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4일 전국 교사들이 대규모로 연가, 병가 등 우회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시 초등 교사 2명이 세상을 떠난 데 이어 3일 오전 학부모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경기 용인시 한 고교 6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교사들의 추모 열기는 고조되고 있다. 3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사단체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한 4일 전국 초등학교 32곳이 재량휴업을 결정했다. 전체 초교 6286곳의 0.5%에 그친다. 하지만 이날 개인적으로 연가·병가를 쓰겠다는 교사들의 규모는 집계되지 않아 교육 당국은 ‘수업 공백’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교사들의 연가·병가로 인한 ‘수업 공백’에 대비해 학부모들로부터 교외 체험 학습 신청을 받았다. 서울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맞벌이 부부라 일단 4일 연차를 내고 체험 학습을 신청했다”고 한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엇박자 대응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3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 곁에 함께해 달라”며 교사들의 집단 행동 자제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추모제를 통해 교육공동체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시교육청 차원의 추모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회복 4법 입법을 포함한 교권 회복 종합 대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교사들 ‘우회 파업’ 규모 집계조차 안돼… 학교선 휴교 오락가락 대부분 학교, 교육부 강경 방침에… 32곳 빼고 ‘재량휴업’ 지정 취소교사들 ‘연가-병가’ 내고 참여 입장학부모 “가정통신문 수차례 바뀌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할지 난감” 충남 홍성군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를 둔 김모 씨(40)는 “3학년 아들한테서 담임 교사가 (4일)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일을 하는 부모들이 굉장히 난감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선 이날 교사들이 얼마나 출근하는지, 등교한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교육부가 엄중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하려던 대부분의 학교가 재량휴업일 지정을 취소했다. 전국 초등학교 32곳 만이 재량휴업을 결정한 가운데 상당수 교사들이 연가·병가·조퇴 등 ‘우회 파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학교는 이에 따라 학년·학급 통합 및 단축 수업을 안내하고 있다. 주말 동안 교외 체험 학습 신청을 받은 곳도 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서울 잠실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학교 입장이 수차례 바뀌면서 아이를 학교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당초 가정통신문을 통해 4일 임시 휴업일 지정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교육부가 수업권 등을 이유로 휴업을 하는 교사에 대한 징계를 경고하자 학교는 2차 가정통신문을 통해 “임시 휴업은 없다”고 정정했다. 최근 3차 가정통신문을 보내 “4일 단축 수업 가능성이 있다”며 교외 체험 학습과 긴급 돌봄 신청을 받았다. 당초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 참석 예상 인원은 1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과 전북 초등 교사의 잇단 극단적 선택으로 교사들의 결집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의 극단 선택이 있을 때마다 학교는 개인적 사유로 몰아가지만, 최근 숨진 교사들 모두 학급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현장 교원 토론회에 참여한 교사들도 “여전히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힘든 상황”이라며 교육부의 징계 방침에 반발했다. 조재범 경기 보라초 교사는 “그동안(교권이 추락하는 동안) 교육부는 뭘 하고 있었느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면서 “척박한 교육 현실을 일구는 ‘소’를 괴롭히니 성난 황소가 되려고 한다. 교육부가 해줘야 할 일은 빨간 망토(징계)를 휘두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교육청 엇박자 계속교사들은 우회 파업 외에 하교 이후 추모 집회에서도 교권 회복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3일 교사 모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 등은 “서울 서초구 초교 교사 사건의 진상 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국회에 촉구한다”며 “4일 오후 4시 30분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3시 서초구 초교 강당에서 추모제를 강행한다고 재차 공지했다. 이 밖에 대구 대전 광주 충북 충남 등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린다. 전국 교대생들도 이날 오후 7시부터 대학별로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집회를 하루 앞둔 3일까지도 “학교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면서도 엄정 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상처받은 교권을 신속히 회복해 선생님들께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교육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학생들 곁에서 학교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4일 서울 서초구 초교 교사의 추모제에 참석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추모제가 끝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교권을 바로 세우고 교육 현장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교사들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대응이 혼선을 빚으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초등생 학부모 B 씨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학부모들이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학교 현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다니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 수가 2131명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 특히 3개 대학의 인문계열 중도 탈락자 수는 지난 한 해 688명으로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되기 전인 2021학년도(456명)에 비해 50.9%나 늘었다. 3일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중도 탈락자는 2018학년도 1339명(1.8%)에서 2019학년도 1415명(1.9%), 2020학년도 1624명(2.1%), 2021학년도 1971명(2.6%), 2022학년도 2131명(2.8%)으로 증가했다. 중도 탈락 사유로는 자퇴(81.4%)가 가장 많았다. 학교를 다니며 대입을 준비하는 ‘반수’를 하다가 합격 통보를 받고 1∼2월 중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교별로 보면 서울대 중도 탈락자는 2018학년도 281명(1.3%)에서 지난해 412명(1.9%)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세대는 477명(1.9%)에서 822명(3.0%)으로, 고려대는 581명(2.1%)에서 897명(3.4%)으로 증가했다. 중도 탈락자는 인문계열에서 증가했고 자연계열에서는 다소 감소했다. 자연계열 중도 탈락자는 1388명으로 인문계열보다는 2배 이상 많았지만, 2021학년도(1484명)에 비해 96명 줄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에선 이과서 교차지원한 학생들이 학교 부적응을 겪는 것으로, 이과에선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달 31일 극단적 선택을 한 두 교사가 생전에 학교 일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두 교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보고 필요할 경우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여기에 3일 경기 성남시에서 고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동안 3명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먼저 서울 양천구의 30대 초등학교 교사 A 씨가 경기 고양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1일 서울 은평구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들은 “고인이 올해 담임을 맡은 6학년 학급에 일부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말을 안 들었고, 따돌림 문제도 있어 속상하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A 씨는 올 5월부터 병가와 연가를 반복해 내다가 질병휴직을 신청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날은 질병휴직 마지막 날이었다. 해당 학급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 4월경 학교장 종결 처리 되기도 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2일 “동료 교사 증언에 따르면 6학년 아이들이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 민원까지 겹쳐 1학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가와 병가를 냈다”고 주장했다.전북 군산시에서도 지난달 31일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초등학교 교사 B 씨의 발인식이 3일 진행됐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족 측은 고인의 사인을 ‘업무 과다’로 보고 있다”며 “특정 교원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고, 공문을 기안하면 여러 차례 반려하는 등 업무상 갑질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인은 생전에 한 교원을 두고 ‘내가 만난 가장 힘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날 고인의 발인식에 참석한 동료 교사도 “고인이 업무와 관련해 특정 교원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한편 3일 오전 10시 35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한 등산로에선 60대 교사 C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전날 외출한 C 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접수하고 휴대전화 신호를 추적해 시신을 발견했다. 현장에선 유서도 발견됐다. 유족들은 경찰에서 “경기 용인시의 한 고교에서 근무하던 C 씨가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군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를 맞아 전국 교사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추모 집회를 연다. 집회를 추진하는 교사들은 31일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으로 배포한 자료에서 오후 4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당초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언하고 수만 명이 연가나 병가를 낸 후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가 집회 참여 교사에 대해 파면, 해임 등의 징계를 포함해 형사고발까지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참석 규모가 크게 줄었다. 주최 측은 인근 지역의 경우 수업을 마친 후 참석할 수 있도록 오후 4시 반부터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학교 차원에서 임시 휴업을 하는 곳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파악한 결과 전국 초등학교 6200여 곳 중 17곳만 임시 휴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율 0.3% 수준이다. 숨진 교사의 유족들은 3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순직유족급여 청구서를 제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교원단체 5곳과 공동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9월 4일을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로 지정해야 한다”며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을 비판했다. 반면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는 “조 교육감 등 교육감 8명 등이 집회를 지지하면서 불법 행위를 방조하고 있다”며 이들을 공무원 집단행동 방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35년 서울의 초중고 학생 수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첫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서울 합계출산율이 0.59명까지 떨어진 가운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인구까지 늘어나면서 기존 전망치보다 훨씬 가파르게 서울 학생 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학생이 급감하면 학교는 통폐합되고 주변 지역도 점차 황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감소 폭도 편차가 커서 교육 당국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시교육청의 ‘학교급별 학령인구 변화 추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78만6880명인 서울 초중고 학생 수는 2027년 66만9000명, 2030년 56만1000명에 이어 2035년 42만1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시교육청이 통계청과 서울시의 기존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예상 취학률 및 진학률, 학생 전출입 전망 등을 고려해 보정한 수치다. 서울시가 불과 8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추산한 2035년 초중고 학령인구는 44만8864명이었다. 이번 시교육청 전망치는 그보다 2만7864명(6.2%)이나 더 적다. 시교육청이 매년 전망하는 ‘학생 배치 계획’ 외에 별도의 학령인구 추계를 낸 건 처음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가파른 출산율 저하 추이까지 반영한 것”이라며 “다만 중학교부터는 입시에 대비한 전출입이 활발해 정확한 추계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망치에 따르면 서울 인구에서 초중고 학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8.3%에서 2035년 4.7%까지 떨어진다. 2035년 서울 전체 인구는 약 895만 명으로 올해보다 5.1% 감소하는 반면 학생 수는 46.5%나 줄어드는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8.0%에서 28.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분교, 폐교가 속출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산술적으로는 올해 서울 초중고 1318곳(일반학교 기준) 중 약 613곳(46.5%)이 텅 비는 셈이다. 폐교와 같은 기존 교육 시설을 고령인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에 맞게끔 평생교육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초등과 중고등으로 나눈 학교 재배치 ‘투 트랙 전략’을 검토 중이다. 통학 거리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초교는 소규모 학교로도 운영되도록 ‘서울형 분교’를 만들고, 적정 학생 수가 있어야 하는 중학교 이상은 적극적인 통폐합과 이전 재배치로 교육 수요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서울은 같은 학군에서도 학급 간 학생 수의 학교 간 편차가 크다”며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내년에만 서울 고교 3곳 문닫아… ‘지역 황폐화’ 막을 대책 시급 서울 초중고생 12년후 반토막강남선 초등생-관악선 고교생 급감… 지역별 감소 양상 달라 대책 고심폐교지역 인구 추가 감소 가능성“학교 부지 주민시설로 재활용을”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까지 서울 성동구에서만 6개 중고교의 통폐합이 검토됐다. 도선고, 경일고를 통폐합해 현 행당중 부지로 이전하고, 행당중과 동마중을 통폐합해 현 도선고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성수중, 경일중 통폐합도 거론됐다. 왕십리 뉴타운 등 재개발 지역은 학교가 부족하고, 왕십리역 등 상업지구는 학생 수가 급감해 학교 재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폐교를 반대하는 인근 주민 반발에 논의가 중단됐다. 자녀 통학 거리가 멀어질 뿐 아니라 폐교된 지역은 학군 경쟁력이 떨어져 주민 이탈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 소규모 학교, 9년 새 35개→85개 시교육청이 2035년까지의 자체 인구 추계를 낸 건 이처럼 주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린 학교 재배치 문제를 공론화해 장기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그동안 학생 급감은 지방의 문제로만 여겨졌는데 이제는 서울까지 직면한 셈이다. 서울에서는 2015년 금천구 홍일초를 시작으로 올해 광진구 화양초까지 5개 학교가 사라졌다. 내년에는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특성화계열) 등 3개교가 통폐합된다. 폐교 위기는 초등학교부터 시작된다. 시교육청의 ‘2023∼2027학년도 학생배치 계획’에 따르면 2018년 35개였던 서울 소규모 초등학교(학생 수 240명 이하)는 올해 62개에 이어 2025년 80개, 2027년엔 85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학생 수 1500명이 넘는 과대 초교는 17곳에서 5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 간 학생 수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똑같이 12학급인 서울 A공립중과 B공립중은 학급당 학생 수가 각각 11.7명, 19.7명으로 차이가 크다. 분양아파트에서 임대아파트 학생과 같은 학교 배정을 거부해 같은 학군에서도 학생 수가 10배씩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소집단 활동이나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차이 커… 사립학교 통폐합도 과제 서울 내에서도 자치구마다 학생 감소 전망치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도 시교육청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추계에 따르면 초등생의 경우 올해 대비 2035년에 강남구(감소 폭 49.2%), 강동구(48.1%) 등에서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고교생은 관악구(46.7%), 강북구(46.4%) 등에서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초등생 자녀를 둔 부부가 판교, 동탄 등 직장 근처로 옮기거나, 강남 집값이 부담스러워 경기도로 이주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이후 자녀의 대입이 가까울수록 선호 학군지로의 이주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사립학교 통폐합도 골칫거리다. 퇴로를 찾는 사립학교도 적지 않지만, 학교법인 재산 처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폐교가 검토됐던 서대문구 동명여중은 학부모 반대 응답이 94%에 달해 폐교 논의가 멈춘 상태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서울 사립학교 중에는 신입생 충원이 힘들어 경영 위기에 처한 학교가 많다”며 “사립학교 퇴로 확보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교가 지역 황폐화로 이어지는 현상 막아야 학생 수 감소는 학교 재배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사라지는 곳은 경제 기반이 쇠락해 추가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가 떠난 지역은 중산층 공백으로 빈곤화 우려가 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학버스 도입 등 폐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재웅 한국공공건축학회 이사(전 서울시교육청 행정지원국장)는 “폐교 부지를 지역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로 전환해 지역 인구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는 전공 심화나 진로 수업을 맡을 강사들이 부족합니다. 30∼40년 경력을 가진 은퇴자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 이분들을 학교로 모시면 어떨까요.” 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창업기업 육성 공간인 팁스타운. 은퇴한 전문가와 학생을 연결하는 교육 스타트업 ‘임팩터스’의 김보경 대표는 이날 한자리에 모인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인 ‘킨(KIIN·Korea Impact Investing Network)’ 회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부터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이나 진로, 직업 관련 수업을 선택해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로, 2025년까지 전국 고교에 전면 도입된다. 킨은 2015년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려는 차원에서 민간이 주도해 결성됐다.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가 운영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다.● 은퇴한 전문가들, 청소년 멘토로 임팩터스는 임팩트 투자사들이 관심을 갖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임팩터스는 40년간 대학 강단에 선 미생물학 전공 교수 출신 은퇴자를 섭외해 청소년 미생물학자를 꿈꾸는 학생을 대상으로 미생물, 발효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재 서울대, KAIST, 한양대 등 주요 대학 교수 출신 은퇴자들이 고급생물학, 발효과학, 환경공학 등 수업을 하고 있다. 고경력 은퇴자로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경제적 소득이나 지역에 따른 교육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김 대표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전문 분야 인력이 편중된 수도권과 지방 간 교육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은퇴자를 활용하면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를 살릴 뿐 아니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은 2000년대 후반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2025년부터 국내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제도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그만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이런 영향을 받아 킨에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나 일반 투자자들도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211명이 정기모임에 참여했다. 정기모임은 1년에 3, 4회 개최되며,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모임에서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강연을 열고, 트렌드를 공유한다.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교류하는 기회를 갖는다. 최근 모임에서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이슈와 시장기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인공지능(AI) 활용방안’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새로운 시장기회’ 등을 주제로 다뤘다. 정기모임과 별도로 진행되는 소모임에서는 기업홍보(IR), 케이스스터디 등이 이뤄진다. ● 혁신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도‘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는 임팩트 투자를 지향하는 킨의 회원사다. SK그룹이 2014년 KAIST에 출연한 기금으로 설립된 KAIST 자회사로, 혁신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최근에는 치매 조기 진단 및 예측을 위한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브레디스헬스케어’, 청년 의사들로 구성돼 난임 치료 과정을 지원하는 ‘삼신’, 뇌파 및 맥동파 분석으로 우울증 예방을 돕는 ‘비웨이브’ 등에 투자했다. 모두 혁신 기술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예측, 진단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들이다. 2020년 취임한 정회훈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는 2년째 킨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임팩트 투자와 관련된 투자사나 기관이 다소 한정돼 있어 네트워크 규모가 작았지만, 점점 ESG가 중요해지면서 일반 투자사들 사이에서도 임팩트 투자가 주목 받고 있다”면서 “킨은 임팩트 투자가 국내에 도입된 초기부터 임팩트 분야 정보 교류의 장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해 이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펀드인 ‘드레이퍼 아테나’의 기술창업팀에서 15년간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KAIST에서 학생 창업에 대한 자문을 맡은 인연으로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의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미국의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의 질병이나 빈곤 퇴치, 교육과 정보기술(IT) 사업을 찾아 투자한다”며 “시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나아가 전 세계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창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임팩트 투자기업의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투자를 말한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창출하면서 빈곤해소, 환경 보호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달 18일 교내에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다음달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초교는 29일 기준 전국 17곳으로 집계됐다. 앞서 교사들은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관련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내달 4일 단체 집회, 병가 등을 예고한 바 있다. 당초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서명을 받는 사이트에 565개교가 재량휴업을 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 참여는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교육부가 학교의 재량휴업이나 교사의 연가, 병가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예고하면서 대부분 학교들이 재량휴업일 지정을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파악한 결과 전국 6285개 초교 중 17곳이 9월 4일을 휴업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세종 4개교, 경기·전북 각 3개교, 서울·인천·전남 각 2개교, 강원 1개교가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해 4일을 재량휴업일로 정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초교와 함께 휴업하는 병설유치원은 6곳이다. 교육부는 이들 학교에 공식적으로 휴업일 지정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과 간담회를 열어 9월 4일 재량휴업일 지정과 교사의 연가, 병가 사용은 위법이라고 또 한번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기리는 데는 위법적인 집단 행동이 아니더라도 저녁 시간대를 활용하는 방식이나 온라인을 활용하는 방식 등 우리 사회에 혼란을 끼치지 않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며 “위법한 집단행동은 그간의 진정성과 노력을 헛되게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학생들의 수업을 멈추면서 (추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사들의 절규와 열망, 절절한 추모의 염원을 받아 안으면서 9월 4일을 교육공동체 회복 및 공교육을 성찰하는 날로 보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교사들의 집단 행동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아직 학교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는데 저 같은 맞벌이 부모들은 속이 타들어가네요.”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생 학부모 A 씨(40)는 “다음 달 4일 학교가 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다른 학부모로부터 듣고 고민에 빠졌다. 일부 학교는 이미 임시 휴업 방침을 통보했다고 한다. A 씨는 “수업을 한다는 건지, 쉰다는 건지 미리 알아야 대처를 할 텐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를 맞아 교사들이 다음 달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언하자 일부 학교에선 이미 임시 휴업 방침을 세우고 학부모들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교육부가 “임시 휴업을 강행하는 경우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하겠다”고 밝히자 휴업 방침을 철회하거나 학부모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학교도 나오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전국 초중고교 509곳 임시 휴업 24일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따르면 28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연가 등으로 ‘우회 파업’을 하겠다고 밝힌 전국 초중고교 교사는 1만850개 학교에서 8만3349명에 달한다. 다음 달 4일 임시 휴업을 하겠다고 밝힌 곳은 509곳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조치”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교권 보호에는 찬성하지만 임시 휴업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날 점심 급식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다만 일부 학부모들은 “공교육이 바로 서는 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교사들의 우회 파업과 임시 휴업에 찬성하기도 했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정상적으로 수업한다고 들었지만 우회 파업을 하는 교사들을 지지하고 싶어 다음 달 4일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교육부 강경 방침에 휴업 방침 철회도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임시 휴업에 동참하는 학교가 늘자 교육부가 대응에 나섰다. 교육부는 27일 “학교장이 임시 휴업을 강행하는 경우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최대 파면·해임 징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에도 “다음 달 4일 부당한 사유로 병가나 연가를 낼 경우 복무 점검을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일부 학교는 휴업 방침을 철회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는 28일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고 임시 휴업을 결정하려 했다가 운영위 개최를 취소했다. 학부모를 상대로 임시 휴업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 교사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공교육 멈춤의 날’ 교사 집회를 제안했던 한 초등학교 교사는 27일 블로그를 통해 ‘집회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교사는 “집회 규모가 커질수록 저는 매우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앞 대규모 집회도 취소됐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여전히 병가나 연가를 내고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거나 별도의 집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아직 학교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는데 저 같은 맞벌이 부모들은 속이 타들어가네요.”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생 학부모 A 씨(40)는 “다음달 4일 학교가 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다른 학부모로부터 듣고 고민에 빠졌다. 일부 학교는 이미 임시 휴업 방침을 통보했다고 한다. A 씨는 “수업을 한다는 건지 쉰다는 건지 미리 알아야 대처를 할 텐데 답답하다”고 말했다.지난 달 서울 서초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를 맞아 교사들이 다음 달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언하자 일부 학교에선 이미 임시 휴업 방침을 세우고 학부모들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교육부가 “임시 휴업을 강행하는 경우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하겠다”고 밝히자 휴업 방침을 철회하거나 학부모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학교도 나오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전국 초중고교 501곳 임시 휴업24일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따르면 2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연가 등으로 ‘우회 파업’을 하겠다고 밝힌 전국 초중고교 교사는 1만843개 학교에서 8만3169명에 달한다. 다음 달 4일 임시 휴업을 하겠다고 밝힌 곳도 501곳에 달한다.일부 학부모들은 “갑작스런 조치”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교권 보호에는 찬성하지만 임시 휴업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날 점심 급식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다만 일부 학부모들은 “공교육이 바로 서는 게 아들을 위한 것”이라며 교사들의 우회파업과 임시 휴업에 찬성하기도 했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정상적으로 수업한다고 들었지만 우회파업을 하는 교사들을 지지하고 싶어 다음달 4일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교육부 강경 방침에 휴업 방침 철회도일부 진보 교육감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임시 휴업에 동참하는 학교가 늘자 교육부가 대응에 나섰다. 교육부는 27일 “학교장이 임시 휴업을 강행하는 경우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최대 파면·해임 징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에도 “다음달 4일 부당한 사유로 병가나 연가를 낼 경우 복무 점검을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일부 학교는 휴업 방침을 철회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는 28일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고 임시 휴업을 결정하려 했다가 운영위 개최를 취소했다. 학부모를 상대로 임시 휴업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교사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 교사 수를 집계하는 웹사이트를 만든 한 초등학교 교사는 27일 블로그를 통해 ‘집회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교사는 “집회 규모가 커질수록 저는 매우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앞 대규모 집회도 취소됐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여전히 병가나 연가를 내고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거나 별도의 집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논란이 확산되자 당초 “학교 사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해 달라”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 지지 방침을 밝혔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다음 달 4일이 혼란의 날이 돼서는 안 된다”며 사흘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다음 달 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를 계기로 교사들이 집단 연가·재량 휴업 등 ‘우회 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불법적 집단 행동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세종 전북 등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교사 단체 행동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했다. 앞서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의 한 교사는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25일 저녁 기준 전국의 1만635개교와 교장·교감을 포함한 교사 8만834명이 동참하겠다고 서명했다. 전체 교사 50만7793명(지난해 기준)의 15.9%에 해당한다. 아예 학교장이 긴급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개최해 재량 휴업일로 지정한 학교도 473개교나 된다. 교사들은 이날 오전 10시 고인이 재직했던 학교 앞에서 추모 활동을 한 뒤 오후 2시부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교육부는 교사들의 이런 움직임을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했다. 재량 휴업일 지정은 학교장의 권한이지만, 비상 재해와 같은 긴급 상황인 경우에만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교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업 기간을 피해 연가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교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 “우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도 교육을 멈춘 적 없고 전쟁 때도 교육이 멈추지 않았다”며 재량 휴업일 지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이날 시도부교육감 회의에 참석해 “학교장이 재량권을 일탈해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달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등은 ‘공교육 멈춤의 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4일 저녁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서한문을 올려 “추모와 애도의 마음으로 모인 선생님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육감은 상처 입은 선생님들이 비를 피하는 우산이 돼야 한다. 그것이 제 책무”라며 “서울 학교에선 학교 사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해주시기를 바란다. 재량휴업을 결정한 학교도 있다”고 적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재량 휴업일을 지정한 학교장이나 연가를 쓴 교사를 법적으로 제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교사들이 수업을 마친 뒤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이 재량 휴업을 사실상 허용할 경우 교육부와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이날 장 차관은 교육청을 향해 “정부는 불법 집단행동을 선동·조장하는 행위를 모니터링하며 학교 현장의 학사 운영과 복무 관리가 이뤄지는지 점검하고 대응할 것”이라며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교원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교권 보호는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호소로 지지를 받아왔는데, 평일 일과 중 대규모 집회를 연다면 교권 보호 입법과 제도 개선의 당위성마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총은 “학교 근무 일정을 마친 저녁 7~8시쯤 추모제 개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What kinds of wild animal do you like(여러분은 어떤 야생 동물을 좋아하나요)” 16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국공립 천마어린이집. 미국인 원어민 교사 패트릭 스미스 씨(29)가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6세 ‘열매반’ 아이들 18명이 저마다 손을 들고 기린, 사자, 코끼리 등을 영어로 외쳤다. 스미스 씨가 몸짓으로 동물 흉내를 내자 원생들은 자연스럽게 동물의 몸동작을 영어로 말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아는 단어를 크게 외쳤다. 답이 틀리면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며 따라 발음했다. 활동이 끝난 뒤에는 동물 그림 퀴즈를 통해 이날 배운 내용을 정리했다. 박시은 양(6)은 “선생님과 함께 인사하고 놀이하며 영어를 알게 되니까 더 좋다”고 했다. ● 공교육-사교육 영어 격차 해소천마어린이집에서는 올해부터 ‘원어민 영어 교실’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료는 전액 무료다. 구 차원에서 영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공교육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영어 알파벳을 배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취학 전 영어 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갈수록 영어 교육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송파구는 관내 국공립·민간 어린이집 78곳과 유치원 39곳 등 총 117곳에서 초교 입학 전 영어를 가르친다. 수업 시간은 주 1회 30분씩이다. 구는 올해 초교 입학 전 연령인 6세 원생을 시작으로 5세, 4세까지 단계적으로 영어 공교육 대상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업 예산은 한 해 10억 원이다. 천마어린이집 원장은 “값비싼 ‘영어 유치원’을 보내지 못해 아쉬워하거나, 자녀에게 미안해하던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사교육이 성행하면서 전국에 영어 유치원이 847곳이나 생겨났다. 그중 114곳이 송파구를 비롯한 일명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구 관계자는 “송파구 관내에서도 마천동 주택가에는 가깝게 위치한 영어 유치원이 거의 없다”고 했다. 같은 구 안에서도 영어 사교육 시설이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어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영어 유치원이 집 가까이에 있는 경우라도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이 되는 영어 유치원 교습비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다. 한 학부모는 “공교육에서 유아 영어 교육을 지원해 주니 사교육 부담을 덜 수 있고, 어린이집 안에서 신분이 보장된 원어민 교사들이 가르치니 더 안심이 된다”고 했다. ● 놀이식 수업에 장애 학생도 열심‘원어민 영어 교실’ 수업은 6세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놀이식으로 이뤄진다. 읽기, 쓰기 등 학습 위주 수업을 강조하는 영어 유치원과 대비되는 점이다. 놀이와 만들기 등 체험 위주이다 보니 통합학급인 천마어린이집 열매반 원생 모두가 수업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열매반 담임교사인 김혜림 씨(31)는 “확실히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면서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친숙도나 이해도가 더 높아진 것 같다”며 “중증자폐와 지적장애가 있는 원아들도 집중을 잘한다”고 설명했다. 수업이 진행될 때 담임 교사들도 함께 참여해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가는 모습을 살핀다. 원어민 교사는 구에서 직접 선정한 교육업체에서 선발한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스미스 씨는 “학원에서는 책 읽기 위주의 수업을 주로 시켰다”며 “지금은 교사로서 좀 더 자율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 방식을 찾아 가르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스미스 씨는 지난해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유명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 모든 수업에는 원어민 교사 1명과 보조 교사 1명이 함께 배치된다. 보조 교사는 송파구에 거주하는 경력 단절 여성 가운데 영어 회화 실력을 갖춘 이들로 선발한다. 원어민 교사의 설명을 아이들이 놓치거나 하면 보조 교사가 개입해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어교육 공백’은 초1, 초2 때도 발생한다. 구는 이 점을 감안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도 방학 기간 원어민 영어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영어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공교육에서는 초3이 되기 전까지 영어를 접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캠프는 방학 때만 운영되는 대신 주 3회씩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7월 17일부터 9월 8일까지 8주간 진행된다. 수강료는 8주에 6만 원으로 사교육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한 반 정원은 20명으로 총 4개 반이 운영되며, 영어 실력에 따라 초급과 중급 2개 반으로 나뉜다. 수업은 미술 활동, ‘세계 문화의 날’ ‘마켓데이’ 같은 체험 활동 등 6세 반과 같이 놀이 위주로 진행된다. 차이점은 학습량의 범위가 6세 반에 비해 넓어지고, 플래시 카드를 이용한 단어 암기 같은 학습이 결합된다는 것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초등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오후 8시까지 방과 후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다음 달부터 전국 459개 초교에서 운영된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시범 운영 대상을 기존 ‘5개 지역 214개교’에서 ‘8개 지역 459개교’로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2025년을 목표로 했던 늘봄학교 전면 확대 시기를 내년 2학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학기부터 인천, 대전, 경기, 전남, 경북, 부산, 충북, 충남의 459개교가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한다. 늘봄학교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 제공 시간을 늘리고, 유형을 다양화하는 사업이다. 올 1학기 늘봄학교 시범 운영을 시작한 곳은 5개 지역이었는데, 이번에 3개 지역(부산, 충북, 충남)이 늘었다. 기존 늘봄학교 시범 운영 지역이던 경기와 전남에서는 81개교가 추가 선정됐다. 부산시교육청은 지역의 복지관, 수련원, 대학과 연계해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한다. 또 도서관 어린이실을 이용해 오후 6∼10시 ‘야간 긴급돌봄센터’를 시범 운영한다. 충북도교육청은 방과 후 수업에서 강좌 1개를 들으면 다른 1개 강좌의 수강료를 지원하는 ‘방과 후 원 플러스 원’ 정책을 도입한다. 또 수업이 일찍 끝나는 초등 1, 2학년을 방과 후에 교실에서 돌봐주는 ‘꿈담교실’을 운영한다. 충남도교육청은 아파트와 지자체 공간을 활용해 ‘동네방네 늘봄교실’을 운영한다. 교육부는 당초 2025년을 목표로 했던 늘봄학교 전면 확대 시기를 내년 2학기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늘봄학교 시범 운영 학교를 대상으로 사전 컨설팅을 실시하고, 재정 및 인력 투입에 나섰다. 교육부는 2학기 늘봄학교 시범 운영 확대를 위해 교육청에 늘봄학교 전담 공무원 101명을 배치한다. 희망하는 시범 학교를 대상으로 기간제 교사, 행정 인력 등 600명을 지원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내년도 늘봄학교 지원 예산은 4691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돌봄 공백이 해소될 수 있도록 늘봄학교 확산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시도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학교 현장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그간 학교나 교육청이나 교사를 ‘죄인’처럼 간주했다. 반성한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되도록 민원이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사들을) 압박한 측면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에서 초1 담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 이후 첫 신문 인터뷰다. 이 사건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교권이 붕괴됐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조 교육감은 “앞으로는 민원 내용이 부당한지를 균형 있게 판단해 교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일문 일답.―교육부가 교권 보호를 위한 고시안을 17일 공개했다. 어떻게 봤나.“(고시 내용 중) 대부분은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이미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고시의 큰 방향과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조례를 검토해 봐야 될 것 같다. 조금이라도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면, 고시의 큰 방향과 보조를 맞춰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겠다. 용모나 복장 이런 부분 교육부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확정을 할지 봐야 할 것 같다. ”―고시안의 휴대전화 압수, 학생의 용모 복장 규정 등은 서울의 학생인권조례와 상충되는데….“조례를 보완해야 할 부분이나 (고시와 조례의) 충돌 지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시의 큰 방향에 조례를 맞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교실 내 휴대전화 소지 규제도 교육적 접근의 제재라면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됐다. 용모 복장 규정도 조례에서는 하나의 획일적 기준을 정하고, 그걸 벗어나면 일률적으로 제재하는 걸 금지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집단적 합의 과정을 통해 하는 식으로는 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두발 형태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있으면 안 된다’ 그런 내용도 조례에는 없다. ―어떤 생각의 전환이 있었나 “과거에는 권위주의 방식으로 자유 권한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꼭 자유권 확장의 관점으로만 휴대전화를 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휴대전화를 수업 중에 사용하는 것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문제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 자신의 성장이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가치의 측면에서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누군가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악용하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앞으로 학교, 학생, 학부모가 어떻게 변해야하나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향유하는 것에 대한 균형 잡힌 생각이 필요한 때다. 학교나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나의 행위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엄정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내 새끼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학교를 만드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서울, 광주 등 전국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다. 교사 사망사건 이후 일각에서는 “조례가 학생인권만 너무 보호한 나머지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일었다.―고시안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은….“교권 침해 학생을 다른 학생들과 분리하거나, 물리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또 다른 민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유치원 고시의 경우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한 제재와 원생의 교육권이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에는 유치원 원장이 교권 침해를 한 학부모의 자녀를 출석정지, 퇴학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교원단체에서는 이를 두고 “부모의 잘못으로 자녀의 학습권이 침해받는 것이라 위헌·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교육부의 교권 보호 대책은 어떤가.“중대 교권침해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은 또 다른 법률 분쟁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했으면 좋겠다. 일단 법제화 되는 순간 후퇴(완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임태희 경기교육감님이 화해 조정 과정을 의무화하되, 안 되면 생기부에 기재를 하고 한 번 기록하면 영구적으로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안을 내셨다. 교육부가 만일 학생부 기재를 강행하더라도 5년, 10년 단위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지역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은. “완전히 이관하는 것보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교권보호위원회 운영을 병행하는 방식이 교권 보호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경미한 사안은 학교 차원에서 화해·종결하도록 열어두자는 것이다.”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교권 침해에 대한 조치를 학생부에 기재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여야는 이를 논의 중이다.―교사 사망사건 이후 시교육청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서이초 비극에 대해서는 정말 여전히 아픈 마음을 갖고 있다. 사건 직후 ‘국회의원이 관여됐다’ 등 잘못된 정보들이 온라인에서 퍼졌다. 사건이 벌어진 해당 학교는 최소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저희가 동의했다. 교육청은 학교 측이 초기에 작성한 입장문 내용이 경찰 수사로 명확히 확인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문구를 삭제하자는 입장이었다.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입장은 전혀 아니었다. ―교육부-교육청의 합동 조사에서도 속 시원히 밝혀진 것들이 없다.“조사 결과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수사권이 없어 학부모 조사도 하지 못했고, 충분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이 동료 교사들에게 학부모 상담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나, 고인의 심리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알 수 있는 증언은 충분히 확보해 발표했고 경찰에도 공유한 상태다.”―교육부 5급 사무관이 ‘왕의 DNA’ 운운하며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갑질한 사건이 논란이 됐고, 교육부의 대처도 비판을 받았다. 시교육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학교를 감독하고 교사를 지원해야 하는 교육청 직원들이 교사에게 갑질을 한다면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의대 블랙홀’ 등 사교육 과열이 심각하다. 대안은….“독일의 교육 풍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는 선행 학습이 교사의 수업 진행을 방해하고 다른 학생의 사고, 질문,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 사교육을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처럼 학원에 매달리진 않는다. 독일 대학들도 서열에 차이가 거의 없다. 반면 한국은 공교육(초교) 교사들조차 미취학 아이들이 학원에서 알파벳, 기본적인 사칙연산 등을 선행 학습하고 입학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화도 심각하다. 이를 바꿔야 한다.”―‘영어 유치원’ 바람은.“최근 사교육의 광풍에는 영어 사교육이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영어 사교육 열풍과는 좀 다른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때는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해 공적 규제 장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경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학부모들이 영어에 대한 실물적 수요를 동물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영어를 하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영역이 훨씬 넓어진다. 시교육청이 영어 공교육 테스크포스팀을 만든 것도 영어 공교육을 강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원어민 교사를 추가 배치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영어 학습 콘텐츠를 폭넓게 사용하는 등 방식으로 공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 ―교육부의 자사고 존치 방침에 따라 앞으로 평가가 부활하는 것인지.“교육부에서 5년 단위 평가의 큰 방향성을 확정해 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학교의 유형별 차이를 통해 교육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를 직위해제하기 전에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 학교장, 동료 교원으로 구성된 협의체의 검토를 반드시 거치겠다고 18일 밝혔다.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다 무고성 신고로 억울하게 직위해제를 당하는 경우가 많고, 교사의 수업권이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대책이다. 시교육청은 18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위축되거나 침해받지 않도록 외부 교육 전문가, 교육청 내 변호사, 학교 관계자 등이 포함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직위해제 처분의 적정성을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협의체 구성은 사안이 학교폭력 관련인지, 교육활동 침해인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검토 결과는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의 직위해제를 담당하는 인사 관련 부서에서 참고 자료로 쓰게 된다. 직위해제 권한을 행사하는 교육감이나 교육지원청장은 협의체의 의견을 ‘참고’하되 구속력은 없다.앞서 교육부는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수사기관이 수사를 개시하기 전에 교육청이나 학교장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이달부터 이뤄지는 아동학대 신고 사안부터 직위해제 처분을 좀 더 신중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교육감 권한으로 ‘사안의 중대성’ ‘정상적인 업무수행 가능 여부’ 등을 따져 해당 직위해제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아동학대 신고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다 보니 정당한 교육활동을 한 교사도 무리하게 직위해제되는 일이 많았다. 직위해제가 되면 보수가 깎이거나 공무원 승급에서 불이익이 따른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원의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지자체 및 수사기관에서는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사안 조사 시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에 따르면 학부모가 유치원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면 자녀가 퇴학, 출석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보호자가 교권침해를 했다고 유아의 출석정지나 퇴학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학습권 침해는 물론이고 연좌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시에 따르면 유치원 원장은 교육 활동의 범위와 침해 행위의 범위, 처리 절차 등을 담은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원장은 고시가 적용되는 다음 달 1일부터 학부모에게 ‘규칙 준수 동의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학부모가 규칙을 어기고 교권을 침해하면 원장은 해당 학부모의 자녀에게 출석정지, 퇴학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학부모에게는 부모교육 수강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유치원이 ‘의무 교육 과정’인 특수아동은 퇴학 조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날 고시 내용을 접한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와 교사 간 일로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라며 “교권 침해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학생은 교사의 말을 잘 듣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그 부모가 교사에게 갑질이나 악성 민원을 했다고 학생을 퇴학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총은 이번 고시에 대해 “위헌·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연좌제라고 비판했다. 연좌제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 이외에 가족이나 친척까지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초중고 교원 교육활동 보호 고시에 비해 학교장(유치원 원장)에게 위임한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은 교육부가 관할하는 ‘학교’가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보육기관’이기 때문에 이 고시가 적용되지 않는다. 2025년 유보통합 시행 전까지 어린이집 교사들은 영유아교육법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법 개정을 추진해 어린이집 교사의 교권보호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교사노조가 지난달 전국 유치원 교사 15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를 통한 교권침해’(68%)가 ‘유아에 의한 교권침해’(19%)보다 3배 이상으로 많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 과정은 현행법상 의무교육이 아니다. 퇴학을 당한다고 해서 유아의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다자녀’의 기준이 앞으로 3자녀에서 2자녀로 바뀐다. 자녀가 둘만 있어도 아파트 분양 시 다자녀 특별공급(특공) 청약을 넣을 수 있고, 차를 구입할 때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정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자녀 가구 지원정책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3자녀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는 각종 다자녀 혜택을 2자녀까지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2자녀 가구도 공공분양주택뿐 아니라 민영주택(민간 아파트 등)의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에 지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차량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는다. 국립극장, 미술관 등 국립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도 받는다. 지금까지 ‘3자녀 이상’만 받던 혜택들이다. 정부는 특히 다자녀 가구가 어려움을 겪는 주거, 양육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올 12월까지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공분양주택의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을 2자녀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16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 같은 혜택을 민영주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18세 미만 자녀가 셋 이상이면 차를 구입할 때 취득세를 면제·감면받는다. 정부는 이를 2자녀 가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2025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지방 세수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뒤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 중 자녀가 ‘둘 이상’인 비중은 2017년 60.5%에서 2022년 57.6%로 줄었다. 2자녀부터 민간 아파트도 ‘특공’ 혜택… 초등돌봄교실 신청 가능 정부, 다자녀 지원 기준 완화아이돌봄 본인부담금 추가 할인초중고 교육비 지원도 늘어날 듯문화시설 할인받고 우선 입장 현재 차를 구입하면 차종에 따라 차량 가격의 4∼7% 취득세(등록세 포함)를 내야 한다. 4000만 원짜리 승용차의 경우 내야 할 세금은 280만 원이다. 단,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가 정원 7∼10명 승용차나 정원 15명 이하 승합차를 한 대 구입할 때는 이를 면제해준다. 정원이 6인 이하인 차는 취득세가 140만 원 이하면 면제하고, 그 이상이면 140만 원을 감면해준다. 16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다자녀 혜택 확대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자녀가 2명만 있어도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용 시점은 이르면 2025년부터다.● ‘2자녀’ 혜택 확대… 주택 구입-세금 등 16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다자녀 혜택 확대 방안 중 주거 관련 내용도 주목을 받았다. 이날 정부는 민영 주택, 즉 민간이 분양하는 아파트도 ‘다자녀 특별공급(특공)’ 지원 조건을 ‘2자녀’로 완화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 3월 공공분양주택에 대해서는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으나 민간 아파트에까지 적용하겠다고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다자녀 특공 물량은 아파트 전체 분양 물량의 10%다. 정부는 다만 자녀 수에 따라 가점에 차이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간 3자녀 이상 가구만 다자녀 특공을 넣을 수 있었는데 이제 자녀가 둘만 돼도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시설 할인 기준도 ‘2자녀’로 통일된다. 증빙 서류는 다자녀 우대카드 외에 가족관계증명서 등도 허용할 계획이다. 국립극장은 올 9월 이후 기획공연부터 가족관계증명서에 2인 이상 자녀가 표기돼 있다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영유아 동반자가 문화시설에 우선 입장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 제도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초등돌봄교실 신청 자격에 다자녀 가정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는 맞벌이, 저소득, 한부모 가정 혹은 담임 추천 대상자가 신청할 수 있고 다자녀 가정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봄 서비스에서도 본인부담금 추가 할인 유형으로 다자녀 가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초중고교 교육비(입학금, 수익자부담경비 등) 지원 대상을 ‘2자녀’까지 확대하는 교육청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3자녀 가구의 셋째 이후’부터 교육비를 지원하는 강원도는 2025년부터 ‘2자녀 이상 첫째부터’ 지원한다. 대전시와 경남도는 ‘2자녀 이상 둘째부터’(각각 2024년, 2025년 실시) 지원할 방침이다. 관련 조례가 없는 부산시는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 역대 최저 출산율… ‘경제적 부담’ 등 원인 정부가 ‘2자녀’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저출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처음으로 1.0명 이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란 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까지 떨어졌다. 이 통계로만 보면 ‘2자녀’를 다자녀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는 일·육아 병행의 어려움과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이 꼽힌다. 고용 불안, 높은 주거 비용 등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점도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앞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1차 회의에서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 비용 △건강 등 저출산 정책의 5대 핵심 분야를 정했다고 발표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16일 동아일보가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체류자’로 분류된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총 3만6260명으로 나타났다. 학위과정 유학생이 9408명, 일반 어학 연수생이 2만6852명이었다. 특히 학위과정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2018년 1419명에서 4년 사이 7배나 증가했다. 유학생 관리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한국에 입국한 유학생이 연락을 받지 않거나 행방이 묘연한 경우 불법체류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학업도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불법체류자가 된 유학생을 국적별로 보면 베트남(6538명), 우즈베키스탄(1230명), 몽골(566명) 등 순으로 많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학생 비자로 입국했지만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 집계한 외국인 유학생 수가 16만6892명인 것을 감안하면 유학생 중 상당 비율이 불법체류자가 된 셈이다. 서울 4년제 대학 이공계에 재학 중인 정모 씨(22)가 올해 1학기 때 들은 대부분의 강의에는 5, 6명씩 외국인 유학생이 있었다. 이들은 출석부에 이름은 있지만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오는 날이 거의 없었다. 정 씨는 “간혹 유학생이 출석한 날엔 교수님이 수업을 영어로 하다가 나중에는 번역기를 써 가며 말씀하실 정도”라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율이 높은 한 대학의 교수는 “상위권 대학들까지 경쟁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다 보니 유학생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며 “일단 의사소통부터 거의 안 되기 때문에 학기 말이 되면 교수나 학생 모두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유학생 수를 늘리기 전에 학업 중단 요인부터 제대로 파악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들은 유학생이 학업을 중단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언어’를 꼽았다. 서울 한 대학의 교수는 “영어 강의 비중이 원래도 부족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확산 기간 더 줄었다”며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 자격 요건도 완화하는 추세라 대학별 기초 교양 강의는 아예 ‘유학생반’을 별도로 구성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유학생 비자가 애초에 ‘한국 입국 목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학생 비자의 경우 국내 대학이 보증을 서줘 비자 발급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 총장은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등록금 수입이 줄어 학교가 망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브로커 알선을 통해 유학생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A 양(11)은 지난해 학교를 그만두고 2년째 학원에 다닌다. 일명 ‘비인가 국제학교’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모여 국어 영어 수학 등 수업을 듣는다. 단, 학교와 차이점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학제도 미국식(G1∼G12)이다. 마치 ‘학교’ 같은 이 학원의 교습비는 월 150만 원 정도. A 양의 어머니는 “입학금과 교복·교재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교습비가 2000만 원 정도”라며 “일반 학교를 보내도 학원비를 감안하면 그만큼 든다”고 말했다.● ‘더 빠른’ 영어 학습 위해 공교육 포기 최근 영유아 사교육 문제의 핵심이 ‘영유’(영어유치원)라면 초중고교로 이어진 것은 비인가 국제학교다. A 양처럼 초교를 중퇴하거나 혹은 아예 입학도 하기 전에 비인가 국제학교에 등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 경기 성남 분당, 판교 등을 중심으로 최소 5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15일 동아일보가 나이스(NEIS) 학원민원서비스와 취재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서울 강남구의 주요 비인가 국제학교들은 과목별 교습비만 등록해 놓고 학부모에게 입학금·발전기금 명목으로 500만∼7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들 비인가 국제학교는 당국에 신고한 과목 외에 가르쳐서는 안 되는 과목도 가르치고 교재·급식·재료비 등을 별도로 청구한다. 학원법 위반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인가받지 않고 학생을 모집해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교습 정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과거엔 해외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국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이 같은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어 학습을 위한 사교육으로 변질됐다.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는 “영어유치원만으로는 영어 노출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영유아 때 다져놓은 영어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낸다”고 했다. 일반 초교에서는 초3부터 알파벳을 배운다. 이미 ‘영유’에서 영어를 선행학습한 아이들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의 초1, 2 과정이 ‘시간 낭비’로 비치는 것이다. ‘공교육만 포기하면 학습적으로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도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 있다.● ‘선행학습’ 광고로 학부모 끌어모아최근에는 아예 서울 강남 유명 학원장과 손을 잡고 입학설명회를 연 비인가 국제학교들도 있다. 선행학습과 입시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광고하는 것이다. 이 비인가 국제학교들은 “초1∼초3 시기에 영어, 수학을 중3 과정까지 선행학습할 수 있다”고 내세운다. 기자가 실제 한 학원에서 입학 상담을 받아봤을 때 해당 학원 관계자는 “공립학교는 초3까지 학습이 느슨하다. 우리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을 다져놓고 고학년이 되면 공립초로 옮기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우리는 싱가포르식 수학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처음에 ‘영유’로 시작했다가 학부모의 수요를 반영해 최근 초3 과정까지 확장했다. 사교육 현장에서는 영어유치원을 졸업하고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초등 혹은 중등, 고등과정까지 마치는 것이 일종의 ‘입시 루트’로 여겨지고 있다. 주요 대학 ‘국제학부’ 등 외국어 혹은 외국 관련 학과로 진학할 때도 이런 방식이 유리하다고 학원들은 강조한다. 입시에 필요한 과목들을 대부분 모두 가르치기 때문에 다른 추가 사교육이 필요 없다는 점도 내세운다. 강남의 한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다닐 땐 학원을 몇 개씩 보내야 했다. 비인가 국제학교로 옮긴 뒤에는 학원 숫자를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 ‘아이비리그 진학’ 등 과장 광고 조심 ‘해외 명문대 진학’을 광고로 내세운 비인가 국제학교도 많다. 미국, 캐나다 등의 학력인증을 받아 운영되는 비인가 국제학교를 졸업하면 해당 국가의 대학에 입학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인가는 받지 않았지만 미국 학력 인증 교육기관 중 하나인 서부교육위원회(WASC)의 인증을 받은 비인가 국제학교도 전국에 31곳이다. “아이비리그 학교 입학에 유리하다” 등의 광고 문구도 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해외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다는 것뿐이지, 입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학에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송재원 유웨이 교육연구소 유학사업팀장은 “국내 입시를 치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비인가 국제학교를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했다. 비인가 국제학교들은 원어민 강사진에 대해서는 ‘대부분 교육 전공자’, ‘70% 이상이 교원 자격이 있다’라는 식의 추상적인 정보만 공개한다. 나이스 학원민원시스템에도 학원별 원어민 강사의 학력이나 경력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는다. 인가받은 학교는 학교 입지가 유해시설과 차단됐는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지 등 검사를 받지만 비인가 국제학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교육과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신이 이런 기형적 형태의 교육기관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를 지낸 김경범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학부모의 다양한 자녀 교육 욕망을 공교육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학생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흉기 등을 소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담긴다. 일선 학교에서 생활지도가 불가능할 정도로 교권이 추락했고,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조례라는 지적에 서울시교육청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또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관련해 최근 6년간 서울 초중고교에서 ‘학부모의 요구’ 때문에 담임이 교체된 사례가 총 90건 있었고 그중 78건은 초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일부 개정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이달 중 개정안 마련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교직원의 인권을 존중할 의무, 학교 규범을 준수하고 교육활동에 협력할 의무 등 학생의 의무 조항이 새로 들어간다.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학생이 방해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들어간다. 다른 학생이나 교직원에게 신체·언어적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생긴다. ‘학생에게 맞는 교사’ 사례가 잇달아 나오자 이를 막기 위한 것. 다른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해하거나 학습권을 침해하는 흉기, 마약, 음란물 등의 소지를 제한하는 조항도 생긴다.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초1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책임을 담은 조항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이 14일 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서울 내 초중고교 학급에서 학부모의 요구(민원)로 담임 교사가 교체된 경우는 초등학교가 78건, 중학교가 5건, 고등학교가 7건 등 총 90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7년에 17건, 2018년 20건, 2019년 22건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는 3건으로 줄었지만 2021년 9건, 2022년 13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에는 5건의 교체가 이뤄졌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교육부 5급 사무관이 자신의 초3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공무원용 e메일로 교육활동 내용과 학급 내 다른 학생들의 행동까지 매일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사무관은 “교사가 우리 아이를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학교에 담임교사를 직위 해제하라고 요구하며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언론에 폭로하겠다는 ‘협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이 커지자 해당 사무관은 11일 직위 해제됐다. 교육부도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엄중히 조사하고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 “내가 교육부 공무원인데” 교사에게 갑질 11일 오전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따르면 초3 자녀의 아버지인 해당 사무관은 지난해 10월 자녀의 담임교사를 직위 해제해 달라며 교장, 교감, 세종시교육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 또 ‘들어주지 않을 경우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교육부 공무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찰에 아동학대 신고까지 한 끝에 담임교사는 직위 해제됐고 임시 담임교사가 새로 배정됐다. 앞서 사무관의 자녀는 교실 이동수업을 거부하다 교실에 혼자 남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는 이를 “아동학대”라고 주장했으나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학대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무관은 새 담임교사에게도 ‘(내 아이는) 왕의 DNA를 지닌 아이이니 왕자에게 말하듯이 해야 한다’ 등 황당한 요구가 담긴 편지를 ‘공직자 통합메일’로 보냈다. 이 메일은 학교의 공적인 업무 처리, 학교와 교육청의 공문 전달 등에 쓰이는데 이를 교육부 공무원이 ‘악성 민원’ 전달 수단으로 쓴 것. 한 교사는 “자신이 공무원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확실히 주지시키고 겁을 주기 위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 감사 착수… 부총리 “엄중 조치” 노조가 이날 공개한 각종 공문서,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결과 통지서 등에 따르면 이 사무관은 새 담임교사에게 ‘교육활동 내용과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기록해 보내 달라’는 요구도 했다. 자녀 반의 다른 학생 동향도 보고하라는 뜻. 한 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해당 사무관은 교육행정직 9급으로 시작해 지난해 6급 주무관, 올해 초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원래 교육부에서 근무하다가 대전시교육청 소속으로 발령이 났고 직위 해제되기 직전까지 대전의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 사무관의 자녀가 경계성 지능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아이는 또래에 비해 폭력성이 심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등의 특성을 보인다. 노조는 “학교가 6월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해 이를 ‘교권 침해’ 사안이라고 결론 내리고 사무관에게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을 요구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지원과 교사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 사무관이 오히려 교권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