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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가 자동차에 쓰이는 ‘공기압 밸브’ 반덤핑을 둘러싼 한일 무역 분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WTO 상소기구는 10일(현지 시간) 한국이 일본산 공기압 밸브에 관세를 부과한 조치에 대해 “WTO 협정 위배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WTO분쟁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공기압 밸브는 압축공기를 이용해 기계적인 운동을 발생시키는 공기압 시스템의 주요 부품 중 하나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전자 등 자동화 설비에 사용된다. 이번 무역갈등은 2015년에 시작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SMC, CKD, 도요오키 등 일본 업체에서 생산하는 공기압 밸브에 11.66∼22.77%의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했다. 국내 시장에서 일본산 공기압 밸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인 상황에서 일본 회사들이 덤핑 판매를 하면서 국내산 제품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이유였다. 일본 정부는 2016년 6월 WTO에 패널 설치를 요구했고 제소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1심에 해당하는 WTO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은 물량 효과, 덤핑에 의한 가격 변동 등 13개 중 10개 쟁점에서 한국의 조처는 WTO 반덤핑 협정에 따른 정당한 시행이라고 판결했다. 일본이 1심 판정에 불복하면서 1개월 뒤 WTO에 상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10일 WTO 상소기구에서도 최종적으로 대부분 쟁점에서 우리 정부의 반덤핑 조치가 WTO 협정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판정한 것이다. 다만 일부 가격 효과 분석이 미흡해 덤핑에 따른 인과 관계 입증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8개 쟁점 중 1개는 일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부분 승소를 부각시켜 ‘일본이 승리했다’고 11일 주장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WTO) 보고서는 한국의 반덤핑 과세 조치가 손해·인과 관계의 인정과 절차의 투명성에서 문제가 있어 WTO 반덤핑 협정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한국에 시정을 권고했다”며 “한국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대항(보복) 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오더!(order·정숙) 오더!” 2016년 6월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가결 후 3년째 빈사 상태에 빠진 영국 정계에서 유일하게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를 듣는 존 버커우 하원의장(56)이 9일 의장 및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09년부터 하원의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사퇴할 계획이었지만 브렉시트 대혼란으로 계속 의장직을 맡아 왔다. BBC 등에 따르면 이날 그는 하원에서 “당초 브렉시트 예정일이었던 10월 31일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의 소속 정당인 집권 보수당이 아닌 야당 노동당 의원들이 그의 노고를 치하하며 기립박수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명한 EU 잔류론자로 ‘합의안 없는 EU 탈퇴(노딜 브렉시트)’를 외치는 보리스 존슨 총리와 사이가 좋지 않다. 보수당의 브렉시트 찬성론자들도 “하원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의장이 야당에 편향됐다”며 그를 비난해 왔다. 이미 존슨 총리 측은 하원의장 퇴임 후 상원의원직을 보장하는 관례를 깨고 그의 버킹엄 지역구에 다른 보수당 후보를 표적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버커우 의장은 1963년 미들섹스에서 루마니아 유대계 후손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택시기사였다. 10대 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지만 천식으로 접었고 에식스대 졸업 후 로비회사에서 일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귀족 가문의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 출신이 장악한 정계 주류와 거리가 멀지만 뛰어난 언변과 친화력으로 첫 유대계 하원의장이 됐다. 노딜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존슨 총리의 도박은 이날 또 실패했고 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날 하원은 조기 총선 안을 찬성 293표, 반대 46표로 부결시켰다. 의결 정족수인 434표(전체 650석 중 3분의 2)에 한참 모자랐다. 4일 같은 내용의 표결 때보다 찬성표가 5표 더 줄었다. 반면 존슨 내각의 노딜 브렉시트 추진안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는 의안은 찬성 311표 대 반대 302표로 가결했다. 총리의 의회 장악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10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는 내년 1월 31일로 3개월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노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존슨 총리는 자신의 사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총리가 사임하면 총선이 치러질 수밖에 없고 이때 재집권에 성공하면 다시 노딜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보수당의 과반이 무너진 상황이어서 그는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과 연대해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존슨 내각이 EU 안에서 프랑스 독일에 반감이 큰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를 물밑으로 설득해 브렉시트 연장 반대를 이끌어낼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연장은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의회의 반대에도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꼼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8일 보도했다. 겉으로는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는 척하면서 EU가 영국의 요청을 거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일종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를 하겠다는 의미다. 존슨 총리와 보좌관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4일 하원이 통과시킨 노딜 브렉시트 방지안 저지 방안을 논의했다. 존슨 총리는 의회가 정한 새 법을 준수한다는 차원에서 EU 측에 내년 1월 31일로 미뤄진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EU 측에 가입국의 탈퇴 권한을 명시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거론하며 “영국 정부는 절대 10월 31일 이후로 브렉시트 연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반대 내용도 함께 담기로 했다. 연장 요청 서한은 보내되 그 안에 ‘연기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담거나 아예 이 내용을 담은 새 서한을 동시에 보내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내각의 한 소식통은 “총리가 다른 서류를 보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이것이 합법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즉 의회 요구를 수용하면서 “나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EU의 거부로 10월 31일 브렉시트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이끄는 집권 여당 통합러시아당이 8일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기존 의석의 3분의 1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년간 지속된 푸틴 체제 균열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RIA통신과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전국 85개 주 중 16개 주의 수장과 13개 주의 지역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통합 러시아당이 45석 중 26석을 얻었다. 과반을 얻었지만 기존 여당 의석(38석)에 비해 크게 줄었다. 야당인 러시아공산당 의석은 5석에서 13석으로 늘었다. 반정부 성향인 야블로코당과 공정한러시아당도 각각 3석을 차지하는 등 야권의 힘이 세졌다. 모스크바 외에 다른 16개 주의 수장은 여당 승리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푸틴 대통령과 여당에 큰 타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거 전부터 선거당국이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야권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다. 7월 내내 주말마다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푸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反)푸틴 운동으로 확산됐다. 러시아 경제난에 이어 정년을 만 65세로 높이는 연금법 개혁 등으로 한때 70%에 달하던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7일 자국 내에 억류했던 상대국 인사 35명씩을 석방하고 맞교환했다. 이를 계기로 2014년 초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후 5년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양국 갈등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7, 8월 두 달간 억류자 교환 문제를 극비리에 논의한 후 맞교환을 실시했다. 이날 러시아가 풀어준 우크라이나 포로에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해군이 크림반도 옆 케르치해협에서 나포한 우크라이나 군함 3척의 승조원 24명이 모두 포함됐다. 크림반도 병합 반대 활동을 하다 체포돼 러시아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영화감독 올렉 센초프, 간첩 혐의로 체포돼 12년형을 선고받은 언론인 로만 수셴코 등도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석방한 자국 포로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러 성향의 동부 반군 사령관 볼로디미르 체마크가 포함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체마크는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 여객기 피격 사건의 핵심 용의자다. 당시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숨졌고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사망자 중 약 3분의 2가 네덜란드 국적이어서 이날 네덜란드 정부는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그를 러시아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촉구해왔다. 이날 석방은 양국 모두의 이해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서방국 수장들은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해소하면 러시아의 G8 복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3월 집권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인 자신의 빈약한 국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맞교환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림반도 병합 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되살리려면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수도 키예프 공항에 나가 포로들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평화를 향한 큰 첫걸음”이라고 치하했다. 다만 이번 석방만으로 양국 관계의 난관이 해소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부 반군들은 여전히 분리 독립 혹은 러시아로의 합병을 외치고 있고, 크림반도 회복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내 반러 목소리도 강하기 때문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저출산 대책으로 ‘이민 문호 개방’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꽤 오랫동안 천문학적 돈을 들여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음에도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문제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격렬한 찬반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을 미리 경험한 선진국 중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2011년 인구가 8022만 명으로 8000만 명 붕괴 위기에 몰렸다. 이에 2012년 8월 양질의 이민자를 받기 위한 ‘고학력자의 이민을 쉽게 하는 유럽연합(EU) 지침’을 시행했다. 한 해 뒤 ‘전문가 이니셔티브’ 정책이란 해외 우수인력 유치 후속 제도도 만들었다. 그 결과 인구와 출산율이 모두 증가했다. 현재 독일 인구 약 8243만 명 중 20%에 달하는 1600만여 명이 터키, 폴란드 등에서 왔다. 2017년 합계출산율도 1.57명으로 올랐다. 한국도 이민자가 적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민자는 지난해 총 135만 명.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해 저출산 해결책으로 “전문기술 분야 위주의 이민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 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을 서둘러 구성하고 이민자에게 맞는 법 체계를 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정책학과 교수)은 “‘한반도에 살면 누구나 한국인’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체질을 바꿔야 미국이나 호주처럼 이민 정책에 성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유럽으로 몰린 난민들이 곳곳에서 주민들과 충돌하는 사례에서 보듯 섣불리 결정하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한동안 이민정책으로 재미를 봤던 유럽 선진국들도 2010년대 들어 경제 악화와 함께 일자리 감소, 불법 난민 유입, 범죄 증가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反)이민을 주창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치세력도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민자를 데려와 당장 부족한 생산인구를 메워도 이들 역시 고령화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단순 노동자가 아닌 고급 인력을 어떻게 데려올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세 명의 자녀를 키우는 동안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4일 오후 8시(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페르피냥에 거주하는 나탈리 로헝 씨(48)와 화상통화를 시도했다. 퇴근 후 두 아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는 그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피곤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 한 명을 돌보는 것도 쩔쩔맬 수밖에 없는 한국 워킹맘들이 떠올랐다. 사무실에서 마음 졸이며 시계를 보다가 집으로 허겁지겁 달려와 육아도우미 아주머니를 퇴근시킨 후 아이 저녁을 먹이고 설거지와 각종 집안일을 처리하다 곯아떨어지는 삶. 그런 기억과는 전혀 달라 보이는 모습이었다. 로헝 씨는 19세에 딸 마히엘라 씨(29)를 출산했고 30대 중후반에 13, 11세 두 아들을 낳았다고 했다. 성인이 된 딸은 벌써 세 명의 손주까지 안겨줬다. 그는 “정부의 각종 출산 지원제도를 충분히 이용했다. 운이 좋은 세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과 지역 곳곳에 설치된 보육센터, 아동수당, 월세 등을 지원하는 주거수당, 생필품 및 교통비 지원까지…. 마침 그가 세 아이를 키운 지난 20여 년은 프랑스 사회 전체가 저출산 극복에 공을 들인 시기이기도 하다.○ 1년 내내 육아도우미 이용 가능한 프랑스 1970년대까지 2.5명이 넘던 프랑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수)은 1980년 1.85명, 1990년 1.77명으로 급락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만혼, 가임여성 감소, 핵가족화, 고령화 등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2000년 1.89명으로 반등했고 2010년 2.03명으로 다시 2.0명대가 됐다. 로헝 씨에게 한국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린이집 등원, 유치원 및 초교 방과 후 자녀 돌봄 서비스 경쟁 등을 알려줬다. 그는 “그런 일로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오전 7시 반부터 자녀를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 맡길 수 있었다고도 했다. 퇴근시간인 오후 6시 반까지 최대 11시간 동안 아이를 보살펴 준다. 비용도 아이 1명당 월 20유로(약 2만7000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무료나 마찬가지다. 방학 때도 달라지는 건 없다. 대부분의 한국 워킹맘은 ‘방학’이란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통을 느낀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안 가는 아이를 돌보려면 양가 부모님의 도움, 학원 ‘뺑뺑이’가 불가피하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방학 때도 학교 안에서 아이 돌봄센터를 운영한다. 사실상 공휴일을 제외한 1년 내내 아이 돌봄을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공립이어서 돌봄센터 비용도 사실상 공짜다. 소액의 점심값만 내면 된다. 로헝 씨는 “프랑스 엄마들은 공립 보육 및 교육기관의 질에 대한 신뢰가 꽤 높다. 또 비용이 거의 무료라서 ‘아이는 내가 낳아도 키우는 건 사회가 같이 키운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로헝 씨가 무탈한 워킹맘 인생을 살아온 때문일까. 딸 마히엘라 씨도 빠른 출산을 했다. 법학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그는 이미 3, 6, 8세 아이를 뒀다. 지금은 이혼한 상태에서 혼자 육아, 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마히엘라 씨와 같은 다자녀 엄마에게는 ‘가정 보육모’ 제도가 큰 도움이 된다. 정부가 인증한 양질의 육아도우미를 집으로 직접 불러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잠시 맡길 수 있는 ‘일시 어린이집’도 있다. 이처럼 프랑스는 ‘엄마들이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출산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국내총생산(GDP)의 2.9%를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한국(1.2%)의 약 2배다.○ 남성의 육아 참여 늘린 스웨덴 1990년 2.13명이던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 1.54명으로 급락했다. 정부가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끝에 2010년 1.98명, 2017년 1.85명으로 반등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저출산 원인을 육아 및 가사노동의 불균형에서 찾았다. 여성들의 고학력 증가와 사회 진출에도 여전히 여성 혼자 출산과 육아를 전담하는 소위 ‘독박 육아’가 심각했다. 이에 남녀가 가사와 육아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각종 제도를 도입했다. 대표적 예가 ‘육아휴직 아빠할당제’다. 스웨덴도 수십 년 전부터 남성 육아휴직제를 도입했지만 실제 휴직하는 남성이 드물었다. 제도만 있을 뿐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1990년부터 부모 전체가 아이 1명당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일수 총 480일 중 90일은 오직 아빠, 즉 남성만 쓸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육아휴직 중에도 급여의 75% 이상을 지급하도록 했다. 현재 스웨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무려 25%에 이른다. 거리에서도 유모차를 밀면서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는 소위 ‘라테 파파’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남성이 적극 육아에 참여하자 “왜 같이 아이를 만들고 희생은 우리만 하느냐”는 여성들의 반감이 줄었다.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줄면서 출산율 증가가 나타났다. 반면 한국 남성의 육아 휴직률은 1%대에 불과하다. 스웨덴은 여성에 대한 지원책도 늘렸다. 자녀를 둔 여성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까지 근무시간의 절반만 일하거나 노동시간을 4분의 1로 줄여 일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출산휴가를 쓰더라도 휴직 직전 소득의 80%를 1년 동안 수당으로 받을 수 있는 ‘부모 보험제’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스웨덴도 가족 예산이 GDP의 3.5%를 차지한다. ○ 아동 의료비 늘린 영국과 독일 영국과 독일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각종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영국은 출산 및 아동 의료비가 전액 무료다. 모든 진료비가 건강보험인 국가건강서비스(NHS)에서 나간다. 출산 전후 산모의 집에 건강도우미가 방문해 산모를 관리해주는 제도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2000년 1.64명까지 하락했던 영국 출산율은 2010년 1.92명으로 올랐다. 독일은 출산 직후부터 만 18세가 될 때까지 다자녀가구에 직접 수당을 지급한다. 아이 수가 많을수록 수당도 늘어난다. 첫째, 둘째 아이는 매달 164유로, 셋째는 170유로, 넷째는 195유로를 준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성인인 25세까지도 매달 이 지원금이 나온다. 2010년 1.39명이던 독일의 출산율도 지난해 1.57명으로 반등했다. 더 파격적인 비용 지원을 약속한 국가도 있다. 헝가리는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최대 약 4000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 2월에는 아이 셋을 낳으면 각종 대출 일부를 탕감해주고 넷을 낳으면 아예 소득세를 전액 면제하는 제도도 발표했다. 합계출산율이 1.45명에 불과해 유럽 평균 1.58에 미치지 못하자 긴급 처방을 한 셈이다. 이처럼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유럽 각국은 공통적으로 △출산 및 보육 인프라 집중 구축 △육아의 양성평등 △각종 수당 및 의료비 지원 등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韓 보육 인프라 확충 시급 한국은 어떨까. 정부가 2016년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청년 기술창업 활성화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 등 언뜻 보기에 당장 저출산 해결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과제도 담겼다. ‘가능한 정책 과제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올해 초 기본계획을 수정해 보육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김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을 한 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며 “아이를 낳고 싶지만 경력단절을 우려해 임신을 고민하는 여성,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하는 워킹맘 등 지원 대상을 좁혀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출산보조금 지급 등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질 좋은 어린이집 확대 등 보육 인프라부터 제대로 갖춘 뒤에 아이를 낳으라고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방 균형 발전 등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의 보육 복지는 많이 개선됐다. 그래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인구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과거부터 경쟁이 심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출산보다는 자신의 생존에 초점을 맞춘다”고 진단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린 한국은 유럽에 비해 경쟁이 훨씬 심해 출산율을 좀처럼 늘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정책학과 교수)도 “사회구조 및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유럽은 수십 년 전부터 한부모, 동성부모, 동거 등 전통 결혼이 아닌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왔다. ‘워라밸’을 정착시키고 여성 고용도 늘렸다. 각국의 출산율이 반등한 시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 대책보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위은지 기자}
7월 24일 취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5)가 3, 4일 의회 투표에서 연달아 패했다. 4일 영국 하원은 합의안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딜 브렉시트’ 방지안을 통과시켰다. 총리가 주장한 다음 달 조기 총선안은 부결됐다. 존슨 총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9일 조기 총선 동의안을 다시 상정할 것이라고 5일 로이터 등이 전했다. 전일 하원은 노딜 방지안을 찬성 327표와 반대 299표, 28표 차로 가결했다. 반면 조기 총선 동의안은 찬성 298표로 부결됐다. 의결정족수인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434표)에 한참 못 미쳤다. 노딜 방지안은 영국이 다음 달 19일까지 EU와 재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거나 노딜을 추진할 때 반드시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기존 10월 31일이었던 브렉시트 일정을 내년 1월 31일로 연기해야 한다. 3일 노딜 방지법의 선행 투표 격인 절차 투표 역시 부결됐다. 연이은 부결로 총리의 지도력이 만신창이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더선 등은 아예 불과 43일 재임한 그가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기존 기록은 1827년 취임 119일 만에 관저에서 갑자기 숨진 조지 캐닝 전 총리다. 총리 동생이지만 EU 잔류론자인 조 존슨 기업부 부장관(48)까지 등을 돌렸다. 그는 5일 트위터에 “가족에 대한 신의와 국익 사이에서 갈등했다. 해소할 수 없는 갈등이라 나 대신 다른 사람들이 부장관직 및 (보수당) 의원직을 수행해야 할 때”라고 썼다.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는 3일 반대표를 던진 의원 21명을 출당시킨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조기 총선을 해도 과반 확보를 자신할 수 없는 판에 아군을 너무 쉽게 내팽개친다는 이유다.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이 “그는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며 존슨 총리를 응원했다. 다만 노딜 브렉시트가 100% 무산된 것은 아니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 통과 및 여왕의 재가까지 받아야 효력을 발휘한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여왕에게 요청해 당초 이달 3일 예정이었던 여왕의 개회 연설을 다음 달 14일로 늦췄다. 의회는 이 연설에 대비하기 위해 9일부터 5주간 정회한다. 즉, 앞으로 4일 안에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4일 통과된 법안은 폐기된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강경파 상원 의원들이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법도 제기했다. 5일 상원 여야 지도부는 6일 오후 5시까지 노딜 방지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해 필리버스터는 무산됐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영국 의회가 3일 “합의안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제동을 걸었다. 10월 31일 예정이던 브렉시트 기한이 내년 1월 31일로 석 달 연기될 가능성도 나오는 가운데 영국 정치의 혼란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내각이 갖고 있는 의사일정 주도권을 4일 하루 동안 가져오겠다는 결의안을 전격적으로 표결에 부쳐 전체 650석 중 찬성 328표, 반대 301표로 통과시켰다. 특히 집권 보수당 의원 309명 중 무려 21명이 당론을 어기고 찬성표를 던졌다. 21명 중에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외손자로 유명한 니컬러스 솜스 경, 필립 해먼드 전 재무,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 로리 스튜어트 전 국제개발부 장관 등도 포함됐다. 전직 장관 3명은 전임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요직을 맡았다가 존슨 총리에게 축출됐다. 보수당은 이들을 출당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의안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안을 4일 표결에 부치기 위한 선행 절차였다. 노딜 방지안은 영국이 다음 달 19일까지 EU와 재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거나, 노딜을 추진할 때 반드시 의회 승인을 거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브렉시트를 내년 1월 31일로 3개월 연기한다는 것이 골자다.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는 다음 달 15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맞섰다. 다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기 총선은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의원을 제외한 전체 639석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표결 직전 필립 리 보수당 의원은 “총리에 반대한다”며 자유민주당으로 옮겼다. 이로 인해 하원 과반도 무너진 데다 당내 반대 세력도 많다는 점에서 존슨 총리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후 혼돈에 빠진 영국 사회는 왕정 폐지 논란까지 가세하며 더 큰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새 회기 시작을 알리는 연설을 이달 3일이 아닌 10월 14일로 해 달라”는 존슨 총리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노동당 등 야권은 “브렉시트 연기 논의를 봉쇄하려는 총리의 꼼수에 여왕이 동조했다.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의원은 예산 낭비 등을 이유로 군주제 폐지까지 거론했다. 공화주의자로 유명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2015년 여왕과 고위 정치인들의 정례 회동인 ‘추밀원’ 행사에서 관례를 깨고 무릎을 꿇은 채 여왕의 손에 키스하는 충성 선서를 거부해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브렉시트 논란이 1688년 명예혁명 후 300년 넘게 존속된 입헌군주제까지 흔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옛 동독 지역인 독일 작센주 및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득표율 2위를 차지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이날 선거 결과 작센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민당)이 32.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AfD는 27.5%로 기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기민당은 작센주 의회 내 제1당의 위치를 유지했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 비해 지지율이 7.3%포인트 떨어졌다. AfD 지지율은 5년 전보다 17.8%포인트 올랐다. 좌파당과 녹색당의 득표율은 각각 10.4%, 8.6%에 그쳤다.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기민당과 함께 연방정부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이 26.2%의 득표율을 기록해 제1당을 유지했다. 좌파 성향의 사민당은 이 지역에서 1990년 통일 이후 1당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사민당도 지난 선거보다 5.7%포인트 떨어진 반면 AfD(23.5%)는 이전보다 11.3%포인트 오르며 2위를 차지했다. 당초 AfD는 이들 지역에서 제1당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2위에 머물며 ‘작은 돌풍’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득표율 저하로 독일 연립여당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로 독일 정치권 내 혼란이 커지고 극우세력이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독일 연립여당은 보수성향 기민당과 기독사회당(기사당) 연합에 중도좌파 사민당이 합류한 형태다. 2005년 11월부터 장기 집권 중인 메르켈 총리는 난민 포용, 징병제 및 원전 폐지, 최저임금 도입 등 주요 정책에서 사민당의 좌파 정책을 적극 수용해왔다. 그러나 2015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독일에 11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입되고 최근 자동차 등 핵심 산업 둔화, 미중 무역전쟁 후폭풍 등이 겹쳐 경제가 예전만 못하자 보수층 지지자들이 AfD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2021년 9월 은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기민·기사당 연합의 우경화 속도가 빨라지면 사민당은 연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기 총선이 열리면 기민·기사당 연합이 AfD와 손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매체들은 분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식품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BBC와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1일 식품 유통을 담당하는 영국 소매업 컨소시엄(BRC)은 성명을 통해 “10월 31일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국경 통관과 수속 절차가 지연되면서 식품 공급에 큰 타격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에서 소비되는 식료품의 30% 이상은 EU에서 수입되고 있다. 특히 토마토, 양상추 등 야채나 생선류 등 신선식품은 EU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EU를 탈퇴하면 통관 지체와 관세 부과 등으로 영국 내에 반입하는 식품의 양 자체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BRC는 우려했다. 영국 식품음료연맹도 11, 12월은 영국이 신선식품을 많이 수입하는 시기여서 브렉시트 이후 식재료 가격이 10∼30%가량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 단체가 성명까지 발표한 이유는 영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해도 영국 내에서 식량 부족이 일어나지 않는다. 식품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BRC가 “(고브 실장 발언은) 근본적으로 틀린 이야기”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식품 대란을 넘어 영국 식품 시장이 미국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 중이다. 미국 역시 영국과 FTA를 체결해 자국 농수산물의 수출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노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주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U를 통한 식품 공급이 감소한 상태에서 미국에 대한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배트맨’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로빈’인 보리스 존슨 총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어 영국이 미국에 의존하는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9∼12일 영국 의회 정회를 앞두고 야당인 노동당은 여름 휴회를 마친 의회가 3일 개회하면 여당인 보수당 내 ‘노딜 반대파’ 20여 명을 설득해 노딜 브렉시트 저지 입법을 초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와 보수당 지도부는 노딜 저지 입법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을 당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하는 등 브렉시트를 둘러싼 내홍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일 옛 동독 지역인 독일 작센 및 브란덴부르크 주에서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집권 기독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AfD는 브란덴부르크 주에서 21% 지지율로 기민당(18%)을 앞섰다. 작센 주에서는 기민당(28%)이 AfD(25%)를 앞섰지만 최근 AfD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두 정당을 제외한 사회민주당(사민당), 녹색당 등의 지지율은 2개 주에서 모두 10%대에 머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AfD가 1위를 차지해도 기성 정당들이 AfD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어 당장 AfD가 연립정부의 일원이 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차원의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처음으로 승리하면 독일 정계에 큰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 연립여당은 보수 성향의 기민당과 기독사회당(기사당) 연합에 중도좌파 사민당이 합류한 행태다. 2005년 11월부터 장기 집권 중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난민 포용, 징병제 및 원전 폐지, 최저임금 도입 등 주요 정책에서 사민당의 좌파 정책을 적극 수용해왔다. 그러나 2015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독일에 11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입되고 최근 자동차 등 핵심 산업 둔화, 미중 무역전쟁 후폭풍 등이 겹쳐 경제가 예전만 못하자 보수층 지지자들이 AfD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2021년 9월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그의 후임자가 미정인 가운데 기민·기사당 연합의 우경화 속도가 빨라지면 사민당은 연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조기 총선이 열리면 기민·기사당 연합이 선거 승리를 위해 AfD와 손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독일 정치 권 내 인권, 환경 등 민주주의와 다자주의를 중시한 중도 온건 정치노선이 약화되고, 반이민 정서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극우 포퓰리즘이 강화되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과거의 독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친구(동맹)의 적이 반드시 우리의 적은 아닙니다.” 24일부터 3일간 프랑스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엘리제궁 기자회견에서 외친 말이다. 그는 또 ‘적의 적은 나의 친구’도 아니라며 “프랑스는 어느 한편에 줄을 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묘하게도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굶주림을 참지 못해 혁명을 일으킨 군중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모습과는 다른 방식에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적의 적은 친구’, 즉 때에 따라 적국과 동맹이 변화했던 유럽의 전쟁사와 외교 공식이 투영된 인물이기도 하다. 프랑스 왕실 부르봉 왕가와 오스트리아(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왕가는 1516년부터 유럽 패권을 놓고 240년간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프로이센(독일)의 급부상으로 유럽의 주도권을 빼앗기자 앙숙이던 두 왕가는 동맹을 맺고 서로의 자녀를 혼인시킨다. 그들이 바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다. 이런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대통령이 G7 회의를 앞두고 ‘우리에겐 친구도, 적도 없다’고 선언하니 그 발언을 곱씹게 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말 속에는 갈수록 복잡하고 첨예해지는 현 시대의 새로운 외교 공식이 담겨 있는 듯하다. 실제 그는 G7 회의 내내 자신이 강조한 말들을 실천해 나갔다. 그는 핵합의 파기를 두고 미국과 갈등 중인 이란의 외교장관을 25일 회의장에 깜짝 초대했다. 우방인 미국과 우방의 적인 이란을 중재하기 위해서다. 이란에 강경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 날인 26일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유럽의 ‘다자주의’를 복원시키려는 ‘마크롱의 작은 승리’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핵심은 자국 이익의 극대화에 있다. 이란은 프랑스 자동차의 주요 수입국이다. 에어버스 등 항공기 수출 계약은 물론 이란 내 천연가스 개발도 협의한다. 이란 제재 장기화는 프랑스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니 적극 중재에 나선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찰떡궁합을 과시해온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이번 G7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강화와 무역전쟁은 적절치 않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영국은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시도하지만 미국의 영향력에 지나치게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 트럼프 대통령이 듣길 원하는 말보다 선 긋기부터 하고 나선 것이다. 거침없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G7 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무역 분쟁 중인 중국에 대해 “관세 부과 연기나 재협상을 할 용의도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G7 회의에서 드러난 각국 정상들의 모습에선 정형화된 적도, 아군도 없어 보였다. 아니, 적과 아군 구별 자체가 무의미했다. 적과 아군을 두부 자르듯 나누려는 이들은 국익을 냉정히 따져보고는 있을까. G7 회의 폐막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동시에 “대화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대화 의사를 표명한 건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가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여건이 적절하게 조성되면 이란 대통령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정상회담이 수 주 내로 성사되길 희망한다”고 말한 직후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G7 정상회의에 깜짝 초대해 ‘미-이란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27일 “이란은 항상 협의할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이 먼저 불법적이고 부당하며 불공정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 해제를 강조하면서도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중계된 연설에서도 “내 나라의 발전과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나거나 찾아가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걸프해에서 미군 무인기 격추 등 군사충돌까지 이어졌던 양국 사이에 대화 동력이 생기자 일각에서는 9월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때 미-이란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회담을 한다면 1979년 이란혁명 이래 40년 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상회담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 모두 자국 내 보수파들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이란의 경우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에 부정적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27일 발언이 전날보다 강경해진 것도 보수파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보다 큰 권한을 가진 국가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에 적대적인 핵심 지지층 보수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의 반발이 부담스럽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지역 영향력 확장’ 같은 핵개발 외 이슈에 부정적인 것도 변수다. 반면 이란은 이 같은 이슈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가 최근 이란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협상 안건에 포함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란은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세력이지만 이란에는 핵심 주적인 이스라엘도 걸림돌로 꼽힌다.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교수는 “양측 모두 협상을 원하지만 민감한 이슈가 많고 신뢰도 크게 손상돼 실제 대화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6일 폐막한 G7 정상회의에선 7개 정상이 합의한 공동성명서 발표가 없었다. 다만 의장국인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성명 형식으로 7개국 정상이 △이란 핵 갈등 조율 △공정하고 개방된 세계 무역 지지 △글로벌 경제 안정 노력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갈등 해소 필요성 △홍콩 자치 지지 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호화 골프장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적인 국가 행사로 사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24∼26일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에 미국이 의장국인 내년 G7 회의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 골프 리조트’에서 열릴 수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다른 정상들에게는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5분 거리이며 (시설이 좋아) 어떤 행사든 치를 수 있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이를 두고 G7 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는 “중요한 국제행사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건 이 나라(미국)”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도럴 리조트의 경관, 레스토랑 등 입지적 장점을 소개하며 “회의 장소로 검토한 12곳 중 가장 좋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시민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자신 소유인 호텔이나 골프장 등 부동산 자산에서 대통령 관련 행사들을 개최해 올해 상반기에 160만 달러(약 19억40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고 지적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핵합의 파기를 두고 미국과 갈등 중인 이란의 외교장관이 2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 깜짝 등장했다. 의장국인 프랑스가 G7 정상회의 참가국도 아닌 이란을 이례적으로 초빙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유지는 물론이고 프랑스를 ‘세계의 중재자’로 부각시키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비행기를 이용해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비아리츠를 전격 방문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영국과 독일 정부 당국자들과 핵합의 파기와 관련해 논의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방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부터 전방위 외교전을 펼쳐 왔다. 그는 회의 첫날인 2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2시간가량 이란 핵합의 복귀를 설득했다. 미국이 지난해 5월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다시 제재를 부과하자 이란이 이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 제한 합의를 깼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 만찬 자리에서도 이란 핵 문제 논의를 주도했다. 이후 그는 “(나에게) G7 정상들을 대변하는 공식 권한은 없지만, 7개국 정상들이 이란과 어느 정도 화해 조치를 이어가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개최 전부터 중재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여 왔다.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으로 G8에서 탈퇴한 러시아의 재합류를 논의했다. 그는 23일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미리 만나 G7 회의장 방문을 준비했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동구권과도 활발한 채널을 유지해 왔다. G7의 전신인 G6 역시 프랑스의 제안으로 1975년 시작됐다. 마크롱이 G7을 계기로 중재자 역할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다자주의를 재건하면서 국제사회가 야만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일방주의에 맞선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에 다른 정상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5일 이란 핵 논의를 주도한 마크롱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인데 잘했다. 훌륭했다”라고 칭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란과) 긴장 완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지지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CNN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G7 정상들이 이란에 화해 조치 메시지를 보내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란 외교장관과 미국 정부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다. AP통신은 “마크롱의 역할은 축소됐고 ‘세계 1위의 권력자 대통령’인 트럼프의 위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러시아가 24일 핵추진잠수함을 이용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연달아 시험 발사했다. 이날 북한과 이란도 각각 신형 마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함에 따라 전 세계 군사강국 간 ‘미사일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가속화되는 모습니다. 타스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두 대의 핵추진 잠수함에서 동시에 미사일 발사 시험이 이뤄졌다. 북극해에 배치된 전략잠수함 ‘툴라’와 바렌츠해에 있던 ‘돌고루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네바’와 ‘불라바’가 각각 발사됐다. 두 미사일은 아르한겔스크주와 캄차카 반도의 훈련장에 있는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 시네바는 최대 1만1500㎞를 이동해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 불라바는 핵탄두 10개를 탑재할 수 있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보다 12.5배(150kt) 강한 위력을 뽐낸다. 러시아 국방부는 “탄도미사일들의 기술적 특성과 성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3일 미국의 신형 미사일 시험에 대해 보복 조치를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미국을 의식해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냉전 시절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을 막아주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2일 폐기되자 미국은 보름여 만인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니컬러스섬에서 토마호크 개량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와 중국의 신형 미사일을 막아낼 차세대 요격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 중인 마하 5(초속 1.6㎞)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미-중-러 간 신형 미사일 개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다. 세 나라뿐만이 아니다. 중동의 미사일 강국인 이란도 23일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시험 성공을 자축하며 “국가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란은 최근 자체 개발한 장거리 대공방어미사일 시스템인 ‘바바르-373’의 시험 발사 모습을 공개하는 등 미사일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도 최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올해만 16차례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향후 미국이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유럽을 비롯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할 경우 전 세계의 핵군비 경쟁 긴장도는 물론 ‘냉전시대로의 회귀’가 빨라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진단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엇갈린 인식을 드러냈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기분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지금까지 발사하지 않았다. 또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며 “그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그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이 최근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미일 간 온도 차이를 보여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총리가 느끼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 북한을 무조건 감싸지는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마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무역협상에 대해 “큰 거래가 끝났다. 이 회의 후에 발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본 측 협상 대표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은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사흘간 협상을 마친 뒤 “큰 진전이 있었다. 주요 품목에 관한 각료급 협상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시작된 미일 각료급 무역 협상이 7차례 만에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양측은 가장 큰 쟁점이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일본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국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미일 정상은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북한 대응에 대해 일미한(한미일) 3개국 연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해 두 정상이 간접적으로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확인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트럼프 대 나머지(G6)의 싸움이다.” 프랑스 휴양도시 비아리츠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24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시작되자 프랑스 르피가로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보인 반응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국가 간 상생보다는 거칠 것 없이 자국우선주의와 관세보복 등 무역전쟁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고한 것이다. 정상회의 첫날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깜짝 오찬’에서부터 좁힐 수 없는 간극이 드러났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결정과 이에 맞선 미국의 프랑스 와인 보복 관세 등이 논의됐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디지털세 부과 방침이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역전쟁, 보복관세 등에 대한 입장 차가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끔 약간 다투기도 하지만, 우리는 좋은 친구”라며 “나는 프랑스 와인을 좋아한다”고 농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궁합’으로 통하는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조차 회의 이틀째인 25일 조찬 회담에서 미국의 각종 수입 규제의 예를 들며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지도자들도 때로 협력의 목소리를 냈지만 마찰 기류가 이어졌다. 앞서 24일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세금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전 세계에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는 최고 방해자(the disrupter-in-chief)로, 정상회의에선 ‘분열이 규칙’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창설 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혐오스러운 가짜뉴스는 ‘미국과 6개국의 관계가 긴박하며 정상회담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우리는 매우 좋은 회의를 하고 있고 지도자들과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G7 정상회의가 열린 비아리츠 주변에는 ‘노란 조끼’를 비롯해 반자본주의 단체 등 1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모였고, 경찰과 대치 끝에 68명이 체포됐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엇갈린 인식을 드러냈다.NHK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기분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북한이) 어떤 합의도 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이야기 했고, 지금까지 발사하지 않았다. 또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며 “그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그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아베 총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이 최근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미일 간 온도 차이를 보여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총리가 느끼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 북한을 무조건 감싸지는 않는 태도를 보였다.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무역협상에 대해 “큰 거래가 끝났다. 이 회의 후에 발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본 측 협상 대표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은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사흘간 협상을 마친 뒤 “큰 진전이 있었다. 주요 품목에 관한 각료급 협상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시작된 미일 각료급 무역 협상이 7차례 만에 사실상 마무리 된 것이다. 양측은 가장 큰 쟁점이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일본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국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미국은 그 동안 TPP 참가국에게 낮춰주는 관세율보다 더 낮은 수준을 요구해왔다. 공산품 분야에선 다양한 품목의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면서도, 일본이 철폐해달라고 요구해온 자동차 관세 문제 합의를 보류하고 계속 논의하는 쪽으로 정리됐다.미일 정상은 지소미아에 관련해서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13번째 정상회담을 하며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