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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배달을 아예 안 하는 음식점도 많은데 일부 음식점의 배달비만 따로 지원하면 결국 내가 낸 세금으로 다른 음식점을 돕는 것 아닙니까?”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돈가스집 사장님은 정부의 배달비 지원 계획을 듣더니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영세 자영업자의 배달비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벌써 역차별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의 ‘배달앱 및 배달대행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식업체 가운데 배달앱을 이용하는 업체의 비율은 28.7%에 그쳤습니다. 전체 외식업체의 70% 이상이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니 이 사장님의 지적에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외식업체의 배달앱 이용은 업종과 규모에 따른 편차도 큽니다. 한식음식점(20.2%)과 제과점(37.1%)은 이용률이 낮은 반면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83.4%)과 치킨전문점(79.1%) 등은 활용 비중이 높습니다. 또 연 매출이 5000만 원 이하인 업체는 13.5%만 배달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는데요. 정부의 배달비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는 소수만 배달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금리, 고물가 속에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배달비까지 무거운 짐이 된 영세 자영업자를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배달비 때문에 힘들다”고 하니 세금으로 배달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인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영업자가 지불하는 배달비는 그래도 매출이 발생할 때 뒤따르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직접 돈을 벌 때 발생하는 비용까지 보전해 주기보다는 임차료나 전기요금처럼 기본 경비에 가까운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배달비 지원은 결국 배달 플랫폼 기업으로 그 돈이 흘러간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23일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상생 협의체를 출범시키며 배달 수수료 인하 압박에 나서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배달비 지원에서도 역차별 논란을 넘어서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내길 기대해 봅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당장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 하다가 놓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긴 호흡으로 봤을 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리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계획입니다.”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하반기(7∼12월)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가 열렸습니다.한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매년 6월 말이나 7월 초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고 남은 한 해 동안의 경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곤 하는데요.이번 경제정책 방향 발표는 남은 한 해가 아니라 향후 3년 혹은 그 이상의 중장기 과제를 함께 내놓기로 하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2024년 현재,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마련한 ‘역동경제 로드맵’인데요.요즘은 인기가 많이 식었다고 하지만….여전히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엘리트 조직으로 꼽히는 기재부가 생각하는 한국의 문제와 그 해결의 방향성이 담겨 있습니다.이번 로드맵 작업에는 실제로 실력 있는 기재부 사무관들이 대거 투입됐다는 후문입니다.● 10대 과제, 33개 세부 추진 과제로 ‘총망라’역동경제 로드맵의 실제 책자는 목차를 제외하고 총 69페이지 분량입니다.총론과 10대 과제, 향후 일정, 참고 자료로 구성된 전형적인 정부 발표 자료인데요. 왜 이런 로드맵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달성한 한국의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앞세우면서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그러면서 제시한 10대 과제는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개선’이라는 3개 분야로 나눴습니다.이 10대 과제라는 것이 그 자체로 하나씩의 과제는 아닌데요. 10대 과제 밑의 세부 추진 과제를 세어보니 33개에 이릅니다.생산성 향상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 가계소득·자산 확대, 교육 시스템 혁신 등의 카테고리에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들을 모두 담았다고 봐도 되는 로드맵 아닐까 싶습니다.● “고용 70% 차지하는 서비스업, 영세화로 낙후” 딱딱한 정부 발표 자료 중에서도 유난히 작은 글씨가 많이 달린 이 책자를 전부 요약해 드리는 건 사실 큰 의미도, 재미도 없어 보입니다.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얘기해 온 한국의 문제들이기에 새롭지 않을 수 있고, 내용도 복잡한데요.그럼에도 이 ‘재미없는’ 자료를 다시 짚어보는 이유는 2024년 현재,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 관료들의 문제 인식과 미래 과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그런 관점에서 눈에 띄는 부분을 살펴보자면….우선 정부는 현재 한국 경제의 생산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 특히 산업별, 기업별 편차가 크다는 인식입니다.해외 주요국에 비해 중소기업의 비중이 너무 크고 서비스 산업과 농업 등의 생산성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뒤처져 있다는 것인데요.서비스업의 경우 국내 고용의 70%, 부가가치의 6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정부는 “힘들다”라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내놓고 있고 이번에도 역동경제 로드맵과 함께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별도 대책을 내놓았는데요.영세화된 서비스업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는 근본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셈입니다.● “농촌 고령화되는데 먹거리 수입은 힘들어”먹거리와 주거 문제를 한 발 떨어진 시장 관점에서 지적한 분석도 짚어볼 만합니다.최근 먹거리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 정부는 기후변화와 고령화 속에 농업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는데 유통에서는 경쟁이 제한된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국내 농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높은 관세율 때문에 수입이 힘든 상황이 결국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인데요.규모를 키운 공동영농 등으로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관세율을 낮춰서 해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입니다.주거 측면에서도 영세화된 단기 임대와 비등록 사업자가 민간 임대 시장을 주도하면서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고 전세 사기 등의 위험까지 커졌다고 지적했는데요.개인 간의 계약으로 ‘2+2’, 4년 정도의 거주가 보장되는 방식의 임대차 시장 자체가 선진국과는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일본이나 미국 등의 경우 규모화·전문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주택 임대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 덧붙었는데요.이에 따라 정부는 집을 사지 않아도 수십 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민간 장기 임대 서비스를 2035년 10만 채까지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습니다.● 정부 혼자 못 푸는 문제도 많아69페이지에 이르는 큰 숙제. 눈에 띄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 자료를 다시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나 ‘실제로 얼마나 개선 혹은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입니다.사실 굵직한 과제의 경우 그 열쇠가 정부 손에 쥐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대표적으로 보면 대기업 중심의 생산성 높은 경제 시스템 구축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등의 과제가 그렇습니다.정부가 뒤를 받칠 수야 있겠습니다만 미래 신산업 발굴을 정부가 이끌어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성패는 어쩌면 정부보다는 기업의 손에 쥐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시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 역시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정부가 추진할 수는 있지만 곳곳에서 강한 반발을 마주할 가능성이 큰 사안도 적지 않아 보이는데요.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제정의 경우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수입 농산물 관세율 인하는 농민 단체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이슈입니다. ● 스스로 목표 세운 정부, 실행이 관건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서 중·장기 목표를 제시한 만큼 앞으로 이 과제들을 어느 정도까지 풀어낼 수 있을 것인지는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이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의 피트스탑 장면 사진을 손에 들고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원팀이 된 정책 속도전을 강조했습니다.이날 최상목 부총리도 “우리 경제는 이제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윤석열 정부 2년에서 3년으로 넘어가는 피트 스톱에 들어왔다”라며 “경제팀이 힘을 모아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을 향해 전력 주행하겠다”라고 강조했는데요.최고 시속 370킬로미터를 넘나들며 정신없이 진행되는 F1 경주에서, 중요한 타이어 교체 전략을 실행하는 피트스톱이 가지는 중요성처럼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경제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설명이겠습니다.로드맵이 발표 이후에 만난 한 기재부 당국자는 “하나씩 두 개씩, 조금씩이라도 이 방향을 향해서 꿋꿋하게 가겠다”라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정부 스스로 내놓은 숙제를 정말로 잘 풀어가는지를 계속 살펴보면서 또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일이나 구직 활동을 모두 하지 않고 있는 대졸자가 올 상반기(1∼6월)에 4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졸 이상(전문대졸 포함)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는 올 상반기에 월평균 40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어난 것으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만 15세 이상인 인구를 뜻하는데 여기에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 등도 포함된다. 비경제활동인구에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 비율은 2020년 상반기 23.7% 수준이었지만 올 상반기 25.1%로 처음 25%를 넘어섰다. 또 대졸 이상 청년층(15∼29세)의 비경제활동인구는 올 상반기 월평균 59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 늘었다. 20대 청년층이 대졸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청년층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청년 첫 일자리 31%는 ‘1년이하 임시-일용직’‘그냥 쉬는’ 대졸자 405만명“대기업 공채 폐지로 취업여건 악화”청년 일자리 여건 악화는 청년들의 첫 일자리 경험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을 기준으로 학교를 졸업하거나 도중에 그만둔 뒤에 취업한 경험이 있는 청년층 376만5000명 가운데 118만1000명은 첫 일자리가 계약 기간 1년 이하의 임금근로 일자리로 나타났다. 계약 기간 1년은 양질의 일자리인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쓰이는데 임시·일용직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한 청년의 비중이 올해 31.4%에 이른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10년 전인 2014년 5월(19.5%)과 비교하면 11.9%포인트 더 높다. 첫 일자리 가운데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일시적 임금근로 일자리의 비중도 올 5월 7.7%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하는 일시적 일자리까지 계산하면 올해 청년층의 첫 일자리 가운데 단기 일자리 비중이 39.1%에 이르는 셈이다. 2021년 5월(40.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치인데 10년 전에는 이 비중이 31.8% 수준이었다. 반면에 올해 첫 일자리가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계속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인 청년은 52.6%, 계약 기간 1년이 넘는 임금근로 일자리인 청년은 5.8%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두 일자리에 처음 취업하는 비중은 58.4%에 머무르면서 10년 전(65.1%)보다 6.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을 제외한 상당수 대기업이 대졸 공채 제도를 폐지하면서 경력 없는 대졸자의 취업 여건이 악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의 업무 능력이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문제도 청년층 취업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가맹택시를 관리하는 KM솔루션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카카오가 카카오T 앱을 이용하지 않은 택시 매출에까지 수수료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KM솔루션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KM솔루션은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카카오 가맹택시를 관리하는 가맹본부다. 지난해 대구시의 신고로 대구·경북 지역 카카오택시 가맹본부인 DGT모빌리티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공정위는 최근 DGT모빌리티에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한 바 있다. 공정위는 다른 택시 호출 앱이나 배회 영업을 통해 올린 매출에도 카카오가 일괄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계약 조건에 어긋나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수년 전 ‘절세 단말기’라는 광고를 보고 미등록 결제대행업체(PG)와 계약을 맺었다. 세금과 4대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일부 신용카드 결제는 미등록 업체의 단말기를 이용한 것이다.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 이 단말기를 이용한 매출 자료를 신고에서 누락한 A 씨는 결국 국세청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부가세를 추징당했다. 21일 국세청은 일부 미등록 결제대행업체들이 A 씨 사례처럼 세금과 4대 보험료 탈루를 조장하는 상황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정상적인 결제대행업체의 경우 가맹점의 결제 자료가 자동적으로 과세 당국에 신고되는 반면 미등록 업체는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른바 절세 단말기 사용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이를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 명의의 미등록 단말기를 이용해 일부 매출액을 숨기거나 사업자 등록 없이 영업하면서 미등록 단말기로 대금을 결제하는 등의 사례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등록 업체를 통해 결제한 매출액도 반드시 부가세 신고에 포함해야 한다”며 “신고 오류의 경우 최대 40%에 이르는 무신고·과소신고 가산세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으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에서 비밀 특사로 매달려 ‘팀 코리아’가 해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체코 정부가 24조 원 이상 규모의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하면서 정부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산업부, 한수원 등 관계부처 및 기관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경사를 냈다”며 화색을 띠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안 장관을 비밀 특사로 한 달간 두 차례나 보내 체코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하며 친서로 설득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바라카 원전 사업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가 체코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마크롱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드라이브를 거는 바람에 여러 차례 위기를 느꼈지만 체코 측에 ‘프랑스는 해줄 수 없는 것을 한국은 해 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입찰 참여 포기로 수주전이 한국과 프랑스의 맞대결이 된 4월부터 정부는 대통령실 차원의 ‘워룸’(전시 상황실) 체제를 가동하면서 총력전에 나섰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안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찰이 2파전으로 굳어진 이후 체코를 3번 방문했다”며 “4월부터는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수시로 대면 보고도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체코에 보낸 원전 관련 자료는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체코 측에서도 200여 명의 원전 전문가가 달라붙어 20만 시간을 검토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즉 약속된 기간 내에 완공을 시켜 공기를 맞춰주고, 예산도 적게 들어가는 전략이 먹혔다”며 “우리나라가 제조업에 강한 만큼 반도체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처럼 체코의 산업협력 가능성을 패키지로 약속한 것도 득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봉사단 파견과 케이팝 댄스 공연 등 ‘문화 외교’도 큰 몫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이 프랑스보다 한국 기업을 원한다고 발표했는데 여러모로 체코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으로 유입된 사실이 새로 드러난 가운데 증여세 과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국세청은 현재로서는 증여세 등을 추가로 과세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17일 국세청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과세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노 관장은 최근 최 회장과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SK 측에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메모에는 이 300억 원 이외에도 604억 원이 추가로 가족 등에게 배정됐다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 회장 측은 “300억 원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세무 당국은 비자금과 관련해 통상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증여인 경우 증여세를, 구체적인 대가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비자금이 가족 간에 오고간 경우에도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 씨에게 흘러 들어간 비자금에도 뒤늦게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번 사안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나서 증여세 부과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한 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지만 2000년 이후에 벌어진 상속·증여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사실 관계가 확정된 이후에 과세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억대 수입을 올리는 10, 20대 유튜버와 인터넷 방송 진행자(BJ)가 2년 만에 2.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종 고소득자인 이들이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 늘고 있는 ‘후원금’ 형태의 소득은 세무당국이 잡아내기 어려워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튜버, BJ 등 1인 미디어 창작자가 신고한 수입은 1조1400억 원으로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2020년 4500억 원이었던 이들의 신고 수입은 2년 만에 약 2.5배로 증가했다. 특히 수입 상위 1%에 해당하는 393명의 총수입은 33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의 29.2%를 차지하는 규모로, 1인당 평균 8억48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2019년에는 상위 1%의 유튜버가 평균 6억7100만 원을 벌었는데 3년 새 26.4% 늘었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에 고소득 유튜버가 집중됐다. 유튜브 주 소비층이 젊은 층인 만큼 또래 구독자를 타깃으로 한 10, 20대 유튜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2년 기준으로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신고한 20대 이하 유튜버, BJ는 1324명으로 전체 억대 수입 신고자의 47.6%였다. 그러나 국세청에 신고된 유튜버와 BJ들의 수입은 실제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유튜버의 소득(사업소득)에 과세되는 종합소득세는 돈을 지급하는 구글 등을 통해 원천징수할 수 없고 본인이 신고를 통해 납부해야 한다.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과세 당국이 구글의 거래 내역 등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징수해야 한다. 게다가 유튜버가 구독자들로부터 받는 ‘후원금’의 경우에는 세무 당국이 적발해 내기가 더 어렵다. 개인 계좌를 오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후원금은 분명 유튜브 활동으로 인한 수익이지만 개인 간 거래를 개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유튜버들을 다 모니터링해 의심되는 사례를 따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재의 국내 일자리 10개 가운데 9개는 불과 6년 뒤에 90% 이상의 업무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전문화된 고숙련 노동도 더 이상 AI 기술 확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국내 일자리 중 약 12%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5일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와 로봇을 활용한 기술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일자리의 38.8%에서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AI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AI가 시력, 청력, 말하기, 문제 해결, 정교한 동작 등 44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평가한 다음 직업별로 요구되는 능력에 적용한 결과다. 보고서는 2030년에는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고위험군 일자리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6년 뒤에는 AI가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비율이 98.9%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현재 일자리의 89.8%는 업무의 90% 이상을 AI로 대체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 취업자가 수행하고 있는 거의 모든 직무가 가까운 미래에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성격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30년의 AI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주방장 및 요리연구가, 패스트푸드 종업원, 냉난방 설비 조작원, 음료 조리사 등은 전체 직무(100%)의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의회의원·고위공무원 및 공공단체 임원(64%), 항공기 조종사(78%), 작가(80%) 등은 직무 자동화 비율이 비교적 낮게 예측됐다. 이날 KDI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도 국내 일자리 중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 개는 AI 기술로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이 AI 특허 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다. 오 팀장은 “AI는 비반복적, 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다”며 “고소득, 고학력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 확산이 청년층과 여성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KDI가 기업의 AI 도입 결과를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청년층에서 고용 하락 효과가 크고 여성 청년층의 경우 임금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AI 기술을 도입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인 국내 기업의 경우 47.9%가 신규 채용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연구위원은 “AI 기술은 숙련된 근로자보다는 경력이 비교적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로또복권 추첨에서 60명이 넘는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역대 최다 당첨자가 쏟아지면서 1등 당첨금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4억1992만여 원에 그쳤다. 14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에 따르면 전날 추첨한 1128회 로또 추첨에서 당첨번호인 ‘1, 5, 8, 16, 28, 33’을 모두 맞힌 1등 당첨은 6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12월 발행이 시작된 로또의 최다 당첨 건수다. 종전 최다 기록은 2022년 6월 12일 제1019회 로또 추첨의 50건이었다. 무더기 당첨에 따라 이번 1등 당첨금은 4억1992만여 원에 그쳤지만 역대 최저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가장 적은 1등 당첨금은 30명의 당첨자가 나온 2013년 5월 18일(제546회) 추첨으로 1인당 4억953만여 원이었다. 이번 1등 당첨의 경우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이 건당 3억140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복권 당첨금이 3억 원을 초과하면 33%의 세금이 부과된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 여당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자산별 과세형평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년 넘게 세율과 공제액이 그대로라 ‘중산층 세금’이라는 비판을 받던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의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과세 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달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기는 하지만 과세를 위한 가상자산 법제화까지는 ‘투자자 자진신고 납부 및 지원 시스템’ 등의 후속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세 체계 및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이미 두 차례 유예된 바 있지만 정부는 한 차례 더 유예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행일을 2028년 1월 1일로 3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 시행을 연기하는 것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송 의원은 “주식보다 손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자산인 가상자산에 소득세까지 부과되면 투자자 대다수가 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속세법의 개편 수위를 고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일괄 공제를 기존의 5억 원에서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공제 한도 확대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전환도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이 정해지는 유산세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해 세 부담이 줄어든다. 상속세 제도를 운영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 유산세 방식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폐지까지 거론됐지만 지방 재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징벌적 과세의 정상화’라는 기조로 부분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는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 들어 5월까지의 나라 살림 적자 폭이 74조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수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정부 지출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결과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5월 관리재정수지는 74조4000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조 원 늘어난 것으로 5월 누적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을 뺀 것으로 실제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기간 정부의 총수입은 기금 수입 등이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6000억 원 증가한 258조2000억 원이었다. 하지만 국세 수입의 경우 151조 원으로 1년 전보다 9조1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부가가치세는 5조3000억 원 더 걷혔지만 법인세수가 15조3000억 원 줄어들면서 세수 감소 폭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총지출은 1년 전보다 23조 원 늘어난 310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출 측면에서는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등 복지 분야(9조9000억 원) 지출 증가 폭이 컸다. 한편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전달보다 17조9000억 원 증가한 1146조8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등에 지정돼 있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내후년에 추가로 선정한다. 동영상을 활용한 디지털 광고를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는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를 확대해 광고물 산업을 활성화하고 도시 미관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현장 애로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광고물 모양과 크기, 설치 방법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자유로운 디지털 광고가 가능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2026년경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옥외광고물 자유표시지역은 2016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이어 지난해 서울 광화문광장과 명동,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일대가 지정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6년 첫 지정 이후 2차 지정까지는 7년의 시차가 있었는데 3차 지정을 조속히 진행하려는 계획”이라며 “디지털 옥외광고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규제 때문에 신기술을 활용한 산업 활성화가 힘들다는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기사 수가 줄어들면서 택시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감안해 서울·부산 50대, 광역시·시 30대 등으로 규정된 법인택시 최저 면허기준 대수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5년째 국회 시설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A 씨는 점심에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 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달 국회 구내식당 밥값이 600원이나 인상됐기 때문이다. 그는 “그나마 구내식당이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도 갑자기 크게 올라 부담이 크다”며 “월급은 거의 제자리라 팀의 절반 정도는 이미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고 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이 많아졌지만 구내식당 밥값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직장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기존 가격으론 인건비, 원재료비 못 대”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구내식당 식사비는 1년 전보다 4.3% 올랐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의 1.5배가 넘는 오름 폭이다. 전체 물가는 3개월 연속 내리며 2.4%까지 떨어져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6월 구내식당 식사비는 오히려 전달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전체 외식 물가 상승률(3.0%)보다도 1.3%포인트 높다. 이미 지난해 구내식당 식사비는 전년보다 6.9%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구내식당들의 밥값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구내식당 식사비를 4200원에서 4800원(직원 기준)으로 인상했다. 인상 폭은 14.3%로, 평균적으로 2년마다 8.3%씩 올렸던 것에 비해 가팔랐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도 구내식당 식사비를 올리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A 대기업은 올해 5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내식당 한 끼 가격을 6000원에서 6500원으로 올렸다. A 기업 관계자는 “기존 가격으로는 가파르게 오르는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을 댈 수 없었다”며 “회사에서 식대를 통해 구내식당 비용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도시락 가격도 5% 넘게 상승 구내식당에서 주로 쓰이는 원재료 중 하나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달 전년보다 6.5% 뛰었다. 특히 농산물 상승률이 13.3%까지 치솟으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사과(63.1%)와 배(139.6%) 등 과일 가격 오름세도 지속됐다. 김은 28.6% 상승해 1987년 12월(34.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한 단체급식 업계 관계자는 “통상 고객사와 1년 단위로 식단가 계약을 하는데 그 시기가 특히 연중인 6, 7월과 연말인 11, 12월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한 물가가 올해 계약에 뒤늦게 반영되며 구내식당 비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구내식당 식사비뿐만 아니라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며 직장인들의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도시락은 5.3% 오르며 외식 품목들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상승 폭을 보였고, 칼국수(4.7%) 햄버거(4.7%) 김치찌개백반(4.1%) 등 즐겨 먹는 먹거리도 4% 넘는 오름세를 보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물가가 장기화되며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이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며 “내수 진작을 위해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음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 등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4조2000억 원 규모의 종합부동산세 가운데 약 70%는 상위 1% 납세자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납부자 상위 1%에 해당하는 4951명은 종부세로 총 2조8824억 원을 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 4조1951억 원의 68.7%에 해당한다. 상위 1% 납부자가 전체 종부세의 3분의 2 이상을 부담한 것이다. 이들이 평균적으로 낸 세금은 납부 인원당 5억8000만 원이었다. 또 상위 1% 납세자가 보유한 부동산은 공시가격 기준 총 413조5272억 원으로 집계됐다. 납부 인원당 평균 835억2000만 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셈이다. 분석 대상을 상위 0.1%인 495명으로 좁히면 이들은 평균 36억5000만 원을 세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총 납부 규모는 1조8058억 원으로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의 43.0%를 차지했다. 또 상위 10% 종부세 납부자 4만9519명의 총 납부 규모는 전체 종부세액의 88.5%에 해당하는 3조71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양 의원은 종부세를 폐지할 경우 자산이 많은 소수 상위 계층에 감세 혜택이 집중되는 반면에 지방자치단체가 쓸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걷는 종부세는 부동산교부세로 전액 지자체에 배분되는데 최근 정치권에서 완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4조2000억 원 규모의 종합부동산세 가운데 약 70%는 상위 1%가 납세자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9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납부자 상위 1%에 해당하는 4951명은 종부세로 총 2조8824억 원을 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 4조1951억 원의 68.7%에 해당한다. 상위 1% 납부자가 전체 종부세의 70%가량을 부담했다는 의미다. 이들이 평균적으로 낸 세금은 납부 인원당 5억8000만 원이었다.또 상위 1% 납세자가 보유한 부동산은 공시가격 기준 총 413조5272억 원으로 집계됐다. 납부 인원당 평균 835억2000만 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셈이다.분석 대상을 상위 0.1%인 495명으로 좁히면 이들은 평균 36억5000만 원을 세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총 납부 규모는 1조8058억 원으로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의 43.0%를 차지했다. 또 상위 10% 종부세 납부자 4만9519명의 총 납부 규모는 전체 종부세액의 88.5%에 해당하는 3조7106억 원으로 집계됐다.이런 가운데 양 의원은 종부세를 폐지할 경우 자산이 많은 소수 상위 계층에 감세 혜택이 집중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쓸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걷는 종부세는 부동산교부세로 전액 지자체에 배분되는데 최근 정치권에서 완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양 의원은 “종부세 폐지 또는 완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재정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면서 “종부세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지방 재정 확충 대책부터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팬데믹 기간에 기업들의 접대 문화가 달라지면서 유흥음식주점에서 별도로 내는 세금이 5년 전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음주 문화가 다양화, 고급화되면서 희석식 소주와 맥주, 막걸리 소비는 나란히 뒷걸음질 치고 위스키와 증류식 소주 판매는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8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흥음식주점의 개별소비세 신고세액은 568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룸살롱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의 유흥음식주점은 일반적인 부가가치세 이외에도 10%의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추가로 납부한다. 이에 따라 이들 유흥음식주점은 팬데믹 이전인 2018년 880억 원, 2019년에는 827억 원의 개소세를 신고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개소세 신고액은 2020년 382억 원, 2021년에는 15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후 엔데믹으로 2022년 신고액이 488억 원으로 늘었지만 팬데믹 영향을 거의 벗어난 지난해에도 과거보다 30% 이상 낮은 세액을 신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유흥음식주점에 대한 개소세 규정 자체는 이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며 “팬데믹 기간에 기업의 접대 문화와 개인의 음주 문화가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북 지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팬데믹 기간 동안 유흥주점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골프 접대 등으로 많이 대체됐다”며 “납품과 관련한 술집 접대 비용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직장인들의 대규모 회식이 줄어들고 ‘홈술’ 등으로 음주 문화가 달라지면서 전체 술 판매량이 줄고 소비 주종은 다양해지는 현상도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수입 주류를 포함한 전체 주류 출고량은 332만2989kL로 집계됐다. 팬데믹 확산 이전인 2019년 출고량(353만1417kL)과 비교하면 5.9% 줄어든 규모다. 특히, 이 기간 주요 주종의 출고량은 맥주(―7.2%), 희석식 소주(―7.8%), 탁주(―8.5%) 등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고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3대 주류의 소비가 7∼8% 줄어든 것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비싸서 고급술로 분류되는 위스키의 출고량은 93.4%, 증류식 소주의 출고량은 18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스키의 경우 지난해 출고량이 2만2790kL 수준으로 희석식 소주 출고량(84만4265kL)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가 훨씬 작지만 팬데믹 기간에도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집에서 다양한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중저가 위스키 소비도 늘어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즐기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팬데믹 기간에 기업들의 접대 문화가 달라지면서 유흥음식주점에서 별도로 내는 세금이 과거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음주 문화가 다양화, 고급화되면서 희석식 소주와 맥주, 막걸리 소비는 나란히 뒷걸음질 치고 위스키와 증류식 소주 판매는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8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흥음식주점의 개별소비세 신고세액은 568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룸살롱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의 유흥음식주점은 일반적인 부가가치세 이외에도 10%의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추가로 납부한다. 이에 따라 이들 유흥음식주점은 팬데믹 이전인 2018년 880억 원, 2019년에는 827억 원의 개소세를 신고한 바 있다.하지만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개소세 신고액은 2020년 382억 원, 2021년에는 15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후 엔데믹으로 2022년 신고액이 488억 원으로 늘었지만 팬데믹 영향을 거의 벗어난 지난해에도 과거보다 30% 이상 낮은 세액을 신고한 것이다.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유흥음식주점에 대한 개소세 규정 자체는 이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며 “팬데믹 기간에 기업의 접대 문화와 개인의 음주 문화가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북 지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팬데믹 기간 동안 유흥주점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골프 접대 등으로 많이 대체됐다”며 “납품과 관련한 술집 접대 비용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팬데믹을 거치면서 직장인들의 대규모 회식이 줄어들고 ‘홈술’ 등으로 음주 문화가 달라지면서 전체 술 판매량이 줄고 소비 주종은 다양해지는 현상도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지난해 수입 주류를 포함한 전체 주류 출고량은 지난해 332만2989kL로 집계됐다. 팬데믹 확산 이전인 2019년 출고량(353만1417kL)과 비교하면 5.9% 줄어든 규모다.특히, 이 기간 주요 주종의 출고량은 맥주(―7.2%), 희석식 소주(―7.8%), 탁주(―8.5%) 등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고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3대 주류의 소비가 7~8% 줄어든 것이다.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비싸서 고급 술로 분류되는 위스키의 출고량은 93.4%, 증류식 소주의 출고량은 18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스키의 경우 지난해 출고량이 2만2790kL 수준으로 희석식 소주 출고량(84만4265kL)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가 훨씬 작지만 팬데믹 기간에도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을 보인 바 있다.주류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집에서 다양한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고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중저가 위스키 소비도 늘어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즐기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지정학적인 격변 속에 잠재 성장률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피크 코리아(Peak Korea)’의 위기감이 큰데도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는 중요한 구조 개혁에서 전혀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1일 대전 대덕구 한남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64·한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글로벌화처럼 유리한 세계 질서에 오랫동안 올라타 있었던 한국 경제가 유례없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극단적인 갈등과 포퓰리즘에 빠져 있는 정치가 노동·연금·교육 개혁 같은 구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면 한국은 ‘지금이 가장 잘사는 때’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15년간 등록금 묶으며 혁신 막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회장은 올 2월 제54대 한국경제학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한국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탈세계화, 미중 갈등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라며 “위기를 넘어서려는 고민의 중심에 서야 할 정치는 포퓰리즘과 극단적인 갈등에 헉헉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국 사회가 포퓰리즘에 휘둘리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15년째 지속된 대학 등록금 동결과 방만한 초중등 예산 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는 어떤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에도 없었던 15년간의 대학 등록금 동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혁신기업의 뿌리는 대학인데 우리는 이런 대학의 손발을 묶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교육 예산에서도 초중고교의 예산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를 같이 짚었다. 김 회장은 “‘반값 등록금’처럼 포퓰리즘적인 구호와 교육 예산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55조9000억 원 규모인 교육교부금이 20년 뒤에는 113조9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내국세의 20.79% 등으로 조성해 초중고교 교육에 쓰는 교육교부금이 학령인구 급감에도 오히려 늘어나는데 정치적인 문제로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직선제 교육감들이 자신의 득표율이 더 높은 지역에 더 많은 목적사업비를 지출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날 김 회장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논란 중심에 놓여 있는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폐기하지 않고 실제로 추진하는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국민이 어려우니 돈을 풀면 된다’는 것은 너무 단기적이고 나이브한 생각”이라며 “과도한 재정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오고, 그 피해가 결국 취약계층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돼야 내수 부진-저출산 문제 해결” 지난 국회에서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중단된 연금 개혁과 관련해 김 회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구조 개혁을 포함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으로는 연금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KDI가 제시한 것처럼 연금을 신연금과 구연금으로 분리하고 신연금은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는 완전적립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개혁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호조를 보여도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 한국의 고질적인 수출-내수 불균형에 대해서는 가계의 자산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문제를 짚었다. 부동산 투자와 전세 대출 때문에 가계 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내수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빚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데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캐피털 게인’(자본이득)을 위해 대출을 내고 이자를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가격 안정이 내수 활성화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청년들의 대출 이자를 깎아주면서 집을 사도록 하는 대신에 민간의 힘을 활용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배당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주가 내야 하는 배당소득세도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20%를 할증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상속세 개편도 공식화했다. 3일 정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정부는 혁신 생태계 강화를 통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겠다며 ‘자본시장 선진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 환원을 기존보다 늘리면 5% 초과분의 5%를 법인세에서 세액 공제하고 주주의 배당소득은 기존보다 낮은 세율로 분리 과세하면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이 주주 환원을 최근 3년 평균보다 5% 이상 늘릴 경우에 밸류업 기업으로 보고 이 같은 법인세 및 배당소득세 감면 혜택을 줄 계획이다. 또 정부는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속세 제도도 큰 폭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최대주주는 보유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그 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면서 기업들이 과도한 세 부담을 호소해 왔는데 이 같은 할증 평가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밸류업 기업’ 등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의 대상과 한도도 크게 넓히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개편은 모두 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팬데믹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5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 종합대책도 공개했다.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등 14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10조 원 이상의 새출발기금 확대 방안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전기료 지원 확대와 배달 수수료 및 임차료 부담 경감, 점포 철거비 지원 확대 방안도 담겼다. 윤 대통령은 “포퓰리즘적 현금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소상공인에게 맞춤형으로 충분한 지원을 펼치고 구조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당 늘리면 법인세 감면… 최대 주주 상속할증 폐지[하반기 경제정책방향]기업 밸류업-역동경제 로드맵주주 배당소득세 부담 낮추기로… 1200만원 배당 때 10만원 줄어野 “부자 감세” 반발 법개정 미지수… 신정-현충일 대체휴일 추가도 추진정부가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주가 내는 배당소득세도 감면해 주기로 한 것은 고질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방안이 실현되면 기업이 배당을 종전보다 20% 늘리면서 1200만 원을 배당받게 된 주주의 배당소득세는 168만 원에서 158만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받을 때 20%의 할증 세율이 폐지되는 등 가업상속 부담도 줄어든다. 다만 이를 위한 실제 세법 개정은 국회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의 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 증가분의 5%만큼 법인세 깎아준다 정부는 3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주주 환원 증가 금액에 대해 5%의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예컨대, 직전 3년 동안 연평균 1000억 원을 배당하던 A사가 배당을 1200억 원으로 늘릴 경우 7억5000만 원의 법인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늘어난 배당 200억 원 가운데 기존 평균 배당액 1000억 원의 5%(50억 원)를 초과하는 150억 원에 대해 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금부터 주주 환원을 더 많이 하는 기업들에 법인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의 행동을 바꾸는 방향의 세제 설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처럼 배당을 늘린 회사로부터 배당받는 주주의 배당소득세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올해 A사의 한 주주가 1000만 원의 배당을 받았는데 A사가 내년도 배당액을 늘리면서 1200만 원을 받게 될 경우 증액분인 200만 원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율을 기존의 14%가 아니라 9%로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이 주주의 내년도 배당소득세는 기존의 168만 원에서 158만 원으로 10만 원 낮아지게 된다. 또 배당소득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인 2000만 원을 넘는 경우에도 증액분에 대해 최저 9%, 최대 25%까지의 세율만 적용받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A사로부터 올해 2000만 원의 배당을 받은 주주가 내년에 2400만 원을 받는 경우에도 배당소득세가 336만 원에서 316만 원으로 작아진다.● “법률 개정 필수… 야당 손에 달려 있어” 이날 정부는 기업의 상속을 돕기 위해 마련된 가업상속공제의 범위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중소기업과 연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만 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전체 중소·중견기업으로 대상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공제 한도 역시 최대 60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혜택은 주주 환원율이 같은 업종 평균보다 120% 이상인 밸류업 기업과 투자 또는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이 큰 스케일업 기업,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한 기업 등에 주어진다. 또 정부는 20%의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을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내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이지만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는 이 세율에 20%를 할증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60%의 최고 세율이 적용돼 왔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들을 이달 말 세법 개정안에 담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 환원 증가분에 대한 법인세 및 배당소득세 감면과 가업상속공제 확대,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폐지 모두 법률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폐지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대표적인 ‘부자 감세’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주주 환원 확대에 따른 법인세 및 배당소득세 감면의 경우 그 폭이 크지 않은 데다 3년 한시 조치로 설계돼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피 먼데이’ 도입 검토 한편 정부는 특정 공휴일을 ‘날짜’ 대신 ‘요일’로 지정하고 신정(1월 1일) 등을 대체공휴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주말과 붙여서 쉴 수 있는 연휴를 최대화해 내수 활성화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우선 날짜 그 자체의 의미가 크지 않은 공휴일을 요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어린이날(5월 5일), 한글날(10월 9일) 등이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만약 한글날을 날짜 대신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하면 주말을 포함해 연휴를 3일 보낼 수 있게 된다. 날짜 대신 요일로 지정하는 ‘요일제 공휴일’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1971년 ‘월요일 공휴일 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일본도 2000년 ‘해피 먼데이 제도’를 통해 성인의 날을 비롯한 4개 공휴일을 월요일로 지정해 연휴를 늘렸다. 이와 함께 대체공휴일 지정 대상을 늘리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은 2013년 대체공휴일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지만 현재 신정(1월 1일)과 현충일(6월 6일)은 대체공휴일로 지정돼 있지 않다. 요일제 공휴일 도입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대체공휴일 지정은 정부가 시행령만 고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