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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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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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8~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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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과 스마트폰 함께 배우며 자라… 24시간 ‘폰연일체’

    《“TV는 거의 안 보죠.” 고려대 신입생 이승희 씨(19·여)에게 TV는 그저 ‘가구’다. 직접 TV를 켠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좋아하는 드라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넷플릭스’로, 야구 중계는 포털 앱에서 본다. “넷플릭스는 하루 10시간을 내리 본 적도 있어요.” 삐삐와 피처폰을 먼저 접한 기성세대에게 스마트폰이 전화기와 컴퓨터를 합친 혁신적인 정보통신 기기였다면 2000년생에게는 그냥 스마트폰일 뿐이다. 2000년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놀고, 먹고, 공부하고 사람도 만난다. ‘폰연일체(Phone然一體)’ 경지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24시간을 사는 자신들을 이렇게 일컫는다.》#폰은쉬운데 #컴퓨터는어려워 박소은 씨(19·여)는 열 손가락으로 치는 키보드 자판보다 엄지만 쓰는 스마트폰 터치 입력 속도가 더 빠르다. 박 씨는 “PC를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00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2000년생은 대부분 생애 첫 휴대전화로 스마트폰을 썼다. 전문가들이 ‘모바일 네이티브’ 첫 세대로 2000년생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으로 전화기를 표현할 때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뻗어 수화기를 묘사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손바닥을 평평하게, 즉 스마트폰 형태를 만들어 귀에 댄다. 대학생 정바다 씨(19·여)는 평소 연락을 주고받을 때 카카오톡을 쓰지만, 급한 연락이 필요하면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한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그래도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전화를 건다.#영상이대세 #유튜브vs틱톡 대학생 이주현 씨(19·여)는 궁금한 게 생기면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협찬받은 걸로 의심되는 글이 많지만, 유튜브에서는 생생한 표정까지 볼 수 있어 협찬인지 진짜 맛집인지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요즘 세대가 스마트폰으로 얻는 정보 상당수는 문자가 아닌 영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콘텐츠가 영상이기 때문이다. 가장 핫한 동영상 앱은 무엇일까? 유튜브 외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10, 20대들은 ‘틱톡’을 꼽는다. 중국 기업이 만든 틱톡은 출시 3년 만에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8억 건을 기록했다. 유튜브와 가장 큰 차이는 영상의 ‘길이’다. 틱톡 영상은 단 15초다. 그럼에도 댄스 영상뿐 아니라 생활정보, 요리법 등 정보성 영상도 늘고 있다. 15초짜리 영상에서 요즘 세대는 재미와 정보를 모두 얻고 있는 셈이다. 제일기획의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인 ‘펑타이코리아’ 최원준 지사장은 “최근 넷플릭스에 10분짜리 다큐멘터리도 나왔다”며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는 건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스마트폰과의존 #그래도2000년생이미래 1980, 1990년대생이 ‘엄지족’이었다면 요즘 세대는 엄지와 검지를 동시에 쓴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동시에 영상에 달린 댓글창을 확인하고 쓰려면 엄지만으로는 벅차기 때문이다. 엄지로 자판을 치면서 검지로 스크롤을 움직인다. 신세대가 줄임말을 즐겨 쓰는 것도 이런 소통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카톡 단체방처럼 동시에 수십 개의 메시지가 오갈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내용은 짧을수록 유리하다. ㅇㅈ(인정) 등 거의 모든 줄임말과 신조어는 다섯 글자를 넘지 않는다. 최근 ‘90년생이 온다’, ‘요즘것들’ 등 지금 20, 30대를 분석한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그 대상이 2000년생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의 사고, 소비, 취향이 가까운 미래에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이들을 관찰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000년생은 쉴 틈 없이 새로운 것과 타인의 생각을 접하다 보니 이전 세대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해 자존감이 약한 편”이라며 “이런 단점을 메운다면 4차 산업혁명이 보편화될 미래 사회에 가장 잘 맞는 세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소통&20]신조어 따라하기보다 경청을 ▼ Q. ‘할많하않’ ‘커엽다’…. 2000년생 제 딸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통 모르겠는데 딸은 편하고 재밌다면서 씁니다.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할 수 있을까요.(40대 주부 이모 씨)A. ‘할많하않’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입니다. ‘커엽다’는 ‘귀엽다’라는 뜻으로 ‘커’와 ‘귀’가 비슷하게 생겨서 대신 사용한 것입니다. 2000년생에게 ‘신조어’는 한글을 이용한 일종의 놀이문화입니다. 길지 않은 단어도 앞글자만 따 줄이고,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는 용어를 현실에서 쓰기도 하죠. 젊은 세대는 줄임말이나 한글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창의적이고 한글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여깁니다. 따라서 ‘우리말을 아껴야 하니 바르고 고운 말을 쓰자’고 훈계한다면 이들과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기성세대가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취재팀이 만난 안모 씨(19)는 “형(21)에게 ‘혼코노’(혼자서 코인 노래방 간다)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었다”고 했습니다. 20대여도 관심이 없으면 알아듣기 힘듭니다. 신조어는 금방 생기고, 금세 사라집니다. 인터넷 초창기에 유행했던 ‘방가방가’ ‘하이루’ 같은 말을 이제 쓰지 않는 것처럼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00년생들이 쓰는 말을 따라해야 할까요?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언합니다. “요즘 세대는 자기들이 쓰는 신조어를 기성세대가 쓴다고 해서 소통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오히려 정치인이 신조어를 쓰기 시작하면 사어(死語)가 됐다고 여깁니다. 기성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경청’이에요.” 소통은 어떤 단어를 쓰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 “우리가 하고싶던 얘기” “꼰대 안되는 법 배워갑니다” ▼ 시리즈 카톡방에 쏟아지 반응동아일보는 4∼8일 ‘2000년생이 온다’ 시리즈를 연재하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2000년생들이 기성세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2000년생들은 “많은 부분 공감이 된다” “어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지만 시대와 안 맞는 말이 많다” “우리를 제대로 이해해 달라”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섣불리 신세대를 규격화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성세대들도 오픈채팅방을 찾아 ‘신세대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을 ‘2000년생 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아들에게 잔소리와 참견을 하면서도 꼰대맘은 되기 싫어 답답했는데, 기사가 도움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청년들과 기성세대의 소통, 청년들의 꿈과 도전 등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특별취재팀▽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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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켠 지가 언제인지…” 스마트폰과 24시간 놀고먹고 ‘폰연일체’

    “TV는 거의 안 보죠.” 고려대 신입생 이승희 씨(19·여)에게 TV는 그저 ‘가구’다. 직접 TV를 켠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좋아하는 드라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넷플릭스’로, 야구중계는 포털 앱에서 본다. “넷플릭스는 하루 10시간을 내리 본 적도 있어요.” 삐삐와 피처폰을 먼저 접한 기성세대에게 스마트폰이 전화기와 컴퓨터를 합친 혁신적인 정보통신 기기였다면 2000년생에게는 그냥 스마트폰일 뿐이다. 2000년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놀고먹고 공부하고 사람도 만난다. ‘폰연일체(Phone然一體)’ 경지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24시간을 사는 자신들을 이렇게 일컫는다. #폰은쉬운데 #컴퓨터는어려워 박소은 씨(19·여)는 열 손가락으로 치는 키보드 자판보다 엄지만 쓰는 스마트폰 터치 입력 속도가 더 빠르다. 박 씨는 “PC를 쓸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00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2000년생은 대부분 생애 첫 휴대전화로 스마트폰을 썼다. 전문가들이 ‘모바일 네이티브’ 첫 세대로 2000년생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으로 전화기를 표현할 때 엄지와 약지를 뻗어 수화기를 묘사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손바닥을 평평하게, 즉 스마트폰 형태를 만들어 귀에 댄다. 대학생 정바다 씨(19·여)는 평소 연락을 주고받을 때 카카오톡을 쓰지만, 급한 연락이 필요하면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한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그래도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전화를 건다. 누구나 쓰는 앱도 2000년생은 상황에 따라 세밀히 구분해 사용한다. #영상이대세 #유투브VS틱톡 대학생 이주현 씨(19·여)는 궁금한 게 생기면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해도 협찬 받은 걸로 의심되는 글이 많지만, 유튜브에서는 생생한 표정까지 볼 수 있어 협찬인지 진짜 맛집인지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요즘 세대가 스마트폰으로 얻는 정보 상당수는 문자가 아닌 영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콘텐츠가 영상이기 때문이다. 가장 핫한 동영상 앱은 무엇일까? 유튜브 외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10, 20대들은 ‘틱톡’을 꼽는다. 중국 기업이 만든 틱톡은 출시 3년 만에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8억 건을 기록했다. 유튜브와 가장 큰 차이는 영상의 ‘길이’다. 틱톡 영상은 단 15초다. 그럼에도 댄스 영상 뿐 아니라 생활정보, 요리법 등 정보성 영상도 늘고 있다. 15초짜리 영상에서 요즘 세대는 재미와 정보를 모두 얻고 있는 셈이다. 제일기획의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인 ‘펑타이코리아’ 최원준 지사장은 “최근 넷플릭스에 10분짜리 다큐멘터리도 나왔다”며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는 건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스마트폰과의존 #그래도2000년생이미래 1980, 1990년대 생이 ‘엄지족’이었다면 요즘 세대는 엄지와 검지를 동시에 쓴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동시에 영상에 달린 댓글창을 확인하고 쓰려면 엄지만으로는 벅차기 때문이다. 엄지로 좌판을 치면서 검지로 스크롤을 움직인다. 신세대가 줄임말을 즐겨 쓰는 것도 이런 소통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카톡단체방처럼 동시에 수십 개의 메시지가 오고갈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내용은 짧을수록 유리하다. ㅇㅈ(인정) 등 거의 모든 줄임말과 신조어는 다섯 글자를 넘지 않는다. 최근 ‘90년생이 온다’, ‘요즘것들’ 등 지금 20, 30대를 분석한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그 대상이 2000년생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의 사고, 소비, 취향이 가까운 미래에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이들을 관찰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000년생은 쉴 틈 없이 새로운 것과 타인의 생각을 접하다보니 이전 세대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해 자존감이 약한 편”이라며 “이런 단점을 메운다면 4차 산업혁명이 보편화될 미래사회에 가장 잘 맞는 세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할많하않’ ‘커엽다’ 무슨 뜻?…자녀와 소통 어떻게하면 될까요 ▼Q. ‘할많하않’ ‘커엽다.’ 2000년생 제 딸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통 모르겠는데 딸은 편하고 재밌다면서 씁니다.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할 수 있을까요(40대 주부 이모 씨).A. ‘할많하않’은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입니다. ‘커엽다’는 ‘귀엽다’라는 뜻으로 ‘커’와 ‘귀’가 비슷하게 생겨서 대신 사용한 것입니다. 2000년생에게 ‘신조어’는 한글을 이용한 일종의 놀이문화입니다. 길지 않은 단어도 앞글자만 따 줄이고,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는 용어를 현실에서 쓰기도 하죠. 젊은 세대는 줄임말이나 한글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창의적이고 한글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여깁니다. 때문에 ‘우리말을 아껴야 하니 바르고 고운 말을 쓰자’고 훈계한다면 이들과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기성세대가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취재팀이 만난 안모 씨(19)는 “형(21)에게 ‘혼코노’(혼자서 코인 노래방 간다)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었다”고 했습니다. 20대여도 관심이 없으면 알아듣기 힘듭니다. 신조어는 금방 생기고, 금세 사라집니다. 인터넷 초창기에 유행했던 ‘방가방가’ ‘하이루’ 같은 말을 이제 쓰지 않는 것처럼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00년생들이 쓰는 말을 따라해야할까요?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언합니다. “요즘 세대는 자기들이 쓰는 신조어를 기성세대가 쓴다고 해서 소통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오히려 정치인이 신조어를 쓰기 시작하면 사어(死語)가 됐다고 여깁니다. 기성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경청’이에요.” 소통은 어떤 단어를 쓰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 동아일보는 4~8일 ‘2000년생이 온다’ 시리즈를 연재하며 카카오톡오픈채팅방(open.kakao.com/o/gysTE7gb)을 개설해 2000년생들이 기성세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2000년생들은 “많은 부분 공감이 된다”, “어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지만 시대와 안 맞는 말이 많다” “우리를 제대로 이해해 달라”라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섣불리 신세대를 규격화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성세대들도 오픈채팅방을 찾아 ‘신세대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을 ‘2000년생 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아들에게 잔소리와 참견을 하면서도 꼰대맘은 되기 싫어 답답했는데, 기사가 도움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청년들과 기성세대와의 소통, 청년들의 꿈과 도전 등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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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앞가림도 벅찬데…” 연애 엄두안나 ‘썸만추’

    “연애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요. 바쁜데 감정 소모하기 싫어서요.” 이제 막 ‘꽃다운 스무 살’이 된 이지훈 씨는 자신을 ‘비(非)연애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올해 A대학 스포츠레저학과에 입학한 이 씨는 운동신경이 좋고 성격이 활발해 이성에게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 씨는 바쁜 일상에 부담이 될까 봐 연애를 꺼린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감정 소모가 싫어 연애를 꺼리면서도 이성과 ‘썸’은 즐기는 ‘썸만추(연애 말고 썸만 추구)’족으로 통한다. 이 씨는 “학업부터 진로 준비까지, 내 앞가림하기도 어려운데 연애하면서 상대를 챙겨 줄 엄두가 안 난다”며 “앞으로도 상대방이 나를 잘 챙겨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이성과 사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적인 사랑보다 ‘러라밸’ 추구 이 씨뿐만이 아니다. ‘불타는’ 연애를 갈망하며 스무 살을 보낸 이전 신세대와 달리, 2000년생들은 사랑이 자신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즉 ‘사랑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워라밸’에서 따온 ‘러라밸(러브 앤드 라이프 밸런스)’이란 신조어가 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다. 고려대 행정학과 19학번 허채연 씨(19·여)는 ‘서로 집착하지 않고 각자의 선을 지키는 것’을 이상적인 연애로 정의했다. 취업난 등 미래가 불안한 이들에게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허 씨는 “내가 해야 할 일이 1순위이고 연애는 그 다음”이라며 “할 일에 지장을 받거나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팀과 취업정보업체 ‘캐치’가 2000년생 14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2명이 연애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답했다. 연애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2000년생도 20명이나 됐다. 청년문화를 연구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선임연구원은 “이전 세대들은 연애, 결혼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2000년생들은 ‘나’를 중심으로, 내가 원할 때만 관계를 맺는다”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갈등도 연애관에 영향 2000년생이 연애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것은 과거보다 부쩍 높아진 젠더 감수성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고교 재학 중인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지난해 스쿨미투 논란을 겪은 2000년생은 성 평등의식에 일찍 눈을 떴다. “여자는 좋은 남자 만나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 조모 씨(19·여)는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대들고 싶은 반감을 느낀다. 그는 “학창 시절 똑같이 공부하며 컸는데 왜 성인이 되니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네이티브’인 2000년생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된 젠더 갈등을 중학생 시절부터 봐 왔다. 이 때문에 이성을 만날 때마다 상대가 급진적인 ‘여성 혐오’ 혹은 ‘남성 혐오’ 성향을 띤 건 아닌지 ‘돌다리를 두들겨 보게 된다’고 귀띔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 씨(19·여)는 최근 지하철에서 ‘마음에 드니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남성을 만났지만 줄행랑을 쳤다. 데이트 폭력 등이 떠오른 탓이다. 남성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문모 씨(19)는 여자친구를 사귀기 전에 인맥이 넓은 친구를 통해 상대방이 ‘급진 페미(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아닌지를 확인한다. 친구들끼리 ‘급진 페미 걸러내기’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문 씨는 “혹시라도 나를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부르는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0년생들은 연애에 집착하지 않지만 스펙처럼 자신의 ‘매력 자산’을 늘리는 데는 능숙하다”며 “이들이 ‘청춘은 연애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길 원한다는 점을 알아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소통&20]자녀가 비혼 선언땐? 닦달보다 ‘결혼 의미’ 대화부터 ▼Q.올해 스무 살인 딸이 벌써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어려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2000년생 자녀를 둔 강모 씨) A.“아무리 좋은 남자여도 일을 그만두라고 하면 결혼 안 할 거예요.”, “주택청약으로 집 당첨되면 결혼할래요.” 취재팀이 만난 2000년생의 결혼관은 다양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2000년생도 적지 않았습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미혼 성인 2464명을 설문조사했더니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남성은 50.5%, 여성은 28.8%였습니다. 2015년보다 남녀 모두 약 10%포인트씩 줄었습니다. 반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답한 남성은 같은 기간 3.9%에서 6.6%로, 여성은 5.7%에서 14.3%로 늘었습니다. 다 큰 자녀가 ‘비혼’을 고집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2000년생이 5∼10년 뒤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 이런 현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팀이 2000년생 142명에게 결혼 의향을 물었더니 10명 중 4명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거든요. 결혼에 대해 각자 생각이 다른 2000년생들의 얘기를 곰곰이 듣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결혼하기 힘든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여기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더 문제라는 거였습니다. 이런 2000년생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결혼의 의미에 대해 자녀와 다양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걱정보다는 해법이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동아일보는 2000년생이 부모나 교수, 선배 등 기성세대와 사회에 하고 싶은 한마디를 듣기 위해 카카오톡오픈채팅방(open.kakao.com/o/gysTE7gb)을 개설합니다. 카카오톡 검색창에서 ‘2000년생 한마디 발언대’를 검색하면 됩니다.누구나 익명으로 참여할수 있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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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 쓰고 돈 써가며 감정소모 해야하나” … 가성비 따지는 대인관계

    《“그냥… 선생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거예요.”유고은 씨(19·여)는 학창 시절 반장이었다. 유 씨가 반장 선거에 출마한 건 취직 때문이었다. 그가 다니던 특성화고에서는 교사가 써 주는 추천서가 취직에 꼭 필요했다. 교사와 친하게 지내는 학생이 좋은 추천서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유 씨는 담임선생님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추천서를 작성해 주는 사람이니 항상 잘 보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원서를 쓰고 난 후에는 관계가 서먹해졌다. 유 씨는 “원서를 내고도 계속 친하게 지낼 이유가 없었다”고 고백했다.》2000년생은 인간관계에서 계산이 빠르다. 어른을 대하거나 친구를 만날 때도 실리를 중시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인(人)코노미스트’라고 부른다. ‘사람(人)’과 ‘이코노미스트(economist·경제 전문가)’를 합친 말로, 사람을 만나 감정과 시간을 들여 얻는 이익이 자신이 혼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큰지를 따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2000년생, 필요 없어진 관계는 ‘손절’ “요즘 애들은 가면 쓴 것 같아요.” 서울 A고교에서 근무하는 조모 교사(58)는 요즘 아이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조 씨는 ‘아이들에게 교사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자조한다. “대입이란 필요 때문에 억지로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2000년생은 불만을 직접 표시하지도 않는다. 감정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올해 서울공고를 졸업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입사한 변지수 씨(19·여)는 고교 시절 교사로부터 급식 줄을 잘못 섰다는 이유로 크게 혼난 기억을 떠올렸다. 변 씨는 “줄을 잘못 선 게 아니었기 때문에 억울했다”면서도 “그래도 선생님께 웃으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교사와 얼굴 붉혀 좋을 일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들은 감정 정리도 혼자 한다. 경기지역 A고교 김모 교사는 언제나 웃으며 자신을 대하던 제자가 쓴 일기장을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학생부에 무슨 멘트를 쓸지 얘기했는데도 안 넣어줬다. 대학 떨어지면 선생 책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 씨는 “언제나 웃으며 ‘네’라고 답하던 제자여서 더 놀랐다”면서 “직접 얘기했으면 오해를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2000년생은 필요가 적어진 관계는 쉽게 ‘손절’한다. 제2외국어 등 ‘비수능’ 과목 교사들은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학생부 제출이 마감되는 3학년 1학기 이후에는 ‘찬밥’ 취급을 받는다. 이전까지는 밝게 인사하던 아이들이 2학기부터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북의 모 대학에 진학한 강병민 씨(19)는 “학생부 제출이 끝나니 더 이상 선생님에게 거짓으로 친하게 대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정보와 취향 공유 X세대 등 이전 신세대는 ‘피 끓는’ 스무 살 때 만난 친구와의 우정과 연대감을 무척 중시했다. 하지만 언제든 온라인으로 친구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2000년생은 다르다. 이들은 마음 맞는 친구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보다는 그럴 필요가 없는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즐긴다. 인간관계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동영상인 ‘브이로그’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2000년생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전 신세대가 친구들과 모여 함께 공부했다면 2000년생들은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한 브이로그를 틀어놓고 공부한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박성은 씨(19·여)는 “시간을 내고 장소를 정하고, 친구를 만나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영상 속 모습을 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에 사는 문모 씨(19)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TV로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본다. TV로 보면 가족이든 친구든 옆에 있는 사람과 자꾸 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 씨는 “누가 말 거는 게 귀찮다”며 “혼자 영상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리를 중요시하는 2000년생의 특성이 인간관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실적으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을 구분해 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2000년생의 이런 특징은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에 적합한지’를 자주 생각하는 과정에서 개성이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2000년생은 ‘소량 품질생산’의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라며 “각자에게 맞는 개성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 [소통&20]‘취조’하듯 쏟아내기보다 SNS처럼 주고받는 대화를 ▼Q. 2000년생 조카와 친해지고 싶어서 이것저것 묻고 관심을 표현하는데, 그럴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정(情)이 안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40대 직장인 장모 씨)A. 2000년생은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겪은 탓에 사람을 사귀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까지 효율적으로 쓰려는 심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대는 불편한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차라리 혼자를 택합니다. ‘혼밥’이 대표적이죠.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을 접한 ‘모바일 네이티브’인 이들은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별로 외로워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소통하고 즐길 거리가 충분하거든요.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조언했어요. “기성세대가 온라인은 피상적이라고 얘기해봤자 별 의미가 없죠. 이들에겐 온라인은 실제 존재하는 현실 그 자체예요. 기성세대도 온라인 소통 방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모든 소통이 상호적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이고 유튜버들도 시청자들과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죠. 여기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대화하자면서 이것저것 캐물으며 자기 말만 늘어놓으면 ‘꼰대’로 찍히기 십상이죠. 기성세대는 먼저 자신들의 표현 방식이 요즘 세대에겐 부담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취업 준비는 잘되니’ ‘연애는 하니’와 같은 질문은 의도가 선해도 ‘취조’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요즘 세대들도 기성세대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 노력해야 합니다. 설사 직장 상사가 꼰대일지라도 꼰대의 방식대로 소통하려고 애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불쑥 ‘교수님 밥 먹어요’라고 얘기하거나, 격식 없는 이메일을 받으면 여전히 낯설지만, 먼저 다가와 호감을 표현하는 그들의 방식으로 이해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가 강조한 해법은 ‘진정한 대화’예요.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져서 자꾸 질문하는데 그러면 안 돼요. 대화에 능숙하지 않다면 운동, 이벤트처럼 몸으로 함께 활동하는 기회를 만들어보세요.” ※ 동아일보는 2000년생이 부모나 교수, 선배 등 기성세대와 사회에 하고 싶은 한마디를 듣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open.kakao.com/o/gysTE7gb)을 개설합니다. 카카오톡 검색창에서 ‘2000년생 한마디 발언대’를 검색하면 됩니다. 누구나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 ▽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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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면 너무 힘든 인생”… ‘평타’가 목표인 ‘무나니스트’

    올해 연세대에 입학한 신입생 전효민 씨(19·여). 명문대에 입학해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일 1학년 새내기지만 그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를 지날 때면 소름이 돋는다. 중학생 때부터 대입 수시 컨설팅까지 대치동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공부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전 씨에게 그곳은 ‘사교육에 미쳐 있던’ 공간이었다. 그렇게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명문대에 입학한 그의 꿈은 무엇일까. 기성세대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전 씨는 ‘평범하게 살고 평범하게 돈 벌고 평범하게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전 씨는 취업률을 살피며 전공을 선택했고, 졸업 후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라고 꼽을 정도로 적당히 ‘때’도 묻었지만 ‘먹고살기 힘들지 않을 정도만 벌면 된다’고 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전 씨는 경쟁을 거치며 남들과 다른 ‘튐’이 얼마나 피곤하고 어려운지를 일찍 깨달은 것뿐이다. 그는 그렇게 무난함을 추구하는 ‘무나니스트’(무난’과 사람을 뜻하는 ‘ist’의 합성어)가 됐다. 2000년생들 사이에 유행어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무난함이 좋아” 4일 전국 대학에서 열린 입학식은 2000년생에게는 사회 전면에 나서는 신고식이었다. 가장 꿈이 큰 스무 살, 새로운 출발점에 섰지만 취재팀이 만난 2000년생의 목표는 당찬 포부보다는 ‘무난함’에 가까웠다. 기성세대는 ‘패기 없다’ ‘꿈이 작다’고 꾸짖겠지만 이들은 ‘부모만큼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은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재수생 조예원 씨(19·여)의 어머니는 의사다. 조 씨는 “부모님 덕분에 대치동에 살았고 명문고를 졸업했다”면서도 “일과 가정에 모두 헌신한 어머니를 존경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해도 바쁜 삶은 싫고 자기가 만족하는 무난한 삶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조 씨는 꿈이 있었다. 무대에 오르는 꿈을 꾸며 고교 1학년 때 연예기획사에 들어갔던 적도 있지만 ‘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라는 걸 어린 나이에 알았다. 그는 한때 꿈을 좇았던 것을 후회한다. 조 씨는 “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서울 중위권 대학을 노리고 입시를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수 중앙고 교사는 “요즘 세대의 꿈에서 기성세대가 말했던 정치인, 장군 같은 큰 목표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0년생의 문화도 ‘평타’(기본을 의미하는 게임 용어)를 최선으로 여긴다. ‘롱패딩족’이 대표적이다. 선배 격인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에서도 바람막이나 패딩 점퍼가 유행하긴 했지만 머리부터 무릎 아래까지 하나의 색으로 덮어 버리진 않았다.○ 적응 잘하는 ‘인싸’가 되고픈 세대 이런 심리는 2000년생 사이의 유행어인 ‘인싸’에 투영됐다. ‘인사이더’를 의미하는 인싸는 무리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상대적 의미다. 취재팀과 취업정보업체 ‘캐치’가 2000년생 142명에게 물은 결과 87명(61.3%)이 ‘스스로 인싸라고 여기거나 인싸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인싸는 이전 신세대 사이에 자주 등장했던, 공부도 잘하면서 놀기도 잘하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나 ‘엄친딸’과 다르다. 지난달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한 유고은 씨(19·여)는 인싸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인싸의 조건은 오직 하나, 성격이에요. 친구들 얘기에 리액션과 공감을 잘해주고 유행에 민감하면 됩니다.” 2000년생의 부모 세대인 X세대(1965∼1980년생)는 신세대답게 남들과 ‘다름’을 추구했다. 다름은 타인보다 뛰어난 우수성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했고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생은 노력해 얻은 ‘다름’으로 우수해져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7∼8% 정도이던 청년(15∼29세)실업률이 2000년생이 중학교 2학년이던 2014년 9.0%가 됐다. 이들이 고교 입시와 대입을 거쳐 진로를 결정할 무렵 청년실업률은 9%를 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서 2000년생이 꿈보다 현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와 사회는 2000년생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 무나니스트 :: ‘무난’과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ist’의 합성어. 무난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란 뜻. :: 인싸 :: ‘인사이더’의 줄임말. 자신이 속한 무리 안에서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는 이를 뜻함 :: 아싸 :: ‘아웃사이더’의 줄임말. 무리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뜻함. ▼[소통&20]패기 불어넣으려면? 도전실패 불이익 없는 환경 조성을 ▼Q. 요즘 갓 입사한 2000년생은 시키는 일은 열심히 하는데 열정과 도전정신은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중견기업 임원 50대 김모 씨)A. 2000년생을 포함한 요즘 세대는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사회에 대한 신뢰를 쌓지 못했습니다. 믿을 건 자신과 부모뿐이며 학교나 회사가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뒤통수를 맞을 때를 대비하죠.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씨는 이런 특성을 가리켜 ‘고슴도치증후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올 초 SK하이닉스가 사내 벤처를 독려하기 위해 “사업화에 실패해도 재입사를 보장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2000년생이 도전적이길 원한다면 먼저 ‘도전해서 실패해도 불이익이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합니다. 요즘 세대가 긴 글 읽기는 버거워하지만 말하고 듣는 능력은 훨씬 뛰어나다는 게 고교 교사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조덕연 동두천외고 교사는 “수학여행지를 정할 때 시키지 않아도 기획안을 만들어 투표에 부칠 만큼 관심사에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합니다. 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인 제일기획 자회사 ‘펑타이코리아’의 ‘이달의 책’ 행사는 흥미를 유발해 변화를 이끈 대표적 사례입니다. 회사는 독서를 장려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매달 직원들이 돌아가며 책을 직접 추천하고 추첨을 통해 책을 공짜로 증정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보고 독후감을 쓰라는 식의 ‘꼰대’기는 쫙 뺐습니다. 그랬더니 추첨에서 탈락한 직원들이 자비로 책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에게 ‘관점의 전환’을 주문합니다. “‘수학의 정석’으로 배운 사람들이 보면 요즘 애들이 수학을 못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발표는 과거보다 더 잘하거든요. 세대 차이를 ‘세대 역량’으로 전환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 ▽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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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나이에 집착하면 타협점은 없다

    “요즘은 노인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 씨라고 이름을 불러주세요.” 동네 복지관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할아버지 할머니’ 대신 ‘회원님’이란 호칭을 쓰는 곳도 있다. 노인 제품에서도 ‘실버’란 단어를 붙이는 건 금물이다. 사실 법적으로 노인(老人)을 정의하는 ‘특정 나이’는 없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도 노인을 규정하는 연령은 없다. 26조(경로우대)에 ‘65세 이상은 박물관, 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할인한다’거나 27조(건강검진)에 ‘65세 이상은 건강진단과 보건교육을 실시한다’라고 규정돼 있는 정도다. 이후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대부분 노인복지제도가 이 기준을 따르면서 ‘노인=65세’로 굳어졌을 뿐이다. 더구나 현재 한국인 기대수명은 83세다. 38년 전 노인복지법이 제정될 당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6세였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연령을 조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아쉽다. 21일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현재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더 높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년 연장은 물론 노인 기준을 현재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노인연령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대한노인회가 노인연령을 70세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 후 주기적으로 노인연령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매번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채 논의가 금방 사라졌다. 이유는 찬반 대립이 거셌기 때문이다. 찬성 측은 ‘미래 세대의 부담’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은 2026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가 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일 정도로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다. 각종 보험료를 낼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아갈 노인 인구는 급증하는 탓에 노인연령을 높여 사회 전체의 복지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따른 개편 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 측은 ‘고령세대의 빈곤’에 집중한다. 국내 노인빈곤율이 48%에 달하는 상황에서 노인연령을 상향하면 복지 혜택에서 탈락하는 노인이 대규모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높아지면서 퇴직 후 연금을 탈 때까지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소득 크레바스(절벽)’ 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다. 어느 편을 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노인 복지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인연령 상향은 결국 시기의 문제다. 찬반 대립보다는 노인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되, 노인빈곤 등 우려되는 위험요인에 대한 대비책을 꼼꼼히 준비하는 건 어떨까. 지금처럼 ‘나이’에 맞춰 일률적으로 복지를 시행하기보다는 소득, 자산, 건강 등 여러 요소를 파악한 후 노인 개개인의 ‘필요’에 맞춰 복지지원을 집중시키면 연령 상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처럼 ‘전기(前期) 노인’(65∼74세)과 ‘후기 노인’(75세 이상)으로 구분해 의료, 복지를 단계별로 지원할 수도 있고, 미국처럼 정년을 없애고 60대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대안으로 삼을 수도 있다. ‘듣기보다 말하기가 좋다. 나는 배울 만큼 배웠다. 이 나이에 그런 생각이나 일을 왜 하느냐고 말하곤 한다….’ 미국 의학협회가 정의한 ‘노인의 기준’이다. 이런 생각이나 행동을 하면 노인으로 본다는 것이다. ‘나이 듦’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에 달렸다. 노인연령 조정 논의도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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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 빼고 나머지 직원만 팀회의” 직장 내 괴롭힘? 법적으로 인정되려면…

    육아휴직을 마친 뒤 금융기관에 복직한 A 씨는 얼마 후 우울증을 앓다가 퇴사했다. 원래 창구에서 수신 업무를 담당하던 A 씨에게 복직 이후 주어진 일은 창구 안내와 보조업무였다. A 씨를 빼고 나머지 직원들만 모여 회의를 열기도 했다. 모두 이 회사 전무 B 씨의 지시였다. 의류회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C 씨는 팀장 D 씨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신상품 발표회를 앞두고 C 씨가 수차례 디자인 시안을 보고했지만 D 씨는 “이번 시즌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며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B 씨와 D 씨의 행동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 고용노동부가 21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B 씨의 행위는 명백한 괴롭힘이지만 D 씨의 행위는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 D 씨의 행위는 업무상 적정범위 내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부는 지난해 말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포함됨에 따라 이날 괴롭힘의 정의와 예방활동, 해결 절차 등을 담은 표준안을 선보였다.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려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 △업무상 필요하지 않거나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 일을 시키는 행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만약 후배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경위서를 쓰게 했다면 3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하거나 △휴가나 복지 혜택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를 옮기도록 하는 행위 등도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 업무상 필요한 비품을 주지 않는 것도 괴롭힘에 포함된다. 하지만 인사 승진을 위해 A등급의 근무평가가 필요한데, 상사가 계속 B등급을 부여한다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 평가자의 정당한 업무 범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장뿐 아니라 사내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도 해당한다. 또 파견·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 만약 원청 노동자와 파견 노동자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원청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조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 10인 이상 노동자가 있는 기업은 새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을 바꿔야 한다. 취업규칙에는 △사내에서 금지하는 괴롭힘 유형 △예방교육 사항 △괴롭힘 사건의 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재발 방지조치 등을 담아야 한다. 이를 취업규칙에 반영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만약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처럼 최고경영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될 경우 감사가 조사를 하고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에 모든 괴롭힘 유형을 다 담을 수 없어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급한 업무가 아님에도 직장 상사가 매일 자정에 전화해 다음 날 업무지시를 한다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고용부 관계자는 “같은 행위라도 괴롭힘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구체적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누구든지 피해 사실을 회사에 신고할 수 있도록 표준안에 익명 신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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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세가 되어도 책상 앞에…” 초등학교 졸업장 받는 79세 할머니

    ‘내 나이 일곱 살이던 73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해 2년 3개월의 학교생활을 끝으로 배움은 끝났다.’ 올해 79세인 문해주 할머니(사진)가 쓴 자기소개의 첫 구절이다. 그는 가정형편 탓에 학교를 오래 다니지 못하고 그만뒀다. 중매로 19세 무렵 남편을 만나 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 살다가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어느 날 TV에서 ‘주부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할머니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2018년 서울 마포구 양원주부학교 문해반에 입학했다. 할머니 자택에서 학교까지는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그는 하루도 결석한 적이 없다. ‘남은 날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싶다’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특히 한자를 배우는 게 즐거웠다. 자격증을 딸 때마다 배우지 못해 한스러웠던 순간들이 날아가는 듯했다. 120주에 걸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할머니는 이번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그는 “졸업장이 생겼으니 이제 무얼 못하겠소? 90세가 되어도 책상 앞에 앉아있을 내 모습이 기대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문 할머니처럼 뒤늦게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이수한 이들은 올해 854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오후 2시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초등 656명, 중학 198명 이수자들에게 학력인증서를 전달한다. 졸업생 중 최고령자는 영등포구청에서 교육을 받은 이순섬 할머니(92)다. 문해교육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학력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마련한 문자 해득(解得) 교육이다. 서울시의 20세 이상 인구 785만 명 중 문해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68만 명(8.7%)에 이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 전국 최초로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실시해 지난해까지 졸업생 3856명을 배출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김윤종기자 zozo@donga.com}

    •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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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미래가 있으니 괜찮다?… ‘청년 빈곤’ 그대로 둘건가

    “○○이는 이번에도 안 왔네?” “예, 그렇죠 뭐. 취직도 안 되고…. 공부할 것도 많다고 하고.” 설 연휴 가족친지 모임에서 취업을 앞둔 ‘청년 친척’을 못 본 이들이 많다. 그나마 모임에 온 취업준비생 조카를 보고 “올해는 꼭 취직하라”며 세뱃돈을 내밀어도 ‘눈치 없는’ 어른으로 타박을 받기 십상이다. 이쯤 되면 마음속 깊숙이에서 이런 생각도 올라온다. “아니, 우리 때는 안 힘들었나. 옛날에는 더 가난하고 어려웠는데.” “힘들어도 청춘이라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야지. 요즘 애들은 약해….” 자칫 ‘꼰대’처럼 보이기 싫어 입 밖으로 내뱉진 않지만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청년을 만난 기자 역시 때론 “청년보다 실직한 40대, 명퇴한 50대가 더 힘든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다면 여기, 스스로 ‘가난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취준생 최모 씨(27·여)를 어떻게 봐야 할까. 최 씨는 취업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부모님으로부터 용돈 50만 원을 받으며 생활한다. 도서관 식당에서 점심과 저녁 매끼를 5000원 이하로 해결한다. 돈을 아끼려고 커피믹스를 타서 마신다. 스타벅스 커피는 일주일에 딱 한 번 사 먹는다. 친구들도 한 달에 한 번만 만난다. 한 번만 만나도 식사비 등으로 2만 원은 족히 들어서다. 1개월 기준 인터넷 강의비 30만 원, 체력관리비(수영) 6만 원, 종합비타민제 2만5000원, 위장약 1만 원은 부모님으로부터 별도로 받는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풍족하진 않아도 큰 불편 없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최 씨는 ‘빈곤’을 강조할까? 청년 문제를 연구해 온 보건사회연구원 김문길 연구위원과 함께 ‘다차원 빈곤’ 개념으로 요즘 청년들의 상황을 풀어봤다. 우선 국내 청년빈곤율(9.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9%보다 낮다. 노인빈곤율(48.8%)을 감안하면 ‘청년이 뭐가 힘드냐’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청년빈곤율은 소득만으로 산정된 것이다. 동거가구원의 소득이 반영돼 계산된다.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85%에 달하는 국내 청년들의 빈곤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안으로 나온 ‘다차원적 빈곤’은 소득뿐만 아니라 최저주거기준, 의료비 부담, 취업, 근로지속가능성, 사회관계, 여가비 등을 두루 파악해 빈곤 정도를 조사한다. 김 연구위원이 세대별로 ‘다차원 빈곤율’을 분석해 보니 노인층은 2006년 22.7%에서 2015년 17.8%로 감소했다. 또 중장년층 역시 같은 기간 다차원 빈곤율이 16.4%에서 11.5%로 떨어졌다. 반면 청년층은 16.0%에서 18.4%로 다차원 빈곤율이 증가했다. 청년층의 다층적 빈곤율이 10년간 계속 높아져 노인과 비슷한 수준이 된 점은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최 씨 역시 빈곤하다고 볼 수 있다. 청춘은 원래 배고프고,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사회가 청년빈곤 문제를 지나치게 방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난해 청년들이 많이 읽는 책 중에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있었다. 청년들의 마음속에는 현재 상황이 죽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그 순간에도 작지만 실현가능한 행복은 누리고 싶다는 심리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청년정책은 ‘취업만 되면 다 해결된다’는 기조 아래 취업률을 높이는 것에 사실상 다걸기를 해왔다. 올해는 청년들의 취업지원 외에도 빈곤 청년 대책은 물론 교육, 건강지원, 주거지원 같은 다양한 청년복지정책이 함께 추진되기를 바란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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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애들은 다 싸우면서 큰다?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 자칫 학부모들에게 ‘몰매’ 맞을 말이다. 인권과 안전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대착오적 발언이기도 하다. ‘폭력을 미화하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의 생각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학창 시절, 기자가 다닌 학교에는 어느 교실에나 꼭 있는, 또래보다 덩치 큰 친구 A가 있었다. A는 ‘친구 지우개 칼로 자르기’, ‘쉬는 시간 반찬통 열어 소시지 뺏어 먹기’ 등 힘이 세다는 이유로 반 친구들에게 ‘갑질’을 했다. 기자는 A와 대결을 준비했다. 한 달 계획을 세워 발차기를 연습했다. 당시로서는 고가인 6000원짜리 쌍절곤을 사기 위해 집 청소를 돕고 용돈을 받았다. 비용이 부족해 쌍절곤 연결 줄이 노끈으로 된 2000원짜리 제품을 구입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년)를 따라 한 건 아니다. 기자가 준비한 시기가 먼저다. 그런데 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쌍절곤 줄을 물어뜯어 끊어버렸다. 맥이 빠져 싸움을 포기했다. 치기 어린 시절의 추억이지만 배운 게 많았다. 집 구석구석이 저절로 깨끗해지는 게 아니었다. 항상 쓸고 닦는 어머니의 손길이 있었다. 싼 물건에는 다 이유가 있었고, 미성년자일지라도 무기를 쓰면 죄가 가중된다는 법도 알게 됐다. 반 친구와 실제 주먹다짐한 후에야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 다툰 친구와 소통하는 법도 깨쳤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교육부의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을 비슷한 관점으로 지켜봤다. 개선안에는 이르면 3월부터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교내봉사 등을 이행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이 기재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지 않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된다. 개선안이 나온 배경에는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이 분쟁을 확대하고 학교의 교육 기능을 축소시킨다는 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반 친구가 ‘××’라고 욕만 해도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되면 학폭위가 반드시 열린다. 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이 기재된다. 경미한 다툼도 기록으로 남게 되니 학부모들은 ‘입시에 불리해진다’며 상대 학부모와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이번 개선안을 보며 ‘싸우면서 큰’ 청소년기가 다시 떠올랐다. 다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스스로 갈등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 이번 개선안의 핵심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얕았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처벌이 약화되면 ‘좀 해도 되잖아’라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어요. 내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다치거나 심리상담을 받고 학교에 못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장 우선시될 건 피해자입니다. 피해 아이를 회복시키는 게 중요해요. 개선안에는 그런 배려가 없어요.” 2011년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의 어머니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지적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 처벌이 강화된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이 시행됐다. 교실 내 사소한 다툼을 성장 과정으로 여긴 기자나, 경미한 폭력에 대한 제재를 낮추는 개선안을 낸 교육당국 모두 ‘피해자 입장’이란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사소한 폭력이라도 계속 반복되면 심각한 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개정안이 현장에서 시행된다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피해자 입장에서 확실하게 개정안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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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라밸 지켜야 생존”… 日 기업, 드론 띄워 칼퇴근 재촉

    “위이이이이잉….” ‘또 그놈이 나타났을까’란 생각과 함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내일 발표할 파워포인트(PPT) 자료는 완성됐나? 저 소리만 들으면 남은 업무량부터 점검하게 된다. 그래, 오늘은 바로 집에 갈 수 있겠다.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일본 경비업체 다이세이(大成)사에 다니는 아이다 유우 씨(38)는 퇴근 시간이 오면 사무실 천장부터 본다. 오후 6시만 되면 ‘위이잉’ 소리를 내면서 ‘드론’이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워라밸 특별취재팀이 지난해 10월 17일 만난 아이다 씨는 우리가 상상하는 전형적인 ‘일본 직장인’의 삶을 살아왔다. 지옥 같은 통근철, 그 안을 채운 넥타이 샐러리맨, 산더미 같은 서류와 야근에 치여 사는…. 하지만 아이다 씨의 삶은 바뀌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일본 역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사회로 변신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이다 씨의 일상이 달라진 건 지난해 4월. 다이세이사에서 ‘드론’을 띄워 야근자에게 퇴근을 종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상용화에 앞서 자사 5층 사무실에서 효과 검증 실험을 했다. 매일 오후 6시가 되자 퇴근 안내방송과 함께 거칠게 ‘위이이잉’ 소리를 내면서 드론이 사무실을 날아 다녔다. 용케도 사무실 곳곳에 설치된 전파발생장치 신호를 받아 장애물을 알아서 잘 피해 다녔다.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로 누가 야근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죠. 몇 번 드론이 뜨고 나니 다들 그 전에 일을 마치려 노력하게 되더라고요.”(아이다 씨) 드론은 직원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당시 사무실에는 총 64명이 일했다. 이 중 평균 20명이 하루 평균 3시간, 1개월 중 21일이나 야근을 했다. 드론을 띄우기 시작한 후 4개월이 지나자 야근자 수는 평균 3명으로 줄어들었다. 직원들의 전체 야근시간이 1260시간에서 63시간으로 감소했다(표 참조). 아이다 씨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그는 아내와 세 살짜리 자녀와 다녀온 오키나와 여행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귀가 시간이 빨라지니 대화 시간이 늘더군요. 가족여행도 계획하게 돼 오키나와 수족관에 다녀왔어요. 아이들이 난리법석이에요. 이러려고 일도 하는 거겠죠?” 도쿄해상, NTT도코모 등 일본 내 30개 주요 기업이 드론 서비스 도입을 문의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회사는 제2의 가족’, ‘열혈사원’이란 표어를 내세우며 개인보다 조직을 강조하는 특유의 기업문화가 많이 희석된 상태다. 2015년 12월 일본의 유명 광고회사 덴쓰의 여사원이 과로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과다업무 등 근무 문제로 자살한 일본인이 2015년 2159명에 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하는 방식 개혁’을 내세웠고 여당은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초과 근무 상한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정했다. 일본 젊은이들에게는 ‘워라밸’이 이미 직장 선택의 제1의 기준이다. 같은 달 19일 오전 11시 도쿄 가스미가세키 내 스타벅스 커피숍. 야노 게이스케 씨(31)는 스마트폰으로 거래처 계약 관련 자료를 정리 중이다. 그의 사무실은 ‘카페’다. 앱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그의 하루는 또래 일본 직장인들과 다르다. 하루의 60∼70%를 외부에서 보낸다. 회사도 일하는 장소에 관여하지 않는다. “대학 졸업 후 야근이 많은 일본 대기업에 다녔죠. 하지만 워라밸을 찾고 싶어 지금 회사로 옮겼죠. 당시 ‘워라밸 때문에 이직한다’고 하니 친구들이 이상하게 봤어요. 이제는 제 친구들이 워라밸을 위해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신고용 문화도 많이 사라졌어요. 워라밸을 잘 지키는 외국계 기업에 좋은 인재가 몰려요. 일본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지경입니다.” 일본의 워라밸 확산은 ‘삶의 질’ 개선은 물론이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야근 등 비효율을 없애는 한편 여성과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워라밸을 정착시키려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20, 30대 회사원 상당수는 “육아휴직 등 각종 워라밸 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3년 차 직장인 기리야마 유우코 씨(34)는 “6시 퇴근을 종용하지만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하지 않고서는 제 시간에 일을 끝낼 수 없다”며 “집에 업무를 가져가 일하면 ‘무슨 워라밸을 한다고 난리를 치나’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일본 정부가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후생성 오우치 아야코 직업생활양립과 기획계장은 “결국 기업의 근로 문화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라밸 방해꾼은 수직적 기업문화”… 정부가 기업 찾아 워라밸 개선 지원▼일본 정부는 근로현장에서 워라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원인을 ‘제도의 미비’보다는 ‘기업 문화’로 보고 있다. 일본 특유의 수직적 노사관계가 가정친화적 근로환경 조성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워라밸 개선 컨설턴트’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업무량, 근무인력 분포, 휴가제도 등을 진단한 후 개선 방안을 설계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특정 직원에게 업무가 몰려 워라밸에 어려움을 겪는 A기업이 있다면 ‘워라밸 컨설턴트’가 회사 업무를 분석한 후 일이 개개인에게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시각자료로 제작해 보여준다. 직원 스스로 각자의 업무량을 파악하고 적절히 분배하는 근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일본 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추진과 고시 누마 아야노 일과생활조화추진실 계장은 “휴가 사용이 어려운 B회사에는 부서별 연간 휴가 캘린더를 사무실 한가운데에 설치했다”며 “직원들의 휴가 사용일수를 그래프로 표시하고 직장 상사가 수시로 휴가 소진 그래프를 보면 휴가 사용이 원활해진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이쿠맨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육아(育兒)를 의미하는 ‘이쿠(育)’와 남자를 뜻하는 ‘맨(man)’의 합성어로, 육아에 적극 동참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남성 육아 휴직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업을 찾아가 육아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이쿠보스’ 프로그램은 ‘이쿠(育)’와 상사를 뜻하는 보스(boss)를 합친 말로, 직장 상사가 육아휴직 장려 등을 사내에 선언하는 프로그램이다. 워라밸 정착에는 회사 상사(사장)의 인식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워라밸이 잘되는 회사는 정부가 ‘구루민’ 마크(사진)를 준다. 일본어로 ‘포대기’란 뜻이다. 육아, 가정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일 가정 양립을 위한 행동 계획을 후생노동성에 제출한다. 이를 토대로 워라밸 목표를 달성한 기업들에 ‘구루민’ 인증과 함께 정부사업 조달 등에서 인센티브를 준다.  도쿄=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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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이잉’ 사무실에 드론이 날아들면…워라밸이 시작된다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워라밸’(일과 삶 균형). 직장 상사나 사용자들도 취지에 공감하는 아름다운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칼퇴근’이 쉽지 않다. 주52시간 근무와 남녀 구분 없는 육아휴직 사용을 하는 데도 여전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우리보다 앞서 워라밸을 고민해온 선진국을 찾아 이들이 어떻게 일과 삶의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봤다. 17일 일본을 시작으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대만의 워라밸 사례를 차례로 연재한다. “위이이이이잉….” ‘또 그놈이 나타났을까’란 생각과 함께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내일 발표할 파워포인트(PPT) 자료는 완성됐나? 저 소리만 들으면 남은 업무량부터 점검하게 된다. 그래, 오늘은 바로 집에 갈 수 있겠다.‘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일본 경비업체 다이세이((大成)사에 다니는 아이다 유우 씨(38)는 퇴근 시간이 오면 사무실 천장부터 본다. 오후 6시만 되면 ’위이잉‘ 소리를 내면서 ’드론‘이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워라밸 특별취재팀이 지난해 10월 17일 만난 유우 씨는 우리가 상상하는 전형적인 ’일본 직장인‘의 삶을 살아왔다. 지옥 같은 통근철, 그 안을 채운 넥타이 샐러리맨, 산더미 같은 서류와 야근에 치여 사는…. 하지만 유우 씨의 삶은 바뀌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일본 역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사회로 변신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유우 씨의 일상이 달라진 건 지난해 4월. 다이세이사에서 ’드론‘을 띄어 야근자에게 퇴근을 종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상용화에 앞서 자사 5층 사무실에서 효과 검증실험을 했다. 매일 오후 6시가 되자 퇴근 안내방송과 함께 거칠게 ’위이이잉‘ 소리가 나면서 ’드론‘이 사무실을 날라 다녔다. 용케도 사무실 곳곳에 설치된 전파발생장치 신호를 받아 장애물을 알아서 잘 피해 다녔다.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로 누가 야근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죠. 몇 번 드론이 뜨고 나니 다들 그 전에 일을 마치려 노력하게 되더라고요.”(우유 씨) 드론은 직원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당시 사무실에는 총 64명이 일했다. 이중 평균 20명이 하루 평균 3시간, 1개월 중 21일이나 야근을 했다. 드론을 띄우기 시작한 후 4개월이 지나자 야근자 수는 평균 3명으로 줄어들었다. 직원들의 전체 야근시간이 1260시간에서 63시간으로 감소했다.(표 참조) 유우 씨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그는 아내와 3살짜리 자녀와 다녀온 오키나와 여행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귀가 시간이 빨라지니 대화 시간이 늘더군요. 가족여행도 계획하게 돼 오키나와 수족관에 다녀왔어요. 아이들이 난리법석이에요. 이러려고 일도 하는 거겠죠?” 도쿄해상, NTT도코모 등 일본 내 30개 주요 기업들이 드론 서비스 도입을 문의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회사는 제2의 가족‘, ’열혈사원‘이란 표어를 내세우며 개인보다 조직을 강조하는 특유의 기업문화가 많이 희석된 상태다. 2015년 12월 일본의 유명 광고회사 덴쓰의 여사원이 과로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과다업무 등 근무문제로 자살한 일본인이 2015년 2159명에 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하는 방식 개혁‘을 내세웠고 여당은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초과 근무 상한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정했다. 일본 젊은이들에게는 ’워라밸‘이 이미 직장 선택의 제1의 기준이다. 같은 달 19일 오전 11시 도쿄 카스미카세키 내 스타벅스 커피숍. 케이스케 야노 씨(31)는 스마트폰으로 거래처 계약 관련 자료를 정리 중이다. 그의 사무실은 ’카페‘다. 앱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그의 하루는 또래 일본 직장인들과 다르다. 하루의 60~70%를 외부에서 보낸다. 회사도 일하는 장소에 관여치 않는다. “대학졸업 후 야근이 많은 일본대기업에 다녔죠. 하지만 워라밸을 찾고 싶어 지금 회사로 옮겼죠. 당시 ’워라밸 때문에 이직한다‘고 하니 친구들이 이상하게 봤어요. 이제는 제 친구들이 워라밸을 위해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신고용 문화도 많이 사라졌어요. 워라밸을 잘 지키는 외국계 기업에 좋은 인재가 몰려요. 일본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지경입니다.” 일본의 워라밸 확산은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야근 등 비효율을 없애는 한편 여성과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워라밸을 정착시키려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20, 30대 회사원 상당수는 “육아휴직 등 각종 워라밸 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3년차 직장인 키리야마 유우코 씨(34)는 “6시 퇴근을 종용하지만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하지 않고서는 제 시간에 일을 끝낼 수 없다”며 “집에 업무를 가져가 일하면 ’무슨 워라밸을 한다고 난리를 치나‘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일본 정부가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후생성 오우치 아야코 직업생활양립과 기획계장은 “결국 기업의 근로 문화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근로현장에서 워라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원인을 ‘제도의 미비’보다는 ‘기업 문화’로 보고 있다. 일본 특유의 수직적 노사관계가 가정친화적 근로환경 조성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워라밸 개선 컨설턴트’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업무량, 근무인력 분포, 휴가제도 등을 진단한 후 개선 방안을 설계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특정 직원에게 업무가 몰려 워라밸이 어려움을 겪는 A기업이 있다면 ‘워라밸 컨설턴트’가 회사 업무를 분석한 후 일이 개개인에게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시각자료로 제작해 보여준다. 직원 스스로 각자의 업무량을 파악하고 적절히 분배하는 근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일본 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추진과 코시 누마 아야노 일과생활조화추진실 계장은 “휴가 사용이 어려운 B회사에는 각 부서별 연간 휴가 캘린더를 사무실 한 가운데 설치했다”며 “직원들의 휴가 사용일수를 그래프로 표시하고 직장 상사가 수시로 휴가 소진 그래프를 보면 휴가 사용이 원활해진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이쿠맨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육아(育兒)를 의미하는 ‘이쿠(育)’와 남자를 뜻하는 ‘맨(man)’의 합성어로, 육아에 적극 동참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남성육아 휴직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업을 찾아가 육아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이쿠보스’ 프로그램은 ‘이쿠(育)’와 상사를 뜻하는 보스(Boss)를 합친 말로, 직장 상사가 육아휴직 장려 등을 사내에 선언하는 프로그램이다. 워라밸 정착에는 회사 상사(사장)의 인식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워라밸이 잘되는 회사는 정부가 ‘쿠루밍’ 마크를 준다. 일본어로 ‘포대기’란 뜻이다. 육아, 가정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일 가정 양립을 위한 행동 계획을 후생노동성에 제출한다. 이를 토대로 워라밸 목표를 달성한 기업들에게 ‘쿠루밍’ 인증과 함께 정부사업 조달 등에서 인센티브를 준다. 도쿄=김윤종기자 zozo@donga.com}

    •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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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간호사 ‘태움’ 문화 그대로… ‘소 잃은 외양간’ 꼭 고쳐라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20대 간호사 A 씨의 죽음이 최근 논란이 됐다. 그는 5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A 씨가 가족에게 남긴 자필 유서 내용이다. “엄마, 사랑해. 나 발견하면 우리 병원은 가지 말아줘. 엄마, 병원 사람들은 안 왔으면 좋겠어.”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에 대한 원망을 시사하는 내용 때문에 그의 죽음이 이른바 ‘태움’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폭언이나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간호사 특유의 규율 문화를 의미한다. A 씨가 ‘태움’ 때문에 자살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1년도 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 팽배하다. 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에서 28세의 젊은 간호사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태움’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나이팅게일 선서, 즉 ‘사람을 살리겠다’고 맹세한 간호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병원 내 괴롭힘이 심하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727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꼴(40.9%)로 태움에 시달렸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는 가해자는 의사든, 간호사든 의료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했다. 태움을 신고 및 상담하는 ‘간호사인권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신규 간호사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 간호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1년가량 지난 현재,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비판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간호사들의 하소연을 토대로 취재해 보니 정부 대책 중 제대로 시행된 것이 드물었다. 우선 정부 발표와 달리 현재도 태움 가해자는 면허가 정지되지 않는다. 대책이 발표된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탓이다. ‘간호사인권센터’ 역시 유명무실한 상태다. 복지부가 간호사인권센터를 대한간호협회에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힌 지난해 3월 당시에도 이미 협회에는 ‘고충센터’가 설치돼 있었다. 이름만 바뀐 셈이다. 이후 별다른 정부 지원도 없었다. 협회 관계자는 “괴롭히는 선배 간호사나 괴롭힘을 당하는 후배 간호사 모두 협회 회원”이라며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 물론이고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협회 외부에 센터를 설치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 태움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전담 간호사 제도도 ‘속 빈 강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교육전담 간호사가 시범적으로 국공립병원에 배치된다. 하지만 전국 병원의 약 94%가 사립병원이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내 간호사 1명이 돌보는 환자는 4명이 넘는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2배다. 간호사 인력 부족이 근로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태움 문화를 낳는 만큼 근로환경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간호사들은 강조한다. 약 1년 만에 또다시 20대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태움, 나아가 열악한 근로환경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본질적으로는 사건이 터질 때만 요란법석을 떨며 대책을 쏟아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넘어가는 우리의 고질적인 병폐가 젊은 간호사를 죽음으로 몰아가지 않았을까. 올해부터는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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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시험기간 다 지났는데 학기 끝날때 온 점자책”, 탁상행정에 또 웁니다

    “한 학년이 다 끝나가는 11월에야 점자책이 왔더라고요. 이미 중간고사 때 시험 친 범위인데 그때서야 책이 온 거예요. 제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1년 내내 사정했지만 소용없었어요.”(서울 A맹학교 학부모 명모 씨) 시각장애가 있는 중2 아들을 둔 명 씨는 지난달 택배기사에게서 대형 손수레를 빌렸다. 며칠 전 집으로 배달 온 라면박스 6개 분량의 책을 곧바로 내다버리기 위해서였다. 박스 안에 든 책은 그가 지난해 12월 국립특수교육원 측에 점자화를 부탁한 참고서 6권이다. 명 씨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요청하면 교육부가 EBS 문제집이나 참고서 등을 점자화해 주도록 돼 있지만 수업 진도에 맞춰 제때 점자책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내버려야 할 책을 뒤늦게 찍어 보내는 게 예산 낭비이자 탁생행정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토로했다. 지난달 시청각 중복장애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전기 보도(동아일보 11월 19일자 A2면 참조) 이후 장애학생의 학습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국내 장애학생들은 학교 교육의 기본이 되는 책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학교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농학교 모두에서 소외된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의 학습권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헬렌 켈러’들을 위한 입법이 추진되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은 현재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시청각 중복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일명 ‘헬렌켈러법’을 이르면 내년 1월 발의할 예정이다. 국내 시청각 중복장애인은 1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임우선 imsun@donga.com·김윤종 기자}

    •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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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서 의료진 폭행땐 최대 무기징역

    내년부터 응급실에서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폭행하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등 강한 처벌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응급의료를 방해했을 때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의료진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된다. 의료진을 때려 중상해를 입혔을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내려진다. 또 술에 취해 휘두른 폭력을 줄이기 위해 응급실 폭행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른 주취 감경이 적용되지 않는다. 복지부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행정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중순경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전공의법 개정안도 통과되면서 지도 전문의(교수)가 전공의에게 폭행 등을 행사해 신체 또는 정신적 피해를 입히면 지도전문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3년까지 업무가 정지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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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환자 3명중 2명 5년이상 산다

    한국인 100명 중 3명은 암을 앓거나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암에 걸린 3명 중 2명 이상은 5년 이상 생존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27일 발표한 2016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그해 새로 암이 발병한 환자 수는 22만9180명으로 전년보다 1만2638명(5.8%) 증가했다.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6.8명으로 전년 대비 8.6명(3.1%) 늘었다. 2011년 이후 2015년까지 매년 약 3%씩 감소하다가 2016년에는 소폭 올랐다. 원인은 ‘유방암’ 증가가 꼽힌다.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 5대 주요 암 중 유방암만 2010년 이후 발생률이 계속 오르고 있다. 복지부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유방암 연평균 증가율은 4.5%”라며 “여성 비만 증가와 조기검진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암 종류별로 보면 한국인은 위암에 가장 많이 걸렸다. 이어 대장암, 갑상샘암, 폐암, 유방암, 간암, 전립샘암 순이었다. 암 확진 후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암 유병자’ 수는 총 173만9951명으로, 전체 인구(5111만2980명)의 3.4%였다. 65세 이상 암 유병자는 74만7898명으로 같은 연령대 인구의 11%를 차지했다. 기대수명(82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였다. 남성(기대수명 79세)은 5명 중 2명(38.3%), 여성(85세)은 3명 중 1명(33.3%)꼴로 암이 발병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6%로 10년 전(2001∼2005년) 생존율(54.0%)보다 16.6%포인트나 높아졌다. ‘암 생존율’은 암 발생자가 암 이외의 교통사고나 다른 질환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을 보정해 추정한 5년 이상 생존 확률이다. 성별, 나이가 동일한 일반인 대비 암 환자의 5년 후 생존 비율로 보면 된다. 암 생존율이 100%면 일반인과 생존율이 같다는 의미다. 암 종류별 생존율을 보면 갑상샘암(100%), 전립샘암(93.9%), 유방암(92.7%)은 매우 높은 반면에 간암(34.3%), 폐암(27.6%), 췌장암(11.0%)은 여전히 낮다. 성별로 보면 여성 생존율(78.2%)이 남성(63.0%)보다 높았다. 또 암 진단 후 5년을 초과해 생존한 암 환자 수는 91만6880명으로 전체 암 유병자의 52.7%였다. 5년 초과 생존자가 암 유병자의 절반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암 생존율은 1993∼1995년 41.2%, 1996∼2000년 44.0%, 2001∼2005년 54.0%, 2006∼2010년 65.2%, 2012∼2016년 70.6%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암은 한국인의 첫 번째 사망 원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암 사망자는 7만8863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7.6%를 차지했다. 정부는 조기검진을 통해 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내년 7월부터 국가암검진사업에 폐암 검진을 도입한다. 복지부 김기남 질병정책과장은 “권역별 암 생존자 통합지지센터를 현재 7곳에서 내년 11곳으로 확대한다”며 “성인 암 환자와는 다른 소아청소년 암 환자를 돕는 시범기관도 내년에 2곳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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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한 석면 가루, 폐 침투하면 제거 불가능

    석면은 마그네슘이 많은 함수규산염 광물로 건축자재, 방화재, 전기절연재, 화장품 등에 쓰여 왔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석면 가루를 마시면 악성종양 등이 생기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죽음의 먼지’로 불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도 석면을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Ⅰ’, 즉 1군 발암 위험 물질로 지정한 상태다. 석면 가루는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사람의 코나 기관지 방어막에 걸리지 않고 폐로 들어간다. 폐 안으로 들어간 석면은 폐 조직을 딱딱하게 만들고 악성중피종(흉막, 복막에 발생하는 암), 폐암을 일으킨다. 목 부위의 호흡기, 위, 대장 등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석면의 무서운 점은 30∼40년에 걸쳐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다. 일단 폐로 들어간 석면 가루를 제거할 방법은 없다. 폐 속으로 점점 깊이 침투하기 때문에 빼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석면 가루를 마시기 시작하면 짧게는 10년 후, 평균 25∼30년 후 병으로 나타난다. 석면이 ‘조용한 살인자’로도 불리는 이유다. 피부를 통해 흡수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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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윤종]의료계가 목소리를 높여도 울림이 적은 이유

    “개나 소나 다 경찰이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국회의사당 앞에서 외친 구호다. 청진기를 들어야 할 의사들이 왜 이런 구호를 외쳤을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추진 때문이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이 사법경찰 관리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맞춰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장 병원’을 단속하려면 특사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사경’은 특별사항에 따라 행정공무원에게 사법경찰 직무를 수행하도록 고발 및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건보공단 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려는 이유는 사무장 병원의 난립 탓이다. 현행법은 의료면허자나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이 사무장 병원이다. 사무장 병원 적발 건수는 2014년 174곳에서 지난해 225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은 수익만을 목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과잉·부실 진료, 보험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2009∼2017년 적발한 사무장 병원 1273곳에 지급한 진료비가 1조8112억8300만 원에 달하지만 환수한 금액은 7.3%(1320억4900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재산을 은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다 보니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주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건보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데 발끈한다. 수사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선 “사무장 병원의 폐해는 복지부나 건보공단의 조사 권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의료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점점 시민들은 의료계 주장에 귀를 닫는 모양새다. 의료계 논리가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오진 의사 구속 등을 이유로 수시로 ‘투쟁과 파업’을 외치며 거리시위에 나서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어떤 주장을 하든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이전투구로 보인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사경 도입도 마찬가지다. 의료계가 반대만을 외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사무장 병원을 제대로 단속하면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정직한 병원들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의료인은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의사들이 10년 전에도 한 달 1000만 원을 벌었는데, 지금도 한 달 1000만 원을 버는 데 있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으로 의료계가 어려워진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밥그릇 챙기기에만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인다면 의료계가 어떤 주장을 해도 시민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접근한다면 굳이 ‘개나 소’란 자극적인 말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의료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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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파 기준치 이하라 괜찮아” vs “계속 노출땐 인체에 해로워”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 시 일정량의 전자파가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울 때마다 흡연자가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자담배의 증기뿐 아니라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담배의 전자파 측정은 처음이다.○ 모든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전자파 발생 동아일보는 17일 정부기관인 국가금연지원센터, 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국내에서 판매하는 아이코스(필립모리스), 글로(BAT코리아), 릴(KT&G) 등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의 전자파를 측정했다. 실험에 사용한 전자파 측정 장비는 학술연구에 널리 쓰이는 ‘EPRI-EMDEX2’이다. 기자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면서 측정 장비를 담배기기에 밀착시키자 △아이코스 0.68∼1.56μT(마이크로테슬라) △글로 1.7∼3.18μT △릴 0.5∼1.22μT의 전자파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궐련형 담배의 길이를 감안해 담배기기와 측정 장비 사이에 3cm 간격을 두고 측정해봤다. 그 결과 △아이코스 0.04∼0.07μT △글로 0.2∼0.6μT △릴 0.04∼0.12μT의 전자파가 검출됐다. 주로 기기의 충전 배터리 부분에서 전자파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국내 출시 당시 이미 전자파 적합성(EMC) 인증을 받았다. EMC 인증은 한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다른 전자제품의 오작동을 일으키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반면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인증은 따로 받지 않았다. 법적으로 휴대전화와 전기장판, 전기밥솥 등 일부 가전제품만 전자파 인체영향성 검증이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 인체에 미칠 영향 두고는 의견 갈려 그렇다면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어느 정도 해로울까.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전자담배의 전자파는 정부의 인체보호 기준(83.3μT)에 한참 못 미친다. 생체전자파학회장인 김남 충북대 교수는 “83.3μT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기준이어서 그 이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접하는 가전제품에서도 미량의 전자파는 지속적으로 나온다. 사용 거리를 30cm로 가정할 때 TV 0.01μT, 냉장고 0.002μT, 로봇청소기 0.005μT, 노트북 0.008μT, 전기밥솥 0.475μT 등의 전자파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소량의 전자파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인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전자파가 0.1μT 이하면 누적돼도 인체에 큰 무리가 없지만 그 이상이면 장기적으로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밀착 측정 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모두 0.1μT 이상의 전자파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는 전자파를 ‘발암가능물질’로 지정한 상태다. 0.3∼0.4μT 이상의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이나 발달장애, 면역 이상, 생식기능 장애 등이 발병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도 적지 않다.○ “국제 공인기관에서 면밀한 측정 필요”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는 1개비를 피울 때마다 2∼3분가량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 하루 10개비를 피운다면 매일 30분, 1년이면 182시간가량 남들보다 더 많은 전자파에 노출되는 셈이다. 그만큼 전자담배의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국립전파연구원 전파환경안전과 김기회 연구관은 “어떤 주파수의 전자파인지, 측정 시 오류는 없었는지, 국제적 공인 장비를 사용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전자담배 전자파의 유해성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공인기관의 검사 필요성을 지적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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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장기요양보험 누적준비금 2022년 고갈”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누적준비금이 2022년에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9일 ‘2018∼202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준으로 1조9800억 원인 장기요양보험 누적준비금이 고갈돼 2022년이면 1546억 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추계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장기요양보험료율(2019년 8.51% 기준)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수지를 전망해보니 수입은 2018년 7조4466억 원에서 2027년 13조8148억 원으로 연평균 9.5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지출은 2018년 6조6044억 원에서 2027년 16조4132억 원으로 연평균 10.6%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적자가 이어지면서 2022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추계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란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 노인 중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 목욕, 간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자신이 내는 건강보험료의 8.51%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인상률(1∼2%)만큼만 올리면 재정수지 적자는 지속된다. 다만 적자 폭이 작아지면서 누적준비금 소진 시기가 2024년으로 2년 늦춰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 국고지원금을 20%로 상향 지원하면 누적준비금은 2023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장기요양보험료율을 명목 임금인상률(3∼4%)만큼 인상해야만 2021년부터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며, 누적준비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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