔)역과 경전철 우이신설선 4개 역은 다음 달부터 병기(倂記)한다. 입찰을 통해 결정된 32개 역의 이름값은 총 64억6550만 원이다. 역당 대략 2억 원꼴이다. 계약 기간은 3년이고 한 번 연장할 수 있다. 서울시는 병기 역명을 입찰할 때 역과 가깝고 인지도가 있어야 하며, 승객이 이용하기에 편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지역의 랜드마크 같은 성격이어서 이름을 표기했을 때 사람들이 역 주변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쉽게 발음할 수 있으면 더 좋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부 역명은 이 같은 공공성이나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서구 5호선 마곡(홈앤쇼핑)역에 대해 주민 서모 씨(30)는 “쇼핑몰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케이블 홈쇼핑채널 본사 건물을 사람들이 익숙하게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 사는 대학생 문현순 씨(24)는 “같이 쓰인 ‘르메르디앙’이라는 이름은 발음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올해 58개 역을 입찰 대상으로 내놨지만 35곳은 팔리지 않았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공공서비스에는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며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승객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조유라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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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점자블록 등 4000곳 2020년까지 정비

    서울시는 턱이 높거나 점자(點字) 표시가 잘못된 보도 약 4000곳을 141억 원을 들여 2020년까지 정비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 같은 교통약자가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약 39억 원을 들여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지역인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서대문구의 보도 1018곳을 우선 정비했다. 이어 올해 2월부터 4개월간 나머지 21개 자치구 간선도로변을 대상으로 용역조사를 실시해 정비 대상지 3924곳을 찾아냈다. 지난해 정비된 곳을 포함하면 2020년까지 모두 4942곳을 개선하게 된다. 점자블록이 안내하는 진행 방향과 실제 횡단보도가 그려진 방향이 달라 위험한 곳은 정비할 예정이다. 낡거나 파손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자블록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없는 곳에는 새로 설치한다. 인도와 횡단보도를 오가기 쉽도록 보도의 턱도 차도의 높이에 맞춰 낮춘다. 턱 낮춤 부분이 횡단보도에 비해 너무 좁다는 지적을 반영해 횡단보도가 그려진 부분은 보도 전체의 턱을 낮추기로 했다. 정비 대상지는 기존 시설의 파손 정도나 유동인구, 민원 등을 바탕으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곳을 우선 선정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선도 반영했다. 이달부터 자치구별로 시작한 정비사업은 11월경 마무리된다. 본예산 22억 원과 추가경정예산 35억 원을 들여 먼저 1520곳을 정비한다. 남은 곳은 2020년까지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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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 승차거부 왜 안 줄어드나 했더니…

    서울시는 법규 위반 택시에 과태료 처분을 잘 하지 않는 자치구에 차고지가 있는 택시회사를 8월 한 달간 특별 점검한다고 26일 밝혔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택시운전사의 승차 거부나 택시회사의 차량 수리비 기사 부담 등 준수사항을 어기면 관할 자치구청장이 해당 택시회사에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이 같은 행정처분 966건 중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는 전체의 60%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주의나 경고에 그쳐 처분의 실효성이 낮았다. 자치구별로도 과태료 처분율 차가 최대 72%포인트나 났다. 서울시는 과태료 처분율이 평균 30%도 되지 않는 하위 3개 자치구의 택시회사 20곳을 다음 달 직접 방문하고 운행기록 등을 확인해 주요 법규를 얼마나 위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상습적으로 법규를 위반하는 걸로 드러난 20개 업체도 특별점검을 실시해 지도 감독에 나선다. 이 업체들에는 서울시가 제공하는 카드결제 수수료나 카드결제 통신비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삭감하기로 했다. 특히 법인택시가 승차 거부를 하면 처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세 번 승차거부 사실이 적발되면 사업면허가 취소되는 개인택시에 비해 법인택시는 상대적으로 처분 수위가 낮다. 서울시는 9월경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금지한 운수종사 부적격자의 운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택시조합에 등록된 기사의 면허번호 등을 관리하는 운수종사자 자격관리 시스템을 활용할 방침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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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배수지 7곳 확충… 전기 끊겨도 수돗물 공급

    서울시는 배수지(配水池) 7곳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의 것을 넓혀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에 힘쓰기로 했다. 배수지는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을 급수지역 인근 산이나 고지대에 설치한 물탱크로 끌어올려 가정으로 공급하는 시설이다. 지형의 높낮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기가 끊기는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하루 정도는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 적정 수압을 유지해 누수(漏水)를 막는 장점도 있다. 새로 만드는 배수지는 동작구 국사봉배수지와 강북구 미아배수지, 노원구 상계1배수지 등 세 곳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내 101개 배수지는 104개로 늘어난다. 관악구 사당배수지, 강북구 수유6배수지, 종로구 낙산배수지, 성북구 성북2배수지는 저수(貯水) 규모를 늘린다. 사업이 완료되면 지형 여건 등으로 배수지를 만들 수 없는 면적 3.7%를 제외한 서울시내 전 지역이 배수지를 통해 급수를 받게 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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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강남구 ‘세텍 충돌’ 2R

    서울시와 강남구의 서울무역전시장(SETEC·세텍) 용지 갈등이 내년도 전시 대관(貸館) 문제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세텍 용지의 서울산업진흥원(SBA) 컨벤션센터에 제2시민청을 조성하려다 강남구의 반발로 철회했다. 세텍을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하는 SBA는 31일까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도 세텍 전시관 대관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강남구는 최근 서울시와 SBA에 공문을 보내 대관 모집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가 이미 세텍 용지에 전시문화 시설을 세우겠다는 방향을 밝힌 만큼 1999년 지어진 현재의 가건물은 철거가 급선무라는 얘기다. 강남구는 전시관 철거 이유로 주변 지역 개발계획과 안전 문제를 들고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추진될 영동대로 지하 공간 통합 개발이나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 등의 개발계획에 발맞추려면 세텍 전시관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20년 가까이 된 낡은 가건물이어서 사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이왕이면 번듯한 곳에서 전시를 해야지 ‘초가집’ 앞에 물건을 가져다 두면 팔리겠느냐”고 지금의 전시관을 빗대 말했다. SBA는 지난달 행정심판을 통해 전시관 존치 기간을 내년 9월 30일까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고 반박한다. 내년 9월까지는 시설을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관 모집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해마다 받고 있는 안전 점검에서도 안전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SBA 관계자는 “세텍 전시장은 연평균 6000여 중소기업에 저렴한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대안도 없이 당장 전시장을 철거하라는 강남구의 주장은 중소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일부 기업은 전시 장소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말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세텍 복합개발 계획은 현재 큰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짜기 위해 수요나 사업 방식, 도시계획 변경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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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십리역∼상계역 동북선경전철 본격 추진

    2010년 이래 자금난 등으로 미뤄진 서울 동북선경전철 사업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계획대로라면 우이신설선(9월), 신림선(2021년)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개통되는 경전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의 협상대상자인 동북선경전철㈜과 24일 최종 협상을 마쳤다고 밝혔다. 동북선경전철㈜은 주간사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현대로템, 브이그 등 6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할 예정인 특수목적법인이다. 동북선은 전철 4개 노선 환승역인 왕십리역부터 제기역∼고려대역∼미아사거리역∼월계역∼하계역을 거쳐 지하철 4호선 상계역으로 이어지는 13.4km 구간의 도시철도다. 현재 전철역이 없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 사거리부터 성동구 왕십리역까지 출퇴근 시간대에 약 46분이 걸린다. 동북선이 개통되면 22분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동북선 하루 이용 승객을 21만3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인근에 개통하는 우이신설선과 연계되고, 총 15개 역 가운데 7곳에서 모두 9개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어 환승 승객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안 실시협약 체결을 목표로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검토와 기획재정부 심의, 시의회 보고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완공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9895억 원(2007년 기준)의 절반은 동북선경전철㈜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비와 국비로 충당한다. 동북선경전철㈜이 건설하고 30년 동안 운영하는 대신에 소유권은 준공과 동시에 서울시에 양도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이다. 단, 시가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동북선경전철 사업은 앞서 2010년 10월 추진됐다. 하지만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동북뉴타운신교통㈜의 주간사회사인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지난해부터 차순위 대상자인 동북선경전철㈜과 민간투자사업 재추진 협상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잇단 경전철 사업이 최근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처럼 운영난에 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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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바뀐 師弟… 2막인생 도움주는 제자이자 스승

    5월 초, 서울 은평구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 들어서던 박태희 씨(37·여)는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 스쳐지나간 것을 봤다. 박 씨는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불현듯 몸을 돌려 소리쳤다. “저기 혹시… 원중식 선생님 아니세요?” “맞긴 한데… 혹시 남양주 동화고등학교?”○ 20년 전 사춘기 소녀와 수학 선생님 원중식 씨(66)는 37년을 교단에서 보냈다. 무서운 수학선생님이던 그는 ‘인생수업’을 해주는 교사로 믿음을 얻고 있었다. 목적 없는 공부에 매달리기보다는 기본과 인성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틈날 때마다 강조한 터다. 20년 전 한창 진로 고민에 빠진 고등학교 2학년이던 박 씨는 “선생님이 칠판에 나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 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원 씨는 2013년 교편을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마음껏 늦잠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취미인 클라리넷 연주와 등산, 노래도 실컷 했다. 하지만 5개월쯤 지나자 슬슬 지루함과 우울함이 커져갔다. 말로만 듣던 ‘오춘기’인가 싶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2015년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고용노동부 명예상담원으로 10개월간 일했다. 실의에 빠진 퇴직자를 하루하루 면담하며 ‘봉급을 받고 규칙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귀한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올해 초 다시 백수가 된 원 씨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중장년의 인생 재설계를 위한 교육·일자리 사업인 ‘서울시50플러스’의 공공일자리 안내문이었다. 일자리 목록을 꼼꼼히 살펴본 원 씨는 초등학교에서 안전지도를 하는 ‘학교안전관리서포터’에 지원해 4월 최종 선발됐다.○ 중장년 교육자와 ‘오춘기’ 은퇴 교사 교육을 받으러 서부캠퍼스를 찾았다가 박 씨를 만났을 때, 원 씨는 “제자가 나 같은 퇴직자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니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어엿한 교육자로 자라난 제자에게 학생 같은 기분으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할 때의 실질적인 조언도 건넸다. 교육 분량은 하루 5시간 정도로 짧게 구성하는 것이 좋고, 교재는 얇게 여러 권으로 나누는 것이 편하다는, 사소하지만 알찬 내용이었다. 원 씨는 5월부터 서울 송파구 마천초등학교에서 12월까지 매주 사흘씩 안전관리를 한다. 이제는 ‘내년엔 뭐 먹고 살지’보다 ‘이렇게 배울 것이 많은데 무엇을 고르지’를 고민한다. 학창시절 원 씨의 영향을 받아 대학에서 평생교육학을 전공한 박 씨는 “은사의 인생 후반 준비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제자로서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부(은평구)와 중부(마포구) 두 곳에 캠퍼스가 있는 서울시50플러스 재단은 다음 달 초부터 홈페이지()에서 2학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2020년까지 캠퍼스 4곳이 더 문을 열 예정이다. 원 씨는 ‘제자이자 스승’인 박 씨가 추천한 ‘인생학교’와 ‘도시해설가 양성과정’, ‘사진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는 “인생에 생동감이 넘친다”며 “중장년뿐 아니라 젊은이, 어린 학생에게도 ‘퇴직 후에도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웃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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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2019년 ‘시급 1만원’시대 연다

    서울시가 직간접으로 고용하는 근로자는 2019년 ‘시급 1만 원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의 11개 투자·출연기관의 무기계약 직원 2442명도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정규직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한 ‘노동존중특별시 2016’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서울시는 올해 시간당 8197원인 생활임금을 내년 9000원대, 2019년 1만 원대로 올린다고 박 시장은 밝혔다. 15일 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올리며 ‘2020년 1만 원’ 공약 달성에 시동을 건 것보다 1년 더 빠르게, 선제적으로 도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은 201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적용한, 일종의 ‘서울시 최저임금’이다. 공무원 보수(報酬)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서울시 및 산하기관 근로자 등이 대상이다.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이 직접 채용한 직원뿐만 아니라 민간위탁 인력과 뉴딜일자리 참여자도 해당한다. 올해 대상자는 1만5000여 명이었다. 서울시 가구의 표준적인 지출규모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산정했다. 지난 3년간 서울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의 120% 안팎에서 정해졌다. 생활임금을 9000원대로 올리면 예산 약 234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0곳 중 11곳의 무기계약직 2442명도 정규직으로 전면 전환한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中)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은 기관에서 직접 고용해 신분은 안정됐다. 하지만 임금체계나 복리후생, 승진 등에서 정규직에 뒤지는 대우를 받고 있다. 나머지 9개 기관에는 무기계약직이 근무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들을 기존 정규직 정원에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과 유사 업무를 하던 인력은 해당 직군으로 합친다. 정규직과 겹치지 않는 업무는 별도의 직군, 직렬을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모 씨같이 외주업체 소속의 승강장 안전문 보수원은 사고 이후 서울시가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했다. 이들은 내년부터 정규직이 된다. 정규직 전환 이후의 처우는 큰 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따른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임금이나 복지혜택 등은 기관별로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시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들어가는 한 해 재원을 약 77억 원으로 추산했다.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비롯해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비정규직 1087명도 업무의 성격을 판단해 최대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도 이날 발표했다. 내년부터 주 40시간, 연 1800시간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 7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신용보증재단 사무직 종사자와 서울의료원 교대 간호사의 노동시간을 시범적으로 단축했다. 그 결과 인건비 약 13%를 절감해 올해 인력을 각각 10명, 15명 늘렸다. 시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 근처에 ‘전태일노동복합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공공분야의 근로자 보호를 위해 지자체 최초로 노동조사관도 신설한다. 중앙정부의 근로감독관의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하겠다는 취지다. 또 대리기사, 아파트 경비원, 환경미화원 등 10대 주요 취약노동자와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강화한다. 박 시장은 이날 “노동자와 사용자는 동등한 위치에 있지만 근로자는 사용자에 종속된 개념이기 때문에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는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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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소리 바람소리… 숲길 걸으니 더위 ‘싹’

    번갈아 찾아오는 폭우와 폭염으로 심신이 괴로울 땐 나무 그늘을 찾아가자. 서울시는 지난달 여름에 걷기 좋은 ‘서울 녹음(綠陰)길 209선’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땐 오히려 머리가 아프다. 본보가 서울시와 함께 시원하고 짙은 그늘로 소문난 ‘강력추천 녹음길’ 37곳을 한 번 더 엄선했다.○ 선선한 숲길과 동네 뒷산 해가 긴 여름, 퇴근 후에는 평소 쉽게 지나치던 집 근처 공원에 들러볼 만하다. 강북구 솔밭근린공원 인근 북한산 둘레길의 소나무숲길에는 도심에서 보기 힘든 소나무 군락이 무성하다. 우이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동대문구 배봉산공원 황톳길에서는 신발을 벗어들자. 완만한 경사의 황토 바닥을 맨발로 딛는 순간 더위가 싹 가실 것이다. 대모산 도시자연공원 둘레길은 지하철 3호선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시작된다. 중간중간 약수터와 벤치가 있어 여유로운 산책이 가능하다. 강동구 일자산 도시자연공원은 허브 천문공원과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이 있어 가족 나들이에도 좋다. 시원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동네 뒷산과 숲길에도 피서객이 찾아온다. 서대문구 안산도시자연공원은 다양한 수종(樹種)을 자랑한다. ‘숲속무대메타길’의 메타세쿼이아 숲에는 넓은 무대가 있어 소풍 장소로 애용된다. 성북구 북한산자락길은 나무 보도를 설치한 무장애숲길이 조성돼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노약자도 편히 거닐 수 있다. 울창한 숲길을 조금만 따라 올라가면 남산까지 시야가 탁 트인다. 경부고속도로변 서초구 길마중길은 마사토(굵은 모래)가 깔려 걷기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걷기동호회원과 주민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색 가로수, 짙푸른 녹색의 벽 멀리 가지 않아도 커피 한 잔 들고 찾을 수 있는 이색 가로수길도 많다. 과거 개천이 흐르던 종로구 대학로에는 물가에서 잘 자라는 비술나무와 청춘을 상징하는 듯한 푸른 양버즘나무가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인근의 돈화문로에는 감나무와 사과나무가 심어져있다. 관악구 관악로에는 흰 껍질의 자작나무 가로수가 청량한 느낌을 준다. 영등포구 여의서로는 샛강과 한강을 끼고 있는 데다 다니는 차량이 적고 오래된 왕벚나무가 많아 여름철 산책에도 제격이다. 좀 더 특색 있는 녹음길을 찾고 싶다면 벽면까지 푸르게 꾸민 길을 찾아보자. 동작구 노량진로는 바로 옆을 지나가는 경부선 열차 소리를 막기 위해 담쟁이로 푸르게 꾸민 벽면이 가로수와 어우러져 울창하다. 녹색 터널을 보는 듯하다. 구로구 한마음아파트 인근 경인로는 두 줄로 심어진 가로수와 바닥의 띠녹지, 벽면 녹화로 짙푸른 산책길을 조성했다. 테마가 있는 길로는 양천구 목동중심축 ‘걷고 싶은 거리’가 있다. 청소년과 꽃향기, 새소리, 시(詩) 등 14개 구간별 특색을 살려 만들었다. 서초구 양재천 영동1교와 2교 사이 ‘연인의 길’에는 카페나 와인바, 레스토랑 등이 있다. 시내 한가운데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정동길은 주한 캐나다대사관 앞 550년 된 회화나무가 볼만하다. 서울시가 선정한 여름녹음길 209선 전체의 이름과 위치, 특징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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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 미군기지 터 111년전 자료 찾았다

    서울 용산에 외국군 기지가 생기기 전 모습이 담긴 지도가 111년 만에 공개됐다. 일본군이 1906년 이곳에 군기지를 세우기 위해 만든 61쪽 분량의 사료에 들어 있었다. 일본 육군성이 ‘관방한국수용지에 관한 건’이라는 표제로 작성했고 각종 편지와 기록으로 돼 있다. 용산구가 13일 공개한 사료 뒷부분에는 용산 군용지(軍用地) 면적과 경계선이 표시된 ‘한국용산군용수용지명세도(韓國龍山軍用收容地明細圖)’가 9쪽에 걸쳐 실렸다. 이 지역의 옛 이름은 둔지미 마을로 지금의 이태원, 후암동, 서빙고동 일대다. 둔지미 마을은 당시 둔지방(屯芝坊)에 속했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한일의정서를 내세워 둔지미 마을 300만 평(약 992만 m²)가량을 차지했다. 당시 집단 반발한 둔지미 마을 주민들이 일본 헌병에 체포됐다. 명세도에는 당시 마을의 명칭과 위치, 규모뿐 아니라 현재는 대부분 복개(覆蓋)된 만초천 등 지형이 자세히 보인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왕래할 때 이용하던 후암동∼서빙고동의 옛길도 그려져 있다. 가옥 1만3000칸, 묘지 18만9000기, 논밭 90만 평(약 297만 m²) 등 일본군이 조사한 구체적인 수치도 담겨 있다. 한쪽에는 1906년 6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둔지미 마을을 강제 철거했다는 기록도 있다. 사료 앞쪽에는 당시 주둔한 한국주차군사령부와 조선통감부, 일본 육군성이 주고받은 논의 내용도 실려 있다. 이날 공개된 사료는 20년 넘게 지역사를 연구하는 용산문화원 김천수 역사문화연구실장이 일본아시아역사자료센터의 문서 수십만 건을 조회해 2014년 찾아냈다. 용산구는 11월 ‘용산기지와 둔지미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라는 책자를 발행할 계획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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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이∼신설’ 경전철, 9월 2일로 개통 연기

    이달 29일로 예정된 서울 1호 경전철인 우이∼신설 경전철(북한산역∼신설동역)의 개통이 9월로 미뤄졌다. 당초 설정한 출퇴근 시간 배차간격이 지나치게 짧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다. 서울시는 10일 “안전성 검증의 마지막 관문인 영업시운전 단계에서 원래 계획했던 출퇴근 시 열차의 운행간격인 2분 30초가 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해당 시간대 배차간격을 3분으로 늘리고 이로 인한 추가 영업시운전 진행에 따라 9월 2일로 개통일자가 미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우이신설선은 북한산우이역을 출발해 1, 2호선 환승역인 신설동에 이르는 11.4km의 경전철이다. 서울 동북부의 대중교통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서울시 첫 번째 경전철로 기대를 모았지만 2009년 착공 후 수차례 개통이 미뤄져 왔다. 착공 당시에는 2014년 3월 개통이 목표였지만 수차례의 설계 변경과 시공사인 고려개발의 워크아웃 돌입, 일부 구간의 예상치 못한 암반 지대 돌출 등으로 2016년 11월로 개통이 연기됐다. 지난해 8월에는 자금난에 빠진 민자사업자 ㈜우이신설경전철과 서울시 간 사업 재구조화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 민자사업자는 공사 보이콧에 나섰고 서울시는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양쪽의 갈등은 20여 일 만에 봉합됐지만 이 때문에 올 7월로 또 한 차례 개통이 늦춰졌다. 서울시는 올 3월부터 대부분 공사가 완료된 상태에서 철도안전법에 따라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철도종합시험운행을 진행했다. 철도종합시험운행은 시설의 안전성 확보와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 사전 탐지 및 보완, 운영 가능 여부 등을 판단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개통이 연기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 제일주의를 원칙으로 9월 2일까지 반드시 개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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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장강박 쓰레기집, 화사한 신혼집 됐네

    6일 서울 영등포구의 주택 2층. 깔끔하게 정리된 20m² 정도의 원룸에 환한 햇빛이 들어왔다. 지난달 10일 결혼식을 올린 배진화(57), 정재중 씨(62)의 신혼집이다. 불과 5월까지만 해도 이 집은 현관에서 침대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제외하면 천장까지 쓰레기로 가득했다. 부부의 저장강박증 때문이었다. 전남편과의 불화로 집을 나온 배 씨와 사업에 실패한 정 씨는 노숙을 하다가 만나 2004년 함께 살기 시작해 2015년 혼인신고도 했다. 10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인 이곳에 자리 잡았다.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던 이들은 생계에 보탠다며 틈날 때마다 재활용품을 수거했다.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눈에 띄면 하나둘씩 집으로 가져왔다. 곧 집을 가득 채웠다. 바닥에는 발 디딜 틈도 없어졌다. 냉장고에는 얼어 죽은 바퀴벌레들이 들어찼다. 배 씨는 “다 내다팔면 돈이 될 물건들이라 버리기 아까웠고 버릴 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랬던 부부가 저장강박증을 극복하고 뒤늦은 결혼식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을 담당하던 영등포본동 주민센터와 지역사회의 합심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이달로 시행 2년을 맞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가 있었다. 배 씨는 초혼인 남편이 결혼식 한 번 못해본 것이 못내 미안해 주민센터의 ‘우리 동네 주무관’인 최형욱 주무관에게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요청했다. ‘찾동’ 시행으로 만들어진 ‘우리 동네 주무관’은 동의 특정 지역을 전담하는 주민센터 직원을 말한다. 이 주무관들이 자신의 담당 동네 주민의 복지 등을 챙기게 한 것이다. 동네 주민들끼리도 서로 챙기도록 해 이를 맡아 이끄는 ‘복지통장’이라는 자리도 생겼다. 지난해 7월 상담하러 방문한 배 씨의 집이 잡동사니 아수라장인 모습에 깜짝 놀란 최 주무관은 “집부터 치우면 식을 올려주겠다”고 부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최 주무관과 복지통장은 “제때 버리지 않으면 돈이 아니라 쓰레기”라며 1년 가까이 부부를 회유해 마침내 청소를 ‘허락’받았다. 5월 12일 봉사자 50여 명은 4시간 동안 1t 트럭 7대 분량의 쓰레기를 치웠다. LH는 싱크대와 도배를 맡았고 영등포구 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옷장과 가스레인지를 지원했다. 집은 정리했고, 남은 것은 결혼식. 최 주무관은 빠듯한 예산으로 막막하기만 했다. ‘어머니가 입으시던 한복이라도 가져와야 하나’ 할 정도였다. 평소 지역을 함께 돌며 교류하던 복지통장 등에게 이런 고민을 알리자 마을네트워크가 작동했다. 웨딩드레스와 신부 화장은 영등포본동사회보장협의체의 도움을 받았다. 풍선 장식은 주민이 추천한 업체가 나서줬다. 김연주 동장은 지역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초대했다. 최 주무관은 “관(官)이 주도했다면 밋밋한 결혼식으로 끝났을 것”이라며 “배 씨의 집 정리와 마을결혼식은 ‘찾동’으로 민관 협력이 강화돼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찾동’의 목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다. 이를 위해 통·반장은 물론이고 배달업 종사자처럼 동네 구석구석을 잘 아는 지역주민과 협력해 복지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 동네 주무관’이 복지통장, 주민자치위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과 조를 이뤄 권역별로 활동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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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위안부 피해 여성 담긴 영상 첫 공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그동안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증언이나 사진, 문서 자료는 있었지만 실제 촬영된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와 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2015년부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뒤져 2관에서 위안부 여성 영상을 발굴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대 인권센터 강성현 교수는 “NARA 소장 필름 가운데 200개 정도를 추려 2년간 일일이 확인해 발굴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이날 공개한 영상은 18초 길이의 흑백으로 1944년 9월 태평양전쟁 당시 중국 쑹산(松山)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연합군으로 활동한 미군 1654통신대 사진대 소속 에드워드 페이 병장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시기다. 미중 연합군은 쑹산을 탈환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24명 중 10명을 생포했다. 영상에서 미중 연합군 제8군사령부의 중국군 참모장교인 신카이 대위로 추정되는 남성은 포로로 잡힌 위안부 여성 7명을 세워놓고 그중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나머지 여성들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모두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맨발 차림이다. 촬영장소는 8군사령부가 임시로 사용하며 포로를 신문하던 민가다. 영상 속 인물 일부는 2000년 위안부 피해자인 고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삭의 위안부 여성 사진에 나오는 여성들과 용모와 옷차림이 일치한다. 연구팀은 영상에 등장하는 7명 중 5명이 한국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박 할머니는 당시 사산(死産)한 뒤 치료를 받고 있어 영상에는 나오지 않는다.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하기 힘들지만, 이들이 최소한 미중 연합군이 작성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포함된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박 할머니의 이름도 포함된 명부에는 한국 이름과 당시 나이, 고향이 기록돼 있다. 시와 연구팀은 위안부 관련 연구가 그동안 생존 피해자의 증언 위주로 이뤄졌지만 고령으로 점점 세상을 뜨고 있는 만큼 기록물 발굴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보고 있다. 강 교수는 “자료를 찾고 열람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체계적 조사와 수집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발굴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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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밀린 세금 3억 낸 유소연 부친, 담당 공무원에 ‘욕설 문자’

    프로골퍼 유소연의 아버지가 밀린 지방세 3억여 원을 완납한 뒤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가기관에 지방세 납부에 대한 민원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유 선수의 아버지 유모 씨(60)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에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밀린 지방세와 가산세 3억1600만 원을 모두 납부했다. 수십억 원대 아파트 2채를 자녀 명의로 보유한 유 씨는 아내와 수차례 해외여행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납부할 능력이 없다며 세금 내기를 회피하던 유 씨는 4월 서울시가 가택조사 후 체납 사실이 언론에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유 선수의 소속사 측에서도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세금을 내라고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씨는 밀린 세금을 다 낸 날, 서울시 담당 조사관이 “그동안 고생하셨다.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 같은 소리”, “차 조심하라” 등의 막말과 욕설을 섞어 답장을 보냈다. 또 같은 날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가 소멸 시한이 지난 세금을 징수했으니 돌려받겠다”는 내용의 민원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비난의 소나기를 피해 보려고 유 씨가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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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생피해 구제 ‘눈물그만 상담센터’ 출장 상담

    5일 서울시 이동상담실이 12개 자치구의 취약계층이 있는 곳으로 출동한다. 서울시는 10대 민생피해 구제를 위해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에서 ‘찾아가는 눈물그만 상담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눈물그만 상담센터는 불법대부업, 다단계, 불공정거래 등 10가지 민생 피해를 상담하고 구제하기 위해 2012년부터 운영했다. 서울시청에서도 현장상담은 하지만 온라인 상담 중심이어서 찾아올 시간이 없거나 온라인 이용이 어려운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시가 1t 트럭을 개조해 움직이는 상담실로도 만들어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눈물그만 상담센터는 월요일 금천 관악 서초 강남구, 수요일 강서 마포 서대문 종로구, 금요일 노원 중랑 도봉 성북구의 45곳을 순회한다.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 비율이 전체의 15% 이상으로 높은 곳과 영구임대아파트가 있는 곳, 영세기업직장인이나 고시학원이 많은 곳, 대학가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지역이나 상담 예약 내용에 따라서 서울시 직원과 노무사·변호사·금융감독원 직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함께한다. 트럭은 공간이 좁아 2명 정도 탈 수 있지만 상담 내용에 따라 더 많은 인력이 현장을 방문할 수도 있다. 상담은 현장에서도 접수할 수 있다. 10일부터는 눈물그만 홈페이지()와 다산콜센터를 통해 사전 예약도 가능하다. 민생침해 피해예방 교육도 이뤄진다. 서울시는 7, 8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도 눈물그만 상담센터를 열고 상담과 재무설계컨설팅을 펼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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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휙∼ 먹다버린 음료… 여름철 악취 ‘공공의 적’

    더운 여름 습관적으로 들고 다니다 별 생각 없이 버리는 테이크아웃용 컵이 쌓이면서 ‘태산’이 됐다. 길거리 쓰레기통에 컵째 버려진 얼음과 음료가 뜨거운 날씨에 녹아 각종 쓰레기와 뒤섞이며 침출수처럼 변해 환경미화원을 괴롭혔다. 지난달 29일 오전 5시 30분. 이른 시간인데도 서울 종로구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통을 비우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쓰레기통에서 꺼낸 쓰레기봉지는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묵직하다. 안에 흥건히 고인 각종 액체 때문이다. 종로구청 측에 양해를 구해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앞 쓰레기통의 쓰레기들을 꺼내봤다. 8할이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테이크아웃용 컵과 페트병이었다. 규격도 모두 달랐다. 길거리에도 버려진 컵과 병들이 쓰러지면서 흘러나온 음료로 얼룩졌다. 특히 술에 취한 사람들이 발로 차는 바람에 아래쪽이 벌어진 쓰레기통들은 오염과 악취가 더 심했다. 환경미화원들은 ‘물푸미’라는 이름의 고압 살수차로 쓰레기통 주변과 바닥 곳곳을 씻어냈다. 관광객이 많은 삼청동도 마찬가지였다. 20여 년 경력의 환경미화원 민병권 씨(58)가 정독도서관 앞에서 쓰레기로 가득 찬 봉투를 끌어 옮길 때마다 길바닥으로 고약한 냄새의 액체가 흘렀다. 얼음뿐 아니라 여름철 많이 마시는 과일음료 남은 것이 먹다 버린 떡볶이, 맥주캔, 강아지똥 같은 온갖 것들과 한데 섞이며 썩은 것이다. 종로구청 고동석 폐기물관리팀장은 “쓰레기통 옆에 남은 음료를 버리는 통을 따로 만들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길거리 쓰레기통이 꽉 차서 사람들이 컵이나 병을 담벼락 위에 줄지어 세워 놓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민 씨는 “빈 컵인 줄 알고 치우다 옷과 얼굴에 액체가 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레모네이드 같은 음료에 들어 있던 과일조각은 바닥이나 쓰레기통에 잘 들러붙어 떼어내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말했다. 먹다 남은 커피에 담배를 담가 버리는 경우 악취는 더 심하다고 했다. 이렇게 버린 쓰레기들은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구분하지 않고 인근 자원회수시설로 한꺼번에 보내진다. 이 시설에 와서야 재활용품, 소각용 및 매립용 쓰레기로 나뉜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지 않을 때가 많아 환경미화원들이 일일이 분리할 시간이 부족해서다. 종로구의 경우는 환경미화원 130여 명이 각각 1km 정도의 구간을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에 최소 세 번 돌며 청소한다. 이렇게 모인 묵직한 쓰레기봉투들을 다시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이 몸으로 받쳐 차에 싣는 과정에서도 침출수가 온몸에 묻는다. 환경미화원들은 시민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민 씨는 “꼭 쓰레기통일 필요도 없다”며 “화단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기지’ 말고 지정된 쓰레기통이나, 그것도 어려우면 최소한 잘 보이는 곳에라도 버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팀장도 “음료를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니라 끝까지 다 마시고 버리라는 것”이라며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얼음이나 생수는 남으면 차라리 목마른 가로수에 뿌려 달라”고 호소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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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동대로에 야구장 30배 지하도시

    2023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에 연면적 16만 m²의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선다. 그 위에는 서울에서 가장 큰 광장이 만들어진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29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는 서울시 동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의 핵심이다. 영동대로의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 사이(480m 구간)의 지하에 철도 및 버스환승센터와 주차장 그리고 상업·공공시설까지 한데 모은 초대형 지하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영동대로를 사이에 둔 코엑스몰(16만5000m²)과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2021년 완공 예정) 쇼핑몰(10만 m²)까지 합치면 잠실야구장의 30배 크기에 이른다. 기존 도로는 지상과 지하 1층 사이의 공간 ‘중 1층’으로 숨긴다. 복합환승센터의 핵심인 KTX(고속철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GTX-C,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 위례신사선 등 5개 노선 철도 통합역사는 지하 4∼6층에 들어선다. KTX와 GTX는 당초 가장 깊이 만들기로 했지만 지하 4층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 대신 위례신사선이 지하 6층에 생긴다. 깊이가 50여 m인 만큼 보행 동선은 환승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평균 환승거리는 107m로 성인 걸음으로 1분 51초가 걸린다. 서울역 환승센터(378m·7.5분)보다 짧다. 위례신사선에서는 24명이 탈 수 있는 대형 엘리베이터 6대를 이용해 중 1층 버스환승센터까지 빠르면 39초 만에 올라갈 수 있다. 지하공간이지만 햇빛과 공기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짓는다. 지하 3층에는 114면 규모의 관광버스 주차장을 만든다. 지상에는 넓이 1만7000m²의 대형 광장을 만든다. 코엑스나 현대차 GBC 지상공간과 합치면 서울광장의 2.5배 수준인 약 3만 m² 규모다. 지하 1, 2층에는 도서관이나 박물관, 회의실 같은 공공시설과 쇼핑몰 등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공사에는 총 사업비 1조3067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통합 개발을 하게 되면 개별 사업별로 개발하는 것보다 약 56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시는 사전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외 6개 팀을 대상으로 30일부터 10월 13일까지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를 실시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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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라면 한끼… 친구요? 일하기 바빠 외로울 틈도 없죠”

    “대학 다니던 친구들은 등록금에 보태거나 여자친구와 놀러가거나, 자기가 필요한 데 쓰려고 알바(아르바이트) 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일한 거죠.” 강진수(가명·32·경기 성남시 중원구) 씨는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금 친구의 쇼핑몰에서 일하며 3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4년 전까지 20대 강 씨의 화두는 언제나 돈과 밥이었다.○ 원치 않은, 불안정한 독립 강 씨는 10년 전 자취를 시작했다. 단둘이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다. 고교 2학년이던 2003년, 아버지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다. 오후 5시 하교하자마자 밤 12시 무렵까지 아르바이트로 번 80만 원과 정부지원금 30만 원으로 달마다 생활비와 병원비를 댔다. 여름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오래된 기름보일러가 수시로 고장 나는 방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고역이었다. 근근이 버텼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22세 때 그에게 남은 것은 빚 4000만 원이 전부였다. 도움을 구할 데도 없이 홀로 남겨진 강 씨는 28세까지 오로지 일만 하며 빚을 갚았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국비장학금 제도를 알아봤지만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 냈다. 강 씨에게는 모든 일이 생계였다. PC방에서 일할 때는 단돈 2000원이 아까워 라면도 사먹지 않고 하루 종일 굶기도 했다. 어쩌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때면 ‘살까 말까’ 서너 시간 고민해야 했다. 스스로가 처량했다. 2013년 빚을 다 갚은 뒤에야 그는 ‘언젠가는 공부도 하고 내 일도 시작해야지’라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또래 친구들은 스무 살 언저리에 그리며 가슴 부풀곤 하던 그 꿈을 말이다. 강 씨처럼 대학을 가지 않은, 혹은 가지 못한 ‘생존형’ 1인 가구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적지 않다. 대학생이나 대졸 취업준비생 위주의 청년실업 담론만이 가득한 사회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밥도, 쉼도, 사람도 고프다 저학력 빈곤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는 지난해 성남 지역 34세 이하 독립생활청년 250명을 심층 조사해 최근 보고서를 펴냈다. 독립생활청년은 불안정한 가정환경이나 빈곤 탓에 가족의 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독립한 생존형 1인 가구를 뜻한다. 취직을 해도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캥거루족’과는 정반대의 삶이다. 조사에 응한 청년의 상당수는 저학력인 데다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이른 시기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다 보니 학업을 중단하게 됐고 빈곤의 굴레에 갇히는 경우가 많았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모 씨(29)는 “무조건 많이 버는 일을 찾다 보니 배도 타고 안 해본 게 없지만 정작 경력을 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독립생활청년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밥이었다. 1인 가구나 ‘혼밥’(혼자 먹는 밥)은 최근 젊은층의 유행처럼 여겨지지만 이들에게는 냉혹한 현실이다. 영양 균형이나 식사시간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다. 택배 일을 최근 그만둔 이모 씨(23)는 “라면만 먹다 보니 키가 170cm대 중반인데도 몸무게는 49kg”이라며 “1일 1식(食)을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변모 씨(27)는 “고시원에서 밥을 주면 반찬이 없어 물에 말아 먹었고, 가끔 돈이 생기면 떡볶이 1인분을 사서 세 끼에 나눠 먹었다”며 “먹을 땐 맛있는데 먹고 나면 슬펐다”고 말했다. 고된 노동도 이들을 망가뜨렸다. 혼자 힘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기 일쑤고 몸이 아파도 일을 쉬기 어려웠다. 영업사원 최모 씨(26)는 “10대 때 밤늦게까지 일하려면 나이를 속이고 급여도 현금으로 받아야 했다”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허술한 업소밖에 갈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거비를 아끼려고 고시원 같은 열악한 환경에 사는 것은 다반사다. 월평균 주거비는 ‘20만 원 이하’가 37.2%로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이들을 지치게 한 것은 ‘사람이 없는 삶’이었다. 응답자의 80%는 일주일에 사람을 많아야 한두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독거 청년이었다. 백화점 주차 관리를 하는 도모 씨(23)는 “바빠서 외로울 겨를이 없다”고 했다. 낭만이 가득해야 할 연애도 이들에게는 ‘얼마가 깨질까 계산이 앞서는 일’이었다. 최 씨는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연차를 써서 겨우 데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처한 장시간의 저임금 노동이 인간관계라는 사회적 자본을 만들 기회 자체도 박탈한 것이다. ▼대졸자 취업문제 넘어… 청년 빈곤-주거-문화, 세밀한 대책 세워야▼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청년정책은 대부분 대학 등록금이나 대졸자 실업문제 같이 대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대학의 틀에서 벗어난 저소득 독립생활청년들은 “소외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장의 의식주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인간관계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진수(가명·32) 씨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나이를 묻고는 습관적으로 ‘어느 (대)학교 다니냐’고 묻는 게 제일 싫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누군가 “학생”이라고 부르면 위축되기도 했다. 강 씨는 “자기소개를 할 때 ‘어느 대학 다닌다’라는 것과 ‘어디에서 일한다’라는 것은 듣는 이의 인식 자체가 다르더라”라며 한숨을 쉬었다. 여가시간이 부족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보니 또래 대학생들과 문화적 격차도 컸다. 건설현장 일용직근로자인 유모 씨(28)는 “대학 다니는 친구들은 모이기만 하면 MT나 과제, 콘서트 얘기를 하는데 모든 게 생소했다”고 토로했다. 대화 주제를 따라가기 위해 유 씨는 억지로 짬을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학생의 생활상을 ‘공부’해야 했다. 18세부터 자취를 한 김혜미 씨(26)는 주거문제를 지적했다. 가정불화로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살 곳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부동산 계약을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곰팡이 가득한 월세 20만 원짜리 반(半)지하방에 살던 때 집주인은 “혜미 씨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나본데…”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김 씨는 “집주인에게 저는 쥐락펴락하기 쉬운 청년일 뿐이었다”며 “세입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을 취업으로만 뭉뚱그려 보지 말고 내부의 다양한 문제를 섬세하게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정책이 빈곤과 노동, 주거, 문화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의 이정현 사무국장은 “청년 내부의 양극화는 사회적으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경제 문화 정치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고된 삶을 자산으로 여기는 독립생활청년도 있긴 하다. 카페에서 일하는 이모 씨(23)는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혼자 밥도 하고 빨래도 하는 제 모습을 보면 ‘이제 사람 좀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립지원연구팀장은 2월 ‘청년의 빈곤실태’ 보고서에서 “빈곤은 한 번 경험하면 다시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빈곤청년 문제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며 “장기적으로 청년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여행이나 문화생활 같은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늘려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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