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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영국이 합의안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할 해결책을 1개월 안에 마련할 수 있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내 새로운 합의안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하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인 프랑스가 “독일과 생각이 다르다”고 공개 선언한 셈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1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와 만나 “향후 2년 안에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지만 30일 안에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협상은 절대 없다”던 그간의 강경한 태도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존슨 총리도 메르켈 총리의 선거 캠페인 문구를 인용해 독일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EU와 영국의 타협안 찾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양측의 최대 갈등 원인인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 및 통관 자유를 보장한 안전장치) 폐지를 두고도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슨 총리는 그간 “백스톱을 반드시 폐지해야 하고, EU 관세 동맹도 탈퇴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EU는 “백스톱 유지 및 관세 동맹 잔류는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만든 기존 합의안의 일부”라며 이를 지키라고 주장해왔다. 존슨 총리는 19일 EU에 보낸 서한을 통해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으로 백스톱을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반드시 백스톱 폐지’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 직후 22일 파리를 찾은 존슨 총리에게 마크롱 대통령은 “브렉시트는 EU의 선택이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프랑스는 영국이 약속대로 약 57조 원에 달하는 EU 탈퇴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24일부터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G7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가 백스톱 조항에 관한 절충점을 찾아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8일 러시아 북서부 항구도시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해상 군사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숨진 5명 중 2명의 사망 원인이 방사선 노출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이번 사태가 ‘제2의 체르노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폭발이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 경쟁에 따른 것이어서 파장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사선 노출 질환으로 2명 사망” 21일 현지 독립 언론 노바야가제타 등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를 치료했던 익명의 의료진은 사망자 2명이 방사선 노출 질환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폭발로 인한 심각한 외상으로 숨진 나머지 셋의 사망 원인과 달랐다고 전했다. 방사선 노출 질환은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때 24시간 안에 구토, 적혈구 감소, 내출혈 등이 생기는 증세다. 의료진은 “피해자 2명의 체내에 축적된 방사선량이 매우 많았고 시간이 갈수록 방사선 노출 질환 증세가 악화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의 시신이 러시아 방사선 핵의학 분야의 핵심 기관인 모스크바 연방의학센터로 옮겨진 것도 이런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사고 지역에는 어떤 위험도, 방사선 증가도 없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럅코프 외교차관도 “서방의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라고 가세했다. 하지만 사고 지역의 방사선 관측 시설들이 13일부터 데이터 전송을 중단한 사실까지 드러나 당국의 고의 은폐 의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푸틴 “미국, 유럽에 순항미사일 배치 가능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 경쟁을 둘러싼 신경전도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루마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에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생겼으며 이것이 러시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유럽 등에 실제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폴란드 등에 배치 예정인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서 프로그램만 조금 변경하면 방어용 요격 미사일뿐 아니라 공격용 미국 미사일인 ‘토마호크’를 발사할 수 있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유럽 파트너들에게도 (MD 시스템에) 어떤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는지를 알려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새로운 지상발사형 미사일을 유럽에 당장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 경쟁은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은 이미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니컬러스섬에서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INF 조약 탈퇴 후 지속적으로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유럽은 물론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겠다고 강조해 왔고, 러시아는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국가는 우리의 잠재적 핵공격 목표”라고 맞대응해 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가 20일 사임을 공식화하면서 지난해 6월 출범한 ‘극우 포퓰리즘’ 연합정부가 1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연정 해체를 주도한 극우정당 ‘동맹당’ 소속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내각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높아 이탈리아가 정치적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이날 오후 로마 상원 의사당 연설에서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돼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주 전 연정 붕괴를 선언했던 살비니 부총리에 대해선 “개인과 당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불확실성에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연정의 한 축이던 ‘동맹당’의 살비니 부총리는 8일 연정 파트너인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의 갈라서기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고속철 사업, 세금, 난민 문제 등에 대한 두 당의 의견 차이였지만, 이면에는 살비니 부총리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오성운동과 결별한 후 10월 조기 총선이 치러지면 40%대 내외로 지지율이 급상승할 자신의 당이 손쉽게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의회에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정당이 없는 데다 정당 간 갈등이 심해 새로운 연정이 구성되지 못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살비니의 실수’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예상과 달리 오성운동이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연정을 만들려는 협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당은 앙숙이었지만 ‘적의 적은 동지’란 판단하에 ‘동맹당’ 견제에 뜻을 모은 것이다. 두 당이 새 연정에 합의하고 마타렐라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 오히려 ‘동맹당’이 내각에서 퇴출된다. 자연스럽게 살비니 부총리도 자리를 내놔야 한다. 이 때문에 새 연정 구성과 마타렐라 대통령의 판단이 어떻게 될지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지만 내각에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은 의회를 즉시 해산한 후 조기 총선을 실시하거나 새로운 다수정당 구성 가능 여부 등을 정당들과 협의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이 임시로 국정을 관리할 수도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영국 정부가 10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자국 내 EU 회원국 국민들의 자유로운 거주와 직업 활동의 자유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브렉시트가 이뤄져도 2년간 이동과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던 전임 내각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이어서 대규모 혼란을 예고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19일 브리핑에서 “현재 적용되는 이동의 자유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10월 31일부로 종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후에는 EU의 역내 무관세, 비자 정책 효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영국에 사는 EU 회원국 국민들은 즉시 별도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비자를 신청하지 않으면 이동과 거주 등 정착지위를 잃어 취업이 제한되고 의료보험 등 각종 사회제도의 혜택에서 배제된다. 총리실은 “새로운 이민규제 등 세부 내용을 현재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임 정부인 테리사 메이 총리 내각은 브렉시트 이후 혼란을 줄이기 위해 2년간 ‘이행기’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잇달아 부결시켰고,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가 집권하면서 기존 합의안이 완전히 폐기된 것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무모한 조치’라는 비판이 유럽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 체류 중인 EU 회원국 국민은 총 360만 명에 달한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전임 메이 총리 내각은 이들에게 영주권 신청을 하라는 권고 문서를 보냈지만 현재 100만여 명만이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 나머지 260만 명이 10월 31일까지 모두 비자를 신청해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EU와 영국 간 자유 통행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더스리밀리언’은 “수백만 명의 합법적 시민의 법적 지위를 하루아침에 박탈하고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존슨 총리는 이를 활용해 EU 회원국 압박에 나섰다. 존슨 총리는 19일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백스톱 조항(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통관 자유를 보장한 안전장치) 수정을 포함한 재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취임 후 처음으로 21, 2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24∼2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브렉시트 재협상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탈퇴할 것이기 때문에 우방국들과 파트너들이 입장을 수정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 정부가 자국 과학자들이 2월부터 외국인 과학자를 만날 때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침을 시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구소련 KGB(옛 소련 정보기관)에나 있을 법한 검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교육부는 ‘과학인 해외교류 권고안’을 만들어 과학자들을 제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자들은 최소 5일 전에 외국 과학자와의 만남을 정부에 알려야 한다. 또 해당 모임에 참석한 모든 과학자의 여권 사본도 제출해야 한다. 외국 과학자를 혼자 만나서도 안 되며, 꼭 다른 러시아 과학자가 동행해야 한다. 회의 때 무슨 말이 오갔는지를 이중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안은 저명 과학자 알렉산드르 프랏코프 박사가 13일 공개서한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이메일을 쓰거나 화상통화를 이용한 외국인 동료 과학자와의 대화도 보고해야 한다. 해외 과학자를 초대하면 그들의 휴대전화까지 검열하라는 논리다. 말도 안 된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생명정보학 전문가 미하일 겔판드 박사는 아예 “이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과학자들도 “국가 간 기술 유출이나 안보도 중요하지만 세계 과학인들 사이의 창의적이고 사적인 접촉은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속속 표명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러시아 당국은 “권고안에 불과하다”고 발뺌했다. 최근 최신 과학기술 유출 및 산업 스파이 문제 등이 심각해져 국제 관례에 따랐다고도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냉전 후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을 막아주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2일 폐기되자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등 최신 군사 기술의 서방 유출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강도 높은 검열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14일에도 미국 알래스카주 바로 맞은편 극동 러시아 지역에 단거리 핵미사일을 최대 12발을 투하할 수 있는 핵폭격기 TU-160 2대를 비행시켰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8일 러시아 북서부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뇨녹사 해상 군사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고로 18만 명이 거주하는 세베로드빈스크 일대에 심각한 방사능 유출도 발생했다. ‘제2 체르노빌’ 우려 및 러시아 당국의 은폐 의혹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 “러시아의 실패한 미사일 폭발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해 가고 있다. 우리는 더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국정연설에서 이번에 폭발한 ‘SSC-X-9 스카이폴’ 대륙간 순항미사일을 언급하며 “사거리가 사실상 무제한이고 지구 내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자랑한 것을 비꼰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이달 초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했다. 냉전 후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을 막아주던 INF가 와해되면서 신무기 개발 경쟁을 부추겼다.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무기를 장착한 수중 무인 잠수함을 개발 중이다. 음속의 5배, 즉 마하 5(초당 1.6km)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도 지난해 말 성공했고, 2020년 배치를 앞뒀다. 스카이폴 미사일을 개발한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사장은 12일 사고 희생자 5명의 장례식에서 “신무기를 하루빨리 완성하는 것이 고인들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사고와 신무기 개발의 연관성을 인정한 셈이다. 6월 미 공군도 마하 5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음속의 6배인 ‘마하 6’으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인기도 개발해 2030년 이전에 배치가 유력하다. 전자기파를 한곳에 모은 레이저 무기도 개발 중이다. 빛의 속도로 이동해 러시아 초음속 미사일에 대응이 가능하다. 8일 사고 지역 일대의 방사능 수준은 평상시의 20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날 이 지역에서는 30∼40분간 방사능 수준이 허용치(0.6μSv·마이크로시버트)의 3배 이상인 시간당 2μSv까지 올라갔다. 인테르팍스통신도 기상환경감시청 자료를 인용해 당일 낮 12시 반경 방사능 수준이 시간당 1.78μSv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인공위성은 사고 당일 이 지역에서 핵연료 및 폐기물을 운반하는 특수 목적선도 포착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위험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며 공포에 떨고 있다. 일부는 약국으로 달려가 피폭 위험을 줄여주는 요오드제를 사재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1986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화재 후 최악의 핵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8일 러시아 북서부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뇨녹사 해상 군사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고로 18만 명이 거주하는 세베로드빈스크 일대에 심각한 방사능 유출도 발생했다. ‘제2 체르노빌’ 우려 및 러시아 당국의 은폐 의혹도 커지고 있다.● 미-러 신무기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 “러시아의 실패한 미사일 폭발에 대해 많은 것들을 파악해 가고 있다. 우리는 더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스카이폴’ 폭발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시설 주변과 훨씬 더 먼 곳의 공기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좋지 않다”고 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국정연설에서 이번에 폭발한 ‘SSC-X-9 스카이폴’ 대륙간 순항미사일을 언급하며 “사거리가 사실상 무제한이고 지구 내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자랑한 것을 비꼰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달 초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했다. 냉전 후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을 막아주던 INF가 와해되면서 양국의 신무기 개발 경쟁도 뜨거워졌다.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무기 장착 수중 드론형 잠수함’을 개발 중이다. 음속의 4배, 즉 마하 5(초당 1.6㎞)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도 지난해 말 성공해 2020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카이폴 미사일을 개발한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사장은 12일 사고 희생자 5명의 장례식에서 “신무기를 하루빨리 완성하는 것이 고인들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사고와 신무기 개발의 연관성을 인정한 셈이다. 미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6월 미 공군은 마하 5 속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음속 6배인 ‘마하 6’으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인기도 개발해 2030년 이전 배치가 유력하다. 전자기파를 한곳에 집중시켜 고출력을 생성해 발산하는 레이저 무기도 개발 중이다. 빛의 속도로 이동하므로 러시아 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다.● ‘제2의 체르노빌’ 공포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8일 사고 지역 일대에는 방사능 수준이 평상시의 20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날 세베로드빈스크 일대는 30~40분 동안 방사능 수준이 허용치(0.6μSv·마이크로시버트)의 3배 이상인 시간당 2μSv까지 올라갔다. 인테르팍스통신도 기상환경감시청 자료를 인용해 당일 낮 12시 반경 방사능 수준이 시간당 1.78μSv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인공위성은 사고 당일 이 지역에서 핵연료 및 폐기물을 운반하는 특수 목적선도 포착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위험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며 공포에 떨고 있다. 일부 주민은 약국으로 달려가 피폭 위험을 줄여주는 요오드제를 사재기하고 있다고 현지 RIA통신 등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986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누출 사고 이후 최악의 핵 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10일(현지 시간) 동유럽 크로아티아 남동부 크르카 국립공원에서 부녀지간인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부와 유럽 매체 RTL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경 공원 안으로 흐르는 크르카강에 있는 목재다리 아래쪽 50m 지점에서 한국인 50대 남성 1명과 20대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확인 결과 이들은 부녀관계인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1명이 물에 빠진 뒤 다른 1명이 구하려고 들어갔다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사고 지역인 크르카강은 주변에 폭포가 있어 물살이 세고 수심도 약 3m에 달한다. 사망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12일 부검을 실시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0일(현지 시간) 동유럽 크로아티아 남동부 크르카 국립공원에서 부녀지간인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부와 유럽매체 RTL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 경 공원 안으로 흐르는 크르카강에 있는 목재다리 아래쪽 50m 지점에서 한국인 50대 남성 1명과 20대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확인 결과 이들은 부녀관계인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1명이 물에 빠진 뒤 다른 1명이 구하려고 들어갔다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사고 지역인 크르카강은 주변에 폭포가 있어 물살이 세고 수심도 약 3m에 달한다. 2016년 5월 싱가포르 관광객도 이 곳에서 익사하는 등 수 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12일 부검을 실시했다. 주크로아티아 한국 대사관은 “신원을 확인해 한국 가족에게 통보했다. 인근 스플리트에 파견 근무 중인 한국 경찰이 시신이 안치된 병원 등을 방문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1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4주째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선거 당국에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였지만 그 배후에는 2000년부터 약 20년째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과 피로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모스크바 시내에서 약 6만 명이 모여 공정선거를 촉구했다. 러시아 선거 당국이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것이 그 이유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중앙 의회에 진출한 4개 정당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를 제외한 무소속 후보는 시의회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선거구 유권자 3%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일부 무소속 후보가 제출한 유권자 서명이 가짜이거나 사망자의 서명으로 드러났다”며 유력한 야권 후보의 등록을 거부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시위 첫날에는 1만200여 명이 참가했다. 4주 차인 10일에는 6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브랸스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로스토프나도누 등에서도 시위가 열리는 등 장소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시위는 2011년 이후 러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정치 집회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위대는 ‘푸틴 타도’ ‘러시아에 자유를’ 등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 수백 명은 대통령 관저 크렘린궁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당국이 강경 진압을 시도해 이날 하루에만 모스크바에서 245명이 체포됐다. 7월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현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대통령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난해 27%에서 올해 38%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6월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연금법 개혁안을 발표한 후 민심 이반이 상당하다. BBC 러시아어 인터넷판은 9일 설문조사회사 ‘폼’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 지지도가 2001년(42%)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인 43%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합병 전까지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대로 고공행진했지만 이후 경제가 지지부진하자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 처음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당시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했다.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자신은 총리로 물러났지만 ‘상왕’ 노릇을 하며 사실상 집권을 계속했다. 그는 2012년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지만 3번 집권에 대한 금지 규정은 없다. 이를 노린 일종의 꼼수란 비판이 거셌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난해 3월 대선에서 다시 당선돼 4번째 집권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서 최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3연임을 금지한 헌법을 수정하는 개헌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은 올해 여름 독한 폭염에 시달렸다.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42.6도로, 1873년 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도 40도가 넘었다. 이런 무더위가 최근 독일에서 다소 생소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독일 의회에서 육류에 붙이는 부가가치세를 현행 7%에서 19%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일명 ‘고기세(Meat Tax)’다. 축산업계는 반발했다. 자칫 영양 섭취가 절실한 저소득층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 무더위가 이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독일뿐 아니라 영국, 덴마크, 스웨덴도 ‘고기세’ 검토에 나섰다. 무더위를 이겨낼 겸 삼계탕으로 영양 좀 보충하려 식당을 찾았는데 ‘고기세’가 있으니 돈을 더 내라고 한다면? 무더위보다 더 짜증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진다. 그만큼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고기를 먹는 즐거움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소는 사료를 먹으며 되새김질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장내 발효가 일어나 방귀를 뀌거나 트림을 하는데, 여기에서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지구온난화를 강하게 유발하는 메탄가스가 나온다. 돼지 분뇨를 처리할 때도 이산화질소가 나온다. 이 역시 온실가스다. 나아가 도축부터 포장, 유통, 조리까지 ‘고기 한 점이 내 배 속으로’ 들어오는 매 순간 에너지가 소비되고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조사 결과 육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항공, 항만보다 높은 수치다.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단순히 폭염에 그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2100년엔 해수면이 최대 230cm 이상 상승하고 수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고기를 먹고 있다. 식용 소는 연간 40억 마리, 닭은 230억 마리가 사육된다. 세금을 높게 부과해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시도가 나온 이유다. 이쯤 글을 쓰다 보니 “뭐, 그래서 고기를 먹지 말란 소리냐”, “고기마저 못 먹으면 무슨 낙에 사느냐”는 독자의 항변이 벌써부터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맞다. 살살 녹는 등심을, 맥주와 함께 목젖을 때리는 치킨을, 삼겹살과 소주의 120% 궁합을 어찌 포기하란 말인가. 그래서인지 ‘고기세’와 함께 ‘미래의 고기’ 개발도 유럽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중이다. 고기 맛이 나지만 고기는 아닌 대체육류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2040년경이면 육류시장이 식물성 고기(25%),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양육(35%), 도축된 가축고기(40%)로 3분할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구는 걱정되지만 고기는 참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진짜 고기와 똑같은 ‘미래의 고기’ 개발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불판 위 고기를 딱 3점만 줄여나가면 어떨까? 쇠고기 100g을 덜 먹으면 서울∼부산 거리(약 420km)를 자동차로 운전하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니 말이다.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이탈리아 연립정부를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과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고속철, 세금, 난민 등을 두고 극한 갈등을 겪고 있다. 두 당의 결별로 의회가 해산하면 약 60∼70일이 흐른 10월 초 조기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탄생한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이 불과 1년 2개월 만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에 따르면 7일 오성운동이 발의한 고속철도 사업 중단안이 의회 전체 315석 중 반대 181표, 찬성 110표로 부결됐다. 이 사업은 북부 산업도시 토리노와 프랑스 리옹 간 270km 구간에 고속철을 건설하는 대형 사업이다. 오성운동은 전체 구간 중 50km 이상이 알프스산맥을 관통하는 터널인 탓에 환경 훼손이 클 뿐 아니라 비용 대비 실효성도 떨어진다며 줄곧 반대했다. 반면 동맹은 경기 활성화에 꼭 필요하다며 강행을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일로 사실상 연정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평가한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 겸 부총리는 “오성운동이 고속철 사업에 계속 반대하면 조기 총선도 불사하겠다”고 줄곧 밝혀 왔다. 재산세를 둘러싼 갈등도 상당하다. 동맹은 재산세를 내려야 경기 부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성운동은 감세 규모가 약 10억 유로(약 1조3700억 원)에 달해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더 나쁘게 할 것이라며 맞선다. 11월 1일 취임할 새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및 난민 정책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동맹은 지난달 16일 EU 의회에서 새 집행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전 독일 국방장관을 반대했다. 반면 오성운동은 찬성했다. EU 집행부는 강경한 난민 정책과 탈EU를 외치는 동맹을 줄곧 비판해왔다. 두 정당의 정치철학 및 지지 기반이 워낙 달라 예견된 갈등이란 지적도 나온다. 동맹의 지지 기반은 저소득층, 남성, 농촌 유권자이며 오성운동은 대도시 젊은층이 주로 지지한다. 둘의 대립이 워낙 심해 주세페 콘테 총리가 “두 정당이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일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폐기한 후 양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사진)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미-러 간 갈등 조율이 향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헌츠먼 대사는 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10월에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헌츠먼 대사는 사직서를 통해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에 대한 신뢰를 보여줘 영광”이라면서도 “재임 기간 중 엄청난 직업상의 혼란을 겪었고, 세계에서 가장 금지된 환경 중 하나에서 일했다”며 재임 시절 어려움을 표시했다.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양국 간 간첩 논란, INF 조약 파기 등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헌츠먼 대사는 또 “러시아의 행위가 우리와 동맹을 위협할 때 러시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미국 국가 이익 사안에 있어 (러시아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인적 교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견제와 소통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밝힌 셈이다. 헌츠먼 대사는 2017년 10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으로 러시아 대사로 일했다. 그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주지사를 지낸 유타주로 돌아가 차기 주지사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헌츠먼 대사뿐 아니라 피오나 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 국장이 이달 중 물러날 예정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오후 2시. 프랑스 파리 19구를 관통하는 센강의 지류를 찾았다. 파리시가 센강 안에 조성한 ‘떠다니는 수영장(floating pools)’을 보기 위해서였다. 바로 센강 수질 복원의 희망을 담았다는 ‘바생 드 라 빌레트’다. 지난달 6일 개장한 이 수영장은 강에 있는 시설인데도 바닥이 있어 안전했다. 강물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과를 한 뒤에 쓴다. 수영장은 총 4개로 조성됐고, 길이와 수심은 각각 달랐다. 가장 큰 수영장은 길이 100m, 너비 16m였다. 수심이 약 40cm에 불과한 작은 수영장은 아이들에게 제격이었다. 이용료는 무료다. 수영장에서 만난 시민 에시나 씨(60·여)는 “예전에는 다 강에서 수영을 즐겼다. 강에서 에펠탑을 보는 게 파리지엔의 낭만이었다”며 “어렸을 때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좋다”고 활짝 웃었다. 》○ ‘파리의 하수구’에 돌아온 연어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센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흔한 일상이었다고 파리 시민들은 얘기하곤 한다. 센강에서의 수영이 금지된 것은 1923년부터였다. 산업 발전의 폐해로 각종 폐수가 유입돼 강물이 점차 오염됐기 때문이다. 이후 상당 기간 센강은 ‘파리의 하수구’로 불렸다. 강변을 산책하던 시민 낭시 씨(38)는 “한동안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1990년대부터 센강 정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각종 폐수 정화 시설에 투자했고 생활용수 및 폐수의 무단 방류에 대한 벌금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으로 2000년대부터 수질이 조금씩 나아졌다. 2009년에는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연어까지 등장해 시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시에 따르면 1990년대 센강에 서식하던 물고기는 장어 잉어 등 네 종류에 그쳤다. 수질 개선 노력이 계속되면서 현재 연어 송어 장어 등 31종으로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물고기가 서식하는 수질과 사람이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는 수질은 엄연히 다르다. 센강 수질 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업그레이드된 정책이 제시됐다. 파리시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깨끗한’ 센강을 목표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2024년 여름올림픽 개최와 함께 추진되기 시작했다. ○ 100년 만의 올림픽 파리는 2012년 올림픽 개최에 도전했지만 최종 투표에서 영국 런던에 4표 차로 패했다. 2017년 절치부심 끝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 2024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파리시는 당시 수영 종목 중 일부를 시청 앞 센강에서 치르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투표권을 지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환심을 샀다. 2024년 7월 26일∼8월 11일까지 열리는 파리 올림픽은 1924년 올림픽 이후 파리에서 꼭 100년 만에 다시 열리는 거대 스포츠 행사다. 2014년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안 이달고 시장은 “선수들이 강에서 안전하게 수영하려면 수질이 지금보다 훨씬 더 깨끗해져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2015년부터 ‘파리에서 수영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수질 개선 및 수영장 건설 사업에 나섰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향후 5년 안에 센강 전체 수질을 일반인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깨끗하게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연유로 탄생한 강 안 수영장은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전 유럽에 유례없는 폭염이 닥친 올해 여름에는 주말마다 수영장 입구에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다. ‘바생 드 라 빌레트’에서 근무하는 안전요원은 기자에게 “이용객이 너무 많으면 수질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한 번에 300명, 하루 1000명 정도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5년 안 수질 개선이라는 어려운 미션 파리시의 계획대로 5년 안에 강 전체 수질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까. 시 중심가를 관통하는 센강 중류지역은 여전히 ‘수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시청을 중심으로 센 강변 2km가량을 약 1시간 걸으면서 강을 살펴봤다. 육안으로도 물이 탁한 것이 보였고, 각종 이물질과 녹조가 가득했다. 최근 죽은 물고기 수백 마리가 센강에 떠올라 파리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제대로 정화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방류됐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19일에는 한 건설업체가 센강에 콘크리트 적재물을 몰래 버려온 사실도 드러났다. 파리 서쪽 공장들이 밀집된 지역은 여전히 센강을 언제든 오염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수질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이 안전하게 수영하려면 강물의 △대장균 △수은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총유기탄소(TOC)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미생물 분해에 필요한 산소량을 뜻하는 BOD는 L당 2mg 이하, 물속에 포함된 전체 탄소량인 TOC는 L당 3mg 이하여야만 안전하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강물에 녹조가 많이 생긴다. 인체에도 유해하다. 대장균은 100mL당 500개 미만이어야 한다. 그 이상이면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같은 이유로 수은도 물 kg당 0.3mg 미만이어야 문제가 없다. 넘쳐나는 ‘쥐’도 문제다. 수많은 대형 하수구에 아직도 쥐가 많다 보니 이들의 분변이나 시체가 오염시킨 물이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개인용 선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도 상당하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은 5년 내 ‘수영할 수 있는 센강’이란 시의 목표 달성을 회의적으로 보기도 한다. 광역권 인구 1100만 명, 연간 관광객 1000만 명이 찾는 거대 도시의 수질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2024년까지 최대 10억 유로(약 1조32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는 폐수 및 생활용수 처리장 관리, 강우 시 하수구 범람 방지, 분해시설 보강 등 오염원을 최대한 줄여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센강의 수질 복원 과정은 한강을 떠올리게 한다. 1950년대까지 한강에서의 수영은 서울시민의 일상이었다. 한강 역시 1960년대부터 오염으로 수영이 불가능해졌고,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상수원 개선을 목표로 한 팔당종합대책이 1998년 시행되면서 수질이 조금씩 개선됐다. 현재 서울 노량진을 기준으로 상류 일부 지역은 어느 정도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수질이 개선됐다. ○ 도시 디자인을 넘는 가치 추구 전문가들은 파리시가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들이는 이유에 단순히 올림픽이란 국제행사를 위해 센강 수질을 회복시키려는 것 이상의 함의가 담겼다고 강조한다. 환경 개선을 통해 사회의 질적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려는 유럽 선진국의 발전 방향성이 내포됐다는 뜻이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센강 수질 복원을 “(올림픽을 위한)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넘어 파리 시민과 자연이 다시 연결되기를 바라는 욕구를 보여주는 도시 혁명이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2, 3년간 프랑스를 포함한 전 유럽에서 환경 개선 문제는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10년 후 유럽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즉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과 자연이 흡수하는 양이 동일해질 정도로 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공해와 오염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 이를 반영하듯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환경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녹색당이 이전 선거보다 9.8%포인트 오른 20.5%를 득표해 돌풍을 일으켰다. 유럽 전문가 고주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는 “EU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과 도시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가 센강 수질 복원을 통해 유럽 선진국 중 이를 선도하는 위치에 서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누구나 한 번쯤 어릴 적 사랑에 빠졌던 ‘백설공주(Snow White)’는 실존 인물일까? 허황돼 보이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백설공주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18세기 귀족 여성의 묘비가 발견됐다. 이 묘비는 독일 남부 밤베르크에 위치한 디오세산 박물관에 전시됐다고 영국 BBC가 6일 전했다. 독일의 한 민가에서 발견된 이 묘비의 주인공은 독일 귀족 여성이었던 마리아 소피아 폰 에르탈이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독일 형제 작가 ‘그림형제’가 유럽 민담을 듣고 1812년 동화로 제작한 이야기다. 1937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됐다. 소피아와 백설공주는 공통점이 많다. 소피아는 1729년 6월 15일 독일 바이에른주 로어 암 마인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부모는 필리프 크리스토프 폰 에르탈 왕자와 그의 아내 폰 베텐도르프이다. 귀족인 소피아는 밤베르크에서 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로어 암 마인의 한 성에서 어릴 적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백설공주와 유사한’ 불행이 찾아왔다. 친어머니가 소피아의 10대 시절에 사망하자 아버지는 클라우디아 엘리자베트 마리아 폰 베닝겐 백작부인과 결혼했다. 새어머니가 생긴 것이다. 그녀는 의붓딸인 소피아를 미워하고 온갖 구박을 했다고 한다. 소피아가 살았던 성에는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말하는 거울’과 유사한 큰 거울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소피아가 자란 로어 지방은 유리 제품 생산지로 유명하다. 소피아 가족 역시 거울 공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성 인근에는 광산이 있었는데, 이곳은 터널이 작아 키가 아주 작은 광부들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광부들은 마치 ‘일곱 난쟁이’처럼 밝은색 두건을 썼다. 동화를 보면 백설공주가 산속에서 자신을 죽이려 한 악당들을 만난다. 소피아가 자란 로어 지방 일대 숲은 강도가 자주 출몰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는 치명적인 독을 품은 식물도 많다. 이 식물들이 ‘독이 든 사과’의 모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피아가 백설공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멋진 왕자를 만나는 ‘해피엔딩’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피아는 결국 의붓어머니에게 쫓겨나 여생을 영국에서 보냈다. 불의의 사고로 눈까지 먼 뒤 1796년 사망했다. 이후 그녀는 한 교회에 안치됐지만 이곳이 철거된 후 묘비가 사라졌다. 그러던 차에 최근 밤베르크의 한 집 근처에서 묘비가 발견된 것이다. 집주인이 묘비를 보니 ‘마리아 소피아 폰 에르탈’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이 박물관에 기증한 것. 홀거 켐켄스 디오세산 박물관 소장은 “동화라 당연히 허구적인 요소가 있지만 백설공주의 모델은 소피아라는 징후가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폐기 직후 동맹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시사하자 러시아와 중국이 강력한 군사적 보복을 예고하며 사전 경고에 나섰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5일(현지 시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국가는 우리의 잠재적 핵공격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미사일 배치 요청에 응하는 행동 자체가 러시아의 잠재적인 핵 목표가 되는 데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미사일을 배치한 미국의 동맹국을 몇 분의 비행으로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1987년 체결한 INF 조약이 2일 폐기되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3일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며 한국과 일본 등에 미사일이 배치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맞불을 놓은 것.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INF 조약에서 금지됐던 중·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한다면 러시아 역시 똑같이 금지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중국 문 앞에 배치하면 중국은 좌시하지 않고 대항(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푸충(傅聰) 중국 외교부 군비통제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일본 호주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중국의) 이웃 국가들은 신중하게 행동해 그들 영토 안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한국 일본 호주를 지목한 뒤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이들 나라의 국가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이런 위협은 한국에는 ‘제2의 사드 보복’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푸 국장은 대항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고 말해 군사·경제적 보복 조치를 모두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5일 오후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국가 이익이 손해 입는 걸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대응 조치 가능성이 나오면서 아시아 지역 내 군비 경쟁과 함께 신(新)냉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냉전 해체의 상징이던 INF 조약이 파기되면서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은 전했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그는 광활한 하늘을 날 때면 가끔 색명과 난독증으로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10대 시절을 떠올린다. 당시는 좌절이 컸지만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자신이 발명한 제트 추진식 비행보드, 일명 플라이보드를 타고 영불해협 횡단에 성공한 프랑키 자파타 씨(40)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자파타 씨는 지난달 25일 영불해협 횡단에 처음 도전했다 실패한 후 이날 두 번째 도전에서 성공했다. 이 비행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 자파타 씨를 ‘하늘을 나는 사나이’로 만든 건 그의 도전정신이라는 현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1978년 9월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 지역에서 태어났다. 노동자인 아버지와 미용사인 어머니를 둔 그는 평범한 아이였지만, 어릴 때부터 장난감은 물론 TV나 라디오 등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뜯어보고 분해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각종 제품을 분해해 안에 있는 작동원리를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파타 씨는 16살 때 학교에 적응을 못해 중퇴했다. 색맹이 심한데다, 난독증마저 생겨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황하던 그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은 우연히 아버지와 방문한 가게에서 제트스키를 발견하면서부터. 바다를 달리는 오토바이에 흠뻑 빠진 그는 매일 제트스키를 연습해 금세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기 시작했고, 결국 세계 챔피언이 됐다. 그는 이 때부터 큰 도전거리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자주 “난 멈추지 않는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2011년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 영화 ‘백투 더 퓨처2’에서 주인공 마이클 제이 폭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간 후 하늘을 나는 스케이트 보도를 타는 장면을 본 그는 “이것이 나의 미래다”라며 무릎을 쳤다. 하늘에 떠있는 보드를 만들게 된 계기다. 초기에는 수면 위에서 물을 빨아들인 후 내뿜어내며 하늘을 나는 도구를 개발했다. 이를 응용해 2016년부터 온전히 공중에서 나는 1인용 비행체를 개발에 몰두했다. 자파타 씨는 2당시 첫 개발된 플라이보드로 시험 비행을 하다 엔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 2개를 절단되는 사고까지 겪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총 15개에 이르는 시제품을 만들어가면서 플라이보드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자파타 씨는 끝내 플라이보드를 완성시켰다. 플라이보드에 비행기 엔진을 축소시킨 5개의 특수 소형 제트 엔진을 붙여 최고 190㎞로 하늘을 날 수 있게 했다. 연료는 탑승자가 등에 맨 배낭 같은 장비에서 공급되며, 방향장치를 손으로 작동하는 것과 동시에 스케이트보드처럼 몸 전체를 움직여 전후좌우로 이동한다. 이를 토대로 그는 소형 비행체 제작회사인 ‘Z-에어’도 설립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국방부에서 그의 회사에 130만 유로(약 17억 원)를 투자했다. 플라이보드가 군사 작전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지난달 14일에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린 프랑스 대혁명기념 행사에서 자신이 개발한 플라이보드를 타고 샹젤리제 상공을 날아다녀 대중 뿐 아니라 세계 군 기술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가 4일 플라이보드를 타고 영불해협 횡단에 성공한 것은 단지 기술적 요인만은 아니다. 플라이보드를 타려면 엄청난 하체 힘이 필요하다. 오로지 다리 힘으로 플라이보드 위에서 서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시속 140㎞로 하강하는 스키에서 버티는 것 이상의 하체 힘이 매 순간 필요했다. 자파타 씨가 하루도 빼지 않고 하체 힘과 허리힘 강화 훈련에 매진한 이유다. 그는 이날 영불 해협 횡단에 결국 성공한 후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는 하늘을 나는 플라이카를 만들겠습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존슨은 영국의 마지막 총리가 될 수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사진)가 지난달 29∼31일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 내 3개 자치정부 방문을 끝내자 현지 언론들이 이렇게 평가했다. 존슨 총리는 10월 31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앞두고 연방의 결속을 다지려 했지만, 오히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로 이뤄진 영국이 ‘공중분해’될 가능성만 더 키웠다는 의미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지난달 31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북아일랜드 5개 정당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후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메리 루 맥도널드 대표는 “영국이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통일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는 1921년 독립했다. 당시 영국계 신도가 많았던 북아일랜드 6개 주는 영국에 잔류해 지금의 북아일랜드가 됐다. 북아일랜드만 영국에서 유일하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해 있어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 및 통관 자유를 보장하는 안전장치)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오랜 난제인 아일랜드 통일 문제까지 다시 부각된 것이다. 아일랜드 통합 찬성자들은 브렉시트를 점점 더 지지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스코틀랜드 역시 29일 방문한 존슨 총리에게 “브렉시트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존슨에게) 스코틀랜드 국민은 자신들의 운명과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에도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반대 55.3%, 찬성 44.7%로 근소한 차로 부결됐다. 스코틀랜드 내부에서는 이미 독립 2차 투표 일정이 검토되고 있다. 유일하게 브렉시트에 찬성해 온 웨일스마저 ‘노딜’만큼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30일 웨일스를 방문해 브렉시트 이후 웨일스 농업이 더 번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반면 마크 드레이크퍼드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은 “일방적인 노딜 브렉시트 추진은 웨일스에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존슨 총리가 ‘영국’의 결속을 바라며 강행한 순방 일정이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017년 1월부터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로 재직 중인 불가리아 경제학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66·사진)가 국제통화기금(IMF) 차기 수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로이터 등이 전했다. 유럽연합(EU)은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두 차례의 표결을 통해 그를 차기 IMF 총재 선거를 위한 단일 후보로 확정했다. 프랑스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현 IMF 총재는 지난달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내정됐다. 그는 내정되자마자 “11월 1일 ECB 총재 취임 전까지 IMF 총재직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약 석 달간의 총재 공백 기간에 IMF와 세계은행 모두 미국의 영향력에 들어갈 것을 우려한 유럽이 서둘러 단일 후보 추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오르기에바는 1953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태어났다. 불가리아 국립세계경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도 연구했다. EU 예산 및 인적자원 담당 집행위원, 세계은행 부총재 등을 거쳤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 전역에 ‘최후의 항생제’마저 무력화시키는 슈퍼박테리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영국 BBC방송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유럽 전역 244개의 병원과 감염 환자들에 대한 공동연구를 실시한 결과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카바페넴’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들이 발견됐다. 슈퍼박테리아는 독성이 강해 현재까지 개발된 각종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세균을 뜻한다. 항생제 오남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확산된 슈퍼박테리아들은 상호 결합하면서 항생제 내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테리아 간의 섹스에 해당하는 접합(conjugation)을 통해 서로 다른 박테리아가 세포질 DNA인 플라스미드(Plasmid)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항생제 내성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통 박테리아일지라도 항생제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와 만나면 슈퍼박테리아로 변한다. 항생제 내성이 더욱 강화된 변종 폐렴간균이 급증하며 카바페넴마저 효과가 없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영국 생어연구소 소피아 데이비드 박사는 “확산이 빠른 데다 최후의 항생제마저 말을 듣지 않으니 문제가 심각하다”며 “특히 병원에서 사람들 간에 박테리아가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슈퍼박테리아 확산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나아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영국 항생제내성대책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라면 2050년 이후 세계에서 한 해 1000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으로 사망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콩고 지역에서는 지난해 8월 3일 처음 에볼라 발병 사례가 보고된 이후 에볼라가 빠르게 확산돼 우려를 낳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 한 해 민주콩고 북동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돼 1680여 명이 사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올 6월 국경을 넘어 우간다로 확산됐고 최근 민주콩고 동부 최대 도시이자 르완다와 국경을 맞댄 고마에도 번져 지난달 16일과 30일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WHO는 민주콩고 에볼라 사태를 사상 5번째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했다. 에볼라 발병 후 1년간 사태가 더욱 악화된 데는 민주콩고 주민들의 뿌리 깊은 정부 불신도 한몫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민주콩고 주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존재하지도 않는 바이러스 공포를 조작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고 있다”라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전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