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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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11-04~2024-12-04
음악74%
문학/출판10%
칼럼7%
언론3%
문화 일반3%
인사일반3%
  • 폴란드의 선율, 겨울밤 한국인 마음 적신다

    5년마다 전 세계 피아노 음악 팬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며 한국의 피아노 음악 팬들에게는 밤을 꼬박 새우게 만드는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 그 무대의 협연 오케스트라이자 ‘쇼팽과 비에니아프스키의 나라’ 폴란드를 대표하는 악단인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6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다. 야체크 카스프시크의 뒤를 이어 2019년부터 이 악단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안제이 보레이코가 지휘봉을 든다. 13일 오후 7시 반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14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제1차 세계대전의 결실로 폴란드 공화국이 탄생하기도 전인 1901년 창단됐다. 창단 직후부터 그리그, 라흐마니노프, 라벨, 생상스 등이 지휘대에 서고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과 호로비츠,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와 하이페츠 등 당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협연에 나서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바르샤바 필하모닉 홀이 완파되고 수많은 단원이 목숨을 잃는 등 아픔의 역사도 겪었지만 폴란드의 문화적 얼굴인 쇼팽과 비에니아프스키뿐 아니라 동시대 작곡가인 루토스와프스키, 펜데레츠키 등의 작품도 독보적인 깊이로 소화하며 다시금 유럽 대표 악단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유럽 악단으로서는 독특하게 영화음악과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제작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 악단은 2004년 안토니 비트 지휘 백건우 협연으로 내한 공연을 가졌으며 2016년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의 아시아 투어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18년에는 야체크 카스프치크 지휘로 2010년 쇼팽 콩쿠르 2위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잉골프 분더와 내한한 바 있다. 2006년 당시 음악감독 안토니 비트가 지휘한 백건우 협연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전곡 등 앨범을 내놓았고 2017년 카스프치크가 지휘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비에니아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도 한국 팬들에게 친숙하다. 13일 부천아트센터 콘서트에서는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치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다. 블레하치는 2019년 김봄소리와 도이체그라모폰 레이블로 쇼팽 드뷔시 등의 듀오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하고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여는 등 긴밀한 호흡을 선보여 한국인들에게 특히 친숙한 얼굴이다. 콘서트 후반부에는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으로 불리는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이 연주된다.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에서는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1위에 오르며 5년 뒤 임윤찬까지 ‘한국 밴 클라이번 2연속 우승’의 초석을 쌓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이 악단의 상징곡과 같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후반부 프로그램은 ‘춤의 신성화’로 불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이다. 13일 부천아트센터 콘서트 6만∼17만 원.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 6만∼19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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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쾌한 리듬속 부풀어오르는 긴장감, 로시니 오페라 ‘알제리…’ 국내 초연

    올해 2월은 이탈리아 희극 오페라의 대명사인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가 4년 만에 생일을 맞는 달이다. 윤년에 태어난 로시니는 2월 29일생이다. 그의 생일을 일주일 앞둔 22일부터 나흘 동안 국립오페라단이 로시니의 21세 때 걸작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1813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알제리의…’는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와 함께 가장 로시니다운 오페라로 꼽힌다. 경쾌한 리듬과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로시니 크레센도’ 등 로시니의 특징을 만끽할 수 있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오페라 부파(이탈리아 양식의 희극 오페라)의 완성’이라고 이 작품을 극찬했다. 알제리의 지방 세력가 무스타파는 부인 엘비라에게 싫증을 느끼고 부인을 이탈리아에서 온 젊은 노예 린도로에게 주려 한다. 그때 린도로를 찾아 헤매던 이탈리아 여인 이사벨라가 난파를 당해 알제리에 떠밀려오고, 이사벨라를 본 무스타파는 한눈에 반하는데…. 이번 공연은 2021년 브장송 지휘 콩쿠르 결선에 오른 지휘자 이든(35)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2019년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주역 로시나로 출연하며 로시니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키아라 아마루(사진)가 김선정과 함께 이사벨라 역을 맡는다. 린도로 역은 러시아 테너 발레리 마카로프와 유럽에서 활동 중인 테너 이기업이 맡는다. 온라인으로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24일 오후 3시 국립오페라단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에서 랜선 관객들을 만난다. 7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알제리 특유의 문화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한 알제리대사관을 방문해 조언을 구했다. 이를 무대와 의상에 반영했다.”고 공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이 작품에 이어 4월 11∼14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 5월 23∼26일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 10월 17∼20일 바그너의 ‘탄호이저’, 12월 5∼8일 푸치니의 ‘서부의 아가씨’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6월 9∼13일에는 국립오페라단이 1987년 초연한 이영조 오페라 ‘처용’을 프랑스 파리 오페라코미크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어아인 황금홀에서 공연한다.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공연은 22, 23일 오후 7시 반, 24, 2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3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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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 노래한 소프라노 박혜상… “살아있는 동안 빛나길”

    “결코 슬퍼하지 마라,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 1세기경 그리스 비석에 새겨진 ‘세이킬로스의 노래’다. 소프라노 박혜상(36)이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두 번째로 발매하는 앨범 ‘Breathe(숨·사진)’의 주제이기도 하다. 2일 새 앨범을 발매한 박혜상이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숨’을 연다.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를 연 박혜상은 “팬데믹 기간 동안 좋아하는 사람들을 여럿 잃었다. 죽음과 삶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앨범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첫 곡으로는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노래 ‘시편’에 세이킬로스의 노래를 넣어 편곡한 ‘While You Live’를 택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아침마다 맞이하는 일출이 거대한 우주의 포용처럼 느껴졌죠. 모든 이들이 삶의 평화와 힘을 맛보며 살아갈 용기를 얻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앨범 표지에서 박혜상은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다. “녹음을 마친 뒤 산꼭대기에서 내려와 물속으로 사라지는 신비한 꿈을 꾸었죠. 바로 태국으로 가서 프리다이빙을 배웠고 수중 촬영을 준비했습니다.” 음반에는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픈 노래의 교향곡’ 2악장,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중 ‘인 트루티나’,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을 편곡한 ‘아베 마리아’ 등 25곡을 담았다. 작곡가 우효원의 ‘레퀴엠 에테르남(어이 가리)’도 실었다. 국악기 아쟁 연주에 목소리를 얹어 서양의 장송미사(레퀴엠) 형식에 담은 곡이다. 박혜상은 “아쟁의 반주는 죽은 영혼들에게 오래 기억하겠다는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친숙한 곡과 대중적이지 않은 곡들이 섞여 있지만 대부분 처음 들어도 귀에 쏙쏙 잡혀오는 선율들이다. 사색과 죽음이 주제가 된 만큼 호화로운 기교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이탈리아 제노바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녹음됐지만 극장의 자연 음향을 살리기보다는 믹싱 기기의 색상이 짙은 크로스오버적 음향으로 마무리했다. 박혜상은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준우승과 도밍고 국제 콩쿠르 사르수엘라 부문 2위를 수상했다. 올해 영국 바비컨 센터 등에서 리사이틀을 여는데 이어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파미나 역 등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13일 리사이틀에는 김건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소리꾼 고영열이 출연한다. 앨범에 실린 곡들 외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4개의 가곡’ 작품 27 등도 선을 보인다. 5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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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현대인의 ‘공허’를 두드리는 말러 교향곡

    야프 판즈베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은 1월 25, 26일 공식 임기 첫 정기공연 메인 프로그램으로 말러 교향곡 1번을 택했다. 그는 5년 임기 동안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해 음반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말러 교향곡 1, 2, 5, 9번을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한 바 있다. 오늘날 말러의 교향곡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부터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까지 한때 ‘난해하다’고 알려졌던 그의 교향곡을 레퍼토리에 올린다. 유튜브에서 ‘말러 교향곡’을 검색하면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많은 영상을 듣고 볼 수 있다. 말러가 베토벤만큼 위대한지는 주관의 문제이지만, 그의 존재에는 베토벤을 넘어서는 복잡성이 있다. 말러는 다차원 입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1960년 탄생 100주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불붙은 말러의 인기가 지속돼온 데는 말러가 ‘귀’ 이외에 ‘머리’를 즐겁게 하는, 지적 흥미를 자극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당시는 한 세기 앞서 나폴레옹 전쟁을 정리한 빈 회의 이후 억압적으로 안정됐던 유럽사회가 여러 모순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시대였고, 농익은 시민사회의 예술이 약간은 시큼한 발효의 냄새를 풍기던 퇴폐적 ‘세기말’의 시대였으며, 말러는 그런 시대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다.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러의 선언도 계속 반추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할 수 있는 문화와 세계관, 시대정신이 자신이 실제 산 시대와 순응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작품에 표현된 세계관과 시대정신이 언젠가는 보편으로 자리 잡을 것임을 예감했다. 그것이 실현된 것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었을까. 1960년대는 서구가 인류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풍요를 최초로 맞이한 시대였다. 한편으로는 그 풍요의 기반 위에 거대한 정신적 공허가 서구를 휩쓸었다. 냉전이 극한으로 치달았고, 인간은 우주에 도전하기 시작했으며, ‘데미안’으로 대표되는 헤르만 헤세와 ‘생의 한가운데’를 쓴 루이제 린저 열풍, 히피 세대의 등장, 대학의 현실참여, 참여적이면서도 쓸쓸한 반전가요의 물결 등이 이 시대를 휩쓸었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그의 시대에 번져나간 말러 열풍의 이유를 ‘모순과 복잡성’으로 설명한다. 당시 사회의 서로 대결하는 힘들, 민주주의가 증대하면서도 월남전이 일어나는 식의 모순과 복잡성이 세상에 대해 ‘이중 시각(dual vision)’을 제공하는 말러의 음악과 상응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시대를 푸는 열쇠가 되었다는 시각이다. 나는 시대가 말러를 불러낸 이유에 대해 ‘모순과 복잡성’ 외에 ‘공허의 충족’을 더하고자 한다. 말러는 현대의 공허를 충족시켜주기 맞춤한 시기에 세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은 이 세상을 새롭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도록 만들어주며, 삶과 세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는 면이 있다. 그가 바라본 세계는 비극성과 임무를 부여받은 거대한 드라마로서의 세계이며, 인간의 삶은 이런 세계 위에서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받는 것이었다. 그 속에 공허가 있다면, 그것은 채워 충만하게 만들기 위한 공허이자 인간의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공허이다. 말러는 이 행성 위에 자취를 남긴 그 누구보다도 세계와 삶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에게 있어서 세계는 풀어내야 할 의미로 가득한 곳이었고, 개인은 그 의미를 풀어야 하는 과제와 숙명에 붙들린 존재였다. 그가 남긴 수많은 메모와 편지가 그 ‘숙명감’을 증명한다. 어린 말러에게 어른들이 장래 희망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순교자요!”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순교하지는 않았지만 이 아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에 늘 몸과 정신을 불태웠다. 오늘날의 인류 역시 전에 없던 차원의 공허를 경험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 부모 세대를 능가하는 성공을 쌓아올릴 수 있다는 자아실현감은 선진 국가 대부분에서 사라졌다. 부의 집중과 초연결 사회가 주는 불안감이 새로운 시대 의식을 이루고 있다. 이런 시대에 공허의 충족을 제시하는 말러의 교향곡은 앞으로 이전보다 오히려 더 큰 역할을 요구받게 될지 모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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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고대 문헌서도 중독 경고… 인류와 함께한 탐닉의 역사

    최근 미국 거리를 좀비처럼 누비는 신종 마약 펜타닐 중독자들이 뉴스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대한민국도 급증하는 마약 사범으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인간은 왜 위험한 탐닉에 빠져들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미국 컬럼비아대 임상 정신의학과 조교수이자 중독 전문 의사인 저자는 실제 알코올과 각종 약물의 중독자로서 직접 힘겨운 회복 과정을 겪었다. 책은 두 개의 줄기로 진행된다. ‘인류의 중독의 역사’와 ‘저자 개인의 중독의 역사’다. 인도 고대의 종교 문헌 리그베다에는 ‘노름꾼의 애가(哀歌)’라는 시가 나온다. “그것은 주사위일 뿐이지만 올가미로 낚고 부추기고 타락하게 하고 말려 죽인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지 않아야 되는 걸 알면서도 하는 것’ 아크라시아(ακρασα)에 주목했다. 고대인들에게 중독이란 거의 노름이나 술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도 첫 문제는 술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에서 연구원으로 머물 때 소주병을 병째 들이켜며 밤늦게까지 스타크래프트를 하곤 했다. 정신과 전문의가 된 뒤에는 애더럴이라는 각성제에 손을 댔고 만취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다 경찰에 연행됐다. 인류의 중독에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한 것은 1492년이었다. 콜럼버스 함대의 선원 데 헤레스가 풀잎을 말아 태우며 연기를 마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보고 이 풀을 고향에 가져왔다. 감옥에서 7년을 보낸 뒤 그가 석방되었을 때 담배는 유행 아이템이 되어 있었다. 여러 약물의 역사 가운데 1840년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작은 모임도 흥미롭다. 문호 발자크와 위고, 뒤마가 참석한 모임의 목적은 ‘동양의 신비한 약물 해시시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19세기 말 처음 소개된 코카인도, 1898년 생산이 시작된 헤로인도 처음엔 ‘기존 약물보다 안전하게 고통을 덜어주는 약’으로 찬사를 받았다. 저자는 역사상 나타난 중독 문제의 해결책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가장 오래된 금지론적 접근법은 중독을 처벌로 통제한다. 18세기 말 미국 의사 러시가 주창한 치료적 접근법은 중독을 치료해야 할 질환으로 보며 중독자는 범죄자에서 환자로 바뀐다. 환원론적 접근법은 생물학 기반의 과학적 치유를 모색한다. 서로 돕기 접근법은 중독 치료 모임에서 볼 수 있는 형태다. 연대와 정신적 성장을 통한 회복을 추구하며 중독자는 치유의 동지가 된다. 스스로 중독의 고통을 경험한 저자는 금지론적 접근법보다 치료적 접근법이나 서로 돕기 접근법에 더 점수를 줄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말썽을 부리지 않은 채 체포된 마약 중독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1960년 로빈슨 사건 이후 치료적 접근법이 강조됐고 1982년 레이건 행정부의 ‘약물 퇴치 전쟁’으로 다시 금지론적 접근법이 대두했지만 어느 쪽이든 단일한 방법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중독 퇴치에 완벽한 접근법은 없고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그 방점은 바뀌었다”며 중독에 유일한 해법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고통받는 이들에게 더 나은 구원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자신은 중독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을까. 책 말미에 저자는 “여러 해가 지났고 이제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전한다. “중독은 인간의 보편적인 약점이 쉽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물질이 두뇌에 작용한 결과라기보다는 욕구와 보상, 자제력에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인간 문제의 한 단면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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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향의 미래’를 말하다

    24일 늦은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말러 교향곡 1번의 고요한 도입부가 흘렀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얍 판 츠베덴(야프 판즈베던)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리허설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부분은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서울시향의 새 출발과도 어울리죠.” 오 시장은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츠베덴 감독의 공식 취임 이후 서울시향 첫 정기연주회 리허설인 이날 연습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서울시향 음악감독실로 자리를 옮겨 대담을 나눴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츠베덴은 서울시향과 더불어 뉴욕 필하모닉, 홍콩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도 활동 중(올해까지)이다. 지난해 콘세르트헤바우상을 수상했고, 그가 이끈 홍콩 필하모닉은 클래식 전문잡지 그래머폰의 ‘2019 올해의 오케스트라’에 선정됐다. 오=감독님의 일은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 위안과 행복감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시장직을 시민들에게 행복을 드리는 마음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츠베덴=저는 단원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스스로는 기쁨을 얻습니다. 시장님도 시의 업무를 통해 영감을 주고 기쁨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오=츠베덴 감독님 영입을 추진할 때 시향 단원들이 두려움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강력한 조련사로 소문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독님의 탁월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강력하게 추진했고 지금 단원들도 만족해한다고 들었습니다. 츠베덴=90%가 완성된 오케스트라를 좋은 오케스트라라고 한다면 중요한 것은 마지막 10%를 채워 탁월한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일입니다. 시장님께서도 이미 매력적인 서울의 매력을 채우기 위해 특히 문화 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문화는 당장의 성과뿐 아니라 그 토양이 중요합니다. 기초 투자를 게을리 하면 그 생명력은 사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발레단 창단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한국 발레의 저변이 해외에서 더 넓어졌지만 국내 토양은 아직 비옥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 밖에 세계에 대한 문화 발신국의 수도로서 여러 기능을 하기 위해 서울시가 여러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연 봄날’ 사업이 있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공연장으로 보내 어릴 때부터 공연을 접하게 해주죠. ‘청년 문화패스’라는 정책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양질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제공합니다 츠베덴=서울시가 서울시향을 위한 새 공연장을 건립하는 일은 음악감독으로서 특히 반가운 일입니다. 현재 서울시향은 세종문화회관 내 연습실에서 연습한 뒤 공연장으로 이동해 연주합니다. 연습실의 음향과 공연장의 음향이 달라 갖게 되는 거리감이 크고, 연주회장에서 리허설도 할 수 있는 전용 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오=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남쪽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전용 공연장이 마련됩니다. 1800석의 콘서트홀과 500석의 체임버홀을 갖추게 됩니다. 2026년 초에 착공하고 2029년에 문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요즘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을 접하는 데 보통 30만 원에서 그보다 더 비싼 공연도 많지만, 새 공연장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오른 서울시향의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에는 제2 세종문화회관을 짓습니다. 두 건축물의 외부에는 대형 스크린을 마련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연을 밖에서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또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처럼 옥상이나 조망이 좋은 곳에서 경관을 감상하면서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드릴 것입니다. 츠베덴=세계적 오케스트라들은 전용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 갑니다. 새 공연장에는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기 바랍니다. 공연장의 중간에 오르간이 위치하면 공연장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어제(23일) 거스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서울시향 홍보대사로 임명됐습니다. 감독님과의 인연이 큰 역할을 했죠. 츠베덴=히딩크 감독님이 제가 지휘하는 공연에 자주 참석했고 제가 감독님의 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여름에 프랑스 남부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기도 했죠. 히딩크 감독님은 4월 4,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제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콘서트에 참석하실 예정입니다. 오=감독님이 서울시향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한 계획 중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다는 계획이 반갑습니다. 츠베덴=말러의 교향곡은 오케스트라에 다양한 층을 입혀주고 힘과 아름다움을 주기 적합한 레퍼토리입니다. 저는 19세 때 네덜란드의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이 되었고 말러 교향곡의 바이올린 솔로 부분을 연주했습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로 콘세르트헤바우가 연주할 때 번스타인이 ‘떨어진 자리에서 들어보고 싶으니 당신이 잠시 지휘를 해 보라’고 했습니다. 긴장했지만 지휘를 했고 번스타인은 ‘재능이 있으니 지휘자의 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오=츠베덴 감독님은 올해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직을 마치게 됩니다. 서울시향과 함께 다른 악단의 음악감독이나 수석지휘자도 겸하게 될 걸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츠베덴=아직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만 유럽의 중요한 악단을 맡게 됩니다. 곧 발표될 예정입니다. 오=이번 말러 교향곡 공연에 이어 2월 1일에는 서울시향과 바그너 ‘발퀴레’ 1막 콘서트를 가지십니다. 공연 외 어떤 일정을 계획하시는지요? 츠베덴=예전 시장님의 안내로 서울 은평구의 진관사를 방문했을 때 분위기에 매료됐습니다. 그 뒤 기회가 될 때마다 방문했고 이번에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진관사 갔을 때를 생각하니 궁금한 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화가인 아내에게서 예술적 영감을 얻곤 합니다. 시장님이 문화에 관심이 깊은 점은 부인(송현옥 세종대 교수·극단 물결 대표)에게서 영향을 받으시는지요? 오=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생각하면 결국 문화인데, 예전에는 머리로 알았다면 40년간 예술가와 지내다 보니 이제는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을 진정 사랑할 수 있게 될 때 감독님께서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서울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미 서울과 사랑에 빠지신 것 같습니다.(웃음) 좋은 시간 가지시길 소망합니다. 츠베덴=최선을 다한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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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뮤직, 500만여개 트랙에 ‘세계최대 클래식 카탈로그’

    “애플뮤직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써온 덕분에 몰랐던 새로운 음악들과 숨은 명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다가 협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돼 영광입니다.”(피아니스트 임윤찬) 클래식 음악을 위한 스트리밍 앱 ‘애플뮤직 클래시컬’이 출시 10개월 만인 24일 한국에 나왔다. 기존 애플뮤직 구독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애플뮤직 클래시컬을 사용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을 검색해 설치했다. 앱을 열자 ‘최신 발매’ ‘단독공개 앨범’ ‘공간음향’ ‘아티스트별 플레이리스트’ ‘시대와 장르’ 등의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검색창에서 ‘푸치니’를 입력하니 작곡가 푸치니 대표 화면이 나왔고 ‘인기 작품’ ‘최신 앨범’ ‘아티스트 및 작곡가 소개’ 등의 하위 메뉴가 떴다. ‘인기 작품’ 메뉴에서는 푸치니 오페라 각각의 작품에 대한 대표 음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범위를 좁혀가며 상세 검색을 할 수 있다. 작곡가와 연주자, 악기, 편성, 시대 등 다양한 분류의 카테고리 검색이 가능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앨범에서 제법 상세한 작품 해설과 앨범 소개를 읽을 수 있었다. ‘단독 공개 앨범’ 메뉴에서는 애플뮤직에서만 제공하는 앨범을, ‘클래시컬 세션’ 메뉴에서는 애플뮤직 협업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추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인 협업 아티스트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윤찬, 조성진이 선정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통영국제음악제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각 기관의 기획공연 등 콘텐츠를 제공받는다. 아티스트별, 장르별, 시대별, 작곡가별, 무드별 플레이리스트에서 관심 있는 종류의 음악만 하루 종일 듣기도 가능하다. 고음질 녹음도 감상할 수 있다. 수천 개의 레코딩에 대해 192kHz/24비트의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이 제공되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한 ‘돌비 애트모스’ 공간 음향을 체험할 수도 있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애플명동에서는 애플뮤직이 주최한 애플뮤직 클래시컬 설명회가 열렸다. 임윤찬은 쇼팽의 연습곡 Op. 25 중 11번을 비롯한 세 곡을 시범 연주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플레이리스트에 스타니슬라프 네이가우스가 연주한 쇼팽 발라드 1번 등을 골랐다. 그는 “열 곡 정도 선택했는데 ‘이게 진정한 피아노 연주구나’라는 충격을 준 연주들이다. 내가 받은 느낌을 다른 분들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선곡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애플뮤직의 조너선 그루버 총괄은 “클래식 음악은 여러 연주자가 같은 작품을 연주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에 비해 복잡성이 크다. 여러 해 동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작곡가 2만 명, 작품 11만5000여 곡, 35만여 개 악장, 500만 개 이상 트랙에 알고리즘을 적용해 세계 최고의 클래식 카탈로그를 작성했다. 20만 명 이상의 연주가가 등장하며 이 카탈로그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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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뮤직에 500만여 개 트랙의 세계 최대 클래식 카탈로그 적용”

    “애플뮤직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써온 덕분에 몰랐던 새로운 음악들과 숨은 명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다가 협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돼 영광입니다.”(피아니스트 임윤찬)클래식 음악을 위한 스트리밍 앱 ‘애플뮤직 클래시컬’이 출시 10개월 만인 24일 한국에 나왔다. 기존 애플뮤직 구독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애플뮤직 클래시컬을 사용할 수 있다.앱스토어에서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을 검색해 설치했다. 앱을 열자 ‘최신 발매’ ‘단독공개 앨범’ ‘공간음향’ ‘아티스트별 플레이리스트’ ‘시대와 장르’ 등의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검색창에서 ‘푸치니’를 입력하니 작곡가 푸치니 대표 화면이 나왔고 ‘인기 작품’ ‘최신 앨범’ ‘아티스트 및 작곡가 소개’ 등의 하위 메뉴가 떴다. ‘인기 작품’ 메뉴에서는 푸치니 오페라 각각의 작품에 대한 대표 음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범위를 좁혀가며 상세 검색을 할 수 있다. 작곡가와 연주자, 악기, 편성, 시대 등 다양한 분류의 카테고리 검색이 가능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앨범에서 제법 상세한 작품 해설과 앨범 소개를 읽을 수 있었다.‘단독 공개 앨범’ 메뉴에서는 애플뮤직에서만 제공하는 앨범을, ‘클래시컬 세션’ 메뉴에서는 애플뮤직 협업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추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인 협업 아티스트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윤찬, 조성진이 선정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통영국제음악제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각 기관의 기획공연 등 컨텐츠를 제공받는다. 아티스트별, 장르별, 시대별, 작곡가별, 무드별 플레이리스트에서 관심 있는 종류의 음악만 하루 종일 듣기도 가능하다.고음질 녹음도 감상할 수 있다. 수천 개의 레코딩에 대해 192kHz/24비트의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이 제공되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한 ‘돌비 애트모스’ 공간 음향을 체험할 수도 있다.29일 오후 서울 중구 애플명동에서는 애플뮤직이 주최한 애플뮤직 클래시컬 설명회가 열렸다. 임윤찬은 쇼팽의 연습곡 Op. 25 중 12번을 비롯한 세 곡을 시범 연주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플레이리스트에 스타니슬라프 노이하우스가 연주한 쇼팽 발라드 1번 등을 골랐다. 그는 “열 곡 정도 선택했는데 ‘이게 진정한 피아노 연주구나’라는 충격을 준 연주들이다. 내가 받은 느낌을 다른 분들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선곡했다”고 밝혔다.간담회에서 애플뮤직의 조너선 그루버 총괄은 “클래식 음악은 여러 연주자가 같은 작품을 연주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에 비해 복잡성이 크다. 여러 해 동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작곡가 2만 명, 작품 11만5000여 곡, 35만여 개 악장, 500만 개 이상 트랙에 알고리즘을 적용해 세계 최고의 클래식 카탈로그를 작성했다. 20만 명 이상의 연주가가 등장하며 이 카탈로그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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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곡가 진은숙, ‘음악계 노벨상’ 獨 지멘스賞 수상

    작곡가 진은숙(63·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사진)이 독일 에른스트 폰 지멘스 재단과 바이에른 예술원이 수여하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이하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로 25일 선정됐다. 아시아인이 이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지멘스 음악상은 ‘음악계의 노벨상이나 필즈상’에 비유되는 클래식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통한다. 작곡 연주 등 클래식 전 분야를 통틀어 해마다 60세 이상의 음악가 1명을 시상한다. 상금은 25만 유로(약 3억6000만 원)다. 진은숙은 2004 그라베마이어(그로마이어) 상, 2005 쇤베르크 상, 2010년 피에르대공재단 음악상, 2017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 2018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 2019 바흐 음악상, 2021 레오니 소닝 음악상 등 최고 권위의 음악상을 받아 이번 지멘스 음악상 수상은 ‘음악상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진 작곡가는 25일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을 통해 “제2의 고향인 독일에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 이전 어떤 상보다 더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멘스 음악상 역대 수상자로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올리비에 메시앙,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랴얀,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등이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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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오케스트라 3곳 ‘말러 1번’ 대전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수도권 4개 교향악단이 올해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1번 D장조를 놓고 실력을 겨룬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야프 판즈베던 신임 음악감독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콘서트 전반부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관람권은 발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판즈베던 감독은 올해부터 5년 동안의 임기 중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해 음반으로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2008∼2021년 음악감독을 지낸 미국 댈러스 교향악단을 지휘해 말러 교향곡 3, 6번 음반을 내놓았으며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말러 교향곡 4번 음반에서는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바이올린 솔로를 연주하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 지휘로 음반사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말러 교향곡 1, 2, 5, 9번을 발매한 바 있다. 김선욱 신임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5월 23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준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마르크 부치코프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12월 7일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하피스트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가 글리에르의 하프 협주곡을 협연하며 콘서트 첫 곡으로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2024, 2025시즌 상주작곡가인 노재봉의 창작곡 ‘집에 가고 싶어’가 초연된다. 말러 교향곡 1번은 19∼20세기 전환기의 대표적 교향곡 거장인 구스타프 말러가 29세에 내놓은 첫 교향곡. 당시로서는 야심적인 규모인 4관 편성(목관악기 파트당 연주자가 4명씩)으로 작곡했다. 말러의 초기 가곡집인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 주요 주제를 가져왔으며 청춘의 고뇌와 희망이 깊이 드러난다. 후기의 교향곡에 비해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말러 입문용 작품’으로 인기가 높다. 한 교향악단 관계자는 “말러 기념 연간도 아닌 해에 4개나 되는 수도권 악단이 같은 곡을 연주하게 된 것은 공교롭다”며 “단원들과 지휘자의 기량이 비교될 수 있는 만큼 각 악단이 한층 완성도 높은 연주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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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 양말’ 첼리스트 한재민 “18세 최연소라지만 숫자 신경 안 써요”

    2006년 2월 11일생. ‘빨간 양말’ 첼리스트 한재민이 열여덟 살의 꽃피는 봄을 준비한다. 2021년 15세 나이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고 이듬해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우승하며 첼로 신동으로서 이름을 세상에 알린 그는 2024년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음악가 격)로 위촉돼 3월 27일 첼로 한 대만으로 그 첫 번째 무대를 연다.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재민은 “음악 안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최연소라는 숫자에 많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1년 현악4중주단 에스메 콰르텟과 나란히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의 김민 음악감독(1942년생)과는 64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무반주 리사이틀인 3월 27일 첫 무대는 코다이와 리게티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존 윌리엄스 ‘세 개의 소품’을 들려준다. 이 무대의 ‘메인 디시’는 코다이의 소나타라고 한재민은 밝혔다. “코다이는 이 곡을 작곡하면서 ‘몇 년 뒤 모든 첼리스트가 연주할 곡’이라고 얘기했죠. 저와도 굉장히 잘 맞는 곡입니다. 사실 연주하기 힘든 작품이지만 끝내고 나면 큰 의미를 느끼게 될 것 같아요.” 그는 “악기 하나로 80분 이상을 채우는 데 설레고 부담도 있지만 그 부담감 때문에 뭔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서 두 번째 순서는 10월 30일 피아니스트 박재홍,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슈토프 바라티와 함께 여는 3중주 무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3중주 1번, 드보르자크 피아노3중주 4번 ‘둠키’, 차이콥스키 피아노3중주 A단조를 연주한다. “박재홍 피아니스트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고 너무나 저를 잘 챙겨 주는 형님이에요. 흔쾌히 응해 주셨고, 바라티는 예전부터 꼭 함께 연주하고 싶었던 분으로 개인적 친분이 없는데도 제안을 수락해 주셨습니다. 좋은 팀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큽니다.” 에네스쿠 콩쿠르 때부터 신은 그의 빨간 양말이 화제에 올랐다. “강렬한 쇼스타코비치 곡을 연주했는데, 여성 연주자는 빨간 드레스를 입는다든지 하는 걸로 곡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지만 남자는 그럴 수 없어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근처 백화점에 가서 빨간 양말을 사서 신었죠.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 뒤엔 거의 빨간 양말을 신고 연주합니다.” 그는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볼프강 에마누엘 슈미트를 사사하고 있다. “연주가는 도시나 사는 환경에서 배우는 게 있는데, 이제 독일에 적응해서 그곳을 많이 좋아하고 여러 아티스트들과 만나는 데도 재미를 느낍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형이 같은 건물에 살아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인모 형이 바빠서 거의 집에 없어요.”(웃음) 3월 27일 공연 5만∼9만 원, 10월 30일 공연 4만∼1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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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공지능, 재앙 아닌 축복 되려면 국가가 통제해야”

    도구들로 세상을 바꿔 온 인간은 이제 ‘생각하는 기기’를 손에 넣었다. 인간 대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집과 기계를 설계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AI)이다. 일부에서는 편하고 값싼 비서나 디자이너, 자문역을 기대하며 환호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대량 실직과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염려한다. AI가 가져올 새로운 세상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저자는 8년 전 이세돌과의 대결로 세계인의 시선을 모은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개발자이자 AI 기업 딥마인드와 인플렉션AI의 창립자다.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학습하는 기술)을 창안한 주역이기도 하다. AI가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답하기에 맞춤한 인물이다. 책의 목적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세계와 일상의 여러 측면을 상세하게 그려 내는 데 있지 않다. 편의와 변혁을 가져올 인공지능이 갈등과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양날의 칼임을 설명하고, 암울한 시나리오를 미리 예방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화려한 미래학적 예언이기보다는 나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촉구하는 수상록(隨想錄)에 가깝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손도끼와 불, 농경, 금속재료, 인쇄, 전기, 인터넷처럼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온 기술적 변혁 중 하나라고 본다. 이 같은 기술적 변혁은 비용이 하락하고 수요가 늘고 기능이 향상되면서 대규모로 확산된다. 혼란은 필연적이다.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제때 제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새로운 물결을 막을 것인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19세기의 기계화는 노동자들의 실직 같은 고통을 초래했지만 그 후손들은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큰 혜택을 입었다. 문제는 AI의 위험은 한 번 발생하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과 손실을 인류에게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설계한 사이버 공격이나 바이러스, 자동화된 전쟁이 인류를 멸망에 가까운 참화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저자는 AI 혁명의 큰 특징인 ‘권력 분산’과 ‘권력 집중’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AI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변호사, 의사, 전략가, 협상가를 두는 것과 같은 힘을 얻게 된다. 반면 거대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크고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며 엄청난 혜택을 입을 것이다. 가장 큰 도전을 받는 대상은 국가다. AI가 기존의 권력을 재분배하면서 국가 기능에 대한 사회적 대합의가 무너질 수 있다. 교육이나 국방, 통화(通貨), 사법 같은 국가의 영역을 기업이 대신 맡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거는 곳은 결국 국가와 정부다.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필요하다. 국가의 통제력은 탄력적인 사회 시스템, 복지, 보안, 거버넌스를 유지해야 하는 앞으로의 과제에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저자는 AI에 대해 능동적인 정부를 주문한다. 단순히 서비스를 아웃소싱하거나 외부 기관 또는 기업의 기술에만 의존해서는 통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 AI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아울러 국가 간의 협력을 구축해야 하며 시민들이 대중운동을 통해 직접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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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나그네 무대 200회 넘은뒤 카운트 안해”, “20년전 선생님과 작은 인연… 성악반주 꿈꿔”

    “제가 중학생 때니까 20년도 더 지난 일이죠. 라디오에서 박흥우 선생님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멋지게 부르시더군요. 박 선생님 홈페이지에 ‘선생님 노래를 더 듣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썼더니 제 주소를 물어보신 뒤 피아니스트 신수정 선생님과 녹음하신 ‘겨울나그네’ 음반을 보내주셨어요. 이 곡에 빠져든 계기였죠.”(정태양·피아니스트)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나그네’의 국내 대표 해석가로 꼽히는 바리톤 박흥우(63)와 성악 반주 전문가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정태양(35)이 ‘겨울나그네’로 만난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3일 본보와의 전화에서 정태양은 “10대 중반 라디오가 이어준 인연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스무 살이 되면서는 성악 하는 친구들과 함께 박 선생님 콘서트를 찾아다녔고 저희가 연습한 노래를 들려드리면서 조언을 구했죠. 그러면서 성악 반주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마음도 먹게 됐습니다.” 박흥우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석사를 취득한 뒤 가곡과 교회음악 전문 바리톤으로 활동해 왔다. 2011년에는 독일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정태양은 이탈리아 라스칼라 아카데미와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인재로, 바리톤 김기훈 김주택, 테너 존노 등과 호흡을 맞추며 국내에 드문 성악 전문 피아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겨울나그네’ 전곡을 몇 번 무대에서 노래했는지 묻자 박흥우는 “2022년 200회를 넘은 뒤부턴 세지 않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198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 첫 독창회에서도 ‘겨울나그네’ 전곡을 불렀다. 2003년부터 피아니스트 신수정(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매년 열어온 ‘겨울나그네’ 전곡 리사이틀은 국내 ‘겨울나그네’ 대표 무대로 손꼽힌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죽기 전 해인 1827년 빌헬름 뮐러의 시 24개에 곡을 붙여 만든 가곡집이다. 젊은이가 사랑에 실패한 뒤 방랑하며 황량한 주변 세계에 자신의 슬픔을 투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곡 ‘잘 자요’, 5곡 ‘보리수’, 24곡 ‘거리의 악사’ 등이 특히 널리 알려져 있다. 정태양은 “박흥우 선생님의 겨울나그네에는 갈수록 더 청년 슈베르트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예전에는 음악가에 연륜이 더해지면 표현을 덜어낸다고 상상했어요. 하지만 늘 극적인 표현을 더해가는 박 선생님을 보며 예술가의 성숙을 느낍니다. 슈베르트 당시의 연주 관습을 강조하시지만 자유로운 슈베르트가 들리죠.” 박흥우는 “겨울나그네는 사랑과 아픔의 이야기를 넘어 인생 전체의 얘기를 표현한다. 부를 때마다 매번 해석이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는 14곡 ‘백발’과 15곡 ‘까마귀’를 꼽았다. “‘까마귀’에서 피아노의 역할이 특히 멋지죠. 까마귀가 하늘을 빙빙 돌다가 조금씩 다가오는 걸 피아노가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그는 “슈베르트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이 현대인의 삶에도 해답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매번 겨울나그네를 노래한다”고 말했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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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전당 공연 영상, 스마트폰-PC서 본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공연 영상을 PC와 모바일로 감상할 수 있는 공연영상 플랫폼 ‘디지털 스테이지’가 16일로 서비스 운영 한 달을 맞는다. 현재 ‘에센바흐 & KBS 교향악단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등 클래식 음악 영상과 국립발레단의 발레 ‘지젤’ 공연 등 50여 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올 12월 31일까지는 시범운영 기간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디지털 스테이지’ 애플리케이션(앱)을 검색해 설치한 뒤 회원 가입을 했다. 화면 아래쪽의 ‘장르’ 아이콘을 눌러 ‘클래식’을 선택하니 ‘정경화 & 케빈 케너 듀오 콘서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무반주 리사이틀’ 등 영상 목록이 표시된다. ‘안드리스 넬손스 &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with 조성진’을 선택해 ‘감상하기’ 버튼을 누르자 지난해 11월 15일 열린 콘서트 영상이 재생됐다. 공연 출연진과 프로그램 등 부가정보도 표시된다. 예술의전당 측은 “디지털 스테이지 앱은 아직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아이폰 전용 앱은 곧 등록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면 상단의 작은 화면에서 네모꼴의 화면 확대 버튼을 누르니 공연 실황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톱니바퀴 모양의 ‘설정’ 화면을 누르면 화면 품질과 원하는 장면을 찾기 용이한 ‘건너뛰기’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화면 품질에서 ‘자동’을 선택하니 풀HD급 고화질(1080p)의 화면이 송출됐다. PC에서는 포털 사이트에서 ‘디지털 스테이지’를 검색하면 홈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모바일 앱이나 PC에서 TV로 화면을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았지만 화면 자체를 TV에 보내는 ‘미러링’ 기능을 이용해 대형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디지털 스테이지에서는 클래식이나 발레 외 연극 ‘오셀로’ ‘늙은 부부 이야기’, 가족공연 ‘피노키오’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제공된다. 2013년부터 공연 영상을 자체 제작해온 예술의전당은 앞으로 매달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지사항’ 메뉴에선 매달 새로 올라올 영상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식 음반 레이블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도이체 그라모폰(DG)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기자가 감상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콘서트 영상은 공연 당일 예술의전당이 촬영한 뒤 DG의 ‘스테이지 플러스’ 서비스로 전 세계에 스트리밍됐다.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비킹구르 올라프손 피아노 리사이틀도 스테이지 플러스를 통해 스트리밍됐으며 16일부터 디지털 스테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시범운영 기간이 지난 뒤인 내년부터는 시청권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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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푸치니 100주기, 그의 놓칠 수 없는 보석들

    올해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큰 별인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세상을 떠나고 100년이 되는 해다. 이탈리아의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을 비롯한 세계의 오페라 축제와 극장들이 기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오페라단이 9월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출연하는 ‘토스카’를 무대에 올리며 11월엔 ‘라보엠’을 공연한다. 솔오페라단이 ‘투란도트’와 다른 한 편을 준비 중이고 대구오페라하우스도 12월에 ‘라보엠’을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신년음악회 이틀째 순서를 푸치니 아리아 하이라이트 무대로 꾸몄고 12월엔 2021년 공연했던 ‘서부의 아가씨’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아쉬움도 있다.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푸치니의 4대 흥행작은 이미 세계 오페라극장을 먹여 살리는 대표 레퍼토리다. 이 네 작품만으로 세계 오페라 공연 횟수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푸치니는 이 밖에도 오페라 여덟 작품을 더 작곡했는데 ‘잔니 스키키’ ‘마농 레스코’ 정도를 제외하면 무대 위에서 만나기 힘들다. 푸치니의 음악이 문제가 아니라 대본에 극적 박력이나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전막 공연이 아니더라도 갈라 콘서트 등을 통해 무대에서 자주 만나고 싶은 푸치니 오페라의 ‘눈대목(하이라이트)’들을 소개한다. 음원 검색을 위해 원어인 이탈리아어 제목도 함께 적었다. 푸치니 26세 때의 오페라 데뷔작인 ‘빌리’(1884년)에서는 주역 세 사람의 3중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하나님의 천사여(Angiol di dio)’를 들어볼 만하다. 남주인공이 친척의 유산을 받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자 연인과 마을 사람들이 그를 배웅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의 여행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유려한 선율과 찬란한 관현악은 젊은 작곡가의 희망찬 출발을 알리는 듯하다. 두 번째 오페라 ‘에드가르’(1889년)에선 세상을 떠난 연인을 추모하는 여주인공의 아리아 ‘안녕, 나의 사랑이여’가 전곡의 정점을 이룬다. 6일 국립오페라단 신년음악회에서도 소프라노 한지혜가 노래했다. 이 노래는 바로 앞에 나오는 추모의 합창 ‘영원한 안식을(Requiem aeternam)’에 이어 들을 때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푸치니는 흔히 ‘눈물 짜내는 작곡가’로 인식되지만, 이 합창에서는 그의 깊은 영성(靈性)이 느껴진다. 1917년 초연된 ‘제비(론디네)’는 빈 오페레타 스타일을 모방해 쓴 작품이다. 1막의 소프라노 아리아 ‘도레타의 꿈’ 한 곡만 자주 연주되지만 2막 파티 장면의 ‘그대의 신선한 미소를 마셔요(Bevo al tuo fresco sorriso)’를 빼놓을 수 없다. 테너 솔로로 시작해 소프라노와 합창이 가세하는 장면인데, 노을 너머 별이 총총히 뜨는 듯한 세기말 특유의 탐미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오페라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2019년 국내 초연했다. 잘 공연되지 않는 푸치니 작품 중에서도 ‘빌리’와 이 작품은 꼭 한번 서울에서 만나보고 싶다. 푸치니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직전의 ‘3부작(Il trittico·1918년)’은 단막 오페라 세 작품을 하룻밤에 공연할 수 있도록 구성한 작품이다. 2015년 솔오페라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해 이듬해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마지막 막인 ‘잔니 스키키’의 소프라노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에만 관심이 쏠리기 일쑤다. 3부작의 첫 막이자 첫 번째 작품인 ‘외투’에서는 2중창 ‘나의 꿈은 달라요(E' ben altro il mio sogno)’를 꼭 들어보기 권하고 싶다. 지루한 일상에 지친 여주인공이 젊은 정부(情夫)와 비밀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부르는 욕망의 노래다. 푸치니 일생의 주제였던 ‘수상한 노스탤지어(strana nostalgia)’가 가사에 그대로 들어간다. 아마도 푸치니가 대본작가에게 요구해 넣었을 것이다. 3부작 두 번째 작품인 ‘수녀 안젤리카’에서 현생의 고뇌와 천상의 평화가 절묘한 낙차의 대비를 이루는 마지막 부분 ‘아, 나는 저주받았다(Ah, son dannata)’도 좀처럼 잊기 힘든 장면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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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 되며 외골수 껍질 깨… 단원과 소통하는 음악할 것”

    “경기필하모닉은 무서운 오케스트라라고 느꼈습니다. 현악 파트는 유연하고 관악 파트는 힘 있죠.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확실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악단입니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36)이 올해부터 2년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게 된 각오와 계획을 밝혔다.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성장’과 ‘소통’, ‘호흡’을 강조했다. “경기필은 1997년 창단되었으니 제가 연주 활동을 시작한 시기와 비슷합니다. 음악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죠.” 그는 “피아노는 혼자서 외골수처럼 하는데 내게는 그 껍질을 깨도록 만든 계기가 지휘였다. 단원들과 의논하고 소통하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정 악단의 부지휘자 같은 직책 경험이 없다는 말에 대해 그는 “10년 넘게 피아노 협연을 할 때마다 전체 콘서트 리허설을 지켜보고 단원들의 생각도 물었다. 객원지휘자로서 1년에 교향곡 6∼7곡을 지휘한 것도 적은 경험은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경기필은 올해 그의 지휘로 여섯 번의 정기공연을 갖는다. 12일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스크랴빈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하고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이어지는 2024 신년음악회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연다. 10월 17, 18일에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라이너 호네크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콘서트, 12월 12, 13일에는 파리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을 지낸 파스칼 모라게스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협연하는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콘서트가 열린다. 정기공연 중 네 차례는 경기도와 서울에서 하루씩 이틀 동안 연다. 김선욱은 “호네크는 10월 공연에서 협연 외 악장 역할도 맡는다. 12월 협연자 모라게스도 목관 파트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원들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첫해에는 현대곡이 한 곡(12월 진은숙 ‘수비토 콘 포르차’)뿐이지만 내년부터 더 많이 포함시키고, 공연들을 녹화해서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 등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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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가 짧은 소설 쓰는 것처럼 피아노로 나를 표현할 것”

    “60분이 조금 넘는 연주회 한 번씩에 자신을 표현한다는 게 작가가 짧은 글을 쓰는 것처럼 생각됐습니다.” 엽편소설(葉篇小說). 나뭇잎 한 장에 쓸 수 있을 만큼의 짧은 소설을 뜻한다. 2024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27)이 올해 이곳에서 선보일 공연들을 묶는 주제이기도 하다. 2021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위, 2022년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김준형은 11일 첫 공연 ‘Here & Now(여기 지금)’를 시작으로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4개 무대를 선보인다. 8일 오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준형은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던 시기에 ‘운명처럼’ 상주음악가 제안을 받았다. 스스로의 못난 면까지 모두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4개 중 첫 무대인 ‘Here & Now’에서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4번과 코랄 전주곡 ‘주여 제가 간절히 부르나이다’ 부소니 편곡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2번,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핀란드 피아니스트 안티 시랄라 문하로 독일 뮌헨음대 현대음악과에서 수학 중인 김준형은 “독일에 살고 있는 만큼 독일과 가까운 작곡가 셋을 선택했다. 순수하고 투명해서 나 스스로를 잘 투영시켜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ARD 콩쿠르 등을 거치면서 크게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배움의 장이었습니다. 같은 곡을 쳐도 각자 자신만의 필터를 거친 것처럼 다른 해석이 나오는 데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헤르트(서울대 교수)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제가 너드(Nerd·관심을 끄는 일에만 집중하는 외톨이) 같다고 하시더군요. 딱 제가 생각하는 저와 같았습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그는 여러 심사위원들로부터 ‘객관적인 연주를 펼친다, 노련하다, 차분하다, 설득력이 큰 연주’라는 평을 받았다. 피아노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그는 “두 살 위 피아니스트 누나(김경민·2012년 하이든 국제콩쿠르 1위)를 따라다니며 레슨 받는 걸 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인 피아노 영재들보다 늦은 나이다. “연주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지난여름 우주를 다룬 유튜브 영상들에 몰두하면서 긴장이 사라지게 되더군요. ‘나같이 작은 존재가 뭐라고’ 싶고….”(웃음) 그가 피아노로 들려주는 ‘엽편소설’은 5월 9일 일본 피아니스트 구로키 유키네와 함께 슈만과 브람스의 곡을 소개하는 ‘아름다운 5월에’, 8월 22일 플루티스트 김유빈, 첼리스트 문태국과 드뷔시의 실내악을 연주하는 ‘풍경산책’, 11월 14일 리스트의 솔로곡을 연주하는 ‘종(鐘/終)을 향하여’로 이어진다. 전석 4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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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스톤헨지서 원자시계까지… 시간 측정의 역사

    닷새하고도 몇 시간 전 우리는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언제부터 1년 중 ‘바로 그날’이 1년의 시작이 되었을까? 그 정확한 시작을 관장하는 기준 시계는 누가 관리하며 어떻게 작동할까? 미국 유니언대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인류가 시간을 재고 규칙성을 발견하며 이를 기록해온 오랜 역사를 책에 담아냈다. 건립된 지 5000년이 넘은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 유적은 1년 중 가장 낮이 짧은 동지에만 햇빛이 중앙 묘실을 비춘다. 문명 초기의 시간 표시장치인 이런 유적은 영국 제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영국 솔즈베리의 스톤헨지도 그중 하나다. 1752년 영국은 대혼란을 겪었다. 의회가 9월 2일 다음 날을 9월 14일로 하도록 의결했기 때문이다. 지주들은 19일에 불과한 9월에 대해 한 달 치 임대료를 요구했고 농민들은 분노했다. 대륙에서는 한 세기 반 전 도입한 그레고리력을 뒤늦게 따른 데 대한 혼란이었다. 기존의 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25일로 정해 약 128년에 하루씩 실제 지구의 움직임보다 늦었다. 율리우스력을 계속 사용한다고 해도 일상을 사는 평민들에게 큰 불편은 없다. 러시아는 1918년까지 율리우스력을 썼다. “시간은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며, 사회의 이해관계와 우선순위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시간 측정은 공간 측정도 결정한다. 대양을 항해하는 배가 정확한 경도를 알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다. 흔들리는 배에서는 진자식 시계를 쓸 수 없었고 나선형 스프링으로 문제가 해결됐다. 자본가들은 안정적인 수송망을 유지하며 막대한 부를 획득할 수 있었다. 18세기까지는 각 도시나 지역이 자신들의 시간을 공유하면 그만이었다. 철도와 전신의 탄생은 지역 간의 시차를 꼼꼼히 계산하도록 만들었다. 1883년 미국 철도회사들이 4개로 나눈 표준시에 합의했고, 이듬해 국제자오선회의에서 영국 그리니치가 경도 0도로, 그곳 시간이 국제 표준시로 합의됐다. 대양을 주름잡던 대영제국의 힘이 반영된 결과였다. 20세기는 시간 측정 대중화의 시대였다. 1896년 스위스의 한 시계회사가 1달러 시계를 출시했고 이 시계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과 영국에서 수천만 개가 팔렸다. 1960년대 수정 진동자를 이용한 시계가 개발되면서 태엽식 시계는 ‘보급형’ 시계보다 덜 정확하고 더 비싼 사치품이 됐다. 오늘날 세계 표준으로 쓰이는 세슘 원자시계는 1초의 오차가 나기까지 수억 년이 걸리지만, 레이저를 이용한 더 정밀한 시계로 대체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8만6400(60×60×24)분의 1 태양일인 1초도 1967년 ‘세슘133 원자 진동주기의 91억6263만1770배’로 정의됨으로써 천체의 움직임으로부터 독립적인 단위가 되었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미세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가 바뀔 때 등 특정 시점에 1초를 더할 수 있는 ‘윤초(閏秒)’가 도입됐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이 낯선 주제는 아니다.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 알렉산더 데만트 ‘시간의 탄생’, 카를로 마리아 치폴라 ‘시계와 문명’, 어린이용 도서인 ‘시간과 시계의 역사’ 등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고대 문명에서부터 기계공학, 물리학, 철학까지를 폭넓게 아우르면서 어렵지 않게 읽히는 데서 눈여겨볼 만하다. 원제는 ‘A brief history of timekeeping(시간 측정의 간략한 역사·2022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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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라하 심포니… 바르샤바 필하모닉… 클래식의 향연

    2024년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첫머리를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장식한다.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체코 수도 프라하를 대표하는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9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바츨라프 스메타체크(1942∼1972년 재임), 이르지 벨로흘라베크(1977∼1989년), 현 도이치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겸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2015∼2020년) 등의 수석지휘자 아래에서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체코 대표 음반사인 수프라폰과 소니 클래시컬 등의 레이블로 음반을 발매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2020년 잉키넨의 뒤를 이어 취임한 수석지휘자 토마시 브라우너가 체코 음악사를 대표하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곡들을 지휘한다. 모음곡 ‘전설’로 시작해 2011 앙드레 나바라 콩쿠르와 2014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문태국의 협연으로 첼로 협주곡 B단조를 연주하고, 후반부에는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체코 본토 스타일로 선보인다. 6만∼20만 원. 이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도 국제적 인지도를 가진 여러 오케스트라가 한국 무대를 찾는다. 다음 달 14일에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이자 쇼팽 국제콩쿠르 협연악단으로 낯익은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수석지휘자 안드레이 보레이코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선우예권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베토벤 교향곡 7번이 메인곡이다. 3월 8일에는 예술감독 다니엘 도즈가 이끄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가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양인모가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하며, 메인곡은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다. 이 악단은 6월 26, 30일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루돌프 부흐빈더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을 선보인다.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음악 수도’ 빈의 무지크페라인에 상주하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3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김봄소리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 이 외에도 올 상반기(1∼6월)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으로는 프란체스코 코르티 지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바흐 ‘마태 수난곡’(4월 3일·서울 롯데콘서트홀), 정명훈 지휘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5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마크 민코프스키 지휘 루브르의 음악가들 ‘모차르트 후기 3대 교향곡’(6월 14일 롯데콘서트홀),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서동시집(西東詩集) 오케스트라(6월 15일 롯데콘서트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야니크 네제세갱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6월 19, 20일 롯데콘서트홀) 등이 예정돼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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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피아니스트

    “자기 악기를 가지고 다니는 건 솔리스트들의 관행이죠. 바이올린 여제 아네조피 무터도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니지 않나요?” 197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8)이 이달 3, 5, 10일 세 차례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네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그는 이번 무대를 위해 유럽에서 피아노를 직접 옮겨온다. 2019년과 2022년 내한 공연에서 그는 피아노 건반과 액션(건반과 연결돼 피아노 현을 때리는 장치)을 가져와 연주회장의 피아노에 설치한 바 있다. 지메르만을 특징짓는 수식어는 ‘완벽주의자’다. 1999년엔 쇼팽 서거 150주년을 맞아 쇼팽 피아노협주곡 1, 2번을 연주하기 위해 ‘폴란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직접 조직했다. 공연 중 비밀 녹음이나 촬영 시도가 의심되면 바로 연주를 중단한다. 첫 내한 공연인 2003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는 무대 천장에 달린 방송용 마이크를 녹음용인 줄 알고 직접 선을 자르려고 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자신이 연주하는 모든 공연장의 음향 특성을 컴퓨터에 입력해 사전에 피아노를 조정한다. 최상을 유지하기 위해 연주는 연 15회 이하로 제한한다. 피아노를 직접 가지고 다니고, 여건이 되지 않으면 건반과 액션이라도 실어 나른다. 이는 선배 피아니스트인 이탈리아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1920∼1995)와도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청년 시절 피아노 부품 제작에 참여했던 지메르만은 직접 조정 도구를 들고 피아노를 세부까지 조정한다는 점이다. 섬세해 보이는 인상부터 잦은 감기 등 호흡기에 문제를 달고 사는 것까지 고국의 대작곡가 쇼팽을 연상시키는 지메르만은 이번 공연 1부를 야상곡 네 곡과 소나타 2번 등 쇼팽 곡으로 장식한다. 2부에서는 드뷔시 ‘판화’와 폴란드 작곡가 시마노프스키의 ‘폴란드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한다. 그는 시마노프스키 피아노 작품집으로 2023년 그래머폰 피아노 부문상을 받은 바 있다. 지메르만은 폴란드 카토비체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연마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세계 피아노계의 최대 기대주로 도이체그라모폰(DG)에 소속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슈만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앨범을, 예술적 커리어와 개성에서 늘 카라얀과 비교되는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집을 녹음했다. 7만∼18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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