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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하늘 위의 5성급 호텔’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의 여객기 에어버스 A380을 띄운다. 에어버스는 26일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 있는 에어버스 본사의 항공기 인도센터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 등 1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주문한 A380 여객기 1호기 인도식을 열었다. 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차세대 항공기 아시아나 A380의 도입이 고객서비스 만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나 A380은 그 중심에서 최고의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에어버스 직원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빨간 옷을 입고 비행기 옆 활주로에서 아시아나 로고 모양의 대열로 도열해 A380의 첫 인수를 축하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객실이 2개 층으로 나뉜 복층에 영국 디자인 전문회사가 설계한 ‘아시아나 특별 에디션’의 한층 넓어진 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좌석은 퍼스트 클래스 12석, 비즈니스 클래스 66석, 트래블 클래스 417석으로 구성됐다.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는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83인치로 한층 넓어진 퍼스트 스위트 좌석 입구에는 트윈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해 완벽하게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버튼을 누르면 마치 호텔방 입구처럼 표시등에 ‘방해하지 마세요’란 문구가 뜬다. 또 퍼스트 스위트에는 승객이 누운 2.1m 거리에서도 영화관처럼 시청할 수 있도록 세계 최대 32인치의 고해상도 개인 모니터를 설치했다. 커플 여행객을 위해서는 좌석 앞쪽에 보조의자를 배치해 식사 탁자를 펼쳐놓고 두 명이 마주 보며 식사할 수 있게 했다.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도 통상 1등석에만 적용된 풀 플랫 좌석을 설치해 180도 수평으로 침대형 시트를 펼칠 수 있다. 특히 좌석을 지그재그로 배열해 모든 고객이 옆자리 승객을 방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칵테일 테이블을 좌석 옆에 설치해 노트북컴퓨터나 신문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했고 PC 콘센트와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 포트, 개인 휴대품 보관함 등도 마련했다. 2층 입구 홀 ‘바&라운지’ 주변에는 승객들이 장시간 비행에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 트래블 클래스는 기존 이코노미석보다 좌석 두께를 2.54cm(1인치)가량 얇게 디자인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넓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에 인수한 아시아나 A380 1호기를 다음 달 13일부터 단거리 구간인 나리타(매일)와 홍콩(주 6회) 노선에 투입한다. 7월 말에 2호기를 넘겨받으면 8월 중순부터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노선에도 배치할 예정이다.툴루즈=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속되는 유럽의 경제위기가 결국 정치의 극단화를 불러왔다. 25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존 거대정파인 중도파 그룹이 위축되고 극우와 극좌파 세력이 대거 부상하면서 유럽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반(反)유럽통합과 반이민 정서를 내세운 극우파 정당이 사상 처음으로 제1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는 선거 결과를 두고 “전 유럽 지도자들이 마주할 지각변동”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 회의론(Euroscepticism)이 돌풍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극우 정당의 전면 대두 26일 출구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FN)이 24.95%의 득표율로 중도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과 집권 사회당(PS)을 제치고 1위에 올라 25석을 거머쥐면서 단번에 4대 정당으로 올라섰다. 2009년 선거에서 득표율이 6.3%에 불과했던 FN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1972년 창당 후 처음이다. 마린 르펜 FN 대표는 “프랑스 국민이 더는 외부(유럽연합·EU)의 지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영국 정치사에서 100년 넘게 유지돼 온 보수·노동 양당 체제의 벽을 허무는 이변을 연출했다. UKIP는 약 2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해 23석을 얻으며 5대 정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은 26%, 집권 보수당은 25%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이 득표율 36%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EU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7%로 첫 원내 진출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에서는 극좌파와 극우파가 동시에 선전했다. EU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 여당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신(新)나치를 표방하는 그리스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은 약 10%를 얻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에서도 이민자 반대 및 EU 탈퇴를 외친 정당들이 많은 표를 받았다.○ 요동치는 유럽의 정치 지형 이번 선거에서 극우와 극좌파의 선전은 경제위기에 지친 유권자들이 유럽 통합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양분해 오던 유럽의 정치지형도는 ‘3당 구도’로 재편될 개연성이 커졌다. 유럽의회 내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은 28.5%의 득표율로 가까스로 제1정파를 유지했다. 존재감이 없던 극우·극좌정당 등 반EU 성향 그룹은 총 14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EPP가 의회 내 최대 정파 유지에 성공하면서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60)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의장(2005∼2013년)을 맡기도 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43.09%로 사상 처음으로 상승했다. 투표율은 1979년 첫 직접선거에서 61.99%를 보인 이후 계속 하락해 왔다. 특히 동유럽 국가의 투표율은 평균 32%에 그쳐 향후 EU 가입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박희창 기자}
친러시아계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된 지 3개월 만에 우크라이나에서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25일 치러졌다. 이번 대선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동부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에 따른 유혈사태를 극복하고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시작된 대선은 3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 반도를 제외한 전국 213개 선거구에서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7만5000명의 군인과 경찰을 투표소에 배치해 삼엄한 경비에 나섰다. 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소속 감시단 1000여 명이 전국 투표소에서 참관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는 “이번 대선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한 동부 도네츠크 주와 루간스크 주에서는 34개 선거구 중 20개가 분리주의 민병대에 점거돼 투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무장 분리주의자들은 중앙정부가 파견한 선관위원들을 쫓아내고 컴퓨터 등 장비와 직인을 빼앗는 등 투표를 방해했다. 일부 분리주의자는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들을 폭행하거나 총을 쏘겠다고 경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날 선거가 조기에 마무리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혼란이 6개월째 지속돼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AP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7% 감소했다. 이 기간 우크라이나의 화폐인 흐리브니아화의 가치도 달러 대비 31% 주저앉았다. 25일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못하면 다음 달 15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 3주 동안 동부지역의 유혈충돌이 확산되면서 내전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초콜릿 왕’으로 불리는 재벌기업가 출신 페트로 포로셴코(48)다. 야누코비치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친서방파 빅토르 유셴코 정권에서 외교장관을 지냈던 그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실용주의적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의 대선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로셴코는 러시아의 인정을 받아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바딤 크라모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포로셴코가 당선되면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지방정부의 재정적 자립을 확대할 것”이라며 “그러나 율리야 티모셴코처럼 러시아가 반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는 절충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벌총수 출신으로 노동자들에게 월급 인상을 약속하는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펴온 그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정치권 부패를 일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23일 “러시아군과 무기는 다음 달 8일까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나이지리아에서 여학생 200여 명 집단 납치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20일 연쇄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118명이 숨졌다. 현지 경찰은 나이지리아 중부 조스 시의 버스터미널과 시장이 있는 도심 한복판에서 30분 간격으로 폭탄을 실은 트럭과 미니버스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병원과 은행, 상점 등이 밀집해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으로 주변 일대는 폭발음과 먼지 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국가응급관리기구(NEMA) 책임자인 무함마드 압둘살람은 “폭발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사람들이 더 깔려 있다”며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를 저질렀다고 밝힌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목격자들은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의 상징을 봤다며 보코하람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코하람은 올해에만 테러공격으로 주민 2000여 명을 살해했다. 보코하람은 현재 수감된 조직원들과 지난달 납치한 여학생 인질들을 맞바꾸는 협상을 나이지리아 정부와 진행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코하람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제재 조치를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22일 열리는 15개 안보리 회원국이 지지 의사를 밝히면 보코하람에 대한 자산 동결과 무기 금수, 여행 제한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사고 직후 규탄성명을 내고 “가해자는 사악한 악마”라며 “정부와 국민들은 이 같은 폭력에 굴하지 않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 의회는 보코하람의 공격을 받고 있는 북동지역의 보르노, 요베, 아다마와 등 3개 주(州)에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연장하는 안을 승인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김정안 기자}
“내가 당선되면 3개월 안에 러시아와의 갈등을 해결하겠다.”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이 예상되는 ‘초콜릿 왕’ 페트로 포로셴코 후보(48)가 극단적인 동서갈등을 매듭짓고 우크라이나를 내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13일 전국 6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3개 기관 공동 여론조사에서 포로셴코 후보는 53.2%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2004년 ‘오렌지 혁명’의 주역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에서 옥고를 치렀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53)는 10.1%로 그 뒤를 이었다. 동부 지역에 지지 기반을 둔 세르게이 티기프코 전 부총리(54)는 8.8%로 3위였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1차 선거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다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하지만 포로셴코 후보가 큰 차이로 앞서고 있어 결선투표를 치르지 않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포로셴코가 가장 강력한 적수인 티모셴코와의 결선투표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성공한 기업가이자 외교장관 등을 지낸 포로셴코 후보는 서방과 러시아 중 어느 한편에도 치우치지 않은 ‘실용주의자’이자 ‘협상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동서화해와 경제회복을 이룰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선거 직후 첫 번째 행보로 즉시 방문해야 할 곳은 모스크바도 워싱턴도 아니다”며 “첫 번째 방문지는 동부 도네츠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5년 남부 오데사에서 태어난 그는 키예프국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커피원두를 파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다. 과자업체들을 여럿 인수해 빈니차에서 ‘로셴’그룹을 세우고 동유럽 최대 제과업체로 키웠다. ‘초콜릿 왕’으로 불리는 그는 자동차 조선 방송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개인 재산은 13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로 추산된다. 그는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10여 년간 친유럽, 친러시아 정치 캠프를 모두 경험했다. 친러파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도와 2001년 창당에 참여해 무역경제발전장관을 맡았고 2004년에는 친서방파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을 도와 오렌지혁명을 이끌었다. 2009∼2010년 티모셴코 총리 시절에는 외교장관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를 공개 지지하고 야권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또 3월 크림 반도 사태 당시 정치인 중 유일하게 크림 반도를 찾아가 분리독립 민병대와 협상을 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우크라이나인들은 포로셴코의 당선으로 마이단 시위가 목표했던 정권교체가 완료되길 기대한다”며 “러시아와의 협상을 추진하는 후보의 당선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경 태도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11일 주민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선포한 동부 지역에서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의 반대로 대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란 여배우 레일라 하타미(42)가 18일 레드카펫 행사에서 프랑스식 ‘뺨 키스’를 했다가 고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하타미는 이날 개막식 행사에서 질 자코브 영화제 심사위원장(83)과 만나 양 볼을 차례로 부비며 ‘쪽’ 소리를 내는 서양식 인사를 나눴다. 당시 TV 중계 화면에는 동료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한국 여배우 전도연 씨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이 이란에 공개되면서 하타미가 이란 여성의 순결에 모욕을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프랑스방송인 프랑스24가 19일 보도했다. 호세인 노샤바디 이란 문화차관은 국영방송 IRIB 웹사이트에 “이란 여성은 순결과 순수의 상징”이라면서 “(하타미의) 부적절한 행위는 우리의 종교적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인 이란청년언론인클럽은 키스를 받은 것뿐 아니라 하타미가 자코브 위원장과 손을 잡은 것 역시 이란의 인습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란의 이슬람 율법(샤리아) 해석에 따르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은 가족 이외의 다른 남성과 신체적 접촉을 할 수 없고 외출 시 이슬람 전통복장인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이에 자코브 심사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하타미의 뺨에 입맞춤을 한 것은 한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이란 영화계 전체를 대표해 인사를 전한 것”이라며 “서구에선 일상적인 관습일 뿐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란의 유명한 영화인 가문에서 태어난 하타미는 2012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한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별거’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위스 법원이 19일 프랑스 축구구단 AS모나코의 구단주인 러시아의 거부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 씨(47·사진 오른쪽)에게 45억937만 달러(약 4조6157억 원)의 이혼 위자료를 전처에게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유지되면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이 된다. 제네바 1심법원은 이날 리볼로블레프 구단주에게 전처인 옐레나 씨에게 이혼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법원은 또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는 옐레나 씨에게 딸 안나 양(13)의 양육권도 주었다. 리볼로블레프 구단주는 비료의 원료로 쓰이는 칼리 광산을 통해 한때 세계 79위의 막대한 부를 쌓았다. 현재 재산은 88억 달러로 추정되며 포브스 부호 순위 147위에 올랐다. 옐레나 씨는 2008년 전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60억 달러를 위자료로 요구했다. 당시 포브스는 리볼로블레프 구단주의 재산을 128억 달러로 추정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란 여배우 레일라 하타미(42)가 지난 18일 레드카펫 행사에서 프랑스식 '뺨 키스'를 했다가 고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하타미는 이날 개막식 행사에서 질 자콥 영화제 심사위원장(83)과 만나 양 볼을 차례로 부비며 '쪽' 소리를 내는 서양식 인사를 나눴다. 당시 TV중계 화면에는 동료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한국 여배우 전도연 씨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이 이란에 공개되면서 하타미가 이란 여성의 순결에 모욕을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프랑스24가 19일 보도했다. 호세인 노샤바디 이란 문화차관은 국영방송 IRIB 웹사이트에 "이란 여성은 순결과 순수의 상징"이라면서 "(하타미의) 부적절한 행위는 우리의 종교적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인 이란청년언론인클럽은 키스를 받은 것뿐 아니라 하타미가 자콥 위원장과 손을 잡은 것 역시 이란의 인습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란의 이슬람 율법(샤리아) 해석에 따르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은 가족 이외의 다른 남성과 신체적 접촉을 할 수 없고 외출시 이슬람 전통복장인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이에 질 자콥 심사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하타미의 뺨에 입맞춤을 한 것은 한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이란 영화계 전체를 대표해 인사를 전한 것"이라며 "서구에선 일상적인 관습일 뿐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란의 유명한 영화인 가문에서 태어난 하타미는 2012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한 아슈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별거'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파리=전승훈 특파원raphy@donga.com}
리비아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사진)가 이끄는 무장조직 ‘국민군’이 수도 트리폴리의 의사당을 급습하고 의회의 권한 행사 중단을 선포했다. 장갑차와 대공화기, 로켓포 등으로 무장한 국민군은 18일 리비아 최고 정치기구인 제헌의회(GNC) 의사당 부근에서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으며 이어 내부로 진입해 의회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 리비아 정부는 이슬람계 의원과 정부 관리 20여 명이 납치됐다고 밝혔다. 의사당 급습 이후 트리폴리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등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국민군은 이에 앞서 17일에도 동부 벵가지의 이슬람 무장단체 군사거점을 군용기와 무장헬기 등으로 공격해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141명이 다쳤다. 이번 공격은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킨 시민혁명 이후 가장 큰 무력충돌로 리비아의 정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CNN은 리비아가 내전 위기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군 측이 거사의 명분으로 “이슬람 테러세력으로부터 리비아를 구하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어 무력으로 이슬람 세력 중심의 헌정질서 수립을 막으려는 쿠데타 성격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군 측 모크타르 파르나나 대령은 TV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제헌의회의 중단을 선포한다”며 “60명으로 이뤄진 헌법기초위원회가 의회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국가과도위원회(NTC)에 이어 2012년 7월 GNC가 구성됐으나 이슬람 정파와 비(非)이슬람 민족주의 정파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달 초 이슬람계가 일방적으로 새 총리를 임명하고 신(新)헌정 질서 수립에 나서자 비이슬람계가 무력으로 저지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군을 이끄는 하프타르는 1980년대 전역한 예비역 장군으로 카다피 정권과 관계가 악화된 뒤 미국으로 망명해 20년간 카다피 축출을 목표로 조직을 정비해왔다. 2011년 시민혁명 당시 리비아에 돌아와 카다피 축출에 크게 기여한 뒤 은퇴했다. 그러나 그는 2월 “리비아를 테러세력으로부터 구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정치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에 이어 동부지역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압도적 찬성으로 마무리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분단과 내전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옛 소련 국가들에 마초적 힘을 과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저지할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2월 소치 겨울올림픽 때부터 준비된 듯하다. 러시아의 문화적 우월성을 과시한 화려한 개막식부터, 겨울올림픽의 꽃인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기필코 자국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기까지….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바로 부활하는 ‘러시아의 힘’이었다. 이어 푸틴은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마치기도 전에 계급장을 뗀 러시아 군대를 전격 투입해 크림 반도를 장악했다. 약 500억 달러(약 54조 원)를 들여 치른 소치 올림픽의 메시지가 인류 평화가 아니라 옛 소련의 영광 재현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었다. 서방과의 지정학(地政學)적 체스 게임에서 푸틴의 전략은 늘 일관성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비난하는 적에 대한 ‘모방’과 ‘패러디’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관공서를 점거한 마스크를 쓴 분리주의 시위대는 수도 키예프에서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했던 마이단 광장 시위대의 패러디였다. 푸틴은 정부 청사를 점거했던 마이단 시위를 “서방의 지원을 받은 불법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동남부의 친러 분리·독립 시위는 왜 나쁜 것이냐고 반문한다. 푸틴은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들먹였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코소보 사태 개입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의 구실로 삼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푸틴을 20세기식 낡은 냉전사고에 얽매인 인물로 비난하지만 푸틴이 21세기형 ‘비선형 전쟁’(non-linear war)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전직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답게 그는 한쪽에서는 협상을 제안하면서, 뒤로는 군대를 보내고 지역 민병대를 조직했다. 글로벌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움직이는가 하면 러시아 석유기업에 투자한 BP나 엑손모빌, 바스프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로비를 활용해 서방의 제재를 회피했다. 유럽연합(EU)이나 NATO라는 동맹 블록의 확대를 통해 러시아를 포위하려 했던 서방이 오히려 20세기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는 듯하다. ‘신(新)냉전’ 시대의 전선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푸틴은 ‘포스트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올리가르히’로 상징되는 정경유착 자본주의의 비호자다. 크렘린이 연대하는 국제세력들도 더이상 좌파 일변도가 아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FN)이나 헝가리의 요비크당과 같은 유럽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반EU 정책을 통해, 유럽의 극좌파는 미국의 헤게모니와 싸운다는 명분으로 각각 푸틴과 연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푸틴은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종교적 보수주의자들과도 손을 잡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비선형적’으로 결합한다. 러시아의 자존심 회복을 내건 푸틴의 크림 반도 합병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강대국이 국경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의 9·11테러’로 불리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분단은 북한 급변사태 등 한반도 유사시에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등 서방이 새로운 민족주의 파시즘의 등장에 너무 무기력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 이후 첫 유럽의회 선거가 22∼25일 유럽연합(EU) 28개국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반(反)유로화, 반이민을 내건 극우파 정당의 대거 약진이 예상되는 속에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은행 통합, 저탄소 에너지 정책 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이번 선거는 EU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5년의 유럽의원 의석수는 국가별 인구에 비례해 할당된다. 총 751석 중 인구가 많은 독일이 96명, 프랑스가 74명, 영국과 이탈리아가 각 73명을 차지한다. 인구가 적은 키프로스 몰타 룩셈부르크에서는 6명씩 선출된다. 유럽의회는 EU 28개 회원국의 유권자 5억여 명을 대표하는 의회로 EU 주요 기구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선거로 구성되는 대의기구다. 유럽의회는 과거에는 EU 집행위원회, EU 이사회 등 다른 기구보다 영향력이 약했지만 2009년 리스본 조약 발효를 계기로 입법, 예산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확보했다. 특히 리스본 조약에 따라 회원국 간 협상으로 지명하던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반영해 선출하는 것도 큰 변화다. 1979년 첫 유럽의회 선거 실시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집단 후보가 집행위원장에 오르는 것이다. 유럽의회에서는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 중도좌파 유럽사회당그룹(S&D) 등 7개 범국가적 정치그룹이 유럽 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반영해 왔다. EPP에서는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 S&D에서는 독일 출신인 마르틴 슐츠 현 유럽의회 의장이 집행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다. 15일에는 처음으로 5개 정당그룹을 대표하는 집행위원장 후보들의 TV 토론이 유로비전을 통해 30여 개 유럽 국가에 생중계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슐츠 의장은 EU의 일률적인 예산 삭감 정책이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탈세범 추적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급진좌파 ‘시리자’ 대표는 “EU의 긴축 정책은 그리스의 사회적 비극을 가져온 재앙이었다. 유럽 어떤 곳에서도 다시는 반복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정학적 슈퍼 파워로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를 제지하려는 EU의 우크라이나 사태 외교정책을 놓고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유럽의회 선거는 각국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9년 발생한 유로존 위기로 EU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반EU, 반이민, 반유로화를 내건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 표심이 쏠릴지가 관심거리다. 영국 독립당(UKIP)과 프랑스 국민전선(FN) 등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헝가리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등에서도 극우정당이 유럽의회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싱크탱크 ‘오픈 유럽’은 이번 선거에서 EU의 통합 정책에 반대하는 정파들이 최대 30%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NYT 임기보장 관행 깨고 전격 해고무뚝뚝… 기자 - 경영진과 갈등설… 후임에 배켓 주필… 첫 흑인 국장미국과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와 르몽드에서 첫 여성 편집국장으로 각각 활약했던 두 언론인이 같은 날 자리에서 물러났다. NYT는 사상 첫 흑인 편집국장을 임명하는 파격을 선택했지만 언론계는 여성 국장의 사퇴 배경에 더 관심을 쏟았다. NYT는 2011년 9월 첫 여성 편집국장으로 취임했던 질 에이브럼슨(60)이 2년 8개월 만에 물러나고 후임으로 딘 배켓 주필(57)이 취임한다고 14일 발표했다. NYT 사주 겸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뉴욕타임스컴퍼니 회장은 “여러 측면에서 새 리더십이 편집국을 개선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교체 배경은 물론 전임 국장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NYT는 관행적으로 편집국장의 65세 정년을 보장해 왔으나 에이브럼슨은 5년 일찍, 그것도 갑작스럽게 물러나 미 언론계에 충격을 더했다. 그의 국장 재임 때 NYT의 온라인 콘텐츠 전략은 성공을 거뒀으며 퓰리처상도 8번 수상했다. 또 주요 매체의 ‘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매번 여성 ‘톱10’에 들 정도로 유력 인사였다. 이런 업적에도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두 가지로 모아지고 있다. 무뚝뚝한 성격의 에이브럼슨은 기자와 경영진 양측으로부터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을 자아내며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한 포럼에서 “우리는 ‘부정확성’의 루비콘 강을 건넌 듯하다”고 말하면서 속보경쟁보다는 정확한 보도를 편집국에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포용성이 떨어졌던 그의 리더십에 기자들은 “심하게 밀어붙인다”라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마크 톰슨 최고경영자(CEO)가 지나치게 편집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불편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 유력 주간지인 뉴요커는 이날 ‘그는 해고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NYT의 여성 차별 정책 때문에 그가 물러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그가 수주 전 자신보다 입사가 늦은 (후임 편집국장인) 딘 배켓보다 연봉과 퇴직금이 낮은 것을 두고 변호사까지 고용해 경영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에이브럼슨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자진사퇴하는 모양새도 취하지 않는 등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르몽드 편집국 집단사표에 자진 하차▼기자들 독선적 개혁 스타일 반발… 에디터 7명 사임하자 두 손 들어지난해 3월 르몽드 사상 첫 여성 사장이자 편집국장으로 취임했던 나탈리 누게이레드 씨(46)도 온라인 전략을 두고 편집국과 갈등을 빚다 취임 14개월 만에 사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누게이레드는 14일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경영진과 나에 대한 (편집국의)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공격 때문에 혁신 계획을 추진할 수 없어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 역시 ‘갈등 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문의 온라인 전략 강화로 르몽드의 변신을 추진했던 그는 편집국 기자들과 소통 없이 이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이에 앞서 6일 르몽드 선임 에디터 11명 가운데 7명이 그의 경영 스타일을 문제 삼으며 집단 사임했다. AFP통신은 “누게이레드 사장이 말을 걸기 어려운 사람이었다”는 르몽드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하며 에디터들의 사임 배경이 그의 독선적 스타일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누게이레드는 1991년 프랑스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과 영국 BBC 방송의 체코슬로바키아 특파원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모스크바 지국장을 맡는 등 주로 옛소련과 동유럽 지역 등지의 국제문제 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그는 전임 사장이 갑작스럽게 죽자 지난해 국제부 데스크에서 선임 에디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장 겸 편집국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그는 기자들의 찬반투표에서 79.4%의 지지를 얻었다. 편집국과 갈등을 빚던 사장이 취임 1년 만에 물러난 데다 선임 에디터들의 공백으로 인해 르몽드의 온라인 전략은 물론 안정적인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북한 정부 차원의 반인권 범죄를 인정하고 김정은 정권의 책임을 물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선 촉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은 국가인권위원회, 베를린자유대와 공동으로 13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소냐 비세르코 COI 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베를린 독재청산재단 1층 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유엔 북한 인권 조사 활동성과 및 전망 △해외 체류 탈북자 인권 상황 및 보호 방안 △서독의 동독 인권 문제 대응의 시사점을 주제로 약 6시간 동안 진행됐다. 》 ○ “이제는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설 때”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윤남근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고려대 교수)이 대독한 개회사에서 “COI 보고서에서 주목할 것은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행위가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국제법상 반인도 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을 명시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비세르코 위원은 “유엔이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올려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확정한 COI 보고서는 정치범수용소 폐지, 공개처형 금지 등 북한 인권 상황 개선 권고 268건을 담고 있다. ‘디 차이트’의 마티아스 나스 기자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에 수십 년간 침묵을 지켜온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클라우스 홀란트 베를린자유대 인권대학원장은 “정치범수용소 등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사진 등 정보가 부족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홍성필 연세대 교수(법학)는 “한국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한편으로 달래야 하는 정책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며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로 분리해서 일관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위원장은 “한국에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유엔 보고서가 나와 누구도 이 문제를 부정할 수 없게 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COI 보고서 후속대책 추진과 중국의 변화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ICC에 제소하는 COI 권고는 토론 시간의 이슈로 떠올랐다. 홀란트 교수는 “ICC에 제소하는 유일한 방안은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중국이 반대하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중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국제사회가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르쿠스 뢰닝 전 독일 연방정부 인권특임관은 “중국에는 정치범수용소가 없는 만큼 북한에 정치범수용소라도 없애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아테 루돌프 독일 인권위원장은 “독일은 불법체류자도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하고 생존을 위한 기본의료를 보장한다. 중국은 제네바협약에 따라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멈추고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COI 보고서가 북한 인권 범죄에 대한 ‘네이밍 앤드 셰이밍’(이름 붙이고 창피주기)에 그쳐서는 안 되며 후속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동서독 분단시절의 인권보호 경험을 살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리하르트 슈뢰더 전 동독 인민회의 사민당 원내대표는 “분단시절 서독 정부는 동독 정치범 3만5000명을 돈 주고 사오는 노력을 했다”며 “독재자를 제거할 수 없으면 비즈니스 협상이라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정착에 실패해 제3국으로 다시 망명한 탈북자가 2000명”이라며 “한국의 탈북자 관리 시스템을 되돌아볼 때”라고 진단했다.베를린=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김정안 기자}
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의 분리주의 세력은 11일 치러진 분리독립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의 동서 분열이 가속화하고 25일로 예정된 대선도 반쪽짜리가 될 우려가 커졌다. 투표는 총인구가 650만 명에 이르는 동부 두 지역에서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작해 오후 10시에 끝났다. 이어 2시간 만에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결성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선거관리위원회의 로만 랴긴 위원장은 “유권자 300만 명 중 75%가 투표했고 89.07%가 찬성, 10.19%가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루간스크 주 선관위 알렉산드리 말리힌 씨도 12일 “관내 32개 선거구 중 28개구 선거구 개표 결과 투표율이 81%, 찬성률이 94∼98%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 언론은 이달 초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동부지역 주민 중 분리독립에 찬성한 비율이 30%에 불과했기 때문에 투표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투표를 “러시아에 의해 기획된 범죄적 광대극”이라고 선언했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에서 합법적인 투표는 25일에 있을 대선뿐이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종 개표 결과를 보고 이번 투표에 대한 태도를 정할 것이라고 크렘린궁이 12일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인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친러시아 분리세력이 분리 독립할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11일 강행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네츠크 주 친러 분리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학교 병원 등 1527곳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주민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는 “당신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독립 선포를 지지합니까”라는 질문에 찬반을 묻는 형식이었다. 친러 분리세력은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평상시보다 2시간 긴 14시간 동안 투표소를 열었다. 분리 반대주의자들의 투표 방해에 대비해 투표소 주위에 모래주머니를 쌓아올리고 철조망을 둘러치기도 했다. 민병대원들은 총을 들고 투표소를 지켰다. BBC방송은 “어떤 독립적이거나 국제적 투표감시단이 참관하지 않았다”며 투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웃 루간스크 주에서도 1600여 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도네츠크 주와 루간스크 주의 분리주의 세력은 하루 뒤면 잠정 투표 결과가 집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유권자 명부를 갖추지 못했고 투표 성립을 위한 최소 투표율 규정도 없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날 도네츠크 주의 슬라뱐스크에선 이미 ‘찬성’ 의견이 표시된 부정 투표용지 10만 장을 옮기던 친러 반군세력이 붙잡혔다고 우크라이나 키예프포스트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분리독립 투표는 자멸의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임시대통령은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의 모든 경제와 사회정책, 일상의 삶을 파멸시켜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로만 루아진 도네츠크 주 선관위원장은 “이번 달 안에 러시아와 합병을 묻는 2차 투표를 할 예정”이라며 “25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는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동부 하리코프 주와 남부 오데사 주 등도 잇따라 주민투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동남부 지역 개별 공화국들이 연대해 ‘노보로시야(새 러시아)’ 공화국을 건국하고 정부에 연방제를 제안하든지 아니면 아예 러시아로의 편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무장세력 간 유혈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투표 당일에도 슬라뱐스크에선 정부군과 민병대 간에 교전이 벌어졌다. 이타르타스통신은 분리주의 민병대가 이날 새벽 정부군이 장악한 슬라뱐스크 외곽의 TV 방송 송출탑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도네츠크 주의 한 투표소에선 경찰이 투표하러 가는 주민들을 향해 고무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네츠크 주 제2도시인 마리우폴에서는 9일 군과 친러 무장세력이 경찰청과 시청사에서 무력 충돌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사회도 이번 투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투표는 국제법과 우크라이나 영토주권을 위반하는 행위이므로 미국은 이 불법투표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는 25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이 방해받는다면 러시아를 추가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우크라이나 내전을 막기 위한 결단인가. 서방의 제재에 대비해 시간을 벌기 위한 ‘양치기 소년’ 식 행태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분리 독립 주민투표 연기를 전격 제안하자 해석이 분분하다. 크림 사태 때도 서방이 푸틴에게 뒤통수를 맞았던 터라 백악관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은 푸틴의 진의에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러시아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25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진일보적 조치”라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은 “자국 국민에게 군대를 보내는 정부가 대선을 실시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우크라이나 대선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백악관과 NATO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군의 어떤 변화도 관찰되지 않는다”며 푸틴의 발언을 의심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또 “(우크라이나 동부의) 불법적 주민투표는 연기가 아니라 취소돼야 한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푸틴의 이번 발언이 장기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 3월 총성 한방 울리지 않고 신속하게 합병한 크림 반도와 달리 러시아가 참전해 대규모 인명 살상이 일어난다면 최근 고공 행진하는 푸틴의 국내 지지도가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피해가 큰 전쟁 대신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러시아편에 유리한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조정하거나 러시아 가스를 활용한 ‘당근’과 ‘채찍’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NATO나 EU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대선을 방해한다면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푸틴이 한발 물러선 배경으로 꼽힌다. 푸틴의 이날 발언으로 도네츠크 하리코프 루간스크 주의 분리 독립은 무산될 공산이 있다. 하지만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州)의 친러 시위대는 8일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11일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친러 시위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반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공동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7일 “균형 잡힌 지도자인 푸틴 대통령의 견해를 존중하며 그의 제안을 주민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리 파루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은 “푸틴 발언에 대한 분리주의자들의 반응은 그동안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폭력 사태를 배후에서 조장해 왔다는 것에 대한 역설적 증거”라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설립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나라다. 1831년 조선대목구(조선교구)는 1대 브뤼기에르 주교부터 9대 라리보 주교까지 모두 프랑스 출신 선교사가 교구장을 맡았다. 조선에서 활동한 총 170명의 프랑스 신부 중 25명이 순교했다. 교황 레오 12세에 의해 조선 파견 선교사를 전담했던 파리외방전교회는 ‘순교대학’으로 불렸다. 한국의 103위 성인 중에 파리외방전교회 출신 신부도 10명이 포함됐다. 그로부터 200여 년 후. 한국에 가톨릭을 전파했던 프랑스가 이제는 거꾸로 한국으로부터 성직자를 ‘수입’하고 있다. 프랑스의 신부 수가 매년 급감해 텅 빈 성당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중서부의 유서 깊은 도시인 르망 교구의 보몽본당에서 주임신부를 맡고 있는 이영길 신부가 대표적인 예다. “페르 리, 코망 사 바(잘 지내나요, 이 신부님)?” 돌로 지어진 소박하고 아름다운 성당 앞 광장에서 아기를 안고 지나가던 40대 남성이 이 신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가는 곳마다 아이들을 직접 안아주고, 악수를 나누고, 때로는 사제관 마당에서 한국식 숯불 바비큐 파티까지 열어주는 그에게 현지 신자들은 완전히 매료됐다. 르망 교구는 조선교구 제4대 교구장을 지냈던 장 베르뇌(한국명 장경일·1814∼1866) 주교의 고향이어서 신자들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베르뇌 주교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배론 성지)에서 한국 최초의 신학교를 설립하는 등 10년간 사목활동을 펼치다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한국 순교성인 103위 시성식 이후 엄청나게 성장해온 한국 가톨릭교회에 르망 교구는 꾸준히 성직자 파견을 요청해왔습니다. 올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아시아에서 한국 교회의 존재는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파리 가톨릭대에서 유학한 이 신부는 1989년 당시 안동교구장이었던 두봉 주교의 권유로 프랑스로 오게 됐다. 현재 르망 교구에는 한국 신부가 총 4명으로 늘었다. 이 신부는 주말마다 관내 14개 성당을 돌아다니며 신자들을 만나고 미사를 집전한다. “원래 성당마다 주임신부가 있었는데, 지금은 14개 마을이 합쳐져 하나의 본당이 됐어요. 그만큼 빈 성당이 많죠. 르망 교구에서 지난해 새로 서품 받은 사제는 2명뿐이었는데 돌아가신 신부님은 13명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의 사제 수는 1975년 4만2000명에서 2009년 2만4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1905년 철저한 정교분리법이 실시되고 1968년 혁명 당시 ‘나는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구호가 등장한 이후 종교생활이 철저한 개인의 영역으로 취급되면서 관심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신부가 연평균 3.1%씩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교구당 사제 수품자는 매년 10명이 채 안 되는데, 서울대교구에서는 매년 30∼40명의 사제가 배출돼 로마 교황청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볼 정도다. 한국인 신부의 해외 진출도 늘고 있어 한국 교회는 지난해 해외교포 사목에 173명, 해외 선교에 82명을 파견했다. 이 신부는 한국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올 때마다 보몽성당의 프랑스 신자 가정과 결연을 해주고 있다. 그는 “한국 신자들은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반면에 프랑스 신자들은 은근하면서 깊은 매력이 있다”며 “세계인들이 하느님 안에서 한 백성이라는 가톨릭 정신에 따라 서로 나누다 보면 새로운 종교문화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최근 세월호 사고 이후 수많은 프랑스 신자들이 관심을 표하며 위로의 기도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물질적 성장만 강조해오면서 가족의 소중함, 남을 배려하는 마음, 올바른 것에 대한 판단 등 내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고 의연하게 일어서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이 위기를 새롭게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르망=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5일 나이지리아 10대 여학생 276명을 노예로 내다 팔겠다고 밝힌 이후 소녀 11명을 추가로 납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사회가 뒤늦게 여학생 구출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군인, 법률가, 인질협상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수색지원팀을 보내 납치된 나이지리아 여학생 구출작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가슴이 미어질 듯하고 정말 잔인무도한 범죄”라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보코하람에 대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도 “보코하람의 전리품으로 취급받는 여학생들 구출을 모든 수단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최첨단 레이더를 갖춘 항공기와 함께 해외에서 납치된 자국민 구출작전에 파견됐던 정예 특수부대인 육군 공수특전단(SAS) 또는 해군 특전단(SBS) 요원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미국과 영국 측은 보코하람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나이지리아 북동부 국경 근처 삼바사 숲 인근 지역을 위성이나 항공기를 통해 수색할 예정이다. 보코하람은 지난달 14일 북동부 보르노 주 치보크 시의 여학생 기숙사에서 276명을 납치했다. 이들은 5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소녀들을 노예로 시장에 내다 팔겠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여학생들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이 사건 직후 인근 와라베 마을과 왈라 마을에서도 12∼15세 소녀 11명이 보코하람의 무장괴한들에게 추가로 납치됐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내가 소녀들을 납치했다. 알라의 명령에 따라 소녀들을 시장에 내다 팔겠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의 최고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가우가 지난달 14일 나이지리아 북동부 치보크 시의 학교 기숙사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한 것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5일 AFP통신이 입수한 57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여학생들은 우리의 노예이기 때문에 결혼을 해야 한다. 9세 소녀도, 12세 소녀도 시집을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교들도 공격해 더 많은 여학생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무장괴한들은 시험을 치르고 있는 여학교에 침입해 폭탄을 터뜨리고 총을 쏴 경비원들을 살해한 뒤 여학생들을 자동차에 태워 카메룬 국경 근처의 깊은 숲 속으로 끌고 갔다. 당시 납치당한 여학생들 중 53명은 탈출에 성공했으나 억류된 223명은 유괴범들의 성노예가 되거나 최소 12달러(약 1만2300원)에 차드나 카메룬 등 이웃 국가에 신부로 팔려 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2002년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무함마드 유수프(2009년 사망)가 결성한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의 탈레반’이란 악명을 떨쳤다. 보코는 현지 하우사어로 ‘서양식 비이슬람 교육’을 뜻하고 하람은 아랍어로 ‘죄’라는 뜻이다.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여성들은 집 안에서 아이를 돌봐야지 학교를 다녀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보코하람은 2월에도 학생 50명을 산 채로 불에 태우거나 흉기로 숨지게 하는 등 올해에만 6개의 학교를 공격해 납치와 살인을 저질렀다. 최근 10여 년 동안 관공서 교회 경찰서 정류장 등에서 이 단체의 테러로 희생된 민간인은 1만 명이 넘는다. 여학생들이 납치된 지난달 14일에도 보코하람은 수도 외곽의 버스 정류장에서 폭탄 테러를 저질러 71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 여학생 납치 사건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나도록 정부의 구출 노력에 아무런 진전이 없자 나이지리아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보코하람의 테러에 속수무책인 조너선 굿럭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잔인하고 끔찍한 범죄”라며 “소녀들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나이지리아에 보낼 군대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지원은 주변국들에 보코하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나이지리아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도록 설득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엔 인권이사회가 6일 정치범수용소와 성분제 폐지 등 인권상황을 개선하라는 등 총 268개의 권고를 수록한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북한은 이 권고들 중 반인도적 범죄 사실의 인정 등 83개 권고는 수용을 거부하고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허용 등 185개 권고에 대해서는 올 9월 인권이사회 이전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일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서 83개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UPR 실무회의를 열고 268개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최종 확정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허용과 사형제 폐지, 정치범 수용소 폐쇄, 공개처형 금지, 이산가족 재결합, 외국인 납치문제 해결, 강제 송환 탈북자들 처벌 금지, 인터넷 접근권 보장, 강제노역 금지와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고문방지협약 가입 등 인권 개선 권고를 수록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중 83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히고 나머지 권고에 대한 답변도 올 9월로 미뤘다. UPR는 193개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국가별 인권상황을 점검하는 인권 보호 장치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9월 북한 UPR 실무그룹이 마련한 보고서를 정식 채택할 예정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