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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센터 박상하(35·사진)가 학폭(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며 전격 은퇴했다. 10일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자매(25)를 시작으로 불거진 배구계 학폭 사태 이후 첫 현역 선수의 은퇴다. 삼성화재는 22일 “박상하가 학창 시절 두 차례 학폭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날 구단 측에 은퇴 의사를 밝혀왔다. 구단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상하는 구단을 통해 “중학교 시절 친구를 때린 적이 있고, 고교 시절 숙소에서 후배를 때린 사실이 있다. 중고교 시절 저로 인해 상처 받은 분들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어떤 이유로도 학폭이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이에 책임을 지고 현 시간부로 배구선수를 은퇴해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19일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제기된 중학교 시절 동창생 납치 및 감금, 집단 폭행은 부인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법적 대응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문제가 불거지면서 구단 역시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확인한 결과 박상하의 주장에 신뢰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뒤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날 때까지 박상하를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상하는 19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 결장했다. 하지만 박상하는 20일 구단과의 면담 과정에서 중고교 시절 저지른 별개의 학폭 사실을 털어놨고 곧바로 구단 숙소를 떠났다. 2008∼2009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5순위로 드림식스(현 우리카드)에 지명된 박상하는 프로 10시즌 동안 317경기 1177세트 1933득점(공격성공률 50.58%) 712블로킹 등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와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며 팀의 주장을 맡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동메달) 등에서는 국가대표로 뛰었다. 삼성화재는 “이 시간 이후 현 선수단뿐 아니라 향후 선수 선발 단계에서부터 학폭 및 불법 행위 이력에 대해 더욱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많은 배구 선수에게 ‘리시브’는 평생 풀어야 할 숙제다.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기본기도 대개 리시브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 리시브를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선수가 있다. 심지어 학창 시절에는 종일 리시브 연습만 하고 싶었을 정도란다. 지난달 프로배구 여자부 최초로 5000 리시브 정확(현재 5065) 대기록을 세운 한국도로공사 리베로 임명옥(35)이다. 18일 경북 김천 팀 훈련장에서 만난 임명옥은 “남들보다 팔에 감각이 좋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고는 “다른 선수들은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나는 즐겁게 리시브를 했다. 지난해 같은 팀 (정)대영 언니 딸이 배구를 시작했는데 즐겁게 하란 말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올 시즌도 임명옥은 수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리시브(효율 54.53%), 디그(세트당 5.673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중이다. 당연히 수비(리시브 정확에서 실패를 뺀 뒤 디그 성공을 더한 것) 부문에서도 세트당 8.913개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KGC인삼공사 리베로 오지영(세트당 7.344개)과 1.5개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도로공사가 타 팀과 달리 ‘2인 리시브 체제’를 운영한다는 면에서 더욱 빛나는 기록이다. 상대 선수들이 그를 피해 서브를 때리면서 한때 팀 내 최소 점유율(15%)을 채우지 못해 리시브 순위권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시즌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오히려 공을 쫓아다니면서 리시브를 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웃었다. 이런 즐거움을 누리기까지 힘든 시기도 있었다. 인삼공사 소속이던 2015년 리베로 김해란(은퇴)과 트레이드되면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다가 극복했다. 임명옥은 “그때 재활(십자인대 파열) 중이던 언니와 트레이드되면서 부담감이 컸다. 코트에서 모두가 날 본다는 생각에 걸음걸이조차 어색했다. 편안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던 계기”라고 설명했다. 결혼 8년 차인 임명옥은 평소 남편과 대화를 나누며 안정을 되찾는다. 2년 전 아예 서울에서 팀 연고지인 김천으로 이사를 했다. 이번 시즌 뒤에는 숙소생활이 아닌 출퇴근도 고려 중이다. 수비라인의 핵심인 임명옥이 버텨주면서 시즌 초 한때 6연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도로공사도 현재 봄 배구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22일 현재 선두 흥국생명, 2위 GS칼텍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3위 도로공사(승점 37)와 4위 IBK기업은행(승점 36)이 날마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임명옥에 대해 “경기를 읽는 눈이 경지에 올랐다. 상대 공격수는 물론이고 같은 팀 블로커의 위치에 따라 공이 어디로 튈지를 기막히게 잘 찾는다. 2단 연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 더 나아가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노린다. 27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는 봄 배구 진출 여부를 가늠할 빅 매치다. V리그 원년(2005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해 올해로 17시즌째. 임명옥은 “다음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데 한 번 더 도전해서 마흔까지 뛰는 게 목표다. 그때까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2억4000만 원(옵션 포함)인 연봉을 끌어올려 인삼공사 오지영(2억6000만 원)이 갖고 있는 리베로 최고 연봉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임명옥의 눈은 여전히 더 높은 곳을 향해 있었다.김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계를 강타한 학교폭력(학폭) 사태가 프로야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전직 야구선수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수도권 구단의 현역 선수 A, B에게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전지훈련을 가면 매일 머리를 박게 하고, 야구방망이로 맞기도 했다는 등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또 가해자 집에 가서 빨래까지 했다고도 했다. 해당 구단은 관련 선수를 조사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앞서 19일에도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한화의 현역 선수 C가 초등학교 4∼6학년 시절 자신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신체적인 폭력을 비롯해 폭언들, 패거리들이 모여 단체로 집단폭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조사에 나선 한화 구단은 소속 선수 C의 초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 논란과 관련해 사실 입증이 어려워 판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은 최근 C의 학교폭력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당사자 간 기억이 명확하게 다르고, 근거가 될 수 있는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기록이 해당 학교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분의 일관적인 입장도 존중한다”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기다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프로배구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선수 박철우(36·한국전력)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55·사진)은 시즌 잔여 경기에 출장하지 않기로 했다. KB손해보험은 20일 “이 감독이 잔여 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이 감독은 “과거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박철우 선수에게 깊은 상처를 준 데 대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다.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팬, 구단, 선수들에게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고 이날 팀을 떠났다. 피해자 박철우는 18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SNS 계정에 “정말…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이네” 등의 글을 남겼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는 이 감독 등 배구계 폭행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그러나 구단 차원의 결단이 아닌 자진 경기 출전 포기의 모양새가 미흡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19일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부 삼성화재 박상하(35)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될 때까지 출전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홍구 windup@donga.com·강동웅 기자}
21일 프로배구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의 경기를 앞둔 경기 의정부체육관 기자회견실에는 의자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경기 전 감독 인터뷰를 위해 의자 한두 개만 놓여 있는 평소 풍경과는 달랐다. 전날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55)은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36·한국전력)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 잔여 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팀을 떠났다. 따로 수석코치를 두지 않은 구단은 ‘3인 코치(이경수, 박우철, 김진만) 체제’로 남은 경기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3명 모두 인터뷰할 경우를 위해 의자 3개가 준비된 것. 구단의 교통정리 끝에 혼자 기자회견실에 들어온 이경수 코치는 “시즌 전부터 선수단 중심의 팀 분위기를 형성한 만큼 선수들 주도로 경기를 풀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독 없이 첫 경기를 치른 KB손해보험 선수단은 이날 워밍업부터 차분한 분위기였다. 파이팅은 외쳤지만 웃거나 장난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트 건너편 OK금융그룹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송명근(28), 심경섭(30)의 학교폭력(학폭) 가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OK금융그룹은 두 선수 없이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이 코치의 말대로 KB손해보험은 이날 선수들이 주축이 돼 경기를 진행했다. 이 코치는 사이드라인 근처에 서 있는 대신 감독 자리에 앉아 작전타임, 비디오 판독 등을 요청했다. 작전타임 때는 선수단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웜업존에 있던 주장이자 최고참인 김학민(38)이 주축이 돼 서로 보완할 부분을 점검하고 격려했다. 그래도 갑자기 떠난 감독의 빈자리는 컸다. 풀세트 접전 끝에 OK금융그룹이 3-2(25-19, 25-27, 18-25, 25-22, 15-11)로 역전승했다. 4연패를 끊으며 승점 2를 추가한 OK금융그룹(승점 50)은 한국전력(승점 49)을 제치고 4위가 됐다. KB손해보험은 3위 자리를 지켰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GS칼텍스가 한국도로공사를 3-2(22-25, 25-20, 13-25, 25-22, 15-10)로 꺾으며 3연승을 이어갔다. 2위 GS칼텍스(승점 50)는 1위 흥국생명(승점 53)과의 차이를 좁혔다. 한편 이날 발표된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는 남자부 우리카드 알렉스, 여자부 GS칼텍스 이소영이 선정됐다.의정부=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더 이상 숨고 싶지 않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 박철우(36)는 팀이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3-1(20-25, 25-21, 25-15, 25-19)로 이긴 뒤 인터뷰실을 찾았다. 박철우는 작심한 듯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배구 대표팀 시절 자신을 폭행했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55·당시 대표팀 코치)에 대해 여전히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경기에 앞서 박철우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박철우는 이 스물네 글자를 제외하면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지만 이 감독을 향해 쓴 글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 수훈 선수가 인터뷰실을 찾는 게 관례다. 박철우는 “오늘 꼭 이겨서 이 자리에 오고 싶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예견됐던 것만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분께서 감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황당했다.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간신히 (마음속에) 가라앉혔던 모래알 같은 것들이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 나 스스로가 뿌옇게 변하는 느낌”이라며 “참고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기사를 보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고 말했다. 박철우가 언급한 ‘기사’는 이 감독이 전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 전 ‘최근 배구계의 학교폭력(학폭) 파문에 대해 할 말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한 언론 보도 내용이었다. 이 감독은 “나는 (가해) 경험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인과응보라는 게 있더라. 나 역시 우리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우에게는 이 감독의 이 같은 대답이 잊고 싶었던 과거의 상처를 들추는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 박철우의 작심 발언은 최근 배구계를 강타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등이 일으킨 학폭 파문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이 감독이 경험자라고 언급한 것은 과거 폭행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 당사자가 박철우였다. 2009년 9월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앞둔 배구 대표팀에서 이 감독은 태릉선수촌 합숙훈련 도중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였던 박철우를 피멍이 들도록 얼굴과 복부를 때렸다.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박철우는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대한배구협회가 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대한체육회는 협회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태릉선수촌장 명의로 형사 고발까지 진행했다. 박철우는 “나는 고소를 취하했고, 그분이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기를 바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감독은 2년 만에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 자격으로 코트에 돌아왔다. 재기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배구인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게 KOVO 측 설명이었다. 배구협회 징계가 1년도 안 돼 풀리면서 이 감독은 2012년부터 모교인 경기대 지휘봉을 잡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KB손해보험 감독을 맡아 프로배구 코트로 돌아왔다. 폭행 사건 당시 그는 KB손해보험 전신인 LIG 코치였다. 박철우는 팀 동료들과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전제하면서 아픈 상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경기대) 감독이 된 이후에도 ‘너는 철우만 아니면 지금 처맞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주먹으로 못 때리니까 모자 등으로 겁을 준다’는 이야기도 계속 들렸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감독의 고교 지도자 시절 선수 폭행 사례까지 폭로했다. “우리 때만 해도 ‘사랑의 매’를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우리 또래 중 부모님 앞에서 안 맞아본 선수가 없을 거다. 그러나 사랑의 매도 정도가 있다. 그분처럼 학생을 기절시키고 고막을 터뜨리는 건 정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본다.” 그는 “그런데도 인터뷰에서 마치 ‘내가 한 번 해봤다’는 식으로 한순간의 감정을 못 이겨 실수를 한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며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면 돌파하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내 이미지도 나빠질지 모르고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며 “나는 그분의 처벌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그저 한국 배구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감독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과하고 싶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철우는 “이미 11년이 지난 일이다. 사과를 받고 싶지도 굳이 그분을 보고 싶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안산=황규인 kini@donga.com / 강홍구 기자}
최근 배구계에서 불거진 학교폭력(학폭)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던 각종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16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학폭 연루자의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여 원천봉쇄를 골자로 하는 학폭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각 구단들도 추가 가해 및 피해 사례는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민도 있다. ‘자체 전수조사’ 방법에 관한 문제다. 애초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알려진 남자부 한국전력의 경우 장병철 감독이 선수단을 면담한 것이 와전됐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가해 혹은 피해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만으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한다 하더라도 누락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잠정적 가해자로 취급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도 구단으로서 부담스럽다. 이에 한 구단은 자체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대신 자진 신고 기간을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KOVO도 학폭 근절 방안으로 꺼내든 징계규정 정비 등을 마치는 대로 구단 실무자들과 조사 방법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눌 계획이다. 몇몇 구단에서는 트레이드 실시 이후 해당 선수의 학폭 사실이 드러날 경우 트레이드를 무효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만의 하나 트레이드가 악용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학창 시절 불거진 문제인 만큼 선수의 출신 학교에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향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참가자가 해당 학교장 확인을 받은 학폭 관련 서약서를 제출해도록 했는데 이 것이 허위일 경우 선수에게는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리고 학교에도 지원금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선두가 눈에 보인다. 여자부 2위 GS칼텍스(승점 48)가 2연승을 달리며 선두 흥국생명과의 승점 차이를 2로 좁혔다. 1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3위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3-0(26-24, 25-14, 25-17)으로 완승을 따냈다. 5라운드를 16승 9패로 마친 GS칼텍스는 남은 6라운드 5경기에서 뒤집기를 노린다. 1세트는 듀스 접전 박빙이었다. 그러나 2세트 초반 GS칼텍스 세터 안혜진(23)이 상대의 리시브 라인 앞에 짧게 떨어지는 서브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흐름을 끌어왔다.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러츠(27)가 양 팀에서 가장 많은 22득점(공격성공률 43.58%)을 기록했다. 블로킹도 4개, 서브도 1개 성공했다. 여자부 최장신(206cm) 러츠 앞에 선 도로공사 켈시(191cm)는 이날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12득점(성공률 34.37%)에 그쳤다. GS칼텍스 레프트 강소휘(14득점), 이소영(10득점)도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경기 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1세트 초반 여러 차례 고비를 잘 넘기면서 승기가 넘어왔다. 러츠도 도로공사를 만나면 유독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한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올 시즌 도로공사에 5전 전승 행진 중이다. 두 팀은 21일 6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맞붙는다. 한편 흥국생명은 이날 도로공사가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남자부 우리카드는 이날 KB손해보험에 3-2(25-17, 22-25, 19-25, 26-24, 15-10)로 역전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우리카드(승점 50)는 OK금융그룹(승점 48)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섰다. 김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6번째 시즌을 마치고 꿈에 그리던 첫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달라진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려는데 왈칵 겁부터 났다.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 더 이상 코트에서 행복하지 않았다. 3년 넘게 남몰래 해오던 고민이었다. 무작정 배구를 그만뒀다. 같이 땀 흘렸던 동료들은 하나같이 놀랐다. 딱 2주를 쉬고 국가 공인 피부미용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왁싱숍에서 일하기 위해서였다. 12년 동안 배구 한 우물만 파다가 체육관을 처음 벗어나는 두려움은 컸지만 모처럼 설렘을 느꼈다. “초등학교 6학년 처음 배구를 시작했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2013∼2014시즌 여자부 신인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순위.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전 흥국생명 선수 공윤희(26·179cm)에겐 늘 이런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고교 졸업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 무대에 뛰어든 뒤 6시즌 동안 남긴 성적은 149경기 417세트 226득점(공격성공률 28.11%). 배구 선수로서의 삶은 분명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통합 우승을 맛보긴 했지만 늘 조연에 가까웠다. 주 포지션(라이트)이 외국인 선수와 겹치면서 출전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레프트로의 변신도 시도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학창 시절부터 많은 운동을 하면서 달고 살던 만성 어깨 통증도 그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한 인생에선 당당히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달 초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신의 근무지(아나덴 슈가링왁싱 분당서현점)에서 만난 공윤희는 “선수를 하면서도 행복했지만 훈련과 경기가 이어지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시간이 진짜 안 갔다. 지금은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비로소 한 명의 어른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주로 다니던 왁싱숍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1년 만에 실장으로 한 지점을 책임지게 됐다. 배구 유니폼 대신 걸친 앞치마가 제법 잘 어울렸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어떤 게 바뀌었을까. 공윤희는 자신을 ‘무지개’에 빗대어 설명했다. “사람의 색이 다채로워진 것 같다. 배구라는 틀을 벗어나니 관심사가 많아지고 공감 능력도 높아졌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거리낌도 없다”고 말했다. 행복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동안 행복이란 누군가를 이기거나 무언가를 이뤘을 때만 오는 거라 생각했다. 나머지는 다 불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행복이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걱정 없이 평온하게 하루를 보내고 누군가 나로 인해 웃을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인 것 같다.” 프로배구 경기를 챙겨 보진 않지만 매주 일요일마다 일반인 교실에서 배구를 가르치고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운동 후배들의 상담 의뢰도 이어지고 있다. 공윤희는 “운동을 그만두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수입은 얼마나 되고 자격증은 어떻게 따야 하는지 질문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나는 운동밖에 할 줄 몰라’라고 스스로의 능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그가 한때 몸담았던 흥국생명에서 학교폭력 논란과 불화설 등이 불거진 상황. 배구계에서는 그동안 성적 만능주의에 가려져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개인의 인권과 행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공윤희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선수 시절에는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이란다. 앞으로 목표는 해외에 왁싱숍을 내는 것. 예약 손님이 올 시간이 다 됐다며 분주해지는 그의 표정에서 행복이 느껴졌다. 제2의 코트에선 이미 맘껏 도약한 듯했다. 성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와.” 16일 경기 이천의 두산베어스파크 실내 훈련장에서 갑자기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입국 후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친 뒤 전날 처음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이틀째 훈련에 집중하던 새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27)에게 예상치 못한 강습 타구가 날아들었을 때였다. 타자의 실수로 자칫 부상 위험이 있었지만 로켓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왼손 글러브를 뻗어 공을 낚아챘다. 민첩한 반응에 동료 선수들은 일제히 탄성을 보냈다. 로켓은 역시 전날부터 팀 훈련을 시작한 왼손 아리엘 미란다(32)와 함께 두산의 새로운 원투 펀치로 팀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산은 지난 시즌 활약했던 라울 알칸타라(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와 플렉센(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이 모두 떠나면서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가 생긴 만큼 로켓과 미란다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이번 주부터 마운드 운용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선발 후보 모두가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라면서 “선발 라인업이 확정되지 않은 건 채워 넣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언제든 꽉 채울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고 단언했다. 투수 최원준(27)은 “선수 전원이 선발 준비를 하는 것 같다”며 투수조 분위기를 전했다. 로켓과 미란다도 믿음직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켓은 최고 시속 154km의 강력한 구속을 자랑한다. 특히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게 두산 코치진의 평가.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40인 로스터에 들었던 로켓은 2020시즌 뉴욕 메츠와 시애틀에서 7경기에 출전해 16.1이닝을 던지고 1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했다. 미란다는 뛰어난 적응력으로 불과 이틀 만에 팀에 녹아든 모습이다. 자신의 훈련 일정을 마친 뒤 훈련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개별 훈련 중인 동료 선수들 사이를 휘저으며 말을 걸고 웃음꽃을 자아내기도 했다. 미란다는 MLB 통산 44경기에 나서 13승 9패,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일본, 대만 리그를 경험하면서 아시아 타자의 특징도 꿰고 있다. 특히 같은 쿠바 출신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33)와 절친한 사이인 만큼 국내에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스틴 니퍼트, 조시 린드블럼의 공백을 알칸타라와 플렉센이 메웠듯, 올 시즌에는 로켓과 미란다가 그 역할을 해내야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왕조도 유지될 수 있다. 이날 캠프에는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유희관(35)의 잔류 소식도 들어왔다. 계약을 위해 유희관이 캠프에 나타나자 동료 김재호 오재원 등이 나서 환영의 인사를 보냈다. 계약에 난항을 겪었던 유희관은 연봉 3억 원에 옵션 7억 원 포함 총 10억 원에 사인했다. 유희관은 “좋은 후배들이 많지만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좋은 경기력으로 1년 뒤 다시 판단을 받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희관은 올해 팀 동료 장원준을 넘어 역대 좌완 최초 9년 연속 10승 대기록에 도전한다. 이 밖에 최원준, 이영하(24), 김민규(22) 등 20대 선발 요원들도 로테이션 진입을 위한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이천=강동웅 leper@donga.com·강홍구 기자}
1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안에 걸린 대형 광고판 3개가 나란히 비워졌다. 흥국생명 본사와 인접한 이곳에는 이날 오전까지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과 주장 김연경, 학폭 가해자로 물의를 일으킨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의 모습이 담긴 광고가 게재돼 있었다. 이날 구단이 두 선수의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결정하면서 함께 광고를 내린 것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피해자와 팬들께 사과의 의미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안방인 인천 계양체육관에도 두 선수의 흔적이 지워진 건 마찬가지였다. 16일 IBK기업은행과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흥국생명은 전날부터 경기장 안팎에 두 선수의 사진이 들어간 가로등 배너, 포스터 등을 모두 떼어냈다. 팀 선수들의 어릴 적 사진이 걸려 있던 ‘갤러리’에서도 두 선수의 사진이 빠졌다. 두 선수의 목소리가 담긴 회사 홍보용 통화연결음(컬러링)을 사용해 왔던 일부 구단 관계자들도 해당 컬러링을 내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 선수가 출연했던 TV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 ‘노는 언니’, ‘아이콘택트’ 등도 두 선수의 출연분을 삭제 및 비공개 처리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두 선수의 영상이 내려갔다. 이재영, 이다영이 학폭을 저질렀던 시기로 지목된 전북 전주 근영중 홈페이지 배구부 게시판에는 관련 사진, 글 등이 삭제됐다. 두 선수는 이후 경남 진주 경해여중으로 전학 가서 졸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도약.’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프로야구 LG의 스프링캠프 현장을 찾은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58)은 15일 한 단어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표팀 감독 시절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류지현 LG 감독(50)과의 인연을 잊지 않고 10일부터 캠프에서 투수 원 포인트 레슨을 한 선 전 감독은 “LG 선수들의 얼굴이 이렇게 밝았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밖에서 볼 때랑 달랐다. 류 감독이 LG에서 오래 코치를 해온 만큼 선수들과의 소통도 뛰어난 것 같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고 말했다. 선 전 감독의 덕담은 LG 팬들이 새 시즌 류 감독에게 바라는 그림이기도 하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신바람 야구’의 주역이었던 그가 그해 이후 명맥이 끊긴 챔피언 반지를 안겨주길 꿈꾸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LG 사령탑에 오른 류 감독은 1994년 입단 이후 LG에서만 28년째 선수, 지도자로 몸담고 있는 원 클럽 맨이다. 작전, 주루, 수비부터 수석코치까지 두루 맡으면서 선수들의 장단점 파악과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다. 잠실구장 감독실에 걸어놓은 ‘이청득심(以聽得心·귀를 기울여 상대의 마음을 얻다)’이란 사자성어는 류 감독이 지향하는 리더십이다. 감독으로서도 말을 앞세우기보단 먼저 솔선수범하려 애쓰고 있다. 이날도 오전부터 거센 바람이 불자 직접 야외구장 상태를 점검한 뒤 선수단이 모두 실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투수, 야수조 훈련 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캠프 여건상 일부 선수를 2군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강원 강릉으로 보내야 할 때는 직접 면담에 나선다. 류 감독은 “코치가 연결고리라면 감독은 결정권자다. 말이란 게 여러 사람을 거치다 보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코치 시절부터 해왔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수비 훈련 때는 직접 펑고 배트를 들곤 한다. 설 연휴 때는 구단이 준비한 경품 행사 때 모든 선수에게 선물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소정의 세뱃돈을 직접 준비했다. 선수들의 기 살리기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류 감독은 캠프 기간 동안 선수단 앞에서 단 한 차례도 ‘경쟁’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경쟁을 의식해 선수들이 제 페이스를 잃을까 우려해서다.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이날도 선 전 감독이 2년 차 투수 이민호(20)에게 “대투수로 성장할 자질이 있다”고 칭찬하자 곧바로 “선 감독님께서 이민호에게 스무 살 같지 않다고 놀라시더라”고 말을 보탰다. 캠프 기간 내내 먼저 나와 훈련을 하는 외야수 이천웅(33)에게는 “자신만의 계획을 가지고 캠프에 들어왔다”며 꼭 집어 칭찬하기도 했다. 보름째를 맞은 팀 캠프 분위기에 대해서도 “시작할 때 느낌이랑 달라진 게 없다”며 100점을 줬다. 평소 2군 훈련장으로 쓰이던 캠프 실내연습장에는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는 대신 어디에 있고 싶은지 생각하라’는 격언이 걸려 있었다. 지금 류 감독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LG 팬들을 설레게 할 봄이 다가오고 있다.이천=강홍구 windup@donga.com·강동웅 기자}
배구계를 강타한 ‘학교폭력(학폭)’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학폭 가해자로 물의를 빚은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 선수(25)는 무기한 코트에 설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 인권 문제 근절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15일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며 “두 선수는 자숙 기간 중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이고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비는 등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트 복귀 시점에 대해선 “피해자와 팬들이 용서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학교폭력 사태로 인해 많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학폭 가해자는 향후 모든 국제대회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두 선수는 올해 7월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체육 분야는 그동안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다. 하지만 그늘 속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런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눈물로 바가지 채우라 시켜” 또다른 女배구선수 가해 폭로 이재영 이다영 선수에게 징계가 내려졌지만 학폭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징계 수위가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여자 배구 학폭 사태 진상 규명 및 엄정 대응 촉구’ 글에는 15일 오후 10시 현재 11만 명 가까운 사람이 동의했다. 흥국생명 측은 “출전 정지 기한을 정해 놓는 것보다 무기한 출전 정지가 더 무거운 징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기 복귀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전부터 구단 사무실에는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구단은 출전 정지 징계에 따라 두 선수의 잔여 연봉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입단한 이재영 선수의 연봉은 6억 원, 이다영 선수의 연봉은 4억 원(이상 옵션 포함)이다. 흥국생명 본사 인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두 선수와 김연경 선수, 박미희 감독 등의 사진이 실린 대형 광고판이 철거되기도 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두 선수의 어머니이자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 선수 출신인 김경희 씨가 2020 배구인의 밤에서 수상한 ‘장한 어버이상’을 취소했다.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16일 학폭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다른 선수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14일 경기 소재 초중학교 배구부에서 또 다른 여자부 선수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는 글도 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는 글쓴이는 중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울면 바가지를 가져와서 눈물을 다 받으라고 (시키고), 눈물 콧물 침을 뱉어서라도, 오줌을 싸서라도 채우라고 했다. 아빠 욕을 한 날은 너무 힘들었다”고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또 “지금 TV에서 세상 착한 척하는 그 사람을 보면 참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와 남자부 OK금융그룹의 송명근(28) 심경섭(30) 선수의 중고교 시절 학폭 피해가 폭로된 데 이어 다른 배구단들도 추가 학폭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전수조사를 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로 스포츠 단체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각 프로팀 산하 유스팀을 상대로 학폭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체육계가 공정 가치의 불모지대나 인권의 사각지대가 될 수는 없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저희도 다시 챙기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박효목 기자}
‘골든 보이’ 조던 스피스(28·미국·사진)가 우승 재도전 기회를 잡았다. 스피스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대회(총상금 780만 달러·약 86억 원)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에 버디 3개, 보기 4개로 1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3언더파 203타로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공동 2위 네이트 래슐리, 톰 호기 등과 2타 차다. 10, 12, 14번홀에서 징검다리 보기로 공동 3위까지 처졌던 스피스는 16번홀(파4) 160야드 거리에서 8번 아이언으로 절묘한 샷 이글을 만들며 대니얼 버거와 공동 선두가 됐다. 버거가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반면 스피스는 17, 18번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선두가 됐다. 스피스는 2017년 7월 디오픈(브리티시 오픈) 이후 3년 7개월 만에 투어 통산 12번째 우승을 노린다. 이 대회에서는 4년 만의 정상 복귀에 도전한다. 스피스는 지난주 피닉스오픈에서 3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쳤으나 마지막 날 1타를 잃어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5∼2016년 세계 랭킹 1위였던 스피스는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져 한때 92위까지 떨어졌다. 현재 62위다. 이 대회는 프로 선수들과 아마추어 유명 인사들이 함께 경기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프로 선수들만 출전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남자부 최하위 삼성화재가 창단 후 최다 연패에서 탈출했다.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5위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3-2(25-19, 11-25, 25-18, 23-25, 15-13)로 이기며 8연패를 끊었다. 삼성화재는 복근 부상으로 결장한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를 대신해 라이트 김동영이 팀 최다 20득점(공격성공률 52.94%)으로 맹활약했다. 레프트 황경민(16득점), 신장호(12득점)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삼성화재는 이날 총 17명을 코트에 번갈아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여자부 2위 GS칼텍스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5위 KGC인삼공사에 3-0(25-22, 30-28, 25-21) 완승을 거뒀다. 러츠가 23득점, 이소영이 22득점으로 팀 승리를 합작했다. GS칼텍스는 승점 45로 선두 흥국생명(승점 50)과의 격차를 5로 좁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학교폭력(학폭)’의 그림자가 배구계에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프로무대인 V리그의 파행을 넘어 팬들의 신뢰마저 잃을 위기다. 배구계를 넘어 스포츠계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여자부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선수(25)의 학폭 피해자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된 사태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13일에는 국가대표로 활약한 남자부 OK금융그룹의 송명근(28), 심경섭 선수(30)의 중고교 시절 학폭 피해자의 글이 게시됐다. 고환 봉합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폭행 수위가 높았음에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이재영·이다영 선수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다른 피해자의 추가 폭로가 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두 선수를 알게 됐다는 피해자는 “기본인 빨래도 동료고 후배고 할 것 없이 시키고 틈만 나면 자기들 기분 때문에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욕하고 툭툭 쳤다”며 일상화된 학폭을 주장했다. 14일 오후 10시 현재 관련 진상 규명 및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약 8만 명이 동의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배구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팀마다 학폭 가해자가 추가로 드러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자부 한국전력은 자체적으로 학폭 관련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구단과 한국배구연맹(KOVO), 대한민국배구협회의 미온적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서로 눈치만 보면서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두 구단의 경우 사과의 뜻은 밝혔지만 내부 징계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사안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V리그에 학폭 논란이 처음 불거진 데다 추가 피해 증언이 나오는 상황에서 선뜻 수위를 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네 선수 모두 남은 시즌 출전은 어려워 보인다. 앞서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11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 결장했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 심경섭 선수의 의사에 따라 이번 시즌 잔여 경기에 두 선수를 내보내지 않기로 했으며 선수단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송명근 선수는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저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맞습니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였다”며 “나이가 들어 아빠가 되고 많은 후배가 생기다 보니 그때 했던 행동이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하고 나쁜 행동이었는지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학폭 전수조사, 학폭 예방기구 설치 등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승부조작 사태처럼 가해 선수들이 먼저 제 잘못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자진신고 기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아직도 많은 학폭 가해자들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적 만능주의, 운동 선후배 사이의 서열의식 등에 가려져 학폭을 향한 무딘 시선이 스포츠계에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폭행 논란 이후에도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지도자들도 많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곪은 상처를 확실하게 도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소송전으로 번진 대한레슬링협회장 선거에 공정성 논란이 더해졌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면서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제36대 대한레슬링협회장 선거는 지난달 11일 열렸다. 투표결과 조해상 후보(참바른 회장)가 143표 중 76표를 얻어 63표를 받은 김재원 후보(전 미래통합당 의원)를 제치고 협회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15일 협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조 후보의 당선무효를 알리면서 사태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선거 과정에서 △기부행위 금지 위반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금지 위반 △제3자에 의한 선거운동 위반 등이 드러났다는 것. 이에 조 후보 측이 법원에 당선무효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소송전이 펼쳐졌다. 결국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조 후보는 당선인 신분으로 복귀했다. 협회가 진행하려던 재선거 일정도 취소됐다. 본안 소송 결과에 달렸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용 국민의 힘 의원이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선거공정위원회의 A위원이 조 후보의 가처분 신청 변호를 맡았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 앞서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0월 제40회 이사회를 통해 회원종목단체 회장선거의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를 도모하기 위해 회원종목단체 선거공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같은 취지로 구성된 선거공정위원회의 위원이 특정 후보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에 현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선거공정위원회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이 밖에도 이 의원은 조 후보 측의 허위공약 유포, 협회의 사 조직화 계획 등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앞서 지난달에는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선거를 두고 내홍이 일기도 했다. 연맹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단 구성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다며 선거 무효를 결정했고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무효 공고를 취소하라고 결정했지만 연맹이 이를 따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여전히 잡음이 일고 있다. 한 레슬링 지도자는 “이렇게 절차적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후보가 내건 공약인들 지켜질지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연일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에 선수, 지도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 걸음에 두 계단을 올라섰다.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가 9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3-1(23-25, 25-19, 25-16, 25-22)로 역전승해 4위에서 2위로 도약했다. 2연승을 이어가며 승점 3을 추가한 우리카드(승점 48)는 OK금융그룹을 3위로, KB손해보험(이상 승점 47)을 4위로 한 계단씩 끌어내렸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우리카드는 올 시즌을 3연패로 어렵게 시작했다. 주전 세터 노재욱을 트레이드로 삼성화재로 떠나보내면서 세터 하승우(26·사진)를 새 주전으로 정했지만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 12월에는 외국인 선수 알렉스가 경기 도중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의 지시에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상위권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달랐다. 세터 하승우는 알렉스(33득점)를 적극 활용하며 상대 코트를 뒤집었다. 하승우는 이날 2, 3세트 각각 2개씩 총 4개의 서브 득점에 성공하며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왼손잡이 세터 하승우는 서브 완급 조절에 능하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어제 승우를 불러 ‘연봉 1억 원 받는 선수가 이 정도면 굉장히 잘하는 것’이라고 기를 살려줬다. 요새 자신감을 찾았다”고 칭찬했다. 레프트 나경복(14득점)과 한성정(10득점)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여자부 최하위 현대건설은 이날 수원에서 열린 2위 GS칼텍스와의 안방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3, 25-22, 17-25, 22-25, 15-13)로 승리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GS칼텍스에 3승 2패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8승 중 3승을 GS칼텍스를 상대로 따냈다. 현대건설 외국인 선수 루소는 팀 최다인 27득점을 올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스프링캠프를 보는 건 나무의 나이테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일이다.” 미국의 스포츠 저널리스트 제리 아이젠버그는 프로야구 팀들의 스프링캠프를 이렇게 표현했다. 예년 이맘때 인천국제공항에는 스프링캠프를 위해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 각지로 떠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항공사 카운터 앞에는 선수들의 짐이며 각종 훈련 장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들은 한국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향해 남들보다 일찍 봄을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1일부터 해외가 아닌 국내에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수단의 해외 캠프가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 코로나19가 바꾼 스프링캠프 신(新)풍속도다.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일제히 국내에 캠프를 차린 건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국내에서 캠프를 치른 구단도 있긴 했다. 2003년 한화와 2008년 현대를 해체한 뒤 재창단한 히어로즈가 제주도에서 캠프를 진행했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에도 쌍방울, OB(현 두산) 등이 국내에서 훈련했다.○ SK는 제주도, 두산·LG는 이천 9일 현재 10개 구단은 전국 각지에서 캠프를 치르고 있다. 장소 유형은 크게 △안방구장 △2군 구장 △제3의 구장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안방으로 쓰는 키움을 비롯해 NC(창원NC파크), 삼성(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KIA(광주KIA챔피언스필드), 롯데(부산 사직구장) 등은 안방구장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 잠실구장 라이벌 두산(이천베어스파크)과 LG(이천챔피언스파크)는 각각 2군 구장이 있는 경기 이천에 자리를 잡았다. 유일하게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넌 건 최근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인수를 결정한 SK다. 인천 연고의 SK는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 캠프를 차렸다. KT는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 한화는 경남 거제 하청스포츠타운 야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두산, KT, 한화는 이후 장소를 옮겨 2차 캠프도 진행할 계획이다. 캠프 막바지인 3월에는 구단들끼리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다. 해외 전지훈련이 일반적이었던 작년까지는 나름대로의 트렌드가 있었다. 2019년 일명 ‘노 저팬’ 사태를 촉발했던 한일 관계 악화 전에는 미국에서 1차 캠프를 치른 뒤 일본 오키나와에 모여 2차 캠프를 여는 게 대세였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팀과도 연습경기를 자주 진행하면서 ‘오키나와 리그’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 일본, 호주, 대만 등에서 캠프를 진행했던 몇몇 팀들은 지난해 캠프 도중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줄줄이 항공권이 취소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오도 가도 못 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구단들은 전세기를 통해 가까스로 국내에 돌아왔다.○ 날씨와의 전쟁 그동안 각 구단들이 해외로 캠프를 나갔던 가장 큰 이유는 날씨였다. 종목 특성상 한겨울의 추운 날씨 속에서 운동을 하다가는 부상을 당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뜻한 미국이나 호주, 일본을 찾았다. 올해 국내 캠프에서도 모든 구단들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건 ‘온도’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남쪽 지역에 캠프를 차린 가운데 경기 이천에 캠프를 차린 두산과 LG는 난방시설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온풍기를 준비하고 불펜에는 가스히터 등을 설치해 선수들이 따뜻한 온도에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했다. 실내 온도는 영상 15도 내외로 유지하고 있다. LG는 워밍업 시 LG 세이커스 농구단의 실내연습장도 활용한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훈련 중인 롯데는 추위와 바람을 막기 위해 1, 3루 바깥쪽 불펜에 각각 비닐하우스 시설을 마련했다. 총 800만 원의 설치비가 들었다. KIA 역시 광주KIA챔피언스필드 외야 불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철골구조물을 설치한 뒤 천막을 덮었다. 실내연습장을 포함해 총 6명의 투수가 동시에 투구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남쪽인 제주 서귀포로 내려간 SK는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캠프 첫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김원형 SK 감독은 “이 정도면 (일본 전지훈련지였던) 고치처럼 약간 쌀쌀한 정도다. 할 만하다”고 말했다. 캠프 시작 2주 전 개인 훈련차 먼저 이곳에 내려왔던 SK 주장 이재원(35)은 “어떤 날은 반팔을 입고 훈련했을 정도로 날씨가 따뜻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국내 전지훈련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돔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키움은 날씨 고민에서 훨씬 자유로운 편이다. 외투를 벗어도 춥지 않은 정도인 영상 18도를 유지하고 있다. 선수들도 워밍업을 마친 뒤에는 유니폼만 입은 채 타격, 수비 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바람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 출퇴근하며 집밥 국내 캠프의 최고 장점은 컨디션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미국 스프링캠프의 경우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 시차 적응 등을 하다 보면 하루 이틀쯤은 별다른 훈련 없이 가벼운 몸 풀기로 흘려보내는 일이 많았다. 안방구장을 활용하는 팀들의 경우 선수들은 정규시즌처럼 집에서 출퇴근을 하며 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낯설고 물선 해외에서 훈련만 해야 했던 선수들은 올해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심신의 안정을 얻고 있다. NC 내야수 박민우(28)는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며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어서 더 좋다”고 말했다. 캠프 기간 동안 선수가 수시로 집을 오가자 오히려 가족들이 더 어색해한다는 후문이다. 해외에 나갈 때면 어려움을 겪곤 하던 전화 연결 문제도 걱정할 일이 없어 좋다는 반응이다. 안방구장을 캠프지로 사용하는 구단 중에서는 롯데가 유일하게 부산 롯데호텔에서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직구장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다. 롯데 역시 애초에 출퇴근을 할 계획이었으나 “팀워크를 다지고 서로를 알기 위해선 출퇴근보다 합숙이 더 낫다”는 새 주장 전준우(35)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거제에 캠프를 차린 한화는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구단으로선 식사 준비에도 이점이 있다. 해외 캠프에서는 현지 케이터링 업체나 한인 식당 등과 계약을 맺어 선수단 식사를 제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익숙했던 구장 내 식당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식비는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메뉴의 영양소, 다양성 측면에서 보다 양질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육류 위주의 고단백 식사가 선수들에게 인기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유일하게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SK는 이번 스프링캠프 전체 예산으로 약 6억 원을 책정했다. 종전 해외 캠프의 예산 규모(11억∼12억 원)의 절반 정도다. 다른 구단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1인당 700만∼800만 원 정도의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 등을 아끼면서 구단으로서도 적지 않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상권에 쏠쏠한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SK의 스프링캠프지에는 선수단은 물론이고 취재진과 그룹사 직원 등이 몰리면서 인근 식당도 따라 웃고 있다. 매 식사 시간마다 식당이 붐빌 정도다. 한 식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끊기다시피 했던 단체손님이 스프링캠프를 계기로 발길을 잇기 시작했다. 1칸 띄어 앉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는 가운데서도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또 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의 커피 100잔을 매일 훈련장으로 보내오고 있다. 캠프 기간 커피 값만 1600만 원 이상이다. 다만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다. 선수들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혹여 긴장감이 떨어지진 않을까 조심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해외 캠프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일상에 변화를 주는 의미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는 해외 캠프와 국내 캠프를 두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강동웅 기자}
7일 들려온 소식은 배구 코트를 얼어붙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날 경찰에 모 여자 프로배구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 0시 무렵 해당 선수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동료 선수가 발견했다고 한다. 8일 해당 구단에서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대신 “선수는 상태를 회복해 퇴원 후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선수의 건강이 괜찮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동료 선수가 극단적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평소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음을 느끼게 한다. 요새 여자 프로배구 앞에는 ‘황금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시청률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2020∼2021시즌 여자부 전반기 평균 시청률은 1.17%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1.07%)보다 0.10%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11월 15일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는 역대 정규리그 최다인 2.22%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시청률을 뛰어넘는 경기도 나오고 있다. 대형 인기 스타가 쏟아지고 있고 팀, 선수 간 라이벌 구도 등 스토리라인도 풍성해진 덕분이다. 그러나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새까맣게 곪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해당 선수가 플레이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 비난의 목소리로 힘겨워했다는 건 배구계에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악성 메시지로 힘들어하는 선수도 너무나 많다. 지난해 여름 한 여자 선수를 떠나보낸 바 있다. 팬덤이라는 이름 아래 삐뚤어진 팬심으로 응원 대상인 선수를 오히려 곤란에 빠뜨리는 일도 많다. 구단, 연맹 차원에서 심리 상담,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가깝다는 평가다. 주위의 관심이 높다 보니 지나치게 성적과 흥행에만 매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불화, 왕따 논란 등은 팀워크가 생명인 배구 선수들 스스로가 돌아봐야 할 문제다. 언론 또한 이를 자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한 때다. 프로가 황금기를 맞았다고는 하나 그 텃밭은 부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봄 경기 안산 원곡고 배구부가 해체됐다. 현재 여고 배구부는 17개만 남았다.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실시한 여자프로 신인 드래프트는 역대 최저 지명률인 33.33%를 기록했다. 선수 육성은 물론이고 관리까지 여자 배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짜 황금기를 열기 위해선 하루빨리 건강한 토양을 구축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
“올 시즌 가장 안 좋은 경기였다.” 경기 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말 그대로 ‘흥벤져스’의 불안 요소가 모두 터져 나온 경기였다. 여자부 2위 GS칼텍스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방문경기에서 1위 흥국생명을 3-0(25-11, 25-19, 25-19)으로 완파했다. 2연패를 끊은 GS칼텍스는 흥국생명과의 시즌 상대 전적을 2승 3패로 만들었다. 2연패에 빠진 흥국생명(승점 50)과 GS칼텍스(승점 41)의 승점 차는 한 자릿수가 됐다. 흥국생명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삐거덕댔다. 세터 이다영(25)과 레프트 김연경(33), 이재영(25)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다. 공격 시도조차 못 하고 그대로 공을 상대 코트로 넘겨주는 모습이 반복됐다. 1세트 이재영(―7.14%)과 라이트 브루나(22·―20%)의 공격효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였다. 새 외국인 선수 브루나의 경기력도 실망스러웠다. 세 번째 경기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브루나는 경기 내내 공격 타점을 잡지 못하며 3득점(공격성공률 21.43%)에 그쳤다. 김연경이 13득점, 이재영이 11득점 했다. 박 감독은 “세터 이다영이 부담감을 떨치고 컨디션을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레프트 이소영(27)이 양 팀 최다인 18득점을 올렸고 2주 만에 발목 부상에서 복귀한 레프트 강소휘(24)도 13득점을 기록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며 선두 추격을 예고했다. 한편 남자부 우리카드는 삼성화재에 3-0(25-22, 25-17, 25-16)으로 승리했다.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