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드사가 마음대로 정한 수수료율 어떻게 믿나." 음식점 등 영세상인 중심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정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제대로 된 분석없이 주먹구구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협상력이 부족한 가맹점에게 전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한다. 17일 금융당국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업종·규모별 카드 수수료 원가내역 등을 요청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한차례도 가맹점 수수료 관련 자료를 요청하거나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금융권 수수료 실태조사에 가맹점 수수료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카드업계가 자율적으로 인하해왔기 때문에 미처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카드사들이 알아서 조정하라'고 압박할 뿐 정작 적절한 가맹점 수수료 수준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 확대에만 치중했을 뿐 가맹점주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가맹점들이 수수료율 단체협상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6월부터 가맹점들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했지만 연매출 9600만 원 이하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신설 단체만 카드사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이미 1.6~2.1%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협상의지가 적은데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지금까지 단 한 곳의 협상단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기존 업종별 중앙회나 상인연합회는 직접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 수수료율을 공시하고 있지만 카드업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도 가맹점에게는 불리한 대목이다.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카드사의 수수료율이 높아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맹점이 1개 카드사와 계약을 하더라도 다른 카드도 받을 수 있는 '가맹점 공동이용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들은 수수료율이 낮은 카드사와의 계약을 선호해 카드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지난해 '공동이용제 의무화' 법안을 낸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은 "가맹점이 카드사를 선택해야 시장원리에 따라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시스템 정비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편 신한카드가 이날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로 하자 다른 카드사들도 잇따라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신한카드는 내년부터 중소가맹점 범위를 기존 연매출 1억2000만 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2% 초반 대에서 1.6~1.8%대로 낮추기로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전체 229만 개 가맹점 중 87%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삼성, KB국민, 비씨, 하나SK, 현대, 롯데카드도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내리고 적용 범위를 연 매출 2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신용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내리라’는 금융당국과 중소상인들의 압박에 못 이겨 중소가맹점에 적용하는 요율을 1%대 후반으로 내리기로 했다. 정치권까지 나서 수수료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법제화하기로 해, 카드사들이 어느 선까지 더 밀릴지 주목된다.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 신한 롯데 등 대형 카드사들은 연매출 1억2000만 원 미만인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현행 2.0∼2.15%에서 1%대 후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다음 주에 구체적인 인하 폭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모든 카드사가 한꺼번에 같은 비율로 요율을 내리면 담합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카드사부터 내린 뒤 중소형 카드사가 내리는 식으로 요율을 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네슈퍼, 미장원, 소규모 식당 등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연매출액 1억2000만 원 이상인 가맹점 수수료율과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온 수수료율을 전반적으로 내리는 문제는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소가맹점의 범위가 내년 1월부터 연매출 1억5000만 원 미만인 사업자로 확대돼, 중소가맹점에 새로 편입되는 사업자들은 요율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지난해 4월 전통시장에서 영업하는 중소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내린 적이 있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폭이 이 정도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중소가맹점의 범위를 연 총매출 기준 2억 원으로 확대하고, 이들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이 2%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안했다. 민주당도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1%대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승용 민주당 정책위의장 직무대행은 브리핑을 통해 “전통시장 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1.6∼1.8%)와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2.0∼2.15%)를 ‘영세가맹점’으로 단일화해 수수료를 1.6∼1.8%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리는 한국판 ‘월가 점령 시위’를 앞두고 국내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높은 연봉과 과도한 성과급,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이자 격차에서 나오는 수익)에 의존하는 영업 등 국내 금융권도 월가 못지않은 탐욕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한국판 월가 집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권 고배당과 고액 연봉 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권 배당 줄이고 본업 충실해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금융권은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며 “억대 연봉에 대해서도 스스로 답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융위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금융회사는 160조 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넣어 살린 곳인데, 스스로 잘해서 이익을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실을 모른다면 금융권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유럽발 경기침체가 눈앞에 있는데 주주들에게 배당잔치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어려워지면 또 국민에게 지켜달라고 손을 벌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국민 세금으로 연명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앞으로 예상되는 위기에 대비하는 금융회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국판 월가점령 시위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득권층의 탐욕에 대한 시위가 금융권을 대상으로 일어난 대목에 주목해 한국 금융의 내부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은행들을 겨냥해 “본업을 똑바로 하라”고 경고했다. 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도 “건전한 가계대출 구조를 만드는 것은 CEO의 책임”이라며 “이를 못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은행, 예대마진으로 임직원 배 불려” 한국의 금융회사들도 월가의 투자은행처럼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지만 대주주의 고배당과 임원들의 고액 연봉 지급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연합회는 13일 “2008년 직원 5000명 이상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이 5.2%에 달했지만 은행들은 최근 3년간 임금을 동결하거나 반납했다”며 “임금 수준도 작년 4대 시중은행이 평균 5575만 원으로, 시가총액 기준 5대 대기업 평균인 7648만 원의 72.9%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4대 증권사 평균 6831만 원, 3대 생보사 5617만 원보다 적은 수준이라는 것. 예대마진에 대해서는 “국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마진이 2009년 2.44%에서 올해 2분기 2.08%로 떨어졌다”며 “작년 기준으로 프랑스나 미국, 독일보다 낮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기관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은행은 생산성과 경쟁력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금융권의 역할과 처우에 대해 사회적으로 재합의가 있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집회가 금융권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 금융사 CEO의 천문학적 연봉에 비하면 한국은 턱없이 작은 수준”이라며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에도 잘 버텨온 만큼 무조건적인 비판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다시 결혼의 계절이 돌아왔다. 주말마다 이어지는 결혼식 때문에 불평하는 사람도 많지만 결혼을 직접 준비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결혼식 당일뿐만 아니라 신혼여행, 혼수, 예물, 웨딩촬영 등 예비 신랑, 신부가 신경 써야 할 항목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평소에는 생각도 못할 목돈이 들어가다 보니 고민도 따른다. 비용을 아끼려면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시간여유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이럴 때 신용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혜택을 미리 챙겨두면 알뜰한 결혼 준비에 도움이 된다. 예비부부들을 위한 웨딩 특화카드는 물론 웨딩 관련 업체들과 제휴해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만 잘 써도 결혼 전부터 똑소리 나는 신랑, 신부로 사랑받을 수 있다.○카드사 잘 고르면 웨딩비용 할인 카드사들은 직접 웨딩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고 웨딩업체와 제휴해 가격 할인 등 회원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온라인 웨딩사이트 ‘올 댓 웨딩’(allthat.shinhancard.com)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아이웨딩, 오케이웨딩, 본웨딩 등 유명 업체가 입점해 있으며 제휴 웨딩업체를 이용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진, 드레스, 헤어, 메이크업 등이 포함된 오케이웨딩 패키지를 이용하면 정상 가격보다 최고 63만 원을 깎아준다. 또 본웨딩에서는 신한카드 고객만을 위한 특별 웨딩 패키지를 마련해두고 있으며 결제금액의 1%를 캐시백 해준다.이 외에도 신한카드는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웨딩서비스 결제 때 한도를 최대 2000만 원까지 높여주고 한도와 상관없이 한 달에 한 번 500만 원까지 일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본웨딩과 제휴해 올해 말까지 신한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본웨딩 패키지를 20만 원 할인해 주고 웨딩패키지 계약 때 갤러리 액자와 양가 혼주 사진 촬영권을 무료로 제공한다.삼성카드에서 제공하는 ‘삼성카드 웨딩’은 회원들에게 일대일 상담을 통해 상견례부터 결혼식, 피로연, 혼수준비, 신혼여행까지 전문 플래너가 도와주는 토털 웨딩 서비스를 해준다. 제휴 웨딩홀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며 연회 및 부대비용 추가 할인, 웨딩패키지 최대 20% 할인, 청첩장 최고 55% 할인 등도 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 웨딩(wedding.samsungcard.com) 또는 전화(02-549-3441)로 문의하면 된다.롯데카드는 ‘롯데카드 웨딩클럽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한 고객에게 1년간 이용금액의 최대 1%를 롯데상품권 카드로 돌려주며 롯데카드 여행서비스 우대혜택 등 각종 결혼 관련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신혼여행을 고려해 해외매출을 포함한 전 가맹점 이용 금액을 모두 합산해 상품권카드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웨딩 멤버스 9개월 이내 가입자 중 롯데 신용카드 개인 회원 누구나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배우자 및 가족 3인까지 추가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품권 제공 실적을 합산할 수 있다.○웨딩 특화카드에 혼수용품 할인까지하나SK카드의 ‘We카드’를 이용하면 최대 130만 원의 결혼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SK웨딩컨설팅업체인 OK웨딩클럽 웨딩패키지를 이용하면 70만 원까지 깎아주고 SK에서 운영하는 웨딩홀인 ‘오펠리스’에서 결혼식을 올릴 경우 OK캐시백 최대 60만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하나SK카드는 올해 말까지 ‘웨딩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나SK카드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하고 이벤트 기간 내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모바일 청첩장과 웨딩 사진 동영상 제작, 고급 웨딩카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현대카드의 ‘하이마트-현대카드M’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인기가 높다. 하이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5% 할인과 더불어 5%포인트 적립까지 해준다. 단 5% 할인 혜택은 하이마트에서 구매하는 연간 최대 100만 원까지 적용되고 전월 실적이 20만 원을 넘어야 한다. 이 밖에도 CJ웨딩 서비스 이용 때 최고 25% 할인, 포토블루 웨딩 50% 할인 촬영권 지급, 현대카드 프리비아(PRIVIA) 여행몰 해외패키지 최대 5%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KB국민카드는 혼수를 마련하는 예비부부를 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31일까지 하이마트에서 1000만 원 이상 결제하면 50만 원을 캐시백 해주는 등 건별 이용 금액에 따라 고객별로 한 번씩 돈을 돌려준다. LG베스트샵에서 31일까지 KB국민카드로 특정 행사제품을 구매하면 최대 50만 원 캐시백을 해준다.비씨카드도 본웨딩컨설팅과 업무 제휴하고 웨딩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본웨딩컨설팅이 제공하는 웨딩패키지 상품(사진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본식 사진) 중 2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중도금 및 잔금 결제 때 20만 원을 깎아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5만∼6만 원어치 휴대전화 요금이 밀렸는데 신용등급에 영향 있나요?” “대출받으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조회기록 때문에 신용등급 떨어지면 어쩌죠?”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신용등급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평소에 이런 궁금증이나 불안감이 생길 만하다. 최근 신용정보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개인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이 평가기준을 공시했다. 신평사들의 평가기준을 잘 살펴두면 신용등급을 요령 있게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4일부터 평가기준 변경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개인신용등급 평가기준을 변경해 4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10만 원 미만 연체금액은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는다. 또 본인뿐만 아니라 금융회사가 고객의 신용등급을 조회한다 해도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신평사인 KCB는 예전부터 신용정보 조회기록이나 10만 원 미만 금액 연체를 평가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카드 발급이나 대출 신청 때 신용정보 조회를 했다는 이유로 등급이 떨어진 일부 서민은 신용등급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올라간다면 기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신평사마다 평가항목 비중이나 확보한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등급이 다소 차이가 나기도 한다. KCB는 대출금 등 채무수준이 35% 반영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연체정보를 40.8% 반영해 평가항목 중 비중이 가장 높다. KCB 관계자는 “회사별로 기준이 달라 개인별로 1, 2등급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한도 채워 쓰다 보면 등급 떨어져 신평사들이 사용하는 평가항목은 크게 연체정보, 채무수준, 신용거래기간, 신용거래종류 등 4가지다. 이 중 일반적으로 연체정보와 기존에 빌린 채무수준이 평가에 크게 작용한다. 항목별로 보면 일반적으로 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에서는 10만 원 이상 금액을 5영업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준다. 통신비나 외상거래 등 비금융기관에서 연체했을 때는 10만 원 이상이면서 3개월 이상 연체했을 때만 반영한다. 연체기간이 길어질수록, 연체금액이 많을수록 더 나쁘게 작용한다. 연체 후 돈을 갚는다고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곧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올라간다. 연체하지 않더라도 빚진 금액이 많아지면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높게 평가된다. 금리 수준이 높은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만큼 신용등급에 좋지 않다. 만약 단기간 내에 대출 및 신규 카드 발급이 갑자기 늘어난다면 신용평점이 크게 낮아진다. 또 신용카드는 장기간(약 6개월)에 걸쳐 카드사로부터 부여받은 이용한도를 거의 다 사용하다 보면 자칫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반면 신용거래가 아예 없는 소비자는 신평사가 신용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해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이처럼 작은 위험 요소에도 등급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체크 또는 신용카드 등을 꾸준하게 장기간 사용하는 편이 낫다. KCB 홈페이지(www.koreacb.com) 내 CB 자료실과 나이스신용평가정보 홈페이지(www.nicecredit.com)의 신용등급체계 공시란을 보면 회사별로 자세한 평가기준과 유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1만 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더는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결제 3건 중 1건이 1만 원 이하 소액일 만큼 소액 카드결제가 일반화된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중소 영세상인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해 준다는 취지로 소액 카드결제 거부 허용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가 시민들로부터 역풍을 맞은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2일 “1만 원 이하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의원입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위가 나서 개정안을 따로 마련하지는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관계자는 “7일 국정감사 때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소액결제 의무수납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것을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말한 것은 소신을 밝힌 것일 뿐 정부가 이 사안을 주도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세수 감소를 우려한 국세청도 부정적인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 측은 중소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와 관련해 “카드업계가 자율적으로 수수료 수준을 낮추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음식업중앙회는 “자체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음식점 업주들이 소액 카드결제 거부를 허용하는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18일 ‘범외식인 10만 명 결의대회’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상인들은 현재 2.7%에 이르는 카드수수료를 대형마트 수준인 1.5%까지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카드사마다 수천억 원씩 이익을 내는 마당에 서민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100만 명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측은 “수수료율을 인하하지 않으면 장외 궐기대회와 헌법소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결제금액이 적으면 카드사 수익이 줄고 자칫 역마진까지 나올 수 있다며 수수료율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카드사는 전체 수수료 중 결제대행사(VAN) 이용료 등 고정비용을 빼면 남는 수익이 얼마 안 되는데 수수료율까지 낮추면 역마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12일 정오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한 분식집에는 점심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손님 대부분은 카드로 음식값을 지불했다. 혼자나 둘이서 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음식값이 1만원을 넘지 않았지만 스스럼없이 카드를 내밀었다. 분식집 사장은 "1만 원 이하는 카드결제가 안된다고 하면 손님들이 가만히 있겠냐"라며 "정부가 나서서 화살을 상인들한테 돌리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금융당국이 1만 원 이하 소액에 대해 신용카드 결제 거부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상인들마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손님과 싸움 붙일 일 있냐"는 것이다. 음식업중앙회는 "자체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음식점 업주들이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18일 '범외식인 10만 명 결의대회'에서 소액 카드결제 거부를 허용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와 다툼이 뻔한 데다 경쟁 가게에 고객을 뺏길 우려도 있어 섣불리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법 개정 추진은 업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46)도 "카드 수수료 인하는 안 해주고 괜히 소비자와 상인들 간 감정싸움을 부추기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달갑지 않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법안 개정 철회에 찬성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네티즌)은 "카드 쓰면 소득공제 해준다며 장려하더니 이제 와서 소액 결제는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윤재성 씨(29)는 "카드 한 장이면 다 되는 스마트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상인들은 현재 2.7%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를 대형마트 수준인 1.5%까지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카드사들마다 수천억 원씩 이익을 내는 마당에 서민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측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의 대표적 독소 조항인 '카드결제 거부 시 처벌 가능' 조항이 남아있는 한 카드사의 우월적 지위는 변함이 없다"며 "수수료율을 인하하지 않으면 장외 궐기대회와 헌법소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결제금액이 작으면 카드사 수익이 줄고, 자칫 역마진까지 나올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카드사는 전체 수수료 중 결제대행사(VAN) 이용료 등 고정비용을 빼면 1만원 이하 소액의 경우 역마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의 1대 주주로 올라선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 의결권 행사 등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은행업계에서 국민연금의 지배력이 얼마나 강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 외국계 주주들의 무리한 요구를 견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겠지만 경영권에 과도하게 간섭한다면 관치금융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권리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은 금융지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의 필요성에 대해 “특히 은행들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경영진이 주인의식을 갖고 경영을 하도록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적인 투자자가 감시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더구나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면서 벌써부터 경영진이나 임직원들이 과도하게 성과급을 나눠 가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경영진이 경영을 잘해서라기보다 현대건설 매각이나 예대마진 등으로 이익을 낸 것인데 경영진과 직원들이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4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한 대기업 견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주주권행사위원회’로 개편하는 등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되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복지부의 방침과 관계없이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평가된 주식 매입을 늘리면서 2009년 주식투자로 5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작년에도 20%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등 적잖은 이익을 거뒀다. 주주권 행사로 기업 가치를 올리면 주식투자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의 판단이다.○ 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찬반 팽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많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금융주는 수익의 해외 유출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지분 확대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주가 금융위기 재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요즘 저평가돼 있지만 향후 상승세를 보이면 국민연금에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압력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런 부정적인 사례는 극히 적을 것”이라며 “국민연금 내 의결권 행사 관련 조직을 독립시키는 등의 방안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며 “복지부가 국내 금융산업의 최대 의사결정권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국민연금을 정부로부터 확실하게 독립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지주사들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개별 회사의 경영권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기업의 미래성장동력 훼손 같은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투자기업의 경영 방향 등이 옳다고 판단될 때만 투자자로서 참여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이익을 보장하고 해당 산업의 자율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지방은행들의 변신이 눈부시다. 올해는 지방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 원년으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금융지주사로 탈바꿈했다. 특히 지방은행의 양대 산맥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BS금융지주, DGB금융지주를 출범시키면서 이제 지방 대표 금융지주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올해 3월 먼저 지주사로 전환한 BS금융지주가 자산이나 실적 면에서 조금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등 추가적인 계열사 인수에 따라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특히 두 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것이 경남은행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누가 경남은행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크게 달라진다. 지방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느냐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방 금융지주는 카드사나 증권사 등 시너지를 내는 계열사가 없거나 미흡한 상태라서 당장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주사 설립 이후 실적 좋아진 BS금융 BS금융지주는 출범 이후 자회사의 영업성장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225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특히 은행 부문 당기순이익은 106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가 늘어났다. 자회사로서 BS투자증권과 BS캐피탈을 보유한 것도 대구은행에 비해 강점으로 작용한다. BS금융지주 관계자는 “증권사 등 계열사들이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에는 은행 소속이었던 부산은행 경제연구소를 금융지주사 산하로 격상시켜 ‘BS경제연구소’를 만들었다. BS경제연구소는 앞으로 은행 업무와 관련된 연구뿐만 아니라 그룹 내 경영 현안 및 지역경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또 BS금융지주는 증권사 및 캐피털과 은행 간 연계영업을 강화해 개인영업 부문에서 시너지를 만들어 갈 방침이다. 지주사 출범 당시부터 추진하던 저축은행 인수에도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은 9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아닌 부산지역 내 우량한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BS금융지주 측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지역 내에서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고객을 껴안겠다는 생각이다.○ 계열사 인수에 힘 쏟는 DGB금융 대구은행은 부산은행에 이어 지방은행 중에는 두 번째로 5월 DGB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아직까지는 계열사가 대구은행 이외에 대구신용정보, 카드넷 2곳밖에 없어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캐피털 등 계열사 인수에 힘을 쏟고 있다. 4일 메트로아시아캐피탈과 주식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캐피털 인수를 통해 지역 내 지역병원 등 중소기업의 리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과 캐피털의 시너지를 통해 종합 서민금융기관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또 캐피털 인수와 별도로 수도권과 대구 경북 지역에 추가로 영업점을 신설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향후 대구 경북 지역에서 기반이 안정되면 동남권의 경남 창원 등 공단지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캐피털 인수와 은행의 공단지역 진출이 함께 이뤄진다면 기업금융과 공장의 중장비기계 리스 영업 같은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글로벌 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올 상반기 26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기존 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A1등급을 받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은행 중에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올랐다. 》○ 아시아 아프리카 토대로 성장세 유지 SCB의 성과는 홍콩과 인도, 아프리카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집중된 영업기반 덕분이다.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이미 150여 년 전 홍콩과 인도에 진출했고 아프리카 여러 곳에서도 영업하고 있다. 티춘홍 동북아 자본시장 지역헤드는 “SCB 전체 수익의 90% 이상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 나온다”며 “20년 뒤에는 중국과 인도가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콩이 중국 위안화 역외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한국과 홍콩에서 중국 무역을 하는 기업들을 위한 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SCB 본점 1층 영업점에 들어서면 SCB가 신흥시장에 주력하는 분위기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숫자 ‘8’ 모양의 박스는 ‘8분 약속’ 프로그램을 상징한다. 영업점을 찾은 고객이 대기표를 뽑고 8분 안에 업무를 마치지 못하면 은행이 고객 1명당 1홍콩달러를 기부하는 제도다. 대니얼 차우 지점장은 “8분 안에 응대를 끝내는 사례가 90%에 이른다”며 “홍콩 내에서 우리 은행만 하고 있는 고객 약속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1859년 홍콩에 진출한 SCB는 이러한 고객 서비스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수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5%나 급증했다. 이뿐만 아니라 SCB는 3대 화폐 발행은행으로서 홍콩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에서 고전 중이지만 철수 계획 없어 SCB는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지만 홍콩 등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성과주의 도입에 반발한 노조가 총파업을 하는 등 노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만난 SCB 주요 임원들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벤저민 홍피쳉 홍콩SCB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지난 10년간 SCB가 가장 많은 돈을 쏟아 부은 시장”이라며 “이는 한국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C제일은행 출신으로 동북아 글로벌 마켓을 맡고 있는 김진겸 총괄헤드는 “SC제일은행이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에서 성공해야만 SCB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홍피쳉 CEO는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과 관련해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연말까지 통화 및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아시아 시장은 낮은 실업률 등 경제 기초여건이 괜찮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은 1998년, 2008년 두 차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3000억 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도 이번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은 대외 교역의존도가 높아 외부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현재로서는 외화 유출을 통제하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홍콩·싱가포르=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처음부터 자산 1조 원이 넘는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수준’에 맞지 않았죠. 서울에 있는 대형 저축은행도 자산 7000억 원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저축은행들이 욕심만 앞세워 잘 알지도 못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무작정 뛰어든 게 화를 부른 겁니다.” 이정일 대명저축은행장(73)은 상호신용금고법(현 상호저축은행법)이 제정된 1972년 대명상호신용금고로 첫 영업을 시작한 이래 39년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켜온 업계 최장수 CEO다. 출범 당시 300여 개에 이르던 상호신용금고 CEO 중 유일하게 현역으로 남아 있다. 》 지난달 29일 충북 제천시 본점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최근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관련해 “금융업은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는데, 너무 과했다”고 말했다.○ 지역밀착 영업으로 생존 제천 본점과 충주 지점을 둔 대명저축은행은 6월 말 기준 자산 1200억 원의 소형 저축은행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7.94%, 고정이하여신비율 6.46%로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 영업을 시작한 이후 외환위기와 최근 저축은행의 PF 부실사태를 겪었지만 단 한 차례의 적자도 내지 않았다. 2000년대 초중반 상당수 저축은행이 앞다퉈 PF사업에 치중할 때 이 저축은행장은 PF사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당시 PF사업은 연 20%에 가까운 고수익을 냈지만 생소한 분야인 데다 연고가 없는 다른 지역 사업장에 예금자들의 돈을 무작정 맡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대신 규모는 작지만 제천지역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집중했다. 그는 “나 역시 제천 토박이로 이 동네에서 스무 살 넘은 사람은 누군지 다 알 정도”라며 “지역 사람은 물론이고 기업들까지 꿰뚫고 대출해 주니 부실해질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국내 경기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신용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작년 말 대비 올해 상반기 소액신용대출 잔액도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출 규모가 커 부실이 나면 충당금 부담이 큰 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을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그는 “직원들도 이 지역 사람이다 보니 고객 집안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신용등급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알다 보니 신용대출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덩치만 키운 게 잘못 그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저축은행들이 각자 지역을 벗어나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부실로 이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형 저축은행들은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규모를 늘렸다.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어난 예금자보호한도도 저축은행의 자산을 늘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그는 “수신금리를 조금만 높여도 예금이 몰려들기 마련”이라며 “수신을 끌어다 수익률 높은 PF에 몰아넣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자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금을 늘린 행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미뤄온 금융당국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외환위기 여파로 부실해진 상호신용금고가 대거 무너졌는데 그때 제대로 정리했으면 지금처럼 서민에게까지 피해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대형 저축은행에 부실 저축은행을 떠넘기면서 다른 권역의 지점 개설까지 허용해준 것은 부실의 씨앗을 심은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 저축은행장은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저축은행 업계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 스스로 몸집을 줄여야만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대출을 취급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최근 급격히 늘어난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와 경쟁하려면 저축은행에도 비과세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제천=김철중 기자 tnf@donga.com}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일주일여 전인 9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50대 아주머니는 같은 건물에 있는 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영업점을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번갈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그는 “저축은행에 맡겨둔 예금이 만기가 돼 은행에 맡기려니 금리가 2%나 차이 난다”며 “주식도 모르고 은행 이자만 바라보고 사는데 은행에 두자니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주저했다. 그는 잠시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 가서 매달 이자를 이만큼 받느냐”며 설득했고 결국 저축은행 예금을 찾지 않고 다시 예치하기로 결정했다. 18일 다행히 이 저축은행은 영업정지의 칼날을 간신히 피하긴 했다. 이 아주머니처럼 다른 예금자들도 저축은행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이후 예금 인출 사태가 있었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23일에는 전날 가지급금을 돌려받은 고객들이 다시 다른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전체 저축은행 예금이 증가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고객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저축은행 업계는 안도함과 동시에 ‘그럴 줄 알았다’는 자신감까지 내비치는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하면 업계 평균 금리가 여전히 1% 이상”이라며 “한번 저축은행에 돈 맡겨봤으면 다른 데 못 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 한 푼의 이자라도 아쉬운 고객들은 저축은행을 쉽사리 버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부실경영으로 빚어진 고객 피해를 눈으로 보고도 자기반성 없이 예금자들의 복귀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업계의 모습은 씁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언제까지 5000만 원인 예금자보호한도를 내세우며 무책임하게 예금을 끌어모을 것인가”라며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젠 고객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예금금리 높게 주면 순식간에 달려들던 예금자들이 이제 ‘회사가 위험하니 무리하게 예금 끌어모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영업정지 사태 이후에도 진정 서민들을 위한 금융회사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영영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절실한 때이다.김철중 경제부 기자 tnf@donga.com}
직장인 임모 씨(29·여)는 25일 오전 카드사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카드사 직원은 다짜고짜 임 씨에게 “고객님의 카드 정보가 해킹돼 해외로 유출된 것 같으니 카드를 재발급 받으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시쯤 캐나다에서 임 씨의 카드로 물품을 구입했다는 거래 요청이 들어왔고 이를 의심쩍게 여긴 모니터링 직원이 승인을 거절한 뒤 카드사가 임 씨에게 알린 것. 임 씨는 “분실이나 도난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카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어이없다”며 “재발급 받으려면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또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안해했다.○ CVC번호-유효기간 등 해커 손에 최근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위조된 신용카드가 해외에서 사용돼 피해를 보는 사례도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이성남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총 20개 은행 및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가 위조돼 해외에서 사용된 건수가 2009년 3165건에서 지난해 1만1634건으로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피해 금액도 같은 기간 53억2000만 원에서 103억6000만 원으로 2배가량으로 늘었다. 고객이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해 신고하지 않은 사례를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업계에선 위조 신용카드의 해외 사용은 대부분 ‘POS(Point Of Sale) 단말기’가 해킹당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음식점이나 대형마트에 설치된 POS 단말기는 전국에 20여만 대가 보급돼 있다. 해커들은 국내 가맹점 단말기에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놓고 POS 단말기에 저장된 카드 정보를 빼내는 수법을 활용한다. 고객이 카드로 결제하는 순간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번호 등이 곧바로 해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이다. 범죄조직이 이 정보를 넘겨받아 위조 카드를 만든 뒤 세계 각지에서 사용한다. 국내에선 2009년부터 POS 단말기가 해킹당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 4월에도 POS 단말기에서 빼낸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정보를 외국 해커에게서 구입한 뒤 신용카드 100여 장을 위조해 3억여 원어치를 사용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카드사-당국, 책임 떠넘기기 급급 금감원은 작년 두 차례에 걸쳐 POS 단말기 보안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피해가 이어져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POS 단말기 해킹을 방지하는 ‘표준보안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에 나섰지만 현재 전국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단말기는 45%에 불과하다. 아직도 절반이 넘는 POS 단말기에서는 카드 정보가 그대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이를 설치하지 않은 가맹점에 대해선 올해 1월부터 거래 승인을 해주지 않기로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도 5180여 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고객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느라 바쁘다. 금감원 측은 “해킹으로 카드가 위조돼도 결국 카드사가 피해액을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나서서 해결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카드사들은 “보안 프로그램 보급은 결제대행사(VAN)가 할 일로 우리가 나설 수 없다”며 “무리하게 추진하면 가맹점주들이 반발한다”고 말했다. 이성남 의원은 “카드 정보 유출은 곧바로 위조로 이어질 수 있어 신상 정보 유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며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이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POS(Point Of Sale) 단말기 ::음식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신용카드 결제기능이 들어 있어 결제대행사(VAN)와 결제 및 승인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때 하드디스크에 고객의 주요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한다. }
18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서 거액의 예금이 빠져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초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퇴출 사실이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8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 2주일간인 이달 5∼16일 총 2883억 원이 인출됐다.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하면 인출액이 1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퇴출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 이전부터 영업정지된 곳뿐만 아니라 전체 저축은행 예금이 감소했기 때문에 인출액이 늘어난 것이지, 사전 영업정지 정보 입수에 따른 불법 인출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예금 인출 8월부터 크게 늘어동아일보가 6∼9일 전국 78개 저축은행의 인출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이미 8월에 저축은행 전체에서 인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었다. ▶본보 14일자 A1·B1면 참조78개 저축은행의 8월 총인출액은 3조5522억 원으로 7월 2조8013억 원보다 7000억 원(27%) 이상 늘었다. 8월 신규 수신액이 3조7629억 원에 이르러 순유출과 월말 잔액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미 대량 인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저축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묻지 마’식 수신 확대에 나서면서 대량 인출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수면 아래로 잠겨 있었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는 영업정지 대상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퇴출 관련 정보 유출에 의한 인출이 아니라 단순한 불안감에 따른 인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다만 일각에서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임직원 등 내부자가 정보를 흘려 예금 일부가 불법적으로 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8월 29일 13개 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에 대한 사전통보가 전달된 만큼 관련 정보가 흘러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은 23일 국정감사장에서 사전인출과 관련해 “영업정지 저축은행에서 약 10억 원대의 특수관계자 예금 인출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 “불법 인출로 보기 어렵다”금융당국은 빠져나간 예금이 불법 인출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5∼16일 중 영업정지된 곳뿐만 아니라 전체 저축은행 예금이 감소했다”며 “5, 6일쯤 자산 2조 원 이상 저축은행을 비롯해 10여 곳이 퇴출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인출액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대주주나 임직원이 개입해 예금이 빠져나간 게 아니라 불안한 예금자들이 스스로 예금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영업정지나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지 않은 저축은행 중에서 예금이 더 많이 빠져나간 곳도 있다”고 전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18일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에서 거액의 예금이 빠져 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초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퇴출 사실이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8일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전 2주일 간인 이달 5~16일 총 2883억 원이 인출됐다.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하면 인출액이 1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퇴출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 이전부터 영업정지 된 곳뿐만 아니라 전체 저축은행 예금이 감소했기 때문에 인출액이 늘어난 것이지, 사전 영업정지 정보 입수에 따른 불법인출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예금인출 8월부터 크게 늘어 동아일보가 6~9일 전국 78개 저축은행의 인출동향을 조사한 결과, 이미 8월에 저축은행 전체에서 인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었다. ▶본보 14일자 A1·B1면 참조 78개 저축은행의 8월 총 인출액은 3조5522억 원으로 7월 2조8013억 원보다 7000억 원(27%) 이상 늘었다. 8월 신규 수신액이 3조7629억 원에 이르러 순유출과 월말 잔액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미 대량 인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저축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묻지마'식 수신확대에 나서면서 대량 인출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수면 아래로 잠겨있었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는 영업정지 대상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퇴출 관련 정보 유출에 의한 인출이 아니라 단순한 불안감에 따른 인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 임직원 등 내부자가 정보를 흘려 예금 일부가 불법적으로 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8월29일 13개 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에 대한 사전통보가 전달된 만큼 관련 정보가 흘러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은 23일 국정감사장에서 사전인출과 관련해 "영업정지 저축은행에서 약 10억 원대의 특수관계자 예금 인출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금감원, "불법 인출로 보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빠져나간 예금이 불법 인출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5~16일 기간 중 영업정지 된 곳뿐만 아니라 전체 저축은행 예금이 감소했다"며 "5~6일 쯤 자산 2조 원 이상 저축은행을 비롯해 10여 곳이 퇴출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인출액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대주주나 임직원이 개입해 예금이 빠져나간 게 아니라 불안한 예금자들이 스스로 예금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영업정지나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지 않은 저축은행 중에서 예금이 더 많이 빠져나간 곳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부산저축은행 때처럼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의한 불법 인출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위원회가 열릴 때까지도 대상 저축은행들은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 만큼 일부러 예금을 빼라고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영업정지 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정지 결정은 경평위가 끝날 때까지 몰랐다"며 "마지막까지 영업정지를 피하려고 발버둥치는 마당에 불법인출에 나설 여유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행원에서 시작해 19년 만에 은행장까지 오른 한 남자의 인생이 결국 투신자살로 끝을 맺었다.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검찰의 비리 수사 대상에 오른 제일2상호저축은행 정구행 은행장(50)이 23일 정오경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상호저축은행 본점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 이 저축은행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입행원에서 은행장까지 대전상고와 한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행장은 25년 전인 1986년 제일저축은행 장충동 본점 영업부 행원으로 입사했다. 2002년에는 자회사인 제이원저축은행(현 제일2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남대문, 테헤란로 지점장을 지낸 뒤 2005년 12월 대표에 올랐다. 제이원저축은행은 제일상호신용금고(현 제일저축은행)가 1999년 인수한 일은상호신용금고가 모태로, 정 행장 취임 후인 2006년 제일2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주변에서는 정 행장이 특유의 넉살과 유머로 영업 관련부서를 두루 거치며 영업통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입사 동기 중 승진이 가장 빨랐다고 전했다. 특히 대주주인 유동천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정 행장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19년 만인 2005년 은행장까지 올랐다. ○ “죗값은 제가 받겠다”며 투신 정 행장은 이날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도중 건물 6층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행장은 투신 직전 건물 3층의 박모 이사 방에 들러 “지갑 속에 뭔가 적어뒀으니 보라”고 말한 뒤 옥상에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검찰은 2층을 압수수색 중이었다. 3층 행장실에 있던 정 행장 양복 상의에서는 “현재 매각 관련 실사를 3곳에서 하는 상태다. 실사가 정상으로 이뤄져도 영업정지 후 자력 회생한 전례가 없다 보니 기관별 협의가 제시간 안에 끝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저희도 후순위채 5000만 원 초과 예금 고객이 있다. 관계 기관의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죗값은 제가 받겠다”고 자필로 쓴 편지가 발견됐다. 정 행장은 투신 직전 박 이사와의 통화에서 “매각 절차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제일2저축은행은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7개 저축은행 가운데 하나다. 정 행장이 투신자살한 23일 오전 검찰은 제일2저축은행 외에도 토마토저축은행과 프라임저축은행 등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불법대출과 대주주의 비리 등 저축은행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잇단 악재에 심리적 압박 느낀 듯 업계에서는 정 행장이 불법대출 등 비리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여·수신은 보통 모회사 결정을 따르는 데다 정 행장은 아직 전무급이라 중요 의사결정에 발언권이 그다지 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일저축은행 관계자는 “정 행장은 검찰 소환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5월부터 제일저축은행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제일2저축은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예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제일저축은행이 제일2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한 데 따른 스트레스는 심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일2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정 행장은 육군 학사장교 출신으로 강직한 성품이었다”며 “최근 영업정지와 이날 압수수색 등 악재가 겹쳤고 25년간 관리해온 단골 고객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견딜 수 없는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금융계가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SC제일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자체 현안으로 개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은행권 최대 현안인 신입행원 초임 원상회복 문제를 이유로 다음 달 총파업을 선언했다. 영국 스탠더드차터드(SC)그룹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6월 27일부터 무려 67일간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벌인 SC제일은행 노조는 은행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현재 SC제일은행은 은행 이름에서 ‘제일’을 빼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SC그룹의 계열사 중 유일하게 SC제일은행만 다른 이름을 쓰고 있어 통합 차원에서 변경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성과급제 도입과 마찬가지로 명칭 변경 역시 본사의 글로벌 전략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행명 변경은 제일은행의 역사와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고객 혼란과 브랜드 교체 비용까지 발생시킨다”며 “행명을 바꾼다면 파업 수위를 다시 높이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 노조도 21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순회 집회에 착수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상반기 실적 호조에 따른 특별 성과급 지급, 근무시간 정상화, 사무인력 처우 개선 등 6월 노사 합의 사항의 신속 이행을 요구하며 8월 말부터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 왔다. 그러나 사측이 이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농성 장소를 지방으로도 확대했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말로만 ‘합의 사항을 곧 시행하겠다’고 하면서 석 달째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우리금융지주노조협의회도 20일부터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에서 카드회사 분사, 매트릭스 체제 도입, 경남·광주은행 완전 자회사화에 반대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 측은 카드 분사 등의 조치가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직원 구조조정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계속 투쟁할 뜻을 밝혔다. 개별 은행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융노조는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입행원 임금 복원에 관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23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부근에서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삭발식을 가질 예정이며 다음 달에는 총파업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쉴 새 없이 오르는 전세금 때문에 이제 신혼 새집 장만은커녕 전셋집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다.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기존 전세계약자들도 ‘억’ 단위로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더구나 최근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자금 대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에도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은 무리하게 줄이지 않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세자금이 필요하다면 우선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본 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상품을 챙겨 보는 편이 유리하다.○ 주택기금 대출금리는 연 2∼4%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하는 전세대출 상품은 금리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다. 9월부터 대출 한도와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등 기준이 다소 완화된 점도 도움이 된다. 현재 농협과 기업, 신한, 우리, 하나은행에서 취급하는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은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과 ‘저소득 전세자금대출’ 2가지가 있다.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은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전셋집을 구할 때 이용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도 연소득은 합산하지 않고 대출자 개인 소득만을 기준으로 한다. 특히 결혼한 지 5년이 안 됐거나 곧 결혼을 앞뒀다면 연소득 3500만 원까지도 대출이 가능하다. 예비 신혼부부는 예식장 계약서 등을 제출한 뒤 2개월 안으로 혼인신고를 한 주민등록등본을 은행에 내면 된다.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1∼2% 낮은 연 4%이며 전세금의 70% 내에서 최대 8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소득이 더 적은 사람들은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을 노려볼 만하다. 가구소득이 월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143만9000원)의 2배가 넘지 않는 무주택자이면서 시군구청장의 추천을 받으면 대출받을 수 있다. 단, 전세금이 지역별로 수도권 과밀억제지역은 1억 원, 수도권과 광역시는 6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금은 전세보증금 한도의 70% 이내다. 금리는 연 2%로 매우 낮은 편이며 15년 동안 나눠서 갚으면 된다.○ 시중은행 상품은 반전세도 가능 국민주택기금 대출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전세자금대출로 눈을 돌리면 된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5∼7% 선이며 한국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담보로 한다. 보증은 고객이 직접 보증회사에 가지 않고도 은행에서 처리해주지만 연 0.2∼0.6%의 보증료는 내야 한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전세자금대출’은 대상을 아파트로 제한하지 않고 빌라, 다세대 등 모든 주택을 취급한다. 또 최근 늘어나는 반전세 계약자도 대출받을 수 있으며 만 20세 이상인 가구주와 가족, 혼자 사는 단독 가구주에게도 돈을 빌려준다. 한도는 전세금의 80% 이내이며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 발급 금액 내에서 최대 1억6600만 원까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은행재원 협약보증 주택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대출에 앞서 우선 전세금의 5% 이상을 계약금으로 내고 임대차계약을 해야만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새 전세 계약은 물론이고 재계약을 해도 대출해준다. 대출금액은 전세금의 80% 이내로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가능하며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연 4.66∼6.06% 수준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KB국민은행은 올 들어 은행권의 과당 영업경쟁을 주도하는 대표적 은행으로 종종 언급됐다. 지난해 7월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이 부임한 뒤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울 가리지 않고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전체를 과당경쟁의 제로섬에 빠뜨렸다고 볼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병덕 행장(사진)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갈 뿐”이라고 밝혔다. 》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고객의 돈을 불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취임한 지 1년 3개월째를 맞고 있는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과당경쟁의 주범이라는 평가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공격적인 영업은 자신만의 영업 철학인 ‘부자론’, 즉 고객을 부자로 만들어주면 이것이 결국 은행의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실천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KB국민은행이 은행이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고객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과당경쟁의 주범’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듯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명목 성장률 범위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당국의 제한선인 0.6%보다 높았지만 KB국민은행은 이를 밑돌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B국민은행 안팎에서는 강도 높은 영업 전략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은행권 최대 규모인 3200명의 명예퇴직을 시행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직원들은 유·무형으로 실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대출을 받아 특정 상품에 가입하는 직원도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진정한 리딩뱅크라면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선도해야지 국내 경쟁만 부추겨서 되겠느냐”며 “KB국민은행이 대기업 대출금리를 다른 은행보다 낮춰주겠다고 제안하는 바람에 우리도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낮췄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변의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 행장은 2000년대 초반 충무로 지점장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의 철학인 ‘부자론’을 펼쳤다. 당시 인쇄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도 세를 들고 있던 고객에게 그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줄 테니 임차하던 건물을 사라고 권유했다. 인쇄기계를 모두 지하로 옮기고 지상 층에는 세를 놓아 대출금을 갚으라고도 조언했다. 인쇄업이 주춤하면서 인쇄업체는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건물 값이 크게 올라 이 고객은 임대료만으로도 은행 빚을 모두 갚고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 민 행장은 “여러 명의 고객을 부자로 만들어 준 덕에 KB국민은행의 전국 지점 중 영업 실적 꼴찌를 다투던 충무로 지점을 전국 상위권 지점으로 만들 수 있었다”며 “은행도 많은 수익을 올렸고 나도 ‘영업의 달인’이라는 명칭을 앞세워 행장까지 승진했으니 모두가 윈윈(Win-Win) 아니냐”고 했다. 한편 민 행장은 “지주회사 출범이 가장 늦었던 데다 지난 몇 년간 지나치게 안정적인 성장에만 주력하다 보니 다른 은행과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며 소형점포 확대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최다인 1200여 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히려 점포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후 우리가 폐쇄한 점포에 다른 은행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고객이 꽤 이탈했다”며 “지점 수는 늘리되 지점 내 직원 수를 대폭 줄여 ‘1인 지점’과 같은 소형 지점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은행장 중 골프를 가장 잘 치는 행장으로도 유명하다. 싱글 골퍼인 그는 딱히 골프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영업을 위해 배웠고 이를 열심히 영업에 응용하다 보니 어느새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고객을 기분 좋게 만들려고 고객의 볼을 속칭 ‘알까기(친 볼을 찾지 못해 페널티를 받아야 할 위험에 놓였을 때 동반자 몰래 슬쩍 다른 볼로 대체하는 행위)’도 하고, 캐디에게 고객의 스코어를 좋게 고쳐 달라고 슬쩍 부탁한다고 귀띔했다. 민 행장은 “모든 영업직원이 다 골프를 치는데 그게 무슨 차별화 무기가 되느냐고 하지만 이 정도로 하는 직원은 거의 못 봤다”며 “골프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골프를 칠 때 절대 비즈니스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토마토2저축은행이 과거 예금을 받을 때는 토마토저축은행과 같은 회사라고 홍보하더니 이제 와서 다른 회사라고 하면 누가 믿겠나.”(토마토2저축은행 예금자) “불안하지만 영업 정지된 곳과 달리 우량하다니 일단 두고 보겠다.”(일반 저축은행 예금자) 우려했던 것만큼의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는 없었다. 금융위원회가 7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 발표를 한 다음 날인 19일 저축은행 예금주들은 은행별로 다양한 대응 행태를 보였다. 영업이 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의 자회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은 재무건전성이 양호한데도 모회사 부실의 여파를 우려한 고객들이 부산 본점과 전국 4개 지점에서 416억 원을 인출했다. 이는 총수신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로 평소 하루 인출액 20억∼30억 원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에 영업정지 대상에서 제외된 일반 저축은행들의 인출 규모는 평소보다 약간 많은 정도에 그쳐 안정적이었다.○ 홍역 치른 토마토의 자회사 토마토저축은행 자회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본점에는 19일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문의 전화도 하루 종일 폭주했다. 이 은행 고객 200여 명이 예금인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영업 시작 전부터 몰려들어 줄을 섰다. 오후 4시 마감 때 본점에서 번호표를 받은 고객은 18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저축은행 측이 “1일 최대 예금 처리능력이 300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밝히자 늦은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미 다음 주 월요일 예금인출 예약자까지 번호표 발급이 끝난 상태였다. 이날 하루 동안 부산 본점에서 인출된 예금만 50억 원을 넘었다. 김모 씨(55)는 “오전 9시에 왔는데 번호표가 500번을 넘었다”며 “내년 아들 등록금이 여기 다 들어있는데 찾을 수는 있겠느냐”면서 직원 손을 붙잡았다. 오전 8시 반경 서울 명동지점에도 이미 100여 명이 찾아와 장사진을 이뤘다. 1번 대기표를 받고 예금을 찾은 20대 여성은 “어제 오후 11시부터 어머니와 함께 지점 앞에서 밤을 새웠다”며 “만기된 돈을 혹시 못 찾을까 봐 출근도 미루고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명동지점에서는 하루 250장 한도의 대기표가 29일분까지 나갔고 30일자도 일부 나가 모두 2300장 가까이 발급됐다. 당장 예금을 찾을 수 없게 된 최모 씨(36)는 “영업정지된 것도 아닌데 왜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까지 몰려와 2층에 위치한 영업점은 물론이고 건물 1층까지 150명이 넘는 예금자로 가득 찼다. 대구 수성구 범어 사거리에 있는 대구지점에도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직원들은 ‘정상영업’ 중임을 강조하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고객들은 “부산저축은행 때도 부산이 문 닫으니 부산2와 다른 계열사도 바로 닫지 않았느냐”며 떠나지 않았다. 영업점에 찾아온 예금자 중에는 토마토저축은행과 토마토2저축은행을 구분하지 못하는 고객도 많았다.○ 대부분 저축은행은 비교적 차분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저축은행들은 당초 우려와 달리 예금 인출이 이어지지 않았다. 솔로몬, 현대스위스 등 다른 대형 저축은행 영업점은 오전 한때 예금자가 조금 늘었을 뿐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지점을 찾은 김모 씨(58·여)는 “12월 만기가 되는 예금이 있어 괜찮은지 물어보러 왔다”며 “직원들도 괜찮다고 하는 데다 지금 찾으면 이자도 손해여서 그냥 찾기 않기로 했다”고 말하고 지점을 나섰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의 돈을 다른 저축은행으로 옮기려는 고객도 있었다. 김모 씨(82)는 “제일과 제일2저축은행에 모두 3000만 원을 넣어뒀는데 나중에 돈을 돌려받으면 여기에 넣을까 싶어 알아보러 왔다”며 “시중은행은 이자율이 너무 낮아 이자로 생활하는 형편에서는 저축은행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지점의 한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직원의 설명을 듣고 돌아가는 예금자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때는 고객도, 업계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면서 “이번에는 예고된 발표인 데다 당국에서 옥석 가리기를 해준 만큼 다른 저축은행에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고객들은 금융위의 영업정지 조치 이후 저축은행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남구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지점을 찾은 이모 씨(55·여)는 “분산 예치하라고 해서 대형 저축은행 10곳에 돈을 나눠 넣었는데 그중 세 곳이 문을 닫았다”며 “이제 저축은행을 믿을 수 없어 예금을 모두 찾아 제1금융권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