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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니던 친구들은 등록금에 보태거나 여자친구와 놀러가거나, 자기가 필요한 데 쓰려고 알바(아르바이트) 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일한 거죠.” 강진수(가명·32·경기 성남시 중원구) 씨는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금 친구의 쇼핑몰에서 일하며 3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4년 전까지 20대 강 씨의 화두는 언제나 돈과 밥이었다.○ 원치 않은, 불안정한 독립 강 씨는 10년 전 자취를 시작했다. 단둘이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다. 고교 2학년이던 2003년, 아버지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다. 오후 5시 하교하자마자 밤 12시 무렵까지 아르바이트로 번 80만 원과 정부지원금 30만 원으로 달마다 생활비와 병원비를 댔다. 여름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오래된 기름보일러가 수시로 고장 나는 방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고역이었다. 근근이 버텼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22세 때 그에게 남은 것은 빚 4000만 원이 전부였다. 도움을 구할 데도 없이 홀로 남겨진 강 씨는 28세까지 오로지 일만 하며 빚을 갚았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국비장학금 제도를 알아봤지만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 냈다. 강 씨에게는 모든 일이 생계였다. PC방에서 일할 때는 단돈 2000원이 아까워 라면도 사먹지 않고 하루 종일 굶기도 했다. 어쩌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때면 ‘살까 말까’ 서너 시간 고민해야 했다. 스스로가 처량했다. 2013년 빚을 다 갚은 뒤에야 그는 ‘언젠가는 공부도 하고 내 일도 시작해야지’라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또래 친구들은 스무 살 언저리에 그리며 가슴 부풀곤 하던 그 꿈을 말이다. 강 씨처럼 대학을 가지 않은, 혹은 가지 못한 ‘생존형’ 1인 가구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적지 않다. 대학생이나 대졸 취업준비생 위주의 청년실업 담론만이 가득한 사회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밥도, 쉼도, 사람도 고프다 저학력 빈곤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는 지난해 성남 지역 34세 이하 독립생활청년 250명을 심층 조사해 최근 보고서를 펴냈다. 독립생활청년은 불안정한 가정환경이나 빈곤 탓에 가족의 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독립한 생존형 1인 가구를 뜻한다. 취직을 해도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캥거루족’과는 정반대의 삶이다. 조사에 응한 청년의 상당수는 저학력인 데다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이른 시기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다 보니 학업을 중단하게 됐고 빈곤의 굴레에 갇히는 경우가 많았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모 씨(29)는 “무조건 많이 버는 일을 찾다 보니 배도 타고 안 해본 게 없지만 정작 경력을 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독립생활청년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밥이었다. 1인 가구나 ‘혼밥’(혼자 먹는 밥)은 최근 젊은층의 유행처럼 여겨지지만 이들에게는 냉혹한 현실이다. 영양 균형이나 식사시간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다. 택배 일을 최근 그만둔 이모 씨(23)는 “라면만 먹다 보니 키가 170cm대 중반인데도 몸무게는 49kg”이라며 “1일 1식(食)을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변모 씨(27)는 “고시원에서 밥을 주면 반찬이 없어 물에 말아 먹었고, 가끔 돈이 생기면 떡볶이 1인분을 사서 세 끼에 나눠 먹었다”며 “먹을 땐 맛있는데 먹고 나면 슬펐다”고 말했다. 고된 노동도 이들을 망가뜨렸다. 혼자 힘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기 일쑤고 몸이 아파도 일을 쉬기 어려웠다. 영업사원 최모 씨(26)는 “10대 때 밤늦게까지 일하려면 나이를 속이고 급여도 현금으로 받아야 했다”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허술한 업소밖에 갈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거비를 아끼려고 고시원 같은 열악한 환경에 사는 것은 다반사다. 월평균 주거비는 ‘20만 원 이하’가 37.2%로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이들을 지치게 한 것은 ‘사람이 없는 삶’이었다. 응답자의 80%는 일주일에 사람을 많아야 한두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독거 청년이었다. 백화점 주차 관리를 하는 도모 씨(23)는 “바빠서 외로울 겨를이 없다”고 했다. 낭만이 가득해야 할 연애도 이들에게는 ‘얼마가 깨질까 계산이 앞서는 일’이었다. 최 씨는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연차를 써서 겨우 데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처한 장시간의 저임금 노동이 인간관계라는 사회적 자본을 만들 기회 자체도 박탈한 것이다. ▼대졸자 취업문제 넘어… 청년 빈곤-주거-문화, 세밀한 대책 세워야▼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청년정책은 대부분 대학 등록금이나 대졸자 실업문제 같이 대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대학의 틀에서 벗어난 저소득 독립생활청년들은 “소외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장의 의식주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인간관계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진수(가명·32) 씨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나이를 묻고는 습관적으로 ‘어느 (대)학교 다니냐’고 묻는 게 제일 싫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누군가 “학생”이라고 부르면 위축되기도 했다. 강 씨는 “자기소개를 할 때 ‘어느 대학 다닌다’라는 것과 ‘어디에서 일한다’라는 것은 듣는 이의 인식 자체가 다르더라”라며 한숨을 쉬었다. 여가시간이 부족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보니 또래 대학생들과 문화적 격차도 컸다. 건설현장 일용직근로자인 유모 씨(28)는 “대학 다니는 친구들은 모이기만 하면 MT나 과제, 콘서트 얘기를 하는데 모든 게 생소했다”고 토로했다. 대화 주제를 따라가기 위해 유 씨는 억지로 짬을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학생의 생활상을 ‘공부’해야 했다. 18세부터 자취를 한 김혜미 씨(26)는 주거문제를 지적했다. 가정불화로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살 곳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부동산 계약을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곰팡이 가득한 월세 20만 원짜리 반(半)지하방에 살던 때 집주인은 “혜미 씨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나본데…”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김 씨는 “집주인에게 저는 쥐락펴락하기 쉬운 청년일 뿐이었다”며 “세입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을 취업으로만 뭉뚱그려 보지 말고 내부의 다양한 문제를 섬세하게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정책이 빈곤과 노동, 주거, 문화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의 이정현 사무국장은 “청년 내부의 양극화는 사회적으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경제 문화 정치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고된 삶을 자산으로 여기는 독립생활청년도 있긴 하다. 카페에서 일하는 이모 씨(23)는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혼자 밥도 하고 빨래도 하는 제 모습을 보면 ‘이제 사람 좀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립지원연구팀장은 2월 ‘청년의 빈곤실태’ 보고서에서 “빈곤은 한 번 경험하면 다시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빈곤청년 문제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며 “장기적으로 청년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여행이나 문화생활 같은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늘려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경위를 확인하겠다며 서울의 한 주민센터를 직접 찾아가 항의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은 조 후보자가 담당인 9급 여성 직원에게 항의하고 언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언쟁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확인해준 기관을 직접 찾아간 것 자체가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 강남구와 고용부 등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자신의 인감증명서 발급 명세서를 떼기 위해 26일 오후 6시경 직원 1명과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1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자신의 인감증명서 발급 기록이 국회에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 후보자는 한국여론방송의 사외이사로 등재됐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립학교법 위반 의혹에 휘말려 있다. 조 후보자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름만 빌려줬을 뿐 등재는 전혀 몰랐다”고 했지만 방송 설립 전날 조 후보자가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야당은 ‘거짓 해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강남구 측은 “국회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를 서울시를 통해 받고 절차에 따라 강남구가 해당 자료를 제출한 것뿐”이라며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 후보자가 주민센터를 방문한 다음 날인 27일 고용부 감사담당관실까지 나서 자료 제출 경위를 해명하라는 장관 명의의 공문을 주민센터에 발송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고용부가 정상적인 행정 절차(국회 자료 제출)에 대해서 시를 거치지도 않고 강남구에 직접 공문을 보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정보를 담은 문서가 본인 동의도 없이 어떻게 국회로 제출됐는지 의아해 찾아간 것”이라며 “신청서를 쓴 뒤 민원인 소파에 앉아 있었고 청문회 준비팀 직원이 주민센터 직원과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홍정수 기자}
저소득 청년이라면 최저 10만 원대의 월세를 내고도 서울시가 지하철역 역세권에 조성하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에 살 수 있게 된다. 청년주택의 고가(高價) 임대료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 입주자에게 보증금뿐 아니라 월세도 지원해 주겠다고 서울시는 26일 밝혔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은 올해 서울시내 45개소에 1만6851채를 짓기로 했다. 용산구 삼각지역, 서대문구 충정로역,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는 3월 사업계획을 승인받아 공사에 들어갔다. 당초 서울시는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60% 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남, 도심권은 주변 시세 자체가 높아서 청년들은 접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시는 다양한 소득계층의 청년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기존에 임대주택에만 적용하던 보증금·월세 지원책을 저소득 청년에게도 넓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1인 가구 기준 242만4462원)의 70% 이하인 청년에게는 ‘보증금 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제도’가 적용된다. 전세보증금의 30%, 최대 4500만 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한다. 1인 가구라면 월 30만∼40만 원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맞춘다.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의 50∼60%인 입주자에게는 ‘주택 바우처’를 추가 적용한다. 월세가 20만∼30만 원까지 낮아지도록 보증금뿐 아니라 월 임차료도 지원한다. 50% 미만인 경우에는 국민임대주택 수준인 월 20만 원 이하의 월세를 내고 살도록 공급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시의 청년주택 사업을 정부 정책으로 채택한 만큼 국고 지원도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청년주택을 함께 추진하는 민간 사업자에 대한 지원도 늘린다. 개발이나 건설 경험이 없고 주택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에게 SH공사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사업 전 과정을 대행해 주거나 주택 관리를 해주는 방식이다. 또 차가 없는 청년들이 차량 공유 서비스를 받기 수월하도록 청년주택 주변에 공유주차장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관련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70대 남성’이 고열과 호흡곤란, 기침 등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Severe Acute Respiratory Infection·SARI)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보라매병원에 입원한 환자 3만1442명 중 SARI 환자 1290명을 분석한 결과 세 명 중 한 명(63.9%)이 남성이고 연령대는 70대(32.5%)가 가장 많았다. 흔히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의 고위험군이 ‘80대 여성’인 것과는 다른 결과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대상 환자를 등록해 분석하는 SARI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등록된 1290명은 SARI 임상증상인 38도 이상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빈 호흡(얕고 잦은 호흡) 증상을 보인 환자들이다. 이 중 1074명에게서는 총 160건의 호흡기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인플루엔자 양성률이 19.4%로 가장 높았다. SARI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호흡기질환의 대표적 증상이기도 하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등이 유행한 이유 중 하나는 겉으로 나타난 증상만으로 단순 독감인지 신·변종 감염병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신·변종 호흡기 감염증이 유행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 전국 최초로 감시체계 시범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농촌지역과 1 대 1로 상생협약을 맺는다. 각 자치구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복지시설에서는 친환경 급식이 실시된다. 지하철역과 구청 건물에는 과일을 파는 자판기가 설치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서울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20일 발표했다. 도농(都農) 상생을 추구하면서 시민이 안전한 먹거리를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3329억 원을 투입한다. 먼저 2019년까지 서울시 모든 자치구는 농촌지역과 ‘1 대 1 직거래 협약’을 맺고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받는다. 서울시가 전국 시군구와 자치구의 가교 역할을 맡는다. 초·중학교와 달리 친환경 급식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취학 아동과 어르신에게도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공급식센터를 만든다. 이곳에는 협약을 맺은 농촌지역에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한다. 2020년까지 모든 국공립·사립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복지시설 7338곳(30만여 명)의 급식에 친환경 식재료 사용 비율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취약 계층에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65세 이상 어르신 6000여 명을 찾아내 먹기 편한 형태로 만든 ‘영양꾸러미’를 제공한다. 하반기에는 ‘서울 먹거리 실태조사’를 벌여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 ‘식품 바우처’를 지원한다. 결식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급식서비스도 늘린다. 시민들이 과일과 채소를 쉽게 찾아 먹을 수 있도록 공공시설에 과일자판기를 비롯한 판매시설을 2020년까지 50여 개 설치할 예정이다. 식품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올해 식중독 예방 진단 시스템도 개발한다. 서울시로 들어오는 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항목은 현 285종에서 2020년 340종까지 늘린다. 안전성이 의심되는 식품을 검사해 달라고 청구하는 ‘시민검사청구제’의 자격도 완화한다. 서울시는 각 분야 전문가 및 시민으로 구성된 심의자문기구를 두고 서울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뒷받침하도록 하며 관련 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먹거리는 건강과 안전뿐 아니라 경제, 복지, 환경 등 폭넓은 영역과 연결된 문제”라며 “먹거리의 접근성, 안전성,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은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 이렇게 깜빡이를 안 켜고 차로를 바꾸면 경고음이 날 거예요.” 8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에서 시속 약 60km로 택시를 운전하며 최병국 씨(66)가 앞 유리 왼쪽 아래에 붙은 단말기를 가리켰다. 도로가 한산한 틈을 타 차로를 옮기자 날카로운 ‘삐빅’ 소리와 함께 단말기 오른쪽에서 직선 모양의 빛이 깜박였다. 단말기는 지름 5cm가량의 원형으로 스마트워치처럼 생겼다. 최 씨는 “밤에는 잠깐 졸음운전을 하다 무심코 차로를 이탈할 뻔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경고를 해준다”고 말했다. 최 씨의 차는 서울시가 지난달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장착한 법인택시 52대 중 한 대. ADAS는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했지만 그렇다고 자동으로 운전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운전자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도우면서 주행정보를 수집한다. 구입 및 설치 비용 약 6000만 원은 서울시와 차세대 교통신호운영체계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LG유플러스가 부담했다. ADAS 단말기는 도심을 운행할 때 마주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경고해준다. 사고 발생 2초 전까지만 예측 경보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기자는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앞을 출발해 영등포구 영등포구청 인근까지 택시를 같이 타고 가면서 ADAS의 다양한 기능을 시험해봤다. 출발한 지 1분, 서울시립미술관 옆 이면도로에 주·정차된 차량 뒤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와 무단횡단을 하자 보행자 충돌 경고가 울렸다. 단말기에 가장 크게 나타나는 숫자는 앞차와의 거리다. 내 차와 앞차의 속도를 함께 인식해 ‘이대로 가다간 2.7초 뒤에 충돌할 것’으로 예측한 순간 경보음을 울린다. 교통이 복잡한 서소문로에서 1t 냉동트럭 뒤에 바짝 붙어 시속 약 30km로 운전해봤다. ‘1.2m’라는 숫자까지는 녹색으로 떴지만, 조금 더 거리가 좁혀지자 ‘삐빅’ 소리와 함께 화면에 빨간색 차 모양 그림과 ‘0.8m’라는 숫자가 떴다. 시속 60km 제한구역인 마포대교 위에서는 속도제한 경고가 울렸다. 지도에 미리 제한속도를 입력해 놓고 경고하는 일반 내비게이션과 달리 ADAS는 카메라로 도로의 표지판을 그때그때 읽는다. 교통정책이 바뀔 때마다 도로 정보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 서울시가 ADAS를 법인택시에 적용한 이유는 운행 데이터가 풍부해서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이용현 주무관은 “2교대로 운행하는 법인택시는 하루 운행거리가 개인택시의 두 배가량인 약 400km”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5년 서울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의 7%는 법인택시가 일으켰다. 시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3개월 단위로 현대해상화재보험과 함께 분석할 예정이다. 경보가 많은 구간을 파악해 위험 요인을 미리 개선하기 위해서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을 줄이고, 무단횡단이 잦은 곳에 횡단보도를 놓아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정해진 시간에 많이 벌어야 하는 택시 운전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난폭운전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보가 그런 습관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사고를 줄이면 현재 택시 한 대당 최저 200만 원에서 최고 1000만 원 가까이 되는 보험료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향후 민간 차량도 ADAS를 장착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8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농부가 직접 농산물을 기르고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까지 하는 ‘6차산업전(展)’이 열린다. 농업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는 6차산업은 농산물(1차산업)에 가공(2차산업), 유통·판매(3차산업)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서울시는 이날 광화문 삼거리부터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550m 구간의 차량 진입을 막고 도농상생장터와 도시재생장터를 연다. 전국6차산업인증사업자협회가 준비한 도농상생장터에서는 전국 농업 종사자들이 직접 만들어 가져온 상품 200여 종을 최대 4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건강식품과 각종 반찬, 피부미용에 좋은 동백오일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이 소개된다. 멸균하지 않은 생주(生酒)여서 유통기한이 짧은 1500년 전통의 한산 소곡주나 인삼을 9번씩 찌고 말린 흑삼같이 시중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물품도 나온다. 청국장, 구절초를 활용해 천연화장품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이들 상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6차산업 사업자 인증제’를 통해 관리, 보증한다. 도시재생장터는 ‘미리 바캉스’를 주제로 열린다. 서울시내 28개 도시재생지역의 35개 업체와 주민들이 래시가드 수영복, 천연 모기퇴치제, 레몬청·자몬청 세트를 비롯한 여름용 제품을 만들어 시중보다 싼 값에 판다. 워터슬라이드 같은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세계 최고(最古)의 애니메이션 축제인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아시아지역 행사가 2019년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은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조직위원회(CITIA), SK브로드밴드와 ‘제1회 안시 아시아 in 서울(가칭)’을 열기 위한 업무협약을 13일 체결했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아시아판 스핀오프(spin-off·원본에서 파생되는 작품) 같은 행사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안시와 애니메이션 분야 교류, 협력을 해왔다.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페스티벌 기획, 영화제 프로그래밍, 경쟁부문 운영, 협력파트너 발굴 같은 세부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 협의를 추진한다. 서울시는 2019년 9월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첫 행사를 개최하고 2020년부터는 중구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시청 앞 서울광장 등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가 낡은 도로, 수도, 관로 같은 도시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서울인프라 다음 100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2022년까지 7조600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에서 만들어진 지 30년 넘은 도시인프라는 전체의 33%를 차지한다. 20년 뒤면 이 비율은 86%까지 치솟는다. 연간 시설물 유지관리 비용도 10년 뒤에는 지금의 2배 이상인 2조7687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제각각이던 시설물 유지관리 체계를 통합해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컨트롤타워가 되는 서울시 안전총괄본부가 각 시설물의 관리 내용을 담은 빅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보수·보강 시점을 예측해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내년까지 교량에 시범 실시한 뒤 다른 시설물에도 차차 적용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초반 5년간 투자비용의 86%는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나머지 1조 원가량은 국고 보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는 ‘노후기반시설 안전교부세’ 신설을 담은 ‘노후기반시설의 성능 개선 및 장수명화 촉진법’(가칭) 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만화가 강풀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강동구 주민들은 “어디서 많이 본 곳인데!”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집 앞 골목, 고등학교, 매일 지나치는 상가가 작품에 그대로 옮겨지곤 한다. 3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 중인 ‘브릿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암사역 사거리에서는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김영탁이 싱크홀에 빠질 뻔한 중학생을 구하고, 강동 그린웨이 캠핑장 앞 터널에서는 빠른 신체 회복력을 가진 장희수가 혈투를 벌인다. 미래에 일어날 참사를 내다보는 박자기의 침대 머리맡에는 아예 강동구 관내도가 붙어 있다. 국가정보원 5차장실(국정원에 5차장은 없다)은 강동구청장 집무실을 본떠 그렸다.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 묘사 덕에 묘한 균형이 생겨난다. 두 살 때부터 강동구에 살았다는 강풀의 작품 대부분은 강동구의 곳곳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 속 웬만한 경찰서는 모두 강동경찰서다. 작품 ‘순정만화’의 배경은 고덕동이며, ‘이웃사람’에는 명일동의 건물과 골목이 간판만 바꿔 달고 등장한다.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많은 성내동과 암사동 좁은 골목은 각자 존재감을 드러내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강동구의 이런 특색은 낡은 모습과 번화함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기름진 한강 유역에 자리한 강동구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주로 농업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서울 아시아경기와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 주도로 국제 수준의 체육시설과 아파트촌이 들어서면서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다. 외곽부터 잠식해 들어온 아파트단지 및 고층건물과 내부에 있는 기존의 오래된 주택가가 맞닿아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묘하다. 강동구는 강풀이 인기를 얻자 2013년부터 성내2동과 천호3동에 ‘강풀만화거리’를 만들었다. 비좁은 골목과 20∼30년 된 주택이 대부분이던 성내2동은 2006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13년 주민참여형 주거환경관리사업지역으로 전환했다. 어떻게 동네를 바꿀 건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골목이라도 쾌적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를 반영해 벽화사업을 시작했다. 강풀도 홍보 차원에서 당시 연재를 준비하던 ‘마녀’의 배경을 성내동으로 설정했다. 2015년 작품 ‘무빙’의 주요 배경이 된 선사고등학교 미술부 학생들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를 주제로 한 벽화 52개가 만들어졌다.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처럼 공공예술을 가미해 재단장한 지역 중에는 거주민과 관광객이 갈등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강풀만화거리는 아직 관련 민원이 한 건도 없다. 강동구 벽화해설사 유시찬 씨(55)는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네 토박이인 이발사 김영오 씨(70)는 “칙칙하던 동네에 만화거리가 생기면서 생기가 돌고 주민도 자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강풀만화거리를 2월 문 연 ‘승룡이네 집’, 주꾸미 골목 같은 지역 명소와 연계해 투어코스를 선보였다. 투어 3일 전까지 강동구청 도시디자인과(02-3425-6130)로 신청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눈썰미 좋은 만화광이라면 여기뿐 아니라 강동구 어디를 가든 강풀 작품 속 ‘그곳’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 사는 30대 가구주의 절반 가까이가 월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8일 발표한 ‘2017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의 주택 소유 형태 가운데 월세 비중은 31.3%였다. 2003년 서울서베이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월세가 전세 비중(26.2%)을 넘어섰다. 자가 주택은 42.1%로 10년 전과 비슷하지만 전세가 줄면서 월세로 대체되고 있는 현상이 재확인된 셈이다. 특히 월세 가구 비율이 높은 30대의 주택비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세 비중은 2005년 19.4%에서 지난해 45.6%로 1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가구 부채가 있는 30대 가구주의 81.8%는 주택 자금 때문에 빚을 졌다고 응답했다. 50대는 자가 소유 비율이 2015년에는 61.6%로 다른 세대와 비교해 가장 높았으나 지난해 52.7%로 떨어졌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센터장은 “그동안 50대의 보유자산 가운데 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은퇴나 자녀 결혼 등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 집을 처분하는 50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구 규모가 작아지는 것도 월세 가속화에 영향을 줬다. 서울 시내 가구 중 절반가량은 소형, 즉 1인 또는 2인 가구로 조사됐다. 1인 가구의 비중은 2005년 20.4%에서 2016년 29.9%로 50%가량 늘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5월 월세 거래량은 2만6787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7만8303건)의 34.2%를 차지했다. 지난해(37.1%)보다 3%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 그러나 이는 대단지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 전세 물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일 뿐 월세 비중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서울을 고향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세대별로 차이가 컸다. 19∼35세인 밀레니얼세대의 54.3%는 ‘서울이 고향 같은 느낌이 아주 크다’고 응답했다. ‘어느 정도 그렇게 느낀다’를 포함하면 74.2%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53∼61세)는 65%만이 서울을 ‘내 고향’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밀레니얼세대 64.5%가 서울 태생인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35.3%만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관적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평균 6.97점, 서울에 대한 자부심은 6.91점으로 예년과 비슷했다.홍정수 hong@donga.com·손가인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49)이 서울 중구 A 팀장에게 수억 원을 건넨 혐의(뇌물)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올 3월 “A 팀장이 임 전 고문의 돈 3억6000만 원을 빌렸다 갚지 않았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시는 올 2월 A 팀장의 다른 비위를 조사하다 2014년 3월 임 전 고문이 A 팀장 계좌로 돈을 보낸 걸 확인했다. 그러나 A 팀장은 “임 전 고문과 알던 사이로 집 매입 과정에서 돈을 빌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돈을 갚은 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이 오간 시기는 임 전 고문의 부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하던 때다. 한옥호텔 사업은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4차례 반려됐다가 지난해 3월 승인됐다.김배중 wanted@donga.com·홍정수 기자}
서울 북촌(北村) 하면 한옥마을이 떠오른다. 반면 남촌(南村) 하면 떠올릴 게 마땅치 않다. 2000년대 이후 서울시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발전한 북촌과 달리 청계천부터 남산에 이르는 지역인 남촌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그러나 이제 좀 달라질 듯하다. 서울시는 남촌을 북촌이나 서촌 같은 지역 명소로 만들기 위해 내년까지 158억 원을 들여 남촌 재생사업을 시작한다. 중구 회현동 일대 50만 m²를 중심으로 3개 부문에서 15개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진행하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의 하나다. 회현동의 ‘숨은’ 명소 다섯 곳을 지역 거점으로 삼아 되살린다. 그 중심은 조선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정광필 집터에 있는 수령 520년의 은행나무다. 이곳에서 12명의 정승을 배출해 회현(會賢)동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됐다. 현자들이 모였다는 뜻이다. 1970년 건립된 회현 제2시범아파트도 예술인 주거·창작 공간으로 재정비하기 위해 주민들과 보상협의 및 용역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18세기 조선의 문인화가이자 단원 김홍도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 집터, 근현대 건축 자산과 옛 골목길, 소파로 아래편 남산공원을 5대 거점으로 재생시킨다. 서울시는 이곳 5대 거점과 서울로7017, 남산을 연결하는 옛길을 걷는 길 중심으로 재단장해 남촌 보행네트워크를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남촌 고유의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해 시와 지역주민, 상인들이 함께 탐방, 축제, 학업, 술, 숙박 5개 테마로 지역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남촌 전통주가 대표적이다. 조선시대 회자한 ‘남산에서 빚은 술과 북촌에서 지은 떡이 맛있다’는 뜻의 ‘남주북병(南酒北餠)’에서 착안해 남촌 술 브랜드를 개발한다는 얘기다. 주민들이 낡은 주택을 개량할 수 있도록 융자 지원, 건축기준 완화 같은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80억 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지원센터 역할을 할 ‘남촌 앵커시설’과 남산공원 생태숲 놀이터 조성을 선도사업으로 시행한다. 내년에는 78억 원을 추가로 들여 남촌의 자산을 서로 연결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외교공관에 의해 단절된 ‘덕수궁 돌담길’ 일부 구간이 일반에 개방된다. 서울시는 중구 덕수궁 돌담길 중 주한 영국대사관에 가로막혀 끊어진 일부 구간을 돌과 황토 등으로 단장해 8월 개방한다고 4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2014년 영국대사관에 돌담길 전체를 개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사관 측은 보안 문제 등을 들며 전면 개방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양측은 추가 협의를 통해 지난해 10월 일부 구간 개방에 합의했다. 대상 구간은 대사관 정문부터 후문까지 약 170m 중 후문 쪽 100m 구간이다. 이곳은 서울시가 소유했지만 대사관 측이 1959년 점용허가를 받아 사용한 구간이다. 서울시는 현재 아스팔트로 덮여 있는 이 구간의 바닥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돌로 포장하고 길 양쪽에 황토를 깔 계획이다. 바닥의 석재는 경복궁 돌담길 등과 비슷한 패턴으로 구성해 전통 분위기를 살릴 예정이다. 또 야간 이용을 위한 조명도 설치한다. 걷는 사람들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빛이 담장으로만 향하게 설치될 예정이다. 밝기뿐 아니라 색 온도도 계절별로 조절할 수 있는 친환경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다. 축제 기간 등에는 프로젝터를 이용해 돌담을 배경으로 영상을 상영할 수도 있다. 현재 대사관 후문은 철거하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볼라드(bollard·차량 통행을 막는 말뚝)를 설치한다. 그 대신 재정비 구간이 끝나는 지점 근처에 새로운 후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최종 설계안을 조만간 확정해 이달 중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에 빠진 70m 구간의 개방 여부도 대사관 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불법 점유하던 ‘대통령 탄핵무효를 위한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의 천막들을 30일 강제 철거했다. 국민저항본부가 1월 21일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며 서울광장 한쪽, 전체 면적의 4분의 1가량에 천막을 친 지 넉 달여 만이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참사 추모 천막은 규모를 축소하고 형태를 바꾸되 당분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충돌 없이 끝난 대집행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20분경 남대문경찰서와 중부소방서 등의 협조를 받아 텐트와 현수막, 간판 등 41개 물품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시작했다. 서울시 공무원 600여 명과 용역 200여 명이 지게차 2대, 트럭 10여 대를 동원해 30분 만에 철거를 완료했다. 천막에는 국민저항본부 등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 40여 명이 있었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철거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경찰 5개 중대 400여 명이 주변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이날 대집행은 언론에 미리 알리지 않고 국민저항본부 측에만 전날 통보한 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서울시는 철거가 진행 중인 이날 오전 6시 반경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띄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6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서울광장에서 행정대집행을 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국민저항본부에 서울광장 내 무단점유물품 자진철거 요청 문서를 9번, 행정대집행 계고(통지)서를 13번 전달했다.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도 5차례, 6300만 원을 부과해 약 4000만 원을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4개월여 동안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행사 33건이 취소되거나 미뤄졌고, 관련 민원이 66건 접수되는 등 시민의 불편이 크다고 판단해 행정대집행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천막들이 있던 곳에 잔디를 심고 화단을 조성할 예정이다.○ 불법 ‘세월호 천막’은 철거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추모 천막도 규모를 축소하기로 4·16가족협의회 및 4·16연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2014년 7월부터 광화문광장 일부를 차지한 세월호 천막 14개 중 무단 설치된 3개는 철거하기로 했다. 이 3개 천막에 부과된 변상금 1111만 원은 대부분 납부됐다. 나머지 11개 천막도 규모나 디자인을 조정해 추모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세월호 진상조사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미수습자도 아직 남아 있다”며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추모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가 진영 논리에 치우쳐 형평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세월호 천막 11개는 범국가적 공감대 속에서 중앙정부의 요청에 따라 시가 인도적 차원으로 지원한 것”이라며 “광장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설치된 만큼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민저항본부 측은 반발했다. 신용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부회장은 이날 인터넷에 “오늘은 비록 패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을 구출하고, 나라를 종북 세력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우리의 저항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광장을 지나던 시민 한모 씨(41)는 “광장은 시민의 공간인 만큼 진작 철거됐어야 했다”면서 “정권이 바뀐 만큼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 천막을 정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는 다음 달 2일 서울시청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대기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하는 동북아대기환경NGO협의체(가칭)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외교 차원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보려 했다면, 각국의 환경운동 NGO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원인과 대책을 공유하고 자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 보자는 뜻이다. 환경 문제를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이 같은 의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차량 2부제’ 공언과도 연결된다.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 직후 박 시장은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m³당 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이상인 ‘나쁨’ 단계가 이틀 연속 이어지면 차량 2부제를 비롯한 비상저감(低減)조치를 발령하겠다고 했다. 차량 2부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한시(限時)법을 만들어 도입한 자동차번호 짝·홀수제가 시초다. 환경이 아닌 교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 ‘공포’가 커지면서 4월 환경부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차량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경기 인천의 초미세먼지 수준이 모두 ‘나쁨’이면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들 시도의 당일(0∼16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모두 나쁨 수준이고 다음 날(0∼24시) 예보에서도 모두 나쁨 수준이어야 발동된다.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발효된 적은 없다. 박 시장은 서울시만이라도 위의 기준에 해당되면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말까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동할 만한 날은 7일이었다. 박 시장 말대로 대중교통을 무료 운행하면 하루 36억 원, 총 25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반면 차량 2부제가 미세먼지 해소의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정부가 법으로 차량 2부제를 규정하고 처벌 규정을 두지 않는다면 2부제 위반자를 막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시민의식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오염원 대부분이 외국,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이번 대책의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연구원이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벌인 연구 결과 중국 같은 국외의 미세먼지 기여도가 55%를 차지했다. 국내 기여도 가운데는 서울시 자체가 22%, 수도권 12%, 수도권 외 지역 11%였다. 국내 미세먼지 원인 중에서도 차량 이외에 공사장, 화력발전소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세먼지 원인 자료를 계속 축적해 국내에서 해볼 수 있는 대책을 시행하면 외교적으로도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노지현 isityou@donga.com·홍정수 기자}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명한다. 마르베스, 거기서 나와라!” 2015년 여름. 쇼핑객과 사람들로 넘쳐나는 서울 명동 거리. 거대한 상가 틈, 어두운 골목의 허름한 집에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녀 이영신(박소담 분)과 두 가톨릭 사제의 사투가 벌어진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의 배경이다. 이영신을 악마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김범신 베드로 신부(김윤석)와 최준호 아가토 부제(강동원)는 음기가 가장 강력한 보름달이 뜨는 음력 7월 15일 이 집을 찾아 위험한 의식을 치른다. 검은 사제들은 구마(驅魔·마귀를 몰아 내쫓음)의식이라는 낯설고 이국적인 소재를 서울 한복판, 명동에서 펼쳐냈다. 장재현 감독이 제작보고회에서 “워낙 유명한 두 배우가 출연하다 보니 명동 촬영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북적이는 명동의 일상을 다양하게 담았다. 김 신부가 주교에게 구마의식 허락을 받는 곳과 최 부제가 이에 필요한 성유물(聖遺物) ‘성 프란치스코의 종’을 받기 위해 찾은 곳은 명동대성당이다. 이영신의 집은 화장품, 의류 매장과 식당이 밀집한 명동8길과 명동4길이 맞닿는, 비좁은 골목길 옥탑방이다. 화려한 간판과 뒷골목의 극명한 대비가 가장 사실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인 명동이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로 성장한 것은 근대 이후다. 조선시대 명례방(明禮坊)으로 불리던 명동은 일제강점기 메이지(明治) 일왕을 기리는 뜻의 메이지마치(明治町)로 바뀌었다가 광복 이후에야 명동이 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모여 살면서 번창했다. 그렇지만 나라를 빼앗긴 문화예술인들이 밤마다 모이는 카페와 주점도 생겼다. 1957년 11월 25일자 동아일보는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온갖 사치와 유흥과 오락과 술과 여자로 그칠 사이 없는 소란 속에 그래도 한국 최고의 호사로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고 묘사했다. 산업화를 거치는 동안 명동은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변모한다.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의 물길이 모여들어 ‘돈이 들어오는 곳’으로 여겨지는 명동 일대에는 KB금융, 우리은행 같은 주요 금융기관 본사가 자리 잡기도 했다. 명동의 화장품가게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2004년 이후 현재까지 14년째 전국에서 가장 높은 땅값을 자랑한다. ‘비공식 금융’도 명동이 중심이었다. 한다 하는 사채업자들이 몰려들었고 대기업 오너들도 잘 아는 전주(錢主)의 사무실도 있었다. 1967년 세운 유네스코회관은 명동 사채시장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의료업체나 사무공간뿐이다. 돈이 돌지 않던 시절에는 이른바 ‘암달러상’들이 명동 여기저기 모여 영업을 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골목의 구둣방과 가판대 같은 작고 낡은 가게들이 불법 환전을 하기 시작했다. ‘와리깡’이라 불리던 어음할인 중개업체들도 1970년대 초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1990년대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이제는 명맥만 잇고 있다. 명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명동대성당은 1898년 세워진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1980년대 후반에는 민주화의 성지(聖地)이기도 했다. 30주년을 맞은 6월 민주항쟁도 명동성당 농성으로 시작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나를 밟고 지나가야 할 것”이라며 명동성당 농성단을 경찰과 정권으로부터 보호했다. 문화와 상업, 유흥과 오락의 중심지였던 명동은 1990년대부터 강남에 ‘왕좌’를 내줬다. 중구는 명동을 관광특구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2009년부터 20년을 목표로 재개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명동은 화려했던 과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피해를 본 사람은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 뒷부분을 바꿀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민등록법 시행령 개정안이 30일부터 시행된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유출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거나 우려되는 경우, 성폭력을 당했거나 우려될 때 가능하다. 성폭력의 경우 성범죄를 당한 성인이나 미성년자, 성매매 피해자 등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을 때 변경이 가능하다. 변경을 하려면 신청서와 함께 주민등록번호 유출 및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주민등록지의 시군구 기초단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를 행자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가 심의해 변경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또, 가정폭력 가해자가 주민등록표를 열람하거나 등·초본을 떼는 것 등을 막기 위해 피해자가 자신의 주소지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주민등록 열람 및 교부 제한을 신청하는 근거 서류 범위에 ‘일시지원 복지시설’을 추가했다. 일시지원 복지시설은 배우자 학대로 위험에 처한 이들을 보호하는 시설인데 그동안은 제한 신청 사유가 되지 못했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 가운데 앞의 생년월일 6자리와 성별을 나타내는 뒤 7자리의 맨 앞 숫자는 그대로 두고 출생 지역과 등록 순서, 검증 숫자로 이뤄진 나머지 6자리만 변경이 가능하다. 주민등록변호 변경은 2015년 12월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헌법 불합치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지 1년 5개월여 만이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2년 전 수천만 원대 명품시계를 몰래 들여오다가 적발된 한 30대 여성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전재만 씨(46·사진)가 선물한 시계라고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인천지검 등에 따르면 2015년 8월 23일 미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던 A 씨가 세관 직원에게 붙잡혔다. 당시 A 씨는 460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자신이 사용하던 것처럼 손목에 차고 들어오던 중이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만들어진 브랜드로 스위스 명품시계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마지막 임금인 순종이 이 시계를 찼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가격은 최고 수억 원대에 이른다. A 씨는 세관과 검찰 조사에서 “미국 베벌리힐스의 매장에서 전 씨가 선물로 사준 시계”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미국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재력가이고, A 씨는 유흥업계에 종사했던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했고 지난해 11월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홍정수 hong@donga.com / 인천=차준호 기자}
25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는 주차할 곳을 찾아 느릿느릿 운전하는 차들과 지나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음식점이나 카페, 상점이 주택가와 붙어 있는 뒤편 골목이 가로수길을 찾은 사람들의 차로 붐볐다. 평일 점심시간이 막 지났지만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에도 빈 곳이 없었다. 빌라 경비원은 “주말에는 더하다”며 “주차공간이 없다 보니 발레파킹 차량들의 불법 주차가 잦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는 강남구가 서울시에 “주차장을 더 지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조례 개정을 건의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차장을 늘리는 게 아니라 차를 줄여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는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를 개정하자고 한다. 이 조례는 교통 혼잡이 심한 도심을 비롯한 10개 지역을 ‘주차요금 1급지’로 규정했다. 서울시내에서 공영주차장 주차요금이 가장 비싸다. 주차요금 1급지이면서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은 건물을 지을 때 부설 주차장 면적을 일반 지역의 50% 이하로 만들도록 제한한다. 업무시설의 경우 일반 지역은 건물 시설면적 100m²당 차량 1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둘 수 있다. 그러나 제한지역에서는 시설면적 200m²당 1대분의 공간만 만들 수 있다. 강남구는 구내 상업지역의 95%, 준주거지역의 82%가 부설 주차장 제한지역에 해당한다. 문제는 도로를 따라 주택가와 상업지역이 인접한 노선상업지역(도로 주변 폭 12m 이내 지역)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신사동, 역삼동, 논현동 같은 노선상업지역은 유입되는 차량에 비해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차 댈 곳을 찾아 주택가로 들어가다 보니 주민들 불편이 크다. 실제 강남구는 서울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가 가장 많은 자치구다. 서울시내 발레파킹 업체의 80%(지난해 기준)가 강남구에 몰려 있기도 하다. 강남구 삼성동에 착공을 앞둔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이 조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이 돼 주차장 설치 제한지역이 된 것이다. 건물 규모는 과거의 옛 한전 사옥(22층)보다 4배 이상 되는 105층이나 되지만 주차장 공간은 차량 3619대밖에 수용할 수 없게 됐다. 교통영향평가에서 예측한 주차 수요의 59.9%에 지나지 않는다. 강남구는 이 조례가 규정하는 부설주차장 제한지역에서 노선상업지역은 제외해야 한다고 최근 서울시에 건의했다. 제한 비율도 건축물 용도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남구 관계자는 “도심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건축사업자에게 주차장 건설비용만 감면해 주고 불편은 시민들이 겪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차장을 늘려도 주차난은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한다. 강남구 건의사항은 도심의 주차 수요를 제한해 차량 유입을 막고 외곽으로 돌린다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2009년 조례 개정으로 현재 주차요금 1급지가 7곳에서 10곳으로 늘어나는 등 차량 유입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또 주차장 규제 완화는 미세먼지 줄이기 같은 환경정책에도 역행한다고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교통과 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면 도심 차량 운행을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기본 입장”이라며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거나 승용차 부제(部制)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