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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사관이 위치한 부산 동구는 최근 몇 개월간 전국적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시민들이 기습적으로 영사관 길 건너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동구가 소녀상을 철거하려는 과정에서 시민단체 측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동구의 처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구청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한일 정부 간 외교 문제는 여전히 남았지만 동구와 시민단체의 갈등은 수그러들었다. 동구는 법적으로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이 소녀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구상을 철회했다. 박삼석 동구청장(67)이 소녀상 묵인을 넘어 직접 관리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아직 생존해 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있고, 소녀상 설치는 시대적 요구 사항”이라며 “이 문제는 한일 정부가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8일 일본대사관 관계자 등과의 면담에서 “소녀상의 이전, 철거 문제는 현재 동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상 문제로 직원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들은 공무원으로서 법과 원칙을 지키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구청장으로서 소녀상을 그대로 두고 그 앞에서 절까지 한 것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행동이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내년 구청장 선거 재선을 의식해 과한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동구 직원은 빗발치는 항의를 받아내다 대인기피증까지 겪었다고 한다. 박 구청장 역시 이 문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박 구청장은 “동구가 소녀상 문제로 관심을 끌긴 했지만 더 주목받아야 할 현안이 많다”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는 바로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을 꺼냈다. 현재 8조5000억 원이 투입된 재개발 사업은 이르면 2019년 1단계 사업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항 신항 개장으로 옛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북항을 친수(親水) 공간으로 조성해 국제 해양관광 거점으로 변신시킨다는 구상이다. 그는 “동구의 원도심 기능을 회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국책사업”이라며 “동구가 국제적인 해양관광과 문화거점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동구는 북항 재개발 사업과 연계해 상반기부터 1300억 원을 투입해 분류식 하수관로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사업도 하고 있다. 동구는 6·25전쟁 때 피란민이 지은 판자촌이 상당수 남은 낙후 지역이다. 특히 1970, 80년대 부산 경제를 이끌었던 신발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며 쇠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구의원, 시의원 등을 거치며 20여 년간 동구에서 선출직 공무원 생활을 한 박 구청장은 “2014년 취임 이후 동구의 ‘제2의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초량동 168계단 모노레일 설치를 통한 산복도로 주거 개선, 고용노동부 선정 전국 일자리공시제 특별상 수상, 여성친화도시 선정, 초량 이바구길 관광명소화, 글로벌 영어체험도서관 건립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운다. 박 구청장은 “주민의 삶을 개선했고 신뢰받는 행정을 확대했다고 자부한다. 남은 임기 역시 주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행정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지난해 6월 부산에서 30대 대학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으로 촉망받던 조각가였다. 9개월 후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17일 부산지방경찰청과 동아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 대학 미술학과 조교수 손현욱 씨(당시 34세)가 부산 서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과 유족에 따르면 당시 손 씨는 자신에게 제기된 여학생 성추행 의혹으로 매우 괴로워했다. 발단은 지난해 3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학과 야외 스케치 현장. 수업 후 교수와 학생들이 어울린 술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교수 중 누군가가 한 여학생의 속옷과 엉덩이를 더듬는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얼마 뒤 소문이 퍼졌다. 손 씨가 성추행의 당사자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술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교수는 “손 교수는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진술서를 학교에 냈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교내에 익명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목격자’라고 밝힌 학생은 “교수 2명이 성추행했다. 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생 전체에게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적었다. 그로부터 약 20일 뒤 손 교수는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거짓 대자보 때문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었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대자보를 쓴 학생 A 씨를 불러 조사했다. 확인 결과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야외 수업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추행 장면을 목격한 것처럼 대자보를 쓴 것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미술학과 B 교수가 ‘학생들 차원에서 성추행 의혹을 밝히기 위해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서 대자보를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허위 내용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A 씨를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학교 측은 자체 진상 조사에서 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 여학생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이 학생은 지난해 10월경 “나를 성추행한 교수는 미술학과의 C 교수”라고 털어놨다. 동아대 관계자는 “C 교수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피해자 진술과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사실이 인정됐다”며 “지난달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조치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또 A 씨를 퇴학 처분했다. 학교 측은 또 B 교수가 A 씨의 대자보 작성을 유도한 이유가 자신의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이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동아대 관계자는 “지난해 총장 비서실을 통해 B 교수가 한 시간강사를 성추행했다는 익명의 전화가 온 건 사실이며 현재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여러분에게 큰 웃음을 줘 기뻐요.” 15일 오후 2시 반 부산 금정구 부산대 본관 3층 회의실. 로버트 켈리 교수(45·정치외교학) 가족이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켈리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된 10일 이후 세계적인 ‘깜짝 스타’가 됐다. 당일 영국 BBC방송과 부산 금정구 자택에서 화상 인터뷰를 하던 중 어린 두 자녀가 일으킨 깜찍한 방송사고 덕분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BBC 인터뷰 당시 어깨춤을 추며 등장한 딸 매리언(4)과 뒤이어 보행기를 타고 나타난 아들 제임스(생후 9개월), 그리고 두 자녀를 황급히 데리고 나가느라 진땀을 흘린 부인 김정아 씨(41)가 함께했다. 회견장에 들어선 켈리 교수는 내외신 기자들이 몰린 취재 열기에 다소 긴장한 듯 보였지만 천연덕스럽게 막대사탕을 입에 문 매리언을 쳐다보며 금세 미소를 지었다. 켈리 교수는 “딸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화면에 보여 너무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딸을 화면에서 안 보이게 하려고 손으로 밀어내는데 아들이 보행기를 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아, 이젠 끝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며 “‘BBC에서 더 이상 찾지 않겠구나’ 걱정했는데 잠시 뒤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도 되는지 물어보기에 안심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날은 딸 매리언이 어린이집에서 생일 파티를 해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이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우리 애를 보고 웃는다는 게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 영상 게재를 거절했다가 우리가 평범한 가족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 허락했다”며 활짝 웃었다. 막내 제임스를 안고 있던 부인 김 씨는 딸이 또 돌발행동을 할까 봐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 씨는 “그날 오후 8시 반경 딸과 함께 거실에서 TV로 남편의 인터뷰를 보고 있었는데 딸이 남편의 서재로 갔다”며 “당연히 평소처럼 문이 잠겨 있어 돌아올 줄만 알았는데 오지 않아 너무 놀랐다”고 떠올렸다. 김 씨는 일부 외신에서 자신을 ‘보모’라고 표현하면서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역사적 경험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씨는 전날 BBC 등 일부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더 이상 그걸로 논쟁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유모가 아니다. 그걸로 된 거다. 그냥 웃고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부부는 “요즘 외출하면 우리 가족을 쳐다보는 많은 시선이 느껴져 혹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조심스럽다”고 걱정했다. 켈리 교수는 동영상이 퍼진 직후 언론 인터뷰를 고사해오다 기자회견에 응했다. 그는 “대학 측에서 ‘너무 많은 인터뷰 제의가 오는 만큼 제대로 설명하는 자리를 갖자’고 설득했다”며 “(이런 일보다) 집필한 에세이 등 현재 하는 일로 더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켈리 교수 가족의 인터뷰 동영상은 BBC 페이스북에서 8400만 회 넘게 조회됐다. 우루과이, 나이지리아에서도 방송될 정도로 국제적으로 큰 화제였다. 언론의 취재 요청이 쇄도하자 켈리 교수는 휴대전화를 ‘비행모드’로 해놓고 지난 주말을 보냈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8년 9월부터 부산대에서 가르치고 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5일 전국 곳곳에서 어선 4만여 척이 대규모 해상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중단됐던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바닷모래 채취 기한을 연장하자 어민들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전 부산항과 경남 통영항 등에서 출발한 대형 근해어선 100여 척은 욕지도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국도 앞바다에 집결했다. 당초 국도에서 25km 남쪽의 남해 EEZ 모래 채취 해역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했으나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국도 앞바다로 변경했다. 모래 채취 해역에서는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들 ‘현장 시위대’와는 별도로 전국 항·포구에서는 연안어선 4만여 척이 근해로 출항했다. 수협은 시위 참가 규모를 어선 4만5000척, 어업인 15만 명으로 추산했다. 어선들은 오후 1시 10분부터 정부의 모래 채취 연장 결정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아 뱃고동을 30초씩 3차례 울렸다. 앞서 어민들은 출항 전 “우리의 간곡한 요청에도 골재업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부는 10년 동안 참아온 어민의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인지 보게 될 것”이라며 “당장 바닷모래 채취를 멈추고 혼란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어업인은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바닷모래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가 2008년 남·서해 EEZ에 골재채취단지를 지정한 뒤 채취를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2012년까지 채취를 허가했다가 이후 두 차례 더 연장해 줬다. 정부는 2010년 8월, 국책건설용으로만 허가했던 모래 채취를 민간용으로 확대해 큰 반발을 불렀다. 남해 EEZ 바닷모래채취대책위원회는 “바닷모래를 민간용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한 직후 당시 국토해양부 출신 인사가 골재협회 상임 부회장을 맡은 데 대한 진상 규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조만간 감사원에 바닷모래 채취 전반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고 대국민 서명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의 도움을 받아 바닷모래 채취 연장 문제를 국정감사의 현안으로 끌고 간다는 방침이다. 정연송 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조선업이 무너졌고 한진해운이 문을 닫았는데 수산업마저 죽이려고 한다”며 “어획량이 줄어들면 생선 값이 오르고 이대로 가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업인들은 바닷모래 채취 전면 금지를 목표로 골재채취단지 지정·허가권을 현재 국토부 장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관리권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령 제정 및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해역이용협의서의 세부 이행 방안과 추가 사항도 마련할 계획이다. 해양 환경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는 복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재 해수부의 해역이용협의서는 강제력이 없어 골재채취법 위반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 경남 26개 수협조합장은 지난달 27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수자원공사 전현직 사장과 전국 19개 골재 채취업체 대표를 고소했다.강성명 smkang@donga.com·강정훈 기자}
부산에서 사립유치원 6곳을 운영하는 일가족이 100억여 원을 횡령했다가 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 15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A 씨(61·여)를 비롯해 일가족 4명이 설립한 사립유치원 6곳을 특정 감사한 결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18억 원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유치원은 A 씨 부부와 장남(35), 차남(33)이 같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유치원 중 한 곳은 지난해 12월 교사 8명 중 6명이 아동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A 씨 가족은 다양한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이들 유치원의 ‘고용 원장’들은 A 씨 지시로 교사와 주방도우미 같은 직원의 통장을 2개씩 만들었다. 한 통장에는 매월 20일 정상적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시교육청에 보고하는 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입금 당일 원장들은 돈을 전액 인출해 A 씨에게 줬다. A 씨는 정상보다 낮은 급여를 다음 달 5일 다른 통장에 지급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A 씨 등은 2014∼2016년 3년간 21억4800만 원을 빼돌렸다. 또 교구·교재비, 부식비, 체험행사비를 부풀려 책정하고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형식으로 돌려받은 차액이 54억7800만 원이었다. A 씨 가족은 횡령한 돈을 개인 적금, 펀드 가입금, 카드 결제 대금, 보험료, 차량 할부금같이 대부분 사적으로 썼다. 시교육청은 A 씨 가족 4명과 범행 가담 정도가 심한 원장 2명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있는 25개 업체도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또 유치원 원장, 사무직원 등 8명에게는 중·경징계를 내렸다. 방과 후 특성화 프로그램을 불법 운영해 받은 31억6300만 원은 즉시 학부모들에게 환불하도록 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조용한)는 14일 서울 동대문구 동아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수사관 40여 명을 파견해 본사를 비롯해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전문의약품 제조사인 동아에스티 3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의약품 판매를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일부 포착돼 내부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동아에스티로부터 1억 2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부산의 한 병원장 홍모 씨(47)를 최근 구속기소했다. 동아제약은 2012년 병원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지난달 발생한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의 대규모 정전 사고는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9일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을 감식해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폭발한 열병합발전소 변압기에 연결된 전선이 부실하게 시공 및 관리된 것이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2008년 변압기 연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전선의 피복을 과도하게 자르는 바람에 내부 절연체가 미세하게 손상됐고 이후 관리도 부실해 균열이 커지면서 누전으로 스파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고를 일으킨 정관에너지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9일 오전 10시 24분 정관에너지의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발전기가 멈춰 정관신도시 2만2803가구, 주민 8만여 명이 복구될 때까지 9시간가량 고통을 받았다. 기장군은 정전 사고와 관련된 주민 피해 2013건을 접수했고 신고 피해액은 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의 피해 신고액이 13억 원가량으로 가장 많았다. 주민들은 정관에너지 측과 피해 보상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7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부실 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이 피의자 24명을 기소했지만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 문제, 특혜성 인허가 비리 관련 등의 핵심 의혹은 철저하게 규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는 8일 오후 연제구 부산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수사는 꼬리조차 제대로 자르지 못했다”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결국 다음 정권에서 특별검사가 재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같이 반발이 나오는 것은 정관계 고위 인사가 연루된 부산 최대 권력형 건설 비리라는 당초의 의혹 해소에 검찰 수사가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101층 규모의 리조트가 들어서려면 특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건설업계 내부 반응이었다. ‘전국구 마당발’로 불리는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7·구속 기소)의 ‘인맥’과 ‘로비’ 아니면 불가능한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수사를 개시했을 때 지역사회는 들썩거렸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정관계뿐만 아니라 법조계에도 상당한 네트워크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엘시티 시행사와 이 회장 자택 및 서울 사무소까지 전격 압수수색하자 기대감이 높아졌다. 한 시민단체는 “시민의 속을 시원하게 해 달라”며 동부지청에 청량음료를 선물하기도 했다. 수사 강도는 점점 세졌다. 지난해 7월 부산지검은 사건을 본청 특수부로 가져와 검사 8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지역 단일 사건으로는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3개월간 잠적했던 이 회장이 체포됐다.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배덕광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부산 해운대을)을 잇달아 구속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거기서 사실상 더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달 엘시티 인허가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지도 못했다. 허 전 시장에 대한 보강 수사도 없었고 시간에 쫓기듯 불구속 기소했다. “허 전 시장이 뇌물을 안 받았다면 그 많은 특혜를 주도록 압력을 넣은 윗선이 있을 것 아니냐”는 분통 섞인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성역 없이 샅샅이 수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과정, 부산은행이 대출해준 과정에 업무상 배임이나 구체적인 금품 로비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인허가 과정의 특혜 의혹이나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게 없다”면서 “검찰은 금품 로비 같은 불법, 범죄 혐의를 확인하고 수사하는 기관이지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향후 범죄 혐의가 적발되는 대로 수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여지는 남겼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그대로 덮을 수 없다는 분위기지만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측은 “엘시티 수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중앙당 차원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한 국회의원도 “관련 자료를 모으는 중이며 청문회가 가능할지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시민 대피훈련 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민간연구기관인 원자력안전연구소(원안연)는 8일 부산환경운동연합 4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사고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연은 고리원전 반경 20㎞ 내의 부산시, 울산시, 경남 양산시 3개 지역 인구 170만 명이 원전 사고가 났을 때의 대피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그 결과 170만 명 전원이 고리원전 반경 20km 밖으로 대피하는 데 무려 22시간이 걸렸다. 원인은 차량 정체였다. 부산·울산고속도로로 연결되는 해운대 터널과 부산 만덕터널 입구로 차량이 몰려 정체가 심했다. 고리원전 반경 10㎞를 벗어나는 데도 12시간이 걸렸다. 원안연은 부산·울산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관통하는 신규 도로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방사선 누출과 같은 중대 사고를 발생 30분 후에 통보하는 것을 가정해 대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봤다”며 “지역별 대피경로와 최적 대피경로의 선정, 주기적인 대피 훈련, 최적의 구난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기존 8~10㎞에서 20~30㎞로 확대됐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검찰이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1년여의 수사로 24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제기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는 7일 ‘엘시티 비리’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영복 엘시티 회장(67·구속기소) 등 12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영복 엘시티 회장을 회삿돈 705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 회장 등으로부터 4억4000만 원 상당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해운대을)은 엘시티 사업 인허가 및 편의제공 명목 등으로 9100만 원의 뇌물 및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했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측근 이모 씨(68)는 이 회장으로부터 엘시티 사업에 대한 청탁 및 부산시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기소했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허 전 시장은 측근 이 씨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장호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대출 알선 명목으로 250만 원 상당 상품권과 시가 1200만 원의 중국 서예가 작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장으로부터 모두 2억 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받은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 부산도시공사, 시·구의회 의원 등 100여 명 가운데 장기간 반복적으로 받은 부산시 공무원 4명과 도시계획위원 등 28명만 인사 및 도시계획위원 선정 참고자료로 부산시에 기관 통보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평소 정치인, 공무원 등에게 골프 접대, 유흥주점 향응, 상품권 선물, 명절 선물 같은 금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평소 관리형’ 로비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수통인 임관혁 부장을 수사팀장으로 7명의 검사를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를 천명했지만 인·허가 과정의 로비 의혹, 부동산투자이민제 허가 과정, 특혜성 대출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구체적인 금품 로비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엘시티 비리 의혹이 실체보다 너무 부풀려진 측면이 있었다”는 말도 나오지만 “검찰의 수사력이나 수사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이 평소 검찰 인사와 자주 접촉했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지만 수사선상에 오른 검찰 관계자는 없었다. 한편 검찰은 이 회장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하나은행이 엘시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청탁했으나 거절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이 입수한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해운대 LCT fund posco’, ‘중국 x→하나은행 김OO’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해당 메모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부산의 문화와 역사를 다룬 교과서가 처음 발간됐다. 부산시교육청은 5일 학생들에게 삶의 터전인 부산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을 심어주기 위해 지역화교과서인 ‘부산의 재발견’(사진)을 중학교 신입생 2만7000여 명에게 무료로 보급한다고 밝혔다. 지역화교과서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인정교과서로, 올해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 교재나 사회과 선택과목 또는 보조교재로 활용된다. 시도교육감은 필요에 따라 별도의 교과서를 제작해 선택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부산지역 중고교 교사와 교감 등 9명이 집필에 참여했고 부산대와 부산발전연구원 등 지역 전문가 그룹의 자문과 검토를 거쳤다. ‘부산의 재발견’은 총 180쪽 분량으로 △부산 새롭게 보기 △삶의 터전, 강·바다·산 △부산 사람들의 생활 △부산의 힘과 생명력 △희망찬 미래도시 등 5개 단원으로 구성됐다. 부산이라는 지명의 유래부터 여러 동네 명칭의 의미, 동일한 뜻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부산 사투리, 피란 역사와 음식 문화, 지역의 임진왜란과 항일운동 역사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단원별로 보면 ‘부산 새롭게 보기’ 단원은 서면 해운대 오륙도 영도 등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삶의 터전’은 낙동강 하구 나루터와 삼각주의 역사를 소개한다. ‘부산 사람들의 생활’에선 부산 사투리의 맛과 멋을 강조한다. 또 밀면과 돼지국밥 등 부산의 역사와 피란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에 관해 설명한다. ‘부산의 힘과 생명력’에선 동래부사 송상현과 정발장군 등 나라를 지킨 조상들의 결연한 항전 의지를 소개한다. ‘희망찬 미래도시’ 단원에선 한국의 관문 역할을 한 부산의 역할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담았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대한독립 만세!” 앙증맞지만 힘찬 목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바지를 입은 어린이 40여 명이 모였다. 손에 태극기를 쥔 아이들은 목청껏 대한독립을 외쳤다. 아이들은 3·1절 기념행사로 열린 만세운동 재현 행렬의 맨 앞에 서서 인근 보신각까지 행진했다.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함께 “만세”를 외치며 축제처럼 치러졌다. 유관순 열사 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서도 만세운동을 재현한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가 열렸다. 애국지사 후손과 어린이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127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추운 날씨 탓에 한동안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이날 함께했다. 김복동(91) 이용수(89) 이옥선(90) 길원옥 할머니(89)는 시민 1200여 명과 함께 정부의 위안부 합의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김 할머니는 “(현 정부는) 소녀상을 철거하고 위안부를 없는 일로 해버렸다”며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도 “한국에 소녀상을 세울 곳이 없으면 동양 곳곳에라도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근처에서도 3·1절을 맞아 ‘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라는 제목의 행사가 열렸다. 현장에는 의자 1000개가 빽빽하게 설치됐다. 학생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참가자들은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고 소녀상처럼 맨발로 뒤꿈치를 든 채 1분간 침묵시위를 벌였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영사관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과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 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퇴 등을 촉구했다. 제98주년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전국은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이 소녀상을 모독하는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10시경 한 남성 누리꾼이 ‘위안부 소녀 입술을 빨아주고 왔습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혀로 소녀상 입술을 핥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누리꾼은 게시 글에서 “성적인 행위가 아니라 미세먼지와 세균을 세척해 주려고 했다. 같은 국민의 아녀자 입술은 같은 국민 남성의 것이지 다른 외간 남자에게 당하는 것은 치욕”이라고 썼다. 비난이 쏟아지자 게시 글은 삭제됐다. 최고야 best@donga.com / 부산=강성명 / 백승우 기자}
부산지법 서부지원과 부산지검 서부지청이 2일 현판식과 함께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서부지원은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 1∼6층에, 서부지청은 부산 고검청사 1∼3층과 지검청사 8, 11, 13층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당초 두 기관은 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 내 ‘서부산 법조타운’에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용지 선정 문제 등으로 착공이 늦어 당분간 셋방살이를 하게 됐다. 서부지원은 6, 7월경, 서부지청은 8월경 공사를 마치는 대로 신청사로 이전할 예정이다. 서부지원·지청 관할 구역은 부산 강서구와 북구 사상구 사하구 서구 등 총 5개 구다. 주민들은 신청사 건립 전까지는 연제구 본원과 본청 청사로 와서 1층 민원안내 창구에서 안내를 받은 뒤 서부 관할 사무실을 찾아가야 한다. 한편 김동윤 초대 부산서부지원장(사법연수원 22기)은 2일 오전 10시 부산법원종합청사에서, 김재구 초대 부산서부지청장(24기)은 같은 날 오전 9시 30분 부산지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전국에서 처음으로 영화인을 위한 호텔이 부산에 문을 연다. 부산영상위원회는 2일 영화인 전용 호텔 ‘시네마하우스 부산’ 오픈식을 개최한다.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있던 해운대GT호텔을 인수해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부산시는 38억 원을 지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방 촬영 시 숙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영화제작팀에 편안하고 아늑한 숙소를 제공해 부산지역 촬영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관리 및 운영은 부산영상위원회가 맡는다. 호텔은 프로덕션 사무실과 회의실, 스태프용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총 47실 규모 가운데 30실가량을 영화인 숙소로 이용하고 나머지는 일반 객실로 운영할 계획이다. 호텔 외벽은 영사기를 이용해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주요 장면을 상영한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시네마하우스 부산’을 본격 홍보하기 위해 ‘부산 촬영 단골감독 BEST 10인 숙박 프로모션’을 추진한다. 촬영을 위해 부산을 자주 찾는 감독 10명을 뽑아 호텔로 초대해 숙박할 수 있도록 하고 감독의 사인을 호텔에 전시하는 등 다양한 홍보·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개관식에는 서병수 부산시장,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 이경숙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조동관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장, 곽경택 감독을 비롯해 영화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바다모래 채취를 둘러싼 어민 수산단체와 건설업체 간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선망수협과 경남 14개 수협조합장은 27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골재채취법 위반 혐의로 한국수자원공사 전·현직 사장과 전국 19개 골재 채취업체 대표를 고소했다. 조합장들은 고소장에서 “골재채취업자들은 허가 범위 이상의 모래를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에서 퍼갔으며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한국수자원공사 전·현직 사장들은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들은 바다모래를 펌프 준설선으로 채취하는 과정에서 고농도의 부유물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저에 여러 개의 구덩이를 만들어 수산생물의 성장이나 서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국립해양조사원이 남해 EEZ의 해저 지형을 조사한 결과 실제 해저 곳곳에 길이 10m 이상, 너비 1.5∼1.9km의 거대한 웅덩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이날 ‘남해 EEZ 바다모래 채취단지 지정을 연장하자’는 국토교통부의 신청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1년간 650만m³를 더 채취할 수 있도록 하자고 동의하면서 골재채취업자들의 바다모래 채취는 재가동하게 됐다. 어민·수산단체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정에 결코 승복할 수 없다”며 향후 더 큰 반발을 예고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남해EEZ 모래 채취는 이후 3차례 채취 기간을 연장했지만 어민·수산단체가 반발해 단체 행동에 돌입했고 기한이 만료된 지난달 중순 채취는 중단됐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얼굴사진을 합성해 허위 신분증을 만들어 각종 공인 영어시험을 대신 쳐 주는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챙긴 유명 외국계 제약회사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7일 김모 씨(30)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김 씨에게 토익 등 영어시험을 대신 쳐달라고 의뢰한 이모 씨(25)씨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토익, 텝스, 토플 같은 영어자격시험에 의뢰자 대신 응시해 한국토익위원회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얼굴 합성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의뢰인과 자신의 얼굴 사진을 교묘하게 합성한 뒤 의뢰인에게 이 합성사진으로 신분증을 재발급 받도록 했다. 이어 신분증을 건네받아 시험을 대신 쳐줬다. 김 씨는 각종 영어시험 관련 인터넷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의뢰인을 모집했고, 대리시험 1회당 400만~500만 원을 받아 1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미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국내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뒤 카투사로 군 복무를 마쳐 영어를 매우 잘했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해 스위스계 유명 제약회사에 입사한 뒤 연봉 5000만 원대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갑자기 점수가 많이 오르면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며 기존 점수가 너무 낮은 의뢰인에게는 다른 시험을 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시교육청은 새 학기를 맞아 학생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부산시교육청은 23일 유치원에서 벌어지는 아동 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시내 모든 유치원에 200만 원씩 지원해 교실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도록 한다. 매년 학부모 4만5400명과 교사 3500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전수(全數) 실태조사를 한 뒤 결과에 따라 현장 확인과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긴급한 사안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유아를 보호하고 위기에 대응하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아동학대 상황대책반을 운영한다. 아동이 학대받은 유치원에는 시정명령 및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교육청의 지도감독권도 강화하고, 필요하면 해당 유치원의 운영 전반에 관해 특정 감사를 실시한다. 1단계는 시정명령, 2단계는 기관경고, 3단계는 학급(정원) 감축 및 차등적 재정 지원, 4단계는 기관 폐쇄조치 절차를 밟는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같은 유관 기관과 연계한 뒤 피해 아동을 위해 개별 맞춤형 상담도 지원한다.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 예방 대책도 마련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현장체험학습 안전·운영 매뉴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부산지역 교사 20명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 개발한 것이다. 매뉴얼은 수학여행, 수련활동, 1일 현장체험 같은 각종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필요한 교사 업무 프로세스와 학생 학습 콘텐츠, 학부모 안심서비스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었다. 체험 장소, 숙소, 차량의 각종 안전점검 사항, 업무 단계별 체크리스트처럼 교사가 숙지해야 할 사안이 포함됐고 학생이 주의할 사항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현장체험학습 중인 자녀의 동선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불량급식 문제도 집중 점검한다. 올해를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 불량업체 추방 원년’으로 선포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를 비롯해 영양교사, 영양사, 학교장, 교직원 등 45명으로 합동점검단을 꾸려 다음 달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2년 임기의 점검단은 학교급식을 납품하는 현장에서 식재료 공급업체를 상시 점검한다. 부산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불량업체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을 위주로 협업할 방침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납품하는 등 불량업체로 의심되는 곳에 대해 경찰과 공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학생이 행복하고 학부모가 신뢰하는 교육 현장은 무엇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시작된다”며 “학교 안팎의 모든 교육 활동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인제대 제2공학관. 이건우 씨(24·전자IT기계자동차공학부 4학년)를 비롯한 학생 3명이 자동차엔진 부품의 성능 측정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인제대 ‘대흥알앤티 신진인력양성 트랙’(이하 트랙)에 선발된 장학생. 경남 김해시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대흥알앤티의 지원으로 매학기 장학금 100만 원을 받는다. 트랙은 김해시 ‘이웃사촌’인 인제대와 대흥알앤티가 지난해 맺은 맞춤형 인재 양성 협약의 산물이다. 5년간 5억3000만 원을 대흥알앤티가 지원하는 대신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인제대에서 직접 교육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통상 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의 공동연구나 학생이 기업을 방문하는 현장체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트랙 프로그램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대학에 길러달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하고 이들을 사실상 채용한다는 게 다르다. 이들 장학생은 회사가 요구하는 수업을 이수하고, 회사와 대학의 공동연구 과제에 참여해야 하며 현장실습도 받아야 한다. 그 대신 대학은 대흥알앤티 재직자의 기술 교육을 돕는다. 지난해 8월에는 직원 40여 명을 상대로 설계경진대회를 열었다. 인제대는 그 결과를 토대로 올해 이들에게 수준별 맞춤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졸업 후 입사 의무는 없지만 이 장학생들은 대흥알앤티 취직을 꿈꾼다. 연매출 4000억 원대의 탄탄한 강소(强小)기업으로 지난해 신입사원 15명 공채에 2500여 명이 몰리는 등 매년 ‘200∼300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연봉과 복지가 만족스러운 수준인 데다 테슬라,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유수의 자동차업체에 엔진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점도 높은 경쟁률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씨는 “세계적 자동차 기업이 기술력을 인정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꼭 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제대는 학점과 토익(TOEIC) 점수를 토대로 지난해 3명, 올해 4명을 트랙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뽑았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은 서류전형을 치르지 않고 면접에서 받는 가산점도 높아 지원만 하면 사실상 대흥알앤티 취업이 보장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김흥섭 전자IT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각종 스펙을 쌓는 데 열을 올리지만 정작 회사가 요구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몰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트랙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입사 전부터 실무자 관점에서 배우는 자세를 갖게 만드는 좋은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정병철 대흥알앤티 연구소장도 “트랙 프로그램은 기업의 요구와 학교의 준비가 매우 구체적인 만큼 서로 시너지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흥알앤티가 5억여 원을 선뜻 내놓은 데에는 김해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수 회장의 지역 인재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고 한다.김해=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20일 허남식 전 부산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허 전 시장은 이영복 엘시티 회장(67·구속 기소) 측으로부터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10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4¤2014년 부산시장을 지낸 뒤 현재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엘시티 사업은 허 전 시장의 재임 시절 인허가 등 각종 특혜성 행정 조치가 이뤄졌다. 이에 검찰은 엘시티 수사 초기부터 허 전 시장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상당수 확보했지만 범죄 혐의를 밝힐 만한 구체적인 단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수개월간 본인 뿐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한 끝에 일부 의심스러운 자금 거래를 확인했다. 또 측근 등 일부 관련자로부터 “허 전 시장이 엘시티 사업과 관련된 돈을 받은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부산 발전을 위해 엘시티 사업을 추진했을 뿐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고 금품도 받지 않았다”며 수차례 관련 의혹을 부인해 왔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허 전 시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허 전 시장이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에도 개입된 단서를 포착해 추적 중이다. 그가 ‘함바 브로커’로 알려진 유상봉 씨(71·구속)에게 부산지역 대형 아파트 건설 사업장 내 함바를 맡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검찰은 최근 부산시 간부 2명과 지역 건설업체 대표 등을 상대로 수차례 조사를 벌였다. 최근 검찰이 허 전 시장을 상대로 벌인 압수수색 영장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3년 전 2월 17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에 있는 체육관 지붕이 무너졌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체육관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있었다. 이 사고로 학생 9명을 비롯해 10명이 숨졌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얼굴도 모르는 먼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세워 아픔을 극복하고 있다. 하루도 병원을 떠나지 못한 어머니는 아름다운 캠퍼스를 걷는 딸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한 의사는 같은 학교 출신도 아니지만 3년 내내 상처 입은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나눔과 희망 동행을 통해 조금씩 아픔을 치유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만났다. 》 당시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가 가까스로 참사를 피한 학생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 역시 친구와 선후배의 죽음에 상처를 입었다. 참사 직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대상자는 1000여 명이나 됐다. 부산시와 교육부는 재난심리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집중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많은 학생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과 행사를 준비한 학생회 간부 등 수십 명의 상태가 심각했다. 이 소식을 듣고 부산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지훈 교수(50)가 부산외국어대를 찾았다. 김 교수는 “처음 학교를 찾았을 때 환자 규모와 상태가 너무 심각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큰 사고였지만 얼마 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너무 빨리 멀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 등 3명으로 이뤄진 진료팀은 사례비는 물론이고 부산외국어대 측에서 미안한 마음에 건넨 교통비조차 피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사양했다. 함께하던 교수 2명이 세월호 참사 관련 치료에 투입되면서 김 교수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그는 진료와 강의가 아무리 많아도 매주 두 차례씩 부산외국어대를 찾았다. 지금까지 300회가 넘는 방문치료를 진행했다. 심한 우울증으로 폭음하거나 자해를 기도한 학생, 학교 강당에 한발도 들여놓지 못하던 학생 등이 있었지만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 학생 3명이 김 교수로부터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사고 당한 1학년 학생들에게 졸업할 때까지 계속 치료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아직 고통받는 학생들이 있는 만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