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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 팔기’ 의혹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 달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기정 위원장은 21일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을 끼워 판 행위와 관련해 법 위반 입증을 위해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며 “7월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은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멜론 등 경쟁자를 밀어내고 음원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해 초 구글코리아를 현장 조사하는 등 법 위반 사실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조사도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알리와 테무의 통신판매자 신고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각각 6월 말과 7월 말, 두 회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는 3분기(7∼9월) 중에 조사가 마무리된다”고 했다. 알리와 테무는 정가를 거짓으로 표시한 뒤 할인하는 것처럼 광고하고, 상시 제공되는 쿠폰을 특정 기간에만 주는 것처럼 광고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또 대한의사협회의 ‘집단 휴진 강요’ 조사와 관련해 “사업자 단체 금지 행위 위반 소지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실질적으로 휴진 강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달 학업이나 질병 등의 이유 없이 일을 쉰 청년이 67만 명에 육박해 역대 5월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하지도, 일을 구하지도 않고 그냥 쉰 20, 30대는 1년 전보다 1만3000명 늘어난 66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5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다. 구체적으로는 20대가 9000명 늘어난 36만6000명, 30대는 4만8000명이 늘어난 29만9000명이었다. 전체 20, 30대 중 ‘쉬었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4.7%에서 5.2%까지 뛰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청년 인구가 쪼그라드는데도 그냥 쉰 사람은 불어난 결과다. 그냥 쉰 청년이 늘고 있는 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0, 30대 상용직 근로자 수는 644만2000명으로, 1년 전(654만8000명)보다 10만 명 넘게 줄었다.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는 상용직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로 꼽힌다. 정규직 일자리는 모두 상용직으로 분류된다. 반면 이 기간 20, 30대 임시·일용직은 163만1000명에서 170만1000명으로 7만 명 늘었다. 이에 구직단념 청년도 증가세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을 원하고 일할 능력이 있지만, 임금 등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 4주간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이다. 올 1∼5월 15∼29세 구직 단념자는 12만 명으로, 1년 전(10만9000명)보다 1만1000명 늘었다. 지난해 1∼5월에는 2022년 대비 감소세였는데 다시 늘어났다. 전체 구직단념자(38만7000명)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였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기차 구매 혜택, 투자 인센티브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3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21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인 ‘기아 오토랜드 광명’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갖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 부총리는 “전기차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자, 투자·일자리 파급 효과가 큰 신성장동력인 만큼 시장 둔화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며 “전기차 구매 혜택, 투자 인센티브를 비롯해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올해 말 일몰되는 친환경차 구매 세제 혜택 연장 등을 건의했다. 전기차 시장은 충전 인프라 부족, 비싼 차량 가격 탓에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15만8000대로 1년 전보다 0.1% 감소한 바 있다. 간담회에는 송호성 기아 사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박진원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앞서 4일에는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을 찾아 인력 수급 어려움 등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고급 인재 육성, 기술 개발·실증,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2만 명에 육박하며 3년 만에 약 2배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억 원은 넘지만 20억 원 이하인 재산을 물려받아 상속세를 신고한 사람이 전체의 43%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상속세를 물리는 기준은 27년째 변하지 않으면서 상속세가 중산층이 낼 수 있는 세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43%가 “10억∼20억 원 물려받았다” 20일 국세청이 발표한 상속·증여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 사망자는 1만9944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1만5760명)보다 4184명(26.5%) 늘어난 규모로, 늘어난 인원수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 2020년(1만181명)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던 상속세 과세 대상은 매년 20% 넘게 늘어나며 3년 만에 약 2배로 증가했다. 2000∼2005년만 하더라도 상속세를 내야 할 사람은 1000명대에 머물렀다. 2011년 처음으로 5000명대로 올라선 뒤 1만 명을 넘어서기까지도 9년이 걸렸다. 큰 부자들만 내는 세금으로 여겨졌던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급증한 건 최대 10억 원인 공제 한도가 1997년 도입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상속 재산이 10억 원이 넘으면 집 한 채를 상속하더라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957만 원(민주노동연구원 분석 기준)이었다. 지난해 상속 재산 가액을 규모별로 보면 10억 원 초과∼20억 원 이하를 물려받았다고 신고한 사람이 7849명(42.9%)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1인당 평균 납부액은 7448만 원이었다. 10억 원 이하를 물려받은 사람이 4명 중 1명꼴(25.9%)인 4722명이었다. 2018년과 비교하면 2.4배로 불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됐던 이들이 새롭게 과세 대상이 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증여, 4년간 44% 늘어 상속재산 종류별로는 건물이 전체 상속재산 가액의 47.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토지(21.0%), 금융자산(15.4%) 등의 순이었다. 상속재산 가액 중 건물 비중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다. 40%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인당 평균 상속재산 가액은 21억4000만 원이었다. 다만 지난해 상속세 결정세액은 12조3000억 원으로 1년 전(19조3000억 원)보다 7조 원(36.3%) 줄었다. 지난해 공시가격 하락으로 상속재산 가액이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2022년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로 이례적으로 매우 큰 금액의 상속세가 들어오기도 했다. 2013년(1조3630억 원)과 비교하면 상속세 세액은 10년 새 9배로 늘었다. 한편 지난해 보유세 부담이 완화되면서 증여세 신고 건수는 감소했다. 지난해 증여세 신고 건수는 16만4230건으로 1년 전(21만5640건)보다 5만 건 넘게 줄었다. 증여재산 가액 또한 27조3000억 원으로 1년 전(37조7000억 원)보다 10조 원 넘게 줄었다. 그러나 미성년자 증여세 신고는 4년 전보다 40% 넘게 늘었다. 20세 미만의 자녀 등에 대한 증여세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3637건으로, 2019년(9000건)과 비교하면 43.9% 증가했다. 증여재산 가액 역시 이 기간 1조5000억 원에서 2조1000억 원으로 41.6% 늘었다. 미성년자는 금융자산(32.2%)을, 성인은 건물(32.4%)을 주로 증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활황에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 이후 자녀에 대한 주식 증여가 덩달아 많아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동네 병원 등 의료계 집단 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의협이 집단 휴진을 강제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19일 서울 용산구 의협 사무실과 대전 중구 대전시의사회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냈다. 공정위는 의협이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주도하면서 개원의들에게 참여를 강제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의사회는 휴진율(22.9%)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의협과 같은 사업자단체가 회원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면 넓은 의미의 담합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쟁점은 총파업에 강제성이 있었는지다. 공정위는 의협이 문자메시지와 공문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휴진 참여를 사실상 강제한 정황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에도 공정위는 비슷한 혐의로 의협을 제재했다. 다만 2014년에는 의협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공정위 처분을 취소했다. 파업 참여 결정을 자율에 맡겼다는 판단에서다. 2000년에는 의협이 병원들에 불참사유서를 내게 해 강제성이 인정됐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휴진 및 집회 참여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내달부터 8000만 원 이상 1억400만 원 미만의 연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도 부가가치세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이 상향됐기 때문이다. 18일 국세청은 7월부터 부가세 간이과세 적용 범위가 연 매출 8000만 원 미만에서 1억400만 원 미만으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임대업 및 과세유흥장소는 지금처럼 연 매출 4800만 원 미만일 때만 간이과세를 적용한다. 간이과세 대상은 부가세를 1.5∼4.0%만 내면 돼 일반과세자(10%)보다 세율이 낮다. 과세 절차도 간소화된다. 간이과세가 적용되는 업종도 확대된다. 7월부터 피부관리, 네일아트 등 피부·기타 미용 사업자도 연 매출이 1억400만 원 미만이면 가게 면적과 관계없이 간이과세 적용을 받는다. 이전에는 특별·광역시 등에 소재한 면적 40㎡ 이상 피부·기타 미용 사업자는 매출액이 적더라도 간이과세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국세청이 올 7월 1일 기준 과세유형(일반→간이) 전환 대상자로 통지한 사업자는 2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14만3000명)보다 74.1% 대폭 늘어난 수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실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역대 최고 순위를 받았다. 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사회의 인프라 또한 기업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민과 기업이 내는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조세 정책 분야에선 낮은 점수를 받았다. IMD가 18일 발표한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 67개국 가운데 2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는 8계단 오른 것으로, 1997년 한국이 평가 대상에 포함된 이래 가장 높은 순위다. 직전 최고 순위는 22위(2011∼2013년)였다. 특히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인 ‘30-50클럽’ 7개국 중에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IMD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국가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지, 기업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를 따져 순위를 매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 20개 부문을 평가한다. 4대 분야 중 ‘기업 효율성’ 분야가 33위에서 23위로 10계단 뛰어 순위 상승을 견인했다. 5개 세부 부문인 생산성·효율성(41→33위), 노동시장(39→31위), 금융(36→29위), 경영 관행(35→28위) 등에서 골고루 순위가 오른 결과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던 기업인 대상의 설문지표 순위가 큰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효율성 순위는 38위에서 39위로 내려갔다. 4대 분야 중 가장 낮은 순위다. 특히 조세 정책의 순위가 26위에서 34위로 내려간 게 영향을 미쳤다. 이는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조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무거운 세 부담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성과도 14위에서 16위로 2계단 하락했다. 성장률 순위는 올랐지만 국제 무역 부문이 하락한 영향이다. 특히 여행수지 악화로 민간 서비스수지 순위가 38위에서 62위로 크게 떨어졌다. 물가도 2계단 내려갔다. 한편 싱가포르는 지난해보다 순위가 3계단 올라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는 2위였고 이어 덴마크, 아일랜드, 홍콩 등의 순이었다. 미국은 12위, 중국은 14위, 일본은 38위를 각각 차지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달 말 끝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2개월 더 연장된다. 다만 인하 폭은 최대 7%포인트 축소돼 주유소 기름값 부담은 이전보다 소폭 증가하게 됐다. 이는 국제 유가의 안정화 흐름, 세수 부족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8월 31일까지 2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세율을 소폭 조정하려 한다”며 “휘발유 인하율은 25%에서 20%로, 경유 인하율은 37%에서 30%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 유류세는 현재 L당 615원에서 내달 656원으로 높아진다. 탄력세율 적용 전(820원)보다는 여전히 164원(20%) 저렴하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급등한 2021년 11월부터 휘발유·경유에 붙는 유류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한시적으로 내린 뒤 이를 계속 연장해 왔다. 경유 유류세는 현재 L당 369원에서 내달 407원으로,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L당 130원에서 142원으로 올라간다. 탄력세율 적용 전과 비교하면 각각 174원, 61원이 낮다. 기재부는 최근 국제 유가 및 소비자 물가가 안정화되는 추세를 반영해 유류세 인하 폭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세수가 덜 걷히는 등 경고등이 켜진 재정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하반기(7∼12월) 경제 여건에 따라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아예 종료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최 부총리는 “국제 정세와 국민 유류비 부담, 유가 및 물가 동향 등을 고려해 추후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아이돌 지망생 등을 위한 특화 비자가 하반기(7∼12월)부터 시범 운영된다. K컬처 연수생의 체류 편의를 높여 한류 관광객 유입을 늘리려는 취지다. 외국인 관광객의 짐을 호텔로 옮겨주는 서비스도 확대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입국부터 출국까지 모든 과정에서 편의를 개선하는 내용이 이번 대책에 담겼다. 코로나19를 전후해 1750만 명(2019년)에서 97만 명(2021년)까지 떨어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487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90%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쇼핑보다는 문화체험 중심으로 관광 트렌드가 변하면서 관광 수입은 더디게 늘고 있다. 1∼4월 관광 수입(49억 달러)은 5년 전의 70%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한국에 오래 머무는 외국인이 많아지도록 특화 비자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연예 기획사에서 교육을 받거나 K팝·안무·모델 분야 등에서 연수를 희망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K컬처 연수 비자’를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이 아니면 따로 비자를 받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취지다. 외국의 직장인이 한국에서 일하며 관광도 할 수 있도록 ‘지역특화형 디지털노마드(워케이션) 비자’ 도입도 검토한다. 한국 입국 과정에서 관광객이 겪는 불편함도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비자 심사 인력, 비자 신청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자 발급에 드는 시간을 줄여주려는 취지다. 크루즈 출입국 심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인 자동심사대도 설치한다. 크루즈 여객터미널 운영 시간은 탄력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관광객이 짐 없이 편리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짐 운송 서비스도 확대된다. 이는 공항 혹은 철도역에서 숙소까지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로, 현재는 인천 등 7개 공항과 서울 등 9개 철도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6월부터는 대전, 동대구, 광주송정 등 7개 철도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출국 전 공항 밖에서 수하물을 미리 위탁하는 ‘이지 드랍’ 서비스 또한 제공 지역을 늘린다. 지방공항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국제 노선도 확대된다. 부산∼자카르타, 청주∼발리 노선이 연내 신설되고, 대구∼울란바토르 노선은 운항 횟수가 늘어난다. 정부는 방한 수요가 많은 국가의 운수권을 신설하거나 늘릴 수 있도록 연내 추가 협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아이돌 지망생 등을 위한 특화 비자가 하반기(7~12월)부터 시범 운영된다. K컬처 연수생의 체류 편의를 높여 한류 관광객 유입을 늘리려는 취지다. 외국인 관광객의 짐을 호텔로 옮겨주는 서비스도 확대된다.기획재정부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입국부터 출국까지 모든 과정에서 편의를 개선하는 내용이 이번 대책에 담겼다.코로나19를 전후해 1750만 명(2019년)에서 97만 명(2021년)까지 떨어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487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90%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쇼핑보다 문화체험 중심으로 관광 트렌드가 변하면서 관광 수입은 더디게 느는 중이다. 1~4월 관광 수입(49억 달러)은 5년 전의 70% 수준이다.이에 정부는 우선 한국에 오래 머무는 외국인이 많아지도록 특화 비자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연예 기획사에서 교육을 받거나 K팝·안무·모델 등 분야 연수를 희망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K-컬쳐 연수 비자’를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이 아니면 따로 비자를 받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취지다. 해외 원격근무자가 한국에서 일하며 관광도 할 수 있도록 ‘지역특화형 디지털노마드(워케이션) 비자’ 도입도 검토한다.한국 입국 과정에서 관광객이 겪는 불편함도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비자심사 인력, 비자 신청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비자발급에 드는 시간을 줄여주려는 취지다. 크루즈 출입국심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인 자동심사대도 설치한다. 크루즈 여객터미널 운영시간은 탄력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관광객이 짐 없이 편리하게 여행 다닐 수 있도록 짐 운송 서비스도 확대된다. 이는 공항 혹은 철도역에서 숙소까지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로, 현재는 인천 등 7개 공항과 서울 등 9개 철도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6월부터는 이에 더해 대전, 동대구, 광주송정 등 7개 철도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출국 전 공항 밖에서 수하물을 미리 위탁하는 ‘이지 드랍’ 서비스 또한 제공 지역을 늘린다.지방공항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국제노선도 확대된다. 부산-자카르타, 청주-발리 노선이 연내 신설되고, 대구-울란바토르 노선은 운항 횟수가 늘어난다. 정부는 방한 수요가 많은 국가의 운수권을 신설하거나 늘릴 수 있도록 연내 추가 협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상법에 기업 이사의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명문화하고 이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배임죄는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상법 개정으로 배임죄 처벌이 확대될 수 있단 재계의 우려가 커지자 배임죄 폐지까지 함께 묶어서 패키지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 원장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삼라만상을 다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배임죄는 현행 유지보다는 폐지가 낫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법 영역에서는 소액주주 보호가 미흡하고 형사법 영역에서는 이사회 의사결정에 과도한 형사 처벌을 해 양쪽 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두 개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생각하고 패키지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데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미 ‘총주주’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에서 배임죄 처벌 등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이 원장이 나서서 폐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현실적으로 배임죄 폐지까지는 어렵다면 구성 요건에 사적 목적 추구 등을 명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며 “상법에 경영 판단 원칙을 명확히 하고 특별배임죄만 폐지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원장과 대통령실 간에 공식적인 조율 과정은 없었지만 금감원장이 충분히 언급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정책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금감원으로부터 별도로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이 없고, 아직 검토해 본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무부는 금감원이 정식으로 검토 등을 요청해 올 경우 관련 사항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주주 이익보호-배임죄 폐지’ 패키지 제안… 재계 달래기[배임죄 폐지론 꺼낸 금감원장]“경영진, 주주 이익도 보호할 의무”… 정부, 상법 개정 추진에 재계 반발檢출신 李 “배임죄 기소 많이 해봐”… 정부 안팎 “조율도 않고 혼선 불러”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를 패키지로 추진하자고 나선 건 최근 상법 개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재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 판단을 할 경우 이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되 처벌은 가볍게 해주는 ‘채찍과 당근’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원장은 배임죄를 폐지하고 다툼이 있다면 민사 소송을 통해 금전적 보상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소관 부처의 수장이 아닌 금감원장이 배임죄 폐지까지 들고 나오면서 정책 혼선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인 기소했던 이복현, “배임죄 폐지” 이 원장은 1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배임죄는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로 회사법적 영역에서의 건강한 토론을 저해하고 있다”며 배임죄 폐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원장은 “경영진의 판단이 형사 법정이 아닌 이사회에서 균형감을 갖고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다툼이 있다면 민사 법정에서 금전적 보상 등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상법상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되 이를 어겼을 때는 민사로 해결하게 하자는 의미다. 정부가 최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재계에선 실제로 그 같은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되면 소송을 넘어 임원들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행법에 규정된 배임죄는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과 상법상 특별배임이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50억 원 이상 범죄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등 가중처벌도 이루어진다. 이 원장은 검사 시절 여러 기업인을 배임죄로 기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과거와 입장이 달라졌냐는 질문에는 “생각이 바뀐 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전현직 검사를 통틀어 기업의 불법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배임죄 의율을 가장 많이 해 본 내가 말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공식 입장은 정해진 건 없어” 다만 이 원장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정해진 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기업 밸류업과 관련해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이나 구체적인 방향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정부 입장은 논의를 거쳐 하반기(7∼12월)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12일에 이어 이날도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 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가 균형 있게 고려됨으로써 서로 윈윈 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라며 “지배주주의 긍정적인 역할을 폄하하거나 불리한 부담을 주자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으로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실제로 경영 판단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와 대상은 한정적일 것”이라며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배임죄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대안들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구성 요건에 ‘사적 이익 추구’ 등 구체적 사안을 추가해 배임죄 대상을 한정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거나 배임죄 폐지 없이 경영 판단 원칙 의무를 다양하게 하거나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임죄는 그간 법조문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엇갈린 판단이 나온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한국은 배임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사실상 ‘0원’”이라며 “형사법상 배임죄를 완화하려면 배임에 대한 민사 처리가 미국 수준으로 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검색 순위와 상품 후기를 조작해 자사 상품을 위쪽에 올린 쿠팡이 1000억 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역대 가장 큰 과징금으로, 제재를 내린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자기 상품을 밀어주기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1위 온라인 쇼핑몰’ 지위를 악용했다고 봤다. 쿠팡 법인은 검찰에 고발됐다. 13일 공정위는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1400억 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쿠팡과 CPLB는 검찰에 고발했다. 쿠팡의 100% 자회사인 CPLB는 쿠팡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전담하는 회사다. 문제가 된 건 쿠팡이 PB, 직매입 등 자사 상품을 밀어주기 위해 검색 순위와 상품 후기를 조작한 행위다.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상 순위가 높고 후기가 많을수록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이를 인지하고 있던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쿠팡 랭킹’을 조작해 최소 6만4250개의 자사 상품을 높은 순위에 올렸다. 그 결과 쿠팡의 대표 PB상품인 생수 ‘탐사수’는 2주 만에 100위 밖에서 1위까지 올라섰다. 상품 후기를 꾸며낸 정황도 드러났다. 쿠팡은 2297명의 임직원에게 자사 상품 7342개에 대한 후기 7만2614건을 달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부정적인 후기는 못 쓰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경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했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 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자사 상품 띄우려 알고리즘 조작… 직원 셀프 후기 7만개”공정위, 1400억 과징금-검찰 고발 판매 저조 PB상품, 단숨에 1위로1위 하던 中企 상품은 판매 0건직원이 리뷰… “심판이 선수 뛰는 격”쿠팡에 입점해 있는 중소기업 A사는 한때 ‘쿠팡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제품을 최근 단종시켰다. 쿠팡이 비슷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놓은 이후 월 3000건이었던 판매 건수가 0건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 애플이 아닌 이상 신제품이 1, 2위를 하는 건 불가능한데도 쿠팡 상품은 늘 순위가 높았다. 알고리즘 조작에 리뷰까지 임직원이 달았다니 허탈하다”고 했다. A사는 쿠팡과 거래 종료도 고민했지만 쿠팡이 온라인 쇼핑몰 1위로 올라선 탓에 지금도 계속 거래를 하고 있다. 쿠팡이 1400억 원이라는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된 건 쿠팡이 검색 순위와 상품 후기를 조작해 자사 상품을 밀어주면서 발생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불공정 행위가 결국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나아가 상품 가격을 밀어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실적 부진 상품까지 단숨에 ‘1위’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세 가지 방식으로 검색 순위를 조작해 자사 상품을 밀어줬다. 우선 자사 상품을 검색 순위 1∼3위에 고정했다. 또 검색어 1개당 자사 상품 최대 15개까지를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노출했다. 자사 상품의 검색 순위 점수를 1.5배 더 높게 쳐주기도 했다. 쿠팡이 검색 순위를 조작한 상품 중에는 판매 실적이 부진하거나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이 포함돼 있었다. 쿠팡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우선 보여주는 ‘상품 진열’은 유통업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단순히 상품 진열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사 상품이 판매량이 많고 후기가 좋은 상품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인 게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은 쿠팡 랭킹에 대해 “판매 실적, 사용자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및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순위”라고 안내하고 있다. 쿠팡은 임직원을 동원해 상품 후기를 쓰게 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숨겼다.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된 2021년 6월 이후부터는 임직원이 쓴 후기임을 밝혔지만 몇 번을 클릭해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에 이를 숨겨놨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입점한 다른 업체들은 ‘셀프 후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심각한 위법행위라는 이유에서였다.● “쿠팡,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 쿠팡이 순위와 후기를 조작하면서 자사 상품을 밀어준 건 자사 상품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중개수수료보다 많기 때문이다. 쿠팡은 다른 입점 업체의 상품을 중개하며 수수료를 떼는 플랫폼 사업자인 동시에 자사 상품을 파는 판매 사업자이기도 하다. 쿠팡이 가져가는 마진은 PB 상품이 가장 높고 직매입 상품, 중개 상품 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은 PB와 직매입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2019년 59.5%였던 쿠팡 자사 상품 비중은 2022년에는 70.2%까지 올라섰다. PB 전담 자회사인 CPLB의 매출액도 2020년 1331억 원에서 2023년 1조6436억 원으로 10배 넘게 성장했다. 쿠팡이 온라인 쇼핑몰 1위 사업자 지위를 악용해 자사 상품을 밀어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쿠팡이 선수로 뛰고, 심지어 그 선수가 더 유리한 지위에 있었던 것”이라며 “영세 업체들은 재고를 끌어안고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역시 중소기업이 입는 타격을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도 포착됐다. 쿠팡 내부 자료에는 “PB 상품이 1위가 되면서 경쟁 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고물가 시대에 고객에게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쿠팡의 자체 실험 결과 쿠팡이 자사 상품 밀어주기를 하지 않으면 전체 상품의 판매가격은 오히려 0.8% 가까이 하락했다. 쿠팡의 불공정 행위가 쿠팡 상품뿐만 아니라 중개 상품의 가격까지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을 보였다. 내수 침체에 도소매 취업자가 7만 명 넘게 줄었고, 주휴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쪼개기 고용으로 초단시간 근로자도 급증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9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8만 명 늘어난 규모로, 증가 폭으로는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적다.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업 취업자가 1년 새 7만3000명 줄며 고용 둔화세를 이끌었다. 무인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물가, 고금리로 내수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며 인력사무소가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건설업 일자리도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7만3000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청년층 취업자가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청년층 실업률은 6.7%로 0.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26만5000명 늘었다. 고용의 질도 악화됐다. 상대적으로 정규직이 많은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40% 줄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51.6% 급증했다. 특히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는 15시간 미만 취업자는 24.3% 늘어난 192만4000명으로 역대 5월 중 가장 많았다. 내수 악화에 최저임금 부담까지 겹쳐 쪼개기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실업자는 9만7000명 늘어 2021년 2월(20만1000명) 이후 가장 크게 증가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일자리 전담반(TF)’ 회의를 열고 “5월 취업자 증가 폭 축소는 고용동향 조사 기간에 휴일이 포함되는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업 생산성 증가율까지 0%대로 주저앉으면서 2040년대엔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0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보고서에서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가 가정한 ‘낮은 생산성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 2.1%, 2030년대 0.6%에 이어 2040년대엔 ―0.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거의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 혁신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되면서 경제 역동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한은의 분석 결과 미국에 특허를 출원한 국내 혁신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8.2%에서 2011∼2020년 1.3%로 급락했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도 연평균 6.1%에서 0.5%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한은은 국내 기업의 ‘혁신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기업의 경우 전체 연구개발(R&D) 지출 증가와 함께 특허 출원 건수도 크게 늘렸지만 생산성과 직결된 특허 피인용 건수 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감소한 뒤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혁신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에는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단기 성과 추구 성향 등으로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 비중은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혁신 창업가가 부족해 신생 기업의 출현이 감소한 것도 혁신의 질이 낮아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한은은 “미국 선행연구 결과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는 주로 학창 시절 인지 능력이 우수한 동시에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라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 똑똑한 이단아는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하고, 그 결과 시가총액 상위를 여전히 대부분 1990년대 이전에 설립된 제조업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테슬라나 엔비디아 같은 혁신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다주택 등의 이유로 더 무거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떠안은 인원이 1년 새 20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하락한 데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제를 크게 손질한 영향이다. 10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 가운데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중과 대상은 2597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48만3454명이 중과 대상이었는데 99.5%나 급감했다. 이 기간 일반세율 적용 대상자 감소 폭(46.9%)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종부세는 일반적으로 1.3∼2.7%의 세금을 내지만 중과 대상은 2.0∼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중과 대상자가 급감한 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세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 3주택 이상은 모두 중과 대상이었고 2주택자라고 해도 조정대상지역 주택이면 중과 세율을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과세표준 12억 원까지는 3주택 이상이라 해도 일반세율이 적용됐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역시 중과 대상에서 빠졌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며 공시가격이 내려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 5만4000여 명이 12억 원에 미달해 일반세율을 적용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과 대상자가 급감하면서 이 기간 중과세액 역시 1조8907억 원에서 920억 원으로 95.1% 줄었다. 최근 야당과 대통령실에서 종부세 완화에 잇달아 목소리를 내며 부동산 세제 개편은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역시 다주택 중과 폐지부터 시작해 종부세 완화 대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조미김 시장 1위 업체인 동원F&B도 김 가격 인상에 나선다. 24일 동원F&B는 다음 달 1일부터 양반김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품목인 ‘양반 들기름김(식탁 20봉)’은 9480원에서 1만980원으로 15.8%, ‘양반 참기름김(식탁 9봉)’은 4780원에서 5480원으로 14.6% 오른다. 인상 가격은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등 모든 유통채널에 적용된다. 동원F&B 측은 “조미김 가공 전 원재료인 김 원초 가격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올라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이달 초 김 가격을 평균 11.1% 인상한 바 있다. 광천김, 대천김, 성경식품도 이달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10∼30%가량 올렸다. 한국산 김은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액 1조 원을 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김 수출액은 1억3171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김 생산량은 5.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수요 공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김 가격은 도매 단계부터 상승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김밥용 김 평균 도매가격은 한 속에 1만89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1% 올랐다. 같은 기간 재래김(101.3%), 파래김(93.8%), 돌김(60.9%)도 줄줄이 오르며 ‘김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6월에도 김 할인 지원을 이어가고 825t의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하게 도입할 방침이다. 일부 지역에서 작황이 부진한 마늘 양파는 필요하면 비축을 추진하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닭고기는 인센티브 지원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가 쿠팡 자체브랜드(PB)를 규제하려 한다는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의 주장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박에 나섰다. 쿠팡이 PB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았나 들여다보는 것이지, PB상품 자체를 규제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공정위는 24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조사는 모든 PB상품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가 아니며, PB상품의 개발·판매 등을 금지해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제도 아니다”고 밝혔다.지난해 말 쿠팡의 부당 소비자 유인 의혹에 대해 조사를 마친 공정위는 조만간 심의를 열어 제재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심사관은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PB상품을 상단에 노출, 기만적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고 보고 있다.공정위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이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직구를 규제하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하려는 듯한 입장을 보인 정부가 이번에는 PB상품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또 일을 벌이려고 한다”며 “물가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PB를 건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 이 사안도 본인은 몰랐다면 제대로 보고 받고 물가 관리에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며 “시대착오적인 정책적 판단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했다.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조사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를 속이는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 위반 여부 등은 조만간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조미김 시장 1위 업체인 동원F&B도 김 가격 인상에 나선다.24일 동원F&B는 다음달 1일부터 양반김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품목인 ‘양반 들기름김(식탁 20봉)’은 9480원에서 1만980원으로 15.8%, ‘양반 참기름김(식탁 9봉)’은 4780원에서 5480원으로 14.6% 오른다. 인상 가격은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등 모든 유통채널에 적용된다. 동원F&B 측은 “조미김 가공 전 원재료인 김 원초 가격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올라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밝혔다.앞서 CJ제일제당은 이달 초 김 가격을 평균 11.1% 인상 한 바 있다. 광천김, 대천김, 성경식품도 이달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10~30%가량 올렸다.한국산 김은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액 1조 원을 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김 수출액은 1억3171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김 생산량은 5.4% 상승하는 데 그쳤다.수요 공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김 가격은 도매 단계부터 상승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김밥용 김 평균 도매 가격은 한 속에 1만89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1% 올랐다. 같은 기간 재래김(101.3%), 파래김(93.8%), 돌김(60.9%)도 줄줄이 오르며 ‘김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정부는 6월에도 김 할인 지원을 이어가고 825t의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하게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지역에서 작황이 부진한 마늘·양파는 필요하면 비축을 추진하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닭고기는 인센티브 지원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중소 건설사에 다니는 강모 씨(36)는 올해부터 사실상 연봉이 깎였다. 건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재작년부터 공사 현장 근로자에게 줘야 할 임금부터 밀리기 시작하더니 사무직인 그의 월급도 올해 동결됐다. 두 달 전 아내가 출산했다는 강 씨는 “돈 나올 구멍은 똑같은데 기저귀부터 시작해 국밥까지 가격이 안 오른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변에 임금 삭감 동의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한 사람들도 있어 감사하며 다녀야 할 처지”라고 했다. 강 씨는 올해부터 집에서 도시락과 커피를 챙겨 출근하고 있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올 1분기(1∼3월) 소득에서 물가 영향을 뺀 실질소득이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손에 쥐는 돈은 더 늘었지만 그보다 더 가파르게 물가가 뛰며 저절로 살림살이가 쪼그라들었다. 기업 경기 불황 여파로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은 3년 만에 뒷걸음질 쳤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근로소득은 사상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근로자들 사이에선 “세상 물가는 다 뛰는데 내 월급만 줄어든다”는 자조가 나온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1년 전(505만4000원)보다 1.4%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실질소득은 오히려 1.6% 감소했다. 역대 1분기 중 2017년(―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과일, 채소 가격이 치솟는 등 물가가 3%대 상승률을 이어가면서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팍팍해진 것이다. 직장인들이 버는 근로소득은 월평균 329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 줄었다. 근로소득이 감소세를 보인 건 코로나19로 고용이 위축됐던 2021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질근로소득은 3.9%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실질근로소득 감소 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크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동향수지과장은 “물가만큼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가구 실질소득이 마이너스가 됐다. 특히 지난해 기업 상여금 등이 감소한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000원도 안하던 애호박이 2000원… 외식 줄여도 돈 더 들어”[더 쪼그라든 가계살림]1분기 가구 실질소득 1.6% 감소가계 쓸 수 있는 돈 4.8% 오를때… 라면-돼지고기 등 생활물가 8.9%↑‘상여금 0%’ 대기업 직원도 소득 줄어… 영세 자영업자 “한달 순익 20만원뿐” 반도체 대기업에 다니는 윤모 씨(32)는 입사 이후 8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받아온 2월 성과급을 올해는 못 받았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얼어붙으면서 회사가 적자를 낸 탓에 올해는 성과급이 0%로 떨어진 것이다. 그는 “성과급이 나올 때마다 주택담보대출 원금을 갚아 왔는데 올해는 건너뛰었다”며 “대출이자는 꼬박꼬박 나가고 1000원도 안 하던 애호박 가격은 2000원까지 올랐다. 주말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밥을 해 먹어도 예전보다 돈이 더 든다”고 했다.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된 최근 2년간 가계의 실질소득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소득이 오른 폭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두 배 가까이 더 뛰었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벌이도 홀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중동 안보 불안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가계의 팍팍한 살림살이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물가에 2년간 실질소득 뒷걸음질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분기(1∼3월) 세금, 이자 비용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인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404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에는 386만 원이었는데, 이보다 4.8%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는 처분가능소득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7.7% 올랐고 라면, 돼지고기 등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8.9% 상승했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소득보다 2배 가까이 빠르게 상승한 것이다. 수도권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박모 씨(41)는 올 들어 임금이 3%가량 올랐다.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 임금 인상 폭이 제한되면서 임금이 지난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게 오른 것이다. 박 씨는 “세금을 떼고 나면 300만 원대 중반인 실수령액이 겨우 10만 원 정도 올랐다”며 “무섭게 오르는 물가를 생각하면 월급이 사실상 뒷걸음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외벌이를 하면서 아이까지 키우기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박 씨는 가족 외식 횟수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였다. 특히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0% 줄었다. 전체 1∼5분위 가구 중 전년보다 소득이 감소한 건 이들이 유일하다. 지난해 실적 부진의 여파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SK하이닉스, LG 등 대기업의 상여금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만 보면 전년보다 4.0% 감소했다.● 영세 자영업자 홀로 소득 뒷걸음질 근로소득자뿐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1분기 자영업자 등이 벌어들인 사업소득은 1년 전(80만4000원)보다 8.9% 오른 8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득 수준별로 보면 1분위는 월평균 10만2000원을 벌어 1년 전보다 3.6% 줄었다. 3분위의 사업소득(85만2000원)은 19.6%, 4분위(118만5000원)는 16.3% 오르는 등 나머지 자영업자의 소득이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내수가 위축되며 취약계층부터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충북 청주에서 혼자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한모 씨(31)는 이달 벌어들인 순이익이 2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평소보다 매출이 올랐는데도 설탕, 밀가루 등 재룟값이 덩달아 올라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는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데도 메뉴판 앞에서 ‘너무 비싸다’며 망설이다가 가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밖에서 뭔가를 사 먹는 사람 자체가 줄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부동산중개업소에 가게를 내놨다는 그는 “주변 카페 2, 3곳도 마찬가지로 가게 폐업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 자영업자에는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나 홀로 사장님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이들의 벌이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폐업 등으로 1분위에 속하는 자영업자 수 자체도 줄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도시에 살더라도 농어촌 지역에서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농어촌 민박 사업의 걸림돌로 지목돼 온 거주의무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중순 경 ‘농촌 소멸에 대응한 농어촌 민박 제도 개선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농어촌 민박 사업의 요건인 사전 거주의무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인구 소멸지역의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외부인의 유입을 촉진하려는 취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 소멸 대책으로 농어촌 민박 사업 실거주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농어촌에서 민박 사업을 하려면 농어촌정비법이 정한 거주 요건을 갖춰야 한다. 직접 소유한 단독주택으로 사업하려면 관할 시군구에서 6개월 이상, 임차 주택으로 하려면 3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등이다. 이러한 요건은 2018년 강원 강릉의 한 민박집에서 발생한 고등학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하지만 거주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이를 다시 손보기로 했다.정부는 농어촌정비법을 개정하면서 빈집을 활용한 민박 사업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거주 요건 때문에 빈집을 활용한 민박 사업이 불가능하다. 다만 법인에도 농어촌 민박 사업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농어촌 난개발 우려에 신중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