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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9급 지방공무원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학생 수가 줄어도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선호는 줄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총 320명을 뽑는 서울시교육청 9급 지방공무원 신규임용 시험에 6269명이 지원해 19.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는 18.5 대 1이었다. 중장년 지원자 비율도 지난해보다 조금 늘었다. 전체 지원자 중 40대 이상은 9%를 차지해 지난해 8.3%에서 조금 증가했다. 20대 이하는 52.4%, 30대는 38.6%로 집계됐다. 지원자 성별로는 남성이 28.4%, 여성이 71.6%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직렬은 263명을 선발하는 교육행정직렬로 집계됐다. 교육행정직렬에는 5469명이 원서를 접수해 20.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성화·마이스터고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력경쟁임용시험은 8명 선발에 13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6.8대 1을 나타냈다. 서울시교육청 9급 신규임용 필기시험은 다음달 15일에 실시된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7월 17일 발표될 예정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달 중에 등록 안 하면 다음 달부터는 등록 못 해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 씨(42·여)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수영 학원에 등록시켰다. 아들이 물을 무서워해 미리 수영을 배우지 않으면 올해 2학기에 시작하는 생존수영 수업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김 씨는 “아직 4월인데도 강의 시간별로 남는 자리가 거의 없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생존수영 교육을 초교 2∼6학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영 교육을 할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적용 대상만 늘리다 보니 ‘수영 사교육’에 나서야 하는 등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생존수영 교육의 학년 확대뿐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존수영 교육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해에는 초교 3학년만 대상이었다. 이를 지난해에 초교 3∼6학년으로, 올해는 2∼6학년으로 확대했다. 2020년에는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지난해 생존수영 수업 대상 3∼6학년 학생 중 실제 생존수영 수업을 들은 학생은 전체의 57%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학부모들은 생존수영 수업이 실제 수중 조난 사고 시 생존 능력을 키워주는지에 의문을 표시한다. 교육부가 발간한 ‘초등 생존수영 교육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수업시간은 연간 10시간에 불과하다. 그나마 생존수영은 4시간이다. 나머지 6시간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 영법(泳法)을 가르치도록 권고한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학부모 양모 씨(39·여)는 “6시간 안에 영법을 배운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결국 진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미리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수영 수업을 진행할 인력과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수영과 생존수영은 전혀 달라 생존수영을 가르치려면 별도의 자격증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수상구조사나 해양구조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강사로 채용하라는 지침만 줬을 뿐 실제 학교에서 누가 생존수영을 가르치는지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생존수영 수업이 매뉴얼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발간한 ‘초등학교 수영 교육 매뉴얼’에 따르면 생존수영의 1단계는 ‘물과 친해지기’로 벽 잡고 이동하기, 빨대로 공기 방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모 씨(41·여)는 “지난해 아들의 생존수영 수업을 참관했는데, 처음부터 바로 페트병을 이용해 물에 뜨는 방법부터 가르쳤다”고 말했다. 또 서울 지역 학교 중 수영장을 갖춘 곳은 전체 604곳 중 37곳에 불과하다. 수영장이 없는 학교는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실내수영장에서 강습을 진행하거나 사설 수영장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농어촌 학교는 이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생존수영 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공립 초중고교의 수영장 확보율이 60%에 이른다. 또 처음 물을 접하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 1학년부터 물속에 얼굴을 넣는 법부터 순차적으로 가르친다. 인하대 체육교육학과 조미혜 교수는 “지방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운동장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는 사업을 확대해 생존수영 교육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달 중에 등록 안 하면 다음 달부터는 등록 못 해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 씨(42·여)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수영 학원에 등록시켰다. 아들이 물을 무서워해 미리 수영을 배우지 않으면 올해 2학기에 시작하는 생존수영 수업에서 뒤쳐질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김 씨는 “아직 4월인데도 강의 시간별로 남는 자리가 거의 없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생존수영 교육을 초등 2~6학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영 교육을 할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적용 대상만 늘리다보니 ‘수영 사교육’에 나서야 하는 등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생존수영 교육의 학년 확대뿐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존수영 교육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해에는 초등 3학년만 대상이었다. 이를 지난해에는 초등 3~6학년으로, 올해는 2~6학년으로 확대했다. 2020년에는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지난해 생존수영 수업 대상 3~6학년 학생 중 실제 생존수영 수업을 들은 학생은 전체의 57%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학부모들은 생존수영 수업이 실제 수중 조난 사고 시 생존 능력을 키워주는지 의문을 표시한다. 교육부가 발간한 ‘초등 생존수영 교육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수업시간은 연간 10시간에 불과하다. 그나마 생존수영은 4시간이다. 나머지 6시간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 영법(泳法)을 가르치도록 권고한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학부모 양모 씨(39·여)는 “6시간 안에 수영 영법을 배운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결국 진도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미리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수영 수업을 진행할 인력과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수영과 생존수영은 전혀 달라 생존수영을 가르치려면 별도의 자격증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수상구조사나 해양구조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강사로 채용하라는 지침만 줬을 뿐 실제 학교에서 누가 생존수영을 가르치는지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생존수영 수업이 매뉴얼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서울교육청에서 발간한 ‘초등학교 수영 교육 매뉴얼’에 따르면 생존수영의 1단계는 ‘물과 친해지기’로 벽 잡고 이동하기, 빨대로 공기 방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모 씨(41·여)는 “지난해 아들의 생존수영 수업을 참관했는데, 처음부터 바로 페트병을 이용해 물에 뜨는 방법부터 가르쳤다”고 말했다. 또 서울 지역 학교 중 수영장을 갖춘 곳은 전체 604곳 중 37곳에 불과하다. 수영장이 없는 학교는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실내수영장에서 강습을 진행하거나 사설 수영장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농어촌 학교는 이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생존수영 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공립 초중고교의 수영장 확보율이 60%에 이른다. 또 처음 물을 접하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 1학년부터 물 속에 얼굴을 넣는 법부터 순차적으로 가르친다. 인하대 체육교육학과 조미혜 교수는 “지방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운동장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는 사업을 확대해 생존수영 교육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2021학년도부터 연세대에 졸업 후 삼성전자에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계약학과가 신설된다. 연세대는 삼성전자 채용을 보장하는 계약학과인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신설 신고서를 이번 주 초 교육부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계약학과는 대학 등이 기업과 계약을 맺고 설치, 운영하는 학과다.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기업은 재정을 지원한다. 기업은 학과 커리큘럼 구성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계약학과는 정원 외로 운영돼 기존 학과의 모집인원을 조정하지 않아도 신설할 수 있다. 다만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채용하는 조건이 있다면 입학 정원의 20%를 초과해 운영할 수 없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졸업 후 삼성전자에 취업이 보장되는 ‘채용조건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 학년 입학 정원은 50명이다. 입학금과 수업료 등은 삼성전자에서 지원한다. 연세대와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과정을 학부부터 시작한 뒤 학사·석사 통합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도 KAIST에 반도체공학과와 유사한 계약학과 신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째 이어지는 취업난 속에 계약학과는 학생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55명을 모집한 지난해 수시모집에 1387명이 몰려 2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2006년부터 운영 중인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삼성전자와 연계된 계약학과로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계약학과를 선호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휠체어를 타고 경희궁에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길로 가야 안전할까? 국내 최대 사회변화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는 ‘장애인의 날’인 20일 ‘장애 접근성 정보 수집’ 활동에 나섰다. 서울 시내 주요 현장체험학습 장소에 장애 아동이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휠체어를 타고 이동이 편리한 동선을 파악하는 활동이다. 이날은 광화문 일대 세종문화회관, 서울역사박물관, 경희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네 곳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에는 행복얼라이언스 소속 자원봉사자들과 한미글로벌 임직원 등 2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5명이 한 조를 이뤄 휠체어 탑승, 휠체어 보조, 경로 기록, 사진촬영 등으로 역할을 나눠 맡았다. 조별로 맡은 장소로 이동하면서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길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방지 턱이 있는지 등 경로를 점검하고 지도에 표시했다. 이들이 수집한 장애 접근성 정보는 온·오프라인 지도로 제작돼 배포될 예정이다. ‘행복얼라이언스’는 시민 참여와 기업, 기관의 자원을 한데 모아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사회변화 네트워크로, SK네트웍스, 노랑풍선, SM엔터테인먼트 등 총 45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올해는 △휠체어 사용 아동의 이동권 증진 △다문화 가정 아동의 교육 기회 확대 △결식우려 아동의 영양 불균형 해소 등 3대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인과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변화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또 장애 아동 체육활동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진로체험 캠프인 꿈자람 캠프, 결식 우려 아동 대상 도시락 배달 사업도 올해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장애 접근성 정보 수집 활동은 휠체어 사용 아동의 이동권 증진을 위한 사업 중 하나로 진행됐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서울 동작구에 사는 황모 씨(38)는 7세, 4세인 두 자녀를 지난 한 주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나란히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려 열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에도 기침을 하는 아이들이 대기실을 가득 메워 치료제를 처방받는 데만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봄 독감 유행세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7∼13일 전국 표본감시 의원 2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42.1명으로, 전주(32.2명)보다 10명 가까이 늘어났다고 24일 밝혔다. 독감 감시를 시작한 2004년 이래 4월 의심환자가 4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6년 4월 첫째 주(32명)였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영유아와 초중고교생 사이에서 독감 유행이 특히 심하다. 7∼12세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27.5명으로 독감 유행이 절정이던 지난해 12월 둘째 주(112.3명)보다 많다. 13∼18세에선 88.3명, 1∼6세에선 50.4명이었다. 용산구 I유치원은 최근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열고 4월로는 이례적으로 22, 23일 이틀간 부분 휴업을 했다. 부산 J어린이집에선 보육교사까지 독감에 걸려 자가 격리를 실시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환자의 침방울로 전파된다. 이 때문에 통상 12월경 한 차례 크게 유행한 뒤 초중고교 방학이 시작되면 잠잠해졌다가 개학철에 다시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처럼 유행곡선이 쌍봉낙타 모양을 그릴 정도로 개학 이후 다시 대유행을 맞은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독감 유행을 앞두고 늦가을에 접종한 독감 백신의 항체가 봄이 되자 기운을 잃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시점은 11월 16일로, 신종플루가 발생한 2010년(10월 1일) 이후 가장 빨랐다. 최근 5년간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시점은 2015년 1월 22일에서 2017년 12월 1일로 점차 앞당겨졌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독감 백신의 항체가 6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지금 백신을 다시 맞을 것을 권하지 않고 있다. 항체 형성에 2, 3주가 걸리는 데다 두 차례 접종이 과연 효과적인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으며 △증상 발생 후 5일, 해열제 없이 체온 회복 후 48시간까지 등교하지 않는 예방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조유라 기자}
학생의 두발과 복장 자유화가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용모 기준을 담은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두발과 복장에 대한 학생의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긍정적 의미와, 생활지도 혼란을 걱정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는 16일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열어 ‘학생생활 지도를 위해 두발과 복장 등 용모를 학교장이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7호’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항을 토대로 각 학교는 머리 길이 몇 cm, 파마 금지 등 구체적 용모 기준을 정해 왔다. 교육부는 “학생 개성을 존중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며 “용모 관련 교칙은 학생과 교사가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이 연내에 시행령에서 삭제되면 학생 용모에 대해 ‘학교 규정’을 둬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그 대신 학교생활규칙에서 두발이나 화장에 관한 원칙을 정할지 말지, 정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각 학교가 학생, 학부모, 교사와의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용모 근거 조항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에서 “용모 관련 교칙이 있어야 면학 분위기가 유지되고 교권과 학습권이 보호된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서울 송파구의 H중학교에선 ‘학교생활 규정’ 제정안을 놓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이 대립했다. 학생 의견을 대폭 반영한 초안에는 ‘염색, 파마, 입술 색조화장, 옅은 눈 화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올해 초 서울시교육청은 “용모 교칙을 개정할 때 학생 의견을 50%까지 반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굵은 웨이브파마, 레게파마까지 허용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옅은 눈 화장의 기준도 애매하고, ‘얼굴 전체 화장도 허락해 달라’고 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학교 측은 ‘어두운 염색’과 ‘입술 화장’을 허용한다는 내용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삭제한 상태로 확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시행령 근거 규정 폐지에 찬성하는 측은 학생들의 개성을 인정하고, 학교 생활규정도 학생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거치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모에 민감한 학생 시절에는 원치 않는 통제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처럼 머리길이, 색, 화장 등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국가는 별로 없다. 반대 측은 두발과 복장 자율화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학생 생활지도, 면학 분위기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근거 규정’은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의 자기결정권만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학교에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며 “다만 일률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학교 규정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 등 모든 교육 관계자가 공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조유라 기자}
“솔직히 말해서 죄송하지만 여야가 합의해서 교육에서 손을 떼 주십시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작심하고 나온 듯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주최로 하반기 설치할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교육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김 교수를 비롯해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박인현 한국교원총연합회 부회장,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최교진 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정권·초당파적 합의에 따라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설치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당정청은 지난달 12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안을 상반기에 통과시켜 하반기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 나온 전문가들은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계의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송기창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부를 방치하고 또다시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라며 “교육부 등 기존 조직이 잘못된 게 아니라 이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찬성한 전문가들도 위원 구성이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인현 교총 부회장은 “위원들은 정당에 참여한 적이 없도록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총 19명 중 절반 이상인 13명이 대통령과 국회에 의해 임명된다. 교육계의 ‘옥상옥’ 문제는 이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산하에 설치된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는 수시와 정시 비중을 조정하기 위해 3개월간 예산 20억 원을 투입했다. 시민참여단 490명이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사실상 ‘현행 대입제도 유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미 혼란을 경험한 뒤였다. 애초에 교육부가 해야 할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로 미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교육을 생각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현재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지적에 대해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이 정치적이란 이야기에 대해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를 옭아매는 사랑은 집착에 불과하다. 정부와 여당이 교육 발전을 위해 도입하려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정작 교육계에서는 또 다른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말 사랑한다면 때론 놓아주는 용기도 필요한 법이다. 조유라 정책사회부 기자 jyr0101@donga.com}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외에 새로운 교원단체가 생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5일 열린 제4차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교원단체 조직에 필요한 시행령을 제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교원단체 조직과 관련한 조항은 교육기본법 15조에 명시돼 있다. 이 법은 교원단체 조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위임했다. 그러나 교육기본법이 제정된 1997년 12월 이후 관련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법 제정 이전부터 있던 교총이 현재까지 ‘법적으로 인정된 교원단체’의 지위를 독점해 왔다. 교총은 시행령 제정 방침에 “직접 당사자인 교총을 배제한 채 이뤄진 밀실 합의”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교원단체는 교직의 노동직관을 가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문직관을 가진 교총으로 이미 양분돼 있다”며 “교원단체를 분열시켜 교원의 단결력을 저해할 의도라면 즉각 시행령 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수 교원단체 설립을 추진해온 ‘교원단체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더 늦기 전에 복수 교원단체 설립의 단초를 마련한다는 데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새로운학교네트워크와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등이 참여하고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헌법재판소가 11일 ‘중복 지원 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이유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불합격 시 일반고에 진학하기 어려워지면 학생들의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자사고를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선발하도록 한 규정은 합헌으로 결정했다. 고교서열화와 입시경쟁 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자사고에 지원하길 희망하는 중3 학생은 지난해처럼 일반고에도 동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 1명 차이로 동시 선발 ‘합헌’ 헌재는 이날 “평준화 지역 자사고 불합격자는 자기 학교 군에서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고, 통학이 힘든 먼 거리의 비평준화지역 학교에 진학하거나 고등학교 재수를 해야 한다”며 “자사고에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런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중복지원 금지 원칙만 규정하고 자사고 불합격자에 대해 아무런 진학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동시선발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엔 재판관 9명 중 최소 6명이 필요하다. 위헌 의견이 더 많았지만 정족수가 부족해 합헌 결정이 난 것이다. 헌재는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규정한 취지는 일반고와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학생을 먼저 선발하게 한 것”이라며 “하지만 학교 유형 간 학력 격차가 확대돼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규정하는 것의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유지할 경우 우수학생 선점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해 고교서열화 현상을 완화시키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을 신속히 개정하겠다”며 “자사고 폐지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자사고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동시 선발까지 위헌이 나와 자사고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일반고 배정 유불리는 지역 차 과거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전기고는 8∼11월, 일반고인 후기고는 12월 이후에 학생을 선발했다. 전기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해 학교 간 격차가 커진다는 비판에 따라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뽑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2017년 12월 개정했다.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는 것도 금지했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교육청이 배정해주는 정원 미달 일반고나 비평준화 지역 학교에 가게 한 것이다. 이에 자사고 측은 선택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월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같은 해 6월 헌재가 중복지원 금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지난해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다. 11일 헌재 결정으로 올해 중3 학생들의 고입 방식도 달라질 게 없다. 자사고 외고 등 선발은 12월에 진행된다. 자사고 지원자는 1지망으로 자사고, 2지망으로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할 경우 선호되는 일반고에 입학할 가능성은 지역마다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서울은 1지망에서 서울 시내 학교 정원의 20%만 뽑는다. 1지망에서 선호 학교 정원이 마감되는 게 아니므로 자사고 불합격자에게도 큰 불이익이 있진 않다. 반면 전북 전주는 일반고에 1지망으로 지원하는 학생부터 학교 정원의 100%를 채운다. 이에 자사고 불합격자는 일반적으로 학생이 선호하는 일반고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각 시도교육청에서 진행 중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올해 전국에서는 전체 자사고 42곳 중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우선 외견상으로는 자사고, 일반고 동시 선발과 중복 지원 금지 이슈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다. 각 시도교육청들도 11일 헌재 결정 이후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관련해서는 언급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날 헌재의 결정 취지 등에 비춰 보면 교육당국의 향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이번 결정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와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중복 지원 금지 조치가 학생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헌재가 판단한 것 자체가 자사고의 존재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 결정문에서는 동시 선발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이 “사립학교 교육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보장하는 것은 사립학교 제도의 본질적 요체”라고 밝힌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들 재판관은 “자사고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대신에 일반 사립고보다 폭넓은 자율권을 향유하고 학생선발권에 대한 규제도 되도록 받지 않아야 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수 학생 선점과 고교 서열화 완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재판관의 의견은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 원인이라는 교육당국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무료로 고등학교 교육을 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고교 무상교육을 놓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에 불협화음이 나는 이유는 막대한 재원 확보 방안을 둘러싼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고교 무상교육으로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부담해야 할 예산 규모는 연간 약 1조 원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 때도 고교 무상교육이 추진됐지만, 결국 재원 문제로 무산됐다. ○ “재원 조달 방식, 합의 안 됐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사회정책’ 교육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다. 당초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이를 1년 앞당겨 올해 2학기 고3 학생부터 단계적 적용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발표한 ‘고교 무상교육’ 재원조달 방식에 대해 각 시도교육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는 고3 2학기만 무상교육을 하기 때문에 소요 예산이 3856억 원에 그치지만, 2021년 전면 도입 때엔 2조 원이 필요하다. 이날 당정청 회의에서 홍영표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안 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며 “무상교육으로 저소득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이 약 13만 원 인상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생 자녀 1명을 둔 가구당 연평균 158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2020∼2024년 고교 무상교육에 소용되는 예산 중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5%를 제외한 나머지를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인 47.5%씩 내는 방식에 합의했다. 중앙정부가 감당할 47.5%는 ‘증액교부금’으로 지원한다. 부득이한 수요가 발생할 때 국가예산에서 별도로 교부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한 종류다. 고교 전 학년 시행 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66억 원, 지자체가 1019억 원을 조달해야 한다. 당장 올해 고3 무상교육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하루 전인 8일까지만 해도 ‘분담률 30%’를 예상했던 시도교육청은 이 같은 발표에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47.5%라니 당황스럽다”며 “당장 올해 고3 2학기 무상교육 지원도 교육부의 교부금을 받아 실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라니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 ‘누리과정 사태’ 재연되나 교육계 안팎에선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을 두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격돌했던 2016년의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사항인 누리과정 예산 확대의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겨 보육대란이 발생한 것과 유사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최진욱 대변인은 “9일 발표된 고교 무상 교육의 재원조달 방식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합의한 사항이 아니다”며 “법 개정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취학 아동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재정 교부율을 올리면서까지 국가재정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당정청은 고3부터 시행한다고 하지만, 고1부터 하는 게 맞다. 이런 기조라면 유치원 무상교육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각에서는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어 현재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도 고교 무상 교육을 할 여력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목고 역차별’ 논란도 대선 공약을 성급하게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욕이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2025년 이후 들어갈 재원 마련 대책이 없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증액교부금은 임시적으로 1, 2년을 두고 필요할 때 쓰는 방법”이라며 “무상교육에 증액교부금 방식을 택한 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를 감안해 고교 무상 교육을 국정과제 계획보다 1년 더 앞당겼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의 대상에선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 재학생이 배제된다. 해당 학교들은 ‘역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총 6만8000여 명에 이르는 외국어고, 자사고 등 특목고 학생을 전부 배제하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형평성 측면에서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들에게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현재 일반고 학생들이 내는 학비 수준인 50만 원 정도는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조유라·유근형 기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는 전화숙 교수는 강의실을 돌아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이다. “컴퓨터 기반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잖아요. 학생들은 엄청 몰리는데 우리 학과 입학정원은 몇 년째 55명으로 고정돼 있어요. 답답하지만 규제 때문에 방법이 없어요.” 전 교수가 말하는 규제는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도권법)이다. 37년 전 생긴 이 법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학교 등 ‘인구집중 유발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총정원을 늘리지 못하는 건 이 법규정 때문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시대 흐름을 거슬러 계속 축소돼 왔다. 전 교수는 “처음 교수가 됐을 때만 해도 학과 학생들이 90명 정도 됐는데 정부의 연구중심대학 정책에 따라 학부 정원이 줄어들었다”며 “50명대가 된 게 15년쯤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컴퓨터공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급속도로 커졌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도 해가 다르게 늘었다. 현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는 학년별로 주 전공 학생 55명 외에 복수전공 학생 55명, 부전공 학생 55명, 자유전공 학생 30명 등 2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전 교수는 “실제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학생은 이보다 3, 4배 많았는데 규정상 주 전공 학생 수만큼만 복수·부전공 허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학부의 모든 예산과 기자재, 공간과 교수진은 ‘주 전공 정원’을 기준으로 배분된다는 점이다. 55명을 기준으로 책정된 자원을 그 4배에 달하는 인원이 공유하다 보니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하지 못한다. 5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실습실에서는 학생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컴퓨터 한 대를 번갈아 나눠 쓰고 있었다. 실습 컴퓨터가 부족해서다. 최대 60명이 정원인 이론수업은 100명이 듣는다. 학생들이 전공필수과목 수강 신청에 실패해 반발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전 교수는 “수년간 정원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안 된다’뿐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들이 규제에 짓눌리는 동안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고등교육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칭화(淸華)대의 1년 예산은 4조6000억 원으로 우리나라 1년 전체 고등교육예산(10조 원)의 절반에 달한다. 칭화대 컴퓨터과학기술과는 지난해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전 세계 컴퓨터 과학 분야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화중(華中)과학기술대(6위), 저장(浙江)대(9위) 등 다른 중국 대학 11곳도 40위 안에 들었다. 반면 한국은 KAIST가 41위에 겨우 올랐고, 성균관대(72위) 고려대(80위)만이 100위 안에 들었다. 서울대는 116위였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실습실이 정말 부족해요. 주 전공, 복수·부전공, 자유전공 학생까지 합하면 컴퓨터공학부 수업을 듣는 학생이 1000명에 육박하는데, 장비는 주 전공 기준이라 5분의 1도 안 되니까요. 교수님도 부족해서 실습 과목은 조교들이 봐주세요.”(한상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생회장) 4, 5일 서울대를 찾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은 한결같이 대학 정원 규제로 빚어지는 갖가지 학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고 하기엔 너무 열악해 보였다.○ 추락하는 대학 경쟁력 자바를 이용해 카드게임을 만들어 보는 이날 수업에 참석한 학생은 50명. 그러나 컴퓨터는 30대에 불과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실습실 컴퓨터를 놔두고 각자의 노트북을 꺼냈다. 학생들은 “실습실 PC는 2인 1조로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데 안 친한 친구랑 앉으면 신경전이 벌어져 노트북을 쓰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실습실 컴퓨터에는 프로그래밍에 적합한 리눅스 운영체제(OS)가, 개인 노트북에는 윈도가 깔려 있다 보니 학생들의 화면 구동 속도가 제각각이었다. 입학정원 55명에 맞춰 구성된 교수진이 실제 정원의 4배에 이르는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분반을 하게 되고, 그만큼 교수당 강좌수가 늘어났다. 한 교수는 “원래는 9학점 강의를 해야 하는데 12학점을 가르치기도 한다”며 “외부에서 큰 연구과제를 맡으면 수업 감면을 해주도록 돼 있지만 말뿐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학 중 정부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서울대조차 현실이 이랬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수도권 재개발과 신도시 추진을 계속해 나가면서 대학은 인구가 집중된다는 이유로 성장을 막는 건 난센스”라며 “지방대를 살릴 뾰족한 수가 없으니 잘하는 대학까지 발목을 잡아 격차를 줄이려 하는데, 결국 한국의 고등교육 경쟁력은 다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숙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은 “이젠 전 세계 이공계 학회 어딜 가도 중국 학생과 교수들로 채워져 있다”며 “지방과의 형평성에만 안주하기에는 중국과 너무나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 “자율” vs 대학 “통제 벗어날 길 없다” 교육부는 “수도권법이 ‘국민경제 발전과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 규모 신설 및 증설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학에 이런 해석을 적용한 적은 없다”며 “인구가 줄어 지방대들이 망해 가는데 수도권 대학 정원을 풀면 뒷감당을 누가 하느냐”고 말했다. 국가 인재 양성이 중요해도 지방들이 다 들고일어날 일을 할 공무원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정해진 총정원 내에서 학과 간 구조조정을 하는 건 자율”이라며 “주요 대학들이 구조조정은 하지 않고 이름값에 기대 ‘학부 장사’를 하려 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대학이 학원도 아니고 시류에 안 맞는다고 비인기 학과를 다 없앨 순 없지 않냐”고 항변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진짜 인재가 필요한 분야면 정책적으로 키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지방대 타격을 줄이자고 잘하는 대학도 제 살 깎기 하라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 대학을 규제한 만큼 지방대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기조에 따라 등록금이 10년 이상 동결되다 보니 이제는 기본적인 시설 확보나 교원 확충마저 어렵다는 대학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지방의 한 전문대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대학들이 물가상승분에 상응해 등록금을 올릴 수 있지만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 교육부가 법이 보장한 대학들의 재정권을 박탈했다”며 “직업교육이 중요한 전문대에서는 특히 실습이 중요한데 돈이 없어 7, 8년 전 장비로 스케일링 실습을 하는 보건학과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강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공무원들이 이렇게 대학을 규제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며 “한국의 고등교육 예산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인데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될 시간 동안 엄마가 준 용돈은 똑같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어떤 해는 취업률이 중요하다 하고 그다음 해는 창업이 중요하단 식입니다. 평가지표가 매년 바뀌어 정신이 없어요. 그래도 등록금이 동결이라 정부 예산을 받아야만 살 수 있으니…. 교육부 공무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거죠.” 지방대 A 기획처장의 말이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임우선 기자}
“30%라도 넘었으면 했는데 못 넘었네요. 작년에는 그래도 절반 이상 취업했는데…. 지난해 취업률보다 30%나 떨어졌어요.” 3일 서울지역 A특성화고 관계자는 취업률 최종 결과를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매년 전국 특성화고의 최종 취업률은 4월 1일자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특성화고 교사와 졸업생들은 마지막까지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취업할 곳을 찾아 동분서주해왔다. 하지만 잇따르는 안전사고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조기 취업길이 막히고 경기마저 끝없이 추락하면서 ‘취업절벽’을 극복하지 못한 특성화고가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65.1%에 그쳐 전년(74.9%)보다 9.8%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조만간 공개될 올해 취업률은 더욱 충격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수도권 특성화고 교사는 “우리 학교는 취업 명문인데도 취업률이 작년 대비 20%가량 빠졌다”며 “올해 취업률이 발표되면 어마어마한 충격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올해 특성화고 취업률 폭락 전망 올해 수도권 특성화고를 졸업한 강모 씨는 지난해 기업 수십 군데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몇 년 전까지 선배들이 대거 합격한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봐도 채용을 아예 안 하거나 하더라도 고졸은 안 뽑는 기업이 태반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나를 포함해 취업에 실패한 친구 중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도 않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졸업은 했는데 취업도, 대학 진학도 실패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특성화고 졸업생 이모 씨는 “재학생일 때는 선생님이 꾸준히 취업처를 알아보고 면접 지도도 해 주지만 졸업하고 나면 기댈 곳이 없다”며 “사립은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시니 그나마 나은데 공립을 졸업한 학생들은 완전히 취업 알선의 끈이 끊긴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B특성화고 3학년 박모 양은 “중3 때 뉴스에서 ‘특성화고 나오면 취업 잘된다’는 정부 말을 믿고 진학했는데 갑자기 정책도 바뀌고 공중에 붕 뜬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취업 위해 왔는데…” 대입 준비하는 학생들 전례 없는 특성화고의 취업 한파는 학교 현장의 교실 분위기까지 확 바꿔 놓았다. C특성화고 교사 장모 씨는 “올 신학기 확 달라진 교실 공기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일반고로 전학가거나 특성화고에 남더라도 대입을 준비하겠다는 학생이 엄청 늘었어요. 작년 선배들 보니까 안 되겠다 싶은 거죠.” 실제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특성화고를 다니다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777명에 달했다. 서울 특성화고 한 곳의 규모가 통상 6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학교 1곳이 통째로 일반고로 바뀐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도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는 서울마저 전체 70개 특성화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개교가 ‘미달 사태’를 겪었다.○ 동아일보 취업특강서 “취업 의지 다져” 이런 침체된 직업교육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특성화고를 돌며 ‘찾아가는 청년드림 취업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과 함께 특성화고를 방문해 재학생들에게 취업 노하우를 제공하는 연중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 삼일상고에서 개최된 첫 회 특강에 이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여상 대강당에서 열린 강의에서는 한화생명 우리은행 등 우량 기업에 취업한 이 학교 졸업생들이 나와 고3 후배들을 위해 취업 노하우를 들려줬다. 올해 한화생명에 취업한 이선빈 매니저는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한 번씩 온다”며 “그래도 힘을 잃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최다빈 우리은행 행원은 “임원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위주로 질문이 나온다”며 “자신이 쓴 소개서 한 문장 한 문장마다 3, 4개씩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달달 외우라”고 조언했다. 두 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들도 무대에 올라 취업 노하우를 전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차장은 “어떤 소재를 잡아 자기를 소개하든 결론은 우리은행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은 한화생명 인사팀 차장은 “경제·금융 기사를 많이 읽어야 한다”며 “상식은 토론이나 면접에서 드러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여상 3학년 최민주 양은 “선배가 와서 설명해 주니 모든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며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얻게 돼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김재형 기자}
“30%라도 넘었으면 했는데 못 넘었네요. 작년에는 그래도 절반 이상 취업했는데…. 지난해 취업률보다 30%나 떨어졌어요.” 3일 서울 지역 A특성화고 관계자는 취업률 최종 결과를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매년 전국 특성화고의 최종 취업률은 4월 1일자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특성화고 교사와 졸업생들은 마지막까지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취업할 곳을 찾아 동분서주해왔다. 하지만 잇따르는 안전사고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조기취업길이 막히고, 경기마저 끝없이 추락하면서 ‘취업절벽’을 극복하지 못한 특성화고가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65.1%에 그쳐 전년(74.9%)보다 9.8%포인트가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조만간 공개될 올해 취업률은 더욱 충격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수도권 지역 특성화고 교사는 “우리 학교는 취업 명문인데도 취업률이 작년 대비 20%가량 빠졌다”며 “올해 취업률이 발표되면 어마어마한 충격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올해 특성화고 취업률 폭락 전망 올해 수도권 지역 특성화고를 졸업한 강모 씨는 지난해 수십 군데 기업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몇 년 전까지 선배들이 대거 합격한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봐도 채용을 아예 안하거나 하더라도 고졸은 안 뽑는 기업들이 태반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나를 포함해 취업에 실패한 친구들 상당수가 ‘울며 겨자먹기’로 원치도 않는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졸업은 했는데 취업도, 대학 진학도 실패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특성화고 졸업생 이모 씨는 “재학생일 때는 선생님이 꾸준히 취업처를 알아보고 면접 지도도 해 주지만 졸업하고 나면 기댈 곳이 없다”며 “사립은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시니 그나마 나은데 공립을 졸업한 학생들은 완전히 취업 알선의 끈이 끊긴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B특성화고 3학년 박 모양은 “3월 밖에 안됐는데도 너무 불안하고 막막하다”며 “중3 때 뉴스에서 ‘특성화고 나오면 취업 잘 된다’는 정부 말을 믿고 진학했는데 갑자기 정책도 바뀌고 공중에 붕 뜬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했다.● “취업 위해 왔는데…” 대입 준비하는 학생들 전례 없는 특성화고의 취업한파는 학교 현장의 교실 분위기까지 확 바꿔놓았다. C특성화고 교사 장모 씨는 “올 신학기 확 달라진 교실 공기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학진학을 위해 일반고로 전학가거나, 특성화고에 남더라도 대입을 준비하겠다는 학생이 엄청 늘었어요. 작년 선배들 보니까 안 되겠다 싶은 거죠.” 장 씨는 “조기취업이 막히면서 취업은 빨라야 10월에나 가능한데, 수시원서는 9월에 내다보니 분위기 자체가 진학 준비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내놨지만 조기취업을 금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풀지 않으면 특성화고의 존재 의미는 물론 국내 직업교육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특성화고를 다니다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777명에 달했다. 서울 특성화고 한 곳의 규모가 통상 6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학교 1개가 통째로 일반고로 바뀐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도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는 서울마저 전체 70개 특성화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개교가 ‘미달사태’를 겪었다.● 동아일보 취업특강서 “취업 의지 다져” 이런 침체된 직업교육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특성화고를 돌며 ‘찾아가는 청년드림 취업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과 함께 특성화고를 방문해 재학생들에게 취업노하우를 제공하는 연중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 삼일상고에서 개최된 첫 회 특강에 이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여상 대강당에서 열린 강의에서는 한화생명, 우리은행 등 우량 기업에 취업한 이 학교 졸업생들이 나와 고3 후배들을 위해 취업 노하우를 들려줬다. 올해 한화생명에 취업한 이선빈 매니저는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일이 뜻대로 되질 않아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한번씩 온다”며 “그래도 힘을 잃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최다빈 우리은행 행원은 “임원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위주로 질문이 나온다”며 “자신이 쓴 소개서 한 문장 한 문장 마다 3~4개씩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달달 외우라”고 조언했다. 두 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들도 무대에 올라 취업 노하우를 전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차장은 “어떤 소재를 잡아 자기를 소개하든 결론은 우리은행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은 한화생명 인사팀 차장은 “경제·금융 기사를 많이 읽어야 한다”며 “상식은 토론이나 면접에서 드러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여상 3학년 최민주 양은 “선배가 와서 설명해주니 모든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며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얻게 돼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충북 A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는 16학번을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2017년 체육교육과와 음악교육과는 각각 체육학과와 음악학과로 변경됐다. A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평가에 따라 사범대 정원이 156명에서 78명으로 줄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초저출산’이 교육대와 사범대학의 입학정원마저 감소시키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필요한 교사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19∼2020년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평가 시행계획’을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대,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 중 일정 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는 입학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사범대 중 C등급을 받는 학교는 정원의 30%를, D등급은 정원의 50%를 줄여야 한다. E등급 학교는 폐교하게 된다.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대는 교원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감축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교대, 사범대의 역량을 진단하는 교원양성기관 평가는 1998년부터 3년 주기로 시행돼 왔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다. 내년부터 사범대와 교대는 이 계획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올해 감축 폭은 지난 두 번의 평가 때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원양성기관 정원은 3주기 평가 때는 3929명, 4주기 평가 때는 6499명이 줄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원 임용 적체 현상이 심각한 사범대를 중심으로 입학정원 감축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방은 이미 학교 통폐합이 일상화됐다. 서울에서도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내년 2월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폐교된다. 전국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18년 559만 명에서 2022년 505만 명, 2030년에는 449만 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여파로 교사 선발 인원이 줄면서 사범대, 교대 입원 정원도 연쇄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9∼2030년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에서 지난해 4088명이었던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올해 최대 4040명, 2030년 3500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공립 중고교 교사는 지난해 4468명을 선발했으나 2030년에는 3000명 수준으로 크게 줄인다. 2022년에는 초등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15.2명으로 줄어든다. 사범대와 교대의 인기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B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신모 씨(28·여)는 “아는 동생이 사범대 온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며 “교사도 더 이상 미래가 보장된 직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2015년부터 4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높은 경쟁률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0년대 초반까지 교대는 졸업 후 취직이 보장된 학과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2017년 ‘임용절벽’ 사태를 겪으면서 수험생들도 교대 및 사범대가 취직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7년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도 공립초등교사 임용 선발 예정 인원’을 전년보다 708명 줄인 105명으로 발표했다가 임용 시험 준비생의 집단반발을 불렀다. 이후 2015학년도 13.6 대 1에 달했던 서울교대 수시 경쟁률은 2019학년도에는 4.4 대 1로 급락했다. 교육부는 세부적인 평가 지표를 며칠 내로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평가부터는 교육과정의 비중이 50% 내외로 상향된다. 지표에는 장애 학생 선발 및 지원 노력,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 실적, 스마트 교육시설 확보 및 활용 등이 새로 포함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충북 A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는 16학번을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2017년 체육교육과와 음악교육과는 각각 체육학과와 음악학과로 변경됐다. A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평가에 따라 사범대 정원이 156명에서 78명으로 줄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초저출산’이 교육대와 사범대학의 입학정원마저 감소시키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필요한 교사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19~2020년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평가 시행계획’을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대,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 중 일정 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는 입학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사범대 중 C등급을 받는 학교는 정원의 30%를, D등급은 정원의 50%를 줄여야 한다. E등급 학교는 폐교하게 된다.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대는 교원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감축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교대, 사범대의 역량을 진단하는 교원양성기관 평가는 1998년부터 3년 주기로 시행돼 왔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다. 내년부터 사범대와 교대는 이 계획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올해 감축 폭은 지난 두 번의 평가 때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원양성기관 정원은 3주기 평가 때는 3929명, 4주기 평가 때는 6499명이 줄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원 임용 적체 현상이 심각한 사범대를 중심으로 입학정원 감축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방은 이미 학교 통폐합이 일상화됐다. 서울에서도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내년 2월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폐교된다.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2018년 559만 명에서 2022년 505만 명, 2030년에는 449만 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여파로 교사 선발 인원이 줄면서 사범대, 교대 입원 정원도 연쇄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9~2030년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에서 지난해 4088명이었던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올해 최대 4040명, 2030년 3500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공립 중고교 교사는 지난해 4468명을 선발했으나 2030년에는 3000명 수준으로 크게 줄인다. 2022년에는 초등 교사 1인 당 학생 수가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15.2명으로 줄어든다. 사범대, 교대의 인기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B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신모 씨(28·여)는 “아는 동생이 사범대 온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며 “교사도 더 이상 미래가 보장된 직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2015년부터 4년 간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높은 경쟁률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0년대 초반까지 교대는 졸업 후 취직이 보장된 학과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2017년 ‘임용절벽’ 사태를 겪으면서 수험생들도 교대, 사범대가 취직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7년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도 공립초등교사 임용 선발 예정 인원’을 전년보다 708명 줄인 105명으로 발표했다가 임용 시험 준비생의 집단반발을 불렀다. 이후 2015학년도 13.6 대 1에 달했던 서울교대 수시 경쟁률은 2019학년도에는 4.4 대 1로 급락했다. 교육부는 세부적인 평가 지표를 며칠 내로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평가부터는 교육과정의 비중이 50% 내외로 상향된다. 지표에는 장애 학생 선발 및 지원 노력,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 실적, 스마트 교육시설 확보 및 활용 등이 새로 포함된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네요. 우리 아이들은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해서….” 공직생활을 하다 퇴직한 정현철 씨(67)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79회에 걸쳐 총 730만 원을 기부한 동아꿈나무재단의 든든한 후원자다. 정 씨는 어릴 적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중고교를 졸업했다. 그가 19년 동안 틈만 나면 적은 액수라도 기부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정 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어려운 사람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립 34주년을 맞은 동아꿈나무재단은 정 씨와 같은 후원자들의 작은 나눔을 바탕으로 무럭무럭 자라왔다. 재단은 장학금과 교육기관 지원, 청소년 선도, 학술연구비, 신체장애인 지원 사업 등에 기금을 출연한다. 34년간 사회 곳곳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온 것이다. 특히 동아꿈나무재단은 장애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특수학교 중 5개교를 추천받아 학교발전기금으로 연간 2억여 원을 지원한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도 학업 의지가 높은 특수학교 학생들에게는 2005년부터 매년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전국농아인야구대회’에 매년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가량을 후원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만 15세 이상 청각장애인이 참가한다. 동아꿈나무재단은 2002년 농아교육기관인 충주성심학교가 고교 야구부를 창단해 국내 고교 야구대회 첫 출전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후원을 시작했다. 당시 장비와 유니폼이 변변치 않던 충주성심학교 농아인 야구단은 이제 사회인 야구단의 주축이 돼 야구선수를 꿈꾸는 농아인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올해 전국농아인야구대회는 6일 개최된다. 동아꿈나무재단은 1971년 3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농장을 경영하던 현암 오달곤(玄岩 吳達坤) 씨(1985년 작고)가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2020년)이 되면 가난한 영재를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당시로는 큰돈인 100만 원을 일민 김상만(一民 金相万) 동아일보 사장(1994년 작고)에게 희사하면서 첫 삽을 떴다. 여기에 1975년 광고 탄압사태 당시 국민과 애독자가 보내온 성금에 동아일보가 1985년 6월 별도 출연금 3억 원을 합쳐 꿈나무기금으로 기탁하면서 재단이 설립됐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화여대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를 여성사적 관점으로 논의하는 ‘3·1운동, 여성 그리고 이화’ 학술대회를 지난달 15일 열었다. 3·1운동은 각계각층의 여성들을 포함해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참여했던 운동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사학으로 이화학당 학생들도 3·1운동을 포함해 조국의 독립에 헌신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헌신해 왔으나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다”며 학술대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화학당에는 유관순 열사 외에도 20여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었다. 학생들을 비롯해 교사들까지 독립 운동에 투신하면서 3·1운동 이후 이화학당은 일본 경찰의 집중 감시와 통제를 받았다. 이화학당은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결국 1919년 3월 중순 휴교에 들어갔다. 휴교 이후 기숙사를 떠나 서울, 평양, 해외로는 만주, 상하이까지 간 이화학당 학생들은 각지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노예달, 유점선, 신특실은 “나라와 민족을 구하는 일에 남녀 구별이 있을 수 없다”며 1919년 3월 5일 서울에서 시작된 학생연합 시위의 선두에 섰다. 이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인권과 자유, 권리와 책임을 지니고 태어났음을 가르친 이화학당의 교육이념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이화의 학생들은 일제의 잔혹한 고문에도 무릎 꿇지 않았다. 평양에서 3·1운동에 참여한 김애은은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 옥중에서 얼음물에 담그고, 인두로 지지는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그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여자의 몸으로 나라 일을 하다가 죽은들 어찌 한이 되리오”라고 말하며 굳은 독립 의지를 보였다. 충남 아산에 거주하던 이화학당 학생 김복희도 야간 봉화시위를 주도하다가 일본 경찰에 붙잡혀 고초를 겪었다. 이화학당이 배출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해외에서 독립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애라 열사는 서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갓 낳은 아이를 잃기도 했다. 그는 남편이 만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주로 건너가 비밀결사 활동을 지속했다. 이 열사는 비밀문서를 가지고 한국으로 들어오다가 일본 헌병에게 붙잡혀 순국했다. 이화숙, 김원경은 이화학당을 졸업한 뒤 애국부인회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상하이 임시정부를 지원했다. 이번 학회는 분단된 우리나라의 역사적 접근을 넘어 다양한 관점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허라금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원장은 이화인의 독립운동 참여에 대해 “3·1운동에 참여한 이화학당 학생들의 정신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화여대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3·1운동과 이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지난달 4일부터 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21일부터는 이화역사관에서 ‘이화의 독립운동가들’을 주제로 전시를 연다. 또 국가보훈처가 제100주년 3·1절을 맞아 대통령표창 독립유공자로 새로 추서한 이화학당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김복희 열사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알리고 그들에 관한 기록을 보관할 계획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