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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기상 당국은 매년 무엇을 해온 겁니까?” 15일 국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나온 성토다. 국내 폭염일수가 2009년 4.2일에서 올해 8배 가까운 31.5일로 폭증했다. 연평균 최고기온은 같은 기간 33.8도에서 38도로 올랐다. 하지만 폭염대책은 바뀐 게 없다. 기상 당국이 개발하겠다던 중장기 폭염예보 시스템은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2009∼2018년 기상청 연구개발비 9716억 원 중 폭염 연구에 쓰인 예산은 0.5%(53억70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해마다 국감 때마다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언제 더웠느냐’는 듯 폭염은 관심에서 멀어진다. 반면 해외에선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공공의 이슈다. 여기엔 역설적이게도 ‘온난화는 거짓’이란 음모론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 한 방송에 출연해 “기후변화가 과장됐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달 초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했고, 추가로 2도 이상 오르면 이상기후가 급증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 직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예 “지구 온난화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온난화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심심찮게 나온다. 미국의 유명한 대기물리학자 프레드 싱어와 덴마크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도는 각종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지구는 주기적으로 추운 빙하기와 따듯한 간빙기를 반복할 뿐 인간이 석탄 등 화석에너지를 많이 사용해 더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온난화 주장은 에너지 기업에 세금을 더 뜯어내려는 정치적 선전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거짓’이란 논문은 지구 온난화 관련 연구의 3%가 채 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지구 공전궤도가 변하면서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달라져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건 과학적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구가 점차 추워지는 빙하기로 향해 가는 시기다. 지구 평균기온이 떨어져야 하는데, 거꾸로 급격히 오르는 현 상황을 지구 온난화 회의론자들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14.7도로 기상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 2016년은 14.8도로 가장 높았다. 올해 역시 역대 세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 역시 2016년 403.3ppm으로 지난 80만 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IPCC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기후보고서는 40개국 100여 명의 석학이 6000개 이상의 최신 기후변화 연구를 종합한 뒤 10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재검토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음모론’이 부럽다. 매년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폭염, 나아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잊어버리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기후변화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키우는 음모론이라도 활개 쳤으면 좋겠다. 더 좋은 해법을 찾으려면 치열한 논쟁은 필수다. 찜통더위에 냄비처럼 끓어올랐다가 어느새 관심을 끄는 ‘온난화 건망증’을 반복하기에는 이상기후 폐해가 너무 크다.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올여름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안이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상향해 노후 보장을 강화하는 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안은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 인상으로 의견을 모으고 다음 주경 이를 발표할 것으로 확인됐다. 8월 제도발전위가 제안한 두 가지 안 중 ①안에 가까운 형태로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당시 제도발전위는 국민연금이 3차 재정추계(2013년)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추계하면서 그 대안으로 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하면서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내년 11%, 2034년 12.3%’로 인상하는 ‘노후보장안’(①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서 ‘2029년까지 보험료율을 13.5%’로 인상하는 ‘재정균형안’(②안)을 제시했다. 정부안은 재정보다는 일단 노후 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복지부는 이달 중순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언론에 사전 브리핑을 한 후 19일 전후에 공청회를 열고 세부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무작정 소득대체율을 45%로 높이는 방향으로 밀어붙이면 안 됩니다. ‘노후보장 강화’가 중요해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구체적 재정추계와 목표, 재정안정화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내에서 일어난 논쟁이다. 위원 14명 중 대다수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상향하는 ‘노후보장안’(①안)에 찬성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도 ①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가자 A 위원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위원도 “소득대체율을 현행(40%)대로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올려야 재정이 안정된다”며 “①안은 미래세대에 무책임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A 위원은 지난달 말 제도발전위를 사퇴했다.○ 소득대체율 45% 상향 유력 제도발전위의 내부 갈등은 정부가 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하는 ①안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촉발됐다. 제도발전위 내에선 애초 ①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크게 올리는 ‘재정균형안’(②안)이 맞서면서 올해 8월 두 안을 모두 제시했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5%지만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부터 40%를 유지하게 돼 있다. 소득대체율이 40%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일 경우 65세 이후 매달 연금으로 40만 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45%로 유지되면 그만큼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간다. 문제는 더 받는 만큼 얼마나 ‘더 내도록’ 할 것이냐다. ①안에선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대신에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내년 11%로, 2034년 12.3%로 각각 올리도록 했다. 보험료율을 내년에 즉시 2%포인트 올린다면 국민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안은 소득대체율 45%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보험료율 인상률을 바로 올리는 ‘즉시 인상안’과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단계적 인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468만 원인 보험료 부과 소득상한선을 더 올리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9월부터 최근까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8월 발표된 4차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2057년으로 3차 추계(2013년) 때보다 3년 앞당겨지면서 보험료율 인상, 수급연령 상향 조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제도발전위의 권고에 따라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서다.○ 중장년층 유리하지만 청년층에겐 큰 부담 정부안은 소득대체율을 높여 ‘노후보장성 강화’란 명분을 쌓고, 이를 토대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정부안은 부담을 미래 청년세대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2020년 4월 총선, 2022년 대선을 감안해 당장의 선거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장년층과 고령층에게 유리한 개편 방향을 채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①안의 경우 보험료율을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12.3%로 올린 이후 재정계산을 할 때(5년)마다 조정하면 기금 고갈 시점인 2088년 이전까지는 적립금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분석해보니 실제 계산 결과는 달랐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추계 결과를 보면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릴 경우 연금 재정에 추가로 누적되는 부담은 2030년까지는 2조 원 이하다. 하지만 2040년 22조 원, 2050년 101조 원, 2060년 267조 원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따라서 보험료율을 내년에 바로 13%로 4%포인트를 올려도 적립금 고갈 시기가 2069년으로 제도발전위 목표(2088년)보다 19년 앞당겨진다. 보험료율을 15%로 올려도 2075년까지 버티는 게 고작이다. ①안대로 보험료 인상 시기를 미루면 20년 후 보험료율이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래 세대일수록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사퇴한 제도발전위 A 위원도 ①안 자체가 ‘2088년까지 적립배율 1배’라는 국민연금 개편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발표됐다는 점을 비판했다. 2088년 1월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기금이 한 해 연금을 모두 지급할 수준(적립배율 1배)이 돼야 한다는 재정 목표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상균 제도발전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은 “①안은 20년 후의 재정 계획이 ‘백지’에 가깝다는 단점이 있다”며 “생산가능 인구가 더 줄어들기 전에 보험료율을 조기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염두에 둔 듯 10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국민연금 국가 지급을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 정부가 연금 지급을 약속하는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추진 계획을 공식화한 셈이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 소득대체율 ::가입자의 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노후 국민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60세까지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이고, 65세 이후 국민연금으로 45만 원을 받으면 소득대체율은 45%다.}
누군가 뚱뚱하면 ‘자기관리에 실패했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과연 비만은 순전히 개인의 문제인가? 최근 열린 대한비만학회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비만연구소장인 베리 팝킨 교수는 “비만은 질병”이라며 “개인이 아닌, 환경적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세계 의료계가 정한 ‘비만예방의 날(10월 11일)’을 맞아 그를 학술대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 세미나실에서 만났다. “원래 인간의 삶에 ‘비만’은 없었습니다. 문명이 싹트기 전에는…. 이제는 자동화로 신체활동량 자체가 떨어졌어요.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반면 편의점, 대형마트 진열대에는 지방, 정제 탄수화물 등이 가득한 가공음식이 쌓여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이 게으르고 식습관에 문제가 있어 뚱뚱해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팝킨 교수는 ‘만성질환이 식이습관에서 기인한다’는 ‘영양 전이 이론(Nutrition Transition Theory)’을 만든 비만학 분야의 석학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8개 국가의 비만예방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팝킨 교수는 “한국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 급격히 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영양 전이 이론’이란 지역, 국가, 시기에 따라 음식문화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건강상태도 달라진다는 이론입니다. 코카콜라는 1880년대에 만들어졌지만 모든 지구촌에서 먹게 된 것은 2000년대예요. 한 식품의 전파 속도는 과거에 비해 훨씬 빨라졌습니다. 카페인 음료 ‘레드불’은 단 4년 만에 전 세계로 퍼졌어요. 영양가가 적고 열량이 높은 식품일수록 쉽게 확산되니 만성질환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한국은 2000년대 이전에 채소를 많이 먹고 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건강한 나라였죠. 전통 한과는 과자라도 덜 달았죠. 하지만 서구식 식단으로 바뀌면서 비만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비만으로 인한 한국의 사회적 부담은 2006년 4조8000억 원에서 2015년 9조2000억 원으로 9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고도비만 인구가 2030년에 전체 인구의 9.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동과 청소년 비만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0∼9세 아동의 비만 환자는 2008년 398명에서 지난해 784명으로, 10대 비만 환자는 같은 기간 1105명에서 1340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청소년의 가공식품을 통한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57.5g으로 세계보건기구 기준(50g)을 넘는다. “TV만 켜면 패스트푸드 광고와 푸드쇼(먹방)가 나옵니다.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요. 칠레에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정크푸드 TV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정크푸드 포장지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쓰지 못하게 했어요. 포화지방산이나 당 등이 많은 고칼로리 식품에는 해당 물질이 ‘과하게 들어있다’는 마크를 붙여야 합니다. 담배처럼 경고 문구를 넣는 거죠. 그러자 칠레 전체 국민의 당 섭취량이 확 줄었어요.” 국내에서는 7월 정부가 폭식을 조장하는 먹방이나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미디어에 쉽게 영향을 받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을 위해 일정부분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팝킨 교수는 “영국과 프랑스 등 전 세계 38개국이 과당류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한다”며 “한국도 설탕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설탕세를 도입하면 콜라 등 가당음료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덜 사먹게 되고, 기업은 이 제품들의 당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설탕세의 선순환이다. 팝킨 교수는 “경제적 양극화가 향후 비만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만 해도 영양실조를 겪던 나라였는데 이제는 비만이 늘면서 당뇨환자가 2억 명에 이릅니다. 중국의 경우 예전에는 뚱보가 부자의 상징이었는데, 이제는 저소득층의 과체중 비율이 높습니다. 저소득층일수록 싼 정크푸드를 많이 먹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만으로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지만 치료는 제대로 받지 못하죠. 가난의 대물림처럼 비만 역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만큼 긴 안목에서 대처해야 합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도대체 타르의 실체는 무엇인가요?” 4일 국내 신문의 1면을 본 흡연자들이 한 말이다. 담배회사가 이례적으로 신문 1면에 ‘의견광고’를 내면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기기로 담뱃잎 고형물을 쪄서 증기를 피우는 제품을 뜻한다.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는 이날 ‘진실을 알 권리’라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분석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를 봐도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9가지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평균 9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런데도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 담배보다 타르가 더 많이 나온 것만 강조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선 6월 식약처는 아이코스를 비롯해 글로(BAT코리아), 릴(KT&G) 등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을 분석한 결과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타르, 벤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필립모리스가 1일 서울행정법원에 발표 근거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타르’를 둘러싼 담배회사와 보건당국의 대립이 첨예하다. ‘타르’는 담배연기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모든 물질의 복합체를 뜻한다. 핵심은 타르 양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더 혹은 덜 해롭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다. 식약처는 “타르 평균 함유량이 아이코스 9.3mg, 글로 4.8mg, 릴 9.1mg으로 3종 중 2종이 일반담배 타르 함유량(0.1∼8.0mg)보다 많았다”고 발표했다. 많은 타르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해하다고 본 셈이다. 반면 필립모리스는 의견광고를 통해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 담배 연기에서만 나오는 물질로, 찌는 방식의 전자담배에는 적용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타르 함량이 많다고 더욱 유해하다는 논리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타르의 진실’이란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실제 WHO 2015년 보고서를 보면 “타르는 현재 기술로는 정확한 측정이 어렵고 유해 성분도 제각각이다”며 “타르 함유량이 1mg으로 표기된 담배가 10mg짜리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타르 함유량은 유해성을 가리는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필립모리스 역시 이 보고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WHO 보고서는 담배회사들이 ‘저타르’ 제품을 개발해 ‘덜 해롭다’며 판매하니 이에 대해 주의를 주기 위해 ‘타르의 적고 많음에 따라 유해성을 가릴 수 없다’고 한 것”이라며 “타르는 담배에서 나오는 찌꺼기의 총체인 만큼 그 안의 물질을 정확히 다 몰라도 그 총량이 많아지면 당연히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70대 A 씨는 1월 폐암에 걸린 것을 알았다. 이미 병세가 많이 진행돼 치료가 어려운 상태였다. 평소 ‘웰다잉(Well-Dying)’을 생각해온 그는 4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다. 2월부터 시행된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자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5월 요양병원에 입원한 그는 폐렴이 악화돼 의식을 잃은 후 자신의 의사와 달리 사망할 때까지 3주간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의료를 받아야 했다. 그가 입원했던 요양병원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할 수 있는 ‘연명의료 정보 처리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 존엄사법 시행 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환자가 2만 명이 넘었다. 억지로 목숨을 유지하기보다 존엄하게 일생을 마치는 방향으로 임종문화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고 제도도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 한국사회도 ‘웰다잉’ 문화 정착 중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이달 3일까지 8개월간 말기암 등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2만742명에 달했다. 연명의료란 치료 목적보다는 생명 연장을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를 뜻한다. 연명의료 중단은 환자 본인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 개인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6836명(33.0%)이었다. 계획서는 병원에서 의사가 사망이 임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하는 것으로 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154명(0.7%)이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자신이 병에 걸려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하는 서류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지 못한 채 의식을 잃어 환자의 생각을 알 수 없게 돼 환자 가족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1만3752명(66.3%)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장벽 많다” 호소 의료 현장에서는 복잡한 제도부터 간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 동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때 미성년을 제외한 환자 가족 전원(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합의가 필요하다. 고령자의 경우 자녀, 손자 등 십수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셈이다. 복지부는 “동의를 얻어야 하는 가족 범위를 좀 더 줄이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윤리위원장인 허대석 교수는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A4 용지 한 장 정도에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돼야 하는데 현재는 4, 5장을 써야 하고 전산등록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프라 보강도 절실하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썼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42곳 모두 윤리위가 설치됐지만 종합병원 302곳 중 89곳(29.5%), 병원급 1467곳 중 9곳(0.6%), 요양병원 1526곳 중 22곳(1.4%)에만 윤리위가 있다. 윤리위가 없는 병원은 ‘연명의료 정보 처리시스템’도 없어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할 수가 없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도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했어도 실제 ‘웰다잉’하기는 어렵다. 임종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호스피스 병상이 2017년 기준 전국 81개 기관 1321개에 불과하다. 전체 말기 암 환자의 10%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병상 수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자택에서 만난 김근석 씨(100)는 33세인 기자보다 걸음이 빨랐다. 거침없이 도랑과 풀밭을 지나 뒷동산에 오른 김 씨는 사과나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3년 전 사별한 아내(당시 91세)의 묘 앞에 심어둔 사과나무를 직접 돌보는 건 김 씨의 하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김 씨는 “나무를 보는 게 제일 재밌어. 경로당엔 여든 살이 갓 넘은 ‘젊은 것들’뿐이라 말이 안 통하거든”이라며 웃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전국 100세 이상 노인 중 치매가 없고 거동이 자유로우며 자택에 거주하는 7명을 선별해 ‘65세 이후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물었다. 7명 모두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외출했다”고 답했다. 김 씨는 동네 산책과 별개로 사흘에 한 번은 시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 공과금을 내거나 사람 구경을 한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는 습관이 관절 질환과 노년기 우울증의 예방책이었던 셈이다. 취미 생활을 장수 비결로 꼽은 노인도 7명 중 6명이었다. 대전 동구 대청호수 옆 이상윤 씨(101)의 자택에는 수묵화와 붓글씨, 심리치료사 교육 이수증 등 ‘취미의 증거’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7년 전 검도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 공인 2단까지 딴 이 씨는 최근엔 그림에 더 빠져 있다. 취미를 가지면 집중할 거리가 생기고 몸을 즐겁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북 영양군에 사는 신현이 씨(100·여)는 취미 삼아 참여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사업(환경미화)이 삶의 활력소다. 유니폼인 노란 조끼를 입고 다른 노인들과 어우러져 동네를 청소하고 나면 소속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7명 중 4명은 욕심 없이 마음을 편하게 먹을 것을 당부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순자 씨(100·여)의 딸 길옥근 씨(69)는 “살면서 집안에 힘든 사건도 많았는데, 어머니가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자손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포항·대전=조건희 becom@donga.com / 김윤종 기자}
8일 붉은불개미 5900 여 마리가 발견된 국내 스팀청소기 제작업체의 안산 물류창고 컨테이너에서 끝내 여왕개미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항에서 9일 55마리의 붉은불개미가 추가로 발견되는 등 검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9일 환경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8일 방역 후 이날 안산 물류창고 컨테이너를 개방해 내부를 확인한 결과 붉은불개미가 모두 죽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자체 번식이 가능한 여왕개미는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부 측은 “붉은불개미 수천마리가 발견됐으면 근처에 여왕개미가 있을 수 있지만 여왕 사체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해당 컨터테이너가 반입된 인천항에서는 이날 붉은불개미 55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모두 번식 능력이 없는 일개미였다. 붉은 불개미가 발견된 해당 컨테이너는 9월 8일 중국 광둥성에서 스팀청소기를 싣고 같은 달 11일 오후 인천 신항에 도착했다. 이후 10월 8일 안산물류 창고로 옮겨졌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해당 컨테이너가 안산으로 가기 전 먹이 활동을 위해 컨테이너 밖으로 나온 개미들로 추정된다”며 “계속 조사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자 세계적인 기후변화 전문가인 제니퍼 리 모건 씨(52)의 말에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그는 1∼6일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4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날씨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올여름 무척 더웠죠? 한국뿐이 아니에요. 스페인 마드리드는 낮 기온이 50도까지 올랐고, 수많은 지역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더웠죠. 대형 허리케인이 필리핀을 강타했어요. 온난화로 폭염은 물론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이번 IPCC 총회에서는 195개 회원국이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하면서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1도 상승했다. 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도씩 올라가고 있다. 현재 속도라면 2030∼2052년 사이에 1.5도를 초과해 상승한다. 1.5도 올라가면 여름철 북극 얼음이 100년에 한 번꼴로 사라지지만 2도 올라가면 10년에 한 번 사라진다. 해수면도 10cm 정도 높아져 해안 주변의 1000만 명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 “보고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6000개 논문을 검토하는 등 오랜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입니다. 1.5도로 묶어 두기 위한 ‘인류 구조계획’이죠. 기후변화의 대가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시간이 정말 없어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한다. 2050년까지 전력 생산의 70∼85%가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한국 정부의 방향성은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속도나 규모가 부족해요. 더 많은 정책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시민들이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만들어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어요. 애플, 씨티은행,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150개 주요 기업들도 앞으로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기업 입장에서도 재생에너지는 새로운 투자이자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됩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석유 등 화석에너지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체질개선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등이 단기적으로는 오를 수 있다. 한국 역시 탈원전을 찬성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설득의 문제예요. 독일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30%를 재생에너지로 메웁니다. 대중의 지지도 큽니다. 독일에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의 절반이 시민들의 자가발전시설에서 나와요. 집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독립적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를 판매하는 거죠.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결국 삶의 질이 좋아집니다. 이런 선순환을 정부가 알리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내 유명 스팀청소기 제작업체의 물류창고에서 붉은불개미 5900여 마리가 발견돼 정부가 긴급 방제에 나섰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8일 오전 10시 30분경 경기 안산시 단원구 반월공단 내 스팀청소기 제작업체 A사의 물류창고 컨테이너 내부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정부가 의심 개체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 붉은불개미로 최종 확인됐다. 이날 발견된 개체는 무려 5900여 마리에 달한다. 개미가 발견된 해당 컨테이너는 지난달 8일 중국 광둥에서 출발해 같은 달 10일 인천항에 도착했다. 이후 이달 8일 오전 6시경 안산 물류창고로 옮겨졌다. 현재 환경부와 안산시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통제 라인과 방어벽을 설치하고 스프레이 약제 살포 등 긴급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 이준희 생물다양성과장은 “문제의 컨테이너가 적재된 인천항 한진컨테이너터미널을 추적 조사한 결과 그곳에서도 붉은불개미 30여 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며 “아직 여왕개미를 발견하지 못해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붉은불개미는 지난해 9월 28일 부산항 감만부두 야적장에서 1000여 마리가 발견된 후 인천항과 평택항 등 컨테이너 선적장이 있는 항구에서 잇달아 발견됐다. 안산 물류창고는 여덟 번째 발견 장소다. 남미가 원산인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이다. 독침을 갖고 있어 쏘이면 심한 경우 쇼크에 이를 수 있다. 붉은불개미는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해 홍수나 가뭄은 물론이고 영하 9도의 날씨에서도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례적인 ‘가을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7일까지 최대 500mm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앞으로는 10월 이후에도 태풍 걱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괌 주변에서 발생한 콩레이는 4일 오후 3시 현재 오키나와 남서쪽 23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24km의 속도로 북서 방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6일 오전 제주 서귀포 남쪽 40km 부근 해상을 지나 이날 오후 부산 앞바다를 거친 뒤 7일 오전 독도 부근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콩레이는 ‘매우 강한 중형급’에서 현재는 ‘강한 중형급’으로 다소 약해졌다. 콩레이가 한반도에 접근할 때는 한 단계 더 약해진 ‘중간 강도의 중형급’ 태풍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태풍의 세기가 약해졌다고 피해 우려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콩레이가 강한 비구름대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부터 전국에 비가 오기 시작해 6일에는 콩레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제주 및 남해안과 지리산 일대 등 지역에 따라 시간당 30mm에 달하는 물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 7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제주 100∼500mm 이상, 남부 및 강원 영동 80∼300mm 이상, 경북 동해안 및 충청지방 30∼120mm 이상 등이다. 기상청 윤기한 통보관은 “콩레이가 부산 앞바다를 지나갈지, 살짝 한반도를 걸쳐 지나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최대 순간풍속 초속 35∼40m 이상의 강풍이 불겠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콩레이 같은 가을 태풍이 자주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진철 국가태풍센터장은 “지구 온난화로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태풍이 더 많이 생길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해수면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증발하는 수증기양이 늘면서 대기 중 습도는 7∼10%가량 늘어난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지난해까지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은 연평균 3.1개(총 349개)다. 이 중 10월에 한반도를 찾아온 태풍은 콩레이를 포함해 10개에 불과하다. 이 중 4개가 2013년 이후 발생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올해 1월 대서양 연안 지역에는 ‘겨울 태풍’이 몰아쳐 프랑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태풍의 지속 기간과 이동거리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다만 기상청은 “태풍이 많이 생기는 것과 한반도까지 북상해 영향을 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면 더 많은 사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몇 번이나 헤어지려 했지만 잘 안돼 ‘참 원수 같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원수가 아니라 오래된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거 같아요.” 영업직 회사원 박모 씨(45)는 1995년 대학 재학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처음으로 담배를 접했다. 몸이 노곤할 때 흡연을 하면 피곤과 스트레스가 풀렸다. 이후 하루에 1갑씩 20년 넘게 담배를 피웠다. 그가 금연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30대 초반에 자녀가 생기면서 담배를 끊었다. 당시 약물치료까지 받으며 독하게 흡연 욕구를 참아냈다. 하지만 실적압박으로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금연 3년 만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 이후 금연→흡연→금연→흡연을 반복하고 있다. 박 씨처럼 오랜 기간 금연을 하고도 다시 흡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3년간 금연상담을 해온 윤주분 국가금연지원센터 상담사, 중독정신의학을 연구해온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금연캠프 모형을 개발한 임상심리전문가 유은승 국립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 박사와 함께 박 씨의 흡연 ‘심리부검’을 통해 재흡연의 원인을 살펴봤다.○ 니코틴 중독보다 무서운 ‘상황 갈망’ 전문가들은 니코틴 중독을 넘어 여러 심리기제가 작용하면서 금연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우선 뇌과학 차원에서 분석해 보면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뇌 전두엽을 자극해 쾌락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나오도록 한다. ‘생물학적 중독’이 일어나는 이유다. 문제는 ‘짝을 이룬다’는 의미의 ‘페어링(pairing)’ 학습효과로 인한 ‘상황(에피소드) 갈망’이 생물학적 중독 못지않게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흡연자마다 속칭 담배가 ‘당기는’ 상황이 있다. 누군가는 화장실에 갔을 때, 누군가는 식사 직후, 누군가는 주요 업무를 시작하거나 마쳤을 때 담배 한 개비의 욕구가 강렬해진다. 박 씨는 유독 실적보고 회의 직전 담배를 피웠다. 실적이 좋을 때도 ‘곧 회의를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은승 박사는 “단순 니코틴 중독은 약물을 통한 생물학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박 씨처럼 담배를 피워야 하는 상황이 습관처럼 굳어지면 ‘상황 갈망’으로 인해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연클리닉에서는 흡연자의 ‘상황 갈망’을 심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4D법’을 교육한다. 흡연 욕구가 생기면 △숨을 크게 들이쉬고(Deep Breath) △물을 마시고(Drink water) △맛있는 음식 등을 떠올리며 주의를 분산시키고(Attention Distraction) △흡연을 대처할 습관을 찾는(Do anything else) 훈련이다. 노성원 교수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흡연에 대한 갈망을 2, 3분 정도 잘 버티면 금연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담배는 결코 ‘친구’일 수 없다! 박 씨는 ‘담배는 내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많은 흡연자가 담배를 자신과 교감을 나누는 매개체로 생각한다. 윤주분 상담사는 “박 씨는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약 3분, 매일 한 갑(20개비)을 피우면서 하루 1시간을 담배와 함께 살아왔다”며 “이 과정에서 담배는 아내보다 오래전 만난 친구로, 담배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년이 되면 가정 내 고민이나 직장생활의 고충 등을 나눌 친구나 지인이 줄어든다.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면 친구나 연인을 찾듯 다시 담배를 찾게 된다. 30대에 담배를 끊었다가 40대에 다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많은 이유다. 유 박사는 “담배 한 모금으로 주위가 분산돼 일시적으로 고민이 줄어든다고 느낄 뿐 실제로 흡연이 심리적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담배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 씨는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우는 일을 반복하면서 금연 자체를 포기했다. 이는 많은 흡연자가 공유하는 경험이다. 인간의 뇌는 한 번 자극에 노출되면 평생 이전 단계로 돌아갈 수 없다. 이른바 ‘기억의 저주’다. 이 때문에 금연에 성공해도 흡연에 대한 갈망은 평생 지속된다. 노 교수는 “담배를 끊은 지 5년 후에도 꿈에서 담배를 피울 정도”라며 “금연 실패를 자책하지 말아야 다시 금연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5호 태풍 ‘콩레이(KONG-REY)’가 북상하면서 6일 제주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은 2016년 남해안을 지나며 10명이 사망 및 실종한 태풍 ‘차바’와 유사한 경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괌 주변에서 발생한 ‘콩레이’는 3일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620km 부근 해상에서 북서 방향으로 시속 169km로 이동 중이다. 매우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중심기압은 940hPa(헥토파스칼), 강풍 반경은 400km에 달한다. ‘콩레이’는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태풍 명칭으로 산 이름이다. 콩레이는 한반도 쪽으로 향하면서 남부지방에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 콩레이는 5일부터 제주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해 6일 오후 3시경 서귀포 남서쪽 50km 부근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동쪽으로 이동해 이날 오후 6시경 부산 등 경남 해안을 거쳐 7일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6, 7일 콩레이의 영향을 직접 받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은 초속 2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경남과 제주도 80∼150mm, 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제주 산지 등은 200mm 이상, 중부지방과 강원 영동, 남부지방(경남 제외)은 30∼80mm 등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올해 들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백일해’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4년 88명이던 백일해 환자는 지난해 318명, 올해 589명(8월 기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5∼12세 아동 환자는 올해 369명(전체 환자 중 62.6%)으로 지난해 126명(39.6%)의 3배 수준이다. 백일해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주로 6∼9월에 발생하며 발작성 기침을 한다. 예방하려면 미리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백신은 ‘DTaP’와 ‘Tdap’로 나뉜다. DTaP는 디프테리아(Diphtheriae)·파상풍(Tetanus)·백일해(acellar Pertussis) 항원이 포함된 백신으로, 주로 만 6세 미만에게 접종한다. Tdap의 경우 항원의 종류는 DTaP와 동일하나 항원의 용량에서 차이가 난다. Tdap는 만 11세 이상 어린이와 성인에게 주로 쓰인다. 우선 아이가 태어나면 DTaP 표준접종에 따라야 한다. 생후 2·4·6개월에 기본접종 3회를 시행한다. 이후 생후 15∼18개월, 만 4∼6세, 만 11∼12세에 추가로 3회 더 접종해야 한다. 만 7세 이전 DTaP 5회 접종을 마치지 못한 어린이는 만 7∼10세에 Tdap를 1회 추가 접종해야 한다. 만 7세 이전 DTaP 5회 접종을 완료한 11∼12세 어린이도 Tdap를 1회 접종하는 것이 좋다. Tdap의 추가 접종 권고는 백신의 안정성과 유효성, 국내 유행 상황, 백신 확보 정도 등을 감안해 마련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공인식 예방접종관리과장은 “만 12세까지 6차례나 백신을 접종해야 하다 보니 횟수를 빼먹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며 “백일해가 점점 유행하는 만큼 Tdap 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국도 백일해 접종이 불완전한 만 7∼10세와 접종을 전혀 하지 않은 만 7세 이상에게 Tdap 1회 접종을 권고한다. 만약 자녀가 백일해에 걸렸다면 집단 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일정 기간 유치원이나 학교, 학원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5일 정도 격리하는 게 좋다. 별도의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최소 3주 이상 집에 격리해야 한다. 백일해에 걸린 아동과 함께 사는 사람 중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만성 폐질환자, 천식환자, 임신부 등은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가 1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제기한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필립모리스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 발표 근거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6월 아이코스를 비롯해 글로(BAT코리아), 릴(KT&G) 등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을 분석한 결과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타르, 벤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식약처의 분석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실험 데이터 공개를 요청한 것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식약처 조사 결과를 봐도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9가지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평균 9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런데도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 담배보다 타르가 더 많이 나온 것만 강조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 담배 연기에서만 나오는 물질로 찌는 방식으로 가열하는 전자담배에 적용할 수 없는데도 식약처가 무리하게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검사 방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전자담배 역시 한 개비만 피워도 몸에 해로운 것은 사실”이라며 “유해성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담배회사가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올해 7월에만 3140만 갑이 팔리는 등 판매량이 급증하며 시장점유율이 10% 가까이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의 유해성 발표로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자 담배회사가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0∼30년 뒤 국회에선 2018년 당시 국민연금 책임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지 모릅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개혁해야 합니다.” 6월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두 달 뒤 발표될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 자명한 만큼 국민이 반대해도 보험료 인상, 소득대체율 조정을 꼭 이뤄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석 달이 지난 이달 18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안을 넓게 제안하고 국회에서 다수가 지지하는 안을 채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8월 발표된 4차 재정추계 결과 예상대로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당초보다 3년 앞당겨졌다. 이에 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보험료 인상, 수급연령 상향조정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하자 반발 여론이 빗발쳤다. 그러자 박 장관은 정부 개편안을 복수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의 국민연금은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다. 당연히 ‘지속불가능’하다. 결국 지금보다 더 내거나 덜 받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하지만 박 장관이 복수안을 만들어 국민의 의사를 묻겠다고 밝히는 순간, 유일한 해법과는 멀어질 공산이 커졌다. 젊은 세대는 “늙으면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며 제도 자체를 불신한다. 중년이나 고령층은 연금을 더 늦게 받거나 적게 받는 개편에 반대한다.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연금 개혁이 가능한 상황에서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안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이는 결국 세대 간 ‘세 싸움’을 붙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여기엔 문재인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한몫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므로 제도 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국민 동의 없는 개편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앞선 사례를 보면 국민이 동의하는 국민연금 개혁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2003년 1차 재정추계 당시 15.9%로 보험료를 올리는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폐기됐다. 2013년 3차 재정추계 때도 보험료를 14% 올리는 안이 여론 악화로 백지화됐다. 이번 정부안이 다음 달 국회에 제출되면 내년 1년간 논의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2020년 4월 총선이 열린다는 점이다. 2022년은 ‘대선의 해’다. 의견수렴을 이유로 시간을 끌다가 다음 정부로 ‘폭탄’을 넘기는 역사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연금개혁은 정권에 큰 부담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취임 후 국민연금을 개편했다가 지지율 하락으로 다음 대선에서 패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역시 연금 개편을 추진한 결과 2005년 총선에서 졌다. 그럼에도 연금개혁은 이들의 가장 큰 치적이다. 한국은 출산율 0명대인 ‘저출산’과 인구의 5분의 1이 노인인 ‘고령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연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을 사람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민 뜻에 따르겠다’는 정부 선언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모두가 균등하게 고통을 나누는 단일안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부디 20년 뒤 박 장관을 비롯한 국민연금 책임자들이 청문회장에 서지 않기를 바란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A 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치매 노인 B 씨를 일주일에 2번 찾아간다. A 씨는 B 씨의 치매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통장 개설이나 지역 복지서비스 이용 등을 돕는다. 활동 내용은 매달 치매안심센터에 보고한다. 그 대신 A 씨는 매달 20만∼40만 원을 받는다. 20일부터 시행되는 치매공공후견제도의 모습이다. 이는 건강한 은퇴 노인이 지역 내 치매 노인을 돌보는 제도다. 서울 강동구 관악구 송파구, 부산 부산진구 수영구, 광주 서구 광산구, 대전 동구 서구 등 33개 시군구에서 이날부터 우선 시행한 뒤 내년 1월 전국으로 확대한다. 치매 증세가 있는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은 지역 치매안심센터에 후견인을 신청할 수 있다.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져 치매 노인이 자력으로 후견인을 고를 수 없으면 지방자치단체장이 후견인을 물색해 가정법원에 후견심판을 청구한 뒤 선임한다. 지자체와 지역 치매안심센터는 노인 돌봄기관과 병원 등의 협조를 얻어 후견인이 필요한 치매 노인을 발굴할 예정이다. 치매 노인 후견인이 되려면 역시 지역 치매안심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다만 △미성년자 △이미 누군가의 후견인인 경우 △파산 선고를 받은 경우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인 경우는 후견인이 될 수 없다. 자격이 된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이 끝나면 치매안심센터에서 지역 내 치매 노인과 연결해 준다. 후견인 1명이 최대 3명의 치매 노인을 도울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 등 건강한 은퇴 노인이 공공후견인으로 활동하게 되면 노인 일자리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후견인이 된 이후 치매노인 지원 활동을 부실하게 한 경우 후견인을 교체할 뿐 특별한 제재가 없어 후견인 양성 후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쉼터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어요. 지금 공사 중이에요.”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A 씨는 최근 지역 내 치매안심센터를 찾았다. 인지기능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치매 환자 쉼터’가 센터마다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곳은 아직 공사 중이었다. 정부는 1년 전 ‘치매 극복의 날’(매년 9월 21일)을 앞두고 “국가가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포했다. 그 후 1년, 아직 현장에선 변화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은 제 기능 못하는 치매안심센터 치매 국가책임제의 핵심은 치매안심센터 설립이다. 기존 보건소의 치매 상담과 선별검사 기능을 넘어 △정밀 진단검사 △치매 예방과 인지강화 교육 △치매 가족 카페 운영 등을 통해 센터를 지역 치매 관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치매안심센터 256곳 중 정식 개소한 센터는 58곳(22.7%)에 불과하다. 156곳은 기존 보건소 건물을 활용하는 등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협력의사(치매 진단검사를 하는 신경과 정신과 전문의)를 배치하지 못해 정식 개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광주는 정식 개소한 센터가 1곳에 불과하다. 경기 가평과 과천 양평, 부산 사하구, 대구 남구 등 40곳의 센터는 협력의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센터마다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센터 1곳당 평균 25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게 목표지만 현재 1곳당 평균 인력은 11.4명으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국 센터 총 인력(2923명) 중 간호사(1573명)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임상심리사(43명)나 직업치료사(328명)는 태부족이다. 보건복지부 조충현 치매정책과장은 “하반기 많은 센터가 정식 개소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해야 치매 국가책임제의 또 다른 축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기준 완화다. 과거 장기요양대상자(1∼5급)로 요양 서비스를 받으려면 거동이 불편해야 했다. 하지만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 이후 올해 1월부터 신체적 기능과 관계없는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해 초기 치매 증세만 보여도 장기 요양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초기 치매 대상자가 24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지지원등급을 받은 사람은 지난달 기준으로 8581명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초기 치매라도 방문 요양 서비스 등 실질적 지원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며 “인지지원등급자는 예방 교육 위주로 지원하니 관심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한치매학회가 최근 치매 환자 보호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이 14%, 근로시간을 줄였다는 응답이 33%나 됐다. 치매 환자 가족들이 돌봄 지원 서비스의 확대를 가장 원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인지지원등급 단계에선 이런 서비스가 없다 보니 치매 국가책임제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도시와 시골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국에 똑같은 형태의 치매안심센터를 한꺼번에 개소하려 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인구 특성과 주변 의료기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맞춤형 치매안심센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A 씨(61)와 관련한 밀접접촉자 21명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메르스 확산 가능성도 낮아졌다.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 발생 7일 째인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쿠웨이트 출장에서 돌아온 후 메르스 확진을 받은 A 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항공기 승무원 4명, 탑승객 8명,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검역관 1명, 입국 심사관 1명, 리무진 택시기사 1명, 가족 1명, 휠체어 도움요원 1명 등 21명을 조사한 결과 모두 메르스 음성이었다”고 발표했다. 본부는 메르스 평균 잠복기(6일)가 지난 13일 이들을 1차 검사했다. 향후 메르스 최대 잠복기(14일)가 끝나기 이틀 전인 20일 2차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때도 음성이 나오면 22일 오전 0시부터 이들은 격리에세 해제된다. 앞서 A 씨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후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보여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된 11명도 검사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쿠웨이트 현지에서도 A 씨와 접촉한 30명 정도의 한국인이 육안 검진 및 시료 채취·분석 결과 정상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밀접접촉자와 의심환자가 모두 ‘음성’으로 진단되면서 메르스 확산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밝혔다. 김양수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확진자가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거의 없어 호흡기 분비물로 전파되는 메르스가 타인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에 격리 입원 중인 A 씨도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A 씨는 열은 완전히 떨어지고 안정화 단계”라며 “다만 폐렴은 여전히 있어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장 잠복기까지는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메르스에 걸린 마지막 환자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 최장 잠복기의 2배 기간(28일) 동안에도 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만 공식적으로 메르스 종식이 선언된다. 즉 A 씨 이외에 환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A 씨가 메르스에서 완전히 회복되는 시점에서 약 한 달이 지나면 상황 종료가 선언된다는 의미다. 이날 기준으로 집계된 A 씨의 밀접접촉자는 21명, 일상접촉자는 427명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평균 잠복기인 닷새 동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2015년과 같은 메르스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최초 확진자 A 씨(61)의 감염 경로가 전혀 확인되지 않아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일각에선 A 씨의 감염 경로가 ‘영구 미제’로 남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쿠웨이트 입국 전 감염? A 씨의 감염 장소는 크게 △8월 16, 17일 쿠웨이트행 비행기 내와 경유지 △8월 17일∼9월 6일 쿠웨이트 △9월 6, 7일 한국행 비행기 내와 경유지 등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감염 장소는 쿠웨이트 현지였다. 하지만 쿠웨이트 보건부는 12일 “A 씨가 만난 접촉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현지 의료진, 운전사 등 모든 사람이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쿠웨이트 내 감염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만약 쿠웨이트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면 쿠웨이트에 가기 전과 쿠웨이트를 나온 이후 감염됐다는 얘기다. A 씨는 지난달 16일 밤 12시 무렵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17일 새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에서 3시간가량 체류한 뒤 비행기를 갈아타고 17일 오전 쿠웨이트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복통과 설사 증세가 나타났다. 메르스 잠복기간이 최대 2주인 점을 감안하면 쿠웨이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나 두바이 공항 체류 중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2016년 이후 2년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쿠웨이트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오염국에서 제외된 상태다. 반면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함께 ‘메르스 오염지역’ 중 하나다.○ 밝히지 않은 제3의 장소 가능성도 만약 A 씨가 쿠웨이트에서 감염됐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쿠웨이트 현지 병원이다. A 씨는 설사 증세로 이달 4일과 6일 두 차례 현지 병원을 찾았다.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 당시 186명의 환자 중 96%인 178명이 병원 내 감염이었다. 메르스와 무관하게 설사 증세를 보인 A 씨가 현지 병원에 갔다가 메르스 감염 환자를 만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비행기 등 대중교통보다는 병원 안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웨이트 보건부는 A 씨가 찾은 현지 병원을 조사했지만 어디에서도 메르스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지 병원도 감염 장소가 아니라면 A 씨가 보건당국에 밝히지 않은 ‘제3의 장소’를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다. A 씨는 보건당국에 낙타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6, 7일 쿠웨이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비행기나 경유지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때 감염됐다면 메르스 잠복기(2∼14일)를 감안할 때 8일 확진 판정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해야 추후 예방을 할 수 있는 만큼 A 씨의 동선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이상원 위기대응총괄과장은 “3명의 역학조사관을 현지에 파견했다”며 “쿠웨이트와 협의해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스 감염 경로가 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3명의 감염 경로는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13일까지 A 씨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후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인 11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김윤종 zozo@donga.com·김철중·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