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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이 소속된 단체다. 6일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12일까지 입원 환자를 (병동에서) 빼야 한다’ ‘환자를 입원시킬 때 반드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파업 전 퇴원이나 전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라’는 내부 공지가 내려졌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각 병원에서 상황에 맞게 입원 환자를 옮길 준비를 하거나 외래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보건의료노조는 5일 마감한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10일 발표할 계획이다. 이들은 7대 요구사항으로 △간호간병통합병동 전면 확대 △간호사 1명당 환자 수 5명으로 낮추기 △의사 인력 확충 등을 내세우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찬성률이 더 높아 예정대로 13일부터 무기한으로 파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기관은 총 147곳이다. 서울아산병원, 경희의료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대형병원도 포함돼 있다. 파업 참여 예상 인원은 6만여 명이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필수유지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제외한 약 4만8000명이 실제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김소영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11월 29일, 뇌경색 환자 A 씨(59)는 경기 평택시의 한 중소병원 입원 중에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 막힌 뇌혈관을 응급수술로 뚫어야 했다. 의료진은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화로 환자 상태를 일일이 설명하고, 응급실 의료진이 수술 의사 손이 비는지 물어보느라 병원 섭외가 늦어졌다. A 씨는 상태가 나빠진 지 6시간 만에야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정부가 A 씨처럼 심뇌혈관질환 환자가 전원(轉院·병원을 옮김)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수술 의사끼리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문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5일 ‘제2차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2023∼2027)’ 공청회를 열고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등 응급 심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짧은 만큼, 이송이나 전원 과정에서 불필요한 문의 절차를 없애고 수술 의사끼리 직접 연락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지금은 인접 병원 의사들이 알음알음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환자를 받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이런 네트워크를 공식화해 환자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할 플랫폼도 제공하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네트워크 지원 사업은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된다. 복지부는 전국 14곳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권역심뇌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중소병원 및 119구급대와 협력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심뇌혈관질환으로 의심되는 응급환자가 생기면 119구급대원이 곧장 권역심뇌센터 당직 전문의에게 알려 수술을 준비하거나 적절한 병원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권역심뇌센터 환자 중 119구급차를 이용해 이송된 비율이 심근경색은 36.6%, 뇌졸중 43.2%에 불과했는데, 이 비율을 높여 골든타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수술 의사가 줄어드는 추세를 당장 되돌리기 어렵다면 의사와 환자를 신속히 연결해줄 시스템이라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내용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 최종 평가 보고서가 공개된 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날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귄위 있는 기구의 검증 결과인 만큼 그 내용을 신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오염수와 관련해 우리 자체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우리 평가 작업까지 마무리한 뒤 종합적인 입장을 낼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우리 해역 200곳에 대해 방사능 농도 검사를 진행한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10년이고 100년이고 국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했고 정부는 “몇 년이고 금지하겠다”고 했다. ● “美보다 10배 엄격한 방사능 검사 유지” 일본이 당장 올여름 오염수를 방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매달 우리 해역의 방사능 농도부터 검사할 방침이다. 해양수산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달부터 정기적으로 남서, 남동, 제주 해역의 200개 거점에 대해 방사능 농도를 검사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거점별로 한 달에 한 번 검사를 진행하고, 열흘에 한 번씩 결과 값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 직후부터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공해(公海)의 방사능 농도 검사도 매달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 공해의 방사능 농도에 변화가 생기는지 비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 이미 대조군 해수도 채취했다. 정부는 또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매주 국내 해수욕장의 방사능 농도도 점검해 국민들에게 결과를 알린다. 해수부는 앞서 지난달 5일부터 29일간 전국에 있는 20개 대표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사능 검사와 관련해선 현재까지 17곳에서 “문제 없음”이란 결과를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식품안전 당국은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수산물에 대해선 미국이나 유럽보다 10배 이상 엄격하게 적용되는 방사능 검사 기준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등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나머지 수산물에 대해서도 전부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인 세슘에 대한 국내 검사 기준치는 kg당 100Bq(베크렐)로, 미국의 1200Bq이나 유럽연합(EU)의 1250Bq보다 10배 이상 엄격하다. 당국은 검사에서 세슘이 검출 한계에 해당하는 0.2Bq이라도 나오면 수입업체에 스트론튬 등 추가 핵종(核種) 검사 자료를 요구한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12개국 가운데 한국만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달 중 우리 자체 평가 보고서도 공개원안위 등은 이번 IAEA 보고서를 정밀 검토한 뒤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이달 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검토한 ‘자체 평가 보고서’도 공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 이뤄질 방류 시설에 대한 일본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NRA)의 검사증 발급 여부 등까지 지켜본 뒤 우리 최종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를 한국 미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교차 분석하는 등 ‘시료 안전성 검증’ 등에 초점을 맞췄고, 일본의 방류 절차가 IAEA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검증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방류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때 일본의 오염수 처리 시설, 방류 제어 장치가 설계대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집중 점검해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없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5월 21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방문한 정부 시찰단은 오염수 처리 및 방류를 위한 설비들이 일본 측 설계대로 운용될 수 있는지 집중 점검해 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고려대의료원이 숭고한 나눔을 실천한 한종섭 여사(90)의 뜻을 기려 정원을 조성했다. 고려대의료원은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옥외정원에서 ‘한종섭 정원’ 명명식을 열었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한 여사를 비롯해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고려대의료원장과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 여사는 6·25 때 가족을 잃고 18세 나이로 월남해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남편과 오랜 기간 실 공장을 운영하며 가계를 꾸려왔다. 그는 2021년부터 고려대의료원에 “의학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총 10억65만 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한 여사는 현재 살고 있는 성북구 자택도 사후에 의료원에 기부하기로 약정한 상태다. 한 여사는 “일평생 일궈온 노력의 결과를 뜻깊은 곳에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더욱 빨리 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윤 의무부총장은 “한 여사의 여사의 순수하고 올곧은 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줬다”라며 “이번에 명명된 ‘한종섭 정원’은 이곳을 찾는 많은 교직원과 내원객들이 여사님의 마음을 느끼는 공간으로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도심서 함께 뛰고 즐긴 축제 “팬데믹 끝난 것 실감”‘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가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작됐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고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의 후원으로 열린 서울헬스쇼(13∼15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이후 처음으로 도심에서 대규모로 열린 건강 축제답게 첫날부터 시민들이 몰려들어 준비된 경품이 동나는 등 성황을 이뤘다. 가족, 동료와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서울광장 잔디밭 무대에서 펼쳐진 ‘강철부대’ 출연진의 크로스핏 클래스를 비롯해 ‘도심 속 힐링요가’, ‘직장인 단체줄넘기’ 등에 참여해 함께 운동을 했다. 대다수 행사는 사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등이 운영하는 79개 부스에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 헬스쇼 참여차 직장에 휴가를 내고 왔다는 사회복지사 이광근 씨(34)는 “마스크를 벗고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땀 흘릴 기회를 손꼽아 기다렸다”며 웃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재형(국민의힘)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등이 참석했다.AI로 심전도 분석-거북목 진단 등헬스케어 서비스 체험에 인파 몰려“일상서 손쉽게 건강관리 자신감”릴랙스존서 빈백소파에 누워 ‘힐링’ “가슴 멍울 때문에 매년 유방암 검진을 받고는 있지만 늘 막막했거든요. 그런데 암 종류별로 건강 관리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니 한결 마음이 놓여요.” 김은미 씨(63)는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갤럭시워치로 운동량 등을 파악해 암 관리법을 조언해 주는 메디플러스솔루션의 ‘세컨드닥터’ 앱이 소개돼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씨는 “혼자 헬스장에 다니면서도 제대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는지 불안했는데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생활 속에서 암 관리부터 ‘홈트’까지이날 서울헬스쇼에서는 일상에서 직접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손쉽게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비대면 헬스케어 기술이 소개됐다. 전문가가 체성분 등 건강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ROTHY.EAP’와 수면 중 산소포화도를 통해 숙면에 도움이 되는 식품과 건강 관리법을 제안하는 ‘오투부스터’ 등 갤럭시워치를 활용한 앱들이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LG유플러스 부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화면 속 동작을 따라 하며 땀을 흘리는 시민들로 붐볐다. 화면 속 트레이너 동작을 따라 하거나 동시간대 다른 이용자와 소모 칼로리를 겨루는 ‘홈트나우’와 ‘코코어짐’ 서비스를 체험하는 이들이었다. 한 관람객은 “‘홈트레이닝 결심’이 늘 작심삼일이었는데 랭킹이 실시간으로 매겨지니 승부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KB헬스케어는 건강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관리를 돕고 성격 유형 검사 등을 제공하는 ‘오케어(O’CARE)’ 서비스를, 하나손해보험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자체 헬스케어 서비스를 각각 소개했다. 스마트워치로 걸음 수를 측정해 목표를 달성하면 편의점 등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서울시의 ‘손목닥터9988’ 소개 부스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영진 씨(35)는 “요즘 서울 둘레길 걷기에 심취해 있는데 걸으면서 포인트도 쌓을 수 있다니 일석이조”라며 기뻐했다.● 모션 인식으로 기자 ‘거북목’ 꿰뚫어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선보이는 인공지능(AI)과 모션 인식 등 첨단 기술도 큰 관심을 모았다. AI 의료기기 업체 뷰노의 부스에는 심전도로 심장 나이와 부정맥 신호를 측정해 주는 ‘하티브’를 체험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부스를 찾은 정모 씨(30)는 모니터에 심장 나이가 43세로 표시되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술 좀 줄여야겠네요.” 모션 인식 기술로 자세와 관절 가동 범위를 측정해 주는 한국신체정보 ‘리얼피티’ 부스에서는 기자도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거북목’인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지시대로 팔을 뻗거나 목을 움직이니 1분도 안 돼 “목이 앞으로 39도 굽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업체 ‘지니너스’ 부스에서는 주사위 게임을 통해 약 30만 원 상당의 검사 키트를 나눠줘 참가자가 몰렸다. 보건복지부는 무료로 충치나 잇몸병 등을 검진하며 구강 검진의 중요성을 알렸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릴랙스존도 휴식을 취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11시 반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 부스에는 헤드셋을 끼고 수면안대를 한 3명의 시민이 빈백 소파(모양이 자유롭게 변하는 1인용 소파)에 각각 누워 있었다. 이 부스에 참여한 박모 씨(32)는 “헤드셋 음성으로 알려 주는 긴장 이완 방법을 따라 하니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기분”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 매트리스 브랜드 지누스는 여름용 에어 메모리폼 토퍼와 매트리스를 선보였다.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직접 누워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세라젬과 LG전자가 각각 마련한 척추 의료기기 및 안마의자 체험 코너에도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고, hy(옛 한국야쿠르트)의 스트레스 완화 음료 ‘스트레스케어 쉼’도 인기를 끌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금 움직입시다”라는 선언으로 시작된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는 마침내 마스크를 벗고 함께 뛰는 기쁨을 만끽하는 건강 축제의 장이었다. 크로스핏, 요가, 골프 등 팬데믹 이후 운동을 시작하거나 최신 헬스케어 기술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는 시민들로 서울광장은 종일 북적였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부터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는 노부부까지, 건강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주제였다. 이날 행사장 곳곳에선 ‘운동 좀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스스로를 헬스 마니아로 소개한 김량은 씨(28)는 “혼자 운동할 때보다 훨씬 신난다”고 말했다. ‘몸짱 보디빌더 할머니’ 임종소 씨(79), ‘사이클 타는 어르신’ 이성우 씨(98), 관악소방서 ‘몸짱 소방관’ 최재민 씨(33) 등 일반인 몸신들도 참석해 운동 전도사로 활약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동안에도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행사장을 찾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시민들도 많았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오성근 씨(76)는 대한고혈압학회의 부스를 찾아 혈압을 측정하는 등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진단받았다. 오 씨는 “유익한 건강 정보를 얻어가게 돼서 보람 있다”고 했다.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비롯해 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등이 참여한 79개 부스마다 시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덕분에 응급의료 닥터헬기 모형 1500개, 유전자분석 업체 지니너스의 유전자 키트 3일 치가 모두 소진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개막식 축사에서 “저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샷을 꾸준히 올린다”며 “서울헬스쇼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행사”라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고령 인구 증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시기에 서울헬스쇼가 열려 뜻깊다”고 밝혔다. 서울헬스쇼는 15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14일엔 ‘닥터헬기 소생 클래스’와 ‘도심 속 불멍 타임’ 등 행사가 열린다. 행사 정보는 홈페이지(www.donga.com/news/Health/healthshow)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과 병원 사이를 떠도는 이른바 ‘표류’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각 시도 소방본부와 인근 응급실 의료진이 모여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13일 정부는 ‘중앙응급의료정책추진단’(추진단)을 발족시키고 첫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내놨다. 4년 전에도 정부 주도 협의체에서 비슷한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지금껏 실행되지 않은 걸 감안하면 이번만큼은 과감한 실행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면 아래 ‘표류’ 사건 발굴해 대책 만든다이날 보건복지부는 서울 중구 한국보건복지인재원에서 소방청과 중앙응급의료센터, 대한응급의학회와 추진단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과 복지부가 당정 협의를 거쳐 ‘표류’ 대책을 내놓은 지 13일 만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할 민관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회의에서 “민관의 역량을 모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앞으로 2주마다 회의를 열고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 제한 △수술 의사 현황 실시간 업데이트 △지역응급의료상황실 설치 △전문인력 활용 강화 등 당정이 도출한 핵심 대책 4가지를 중점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시도마다 소방본부와 응급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지역응급의료협의체’를 운영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응급환자가 여러 응급실로부터 ‘수용 곤란’ 통보를 받고 거리를 떠돌다가 숨지거나 중태에 빠지는 사건을 발굴해 그 원인과 배경, 결과를 검토하고 앞으로 환자 이송 체계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수많은 ‘표류’ 사례 중 극히 일부만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문제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취지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중증 환자 145만 명 중 71만 명(49.1%)이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했다.● 4년 전에도 같은 대책… 실행 의지가 관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올해 말까지 지역별 이송 지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기로 했다. 119구급대가 중증 외상이나 뇌출혈, 급성 심근경색 등 중증 응급환자를 적절한 병원에 신속히 이송할 수 있도록 인근 응급실의 인력과 장비, 병상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매뉴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응급환자가 엉뚱한 병원을 헤매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31일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한 70대가 100km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졌을 당시, 더 가까운 외상센터 3곳엔 수술 인력과 병상에 여유가 있었지만 119는 이들 센터에 문의를 누락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역별 이송 지침이 정리되면 일선 구급대가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 위주로 수용 문의를 함으로써 이송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추진단을 꾸린 건 반길 일이지만, 실행력을 담보하려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이 나서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추진단이 제시한 지역응급의료협의체와 지역별 이송 지침 등 대책은 전부 2019년 2월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망을 계기로 복지부와 소방청이 같은 해 3월 구성한 ‘응급의료 개선 협의체’에서도 내놓은 방안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소아 입원 환자를 주로 돌보는 아동병원 3곳 중 2곳이 인력난 탓에 야간과 휴일 진료를 줄일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소아 의료 체계를 되살릴 근본 대책을 미루는 사이 아이들이 치료받을 병원이 점점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대한아동병원협회(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전국 아동병원 60곳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의 결과를 공개했다. 실태조사 결과 향후 5개월 안에 야간이나 휴일 진료 시간을 줄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병원은 71.4%였다. 이유는 진료 의사 감소(34.2%)와 근무 직원 이탈(32.9%), 중증 응급환자의 전원(轉院) 어려움(24.1%)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병원은 통상 병상이 50개 안팎인 소형병원이다. 지역사회에서 주로 독감이나 폐렴 등에 걸린 소아 환자를 입원 진료하는데 그 역할을 수행할 병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최근 국내 첫 아동병원인 서울 용산구 소화병원이 휴일 진료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올해 들어 실제로 병원을 떠났다는 응답은 58.3%로 절반이 넘었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가 줄고, 기존 의사마저 근무 여건이 나은 동네의원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병원에 남아 근무하는 의사들의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78시간으로 조사됐다. 소아 입원 진료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상 병원 수익이 가장 적은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더욱이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대책이 주로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면서 아동병원의 인력 유출마저 빨라졌다는 게 협회 측의 분석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소아 입원 환자를 주로 돌보는 아동병원 3곳 중 2곳이 인력난 탓에 야간과 휴일 진료를 줄일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가 줄고, 기존 근무 의사마저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나은 동네의원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정부가 소아 진료 체계를 되살릴 근본 대책을 미루는 사이 아이들이 치료받을 병원이 점점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대한아동병원협회(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전국 아동병원 60곳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의 결과를 공개했다. 아동병원은 통상 병상이 50개 안팎인 소형병원으로, 지역사회에서 주로 독감이나 폐렴 등에 걸린 소아 환자를 입원 진료한다. 실태조사 결과 향후 5개월 안에 야간이나 휴일 진료 시간을 줄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병원은 71.4%였다. 이유는 진료 의사 감소(34.2%)와 근무 직원 이탈(32.9%), 중증 응급환자의 전원(轉院) 어려움(24.1%) 순으로 나타났다. 근무하던 의사가 올해 들어 실제로 병원을 떠났다는 응답은 58.3%로 절반이 넘었다. 병원에 남아 근무하는 의사들의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78시간으로 조사됐다. 소아 입원 진료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상 병원 수익이 가장 적은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저출생 현상으로 소아 환자가 빠르게 줄어드는데 진료비 체계는 그대로라서 아동병원 경영이 악화했고,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대책이 주로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면서 아동병원의 인력 유출마저 빨라졌다는 게 협회 측의 분석이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우리는 끝까지 어린 생명을 지키고 싶다. 소아 진료비 (체계를) 재정립하고 소아청소년과 인력을 확충해달라”고 호소했다.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실 교수는 “아동병원은 기존 건강보험 체계로는 유지가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버스 준공영제’처럼 세금으로 적자를 일부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와 의료계가 2년 9개월 만에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양측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확대 규모에 대한 견해차가 커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8일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적정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본격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회의 후 “필수의료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하는 데 합의했다”라며 “이를 위해 이달 중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의사 인력이 확충되면 늘어나는 인력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로 유입될 구체적인 방안과 전공의 수련·근무 환경을 개선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한 건 2020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다만 적정 의사 규모에 대한 양측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이날 회의에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두발언에서 “의협은 더 이상 논의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의협이 산적한 의료 현안에 대응할 해법을 국민 앞에 제시하지 못하면 전문가 단체로서의 신뢰와 존경은 더 이상 의협의 것이 아닐 수 있다”라며 의협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의협 측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젊은 의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률적인 (면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마치 의대 정원 증원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이지만, 의대생이 필수의료 진료과목에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맞섰다. 양측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가 2차례 중단될 정도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의협은 의사 재배치에 방점을 두며 의견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필요 의사 인력의 수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추계하자”며 이달 안에 관련 전문가 포럼을 열기로 했지만, 기존 국책연구원 등의 추계 자료를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다만 양측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이를 2025학년도에 반영하자는 기본적인 ‘논의 시간표’에는 일정 수준의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는 14일 개최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도는 ‘표류’를 해결하겠다며 최근 당정이 내놓은 핵심 대책 4개 중 3개가 정부의 기존 대책과 판박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환자가 안타깝게 숨을 거둘 때마다 비슷한 대책을 내놨다가 ‘탁상행정’으로 끝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응급의료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정부가 과거 대책이 좌절된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고, 설사 정책 대상자의 반발이 따르더라도 과감한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는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포함된 대책이었다. 당시 복지부는 2020년부터 관련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참여 기관 모집 공고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당정 대책 가운데 △수술 의사 현황 실시간 업데이트 △지역응급의료상황실 설치 등 2가지도 올해 1월 발표된 복지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 3월 발표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각각 포함됐지만 아직 실행 로드맵은 마련되지 않았다.응급실 ‘표류’ 없애려면… “경증환자 제한 구체안 마련해야” 당정 대책 4개중 3개 ‘재탕’경증환자엔 비싼 치료비 물리고지역응급상황실 예산 확보 관건이견 조율 컨트롤타워도 시급 ‘중증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경증 환자는 중소병원으로.’ 당연한 원칙이지만 응급실에선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2021년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약 480만 명 가운데 절반(51.0%)이 경증 환자였다. 이들은 인근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어도 된다. 경증 환자들이 병상을 가득 채운 사이 중증 환자가 거리를 떠돈다. 올 3월 대구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뒤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숨진 17세 여학생이 그랬다. 따라서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는 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기본적인 대책이 여러 차례 좌절된 것에 대한 반성도, 구체적인 돌파책도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당정 대책에선 현장에서 경증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119구급대와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현실적 고려가 빠져 있다. 5년 전 ‘중증 응급환자 중심진료’ 시범사업이 좌절된 가장 큰 이유는 만에 하나 환자가 중증으로 판명되거나 상태가 악화되면 환자를 돌려보낸 법적 책임을 구급대나 의료진이 떠안을 수도 있어서다. 이 사업을 추진했던 정부 관계자는 “공고를 내지 못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탓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소방청과 병원들의 우려 때문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경증 환자가 스스로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증 환자에게는 비싼 응급 진료비를 물려야 하지만, 이런 대책도 빠져 있다. 일본에선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고도구명구급센터)을 이용하면 수십만 원의 진료비를 내는 반면, 국내에선 약 4만 원만 추가 부담한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인기 없는’ 대책을 펼 의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응급의료상황실을 새로 설치하는 대책의 경우 예산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지역응급의료상황실은 119구급대나 응급실이 환자를 치료할 병상을 찾지 못하면 이를 대신 찾아주는 일종의 관제탑이다. 전국 6개 상황실을 신설하면 상주 인력을 5명만 잡아도 필요 인건비는 6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지난해 예산 당국은 기존 상황실(1개) 인력을 늘리는 예산마저 삭감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내에 수술 의료진 현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인력도 필요하지만, 인건비를 지원하는 대책은 물론 그 방식과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당정 협의에 국무총리실이나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만 봐도 대책 실행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 측 참석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남화영 소방청장뿐이었다.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그간 수많은 응급의료 대책이 부처 간 이견과 예산 확보 실패로 좌절했는데, 이번에도 조율할 의사결정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팬데믹이 끝났지만 진짜 ‘건강 위협’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지금부터입니다.” 1일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며 팬데믹은 사실상 종료됐다. 하지만 건강하게 먹고 움직이는 습관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탓에 만성질환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건강 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개인과 사회가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비만 인구의 비율은 37.1%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33.8%보다 3.3%포인트나 증가했다. 만성질환 유병률뿐만이 아니다. 식습관과 운동 습관, 흡연·음주 행태 등 모든 건강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원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저출생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움직여서’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건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걷기 4.3%P 줄고 육류 1kg 더 먹어… 40대男 절반 복부비만 ‘하루 30분 걷기’ 고령층이 더 실천4명중 1명꼴 지방 과다섭취회식 줄었지만 ‘혼술 폭음’ 늘어비만-당뇨병 유병률 모두 증가 아침에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선 나건강 씨(45)는 불룩하게 나온 뱃살을 보고 흠칫 놀랐다. 숨을 멈추고 배를 집어넣어 봐도 두 손 가득 잡히는 두툼한 옆구리살은 숨길 수 없었다. 평소 입던 35인치(약 89cm) 바지는 허리가 꽉 낀 지 오래다. 나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확찐자’(살이 갑자기 찐 사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 씨는 코로나19 유행 전과 후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반영해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40대 남성 가운데 나 씨처럼 허리둘레가 90cm(여성은 85cm)가 넘는 복부비만인의 비율은 2021년 46.6%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19년 39.9%보다 6.7%포인트나 증가했다. 전 국민의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 이후 한국인의 건강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나 씨의 하루를 따라가며 질병관리청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의 건강 행태를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과 비교해 봤다.# 오전 8시: 택시 타고 출근 나 씨는 집 앞 헬스장을 지나쳐 택시 승장강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걸으며 아침 뉴스라도 보는 게 일상이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헬스장이 폐쇄된 뒤로 회원권을 연장하지 않았다. 나 씨가 하루에 걷는 시간을 다 더해도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의 ‘걷기 실천율’은 2019년 43.5%에서 2021년 39.6%로 하락했다. 걷기 실천율은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닷새 이상 걸었던 비율로, 일상 속 신체활동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특히 같은 기간 만 19∼64세의 걷기 실천율은 43.4%에서 39.1%로 하락 폭이 더 컸다. 만 65세 이상 걷기 실천율이 39.9%에서 44.4%로 증가하며 2020년부터 젊은층을 앞선 것과 대비된다. 고령층의 걷기 실천율이 젊은층을 역전한 건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낮 12시: 점심은 튀긴 고기와 짠 반찬 나 씨는 편의점에서 식후에 마실 음료를 꼼꼼히 골랐다. 그는 탄산음료 한 캔에 각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알게 된 후로 ‘제로음료’만 골라 마신다. 한국 성인이 가공식품 선택 시 영양표시를 읽는 비율은 2년 새 33.5%에서 35.0%로 높아졌고,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62.2g에서 57.6g으로 줄었다. 하지만 영양표시가 없는 식당에서 나 씨의 점심 메뉴 선택은 기름진 육류였다. 돈가스 정식에 제육볶음을 추가한 것. 앞서 편의점에서 발휘한 꼼꼼함이 무색해지는 메뉴 구성이다. 20분 만에 식사를 마친 나 씨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제로음료를 마시며 ‘나 정도면 건강을 챙기는 편이지’라며 뿌듯해했다. 2년 새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육류 섭취량을 2.5g 늘렸다. 연간 1kg에 육박한다. 음료 섭취량도 12.1g 늘었다. 반면, 채소와 과일은 31g이나 덜 먹게 됐다. 이에 따라 지방 섭취량이 적정선을 초과한 비율은 23.3%에서 25.7%로 올랐다.# 오후 4시: 건강검진서 만성질환 경고 나 씨는 서류 전달을 위해 3개 층 위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면서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몸이 무거워지니 예전엔 별생각 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렸던 건물도 더 높게 느껴진다. 한국 성인이 하루 중 자는 시간을 빼고 앉거나 누운 채 보내는 평균 시간은 2년 새 8.6시간에서 8.9시간으로 늘었다. 때마침 나 씨의 회사 메일로 건강검진 결과표가 도착했다. 결과는 체질량지수가 25가 넘는 ‘비만’이었다. 고지혈증을 경고하는 콜레스테롤 수치도 2년 전 검진보다 높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믿기 싫은 결과였다. 그나마 당뇨병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나 씨의 입사 동기 중 한 명은 얼마 전 당뇨병 진단을 받고 우울해했다. 부부와 자녀까지 모두 비만 판정을 받았다는 동료도 있었다.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33.8%에서 37.1%로, 당뇨병은 9.5%에서 10.3%로 각각 3.3%포인트, 0.8%포인트 올랐다. 청소년 비만도 같은 기간 11.1%에서 13.5%로 증가했다.# 오후 7시: 회식 대신 집에서 혼술 나 씨는 업무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2년 전이었다면 분명히 ‘한잔하자’고 권했을 부장도 일찍 퇴근했다. 코로나19 이후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 반복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부서 회식은 자연스레 줄었다. 간혹 술자리가 잡혀도 밤늦게 2차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실제로 2년 새 ‘월 1회 이상 음주했다’는 성인의 비율은 60.8%에서 57.4%로 줄었다.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도 130.2g에서 102.5g으로 감소했다. 하루 한 번 이상 외식하는 비율도 31.0%에서 23.8%로 줄었다. 하지만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술방’(술 마시는 방송)을 보던 나 씨는 ‘딱 한 캔만’을 속으로 외치며 캔맥주를 꺼냈다. 그렇게 시작한 ‘혼술(혼자 마시는 술) 파티’는 찬장에서 꺼낸, 반쯤 남아있던 위스키병을 비우고야 끝이 났다. 2년 새 전체 음주량이 줄어든 것과 반대로, 일주일에 두 번 넘게 하루 7잔(여성은 5잔) 이상 술을 마신 ‘고위험 음주’의 비율은 12.6%에서 13.4%로 오히려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대화 상대 없이 혼자 술을 마시면 제어가 어려워 자칫 알코올의존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나 씨는 오늘도 이렇게 ‘유병장수’의 길에 한발 더 가까워지며 하루를 마쳤다. 내일은 다를 수 있을까.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지난달 30일 70대 남성이 중상을 입고 약 100km 떨어진 병원으로 2시간 넘게 이송되다가 사망했을 당시, 구급차로 25분 걸리는 35km 거리의 외상센터를 포함해 더 가까운 병원 3곳에는 수술 의사와 중환자실 병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뜩이나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응급환자와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마저 부실한 탓에 환자를 살릴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19구급대는 전날 0시 38분 경기 용인시에서 사고를 당한 구모 씨(74)를 구조했다. 당시 35km 떨어진 국군수도병원 국군외상센터에선 외상외과 전문의 2명이 당직을 서고 있었고, ‘민간용’ 중환자실 병상도 4개 비어 있었다. 같은 시간 서울시가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로 지정한 고려대 구로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에도 중증외상 환자를 수술할 의료진과 병상이 있었다. 이 병원들은 사고 현장에서 약 60km 떨어져 있다. 하지만 119는 인근 병원 12곳에 구 씨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문의하면서 국군외상센터나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에는 전화하지 않았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이 센터들이 평상시에 환자를 받아주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당정은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도는 ‘표류’가 반복되자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31일 오후 국회에서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를 열고 △수술 의사와 빈 병상을 이송 단계부터 파악할 수 있는 ‘원스톱 응급이송 시스템’ 구축 △‘지역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한 환자 수용 의무화 등 대책을 실시하기로 했다.병상 있던 외상센터 5곳, 문의 누락… 119-병원 소통체계 정비해야 구급대, 용인 70대 환자 구조 직후외상센터 없는 인근 병원에 전화의정부 이송때도 서울 2곳 빈 병상골든타임 놓쳐… 이송체계 개선을 지난달 30일 승용차에 치여 다친 구모 씨(74)가 138분간 수술 의사를 찾아 ‘표류’하다가 숨진 사건은 근본적으로는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지키는 의료진이 부족한 탓이다. 적은 수의 의료진이라도 응급환자와 바로 연결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데, 이날 현장에서는 이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구 씨의 경우 수용 가능한 외상센터 5곳에 대기 중인 의료진과 빈 중환자실 병상이 있었는데도 제때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병상 있는 외상센터에 연락 안 해 사고 당일 0시 38분 119구급대가 구 씨가 쓰러져 있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인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은 중환자실에 빈 병상이 없었다. 구 씨처럼 여러 장기가 손상됐는데 혈압까지 낮아진 환자는 가슴이나 배를 연 뒤 급한 출혈부터 막고 절개 부위를 닫지 않은 채 중환자실에 입원시킨다. 그 후 상태가 안정되면 2차, 3차 수술을 한다. 중환자실에 병상이 없는데 수술부터 할 수 없는 이유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로 1시간 거리 내에는 아주대병원 말고도 권역외상센터가 4곳 더 있었다. 가까운 순서대로 단국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가천대 길병원, 의정부성모병원이었다.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 따르면 중증외상 환자는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나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그런데 119는 그중 중환자실이 가득 찬 단국대병원과 가천대 길병원에만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같은 시간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119상황실과 현장 구급대에 공유되는 ‘병상 상황판’에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중환자실 여유가 있다고 표시돼 있었다. 그런데도 119는 외상센터가 없는 인근 병원에만 추가로 전화를 돌렸다. 국군외상센터와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까지 고려하면 구조 직후 5곳 외상센터에 문의를 누락한 셈이다. 119구급대는 구 씨를 구조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1시 43분에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부터 ‘수용 가능’ 안내를 받았고, 3분 후 의정부성모병원에서도 같은 안내를 받았다. 119구급대는 그중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출발했지만 구 씨는 이송 중 심정지에 빠졌다. 만약 구 씨가 일반 응급실 대신 외상 치료가 가능한 권역외상센터와 먼저 연결됐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대목이다. ● “이송 체계 대폭 개편해야” 다만 당시 구 씨를 받아줄 병원을 알아봤던 119구급대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상황실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송이 늦어진 책임을 온전히 소방 당국에 지우기는 어렵다. 구 씨를 이송한 119구급차엔 운전사를 포함해서 구급대원이 2명밖에 없었다.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구 씨를 응급처치하면서 일일이 병원들에 전화를 돌리고 운전까지 해야 했다. 병원에 전화할 때마다 구 씨의 상태를 말로 설명하고 치료 가능한지 응답을 기다리느라 골든타임이 흘러갔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사고 당일 다른 권역외상센터나 비교적 가까운 국군외상센터에 연락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구 씨 상태가 시시각각 나빠져 우선 응급처치라도 해줄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했다”고 해명했다. 약 60km 떨어진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에 문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환자를 받아주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어 건너뛰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119구급대와 상황실, 응급실 의료진과 수술 의사 등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구 씨처럼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필수의료 인력을 늘리는 건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일이라고 쳐도, 부족한 의료진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인 만큼 먼저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10여 년 전 손자를 교통사고로 먼저 보냈어요. 그런데 본인도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정말 몰랐네요.” 30일 후진하던 차량에 치인 뒤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다가 2시간여 만에 숨진 구모 씨(74)의 이웃 김모 씨(63)는 경기 용인시에 차려진 빈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이며 말했다. 이웃 최모 씨도 “5년 전 형수님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다 3년 전 풍이 와서 거동이 불편해도 저녁 산책만은 거르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용인에서 심야에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이 구급차에 실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다 고속도로 위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급대는 138분 동안 병원 12곳에 수술을 요청했지만 그중 1곳에서 응급처치만 해줬을 뿐 나머지는 모두 병원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 응급의료 시스템 미비로 ‘표류’하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수도권에서 다시 한 번 발생한 것이다.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30일 0시 28분경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의 왕복 2차로 도로에서 구 씨가 후진하던 그랜저 차량에 깔렸다. 구 씨는 신고 접수 후 10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다. 구급대는 복강 내 출혈이 의심됐지만 응급수술이 이뤄지면 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구급대는 0시 50분경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인 아주대병원과 접촉했지만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근 용인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1시 20분경 용인시 기흥구의 강남병원에 도착했지만 구급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산소 공급 등 응급처치만 받았다. 구급대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 병상이 없고 교통사고 외상 후 상태가 위중해 큰 병원에 갈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이후 접촉한 8개 병원도 여러 이유를 들며 “받아주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다 오전 1시 43분경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오전 1시 46분경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급차는 원주보다 의정부가 낫다는 판단에 사고 현장에서 약 100km 떨어진 의정부성모병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 씨는 오전 2시 30분경 이송 중 구급차 내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오전 2시 46분 병원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중상 70대, 용인~의정부 100km 138분 ‘표류’… 비극 되풀이 구급차 도착했을 때 의식 있어… 응급수술 받았으면 소생 가능성기상상황 나빠 헬기 이송도 못해병원 문턱도 못넘고 길에서 사망 “서울시내 병원은 항상 중환자실이 만석이라 진작에 연락을 포기했다. 경기도 인근 12개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사고 현장에서 100km가량 떨어진 곳에서 간신히 수술해주겠다는 병원을 찾았다. 지금대로라면 계속 응급환자들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30일 새벽에 138분 동안 거리를 달리다 결국 사망한 구 씨의 죽음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통사고가 접수된 이날 0시 28분부터 구급대의 연락을 받은 12곳의 병원은 ‘병실이 없다’ ‘전문의가 없다’ ‘상급병원으로 가라’ 등의 이유를 들며 수술을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목격자 신모 씨(39)는 “사고 당시 반팔 반바지를 입고 계셨는데 그냥 다리가 땅에 쓸린 정도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봤을 때 당연히 병원에 가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병실 없다”고 해 응급처치만 하고 이동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기소방재난본부는 먼저 인근 대형 대학병원과 접촉을 시도했다. 도착 10여 분 후 사고 현장에서 30km가량 떨어진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 연락했는데 0시 50분경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구급대는 이후 오전 1시 6분까지 용인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접촉했지만 역시 받아주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전화를 돌리는 사이 구 씨의 수축기 혈압이 70 밑으로 떨어지면서 저혈압 증세를 보이는 등 눈에 보이게 악화됐다. 이에 구급대는 오전 1시 20분경 역시 ‘병실이 없다’는 용인시 기흥구의 신갈 강남병원에 도착해 “다른 병원을 섭외 중이니 응급처치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 씨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권승훈 강남병원 총무팀장은 “산소포화도가 많이 떨어져 산소 공급과 추가 수액을 놓기 위한 혈관 확보 등을 실시했다”며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한 문제도 있었지만 환자 상태가 상급종합병원 같은 큰 병원으로 가야 할 만큼 위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00km 달려 의정부 병원 가던 중 사망경기소방재난본부 상황실과 구급대는 응급처치를 받을 때 구 씨를 받아줄 병원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단국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분당차병원, 고려대안산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분당제생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등 8개 병원에서 구 씨를 수술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당직 외과 전문의는 있었는데 외상외과 전문의가 아니어서 못 받았다. 외상 수술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성빈센트병원 측은 “환자 상태를 들어보니 위중해 보여서 더 큰 병원으로 알아보길 권유했다”고 했다. 사고 후 75분과 78분이 지난 후에야 각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구 씨를 받아줄 수 있다고 했다. 구급대는 사고 현장에서 100km가량 떨어진 곳으로 가기에는 상황이 위중하다고 판단해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을 통해 헬기를 요청했지만 “기상 상황이 좋지 않고 가시거리가 짧아 헬기 이송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사고 후 1시간 반이 넘게 지난 오전 2시 1분경에야 구급차 이송을 시작했다. 그동안 구 씨의 상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 결국 오전 2시 반경 구급차 안에서 구 씨는 심정지 상태가 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오전 2시 46분경 병원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 씨의 빈소는 경기 용인시 용인시민장례문화원에 차려졌다. 구 씨를 돌보던 요양보호사는 빈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수년 전부터 구 씨를 돌봤는데 최근 건강이 좋아져서 칭찬을 많이 해 드렸다. 집에서 상추를 키우면 주변에 나눠 주고 저한테도 일 끝나면 항상 밥 먹고 가라던 분이셨는데 사고 소식을 듣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했다. 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용인=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30일 70대 남성이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응급실을 찾아 122분간 ‘표류’하다가 숨진 사건은 ‘필수의료 붕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19가 이 남성의 수용을 문의한 병원 12곳 중 8곳이 중환자실에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2곳이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나머지 2곳에선 환자 상태가 너무 위급하니 가까운 곳으로 가거나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응급 환자를 수용해야 할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조차 중환자실 병상이 없거나 수술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3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는 응급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중환자실과 의료진 부족을 해소하지 않고 단순히 시설만 늘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상센터 3곳 모두 ‘중환자실 없어’이날 숨진 구모 씨(74)를 받아주지 않은 병원 12곳 중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은 아주대병원과 단국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등 3곳이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 환자의 응급 소생부터 수술까지 담당하는 ‘최종 의료기관’이다. 전국 15개 병원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119구급대가 첫 번째로 전화했던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엔 빈 중환자실 병상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구 씨는 복강 내 출혈이 의심돼 곧장 개복(開腹)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는데, 이런 경우 수술을 마쳐도 인공호흡기 등 생명 유지 장비를 갖춘 중환자실로 옮겨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24시간 전문 의료진이 지켜봐야 한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단국대병원도 사정이 비슷했다. 외상중환자실 병상 20개가 가득 차 전날 오후 11시 7분부터 소방당국 등에 ‘환자 수용 불가(바이패스)’를 통보한 상태였다. 장성욱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상태가 그나마 나아진 환자를 일반 입원실로 옮기는 식으로 빈자리를 확보하는데, 이날은 중환자실 입원 환자가 모두 위중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 측도 “외상중환자실 20개가 가득 차 있었다”고 했다.● 대학병원들도 “의사 없어 수술 불가”구 씨를 수용하지 않은 나머지 병원 9곳 중 7곳은 대학병원이었고, 그중 4곳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이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권역 내 중증응급 환자를 책임지는 기관인데 이곳에도 구 씨가 치료받을 병상은 없었다. 30일 오전 1시 6분경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상황실은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인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전화했다. 하지만 이 병원엔 중증외상 수술이 가능한 의료진이 없었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 외과 전문의가 당직을 서고 있었지만 중증외상이 아닌 간암 환자를 주로 수술하는 의사였다”라며 “1명뿐이었던 외상외과 전문의가 2년 전 사직한 후 줄곧 공석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수술 의사와 중환자실이 부족한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올 3월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권역외상센터를 현행 15곳에서 17곳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44곳에서 50∼60곳으로 각각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지정된 센터들도 의료진이나 중환자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설만 늘리는 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구 씨의 이송 과정과 관련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사건 당시 각 병원의 병상, 인력 상황과 소방 측 자료를 종합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의료 현장에선 10년 전부터 20, 30대 마약중독자가 늘기 시작했어요. 중독 치료를 의무화하고 재활과 연계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은 3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부실한 국내 마약중독 치료·재활 인프라를 키워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이사장은 20년 넘게 중독의학 분야에서 활동하며 마약중독자를 치료해왔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현장에서 체감하는 마약중독은 어떤가. “이미 10년 전에도 펜타닐(마약성 진통제의 일종) 패치를 모아서 흡입하다가 응급실에 실려온 20대 중독자가 있었다. 젊은 중독자 문제가 최근에야 이슈가 됐을 뿐, 의료 현장에선 오래전부터 현실이었다.” ―젊은 층은 40, 50대 중독자와 다른가. “젊은 중독자는 액상대마나 LSD(환각제의 일종) 등 신종 마약을 ‘한 번쯤 할 수 있는 일탈’로 생각한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낮다. 신종 마약도 필로폰 못잖게 중독성이 높아서 초기 치료가 꼭 필요한데도 말이다.” ―마약 치료와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 중독을 ‘공중보건’ 문제로 봐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마약 투약 사범에게 치료를 의무화해야 한다. 미국은 사법망에 걸린 중독자에게 법원이나 검사가 거의 무조건 치료를 명령한다. 반면 한국은 치료감호나 치료보호 명령을 받는 마약 사범의 비율이 극히 낮다. 급성 중독과 금단 증상을 치료하고 직업과 주거 등 재활을 돕는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치료와 재활을 제대로 하려면 뭐가 필요한가. “전문인력을 늘려야 한다. 마약중독자 1명을 구하려면 의사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회복 상담사 여러 명이 필요하다. 미국엔 마약 치료·상담 전문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한국엔 이런 전문 직군이 없어서 마약 치료 병원에서 오래 일한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스스로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 구조다.”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중독 재발을 방치하는 것보단 싸다. 미국에선 중독 재발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치료비의 12배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거엔 투약자를 단순히 잡아서 가두는 방법이 통했을지 몰라도 ‘마약 사범 연간 2만 명’ 시대엔 안 된다. 중독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술에도 투자해야 한다. 미국은 연간 약물 오남용 관련 연구 예산이 2조4000억 원인데 한국은 8억 원밖에 안 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0여 년 전 손자를 교통사고로 먼저 보냈어요. 그런데 본인도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정말 몰랐네요.”30일 후진하던 차량에 치인 뒤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다 2시간여 만에 숨진 구모 씨(74)의 지인 김모 씨(63)는 경기 용인시에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이며 말했다. 옆에 있던 마을 이장 최 씨도 “5년 전 형수님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다 3년 전 풍이 와서 거동이 불편해도 저녁 산책만은 거르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용인에서 심야에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이 구급차에 실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다 고속도로 위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급대는 138분 동안 병원 12곳에 수술을 요청했지만 그 중 1곳에서 응급처치만 해줬을 뿐 나머지는 모두 병원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 응급의료 시스템 미비로 ‘표류’하다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수도권에서 다시 한 번 발생한 것이다.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30일 오전 0시 28분경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의 왕복 2차로 도로에서 구 씨가 후진하던 그랜저 차량에 깔렸다. 구 씨는 신고 접수 후 10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다. 구급대는 복강 내 출혈이 의심됐지만 응급수술이 이뤄지면 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경기소방재난본부 구급대는 오전 0시 50분경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인 아주대병원과 접촉했지만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근 용인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1시 20분경 용인시 기흥구의 강남병원에 도착했지만 구급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산소공급 등 응급처치만 받았다. 구급대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 병상이 없고 교통 사고 외상 후 상태가 위중해 큰 병원에 갈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이후 접촉한 8개 병원도 여러 이유를 들며 “받아주기 어렵다”고 했다.그러다 오전 1시 43분경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오전 1시 46분경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급차는 원주보다 의정부가 낫다는 판단에 사고 현장에서 약 100km 떨어진 의정부성모병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 씨는 오전 2시 30분경 이송 중 구급차 내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오전 2시 46분 병원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권역외상센터는 “병상 없다”… 대형병원도 “외과전문의 없다” 거절“서울시내 병원은 항상 중환자실이 만석이라 진작에 연락을 포기했다. 경기도 인근 12개 병원을 수소문 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사고 현장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간신히 수술해주겠다는 병원을 찾았다. 지금대로라면 계속 응급환자들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30일 새벽 138분 동안 거리를 달리다 결국 사망한 구 씨의 죽음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통사고가 접수된 이날 오전 0시 28분부터 구급대의 연락을 받은 12곳의 병원이 ‘병실이 없다’, ‘전문의가 없다’, ‘상급병원으로 가라’ 등의 이유를 들며 수술을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사고 목격자 신모 씨(39)는 “사고 당시 반팔 반바지 입고 계셨는데 그냥 다리가 땅에 쓸린 정도라고 생각했다. 겉모습을 봤을 때 당연히 병원에 가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병실 없다”고 해 응급처치만 하고 이동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기소방재난본부는 먼저 인근 대형 대학병원과 접촉을 시도했다. 도착 10여분 후 사고현장에서 30km가량 떨어진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 연락했는데 오전 0시 50분 경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구급대는 이후 오전 1시 6분까지 용인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접촉했지만 역시 받아주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전화를 돌리는 사이 구 씨의 수축기 혈압이 70 밑으로 떨어지며 저혈압 증세를 보이는 등 눈에 보이게 악화됐다.이에 구급대는 오전 1시 20분경 역시 ‘병실이 없다’는 용인시 기흥구의 강남병원에 도착해 “다른 병원을 섭외 중이니 응급처치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 씨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권승훈 강남병원 총무팀장은 “산소포화도가 많이 떨어져 산소 공급과 추가 수액을 놓기 위한 혈관 확보 등을 처치했다”며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한 문제도 있었지만 환자 상태가 상급종합병원 같은 큰 병원으로 가야할 만큼 위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00km 달려 의정부 병원 가던 중 사망경기소방재난본부 상황실과 구급대는 응급처치를 받는 중 구 씨를 받아줄 병원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단국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분당차병원, 고대안산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분당재생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등 8개 병원에서 구 씨를 수술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분당재생병원 관계자는 “당직 외과 전문의는 있었는데 외상외과 전문의가 아니어서 못 받았다. 외상 수술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성빈센트병원 측은 “환자 상태를 들어보니 위중해보여서 더 큰 병원으로 알아보길 권유했다”고 했다.사고 후 75분과 78분이 지난 후에야 각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구 씨를 받아줄 수 있다고 했다. 구급대는 사고현장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곳으로 가기에는 상황이 위중하다고 판단해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을 통해 헬기를 요청했지만 “기상 상황이 좋지 않고 가시거리가 짧아 헬기이송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사고 후 1시간 반이 넘게 지난 오전 2시1분경에야 구급차 이송을 시작했다.그 동안 구 씨의 상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 결국 오전 2시 반경 구급차 안에서 구 씨는 심정지 상태가 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오전 2시 46분경 병원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구 씨의 빈소는 경기 용인시 용인시민장례문화원에 차려졌다. 구 씨를 돌보던 요양보호사 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년 전부터 구 씨를 돌봤는데 최근 건강이 좋아져서 칭찬을 많이 해 드렸다. 집에서 상추를 키우면 주변에 나눠주고 저한테도 일 끝나면 항상 밥 먹고 가라던 분이셨는데 사고 소식을 듣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했다.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임유신 아펠운동센터장과 유경선 작가가 통증 예방법을 담은 책 ‘100세까지 통증없이 사는 비밀 - 잠자는 근육을 깨워라’를 펴냈다. 책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여자 필드하키 국가대표팀 담당 치료사로 활동했던 임 센터장이 정리한 운동법을 담았다. 몸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와 통증의 원리, 만성통증의 해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또, 바디 스캐닝과 몸의 바른 정렬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몸의 근육, 관절, 근막의 움직임과 관절의 가동 범위를 회복하도록 조언한다. 잠자는 근육을 깨우는 실전 사례로 사진을 통해 다양한 운동법을 보여주고, 본문 속에 삽입된 QR 코드를 통해 재활운동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은 ‘마법의 운동 치료 서적’이 아니라, 독자들이 스스로 통증의 두려움으로부터 한 발 걸어나올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하는 책”이라며 “독자의 몸에 먼저 위로와 인정을 주고 재활운동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앞두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을 허용할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초진 허용에 반대하는 가운데 이대로 진행되면 어린 환자들과 부모의 불편이 가중되고 ‘소아청소년과 대란’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시범사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 소아청소년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 10만 명 이용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선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다. 현재는 초진과 재진 구분 없이 허용 중이지만 다음 달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내려가면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를 잃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입법 공백을 막고자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해 이달 17일 사업의 범위를 정했다. 원칙적으로 재진만 허용하되, 장기요양 등급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 등 외출이 어려운 환자 등에 한해서는 초진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때 쟁점이 소아청소년의 야간·휴일 초진 허용 여부였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국내에서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야간과 휴일에 이뤄진 초진은 10만 건에 달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아청소년 대상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는 총 67만8809건 이뤄졌다. 이 중 10만768건(14.8%)이 초진이었고, 그중 9만67건은 작년에 이뤄졌다. 하루 246건꼴이다. 해당 환자들은 코로나19와 기관지염, 비인두염(감기), 알레르기비염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당초 17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 발표에서 소아청소년 대상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할 방침이었지만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보류했다. ● “비대면 막히면 응급실 과밀화 심화” 우려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안전성과 법적 책임 때문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아는 고열이나 복통 등 증상 발현 후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사가 직접 환자를 만나서 살펴보는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은 “비대면 진료 때 ‘응급실 안 가도 된다’고 했다가 만에 하나 상태가 악화하면 의료진이 과도한 법적 책임을 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24시간 대면 진료가 가능한 소아 응급실을 단기간에 늘릴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비대면 초진마저 막으면 오히려 응급실 과밀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리면 중증 환자 치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일종의 ‘교통 정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한밤에 아이가 열이 날 때 최소한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 정도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상담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대안을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초진을 통해 ‘처방’을 하는 건 반대하지만 ‘상담’만 하는 것은 응급실 과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이 허용되지 않으면 ‘소청과 대란’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현재 소청과 의사, 의원 부족 때문에 평일에도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병원에서 진료 대기줄을 길게 서야 하는 실정이다. 비대면 초진이 막히면 한밤중이나 주말에 아이가 아플 때마다 응급실에 가거나 전국에 37개뿐인 달빛어린이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이 의원은 “‘소청과 폐과’를 선언할 정도로 소아진료 체계가 붕괴된 상황인 만큼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이라는 선택지마저 원천 봉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와 의료계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한다.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최소 351명 증원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증원 규모뿐 아니라 그 방식과 ‘지역의사’ 제도 도입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제9차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선 의대 정원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장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사업의 세부 사항을 조율할 필요가 있어 의대 정원 논의는 미뤄졌다. 다만 의협 측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필수의료 분야 기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아무리 확대해도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더라도 필수의료를 살릴 구체적 방안부터 정부가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제10차 회의부터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분야 의사의 근무 여건을 개선할 방안을 ‘패키지’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의대 정원을 몇 명이나 늘릴지 못지않게 증원 방식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대 증원을 위해 의대를 신설할지,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릴지 여부다. 국회엔 여야가 앞다퉈 발의한 의대 신설 법안이 8건 계류돼 있다. 모두 지역구 인근에 의대를 유치하는 내용이다. 반면 복지부는 의대를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의대 40곳 중 17곳이 정원이 50명도 되지 않는데, 교육의 질을 충분히 담보하려면 의대를 더 늘리기보단 의대 1곳당 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역의사’ 제도도 협의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전형을 통해 선발하고 장학금을 주되 일정 기간 비수도권 병원이나 비인기 전문과목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 3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역 간 의료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지역의사 몫으로 뽑힌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 사이에 자칫 계층이 구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