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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대는 201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정원 내 568명을 선발한다. 이번 정시모집에서 달라진 점은 지난해 이공대학 컴퓨터과학과가 소프트웨어학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는 연출전공으로 6명을, 실용음악학과는 싱어송라이터전공 3명을 선발하는 등 전공도 신설했다. 수능 성적은 백분위 점수를 적용한다. 탐구 영역은 두 과목 평균을 반영하며 한국사 영역은 등급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공대학은 수학 가형에 응시하거나 과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 총점이 같을 때는 수능을 100% 반영하는 모집단위는 영어 성적 우수자를 1순위로 선정한다. 군사학과는 수능과 면접, 체력고사 이외에도 신체검사·인성검사·신원조회를 실시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불합격 처리된다. 모집단위별로 ‘가’, ‘나’, ‘다’군에서 선발하므로 지원자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부)나 전공이 어느 군에서 선발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모집단위별 수능 반영 영역 및 반영 비율을 고려해 지원하는 것이 좋다. 서경대는 플립러닝, 협업수업 등 새로운 수업방식 도입하고 있다. 예술 관련 대학의 학과 간 ‘협업’과 ‘탈경계’ 수업은 서경대만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다. 실무에 탁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예술대학 7개 학과와 미용예술대학 2개 학과는 국내 최초로 실무현장과 동일한 프로덕션 시스템을 교육과정에 도입했다. 통합형 공연예술 창의인재 양성 프로그램(HUB)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 교육과정의 국제표준화, 교육성과관리시스템 구축, 교양·전공·비교과·취창업 4개 영역 졸업인증제 시행 등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학생의 효율적인 대학 생활과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돕고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 중 한 대목이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인재(人災)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무시 관행 근절대책’이 올해 사회복지 분야 정책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다. 교육문화 분야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정책은 ‘깜깜이’ 기준으로 대학들의 반발을 산 대학기본역량 평가였다.》복지교육 분야 “이번이라고 다를까요? 참변이 발생하면 난리가 나지만 며칠 지나면 안전의식과 대책은 연기처럼 사라질 겁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시민들은 불안한 동시에 허탈해하고 있다. 늘 인재(人災)라는 말이 뒤따르고 뒷북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새로운 인재를 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및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분석한 사회복지 분야 정책평가에서 ‘안전 무시 관행 근절대책’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교육문화 분야에선 대학기본역량 평가가 최악의 정책으로 꼽혔다.○ 반복되는 사고에 불신 커진 안전대책 행정안전부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이 대형사고의 원인이라며 5월 ‘안전 무시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등 7가지 주요 안전 무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종합 평균 점수는 3.22점으로 사회복지 분야 평균(3.4점) 이하였다. 정책 인지도는 일반인 2.2점, 전문가 2.6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효과성은 2점에 그쳤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주요 원인은 올해 안전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시작으로 7월 김해공항 BMW 과속사고와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윤창호 씨 사건, 11월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그리고 18일 강릉 펜션 사고까지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안전 무시 관행은 이 사고들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문재인표 복지정책, 지속 가능성 의문 건강보험 보장 항목을 확대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와 올해 9월 도입된 아동수당 등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책 체감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속성이나 효과성 등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평균 점수 3.50점을 받은 문재인 케어의 항목별 평가를 보면 목표명확성과 사회현안 반영도는 각각 3.7점으로 높은 반면 실현가능성은 3.2점, 효과성은 3.1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장성을 확대하면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료는 3.49% 인상된다. 2011년 5.9% 인상 이후 8년 만에 인상폭이 가장 크다. 2025년에는 문재인 케어에만 100조 원이 넘는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동수당제도 역시 사회현안 반영도(3.9점)나 목표명확성(3.7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책임성(3.1점)과 효과성(3.3점)에서 평균 점수가 깎였다. 아동수당은 내년 9월부터 지급 대상이 생후 0∼83개월로, 현재보다 12개월 더 확대된다. 지급 대상을 선진국 수준(12∼15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경우 연평균 8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을 최대 40만 원까지 올리는 방안이 담긴 국민연금 개편안도 14일 발표됐다. 향후 연 40조 원의 예산이 들 수 있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이 재정 고갈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 자율 외면한 대학기본역량 평가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교육문화 분야 10개 정책 중 가장 낮은 점수(2.65점)를 받았다. 전체 분석 대상 정책 40개 중 39위였다.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평가 방식으로 대학의 반발을 사면서 전문가들이 낙제점을 줬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아질 때를 대비해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3년마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가 안 좋은 대학은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혀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올해는 전체 323개 대학 중 116곳이 정원 감축 조치를 받았다. 이 중 50곳은 재정 지원이 제한된다. 최하위 11곳은 학자금 대출까지 막혀 사실상 ‘퇴출 대학’으로 분류됐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정량과 정성 평가로 이뤄지는데 정성 평가 기준은 불분명하다. 평가위원들은 대학 관계자와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위원끼리 의견을 나눠선 안 된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이런 비정상적인 조건에서 대학의 미래지향적 고등교육 품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학 스스로 혁신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교육 평가: 윤견수, 김두래 고려대 교수▼ 이산상봉 지원-복무기간 단축 호평… ‘고사 위기’ 방위산업 정책 최하위권 ▼외교안보 분야 지난해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 군사분계선(MDL)을 오간 남북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대화 국면 속에 무려 5687대의 차량(18일 기준)이 육로로 남북을 오갔다. 지난해 남북을 오간 인원은 115명이었지만 올핸 이미 7000명을 넘겼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실시한 2018 대한민국 정책평가에도 이런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일반 국민과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화와 교류를 강조한 외교안보 정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정책 평가 대상이 된 각 부처의 40개 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5점 만점에 3.66점)를 받은 건 통일부의 ‘이산가족 문제해결 지원’이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총 170가족 833명이 상봉 행사를 가졌다.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행사에선 개별 상봉이 이전보다 1시간 늘어 3시간이 됐고, 객실 내에서 가족끼리만 도시락 점심을 먹게 돼 호평을 받았다. 김병대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은 “‘도시락 점심’ 등 우리 측 편의 제안을 북측이 적극 수용했다”고 했다. 남북 교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각 부문에서 전방위로 펼쳐졌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46명이 참가했고, 9월 평양 정상회담 때는 재계 총수들을 비롯한 각계 관계자가 평양으로 갔다. 이와 관련한 통일부의 ‘남북 사회문화교류 활성화 추진’과 ‘남북대화 재개 및 남북 관계 재정립’ 정책은 나란히 3.44점을 받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후에도 핵위력을 증강하는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우리 군사적 대응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의 ‘북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억제 및 대응능력 강화 정책’은 3.17점을 받아 비교적 양호한 점수였지만 이는 2018년 방위력 개선비가 13조52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 느는 등 ‘수치적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상황에서 실전 대응 태세가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사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방위산업의 정책인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 및 일자리 창출지원’과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실효적 제재 정책’(이상 방위사업청)은 각각 3.16점, 3.14점에 그쳐 외교안보 평가 대상 중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및 발굴 강화(국가보훈처)’는 3.47점, ‘병 복무기간 단축’(국방부)은 3.37점으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를 향한 따뜻한 보훈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산비리 관련 사건이 최근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이전 방산비리로 인해 ‘방위산업=비리’라는 이미지가 굳어져버린 것 같다. 제도 개선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최지선 기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외교안보 평가: 김선혁, 임현 고려대 교수}
용인대는 2019학년도 정시모집 ‘가’군 군사학과 특별전형(여학생 모집 포함)과 ‘나’군 일반학생 전형을 29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인터넷을 통해서만 원서접수를 한다. 정시모집 인원은 △일반학생전형 395명 △경기실적 및 선수경력자특별전형 13명 △국가보훈대상자특별전형 32명 △군사학과특별전형 12명 △장애인등대상자특별전형 2명 △서해5도 특별전형 6명 등 총 460명이다. 수능 실질반영비율이 높아 계열별 반영 영역을 잘 살펴야 한다. 인문사회계열은 국어 40%, 영어 30%가 반영되고 탐구 영역은 1개 과목 30%를 반영한다. 자연계열은 수학 40%, 영어 30%, 탐구 영역(1개 과목) 30%를 반영한다. 반면에 예체능계열은 국어 영어 수학 중 상위 1개 영역을 60% 반영하고 탐구 영역에서 1개 과목 40%를 반영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인문사회·사범·자연계열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역사·도덕) 과학 교과 중 학년별로 성적이 좋은 4개 과목을, 예체능 계열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역사·도덕) 과학 기술·가정 교과 중 성적이 좋은 4개 과목을 반영한다. 학년별 가중치는 적용하지 않는다. 수능 가산점 부여 방법의 경우 수학 ‘가’형을 선택한 지원자는 취득 백분위 점수의 10%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단, 경찰행정학과는 국어(30%)·수학(20%)·영어(30%)·탐구(20%)를 반영하고 수학 ‘가’형을 선택하더라도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는다. 실기고사를 실시하는 학과는 내년 1월 15∼17일 3일간 전형을 실시한다. 입학관리실 홈페이지에 공고되는 수험생 본인의 실기고사 날짜와 장소를 확인해야 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삼육대는 2019학년도 정시모집 ‘가’, ‘다’군에서 총 281명을 뽑는다. 수시모집 미등록 인원도 추가로 선발한다. 일반전형 일반학과(부)는 수능 100%를 반영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생활체육학과는 지난해 수능과 실기를 절반씩 반영했다. 올해는 수능 60%, 실기 40%로 선발한다. 음악학과와 아트앤디자인학과는 학교생활기록부 20%, 실기 80%로 지난해와 같다. 수능성적 반영비율은 ‘가’군, ‘다’군 모두 같다. 국어 수학 영어 중 2개 영역에서 각 40%를 반영한다. 탐구 영역은 상위 한 과목을 20% 반영한다. 제2외국어 또는 한문으로 탐구 영역 대체가 가능하다. 영어는 본교 기준 환산등급표에 따라 1등급 100점부터 9등급 0점(8등급 60점)까지 차등 적용한다. 전 학과(부)에서 한국사 3등급 이상 지원자에게는 총점 1점을 가산해준다.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교차지원도 가능하다. 다만 △간호학과 △건축학과 △동물생명자원학과 △물리치료학과 △보건관리학과 △식품영양학과 △컴퓨터·메카트로닉스공학부 △IT융합공학과 △화학생명과학과 △환경디자인원예학과 지원자 중 수학 가형 응시자는 취득 점수의 10%를 가산해 성적을 산출한다. 신설 학과도 있다. 2019학년도부터 IT융합공학과와 글로벌한국학과가 첫 신입생을 모집한다. IT융합공학과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IT융합 산업에 최적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다. 글로벌한국학과는 국제적인 한국학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정시모집에서 IT융합공학과는 10명(정원 40명), 글로벌한국학과는 5명(정원 20명)의 신입생을 뽑는다. 삼육대는 지난해 서울권에서는 유일하게 교육부의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ACE+)사업’에 신규 선정되면서 교육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학생의 취업·창업을 위해 올해에만 8개의 정부지원 사업을 수주해 재학생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또 해외취업 지원을 위해 학생을 미국 현지 기업에 취업시킨 ‘K-Move 스쿨(해외 취업연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원서 접수는 30일 오전 10시부터 내년 1월 3일 오후 5시까지 진학어플라이에서 실시한다. 서류 제출은 원서접수 시작일부터 내년 1월 4일 오후 5시까지(우체국 소인 인정)다. 실기고사는 아트앤디자인학과 1월 7, 8일, 생활체육학과는 1월 10일, 음악학과는 1월 21일에 각각 진행된다. 정현철 입학관리본부장은 “삼육대는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전과 자율제’를 전면 도입해 시행 중”이라며 “2학년부터 4학년 졸업 전까지 전과를 원하는 학생은 희망 학과(부) 모집정원 100% 이내 범위에서 학과장 승인 없이 전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유아교육과는 여석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약학과로는 전과할 수 없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정부가 국회에 제안하기로 한 ‘명목확정기여(NDC)’ 방식 국민연금의 핵심은 ‘자동 조정 장치’다. 연금 수령액을 인구 구조나 경제 성장률 등 지표와 연동해 조정하면서 기금 고갈을 막겠다는 것이다. 재정 안정 보완책이지만 정작 무슨 지표를 언제부터 어떻게 연동시킬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 수령액-보험료 자동 조정이 대세 현행 국민연금은 ‘확정급여(DB)’ 방식이다. 연금 급여(수령액)를 그대로 두되 보험료만 올려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인데, 고령화가 진행되면 보험료율이 크게 올라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NDC 방식은 가입자의 기여(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수령액을 줄임으로써 장기적인 재정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스웨덴은 1999년 연금 보험료율이 18.5%까지 오르자 제도 운영 방식을 DB에서 NDC로 바꾸며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했다. 이 장치에 따르면 가입자 개개인이 낸 보험료 원금(A)에 법정 이자(B)를 얹어 전체 수령액이 결정된다. 이 전체 수령액(A+B)을 가입자의 기대여명(연금을 받기 시작한 나이부터 앞으로 더 살 수 있는 개월 수)으로 나눈 액수가 월 수령액이다. 법정 이자는 직전 연도 평균 임금 상승률에 따라 결정된다. 임금 상승률이 일정 기준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다고 보고 연금을 더 주지만, 임금 상승률이 낮으면 경기 상황이 나쁜 것으로 보고 연금을 깎는다. 기대여명이 길어질 때도 연금을 덜 주게 돼 있다. 나라마다 세부적인 방식은 다르지만 자동 조정 장치 도입은 대세다. 연금 개혁 방향을 두고 대립해온 국제노동기구(ILO)와 월드뱅크(World Bank)도 자동 조정 장치에는 한목소리로 찬성한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가 스웨덴과 유사한 장치를 도입했다. DB 방식을 유지하는 독일은 경제성장률, 출산율 등 사회·경제적 변수를 반영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한다. 일본은 2004년 ‘거시 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했다. 기대여명이 길어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면 연금 수령액을 자동으로 깎는다. 덴마크와 핀란드도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 수급 시점을 늦추거나 수령액을 줄인다.○ “알맹이 없는 면피성 대책” 이 같은 자동 조정 장치는 한 번 정교하게 만들어두면 그 효과가 오래간다. 보험료 인상이나 수령액 삭감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논의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한 번’이 어렵다. 일단 국내 정서상 연금을 깎는 방식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현행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도발전위원회 권고안이 8월 공개됐을 때도 “평생 연금 한 번 못 받고 죽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들 반발이 클 수 있는 사안이라 정치권과 청와대가 채택하기 쉽지 않은 방식이다. 수령액을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임금 상승률 등 어느 지표와 연동할지를 두고도 노사가 대립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가 성숙한 스웨덴에서도 자동 조정 장치 도입에는 14년이 걸렸다. 정부도 소극적이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할 개편안에 NDC 방식과 자동 조정 장치 도입의 세부 방안은 담지 않을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NDC 방식을 주요한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제시하겠지만 정교한 내용을 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4일 내놓은 네 가지 안에 재정 강화 방안이 빠진 점을 고려해 정부가 ‘면피성’으로 NDC 방식을 포함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발표한 정부안은 △현행 소득대체율(40%)과 보험료율 유지(9%)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기초연금만 2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을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로 인상 등 4개안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NDC 도입 추진은 제대로 된 재정 안정 방안이 아닌, ‘기금 고갈 대책이 있느냐’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형식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정부가 14일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방안들 중심이어서 국민연금 기금 안정이라는 근본 목표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안 재검토를 지시한 이후 달라진 내용이 거의 없어 시간 낭비로 연금개혁 동력만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현행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 비율) 40%와 보험료율 9% 유지안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기초연금을 2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 인상안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 인상안 등 네 가지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다수 연금 전문가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사지선다’이기보다 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0∼50% 범위 내에서 국회가 선택하도록 공을 넘겼다고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고통을 분담하는 단일안을 만들어 강하게 추진해도 연금개혁이 어려운데 현 정부안은 너무 많은 옵션이 있어 사실상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료율 인상안조차 보험료율을 2021년부터 올리도록 설계돼 있다. 현 20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추진이 어렵다고 보고 2020년 4월 총선 이후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연금개혁의 근본 목표를 망각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8월 발표된 4차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당초보다 3년 앞당겨졌다. 이를 토대로 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소득대체율을 40% 이하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13.5%로 올리는 ‘재정강화안’을 ‘노후소득 보장안’과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안에선 재정강화안이 아예 빠졌다. 그 대신 기초연금 인상,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출산크레디트 확대같이 본질적으로 연금개혁과 무관하면서 막대한 세금이 필요한 방안이 다수 담겼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14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산해 노후 최소생활비로 1인당 100만 원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 대신 8월 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향후 70년간 기금 고갈 걱정을 없애겠다며 제안한 ‘재정강화안’은 선택지에서 뺐다. 재정 안정보다 노후 보장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세대의 짐은 더 무거워졌다.○ 미래세대 몫으로 남은 기성세대 노후보장 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에서 현행대로 소득대체율 40%와 보험료율 9%를 유지하는 안을 첫 번째로 내세웠다. 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지만 일단 그냥 지켜보자는 얘기다. 그러면서 9, 10월 국민연금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당시 47%는 ‘현행 유지’를 선호했다. ‘더 내고 더 받자’는 27.7%, ‘덜 내고 덜 받자’는 19.8%였다. 정부안의 두 번째는 국민연금을 지금처럼 두고 기초연금만 2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는 안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치면 소득대체율이 55%까지 올라간다. 월급이 250만 원인 직장인이 국민연금을 25년간 가입했다면 노후에 월 101만7000원을 받는다. 추가로 보험료를 더 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세금에서 나가는 만큼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주는 방안이다. 이 안대로 기초연금을 2022년 40만 원으로 인상하면 2022∼2026년 연평균 24조66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 연금 전문가는 “2020년 4월 총선,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기초연금 인상을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득대체율 45%’안은 2021년부터 5년마다 보험료를 1%포인트씩 올려 2031년 보험료율이 12%가 되도록 설계했다. ‘소득대체율 50%’안은 보험료율을 같은 방식으로 올리되 2036년 13%까지 올리도록 했다. 월 250만 원을 번다면 보험료가 현행 월 22만5000원에서 2031년 30만 원으로, 2036년 32만5000원으로 오른다. 그 대신 기초연금과 합산한 노후 소득이 각각 월 91만9000원, 97만1000원으로 100만 원에 가까워진다. 문제는 연금 고갈 시점이다. 4개 정부안의 고갈 시점은 2057∼2063년으로 예측된다. 8월 발표된 4차 재정추계 때 고갈 시점(2057년)과 같거나 최대 6년 늦춰진다. 고갈 시점이 가장 늦은 ‘소득대체율 45%’안을 추진할 경우 현재 654조 원인 기금이 2039년 2462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63년 바닥난다. 이렇게 되면 연금을 쌓아뒀다가 지급하는 현행 ‘적립식’이 아닌 그해 거둔 보험료로 그해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복지부는 국회에 제출할 정부안에 부과식 전환을 포함한 장기 비전을 담을 예정이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막중해진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소득대체율 45%’안의 경우 부과식 전환 시 2076년 보험료율이 33.5%에 이른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58세에 월급 300만 원을 받으면 연금 보험료로만 100만5000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정부의 지급 보장 명문화될까 정부안에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최장 1년간 보험료 절반을 지원해 주는 방안이다. 올해 6월 기준 지역가입 대상자 745만 명 중 459만 명(61.6%)이 보험료 납입을 중단한 상태다. 회사와 절반씩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한 명만 낳은 여성도 6개월 치 보험료를 보너스로 받는다. 자녀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디트’ 혜택을 현재 둘째 아이에서 첫째 아이부터 주겠다는 것이다. 부부가 이혼해 국민연금을 나눌 땐 혼인 기간이 1년만 돼도 분할연금 대상이 된다. 분할연금은 부부 중 한쪽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이혼한 경우 이혼한 배우자의 기여를 고려해 연금액 일부를 상대방에게 주는 제도다. 현재는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5년 이상 결혼을 유지했어야 한다. 정부안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은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추진이다.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나중에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과 ‘정부가 왜 공무원연금 적자만 보전해주느냐’는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조치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기금은 654조 원대로 공무원연금(11조 원)과 차원이 다르다.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기 시작하면 국고 부담이 막대해진다. 2013년 국회 복지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국가 지급 보장안이 통과됐지만 법제사법위원에 가로막혀 무산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지급 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도록 개편한 뒤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A사가 B사를 믿고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 A사는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래 놓고선 다시 A사는 B사에 투자자문을 요청했다면? 상식적으로 A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한 금융계 인사에게 이 얘기를 전해 듣고 ‘설마’ 했다. A사가 국민 노후자금 621조 원(지난해 기준)을 운영하는 국민연금공단이어서다. 하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3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주식과 채권에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매출액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식가치가 뚝 떨어졌다. 조작된 회계장부를 믿고 투자한 국민연금은 10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이에 공단은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회계감사 기관으로 회계비리를 방조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은 올해 3월 같은 이유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게 징역형을, 법인에 벌금형을 내렸다. 그런데도 공단은 여전히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투자자문을 받고 있다. 자문 건당 수임료가 수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단 관계자는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투자자문단 안에 안진회계법인이 포함돼 있어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믿기지 않았지만, 이 관계자는 별것 아닌 걸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반응이었다. 투자자문단 안에는 다른 회계법인도 있다. 해당 회계법인의 실력이 뛰어나 계속 투자자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8월 발표된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이에 보험료 인상, 수급연령 상향조정 등 여러 개선방안이 논의 중이다. 재정 고갈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 투자수익률을 1%만 높여도 보험료율을 2% 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수익률을 1% 올리면 고갈 시기를 8년가량 늦출 수 있다는 게 감사원 분석이다. 올해 1∼9월 국민연금 수익률은 2.38%에 그쳤다. 지난해 수익률(7.26%)보다 4.88%포인트나 낮다. 공단이 전북 전주로 이전한 이후 우수 인력이 계속 빠져나간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개편안 중 수익률 제고 대책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회계법인에 굳이 투자자문을 받아야 하는 연금공단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수익률이 높다면, 우수 인력이 몰려든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냐”는 내 노후자금 관리자의 태도에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정부가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을 14일 기습 공개한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0∼11%로 소폭 인상하는 내용을 포함해 여러 개 안이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14일 발표되는 정부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포인트 소폭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고 △기초연금 인상 등 국고 투입 방안을 연계해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직접 기자 설명회를 열어 발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최고 15%로 올리는 제도개선안 초안을 박 장관에게서 보고받고 “국가의 책임을 좀 더 강화하라”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보험료 인상 폭을 최소화하되 국고로 적자를 보전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왔다. 복지부가 사전 예고 없이 ‘기습 발표’를 택한 건 지난달 대통령 보고에 앞서 개선안 내용이 사전에 보도되면서 담당자들이 청와대 감찰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국민연금 전문가는 “30년 만에 보험료율을 올려 2057년으로 예측된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한편 기초연금과의 연계 등을 통해 노후소득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안은 26일경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고 불리는 ‘줄(JUUL)’이 ‘파워맨’들의 애장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청와대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할 때 담배 냄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더욱 빠르게 파워맨들의 손가락 사이에 줄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줄은 2015년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인 전자담배 ‘줄랩스’(Juul Labs). 미 전자담배 시장의 7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일종이다. 니코틴 액상에 담배의 매캐한 향 대신 과일 등 좋은 향을 포함시켜 냄새가 적다. 아직 국내에 정식 수입도 되지 않는 줄이 여권 핵심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줄을 피고 있다는 한 여권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줄은 그런 것도 없다”고 밝혔다. 휴대용저장장치(USB)처럼 노트북에 끼워 충전할 수도 있고, 연필심통 정도의 크기라 파워맨들의 주머니에 부담 없이 들어간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자체 니코틴액상을 미리 통에 넣어 판매함으로써 액상을 매번 기기에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주머니 안에서 불룩 튀어나온 담뱃갑을 보고 ‘담배 안 끊냐’고 한 소리 듣는 일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여권 핵심부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줄은 미국으로 출장 가는 여권 관계자들의 선물 1호가 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으로 출장 가는 사람들에게 ‘줄을 사다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잦지만 출장 가는 사람들도 가격 부담이 별로 없어 해외에서 줄을 구매해 공수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 시작된 줄 열풍은 최근 민주당으로도 퍼졌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으로부터 줄을 선물 받은 이후 손에서 줄을 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표가 선물을 받는 일이 거의 없는데 장 전 실장으로부터 받은 선물에는 매우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줄을 피운다는 뜻의 ‘줄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줄의 아시아 시장 진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한 업체가 담배사업법에 의거해 수입해 판매하려 준비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허용되기 때문에 개인이 해외에서 사오거나 정식으로 수입해 성인에게 만 팔면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박성진기자 psjin@donga.com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 10시간 이상인 직장인은 5시간 미만인 직장인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위험이 최대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주영준 교수팀이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중 당뇨병이 없었던 2573명을 분석한 결과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액 속 포도당의 양(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해주는 인슐린에 몸속 세포가 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뇨병과 각종 대사질환의 원인이 된다. 조사 대상자 중 하루 평균 앉아있는 시간은 △5시간 미만 19.9% △5시간 이상∼8시간 미만 38.7% △8시간 이상∼10시간 미만 22.4% △10시간 이상 19.0%였다. 이 중 하루 앉아있는 시간이 10시간을 넘긴 사람은 5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위험이 1.4배나 높았다. 특히 직장인만 따로 살펴봤을 때 하루 10시간 넘게 앉아있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 위험도가 5시간 미만보다 1.6배 높아졌다. 박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 수치가 1.6을 초과한 경우 인슐린 저항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며 “직장인은 물론이고 회사 차원에서도 오래 앉아있는 근무패턴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저출산 종합대책인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에서 정부는 출산율 목표치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5년간 추진하는 3차 저출산 기본계획에선 합계출산율 1.5명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 대신 아이를 키울 때 발생하는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을 대거 포함시켰다. 부모들이 아이를 낳는 것보다 키우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로드맵에 어떤 내용 담겼나 가장 눈에 띄는 건 ‘자녀 의료비 경감’ 카드다. 정부는 2025년까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내년부터는 만 1세 미만 영아의 진료비를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이 연령대를 만 6세까지 점차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이는 재정은 지방자치단체위원회 예산을 활용할 방침이다. 도쿄 등 일본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아동 의료비 지원을 모델로 삼았다. 다자녀 기준도 현행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바뀐다. 세 자녀 기준이던 주거 지원, 의료비 지원, 대출금리 인하, 전기요금 30% 감면, 난방비 월 4000원 지급 등 공공요금 지원 혜택을 두 자녀부터 받게 되는 것이다. 자녀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디트’ 혜택도 현재 둘째 아이에서 첫째 아이부터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급연령을 선진국 수준(만 15세 전후)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여야는 내년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만 7세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육아휴직 기간에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 보험료를 직장가입자 최저수준(9000원)으로 내릴 계획이다. 현재는 휴직 전 월급을 기준으로 월 최대 3만1200원 수준까지 보험료가 부과된다. 육아휴직 초기에 휴직급여를 몰아 받는 방안도 추진된다. 자녀의 성(姓) 결정은 아버지 성 원칙에서 부모 협의 원칙으로 전환하고, 혼외자의 구별을 폐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차별 없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병원에서 출생 사실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속수무책 저출산, 결국 다음 정부로? 하지만 이 방안들이 저출산 극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로드맵 정책 중 상당수는 1단계(2019∼2020년)가 아닌 2단계(2021∼2025년) 때 시행된다. 상당수 정책이 현 정부 임기(2022년) 이후 성과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발표에서 최근 논의돼 온 추가 대책이 빠진 점도 현 정부의 저출산 극복 의지에 의구심을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로드맵 마련에 앞서 출산휴가 후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쓰는 ‘자동육아휴직제’나 노사가 함께 기금을 만들어 육아휴직 비용을 대는 ‘부모보험’ 등을 논의했지만 로드맵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 당장 저출산 극복이 어렵다고 보고 ‘저출산 사회 연착륙 방안’을 로드맵에 담을 예정이었지만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역시 빠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정책 기조를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바꾼 건 의미가 크다”며 “다만 개별 정책들이 당장 저출산을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하경 기자}
정부가 10년 넘게 추진해온 저출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일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 5년간 추진하는 3차 저출산 기본계획이 처참한 결과를 낳자 보완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로드맵에선 새로운 내용을 담기보다 기존 대책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차 기본계획에 포함된 저출산 정책은 모두 194개에 달했다. 하지만 로드맵에선 94개 정책이 불필요하다고 보고 삭제했다. 청년 해외취업 지원, 템플스테이 지원처럼 저출산과 관련이 없음에도 저출산 대책으로 포장된 정책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남은 100개 정책 중에서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아이돌봄서비스 확충 등 35개 정책에 예산을 집중하기로 했다. 한 해 100개 정책을 추진하는 데 36조 원이 드는데 26조 원을 35개 핵심 정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 속에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다자녀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바꿔 두 자녀부터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이는 저출산 정책의 목표를 아이 ‘많이 낳기’에서 아이 ‘쉽게 기르기’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산 장려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7∼9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95명이었다. 합계출산율 1.0명 이하는 1992년 옛 소련 해체, 1990년 독일 통일 등 기존 체제가 붕괴될 때나 등장하는 수치다. 정부는 2006년 합계출산율이 1.12명으로 떨어지자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세워 12년간 124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결국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내몰리자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바꿨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를 낳는다고 판단한 셈이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은 “2040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데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비만이거나 흡연, 음주를 하는 노인일수록 각종 노인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과 대한노인병학회가 2006∼2015년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낙상 관련 골절, 실금, 욕창, 과다행동이나 환각 같은 섬망 등 노인증후군의 진단을 받은 노인 135만 명을 추적조사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노인이 됐을 때 이들 질환이 나타나는 비율(유병률)은 낙상 관련 골절 3.8%, 실금 1.5%, 욕창 0.9%, 섬망 0.5% 등이었다. 비만, 흡연, 음주는 노인증후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만이 있는 노인은 실금 위험도가 1.3배, 흡연 노인은 낙상 관련 골절이 1.47배 높아졌다. 치매에 걸리면 낙상 관련 골절 위험도가 2.74배, 섬망 1.32배, 실금 1.5배, 욕창 2.9배 높아졌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6일 합의한 2019년 예산안은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과 남북경협기금을 줄이는 대신 재취업에 나선 구직자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직접 지원을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여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려고 한 점도 눈에 띈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가 소모적 공방을 벌이면서 정작 필요한 예산을 감액 처리하는 대신 지역구를 챙기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일자리 예산 줄여 SOC 확대 여야는 6일 470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 정부 예산안 가운데 5조2000억 원을 삭감하는 데 합의했다. 전체 예산의 약 5%에 이르는 일자리 예산(23조5000억 원)에서 6000억 원을 줄이는 등 고용 분야의 예산 삭감 폭이 컸다. 정부는 당초 예산안을 통해 취업성공패키지 4122억 원, 청년내일채움공제 1조374억 원 등을 배정했다. 하지만 여야는 심사 과정에서 수혜 대상이 중복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관련 예산을 대폭 줄였다. 청년 일자리 사업 중 중복 사업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만큼 제도를 조정할 필요는 있었지만 정교한 분석을 거친 감액인지는 의문이다. 내년 공무원 증원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당초 3만6000명의 공무원을 충원하려고 했지만 여야는 정부안에서 집배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제외한 3000명을 감축했다. 그 대신 여야는 고용보험의 구직급여 지급수준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늘리고 지급기간도 최대 240일에서 270일로 늘리는 등 구직자 지원은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의원들의 지역구와 밀접한 사업이 많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늘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를 핑계로 마구잡이로 들어온 예산에 메스가 가해진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야가 정쟁을 이어가다 보니 심사할 시간이 부족해 불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못 줄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또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0∼5세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9월부터는 대상이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확대된다. 지급 대상 연령은 0∼6세(만 7세 미만)까지다. 최대 84개월간 아동수당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아동수당은 소득 하위 90% 가정의 0∼5세 아동에게 10만 원씩 지급되고 있다. 내년 10월부터 산모 1인당 250만 원씩 지급하려던 출산장려금 예산은 전액 삭감돼 없던 일이 됐다. 여야가 ‘퍼주기성 현금복지’란 비판을 의식한 데다 추가 예산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종부세 부담 완화키로 여야는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인상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3.2%는 유지하기로 했다. 야권이 ‘세금 폭탄’을 이유로 종부세율을 2.5%로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여당의 ‘집값 안정’ 논리가 힘을 얻었다. 이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이상, 기타 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율은 0.6∼3.2%로 오른다. 현행(0.5∼2.0%)보다 0.1∼1.2%포인트 오르는 셈이다. 이 경우 공시가격이 21억3000만 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의 전용면적 244m² 아파트의 종부세는 현재 422만 원에서 640만 원으로 52% 오른다. 다만 종부세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을 정부안인 300%에서 완화해 200%로 조정했다. 1가구 1주택자의 보유기간에 대한 종부세 세액공제율은 15년 이상 보유할 경우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기로 했다. ○ 야3당 “기득권의 야합” 반발 전날까지만 해도 6일 예산안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4조 원의 세수 결손 문제가 발목을 잡았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예산안을 동시에 통과시키라며 밤샘 농성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데드라인(마감시한)은 오늘 정오”라며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 연계는 결코 없다. 계속 연계하겠다면 불가피하게 한국당과 예산안 처리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민의당과 손잡고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민주당이 예산안 통과를 위해 파트너를 바꾼 셈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에 합의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들어가는 등 야3당 원내대표들은 “기득권 동맹의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최우열·김윤종 기자}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이 제주도에 들어선다. 제주도는 5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렸다. 첫 투자개방형 병원이 들어서면서 의료산업 규제 개혁이 잇따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일자리 창출 37만 명, 생산유발효과 62조 원 녹지병원 개설은 16년간 이어져 온 투자개방형 병원 찬반 논리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료산업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떠오를지, 공공의료 훼손이라는 부작용이 있을지 녹지병원의 운영 성과를 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제한은 의료산업의 대표적 규제로 꼽힌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늘어나면 의료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 유치로 서비스업 고용 창출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한국을 찾은 의료 관광객은 32만 명에 달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9년 발표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결과를 보면 투자개방형 병원에 해외 환자 30만 명이 온다고 가정하면 생산유발효과가 최대 4조8818억 원, 고용창출효과는 최대 3만7939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나아가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계기로 의료산업 분야 규제 완화→의료 서비스 활성화→고용 창출→의료산업 발전→K의료 확산 등 세계 의료시장 선도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 취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연구―의료 서비스 및 의약품·의료기기’ 보고서를 보면 규제개혁을 통해 의료서비스업 시장을 키울 경우 2020년 생산유발효과가 62조4000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37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투자개방형 병원 확대해야 다만 녹지병원이 설립 승인을 받은 건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의료산업 활성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 정부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때문에 녹지병원 개설 이후 투자개방형 병원이 당장 확산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투자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여기서 생긴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다. 현재 국내 병원도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비영리병원인 만큼 수익금은 의료시설 확충, 연구비 등 병원 설립 목적에 맞춰 재투자해야 한다. 반면 투자개방형 병원은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나 일부 시민단체는 투자개방형 병원이 ‘공공의료를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을지대병원 오한진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리병원이 고액의 연봉을 주고 국내 의사들을 대거 영입하고, 이들은 병원 수익을 위해 과도한 진료를 하면 의료비가 불필요하게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의료비 폭등은 ‘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개방형 병원 역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의료 서비스와 진료 및 수술법을 내놓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질 좋은 의료 서비스와 합리적인 진료비가 의료시장에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이라고 해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기존 병원과 경쟁해야 해 무작정 높은 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며 “오히려 경쟁을 통해 더 저렴하면서 치료 효과가 큰 의료 서비스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2015년 12월 정부로부터 투자개방형 병원 사업허가를 받은 뒤 이듬해 건물을 착공해 지난해 7월 완공했다. 병원은 헬스케어타운 내 2만8613m² 용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진료 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돼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철중 / 제주=임재영 기자}
“과자나 음료수를 사고 나오면 각종 담배가 떠올라요.” 편의점에 자주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이다. 편의점 계산대 뒤편에 담배 진열대가 있는 데다 계산대 주변으로 LED디스플레이와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각종 담배 광고가 넘쳐나는 탓이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초 국민건강증진법 내 소매점(편의점) 광고 허용 조항을 삭제해 소매점 내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담뱃값 인상, 경고그림 도입에 이어 담배 광고 규제에 나서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편의점 담배 광고가 청소년 흡연율과 직접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9월 서울시 초중고교 1011곳 주변 200m 내 담배 판매 소매점 수를 조사해 보니 평균 7곳, 최대 27곳이나 됐다. 소매점 1곳당 담배광고 수는 33.9개에 달했다. 2016년 20.8개, 2017년 25개보다 크게 늘었다. 학교 주변 소매점 수가 평균(7곳) 이하인 지역의 청소년 중 흡연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4.0%인 반면 평균 이상인 지역 청소년들의 흡연 경험은 41.3%에 달했다. 또 ‘담배 광고를 본 후 흡연 욕구가 생겼다’는 학생 역시 편의점 수가 평균 이하인 그룹은 6.4%에 그쳤지만 평균 이상은 18.9%나 됐다. 국내 청소년 흡연율은 남학생 기준 9.4%다. 편의점 내 담배 광고를 금지하려면 편의점주들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편의점들은 담배회사로부터 매달 30만∼50만 원의 광고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최소한 학교 주변 편의점만이라도 광고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애 낳으면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에서 250만 원을 준다고 누가 애를 낳겠어요?” 결혼한 지 4년째 아이를 낳지 않고 있는 직장인 김모 씨(35·여)는 여야의 1인당 250만 원 출산장려금 지급 합의 소식에 심드렁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주고 있는 출산장려금을 정부가 직접 지급한들 저출산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더욱이 여야는 지자체도 출산장려금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이 예산을 밀어붙였다.○ 지자체와 협의 없이 불쑥 꺼낸 출산장려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 10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1인당 25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한 번에 지급하기로 28일 합의했다. 당초 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없던 항목이었다. 이 예산은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2일 “출산하면 2000만 원을 주겠다”며 ‘출산 주도 성장’을 주장했다. 출산장려금 합의 당시 복지부는 “재정 부담이 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야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출산장려금을 밀어붙였다. 내년에 출산장려금으로 추가되는 복지부 예산은 1031억 원(10∼12월분)이다. 2020년에는 4124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출산장려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절반씩 부담하게 돼 있어 지자체 예산까지 고려하면 연간 8200억 원이 들어간다. 문제는 지자체별로 이미 출산지원금을 주는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경북 봉화군은 첫째를 낳으면 700만 원, 둘째 1000만 원, 셋째 1600만 원, 넷째 출산 시 1900만 원을 5년에 걸쳐 지급한다. 이 경우 국가의 출산장려금 지급과 어떻게 조율할지 사전 협의가 필요했지만 여야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출산장려금 지급 효과가 얼마나 클지도 의문이다. 2012년부터 출산지원금을 대폭 늘린 해남군은 이후 5년 동안 합계출산율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2013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추적 조사해 보니 약 43%가 4세 이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남에서 아이를 낳기는 했지만 보육과 교육 인프라가 우수한 곳을 찾아 떠난 셈이다. 결국 보육과 교육 인프라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출산장려금만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당장 손에 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육아 비용과 경력 단절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 어디까지 올라갈까 복지위는 또 아동수당을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가구에 나눠 주고 지급 연령도 만 6세 미만에서 만 9세 미만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내년 아동수당 예산은 5355억 원(9∼12월)이 늘어난 2조4622억 원이다. 2020년에는 3조2800억 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지방정부 부담액(26.2%)을 더하면 4조 원이 넘는 돈이 아동수당 지급에 쓰인다. 여야가 선거 때마다 앞다퉈 복지 확대를 약속하는 만큼 이런 추세라면 아동수당의 지급 연령대가 앞으로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호주(만 7세 미만) 정도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만 15세까지 아동수당을 주고 있다. △스웨덴 일본 영국은 만 16세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 스페인은 만 18세 △프랑스는 만 20세 미만이다. 이런 해외 사례를 근거로 여야가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향 경쟁에 나서면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아동수당이나 출산장려금 등 현금성 복지 확대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과 정반대 방향이기도 하다. 7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과거처럼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급급하지 않고 앞으로 부모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복지부 예산안은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적지 않은 예산이 추가되는 만큼 복지위의 합의대로 예결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김윤종 기자}
택시운전사나 가사 노동자 등 정년이 없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일할 수 있는 나이)’은 몇 세일까? 1989년 대법원은 기존 만 55세이던 판례를 만 60세로 5년을 높였다. 이후 29년 동안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만 60세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평균수명이 늘고, 정년 연장 논의가 진행된다는 이유 등으로 최근 1, 2심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봐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와 엇갈린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이에 대법원은 29일 가동연한을 65세로 높일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늘리면 가파른 노령화 속에 기업 정년과 노인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년이 늘어나면 ‘소득 절벽’ 줄어 가동연한은 주로 일용직 노동자나 미성년자가 사고로 사망하거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가동연한 기준이 달라진다고 해서 당장 공무원이나 회사원, 전문직 종사자 등 기업 정년(停年)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정년은 기업 등에서 조직원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퇴직하게 규정한 한계 연령을 뜻한다. 육체노동자가 아닌 직업군은 노동법을 손질해야 정년이 상향 조정된다. 60세 정년이 법제화한 것은 2013년 4월로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했다. 가동연한 상향조정은 정년 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 결정이 모든 근로자의 정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면 법을 개정해 정년이 65세로 올라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직장인 가운데 상당수는 50대 초중반이면 명예퇴직을 한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이때부터 ‘인생 2막’을 시작해야 한다. 설령 정년을 채우더라도 일손을 놓기 힘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노인 빈곤율(46.7%) 1위인 우리나라 사정을 감안하면 60세 이후 근로는 바람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정년이 연장되면 무엇보다 ‘소득 크레바스(절벽)’를 좁힐 수 있게 된다. 현재 정년은 60세인 반면 국민연금은 2033년 이후 만 65세부터 나온다. 60대 초반 5년간을 ‘보릿고개’에 비유한다.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버텨내야 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2년 전 은퇴한 박모 씨(62세)는 “정년이 연장되면 은퇴와 동시에 연금을 받게 되니 노후생활을 설계하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25만 원) 지급을 비롯해 지하철 무료 이용, 인플루엔자 무료접종과 같은 각종 혜택도 만 65세부터 시작돼 정년이 연장되면 은퇴와 함께 각종 노인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노인 기준 높아질 수도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정년 연장과 함께 노인 기준 자체가 현재 65세에서 70세로 높아질 수도 있다. 국내 노인 기준은 1964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인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렇게 되면 65세에 은퇴해 70세에 복지 혜택을 받게 돼 다시 5년이란 ‘소득 크레바스’가 생긴다. 보건복지부 강민규 노인정책관은 “정년 연장은 노인 연령 기준 변경과 맞물린 문제”라며 “노인 일자리가 충분한지, 70세부터 노인 복지를 시작해도 무리가 없는지를 검토하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률적인 정년 상향보다 각자의 건강 상태나 근로 의지 등을 감안해 정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정성택·김하경 기자}
경기도가 내년부터 만 18세가 되는 지역 청년에게 국민연금 보험료 1개월분을 대납하는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사업을 추진한다. 전남도도 내년부터 유사한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동아일보가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21∼23일 청년 16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청년 국민연금제도 찬성은 783명(47.9%), 반대는 853명(52.1%)으로 근소하게 반대 의견이 많았다. 찬성 측은 “가입 기간이 늘어나 연금 수령액이 많아질 것이다” “사회 초년생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청년은 “(만 18세를 넘어) 나는 수혜 대상이 아니지만 그동안 저조했던 청년복지가 확대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기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 측은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지역에 따라 배제되는 청년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또 만 18세만 대상이 된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청년도 많았다. 청년의 자립 능력을 간과하고 오히려 퇴보시킨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제도를 이해하려면 국민연금 ‘추납제도’부터 알아야 한다. 추납제도란 국민연금 가입 중 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기간에 내야 했던 보험료를 나중에 내면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도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지자체가 만 18세인 청년의 첫 달 국민연금을 내준 뒤 해당 청년이 취업 이후 그동안 밀린 보험료를 추납하면 국민연금을 18세부터 가입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국민연금을 18세에 가입한 것과 28세에 가입한 것엔 큰 차이가 있다. 경기도 출신 청년 A와 서울 출신 청년 B를 비교해보자. 두 사람 모두 28세에 똑같은 직장에 들어가 월급 300만 원을 받고 30년간 근무했다고 가정하면 만 65세 이후 A의 연금은 매달 107만2000원, B의 연금은 80만8000원으로 월 26만4000원 차이가 난다. 물론 이는 A가 18세 이후 10년간 내지 못한 보험료를 추납했을 경우다. 추납 보험료는 현 소득을 기준으로 9%를 내야 한다. A의 추납 보험료는 월 27만 원에 120개월을 곱해 3240만 원이다. 이는 60세까지 분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B와 같이 은퇴했더라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길어진다. 경기도는 거주기간과 상관없이 만 18세 당시 경기도에 거주하면 무조건 월 최소 보험료 9만 원을 대납해준다. 이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도 이미 국민연금에 가입한 만큼 추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매년 (경기도 18세 청년) 16만 명씩 혜택을 볼 경우 국민연금 재정이 최대 50조 원까지 추가로 소요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50조 원은 청년 국민연금 사업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100세까지 살면서 35년간 꾸준히 연금을 수령한다는 것을 전제로 추정한 금액으로 적절치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야당의 우려에도 청년 복지정책이 마땅히 없는 현실에서 경기도의 실험은 청년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김수연 sykim@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