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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의 안타깝고 기막힌 사연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났던 어린이 8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격추된 여객기 잔해에서는 어린이들이 갖고 놀았던 것으로 보이는 인형들과 책을 담은 가방들이 발견됐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와 비탄에 빠진 네덜란드에서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의 현장 훼손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어린이 희생자 유난히 많아 호주 국적의 모(12), 에비(10·여), 오티스(8) 삼남매는 가족여행을 갔다가 외할아버지 닉 노리스 씨(68)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와 함께 유럽여행을 즐긴 뒤 외할아버지와 함께 호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노리스 씨는 “부모도 휴식시간이 필요하다”며 딸과 사위를 네덜란드에 며칠 더 남아 있게 한 뒤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율리 하스티니 씨(44·여)는 네덜란드인 남편 및 두 자녀와 함께 인도네시아 수라카르타에 있는 고향집을 찾아가던 길에 목숨을 잃었다. 네덜란드의 한 제약회사에 일하는 그는 남편 욘 파울리선 씨(47)와 함께 아들 아르주나(5), 딸 스리(3)를 데리고 고향 방문길에 올랐다. 그의 지인들은 “지난해 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몹시 슬퍼했다”고 전했다. 하스티니 씨는 이번에 어머니 무덤을 찾을 계획이었다. 유럽 여행에 나섰던 말레이시아 일가족 6명이 모두 목숨을 잃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탐비 지에 씨와 부인 아리자 가잘리 씨는 무함마드 아피프 군(19) 등 4남매를 데리고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영국인 변호사 존 앨런 씨(43)와 아내 샌드라 씨는 16세, 14세, 8세인 세 아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나섰다가 희생됐다.○ 4개월 만에 운명 뒤바뀐 부부 말레이시아 언론 ‘말레이시안 인사이더’는 MH17에 탑승했던 승무원 산지드 싱 씨(41)가 동료와 근무를 바꿨다가 변을 당했다고 18일 전했다. 싱 씨의 아버지는 “낮 12시쯤 집에 온다고 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라며 오열했다. 같은 항공사 소속 승무원인 싱 씨의 부인은 올해 3월 8일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실종된 MH370에 탑승할 예정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근무를 바꿔 살아남았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의붓할머니도 격추된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라작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무함마드 노아 씨의 두 번째 부인이던 시티 아미라 파라위라 씨(83)는 고향으로 가다 숨졌다.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학회(IAS)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MH17기를 탔다가 사망한 에이즈연구 전문가들은 당초 100여 명이 탑승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지만 학회의 공식 확인 결과 탑승한 학자는 6명이었다.○ 네덜란드 전역 추도 분위기 가장 많은 목숨이 희생된 네덜란드에서는 암스테르담 교외에 있는 도시 힐베르쉼의 인구 8만 명이 모두 비탄에 빠졌다. 이 도시에 사는 세 가족과 19세 청년 등 13명이 한꺼번에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힐베르쉼 중심가의 성 비투스 성당에는 숨진 이웃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빌럼 비테베인 네덜란드 상원의원과 가족들도 목숨을 잃었다. 그는 아내, 딸과 함께 이번 사고기에 탑승했다. 스히폴 국제공항에는 누군가가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을 가져다 놓기 시작하면서 희생자 위로구역이 마련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위로 구역에는 꽃과 인형, 카드가 쌓이고 있다. 유럽 최대 자전거 경주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네덜란드 선수들은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 앞에도 현지 주민들이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꽃과 촛불이 가득하다고 전했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젠장! 100% 민간 항공기다. 무기는 없고 수건이나 휴지 등 민간인 물건들뿐이다.”(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반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지금은 전쟁 상황이다.”(러시아 정보장교) 1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과 관련해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 국장이 공개한 통화 기록의 일부다. 그는 “이번 사건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저질렀으며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절대적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 기록은 이고리 베즐레르라는 반군 지휘관이 17일 오후 5시 15분경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의 바실리 게라닌 대령에게 격추 사실을 보고하는 내용이다. SBU가 도청한 통화 기록에서 ‘대령’으로 불리는 반군은 이날 오후 “비행기가 페트로파블롭스카야 광산 인근에서 격추됐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1시간 만에 격추된 비행기가 민간 여객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또 다른 기록에서 베즐레르는 “기뢰 부설 부대가 비행기 한 대를 격추했다”고 러시아 정보장교에게 알렸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번 격추 사건의 주도자로 베즐레르를 지목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군에서 복무했던 베즐레르는 우크라이나 군인 14명을 인질로 붙잡고 있으며 최근에도 수많은 군인 학살을 주도한 인물이다. 추락 현장은 탑승객 시신과 여객기 잔해, 여권 등의 소지품이 사방 15km 지점까지 나뒹굴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8일(현지 시간) 추락 현장에서 시신 191구를 수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속한 조사를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휴전을 요구했다. 여객기 격추에는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인 ‘부크(Buk)’가 사용됐다고 미국 정보당국이 사실상 결론 내렸다. 러시아군이 보유하고 있는 부크 미사일은 최대 2만5000m 높이의 비행 물체를 요격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제 미사일이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을 명확하게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부크 미사일을 반군이 확보했거나 러시아가 반군에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공화국’의 세르게이 카브타라제 총리 특별대표는 “우리는 사거리 4km 안팎의 미사일만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매체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를 푸틴 대통령 전용기로 오인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전투행위가 재개되지 않았더라면 이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이 우크라이나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군은 이날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연방항공위원회(IAC)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미사일을 쏜 것이 푸틴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반군으로 밝혀진다면 문명 세계는 앞으로 러시아를 대하는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참사는 1983년 옛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된 대한항공 여객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WSJ는 보도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학살, 테러 공격”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보잉777 여객기(편명 MH17)가 러시아제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고 미국 정보당국이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CNN은 이날 미 정보당국이 MH17을 격추한 미사일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 반군이 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MH17이 추락하기 직전 지상에서 지대공 미사일용 레이더 가동이 탐지됐다. 모든 정보가 친러시아 반군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17일 MH17 격추가 분리주의 반군의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통화기록 2건을 공개했다. 반면에 러시아와 분리주의 반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소행이라고 반박해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네덜란드인 189명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호주 등 최소 11개국 국민 298명(승무원 15명 포함)이 탑승한 MH17이 격추되는 ‘글로벌 비극’에 국제 사회의 분노도 확산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은 이날 TV에 출연해 “러시아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러시아 제재를 위해 유럽이 더 나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분리주의 반군이 러시아가 제공한 무기를 사용해 호주인들을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호주는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고 원인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8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제 사회가 참여하는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날 반군 측과 합의해 현지에 국제조사단을 파견했다. MH17은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중 오후 5시 15분경 러시아 국경에서 30km 떨어진 동부 도네츠크 주 그라보보 인근에 추락했다. 18일 현재 한국인 탑승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포괄적인 휴전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양측이 이를 즉각 부인했다. 8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개시 이후 무력 충돌이 열흘째 이어지면서 휴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휴전 조건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8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에서만 230여 명이 숨지고 1700여 명이 부상하는 등 주로 팔레스타인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고 있으나 현재까지 민간인 1명만 숨졌다. 이집트에서 휴전 협상에 참여한 이스라엘 고위 간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18일 오전 6시(한국 시간 18일 오후 1시)부터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부정확한 보도”라고 일축했다. 하마스도 “협상이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휴전 협상이 타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아랍 일간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동안 일시적 휴전에 합의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물과 식량 생필품 등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로버트 세리 유엔 중동특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날 가자 주민들은 유엔이 공급하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섰고, 거리에는 교통체증이 벌어졌다고 BBC가 전했다. 그러나 오후 3시 ‘인도주의 휴전’이 끝나자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슈켈론, 베르셰바 등 가자 국경 인근 이스라엘 지역을 향해 로켓과 박격포 공격을 재개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가 보도했다. 이날 일시 휴전 직전에도 이스라엘 탱크의 발포로 가자 주민 3명이 숨졌다. 앞서 16일 오후 1시경에는 가자지구 해변에서 놀던 7∼11세 소년 4명이 이스라엘 해군 함정이 쏜 포탄에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촌지간인 소년들은 가족의 어선이 정박해 있는 해변에서 축구를 하며 놀던 중 이스라엘군의 포격에 한 명이 즉사했다. 나머지 소년 3명은 집 방향으로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가던 중 두 번째 포탄이 떨어져 한꺼번에 숨졌다. 이스라엘 군사분석 전문가인 알론 벤 다비드는 이스라엘 TV에서 “첫 번째 폭탄은 해변에 있는 하마스 군사시설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이고 두 번째 폭탄은 뛰고 있는 아이들을 하마스 전사들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원 국방소위는 최근 이스라엘과의 합작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에 3억5100만 달러(약 3613억 원)를 지원하는 예산안을 승인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2011년부터 아이언돔에 지원한 미국 자금은 총 10억 달러에 이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이집트의 휴전 중재가 물거품이 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군사 충돌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8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인이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숨졌다.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은 휴전 중재 무산 이후 한층 강화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16일 가자지구 북부와 동부에 살고 있는 10만 명의 주민들에게 전화음성 메시지를 통해 “오전 8시까지 집을 떠나라”고 명령했다고 BBC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 하마스 고위지도자 마무드 자하르의 집을 폭격했다. 9일째 이어진 충돌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08명으로 늘어났으며 부상자도 1550명을 웃돌고 있다. 유엔은 이 중 75%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왔다. AFP통신은 15일 오후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에레즈 국경 근처에서 38세 이스라엘 남성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진지에 있던 이스라엘 병사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하던 중 로켓 공격을 받고 숨졌다.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이스라엘에선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휴전 거부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확대하는 데 완벽한 정당성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6세기 영국 종교개혁으로 형성된 잉글랜드 성공회가 48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주교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첫 여성 성공회 주교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 성공회는 14일 영국 요크에서 열린 총회에서 주교직을 여성에게도 허용하는 내용의 교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교단 의회와 성직자 의회, 평신도 의회에서 각각 의결에 필요한 3분의 2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2012년 총회에서 여성 주교 허용안을 6표 차로 부결시켰던 평신도 의회는 이날 75%가 찬성표를 던졌다. 총회 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장내는 박수와 환호성으로 휩싸였고 눈물을 흘리는 성직자들도 많았다. 총회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칙 카우 탕 신부는 “남녀는 평등하지만 역할은 다르다. 교회가 세속적인 사고로 이끌어진다면 성서의 가르침은 곧 흐트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웰비 대주교는 “교회 발전의 역사는 여성의 참여와 함께 이뤄졌다”고 설득했다. 결국 양측은 여성 주교를 임명하기 전 교구에서 이의신청을 제출할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하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잉글랜드 성공회는 이미 1994년 사제직을 여성에게 개방했다. 하지만 전통주의 세력의 반발로 20년이 되도록 여성 주교는 탄생하지 못했다. 전통주의 세력은 “여성 주교가 서품하는 사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해 왔다. 주교는 교구나 관구의 사목을 책임지는 성직자로서 사제를 서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고위 성직자다. 잉글랜드 성공회에서는 현재 성직자 5명 중 1명이 여성이다. BBC는 기독교 역사 2000년 동안 남성이 전유해 왔던 주교직이 여성에게도 개방되는 것을 ‘우주적 전환(Cosmic Shift)’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결정으로 교회가 남녀평등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더 이상 교회가 세속으로부터 고립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기독교와 남녀평등의 역사에서 위대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로마 가톨릭은 아직까지 여성에게 사제직을 개방하지 않는 반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웨일스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의 성공회에서는 여성들에게 주교직을 개방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새벽 처음으로 지상군을 가자지구 북부까지 진입시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군시설을 공격했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장거리로켓 발사장을 파괴하기 위해 가자지구 북부로 들어갔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작전 중 교전이 벌어졌으며 4명이 경상을 입었지만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귀환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하마스 조직원 3명이 사망했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차단하고 군사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7일 시작된 ‘프로텍티브 에지’ 작전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BBC는 해군 특수부대가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을 앞두고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 시에 ‘주민들은 대피하라’는 경고 전단을 살포했다. 이스라엘군 측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지만 하마스 테러범이나 군시설 가까이에 머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전폭기는 12일 새벽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시설 2층에 하마스와 연계된 조직원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폭격 당시에 2층엔 아무도 없었다. 미사일은 지붕을 뚫고 들어와 1층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터졌다. 장애인 3명과 간호사 1명이 벽돌 잔해 속에서 죽은 채 발견됐고 4명은 심한 화상을 입었다. 가자 시 동부 투파에서는 하마스 경찰 수장 타이시르 알바트시의 자택과 인근 모스크가 공습을 받아 일가족 18명이 몰살당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52곳을 공습했고 적어도 52명이 숨졌다. 8일 본격화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엿새 만에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170여 명, 부상자가 1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유니세프는 가자지구 폭격으로 최소 28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테러 지휘본부를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이슬람 모스크, 대학, 은행, 병원 등 민간시설까지 무차별 공습하고 있다. 유엔은 지금까지 희생된 사망자 중 77%가 민간인이라고 집계했다. 반면 지금까지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나비 필라이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12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거주지역을 무차별 공습해 ‘민간인 살상’을 금지한 국제인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가자지구 알와파 병원에서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벨기에 영국 스위스 등의 활동가 8명이 ‘인간방패’ 역할을 자처하고 나설 지경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2일 15개 회원국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국제인권법을 존중하고 2012년 11월 휴전 합의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중재할 의향이 있으며 중동 평화특사를 맡고 있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만나 팔레스타인 정세를 협의했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얼마 전 가족을 승용차에 태우고 프랑스 파리 교외로 나갔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를 무심코 지났다. 그런데 뒤에서 차 한 대가 쫓아왔다. 경찰차도 아닌 일반 승용차가 쫓아오니까 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점점 속도를 냈다. 여러 개의 교차로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틀었는데도 뒤차가 끝까지 쫓아왔다. 한 5분쯤 흘렀을까.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차를 세웠더니 뒤차가 내 앞을 가로막고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60, 70대쯤으로 보이는 백발의 프랑스 할머니였다. 차에서 내린 할머니는 “교차로에서는 일단 멈춤을 하고 좌우를 살핀 다음에 천천히 통과해야지. 왜 그냥 가느냐”며 상기된 표정으로 일장 훈계를 하셨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존경스럽기도 했다. 당신이 가던 길도 아닌데 이런 말씀을 해주시느라고 시골길에서 내 차를 5분씩이나 뒤쫓아 오시다니….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이런 일은 다반사다. 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들이 창문을 내리고 손짓하는 때가 흔하다. “뒷좌석에 아이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있으니 위험하다.” “운전을 하면서 왜 휴대전화를 사용하느냐.” 한국에선 경찰도 아닌 일반 시민들이 이렇게 말하면 “당신이 뭔데 참견이냐” “오지랖이 참 넓은 분이시네요”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에게도 뭐라고 했다간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와 관계없는 일에는 점점 더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만다. 세월호 참사도 이런 분위기가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선박 운항 업주도, 선원도, 승객들도 ‘규정을 지키고 감시하는 것은 경찰이나 행정기관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이젠 참사 초기에 요란했던 정부 차원의 ‘국가 개조’도, 국민들의 ‘의식 변화’도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반면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존중되는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에서는 안전과 관계된 일이라면 누구나 당당히 지적하고 받아들인다. 이달 9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1면에는 프랑스 국영철도(SNCF) 열차 사고 관련 기사가 실렸다. 순간적으로 또 무슨 사고가 난 줄 알고 살펴보니 1년 전 7명이 사망한 파리 인근 열차 탈선사고의 보고서가 나왔다는 얘기였다. 오랫동안 철저히 사고 원인을 조사한 당국도 훌륭하지만 1년 전 사고를 1면에 실어 철도안전 대책을 준엄하게 지적한 언론도 대단해 보였다. 프랑스에 살면서 처음엔 복잡하고 융통성 없는 행정서비스가 답답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것이 이 나라에서 수백 명씩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현장 직원의 막강한 ‘권위’다. 관공서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신청접수 안내원까지 마찬가지다. 규정에 맞지 않으면 절대 타협이 되지 않는다. 우리처럼 “책임자 나오라고 해”라고 외쳐도 소용없다. 윗사람도 창구 직원이 규정을 들어 말하는데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21세기 경쟁사회를 ‘피로사회’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만 피로한 것이 아니다. 만인이 만인에게 ‘과로(過勞)’를 권하는 사회다. 자장면이나 통닭 배달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초스피드를 원한다. 서로 빨리빨리를 외치다 보니 사고가 터진다. 안전을 위해선 좀 느리더라도 불편을 참는 사회적 분위기를 한국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올해 초 스코틀랜드에 있는 한 발전소에서는 몇 달 전부터 구리 파이프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발전소 경영진은 사립탐정을 고용해 은밀히 수사에 나섰다. 결국 3월 26일 마크 월뱅크(45)라는 직원이 범인으로 밝혀졌다. 사립탐정으로부터 범죄 정보를 받은 경찰이 월뱅크의 집을 급습했을 때 창고에는 약 7000파운드(약 1200만 원)어치의 구리 파이프 조각들이 가득 차 있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수많은 사립탐정(PI·Private Investigator)이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수사 도중 증거 불충분에 부닥치거나 수사 의지가 부족해 미제로 놔둔 사건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Indiegogo)’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실종된 에마 필리포프(28)의 어머니가 쓴 사연이 올라왔다. 2년 전 캐나다 빅토리아에 있는 엠프레스호텔 주변에서 누군가에게 둘러싸여 곤경에 처해 있는 모습이 911에 신고된 이후 딸이 사라졌지만 경찰은 아무런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는 “사립탐정을 고용하는 데 7만5000달러가 필요하다. 도움을 달라”고 누리꾼들에게 호소했다. 사립탐정의 활동 범위는 실종자 찾기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불륜 증거 확보, 채무자 추적, 기업 간 분쟁, 금융사기 사건, 컴퓨터 및 전화 도청 사건에도 미친다. 영국에서는 1748년 런던 보스트리트의 치안판사로 임명된 헨리 필딩(1707∼1754)이 유능한 사립탐정을 뽑아 세계 최초의 공립탐정기관으로 평가되는 ‘보스트리트러너’라는 소수의 정예 탐정 조직을 만들었다. 그는 보안관과 관련된 각종 범죄의 증거를 수집해 공직사회의 적폐 해소에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1833년 군인 출신인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가 최초의 사립탐정 회사를 차렸다. 비도크는 범죄 조사에서 현장 보존, 범죄학, 탄도학 등을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구두 바닥에 회반죽을 발라 족적을 확인했다. 그의 신체치수 측정 기법은 지금도 프랑스 경찰에서 이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850년 앨런 핑커턴이 설립한 ‘핑커턴 국립 탐정사무소’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회사는 비밀 첩보조사부터 경호업, 기업 보안관리, 지식재산권 보호 등 전문 분야가 다양해 다른 나라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1998년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과 여비서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는 사립탐정에게 증거 수집을 의뢰해 불륜 의혹의 단서를 확보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탐정업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 2007년 6월 시행되면서부터다. 조사 비용은 간단한 조사가 5만∼6만 엔(약 50만∼60만 원), 어려운 조사는 100만 엔을 넘기도 한다. 2012년 말 현재 총리 산하 공안위원회에 신고된 탐정업 회사는 모두 5546개다. 각국에서 사립탐정이 되려면 면허를 받아야 한다. 미국에는 15만 명의 사립탐정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 41%는 전문 탐정회사에 소속돼 있으며 40%가량은 정부기관 로펌 은행 보험회사 신용정보회사 백화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사립탐정과 부패 경찰, 정치권의 유착관계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1987년 3월 영국의 사립탐정 대니얼 모건은 런던 경찰청의 비리 사건을 캐던 중 한 주차장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27년간 재수사를 진행했지만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런데 2011년 이 사건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모건의 동업자 조너선 리즈가 한 신문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연간 15만 파운드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리즈는 또 경찰과의 ‘거래’를 통해 유명인의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이 칼끝에 서 있다. 이 지역에서 최근 일어난 사태 중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사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관계자는 10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시작된 7일 이후 지금까지 최소 70명이 숨지고 55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공습 시작 36시간 만에 550여 개의 목표물에 400t의 폭탄을 쏟아 부었다”며 “이는 2012년 11월 ‘8일 교전’ 당시 전체 기간보다 더 많은 양”이라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공격으로 맞대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마스의 군사조직 잇즈앗딘 알깟삼 여단은 이날 이스라엘 원자로가 있는 사막지역 디모나에 M-75 로켓 3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의 채널2 방송은 로켓 1발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제인 ‘아이언돔’에 의해 격추됐고 2발은 빈터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이언돔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 200여 발 가운데 약 25%인 53개를 요격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하마스 측을 압박하고 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지상군 투입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스라엘군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 오전 아랍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사태를 논의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0대 소년 납치와 보복살인으로 재점화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양측의 대규모 공습과 로켓포 공격으로 확대되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8년 12월 ‘가자전쟁’ 이후 6년 만에 지상군 투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8, 9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160여 곳을 공습해 29명이 사망하고 670여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미사일발사대 등 군사시설 파괴를 목표로 하는 ‘프로텍티브 이글’ 작전 발표 뒤 공습에 나섰다. 이스라엘 무인기가 신호탄을 발사한 데 이어 F-16 전투기의 폭격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이날 공습으로 라에드 아타르 칸유니스 지부 사령관, 무함마드 신와르 라파 지역사령관 등 로켓 발사 작전사령부로 쓰였던 8명의 하마스 고위요원 가옥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하마스 잇줏딘 깟삼 여단 소속의 고위 지도자 무함마드 샤반은 차량 폭발과 함께 사망했다. 팔레스타인이 하마스 지도부 요인을 민간인 사이에 끼워 넣는 ‘인간 방패’ 전술을 구사해 민간인 피해도 속출했다.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중에는 8명의 어린이, 청소년이 포함됐고 가자지구 남부인 칸유니스에서는 미사일이 한 가정집에 떨어지면서 일가족 7명이 몰살당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역시 로켓 발사 범위를 수도 예루살렘, 경제수도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중심도시까지 넓히며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7일 이후 하마스가 146발의 로켓을 발사했으며 이 중 29발은 미사일 방어시스템 ‘아이언 돔’에 요격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4만 명 규모의 예비군에 동원령을 내리고 가자지구 접경지역에 2개 여단을 배치하며 지상군 투입 채비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어떤 나라도 이러한 위협 속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동원한 작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츠하크 아하로노비흐 이스라엘 치안장관은 “이번 사태는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 작전이 필요하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과 미국, 중동국가 등 국제사회는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마땅히 평화를 중재할 세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보도했다. 2012년 11월 150명의 사망자를 낸 8일간의 교전 당시 평화협상을 중재했던 이집트도 이번엔 별다른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취임 뒤 시나이 반도와 연결된 수백 개의 밀수터널을 파괴하는 등 하마스에 적대적 조치를 시행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프가니스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 출신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65)이 지난달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것으로 7일 잠정 발표됐다. 그러나 경쟁 후보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불복을 선언해 아프간에서 또다시 종족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가니 전 장관은 탈레반 중심세력이자 아프간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파슈툰족 출신이다. 그는 올 4월 실시된 1차 투표에서는 후보 8명 중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결선투표에서는 득표율 56%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54)을 100만 표 차로 따돌렸다. 가니 전 장관은 미국에서 공부한 뒤 세계은행에서 10년간 근무했던 대표적인 ‘친서방’ 관료였다. 하지만 5년 전 미국시민권을 포기한 뒤 아프간 전통의상을 즐겨 입고 턱수염을 기르는 등 대중의 호감을 사기 위해 힘썼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압둘라 전 장관은 이번 대선 결과를 “국민 의지에 대한 쿠데타로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파슈툰족 출신인 카르자이 대통령이 대선을 가니 측에 유리하도록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압둘라는 안과의사 출신으로 2002년 카르자이 정권의 첫 외교장관이 됐지만 사퇴 후 반(反)카르자이 진영을 이끌어왔다. 그는 아프간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타지크족 출신이다. 이들은 카르자이 정권과 미국이 시작한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이 또다시 파슈툰족의 지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해왔다. 아프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잠정 결과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전체 2만3000개 투표소 가운데 7000곳에 대해 재검표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흐메드 유수프 누리스타니 선관위원장은 “아직 최종 당선인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이의 제기를 검토한 뒤에는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 발표는 재검표가 완전히 끝나는 22일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잠정 선거 결과가 나오자 파슈툰족은 거리로 뛰쳐나와 총을 쏘고 춤을 췄다. 반면 압둘라 후보를 지지하는 경찰과 군인들은 오히려 “압둘라 대통령 만세”라고 외치면서 하늘로 총을 난사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최종 대선 결과가 나와도 종족 대립이 격화돼 아프간이 ‘제2의 이라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통합의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프간이 2개 이상의 영토로 나뉘거나 피로 얼룩졌던 1990년대 내전과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소년 보복 살해로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이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치단체인 하마스를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이날 공습은 2012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공군(IAF)은 이날 새벽 이집트 접경지역인 가자지구 남단 라파 지역을 수차례 공습해 하마스 대원 7명이 숨졌다. 또 밤사이 이스라엘 무인기가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즈 난민촌을 공습해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2명을 사살했다. 이는 2012년 11월 가자지구에서 8일간 15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 이래 가장 많은 희생자 규모라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성명에서 “하마스가 6일 25발의 박격포와 로켓을 발사함에 따라 가자지구 중부의 테러 기지와 남부 하마스 비밀 로켓 발사기지 등 10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중순 이래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발사한 로켓공격이 150차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10대 소년 3명이 납치 살해된 이후 팔레스타인 소년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 군을 보복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유대인 6명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경찰은 크다이르 군이 납치되기 하루 전 같은 동네에서 9세 소년 납치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납치에 가담한 이들을 체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크다이르 군이 납치된 정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6일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살인은 살인이고 선동은 선동이다. 어느 쪽이든 지역 상황을 악화시키고 유혈 사태를 일으키는 극단주의자들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론 더머 주미 이스라엘 대사도 “청소년을 살해한 이들이 결코 영웅으로 받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인티파다’라고 불렸던 팔레스타인의 반(反)이스라엘 민중봉기의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 당시에는 이스라엘 장갑차와 팔레스타인 차량이 충돌하면서 4명이 숨졌으며 이 사건 이후 6년 동안 모두 1800명이 사망했다. 2004년 제2차 인티파다 때에는 4200명이 숨졌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감청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엔 독일 정보기관 요원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이중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되면서 독일과 미국 간 외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7일 베이징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 정보기관 요원의 이중스파이 의혹과 관련해 “보도가 맞는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기관 간, 파트너 간 신뢰 가능한 협력관계에 명백히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독일 검찰은 2012∼2014년 2년간 총 218건의 기밀문서를 CIA에 넘긴 혐의로 독일 정보기관(BND)에서 근무하는 31세 남성을 2일 전격 체포했다. 이 남성은 조작된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 기밀을 미국 측에 넘기는 대가로 2만5000유로(약 3400만 원)를 받았다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FAS)이 보도했다. 독일 검찰은 이와 관련해 존 에머슨 주독 미국대사에게 출두를 요청했고 야당은 미국 외교관들의 추방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CIA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NSA가 10여 년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급속도로 악화됐다. 독일은 재발 방지를 위해 ‘스파이 금지 협정’ 체결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몇 달간 이어졌던 미-독 사이의 훈풍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며 이번 스파이 의혹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프랑스는 미국이 자국은행 BNP파리바에 사상 최대의 벌금을 물린 데 반발해 미국의 ‘달러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은 지난달 말 이란 쿠바 수단 등 경제제재 국가와의 불법거래 혐의로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에 89억 달러(약 9조 원)의 벌금을 물렸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6일 FT와의 인터뷰에서 “BNP파리바 사건은 국제 결제통화의 다변화 필요성을 일깨워준 사건”이라며 “미국이 달러화의 위력을 토대로 타국 경쟁 은행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달러 중심주의’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유럽 기업들까지 달러로 거래해오던 결제 통화수단 다변화 문제를 7일 브뤼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최고 지도자로 추대된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동영상을 처음 공개하면서 700만 원짜리 명품 브랜드 손목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5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알바그다디가 오른쪽 손목에 찬 크롬 손목시계가 4000파운드(약 700만 원) 상당의 ‘오메가 시마스터’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6일 소개했다. 오메가 시마스터는 영화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1995년부터 본드 역할의 피어스 브로스넌이나 대니얼 크레이그가 계속 차고 나와 유명해진 시계다. 비슷한 가격대의 스위스 명품인 롤렉스나 영국의 세콘다일 가능성도 제시됐다. 알바그다디는 이라크 모술의 모스크에 검은색 터번과 옷을 걸치고 등장해 “내가 신에게 복종하는 한 당신들도 내게 복종하라”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은 “알바그다디가 전 세계 12억 이슬람인의 1000년 전 최고지도자인 칼리프를 상기시키려 검은색 의상을 준비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크롬 시계를 차고 나와 웃음거리가 됐다”고 평했다. 누리꾼들도 “칼리프는 도대체 어느 밀레니엄(천년)에 살고 있는가”라고 조롱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진전이 프랑스 정부 측 요청으로 취소됐다. ‘콩피에뉴 숲 페스티벌’ 축제 조직위원회는 4일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 숲에서 콘서트와 함께 개최하려던 ‘아해 사진전’을 이날 취소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유병언은 ‘아해’라는 이름으로 사진작가 활동을 해왔다. 유 씨의 사진전은 이날 프랑스의 현대작곡가인 니콜라 바크리가 작곡한 ‘사계(四季)’ 연주에 맞춰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정을 취소했다. 파비위스 장관은 지난달 30일 숲 페스티벌 조직위에 서한을 보내 전시를 준비하던 유 씨 작품의 철거를 요청했다. 축제 조직위는 유 씨로부터 1만 유로(약 14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비위스 장관은 “슬픔에 빠진 한국인, 특히 어린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존중해 유 씨 작품 전시를 취소해 달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또 그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어떻든 그것을 전시하는 것은 희생자들에게 상처가 되고 한국인에 대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파비위스 장관은 아울러 보수공사 후원 등의 명목으로 유 씨로부터 수백만 유로를 받은 베르사유 궁 박물관에 후원금을 받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현지 일간 ‘라 크루아’가 보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라크 북부의 일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군자금 조달을 위해 석유를 팔기 시작했다. 이라크 북부 살라흐앗딘 주의 지역 경찰서장 샬랄 압둘은 “ISIL이 2일 북부 유전지대인 우질에서 생산한 원유를 탱크 100대에 실었다”며 “탱크당 1만2000∼1만4000달러(약 1200만∼1400만 원)에 팔아 군자금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대표적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외곽에 있는 우질 유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만 배럴 정도다. ISIL은 쿠르드 자치지역을 거쳐 개인 소유의 정유시설에 원유를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ISIL이 장악한 지역은 한국의 공기업이 개발 중인 가스전 및 유전에서도 멀지 않아 큰 피해가 예상된다. 또 ISIL은 시리아의 동북부 최대 원유·가스 생산지인 다이르앗자우르 주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밝혔다. 한편 ISIL이 선포한 ‘이슬람국가(IS)’의 초대 칼리프로 지명된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동영상이 5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동영상에서 알바그다디는 이라크 모술의 한 사원에서 “내가 신에게 복종하는 한 당신들도 내게 복종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알바그다디가 5일 이라크 중서부 암바르 주에서 이라크군 공습으로 부상을 입고 시리아로 도망갔다는 이라크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4일 성명을 내고 “수니파 반군 ISIL을 물리칠 때까지 총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며 “어떤 압력에도 세 번째 총리직을 위한 입후보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란 관영 뉴스통신 IRNA는 이라크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이란군 조종사가 바그다드 북부에서 전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관광은 단순한 오락이나 부차적인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 상품을 수출하는 것과 똑같이 경제의 활로를 뚫어주는 산업입니다.” 4월 프랑스 통상관광국무 장관에 임명된 한국인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41·김종숙) 장관이 프랑스 관광산업 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펠르랭 장관은 3일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고성(古城) ‘클로 드 부조’에서 열린 ‘한국의 여름밤, 수라상’ 행사에 참석해 관광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년 83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빛의 나라’ ‘예술과 와인, 명품의 고장’이라는 기대를 갖고 프랑스를 찾아옵니다. 그러나 영어가 통하지 않고 불친절한 종업원, 잦은 대중교통 파업 때문에 실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여행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프랑스에 환상을 품고 온 관광객들이 하루 만에 기대와는 다른 모습에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다는 소위 ‘파리 신드롬(Paris Syndrome)’도 거론하며 외국인 관광객 1억 명 시대를 열려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펠르랭 장관은 또 프랑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1억 명 돌파를 위해 와인과 음식, 스포츠와 산악 환경투어, 럭셔리 관광과 도심투어 등 개인의 다양한 욕구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비자발급 요건 완화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모든 관광지에서 와이파이(Wi-Fi)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바일 관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프랑스 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는 펠르랭 장관에 대해 “부드러워 보이지만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장미꽃”이라며 “유럽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장관으로서 열정과 능력으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프랑스 내각에서 한국과의 ‘핫라인’으로 통한다. 실제로 프랑스 농림부 장관이 한국에 육류를 수출할 때 펠르랭 장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펠르랭 장관은 “한국과 프랑스의 기업들이 함께 손잡고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 진출하는 협력을 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파리에서 한-프랑스 창조경제포럼을 연 데 이어 뉴욕에서도 외자 유치와 관광산업 설명회를 가졌다. 지난해 4월 처음 한국을 찾았던 펠르랭 장관은 “생후 6개월 만에 입양된 이후 프랑스인으로 살아왔는데 지난해 한국에 갔을 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나 환영해줘서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속에서 프랑스나 한국의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 삶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절대로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선재 스님이 만든 사찰 음식과 프랑스 와인과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이번 한식 소개 행사에는 부르고뉴 와인 제조업자와 기업인 100여 명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부르고뉴(프랑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0대 소년의 잇따른 납치살해 사건을 놓고 보복공격에 나서며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영국 BBC는 3일 새벽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의 군사시설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전날 가자지구에서 20여 발의 박격포와 로켓을 이스라엘 남부로 발사한 데 대한 보복 공습”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군은 또 “가자지구의 무기 제조공장과 군사훈련 시설을 포함해 15개의 테러 의심 장소를 공습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의 아슈라프 알 카이드라 보건장관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10명이 부상당해 병원에 실려갔다”고 BBC에 밝혔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2일 예루살렘 동부에서 납치됐다가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 10대 소년 무함마드 후세인 아부 크다이르 군(17)의 장례식을 3일 오후 거행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크데이르 군의 살해 사건이 지난달 이스라엘 10대 소년 3명이 납치돼 숨진 데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보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소년 살해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이스라엘 정부와 그 지도자들을 팔레스타인 국민은 결코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2일 밤 예루살렘 주요 도로에서 이스라엘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 주민들의 상호 혐오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죄 없는 17세 소년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보복이 악순환에 빠질 수 있으니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당신은 국가적 영속성의 상징이다. 국가의 대통령(chef de l'´Etat)은 바뀌어도, 대통령궁 주방의 셰프(Chef de cuisine)는 변치 않는다.” 2012년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엘리제 궁의 주방장인 베르나르 보시옹(61)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74년부터 40년간 엘리제 궁에서 요리사로 일해 왔다. 지난해 10월 퇴임한 그가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프랑수아 미테랑,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역대 대통령의 입맛을 다룬 ‘엘리제 궁에서의 서비스(Au Service Du Palais·사진)’라는 책을 펴냈다. 각자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취향을 가진 5명의 대통령을 모시며 40년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음식 취향에서는 좌파, 우파 대통령이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1981년 ‘삶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프랑스 5공화국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 됐던 미테랑은 예상과 달리 엘리제 궁 주방팀에 “자신의 과업을 평소처럼 수행해달라”는 편지를 직접 써서 전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엘리제 궁의 식탁은 드골, 퐁피두, 지스카르데스탱과 같은 전임 우파 대통령보다 더 화려해졌다. 저자는 “미테랑의 두 번의 임기(14년) 동안 프랑스는 고급 요리를 발전시키는 최전성시대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미테랑은 매 식사마다 양고기와 거위간(푸아그라), 상어알(캐비아)과 조개관자(생자크) 요리를 빼놓지 않았다. 1995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엘리제 궁을 방문했을 때의 식탁도 “혁명과는 관계없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송로버섯(트뤼프)과 새끼오리 가슴살 요리가 식탁에 올랐다. 저자는 “나는 ‘캐비아 좌파’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딱 맞는 말”이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미테랑 시절 엘리제 궁의 식탁에는 커다란 캐비아 항아리가 훈제 연어요리 옆에 항상 놓여 있어 손님들은 캐비아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식탁이 가장 검소했던 것은 우파 대통령인 사르코지였다. 그는 프랑스 정식 코스요리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치즈 먹는 순서를 아예 생략해 버렸다. 대신 피자나 파스타, 코카콜라와 같은 이탈리아식 간편한 음식을 즐겼다. 속도광인 사르코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12분 만에 점심식사를 먹어치운 적도 있다. 대식가로 유명했던 우파 대통령 시라크는 시도 때도 없이 식탁 회동을 즐겼다. 손님을 맞기 위해 그는 한 끼에 두 번 식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재정위기 시대의 좌파 대통령 올랑드는 ‘절제’를 내세워 송로버섯이나 가재 등의 비싼 식재료 구입을 대폭 삭감했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부터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원수까지 각국의 정상들에 대한 회고도 곁들였다. 엘리제 궁의 ‘음식 외교’는 유명하다. 그는 “한 끼의 식사가 나라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을 가슴에 새겨왔다고 말했다. 프랑스 음식점 평가서인 미슐랭가이드의 편집자인 미카엘 엘리스 씨는 “보시옹은 전 세계 요리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평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