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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생활고 관련 사건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래와 꿈을 선물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지원을 늘리겠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제4차 ‘다 함께 나눔 프로젝트’ 행사에서 이같이 인사말을 했다. 앞에는 소아암 환자 가족과 사회복지 관계자들이 있었다. 다 함께 나눔 프로젝트는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소속 기업들이 모여 사회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법을 논의하는 행사다. 지난해엔 3차례에 걸쳐 소방관 복지 지원, 위기청소년 자립 지원, 보육 인프라 지원 사업 등을 진행했다. 올해 처음 열린 나눔 프로젝트는 간병돌봄을 주제로 열렸다. 간병돌봄 문제는 가족 구성원 중에 암이나 치매 등 중증 질환자가 있지만 치료비 부담, 돌봄 어려움 등 문제를 겪는 걸 말한다. 이날 행사에는 구광모 ㈜LG 대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참석해 가족 돌봄 청년과 소아암 환자 가족 등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 LG그룹은 소아암 환자 가족을 위해 15억 원 상당을 들여 서울 소재 2곳의 가족 쉼터에 거주 공간 6개를 만든다. 구 대표는 “30여 년 전 할아버지(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께서 건립해 기부한 서대문복지관에서 행사가 열려 더욱 뜻깊다”며 “가족쉼터가 소아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이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전국의 가족 돌봄 청년(영케어러)을 대상으로 매년 10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영케어러는 중증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소년을 말한다. 특히 두산그룹은 사회복지사들과 영케어러들을 연결해 학교와 가정 생활 등에서 필요한 내용을 상담하고 점검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좋은 행사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봄이 왔네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전 7시 30분경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나오며 취재진에게 이처럼 인사를 건넸다. 삼성전자가 1분기(1∼3월) 반도체 부문에서 2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려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된 가운데, 이 회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다만 그는 이번 출장 소회와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달 23일부터 열흘 동안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돌며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갔다. 지난달 26일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반도체 및 광학 전문 기업 자이스 본사를 방문했다. 자이스는 반도체 업계 ‘슈퍼 을’로 불리는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업 네덜란드 ASML의 핵심 파트너다. ASML의 EUV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만 3만 개 이상이다. 이곳에서 이 회장은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와 카를 람프레히트 자이스 CEO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와 반도체 장비 생산 모습을 직접 살피면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엔 바티칸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이후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 체험관 준비 상태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파트너사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SK하이닉스가 용량 등의 성능을 50% 개선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12단 제품을 3분기(7∼9월) 양산한다. 6세대 HBM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공동 개발해 내년 양산에 돌입한다. HBM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하기 위해 두 제품 모두 당초 계획보다 양산 시점을 수개월 이상 앞당기며 속도전에 돌입한 것이다. 2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세대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에는 고객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은 3분기에 개발 완료하고 내년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일주일 만에 시기를 크게 앞당긴 것이다. HBM3E 12단은 8단에 비해 용량 등 성능이 50% 개선됐다. 6세대 HBM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TSMC와의 6세대 HBM4 12단 개발 협력 소식을 알리면서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밝혔다. 하지만 이날 양산 시기를 내년으로 1년가량 당겼다. 곽 사장은 취임 후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자들을 만난 적이 있지만, 한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속도전에 나선 건 예상했던 것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HBM은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공급처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에서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한다. 이에 AI 칩을 쓰는 빅테크의 투자 시계가 빨라질수록 반도체 업체들의 양산 시점도 빨라진다. 곽 사장은 “이미 올해 HBM 물량은 솔드아웃(완판) 됐고, 내년 물량 역시 대부분 판매가 완료됐다. 고객 수요 기반으로 공급을 하면 과잉 공급 위험도 줄어들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HBM 누적 매출은 130억∼170억 달러(17조9000억∼23조5000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HBM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SK하이닉스보다 한발 늦게 출발한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1∼3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3E 12단을 업계 최초인 2분기(4∼6월)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출하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로 1위, 삼성전자가 2위(42.4%)로 전망된다. 이날 SK하이닉스는 각각 20조 원과 120조 원을 들여 건설 예정인 청주 ‘M15X’ 신규 팹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영식 SK하이닉스 제조기술 담당(부사장)은 “청주 M15X를 차세대 D램 팹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2026년 3분기부터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용인 클러스터도 이달부터 팹을 위한 발전소 공사를 할 수 있다. 내년 3월에 착공이 가능하고 용수 확보 등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9000억 원을 투입해 협력업체들이 실제 양산 환경에서 시제품을 검증할 수 있는 미니팹을 조성한다. 곽 사장은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했던 2012년 당시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았지만, 우리는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당시에 HBM 개발에도 투자를 했고 지금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AI 반도체는 고객 맞춤형이어서 글로벌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이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롯데케미칼의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삼박엘에프티(삼박LFT)가 전남 순천시 율촌산단 내에 신규 콤파운드(복합소재)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삼박LFT는 2021년 소재 사업 확대 및 생산기술 고도화를 위해 율촌1산단에 24만6871㎡(약 7만4678평) 부지를 확보하고 총 4500억 원을 투자해 공장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율촌산단 신규 공장 건설엔 2026년까지 약 3000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신규 공장은 2025년 하반기(7∼12월) 가동 예정이다. 율촌산단 공장에서는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휴대전화, 노트북, 자동차 및 의료기기 등에 사용되는 복합소재를 생산한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율촌산단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50만 t 규모의 콤파운드 생산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삼박LFT는 롯데그룹 화학군의 첨단소재 생산을 전담하는 회사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인재 채용을 늘려 지역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삼박LFT는 향후 70만 t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콤파운드 소재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롯데케미칼은 이 지역에 전지 및 수소 소재 관련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허태수 GS그룹 회장(사진)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GS 해외 사장단 회의에서 “사업환경이 크게 요동하고 있지만 움츠러들기만 하면 미래가 없다”며 “오히려 내부 인재를 키우고 사업 혁신을 가속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GS그룹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허 회장을 비롯해 GS리테일 허연수 부회장, ㈜GS 홍순기 사장, GS에너지 허용수 사장, GS칼텍스 허세홍 사장, GS건설 허윤홍 사장, GS EPS 정찬수 사장, GS E&R 김석환 사장, GS글로벌 이영환 사장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가 함께했다. 이번 회의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AI 기술의 발전을 업무 생산성과 사업 혁신으로 연결하려면 사장단부터 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사장단은 지난달 29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찾아 디지털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 현지 전문가들과 토론도 벌였다. 이번 사장단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주요 계열사의 디지털전환(DX) 담당 임원들도 참여했다. 최고경영자와 담당 임원들이 공감대를 이뤄 디지털전환 속도를 높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GS 측은 설명했다. 허 회장은 “디지털 AI 기술은 인재들의 창의력과 사업적 잠재력을 증폭하는 힘”이라며 “최고경영자부터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 사업 현장에서 자발적인 디지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성능을 50% 개선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12단 제품을 2분기(4∼6월)에 양산한다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12단 제품이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AMD 등에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세대 HBM까지는 SK하이닉스에 뒤처졌던 삼성이 SK가 주력하는 8단이 아닌 12단 제품을 통해 ‘판 뒤집기’를 시도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30일 삼성전자는 1분기(1∼3월)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중 12단 ‘HBM3E’를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업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2분기 중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5세대 HBM에서 12단 제품은 8단보다 성능과 용량 면에서 50% 이상 개선돼 AI 칩의 학습 능력을 높여준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2단 HBM3E가 2분기 중 AMD의 신형 AI 가속기인 ‘인스팅트 MI350’에 탑재되고, 하반기(7∼12월)에는 엔비디아에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AMD는 인스팅트 MI350을 내년에 양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자 2분기에 칩을 공개하고 하반기에 양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앞당겼다. 또한 지난달 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이라는 서명을 남기며 공급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내준 HBM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12단 시장 선점에 승부를 건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5%, 마이크론 9% 순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을 3분기(7∼9월)에 개발을 끝내고, 내년에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공급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HBM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려가고 있다. 해당 물량은 이미 공급사와 협의를 완료했다”며 “내년에도 올해보다 최소 2배 이상 공급할 계획이고, HBM3E 비중은 연말 기준 HBM 전체 판매 수량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을 비롯한 AI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2022년 4분기(10∼12월)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분기 매출은 23조14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9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출하량은 D램이 10% 중반, 낸드가 한 자릿수 초반 감소했지만, 고성능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며 평균판매단가(ASP)가 각각 약 20%, 30% 상승한 결과다. 이에 D램과 낸드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PC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이 아직 부진한 데 따라 삼성은 2분기 감산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출하량 조절을 통해 수익성 증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사장은 “공급(출하량) 관점에서 올해 업계 생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증가율)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D램은 생성형 AI 수요 대응으로 선단 공정 생산능력이 HBM에 집중되고 있어 그 외 선단 제품은 (출하량 증가에) 제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사용하지 않는 짐을 도심지 건물 창고에 보관하는 ‘셀프 스토리지’가 합법화되면서 관련 산업이 고사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또 농어촌의 빈집을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 서비스로 활용해 투숙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정보통신기술(ICT)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총 9건의 규제샌드박스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우선 도심형 스마트 보관 편의 서비스가 실증 특례를 승인받았다. 이는 도심지 건물 내에서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고 24시간 무인으로 짐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에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셀프 스토리지 시설이 건축법상 창고시설로 분류돼 있었다. 이에 창고시설이 건축될 수 없는 도심지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불법이었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시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철거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번 실증 특례로 셀프 스토리지 시설이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분류되면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 ‘농어촌 빈집 활용 공유숙박 서비스’도 실증 특례를 승인받았다.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임차해 리모델링한 후 중개 플랫폼을 통해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어촌 민박은 실제 거주민이 본인 소유 주택으로 운영할 때만 허용됐다. 농어촌 빈집 증가가 안전 및 지역환경 저해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규제샌드박스 승인은 농어촌 빈집 문제 해결과 지역 관광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대한상의는 전망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LG화학이 차량 선루프용 투명도 조절 필름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장 소재 사업 확장에 나선다. LG화학은 독일의 자동차 선루프 시스템 전문 기업인 베바스토와 ‘SGF’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LG화학은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수년간 SGF를 베바스토에 공급할 계획이다. 거래 규모는 수천억 원대다. SGF는 전기 신호를 통해 빛과 열의 투과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필름이다. 주로 선루프 등 자동차 유리에 쓰인다. 평상시에는 불투명하지만 전압이 가해지면 내부의 액정이 재배열되면서 투명하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량에 SGF를 적용하면 차량 실내 디자인을 차별화할 수 있고, 운전자 기호에 따라 차량 유리를 투명 또는 불투명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SGF는 최근 프리미엄 차량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적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SGF 시장이 수년 내 조 단위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전장 소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이미 국내외에서 200개 이상의 SGF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연간 자동차 300만 대에 적용 가능한 규모의 SGF 생산 시설을 갖췄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LG전자가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60여 년간 쌓아온 가전 사업 노하우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통신 등 혁신 기술을 더해 미래 지향적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이다. 올해 2월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LG전자를 찾아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5월 미국에서 AI를 주제로 열릴 MS CEO 서밋에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 AI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더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LG전자는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전을 넘어 집과 상업 공간, 차량을 포함한 이동 공간, 더 나아가 가상공간인 메타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선도 가전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전 세계 고객들이 사용하는 수억 개의 제품을 통해 다양한 공간에서 수집 가능한 실시간 생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수요에 맞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잇다. 생활가전부터 공조 설비, TV, 전장, 로봇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풍부한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LG전자의 강점이다. 조 CEO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가 먼저 LG전자를 찾아온다”며 “AI를 공급하겠다는 글로벌 빅테크가 협력하려는 기업은 당연히 시장에 제품의 모수가 많은 업체”라고 말했다. 이어 “LG전자와 글로벌 선도 업체가 협력해 온디바이스 AI 부분의 서비스를 확장한다면 생성형 AI를 활용한 고객 경험 혁신, 사업 모델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LS전선의 자회사인 LS에코에너지는 최근 덴마크 에너지 공기업 ‘에네르기넷’과 향후 3년간 약 3051만 달러(426억 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공급에 합의했다. 이달 초 덴마크에 약 1300만 달러의 초고압 케이블 공급을 마친 지 채 한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추가로 대규모 영업 실적을 쌓았다. LS에코에너지는 LS전선과 함께 지난 8년간 에네르기넷에 안정적으로 케이블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덴마크에서 170kV(킬로볼트) 이하와 220kV 이상 케이블 사업 영역에서 각각 1위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덴마크에서 선전은 LS전선과 LS에코에너지가 실행하는 ‘교차판매’ 전략이 빛을 발한 결과다. 교차판매는 LS전선이 LS에코에너지를 비롯한 10여 개 해외 생산법인과 각자의 영업망을 활용해 서로의 주력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는 “유럽은 에너지 안보 정책에 따른 해상풍력 프로젝트 활성화, 기존 가공선의 지중화 등으로 케이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LS전선과 협력해 고부가 초고압 케이블 시장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LS에코에너지가 신성장동력으로 설정한 초전도 케이블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최근 베트남 전력청 산하 에너지연구소와 초전도 케이블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초전도 케이블은 영하 196도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송전 효율을 극대화한다. 케이블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송전 용량을 기존 대비 5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초전도 케이블은 LS전선이 2019년 세계 최초로 경기 용인시 흥덕∼신갈 변전소 구간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 운전 중인 선로다. 초전도 케이블은 과부하 등에 따른 전력 증설의 새로운 해법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구광모 ㈜LG 대표는 2018년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LG가 더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강조했다. 특히 2019년부터 차별적 고객가치를 만들어 낸 사례를 선정해 시상하는 LG 어워즈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LG 어워즈는 지금까지 405개 팀, 3300여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LG는 출품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차별적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심사를 진행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수상작도 다양하다. 세계 최초 올레드롤러블 디스플레이나 세계 최초 4K 무선 올레드 TV 같은 혁신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한 팀부터 필수 난임 치료제 공급 중단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고객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사례도 있다. 장애인 고객들의 가전 사용성을 개선한 사례까지 다양한 부문과 영역에서도 수상자가 나왔다. 특히 사업적 성과보다는 남다른 고객가치를 만든 팀이 최고상을 수상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상을 수상한 팜한농팀이 대표 사례다. 팜한농팀은 지난해 과일나무 화상병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던 농가를 돕는 안전한 바이오 방제 솔루션을 개발했다. 화상병은 2015년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병으로 감염된 나무는 줄기와 잎이 불에 탄 것처럼 까맣게 변해서 죽는다.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 감염되면 해당 나무는 곧바로 매몰되고 심할 경우 과수원 전체가 폐쇄돼 5년간 과일을 재배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화상병으로 인한 피해만 2700억 원이 넘는다. 이전까지 화상병 전용 제품이나 방제 대책이 없어 농가에서는 일반 방제약을 중구난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경우 일반 방제약이 오히려 과일나무의 꽃이나 열매를 맺히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팜한농팀은 화상병 전용 바이오 방제 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한편 어떤 시기에, 어떤 방제약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도 제공했다. 심사위원 선정에 공정성도 강화했다. 지난해 LG 어워즈에서는 처음으로 고객들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올해 LG 어워즈에서는 구성원들이 직접 고객 입장에서 심사하는 구성원 심사제를 도입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혁신이 없다는 건 기업이 죽었다는 말과 같습니다.” 한 대기업 임원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지 못하고, 미래를 이끌 신성장 동력을 찾아내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을 선도하던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고 새로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업의 역량을 총집결하기도 한다. SK그룹은 2012년 2월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업계를 이끌고 있다. 키옥시아 지분 투자, 인텔 낸드메모리사업부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이뤄내면서 반도체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인수를 통한 성장과 함께 혁신을 통한 도약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3월 초고성능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제품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글로벌 AI 빅테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AI 수요가 늘수록 HBM의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이런 흐름을 읽고 선제적인 혁신에 나섰던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뿐 아니라 전기차와 프리미엄 자동차, 수소에너지, 미래 항공 모빌리티, 로봇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톱 3 자동차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뜻하는 ‘퀀텀점프’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올해 2월엔 미국 최대 경제 전문 방송사 CNBC는 ‘현대차그룹이 어떻게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자동차 기업이 됐을까’라는 특집 기사를 내기도 했다. LG그룹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혁신이라는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는 2018년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LG가 더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강조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차별적 가치를 찾아내자는 말이다. LG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이 대표적인 사례다. AI, 빅데이터, 통신 등 혁신 기술을 더해 미래지향적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AI를 모든 가전에 적용하고 로봇과 XR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AI를 앞세운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AI+X 시대를 준비하는 롯데’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롯데그룹이 하는 유통 및 상품, 디자인, 제품 개발,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1월에는 AI 플랫폼 ‘아이멤버’를 롯데그룹 전 계열사에 도입했다. 소재 사업과 바이오산업에도 AI를 도입해 제품 개발 및 품질 개선 등에 활용하고 있다. AI 도입이 기존 기업의 사업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한화그룹은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우주 사업에 선제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주 발사체부터 관측·통신 위성, 탐사 등 전반을 다루는 ‘우주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회사다. 한화그룹은 방산 및 항공 제조, 신재생에너지 등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채택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차원이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의미다. 두산그룹은 성장 가능성이 큰 차세대 에너지 사업과 미래 기술을 적용한 기계·자동화 사업, 반도체와 첨단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 수소 가스터빈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대형 가스터빈은 세계에서 5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성과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꾸준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끊임없는 변화야말로 혁신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지속 성장의 핵심은 ‘혁신’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성장하기 위한 기업들의 혁신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에서 반도체 업계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와 ASML의 핵심 파트너사인 독일 자이스의 카를 람프레히트 CEO를 한자리에서 만나 ‘반도체 삼각 동맹’을 공고히 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에서 람프레히트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25일(현지 시간) ASML의 신임 대표로 취임한 푸케 CEO도 함께했다. 푸케 CEO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하던 지난해 말 ASML 본사를 찾은 이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나기도 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가진 글로벌 광학 기업이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만 3만 개 이상이다. 자이스가 없으면 ASML 장비 생산도 불가능해 ASML의 ‘슈퍼 을’이다. ASML은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자이스 간 직접 거래 관계는 없지만 ASML이 삼성전자에 보낼 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초기부터 세 업체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에 삼성전자-ASML-자이스로 이어지는 삼각 공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만남에서 자이스, ASML과 △장비 성능 개선 △생산 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 등의 협력을 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주도하고, D램 분야에서는 연내에 EUV 공정을 적용해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초미세 공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각각 내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와중에 최근 TSMC는 2026년 하반기(7∼12월) 중간 단계인 1.6나노 공정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연말부터 1.8나노 공정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도 업계 최초로 설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페터르 베닝크 당시 ASML CEO를 만났고, 올해 2월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만났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이 회장이 직접 장비 업체들을 찾아 협력을 끌어낸 것도 초미세 공정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독일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비즈니스 미팅 및 유럽 시장 점검, 주재원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2021년 독일의 과학기술기업 머크는 미래 성장을 위해 30억 유로(약 4조4000억 원)의 글로벌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머크는 이 중 6억 유로(약 8800억 원)를 한국에 집행하기로 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이었다. 머크는 왜 한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일까. “한국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강남 한국머크 사무실에서 최근 동아일보와 만난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는 해당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머크의 사업 분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바이오의약품, 치료제 개발 등 크게 3가지다. 특히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해당 시장을 주도하는 유수의 기업들이 대거 포진한 매력적인 투자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투자에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인 투자는 결국 글로벌 기업이 있어야 한다. 기술과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투자를 이끌어 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디스플레이다. 머크는 1888년 세계 최초로 액정을 개발했다. 액정표시장치(LCD)의 핵심 소재인 액정 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LCD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머크는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투자와 협력이 필요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국가가 한국이었다. 한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머크가 보기에 한국은 △새로운 기술로 전환 △이에 맞는 생산 설비 확충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 등을 가진 곳이었다. 한국머크는 한국에 8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연구소가 각각 3곳이다. ‘최대한 고객 가까이 위치해 공급과 협력을 긴밀하게 한다’는 머크의 경영 원칙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어떤 제품은 상용화에만 10년, 20년도 걸린다. 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갖추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반도체가 그렇다. 기술 경쟁이 극한까지 가 있다. 한쪽 기술만으로는 성공을 못 한다”며 “고객이 어떤 공정으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면, 어떤 소재로 할지 장비는 뭐로 할지 등을 처음부터 논의해야 하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머크는 한 대기업 연구소의 근무 스케줄에 맞춰 자사의 근무 일정을 조정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머크가 한국에 지속 투자하는 것은 2021년부터 추진해 온 현지 공급 기반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지에 최대한 많은 자체 원료 및 재고 등을 갖추고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많은 기업이 중국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미중 갈등이 터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변수가 생겨도 한국 사업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가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자체의 공급망 시스템이 약한 부분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유럽 등에서는 디리스킹(중국 의존도를 줄여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은 광물이나 자원, 소재 등의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한국 정부는 흑연·요소·리튬 등 185개 공급망 핵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평균 70%에서 50% 아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머크가 발표한 국내 투자액 6억 유로 가운데 절반 정도가 집행됐다. 김 대표는 “한국에 배정된 6억 유로 외에도 투자를 계속 늘릴 것”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라 반도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에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동 및 세제 정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처벌 합리화 등 예측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중국과 홍콩 등을 떠나려는 글로벌 기업들을 한국으로 유치하려면 매력적인 경영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서울 용산구에서 ‘2024 암참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를 열고 규제 개선을 통한 투자 친화적 환경 조성 전략을 모색했다. 암참이 회원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 따르면 한국은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아태 본사를 두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혔다. 정교한 경제 시스템과 첨단 기술 등이 투자 매력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암참은 한국의 △예측 불가능한 규제 정책 △경제 침체 △노동 유연성 부족 등이 한국을 꺼리게 하는 위험 요인들이라고 분석했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 겸 암참 이사회 이사는 “한국이 아시아 지역 거점 국가로 거듭나려면 유연한 노동 정책을 가져야 하고, 예측 가능한 세제 정책을 이어 나가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CEO들이 형사 처벌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한국은 CEO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보유한 인재가 많지만 낮은 노동 유연성으로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는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기업의 아태 지역본부가 약 5000개, 홍콩에는 1400개가 있지만 한국은 100개 이하에 불과하다”며 “경영 환경 개선과 규제 개혁 등이 이뤄지면 아시아 허브로의 도약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의 부가가치가 크게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의 재고자산 증가율이 1% 미만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업들이 업황 둔화에 맞춰 가동률을 조정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고, 반도체 같은 일부 업종에서 회복 신호가 나타난 영향이다. 2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재고자산을 공시한 274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총 179조5968억 원으로 2022년(179조459억 원)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들 기업의 재고 규모는 2022년에는 32% 급증했지만 지난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재고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자동차 및 부품업이었다. 지난해 말 재고는 27조38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2위는 조선 및 기계설비 업종으로 16.1% 증가했다. 재고자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석유화학으로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재고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의 여파를 겪고 있는 이차전지 업종의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의 재고는 지난해 말 51조2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산을 통한 재고 소진과 업황 회복 움직임에 삼성전자의 재고 증가율이 1.8%에 그치고, SK하이닉스의 재고가 6.2% 감소한 영향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국과 일본의 재계 주요 인사가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한일경제인회의가 다음 달 중순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과 모리 다케오 일본 전 외무성 사무차관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일경제협회는 일본 측의 일한경제협회,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과 함께 다음 달 13∼16일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한일 파트너십’을 주제로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는 최 회장과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전 회장) 등 한일 양국 재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일 양국 간 무역 및 투자, 산업기술 협력 증진 등 경제 교류 활성화에 대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한일 수소 경제·로봇산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특히 2025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만큼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민간 경제회의로, 1969년 첫 회의 개최 이후 매년 중단 없이 양국에서 번갈아 열렸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최고경영자(CEO)들이 먼저 겸손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미래 성장에 필요한 과제들을 잘 수행해 나가야 한다. 기민하게 전열을 재정비하자.” 최창원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이 23일 열린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고 SK그룹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장용호 SK㈜ CEO, 박상규 SK이노베이션 CEO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각 사의 최근 실적을 점검하고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 재편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일시적 수요 둔화 등에 직면한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 등의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기로 했다. 최 의장은 “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 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 의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선명한 목표와 구체적 계획을 세워 치열하게 실행하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와 구성원 등의 기대에 더 부응하자”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가 인터넷 연결 없이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일체형 PC ‘삼성 올인원 프로’(사진)를 공개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올인원 AI PC다. 글로벌 테크 업체들이 AI PC를 앞다퉈 내놓는 가운데, 이르면 연말 애플마저 합류하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삼성전자와 인텔코리아는 서울 강남구에서 삼성 올인원 프로 공개 행사를 열었다. 삼성 올인원 프로는 삼성의 첫 AI 데스크톱이자 세계 최초의 올인원 AI PC다. 가장 큰 특징은 인텔의 AI칩을 탑재한 것이다. 이번에 탑재된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인텔이 40년 만에 자사 설계를 갈아엎어 만든 중앙처리장치(CPU)로, 기존 CPU에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추가한 제품이다. 특히 인텔은 삼성 제품에 AI 크리에이터 애플리케이션(앱) 패키지를 넣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생성형 AI 기능들이 시현됐다. 마당이 있는 전원 주택 사진에 ‘우물이 있는 집’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했더니, 마당이 물로 바뀌면서 물가가 있는 주택 사진으로 바뀌었다. 음성 텍스트에서 일부분을 삭제했더니 해당 부분의 영상도 자동으로 지워졌다. 기존 고사양 PC들보다 편집 시간이 2, 3배 빨랐다. 가격은 199만 원부터다. 이번 행사를 삼성과 인텔이 공동 주최한 것에서 보여주듯 AI 분야에서 양 사의 협력은 가속화되고 있다. 배태원 인텔코리아 삼성사업 총괄 부사장은 “삼성은 휴대전화부터 가전, PC 등 모든 전자제품을 만들고 또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인텔과 삼성이 라이벌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AI PC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 등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을 해나가고 있다”며 향후 협력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AI PC 시장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약 2000만 대의 AI PC가 출하될 것으로 전망되며 2027년에는 전체 PC 출하량의 약 60%가 AI PC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아직 수요 회복이 더딘 PC 시장에서 AI PC가 ‘제2의 PC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중국 레노버는 최근 AMD의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테스크톱 ‘싱크센터’ 시리즈를 공개했다. HP와 델도 최근 AI PC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AI PC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이르면 올해 말 AI 기능을 넣은 맥 제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한 ‘M4’ 칩을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력적인 가격과 디자인, 그래픽 성능을 갖춘 제품이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AI PC 시장이 더 성장하려면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와 손잡고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HBM 세계 1위(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TSMC)가 ‘기술 동맹’을 맺은 것이다. HBM 세계 2위, 파운드리 세계 2위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9일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6세대 HBM)를 함께 개발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기술 협력이 공식화되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5세대 HBM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5세대 8단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고객사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하반기(7∼12월)에 8단보다 4개 층을 더 쌓은 12단 HBM3E를 양산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TSMC와 ‘연합군’을 형성하면서 글로벌 HBM 및 파운드리 업계는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