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러시아가 체불 대금 미납을 이유로 16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연합(EU)이 ‘3차 가스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피해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EU도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U는 국제시장에서 가스 가격이 요동치는 등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자 중앙아시아와의 가스 직거래를 추진하는 등 에너지의 러시아 의존도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16일 아제르바이잔 투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U는 카스피 해와 중동, 중앙아시아의 가스를 유럽으로 직접 가져오기 위해 ‘남부 가스수송로’ 계획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현재 중앙아시아 자원 부국인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중동지역 국가들과도 가스 직거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이를 위해 남부 가스수송로의 일부인 ‘카스피 해 가스수송관(TCP)’ 건설사업을 추진해 왔다. 에너지의 러시아 의존을 낮추기 위한 TCP 사업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제르바이잔까지 카스피 해 아래로 300km의 가스관을 연결한 다음 터키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총 40억 달러(약 4조800억 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옛 소련권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를 싼값에 사들여 유럽으로 재판매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러시아는 표면적으로는 환경 파괴와 카스피 해의 영토분쟁을 이유로 TCP 건설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은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1, 2차 가스대란’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혹한에 떨게 했으나 이번에는 여름철이라 파장은 비교적 작은 편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약 134억 m³ 규모의 가스를 비축하고 있어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기 전까지 가스 가격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연쇄 가스대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이끄는 반군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현지 대사관 인력과 시설 안전을 위해 병력 275명을 파견했다고 미 국방부가 16일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주말에 170명이 바그다드에 도착했으며 100명이 추가로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병력은 대사관 직원 일부의 요르단 암만 및 이라크 아르빌 이동 작전을 수행하고 대사관 시설 보호에 배치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이라크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ISIL 거점 지역 공습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으며 며칠 동안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백악관 관리들이 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야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공습 가능성에 대해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옵션의 하나”라고 말했다. 미군은 현재 걸프 만에 조지부시 항모 전단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습을 단행하면 민간인 사살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ISIL이 이끄는 반군은 이날 이라크 정부군과 격렬한 교전 끝에 시리아 국경 인근 서북부에 있는 탈아파르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서북부 니나와 주의 한 관리는 “정부군이 철수했다. 탈아파르는 무장세력 통제 아래에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탈아파르 지역은 시리아 국경 인근의 요충지로 인구 40만 명 가운데 다수가 시아파와 튀르크족이다. 한편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이란의 핵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은 이란과 이라크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무부 고위 관리가 전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절대 왕정을 상징하는 베르사유 궁의 정원에 낯선 금속 조형물이 등장했다. 높이 12m, 길이 30m에 이르는 스테인리스 철판이 무지개 모양으로 휘어져 있고 그 양쪽 끝에 커다란 돌이 하나씩 좌정해 있다. 하늘과 땅 사이를 가르며 미묘한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 초대형 구조물은 바로 이우환 씨(78)의 ‘관계항-베르사유의 아치’란 입체작품이다. 베르사유 현대미술전 올해의 초대작가로 선정된 이 씨는 한국 작가 최초이자 제프 쿤스(미국), 무라카미 다카시(일본) 등에 이어 2008년 이후 역대 7번째로 개인전을 꾸몄다. 17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이우환, 베르사유’전에선 17세기 천재 조경설계사 르노트르가 설계한 바로크식 정원에 9점, 박물관에 1점 등 신작으로 ‘관계항’ 10점을 선보였다. 이 전시를 위해 50번 가까이 현장을 찾았다는 작가는 “완벽하게 꾸며진 인공 정원에서 무슨 일이 가능한지를 고민했고 결국 그 완벽을 넘어서려는 게 내 작업”이라고 말했다. 정원 중심축을 따라 초록빛 풀밭과 관목으로 조성된 미로에 군데군데 배치된 작품은 관람객에게 ‘숨은 보물찾기’를 제안한다. 자연을 상징하는 돌과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철판이 서로 마주 보거나 한데 어우러진 작품, 무덤처럼 땅을 파서 돌을 안치한 작품, 자연석에 무심히 기대놓은 철근 등이 보인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만든 것과 만들지 않은 것, 자연과 문명, 안과 밖 등 양면성을 끌어안으면서 ‘비움의 미학’을 성찰한 작업이다. 작가는 “이만한 규모로 작품을 하는 기회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고백할 만큼 모든 것을 전시에 쏟아 넣었다. 덕분에 프랑스 정원의 걸작으로 꼽히는 공간에 ‘여백의 예술’이 스며들어 한몸을 이뤄냈다. 동서 미학의 조화로운 화음을 보여준 작업에 호평이 이어졌다. 르몽드(12일자)는 ‘돌과 금속으로 된 그의 작품은 장소 위에 군림하거나 정복하지 않는다. 대신 풍경에 삽입되면서 기존에 잘 알려진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새로움을 던져준다. 이번 전시는 베르사유에서 보기 힘든 가장 모험적이고 시적인 영감을 창조하는 전시의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는 리뷰를 실었다. 리처드 바인 ‘아트 인 아메리카’ 편집인은 “재료에 대한 순수성과 물질성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과 환경에 대한 조화로운 해석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전시를 기획한 알프레드 파크망 전 퐁피두센터 관장과 카트린 페가르 베르사유 박물관장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페가르 관장은 “이우환의 작품은 우리를 조용하고 매혹적인 그의 시 속으로 이끈다”고 평했다. 이 씨는 백남준에 이어 국제무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 출신의 현대미술가로 손꼽힌다. 서울대 미대 중퇴 후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전위적 예술운동인 ‘모노하’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파리와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2011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을 열어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그의 작품은 철학적이지만 자연과 인공의 관계 맺기, 작품과 장소의 대화에 주목할 뿐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작가는 “오늘날 빠른 속도와 대량 소비에 지친 사람들이 작품 앞에 잠시 멈춰서서 다른 상상과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작가 이름이나 작품 제목을 몰라도 신기하다는 느낌만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고미석 기자}
이라크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 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정부군 소속 시아파 병사 1700명을 집단 처형했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BBC는 15일 ISIL이 주장한 집단 처형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반군 1400명을 살해한 것을 뛰어넘는 최악의 학살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분노한 시아파 무장세력이 수니파 주민을 상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에 나선다면 중동이 ‘민간인 살육장’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집단 처형 사진에 지구촌 경악 ISIL은 이날 자체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배교자들은 지옥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며 시아파 이라크 군경들을 집단 처형하는 사진을 올렸다. 한 사진에는 민간인 복장을 한 남자들이 20∼60명씩 허리를 90도로 구부린 채 땅을 보며 처형장소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른 사진에는 손이 뒤로 묶인 수십 명이 땅에 엎드린 채 피를 흘리고 있다. 사진이 촬영된 날짜와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티크리트 등 반군이 장악한 지역 5곳 이상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라크군 대변인인 카심 알무사비 중장은 “이 사진은 진짜”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ISIL의 처형 주장에 대해 “ISIL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라크에서는 수만 명의 시아파 민병대가 정부군에 합류해 ISIL에 반격을 개시했다. 파죽지세로 진군하던 ISIL은 이 저항에 부딪혀 현재 바그다드 북쪽 100km 지역에서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라크군은 15일 시리아와 공조해 이라크 국경 인근 시리아 북부 라카 주와 북동부 하사케 등의 ISIL 기지에 공습을 가해 반군 무장세력 297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인력 일부를 이동시키고 보안 강화를 위해 해병대와 육군 50∼100명을 현지에 급파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동상이몽 미국은 ISIL의 바그다드 점령을 막기 위해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를 비롯한 항모 전단을 걸프 만으로 보낸 데 이어 무인기를 투입해 ISIL을 타격할 군사목표물 정보수집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에 착수한 미국과 혁명수비대 2000명을 파병한 이란의 계산이 다르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군사개입 전제조건으로 이라크 정부에 종파 분쟁 해소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NYT가 15일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아파 출신인 말리키 총리에게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등 3대 종파가 적절하게 대표되는 연정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종파 분쟁이 해소되지 않으면 언제든 유혈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연합은 4월 30일 실시된 총선에서 최다 의석(92석)을 차지했지만 과반 의석(165석)에 미치지 못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아파인 이란은 수니파와의 연정에 관심이 없다. NYT는 “시아파의 맹주국인 이란은 (이라크에) 시아파 주도 정부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란은 미국의 군사개입에도 반대하고 있다. 마르지에 아프감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이라크는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맞서 싸울 능력과 필요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은 겉으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워싱턴=신석호 특파원 ▼ 한국 근로자 1300여 명 체류… 외교부, 비상탈출 계획 준비 ▼한국 외교부는 이라크에 체류하는 교민 안전을 매일 점검하면서 비상시 탈출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라크에는 80개 한국 기업에 소속된 한국 근로자 13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이미 위험지역에 있던 4개 기업 한국 근로자 24명은 정부 권유에 따라 안전지역으로 대피했거나 귀국했다.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남부지역에 머물고 있다. 주이라크 대사관과 아르빌 사무소 소속 외교관은 20명에 이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6일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와 이라크 정부군의 대치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상황이 불안정해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유사시 근로자 1300명을 인접국으로 옮길 수 있는 이동수단을 확보하고 이라크 진출기업 20개사의 국내 관계자를 외교부로 불러 비상계획을 논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순방에 앞서 이라크 사태를 보고받고 “경제활동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했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이라크의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파죽지세로 수도 바그다드 북부지역까지 진격하자 미국이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선택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13일 바그다드에서 동북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디얄라 주의 도시 바쿠바로 진격하며 이라크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ISIL은 전날 밤 디얄라 주의 사디야, 자라우라 등 2개 도시 일부도 장악했다. 이에 따라 ISIL이 바그다드 북부에 이어 동부 지역까지 차지하며 사실상 바그다드를 포위하려는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라크 북서부 지역에서는 미국인 수백 명이 공군기지를 통해 탈출했다.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도 조만간 철수할 예정이다. 유엔은 최근 일주일간 분쟁으로 30만 명이 난민이 됐다고 13일 밝혔다. 교전이 확산되자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의 군대가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해 ISIL이 장악했던 티크리트 지역의 85%를 되찾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는 권력의 공백을 틈타 동부의 유전도시 키르쿠크를 장악했다. 이라크가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등 3각 내전에 휩싸이자 이웃 국가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도 종파 갈등이 자국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에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 공습, 드론 공격 등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상군 투입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라크 내전으로 제한적 개입주의를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의 신외교독트린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성공적인 종전이라고 자평하고 병력을 철수했던 이라크에서 또다시 내전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한편 이라크 확전에 대한 우려로 13일 브렌트산 원유가 전날보다 1.2% 오른 배럴당 114.2달러에 거래되는 등 국제유가가 올 들어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거액 기부금에 자존심을 팔아넘겼던 프랑스 문화계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는 11일 ‘서울에선 공공의 적, 파리에선 박물관 후원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유 씨를 널리 알리게 만든 계기인 루브르, 베르사유 궁전 전시는 그가 많은 돈을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유 씨가 2012년 루브르 박물관에 110만 유로(약 16억 원), 2013년 베르사유 궁전에 ‘물의 극장(Th´eatre d'eau)’ 보수공사 후원 등 명목으로 500만 유로(약 68억 원)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부의 대가로 현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고대 그리스 로마 전시관’ 5번 방 입구 대리석 벽에는 ‘아해(AHAE)’라는 이름이 ‘그랑 메센(Grand m´ec´ene)’ 중 하나로 황금색 명판에 새겨져 있다. 베르사유궁 인터넷 사이트에도 후원자 명단에 ‘아해’ 이름이 올라 있다고 프랑스 박물관 전문 인터넷 매체인 ‘모두를 위한 루브르(Louvre pour tous)’가 보도했다. 르몽드는 “2013년 청해진해운이 선원 안전교육 분야에 쓴 금액은 놀랍게도 불과 500유로(약 68만 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인터폴을 통해 파리에서 체포된 유 씨의 딸 섬나 씨(47)는 2004∼13년 가족이 운영하는 그룹 회사의 금고에서 600만 유로를 횡령했으며 남동생과 함께 부친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루브르 박물관 윤리헌장에 ‘후원자의 활동이 합법적인지 의심이 들거나 합법적인 납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면 후원자의 기부를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르몽드는 “만일 유 씨 일가의 후원금이 회사 공금 횡령이나 세금 포탈 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 박물관들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더 나아가 책임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모두를 위한 루브르’(Louvre pour tous)의 베르나르 아쉬케노프 기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문화계가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자존심 때문에 ‘아해’를 옹호하고 찬사를 보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루브르 박물관 내 대리석 명판이나 베르사유궁 인터넷 홈페이지에 내걸린 ‘아해’의 이름을 철거하라는 프랑스 국민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은 11일 섬나 씨의 변호사가 신청한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담당 판사는 “유섬나의 남동생인 유혁기가 프랑스에 있다가 사라져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보석이 허락되면 유섬나가 프랑스에 계속 머물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의 명물 ‘퐁데자르’ 다리 난간이 연인들의 ‘사랑의 자물쇠’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파리 시 당국은 퐁데자르의 2.5m 길이 철제 난간 두 개가 8일 주저앉아 통행을 차단하고 나무판자로 막은 뒤 재개통했다. 10일 다리를 찾아가 보니 임시로 붙여 놓은 나무판자에는 연인들이 써넣은 ‘사랑의 낙서’가 가득했다. 영국 런던에서 온 한 관광객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나 많은 자물쇠에 파리라는 도시가 갇혀 버린 느낌”이라고 촌평했다. 보행자 전용다리인 퐁데자르에 자물쇠가 처음 걸린 것은 2008년. 이후 다리를 찾는 연인들은 사랑의 징표로 자물쇠를 난간에 걸고 열쇠를 센 강에 던지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있다. 그 결과 155m 길이의 다리 난간은 수십만 개의 자물쇠로 빼곡히 채워지고 말았다. 브뤼노 쥘리아르 파리 부시장은 “센 강에는 많은 유람선이 빈번하게 다녀 안전상 위험이 큰 만큼 이곳을 찾는 연인들은 자물쇠 대신 리본 같은 것을 매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호소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연합(EU)의 핵심정책과 행정권을 쥐고 있는 차기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후보를 놓고 유럽 정상들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4개국 정상이 모여 EU 집행위원장 선출에 대한 비공식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의 핵심 주제는 가장 강력한 차기후보로 지목된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사진)에 대한 비토 문제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미 지난달 31일 “융커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면 영국은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반(反)융커 진영에는 스웨덴 네덜란드 헝가리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도 “융커는 집행위원장 후보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며 가세했다. 9일 영국에서는 제1 야당인 노동당도 캐머런 총리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캐머런 총리가 힘을 받는 형국이다. 융커는 지난달 25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214석을 차지한 최대정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의 대표다. 그는 EU 집행위원장 선출에 EU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하도록 지정한 리스본 조약에 따라 강력한 집행위원장 후보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反)EU, 반유로를 내건 극우정당이 대거 약진하는 바람에 발목이 붙잡혔다. 융커는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을 꿈꾸는 대표적인 통합주의자다. 유로그룹(유럽 재무장관 회의) 의장을 지낸 융커는 유로화 설계자 중의 한 명이며 EU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공동 농업정책’을 수호해 왔다. 영국 BBC는 “이 정책은 유럽의 부국이 빈국을 지원하는 연대의 상징으로 EU 비평가들의 타깃이 돼 온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융커는 유로존 부채 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에 혹독한 재정긴축을 요구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핵심 동맹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융커가 “독일과 영국 사이 대결의 중심에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융커 개인에 대한 비판보다도 유럽의회 선거 결과로 EU 집행위원장이 자동 선출되는 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도 “의회권력이 집행위원회까지 장악하면 더욱 ‘커지고, 으스대는’ EU 지도자가 개별 국가에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26, 27일 열리는 정례 EU 정상회의에서 차기 집행위원장을 공식 선출한다. 이후 의회의 찬반 표결을 통해 과반을 차지하면 집행위원장이 확정된다. 영국이 주도하는 ‘반융커’ 진영이 얼마나 세력을 확보할지가 관심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명예대표(85)가 또다시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고 9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그의 딸인 마린 르펜 현 대표는 아버지 발언에 유감을 표했고 당내에서는 르펜 명예 대표를 은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분란이 확대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 베를린에서 렌터카 가게를 운영하는 질케 피아스타 씨(49·여)는 1980년대 말 동서독 분단 시절 국경을 넘나들며 ‘장거리 사랑’을 나눴다. 당시 서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니던 그녀는 주말마다 750km나 떨어져 있는 서독 자를란트 주에 살고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달렸다. 서베를린을 벗어나 동독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국경수비대의 까다로운 검문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녀는 “당시 차를 갖고 있지 않던 남자친구를 향한 사랑의 열정에 불타 주말마다 국경을 넘었다”며 미소 지었다. 서베를린은 동독의 한가운데 ‘내륙의 섬’처럼 고립돼 있었지만 동서독을 잇는 거점 역할을 했다. 특히 1970년대부터 자가용을 이용한 고속도로 통행이 자유화되면서 교류의 관문이 됐다. 한반도 통일대박의 꿈을 부풀리고 있는 ‘철의 실크로드’와 ‘유라시안 하이웨이’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동서독 도로 연결 현장을 찾아가 통일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독과 서베를린 잇는 회랑(回廊) 동서독 국경에서 서베를린까지 이어지는 약 200km 구간의 고속도로는 ‘회랑(Corridor)’이라고 불렸다. 목적지인 서베를린 외에는 중간에 빠져나갈 수 없는 외통수 길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전 허락 없이 고속도로를 빠져나갔다간 엄청난 벌금과 처벌을 감수해야 했다. “한번은 독일 북부 함부르크 쪽으로 가려 했는데 인터체인지를 잘못 택한 적이 있었어요. 중간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서독 국경까지 수백 km를 넘어갔다 돌아와야 했지요. 결국 고속도로에서 U턴을 감행했지요.” 1975년부터 서베를린에 살아온 교민 김경흠 씨(56)는 1990년 통일 이전까지 30차례 이상 서독을 방문했다. 그와 함께 베를린에서 아우토반을 달려 2시간여 만에 동서독 국경통제소가 있던 마리엔본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상의 마리엔본(동독)-헬름슈테트(서독) 국경통제소는 분단시절 70%의 여행객과 화물이 통과하던 최대의 관문이었다. 통일 후 검문소는 폐쇄됐지만 현재는 분단기념관으로 보존돼 있다. 샤샤 뫼비우스 박물관장(47)이 검문소를 보여줬다. 한쪽 구석에는 차량검사소가 눈에 띄었다. 엔진룸이나 연료탱크 등을 개조한 공간에 숨어 있던 동독인들을 색출하던 장소였다. “동독 경찰들은 동독 주민들을 수색하기 위해 거울로 차량 밑바닥을 비춰보고 연료탱크에 숨진 않았는지 주유구를 쇠꼬챙이로 찔러보기도 했어요. 탈주자가 탄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은 아예 분해하기도 했죠. 서독의 팝음악 음반이나 신문, 잡지도 압수했고요.” 독일 분단 이후 승용차로 동독을 갈 때는 수많은 검문을 받아야 했다. 까다로운 비자검사와 소지품 검색으로 국경에서 4∼6시간씩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1972년 ‘서독∼서베를린 통과교통 협정’이 체결되면서 서베를린과 함부르크, 하노버, 뉘른베르크 등 세 곳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무비자로 갈 수 있었다. 국경통제소의 차량 지체는 30분 이내로 줄어들었고 개인이 납부하던 통행료도 서독정부가 연간 일정액으로 일괄 납부함으로써 이용객이 급격히 늘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주민 접촉 공간 분단시절 베를린 왕복고속도로의 휴게소는 동서독 주민이 만날 수 있던 접촉의 현장이기도 했다. 동서독 운전자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짧은 인사를 건넬 수 있었고 휴게소 구석에서는 비밀경찰(슈타지)의 감시를 피해 생필품을 전달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당시 리바이스 청바지는 동독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던 물품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브리기타 바인베르거 씨(61·여)는 “서베를린을 방문할 때마다 가방 속에 청바지나 운동복 등을 몇 벌씩 넣어가 휴게소 구석 동독인에게 돈을 받고 파는 젊은이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베를린 주민 한스 레만 씨(47)는 1981년 서독 지역이었던 하노버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일주일간 동독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학생들은 30인승 버스를 타고 동독 지역의 괴테하우스, 나치 포로수용소 등을 둘러봤다. 그는 “동독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와 휴게소에서 커다란 자루에 담긴 체리를 건네줬다”며 “그들이 우리 버스를 줄기차게 쫓아왔는데 경찰의 제지로 갑자기 사라졌다”고 떠올렸다. 통과교통 협정 발효 이후 동서독 국경을 넘는 여행객은 1970년대 말 연간 500만 명에서 1989년 2500만 명으로 늘었다. 서독은 1990년 통일 전까지 서베를린과 연결되는 고속도로 건설과 보수에 총 24억 마르크(약 1조3000억 원), 통행료 명목으로 총 83억 마르크(약 4조5000억 원)를 동독 정부에 지원했다. 서독 정부는 반대급부로 국경 통행 장애 완화, 접경지역 무기 제거, 동독 내 정치범 석방 등을 얻어냈다. 통일 전 동독 주민이었던 잉고 리케 마리엔본 독일분단박물관 실장(50)은 “연간 100만 명에 이르는 동독의 연금생활자들이 서독을 방문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이는 동독인들이 ‘자유선거를 통한 연방가입’을 외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만프레드 빌케 전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만일 한반도에도 북한 내에 남한 주민이 거주하는 일정 공간이 있다면 남북한 간에도 통일 이전에 도로를 연결할 명분을 얻을 것”이라며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처럼 두만강이나 압록강 인근에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이 합작하는 국제 산업거점 도시 개발은 도로망 연결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교통인프라 투자는 통일뒤 소중한 자산” ▼獨통일 브레인 데틀레프 퀸 박사1971∼91년 전독(全獨) 문제연구소 소장을 맡아 독일 통일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데틀레프 퀸 박사(78·사진)는 지난달 베를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독에서도 동독의 교통 인프라 대규모 투자에 여론의 반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서독에서는 동독에 ‘퍼주기’ 논란이 없었나. 한국에선 대북 지원이 핵개발로 이어졌다는 비난도 있었는데…. “당연히 있었다. 그런 우려가 사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동독은 도로 보수에 형편없는 수준의 지출을 하면서 그 대신 무기를 구입했다. 그러나 교통 인프라 투자는 모든 교류와 접촉의 기반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통일이 됐을 때 미리 투자한 교통인프라는 낙후된 동독 지역의 개발을 앞당기는 소중한 자산이었다.” ―한국 정부의 ‘통일 대박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통일 당시 동독은 석탄 외에는 별다른 경제적 자원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남한의 기술과 어우러지면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물류교통망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도 있다.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관건은 사회적 통합의 성공 여부다.” ―독일 통일에 비춰봤을 때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준비 상황은 어떤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만해도 서독 정계에서 ‘통일방안’을 논의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서독인은 원래 같은 나라였던 오스트리아와 독일처럼 동서독도 다른 나라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남북한이 통일의 당위성을 공감하고 통일 방안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준비된 통일이 최선이겠지만 한반도 통일도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것이다.”베를린·마리엔본=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페트로 포로셴코(48)가 7일 우크라이나 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식에서는 국가 통합과 유럽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취임식 하루 전인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5분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양국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포로셴코 정권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일단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7일 취임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미하일 주라보프 주우크라이나 러시아대사 등 외국 사절들도 대거 참석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 통합성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동부 지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동부 지역 연설 대목에서는 우크라이나어 대신 러시아어를 쓰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그는 “원하는 것은 전쟁이나 복수가 아니라 오직 평화뿐”이라며 “이를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고 동부 지역의 지방분권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주장하는 연방제와 크림 합병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크림은 우크라이나의 땅’이라는 사실을 어제 프랑스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에게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최대한 빨리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혀 친서방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는 “유럽식 민주주의야말로 인류가 만든 최선의 정부 형태”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친서방 행보에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돼 우크라이나가 EU와 러시아 모두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경제협력 구도를 찾아내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BBC는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포로셴코의 가장 큰 숙제는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서 세금과 에너지 요금 인상, 각종 보조금 폐지, 최저임금 동결 등의 조건을 내걸어 포로셴코 정권이 향후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을 통한 난민 유입이 늘고 있다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의 병력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동부 지역 국경 인근에서 러시아 방송사 기자 1명과 기술자 1명을 억류하는 등 러시아와의 국경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랍의 봄’ 시위로 무너졌던 이집트 군사정권이 3년 만에 복귀했다.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6∼28일 치러진 대선에서 압둘팟타흐 시시 전 국방장관(60·사진)이 97.91%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4일 공식 발표했다. 그의 임기는 2018년까지 4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취임식은 8일 카이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시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좌파 정치인 함딘 사바히는 3% 득표율에 그쳤다. 시시 당선인이 항의 집회와 강경 진압으로 얼룩진 이집트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회복과 중동평화 외교를 복원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47.45%로,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던 무함마드 무르시가 2012년 6월 출마했던 대선 결선 투표율 52%보다 4.55%포인트 낮았다. 시시 당선인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제는 이집트 재건을 위해 일해야 할 시간”이라며 “노동이 이집트에 더 나은 미래와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이날 저녁 시시 지지자 수천 명이 모여 이집트 국기를 흔들고 축포를 쏘며 당선을 축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고 이집트 경제를 돕기 위한 아랍 산유국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시시의 당선으로 이집트 군부는 1950년대 공화국 체제 출범 이후 대통령 5명을 배출했다. 시시는 아랍의 봄 이후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이집트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일부 시민은 “우리는 독재의 위험이 따르더라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집트 군부는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2011년 민주화시위 이전까지 60년간 핵심 권력을 거머쥐고 독재 체제를 유지해왔다.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던 무르시도 시시가 이끌던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944년 6월 6일. 0시를 조금 넘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독일군 진지에 포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이어 서쪽 오마하, 유타비치에는 미군이, 동쪽 골드, 소드, 주노 해안에는 영국과 캐나다 군인들이 상륙정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해변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독일군의 치열한 반격으로 상륙정에 불이 붙어 많은 병사가 한꺼번에 타죽었고 동이 틀 때까지 백사장은 수만 명의 사상자가 흩뿌린 피로 붉게 물들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재현됐던 노르망디 오마하비치 상륙작전에서 미군은 3000명이나 희생됐다. 영국과 캐나다군이 상륙했던 골드, 소드, 주노 해안까지 포함해 이날 연합군 사망자는 총 4400명이었다. 독일군도 9000명이나 희생됐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동시에 진행된 사상 최대 규모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사실상 거대한 ‘살육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으로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역전시킴으로써 나치 독일이 점령했던 유럽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현재 노르망디 해안이 다시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에 다시 한번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2차 대전에 참전했던 17개국 정상이 모여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행사를 갖기 때문이다. 1일 찾아간 노르망디 오마하비치에는 벌써부터 전 세계에서 몰려든 참전용사들과 전적지 순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해변 곳곳에는 ‘D데이 70주년’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연합국 깃발이 펄럭였고 상점에는 D데이를 새긴 기념품 엽서 탱크모델 T셔츠가 가득했으며 군용천막 카페에는 ‘D데이 맥주’를 마시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참전용사 롤트 씨(90)는 “내가 이곳에 상륙했을 때는 온몸이 찢어져 있었다”며 “아마도 이번 행사가 참전용사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대규모 기념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19∼21세였던 군인들이 지금은 대부분 아흔 살이 넘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평화롭게 해수욕을 하고 세일링을 즐기는 오마하비치의 모래언덕 주변에는 독일군이 ‘애틀랜틱 월(Atlantic wall)’이라고 불렀던 콘크리트 진지와 철조망이 그대로 남아 있고 녹슨 상륙함과 함포 등이 전시돼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을 떠올리게 했다. 해변에는 군용트럭과 지프 등을 타고 퍼레이드를 하는 밀리터리 동호회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 밀리터리 차량 동호회 ‘러키세븐’ 클럽의 아르노 씨(31)는 “나치 독일로부터 유럽을 해방시킨 군인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노르망디에서 일주일간 캠핑을 하며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 콜린 웨스콧 씨(70)는 “한국에서도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이 있었던 것을 잘 안다. 평화를 위해선 전쟁의 역사를 잘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행사는 단순한 역사 기념이 아니라 현재적 사건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긴장이 높아지는 동서 진영의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초청해 크림 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와 서구 지도자들 간의 직접 만남이 이뤄진다. 푸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이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자, 찰스 영국 왕세자와 행사 도중 인사와 악수를 나눌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오마하비치=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당이 7년간의 분열 시대를 끝내고 2일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통합하는 새 정부 구성 계획을 밝혔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서 열린 통합정부 출범식에 참석해 라미 함달라 총리를 새 통합정부의 임시 총리로 임명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가 보도했다. 하마스 측이 인정하는 기술관료와 학자들로 구성된 팔레스타인의 과도정부는 6개월 내에 치러지는 대선과 총선을 관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출범식을 앞두고 ‘구속자 담당 장관’이 없다는 이유로 내각 구성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통합정부 출범은 막판 진통을 겪었다. 구속자 담당 장관은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인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가족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구속자 가족들에게 매달 월급과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것은 테러 공격을 장려하는 일”이라며 반발해 왔다. 하마스 측 관계자는 출범식 시작 몇분 전 “갈등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2012년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승인한 데 이어 팔레스타인의 두 정파가 단일정부 구성을 앞두자 이스라엘은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통합정부가 과연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일 국무회의에서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포함된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는 테러 확대와 이스라엘 파괴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이를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압바스 수반은 “새 통합정부가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폭력을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이 새 통합정부와 관계를 끊고 응징에 나설 것을 우려했다. 이스라엘은 올 4월 23일 팔레스타인의 두 정파 통합 추진 선언에 중동평화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 자리 잡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하려는 목표를 세워온 반면,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는 지난 20년간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을 주도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목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두 정파 간 화해가 최근 급진전된 것은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고,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압바스 수반은 중동평화협상 무산 후 정치적 돌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재창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장 부친상=2일 대전 건양대병원, 발인 4일 오전 10시 042-600-6666}
‘태풍, 허리케인, 쓰나미, 지진, 빅뱅….’ 지난달 25일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24.8%의 득표율로 프랑스에서 제1당으로 올라서자 유럽 정계는 그 충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FN 돌풍의 중심에는 세 아이의 싱글맘인 마린 르펜(45)이 있었다. 반유럽연합(EU)과 반이민 정책을 내건 FN의 당수인 그는 이번 선거 결과의 여세를 몰아 2017년 차기 프랑스 대선에서도 결선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르펜은 영국의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와 함께 유럽 극우파 정당의 대표 얼굴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달 28일 유럽의회가 자리 잡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월 24일까지 극우 정당들의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르펜은 마뉘엘 발스 총리의 사퇴와 의회 해산을 대담하게 요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즉각 총선을 다시 실시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르펜의 부상은 프랑스 정치 엘리트들의 실패 탓이 크다. 좌파든 우파든 주류 정당들이 거대한 불신에 빠져 있는 틈을 타 르펜은 낡은 이미지의 FN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FN을 창당할 때 마린 르펜은 4세에 불과했다. 세 딸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학교에 다닐 때 ‘파시스트의 딸’이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1976년 르펜 가족이 잠을 자던 도중 집 앞 계단에서 누군가가 던진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18세에 FN에 입당했다. 르펜은 2011년 FN 당수에 취임한 후 아버지의 과격 노선과 선긋기에 나서며 당의 ‘악마’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 그는 당 지도자들이 인종차별주의 발언을 했을 때 공개적으로 징계를 내렸다. 대신 새롭고 말쑥한 이미지의 20, 30대 간부들을 대거 발탁했다. 3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의 14%는 30대 이하였다. 르펜의 조카딸인 마리옹 마레샬르펜도 2012년 22세의 나이에 FN 소속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미디어 언어’ 활용의 귀재로도 꼽힌다. 두 번 이혼하고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는 그동안 FN과 별 관계가 없던 ‘페미니스트’ ‘자유’ ‘민주’ ‘공화주의’ 등의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령 낙태에 대해 그의 아버지가 “프랑스인에 대한 대량학살”이라고 과격한 표현을 썼다면 그는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환급금 중단’이라는 순화된 용어로 이 이슈에 접근한다. 또 이민자의 권리를 내세우는 비정부기구(NGO)를 ‘친이민 로비집단’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세계화를 ‘글로벌리즘’(세계화주의)으로 바꿔 불러 공산주의(코뮤니즘)처럼 위험한 이데올로기처럼 비치게 했다. 프랑스 최악의 경제 사회적 위기 속에서 FN은 노동계급, 실업자 등이 가장 선호하는 정당이 됐다. FN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정당으로 긴축정책 반대, 보호무역주의, 은행 국유화 등의 주장으로 사회당보다 더 많은 국가의 개입을 강조하는 좌파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르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르펜은 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존경하는 만큼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존경한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무엇보다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의 이익을 적극 옹호하는 정책을 편다는 이유를 댔지만 ‘국수주의자’의 허물을 벗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본부장 △호남 이종호 △대구경북 황태진 △강원 이창우 △나노기술집적센터장 최범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28일 선정한 2014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와 동일한 11위에 자리했다. 메르켈 총리에 이어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위에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아내이자 자선사업가인 멀린다 게이츠가 3위에 선정됐다. 2017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메르켈 총리는 올해를 포함해 포브스의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의 11차례 조사에서 10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그중 8번이나 1위에 올랐다. 포브스는 메르켈 총리가 국내총생산(GDP) 15조8000억 달러(약 1경6116조 원)에 이르는 유럽연합(EU)의 중추이자 원조 설계자라고 평했다. 포브스는 또 박 대통령이 경제 회복과 국민행복 시대 구현을 국정 과제로 걸고 GDP 1조6000억 달러의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 7위 경제 대국인 브라질을 이끄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각각 4, 5위에 올랐다. 이어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 최고경영자(CEO),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등이 10위 안에 랭크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장녀 섬나 씨(48)가 프랑스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거물급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은 28일(현지 시간) 섬나 씨가 낸 석방 청구를 기각해 섬나 씨는 구속된 상태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게 됐다. 파리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섬나 씨는 프랑스에서 여러 대형 사건을 수임했던 파트리크 메종뇌브 변호사(사진)와 28일 계약을 체결했다. 메종뇌브 변호사는 프랑스 정관계와 법조계에 널리 알려진 슈퍼스타급이다. 메종뇌브 변호사는 현재 프랑스 정계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비그말리옹’ 사건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비그말리옹은 2012년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 캠페인을 맡았던 홍보·이벤트 회사로 선거비용 문제 소송에 휘말렸다. 메종뇌브 변호사는 26일 “UMP가 선거비용 초과를 은폐하도록 실제로 하지도 않은 행사를 연 것처럼 꾸며 1100만 유로(약 153억 원)의 허위 영수증을 끊어줬다”고 폭로했다. 결국 대선 당시 UMP 사무총장이었던 장프랑수아 코페 대표는 27일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앞서 메종뇌브 변호사는 2011년 다이어트 약을 먹고 500명이 심장 이상으로 숨져 프랑스를 발칵 뒤집었던 ‘메디아토르 사건’에서 보험회사 측을 변론했다. 2008년에는 불법 무기거래 뇌물수수와 관련한 ‘클리어스트림’ 사건에 연루된 고위 경찰 간부를 변호했고 1993년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르몽드 주필, 전기작가 등 150여 명을 도청했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엘리제궁 도청사건’에서 엘리제궁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형사범죄 전문 변호사인 그는 많은 변호사가 꺼리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데 전문성을 발휘했다. 그는 신흥 종교집단 사이언톨로지를 비롯해 부패사건에 연루된 오마르 봉고온딤바 전 가봉 대통령을 변호하기도 했다. 전범 재판에서 ‘인류의 역적’으로 몰린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나선 적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과 레지스탕스 1만2000명을 죽여 ‘리옹의 도살자’로 악명을 떨친 나치 게슈타포 대장 클라우스 바르비, 캄보디아 ‘킬링필드’ 학살의 주범인 크메르루주 정권 수반 키우 삼판 등이 의뢰인이었다. 메종뇌브 변호사는 “역사적 심판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사법적 진실만을 추구할 뿐이다. 누구에게나 법은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프랑스 법원이 섬나 씨가 제기한 석방 청구를 기각했지만 한국 송환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섬나 씨는 492억 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어 양국 간 체결된 조약에 따라 범죄인 인도 대상에 속한다. 한국과 프랑스는 최소 2년 이상의 자유형이나 그 이상의 중형으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인에 대해서는 상대국에 보내는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상태다. 프랑스 항소법원이 한국으로 인도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섬나 씨가 불복해 상고하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더욱이 섬나 씨는 프랑스 최고 변호사에게 자신의 변호를 맡겨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송환이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인천=장관석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하늘 위의 5성급 호텔’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의 여객기 에어버스 A380을 띄운다. 에어버스는 26일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 있는 에어버스 본사의 항공기 인도센터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 등 1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주문한 A380 여객기 1호기 인도식을 열었다. 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차세대 항공기 아시아나 A380의 도입이 고객서비스 만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나 A380은 그 중심에서 최고의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에어버스 직원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빨간 옷을 입고 비행기 옆 활주로에서 아시아나 로고 모양의 대열로 도열해 A380의 첫 인수를 축하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객실이 2개 층으로 나뉜 복층에 영국 디자인 전문회사가 설계한 ‘아시아나 특별 에디션’의 한층 넓어진 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좌석은 퍼스트 클래스 12석, 비즈니스 클래스 66석, 트래블 클래스 417석으로 구성됐다.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는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83인치로 한층 넓어진 퍼스트 스위트 좌석 입구에는 트윈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해 완벽하게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버튼을 누르면 마치 호텔방 입구처럼 표시등에 ‘방해하지 마세요’란 문구가 뜬다. 또 퍼스트 스위트에는 승객이 누운 2.1m 거리에서도 영화관처럼 시청할 수 있도록 세계 최대 32인치의 고해상도 개인 모니터를 설치했다. 커플 여행객을 위해서는 좌석 앞쪽에 보조의자를 배치해 식사 탁자를 펼쳐놓고 두 명이 마주 보며 식사할 수 있게 했다.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도 통상 1등석에만 적용된 풀 플랫 좌석을 설치해 180도 수평으로 침대형 시트를 펼칠 수 있다. 특히 좌석을 지그재그로 배열해 모든 고객이 옆자리 승객을 방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칵테일 테이블을 좌석 옆에 설치해 노트북컴퓨터나 신문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했고 PC 콘센트와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 포트, 개인 휴대품 보관함 등도 마련했다. 2층 입구 홀 ‘바&라운지’ 주변에는 승객들이 장시간 비행에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 트래블 클래스는 기존 이코노미석보다 좌석 두께를 2.54cm(1인치)가량 얇게 디자인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넓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에 인수한 아시아나 A380 1호기를 다음 달 13일부터 단거리 구간인 나리타(매일)와 홍콩(주 6회) 노선에 투입한다. 7월 말에 2호기를 넘겨받으면 8월 중순부터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노선에도 배치할 예정이다.툴루즈=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