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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큐텐그룹 재무 총괄 임원으로부터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황이 구영배 큐텐 대표에게 보고됐고, 구 대표가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이번 주중 계열사 대표들과 만나는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2일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은 자회사 큐텐테크놀로지에 일원화된 큐텐그룹 재무 업무를 총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본부장의 진술이 구 대표 발언과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나와 “자금 운영과 관련해 제가 보고받지는 않고 있다”, “(재무 흐름은) 재무본부장이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본부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 본부장의 휴대전화에는 업무 관련 통화 녹음파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총 12건의 고소·진정을 접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진정 12건의 내용은 △상품권 구입에 따른 불사용 6건 △물품 구입에 따른 배송 환불 불가 3건 △입점 업체 미정산 2건 △사기·배임 1건이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등으로 이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2일 법원이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한 뒤 큐텐그룹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큐텐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는 “지난 주말 구 대표가 조만간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새로운 공공플랫폼을 만든 뒤 합병기업에 대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판매자들에게 나눠 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계열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방안에 대한 협조를 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피해 입점업체들 입장에서는 미정산금이 오래 묶일 수 있는 CB 발행에 동의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계열사 대표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약 50명의 판매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판매자는 “당장 정산금이 1, 2개월만 밀려도 도산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생긴다. 채권자인 법인이 사라지면 티몬이나 위메프에 변제를 받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티몬·위메프에서 피해를 입은 한 소비자도 “피해 금액 전액을 환불해 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높아지자 법무부도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당국의 통보가 오는 대로 신속하게 송환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권 대표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몬테네그로 당국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외교 채널을 거쳐 범죄인 인도 결정을 우리 정부에 공식 통보하면 본격적인 송환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법무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통보에 따라 송환 절차가 시작되면 법무부 국제형사과와 검찰, 경찰 관계자들이 바로 현지에 급파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의 신병을 인계받아 한국행 국적기에 태우면 권 대표는 그 즉시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도 지난해 1월 한국 국적기에 탑승한 직후 체포영장이 집행됐다.권 대표가 한국에 도착하면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으로 압송돼 그동안 미뤄져 온 조사가 바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권 대표를 체포한 이후부터 48시간 동안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권 대표가 해외 도피를 시도했던 사정 등을 감안하면 검찰은 구속영장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앞서 1일 동유럽 발칸반도 몬테네그로의 항소법원은 권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이 2월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던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하고 권 대표를 미국으로 인도해 달라는 요청을 기각한 기존 판결도 유지한 것이다. 여기에 권 대표의 미국행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최근 개각에서 교체된 점도 권 대표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높아진 변수로 거론된다.권 대표 측은 한국으로 인도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해왔다. 경제 범죄에 중한 형을 선고하는 미국 대신 한국에 인도되는 것이 비교적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의 ‘포베다’에 따르면 권 대표 측 법률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현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항소법원의 판결을 예상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한국과 몬테네그로 당국이 소통해 곧 송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구영배 큐텐 대표(사진) 등 경영진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이다.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을 정산 외 용도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만큼, 검찰 수사가 사기 혐의는 물론 횡령·배임 혐의로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나와 “판매대금 일부가 ‘위시’ 인수 자금으로 쓰였지만 한 달 내 상환을 마쳤다”는 취지로 말했다. 구 대표는 판매대금이 ‘프로모션 목적’으로 쓰여 남아 있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법조계에선 판매대금을 다른 용도로 쓴 사실을 구 대표가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검찰은 금융감독이 넘긴 자료를 검토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며 다른 목적으로 쓰인 판매대금의 규모와 행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이용약관 등에는 판매대금을 티몬·위메프가 위탁받아 잠시 보관만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여럿 확인됐다. 티몬은 이용약관에서 ‘결제대금예치서비스’에 대해 “회사(티몬)가 소비자가 지급하는 결제대금을 예치하고 배송이 완료된 후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위메프도 이용약관에서 ‘구매안전서비스’에 대해 “‘판매회원’과 ‘고객’ 사이에 안전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고객이 지불한 구매대금을 예치해 둔다”고 밝히고 있다.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구매자가 지급한 대금의 소유권이 티몬이나 위메프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보관하는 구조로 보인다”며 “이 돈을 다른 목적으로 썼다면 횡령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대장동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65·사진)을 31일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3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권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2020년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료 명목으로 약 1억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한 2022년 10월 이전에 고문료를 받은 것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고문 재직 기간에 화천대유가 얽혀 있던 판교 대장지구 송전탑 지하화 관련 소송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대장동 의혹 초기 검찰은 직접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경찰로 넘겼고, 경찰은 지난해 10월 송치했다. 검찰은 올 3월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권 전 대법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재판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의혹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표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때 권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불거졌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고문료가 이와 관련이 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 클럽’ 논란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통해 “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고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대장동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65)을 31일 불러 조사했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3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권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2020년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료 명목으로 약 1억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한 2022년 10월 이전에 고문료를 받은 것이다.변호사법은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고문 재직 기간에 화천대유가 얽혀 있던 판교 대장지구 송전탑 지하화 관련 소송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대장동 의혹 초기 검찰은 직접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경찰로 넘겼고, 경찰은 지난해 10월 송치했다. 검찰은 올 3월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권 전 대법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재판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의혹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표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권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불거졌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고문료가 이와 관련이 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 클럽’ 논란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통해 “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올해 2월. 수원지검 안산지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소속 유희경 검사(41·변호사시험 4회)는 예나(가명)를 마주하자마자 조사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보고 받은 경찰의 송치결정서에 ‘성매매’ 혐의와 함께, “아이가 커서 그렇게 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가해자 진술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내 사건 기록을 다시 펼친 유 검사는 성매매라고 하기에는 수상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닌 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마주한 아이 얼굴을 보는데 너무 앳되어서 화가 나는 거예요. 가해자는 아이가 다 큰 어른처럼 생겨서 본인을 유혹한 거라고 주장해 왔거든요.”25일 동아일보와 안산지청 회의실에서 만난 유 검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유 검사는 5개월 동안의 보완 수사 끝에 결국 60대 가해자를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피해자인 예나는 현재 유관기관을 통해 피해자 보호 지원을 받고 있다.● 고모의 신고로 시작된 경찰 조사“지희(가명)야 어쩐다냐…. 애기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예나의 할머니는 예나와 친구와의 통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조손가정에서 자라온 예나는 자신이 겪은 피해를 마땅히 말할 곳이 없었다. 친구와의 통화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예나의 고모에게 이를 곧바로 전했다.지희 씨는 당장 경찰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예나의 이웃주민이었던 60대 김모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김 씨는 경찰 조사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합의’된 성관계였고 예나가 성인인 줄 알았다는 것. 예나의 나이는 겨우 10대 초반,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학생이었다.‘합의’된 관계였다는 김 씨의 억지 주장에도, 예나는 경찰 조사에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경찰관 아저씨 앞에 갑작스레 불려 나와 당한 일을 꺼내자니 수치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김 씨의 꼬드김으로 용돈을 받긴 했지만, 그것마저 본인이 잘못한 것 같았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 넉넉지 못한 자신의 형편이 더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김 씨의 강한 주장대로 경찰은 김 씨를 성매매 혐의로 검찰로 넘겼다. 경찰 수사에서 예나의 구체적인 피해 진술이 없었기에 경찰 역시 예나에게 성폭행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추궁할 수도 없었다.그러나 넘어온 사건의 보고서를 받아 든 유 검사는 아무래도 찝찝했다. 공소장을 작성하기에도 부족할 만큼 구체적인 성매매 행위랄 것도 없었다. 보고서에는 김 씨의 진술이 대부분이었기에 예나의 진술이 없다면 사건은 성매매로 재판에 넘어갈 것이었다. 하지만 여조부 경력만 2년이 되어 가는 유 검사가 보기에는 보통 성매매에서 나타나는 범죄 양상과도 현저히 달랐다. 유 검사는 예나를 다시 불러 직접 만나기로 했다.● 1시간여의 설득, 그리고 나온 예나의 진술“요즘 학교 생활은 어때? 친구들이랑 주로 뭐하면서 놀아?”“….”예나는 검찰 조사에서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유 검사의 ‘아이스브레이킹’ 질문에도 퉁명스럽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때 유 검사는 나이 차이 크게 나는 본인의 동생을 떠올렸다. ‘동생과 무슨 이야기를 하며 놀았더라….’유 검사는 지치지 않고 예나에게 요즘 학교생활은 어떤지 물었다. 취미로는 무얼 하는지, 어떤 유튜브를 자주 보는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함께 자리한 여성아동공인전문수사관 역시 옆에서 예나를 다독이며 대화를 거들었다. “그 아저씨가 용돈을 준다며 본인 집으로 데려갔어요. 말동무를 해줘서 고맙다며 아저씨 집으로 따라오면 용돈을 주겠다면서요.”1시간 정도 됐을까. 유 검사를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생각한 예나의 입에선 기존 조사에서 나오지 않았던 구체적인 피해 진술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씨에게 얼마 받았느냐”에 멈춰있던 질문이 “김 씨를 왜 따라가게 됐느냐”로 바뀌자 예나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떠올리기 시작했다.김 씨는 예나의 진술이 나오기 전까지 검찰 조사에서도 ‘성행위의 대가로 예나에게 돈을 준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예나의 피해 진술이 나오자 김 씨의 진술은 180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존의 진술과 배치되는 말을 하면서까지 예나의 진술에 맞춰 변해갔다. 유 검사는 예나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확보하면서 해당 사건이 성매매가 아닌 성폭행이라고 결론 내렸다.유 검사는 예나와 김 씨를 상대로 검찰 조사를 진행하며 법원에는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 이후 김 씨가 예나에게 다시 접근하려 했던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둘은 이웃이었던 까닭에 주거지도 매우 가까웠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고 유 검사는 김 씨를 9일 구속기소했다. 성매매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처벌받지만, 성폭행에는 오로지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있을 뿐이다. 유 검사가 사건을 성폭행으로 송치한 덕에 예나는 본인이 잘못해서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이 나쁜 피해자였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 ‘워킹맘 검사’의 시선에서 본 아동 사건김 씨가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남은 예나의 정신적 피해는 작지 않았다. 성폭력 피해는 그 당시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 피해자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을 유 검사는 잘 알고 있었다. 안산지청은 유관기관과 함께 예나에 대해 지원 회의를 개최했다. 심리 치료는 물론 법원 출석 시 동행을 지원하고 같은 범행에 노출되지 않도록 멘토링도 지원했다. 학자금 등 경제적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4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유 검사는 해당 사건을 수사하며 자신의 아이가 자주 떠올랐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어른들이 잘 만들어 주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사건을 해결해서 가해자가 죄질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온 마음과 생각이 집중됐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생긴 이후로는 피해 아동들이 받았을 상처를 치유하고 트라우마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가해자가 아동일 경우 그 아이들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유 검사는 “그 아이들이 만약 정상적인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고 자랐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며 “마냥 가해 아동들을 비난할 게 아니라 그에 앞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앞으로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 “검사는 국민의 권익을 수호하는 사람들”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은 △2020년 3만105건 △2021년 3만2898건 △2022년 4만1433건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다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무실에 끊임없이 쌓여가는 업무 파일을 보고 있자면 유 검사는 ‘검사’가 되기를 선택한 자신에게 ‘무슨 생각이었냐’고 되묻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유 검사는 어른으로서, 엄마로서 ‘성폭력 없는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생각을 잊지 않는다. 유 검사는 ‘사후 처벌보다 예방’이 필수라며 예방을 위해 사회가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가득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유 검사를 지탱해 주는 것은 또 있다. 바로 피해자의 ‘감사하다’는 말이다. 재판이 끝난 뒤 ‘정말 감사했다’고 말하는 피해자들이 있어 유 검사는 오늘도 저녁 늦게까지 사건 기록을 붙잡고 있다. 물론 유 검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의 곁에는 늘 어려운 사건 앞에서 조언해 주는 이세희 부장검사(45·사법연수원 35기)와 동료들이 있다. 불의를 보면 마냥 화가 나던 초임 검사 시기를 보내고 어느덧 10년 차가 된 유 검사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운을 띄웠다. “검사들은 국민의 권익을 수호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저희가 조금 고생함으로써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너희 앞에는 수만가지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더 많은 아이들이 꿈꿀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면 저희 아이한테도 자랑스러운 검사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동아일보 법조팀이 연재 중인 ‘법조 Zoom In’ 코너가 8월부터 개편됩니다. 검찰과 법원이 다루는 다양한 사건의 알려지지 않은 내용과 뒷이야기를 ‘사건의 재구성’과 ‘법정시그널’로 풀어드립니다.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도 계속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안산=최미송 기자 cms@donga.com안산=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티몬 및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를 입은 문구점 등 입점 업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9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사건 관련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수사1과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스스로를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라고 밝힌 한 변호사는 구영배 큐텐 대표 등 티몬·위메프 경영진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횡령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산 대금을 줄 수 없는데도 쇼핑몰을 운영한 것은 폰지 사기 행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해 이날 오후 구 대표와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 등 4명에 대해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원석 검찰총장의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소비자와 판매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라”란 긴급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팀장을 맡은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을 포함해 검사 7명이 배치됐다. 검찰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티몬과 위메프의 모(母)그룹인 큐텐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냈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는 해당 사태에 대해 “수사 의뢰에 대비해 기초 자료는 경찰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점 업체들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문구류를 판매하다가 정산을 받지 못한 방기홍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장은 “그나마 소비자 피해의 경우 현장 환불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의 결제 취소 조치로 일부라도 구제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면서 “입점 업체들의 피해는 그 현황도 파악되지 않고 구제 여부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날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56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피해 소상공인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메프 전통과자 판매 입점 피해자인 김대형 중랑시장상인회장은 “코로나19 시기에 대출받았던 대금을 지금도 갚지 못하고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허다한데, 대출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든다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집회 개최도 고려하고 있다. 이날 경찰에는 ‘30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500명 규모의 집회를 하겠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지난달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공개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찬규)는 업무방해,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서 전 원장을 지난달 주말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 전 원장 재직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인 조모 씨가 전략연 연구기획실장에 채용된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해 왔다. 검찰은 서 전 원장이 통상 국정원 간부들이 임명돼 온 해당 직책에 조 씨가 채용될 수 있게 내부 규정 변경을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전 원장 측은 “외부 인사도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건 맞지만 연구원 쇄신 방안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조 씨는 2017년 8월 전략연에 입사해 부원장까지 오르는 등 5년간 일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략연을 떠났다. 조 씨는 부원장 재직 시기 전략연 소유 사무실에 여성을 불러 술자리를 갖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횡령·배임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전략연 특혜 채용 의혹도 수사 중이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인 강모 씨와 박모 씨가 전략연에 채용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강 씨와 박 씨는 박 전 원장이 재직 중이던 2020년 8월 전략연 수석연구위원과 책임연구위원에 각각 채용됐다. 해당 직책에 채용되려면 박사 학위와 10년 이상의 연구경력 등을 갖춰야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이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큐텐그룹 계열사 4곳의 영업 활동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이 2조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몬·위메프가 자본잠식 상태인 상황에서 모기업 큐텐과 다른 계열사도 현금 흐름이 막혔을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및 판매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도 곧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본보가 싱가포르기업청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티몬, 위메프, 큐텐, 큐익스프레스 등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그룹 주요 계열사 4곳의 누적 손실액은 총 2조5811억 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 최근 공시 내용의 누적 결손금을 모두 합한 것이다. 큐텐은 2021년 말까지 누적 손실액이 4억1814만 싱가포르달러(약 4315억 원)였다. 2019∼2021년 매년 1000억 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냈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도 2022년 말 기준 1억2534만 싱가포르달러(약 1293억 원)의 누적 손실을 냈다. 티몬과 위메프의 누적 손실은 각각 1조2644억 원(2022년 말), 7559억 원(2023년 말)이었다. 큐텐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 현금 활용 및 외부 자금 수혈 방안 등을 검토 중이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본보의 피해자 보상 방안에 관한 질문에 문자 메시지로 “아직까지 자금과 수습책을 찾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하고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큐텐 “700억 조달”에 당국 “불확실”… 檢반부패부서 수사 착수[티몬-위메프 사태]큐텐, 구체적 자금조달 계획안 안내… 구영배 대표, 귀국 열흘째 두문불출피해자들, 사재 출연 요구 목소리도… 법조계 “사기-횡령 등 성립 가능성”큐텐의 자금 마련 불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티몬·위메프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과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태를 해결할 ‘키맨’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사진)는 공개 행보 없이 두문불출인 상황이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예고되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체성 없는 자금 조달 방안 밝힌 큐텐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그룹은 당국과의 면담 과정에서 약 50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안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700억 원으로 사태 수습이 불가능한데 이 자금을 정말로 가지고 올 것인지조차 불확실하다”면서 “큐텐 측이 밝힌 계획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기에 신뢰할 만한, 유의미한 움직임을 최대한 빨리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파악한 5월 판매대금 기준 미정산 금액은 티몬 1097억 원, 위메프 565억 원으로 총 1662억 원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큐텐이 이 과정에서 올 2월 약 1억730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들여 인수한 나스닥 상장사 ‘위시(wish)’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티몬·위메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큐텐이나 큐익스프레스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구 대표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 대표는 2009년 미국 이베이가 지마켓을 인수할 당시 개인적으로 700억 원 이상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 대표는 18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뒤에도 공개 석상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26일에는 큐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했다. 업계에서는 큐텐그룹이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이것이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구 대표의 큐익스프레스 CEO 사임을 놓고 “상장을 위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 관측 전국 최대 규모의 특별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가 법리 검토에 들어간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현금 부족으로 판매 대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가능한데도 입점업체와 계약을 유지하고 상품을 판매했다면 업체에 대한 사기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가 환불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면 구매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만약 금융당국의 현장 점검을 통해 구매자들이 티몬·위메프에서 결제한 상품 대금이 사업 확장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면 경영진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티몬·위메프와 입점업체 사이 지급 조건 등 계약 사항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만약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업체에 줘야 할 판매대금을 일정 기간 위탁관리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졌다면 횡령·배임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현장 점검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늦어도 29일까지 검찰에 제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동 현장 점검에서 정산 지연 규모와 이용자 환불 요청 및 지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소비자에 대한 환불 의무와 서비스 공급계약 이행 의무가 지켜졌는지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수감 중)가 올 4월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접견하며 자신의 상황을 ‘대속’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속은 ‘종이 주인을 대신해 벌을 받는 일’을 의미한다.26일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문주형)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의 지속적인 사법방해 시도를 주장하며 이 전 부지사의 구치소 접견 기록을 공개했다. 접견 기록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올 4월 30일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이던 민주당 중진인 A 의원 등과 면회를 하며 “당선인 여러분들도 누군가가 이렇게 대속을 했기 때문에”라는 대화를 나눴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표를 한 번 만나 안부를 전해달라”거나 “우리 김광민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도록 대표님께 말씀해달라”고 A 의원에게 말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대속은 종이 주인 대신 벌을 받는 걸 의미한다”며 “피고인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자신의 희생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가 부인을 통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담긴 자료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전 부지사는 올 4월 15일 부인 백모 씨를 접견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한 번 만나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백 씨가 “싫다”, “난리칠 거 아니냐”며 거부하자 이 전 부지사가 “아니 비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라고 말하며 달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1심 재판 중이었고, 징역 15년에 벌금 10억 원의 구형을 받고 선고를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원심 때와 같이 피고인이 정치권과 정당 대표를 끌어들여서 사법을 정치화했다. 재판지연으로 인해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다”며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구속기간 내에 선고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전 부지사 측은 북한에 전달된 외화가 쌍방울의 자체적인 대북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했다는 1심 판단과 달리 이 전 부지사의 측근 문모 씨가 직접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것으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뇌물이 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18명의 증인을 불러 조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 측으로부터 증인 신문 필요성에 대한 추가 의견을 제출받은 뒤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전 부지사는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 비용 500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에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받고, 쌍방울이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자료를 쌍방울이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한편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전 대표의 첫 재판이 다음달 27일 열린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다음달 27일 오전 10시 이 전 대표 등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 조사한 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디올백 수수 사건 조사 시작을 보고받고 3시간 후 대검찰청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진상 파악 지시에 반발해 사표를 냈던 김경목 부부장검사가 복귀하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양측이 확전을 자제하면서 갈등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디올백 사건 수사팀은 20일 오후 8시경 “조사실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에 보고했다. 그런데 이 지검장은 이보다 3시간여가 더 지난 오후 11시 16분경 조사 사실을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다음 대검에 보고한 것이란 입장으로 알려졌다. 디올백 사건 조사가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었던 만큼, 조사가 원활히 마무리된다는 ‘확신’이 든 다음 보고했다는 취지다. 당초 김 여사 측은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며 서면조사만 받겠단 입장이었고, 20일 검찰의 조사 요구에 응하면서도 “조사가 노출될 경우 조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조사 시작 후 3시간이 경과해 조사가 안정돼 있다고 판단해 보고했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사 시작 무렵부터 종료 시까지 (지휘부는) 중간보고를 못 받았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당시 검사들은 보안 등을 이유로 대통령경호처에 휴대전화를 제출한 상태였다. 반면 대검은 보고가 3시간 정도 늦게 이뤄진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은 상급 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보고해야 한다”는 검찰보고사무규칙을 이 지검장이 어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갈등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대검에 따르면 이 총장은 이날 주례 정기보고에서 이 지검장에게 “현안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이 지검장은 “대검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사의를 철회한 김 부부장검사도 25일 업무에 복귀했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과의 도시락 오찬에서 “수사팀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요하지 말고 앞으로 남은 수사를 철저하게 해서 잘 마무리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여사 측 최지우 변호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디올백 수수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유튜브방송) 서울의소리 취재 요청이 왔을 때”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이번 주 디올백을 검찰에 임의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탄핵소추 대상인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가 이른바 ‘대변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이성윤 의원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을 25일 청구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검사는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대변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이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에 의한 손배배상 3억 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박 검사의 실명을 언급했던 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는 1억 원, 유튜브에서 수차례 박 검사를 언급한 최강욱 전 의원에게는 1억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함께 냈다. 또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에게는 1억 원의 손해배상을 냈고, 유튜브에 박 검사를 비방하는 영상을 올린 후 사과를 표시하거나 영상을 일부 수정한 유튜브 진행자 김용민 강성범 씨에 대해선 7000만 원과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각각 청구했다. 박 검사 측은 게시물 삭제 및 사과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유튜브 운영자 장윤선 씨에 대해선 게시물 삭제 청구의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고 밝혔다. 박 검사 측은 이 의원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이 형사 고소를 당한 이후 일부 언론에 ‘어떤 검사’라고만 했지 박상용 검사라고 특정한 적 없다고 발뺌했지만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사용한 PPT 자료에 이미 박 검사 실명을 공개했다”며 “박 검사의 탄핵소추안에도 해당사실을 탄핵사유로 적시하는 등 명백한 거짓말을 해왔다”고 밝혔다. 박 검사의 법률대리인인 권창범 변호사는 “유튜버들의 경우엔 일부 게시물을 삭제한 이들도 있지만 쇼츠 영상이나 댓글 등이 여전히 유통돼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2019년 울산지검에 재직 중이던 박 검사가 회식 후 청사 내에 용변을 봤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이에 박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명백한 허위 사실로 당시 울산지검에 근무한 검찰 구성원들을 상대로 확인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이 의원을 비롯해 해당 의혹을 언급하고 유포한 서 의원, 최 전 의원, 강 대변인과 이를 유포한 유튜버 등 8명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5일 오후 박 검사 측을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해외연수 중인 박 검사는 수원지검 근무 당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 수사를 담당하며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대면 조사 등을 진행한 바 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3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밝힌 이유에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벌 총수를 구속하면서 법원이 ‘증거 인멸’ 우려는 물론이고 ‘도주 우려’까지 영장 발부 이유에 적시한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 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관련해 검찰이 폭넓은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인적·물적 증거 확보한 듯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법원에 명확히 소명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시세 조종’만 영장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 물적 증거를 폭넓게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구속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속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재판에선 에스엠 인수전에서 하이브를 저지하기 위해 시세 조종을 공모한 것으로 보인 일부 증거들이 나왔다.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을 대량 매수한 지난해 2월 28일 배 전 대표와 김기홍 전 카카오 재무그룹장(CFO)은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멤버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위험해 보일지라도 도와 달라” “오늘 (하이브의) 공개 매수 꼭 저지해 주세요” 등의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오전에 열린 투심위 회의에는 김 위원장이 참석했다. 검찰은 이들이 회의 전 “브라이언(김 위원장)이 찬성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사실도 파악해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임직원 메시지와 통화녹취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김 위원장이 시세 조종 계획을 미리 인지했다고 보고 있다.● ‘도주 우려’ 이례적 적시 법원이 ‘도주 우려’를 구속 사유로 적시한 점을 놓고도 다양한 관측이 오간다. 신원이 확실한 대기업 총수의 구속 사유로는 드물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이 구속됐지만 사유는 모두 ‘증거 인멸 우려’였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해외 체류 일정이 많았고 2009년 가족들과 미국에 머문 사실이 있다는 점 등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7년 11월에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해외로 출국해 입국하지 않을 경우 수사와 재판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에게 적용된 시세 조종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주주들이 입은 피해금액에 따라선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혐의가 중대할 경우 법원은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22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준비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총수 구속은 과해” 카카오 관련 다른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 카카오톡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련 배임 횡령 고발 사건 등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카카오 내부에선 “재계 순위 15위 기업의 총수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불구속 상태에서도 충분히 재판을 받으며 경영 현안을 챙길 수 있는데 구속까지 시킨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구속됐던 배 전 대표와 지모 씨가 이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23일 오후 김 위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가 연루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달 7일 ‘수사지휘권 복원’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하며 언쟁을 벌이다 거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싸고 격화된 검찰 내부 갈등은 이때부터 불씨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지휘권 복원 두고 총장-장관 언쟁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22일 오후 6시 10분부터 7시 30분경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대검 참모들을 대상으로 ‘총장 패싱’ 논란의 전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장은 이달 7일 수사지휘권 복원을 두고 박 장관과 언쟁을 벌인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 보고를 받을 수 없었던 이 총장이 박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0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해충돌 사안’이란 이유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했고, 현 정부 들어서도 복원되지 않았다. 중요 수사 경과가 총장에게 보고되지 않는 상황이 4년 가까이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는 것 또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취지로 거절했다고 한다.● 李 총장 “조사 시작-진행-종료는 알렸어야” 이 무렵 김 여사의 조사 일정과 방식을 두고 이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논의도 진행됐다. 이 총장은 ‘검찰청사 비공개 조사’를 기본 방침으로, 김 여사 측이 경호 등을 이유로 ‘제3의 장소’를 제안할 경우 협의해 결정할 것을 이 지검장에게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이 먼저 제3의 장소를 제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당부도 했다고 한다. 올 5월에는 박 장관도 ‘검찰청사 비공개 조사’에 대해 공감했다는 게 이 총장의 입장이다. 김 여사 측은 도이치모터스 사건만 경호 문제가 없는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디올백 수수 사건은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만큼 대면조사는 부적절하다”는 뜻을 고수했다. 김 여사 측은 “조사가 노출되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과 김 여사 측은 19일 저녁 조사 일정과 방식을 합의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는 수사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은 점, 대면조사 무산 우려 등을 고려해 이 총장에게 사전보고를 하지 않았다. 결국 이 총장이 보고를 받은 건 김 여사 조사가 10시간이 지난 20일 오후 11시 반경이었고, 이 총장은 22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전날 대검 참모들에게 “비공개로 진행되더라도 조사가 시작되기 전, 진행 중, 조사 종료 정도는 언론에 알렸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진상 파악 지시에 대해선 “수사팀 개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감찰도, 진상 조사도 아닌 진상 파악”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진상 파악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총장은 사표를 낸 디올백 수사팀 김경목 부부장검사에 대해선 사표를 반려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장은 또 올 2월 박 장관 취임 후 검사장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자 “차라리 나를 문책하라”고 박 장관에게 말했다는 점도 참모들에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5월 법무부가 전격 단행한 검사장 인사에 앞서 박 장관에게 “시기를 늦춰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얘기했다고 한다.● “수사지휘권 복원 진작 요청했어야” 지적도 검찰 내부에선 “이 총장이 총장 취임 직후 서둘러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이 총장은 지난해 10월 대검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진척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정부에서 해당(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해 제가 수사 상황을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올 6월 출근길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 박탈을 재확인했다”는 취지로 말해 수사를 보고받을 수도, 지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법조계에선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조기에 복원됐다면 검찰 내부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적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이 이 총장에게 김 여사의 대면조사를 보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총장이 갈등을 계속 키우기보다는 일단 봉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총장이 너무 강경하게 나오면서 김 여사 사건 처리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로 표출된 검찰 내부 갈등에 앞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지휘권 복원을 두고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선 “지난 정부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겨냥해 박탈했던 수사지휘권을 진작에 복원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檢총장 “朴 장관도 金 여사 검찰청 소환조사 언급”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전날 오후 6시경부터 7시 30분경까지 약 1시간 30여 분 동안 회의를 진행하며 대검 참모진들에게 ‘총장 패싱’ 논란의 전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전 이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경위를 보고받은 후 대검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한 바 있이다.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박 장관과 이달 7일 도이치모터스 의혹 수사지휘권 복원을 두고 언쟁을 벌인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도이치모터스 의혹과 관련된 보고를 받을 수 없었던 이 총장이 박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한 것. 그러나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는 것 또한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취지로 거절했다고 한다.이 무렵 김 여사의 조사 일정과 방식을 두고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의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 총장은 검찰청사 비공개 소환을 기본 방침으로 김 여사 측이 경호·보안 등을 이유로 제3의 장소를 제안할 경우 본인과 협의해 결정할 것을 이 지검장에게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먼저 제3의 장소를 제안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박 장관도 김 여사를 검찰청사에서 비공개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이 총장은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반면 김 여사 측은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해서만 경호상 문제가 없는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조항이 없는 만큼 대면조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여사 측은 “조사가 노출되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조건도 검찰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조사 하루 전날인 19일 저녁 검찰과 김 여사 측 사이 조사 일정과 방식에 대한 최종 협의가 이뤄졌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은 점’, ‘대면 조사가 무산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 총장이 보고를 받은 건 김 여사 조사가 10시간이 지난 20일 오후 11시 반경이었다. 이에 이 총장은 22일 출근길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특혜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한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총장은 대검 참모들에게 “비공개로 진행되더라도 조사가 시작되기 전, 진행 중, 조사 종료 정도는 언론에 알렸어야 한다”는 취지의 토로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 파악 지시에 대해선 “수사팀 개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감찰도, 진상 조사도 아닌 진상 파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 총장은 올 2월 박 장관 취임 이후 검사장 인사 분위기가 일자 “차라리 나를 문책하라”고 박 장관에게 발언한 사실도 주변에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검찰 인사를 통해 수사팀을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던 때다. 또 올 5월 법무부가 전격 단행한 검사장 인사에 앞서 박 장관에게 시기를 늦춰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고 한다.●檢내부 “진작 수사지휘권 복원 요청했어야”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의해 배제됐다. 추 전 장관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가족 및 주변인이 연루된 사건 등 총 5건의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다. 이때 발동된 수사지휘권의 효력은 아직도 남아 있어 수사 경과가 검찰총장에게 보고되지 않는 상황이 지난 정부부터 4년 가까이 이어져 온 것이다.이에 검찰 내부에선 “이 총장이 취임 후 빠르게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총장은 지난해 10월 대검 국정감사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진척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지난 정부에서 해당 사건(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해 제가 수사 상황을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장은 올 6월 출근길에서도 “수사지휘권 박탈을 재확인했다”는 취지로 수사를 보고받을 수도, 지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이 이 총장에게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김 여사 대면 조사를 보고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 한 검찰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 속 이 총장의 강경 행보에 대해선 이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와 관련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팀이 김 여사 조사를 사전보고 없이 진행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대통령실에선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이 총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특혜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그때 제 거취에 대해 판단해 보겠다”며 당장 물러나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일 진행한 서울 종로구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진행한 김 여사 조사를 10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총장에게 보고해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총장은 22일 오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자체 판단으로 비공개 대면조사를 진행했다”는 보고를 받은 후 대검 감찰부에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검장은 이 총장에게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지 보고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검찰 내부 문제”라며 공식 입장 표명을 삼갔다. 하지만 내부에선 이 총장의 발언을 놓고 불만이 쏟아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고를 했든, 패싱했든 그건 검찰 내부의 문제”라며 “총장이 정치하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규정에 맞게 수사했는데 자꾸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金여사 수사팀, 폰 제출하고 조사… 지휘부와 실시간 소통 못해[金여사 비공개 조사 후폭풍]金여사측 “조사 노출되면 못 받아”… 통신 제한된 경호처 부속청사 제안사후보고 논란 이창수 중앙지검장… 당일 총장 자택 찾아갔지만 못만나李총장, 보고 받으며 수차례 질책… 디올백 수사 검사 “회의 느껴” 사표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찰총장 사전보고 없이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원석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사진)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 총장이 22일 대검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하고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여사 측이 제안한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 조사’를 수사팀이 수용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이 사실상 ‘안방 조사’를 해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호처 부속청사는 통신이 제한되는 장소라 검사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통신 두절’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의 실시간 소통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李 총장 “왜 보고 없었나” 수차례 질책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이 지검장에게 조사 경위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왜 사태가 이렇게 됐느냐, 왜 보고가 안 됐고 사후 통보를 했느냐”는 취지로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죄송하다”고 수차례 사과했다고 한다. 고성이 오고 가진 않았지만, 이 지검장이 경위를 설명할 때마다 질책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없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선 “자체 판단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디올백 수수 사건 조사 보고가 지연된 것에 대해선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함께 조사를 진행하려고 시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이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대면조사 불가’ 입장을 고수한 만큼 조사 여부가 불확실해 미리 보고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반면 이 총장은 수사지휘권 유무와 상관없이 조사 여부 자체를 사전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그동안 두 사건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이 총장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며 김 여사를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검장은 당일(20일) 오후 11시 반경 김 여사 조사 사실을 보고한 뒤 이 총장이 격노하자 이 총장의 자택으로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이 지검장은 21일에도 만남을 요청했지만, 결국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앞으로도 사건 처분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올백 사건을 수사하던 김경목 부부장검사는 22일 이 총장의 진상 파악 지시 소식이 알려지자 “회의를 느낀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 조사’ 특혜 논란 확산 검찰 수사팀은 대면조사를 하기 위해 ‘제3의 장소’라는 ‘실리’를 택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안방 조사’를 허용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수사팀은 신속한 수사를 위해 ‘절충점’으로 선택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도 “조사 사실이 노출되면 조사를 계속 받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치인 수사에서 관례적으로 진행해 온 사전 티타임도 생략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호처 청사에선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돼 수사팀은 휴대전화를 제출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를 조사하는 동안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 총장이 22일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 것도 이런 상황을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와 관련해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장은 한때 즉각 사퇴하는 방안까지 고민했지만, 일단 김 여사 수사 상황과 결과를 좀 더 지켜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이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 조사 경위 등을 보고받은 후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현안 조사가 이뤄진 경위를 파악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대검 감찰부에 내렸다. 대검 관계자는 “조사를 지시받은 부서는 감찰부가 맞지만 정식 감찰 단계는 아니다”라며 “일단 전후 사실관계 등 진상을 파악하는 차원의 조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상 파악 후 이 총장이 정식 감찰을 지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장은 그동안 김 여사 조사 방식을 두고 “예외도 성역도 특혜도 없다”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 총장은 “검찰청사 내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도 계속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팀은 20일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비공개로 조사하고 조사가 끝날 무렵 이 총장에게 사후 보고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이 이 지검장에게 ‘지시 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찰 후 징계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검찰총장의 청구에 따라 법무부가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한다. 다만 징계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맡는 만큼 이 총장이 징계를 청구하더라도 실제 징계가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진상 파악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변수다. 이 총장의 임기는 9월 15일 만료된다. 대검이 감찰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감찰 결과가 나오기 전 이 총장의 임기가 끝난다면 최종 결정권은 차기 총장에게 넘어간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를 뒤늦게 보고받은 21일 주변에 “이런 상황에서 계속 근무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분간 사퇴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2년 2개월이나 총장 역할을 한 제가 이 자리에 무슨 여한이나 미련이 남아 있겠느냐”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부족하다고 하면 그때는 제 거취에 대해서 판단해 보겠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20일 검찰청 공개 소환이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대면으로 조사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조사 일정과 장소 등을 모르고 있다가 김 여사 조사가 끝날 즈음에야 수사팀으로부터 뒤늦게 보고를 받았다. 검찰 조직 수장이 현직 대통령 부인의 첫 대면 조사를 보고도 못 받고 ‘패싱’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총장은 21일 주변에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번 사태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20일 중앙지검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20일 오후 1시 반부터 밤 12시를 넘겨 21일 오전 1시 20분까지 11시간 50분에 걸쳐 김 여사를 조사했다. 수사팀은 조사 시작 10시간 뒤, 조사 종료 1시간 50분 전인 20일 오후 11시 반에야 이 총장에게 ‘김 여사를 조사 중’이라고 보고했다. 2020년 4월경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4년 3개월 만의 대면 조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김 여사를 조사한 곳은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로 확인됐다. 검찰청사가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이유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여사 측과 협의한 결과 경호 및 안전상의 이유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조사 날짜, 시간, 장소는 조사 전날(19일) 밤늦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전 중앙지검이 김 여사 대면 조사 사실을 공개한 직후 대검 관계자는 언론에 “검찰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이를) 보고받지 못했다.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중앙지검으로부터 사후 보고를 받았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22일 이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가 공개 소환과 포토라인에 서는 상황을 피한 데 대한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비공개 조사를 비판하며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김건희 특검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직접 대면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특혜라 주장하는 건 과도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檢청사 밖 金여사 조사에, 檢총장 “저렇게 종결땐 국민이 믿겠나”[檢, 김건희 여사 대면조사]수사팀-金여사측, 19일 저녁 합의李총장, 조사 끝날 때쯤 보고받아… “디올백 조사 불확실해 보고 늦어져”중앙지검 해명에 “졸렬하다” 비판… 李, 이르면 오늘 거취 표명 가능성김건희 여사를 대면 조사하는 과정에서 초유의 ‘검찰총장 패싱’이 벌어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며 주변에 “이런 상황에서 내가 계속 근무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주변에 “다른 걸 떠나 검찰총장이 국민과 약속했는데 못 지키게 된 것”이라며 “저렇게 사건이 종결된다고 (국민이) 믿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대면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불확실해 미리 보고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서울중앙지검 해명에 대해서는 “졸렬한 행태의 해명이다. 국민에게 부끄럽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달 뒤인 9월 15일에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장과 중앙지검 수사팀 사이의 갈등이 수사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대검 “총장 포함 누구도 보고 못 받아” 중앙지검이 김 여사 측과 조사 방식과 시간, 장소를 확정한 건 하루 전인 19일 저녁이다. 수사팀과 김 여사 측 변호인이 긴밀하게 일정을 조율하는 사이 대검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장소 문제를 둘러싸고 김 여사 측은 검찰에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한해서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디올백 수수 의혹도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김 여사 측이 “서면 조사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대면 조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이 사건에 한해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에서 배제된 상황이라 수사 상황을 보고할 수 없고, 디올백 수수 의혹은 대면 조사 자체가 불확실해 미리 보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조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디올백 수수 의혹 순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20일 오후 1시 반경 수사팀과 미리 약속된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 출석했다. 수사팀은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이 직접 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부터 조사했다. 오후 6시 반경이 넘어 김 여사는 식사 및 휴식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간 검찰은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며 김 여사 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식 시간이 끝난 오후 8시부터는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직접 디올백 수수 의혹을 조사했다. 다만 검찰은 디올백 실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에 대한 보고는 조사가 대부분 진행된 뒤인 오후 11시 반경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시점에 대검 보고가 이뤄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보고 절차가 그렇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팀도 죄송한 부분이 있긴 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이튿날 오전 1시 20분경 조서 열람까지 모두 마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환 강조했던 이 총장 거취 고심 법조계에선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검찰의 대면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총장이 이를 몰랐다는 건 명백한 ‘총장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5월에 이 총장은 디올백 수수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전후로 “김 여사를 조사할 경우 검찰청사로 직접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조사는 이 총장의 뜻과 다르게 이뤄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이 총장이 현재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이 김 여사 조사를 서두른 배경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 중인 한동훈 후보는 당 대표 선거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여당이 ‘한동훈 체제’로 바뀐 뒤 김 여사의 검찰 대면 조사가 이뤄질 경우 용산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조사를 서둘렀다는 분석도 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법원이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의 성격에 대해 “이 사건(대북송금) 200만 달러는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하여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으로서, 방북 여부를 결정할 북한 상부에 대한 사례금의 성격이 있다고 보인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이뤄진 2018~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다.●판결문에 ‘이재명’ 48회, ‘방북’ 150회 언급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김 전 회장 판결문에는 ‘방북’이란 단어가150회, ‘이재명’을 언급한 것은 48회, ‘대납’은 43회 언급돼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2018년 11월경부터 2019년 12월경까지 경기도와 쌍방울이 이 전 대표의 방북을 추진한 경과를 모두 ‘인정되는 사실’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8년 제1회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당시 이 전 대표가 북측 대표단을 만나 ‘가까운 시일 내 평양을 방문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한 이후로 계속해서 방북을 추진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이듬해 1월 중국 출장에서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실장 등과 도지사 방북을 협의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2019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황이라 방북을 추진할 개연성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기도가 2019년 5월과 6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북측에 방북 요청 공문을 보낸 점을 근거로 들며 “경기도지사의 방북 자체는 공식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방북이 실현될 경우 경기도와 북한 간 협력사업에 관한 주요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이재명 보고 대납” 김성태 진술도 인정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혐의에 대해 “이화영을 보고 이 돈을 준다는 생각이 반이고 또 그 뒤에 누군가(이 전 대표)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도와주게 된 것”이라는 김 전 회장의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재판부는 또 쌍방울 내부 보고서에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대신 납부해주면 (쌍방울이)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검토가 담겨 있었던 점과 김 전 회장이 “개인 돈을 쓰면 적어도 제재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며 쌍방울이 불법성을 인지하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김 전 회장)은 북한 측에 500만 달러를 지급하며 그 일정 및 과정을 이화영과 모두 공유하고 논의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이화영 김성태 유죄 선고 재판부, 李 재판도 맡아김 전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앞서 쌍방울의 경기도 대북사업 및 도지사 방북비용 대납 구조를 모두 인정하며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재판부에는 지난달 기소된 이 전 대표의 제3자 뇌물수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사건도 배당돼 있다. 검찰은 “재판부가 쌍방울이 북한에 500만 달러와 300만 달러를 송금한 목적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과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 목적이었음을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선고에 이어 다시 한번 명확히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 측은 “대북송금 과정을 보고받지 않았고 김 전 회장과도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대통령경호처 출신 송모 씨가 임 전 사단장과 ‘사단장 사직 여부’를 의논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특히 송 씨는 채 상병 순직을 임 전 사단장의 책임으로 하면 안 된다면서 “그런 방향으로 하고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송 씨는 지난해 8월 9일 변호사 A 씨와 통화하면서 “내가 (임 전 사단장에게) 그랬다. ‘어떤 경우가 와도 도의적 책임은 지겠지만 그걸로 인해 전역, 사표라든지 이런 건 하지 말아라. 사의 표명하지 마라’ 그랬더니 (임 전 사단장이) ‘그거는 자기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했다)”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에게 사표를 내지 말라고 얘기했고, 임 전 사단장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 씨는 “밖에 나가서 대민 돕다가(대민 지원을 나갔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걸 사단장 책임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 여하튼 그런 방향으로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임 전 사단장과 송 씨가 긴밀하게 접촉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송 씨는 임 전 사단장과 2022년 6월 경기 화성시 해병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함께 치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은 16일 골프를 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근 논란이 되는 로비 의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송 씨는 A 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각각 ‘V1’, ‘V2’로 지칭하기도 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송 씨는 올해 6월 30일 A 씨와의 통화에서 “경호실은 뭐든 들어가면 출입자명단, V1으로 가는 선물이나 물품 목록이 철두철미하게 일일 그거(목록)로 보관된다”고 말했다. 이에 A 씨가 “V1이 대통령이냐”고 묻자 송 씨는 “V1이 대통령이고 V2가 그거지”라고 했고, A 씨가 ‘V2’에 대해 “영부인이고”라고 맞장구치자 송 씨는 “응, 그냥 쉽게 얘기하는 거야”라며 맞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A 씨도 공수처 조사에서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이모 씨가 윤 대통령을 ‘V1’으로, 김 여사를 ‘V2’로 지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이 씨는 지난해 8월 9일 A 씨와의 통화에서 “이 ××(임 전 사단장)가 사표 낸다고 그래서 내가 못 하게 했거든. 그래 가지고 송 씨가 이제 문자를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을 했다”며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이 씨는 ‘VIP’의 뜻에 대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하다가 김 여사로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송 씨와 이 씨, A 씨는 모두 해병대 출신으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추진했던 카카오톡 대화방 멤버였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