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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수학원 대부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이른바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일부 지역에 밀집해 있다. 그중에서도 대치동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자와 표준점수 전국 수석을 동시에 배출한 대치동 학원에 지방에서 온 재수생들이 몰리면서 인근 학사(숙소)가 동났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학원은 최근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근절’ 정책의 주 타깃이기도 했는데 인기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한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재수학원 등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엔 동작구 노량진동에도 재수학원이 많았는데, 지금은 공무원 학원 등이 자리를 대부분 대체했다”며 “재수학원 시장은 대치동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지방 출신이 대치동 재수학원에 다니려면 학원과 학사 비용, 용돈을 포함해 많게는 월 500만 원 가까이 든다. 대학 한 학기 등록금에 육박하는 금액이 매달 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녀가 한두 명인 만큼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부모들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동일한 브랜드 학원이 지방에도 있고 강사의 질도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또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학부모들은 자녀를 대치동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대치동 재수학원과 학사는 강압적인 관리 시스템으로도 유명하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학교에선 교권이 추락해 학생 지도가 어렵다고 하는데 재수학원은 강압적인 방식일수록 인기”라며 “지방에서 학생을 보낸 학부모일수록 불안한 마음에 적극적으로 통제해 주는 걸 선호한다”고 했다. 재수학원 대부분에서 휴대전화는 학원에 들어가는 순간 제출해야 한다. 태블릿PC는 자습시간에 인터넷 강의(인강)를 듣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다가 걸리면 벌점이나 정학 대상이 되고, 거듭되면 제적을 당한다. 재수학원 복도에 실명을 밝히며 ‘김××. 전자기기 사용 위반. 벌점 10점’의 문구가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대치동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자녀가 집중해 공부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학부모를 위해 강의실 폐쇄회로(CC)TV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아직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나지 않았지만 대치동 학사들은 지방에서 온 학생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대치동의 한 학사 관계자는 “보통 이 시기엔 대학 합격자 발표가 나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데 학사의 70% 정도는 학생으로 채워졌고 들어오겠다는 문의도 많다”고 했다. 다른 학사 관계자는 “N수생도 있지만 방학을 활용해 학원 특강을 들으러 온 지방 고등학교 재학생도 있다”며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단속에도 대치동 학원가가 인기인 건 공교육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초등학교 교사들이 3개월만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재개하고 지난해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교 교사 사건 재조사와 늘봄학교 주무 이관을 요구했다.초등교사노동조합 소속 교사 2500명(주최 측 추산)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서이초 교사의 순직이 아직 인정되지 않았다”며 “사건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정수경 초등교사노조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경찰 조사 결과 서이초 교사 사건에서 학부모의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고, 사건 의혹 글을 올린 현직 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게 우리가 마주한 참담한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교사들은 또 초등학생 방과후활동·돌봄 통합 프로그램 ‘늘봄학교’를 두고도 주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은 ““교육부는 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늘봄’을 학교 업무로 끌고 왔고 교육청은 인력이 없다며 교사에게 업무를 시키고 있다”며 “교사에게 돌봄이 아닌 교육에 집중할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교육부는 오후 8시까지 학생을 돌보는 늘봄학교를 1학기 초교 2000여 곳에서 운영하고 2학기에 모든 초교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상 학년은 올해 1학년에서 내년 2학년까지로 확대된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한국수학교육학회가 주최하고, 한국수학교육평가원이 주관한 제47회 한국수학경시대회(KMC) 시상식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 대회의 개인 부문 대상은 강인성 군(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1학년) 외 8명이, 단체 부문 최우수학교상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외 12개교가 받았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개인 부문 대상 ▽고등부 강인성(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1학년) 차윤서(경기 일산대진고 2학년) ▽중등부 이하음(경기 용인 이현중 1학년) 양채민(경기 수원 다산중 2학년) 김윤규(경기 성남 샛별중 3학년) ▽초등부 조윤호(서울 대도초 3학년) 김백현(경남 창원 대야초 4학년) 김서율(대전 배울초 5학년) 김정연(경기 용인 수지초 6학년) ◇단체 부문 ▽고등학교 최우수상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대구과학고 ▽중학교 최우수상 △경기 수원다산중 △광주 호남삼육중 ▽초등학교 최우수상 △서울 대도초 △경기 성남정자초 △대전 한밭초 △광주 삼육초 △대구 경동초 △부산 남성초 △부산 동성초 △부산 센텀초 △제주 한라초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소셜벤처 기업은 2022년 기준 2448곳으로 전년 대비 264곳(12.1%) 증가했다. 소셜벤처 창업이 늘면서 새내기 창업자들에게 마케팅, 중장기 전략 등을 조언하는 컨설팅 수요도 늘고 있다. 체계적으로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며 소셜벤처 창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SK가 설립한 구매 서비스 기업 행복나래는 올해 ‘소셜벤처 스케일업(Scale-up) 파트너, SE컨설턴트’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 행복나래가 운영 중인 ‘SE컨설턴트’는 SK그룹 임원 출신 컨설턴트와 소셜벤처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매칭해 기업 경영을 자문해주는 프로그램이다. SE컨설턴트는 2020년 출범 후 컨설턴트 30명이 소셜벤처 기업 26곳의 경영을 자문했다. 총 자문 시간은 4375시간에 달한다. 통계 분석 전문 사회적기업 ‘히든그레이스’도 2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마케팅 및 실적 관리 등과 관련된 체계적 자문을 받았다. 컨설팅 전과 비교할 때 매출액은 약 200% 늘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됐다. 김성은 히든그레이스 대표는 “대기업 임원 출신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대기업에서 하는 전략기획 과정을 똑같이 해볼 수 있었다”며 “사업을 숫자로 분석하는 눈을 갖게 됐다. 고군분투하는 소셜벤처 기업 대표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컨설턴트인 김정호 위원은 “소셜벤처 대표들은 너무 바쁘다 보니 체계적으로 기업 전략을 세울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SK그룹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임원들이 멘토단을 꾸려 소셜벤처 성장을 위해 적극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 SE컨설턴트 사업 참여 기업은 다음 달 13일 오후 12시까지 모집한다. 신청 대상은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소셜벤처 기업의 CEO이며, 자세한 내용은 행복나래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수업 중 디지털 기기를 오래 사용하는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 학생은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디지털 기기로 인한 성적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보급할 방침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스마트폰 중독’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수업 때도 장시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경우 학습능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 기기 1시간 쓰면 수학 3점 하락 23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2023 디지털교육백서’를 통해 수업 중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과 수학 점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 백서는 2022년 진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를 추가로 분석한 것이다. 백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하루 평균 2.2시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평균(2시간)보다 12분 더 길다. 그런데 수업 중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길수록 수학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수록 수학 성취도 점수가 3점씩 떨어졌다. OECD 회원국의 평균 하락폭(2점)보다 더 컸다. KERIS 측은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수업 중 디지털 기기의 알람을 끈다’고 답한 한국 학생은 그러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점수가 27점 높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게 교육의 궁극적 목표인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기기나 프로그램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며 “이 경우 학생의 사고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내년 초중고교 디지털 교과서 도입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화형 AI를 활용해 맞춤형 코칭 등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경우 교과서가 종이책 형태에서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로 대체되기 때문에 해당 학년 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 일선 학교에선 교사들이 아직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8월 전국 초중고교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을 대상으로 AI 기반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활용해 본 교사는 38.1%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부분은 간단하게 사용해 본 게 전부였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3.9%뿐이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수업 중 디지털 기기를 오래 사용하는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 학생은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디지털 기기로 인한 성적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보급할 방침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스마트폰 중독’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수업 때도 장시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경우 학습능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 기기 1시간 쓰면 수학 3점 하락23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2023 디지털교육백서’를 통해 수업 중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과 수학 점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 백서는 2022년 진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를 추가로 분석한 것이다.백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하루 평균 2.2시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평균(2시간)보다 12분 더 길다. 그런데 수업 중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길수록 수학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수록 수학 점수가 800점 만점에 3점씩 떨어졌다. OECD 회원국의 평균 하락폭(2점)보다 더 컸다. KERIS 측은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또 ‘수업 중 디지털 기기의 알람을 끈다’고 답한 한국 학생은 그러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점수가 27점 높았다. ‘밤에 잠을 잘 때 알람을 끈다’고 답한 학생들도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점수가 16점 높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게 교육의 궁극적 목표인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기기나 프로그램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며 “이 경우 학생의 사고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내년 초중고교 디지털 교과서 도입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디지털 디지털 AI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화형 AI를 활용해 맞춤형 코칭 등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경우 교과서가 종이책 형태에서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로 대체되기 때문에 해당 학년 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일선 학교에선 교사들이 아직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8월 전국 초중고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을 대상으로 AI 기반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활용해 본 교사는 38.1%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부분은 간단하게 사용해 본 게 전부였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3.9%뿐이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부모 육아휴직 최초 도입한 스웨덴 1974년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부모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부모가 자녀 1명당 육아휴직을 최대 48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90일은 남성만 사용할 수 있다. 스웨덴 인구는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7배에 달한다. 육아휴직 기간엔 급여의 78%를 받는다. ‘복지국가’ 스웨덴이 저출산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현지에서 살펴봤다.》 “아이를 키우니 집이 좀 지저분해도 이해해 주세요.” 8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다가구주택. 다큐멘터리 제작자 테오도르 훌트베리 씨(35)는 설거지를 하다 말고 기자를 맞았다. 또 앉을 자리를 안내하며 거실에 널린 장난감을 급하게 치웠다. 그는 10년째 여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디자이너인 여자친구는 2022년 7월 딸을 낳았고 출산휴가를 마친 후 지난해 6월 직장에 복귀했다. 법적으로 비혼 상태인 훌트베리 씨는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지난해 6월부터 여자친구 대신 아이를 키우고 있다. 훌트베리 씨는 “육아휴직을 쓰고 집에서 딸을 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과연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저절로 기저귀를 확인하고 식사를 준비한다. 딸과의 유대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훌트베리 씨처럼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라테 파파(latte papa)’라고 부른다.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미는 아빠’를 뜻하는데 스웨덴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빠도 ‘최소 90일’ 육아휴직 사용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고 남녀 모두 6개월씩 쉴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은 많지 않았다. 회사에서 경력을 관리하고 사회 활동을 하는 게 육아휴직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남성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활발해진 건 스웨덴이 1995년 ‘아빠할당제(파파쿼터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이 제도는 부부 합산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을 정하되 이 중 일정 기간은 특정 성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스웨덴은 처음에는 육아휴직은 여성만 사용한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남성이 적어도 1개월은 육아휴직을 쓰도록 했다.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육아휴직을 도입하는 것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별개”라며 “스웨덴은 1980년대에 이미 육아에서 남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고 위원회도 만들어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 바탕에서 파파쿼터제를 도입하면서 ‘최소 한 달은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자’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가 정착되면서 조금씩 할당 기간을 늘렸다. 지금은 부모가 자녀 1명당 육아휴직을 최대 48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중 남성이 반드시 최소 90일을 사용해야 한다. 스웨덴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2022년 기준으로 37만5000여 명으로 한국(5만4000여 명)의 7배에 달한다. 한국 인구가 스웨덴의 5배라는 걸 감안하면 인구당 육아휴직 남성 수는 35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육아휴직 때 급여 78% 보전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이는 것에는 육아휴직 급여 수준도 중요하다. 소득이 크게 줄지 않아야 휴직을 망설임 없이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기간 480일 중 390일에 대해 정부가 육아휴직 급여로 기존 급여의 77.6%를 준다. 이후 90일 동안은 하루 약 180크로나(약 2만3000원)의 급여가 지급된다. 스웨덴 회사 중에는 자체적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주는 곳도 적지 않다. 미디어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닐스 불프 씨(35)의 경우 정부가 ‘통합사회보험기금’에서 지원한 금액 외에도 회사에서 사규에 따라 10%를 추가로 지급했다. 불프 씨는 “스웨덴 구직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기업들의 육아휴직 보전금 액수”라며 “저는 급여의 90%를 보전받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거의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또 스웨덴의 경우 구직자나 자영업자, 학생 등에게도 일정 기준에 따라 육아휴직 급여를 주고 있다. 반면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 소득보전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44.6%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육아휴직 소득보전 제도를 운영하는 27개국 중 17번째로 하위권이었다. 육아휴직 활성화를 통해 스웨덴은 합계출산율을 1999년 1.50명에서 2010년 1.98명까지 올렸다. 최근 다소 하락해 2022년의 경우 1.52명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한국(0.78명)의 2배가량이다.● 여성 인력 적극 활용하는 ‘시간제 일자리’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대체인력 시장도 활성화돼 있다. 쉽게 대체인력을 뽑을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도 육아휴직이 큰 문제가 아니다. 훌트베리 씨는 “장기간 자리를 비우더라도 원 직장에 복귀할 때 아무 문제가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스웨덴은 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기혼 여성들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도 활성화했다. 시간제 일자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지만 승진과 보상, 임금, 연금, 휴가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 정규직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전일제 근무로 바꿀 수 있다. 스웨덴 SE은행은 직원의 약 14%가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다. 니클라스 뢰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가족재정실 대변인은 “시간제 일자리 등 대체인력 시장도 활발한 편이고 고용 환경도 유연해 기업도 육아휴직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스톡홀름=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총선을 83일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저출산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에 더해 아빠 출산휴가를 의무화하겠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3자녀를 낳는 부부에게 1억 원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했다. 인구소멸 위기 앞에 저출산 의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여야가 정책역량을 집중했지만, 여당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지 실효성이 의문”, 야당에는 “재원 마련 계획 없는 28조 원 투입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강남구의 한 스타트업 업체에서 공약 발표식을 열고 “부총리급의 인구부를 신설해 흩어져 있는 인구 관련 정책을 통합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여기에 흡수된다. 특히 아빠에게도 1개월 유급 출산휴가를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은 기존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리고, 연 5일 유급 초등 3학년 이하 자녀돌봄휴가를 신설하기로 했다. 총 소요 재정은 연 3조 원으로 추산했다. 기존 정책 강화에 집중한 것이지만, 지금의 정책들은 주로 공무원과 대기업 직장인 위주로 활용되고 있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국회 저출산 종합대책 발표 행사에서 “결혼, 출산, 양육 등 과정에서 모든 신혼부부의 기초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거대책으로 자녀가 2명인 가구에는 24평, 3명인 가구에는 33평의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 원을 10년 만기로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는 ‘결혼·출산지원금’ 제도도 공약했다. 민주당은 해당 공약을 이행하는 데 매년 28조 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지만 재원 마련 방법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與 “육아휴직 급여 210만원”… “中企엔 적용 쉽지않아” 지적 국힘, 육아휴직때 동료에 ‘업무대행 수당’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엔 법인세 감면 국민의힘이 18일 내놓은 저출산 대책인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은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를 ‘아이맞이 아빠휴가’로 개명해 현행 10일에서 1개월로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현재 150만 원에서 최저임금 수준인 210만 원으로 60만 원 인상하는 등 육아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마음 놓고 한 달 휴가를 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3조 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마련 방안도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고용보험기금과 조세수입 일부 등을 이용해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스타트업에 빨간색 조끼와 빨간색 장갑을 착용한 택배기사 복장으로 저출산 공약이 담긴 ‘국민택배’ 상자를 든 채 등장했다. 한 위원장은 “저출생 문제는 부부간 육아부담 격차,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와 관련 있다”며 “격차 해소는 저출생 문제 해결과 동행사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저출산 공약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선 “좋은 걸 다 모아서 1년에 28조 원 재원이 어디서 나오는지 상관없다는 식의 정책을 제공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남성 출산휴가 기간을 늘린 것은 선진국에 비해 유급 출산휴가 사용이 적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100명당 유급 출산휴가 사용자는 2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60명의 절반에 못 미친다. 국민의힘은 신청만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육아휴직 기간에는 육아휴직 급여의 75%만 받고 나머지는 복직 후 6개월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사후지급금 제도는 즉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복직 후 바로 퇴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휴직 기간 소득을 낮춰 저소득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에는 법인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또 육아휴직 시 외국인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를 늘려 주겠다고 밝혔다.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업무가 가중되는 동료에게 주는 ‘육아 동료수당’을 신설한다. 하지만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도 육아휴직은 대기업 정규직만 주로 사용하는 상황”이라며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직원도 당연하게 쉴 수 있도록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무제라고는 하지만 결국 근로자 본인이 신청해야 하는데 대체인력이 마땅치 않은 중소기업 직원들이 ‘한 달 쉬겠다’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자영업자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란 개념 자체가 애매해 현실적으로 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野 “2자녀땐 24평 공공임대”… “年28조로 가능” 현실성 논란민주, 8~17세에 월 20만원 아동수당고교 졸업때까지 월 10만원 펀드 지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발표한 ‘세 자녀 출산 시 1억 원 대출금 탕감’ 등 저출산 종합대책은 소득, 재산과 상관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현금을 지원해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고소득층 부부와 저소득층 부부를 똑같이 지원하는 게 형평성에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저출산 대책 소요 예산으로 한 해 28조 원을 제시한 것을 두고도 전문가들은 “해당 예산으론 어림없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저출산 대책에는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2자녀 출산 시 24평, 3자녀 출산 시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임대주택들은 약 10년간의 임대 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분양된다. 또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 원을 대출해주는데, 한 명을 낳으면 바로 무이자로 전환되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 50%,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감면해준다. 재산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 고소득 가정까지 일괄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많은 세금을 내는 사람을 제외한다는 건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와 출산 시(0세)부터 고교 졸업 시(18세)까지 매월 10만 원씩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해주고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찾을 수 있게 하는 공약도 포함됐다. 해당 지원금은 증여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펀드 수익 전액에도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민주당은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확대(본인 부담금 현행 최대 85%에서 20% 이하로 축소), 미혼모·부 및 비혼 출산 가정 아이돌봄 무상 바우처 지원 등도 대책으로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연간 2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현재 정부의 한 해 저출생 대책 예산 규모인 20조∼30조 원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 예산 중 70% 이상이 주거 지원 예산이며 실제 양육·돌봄지원 사업의 예산은 2022년 기준 13조2000억 원에 불과했다. 결국 민주당 공약을 실제 추진하려면 현재 신혼부부 및 청년층 대상 주거지원 예산을 대폭 축소하거나 보육시설 개선 등 기존 저출산 정책 예산 상당 부분을 삭감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아이 키우기 어려운 사회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현금성 지원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을 지적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아동 수당 월 20만 원은 ‘아이 학원비’ 정도로 인식될 뿐 출산 유인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자녀 가구에 제공한다는 공공임대 주택 입지에 대해 “교통 요지 등에 주택을 공급하는 건 쉽지 않다”며 “부산 광주 등 지방 대도시 인근에 짓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獨 출산율 ‘1.25→1.46’ 비결유럽연합(EU)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독일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저출산 만성화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취임 직후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폈고, 동시에 출산·보육 지원을 강화하며 1995년 1.25명이던 합계출산율을 2022년 1.46명으로 끌어올렸다. 인구 9000만 명 시대를 준비하는 독일이 저출산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현지에서 살펴봤다.》9일(현지 시간) 오후 4시 독일 헤센주 오펜바흐 소재 공립 유치원 ‘에코 키타 5’. 함께 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사이로 독일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가 들렸다. 직원 솔라노 오르테가 씨(31)는 “오펜바흐는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라 독일 출신 어린이뿐 아니라 아시아와 동유럽, 아랍 출신 어린이가 섞여 있다”며 “3∼6세반 원생 25명 중 23명은 이주민 자녀”라고 설명했다. 이 유치원은 이주민 자녀가 독일어를 배울 수 있도록 언어 교육 전문가를 배치해 놓고 있다. 오르테가 씨는 “아동 심리상담 등을 포함한 모든 과정은 이주민 자녀에게도 무료로 진행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에서 인구 1위를 유지하는 독일은 이민 문턱을 낮추며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1995년 1.25명으로 한국(1.63명)의 80%에도 못 미쳤지만, 2022년에는 1.46명으로 20% 가까이 오르며 한국(0.78명)의 2배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2022년 독일 인구 4명 중 1명이 외국인이거나 이주민 출신인데 이들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88명에 달한다.● 2005년 이민법 개정하며 문턱 낮춰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성장을 일궈냈지만 1970년대부터 저출산 심화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 튀르키예나 한국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였지만 이들을 사회로 흡수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구는 8000만 명 문턱을 넘지 못했고 1990년 통일 이후 동독 지역 미혼 여성이 서독 지역으로 대거 유출되며 동독 지역 출산율이 0.77명까지 떨어졌다. 결국 2005년 취임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산업계의 이민 요구를 받아들여 적극적 이민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게르만 혈통주의’를 내세우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국가는 항상 성공적 이민으로부터 경제적, 사회적으로 혜택을 얻는다”며 꾸준히 설득했다. 2005년 제정된 이민법은 독일의 이민 문턱을 대폭 낮추는 내용이었다. 이민청을 만들었고 직종에 관계 없이 이민 문호를 개방했다. 이주민과 그 자녀에게도 독일 출신과 같은 복지 혜택을 부여했으며, 직업교육 등 이주민 정착 정책도 마련했다. 안드레아스 에델 막스플랑크인구연구소 연구원은 “이주민들이 예전 국가에서 취득한 자격증과 학위를 인정해주며 노동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민법 제정 후 이민 문턱을 낮추는 정책이 꾸준히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독일 인구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22년 8435만 명이 됐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해 12월 ‘시민과의 대화’에서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 인구는 조만간 9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민자 가정 아이에게도 무상 보육 독일 정부는 이민법 제정 전후인 2004∼2007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 및 보육 지원 강화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이 같은 혜택은 이주민 자녀에게도 동일하게 부여됐다. 공립유치원에서 이주민 자녀의 독일어 습득을 위해 언어교육을 지원하는 비용만 연간 약 1억 유로(약 1450억 원)에 달한다. 최근 내놓은 육아 지원 대책에도 이주민 자녀 관련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독일 정부는 직장인 자녀를 위해 오후 4∼5시까지 돌보는 공립 유치원 약 3만5000곳에 대한 시설 개설 등의 지원을 위해 2년 동안 40억 유로(약 5조82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이주민 가정 자녀를 위한 지원금 3억1200만 유로(약 4520억 원)도 포함돼 있다. 또 한국의 초등학교 고학년생∼중학생에 해당하는 5∼10학년 학생들이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오후 4, 5시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전일제 학교’에도 4년간 약 35억 유로(약 5조 원)가 투입되는데 여기에도 이주민 가정에 대한 프로그램이 비중 있게 포함됐다. 에델 연구원은 “독일어 교육 등 이주민 자녀 교육 역시 이들이 향후 노동시장 진출을 통해 국가경쟁력에 도움을 주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이주민 자녀 대상 언어 교육 강화에 예산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獨 기업들도 ‘일-가정 양립’ 지원 독일 기업들은 유치원, 탁아소 등 사내 시설 확충을 통해 기혼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며 정부 정책을 뒷받침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엘은 연간 600만 유로(약 86억 원)를 들여 사내 유치원을 운영 중이다. 10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레버쿠젠에서 만난 바이엘 가족정책 담당자 미리암 브롬바흐 씨(53)는 “사내 유치원은 공연 시설과 인공암벽 등반장 등을 갖춰 직원 선호도가 높다”며 “일-육아 병행 지원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판단에 따라 바이엘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사내에선 자녀가 아프거나 할 때 임원 회의에도 쉽게 불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도 했다.오펜바흐·레버쿠젠=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독일 출산율 반등에는 이민 문턱이 낮아지면서 유입된 가족 단위 이주민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독일 내무부 산하 연방인구연구소(BiB) 마르틴 부야르트 부국장(사진)은 3일(현지 시간) 헤센주 비스바덴 BiB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도 출산율을 올리려면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2022년 신생아 74만 명 중 25.9%가 외국인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다. 부야르트 부국장은 이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직장 내 분위기 변화’를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독일 기업은 직원이 대여섯 명뿐이라도 육아휴직을 당연한 권리로 보장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업무 공백이 생길 경우 이를 보완해 주는 정부의 금융지원제도 등이 잘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역시 2000년대 초반까지는 ‘워킹맘’들이 일하기 편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 부야르트 부국장은 “정부에서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출산 후 복직한 경우 회사와 재택근무를 4시간씩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기업들은 회사 근무를 8시간 안 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자리를 보장해 주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공급했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아이를 시설에 맡기고 직장에 출근하는 건 좋은 엄마가 아니다’라는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부야르트 부국장은 “결국 여성이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남성과 함께 키우는 것이란 인식 변화가 필요했다”며 “남성의 육아휴직을 늘리고 미디어들도 남성 육아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 여성의 경력 단절 요인을 없애기 위해 유급육아휴직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대신 남성이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을 늘려 부부가 함께 최대 14개월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08년 21.2%에 그쳤던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0년 43.7%로 늘었다. 부야르트 부국장은 “대표나 임원 등 핵심 직책을 맡은 사람들이 먼저 육아휴직을 쓰면서 모범을 보이는 게 직장 문화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며 “여성들이 육아를 선택하면서도 직장 경력에서 손해를 보지 않게 되면서 고학력 직장 여성들의 출산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17일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업체가 45.6%에 달했다. 절반 가까운 기업에서 육아휴직 사용 기간만큼 승진이 늦어진다는 뜻이다. 비스바덴=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학교 내 중증·난치성(1형) 당뇨 환자의 치료 사각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10년째 제자리다. 보건교사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약물 목록에 혈당 조절(인슐린) 주사를 포함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혹시 모를 법적 책임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논쟁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국회엔 ‘보건교사가 인슐린 투약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됐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가 19대 국회 폐원과 함께 폐기됐다. 2017년 3월 국회가 재차 관련법 발의를 위해 유권해석을 요청했을 땐 보건복지부가 “보건교사가 인슐린을 투약할 수 있다”는 답변을 냈다. 하지만 의료행위를 ‘의료기관 내’로 정한 의료법과 상충된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2021년 10월엔 ‘소아당뇨 관리 지원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이번엔 복지부가 반대했다. 당뇨병은 심뇌혈관질환법의 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소아 등만을 대상으로 새 법을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였다.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환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말 3111명이던 전국 초중고 소아당뇨 환자는 2023년 4월 3855명으로 1년 4개월 만에 23.9% 늘었다.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장기 부전까지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인 산증을 겪은 환자만 2022년 한 해 733명이었다. 환자 관리를 위한 지침조차 불명확해 보건교사의 혼란도 크다. 2019년 교육부가 배포한 소아당뇨 학생 관리 지침에는 인슐린 주사 투여에 관한 내용은 없고, “(환자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의 지지자 역할을 하라” 등 원론적인 내용만 들어 있다. 충남 홍성군에서 보건교사로 재직하는 손모 씨는 “지침이 불명확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일부 교사는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 주기도 하지만, 늘 문제가 생기면 어떡할지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건교사에게 인슐린 주사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주되,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두식 변호사는 “명백한 입법 공백”이라며 “보건교사에게 권한을 주고 투약 기록도 명확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소아당뇨 환자 단체와 현장 의료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19일 개최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원격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서울 공립 고등학교가 내년 3월 문을 연다.15일 서울시교육청은 가칭 ‘서울 통합온라인 학교’ 개교 계획을 밝혔다. 시교육청은 “내년 3월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수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야 하는데 학교마다 인적·물적 제약 때문에 개설할 수 있는 과목에 한계가 있다. 이를 감안해 듣고 싶은데 못 듣는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온라인 학교에선 ‘웹툰과 영화’ 같은 교과 외 과목도 수강할 수 있는데, 이 역시 학점으로 인정된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시험은 직접 학교에 가서 봐야 한다. 온라인 학교는 다음 달 폐교하는 서울 성동구 덕수고 부지에 지어진다. 온라인 전용 강의실 30개, 온오프라인 겸용 교실 10개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공립 온라인 학교는 지난해 대구, 인천, 광주, 경남 등 4곳에서 문을 열었다. 올해는 대전, 경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제주 등 7곳에 추가로 개교한다. 내년에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17개 모든 시도에서 운영된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결빙의 어려움으로 얼음낚시 행사를 취소합니다.” 최근 강원 인제군은 홈페이지에 지난해 12월 19일부터 개최하려던 ‘2024년 인제빙어축제’를 취소한다며 이렇게 공지했다.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 탓에 빙어호가 제대로 얼지 않아 얼음낚시 행사를 열기 어려워진 탓이었다. 인제군은 “올 7월 이후에 캠핑과 물을 주제로 한 여름축제를 열어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이상 기후가 잦아지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얼음을 활용한 겨울철 지역 축제를 잇달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평창군은 지난해 12월 22일 열릴 예정이던 ‘평창 송어축제’를 한 주 미뤄야 했다. 축제장인 진부면 오대천의 얼음 두께가 최소 20cm 이상 돼야 안전하지만 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평창군은 22일 이후 얼음이 두꺼워지면서 현재는 얼음낚시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음을 활용한 야외 주요 프로그램을 실내 체험 행사로 대체한 축제도 있다. 지난해 12월 9일 경기 양평군에서 개막한 ‘양평 빙송어축제’는 주요 프로그램인 얼음낚시·눈썰매 체험을 취소하고 빙어뜨기와 송어잡기, 먹거리 행사 등을 진행 중이다. 강원 홍천군에서 열리는 ‘홍천강 꽁꽁축제’도 개막일인 이달 5일까지 얼음이 충분히 얼지 않으면 얼음낚시 대신 부교 위 또는 강가에서 하는 낚시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화천군도 6일 산천어축제 개막을 앞두고 날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는 축제장인 화천천의 얼음 두께가 22cm로 개최에는 무리가 없지만 기온이 오르거나 비가 내리면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가 잦아지면서 기온의 변동성이 심해져 지자체들이 겨울 축제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2, 3년마다 겨울축제를 못 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얼음낚시는 영하의 기온이 2주 이상은 지속돼야 할 수 있는데, 이런 행사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강원 지역의 겨울 날씨는 최근 들어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12월의 경우 같은 해 11월 대비 기온 하강 폭이 12.1도로 49년 만에 가장 컸고, 지난해 2월과 비교해도 4.7도 차로 관측 이래 가장 컸다. 기상청은 이달 평균기온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을 80%로 예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30인 미만 영세 기업은 내년에도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를 인정받아 최대 주 60시간까지 근로자가 일할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5∼29인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1년 연장한다”고 29일 밝혔다.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한 영세 기업이 무더기로 처벌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영세 기업들은 “구인난과 경기 둔화로 주 52시간제 시행이 여전히 어렵다”며 계도기간 연장을 요구해 왔다. 주 52시간제는 2018년 도입됐는데 당시 영세 사업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1주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 근로자들은 법정 근로시간(40시간), 연장근로(주 12시간), 추가 연장근로(주 8시간)를 더해 주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다. 추가 연장근로제는 지난해 말 일몰됐지만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도기간을 부여하며 “근로시간 관련 감독을 안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변인은 “고용부는 지난해 ‘한시적 계도기간’이라고 해 놓고 올해 또 기습적으로 추가 유예를 발표했다”며 반발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30인 미만 영세 기업은 내년에도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를 인정받아 최대 주 60시간까지 근로자가 일할 수 있게 된다.고용노동부는 “5~29인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1년 연장한다”고 29일 밝혔다.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한 영세 기업이 무더기로 처벌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영세 기업들은 “구인난과 경기 둔화로 주 52시간제 시행이 여전히 어렵다”며 계도기간 연장을 요구해 왔다.주 52시간제는 2018년 도입됐는데 당시 영세 사업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1주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 근로자들은 법정 근로시간(40시간), 연장근로(주 12시간), 추가 연장근로(주 8시간)을 더해 주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다.추가 연장근로제는 지난해 말 일몰됐지만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도기간을 부여하며 “근로시간 관련 감독을 안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변인은 “고용부는 지난해 ‘한시적 계도기간’이라고 해 놓고 기습적으로 추가 유예를 발표했다”며 반발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지난해 전국에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장 좋은 지역은 서울로 나타났다. 이어 부산, 세종 등이 상위권을, 강원 전북 경북 등이 하위권을 기록했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전국 17개 시도의 일과 생활 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2022년 기준 지역별 일-생활 균형 지수’를 발표했다. 근로시간, 여가시간, 육아휴직 등 제도 활용, 지자체 관심도 등 4개 영역을 토대로 산출한 일-생활 균형 지수의 전국 평균 점수는 58.7점으로 2021년(54.7점)에 비해 4점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4.8점으로 ‘워라밸’이 좋은 지역 1위를 차지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 사업장 비율, 총 근로시간 및 유연근무 도입 등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어 부산(63.7점), 세종(62.2점), 충북(60.8점), 대구(60.6점) 순이었다. 반면 강원은 50.9점을 기록해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강원은 총 근로시간, 휴가기간 등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54.8점), 경북(55.6점), 광주(55.8점), 제주(56.2점)가 ‘워라밸’ 하위권 지역으로 분류됐다. 고용부는 “서울 부산 등 지역은 금융, 정보기술(IT) 등 유연 근무가 활성화된 업종이 많은 반면, 강원 전북 등 지역은 근로시간이 긴 1차 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지역별 업종 분포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우측 안와골절, 코뼈와 위턱뼈, 두개골, 요골, 견갑골 모두 골절입니다.” 전북 군산시에 거주하는 고명석 씨(62)는 올해 8월 건설현장에서 지붕 천막 작업 도중 10m 아래로 추락해 얼굴부터 척추까지 신체 10곳에 골절상을 입었다. 고 씨는 사고 이후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마치고 현재 대전에 있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 재활전문병원(대전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재활은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거리’였다. 고 씨는 “차로 왕복 4시간 이상 이동해야 대전병원을 다닐 수 있다”며 “집에서 가까운 곳에는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을 만한 병원이 없다”고 말했다. 고 씨뿐만이 아니다. 지역별 산재 치료 격차로 인해 재활 및 업무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고 노동계는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1년 산재 피해자는 12만2713명으로, 이 중 208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각각 13만348명, 2223명으로 증가했다. 산재로 장애 판정까지 받은 근로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7만8714명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산재보험을 통한 치료비 지원, 재활을 돕는 산재전문병원 등으로 피해자를 돕고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재활전문병원은 전국에 총 10곳에 불과하다. 경기, 강원, 대전, 경남, 대구, 전남 외 전국 11개 시도에는 공단 산재전문병원이 한 곳도 없다. 취재팀이 19일 방문한 공단 산재병원에는 왕복 4∼6시간 거리를 통원하며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았다. 충남 보령시에 사는 박종길 씨(49)는 5월 인테리어 작업 중 낙상으로 무릎 연골이 파열됐다. 현재 대전병원에 입원해 재활 중이지만 내년 1월 입원이 종료된다. 박 씨는 “보령에서 대전병원까지 편도로 2∼3시간이 걸린다. 통원치료를 받기는 어려워 재활을 제대로 한 후 다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산재 피해자 543명 중 대전 외 지역에서 온 환자는 200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현장 작업 도중 중족골 골절을 입은 군산 시민 박진호 씨(53) 또한 전북 내 병원을 전전하다가 올해 9월부터 다른 지역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전북에 안 가본 병원이 없이 다녀봤지만 재활치료 시스템이 너무 낙후됐다”며 “산재병원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면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부상이 만성화된다”고 말했다. 정부 산재전문병원은 민간병원보다 저렴한 비용에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산재 환자는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들 병원은 직장 복귀 프로그램까지 지원한다. 대전병원 관계자는 “산재는 한 가정의 생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재활, 직장 복귀 지원이 미비할 경우 추가로 드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며 “하지만 산재 재활치료는 수익성이 낮아 전문성을 제대로 갖춘 민간병원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산재전문병원이 설립된 전남, 경남, 강원 등은 의사와 물리치료사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인력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데다, 급여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7월 기준 의사 정원을 모두 채운 산재병원은 정선병원, 경기요양병원 단 2곳에 불과하다. 전체 산재병원 의사 충원율은 88.4%에 그쳤다.대전=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 A 씨는 최근 지점장 B 씨에게 “무슨 정신으로 사는 거냐”며 폭언을 들었다. 제시된 월 매출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다른 직원들은 B 씨에게 뺨을 맞거나 목을 졸리기도 하는 등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C 씨는 식당 주인 D 씨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고, 휴대폰으로 맞아 머리에 피가 나기도 했다. 가슴을 가격당해 갈비뼈에 금이 간 적도 있었다. 폭행 이후 사장의 압박과 회유 탓에 상해 진단서도 끊지 않았고, 그냥 스스로 넘어져 다친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폭언 제보 516건 중 직접 폭행 65건 이는 올해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제보된 직장 내 폭행 사례들이다. 10일 직장갑질 119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들어온 폭행, 폭언 이메일 제보 516건 중 직접적인 물리적 타격이 동반된 폭행 피해 사례가 총 65건(12.5%)이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직접 폭행 유형은 주먹이나 물건을 휘둘러 신체에 직접적인 물리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회의실과 사무실에서 주먹과 휴대폰으로 맞고, 심지어 상사가 휘두른 우산에 맞은 사례도 있었다. 손을 높이 들거나 물건으로 위협한 경우는 간접 폭행으로 분류했다. 직장갑질 119가 9월 4∼11일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153명(15.3%)이 직장 내에서 폭행과 폭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폭행과 폭언은 직종을 가리지 않았다. 사무직의 14.8%, 생산직의 17.2%, 서비스직의 15.2%가 직장 내에서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응답했다. ● 불이익 두려워 신고도 못 해대부분의 폭행은 사용자나 관리자, 또는 상사가 피고용인이나 직급상 하급자에게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 신고를 망설인다. 앞서 제시된 사례처럼 ‘실적이 좋지 못하면 맞을 수 있는 게 당연한’ 조직문화 탓에 상사의 폭행에 쉽게 맞설 수 없던 것이다. 폭행 및 폭언이 발생한 후에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회유 및 압박해 신고를 막고, 만약 신고 등을 통해 공론화가 이뤄졌을 시 직장 내 위계를 이용해 따돌리거나 인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설문 결과 올해 1∼11월 발생한 1121건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단 442건(39.4%)만이 신고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직장 내 불이익이 두려워 폭행을 당하고 폭언을 들어도 신고를 못 했던 것이다.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직장 내 폭행 및 폭언 가해자는 당연히 형법상 처벌 대상이다. 형법 제26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폭행으로 상해를 입힐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육체적 상처 외에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상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일터에서의 폭행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8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폭행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단순 폭행보다 직장 내 폭행의 처벌 수위가 더 높은 것이다. 그러나 직장 내 폭언 및 폭행은 여전히 여러 일터에서 자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근로감독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등 일터 내 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맞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폭행에 대한 법적 제재 및 근로감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폭행에 의한 괴롭힘 제보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꼽는다. 직장갑질 119 김하나 변호사는 “폭행에 의한 괴롭힘 제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해져 폭행을 용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가 폭행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근로기준법 8조 위반 사건이 있는지를 조사해 엄중하고 강력하게 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병원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집에서 넘어져 다쳤는데도 병원 관계자에게 사무실에서 넘어진 것으로 거짓 진술을 부탁해 산업재해로 처리했다. 결국 A 씨는 산업재해 보험금 5000만 원을 수령했다. 배달업무 종사자 B 씨는 배달 중 넘어지는 사고로 보험금 1000여만 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B 씨는 조사 결과 업무와 관계 없이 사적으로 이륜차를 음주 운전해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산재 나이롱 환자’의 산업재해 보험금 수령에 대해 지난달 1일부터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를 벌여 지금까지 117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부정수급 적발액은 약 60억3100만 원이다. 감사 결과 사적으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 중 다친 것으로 조작해 산재 승인을 받거나, 산재 요양 기간에 다른 일을 하며 타인 명의로 급여를 지급받는 등 다수의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추락에 의한 골절 등의 상병을 진단받고 척추 손상으로 두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것으로 판정받은 재해자가 알고 보니 걸어다니고, 쪼그려앉기까지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고용부는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 장해등급 재결정, 부당이득 배액 징수,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간 업무상 사고에 의한 산재 승인 신청 건수가 41%, 업무상 질병 관련 산재 승인 신청 건수는 147% 급증했다. 특히 업무상 질병 보상액은 약 2280만 원으로 일반 사고 보상액(약 1520만 원)보다 1.5배 많아 부정수급 유발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이에 ‘산재 카르텔’, ‘나이롱 환자’라는 비판이 일자 고용부는 산재보험 제도와 운영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이 외에도 고용부는 6개월 이상 입원 환자가 전체 환자의 47.6%에 달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률이 99%에 달하는 등 산재보험 제도의 구조적 병폐도 일부 확인했다. 이에 고용부는 당초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로 예정됐던 감사 기간을 한 달 연장해 이달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재보험 부정수급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현장감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근로자들이 이른 시일 내에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직업재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성탄절인 25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최대 10cm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 남부 등에는 대설 예비특보가 발표된 가운데, 서울에 눈이 내릴 경우 2015년 이후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다. 24일 기상청은 성탄절 당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많은 눈이 내리겠고, 대체로 구름이 많은 흐린 날씨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원 영동을 제외한 중부지방과 전북 북부, 경북 서부내륙에 눈이 오다 오전 중 대부분 그치겠으나 경기 남부와 충청 북부는 오후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전국이 대체로 구름이 많아 흐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예상 적설량은 경기 남부 일부 10cm 이상, 서울 인천 2∼7cm, 경기 북부와 서해5도 1∼5cm, 강원 1∼3cm, 충청 및 대전 1∼7cm다. 성탄절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8도∼0도, 낮 최고기온은 1∼7도로 평년(최저기온 영하 8도∼영상 2도, 최고기온 3∼10도)과 비슷하거나 1, 2도가량 낮겠다. 지난주와 비교해 평년 수준 기온을 회복했지만, 아침 최저기온이 여전히 영하권인 만큼 건강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보다 기온이 조금 올라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리는 곳도 있겠다. 서울을 비롯한 인천 등 중부 지역, 강원, 전북 북부, 충남, 대전, 경북 서부 지역 강수량은 1∼10mm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눈비 예보가 있는 만큼 빙판길로 인한 운전 및 보행자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