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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pen)과 감옥(prison)은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언론의 헌신과 희생을 먹고 자란다는 뜻입니다. 더 이상 펜과 감옥이 친구가 아닌 날을 위해 이란과 한국이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시린 에바디 변호사(62)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8월 방한 때 환영만찬에서 축사를 했던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에바디 변호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오랜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한국의 대표 언론사를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어려움에 처한 이란의 현실을 동아일보가 자세히 보도해주는 것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에바디 변호사는 1970년 이란 첫 여성 판사에 올랐다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여성의 법관 임용이 금지되며 강제 해직됐다. 이후 정치범 변론 등 인권변호사로서 여성 및 인권 운동에 헌신해 왔다. 최근 이란 당국에 노벨상 메달까지 몰수당한 에바디 변호사는 아시아기자협회 등의 초대로 2박 3일 일정으로 1일 한국에 왔다. “메달 몰수도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란에서는 더 비참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저널리스트가 투옥됐으며, 북한 등과 함께 가장 언론통제가 심각한 나라다. 많은 이란 국민은 자유를 박탈당한 채 외딴 섬에 갇힌 기분을 느낀다. 한국인을 비롯한 세계의 도움이 절실하다.” 에바디 변호사는 특히 최근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깊은 근심을 드러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란 정부는 북한의 행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이는 양국 모두 국민들을 불행으로 이끄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팔레비 왕조와 현 정부를 비교하면서 “지금이나 그때나 이란 국민은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태형이나 돌팔매질 등 비인도적 법률이 그대로 자행된다는 측면에선 지금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나 역시 이란에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쓰개)’을 써야 한다. 히잡을 안 쓰면 곤장 800대의 체벌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란에서도 지금처럼 편한 복장으로 자유롭게 말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한국인들이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경험을 되살려 많은 도움을 주기 바란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프랑스 스페인은 위너(winner·승자), 이탈리아 불가리아는 루저(loser·패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위원장이 27일(현지 시간) 차기 집행위원단 구성을 발표하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내달 1일 리스본 조약이 발효된 뒤 유럽통합에 따른 굵직한 사안을 앞둔 EU로선 향후 5년간 집행위원의 주요 보직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각국의 이해득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주말판은 이번 새 구성을 ‘확연하게 엇갈린 승자와 패자의 처지’로 평했다. 활짝 웃은 나라는 프랑스였다. 미셸 바르니에 전 프랑스 외교장관이 ‘역내시장(Internal Market)’담당 집행위원에 지명됐기 때문. 유럽 시장정책과 은행감독은 물론 금융까지 총괄하는 자리를 놓고 영국과 프랑스는 마지막까지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스페인과 핀란드, 벨기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핵심 업무인 경제·통화 분야를 담당하던 호아킨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또 다른 요직인 경쟁(Competition)담당으로 옮겨갔다. 영국의 캐서린 애슈턴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놓고 경합했다가 패배한 핀란드의 올리 렌 확대담당 집행위원도 경제·통화 분야를 맡아 보상받았다. 내년 한국과 EU의 자유무역협정(FTA) 유럽의회 비준을 책임질 통상 분야는 벨기에의 카럴 더휘흐트 집행위원이 지명됐다. 속내가 쓰린 나라도 꽤 된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타자니 교통·운송담당 집행위원은 한직인 개발담당으로 밀려났다. FT는 “2011년 유럽중앙은행장을 노리던 이탈리아로선 뼈아픈 좌천”이라 평했다. 농업 개발 분야를 노렸던 불가리아의 루미아나 젤레바 집행위원도 국제협력·원조 분야가 만족스럽지 않다. 독일과 영국은 ‘루저’ 그룹엔 끼지 않았지만 딱히 승자라 부르기도 어렵다. 영국은 프랑스에 일격을 당했지만 애슈턴 고위대표가 버티는 데다 역내시장 분야의 부집행위원을 차지해 아쉬움을 달랬다. 독일은 핵심 분야인 에너지담당에 귄터 외팅거 집행위원을 배출했지만, 오랫동안 꿈꿔온 차기 유럽중앙은행장을 꿰차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중국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란 강력한 무기로 반덤핑 관세 등 미국의 압박에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한 온갖 값싼 제품이 미 소비경제를 쥐고 흔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10일)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난달 4일)가 각각 보도한 내용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미국 싱크탱크 외교관계협의회(CFR)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에서 실제 현실과는 다른 오해들이 ‘미신(myth)’처럼 번져 있다”면서 “특히 대표적 미신 4가지는 언론은 물론 경제 전문가도 ‘사실(fact)’로 착각하곤 한다.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4가지 미신은 다음과 같다. ① 미국은 중국 저가제품 의존도가 너무 크다. 절대 아니다. 물론 미국 전체 수입의 약 15%가 중국에서 건너온다. 의류나 직물, 장난감 등은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에 의존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중국 제품은 싸지만 최근엔 다른 나라 제품도 싼 게 나와 매력이 줄었다. 미국이 수입원을 다른 나라로 바꿔도 큰 무리가 없단 뜻이다. 오히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미국 경제 의존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② 중국이 미국의 주요 채권국이라 워싱턴이 행하는 중국 정책에 제한을 준다. 중국이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건 맞다. 중국은 현재 2조273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70%를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면 급격하게 달러화 가치도 떨어질 것이란 예상은 근거가 희박하다. 국제시장에서 미 국채의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이 미 국채를 내다팔 가능성도 희박하다.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요구에 맞대응할 카드를 버릴 까닭이 없다. 또 일부 국채를 팔았다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최대 달러 보유국인 중국의 손해가 제일 크다. ③ 중국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중국 당국이 자주 이용하는 논리다. 하지만 외부의 요구가 중국 경제에 인센티브로 작용해 왔음을 알아야 한다. 위안화 평가절상이나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는 그간 중국에 대한 해외 투자를 늘리는 등 중국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중국 위정자들은 이런 국제 상황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 ④ 중국 경제의 불안정은 중국은 물론 세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반쯤 맞다. 불안정은 부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긍정적인 효과를 낼 때도 많다. 여기에 불안정은 급격히 경제가 도약하는 나라라면 모두 거치는 과정이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중국도 경제체제가 고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도 중국 경제 불안정에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 경제란 생물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은데산조 “아내는 지금도 감동에 떨어” 18일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앞서 중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이복동생과 그의 아내를 만나 ‘핏줄의 기’를 살려줬다. 더타임스 온라인판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베이징에서 자신의 이복동생인 마크 오코스 오바마 은데산조 씨(43)와 그의 중국인 부인을 만났다. 스케줄상 겨우 ‘5분’밖에 허락되지 않았지만, 은데산조 씨는 매우 흡족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형은 다양한 목적을 갖고 중국에 왔지만 내 목적은 오로지 형에게 아내를 소개하는 것이었다”며 “형의 빅 팬인 아내는 지금도 (흥분으로)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오바마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공항에서 이뤄졌다. 은데산조 씨는 “공항에 내려 옷을 갈아입은 뒤 바로 우리 앞에 나타난 형은 우리 부부를 꼭 껴안아 줬다”며 “주로 가족에 대한 추억 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1월 대통령 취임식 때 백악관에 초대돼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으며, 당시 중국에 오면 아내를 만나주길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데산조 씨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가 1964년 대통령의 생모인 스탠리 앤 던햄과 이혼한 뒤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만난 세 번째 부인 루스 은데산조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미국 국적이며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중국에 정착한 뒤 지난해 허난 성 출신의 부인과 결혼했다. 그는 선전에서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지역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며 살고 있다. 은데산조 씨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뒤에도 외부 노출을 꺼려 왔으나, 4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나이로비에서 선전까지’를 출간하면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소설 속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알코올의존증 환자에 폭력적인 가장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건 숨길 일도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美언론 “탈레반보다 군부-반미의식 더 문제”‘파키스탄 핵무기 안전의 가장 큰 위협은 파키스탄 자체?’ 최근 파키스탄 내 핵시설 추정지역에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가 잇따르는 가운데 파키스탄 핵무기 보안을 위협하는 최대 불안 요소는 탈레반 같은 외부 무장세력이 아니라 내부 상황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 주간지 ‘뉴요커’는 16일 “파키스탄은 즉시 미사일로 발사할 핵탄두를 80∼100개나 갖고 있지만 관리에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정부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이 이달 “안전을 확신한다”고 거듭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첫 번째 위협은 핵무기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군부다. 현재 젊은 군인들 사이에는 반정부 반미의식이 넓게 퍼져 있다. 특히 탈레반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왜 우리가 국민에게 총을 겨눠야 하느냐”란 목소리가 높다는 것. 탈레반도 이들 불만세력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이들이) 가장 먼저 장악을 시도할 대상은 핵무기”라고 말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낮은 국정 장악 능력도 불안요소다. 그는 별명이 ‘미스터 10%’라 불릴 정도로 지지율이 낮다. 친미 성향인 그가 물러나고 반미 강경파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자르다리 대통령을 향한 불만이 반미감정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핵시설 안보 문제는 미국의 오랜 고민거리.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의 핵시설은 탈레반의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과의 공식적인 안전강화 협상은 최근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9·11테러 직후부터였다. 이 해묵은 협상은 지금도 답보 상태다. 9월 미 의회는 5년간 매년 15억 달러를 원조해주는 법안까지 통과시켰지만 소용이 없다. 파키스탄의 강경 자세에는 미국과 인도의 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파키스탄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자신들의 영원한 적국인 인도와 지나치게 가깝다. 특히 지난해 인도가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임에도 미국이 핵연료 및 기술을 이전하자 의심이 더욱 커졌다. 파키스탄 군 정보기관 ISI의 수장 하미드 굴 중장은 “핵 관련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면 (미국이) 곧장 인도에 넘길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더 난처한 건 미국이 핵 정보 공유를 강요할수록 파키스탄 내 불만세력의 목소리는 커진다는 점. 파키스탄 저널리스트 라히뮬라 유수프자이 씨는 “계속된 전쟁과 (미국의) 압력은 나쁜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더 오르면 누가 책임지나” 요지부동매각 땐 달러 가치 더 떨어질 수도다 팔아도 재정엔 별 도움 안돼국제 금값이 가파르게 올라 31.1g(1온스)당 1100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인 미국은 금을 내다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CNN머니가 최근 보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선물 금값은 14일 현재 온스당 1116.1달러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약 26%가 올랐고, 1년 전(약 740달러)보다는 50% 이상 뛰었다. 이러한 금값 폭등은 세계 각국의 ‘금 사재기’로 이어졌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금 400t 매각을 결정하자 곧바로 인도 중앙은행이 220t, 스리랑카가 5.3t을 사들였다. CNN머니는 “올해 2분기(4∼6월) 세계 중앙은행들은 12년 만에 금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미국의 금 보유량엔 역부족이다. 미 재무부는 모두 7414t의 금을 갖고 있다. 이는 나머지 세계 각국이 가진 보유량의 3분의 1 수준. 뉴욕 맨해튼 연방준비은행 수장고와 켄터키 주의 포트녹스의 금괴를 현 시세로 판다면 약 288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현찰을 거머쥘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금 방석’을 깔고 앉아 움직일 조짐이 없다. 엄청난 시세 차익도 유혹이 되지 못한다. CNN머니에 따르면 이는 심리적 요인을 포함한 4가지 이유가 작용한 결과다. 먼저 금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999∼2002년 재무장관 시절 정부가 보유한 금의 60%에 해당하는 400t을 팔아치웠다. 당시 매각 금액은 온스당 약 275달러. 10년만 참았다면 4배가량 받을 수 있었다. 경제학자 주디 셸턴 씨는 “올해 금을 팔았는데 내년에 온스당 2000달러로 오른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세계 정부가 금 모으기에 혈안인 상황에서 괜히 금을 풀었다간 미 국채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해외 중앙은행들이 자산 보유 구성에서 금 비중을 높이면 미 국채 비중은 낮출 게 뻔하다. 국채를 해외에 팔아 경기부양자금을 조달하는 미국으로선 달가울 리가 없다. 셋째, 금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금본위제도(Gold Standard)가 오래전 폐지됐어도 실물자산으로서의 위력은 여전하다. 괜히 금을 내다팔다가 안 그래도 심각한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보유한 금을 다 팔아도 미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울 수 없다.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1조7000억 달러에 이르고, 최근 쏟아 부은 경기부양자금 규모는 7870억 달러다. 잘 받아야 3000억 달러인 금값은 적은 액수인 셈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은 물론 10년 전 닷컴 버블 당시의 고점(高點)까지도 돌파하고 있다. ‘제2의 인터넷 버블’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IT산업의 부활엔 전에 없던 탄탄한 실적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여전히 고전하는 한국의 IT 벤처기업들은 어떤 시사점을 찾아야 할까.■ 타미플루 복용후 이상행동?… 부작용 논란 지난달 29일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14세 소년이 악몽을 꾼 뒤 갑자기 방충망을 뜯고 뛰어내렸다. 보건당국은 “한 번밖에 투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후생노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행동을 보인 167명 중 50%는 처음 약을 먹은 지 6시간 안에 부작용이 나타났다.■ 솜사탕보다 빨리 녹아버린 서울 첫눈 15일 새벽 서울 일부 지역에 아쉬운 첫눈이 내렸다. 이날 오전 2시 반경부터 약 30분간 중구 등 일부 지역에서만 내린 눈은 양이 적어 솜사탕보다 빨리 자취를 감췄다. 모두 잠든 시간,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한 연인들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세계서 金가장 많은 美, 왜 팔지 않나 국제 금값 1100달러(온스당) 시대를 맞이했다. 보관 중인 금이 있다면 지금 팔아 차익을 얻는 게 당연한 일. 하지만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인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2880억 달러라는 엄청난 현찰을 챙길 수 있지만 풀 기미가 없다. 왜 금을 틀어쥔 채 움직이지 않을까.■ ‘꽃동네’ 7만 포기 김장 현장 가보니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2000여 명의 가족이 겨우내 먹을 김치는 7만 포기. 예년에는 김장을 하는 2주 동안 봉사자 2000여 명의 도움을 받았지만 올해는 신종 인플루엔자 여파로 많이 줄었다. 14일 포스코, 하이닉스 사원과 한국교원대 학생 100여 명이 이곳에서 6000포기의 김치를 담그며 마음을 나눴다. 그 현장을 스케치했다(사진).■ 인천대교-경춘고속도로 실제 주인은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와 최근 개통한 서울∼춘천 고속도로. 정부가 민간자본을 끌어다 지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들이다. 그렇다면 이들 시설의 실제 주인은 누굴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간투자사업 15년의 투자성적표를 들여다봤다.}
■ 주술사가 말하는 ‘종말의 예언’“금광 개발-군부대 주둔-신종플루로 생존위협10년새 인구 2만명서 1만2000명으로 격감당신들 인류때문에… 우리 인류가 죽어간다” “야노마미(Yanomami)는 지금 시들고 있소. 당신들의 개발이, 정치와 바이러스가 우릴 죽이고 있소. 하지만 명심하시오. 우리의 죽음은 자연이, 이 세상이 무너진단 뜻이오. 그 대가는 결국 당신네가 짊어질 것이오.” 그의 영어는 어눌했다. 긴 여행을 한 피로 탓인지 숨찬 기색이었다. 하지만 눈빛은 맑고 묵직했다. 생뚱맞지만 진리를 설파하듯이. 야노마미의 주술사 다비 코페나와는 단호하게 세상의 종말을 예언했다. 지난달 29일 영국 시사월간지 ‘뉴인터내셔널리스트’ 기자가 만난 코페나와는 도움을 구걸하러 영국 런던에 온 게 아니었다.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서 부족의 경고를 전하러 먼 길을 왔다.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며 원시생활을 고집하는 야노마미는 왜 세상에 화가 났을까. 최근 뉴인터내셔널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한 내용을 코페나와의 음성으로 재구성했다. “맞소. 당신들 눈에 우린 미개해 보일 수 있소.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접경지역 아마존 밀림에 사는 야노마미는 수렵과 채집으로 먹고사오. 옛 선조, 아니 당신들이 원시인류라 부르는 조상이 살던 방식으로. 그래서 본래 야노마미란 ‘인류(human being)’란 뜻이오. 우리가 세상에 알려진 건 1960년대였소. 깊은 밀림에서 자급자족하던 야노마미를 인류학자와 광산업자들이 굳이 찾아냈소. 그러고는 원형 인류니 청정 부족이니 멋대로 불러댔소. 그때 이미 우리의 어둠은 시작됐는지도 모르오. 첫 번째 불행은 금광이었소. 1960년대 당시도 무분별한 채굴은 우릴 힘들게 했지. 브라질 정부 규제로 잠잠해지나 했더니 다시 기승을 부렸소. 최근 당신네 금값이 많이 올랐다죠? 정부에 따르면 지금 아마존엔 불법 광산업자가 3000명이 넘소. 위치를 들킬까봐 쏴대는 총포에 맞는 건 논외로 칩시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밀림을 파헤치고 나무를 잘라내오. 우리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소. 정부도 우리 편이라 할 수 없소. 사실 우리에게 국경은 아무 의미도 없소. 하지만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미국이 사이가 좋지는 않은가 봅디다. 밀림을 통해 자원을 얻고 물자가 이동하는 걸 못마땅해한다고 하오.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브라질은 몇 년 전부터 접경지대에 군대를 주둔시켰소. 우리 마을 근처에만 장벽을 세 개나 쌓았다오. 군홧발에 동물들은 떠나고 강물은 더러워졌소. 군대는 또 다른 문제도 야기했소. 혈기왕성한 군인들이 선물로 유혹해 야노마미 여인들과 성관계를 맺고 있소. 강간도 비일비재하오. 우리 아랫마을엔 2∼3년 새 18명의 사생아가 태어났소. 문제는 브라질 법이 이 아이들을 원주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요. 우리와 함께 살 권리를 뺏고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소. 결국 이들은 밀림 밖으로 떠나가오. 게다가 최근엔 당신네 전염병마저 몰아닥쳤소. 신종 플루 말이오. 지난달 우리 부족은 7명이나 목숨을 잃었소. 환경단체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벌써 1000명이나 감염됐다고 하오. 우린 외부 질병에 약해요. 1990년대에도 말라리아가 유입돼 수백 명이 사망했소. 이제 야노마미는 버틸 힘이 없소. 21세기 초만 해도 우린 2만 명이 넘었소. 하지만 지금은 1만2000명으로 줄었소. 어쩌면 다음 세대에 우린 역사책에나 있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과연 우리 부족만 사라지는 걸로 끝날까? 앞에서도 말했죠? 야노마미는 인류를 의미한다고. 지금 인류가 죽어가는 것이오. 당신들, 인류 때문에 말이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녀의 용기는 모든 미국인에게 자부심을 안겨줬다.’(8일·미 일간지 보스턴글로브) 두 딸의 엄마인 30대 여성 경찰이 5일(현지 시간) 군인 13명이 숨져 ‘미군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라 불리는 포트후드 기지 참사사건의 범인을 거의 혼자서 진압한 사실이 알려지며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주인공은 포트후드 기지에 있는 민간 경찰서 특별기동대(SWAT) 소속인 킴벌리 먼리 경사(34). 그는 사건현장에서 총격전을 벌이며 총기난사범인 니달 말리크 하산 육군 소령(39)을 검거했다. 범인이 쏜 총이 정강이와 허벅지에 두 발이나 맞았으나 끝까지 총을 쏘며 범인을 제압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먼리 경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엔 변변한 지원 병력도 없었다. 차량정비소로 가던 길에 경찰 무선을 통해 사건을 접한 그는 현장에 출동하자마자 권총을 든 하산 소령이 한 부상병을 쫓고 있는 광경과 맞닥뜨렸다. 먼리 경사는 지체할 틈 없이 권총을 빼어들고 차와 빌딩을 방패삼아 범인과 일대일 총격전을 벌였다. 먼리 경사도 총에 맞았지만 가슴 등에 네 발을 맞은 범인이 먼저 쓰러졌다. 이후 총격전 도중 도착한 지원 병력과 함께 하산 소령을 붙잡았다. 160cm가 채 안되는 키에 가냘픈 체격인 먼리 경사는 고향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경찰에 몸담았을 때부터 여걸로 유명했다. CNN 등에 따르면 11세에 사냥을 배워 총에 능숙해 사격교관을 지냈다. 남성 동료를 폭행한 거구의 괴한을 혼자 쓰러뜨려 ‘슈퍼 여경’이란 별명도 있다. 이후 군에 투신해 복무하던 중 특수부대 요원인 현 남편을 만났고 지난해 경찰에 복귀했다. 최근 남편이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로 전근 명령을 받아 조만간 고향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슬하엔 15세와 2세인 딸이 있다. 미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먼리 경사가 성공적으로 범인을 제압한 배경엔 ‘버지니아공대 사건 매뉴얼’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7일 전했다. 2007년 이민자 조승희가 총기를 난사해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지원 병력을 기다려야 하는 수칙(protocol)에 얽매여 범인을 제압할 기회를 놓쳤다. 이후 범인이 총을 든 상황에선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대응하도록 수칙이 바뀌었다. 먼리 경사의 동료인 척 메들리 응급팀장은 “수칙이 고쳐졌다 해도 용기와 기술 없인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먼리 경사가 완벽하게 경찰수칙을 따른 것만도 아니었다.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미국 군대와 경찰 지침엔 전투 상황에서 여성은 최일선에 나서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총명한 그가 어리석은 지침을 깨뜨림으로써 얼마나 많은 인명을 구했는지 보라”고 찬사를 보냈다. 먼리 경사는 범인을 제압한 뒤 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의식을 찾은 뒤 “군인들이 얼마나 다쳤느냐”고 물은 뒤 자신의 가족과 동료들에게는 자신이 ‘괜찮다’는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나머지 총알 파편을 제거하는 재수술을 앞둔 먼리 경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몇 사람의 인생을 살렸을 수도 있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고 올렸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내가 한국인만 너무 좋아했나.’ 미국 부동산 재벌이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에 주로 한국인 세입자만 받고 흑인이나 중남미 출신을 거부해 오다 300만 달러에 가까운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 구단주인 도널드 스털링 씨(76·사진)가 연방 법무부가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 합의하는 대가로 272만5000달러(약 32억2000만 원)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스털링 구단주는 로스앤젤레스 안팎에 5000여 가구가 살 수 있는 119동의 임대아파트를 가진 부동산 재벌. 이 가운데 한인 타운에 자리한 아파트에 한인은 세입자로 잘 받아주면서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이가 많은 가족에게는 임대를 꺼려 법무부가 2006년 소송을 걸었다. 스털링 씨는 그간 혐의 내용을 적극 부인해 왔으나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며 합의 의사를 밝혔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그대로 확정되면 합의금은 미 법무부가 공정주택법의 세입자 차별 조항을 근거로 제기한 소송 가운데 역대 최고금액으로 기록된다. 정부 벌금 10만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입주 차별 피해자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토머스 페레즈 법무부 인권국장은 “이번 합의는 인종차별로 주택 세입자에게 상처를 주는 모든 건물주에게 정부가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한편 미 언론은 스털링 구단주가 한편으로는 많은 자선과 기부로 흑인 인권단체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10년간 이번 사건과 비슷한 소송에 여러 차례 시달리고 성희롱 혐의로도 2번이나 피소되는 등 속을 알 수 없는 ‘이중 행보’를 보여 왔다고 전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굴착기,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분야 세계 3위인 스웨덴 볼보건설기계의 경영혁신은 한국법인의 석위수 사장이 이끌고 있다. 석 사장이 주도한 경남 창원 굴착기 공장의 혁신활동이 볼보그룹의 글로벌 표준으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이런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볼보그룹코리아의 첫 한국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생산혁신, 빠른 의사결정, 분명한 커뮤니케이션이 그가 말하는 ‘창원식 경영’의 핵심이다. 한국, 아프리카 외교 업그레이드‘암흑의 대륙’으로 불리던 아프리카가 이제 주요 선진국들이 각축을 벌이는 외교 경쟁무대가 되고 있다. 한국도 23∼25일 제2차 한-아프리카 포럼을 계기로 본격적인 아프리카 끌어안기 외교를 벌인다는 각오다. 특히 이번 포럼에선 차별화된 아프리카 접근 전략을 선보이겠다는데…. 대통령 울렸던 장애인합창단 눈물쏟은 사연감동적 화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울렸던 중증 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사진)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울고 말았다. 마스크를 쓰고서도 연습을 계속했는데 신종 플루 때문에 결국 정기 공연이 취소됐기 때문. 이 무대에서 독창하려고 한 곡을 1년 내내 부르고 또 부른 한 소년의 실망이 가장 커보였다.유심칩 도용, 휴대전화 문자 훔쳐봐애인이나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된다며 뒷조사를 의뢰한 고객들에게 유심(USIM)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복제하는 수법으로 문자메시지를 훔쳐볼 수 있게 해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손톱만 한 크기의 유심만 있으면 누구의 전화기도 복제할 수 있었다.美서 한인 세입자 선호하다 거액 배상금‘집주인은 한국인을 좋아해∼.’ 미국의 한 부동산 재벌이 인종차별로 300만 달러에 가까운 합의금을 물게 됐다. 세입자로 유독 한국 사람만 입주시키고 흑인이나 중남미 출신, 아이가 많은 가족에게는 임대를 꺼린 혐의다. 태양전지 출혈경쟁… 치킨게임 되나‘화석 연료의 시대는 가고 태양광 연료 시대가 온다.’ 거스를 수 없는 이 흐름에 국내 기업들도 앞 다퉈 뛰어들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전지.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국내 기업 간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이폰 신드롬, 중국에선 안 먹히네.' 올해 7~9월에도 세계에서 750만 대 이상 팔린 미국 애플사의 인기 스카트폰인 '아이폰'이 중국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 아이폰 판매사 '차이나 유니콤'은 3일 "지난달 30일 중국내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 가입자가 현재 5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07년 6월 미국에서 첫 출시했을 때 이틀 만에 14만6000대가 팔렸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아이폰의 중국 판매 저조는 발매 첫날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출시 당일 베이징의 아이폰 행사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 세계에서 출시 때마다 고객이 밤을 새 줄을 서던 장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애플 전문 인터넷언론 '애플 인사이더'는 "당초 내년까지 중국에서 2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55만 대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판매부진의 원인을 중국의 엄청난 '그레이마켓(gray market·암시장)' 탓으로 보고 있다. 소위 '짝퉁'이나 해외에서 밀반입한 아이폰이 이미 대량으로 중국 내에 풀렸다는 것. 비즈니스위크는 3일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13%를 소화하는 중국 그레이마켓이 지난해부터 정품보다 거의 40%나 싼 가격에 아이폰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폰 정품이 워낙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출시 가격은 6999 위안(약 121만 원)이다. 800달러(약 94만 원) 정도에 팔리는 홍콩보다 거의 26%나 비싸다. 차이나 유니콤 측은 "중국 정품은 최고급 사양에 세금이 포함된 가격"이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정양환기자 ray@donga.com}
‘독일 경제의 대(大)부양책, 도전인가 도박인가.’ 9월 총선 승리로 우파 연립정부를 구축하게 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조국의 명운을 좌우할지도 모를 ‘경제 도박’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총리가 추진하는 ‘연정 합의안’대로 간다면 2010년부터 경제회생 자금이 독일 역사상 최대의 재정적자를 감수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메르켈 총리가 이미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으로 구성된 우파 연정회의에서 경제 부양책의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2일 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는 2013년까지 조세감면 등을 통해 해마다 240억 유로(약 41조9000억 원)를 시장에 풀 계획이다. 국내총생산의 1%에 맞먹는 엄청난 규모다. 합의안이 그대로 이뤄진다면, 연방정부의 이듬해 재정적자는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1·2차 경기부양자금 투입과 맞물려 1000억 유로에 육박할 수 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극심한 ‘통합비용’ 지출에 허덕였던 1996년에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400억 유로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메르켈 총리의 행보에 대해 ‘담대한 도박(Bold Gamble)’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평소 가정주부를 자처하며 안정된 경제관을 펴왔던 지론과도 맞지 않으며 미국발 경제위기를 두고 “미국과 일부 유럽 행정부의 어리석은 경제 팽창주의가 불러일으킨 참사”라 비난해왔던 행보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부양책은 메르켈 총리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고민의 결과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특히 의회가 사사건건 부양책에 시비를 걸었던 지난 임기 때부터 총리는 연정을 이룬 뒤 특단의 조치를 취할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정 핵심관계자는 “총리는 단지 정부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독려한다고 경기가 회생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게르트 랑구트 전 기민당 총재도 “(이번 부양책이)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아 보여도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총리의 기본 취지와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현재로선 합의안이 그대로 실행될지 의문이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지난주 “정부는 재정적자 감소를 선결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부양책을 비판했다. 미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도 “경기 부흥에 단기적으론 도움이 될지 몰라도 길게는 더 큰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르사(Forsa)에 따르면 국민 여론 역시 22%만 찬성할 뿐 69%가 “위험한 전략”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정 부는 오늘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레드·Red)’ 단계로 높인다. 2006년 8월 전 세계적인 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국가전염병재난단계가 만들어진 뒤 ‘심각’ 단계가 선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심각 단계가 되면 정부는 중앙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감염자 관리에 나서고 스포츠 경기나 전시회 등 대규모 행사 자제령을 내릴 수 있다.[관련기사] ■ MB물가 1년반 새 5.8% 올랐다는데…서민생활과 직결돼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히 챙기겠다고 약속한 이른바 ‘MB물가’는 실제로 얼마나 올랐을까. 정부 관리대상으로 지정된 52개 실생활 관련 품목의 지난해 3월 이후 물가 추이를 분석해 봤다. 실망스럽게도 일반 소비자 물가보다 오히려 더 오른 품목이 많았다. 상승폭이 20%를 훌쩍 넘은 품목도 수두룩했다.[관련기사] ■ 무지개 닮은 다문화 아이들의 희망 노래 남산 위에 무지개가 떴다. 1일 오후 서울 남산 아래 국립극장에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이 ‘드림하모니 합창제’를 열었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 7개국 다문화가정 어린이 33명으로 구성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의 공연도 무지개처럼 일곱 빛깔 하모니였다.[관련기사] ■ 獨메르켈, 경기부양 ‘대담한 도박’ 9월 총선 승리로 우파 연정 구축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대담한 도박’을 준비 중이다. 엄청난 재정 적자도 불사하고 사상 최대의 경기 부양책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평소 안정주의자를 자처했던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재정에 대해 보수 성향이 강한 독일에서 과연 그녀의 도전은 받아들여질 것인가.[관련기사] ■ 두 화가 ‘그림의 길’ 그리다‘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져 온 김홍주 씨와 그림이 갖는 변혁의 힘을 탐구해 온 최진욱 씨. 회화의 타성과 기존 관습에 딴죽을 걸어 온 이들이 개인전을 열고 있다. ‘회화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전시들이다.[관련기사] ■ 재계 3세들 “네트워크는 나의 힘”서울 영등포 쇼핑몰 타임스퀘어의 성공에는 재계 3세 경영인들의 협력 경영이 큰 힘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1960, 70년대에 태어나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친분을 맺은 3세 경영인들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윈윈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융합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이지만 개척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관련기사]}
호세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57)을 권좌에서 쫓아낸 6월 쿠데타 이후 혼란을 겪어왔던 온두라스가 정국 불안을 끝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팽팽히 맞서왔던 현 과도정부와 셀라야 전 대통령 측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로베르토 미첼레티 임시대통령(66)은 29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양측 협상대표가 최종 합의안에 서명하기로 했다”며 “그간의 교착 상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음을 밝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첼레티 대통령은 “현 정부가 협정 타결을 위해 ‘중대한 양보’를 했다”며 “해외 강대국들이 쿠데타 이후 가했던 제재 및 원조 중단도 해제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최종 협상안의 골자는 셀라야 전 대통령의 권좌 복귀 기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간 현 과도정부는 셀라야 대통령의 축출을 결정했던 대법원이 그의 복귀 역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안에서 대법원은 복귀 여부에 대한 권고안만 내고 의회가 권고안을 투표해 최종 결정하게끔 완화됐다. 또 과도정부와 전 정부가 권력을 분담해 공동정부를 수립한 뒤 다음 달 29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 이 결과에 따를 방침이다. 셀라야 대통령 측도 “대통령 직에 복귀할 것을 낙관한다”며 합의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국과 중남미 국가 등도 환영을 표시했다. 온두라스의 회원국 자격을 무기한 정지시켰던 미주대륙 34개국 협의체인 미주기구(OAS)는 “온두라스와 온두라스 민주주의에 모두 이득이 되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을 방문 중이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두 대통령과 온두라스 국민의 ‘역사적 합의’를 축하한다”며 “라틴아메리카에서 민주주의 질서가 무너진 뒤 협상과 대화로 위기를 극복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 AP통신은 “셀라야 대통령의 권좌 복귀에 여전히 찬성하지 않는 대법원의 태도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의 투표 결정이나 다가올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도 정국 안정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온두라스는 자신의 집권을 늘리려 개헌 국민투표를 시도한 셀라야 대통령에게 대법원이 반기를 들면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당시 해외로 쫓겨났던 셀라야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비밀리에 수도 테구시갈파로 돌아와 브라질대사관에 머물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차별(Gender Gap) 지수 2009’에서 한국이 전체 134개국 가운데 115위에 머물렀다. WEF가 해마다 발표하는 이 지수는 각 나라의 양성평등 수준을 수치로 계량화해 교육 보건 고용 정치 등 4가지 부문에서 0(완전 불평등)∼1(완전 평등) 사이로 점수를 매긴다. 27일 발표된 한국의 올해 점수는 총 0.6146점. 보건 부문은 80위(0.9730)로 그나마 나은 편이나 고용(113위)과 정치(104위), 교육(109위)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 한국은 2006년 92위였으나 해가 갈수록 97위(2007년), 108위(2008년)로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여성 정부수반 재직기간 30위, 유사직업 임금평등 109위, 초등교육 등록 120위, 출산성비 116위, 여성의 정부각료 진출 124위 등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양성평등이 완전히 이뤄진 국가는 없었지만 0.828점을 얻은 아이슬란드가 1위를 차지했다. 2∼4위도 북유럽의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이 차지했다. 필리핀(9위)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중국(60위)과 일본(75위)도 한국보단 훨씬 높았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최하위 예멘을 비롯해 파키스탄(132위), 사우디아라비아(130위) 등 거의 이슬람 국가들이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6월 25일 세상을 떠난 미국 팝가수 마이클 잭슨(사진)이 죽은 뒤 벌어들인 수익이 9000만 달러(약 1000억 원)라고 미 경제지 포브스가 27일 보도했다.포브스는 해마다 이맘때쯤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돈을 번 사후 고소득자 10’을 발표한다. 잭슨은 집계 기간이 4개월에 불과하지만 3위에 올랐다. 그의 음반은 사망 직후부터 미국에서만 590만 장이 팔렸다. 북미, 유럽, 호주 일대에선 그의 노래가 560만 번이나 인터넷 다운로드됐으며 전화벨 소리로만 50만 개 이상 팔렸다. 포브스는 “조만간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This Is It)’도 개봉할 예정이어서 수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이번 조사에서 1위는 지난해 6월 타계한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로랑. 1년 동안 3억5000만 달러를 번 것으로 집계됐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의 음악을 만든 전설의 명콤비 ‘로저스 & 해머스타인’(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은 2억3500만 달러로 2위에 올랐다. 이 밖에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4위·5500만 달러)와 ‘반지의 제왕’ 작가 J R R 톨킨(5위·5000만 달러), 가수 존 레넌(7위·1500만 달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9위·1000만 달러)도 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1위는 엘비스 프레슬리(5200만 달러)였다. 정양환 기자}
TV 리얼리티 쇼가 도덕불감증 부추겨평범한 사람들까지 거짓말 행렬에 가세해맑은 눈빛의 어린 꼬마, 인종차별 피해자라고 말하는 흑인 여성, 전쟁에서 다쳤다고 동정을 구하는 상이용사….미국 사회에서 기존 가치관으로 보면 진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평범한 사람의 말들이 거짓말로 들통 나고 있다. 더구나 TV쇼 출연이나 콘서트 티켓 같은 ‘시답지 않은 이유’로 사기극을 벌여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내에서조차 ‘Hoax(날조)’와 ‘Ville(타운이나 시티)’을 합쳐 ‘날조 공화국(Hoaxville USA)’이라는 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누구도 진실하지 않다15일 미국은 물론 세계를 들쑤셨던 가짜 ‘열기구 소년 사건’은 팰컨 힌 군의 가족이 TV 출연을 목적으로 꾸민 일로 드러났다. ▶본보 17일자 A15면 참조 TV 리얼리티 쇼 ‘아내 바꾸기’에 출연한 경력이 있던 팰컨 군의 부모는 아이들과 예행연습까지 했다. 짐 올더던 지역 보안관은 “공모 및 청소년 이용 범죄 등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며 “최대 징역 6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민감한 흑백갈등에 대한 토로도 허위로 드러났다. 2007년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사건 피해자인 흑인 메건 윌리엄스 씨가 주인공. 당시 20세였던 그녀는 남자친구를 포함한 백인 남녀 7명이 자신을 납치해 고문했다고 폭로했다. 온몸이 멍과 면도날 자국으로 뒤덮였으며 쥐와 사람 배설물까지 먹어야 했다고 울부짖던 모습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가해자로 지목된 7명 가운데 6명이 유죄를 받았다.하지만 23일 윌리엄스 씨가 진술을 180도 뒤집으며 미국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남자친구에게 한 대 맞은 게 분해 거짓말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윌리엄스 씨의 어머니(사망)는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며 딸을 꼬드겼다고 한다.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직업인 해병대원까지 날조 시리즈에 동참했다. 버지니아 주 콴티코 해병대기지에 복무하는 데이비드 버드워 상사(34)가 사기죄 등으로 붙잡혔다고 AP통신 등이 21일 전했다. 버드워 상사는 이라크전쟁으로 불구가 된 전쟁 영웅인 척하면서 2년 동안 온갖 ‘사회적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다. 그가 받은 편의란 대체로 쓴웃음이 나오는 내용이다. 록 콘서트나 메이저리그 상이군인 우대티켓을 구하거나 연금매장에서 가전제품을 좀 더 할인받았다. 군복에 달았던 표장이나 훈장도 손수 만들어 붙였다. 그러나 버드워 상사는 아프가니스탄에 잠깐 파병되었던 적은 있으나 후방에 있었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통신병으로 복무 기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다친 적도 물론 없다.○ TV가 부추긴 도덕불감증평범한 사람들이 엄청난 거짓말로 사회를 뒤흔들자 미국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16일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외치던 미국이 혹스(Hoax) 아메리카나로 전락했다”고 탄식했다.잦은 거짓말이 이어지자 진실도 의심받는 풍조가 만연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 지역신문 ‘샌프란시스코 비즈니스타임스’는 최근 사회에 퍼지고 있는 ‘신종 플루 조작설’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최근 신종 플루가 정부나 기업의 음모라는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숱한 거짓말에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월간지 네이션은 이를 ‘날조공화국 신드롬’이라 부르며 “TV 리얼리티 쇼가 범람하며 거짓말이라도 대중의 관심만 끌면 된다는 도덕불감증이 일반인에게도 확산됐다”고 지적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부모 “딸 잃는 것보다 꿈 꺾는 게 더 잔인”왓슨 양 4만2596km 장정 올라 ‘10대 소녀의 단독 항해, 위대한 도전인가, 무모한 시도인가.’ 호주 16세 소녀의 나홀로 요트 세계일주가 18일(현지시간) 닻을 올린 뒤에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아름다운 청춘의 특권이란 지지와 청소년의 설익은 과욕이란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연소 ‘도움받지 않는 항해’란 기록에 도전한 이는 호주 퀸즐랜드 주 선샤인코스트에 사는 제시카 왓슨 양(16). 18일 오전 9시경 시드니항을 떠난 그는 혼자 선체 길이 10m의 개인 요트를 타고 장정에 올랐다. 피지와 사모아를 거쳐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 총 4만2596km를 도는 바닷길로 완주에 8개월 이상 걸린다. 왓슨 양의 원대한 포부는 출발 전부터 화제였다. 예쁜 미소를 가진 당찬 소녀에게 언론은 물론 젊은층의 관심이 쏟아졌다. 8세부터 항해술을 배워 지금까지 8000여 km나 배를 몰았다는 경력도 알려졌다. 독서와 요리, 초콜릿을 좋아하는 그의 일상도 화제였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열여섯은 아직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은 “그의 항해계획 차트를 살펴보니 면밀한 계획보단 치기 어린 꿈만 가득하다”며 걱정했다. 애나 블라이 퀸즐랜드 주총리도 “위험한 여행에 나서기에 왓슨 양의 경험은 한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네덜란드 법원이 13세 소녀 로라 데커의 요트 항해 계획에 중지명령을 내린 것도 반대여론에 힘을 실었다. 이번 도전은 육지에 잠깐 배를 댈 순 있지만 선내에 음식물 외엔 반입할 수 없고 배가 고장 나도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무도움 항해’라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올해 9개월간 4만5062km를 항해한 영국의 마이크 퍼햄 군(17)도 외부 도움을 받았다. 왓슨 양이 지난달 시드니 근해에서 훈련하다 6만3000t급 중국 벌크선과 충돌해 돛대까지 부러진 사고를 겪자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주위 걱정과 달리 왓슨 양의 부모는 의연하다. 아버지 로저 씨는 “딸을 잃는 것보다 평생의 꿈을 꺾는 게 더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다. 호주 항만당국은 “현재 법으로 항해를 막을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은 물론 세계를 들쑤셔놓았던 ‘열기구 소년(balloon boy) 실종 사건’이 3시간여 만에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사건의 주인공은 미국 콜로라도 주 포트콜린스에 사는 여섯 살 소년 팔콘 힌 군(사진). 15일 오후 3시경(현지 시간) 경찰에 팔콘의 형이 신고전화를 하며 해프닝은 시작됐다. “동생이 집에서 아버지가 만든 열기구에 올라탔는데 끈이 풀려 날아갔다”는 것. 실제로 인근 200여 m 상공에 떠 있는 기구가 목격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콜로라도 주 당국은 지역 경찰 및 공무원을 총동원해 기구를 쫓았다. 주 방위공군 헬리콥터 2대도 뒤를 따랐다. 미 공군과 연방항공청(FAA)도 정찰기를 급파했다. CNN 등 대다수 방송도 정규프로그램을 멈추고 생방송을 내보냈다. 인터넷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도 실시간으로 팔콘의 소식이 올라가며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나빠진다고 판단한 구출 팀은 갖은 방책을 내놓았다. 헬리콥터가 열기구에 갈고리를 걸거나 지상에서 줄을 쏴서 끌어당기자는 의견도 나왔다. 아이가 위험할까봐 실행을 못 하는 동안, 기구는 2시간 동안 약 65km를 날아갔다. 그리고 결국 덴버국제공항 인근에 떨어졌다. 모두의 경악 속에 열기구를 확인했지만 아이는 없었다. 못 본 새 떨어졌을지 모른단 걱정에 경찰 수백 명이 근방을 뒤졌다. 뭔가 이상하단 낌새가 느껴지던 1시간 뒤, 팔콘은 자기 집 차고에 있는 다락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런 상처 하나도 없이. 외신에 따르면 아이는 아예 기구에 있지도 않았다. 팔콘은 “아침에 아버지에게 혼나고 다락방에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신고를 했던 형은 부모에게 “평소 팔콘이 기구에 자주 들락거렸는데 이유도 없이 기구가 끈이 풀려 날아가 타고 있을 거라 짐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리처드 씨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일부러 ‘쇼’를 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단순한 착각인지 악의적 장난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타임 인터넷판은 16일 “이 소동으로 주 정부는 수십만 달러의 헛돈을 썼다”면서 “이건 팔콘의 열기구 때문에 항로를 바꿔야 했던 수많은 항공사의 피해는 계산하지 않은 것”이라고 촌평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