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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당국이 담배회사가 제기한 소송전에 맞대응을 선언했다. 이 소송전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무법인 동인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해 필립모리스의 정보공개 소송에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앞서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는 지난달 1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제기한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기기로 담뱃잎 고형물을 쪄서 증기를 피우는 제품이다. 지난해 5월 아이코스가 출시된 후 전체 담배 시장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전자담배의 급성장세가 6월 꺾였다. 당시 식약처는 아이코스를 비롯해 글로(BAT코리아), 릴(KT&G) 등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을 분석한 결과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타르, 벤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3분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7720만 갑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8710만 갑) 대비 990만 갑(11.4%) 감소했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식약처 분석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식약처를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보건 당국과 담배회사의 격돌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유해물질의 ‘양’이다. 6월 식약처 발표를 보면 발암물질 함유량 자체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적었다. 일반 담배 발암물질의 양을 100%로 봤을 때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벤조피렌 3.3% △니트로소노르니코틴 20.8% △포름알데히드 20.3% 정도만 함유돼 있었다. 이를 두고 필립모리스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훨씬 적은데, 식약처는 왜 일반 담배만큼 해롭다고 하느냐”고 반발한다. 반면 식약처는 “흡연 습관과 흡연 기간, 신체 반응 차이에 따라 유해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함유량이 적다고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타르의 실체를 두고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타르는 담배 연기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모든 물질의 복합체를 뜻한다. 식약처 분석 결과 타르 평균 함유량은 △아이코스 9.3mg △릴 9.1mg △글로 4.8mg으로 3종 중 2종이 일반 담배 타르 함유량(0.1∼8.0mg)보다 많았다. 반면 필립모리스는 타르 자체가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 담배 연기에서만 적용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찌는 방식의 전자담배에는 적용할 수 없어 보건 당국의 분석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또 필립모리스가 정보공개 소송을 낸 데 대해 “담배회사의 꼼수”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이의 신청을 하면 된다. 이의 신청 후에도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면 다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필립모리스가 이런 행정정보 공개 절차를 무시하고 바로 법적 소송에 나선 것은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가 감소하니 보건 당국 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소송을 낸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서울의 한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줄 과일을 필요량보다 적게 산다. 하지만 과일을 정량대로 산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받고, 그 차액은 어린이집 원장이 사적으로 식재료를 구입하는 데 썼다.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급식할 과일이 부족한 만큼 사과를 최대한 얇게 썰어 12조각을 낸 뒤 아이들에게 먹였다. 시민단체 ‘보육더하기 인권함께하기’가 14일 연 ‘어린이집 비리근절 간담회’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가 밝힌 부실급식 실태다.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김치 1조각, 불고기 3점으로 된 점심을 줘 ‘부실급식’ 논란이 발생하면서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어린이집 부실급식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느냐”는 학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들의 부실급식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A어린이집은 떠먹는 요구르트 1개를 아이 3명이 나눠 먹도록 해 식비를 아꼈다. B어린이집은 두부 2모로 50명이 먹을 국을 끓였다. ‘보육더하기 인권함께하기’에 따르면 보육교사 228명 중 71.9%(164명)가 급식 비리를 의심할 만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학부모에게 공개하는 사진과 다른 음식을 제공하는 일은 허다하다. C어린이집은 학부모에게는 짜장면을 준다고 해놓고 짜파게티를 끓여 줬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 급식으로 닭죽을 준다고 할 때 닭 5마리를 끓이는지, 1마리를 끓이는지 학부모들은 알기 어렵다”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어린이집 원장들이 식재료를 줄이는 방식으로 불법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급식의 1차 피해자인 어린이들은 0∼5세인 탓에 식사량이 정해진 기준보다 적은지 알 수 없다. 교사가 아니고선 내부 고발이 힘든 구조다. 그렇다면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어린이집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어린이집 원장은 각종 수입과 지출 등 회계정보를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식재료를 산 영수증만 확인할 뿐 식재료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지자체는 관내 어린이집 급식 조리현장을 점검한다. 하지만 이때도 식재료 보관상태나 위생, 식중독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급식의 부실 여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전국 219곳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주로 영양사를 두기 어려운 소규모 어린이집에 식단을 짜줄 뿐 식단 관리는 역부족이다. 보건복지부 김우중 보육기반과장은 “내부 고발이 중요한 만큼 어린이집 급식비리 신고포상금(건당 100만 원)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이수두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개정해 어린이집을 지역 급식지원센터에 의무 등록시킨 후 식단뿐 아니라 급식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열린어린이집’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열린어린이집’이란 학부모에게 어린이집 공간을 개방하고 어린이집 운영 등에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하는 운영 형태다. 학부모가 수시로 급식시간에 방문하면 섣불리 부실한 급식을 주기 어렵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서울의 한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먹을 과일을 필요량보다 적게 산다. 하지만 과일을 정량대로 산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받고, 그 차액은 어린이집 원장이 사적으로 식재료를 구입하는 데 썼다. 대신 아이들에게 급식할 과일이 부족한 만큼 사과라면 최대한 얇게 썰어 12조각을 낸 뒤 아이들에게 먹였다. 시민단체 ‘보육더하기 인권함께하기’가 14일 연 ‘어린이집 비리근절 간담회’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가 밝힌 부실급식 실태다.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김치 1조각, 불고기 3점으로 된 점심을 줘 ‘부실급식’ 논란이 발생하면서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어린이집 부실급식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냐”는 학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들의 부실급식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A 어린이집은 떠먹는 요구르트 1개를 아이 3명이 나눠먹도록 해 식비를 아꼈다. B 어린이집은 두부 2모로 50명이 먹을 국을 끓였다. ‘보육더하기 인권함께하기’에 따르면 보육교사 228명 중 71.9%(164명)가 급식 비리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학부모에게 공개하는 사진과 다른 음식을 제공하는 일은 허다하다. C 어린이집은 학부모에게는 짜장면을 준다고 해놓고 짜파게티를 끓여 줬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 급식으로 닭죽을 준다고 할 때 닭 5마리로 끓었는지, 1마리를 끓이는지 학부모들은 알기 어렵다”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어린이집 원장들이 식재료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불법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급식의 1차 피해자인 어린이들은 0~5세인 탓에 식사양이 정해진 기준보다 적은지 자체를 알 수 없다. 교사가 아니고선 내부 고발이 힘든 구조다. 그렇다면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어린이집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어린이집 원장은 각종 수입과 지출 등 회계정보를 ‘보육정보시스템’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식재료를 산 영수증만 확인할 뿐 식재료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지자체는 관내 어린이집 급식 조리현장을 점검한다. 하지만 이때도 식재료 보관상태나 위생, 식중독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급식의 부실 여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전국 219곳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주로 영양사를 두기 어려운 소규모 어린이집에 식단을 짜줄 뿐 식단 관리는 역부족이다. 복지부 김우중 보육기반과장은 “내부 고발이 중요한 만큼 어린이집 급식비리 신고포상금(건당 100만 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이수두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개정해 어린이집을 지역 급식지원센터에 의무 등록시킨 후 식단뿐 아니라 급식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열린어린이집’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열린어린이집’이란 학부모에게 어린이집 공간을 개방하고 어린이집 운영 등에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하는 운영 형태다. 학부모가 수시로 급식시간에 방문하면 섣불리 부실한 급식을 주기 어렵다. 주부 김모 씨(37)는 “학부모들은 유기농을 이용한 수준 높은 급식을 원하지만 하루 식품비가 1인당 1745원에 그쳐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또 아이들이 음식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적게 여러 번 주는 것을 부실급식으로 오해한 경우도 있다. 학부모와 어린이집이 소통하는 자리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지금 내부에선 저출산 ‘극복’이냐, 저출산 ‘대응’이냐, 아니면 저출산 ‘적응’이냐 등 용어 하나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달 예정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 발표가 다음 달로 미뤄졌다. 그 이유를 묻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재구조화(再構造化)’는 생소한 용어다. 쉽게 풀면 기존 저출산 정책을 ‘리모델링’ 혹은 ‘구조조정’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2015년 말 발표한 제3차 기본계획(2016∼2020년)이 시행 중이다. 3차 계획에만 예산 108조 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올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1.0명 아래로 떨어져 약 0.97명으로 예상된다. ‘세계 대표’ 저출산·고령사회인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0명에 달한다. 한국의 저출산은 비교 대상이 없는 ‘독보적 수준’인 셈이다. 기존의 5년 단위 기본계획으로는 저출산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한 만큼 큰 틀에서 고치겠다는 것이 ‘재구조화’ 방안이다. 정부는 당초 10월 재구조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1월로 미루더니 다시 12월로 연기했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발표 연기 이유는 예산 편성과 당정 협의 등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뾰족한 묘책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저출산 극복, 대응, 적응 등 단어 하나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어디다 방점을 둬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저출산 대책이 임신 확산, 출산율 상승 등 저출산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재구조화 방안은 저출산 대응과 적응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도 큰 이견이 없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내에선 출산 후 무조건 휴직에 들어가는 ‘자동육아휴직제’, 노사가 절반씩 부담해 기금을 만든 뒤 육아휴직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부모보험’ 등의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도 고용 절벽, 주거 불안, 무한 경쟁, 불안한 노후 등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순 없다. ‘아이에게 물려줄 희망이 없다’며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가 한두 가지 정책으로 생각을 바꾸겠는가. ‘힘들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위기는 20∼30년 전부터 예견됐다. 정부는 1961년부터 출산을 억제하는 인구 정책을 폈다. 1987년 출산율이 저출산 국가 수준(1.7명)까지 떨어졌지만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인구제한 정책은 1996년까지 이어졌다. 2006년이 돼서야 저출산 대책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지금의 저출산 극복 정책 역시 20∼30년 뒤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12월 발표할 재구조화 방안에선 저출산 극복 대신 아예 저출산이란 말 자체를 없애면 어떨까. 그저 우리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기초 정책부터 다져나가자는 얘기다. 지금 절실한 건 아기 울음소리가 아닌 청년 웃음소리인지 모른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8월 초 경증 치매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손모 씨(89·여)는 지난달 상태가 좋아져 경기 성남시 위례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된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사회복지사와 방문요양 보호사의 도움으로 같은 층(6층) 이웃과 금세 친해진 손 씨는 ‘70대 동생들’의 공기놀이를 지켜보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손 씨는 “요양병원 병상에서 생을 마칠 줄 알았는데 내 집에서 지낼 수 있어 더없이 좋다”고 말했다. 손 씨 같은 사례는 국내에서 매우 드물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에 6개월 이상 입원한 4만9173명 중 52.9%인 2만6012명은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으로 추산된다.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집에서 지낼 수 있지만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재정은 한 해 6500억 원이 넘는다. 정부는 노인들이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쉽게 의사와 간호사의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담은 ‘지역사회 통합 노인 돌봄 기본 계획’을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2026년 이전에 ‘내 집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이번 계획의 목표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불필요한 요양병원 장기 입원자의 입원비 본인 부담을 크게 늘린다. 현재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환자 부담금이 연 80만∼523만 원을 초과하면 나머지를 건보 재정으로 돌려준다. 하지만 앞으로 이 상한을 2배로 높여 불필요한 장기 입원자의 퇴원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증 질환자가 요양병원에 다시 입원하려면 심사를 거치도록 해 ‘회전문 입원’을 차단할 계획이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온 노인들은 전국 시군구에 설치될 ‘주민건강센터’와 경로당을 통해 방문 진료 및 간호를 받게 된다. 지금은 저소득층 노인 125만 명만 방문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2025년에는 가족이 모두 노인인 ‘노노(老老) 케어’ 가정 등 390만 명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한다. 다만 복지부는 이번 대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정이나 장기요양 보험료율 인상폭을 제시하지 않았다. 방문의료에 투입할 의료 인력을 어디서 구할지도 고민이다. 현재 전국 방문 간호사 1600명이 1명당 노인 700∼800명을 돌보고 있다. 2025년까지 3600명이 더 필요한데, 지금은 일선 병원조차 간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앞으로 등산객이 산을 오르다가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드론(무인항공기)이 전달해주는 심장충격기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다음 달부터 북한산국립공원에 구급용 드론을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다른 국립공원으로 구급용 드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18일 밝혔다. 산속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 신고가 들어오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파악해 ‘구급용 드론’을 띄운다. 이 드론은 해당 환자가 있는 상공으로 간 뒤 탄소강 쇠줄(카본 와이어)을 이용해 심장충격기 등을 담은 응급구조상자를 전달한다. 이를 받은 등산객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은 사용법이 손쉬운 심장충격기 등으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현재는 등산 중 심장 이상 환자가 발생하면 소방헬기가 출동해 응급치료를 하고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다. 하지만 헬기 출동 및 이송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드론은 기동성이 좋기 때문에 신속한 응급조치를 위해 투입되는 것이다. 또 해상, 해안 국립공원에는 순찰 안내방송 드론을 도입한다. 방송용 스피커를 단 순찰 드론은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에 대한 계도 및 경고 방송을 한다. 열화상 카메라와 탐조등을 탑재해 밤에도 감시 활동을 할 수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다음 달 말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면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 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담배이기 때문에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이 12월 31일부터 시행된다고 14일 밝혔다. 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시설의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 구역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이를 흡연자에게 알리기 위해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은 12월 31일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근처 10m가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를 건물 담장, 벽면, 보도 등에 부착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 보육, 교육기관은 실내 공간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복지부는 “전국적으로 약 5만 곳의 어린이집, 유치원 주변에 금연구역 표지가 부착될 것”이라며 “간접흡연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만 명 이상이 간접흡연으로 사망한다. 이 중 3분의 1은 집에서 담배 연기에 노출된 아동들이다. 아동기 간접흡연은 성장기 폐렴, 천식 위험은 물론이고 성인이 된 후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 폐암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연구역 확대로 공공장소의 간접흡연 노출률도 2013년 58.0%에서 지난해 21.1%로 감소 추세”라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1995년 건강증진법 제정 이후 금연구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현재 의료시설, 교통시설, PC방 등 공중이용시설은 금연구역이다. 2015년 1월부터는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음식점, 제과점 등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도 2017년 12월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면적이 75m² 이상인 ‘흡연카페’마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미세먼지로부터 소중한 내 피부를 보호합니다.”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면서 이같은 광고를 하는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이 인기다. 하지만 이들 제품 중 절반 이상은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중 미세먼지 차단·세정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 및 판매를 하는 53개 화장품을 조사한 결과 27개 제품(51%)이 효과가 없었다고 13일 밝혔다. 식약처는 해당 광고를 2개월간 정지했다. 예를 들어 ‘디어마이 더스트 필링패드’란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은 얼굴에 바른 후 문지르면서 생기는 알갱이에 피부에 박힌 미세먼지가 흡착된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이는 실험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허위 광고였다. 해당 제품을 만든 회사에서는 이 같은 효능을 입증할 자료 자체가 없었다. ‘얼굴에 바르면 미세먼지가 피부에 닿는 것이 차단된다’고 광고한 ‘설레임 블루밍셀 더스트 아웃 얼라이브 크림’ 역시 효능이 전혀 없었다. 이처럼 17개 제품은 미세먼지 차단 효과에 대한 실증자료가 없이 광고하다 적발됐다. 현행 화장품법상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광고하려면 각종 실험과 검증을 통해 효과를 입증할 만한 실증자료를 구비해야 한다. 또 ‘오유 미녀크림’, ‘스킨 클리어링 토너’, ‘크림21 안티폴루션 크림’ 등 10개 제품은 화장품 원료의 효능 때문에 미세먼지 차단효과가 있다고 광고해왔다. 하지만 최종 완성품인 화장품 자체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는 입증되지 않아 이번에 적발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연명 신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사진)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은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TV토론에서 “국민연금 보험료 증가 없이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이 “(대통령에게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불가능하다고 조언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예”라고 답한 후 나온 발언이다.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이다. 앞서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7일 소득대체율을 45∼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로 인상하는 방안을 보고했지만 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의 연금 공약을 설계해온 연금 전문가다. 그는 중앙대 교수 시절부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0.01%까지만 올려도 소득대체율 50%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날 김 수석은 교수 시절 주장에 대해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학자로서의 소신”이라며 “정치 경제적 상황이 많이 변했다. 과거 데이터에 입각한 것이어서 지금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평소 소신과 달리 실제 연금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여러 방면에서 탄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다만 그는 “연금개혁 정책 수립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고 저는 대통령이 말한 범위 내에서 조언을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김 신임 사회수석이 진두지휘할 거란 관측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한 여당 의원은 “김 수석이 50% 상향에 대한 소신이 있어도 청와대에 오자마자 복지부가 만든 안을 크게 흔들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현재의 45%에서 단계적으로 하락해 2028년에는 40%로 낮아진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소득대체율도 40.6%에 그친다. 반면 14∼18%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9%)의 최대 2배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보험료를 낼 인구가 줄어 보험료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기초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는 올리지 않고 현재 월 25만 원인 기초연금을 증액해 노후 소득보장을 하는 대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것은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초연금 인상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대에 큰 부담을 안겨주는 안이다.김윤종 zozo@donga.com·장원재 기자}
“미세먼지로부터 소중한 내 피부를 보호합니다.”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면서 이같은 광고를 하는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이 인기다. 하지만 이들 제품 중 절반 이상은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중 미세먼지 차단·세정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 및 판매를 하는 53개 화장품을 조사한 결과 27개 제품(51%)이 효과가 없었다고 13일 밝혔다. 예를 들어 ‘디어마이 더스트 필링패드’란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은 얼굴에 바른 후 문지르면서 생기는 알갱이에 피부에 박힌 미세먼지가 흡착된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이는 실험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허위 광고였다. 해당 제품을 만든 회사에서는 이같은 효능을 입증할 자료 자체가 없었다. ‘얼굴에 바르면 미세먼지가 피부에 닿는 것이 차단된다’고 광고한 ‘설레임 블루밍셀 더스트 아웃 얼라이브 크림’ 역시 효능이 전혀 없었다. 이처럼 17개 제품은 미세먼지 차단 효과에 대한 실증자료가 없이 광고하다 적발됐다. 현행 화장품법 상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광고하려면 각종 실험과 검증을 통해 효과를 입증할만한 실증자료를 구비해야 한다. 또 ‘오유 미녀크림’, ‘스킨 클리어링 토너’, ‘크림21 안티폴루션 크림’ 등 10개 제품은 화장품 원료의 효능 때문에 미세먼지 차단효과가 있다고 광고해왔다. 하지만 최종 완성품인 화장품 자체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는 입증되지 않아 이번에 적발됐다. 식약처는 “이들 27개 제품을 유통·판매하는 제조판매업체 26곳에 해당 품목 광고를 2개월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며 “또 이들 제품을 판매한 547개 인터넷 사이트도 광고 내용 시정을 명령하거나 사이트 차단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내년 1월부터 치료 목적의 고도비만수술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현재 전액 부담해야 하는 700만∼1000만 원의 수술비가 150만∼2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고도비만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시행되는 각종 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의결했다. 그동안 비만은 식습관, 운동 등 주로 개인의 생활습관으로 고쳐야 한다고 여겨져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만 치료는 위와 장 등을 절제해 축소하거나 구조적으로 다르게 이어 붙여 소화과정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살이 빠지게 하는 위소매절제술, 문합위우회술, 십이지장치환술, 조절형위밴드술 등이다. 미용 목적의 지방흡입술은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적용 대상은 생활습관 개선이나 약물 등 내과 치료로도 살이 빠지지 않는 환자다. 구체적으로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m²당 35kg 이상이거나 BMI가 m²당 30kg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어야 한다. 복지부는 “불필요한 비만수술을 방지하고 수술 전후를 아우르는 통합적 진료를 위해 집도의를 비롯해 내과 정신과 등 관련 분야 전문의가 함께 모여 환자를 진료할 때 지급하는 ‘비만수술 통합진료료’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최근 지인인 출판사 대표와 우연히 통화를 했다. 그는 새 소설을 냈다고 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이는 팩션(Faction·fact와 fiction의 합성어) 장르로 유명한 김탁환 작가의 작품이었다. 주제를 물었더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라고 답했다. 올해 9, 10월 메르스를 취재했던 탓에 귀가 번쩍 뜨였다. 다만 소설은 3년 전인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다루고 있었다. 기자는 농담으로 “이왕 책을 낼 거면 올해 메르스가 재발했을 당시에 바로 출판했어야 흥행 타이밍이 맞았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한편으로는 내용이 궁금해 서점에 갔다. 확진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을 낸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다룬 르포르타주 형식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사회나 언론이 아닌, 철저히 환자와 가족 등 개인의 관점에서 메르스 사태를 조명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메르스 ‘완치’ 후에도 힘겨운 일상을 보낸다. 건강이 나빠지고 메르스 환자였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직장을 잃는다. 실제 김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2015년 당시 마지막 메르스 감염자로 남아있던 80번 환자의 아내를 만나 많은 자료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 80번 환자는 기저질환인 악성림프종 치료 중 경과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 환자 아내는 “부실한 메르스 대응조치와 방역조치로 남편이 사망했다”며 국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왔다. 실제 최근까지 메르스 피해자가 국가와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는 17건에 달한다. 메르스가 종결됐다고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점을 강조해 소설을 쓴 김 작가가 올해 사태는 어떻게 보는지가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김 작가는 “2015년과 올해, 메르스 관련 공무원이나 사람들은 별 차이 없이 그대로인데…. 왜 이번에는 큰 문제가 안 생겼는지를 오히려 생각해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메르스는 지난달 16일 0시에 종료됐다. 쿠웨이트를 다녀온 확진자 A 씨 외에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9월 발생 당시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질병관리본부 등 메르스 관계자들을 초청해 격려했다. 언론 역시 ‘이번에는 잘 막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그는 “당시나 지금이나 담당자나 사회시스템은 별 차이가 없는데 그땐 안 됐고 왜 올해는 됐느냐”고 반문한 후 “올해는 처음부터 정권이 나서서 관심을 가지며 대응해 피해가 적었을 뿐”이라고 했다. 여전히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관심이나 주의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언제든 메르스 사태와 유사한 재난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메르스 사태가 조기 종결된 것은 완벽한 방역 시스템 때문만은 아니다. 검역과정이나 접촉자 관리 등 부실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최근 두바이 여행을 다녀온 후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 70대 남성이 격리된 후 음성판정을 받았다. 메르스가 조기 종결됐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방역시스템을 비롯해 메르스 환자들의 완치 후 삶 등 사회 안전망의 부족한 부분을 계속 다듬어야 할 때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지만 주변에 밥을 조금만 먹어도 소화가 안돼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국내 소화불량 환자는 매년 60만 명이 넘는다.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소화불량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61만6170명에 달한다. 성별로는 여성(36만9824명)이 남성(24만6346명)의 1.5배쯤 된다. 일산병원 원성영 소화기내과 교수는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은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다”며 “다만 여성이 남성보다 통증에 민감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소화불량 증세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부는 상복부 중앙 부위에서 통증을 느낀다. 복부 쓰림이나 팽만감, 또는 밥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 입맛이 없거나 수시로 가스가 차 구역질이 나는 것도 소화불량 증세 중 하나다. 무작정 많이 먹는다고 소화불량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위궤양, 위암, 췌담도 질환 등으로 소화불량이 생길 경우 ‘기질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나타나는 소화불량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위의 적응력 저하, 위 내장 감각의 비정상적인 예민성, 위산 분비 과다, 십이지장의 기능 이상을 비롯해 스트레스, 우울증 등이 기능성 소화불량의 주된 원인이다. 소화불량이 너무 잦아지면 병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나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기질성 소화불량은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해소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다양한 원인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위산분비 억제제, 위 운동 촉진제, 위저부 이완제 등 여러 약물을 조합해 복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치료가 안 된다면 불안이나 우울 증세는 없는지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소화불량은 약물 혹은 음식 종류와도 관계가 깊다. 서울아산병원 이정훈 소화기내과 교수는 “소염진통제, 항생제, 스테로이드, 당뇨병 약, 골다공증 약은 물론이고 비타민, 관절 보조제, 각종 영양제도 소화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약들을 복용할 때 소화불량이 나타나면 전문의와 상담해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 고지방, 밀가루 음식뿐 아니라 오렌지 등 과일이나 야채도 소화불량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양배추가 위장에 좋다며 너무 많이 먹으면 이 역시 소화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야채를 먹어 소화불량이 생기는 사람은 야채를 삶거나 데쳐 먹는 식으로 조리 방법을 자신에게 맞게 바꿔야 한다. 불규칙한 식생활은 위장 점막을 위축시켜 소화불량으로 이어진다. 야식 습관 역시 생리적 위배출 기능을 저하시켜 소화불량을 부른다. 빨리 먹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급한 식사는 위의 이완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요양원을 세우면 3년 안에 빚을 갚는다.” 요양원 관계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빠른 고령화로 노인 재활, 돌봄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요양원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전국의 민간 요양원은 3810개. 이 기관들의 운영비 중 80%는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노인장기요양보험료로 충당한다. 이 돈이 제대로 쓰이면 상관없지만 요양원 대표가 외제차를 굴리고 술값으로 탕진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요양원은 ‘제2의 사립유치원’이란 지적이 나온다. 》 “아무리 불러도 간호사나 요양보호사가 안 보여요.” 지방 A요양원의 환자들은 항상 답답함을 호소했다. 요양원 측은 입소 당시 ‘간호사 2명, 요양보호사 5명을 배치했다’고 설명했지만 몸이 불편해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간호 인력을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이 요양원은 간호 인력의 근무시간을 허위로 부풀렸다. 간호사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일하게 해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오후 6시까지 근무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했다. 요양원은 환자 수에 따라 적정 인력을 갖춰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식사까지 만들도록 강요받아 병실 못지않게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A요양원은 이런 방식으로 3년간 보험 급여 2억 원가량을 부당하게 챙겨오다 올해 7월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전국에 요양시설이 급증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시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사설 요양원은 정부로부터 운영비의 80%를 지급받는다. 그럼에도 마땅한 감시체계를 갖추지 않아 각종 비리가 속출하고 있다.○ 유치원 비리와 똑 닮은 요양원 최근 경기도 회계감사에서 적발된 성남시의 B요양원 대표는 자신이 타는 벤츠 승용차 리스 보증금과 월 사용료, 보험료 등 7700만 원을 요양원 운영비에서 충당했다. 더 나아가 나이트클럽 술값, 골프장 이용료, 가족들 여행비, 자녀 교육비 등 1800만 원을 운영비에서 썼다. 정부 보조금을 유흥비 등에 쓴 사설 유치원 비리의 복사판이다. 유치원과 요양병원에 이어 요양원까지 나랏돈이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요양원은 재활과 돌봄에 초점을 둔 생활시설이다. 노인요양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을 합친 형태로 치료가 주목적인 요양병원과는 다르다. 요양병원은 노인 질환을 앓거나 외과 수술 후 회복이 필요한 노인이 주로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하는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다른 병원들처럼 환자를 돌보는 비용 일부(평균 65%)를 건강보험으로 충당한다. 반면 요양원은 요양비의 80%를 국민이 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료에서 충당한다. 환자 본인은 전체 비용의 20%만 내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요양병원과 달리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환자만 들어갈 수 있다. 또 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리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다.○ 정원의 10% 넘기기 일쑤 요양원 가운데 입소한 환자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요양원은 보통 촉탁의가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방문해 입소자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는 곳이 있다. 올해 초 C요양원은 촉탁의가 직접 방문하지 않은 채 환자도 아닌 요양원 관계자들에게 환자 상태를 묻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80대 어머니를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모신 회사원 김모 씨는 “중증 치매와 당뇨병을 앓고 계셨는데, 어느 날 면회를 가니 낙상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 혈관이 막혀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촉탁의가 입소자 수십 명을 돌보면서 형식적 진료만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환자 수를 늘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D요양원은 보건당국에 시설 내 20명을 수용하겠다고 등록했지만 실제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않은 환자 3명을 더 입소시켜 수천만 원의 장기요양 급여를 타냈다가 적발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상당수 요양원이 관행처럼 정원의 10%를 넘겨 환자를 받는다”며 “정작 비용이 드는 간호 인력은 줄여 환자가 제대로 된 관리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랏돈은 들어가지만 감시체계는 허술 환자가 입소하는 방식의 사설(법인 제외) 요양원은 지난해 말 기준 3810곳으로 2010년(2281곳)에 비해 67% 늘었다. 가정을 방문해 고령자를 돌보는 재가(在家)서비스 업체까지 합치면 전국에 약 2만 곳에 달한다. 이런 장기요양시설에 지원한 노인장기요양 급여는 지난해에만 4조9714억 원에 이른다. 한 해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 2조 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관리감독은 허술하다. 사회복지시설에 속하는 요양원은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회계정보를 정부 관리시스템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사회복지시설을 검사하기가 어렵다 보니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올해 5월에서야 시스템 도입이 의무화돼 그동안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있으면 요양원 설립이 가능한 점도 요양원 남발과 질 저하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요양원을 세우려면 전문 교육기관에서 2년 가까이 정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실제 요양시설에서 근무한 경력 등을 추가해 설립 요건을 강화해야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철중 기자}
곳곳에 세금도둑이 널려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에 이어 이번엔 요양병원 비리가 터졌다. ‘사무장병원’을 세워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요양급여 1352억 원을 빼돌린 요양병원 관계자 54명이 대거 적발됐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으로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1500곳에 달하는 요양병원의 비리 문제가 사립유치원의 비리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의료재단 대표 이모 씨(68) 등에 대해 부정의료기관개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조합원 규모를 갖추면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현행 의료법의 허점을 노렸다. 이 씨는 2006년 11월 아내가 운영하던 사무장병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유령 조합원’ 300명을 만들었다.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출자금 3000만 원도 본인이 낸 뒤 조합원들이 낸 것처럼 꾸몄다. 조합 발기인 명부와 창립총회 절차 등도 모두 조작해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요양병원을 개설했다. 이 씨는 11년 8개월간 부산에서 요양병원 3곳을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1010억 원의 요양급여를 타냈다. 그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자녀 2명에게 각각 법무팀장, 원무과장 직책을 주고 자주 출근하지 않는데도 매달 500만∼600만 원씩 5년여간 총 7억 원가량을 지급했다. 또 법인 명의로 산 9000만 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자녀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병원은 주로 노인질환을 앓거나 암 등 외과 수술 뒤 회복이 필요한 노인이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곳이다. 전국 요양병원은 2008년 690곳에서 지난해 1531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많은 요양병원이 경영상의 이유로 세워지다 보니 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환자들의 정상적인 생활도 보장이 안 되고 있다”며 “고령사회에 맞춰 요양병원을 이번에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이 병원이 비리 병원이라고요?” 29일 오후 부산 동래구 A요양병원에서 만난 50대 보호자는 비리 내용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초에 개원한 이 병원의 입원 환자 수는 300∼4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병원은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된 이모 씨(68)의 ‘사무장병원’ 3곳 중 1곳이다. 이 병원들이 10여 년간 부당하게 가로챈 건강보험료는 1000억 원이 넘는다. 요양병원 문제는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꼽힌다. 특히 비(非)의료인이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차리고 거꾸로 의사를 ‘바지사장’으로 고용하는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은 유치원 비리보다 더 광범위하고 뿌리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병원 비리 행태를 유형별로 살펴봤다.① ‘사무장병원’, 환자는 뒷전 지난달 충북 증평의 한 요양병원이 폐원해 환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이 병원의 전 대표 B 씨(49)는 지난해 8월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88세인 의사 C 씨를 만났다. 의료법상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 자격을 갖춰야 병원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으로 진료를 못 하는 C 씨를 서류상 대표로 내세운 이 병원은 요양급여비 6억4000여만 원을 착복하다 적발됐다. 지난해 요양급여 부당이득 환수결정 총액은 6949억200만 원으로 이 중 80%가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 결정이다. 사무장 병원 적발건수는 2014년 174곳에서 지난해 225곳으로 급증했다.② 합법 가장한 불법, ‘의료생협’ 일정 정도의 조합원 규모를 갖추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은 요양병원 비리를 키우는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조합원 500명 이상, 총출자금 1억 원 이상이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명의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그나마 지난해 9월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조합원 300명 이상, 총출자금 1000만 원 이상이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방에 지역주민들이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지만 이 규정을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 29일 부산 경찰에 적발된 이들은 의료생협의 특성을 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생협이 마치 사무장병원을 세우는 합법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③ 브로커까지 동원한 ‘환자 수 부풀리기’ 일반 병원은 개별 진료 행위마다 수가를 책정한 뒤 그 비용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미리 환자 1명당 평균 비용을 정해놓고 환자 수와 입원일수에 따라 금액을 지급받는다. 요양병원들이 환자 모시기에 혈안이 된 이유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동원되기도 한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종합병원을 돌며 브로커가 암 환자 등에게 요양병원을 홍보한다”며 “입원 대가로 병실비용 할인 등 혜택을 주고 브로커는 진료비의 10∼20%를 받는다”고 밝혔다. 일부 요양병원은 아예 서류상 가짜 환자를 만들고 멀쩡한 사람을 입원환자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또 환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병실 안에 환자 침대를 빼곡히 채워 넣는다. 사무장요양병원의 병실당 병상 수는 일반 의원(5.96개)보다 0.41개 많은 6.37개다.④ 고액 비급여 진료 남발 경기 양평군의 한 요양병원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암 수술 환자만을 선별해 유치하다가 2015년 경찰에 적발됐다. 이 병원은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주파 온열 치료, 면역제 투약 등의 치료 횟수를 부풀리고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들까지 입원시켜 부당하게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특히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는 고액의 비급여 치료를 남발했다. 당시 보험금이 청구된 항암제 ‘이뮨셀’은 1회당 450만∼550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약제였다. 이렇게 과다 치료, 입원 등으로 이 병원이 받아 챙긴 실손보험금은 52억 원에 이른다. 병원은 부풀려 받은 보험금과 실제 치료비의 차액을 환자들과 나눠 가졌다.⑤ 수준 미달 요양병원 수두룩 93세인 D 씨는 치매 증세로 올해 5월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며칠 후 그는 면회 온 가족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해보니 손목이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요양병원이 사실상 방치한 결과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고령 환자에게 오랫동안 기저귀를 채우거나 아예 묶어 두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행위별 수가가 아니라 정액수가를 받기 때문에 노후 의료장비를 사들이고, 보건당국에 보고한 수보다 적은 의사, 간호사를 배치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 / 부산=강성명 / 김성모 기자}
“한번 자리에 앉으면 5시간 이상 게임만 했어요. 게임할 때마다 무척 예민해 보였어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를 지켜본 한 아르바이트생의 증언이다. 경찰은 김성수의 게임중독 성향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게임에 빠진 부모가 생후 11개월 된 영아를 방치해 죽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부모는 하루 13시간씩 게임에 빠져 살았다. 이에 보건당국은 게임중독(과몰입)에 ‘질병코드’를 부여해 체계적으로 치료, 관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류의 한 축인 게임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할지를 두고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 우리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WHO는 6월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고, 게임으로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는데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가 12개월 이상 반복되면 질병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이 내년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확정되면 게임중독은 ‘공식 질병’이 된다. 한국질병분류코드(KCD)는 ICD를 기초로 만든다. ICD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확정하면 국내에서도 게임중독은 질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복지부는 내부적으로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으로서 게임중독의 정의와 증세’부터 세밀히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게임중독 환자와 위험군 수 △치료 방법과 예방법 △건강보험 적용 방법 등을 두고 각종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중독은 마약이나 알코올 등 ‘물질 중독’과 도박 등 ‘행위 중독’으로 나뉜다. 마약, 알코올, 도박 중독에는 모두 개별 질병코드를 부여해 치료 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게임중독에도 질병코드를 부여하면 국내 게임중독 환자 수 등 구체적 통계가 나오고, 이를 토대로 체계적인 치료 및 예방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질병코드 부여를 반기는 분위기다. 중3 아들을 둔 주부 송모 씨(42)는 “아이가 매일 게임에 빠져 있어 걱정이 크다”며 “정부가 게임중독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준다면 더없이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게임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관리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작지 않다. 당장 복지부와 달리 문화체육관광부는 질병코드 부여를 반대하고 있다. 문체부는 조만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게임 이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자료에는 ‘게임중독 증세는 게임 자체보다 부모 및 친구 관계, 학업 스트레스 등 다른 요인이 더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게임중독은 교육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질병코드를 부여해 ‘병’으로 낙인찍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게임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 총액 7조8700억 원 중 게임이 차지한 비중은 56.7%로 1위다. 의학계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게임중독 시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른 질환이 함께 나타난다. 하지만 이게 게임 때문인지, 반대로 우울증이나 ADHD 때문에 게임중독 증세가 나타나는 것인지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도박을 하면 뇌에서 도파민(호르몬)이 분비돼 중독되듯 게임중독도 같은 원리인 만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제대로 관리해야 장기적으로 게임산업에 미칠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응급환자의 목숨이 시급한데 헬기가 착륙을 못합니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립중앙의료원 국정감사장에 나온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사진)의 하소연이다. 그는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해 닥터(응급)헬기 소음 민원 등을 이유로 응급환자 근처에 착륙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선 영국 닥터헬기 출동과 응급의료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국감장에서 보여주며 “선진국은 환자가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어디서나 이착륙이 가능하다”며 “영국의 경우 주택가는 물론이고 인기 많은 럭비 경기 중 환자가 발생하면 경기를 중단시키고 경기장 한가운데에 헬기가 착륙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는 인계점에도 닥터헬기가 제대로 착륙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인계점’이란 닥터헬기가 환자를 싣고 내릴 수 있도록 승인 받은 헬기장이다. 이 교수는 “국내는 헬기장 자체가 부족한 데다 ‘시끄럽다’며 헬기장을 이전하거나 방음벽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닥터헬기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자주 접수된다는 이유로 응급헬기 항공대원이 경기도 공무원에게 주의를 들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22일 트위터에 “엄정 조사해 재발을 막겠다”며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환자가 위급한데 인계점에만 착륙하라는 규정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고속도로나 공터든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어디에서든 헬기가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전남 여수 해상종합훈련 중 한 해경 승무원이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제때 이송이 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난 주변에 허가받은 착륙 장소가 없어 아예 이륙을 못한 탓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2018년 6월 총 6340건의 응급헬기 출동 요청이 접수됐지만 이 중 80건은 착륙장을 쓸 수 없어 출동하지 못했다. 지난해 북한 귀순병 사건을 계기로 외상센터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알려지면서 각종 정부 지원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장은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닥터헬기에서 상호 간 무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이 가능한 낮은 고도에서 겨우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한다”며 “선진국은 30분 안에 중증 외상환자 수술을 시작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술을 받는 데 7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공무원연금 수령 최고액이 국민연금보다 500만 원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보다 월평균 연금액이 6배나 많은 공무원연금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국민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 퇴직급여 수급자 41만9968명은 1인당 월평균 240만 원을 받았다. 최고액 수급자는 전직 헌법재판소장으로, 매달 720만 원을 받고 있다. 반면 지난해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 469만 명의 월평균 연금액은 38만6000원에 불과했다. 공무원 연금의 6분의 1 수준이다. 최고액 수급자는 월 204만5550원을 받아 공무원연금 평균 수령액에도 못 미쳤다. 월 200만 원 이상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전국에 9명뿐이다. 물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은 매달 소득의 9%(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자 4.5%, 사용자 4.5% 부담)를 보험료로 낸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월 보험료율이 17%(공무원 8.5%, 국가 8.5% 부담)에 이른다. 여기에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을 포함한 개념이다. 또 공무원연금의 평균 가입기간은 27.1년으로 국민연금(17.1년)보다 10년 더 길다. 그럼에도 월평균 수령액이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무리 보험료율이 높더라도 공무원연금은 너무 많이 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약 60%다. 은퇴 전 월급 100만 원을 받았다면 60만 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반면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현재의 45%에서 단계적으로 하락해 2028년에는 40%로 낮아진다. 수급 개시 연령도 차이가 있다. 2010년 이전 공무원 임용자는 연금을 60세부터 받는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다. 더구나 공무원연금은 2015년 3조727억 원, 2016년 2조3189억 원, 지난해 2조2820억 원 등 매년 2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 개편과 함께 공무원연금도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경우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직장인 연금)을 통합했다. 독일, 핀란드 등 선진국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지급률을 비슷하게 개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도 국민연금과 통합해야 한다”며 “다만 적자인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당장 통합하다 보면 오히려 국민연금에 불리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인 통합 세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수차례 척추수술에 참여해 수술한 적이 있다는 내부 진술이 나왔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영업사원 수술참여 의혹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원은 2∼4일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전문의 2명과 간호사 6명을 상대로 내부감사를 진행했다. 비의료인인 영업사원이 신경외과 수술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지난달 12일 척추 관련 수술 당시 신경외과 전문의 A 씨가 의료기기 영업 사원을 수술실에 들어오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해당 영업 사원이 의료기구 사용을 돕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갔을 뿐 그 외에 수술, 봉합 등은 하지 않았다고 의료원은 밝혔다. 의료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대상에 포함된 간호사 6명 중 1명인 B 씨는 감사과정에서 “이전에 A 씨의 수술에서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간단한 척추 수술에 봉합 마무리를 하거나 부위를 나눠 수술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의료원은 정확한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의료기기 회사 직원의 대리수술은 고질적인 의료계 관행이다. 지난달 초에도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키는 과정에서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분 탓에 이러한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비의료인 대리수술로 의료법을 위반한 의사 18명은 평균 3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의사 실명 공개,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