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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맞춰 고객 혜택을 축소하자 소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각종 부가서비스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혜택별로 카드 3∼4장을 돌려쓰던 ‘스마트’ 고객들은 카드별로 늘어난 전월 사용실적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이렇게 되면 혜택은 받지 못하면서 연회비만 꼬박꼬박 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자주 쓰지 않는 카드를 정리하고 혜택이 많은 카드 위주로 쓰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10개 카드사들이 추천하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큰 혜택을 누리는 ‘일당백’ 카드를 소개한다.》포인트 적립률 최강자를 가리자 롯데 ‘벡스 플래티넘 카드’는 건당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전 가맹점에서 1%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카드는 일반 가맹점에서 0.2%대 포인트를 쌓아주는 다른 카드에 비해 적립률이 아주 높다. 여기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면세점, 엔제리너스커피,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등 롯데멤버스 35개 제휴사에서 결제하면 0.5∼3%포인트가 추가로 쌓인다. 높은 적립률이라면 씨티은행의 ‘신세계 씨티 리워드 카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선 신세계백화점 고객에게 최대 10.5%를 할인해 준다. 또 전달에 이 카드로 100만 원 이상 쓰면 기본 적립률이 1.5%로 높아진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휴대전화 요금, 교통·주유, 쇼핑, 교육·병원 등 총 5개 분야별로 특별 포인트를 쌓아준다. 예를 들어 CGV, 아웃백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결제금액의 20%를 적립해준다. KB국민카드의 ‘와이즈 카드’는 교육, 쇼핑 등 7대 영역 중 고객이 많이 사용한 분야를 찾아내 최대 10배까지 포인트를 쌓아준다. 고객이 할인 혜택이 많은 분야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적립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또 업계 최초로 쌓인 포인트를 국민은행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현대카드의 ‘M3 카드’는 포인트를 차량구매금액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다. 카드 이용 때 적용되는 포인트 비율도 기존 M카드의 2배이며 쌓인 포인트는 현대·기아차를 사거나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 등을 이용할 때 최고 200만 원까지 쓸 수 있다.중복-시간대별 할인 등 다양한 혜택 하나SK카드의 ‘터치1 카드’는 SKT멤버십 기능과 신용카드 혜택을 결합한 카드로 할인 폭이 더욱 커졌다. 일반적으로 통신사 멤버십과 신용카드 할인을 중복해 사용할 수 없지만 터치1 카드는 중복할인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T멤버십 VIP급 고객이 도미노피자에서 터치1 카드로 결제하면 멤버십 할인 30%와 카드 할인 20%를 더해 최대 50%까지 깎아 준다. 이밖에도 주유, 마트 업종에서 최대 10%의 할인 혜택을 준다. 삼성카드가 새롭게 내놓은 ‘삼성카드 2’는 20, 30대에 특화된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대중교통비와 이동통신요금을 10% 깎아주고 유니클로, 자라 등 영트렌드 패션,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에서는 최대 5%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또 롯데시네마 이용 때 동반 1인 요금을 절반 깎아주고 놀이공원 및 워터파크 자유이용권 역시 최대 50% 할인해준다. SC제일은행의 ‘타임 카드’는 시간대별 맞춤 할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카드는 대중교통, 식사 등 직장인 생활패턴에 따른 할인을 제공한다. 오전 6∼9시에는 주요 편의점 및 제과점 10%, 낮 12시∼오후 2시는 음식점 10% 및 커피전문점 20%, 오후 6∼8시는 음식점 5% 등 시간에 따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 해당 비율만큼 요금을 깎아준다.포인트에 이자까지…맞춤 혜택도 신한카드의 ‘생활의 지혜 카드’는 적립된 포인트에 이자까지 더 해주는 카드다. 대중교통비, 점심식사비, 휴대전화 요금 등에 대해 최고 5%를 포인트로 쌓아준다. 적립한 포인트에는 카드 결제계좌가 신한은행이라면 연 4%, 타 은행이라면 연 1%의 이자를 준다. 만약 신한은행의 ‘생활의 지혜 적금’에 가입했다면 포인트를 적금 납입액으로도 쓸 수 있다. 기업은행이 판매하는 ‘IBK스타일플러스 카드’는 친구들과 가족끼리 사용실적을 합산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상품은 최대 4명의 일촌그룹을 정하고 카드 결제액을 6개월마다 합해 구간별로 최대 연 14만 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준다. 만약 일촌 중 한 명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면 2년 동안 총 4회까지 캐시백 혜택이 2배 이상 늘어난다. 외환카드의 ‘플래티넘 넘버엔 카드’는 연회비가 타사 일반 카드와 비슷한 1만∼3만 원 수준임에도 플래티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가맹점에 따른 특별 적립과 캐시백 서비스 이외에도 신용대출 때 금리 우대, 해외여행에 긴급서비스 등 특별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외에도 호텔무료 발레파킹과 비자 플래티넘 서비스에 해당하는 호텔·콘도·팬션 할인 및 우대, 면세점 할인 등의 혜택도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대출이자를 부당하게 거둬들였다가 적발된 국내 1, 2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청은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와 이 회사 계열사인 미즈사랑대부와 원캐싱대부, 그리고 산와대부(산와머니) 등 4개 업체에 영업정지를 명령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내고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대부업체들은 내년 1월 6일까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이후 징계 수위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9, 10월 국내 대부업체에 대한 이자율 준수 여부를 검사한 결과, 이 업체들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11월 초 관할기관인 강남구청에 통보했다. 이들은 올해 6월 27일 대부업법 최고이자율이 연 44%에서 연 39%로 인하됐는데도 6월 말 이후 만기 도래한 계약을 갱신할 때도 기존의 최고 금리(44%)를 적용해 총 30억6000만 원의 부당이자를 거뒀다.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를 넘겨 이자를 받을 경우 1회 적발에 6개월 영업정지, 2회 적발에 등록취소 처분을 받는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앞으로 제출할 의견서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대부업체들이 추후 영업정지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법적 대응보다는 행정처분 방침을 수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보험 영업이 고객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예전에는 보험설계사들이 각 가정이나 미용실 등을 일일이 찾아다녔지만 최근에는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에 보험 대리점을 만들어 영업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유명 커피전문점인 탐앤탐스와 제휴를 맺고 ‘파이낸스 카페’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파이낸스 카페는 고객에게 무료 커피나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보험 상담을 함께 진행하는 형태다. 이마트 연수점, 교대역 지하철역 상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주로 위치해 있으며 내년부터 총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설계사들이 고객을 찾아다녔다면 이제 고객들이 보험사 로고를 보고 찾아오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생명은 그룹 계열사인 한화리조트를 통해 ‘리조트슈랑스’를 추진 중이다. 전국의 한화리조트에 보험 영업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리조트라는 색다른 공간에 시도한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화재는 주부들이 많이 모여 있는 아파트 단지를 노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목동 등 3곳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삼성화재 이우시랑’을 설치해 문화 공간과 보험 상담을 동시에 제공한다. 또한 영등포 사옥 내 고객서비스센터에도 고객 문화공간을 배치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보험 상품을 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린손해보험은 전통적으로 주요 보험 창구 역할을 했던 미용실을 이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부산 지역의 일부 미용실 직원들을 보험설계사 시험을 보게 해 미용실에서 파마도 해주면서 보험 가입도 권유하는 방식이다. 그린손보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월급이 높지 않은 미용 종사자들이 수입을 더 올릴 수 있다는 면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16일 오후 3시. 동아일보 취재팀이 수도권에 있는 한 미소금융 지점을 찾았을 때 사무실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직원이 나왔다. 그는 “이번에는 상담을 해주지만 앞으로는 예약을 하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거의 혼자 대출상담이나 연체자 관리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사무실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서민정책인 미소금융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서민들이 제도를 잘 모르고 일부 사업자가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생긴 것은 미소금융지점에 배정된 경비가 적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고 연체율 관리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비부족으로 허덕이는 지점들 미소금융 충북 청주지점, 인천 서구지점, 전북 전주지점, 경기 구리지점 등 직원이 3명 정도 있는 지역지점에는 한 달에 보통 500만 원의 경비가 배정된다. 인건비로 1인당 월 100만 원씩 지급되고 나머지 200만 원으로 사무실 임차료, 전기료, 가스비 등을 충당해야 한다.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치르고 나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는 홍보활동 같은 가욋일은 엄두도 못 낸다. 기업이나 은행이 운영하는 지점의 경우 지역지점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적극적으로 미소금융 대상자를 찾아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포스코가 운영하는 서울지점 4곳에는 지점당 4명이 근무하고 있다. 1인당 월급은 담당 업무에 따라 150만∼200만 원. 기업이 미소금융에 출연한 기부금 중 운영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이 10%로 제한돼 있어 금융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는 경력자를 고용하면서도 인건비를 더 늘릴 수는 없다. 빠듯한 살림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부분은 임차료다. 포스코의 한 지점은 시장 근처에 개인이 소유한 건물에 들어가 있는데 10평 남짓한 사무실을 빌리는 데 보증금 2000만 원과 월세 110만 원이 든다. 포스코지점 관계자는 “공공기관에 들어가려 해도 기관들이 자기네 사업과 상관이 없다며 입점을 허락해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은행 지점 점포의 빈 공간을 빌려 쓸 수 있어 기업지점보다 임차료 부담은 적은 편이다. 실제 IBK기업은행은 미소금융지점 수가 17개로 기업들에 비해 지점이 3배 정도로 많다. 반면 직원 수는 지점별로 2명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월급을 1인당 150만 원 정도밖에 못 주는데 도 인원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 ‘당근과 채찍’ 필요 현장에서 만난 미소금융 지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출실적이 좋다고 해서 보너스를 주는 것도 아니고 연체가 많이 난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체계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영이 방만해진다고 우려했다. 지점 운영비를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규정에 없는 대출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사업이 변질되면 미소금융 제도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서민금융의 취지에 맞도록 연체율 관리를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미소금융 지점의 연체율은 11월 기준 3.2%로 작년 말의 2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려 미소금융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고 보증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경기에 따라 서민들의 상환 능력이 달라지는 만큼 연체율 관리 목표치도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소금융 도입 2년 차에 불거진 문제점들을 시정하도록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미소금융이 뭐예요?”(인천 서구 중앙시장 상인)“미소금융 대출을 받으려면 연대보증인이 있어야 합니다.”(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상인회)“주변에 미소금융 대출을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절차가 까다로워 아예 생각을 안 하는 거죠.”(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 상인) “상환일이 하루라도 지나면 직원이 득달같이 쫓아와서 독촉하니 요즘 같은 때는 더 힘들어요.”(경기 구리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정책인 ‘미소금융’이 거점 격인 일부 재래시장에서는 기존 금융기관과 똑같이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면서 “이게 무슨 서민대출이냐”는 등 반감만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무보증’으로 지원하는 미소금융의 대출기조가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동아일보가 재래시장 미소금융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13∼16일 인천 서구 중앙시장, 경기 구리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을 현장 취재한 결과 복지사업자가 주관하는 미소금융의 경우 △미소금융 중앙재단 기준에 없는 자의적 대출기준 △까다로운 절차 △과도한 회수율 관리 △홍보 부족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소금융 운영방식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대보증 요구하는 미소금융재래시장 내 미소금융 대출은 상인회와 지역지점이라는 두 종류의 창구를 통해 이뤄진다. 두 곳 모두 미소금융 중앙재단에서 자금을 받아 서민금융사업을 하지만 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상인회는 회원에게만 대출해주고 있다. 취재 결과 상인회는 미소금융 중앙재단에서도 모르는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전주시의 남부시장 상인회는 미소금융 자금을 빌려주면서 친인척이나 지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도록 하고 있었다. 대출에 부실이 생기면 일부를 상인회가 책임져야 하는 점을 감안한 안전장치인 셈. 하지만 이는 ‘보증과 담보가 없어도 서민에게 자금을 빌려 준다’는 미소금융의 취지에 벗어난 파행이다. 미소금융 중앙재단 관계자는 “미소금융의 특징이 무보증대출인데 이런 점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중앙시장에선 상인회에 가입한 지 6개월이 지나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제한을 두고 있었다. 미소금융 중앙재단이 정한 요건에는 없는 기준을 상인회가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다. 남부시장의 한 상인은 “상인회가 임원이나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만 대출해주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미소금융 중앙재단은 상인회에 휴면예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데도 상인회는 연 4.5%의 이자수입을 자체 운영경비로 사용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각 시장 상인회는 “휴면예금 대출에 드는 경비가 따로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이자수입을 운영경비로 돌려 쓰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재단도 이런 점을 알고 있지만 이자수입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따로 감독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에선 상인회 임원들이 야유회나 회식 경비에 이자수입을 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시장 상인회의 모 사무국장은 “인근 시장 상인회 사람이 ‘미소금융 대출로 벌어들이는 부수입이 짭짤하다’고 자랑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은행 대출만큼 까다로운 절차2개월 전 한약재 도매업을 시작한 정모 씨(28)는 16일 운영자금을 빌리려고 미소금융 전북 전주지점을 찾았다. 오전 배달도 미룬 채 찾아갔지만 상담을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대출이 거절됐다. 운영자금 대출은 창업 후 1년 뒤부터 가능하다는 조건에 걸렸기 때문. 미소금융 지점 직원은 “10개월 뒤에 보자”고 했다. 문제는 10개월 뒤라도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산이 9000만 원이고 부채비율이 100%에 이르는 정 씨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재산 8500만 원 미만, 자산 대비 부채 비율 50% 이하’라는 자격요건에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정 씨는 “이렇게 조건이 까다로운데 과연 누가 대출을 받아 가느냐”며 혀를 내둘렀다. 인천의 지역지점 관계자는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이 너무 높아도 안 되고 너무 낮아도 안 된다”며 “최소 두 번은 지점을 방문해야 하고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교육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지점의 한 관계자는 “신용도와 재산상태가 ‘중간보다 약간 아래’라는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정말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을 못 해주는 경우도 생긴다”고 전했다.○ 회수에만 힘쓸 뿐 홍보는 뒷전중앙재단에서 지역지점의 실적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는 회수율이다. 미소금융 기업·은행지점과 지역지점의 연체율이 2010년 12월만 해도 1.6%로 낮았지만 11월 3.2%로 높아졌다. 이렇다 보니 각 지점에서는 최근 회수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구리시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지역지점에서 500만 원을 빌린 강모 씨(71)는 대출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매달 원리금 14만 원씩을 꼬박꼬박 갚고 있다. 예전에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 3000만 원에 대한 이자 50만 원까지 합하면 매달 갚아야 하는 빚이 60만 원이 넘는다. 강 씨는 “원리금 납부일이 하루만 지나도 지점에서 쫓아와서 독촉한다”며 “돈 빌려준 게 고맙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솔직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재래시장에 적지 않은 미소금융 자금이 배정됐지만 정작 상인들은 미소금융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구리 시장 청과물동 1층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시장 토박이’라는 한 상인에게 “미소금융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그런 건 못 들어봤다”고 했다. 미소금융은 그 건물 3층에 있었다. 인천 중앙시장에선 지역지점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서 장사하는 상인조차 “뭐 하는 곳이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금융전문가들은 일부 운용상의 문제가 드러났지만 제도권에서 홀대받는 저소득 서민계층을 지원하는 미소금융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기업과 은행이 운영하는 미소금융지점에 수요가 몰리면서 미소금융 출범 이후 11월 말까지 5만6300명이 1인당 평균 820만 원 정도를 지원 받았다. 서민금융의 모범사례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성공적 금융지원 체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수혜 계층을 넓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소금융을 급조하다 보니 검증된 대출채널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 결과 연줄에 따라 대출하거나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겼다”며 “자발적으로 서민대출을 하는 비영리단체를 꾸준히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인천·구리=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청주·전주=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미소금융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어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계층에 창업 및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무보증·무담보 소액신용대출사업. 2009년 12월부터 시작됐다. 중앙재단이 은행의 휴면예금과 기부금으로 조성한 자금을 기업지점, 은행지점, 지역지점, 복지사업자(상인회, 사회적기업)에 배분하면 각 지점이 심사를 거쳐 적격자에게 대출해준다.}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미소금융 중앙재단의 미소금융 외에 신용회복위원회, 자산관리공사, 중소기업청 등이 주관하는 비슷비슷한 서민금융지원 제도가 너무 많아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햇살론은 저축은행과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이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서민들에게 연 10%대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2010년 7월 출시됐다. 15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존 희망홀씨대출을 보완한 새희망홀씨대출을 통해 서민들에게 연 6∼14%의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또 신용회복위원회와 자산관리공사는 연체자들의 원금 일부와 이자를 탕감해주는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나 소상공인진흥원도 영세상인들을 위한 소액대출을 각각 취급하고 있다.문제는 모두 서민들을 지원하는 제도인데도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신용등급 등 세부적인 지원 대상이나 대출 한도 등이 달라 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운용비용도 방만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것이다. 미소금융의 경우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점과 출장소를 모두 합치면 143개에 이른다. 지점마다 직원 인건비와 임대료를 포함해 매달 500만 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데 반해 실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대출상품의 성격은 비슷하면서도 대출자격이나 심사기준을 헷갈리게 만든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미소금융은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동시에 부채가 자산의 50%를 넘지 않아야한다. 반면에 햇살론은 개인의 소득 수준을 꼼꼼히 살핀다. 연소득이 2600만 원 이하라면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대출이 가능하고 6∼10등급이라도 연소득이 4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돈을 빌릴 수 있다. 정부부처가 서민 대출상품을 선심성으로 내놓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호 전 한국개발연구원 교수(현 국민은행 리스관리그룹 부행장)는 “정부부처 한 곳에 서민금융 지원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며 “공급자 측면에서 혼선을 줄인 뒤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홍보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금융회사에서 고졸자를 아예 뽑아주지 않으니 과거 일부 여상에서는 아이들에게 그래픽디자인 등을 가르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금융 관련 자격증 취득을 돕는 과목들이 포함되는 등 교과과정(커리큘럼)이 달라지고 있습니다.”(이창우 서울여상 특성화연구부장) 기업은행이 7월 1일 15년 만에 특성화고 출신 직원 20명을 선발한 후 주요 금융회사와 대기업 사이에 고졸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고졸 채용을 다시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고졸 채용에 대한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다. 은행이나 기업의 수요를 반영해 특성화고의 교과과정이 바뀌고 있고, 은행들의 채용 및 인사정책도 고졸 채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조직 충성도가 높은 고졸 직원들이 영업점 분위기까지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 ‘기업 주문형’ 인재 만드는 데 총력서울시교육청은 12일 서울공고에서 ‘특성화고 교육과정 개편 대토론회’를 열고 내년부터 서울시내 75개 특성화고교의 커리큘럼을 최대한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실무 과정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특성화고는 교육과정 중 50% 이상을 금융, 정보기술(IT) 등 전문 교육으로 채우게 된다. 시교육청은 교과목을 개발하는 해당 고교별 교육과정위원회에도 산업체 인사를 30% 이상 포함시켜 전문 교과목을 교사와 업계 인사가 같이 개발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산업계 인사들이 일회성으로 학교를 찾아와 잠깐 강의하는 일은 산학 협동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은행 임원 등 기업체 실무자를 계약직 교사 형태로 채용해 아예 정규수업을 맡기는 ‘산학협력교사’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이 산업현장에 바로 적응하려면 교육과정에서 기업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특성화고들의 자체 준비도 한창이다. 이창우 부장은 “최근 주당 1시간이던 엑셀 수업을 2시간으로 늘리고 은행텔러(창구 직원) 자격증 과목도 보충수업 형태로 신설했다”며 “학생들끼리 서로 금융 관련 지식을 배우고 가르치는 동아리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여상의 정규과목 중 금융자격증 관련 과목은 금융일반, 금융법규, 금융실무, 증권금융시장, 국제금융 등 총 5개다. 이 과목들을 통해 은행텔러, 펀드투자상담사, 파생투자상담사 자격증 등 은행이 원하는 3대 자격증을 모두 취득할 수 있다.○ 은행 채용 및 인사 정책도 변화금융회사들의 채용 정책도 대대적으로 바뀌고 있다. 하반기에 고졸 채용을 하던 기업은행은 내년에는 아예 상반기로 채용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일찍 뽑을수록 은행이 원하는 인재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임대현 기업은행 인사부장은 “고졸 직원이 대졸 직원보다 적게는 4∼5세, 많게는 10세 가까이 어리다 보니 돌발상황 대처 능력이 좀 떨어진다”며 “해외연수, 고객응대(CS) 교육 등을 통해 아직 10대인 고졸 직원들의 견문을 넓혀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연수를 실시할 수 없으므로 이런 부분을 은행이 방학 등을 활용해 직접 하겠다는 뜻이다. 오동수 대구은행 인사부장은 “과거에는 고졸 직원들을 뽑거나 이들의 인사고과를 평가할 때 창구담당 직원의 최대 덕목인 커뮤니케이션 능력만 중시했다”며 “하지만 앞으론 대졸 직원과 마찬가지로 논리적 사고, 전문성, 리더십 항목도 보겠다”고 밝혔다.○ “생글생글 웃는 고졸 직원이 더 좋아”고객들도 고졸 직원들을 반긴다. 올해 7월에 입사한 김혜인 계장(18)이 근무하는 기업은행 삼양지점을 자주 방문한다는 주부 유모 씨(53)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우리 딸은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아직도 이것저것 사달라고 투정한다”며 “10대 소녀들이 의젓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견하고, 실수하더라도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박기수 대구은행 성당지점장은 “고졸 직원을 1년 넘게 데리고 있었는데 대졸자에 비해 조직 충성도가 높고, 업무 지시도 잘 따라 아주 만족한다”며 “기획, 재무와 같은 본사의 일부 업무를 제외하면 굳이 높은 임금을 주고 대졸자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창구 직원처럼 고졸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대졸자가 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므로 학력이 덜 중요한 직군에선 고졸자에게 대졸자와 동등한 입사 기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봉사는 의무나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의 재충전이고 휴식이죠. 직장은 일하기 위해 모인 곳이지만 함께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다 보면 사내 분위기가 더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7일 대전 중구 오류동 삼성카드 고객지원(CRM)센터에서 만난 김성국 센터장(49·사진)은 사내에서 ‘봉사왕’으로 유명하다. 1988년 삼성카드에 입사한 김 센터장은 언론사 등에서 주최하는 농촌이나 무의탁 노인 방문 행사에 참가하며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나눔의 기쁨을 동료들과 함께하고픈 마음에 1996년 사내 봉사조직을 직접 만들어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도맡아 이끌어왔다. 이런 공로로 김 센터장은 올해 3월 삼성카드 직원 중 사내 봉사활동이 500시간이 넘는 직원에게만 주어지는 ‘365 봉사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김 센터장이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 복지재단 등에서 받은 상패만 10여 개에 이른다. 김 센터장은 가는 곳마다 봉사의 씨앗을 뿌리는 ‘나눔 전도사’다. 2008년 초 김 센터장이 처음 대전 CRM센터로 왔을 때 사내 봉사활동은 그저 형식적인 행사에 그쳤다. 하지만 그의 ‘나눔정신’은 직원들의 참여율을 크게 높였다. 전체 100여 명의 정직원 가운데 10명 정도만 참여하던 미혼모가정 보호시설 방문 활동에 이제는 40여 명이 돌아가며 봉사하고 있다. 2002년 안양지점장을 맡았을 때에는 직원들과 함께 매달 인근 안양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을 보살폈고, 보육원에 버스를 기증하기도 했다. 2007년 상계지점장으로 일할 때도 직원들과 함께 서울 노원구 동광모자원을 찾아 도배나 장판교체 같은 봉사활동을 했다. 사내 봉사활동은 업무성과 개선으로 이어졌다. 직원들의 봉사활동이 정착될 즈음인 2009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이례적으로 대전 CRM센터가 7개월 연속 사내 최우수 센터로 선정됐다. 김 센터장은 실적 개선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한다. “상담원 일이 감정노동이다 보니 직원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해요. 그런데 동료들과 함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서로 교감하다 보니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더라고요.” 나눔에 대한 애착은 김 센터장의 개인사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신혼여행과 웨딩촬영 비용을 아껴 시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개안(開眼)수술을 해주는 실로암안과에 기부하거나 자녀 돌잔치로 부조금이 생겼을 때도 복지기관을 찾아 ‘정성’을 전달했다. 지금도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매달 이화여대 복지관을 찾아 홀몸노인들을 살피고 있다. “봉사는 주변에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밥을 지을 때마다 쌀 한 줌씩 떼어 어려운 사람들 돕는 걸 보며 나눔 실천을 익혔던 것처럼 제 주변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자연스레 퍼져나가는 거죠.” 김 센터장은 자신의 봉사활동이 세상을 바꾸는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대전=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도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이 저금리 대출상품들을 잇달아 내놓기로 해 금리 인하가 전체 저축은행 업계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 계열인 SC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금리를 연 4.76∼4.96%로 정했다.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가 최저 연 7∼9%, 최고 12∼14% 수준인 데다 시중은행도 평균 연 5%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 상품은 최장 30년짜리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최대 6억 원까지 대출해준다. 다른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도 금리 인하에 동참할 분위기다. 제일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금융지주는 내년 1월 기존 저축은행보다 낮은 금리의 개인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KB금융 측은 “아직 정식 인수계약이 체결되기 전이지만 금리를 낮춰 서민부담을 줄이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삼화저축은행)도 내년 3월경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중간 수준인 10% 후반대의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지주사로부터 낮은 금리로 차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C저축은행은 SC금융지주로부터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인 4.6%보다 낮은 4%대 초반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여신을 빨리 늘리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처럼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펼치자 기존 저축은행들도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대비해 현재 대출금리를 1∼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에 3.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7월에 내놨던 종전 전망치(4.6%)보다 0.9%포인트나 낮췄다. 한은은 “보수적인 전망이 아니다”라며 “성장률이 더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만큼 경기 상황을 어렵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9일 발표한 ‘2012년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3.8%와 3.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의 전망이 맞는다면 내년 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카드사태가 터졌던 2003년(2.8%)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2.3%), 2009년(0.3%)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한은은 7월만 해도 우리나라 성장률이 4%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로존 위기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5개월 만에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했다. 한은의 전망치는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보다도 낮은 것이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3.8%로 전망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의 전망치는 각각 3.6%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3.7%는 현재 가장 가능성이 큰 전망치이며 이보다 위로 가기보다는 하향 조정될 여지가 더 많다”며 “보수적으로 봤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처럼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것은 내년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수출증가세가 대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올해 4분기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 소폭이지만 마이너스를 보일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면서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272억 달러)의 절반 수준인 130억 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4.5%에서 내년 4.2%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소비는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주 5일제 수업 전면 시행, 물가상승률 하락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올해 2.5%에서 3.2%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0%에서 내년에는 3.3%(기존 전망치 3.4%)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 취업자는 28만 명 증가해 올해 40만 명보다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의 7월 전망치는 현실에 비춰 지나치게 높았다”며 “3.7% 전망치는 올해 하반기 수준의 경기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현대자동차에 이어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과 한국GM, 쌍용자동차는 이번 주초 현대차와 같은 수준으로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각 카드사들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앞서 전체 7개 카드사들은 지난달 말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 굴복해 신용카드는 기존 1.75%에서 1.7%, 체크카드는 1.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현대카드가 르노삼성 등 자동차 제조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대차 수준의 수수료로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 삼성, 신한 등 다른 카드사들은 인하 여부를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처럼 카드결제를 거부하겠다며 강하게 압박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현대차 수수료를 내려준 마당에 이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오히려 대기업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 카드사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굴복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 이른바 대기업에 약하고, 자영업자 등 중소가맹점에 강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 카드사들은 최근 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낮췄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보다도 낮은 1.7%를 요구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바야흐로 스키 시즌이 돌아왔다. 찬바람과 함께 눈 내리는 겨울을 가장 기다린 것은 바로 스키 마니아들이 아닐까 싶다. 11월 중순부터 개장하기 시작한 전국 스키장에는 벌써부터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일 년 동안 겨울만 기다린 사람들은 마음 같아서는 매주 스키장을 찾고 싶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숙박비뿐만 아니라 리프트 이용권도 구입해야 하고 초보자라면 장비대여료에 강습료까지 내야 하니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다. 이런 고객들을 위해 각 신용카드사들은 스키장 개장에 맞춰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별로 제공하는 할인만 꼼꼼히 챙겨둬도 알뜰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숙박에서 장비대여료까지 할인 제공 대부분의 전업계 카드사들은 전국의 주요 스키장에서 고객들을 위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별로 가격을 깎아주는 항목이나 할인율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스키 타러 떠나기 전에 미리 살펴두는 게 좋다. 비씨카드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11개 스키장에서 할인을 해준다. 리프트권과 장비대여료를 비발디파크 30∼40%, 용평리조트 25∼50%, 휘닉스파크 25∼35%, 하이원리조트 30% 등 스키장별로 최대 50%까지 깎아 준다. 스키 강습, 눈썰매장, 숙박, 사우나 등 리조트 부대시설도 절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비씨카드는 할인 이외에도 1월 한 달 동안 용평, 휘닉스파크 등 총 7곳을 돌아가며 ‘카페 비씨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해당 스키장에서 비씨카드로 3만 원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는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커피, 코코아 등 따뜻한 음료를 무료로 나눠준다. 또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고객 2018명에게 정상 가격보다 60% 할인된 가격으로 스키캠프를 연다. 18일부터 2012년 1월 31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며 참가를 원하는 회원은 5일부터 비씨카드 소셜커머스 사이트(bcdc.bccard.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신한카드는 총 9개의 국내 유명 스키장에서 할인 행사를 펼치는 ‘씽씽웨이 페스티벌’을 펼친다. 특히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는 단독 할인을 해주고 있으며 본인 포함 5명까지 리프트 및 장비대여료 10%, 패밀리스파, 카페테리아, 골프연습장 등의 부대시설에서 5∼10%를 깎아준다. 리프트권을 곤지암리조트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매하면 10%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스키장을 찾은 회원들에게 경품도 나눠준다. 신한카드 홈페이지에서 이벤트에 응모를 한 뒤 9개 제휴 스키장에서 결제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GS칼텍스 주유상품권(400만 원) 1명, 신한 기프트카드(20만 원) 10명, 마이신한포인트 5만 점 30명, 모바일 주유쿠폰(5000원) 1000명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휘닉스파크, 무주 덕유산 리조트(옛 무주리조트), 대명리조트를 포함한 총 8개 스키장에서 리프트권이나 장비 대여 때 최대 50%를 깎아 준다. 베어스타운, 오크밸리, 에덴밸리 스키장에서는 숙박비도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을 제공하는 스키장에서 결제한 금액에 대해서는 최대 2%를 포인트로 쌓아준다. 롯데카드는 엘리시안 강촌에서 결제하면 본인 포함 4인까지 리프트권과 장비대여료를 30∼50%, 스키강습·눈썰매장을 30% 깎아준다.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도 본인을 포함해 4인까지 리프트권 25%, 장비대여료 30%, 강습료 20%를 할인해준다.○스키장 벗어나도 연말 할인 풍성 현대카드는 ‘슈퍼세일 윈터’ 이벤트를 통해 용평리조트, 현대성우리조트에서 리프트권과 장비대여료를 최대 40%까지 할인해준다. 스키장 할인이 적은 대신 연말에 신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해 자동차 할인 혜택을 마련했다. 31일까지 현대카드M으로 현대 쏘나타, 싼타페, 베라크루즈를 사면 자동차 보험료를 50% 깎아주고 기아 K5 하이브리드 또는 K7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1년간 하이패스 이용금액 전액을 할인해준다. 또 현대카드M을 새로 발급받아 현대·기아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세이브-오토’를 이용하면 6개월간 GS칼텍스에서 L당 15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전국 8개 주요 스키장에서 리프트권과 부대시설 등을 최고 50% 깎아주는 동시에 내년 3월 말까지 2, 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도 준다. 이와 함께 30일까지 KB국민카드 국제선항공 전용데스크(02-6936-3995)에서 KB국민카드로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캐시백 서비스도 진행한다. 기간 내 항공권을 구매한 금액에 따라 총 △500만 원 이상~25만 원 △300만 원 이상~500만 원 미만 15만 원 △10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 5만 원 △50만 원 이상~100만 원 미만 2만5000원을 돌려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프라이빗뱅킹(PB)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쉽게 은퇴를 대비한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으로는 처음 11월부터 일반 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은퇴설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권의 은퇴 관련 상담은 PB를 통한 고액 자산가들의 재무설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나은행의 은퇴설계 시스템은 간단한 설문을 통해 고객의 재무 정보를 받아 입력하면 은퇴 이후 필요한 자금을 산출해 주고 이를 마련하기 위한 투자 방법을 설계해 준다. 고객은 배우자와 자녀 정보, 자신의 소득과 자산, 은퇴 시기 등을 적어서 영업점 직원에게 건네주면 10분 정도 지나서 은퇴설계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하나은행의 은퇴설계 시스템은 단순한 은퇴자금 산출에 그치지 않고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 방법을 제시해 준다. 현재 생명보험사들도 홈페이지나 보험설계사를 통해 은퇴했을 때 필요한 자금을 산출해 주고 있지만 하나은행의 시스템은 보고서를 통해 은퇴 시점 이후부터 쓸 자금을 준비하려면 현재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일러준다. 예를 들어 현 시점에서 은퇴 후 자금이 2억 원가량 부족하다면 펀드, 방카쉬랑스, 예적금 등으로 나눠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준다. 이는 그동안 PB센터에서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해 오던 서비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평소 고객들이 증권사나 보험사에 비해 자주 방문하고 오랜 시간 업무를 보는 곳”이라며 “자투리 시간에 고객 자금의 관리 또는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은퇴설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시스템을 운영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다른 업무를 보러 지점을 방문한 고객들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손쉽게 은퇴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하나은행은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고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여유자금이 부족한 일반 고객의 은퇴설계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개인별 소득수준에 따라 신용카드 사용한도에 차이를 두고 1년 이상 안 쓴 휴면카드를 자동 해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이달 중순 도입된다. 외상거래인 카드 사용이 급증해 가계와 금융회사가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 선제적 조치지만 카드소비 패턴을 갑자기 바꾸면 소비자들이 불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금융위원회는 5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신용카드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이달 중순쯤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원 모집과 탈퇴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과 카드사 내부 규정을 개정하는 대로 바로 실시된다.우선 개인 신용도 평가 때 월수입과 재산 정도를 중요 지표로 반영해 카드 사용한도(신용구매와 현금서비스 포함)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한도를 달리 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것처럼 카드에도 한도를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수입이 10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는 카드 사용한도를 1000만 원 이상까지 허용하는 반면에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수준인 월 480만 원을 버는 사람의 한도는 500만 원 이하로 줄이는 식이다. 월수입 이외의 자산과 부채, 신용등급에 따라 실제로 적용되는 한도는 개인별로 다르지만 지금처럼 소득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사용한도를 정하는 방식은 사라진다. 금융위 당국자는 “기존 카드 고객들이 사용한도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금액은 25% 정도”라며 “과도한 사용한도 때문에 과소비 풍조가 생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이와 함께 장롱에서 1년 이상 잠자고 있는 3300만 장의 휴면카드를 카드사 직권으로 해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종합대책에 포함된다. 고객도 모르는 휴면카드 정보가 새나가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되는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휴면카드 해지를 위해 카드사들은 먼저 1년 이상 쓰지 않은 카드를 가진 고객에게 반드시 전화를 걸어 해지 의사를 확인하도록 했다. 이때 고객이 별다른 의사 표명을 하지 않으면 사전 통보를 거쳐 사용 해지절차가 진행된다. 금융위는 카드 해지를 원하는 고객에게 카드사들이 ‘연회비를 면제해주겠다, 포인트 혜택을 더 주겠다’는 식의 권유를 하지 못하도록 해 쉽게 해지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또 금융위는 은행계좌 잔액 한도 내에서 결제하는 체크카드의 사용을 늘리기로 했다.정부의 신용카드 종합대책과 관련해 소비자들은 큰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당장 불편한 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회사원 강모 씨(30)는 “지금 카드 한도가 500만 원인데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쓰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같은 사고 우려도 있는 만큼 한도를 줄여도 괜찮다”고 말했다. 반면에 자영업을 하는 정모 씨(41)는 “장사를 하다 보면 수입이 들쭉날쭉해 자금계획을 짜기 어려운데 카드 한도가 줄면 돌발사고가 생길 때 곤란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에 ‘빨간불’이 켜진 카드업계가 이번에는 체크카드 사용 활성화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다 우체국과 새마을금고 등 숨은 경쟁자들도 내년부터 자체 체크카드 발급에 나서기로 해 체크카드 시장 확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금융서비스 기능이 없어 이익창출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체크카드의 시장 확대가 반갑지 않다.○ 체크카드 경쟁 격화되나4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내년 상반기 체크카드 시장 진입을 목표로 현재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약 1600만 명에 이르는 새마을금고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단번에 체크카드 상위 발행사로 도약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당장 경제적 이익보다 우리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개발해 편의성과 충성도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우체국은 이미 올해 초 체크카드 사업 진출을 선언했으며 현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 발급에 들어갔다.연간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2007년 18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51조5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신용카드를 포함한 전체 신용판매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5.9%에서 2010년 12.5%로 높아졌다.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통장 잔액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체크카드를 쓰면 빚 부담이 줄어든다. 또 체크카드는 가맹점 수수료가 1.0∼1.7%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1.5∼4.5%)보다 낮아 가맹점에도 유리하다. 금융위원회는 체크카드를 통해 가계부채 부담을 덜고, 가맹점 수수료율 논란도 잠재우겠다는 포석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새마을금고의 체크카드 시장 진입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카드사와 소비자는 시큰둥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먼저 카드업계는 금융서비스 기능이 없고 가맹점 수수료도 낮은 체크카드 발급에 소극적이다. 카드사들은 신용판매보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얻고 있다. 특히 전업계 카드사들은 0.5%가량의 계좌 이용수수료를 은행에 내야 해 불만도 크다. 따라서 체크카드 시장이 은행계 카드사만 참여하는 반쪽짜리 시장이 될 염려도 없지 않다.최근 현대·기아차 같은 대형 가맹점들이 금융비융이 적게 드니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더 낮추라고 압박하는 것도 카드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궁지에 몰린 카드사들은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체크카드 혜택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월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최대 1%포인트 낮아지자 카드사들은 앞 다퉈 체크카드 부가서비스를 폐지했다.소비자에게도 신용카드에 비해 포인트나 적립 등 혜택이 적고 고액 결제 때 할부기능이 없는 체크카드를 굳이 발급받아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현재 체크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총급여의 25% 이상 초과분의 25%로 신용카드(초과분의 20%)와 별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외국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신용카드가 많이 보급된 상태”라며 “이런 시장구조를 바꾸려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혜택을 동일하게 하는 것과 같은 획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Q. 최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자주 읽게 됩니다. 제 주변에도 가계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이가 부쩍 늘었는데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빚을 깎아주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제도가 있는지요? 구체적인 혜택도 궁금합니다. A. 빚에 허덕이는 서민을 지원하는 기관은 여러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별로 신청할 수 있는 자격 기준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에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자신의 채무 상황을 제대로 알아두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해 연체가 시작됐는지, 또 연체가 얼마나 계속됐는지입니다.만약 결제일로부터 한 달 넘게 돈을 갚지 못했다면 일단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연체가 이어지면 은행연합회에서 모으는 개인 금융자료에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등록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신복위의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과 개인워크아웃으로 나뉩니다.프리워크아웃은 채무불이행 기간이 30일 초과 90일 미만의 채무자 중 2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5억 원 이하의 빚을 지고 있을 때 해당됩니다. 프리워크아웃은 아직 돈을 갚지 않은 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에 기록이 남지 않을뿐더러 각종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단, 무작정 돈을 빌려다 쓰고 바로 신복위에 도움을 청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이 더 있죠. 신청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 새로 발생한 빚이 전체 채무액의 30%를 넘지 않아야 하며 소득의 30%는 빚을 갚는 데 써야 합니다. 또 재산이 6억 원 미만이어야 합니다. 만약 예·적금, 보험 등의 개인 재산을 숨겼다가 나중에 발각되면 더는 채무조정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무담보채권은 10년, 담보채권은 20년까지 빚을 갚아야 하는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원금을 깎아주지는 않지만 연체이자는 없애주고 기존 약정이자율을 70% 수준으로 낮춰줍니다.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연체가 시작됐다면 길게는 1년까지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기간을 정해줍니다.이미 연체가 3개월을 넘었다면 개인워크아웃에 해당됩니다. 이 경우 채무자가 최저생활비 이상의 일정한 소득이 있거나 가족들이 빚을 갚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워크아웃이 결정되면 더는 금융회사로부터 빚 독촉을 받지 않습니다. 또 이자와 연체이자 금액은 전액 깎아주고 원금도 해당 금융회사에서 이미 손실 처리했으면 최대 50%까지 감면해줍니다. 단, 신복위와 협약한 금융회사의 채무만 조정받을 수 있어 다른 미등록 업체로부터 돈을 빌렸거나 사채를 썼다면 도움을 받을 수 없죠.법원에 개인 파산을 신청해 빚을 한 번에 탕감할 수도 있지만 신분상 불이익이 뒤따르게 됩니다. 개인워크아웃 확정 이후 2년이 지나면 아직 돈을 다 갚지 않았더라도 신용불량 기록이 사라져 일부 금융거래를 할 수 있지만 개인 파산은 면책 결정이 나더라도 5년간 ‘파산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됩니다.아직 연체를 하지는 않았지만 고금리 부담이 힘들다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캠코는 2008년부터 바꿔드림론(옛 전환대출)을 통해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를 이용해야 했던 채무자들에게 평균 11%대의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6∼10등급이면서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인 사람 중에 연 20% 이상의 금리로 대출을 받아 6개월 이상 연체 없이 갚고 있다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1인당 최대 3000만 원까지 기존 대출을 갚아주는 대신 시중은행에서 8.5∼12.5% 대출을 받게 해줍니다. 갈아탄 대출금액은 최장 5년 동안 총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대출 기간으로 나눈 만큼 매월 갚으면 됩니다.금융기관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한국이지론 역시 전환대출 상품인 ‘환승론’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등록된 대부업체나 기타 2금융권에서 연 39%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면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기존 대출보다는 저렴한 연 20%대 금리의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4일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지주사 아래 2개 은행을 별개로 유지하는 ‘더블뱅크’ 체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의 평판과 가치를 존중해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은행 직원을 높게 평가한다. 모든 걸 껴안고 가겠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가계금융·프라이빗뱅킹(PB) 자산관리 증권 등에서, 외환은행은 기업금융 수출입금융 외국영업 등에서 각각 강점이 있다. 겹치는 부문이 거의 없어 충분한 시너지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회장은 또 외환은행 매매가격이 과도하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외환은행 인수가격인 주당 1만1900원은 2005년 국민은행의 인수 예정가 1만5200원, 2007년 HSBC의 1만8045원보다 훨씬 싼 것”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미소금융 중앙재단의 간부와 복지사업자가 뇌물수수 및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은 중앙재단이 대출 재원을 맡길 복지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와 이 사업자의 대출 과정에 제도적인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민에게 늘 웃음을 주기로 한 미소(美少)금융에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허점이 있다는 것. 수사과정에서 미소금융 관련 비리가 대규모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면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서민지원정책이 위축될 수도 있다. 미소금융 사업주체는 크게 복지사업자, 지역별 재단, 은행재단, 기업재단의 4개로 나뉜다. 이번에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재단은 중앙재단에서 자금을 받아 지원이 필요한 서민에게 대출해주는 복지사업자다. 현재 검찰은 중앙재단 간부인 양모 씨가 지난해 1월 뉴라이트계열 단체 대표 김모 씨에게서 1억 원을 받고 김 씨가 대표로 있는 복지사업단체에 35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재단은 일정 기준에 따라 선정한 복지사업자에게 자금을 배분해 대출 재원으로 활용토록 한다. 그러나 복지사업자가 중앙재단에서 대출 재원을 따내기는 매우 어렵다. 2010년까지 미소금융사업을 신청하는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 등의 복지사업자는 대출금의 회수율이 90∼95%를 넘어야 하고 대출금의 2%를 손실에 대비해 재단에 예치해둬야 했다. 박상금 사회연대은행 사무국장은 “올해부터 회수율과 예치의 명문 규정이 없어져 자금을 신청했지만 사회연대은행의 회수율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많은 복지사업자의 회수율은 70% 안팎이지만 중앙재단은 내부적으로 8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사업자의 도덕성이나 배정된 자금의 운용 투명성에 대한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대출 재원이 복지사업자에게 나간 뒤의 상황까지 감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복지사업자의 적격성 문제와 관련해 2009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신용대출사업 경험이 부족한 친정부 성향 단체 사업자들이 선정된 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미소금융 대출 관련 비리는 사업자와 대출신청자 사이에 은밀하게 이뤄져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감사원이 지난해 초 실시한 미소금융 감사 때도 대출비리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사업자 선정 조건이 까다롭고 복지사업자와의 협력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은 등의 제도상 보완점만을 조언했을 뿐이다. 이런 구조적 결함이 있는데도 감사원이 휴면예금 사업비 집행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자 미소금융재단이 서민대출을 너무 서둘렀던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실제 미소금융 사업 초기인 2010년 7월 전까지는 월별 대출건수가 200여 건에 그쳤지만 감사원 감사 후에는 월별 대출건수가 최고 11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휴면예금을 기부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서민대출 실적을 늘리기 위해 사업자를 급하게 선정하고 대출 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총 3만6445명이 2272억 원을 빌리는 등 서민층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미소금융사업이 개인비리 때문에 중단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위원회도 “이번 검찰 수사 때문에 서민지원 체계로 자리 잡은 미소금융 사업 자체가 위축돼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내주 초부터 중앙재단의 사업자 선정과 자금 지원 절차 등 운영실태 전반을 조사하기로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미소(美少)금융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어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계층에 창업 및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이다. 휴면예금과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중앙재단, 6개 기업재단(롯데 삼성 포스코 현대차 LG SK), 5개 은행재단(국민 기업 신한 우리 하나은행)이 2009년 12월부터 대출을 시작했다. }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은 1일 이사회를 열어 유병찬 한국씨티은행 영업본부장(52·사진)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유 신임 대표는 1989년 씨티은행에 입행했으며 IMC-텔레퍼포먼스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서류 합격 통지가 왔을 때 믿기지 않아 20번도 넘게 다시 봤어요. 모교에서는 사법시험 합격한 것 마냥 축하 현수막도 붙여준다고 하네요.”30일 서예원 씨(창원대 경영학과·24·여)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서 씨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입사원 공채 합격 통보를 받은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합격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씨는 경남에 있는 창원대가 배출한 최초의 산업은행 합격자이다. 그는 “학교 친구들이나 주변에서도 큰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합격하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지방대 출신을 파격적으로 채용한 산업은행의 신입행원 합격자 명단이 지방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1년 대졸 신입행원 공채 결과, 전체 100명의 합격자 중 절반인 50명이 서 씨처럼 지방대 출신이라고 30일 밝혔다. 올해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영남 25명, 충청·강원 13명, 호남·제주 12명을 합격시켰다. 산업은행이 2004년부터 가산점 부여 등 지방대 출신 우대정책을 펴온 결과 지난해까지 8년간 총 49명이 입행했는데, 이번에 50명이 들어오면서 단 한 번에 추월한 셈이 됐다. 올해는 지역할당제 덕분에 한국해양대와 창원대에서 산업은행 첫 합격자를 냈다.지금까지 지방대생에게 금융회사의 벽은 너무 높았다. 서 씨 역시 금융회사에 취업하고 싶어 올여름 한국은행에서 주최하는 통화정책 경시대회 지역예선에서 우수상을 탈 정도로 실력을 쌓았지만 올해 신한, 국민 등 총 5곳의 금융회사에 낸 지원서가 모두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서 씨는 “같은 과 친구들도 창원 내 중소기업이나 지방은행에 취업하면 성공한 케이스”라며 “은행권 역시 공채가 아닌 텔러 직군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충북 청주대에 다니는 윤민준 씨(회계학과·24)도 산업은행의 지역할당제 혜택을 톡톡히 봤다. 윤 씨는 어릴 때 시신경을 다쳐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다. 책을 보거나 일상 생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 올해 초부터 은행과 대기업을 포함해 20여 군데 입사지원서를 냈으나 절반 이상 서류심사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윤 씨는 “지방대생인 데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아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그에게 8월 산업은행이 장애인 인턴제도라는 손길을 내밀었고 인턴 도중 은행 직원들의 권유로 공채시험에 지원해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윤 씨는 “인턴을 하면서 금융전문 인력이 청주에 내려와 지리도 익히기 전에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곳 기업과 정서를 꿰뚫고 있는 지역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이번에 합격한 산업은행의 지방대 출신들은 7년간 지역전문가로 일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수신기반을 넓히기 위해 지방 점포를 확대하고 지방대 출신 인재들을 늘리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7월 “서울 사람 뽑아다 지방에 내려 보내면 다시 올라올 생각만 한다”며 “현지 인력을 뽑아 쓰면 대출심사 같은 업무를 다른 지역 출신보다 훨씬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모교 출신 산업은행 합격자를 배출한 이천우 창원대 경제학과장은 “최근 지방대 학생들은 취업이 어렵다 보니 전공 수업시간에도 의욕이 없는데 산업은행 합격 소식 이후 학생들의 열의가 부쩍 높아졌다”며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지역할당제를 활성화하면 지방대와 학생들이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