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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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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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고객에게 일 시키지? 셀프계산대와 무급노동[딥다이브]

    대형마트의 셀프계산대 좋아하시나요? 일반 계산대 앞 긴 줄을 피해 셀프계산대로 갔다가 오류가 나서 쩔쩔맨 경험, 한 번쯤 있으실 텐데요. 셀프계산대가 실제로는 그다지 결제 시간을 줄여주지 못하는 데다, 절도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고 하죠. 이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진보한 기술인 거 맞을까요.1986년 ‘슈퍼마켓의 혁명’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래, 철수했다 설치했다를 반복하는 애증의 기계. 셀프계산대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소비자를 일하게 하라셀프계산대를 이용하면서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왜 내가 공짜로 계산원 일을 하고 있지?’그렇다면 본질을 꿰뚫어 본 겁니다. 마트 직원의 유급 노동을 소비자의 무급 노동으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 그게 바로 소매업체가 셀프계산대를 늘리고 있는 이유이죠.그런데 어디 셀프계산대만 그런가요. 키오스크나 은행 ATM기도 마찬가지이죠. 소비자들은 한때 누군가 해줬던 일(예금 인출, 민원 발급, 햄버거 주문 등)을 무료로 수행하는 데 상당히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그리고 생각보다 기업이 떠넘긴 일을 소비자가 기꺼이, 좋아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인 1916년 미국 슈퍼마켓 체인 ‘피글리 위글리(Piggly Wiggly)’가 도입한 셀프 서비스 매장입니다.당시 미국 식료품점은 주문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고객이 점원에게 필요한 품목 리스트를 전달하면, 점원이 그 물건을 찾아왔죠. 마치 레스토랑에서 음식 주문하듯이 말이죠. 고객들은 점원이 물건을 담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결제만 하면 됐습니다. 편리한 듯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직원도 많이 필요한 비효율적 구조였죠.1916년 미국 테네시주에 설립된 피글리 위글리는 이런 쇼핑 방식을 완전히 혁신해 그때까지 본 적 없는 매장을 열었습니다. 손님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서 담는 셀프서비스 매장이었죠. 고객은 개방형 선반에 진열된 제품을 직접 골라 담은 뒤, 계산대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오늘날 우리가 아는 그 슈퍼마켓 시스템이 탄생합니다.처음엔 다들 이 셀프서비스 매장이 실패할 거라고 봤죠. 손님들이 귀찮아할 거고, 좀도둑이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웬걸. 피글리 위글리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습니다. 물건을 직접 고르게 되자 사람들이 예정에 없던 충동소비를 하게 됐기 때문이죠. 결국 다른 슈퍼마켓들이 앞다퉈 이 방식을 따라옵니다.1986년 시작된 계산대의 혁명느릿느릿한 서비스를 받느니, 차라리 소비자가 직접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 그 급한 성질머리가 슈퍼마켓 혁신의 배경이 된 셈인데요. 이와 상당히 비슷한 이유로 1986년 또 다른 혁신이 빛을 봅니다.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Kroger)가 ACM(Automated Checkout Machine)으로 불렸던 셀프계산대를 애틀랜타 매장에 처음 설치한 겁니다.이 최초의 셀프계산대는 지금과 작동원리는 같지만 생긴 건 사뭇 다른데요.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스캔한 뒤 제품을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리면 센서로 스캔된 제품과 동일한지를 확인한 뒤 통과시킵니다. 만약 스캔되지 않은 제품을 올리면 컨베이어가 역방향으로 다시 돌려보내죠. 계산이 끝나면 고객은 종이 영수증을 받아 들고 계산원에게 가서 결제하면 됩니다.38년 전 이 낯선 기계를 만난 소비자 반응은 어땠을까요. 일단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14주의 테스트 기간 이 매장을 찾은 고객 중 3분의 2가 셀프계산대를 한번 이상 사용했거든요. 이 중 38%는 셀프계산대를 선호한다고 답변했고요. 꽤 긍정적인 결과였는데요. 특히 사람들은 셀프계산대가 계산원보다 더 빠르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럼 진짜 빨랐을까요? 당시 크로거 부사장의 설명은 좀 다릅니다. “실제로는 셀프계산대가 결제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고객이 스스로 작업하기 때문에 더 빠르다고 느낀다”는 거죠.하지만 이 혁신은 너무 시대를 앞서갔습니다. 시장은 생각만큼 열광하지 않았죠. 실제 미국 대형 마트가 본격적으로 셀프계산대를 도입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 하지만 성장은 다소 울퉁불퉁했습니다. 예컨대 알버슨스(Albertsons)는 2011년 ‘쇼핑객에 더 많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셀프계산대를 전면 철수했다가 2019년 다시 도입했죠. 미국 코스트코 역시 2013년 셀프계산대를 다 없앴다가, 2019년 다시 돌아왔고요. 지난해 초엔 월마트가 미국 뉴멕시코주 매장 3곳에서 셀프계산대를 없애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은 아니지만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부스(Booths)는 최근 대부분 매장에서 셀프계산대를 폐쇄한다고 발표했고요.(참고로 한국에선 롯데마트 2017년, 이마트 2018년부터 셀프계산대 도입)왜 이렇게 기업들이 오락가락할까요. 2024년까지도 셀프계산대가 완벽한 사용경험을 선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종종 형편없는 결과를 초래하죠. 고객과 점원, 그리고 기업에도요.셀프계산대가 싫은 이유일단 셀프계산대의 장점부터 나열해볼까요.고객 입장에서 가장 큰 건 계산대 앞 긴 줄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매점을 찾은 고객들은 제품이 품절되거나(48%) 찾기 어려운 것(40%)보다 긴 계산 줄(60%)을 가장 짜증 나 했습니다.기업 입장에선 여러모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일단 셀프계산대는 자리를 덜 차지하기 때문에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요. 당연히 계산하는 직원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1대에 보통 3만 달러가 넘는 비싼 비용(소프트웨어 포함)에도 셀프계산대를 설치합니다. 미국 식품산업협회(FMI)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식품 소매점의 96%가 셀프계산대를 뒀다고 하죠. 셀프계산대에서 계산된 식료품은 2018년엔 18%뿐이었지만 2021년엔 30%로 늘었습니다.실제 사용경험은 어떤가요. 간단하게 서너가지 물건만 살 때는 셀프계산대가 간편하게 여겨지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실 더 많죠. 술 사려면 나이 확인을 위해 직원 호출, 실수로 바코드 2번 찍으면 취소를 위해 직원 호출, 그냥 기계가 먹통돼서 직원 호출. 수시로 ‘직원 호출’ 상황이 이어집니다. 또 보통 도난 방지를 위해 스캔한 제품 중량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두는데요. 이게 물건을 늦게 올려도 미리 담아도 오류가 발생하죠. 보통 예민한 게 아닙니다. 경고 메시지가 뜰 때마다 마치 기계가 이렇게 질책하는 것만 같죠. ‘당신, 혹시 도둑이야? 아니면 멍청한 건가?’ 실제 2021년 미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7.3%의 쇼핑객은 셀프계산대가 잘 작동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바코드가 없는 포장되지 않은 신선식품을 셀프계산대로 구입하는 건 더 도전적인 일입니다. 수십 가지 품목 중 자신이 고른 농산물을 정확히 골라내고(내가 고른 사과가 홍로인지, 부사인지 구분해야) 개수를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영국 슈퍼마켓 부스는 바로 이 점이 셀프계산대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힙니다. “우리는 (바코드가 없는) 농산물과 빵 제품이 많습니다. 그로 인해 셀프계산대에선 모든 일이 느려지고 정말 복잡합니다.”(영국 부스의 나이젤 머레이 이사의 BBC 인터뷰)셀프계산대 앞에서 고객보다 더 바쁘고 힘든 사람은 마트 직원입니다. 미국 워싱턴주의 대형마트 점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스캐너와 터치스크린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물건을 훔치려고 시도하는 고객들을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중단없이 감시해야 한다고 자신의 업무를 설명하죠. 일반 계산대와 달리 셀프계산대에서 직원을 호출하는 고객들은 대체로 당황했거나 짜증 났거나 화가 나있는 상태입니다. 감정노동도 훨씬 심할 수밖에 없죠.쇼핑객 7명 중 1명은 도둑질 경험?, 딥다이브에서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셀프계산대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명백하게 절도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셀프계산대에서 물건을 슬쩍하는 다양한 수법이 있다는데요. 바나나로 입력하고 무게가 비슷한 티본스테이크를 가져가는 식의 바코드 바꿔치기(일명 ‘바나나 트릭’)가 대표적이죠. 작은 품목을 다른 물건 안에 숨기거나, 손목에 붙여놓은 가짜 바코드를 스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스캔은 다 제대로 했지만 결제를 안 하고 들고 나가버리는 대담한 수법도 쓰입니다.그런 도둑질이 얼마나 되겠냐고요?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소매업체들이 이 사실을 쉬쉬해서 정확한 통계가 없을 뿐이죠. 미국 온라인 금융플랫폼 렌딩트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는데요. 응답자 중 15%가 셀프계산대에서 물건을 훔친 적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놀랍게도 7명 중 1명이 물건을 훔쳤다는 뜻이죠. 또 21%는 ‘실수로’ 스캔하지 않은 물건을 가져간 적 있다는데요. 그 물건을 매장으로 다시 가져가 돌려준 경우는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꿀꺽한 겁니다. 렌딩트리는 셀프계산대 기계가 도둑질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셀프계산대는 편리하지만 확실히 물건을 훔칠 위험이 큽니다. 소매업체는 셀프계산대의 비용절감 효과가 도난 증가위험을 감수할 정도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렌딩트리 매트 슐츠 최고신용분석가)또다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셀프계산대에서 도난이 일어날 확률은 사람 계산원이 있는 일반 계산대의 21배에 달합니다. 미국 스타트업 그라방고(Grabango)가 컴퓨터 비전 기술을 사용해 5000건의 거래를 추적한 결과인데요. 고객이 담아가는 물건보다 적게 계산되는 사례가 얼마나 되나 보니까 일반 계산대는 0.3%, 셀프계산대는 6.7%였죠. 금액 기준으로는 3.5%, 즉 셀프계산대를 통해 100만원 어치를 사갈 때 3만5000원 꼴로 덜 결제한다(훔치거나 실수하거나)고 합니다. 무시하기 어려운 비율인데요.그래서 절도를 막기 위한 여러 보안대책이 자꾸만 추가됩니다. 미국 코스트코는 셀프계산대에 직원을 늘리고, 출구에서 영수증을 일일이 확인하죠. 월마트는 셀프계산대 근처에 ‘스캔 누락 감지’ 기능이 있는 AI 기반 카메라를 설치했고요. 크로거 역시 스캔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오류 메시지를 띄우고 표시등을 깜빡거리게 하는 AI 기술을 배포했습니다. 점점 마트 계산대가 공항 검색대 스타일로 변해가는데요. 이런 식이면 셀프계산대가 비용을 줄여주긴 하는 건가, 다시 따져봐야 할 듯합니다.그럼 시간은 어떨까요?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고객(85%)은 셀프계산대가 확실히 더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좀 다릅니다. 사회학자 크리스토퍼 앤드류스는 셀프계산대가 실제로는 더 빠르지 않다고 지적하는데요. “고객들이 매초마다 주의를 기울이며 계산원을 대신한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더 빠르게 느껴질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 소매업체들은 셀프계산대의 늘어지는 대기시간을 어떻게 줄일까 고민 중이죠. 미국 마트 타겟은 일부 매장에서 셀프계산대를 이용할 수 있는 물품 수를 10개 이하로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아니, 도난이 급증하고 대기시간도 별로 줄여주지 못하면 셀프계산대가 무슨 소용인가요. 그래서 일부 전문가는 셀프계산대의 멸종을 예언합니다. 소매업 전문가 필 렘퍼트는 무인매장 아마존고(Amazon Go) 같은 기술, 즉 물건을 들고 나가면 알아서 계산해 결제하는 기술이 더 대중화되면 언젠가는 셀프계산대를 대체할 거라고 보는데요.하지만 아마존고 방식은 투자비가 아직까진 어마어마하게 듭니다. 그리 단기간에 거기로 넘어가진 않겠죠. 대신 그 중간지점이 모색 중입니다. 셀프계산대이긴 한데, 바코드를 일일이 스캔할 필요가 없이 그냥 바구니에 제품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순식간에 계산해주는 방식인데요. 제품마다 주파수 칩을 붙여 이를 인식하는 기술로, 이미 유니클로가 일부 매장에 선보이고 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유급 직원의 노동을 무급 쇼핑객에 이전하는 전통적인 셀프계산대와 달리, 노동력을 완전히 제거한다”며 “셀프계산대를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냅니다. 이 기술은 영국 테스코 역시 최근 테스트 중이라고 합니다.셀프계산대가 첫 선을 보인 지 38년. 기계는 아직 사람 계산원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한참 부족해 보입니다. 계산원 일자리를 빼앗는 적으로도 지목되는 셀프계산대.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이것저것 따져보고 차근차근 도입돼도 좋을 듯합니다. 사람이냐 기계냐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둘이 공존하는 게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나으니까요. By.딥다이브ATM처럼 셀프계산대에도 금방 익숙해질 줄 알았건만. 셀프계산대 도입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이 기계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는데요.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예측은 조금씩 빗나가곤 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소비자가 직접 상품 바코드 스캔을 하게 하는 셀프계산대. 미국에서는 1986년 첫 선을 보였고, 2000년대 들어 대부분 대형 마트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직원의 유급 노동을 소비자의 무급 노동으로 전환하는 겁니다.-하지만 셀프계산대는 종종 고객을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오류는 잦고 직원의 개입은 빈번합니다. 일부 슈퍼마켓이 셀프계산대 철수를 결정한 이유입니다. -게다가 셀프계산대는 도둑질을 크게 늘렸습니다. 기계를 이용할 때 사람들은 더 쉽게 물건을 훔칩니다. 일부러, 또는 실수로 계산하지 않은 물품이 늘면서 소매점은 매출에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결국 직원을 더 배치하고, AI 감시 기술을 도입하는 식으로 보안을 강화하고는 있는데요. 이거 비용 절감 효과 있는 거 맞을까요? 아직은 셀프계산대 기술이 고객과 기업, 모두 만족시키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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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스닥 5일째 하락…애플은 또 등급 강등[딥다이브]

    나스닥지수가 또 하락했습니다. 벌써 5일 연속인데요. 2022년 10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라고 합니다. 4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0.56% 하락해, 12월 27일 종가와 비교해 거의 4% 떨어졌고요. S&P500은 0.34% 하락했는데, 4일째 하락입니다. 다우지수는 소폭(0.03%) 상승 마감했고요.왜 이런지 들여다보면 애플 탓이 크죠. 애플 주가는 이날 또 1.27% 하락했는데요. 새해 들어 5.5% 떨어진 겁니다. 시장가치로는 1640억 달러를 날린 거죠. 앞서 2일 바클레이즈가 애플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낮췄단 소식에 애플 주가가 급락했는데요. 이날은 파이퍼샌들러가 중국의 취약한 거시경제 상황으로 인해 “아이폰 재고 수준을 우려한다”면서 애플 투자등급을 하향조정(비중확대→중립)했습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거대 기술주입니다.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2024년 회계연도에 애플의 매출은 3.6%, 이익은 7.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죠. 애플 주식에 대한 매수 추천 의견은 33건인데요. 이는 아마존(68건), 메타(66), 엔비디아(59)보다 훨씬 낮은 겁니다.혹시 지난해 시장을 이끌었던 메가캡 주식의 후퇴가 시작된 건 아닐까요. 이번주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는 기술주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합니다. 그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메가캡 성장주 집단이 성장을 지속할 거라고 본다”면서 “통신서비스 섹터는 등급을 하향조정했지만 기술, 특히 소프트웨어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합니다.이날 시장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자율주행 칩 제조업체 모빌아이(Mobileye)입니다. 주가가 무려 24.55% 급락했는데요. 모빌아이 측이 올해 매출과 수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할 거라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한 영향입니다. 모빌아이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고객의 과잉 재고를 인지하게 됐다”면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50% 감소할 걸로 내다봤죠.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자동차 업계가 난리를 겪었던 것 기억하시죠. 이런 부족 현상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차량용 반도체 산업은 오히려 수익을 높일 수 있었죠. 자동차 제조사들이 재고를 늘리려고 노력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재고를 거의 다 채웠고, 전기차 판매는 약화되고 있습니다. 재고 과잉 상태에 직면하면서 성장이 꺾이기 시작한 겁니다.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안타깝게도 조정의 끝보다는 시작에 더 가깝다”고 분석합니다. 자동차 수요가 금세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날 모빌아이의 발표로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인 NXP반도체와 온세미컨덕터 주가도 3%대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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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침체도, 불평등 심화도 없다고? 도전받는 경제 비관론[딥다이브]

    연말입니다. 내년 경제 전망을 이야기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죠. 하지만 전망 기사를 쓰지 않을 핑계를 찾았습니다. 바로 1년 전 나왔던 올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치가 완전히 빗나갔다는 점이죠.2023년 미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실업률이 치솟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증시도 고꾸라질 거라던 1년 전의 그 예측. 다들 기억하시나요? 결국 이런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지금 확인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경제학자들은 왜 이렇게 많이 틀렸을까요.경기 전망만 빗나간 게 아니죠. 소득 불평등과 관련된 피케티의 연구가 사실 과장됐다는, 즉 실제로는 불평등이 그다지 심화하지 않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는데요. 이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늘은 빗나간 경제학과 그 의미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2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경기침체는 오지 않았다1년 전 주요 경제학자 중 85%는 2023년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미국 실업률은 5.5%까지, 어쩌면 7%까지도 치솟을 거라고 봤고요. 지난해 12월 7일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던 암울한 설문조사 결과였는데요. 기사엔 “연착륙은 극히 어렵다. 경기침체를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조르지오 프리미세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비관적인 전망이 함께 담겼죠. 당시엔 경착륙 또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인플레이션) 같은 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자, 그래서 결과는? 미국 3분기 GDP 성장률이 4.9%를 기록했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죠. 미국은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1년 내내 3%대를 유지 중입니다(11월은 3.7%). 기준금리가 치솟고, 물가상승률이 꺾였는데도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올해 내내 경제 낙관론을 펼쳤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을 조심하세요’)에서 이렇게 승리를 선언합니다. “연착륙을 달성했습니다.”경제학자들이 너무나 많이 틀렸기 때문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요.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를 ‘공급망 문제 해결’로 설명합니다. 2021~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은 사실 일시적인 공급망 대란(코로나+우크라이나 전쟁) 탓이었고, 이 문제가 풀리자 자연스럽게 해결됐다는 거죠. 반면 비관론에 빠진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점을 간과했기에 엉뚱한 전망을 했던 거고요.그러면 왜 그렇게 집단적으로 공급망 이슈를 간과했을까요. 혹시 폴 크루그먼이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인 것과 달리, 나머지 경제학자들은 공화당 지지자이기라도 할까요. 올해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경제학자 중 가장 거물이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인 걸 보면 꼭 그렇게 얘기할 순 없겠는데요(서머스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바로 이와 관련해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쓴 블룸버그 칼럼을 소개합니다. 그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기침체를 예측한 이유는 재닛 옐런(현 재무장관), 폴 크루그먼 같은 많은 전문가가 수십 년 동안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옐런이나 크루그먼 같은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신봉하는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금리 인상→총수요 감소→고용 감소→경기침체’라는 케인스주의적 공식이 현실세계엔 도통 통하지 않더라는 거죠.코웬 교수는 케인스주의와 대척점에 있었던 로버트 루카스 교수(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합리적 기대 이론(똑똑한 개인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합리적 기대를 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이론)’이 오히려 지금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그의 결론은 이겁니다. “좀 더 솔직해집시다. 거시경제학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유명 경제학자들의 경제 전망과 정책 조언을 전달하기 바쁜 경제기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허무한 결론이 아닐 수 없는데요. 동시에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저서에 남긴 경제학자에 대한 비판이 오버랩됩니다. 이런 내용입니다.“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은 대부분 헤어나지 못하는 그들만의 코르셋에 꽉 끼여 분석과 논평을 한다. 경제학자들은 계산만 하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책에서 배운 내용을 모두 알지만 학습 내용과 현실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인용)소득격차가 커지지 않는다고?원래 예측이라는 건 늘 빗나가기 마련이죠. 경제 전망이 틀린 게 한두 번도 아니고요. 하지만 경제 예측이 아닌 냉철한 실증적 경제학 연구도 도전에 시달립니다. 최근 10년 새 가장 유명한 스타 경제학자라 할 수 있는 토마스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소득 불평등에 관한 연구가 그중 하나인데요.2013년 ‘21세기 자본’을 펴낸 피케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죠.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는 그의 연구 결과는 양극화 심화에 대한 경종을 울렸는데요. 그가 공동 저자들과 쓴 논문(2018년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이렇습니다. 1962년 10.1%→1979년 9.1%→2014년 15.7%(세후 소득 기준). 수십 년의 소득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상위층 소득이 하위층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늘면서 격차가 갈수록 커졌다는 결론입니다. 왜 부의 재분배가 시급하고, 더 누진적인 세금제도가 필요한지를 뒷받침하는 결과이죠.그런데 이런 피케티의 연구를 조곤조곤 반박해 결론을 뒤집는 새로운 논문이 나왔습니다. 저명한 학술지 정치경제저널 게재가 지난달 승인된 따끈따끈한 논문 ‘미국의 소득 불평등 : 세금 데이터를 사용해 장기적 추세 측정하기’인데요. 미국 재무부의 제럴드 오텐과 미 의회 조세합동위원회 데이비드 스플린드는 피케티의 방법론을 수정·보완해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합니다. ‘미국의 세후 소득 불평등은 1960년대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들의 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가 차지하는 세후 소득 집중도는 1962년 8.6%→1979년 7.4%→2014년 9.1%입니다.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연구자들은 피케티와 달리 소득세 신고에서 누락되는 소득까지 추정해 계산했습니다. 정부 복지로 인한 이전소득(사회보장급여·실업급여·메디케어급여 등)이나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추가했고요(=저소득층의 최근 소득이 피케티 연구보다 늘어남). 소득세율의 극적인 변화(1964년 이전 91%였던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이 37%로 하락)로 과거엔 고소득층이 일부러 사업소득을 줄여서 신고했다는 점도 반영했습니다(=고소득층의 과거 소득이 피케티 연구보다 늘어남). 이렇게 세금 신고서로는 잡히지 않는 소득이 전체의 40% 가까이 됐다는데요. 어떤가요. 소득세 신고 데이터만 가지고는 실제 소득 분포를 정확히 알아낼 수 없어 보완해야 한다는 이들의 논리, 어느 정도 설득력 있지 않나요. 워낙 꼼꼼하게 각종 변수(혼인율 감소와 부부 별도 신고 증가, 부양가족 감소 등)를 죄다 연구에 반영하고 있어서, 그 집요함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논문이기도 한데요(소득세법 오타쿠 느낌).문제는 이 결론을 사람들이 얼마나 받아들이겠냐는 점입니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대중적으로 호소력이 짙어서 웬만해선 이를 깨기가 쉽지 않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피케티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반박한 이 연구에 대해 이렇게 평했습니다. “(기후 부정에 이어) 불평등 부정은 그다지 유망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마치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뜻의 답변인데요.실제로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수십 년 동안 소득 격차가 커지지 않았다고? 뭐야. 그럼 아무 문제도 없다는 얘기인가?’ 그리고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도 딴판이기 때문이죠. 이 연구 결과를 다룬 FT 기사엔 연구가 ‘사기’ 내지 ‘거짓말’이라는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그런데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연구 결과는 희망적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화하지 않은 건 세금과 이전소득을 모두 반영한 세후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얘기입니다. 세전 소득으로 따지면 역시나 과거보다 소득 격차가 더 커진 걸로 나오죠. 이게 무엇을 말하느냐.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이전소득과 세금 감면 혜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즉, 그동안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해왔던 각종 노력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뜻이죠.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제도를 늘리고, 누진적인 세금 정책을 펼쳐온 덕분에 그나마 현상 유지 중인 겁니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헛되진 않은 셈입니다.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인데요.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 역시 상위 1%의 소득 집중도가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높아진 국가입니다(1998년 7.1%→2016년 12.2%). 그리고 이 기간에 다양한 복지제도(2008년 기초노령연금·근로장려금, 2010년 장애연금) 도입과 여러 차례의 소득세법 개정(최고세율 2011년 35%→현재 45%)이 있었는데요. 과연 이런 정책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요. 아니면 별로 효과가 없었을까요. 앞으론 정치인이 아닌 경제학자가 나서서 이 이슈를 좀 더 정교하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따라서 경제학은 좀 더 힘을 내야 합니다. 할 일이 참 많아요. By.딥다이브고백건대 언론은 원래 비관론을 좋아합니다. 경제 기사는 더 그렇죠. 왜냐고요? 비관론이 더 똑똑하고 우아하게 들리니까요. 모건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에서 이렇게 썼죠. “낙관주의는 제품 홍보처럼 들리고 비관주의는 나를 도와주려는 말처럼 들린다.” 경제학 중에서도 특히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건 이런 심리적 요인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1년 전 쏟아졌던 2023년 경제 전망이 모조리 빗나갔습니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고 실업률이 치솟을 거라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경제는 호황이고 고용은 안정돼있습니다. -왜 그렇게 집단적으로 틀렸을까요. 아마도 이들이 신봉하는 케인스주의 경제학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통화정책과 총수요, 고용시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론을 의심할 때입니다.-‘피케티 신드롬’을 일으켰던 소득 불평등에 관한 경제학 연구도 도전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소득격차는 지난 수십 년간 커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습니다.-양극화가 심해지지 않았다? 믿기 어렵고 불편한 결론인데요. 달리 보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조금은 효과가 있긴 하다는 뜻 아닐까요. 절망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호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이 기사는 12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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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500, 최고치까지 13포인트 남았다… 산타 효과?[딥다이브]

    뉴욕증시가 보합권으로 마감했지만 S&P500은 사상 최고치 경신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올해 거래 마감을 하루 남긴 28일(현지시간) S&P500지수가 1.77포인트(0.04%) 오른 4783.35를 기록했는데요. 2022년 1월 3일 기록한 종가 최고치(4796.56)의 턱밑에 다가가 있죠. 이날 다우지수는 0.14% 상승, 나스닥지수는 0.03%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9주 연속 랠리를 이어가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올해 다우지수는 14%, S&P500은 25%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무려 44% 상승했죠. AI 열풍으로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대형기술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졌기 때문인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7개 기업(엔비디아·MS·아마존·애플·알파벳·메타·테슬라)은 내년에도 S&P500 평균을 웃도는 좋은 실적을 이어가겠지만, 관건은 이 부분이 주가에 이미 얼마나 반영되어 있느냐입니다. 전 메릴린치 트레이더 톰 에사이는 블룸버그에 “이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면서 속담대로 ‘카누의 한쪽에 기대 있는 것처럼 보일 때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죠. 단기적으로는 산타클로스 랠리가 계속 이어질지가 관심거리인데요. 한해의 마지막 5거래일과 다음 해의 첫 2거래일에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걸 가리키죠. 일단 첫 4거래일엔 3대 지수가 0.8~0.9% 오르며 산타랠리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증시에 산타랠리가 나타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일단 투자자들이 연말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경우가 많고요. 또 연휴 기간엔 거래량이 적어서 시장 움직임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산타가 오느냐, 오지 않느냐가 새해 증시의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설명하죠. 역사적으로 산타랠리가 펼쳐진 경우에 새해 증시 성적이 더 좋았다는 겁니다(산타가 온 경우 평균 10.2% 상승, 안 오면 평균 5% 상승).내년 증시를 전망할 때 이 변수도 빠지지 않죠. 바로 미국 대선이 있는 해라는 점인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연도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고 합니다. 1949년 이후 재선 도전 해의 S&P500 연간 상승률이 평균 13%였다는데요. 현직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은 해의 저조한 성과(평균 –1.5%)와 대조됩니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현직 대통령이 출마하는 경우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나 세금 감면책이 나오기 때문일 거라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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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체소금’으로 원자로 냉각… 안전성 높아 美-中 등서 개발 경쟁[딥다이브]

    안전한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됐다. 중국에 이어 미국도 물 대신 액체소금을 냉각재로 쓰는 용융염 원자로 건설에 나섰다. 한국은 후발주자이지만, 민관 합동 연구개발로 해양용 용융염 원자로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도 액체소금 원자로 건설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달 중순 원자력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의 시험용 원자로 건설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총 1억 달러를 들여 테네시주에 2026년 완공할 이 원자로는 용융염 원자로(MSR·Molten Salt Reactor)이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차세대 기술로, 냉각재로 물이 아니라 고온으로 녹인 액체소금을 쓴다는 점이 다르다. 마이크 라우퍼 카이로스파워 창업자는 “미국이 수냉식(물로 냉각)이 아닌 원자로 건설을 승인한 건 50년 만에 처음”이라며 “더 깨끗하고 안전하고 저렴한 핵에너지를 제공하는 능력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카이로스파워 외에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에너지 기업 테라파워,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출신들이 세운 소콘도 용융염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민간기업 중심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10여 년 전부터 용융염 원자로에 투자해왔다. 2021년 이미 용융염 원자로를 고비사막에 건설한 중국은 안전평가를 거쳐 올해 6월 원자로 시험 가동을 승인했다. 중국과학원 상하이응용물리연구소가 맡아 시험 운영 중이다. 진행 속도로 볼 땐 중국이 세계 최초의 용융염 원자로 상용화에 가장 다가가 있다. 이 밖에 캐나다 테레스트리얼에너지, 영국 몰텍스에너지 등 전 세계적으로 20개 이상의 기업이 용융염 원자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치명적 사고 위험이 없다용융염 원자로는 1954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기술이다. 몇 주 동안 급유 없이 날 수 있는 핵 추진 전투기를 만들기 위한 미 공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후 이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 있던 시험용 용융염 원자로 가동은 1969년 멈췄다. 원자력 업계는 물로 원자로 열을 식히는 ‘수냉식’이 평정했다. 잊혀진 기술이었던 용융염 원자로가 다시 주목 받는 건 뚜렷한 장점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치명적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원전 사고 중 가장 위험한 건 노심용융(멜트다운·Meltdown).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온도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을 뜻한다. 후쿠시마 제1 원전의 경우 정전으로 냉각수 순환이 멈추자 원자로 안에 있던 냉각수가 증발해 버리면서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물이 아닌 용융염을 냉각재로 쓰면 사고가 나더라도 증발해 버릴 일이 없다. 액체소금의 끓는점이 1500도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냉각재가 밖으로 유출돼도 큰 문제 없다. 녹는점이 높은 용융염이 고체로 굳어 버려 방사성 물질 누출을 막는다. 이에 대해 퍼 피터슨 버클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용융염은 끓어오르지 않는다”며 “이것이 원자력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떠오른 이유”라고 설명한다. 4m에 달하는 긴 연료봉 다발인 ‘핵연료 집합체’를 쓰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 용융염 원자로는 액체 핵연료를 쓴다. 카이로스파워처럼 고체 연료를 쓰는 경우에도 그 크기가 탁구공 정도로 작다. 따라서 원자로를 작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처럼 18개월에 한 번씩 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원전 운전을 멈출 필요가 없다. 온라인으로 연료를 추가하는 식의 무인 운전이 가능하다. 사용후 핵연료도 훨씬 덜 발생한다. ● 선박용 원자로에 집중하는 한국한국은 용융염 원자로 기술에 있어 후발 주자이다. 올해 4월부터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선정해 정부 지원을 시작했다. 일단 2026년까지 용융염 원자로의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인증을 거쳐 2030년 이후 해양용 원자로 1호기를 건설한다는 로드맵이 짜여 있다. 용융염원자로 원천기술 개발사업단을 이끄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동형 단장은 “우리가 조금 늦긴 했지만 분발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초기 단계인 데다 그동안 연구원 차원에서 용융염 관련 기술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게 고무적”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공동 연구에 참여한 기업은 현대건설, 삼성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센추리. 연구원은 상업용으로 쓸 수 있는 해양플랜트와 선박 추진용 용융염 원자로에 중점을 두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용융염 원자로에서 가장 큰 난제는 부식이다. 소금의 강한 부식성을 견딜 만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단장은 “부식을 막기 위한 해결책이 하나씩 나오고 있는 중”이라며 “가급적 30년 동안 교체할 필요 없는 안전한 원자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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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세대는 복제품 쇼핑에 열광 중…싸서? 아니 힙해서![딥다이브]

    듀프(dupe)를 아시나요? 복제품을 뜻하는 영어 ‘duplication’을 줄여 쓴 단어인데요.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Z세대의 올해 소비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듀프 시대’입니다. 복제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브랜드 제품을 따라 만든 ‘저렴이’ 제품 소비 열풍이 일고 있는데요.저렴한 카피제품? 그건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것 아니냐고요. 그렇긴 한데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있습니다. 요즘 Z세대는 이런 듀프 소비를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놓고 자랑한다는 점인데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상당히 지속될 것만 같은 복제품 소비 트렌드를 들여다봤습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저렴한 카피제품 열풍“쇼핑몰에서 쇼핑하다가 정말 귀여운 걸 발견하게 돼요. 그럼 가격표를 보고서 ‘아, 이거 듀프(dupe)를 찾아야지’라고 생각하죠.”미국 여대생 엘라 린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리치아(aritzia), 룰루레몬(lululemon),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같은 패션 브랜드를 좋아하는 19살 소녀는 주로 아마존에서 이런 식으로 검색하죠. ‘아리치아 듀프(aritzia dupe)’. 그리고 그렇게 구입한 37달러짜리 아리치아 스웨트셔츠 복제품을 침대 위에 던지는 영상을 찍어 틱톡에 자랑합니다. 정가(118달러)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아리치아 저렴이를 샀다고 말이죠. 그는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비싼 브랜드 이름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데요.듀프(dupe), 혹은 둡(doop)이라고 부르는 저렴한 카피제품 소비 열풍이 심상찮습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dupe’로 검색한 건수는 미국에선 최근 13개월, 영국에선 6개월 만에 100% 증가했죠. 틱톡에선 ‘dupe’로 검색하면 향수부터 가구까지, 각종 카피제품 구매를 자랑하는 무수한 영상이 뜹니다. 이런 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63억 회에 달하죠. 듀프 소비가 Z세대, 즉 2012~1997년에 태어난 이들의 새로운 트렌드라는 게 보그 같은 패션지부터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경제매체까지 공통적으로 내놓은 분석입니다.좀 더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설문조사 결과도 있죠.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설문조사(10월)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1%가 이런 복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밀레니얼 세대(44%)와 Z세대(49%)에선 이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Z세대는 단순히 복제품을 더 많이 살 뿐 아니라, 복제품을 사는 이유가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는 점이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인데요. 젊은이들이 돈이 없어서, 돈을 아끼려고 카피제품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틀렸습니다. Z세대에게 듀프 소비는 놀이이자 자랑거리입니다.싸서? 아니 힙해서!여기서 잠깐. 이렇게 지적할 분들 있을 겁니다. 카피제품은 그 오리지널 브랜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네, 아닙니다. 복제품(듀프)이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품과 다른 점인데요. 가짜 로고를 새겨 상표권을 침해하거나 특허를 침해하는 위조품은 불법이지만, 그냥 디자인이나 주요 특징을 비슷하게 따라 하기만 한 복제품은 대체로 법적으로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뉴욕대 법대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먼 교수는 “복제품 문화는 오랫동안 매우 활발했고, 일반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죠. 물론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과연 복제품은 무해한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요(뒤에서 다시 설명).카피제품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달라진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①인기 브랜드 제품을 복제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습니다. ‘쉬인(Shein)’이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미친 속도와 가격으로 유명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여기에 한몫 했고요. ②Z세대는 복제품을 샀다는 걸 아주 자랑스럽게 기꺼이 공개한다는 점입니다. 복제품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도대체 왜 그들은 듀프 구입을 좋아할까요.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위 그래프)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들은 복제품 구입에 대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복제품 구입은 큰돈 들이지 않고 ‘럭셔리’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69%). 특히 60%는 오리지널 제품을 살 여유가 있어도 여전히 복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했죠. 또 절반가량은 ‘복제품을 찾는 건 흥이 나는 일’(51%)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한마디로 저렴한 복제품을 찾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겁니다.이를 두고 모닝컨설트는 쇼핑이 일종의 게임화됐다고 분석하는데요. 디자인과 성능은 크게 빠지지 않는데 가격은 훨씬 저렴한 ‘최고의 복제품 찾기’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복제품을 잘 사면 ‘예산에 민감하면서도 안목 있는 소비자’임을 과시할 수 있게 되는 거죠.마케팅 전문가인 노스웨스턴대학의 자클린 밥 교수는 “이들은 복제품을 ‘명예의 휘장’으로 여기기 때문에 일부러 복제품을 구매한다”면서 “(돈을 아끼려는) 경제적 결정이 아닌 의도적인 큐레이션”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마케팅 전문가인 찰스 린드시 버팔로대 교수는 이렇게 분석하죠.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했는지 보여주는 걸 좋아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이 유명 브랜드인지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FT는 이를 Z세대의 ‘동지애’로 설명합니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이들은 쏠쏠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데요. 마치 화장법이나 투자 팁을 틱톡으로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제품 구입 정보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는 겁니다.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더피프스의 벨라 할스 연구원은 “저렴한 가격 제품을 찾는 건 승리이자,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며 “이들은 정보 공유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패션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대놓고 베끼는 저렴이 브랜드이런 복제품 소비 열풍에 맞춰 인기를 끄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은근히, 또는 대놓고 유명 브랜드의 ‘저렴이’ 제품으로 마케팅하는 경우인데요.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에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화장품 기업 엘프뷰티(ELF)이죠. 2004년 설립된 이 저가 메이크업 브랜드는 틱톡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2019년 이후 무섭게 성장 중인데요. 주가도 급등해 올해 들어서만 161% 상승했을 정도이죠(55달러→145달러). 엘프의 성장세를 설명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가성비, 식물성 원료, 틱톡 마케팅) 유명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의 ‘저렴이’ 버전이라는 게 핵심 이유입니다. 예컨대 14달러인 엘프의 ‘헤일로 글로우’ 제품은 유명한 샬롯티벌리 파운데이션(49달러)의 대체품으로 통하면서 엄청나게 팔렸죠. 또 5달러짜리 엘프의 ‘시어 슬릭’ 립스틱은 클리니크의 20달러짜리 베스트셀링 립스틱의 듀프라는 별명이 붙었고요.제2의 엘프뷰티를 노리는 또 다른 브랜드들이 있죠. 향수 브랜드 도시어(Dossier)는 대놓고 럭셔리 브랜드와 거의 비슷한 상품을 70~9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컨셉으로 광고합니다. 상품 설명에 아예 ‘조말론 우드세이지앤씨솔트에서 영감을 받았음’이라고 써놓고 가격까지(조말론 205달러, 도시어 49달러) 비교해놨죠.CRZ요가는 32달러짜리 레깅스를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브랜드인데요. 틱톡에선 룰루레몬의 98달러짜리 얼라인 레깅스의 저렴이 버전으로 통합니다. 전자상거래 분석회사 정글스카우트 데이터에 따르면 CRZ요가는 한 달에 8만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 중이라는 군요.복제품 열풍에 편승해 새로 나오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온라인 패션브랜드 퀸스(Quince)는 유명 브랜드와 같은 공장에서 옷·가방·신발을 제조해 반값에 판매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예컨대 데인도버(Dagne Dover)의 195달러짜리 백팩 복제품을 99달러에, 버겐스톡의 140달러짜리 코르크 밑창 샌들 복제품을 70달러에 판매하면서 ‘50% 싸다’고 광고합니다.복제품이 인기 끌면 손해? 이익?복제품 소비가 당당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니, 이를 이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죠. 오리지널 브랜드가 제품 개발과 마케팅까지 다 해놓은 걸 그대로 베껴서 돈을 벌다니. 불법은 아니더라도 문제 있는 것 아닐까요.실제 복제품을 매우 불편해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미국 가구 브랜드 헬러의 존 에델만 CEO는 “당신이 구매하는 모든 복제품은 디자인의 미래를 죽인다”고 비판하죠. 복제품으로 인해 진품 소비가 줄어든다면 창작자는 어떻게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한탄인데요. 이 때문에 또 다른 가구업체 블루닷은 아예 복제품 감시를 위한 전용 예산을 따로 마련해뒀습니다. 블루닷의 제품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베껴도 너무 심하게 많이 베낀 복제품 판매 사이트를 발견하면 회사 변호사가 직접 연락을 하죠. 존 트리스타코스 블루닷 창업자는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복제품이 늘어난다고 해서 오리지널 제품 판매가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아예 소비하는 사람 자체가 다르다는 건데요. 이런 시각으로 보면 복제품이 인기를 끄는 건 오리지널 브랜드 입장에서 썩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유명한 브랜드라는 걸 증명해주는 일일 뿐인 거죠.복제품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역이용한 브랜드가 바로 룰루레몬인데요. 지난 5월 룰루레몬은 ‘듀프 스왑’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인기 제품인 얼라인 레깅스의 복제품을 산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를 진품과 무료로 교환해준 건데요. LA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 약 1000명의 고객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 중 절반은 룰루레몬 정품을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고객이었죠. 룰루레몬 CEO 캘빈 맥도널드는 이 행사를 두고 “주요 목적은 새로운 손님을 확보하고 레깅스의 독창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거였다”면서 “대단한 성공이었다”라고 평가합니다. 룰루레몬 레깅스에 관심 있는, 하지만 98달러를 주고 살 생각을 못했던 고객에게 실물을 보여주며 ‘역시 비싼 정품은 다르긴 다르네’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기회로 삼은 거죠.복제품이 판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기업도 많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이솝(Aesop)도 그런 경우인데요. 이솝의 최고고객책임자인 수잔 산토스는 보그 인터뷰에서 “그것(복제품)은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대안 브랜드가 적절한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말하죠.그런데 궁금합니다. 과연 Z세대는 더 나이가 들고 경제력이 생긴 뒤에도 지금처럼 복제품에 열광할까요. 아니면 돈이 많아지면 선택이 달라질까요. 두고 볼 일이긴 하지만 모닝컨설트는 ‘듀프 문화가 젊은 소비자들의 습관에 영구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낮은 세대이기 때문이라는데요. 2031년이 되면 미국에선 Z세대 소득 수준이 밀레니엄 세대를 추월하게 될 거라고 하죠. 단순히 ‘가성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제품 소비 트렌드에 앞으로 더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By.딥다이브시성비(타이파)에 이어() 저렴이 복제품(듀프)이라니.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긴 해야겠는데, 그것이 참 알듯 말듯하단 말이죠. 오늘 기사는 주로 미국 이야기를 다뤘지만 아마 한국 시장도 이를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올해 미국 Z세대 소비 트렌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듀프(Dupe)입니다. 저렴한 복제품이 젊은 층 사이에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향수나 화장품, 레깅스는 물론 각종 생활용품에서도 다양한 복제품이 팔리고 있습니다.-카피제품이야 예전부터 있었지만 달라진 건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랑한다는 점입니다. 쇼핑을 일종의 게임처럼 하기 때문인데요. 오리지널보다 훨씬 싸게 복제품을 사는 걸 ‘승리’로 여깁니다.-이런 트렌드에 맞춰 대놓고 저렴한 복제품임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생겨났습니다. 유명 럭셔리 상품과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절반임을 광고하는 식인데요. 동시에 트렌드를 역이용해 품질과 브랜드력을 과시한 룰루레몬 사례도 있습니다.-복제품이 불법은 아니라지만 창작자의 의욕을 꺾는 것 아닐까요. 반면 어차피 소비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오리지널 브랜드에 피해가 될 건 없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당분간 복제품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쉽게 식을 것 같지 않기는 합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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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론 8.6% 급등에 반도체주 질주…뉴욕증시 반등 성공[딥다이브]

    급락 하루 만에 뉴욕증시가 다시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전날 차익실현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다시 내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인데요. 2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87%, S&P500 1.03%, 나스닥지수 1.26%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이날 미국의 3분기 GDP(국내총생산) 확정치가 발표됐죠. 기존에 나왔던 잠정치(5.2%)보다 낮은 4.9% 성장으로 확인됐는데요. 예상보다 다소 둔화된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시장에서 좋은 소식으로 통했습니다. 경기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연준의 내년 금리인하 방향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월가는 22일 장 시작 전 발표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데이터에 기대하고 있는데요. 이 수치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로 알려져있죠. CN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11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1%,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해 둔화세를 이어갈 걸로 내다봅니다. 이 역시 주식시장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씨티그룹은 “앞으로 변동성을 예상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연준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주가 하락시 주식 매수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입니다. 전날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좋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날 주가가 8.6% 급등했는데요. 덕분에 반도체주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8% 상승했습니다. 마이크론은 내년 초부터 HBM3E(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을 대량생산할 예정인데요. 산제이 메로트라 CEO는 이 제품이 “엔비디아의 GH200, H200 플랫폼에 사용될 인증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HBM 후발 주자인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입니다.이날 국제유가는 하락했습니다. 아프리카 2위 산유국인 앙골라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날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31센트 하락한 79.39달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33센트 내린 배럴당 73.89달러를 기록했습니다.11월 말 OPEC+ 회의에서 앙골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석유 감산에 반대했었죠. 결국 이날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과연 OPEC의 결속력과 영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데요. 다만 앙골라의 일일 생산량 120만 배럴이 OPEC+ 동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밖에 되지 않습니다. 앙골라가 빠졌다고 OPEC 전체가 무너지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지탱하려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이 예전만큼 잘 통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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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잘 쓰던 중국 관광객들, 이제 안 와요? 사라진 유커와 그 대안[딥다이브]

    코로나 혹한기를 간신히 버텼건만, 볕이 들긴커녕 한파가 몰아치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면세점인데요. 다시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려온 ‘큰손’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한국 얘기만이 아닙니다. 홍콩과 동남아시아, 유럽에서도 ‘중국 단체관광객 실종’ 현상에 애가 타는데요. 도대체 그 많던 중국 관광객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과연 기다리면 언젠가 돌아오긴 돌아올까요. 오늘은 전 세계 관광업계를 좌절시킨 중국 여행객의 사정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다시 돌아올 줄 알았는데…‘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 4분기 85% 정도까지 회복돼, 올해 약 220만명을 기록할 것이다. 단체 관광 재개에 따른 중국 관광객 증가로 인한 올해 GDP 성장률 제고효과는 +0.06%포인트이다.’지난 8월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8월 10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던 때였죠. 2017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단체 관광이 끊긴 지 6년 여만이었는데요. 이에 면세점·카지노·화장품주 주가가 며칠 만에 수십 퍼센트 급등하며 환호했습니다.그리고 넉 달이 지난 지금, 업계가 당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돈 잘 쓰는 중국 단체관광객들은 다 어디로 간 거죠?일단 통계부터 볼까요. 올해 10월 방한한 중국 관광객은 24만9000명. 전달보다 줄었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월(56만7000명)과 비교하면 44% 수준에 그쳤습니다. 다른 나라 관광객은 그럭저럭 회복했는데, 중국만 유독 반토막을 면치 못합니다. 국경절 황금연휴 효과? 그런 거 없었습니다. 지난 9월 정부는 중국 단체관광객 전자비자 발급수수료(1만8000원) 면제 등 지원책을 내놓으며 ‘올해 연간 중국 관광객 200만명’을 내다봤지만, 목표 달성이 만만찮아 보입니다(1~10월 154만명).중국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아 울상인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해외 여행지 하면 단연 태국이 1위로 꼽히는데요. 태국은 올해 1~10월 280만명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그쳤습니다. 올해 연간 목표치(500만명) 달성은 물 건너간 지 오래고, 2019년(1100만명)의 30% 수준에 그칠 걸로 보입니다.일본도 비슷합니다. 올해 10월 일본에 여행 간 중국 관광객은 25만6000명. 4년 전의 35%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회복률 면에서 한국이 나은 편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랄까요.먹고 살기도 빠듯하다‘제로 코로나 끝=보복 해외여행 수요 폭발’이란 공식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나가 놀고 싶어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돈 쓰는 걸 주저하기 때문입니다.지난 국경절 연휴 때 중국 만리장성이 밀려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는 보도 보셨나요? 이 연휴기간 중국 국내 여행객은 지난해보다 71% 급증해 8억2600만명에 달했다고 하죠. 즉, 놀고 싶은 중국인들이 해외로 나가는 대신 국내 여행을 한 겁니다.현지 언론에 따르면 동남아 단체관광 상품 가격은 1인당 5000위안(약 90만원) 정도. 항공·호텔·교통비가 올라 코로나 이전(3000위안)보다 비싸졌죠. 일본이나 한국 여행을 위한 항공권 가격도 이전보다 뛰어 부담스럽고요. 하지만 ‘꼬치구이 성지’가 된 산둥성 쯔보(淄博)시로 바베큐 여행을 떠나는 데 비용은 몇백 위안이면 충분합니다.이렇게 가성비 국내 여행만 뜨는 배경엔 경기침체가 있습니다. 대만 단장대학의 차이밍팡 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 젊은이들은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외로 여행하겠어요? 중국인이 해외 여행을 떠날 유인이 크게 줄었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추세입니다.”중국은 청년 구직난이 심각합니다. 지난 6월 청년(16~24세) 실업률이 21.3%에 달해 석 달 연속 20%를 웃돌았는데요. 다섯 명 중 한 명이 실업자란 거죠. 이후 중국 정부는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했지만, 올해 여름 대학 졸업생이 역대 최대인 1158만명이나 쏟아져 나왔으니 상황은 더 악화했을 게 뻔합니다.게다가 멀쩡한 직장과 집이 있더라도 예전처럼 여유가 없습니다. 집값과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예전보다 가난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상하이 출신 금융인 토마스 저우는 올해 주식은 30%, 부동산 가격은 20% 떨어졌다고 털어놓는데요. 그는 “나를 지탱하는 건 대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직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 주요 지역 집값은 이미 15% 빠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보다 비싸진 해외여행까지 갈만한 마음의 여유는 줄어듭니다.아시아태평양항공협회의 수바스 메논 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모든 아시아 항공사들이 중국의 여행 수요 증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의 거시경제적 요인이 아시아 전역 항공 여행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많은 중국인을 부유하게 만들었던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았고, 인플레이션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고요.”돈 아껴서 인스타 사진 찍는다여행업계가 중국 여행객을 애타게 기다리는 건 그 규모뿐 아니라 중국인이 ‘큰손’이라는 이유도 있죠.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싹쓸이 해가거나, 홍콩 쇼핑몰에서 지칠 때까지 쇼핑하는 중국 관광객은 큰 환영을 받는 존재였습니다.이제 그게 옛날얘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중국 관광객들은 더 이상 버스를 타고 우르르 가게로 몰려다니지 않습니다. 면세점에서 브랜드 화장품을 사는 대신 올리브영에서 중저가 화장품을 사고, 동네 저렴한 음식점 또는 사진 찍기 좋은 카페를 찾아다닙니다. 왜냐. 가성비가 좋을 뿐 아니라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핫스팟으로 통하거든요. 비씨카드의 통계를 확인해보면 중국인이 유니온페이를 이용해 한국에서 올해 1~9월 쓴 돈 중 면세점 비중은 35.9%에 그쳤습니다. 2019년(63.1%)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로 줄었죠.한마디로 중국 관광객들이 이제 예전처럼 돈을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훨씬 검소해졌죠. 쇼핑이나 명승지 투어보다는 현지인의 생활방식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요.이런 달라진 트렌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 최근 홍콩에서 있었는데요. 영국 명품 백화점 하비 니콜스가 지난달 홍콩 센트럴 랜드마크몰 매장을 철수한다고 발표한 겁니다. 2005년 처음 문 연 지 18년 만의 일이죠. 하비 니콜스 측은 “홍콩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더 이상 팬데믹 이전처럼 쇼핑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고 철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올해 이 백화점 방문자 수가 팬데믹 이전의 60% 수준에 머물렀다는데요. 홍콩소매관리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의 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특히 전자제품·시계·보석류·의류가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있죠.하지만 동시에 홍콩의 에그타르트 맛집 베이크하우스나 배우 위엔윙이(양영의) 부부가 좋아한다는 작은 식당 ‘투 그린스’는 본토 관광객이 북적거린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성수동·안국동 카페를 찾아가거나 편의점에서 약과 같은 먹거리를 사는 중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죠. “중국인 관광객이 유커(단체 관광객)에서 싼커(개별 관광객)로 변화한 만큼, 이전과 다른 마케팅 전략-지역별 핫플레이스나 체험상품 발굴-이 필요하다”(현대경제연구원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인도에 구애하는 동남아“우리는 중국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합니다.”차이 임시리 타이항공 CEO가 지난달 아시아태평양항공협회 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경기 둔화에 발목 잡힌 중국의 부진을 만회할 다른 여행 수요를 찾아내야 한다는 뜻인데요. 그럴 만한 나라가 과연 있을까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어쩌면 인도가 유력한 후보입니다.인도의 지난해 해외 여행은 1300만 건에 달했는데요.이를 2019년 중국 기록(1억400만 건)과 비교하면 너무 적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도의 1인당 GDP(2021년 2250달러)는 중국의 2006년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즉, 중국의 지난 십수년간의 해외 여행 급증세를 인도가 앞으로 따라가게 되겠죠. 그래서 맥킨지는 2040년까지 인도의 해외 여행 건수가 연간 8000만~9000만 건으로 늘어날 걸로 전망합니다.이미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관광객을 잡기 위해 각국이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데요. 태국은 11월, 말레이시아는 이달부터 인도인에 대해 최대 30일의 무비자 여행을 도입했고요. 인도네시아 역시 인도를 포함한 20개국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을 검토 중입니다. 지난해 일찌감치 인도인에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며 선수를 친 베트남의 경우, 올해 인도 관광객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자, 그럼 우리도? 글쎄요. 올 1~10월 한국을 찾은 인도 관광객 수는 10만명 남짓입니다. 절대 수는 적지만 증가율(10월 한달 기준 2019년보다 46% 증가)면에선 꽤 높긴 하죠.하지만 인도인이 선택하는 해외여행 목적지 톱 20위 안에 한국은 물론 일본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거리 탓이 큰데요. 맥킨지에 따르면 인도인은 비행시간이 4시간 이내인 목적지를 선호하는데, 이는 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이죠. 뉴델리 기준 서울까진 6시간이 걸립니다. 거리를 기준으로 보자면 예컨대 튀르키예 같은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겁니다.물론 높은 성장 잠재력을 고려하면 투자를 할 만한 가치는 있겠죠. 글로벌 DMC 그룹인 유로믹의 라지브 콜리 회장은 “인도 관광객은 중국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중국인이 다시 여행을 시작하면 (인도 관광객을 유치한 국가는) 두 배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데요. ‘중국 과의존’은 문제이고 ‘다변화’가 해답이라는 이야기가 관광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습니다. By.딥다이브물론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이 돌아올 거란 긍정적인 전망이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한한령 이전인 2016년 시절로 다시 돌아갈 거란 확신은 없죠.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가지가 변했습니다. 달라진 세상에 맞춰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중국이 한국행 단체 관광을 다시 허용하면서, 온 여행 업계 주가가 치솟을 정도로 들떴던 게 지난 8월. 하지만 김칫국만 마셨다는 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유커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도 중국 관광객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청년 실업률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경제의 영향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인의 여행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 면세점 쇼핑 대신 인스타그래머블한 동네 가게나 카페를 찾아갑니다. 중국 관광객들이 예전보다 훨씬 검소해지면서 홍콩 명품 백화점은 문을 닫게 됐습니다.-이대로 중국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순 없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새로운 시장인 인도 해외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는데요. 한국도 잠재력 큰 인도 시장에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까요. *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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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관론 가득한 뉴욕증시…골드만 “내년 S&P500 5100 간다”[딥다이브]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18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0.45%, 나스닥 지수는 0.61% 상승했죠. 다우지수는 0.86포인트 올라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지난주까지 S&P500은 7주 연속 상승했는데요.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라고 합니다. 그만큼 현재 월스트리트는 낙관론에 가득 차 있죠. 연준이 경기침체를 피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은 2% 목표치로 되돌리는 연착륙을 할 거라고 보는 건데요.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메모에서 “투자 심리가 2021년 4월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주식형 펀드와 ETF로의 자금 유입은 253억 달러로 21개월 만에 최고치에 근접해있죠.S&P500이 8주째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이번 주 나올 지표들(내구재 주문, 개인 소비 지출 등)이 좌우할 텐데요.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 이사는 “S&P500은 1964년 이후 20번만 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그중 12번은 8주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S&P500지수 목표치를 4700에서 5100포인트로 높여 잡았죠. 한 달 만에 전망치를 상향한 건데요. 앞으로 지수가 8%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이번 주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죠. 오늘(19일) 오전에 금융정책회의 결과가 발표될 텐데요. 일본은행이 세계 마지막으로 남은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조만간 종료할 거란 추측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일본은행은 2016년 1월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낮추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는데요.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 안팎으로 높아지면서 정책 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는 내년 4월쯤이 될 거라는 전망이 아직까진 우세한데요. 일본 기업이 내년 봄 춘투(임단협) 때 임금을 얼마나 올리는지를 확인하고 통화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시장은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어떤 발언을 할지에 주목합니다. 일본은행이 내년 1월이나 4월에 정책 전환을 하기 위해 이번에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서죠. 전 일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하야카와 히데오는 블룸버그에 “우에다 총재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바꿀지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만약 그가 이 관점을 업그레이드한다면 금융시장 전반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연 어떤 발언이 나올지 관심 갖고 지켜보시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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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 전 ‘핵추진 항공기’로 시작된 꿈…안전한 ‘액체소금’ 원자로[딥다이브]

    요즘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되면서 원자력의 필요성이 부각되는데요. 하지만 방사능 사고 위험을 생각하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만약 치명적인 사고 발생 가능성을 없앤 원자로를 만들면 어떨까요. 중국에 이어 미국도 4세대 원자로 중 하나인 용융염 원자로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합니다. 약 70년 전 ‘핵 추진 항공기’ 구상에서 유래한 기술인 용융염 원자로(MRS, Molten Salt Reactor)를 알아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원자력 항공기와 액체 소금잠시 옛날이야기부터 해볼게요. 몇 주 동안 계속 하늘을 날 수 있는 전투기가 개발된다면 얼마나 강력할까요. 냉전시대엔 실제 이런 항공기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이 개발을 추진했던 ‘핵 추진 항공기’입니다.인류 최초의 핵 추진 잠수함 노틸러스호(1954년 진수)엔 물로 냉각하는 가압경수로 원자로가 장착됐죠. 이 가압경수로 방식은 이후 전 세계 원자력 발전의 표준이 됐고요. 하지만 비행기에 들어가려면 훨씬 더 작고 가벼운 새로운 방식의 원자로가 필요했습니다. 미국이 고체 대신 액체연료를 쓰고, 물 대신 용융염(고온에 녹아 액체가 된 소금)이 냉각재 역할을 하는 ‘용융염 원자로’ 개발에 나선 이유입니다. 1954년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용융염을 이용한 소형 원자로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죠.미 공군은 정말 원자력 항공기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1955~57년 ‘NB-36H’ 폭격기에 소형 원자로를 싣고 수십 차례 시험비행을 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꼬리에 방사선 마크가 박힌 이 폭격기는 실제 원자력 에너지로 구동되진 않았습니다. 대신 원자로를 싣고 다녀도 비행 시스템과 승무원들은 안전하다(납과 고무로 방사선을 차폐)는 건 확인했죠.하지만 이 핵 추진 항공기 계획은 논란 끝에 1961년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취소됐습니다. “약 1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가까운 미래에 군사적으로 유용한 항공기를 개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유였는데요. 그 후에도 한동안 미국의 용융염 원자로 실험은 계속됐습니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1965~69년 실험용 용융염 원자로를 가동하기도 했는데요. 그게 끝이었습니다. 1969년 12월 이 원자로는 폐쇄됐고, 미국 정부는 프로젝트를 중단했죠.시험가동 시작한 중국, 건설 허가 내준 미국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잊혀진 기술이었던 용융염 원자로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가장 앞서 나간 건 중국입니다. 2018년부터 고비사막에 용융염 원자로를 건설해온 중국은 지난 6월에 드디어 이 원자로의 시험 가동을 승인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응용물리연구소가 시험 운영을 맡았죠.기술 원조인 미국도 다시 뛰어들었습니다. 다만 정부가 아닌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이달 12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용융염 원자로 스타트업인 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의 시범 원자로 건설을 허가했습니다.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될 이 1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는 2026년 완공될 예정인데요. 카이로스파워 측은 “미국이 수냉식(물로 냉각)이 아닌 원자로 건설을 승인한 건 50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합니다.카이로스파워 외에도 용융염 원자로 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은 미국과 유럽에 약 25곳이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TerraPower)도 그중 한 곳이죠.수십 년에 걸쳐 원자력 시장은 물로 냉각하는 수냉식(경수로, 중수로)이 평정한 상태이거든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다시 액체소금 냉각 방식(용융염 원자로)에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주목하는 걸까요.멜트다운 없는 안전한 원자로용융염 원자로의 뚜렷한 장점 때문입니다.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거의 없다는 거죠.원전 사고 중 가장 위험한 게 노심용융(멜트다운, Meltdown)입니다.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걸 뜻하는데요. 역사상 중대한 원전사고, 즉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와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 사고 모두 노심용융이 원인이었습니다.우라늄원자로는 핵반응을 중단해도 남은 방사선 원소들이 붕괴열을 냅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계속 냉각수를 공급해서 열을 식혀줘야만 하는데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 1 원전은 정전으로 냉각수 주입 펌프의 가동이 중단됐죠. 냉각수 순환은 멈췄고, 원자로 안에 있던 냉각수가 증발해버리면서 핵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됐고요. 연료봉 온도가 1200도까지 상승해 노심용융이 발생하면서 방호벽이 녹아내리고 수소폭발까지 일어납니다.만약 끓는 점이 매우 높아서 증발할 일 없는 냉각재를 쓰면 어떨까요. 그럼 냉각재를 보충해줄 필요가 없고요. 사고로 전력이 끊겨도 냉각재가 계속 남아서 열을 식혀줄 테니 훨씬 안전하죠. 바로 이런 장점을 지닌 게 용융염입니다. 용융염의 끓는점은 대기압에서도 1500도 이상으로 매우 높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해서 용융염 원자로에 전기 공급이 끊긴다면? 그냥 두면 저절로 냉각될 겁니다. 퍼 피터슨 버클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용융염은 끓어오르지 않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매력적입니다. 이것이 바로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떠오르는 이유입니다.”우라늄핵연료봉을 묶은 커다란 다발인 ‘핵연료 집합체’를 쓰지 않는다는 것도 용융염 원자로의 큰 특징입니다. 보통은 액체 핵연료를 쓰고요. 카이로스 파워 경우엔 탁구공만 한 크기의 작은 고체연료를 씁니다.핵연료 집합체를 쓰지 않으면 좋은 점이 참 여러가지인데요. 일단 원자로 크기를 줄일 수 있고요(핵연료 집합체는 길이가 4m에 달함). 또 지금처럼 18개월에 한 번씩 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운전을 정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계속 가동하면서 연료를 보충해주면 되죠. 아마 온라인으로 연료를 추가하는 식의 무인 운전도 가능할 겁니다. 또 연료봉 폐기물도 덜 생기게 되고요.용융염은 고온에 강하기 때문에 원자로 운전온도를 기존보다 더 높일 수 있는데요. 작동 온도를 높이면 열효율(시스템에 투입된 열 대비 생산되는 유용한 에너지양)은 높아집니다. 기존 수냉식 원자로의 열효율은 약 32%이지만 용융염 원자로는 45%에 달한다고 하죠.정리하자면 용융염 원자로는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상용화에 이르려면 실증도 거쳐야 하고, 갈 길이 먼데요. 특히 가장 큰 걸림돌은 이겁니다. 부식.소금은 여러 금속에 부식을 유발할 수 있죠. 자칫 원자로 용기나 배관이 부식되기라도 하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으니, 여간 큰일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부식에 강한 소재 개발이 중요한 과제입니다.한국의 MSR 개발 현황은?이쯤에서 궁금하실 겁니다. 우리나라는 이 새로운 원자로 기술에서 얼마나 와있는지 말이죠. 그래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용융염원자로원천기술개발사업단을 이끄는 이동형 단장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용융염 원자로를 몇 년 전부터 연구해오셨죠?“네. 다만 정부의 공식적인 국가연구개발 사업이 된 건 올해 4월부터라서 조금 늦긴 했습니다. 중국은 약 10년 전부터 개발에 나섰고요. 미국과 유럽에선 2018~2019년부터 정부 지원뿐 아니라 민간 자본이 엄청나게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연구원이 설계기술이나 용융염 관련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해놓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거라서요. 이제 우리가 좀 더 분발하면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중국과 미국을 보면 상업화까진 멀었고, 이제 시범 운영을 막 시작하려는 단계인데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 시범가동 단계까지 가기에도 시간이 좀 걸리겠죠?“저희 사업은 일단 2026년까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요. 이후 실증을 위해서는 다시 계획을 세워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겁니다. 다만 고무적인 건 연구원 단독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들, 현대건설·삼성중공업·HD한국조선해양·센추리가 들어와서 같이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상업 목적의 개발을 서두른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개발할 용융염 원자로의 사용처가 혹시 정해져 있나요? 선박 추진용일까요, 일반 내륙 전기 생산용일까요?“현재는 해양플랜트, 그리고 선박 추진용을 우선 타깃하고 있습니다. 용융염 원자로를 활용해 해양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미국·중국·덴마크에서 이미 많이 시도가 되고 있어서, 저희도 그쪽을 목표로 잡았죠. 그런데 해양플랜트이든 선박추진이든 결국 모두 전기를 만드는 것이라서요. 해상에서 실증이 되면 그걸 내륙으로 들여오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겁니다.”-조선사가 용융염 원자로에 특히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그동안 조선사가 암모니아·수소·메탄올을 친환경 에너지로 보고 개발해왔는데, 이제는 원자력이 또 하나의 옵션으로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연료탱크가 크면 화물을 많이 싣기 어렵잖아요. 그런 점에서 원자력에 메리트가 있습니다.”-용융염 원자로는 핵폐기물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요?“최근 모든 원자로가 핵연료 교체 주기를 매우 길게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 중입니다. 지금처럼 18개월마다 교체하는 게 아니라 12~20년 이상 연료를 배출하지 않는 방향으로요.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을 줄이는 거죠.또 우리 연구소가 민간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있는데요. 사용 후 핵연료 안에 플루토늄이 많이 쌓이거든요. 그걸 재처리하지 않고 그 안에서 태울 수 있는 원자로를 개발 중입니다. 그렇게 하면 폐기물 발생량을 더 줄일 수 있죠.”-그 기술은 어느 정도 개발된 건가요?“개념적으로는 오래전, 그러니까 60년 전부터 나와 있던 기술입니다. 물론 설계에 여러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실증이죠.”-용융염 원자로를 만들기 힘든 이유가 부식이라는데요. 아직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중인가요?“저희뿐 아니라 각 나라의 연구용 원자로 개발회사들이 부식에 강한 물질로 코팅해서 보호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자금과 인력을 많이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솔루션들이 하나씩 발표가 되고 있죠. 물론 핵심 내용은 공개하지 않지만요. 그 부분이 원자력에서는 가장 큰 토픽 중 하나입니다.”-부식을 막는 건 어렵지 않은 기술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업계에선 훨씬 중요한 이슈이로군요.“안전을 담보해야만 하니까요. 또 선박의 경우엔 수명이 30년인데, 가급적 중간에 교체하지 않는 것이 폐기물이나 모든 측면에서 좋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노력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By.딥다이브요즘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e Reactor)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SMR이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테마로 자리잡았을 정도인데요. 오늘 설명드린 용융염 원자로(MSR) 역시 이런 SMR의 종류 중 하나에 속하죠. 우리가 아는 기존 원자로와는 다른 점이 많아서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중국이 올해 6월 용융염 원자로 시험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미국도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의 시범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습니다. 액체상태의 소금, 즉 용융염을 이용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됩니다. -용융염 원자로는 1950년대에 이미 나온 기술입니다. 애초엔 ‘핵 추진 항공기’의 동력원으로 쓰기 위해 개발됐는데요. 이 계획이 취소된 뒤 추진력을 잃고 프로젝트가 중단됩니다.-수십 년 만에 다시 용융염 원자로가 주목 받는 건 뛰어난 안전성 때문입니다. 소형화, 무인화가 가능하고 열효율이 높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한국도 올해부터 국가개발사업으로 이를 선정해 원천기술 개발에 나섰는데요. 특히 친환경 선박과 해양플랜트 쪽에 중점을 두고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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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훈풍 이어진 뉴욕증시…올해 1000% 뛴 종목은?[딥다이브]

    산타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었군요. 전날 나온 파월 의장의 금리인하 논의 발언에 들뜬 뉴욕증시가 또다시 상승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43%, S&P500 0.26%, 나스닥 0.19%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입니다. 중소형주는 더 크게 올라 러셀2000지수는 2.7% 뛰었습니다.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1%포인트 넘게 떨어지면서 4%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지난 8월 이후 처음인데요. 장중엔 3.883%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장중 5% 선을 처음 돌파했던 게 10월 19일이었는데,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뚝 떨어진 겁니다.전날 파월 연준 의장은 “언제 정책 제약을 되돌리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분명 오늘 우리 회의에서도 논의됐다”라고 말했죠. 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 논의가 있었다는 뜻인데요. 그동안 ‘갈 길이 멀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써가며 금리인하 신호를 주지 않으려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겁니다. 그야말로 ‘피벗(태세 전환)’이죠.달러화 가치는 이날 하락하고,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뛰었습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 모두 미 연준의 피벗에 동참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파이낸셜타임스는 익명의 ECB 운영위원회 참석자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우리 중 많은 사람이 놀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준의 피벗으로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늦춰진다면 “삶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걱정하기 때문이죠.다만 이날 주식시장 상승세는 전날만큼 강하진 않았는데요. 시장이 너무 빨리 달린 게 아니냐는 경계감도 작용했다는 해석입니다. 투자기업 이토로의 칼리 콕스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10월 말 이후 S&P500은 1% 이상 하락한 적이 없다”며 “주식시장은 ‘열 체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투자중개회사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전략가 역시 증시가 너무 과열됐다고 보는데요. 그는 블룸버그에 “뉴스에 팔아라, 대규모 랠리 후 건강한 조정 같은 오래된 문구가 앞으로의 하락세를 나타낼 수 있다”면서 “어떤 시장도 직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죠.이날 높은 상승률로 눈에 띄는 종목은 온라인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티커 CVNA)입니다. 이날 주가가 12.31% 급등해 올해 들어 상승률이 무려 993%에 달하는데요(1월 초 5달러였던 게 50달러가 됨). 과도한 부채로 파산 가능성까지 나왔던 그 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성적입니다. 이로써 통신 장비업체 옵토일렉트로닉스(AAOI, 올해 들어 1133% 상승), 바이오기업 솔레노테라퓨틱스(SLNO, 상승률 1597%)와 함께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에 이름을 올리게 됐네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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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조 ELS 물린 홍콩증시, 올해 19% 급락… 美中 악재 해소가 관건

    중국과 미국발 악재가 겹치면서 홍콩 증시가 역사적 침체에 빠졌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지수가 20% 가까이 빠지면서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홍콩 당국이 세금을 깎아주며 증시 부양에 나섰지만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홍콩, 전례 없는 증시 침체올해 초 20,000 선에서 출발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급락을 거듭해 16,000 선으로 내려앉았다. 국내에서 판매된 주가연계증권(ELS)이 주로 기초자산으로 삼는 H지수의 올해 하락률도 18.8%에 달한다. H지수는 최근 들어 특히 하락 폭이 크다. 13일에도 전날보다 1.13% 떨어진 5,550.90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3일 이후 20일 만에 10%가 빠졌다. 내년 만기를 맞는 은행권 홍콩 ELS 규모는 13조 원에 이른다. 이는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글로벌 증시 호황기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경제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보다 훨씬 나쁜 성과다. 홍콩 증시는 4년 연속 하락세로 1969년 항셍지수가 등장한 이래 최장기 하락이다. 홍콩 증시는 최근 인도에도 따라잡혔다. 세계거래소연맹 집계에 따르면 11월 말 인도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3조9890억 달러)이 홍콩(3조9840억 달러)을 추월했다. 세계 7위 주식시장 지위를 인도에 뺏긴 것이다. 지난달 28일엔 항셍지수가 대만 자취안지수에 추월당하기까지 했다.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홍콩 증시의 부진은 기업공개(IPO)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홍콩의 IPO 규모는 51억 달러로 10년 평균치(310억 달러)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닷컴 버블 붕괴 직후였던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미국발 악재 겹쳐 홍콩 증시는 상장사 중 70% 이상이 중국 본토 기업이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나면서 홍콩 증시가 수혜를 볼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채 위기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어서다. 비구이위안 같은 중국 부동산 개발사, 알리바바·메이퇀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이 상장된 홍콩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첨단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알리바바는 알짜배기 사업부인 클라우드 부문의 분사·상장 계획을 철회해 홍콩 증시에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요한 반도체를 공급받기 어려운 게 철회 이유였다. 중국과 별개인 구조적 요인도 있다. 홍콩은 통화(홍콩 달러)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페그제를 채택한다. 이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홍콩도 따라서 금리를 16년 만에 최고 수준인 5.75%까지 올려야만 했다. 가뜩이나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관련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홍콩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유동성을 더 메마르게 만들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은 중국 본토 경기, 이자율은 미국 통화정책 영향을 받는 특이한 구조”가 홍콩증시 부진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중국과 미국 시장 악재가 겹친 셈이다.● 내년엔 반등할 수 있나 올 10월 홍콩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2021년 인상했던 주식 거래세를 원상 복구(0.13%→0.10%)하는 세금 감면책을 내놨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주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올해에만 중소형 증권사 30곳이 문을 닫았다. 홍콩 브라이트스마트증권의 에드먼드 후이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에 “홍콩의 증권사 폐쇄와 해고 물결은 본 것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한 것도 홍콩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무디스는 6일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본토와의 정치·경제적 관계가 더 긴밀해졌고, 국가보안법으로 자율성이 약화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홍콩 증시가 내년에 반등하려면 미국과 중국발 악재가 해소돼야 한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이 끝나간다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를 예단하긴 어렵다. 중국 경제는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회복 속도가 아직 더디다. 특히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해 소비 위축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달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미중 갈등이 해소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증권사들은 눈높이를 낮춰 잡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H지수의 구간을 5,000∼7,000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 박인금 연구원은 “중국 경기 회복 강도가 약하다”며 H지수의 하한선을 5,400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전종규 연구원은 H지수 5,500을 하단으로 제시하면서도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당부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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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증권거래소는 유적지? 농담인데 뼈가 있다[딥다이브]

    요즘 부쩍 신경 쓰이는 해외 주식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홍콩. 국내 투자자가 8조원 넘게 투자했다는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만기가 내년 상반기로 다가왔기 때문인데요.홍콩 주식시장은 올해 역사적인 침체를 기록하고 있죠. 부랴부랴 홍콩 정부가 주식 거래세 감면을 포함한 부양책에 나섰지만 도통 약발이 먹히지 않습니다. 증시 침체로 증권사 폐업이 줄이으면서 홍콩의 금융중심지 위상마저 휘청거리는 판국인데요. 오늘은 흔들리는 홍콩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홍콩 거래소가 유적지라고?“홍콩 여행, 아시아 금융중심지 유적지를 꼭 한번 방문해보세요.”지난 10월 국경절엔 중국 SNS 플랫폼(웨이보·샤오홍슈·위챗 등)엔 이런 글과 함께 홍콩 증권거래소가 있는 센트럴 익스체인지 스퀘어의 사진이 줄이어 올라왔습니다. 홍콩 증시 침체로 인해 금융중심지 홍콩이 이젠 진시황릉 병마용처럼 폐허로 남은 ‘옛 유적지’로 전락했다는 조롱인데요.이를 일부 네티즌의 농담쯤으로 치부하고 넘기지 않고 의외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홍콩의 부동산 재벌인 시윙칭 프라퍼티 대표는 “(금융중심지 유적이란 말을) 가벼이 여기고 최선을 다해 살리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말이 예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요.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는 ‘송교수’라는 필명의 중국 블로거는 “세계 3대 금융중심지를 건설하는 데 100년 이상 걸렸지만 홍콩이 폐허로 변하는 데는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탄했습니다.급기야 이달 1일 홍콩의 후이칭위 금융서비스 장관은 공식 블로그에 이렇게 반박글을 올렸습니다. “실제 데이터로 판단할 때 홍콩 금융시장은 국제적, 통합적, 성장적이란 특징을 갖고 있으며 ‘세계 금융중심지의 유물’이 되었다는 주장은 전혀 성립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국제 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은 압력에 의해 무너질 수 있는 높은 건물이나 기념비가 아닙니다.”홍콩 증시, 최악의 성적표홍콩 정부는 질색하지만, 유적지 운운하는 농담이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각종 지표가 현재 홍콩 증시의 침체를 여실히 보여주는데요. 몇 가지만 뽑아보자면①홍콩의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20% 하락했습니다. 주요 글로벌 주식 지수 중 최악입니다. 일본(니케이225 +27%), 한국(코스피 +13%), 인도(센섹스지수+14%)와 비교해 한참 부진할 뿐 아니라, 중국 본토(상하이종합지수 –4%)보다도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11일 기준).②홍콩 항셍지수는 4년 연속 하락세입니다. 이는 항셍지수가 1969년에 공개된 이래, 역사상 가장 긴 하락세입니다. 이전에 3년 연속 하락(2000~2002년)은 있었지만 4년 연속은 처음이죠. 역사적 침체기라 하겠습니다.③홍콩의 IPO(기업공개) 시장은 닷컴버블 붕괴 직후였던 2001년 이후 최악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IPO 규모는 51억 달러로 지난 10년 평균(310억 달러)과 비교해 84%나 감소했습니다. ④홍콩 항셍지수가 대만 가권지수에 추월당했습니다. 11월 28일 가권지수가 31년 만에 처음으로 항셍지수를 앞서간 뒤 항셍지수는 1만6000대로 더 떨어지고, 가권지수는 1만7000대를 유지하면서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죠. 시가총액이나 거래량을 기준으로 하면 당연히 홍콩 증시가 훨씬 앞서지만, 지수 역전 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⑤홍콩 증권거래소는 인도에 추월당했습니다. 세계거래소연맹이 집계한 인도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11월 말 현재 3조9890억 달러, 홍콩은 3조984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인도 증권거래소가 홍콩을 제치고 세계 7위 시장으로 올라선 겁니다. 이후 12월 들어서도 인도 증시는 호황을 보이며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홍콩 항셍지수는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니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겁니다.중국과 미국 경제의 악재 종합판이쯤에서 도대체 왜 홍콩증시는 이 모양인지를 따져봐야겠죠.홍콩 증시는 상장사의 70%가 중국 본토 기업으로 구성돼있는데요. 사실 올 초만 해도 홍콩 증시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지긋지긋했던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난 중국 경제가 올해는 빠르게 살아날 거라며 해외 IB 들이 앞다퉈 중국·홍콩 증시 낙관론을 펼쳤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실제로는? 보시다시피 완전히 빗나갔습니다.그 이유는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일단 중국 경기가 심상찮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급랭으로 대형 부동산 개발사가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부채 위기로 번지고 있죠. 비구이위안을 포함한 주요 중국 부동산 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터라 그 충격이 특히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는데요. ‘디플레이션’, 즉 물가하락을 동반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집니다. 특히 홍콩 증시엔 알리바바·징둥닷컴·메이투안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이 상장돼있는데요. 전반적으로 소비가 부진한데다, 신흥 강자 핀둬둬(拼多多)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어 어려운 상황입니다(참조).게다가 첨단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알리바바는 알짜배기 사업부인 클라우드 부문의 분사·상장 계획을 철회해 홍콩 증시에 충격을 안겼는데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중요한 칩을 공급받기 어려워진 게 이유였습니다.중국 경제와는 별개로 홍콩만의 어려운 점도 있는데요. 홍콩은 1983년부터 통화(홍콩 달러)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페그(peg)제를 채택해왔습니다(1 미국 달러=7.75~7.85 홍콩 달러).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무섭게 인상하자 홍콩도 따라서 금리를 5.75%까지 올려야 했는데요. 가뜩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로 유동성이 메말라가는 홍콩 금융시장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합하자면 중국과 미국 금융시장의 악재가 동시에 겹쳐있는 게 지금 홍콩 증시가 유독 부진한 이유라 하겠습니다.이런 경제 사이클 이슈와는 별도로 해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점점 홍콩이 중국화되어 가고 있단 점이죠. 2020년 중국은 홍콩 내 반중국 활동을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이 제정했습니다. 홍콩의 자치권을 부정한 조치였죠.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홍콩에서의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지난 5일 중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한 무디스는 연이어 6일엔 홍콩 전망까지 하향 조정했는데요. “중국 본토와의 정치·경제적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고,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자율성이 약화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중국 본토와의 긴밀한 링크는 “오히려 홍콩 강점의 원천”이라고 반박했습니다.도전 받는 금융중심지홍콩은 전체 GDP의 22%를 금융이 차지할 정도로 금융이 경제의 중요한 축입니다. 이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홍콩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죠.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에선 2022년 49개 증권사가 폐업한 데 이어, 올해도 3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거래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던 중소형 증권사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인데요. 홍콩 브라이트스마트증권의 에드몬드 후이 CEO가 “브로커리지 폐쇄와 해고 물결은 내가 본 중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는 “터널 끝에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는다”고 업계의 우울함을 전했죠.대형 투자은행의 정리해고도 이어집니다. JP모건체이스와 UBS 그룹은 아시아 지역 IB 직원을 수십명 해고했는데, 주로 홍콩 직원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IB 업계는 과거엔 ‘주 80시간 근무와 엄청난 보너스’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너무 일거리가 없어서 장기 휴가를 떠나는 고위직이 크게 늘었다고 하죠. 알프스·피오르드 하이킹 여행은 부럽지만, 그들이 돌아왔을 때 일할 자리가 남아있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금융산업이 시들하자 높은 임대료로 악명 높던 홍콩 부동산 시장도 함께 꺾였습니다. 홍콩 주택가격은 6년 만에 최저이고, 사무실 공실률(17.7%)은 2004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또 다른 금융중심지 싱가포르가 중국 부자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며 매우 낮은 공실률(3.9%)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죠.홍콩 정부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지난 10월엔 2021년 인상했던 주식 거래세를 원상복귀하고(0.13%→0.10%), 비거주자의 주택 취득세를 절반으로 뚝 떨어뜨리는(30→15%) 세금 감면책을 내놨죠. 사실 주식 거래세는 워낙 홍콩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내리기가 쉽지 않았는데도 증시 부양을 위해 과감하게 조치를 취한 건데요. 보시다시피 그리 효과를 보진 못하고 있습니다.전망은 어떨까요. 홍콩이 금융중심지 지위를 조만간 잃을 거라고 볼 결정적 근거는 없지만,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인 건 틀림없습니다. 특히 라이벌 싱가포르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죠. 금융허브 지위 유지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홍콩이 더 개방돼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중국에만 집중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으로 다각화해 중동과 아세안에서 더 많은 IPO를 유치해야”하고(버나드 챈 우리홍콩재단 회장) “아세안의 인재와 자본에 문을 열어야 할 때”(다릴 응 홍콩-아세안재단 회장)라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화가 가속화되는 홍콩이 과연 이전의 강점이었던 개방성과 다양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중국 네티즌들의 ‘유적지’ 조롱은 어쩌면 시진핑 정부를 향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By.딥다이브홍콩 증시에 대한 전망은 썩 좋지 않습니다. 저평가 국면에 있는 건 맞지만, 증시 반등을 위해선 중국 경기 회복과 미국 금리 인하가 모두 필요해 보이는데요. 과연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홍콩 증시가 역사적인 침체에 빠졌습니다. 올해 들어 지수가 20% 빠졌고, IPO 시장은 쪼그라들었습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홍콩을 두고 “세계 금융중심지였던 유적지”라고 조롱합니다. -홍콩 주식시장은 상장된 기업 상당수가 중국 기업인 동시에, 통화는 미국 달러에 연동된 페그제입니다. 중국 경제의 부진과 미국 금리 인상의 악영향을 한꺼번에 받다보니 유독 더 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형 증권사가 폐업하고 대형사는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홍콩 증권가가 흉흉합니다. 부동산 시장도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고요. 정부가 세금 감면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그닥입니다. -홍콩은 싱가포르의 도전을 물리치고 금융중심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관건은 개방성과 다양성을 지키고 더 확대할 수 있느냐일 겁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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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째 상승한 뉴욕증시…강세론자 목소리 커진다[딥다이브]

    뉴욕증시가 사흘 연속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다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터라 움직임은 크지 않았는데요. 다우지수 0.43%, S&P500 0.39%, 나스닥 0.20% 상승을 기록했습니다.이날은 올해 미국 증시를 이끌었던 빅7 종목(애플·MS·알파벳·아마존·메타플랫폼스·엔비디아·테슬라)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중소형주로 몰리면서 빅7의 하락을 상쇄했는데요. 최근 들어서 가치주나 중소형주처럼 올해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종목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이날 특히 눈에 띄는 종목은 백화점인 메이시스입니다. 이날 하루 주가가 19.44% 급등했는데요. 부동산 투자회사 아크하우스매니지먼트와 자산운용사 브리게이드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최근 메이시스 주식을 주당 21달러, 총 58억 달러(약 7조64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소식 덕분입니다. 주당 21달러는 지난주 금요일 종가(17.39달러)보다 약 32% 높은 가격이었는데요. 이날 급등으로 메이시스 주가는 20.77달러로 치솟았습니다. 메이시스 측이 이 제안을 어떻게 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이 소식으로 다른 경쟁 소매업체 주가까지 들썩였습니다. 노드스트롬은 7.16%, 콜스는 7.02% 상승했죠.이번주는 12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12~13일 FOMC 정례회의가 예정돼있습니다.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전망엔 이견이 없는데요. FOMC가 내놓을 점도표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이 시장의 관심거리입니다.11월 이후 미국 주식의 강세는 2024년 경기 연착륙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때문이죠. 블룸버그의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내년 미국 주식이 글로벌주식 수익률을 능가할 것이란 응답(43%)이 글로벌 수익률과 비슷하거나(31%) 그에 못 미칠 것(26%)이란 답변보다 많았습니다.특히 올해 랠리를 정확하게 예측한 오펜하이머 애셋 매니지먼트의 수석전략가 존 스톨츠퍼스는 2024년 S&P500이 5200포인트에 올라설 걸로 전망했죠. 스톨츠퍼스 전략가는 내년에도 올해 증시 강세를 이끈 기술주와 경기순환주(통신서비스, 임의 소비재)가 양호한 성과를 보일 거라고 내다봤습니다.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 애널리스트도 S&P500이 내년에 사상 최고치인 5100을 기록할 걸로 내다봤죠. 섹터 수준의 이익 성장이 지속되면서 메가캡 기술주를 넘어선 랠리를 펼칠 거라는 낙관적 전망입니다.하지만 좀 더 신중한 이들도 있습니다. UBS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의 그렉 마커스는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경제 둔화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하죠. 그는 “어떤 경우엔 시장이 지금과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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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는 1.5배속, 책은 요약본…‘시성비’의 경제심리학[딥다이브]

    ‘가성비’라는 말, 이제 익숙하시죠. ‘가격 대비 성능’을 일컫는 이 신조어가 널리 쓰이면서 동아일보 지면 기사에까지 등장한 게 2012년부터인데요. 이 가성비의 원조는 1990년대 후반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 ‘코스파(Cost Performance의 약자)’였습니다.일본에선 요즘 코스파 못지않게 주목받는 트렌드가 ‘타이파’입니다. ‘Time Performance’의 줄임말로, 번역하자면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쯤 되겠는데요. 지난해 생긴 이 신조어를 두고 최근까지도 심층 분석 기사와 서적 출간이 이어집니다. 그냥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 하겠는데요. 알고 보면 우리에게도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은 ‘타이파’ 현상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때 혹시 1.2배속, 1.5배속으로 빨리 감기를 하는 편인가요? 보다가 중간 부분을 건너뛴 경험은요?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대신 유튜브의 요약 영상으로 줄거리를 대강 파악해본 적 있나요?아마 ‘그렇다’라고 답할 사람이 꽤 많을 겁니다. 얼마 전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9%가 ‘영상 콘텐츠를 빨리 감기로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니까요.일본 칼럼니스트 이나다 도요시가 지난해 출간한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여기서 꼽은 빨리 감기의 이유가 ‘타이파’이죠.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추가 비용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남들과의 대화에 끼어들려면 SNS에서 인기 끄는 콘텐츠의 기본 내용쯤은 웬만큼 파악해둬야 하는데요. 이를 따라잡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세상에 콘텐츠가 넘치는 가운데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많은 걸 보고 싶다’는 생각, 즉 타이파를 추구하게 된 이유입니다.디지털화로 ‘전환’이 너무나 쉬워진 게 그 배경이겠죠. 음악을 예로 들자면 LP판 시절엔 곡을 뛰어넘으며 듣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이후 CD의 등장으로 곡을 건너뛰는 건 한층 쉬워졌지만, 앨범을 바꾸기 위해 CD를 갈아 끼우는 건 여전히 귀찮은 일이었는데요.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곡도, 앨범도, 아티스트도 아주 손쉬운 터치로 한순간에 바꿀 수 있죠. 디지털 도구로 생긴 ‘유연한 소비 능력’이 타이파형 소비를 부추깁니다.그런데 이쯤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요. 사실 합리와 효율은 인류가 늘 추구하던 바입니다. 그래서 언뜻 생각하기에 타이파는 너무 평범한(또는 당연한) 개념입니다. 간혹 로봇청소기나 밀키트·냉동식품까지 타이파 사례로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솔직히 그게 뭐 그리 새로운 현상인가 싶어 심드렁해지죠.그래서 타이파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오야마대학의 쿠보타 진히코 교수(마케팅학)가 제시한 기준을 참고할 만한데요. 그는 타이파를 추구하는 사람은 크게 두종류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시간이 정말 없어서, 즉 육아나 직장생활로 너무 바빠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사람이고요. 다른 하나는 시간에 쫓기진 않지만 ‘일정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소비하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후자, 즉 시간이 있는데도 타이파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는 현상입니다.결말 알고 볼지 말지 정한다이런 타이파 현상의 예를 좀 더 들어볼까요. 일본의 플라이어(Flier)는 모바일 독서 앱인데요. 책 한권을 10분 만에 읽을 수 있도록 요약해서 제공합니다. 주로 경제·경영 관련 서적이나 직장인을 위한 교양서적을 요약해서 텍스트와 음성으로 제공하는데요. ‘6시간 걸릴 독서 시간을 10분으로 줄여준다’는 컨셉입니다. 누적 이용자 수가 110만명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죠. 직원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플라이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고객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타이파를 추구하는 30~40대가 메인 유저로, 일반적인 비즈니스 서적 독자층인 40~50대보다 10세 정도 젊다”는 게 플라이어측 설명이죠.유튜브에 넘쳐나는 영화·드라마 리뷰 영상도 타이파 트렌드의 전형입니다. 보통 영상을 따서 자막과 나레이션을 붙여 10분 정도로 정리하곤 하죠. 특히 ‘결말 포함’이라고 밝힌 리뷰 영상이 꽤 높은 조회수를 올리는 경우 종종 보는데요. 이런 영상에 저작권 승인을 받았다는 별도 표시가 없다면 그건 저작권을 침해한 영상이라는 거, 알고 계시죠? 아마도 저작권을 침해한 걸 알면서도 보는 시청자도 상당수일 걸로 추정됩니다. 다만 아직까진 콘텐츠 홍보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고 보고 저작권자가 그냥 두는 경우도 많다는데요. 지난해 일본에선 이런 영상을 제작한 20대 유튜버에게 피해보상금 5억엔을 영화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책이나 영상 요약본은 일종의 ‘스포일러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약을 보고 괜찮으면, 그때 그 책을 사거나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식이죠. 유튜브 영상 중에서도 1분 이내인 ‘쇼츠’도 비슷합니다. 쇼츠에선 일반 동영상의 흥미로운 포인트만 잘라놓은 게 많은데요. ‘이 영상이 지루해서 시간 낭비일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쇼츠를 본 뒤 안심하고 원본 영상을 즐기곤 합니다.손해 보지 않기 위한 소비 전략도대체 왜 요즘 소비자들은 스포일러를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찾아볼까요. 알 듯 말 듯한데요. 닛세이기초연구소의 히로세 료 연구원이 지난 9월 낸 책 ‘타이파의 경제학’은 이를 자세히 분석해서 소개합니다.일단 가성비(코스파)와 타이파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가성비는 돈에 여유가 없어서, 돈을 유익하게 쓰려고 추구하는 건데요. 타이파는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절약한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심리인가 하면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①손해를 회피하기 위한 소비요즘 소비자들은 돈도, 시간도 손해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만약 기껏 시간을 들였는데 지루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 다른 재미있는 걸 소비할 기회를 잃었으니 손해인 거죠. 바로 이 점에서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건 상당히 리스크가 큰일입니다.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영화에 시간과 돈을 모두 걸어야 하니까요. 특히 영화를 보면서 다른 일(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찾는다거나)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죠. 예기치 않은 감정의 기복을 겪어야 한다는 점도 스트레스 요인입니다.그래서 미리 줄거리를 다 알아본 뒤에 영화를 볼지 말지를 정합니다. 책도 요약된 내용을 보고 나서야 읽고요. 그 작품을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접하면서 받게 될 감동 따위는 포기한 거죠. 그래서 히로세 료 연구원은 “콘텐츠가 감상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고 말합니다.타이파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완전 영양식’도 이런 심리와 연관됩니다.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완전 영양식이란 하루에 섭취해야 할 영양소의 3분의 1 이상을 포함하는 빵이나 음료를 말하는데요. 일반적인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는 시간은 줄여주지만 효율(영양소)은 별로이잖아요. 완전 영양식은 영양소 면에서 실패할 염려 없이 조리 시간까지 단축해주죠. 어떤 식품을 사야 할지 헤맬 수고를 줄여주는 겁니다.②소비는 목적이 아닌 수단영화를 2배속으로 보거나 요약본으로 보는 목적은 뭘까요. 히로세 료 연구원에 따르면 이를 소비(시청)함으로써 즐거움과 감동을 얻는 게 진짜 목적이 아닙니다. 바로 주위와의 커뮤니케이션, 즉 대화에 낄 수 있도록 ‘영화를 본 상태’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소비는 도구일 뿐이고 ‘소비한 상태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는 거죠. 어차피 SNS 트렌드는 너무 빠르게 바뀌니까요.‘남에게 ~한 상태로 인식되고 싶다’는 욕구가 본질인 건데요. 그래서 심지어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타이파로 소비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있어도 그의 모든 음악을 다 듣거나 그가 과거에 출연한 작품을 정주행하지 않습니다. 대신 남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추천 리스트’를 보고 쏙쏙 골라서 보거나 듣죠. 그런 건 진짜 팬이 아니라고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의 팬’이라는 정체성으로 남들에게 인식되는 것이기 때문이죠.이런 심리가 공감되시나요? ‘타이파의 경제학’에선 이를 숙제에 비유에 설명하는데요. 보통 숙제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숙제로 학력을 높이는 것, 다른 하나는 숙제를 끝낸 상태로 만들어서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는 것. 첫 번째 목적이라면 숙제에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겠죠. 하지만 후자, 즉 ‘숙제를 끝낸 상태’가 되기 위해서라면 숙제를 붙잡고 끙끙댈 필요가 없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답을 베끼든,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든 빨리 끝내는 게 최고이죠. 바로 이 심리-○○한 상태가 되고 싶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시간 대비 효율을 추구합니다.충성도 낮고 변덕스런 소비자들그런 건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 특징 아니냐고요? 타이파는 젊은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이 고객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2023년 2월)에 따르면, 동영상을 빨리 감기해서 보느냐는 질문에 20대 남성(56.5%) 못지않게 50대 남성(46.9%)도 그렇다고 답했죠. 사실상 전 세대에 퍼진 현상입니다.따라서 타이파를 일부 Z세대 얘기로만 치부하고 방심하는 기업은 위험합니다. 이 흐름을 얼른 따라가야만 하죠. 시간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소비자들에 맞추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아직 찾아가는 중이라서 뚜렷하진 않은데요.쿠보타 교수는 타이파 추구현상을 ‘리퀴드(Liquid) 소비’와 연결 지어 설명합니다. 시간 효율적으로 여러가지를 즐기고 싶어 하는 변덕스러운 소비자 집단이라는 거죠. 좋은 브랜드 물건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걸 추구했던 전통적인 ‘솔리드 소비’와는 정반대 트렌드라 하겠습니다. 보통 기업들은 고객에게 계속 사랑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충성도 낮고 빠르게 변화하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런 소비자들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그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고객을 도망칠 수 없게 하려는 ‘락인 효과’는 위험합니다. 그들이 선호하는 건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고객과 밀당에 능숙하고 ‘치고 빠지기’를 잘해야 하는 셈입니다. 고객마다 생각하는 ‘시간의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같은 콘텐츠라도 시간을 최소로만 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차분히 마주하는 시간에서 가치를 얻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죠. 유튜브의 경우엔 재생속도를 8단계(0.25배속부터 2배속까지)로 나눴는데요. 유저의 다양한 감상 스타일에 맞춰 대응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이제 기업은 소비자뿐 아니라 직원의 타이파 욕구도 신경 써야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젊은 직장인들이 커리어에서도 타이파를 추구한다며 이직 급증 현상을 다뤘는데요. 젊은 직원(34세 이하)이 안정적인 대기업을 그만두고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5년 전과 비교해 18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스타트업에선) 나이에 관계없이 큰일을 맡아 대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연공 서열이 확실한 대기업에선 관리자로 성장하기까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타이파가 나쁘다)는 겁니다. 올해 3월 전기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직한 28세 직원은 니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고속도로로 갈아탄 기분이다. 3배의 스피드로 성장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죠. 이런 추세에 맞춰 일부 대기업은 관리자 승진에 필요한 연한을 대폭 줄였다고 합니다. 영화뿐 아니라 인생마저 1.5배속으로 살고 싶은 타이파 현상. 이게 바람직하냐 아니냐, 찬성하느냐 마느냐를 논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그러기엔 이미 우리에게도 현실로 훅 다가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By.딥다이브타이파에 대한 뉴스레터인데 너무 길어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쓰는 내내 조바심이 납니다. 다 읽는 데 너무 오래 걸리겠다 싶은 독자님들을 고려해(고객님이 추구하는 다양한 시간 가치를 존중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영화를 1.5배속으로 빨리 감기 해서 보고, 책 1권을 10분 분량으로 요약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드라마 결말까지 포함된 리뷰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들. 시간 대비 효율성을 추구하는 ‘타이파’, 즉 ‘시성비’ 현상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시간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시간을 아껴 다른 유용한 데 쓰기 위해서도 아니고요. 시간을 소비하는 데 있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심리입니다. 시간 낭비일지 아닐지 모르는 일에 굳이 뛰어들지 않는 거죠.-무언가를 소비하는 게 목적이 아닌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소비한 상태’가 되는 게 목적이죠. 영화 감상이 아니라 ‘영화를 본 상태’가 돼서 그 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이 타이파 소비가 추구하는 진짜 목적입니다.-충성도 낮고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이런 고객들을 잡기 위해 기업은 더 민첩하고 세심해져야 합니다. 아울러 성장에 있어서도 시간 효율성을 추구하는 젊은 직원들에 맞춰 기업 인사도 달라져야 하겠죠.*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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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미나이 효과’로 나스닥 급등…알파벳 5.3%, AMD 9.9% ↑[딥다이브]

    또다시 인공지능(AI) 바람이 불어옵니다. 새로운 주인공은 구글과 AMD. 두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다우지수 +0.17%, S&P500 +0.80%, 나스닥지수 +1.37%. 이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5.31%나 뛰었는데요. 전날 구글이 공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가 오픈AI의 GPT-4를 능가하는 성능을 지녔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제미나이는 텍스트뿐 아니라 코드, 오디오, 이미지, 동영상 정보까지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이고요. 구글에 따르면 57개 과목에서 문제 해결능력을 테스트하는 ‘대규모 다중작업 언어이해(MMLU)에서 90.0% 점수를 얻어, 최초로 인간 전문가를 능가했습니다. GPT-4 점수는 86.4%였죠. 구글은 제미나이를 “가장 크고 유능한 AI 모델”이라고 소개했습니다.전날 새로운 AI 전용칩 출시를 발표한 AMD는 이날 주가가 9.89% 폭등했죠. AI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민 건데요. 리사 수 AMD CEO는 새로 출시한 MI300X가 엔비디아의 H100과 비교할 때 추론능력이 1.4배가량 뛰어나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실제 메타·MS·오라클 등이 AMD의 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죠. 이날 뉴욕증시에선 AI 낙관론이 퍼지면서 메가캡 주식이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이날 시장의 또다른 관심사는 일본 엔화였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7일 의회에서 한 발언 때문인데요. 그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뒤 금리를 0%로 유지할지 0.1%로 올릴지, 단기금리는 어떤 속도로 올라갈지 등은 그때의 경제와 금융 국면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소 모호한 발언이었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폐기한 이후 경로에 대해 언급한 것만으로도 시장은 매파적 신호로 받아들였죠. 이에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2% 넘게 급락했는데요. 일본은행은 2016년부터 단기 금리를 연 –0.1%로 유지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죠. 전문가들은 당장 12월 일본은행이 깜짝 인상에 나서기보다는 내년 1월 인상이 유력하다고 보긴 하는데요. 적어도 일본은행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건 맞는 듯합니다.8일엔 미국 고용부의 비농업 일자리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죠, 고용시장이 과연 냉각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보고서인데요. 이코노미스트들은 11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수가 18만개로 전달(15만개)보다 늘고, 실업률은 3.9%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금융회사 소파이(SoFi)의 투자전략 책임자 리즈 영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만큼 (고용시장이) 온도를 낮추되 파괴적으로 너무 많이 냉각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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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으로 국가소멸? 스파르타와 로마제국이 알려주는 것[딥다이브]

    한국의 저출산(출산율 0.7명)이 14세기 유럽 흑사병보다 더 심각한 인구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뉴욕타임스 칼럼이 최근 화제였죠. 2일 로스 다우섯 칼럼니스트가 쓴 ‘한국은 소멸하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 칼럼인데요. 읽다 보면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오거스트 꽁트가 남긴 유명한 말이 떠오릅니다. ‘인구통계는 운명이다(Demography is destiny)’. 정말 한국은 소멸의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요.비관론에 빠지는 대신 먼 과거 이야기에서 단서를 찾아보려 합니다. 뉴욕타임스 칼럼 속 문장-‘어느 시점엔 북한(현재 출산율 1.8명)이 침략할 가능성이 크다’-이 상상력을 자극했는데요. 인구 감소로 전쟁에서 지고 결국 멸망한 고대 국가, 스파르타의 저출산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100년 만에 지배계급 인구가 8분의 1 토막스파르타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용맹한 용사들이 수십만의 페르시아군 대군과 맞서 싸운 기원전 480년 테르모필레 전투를 담은 영화 ‘300’이 아닐까 싶은데요.‘스파르타식’이라 불리는 무자비한 군사훈련 과정은 유명하죠. 인권 유린과 아동 학대로 범벅돼있었는데요. 체격이 왜소하거나 장애가 있어서 전사가 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아기들은 버려졌습니다. 스파르타의 지배계급인 자유시민에 속한 남자아이들은 7살이 되면 집을 떠나 공동생활을 하면서 20살까지 교육프로그램인 ‘아고게(Agoge)’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습니다.훈련은 혹독하기 짝이 없었죠. 가시 박힌 쐐기풀에서 잠을 자야 하고, 맞아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는 데다, 일부러 밥을 적게 줘서 훔쳐 먹게 했습니다. 지옥훈련이 따로 없는데요. 이 훈련을 위한 모든 비용(공동 식비와 교육비, 갑옷·방패 비용 등)은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는 점도 놀랍죠. 사교육비로 부모들 등골이 휘는 요즘과 비슷한 점이 있달까요.스파르타는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년) 승리로 그리스의 주도권을 잡고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잠시뿐. 기원전 371년 신흥국인 테베와의 레욱트라 전투에서 대패하고 몰락하게 됩니다.한때 최강의 군대를 지녔던 스파르타는 왜 무너졌을까요. 학자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감소입니다. 오죽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서 ‘정치학’에서 스파르타의 인구 감소 문제를 지적했을 정도이죠.‘페르시아 전쟁사’를 쓴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기원전 479년 스파르타 자유시민 중 성인 남자 인구는 약 8000명이었는데요. 100여 년 뒤 레욱트라 전투 땐 약 1000명 수준이었다는 당대 역사가 크세노폰의 기록이 있습니다. 원래 스파르타는 전투에서 항복하는 걸 수치로 여겨 도망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률이 있었는데요. 레욱트라 전투 땐 시민 수가 너무 적어서 도망자를 처형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합니다.100년 만에 인구가 8분의 1로 줄어들다니 대재앙 탓일까요. 기원전 464년 대지진이 일어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이후 100년 가까이 꾸준히 가파르게 인구가 감소한 건 단순히 지진 탓으로만 돌리긴 어려운데요. 여러 학설이 있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스파르타 군대를 세계 최강으로 만든 요인이 인구학적 붕괴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①완벽함을 추구하는 순혈주의티모시 도란 미국 UCLA 역사학 교수는 스파르타의 특이한 생식 메커니즘이 인구학적 재앙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지나치게 순혈주의에 집착했다는 건데요.스파르타는 전체 인구의 10~15% 정도인 자유시민이 절대다수의 나머지(중간계층과 노예)를 지배하는 카스트 구조였습니다. 이 엘리트 계급이 되려면 우선 부모 양쪽 모두가 자유시민이어야 했습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혹독한 훈련(아고게)을 반드시 거쳐야 했죠.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스파르타 자유시민이 될 수 없습니다. 지배계급 진입을 위한 기준이 상당히 높았던 건데요. 이는 강력한 전사를 기르는 데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전투로 인한 전력 손실을 메우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대지진에 이어 장기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까지 거치면서 사망자 급증으로 인한 타격이 컸죠. 그런데도 이 까다로운 기준을 포기하지 못한 탓에 지배계급 인구는 형편없이 쪼그라들고 맙니다. 도란 교수는 “스파르타의 극단적인 경쟁 정신은 최고의 전사를 배출하기 위해서였지만, 이 시스템은 최고의 제국주의자를 배출하진 못했다”고 지적합니다.②늘어나는 부, 불평등의 심화전체주의 사회인 스파르타를 떠받친 건 평등주의였습니다. 스파르타 시민이면 거의 같은 크기의 영지를 소유하고 있어 빈부차이랄 게 거의 없었죠. 남성시민은 군인 이외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있었고요. 따라서 다들 고만고만하게 살고 있었는데요.안정적이던 스파르타 경제를 뒤흔드는 일이 발생합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승리로 돈바람이 불어온 겁니다. 각종 전리품과 금화, 동맹국의 세금이 스파르타로 대거 밀려들었죠. 시민들이 돈에 눈을 뜨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스파르타에도 빈부 차이라는 게 생깁니다. 돈을 벌려고 대대로 내려온 영지를 팔았다가 영영 가난해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땅을 넓혀가는 부자도 생깁니다. 결국 약 100개 가문이 전체 영지를 차지하며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데요.이렇게 가난해진 스파르타 시민은 공동식사비와 무기 비용을 내지 못할 지경이 됩니다. 결국 이들은 시민권을 상실하고요. 상당수는 스파르타를 아예 떠납니다. 스파르타가 펠로폰네소스 전쟁 승리로 전성기를 구가했는데도 오히려 인구가 급격히 꺾이게 된 이유이죠. 미국 사학자인 조시아 오버 스탠퍼드대 교수는 “스파르타는 지대를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재분배하지 못했다”며 “지배계급에서 가장 성공하지 못한 스파르타인들이 정기적으로 강등되면서 인구학적·군사적 붕괴를 초래했다”고 설명합니다.다시 말하자면 지배계급의 폐쇄성과 빈부격차 심화가 결합하면서 스파르타 시민 인구는 급격히 쪼그라들었습니다. 스파르타 군대는 자연히 하위 계급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죠. 하지만 계급 간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배계급은 끝까지 아고게 훈련과 토지 소유권을 다른 계급과 공유하지 않았죠. 차별받는 하위 계급 군인들이 이전 스파르타 전사들처럼 용맹하고 충성심 넘칠 순 없었습니다. 결국 기원전 371년 벌어진 레욱트라 전투에서 스파르타군은 수적으로 우세했음에도 대패했고, 스파르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미혼·무자녀엔 세금! 로마제국 출산장려책지배계급으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 이질적 존재에 대한 배타성. 스파르타 멸망의 기록을 보다 보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요. 스파르타를 이야기한 김에 몇백 년을 뛰어넘어 이 제국의 저출산 이야기도 해볼까 합니다. 바로 로마제국입니다.로마제국의 멸망도 저출산 탓일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인과관계가 스파르타처럼 뚜렷한 것은 아닙니다. 기근과 질병, 게르만의 침략과 반복되는 내전, 인플레이션과 세금 인상 등. 제국을 몰락으로 이끈 요인이 워낙 많고 서로 얽혀있어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확실한 건 로마제국 인구는 전성기(팍스 로마나, 기원전 27년~서기 180년) 7000만명에서 후기엔 5000만명으로 줄었습니다. 인구 감소는 여러 면에서 제국 멸망에 기여했죠. 노동력 부족으로 농업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식량 부족은 심화됐고, 병력 감소로 로마군대가 약화하면서 게르만 용병을 모집해야 했습니다. 납세자가 줄면서 세금 부담은 한층 커졌고요.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건 마지막 황제 로물루스가 폐위된 476년이지만, 이는 수백 년에 걸쳐 조금씩 쇠락한 결과라고 봐야겠습니다.로마제국은 일찌감치 인구 규모와 출산율을 걱정해왔습니다. 이 시절엔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1인당 6명 이상의 출산이 필요했습니다. 여성이 출산 중 사망할 확률이 꽤 높은데다(약 2%), 유아 사망률도 높았기 때문이죠(첫해 사망 확률 30%). 하지만 서기 79년 화산폭발로 묻혔던 헤르쿨라네움에서 발견된 여성 해골 분석에 따르면 상류층 여성에게서 태어난 평균 자녀 수는 2명 미만이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상류층엔 저출산 풍조가 만연해 있었습니다.로마의 출산 장려 정책은 역사가 꽤 깊습니다. 기원전 403년에도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에게 벌금을 부과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죠. 이른바 ‘독신세’를 매긴 건데요. 이런 강력한 결혼·출산 장려정책의 절정은 로마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재위 기원전 27년~서기 14년)이었습니다.군주제를 확립한 아우구스투스는 엄격한 도덕법을 제정합니다. 25~60세의 모든 로마 남성은 반드시 결혼하게 했고요. 20~50세의 여성은 남편이 사망하면 2년 이내에 재혼하게 했죠(안 하면 상속 받은 재산을 뺏김). 결혼제도를 무력화하는 간음은 공공범죄로 엄격히 취급했고요. 또 세 자녀 이상을 두면 금전적, 직업적 보상을 줬습니다. 예컨대 여성은 셋째를 낳아야 납세 의무를 면제 받을 수 있었고요. 관료를 채용할 땐 자녀가 많은 사람을 우대했죠. 결혼하지 않았거나 자녀가 없는 사람은 상속권을 제한받는 등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는다면 국가가 어떻게 보존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아우구스투스는 강조했다는데요.어떤가요. 미혼·무자녀를 경제적으로 차별하는 건 요즘에도 종종 출산 장려책으로 얘기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런 강력한 규제로 로마제국의 출산율은 반등했을까요. 아니요. 심지어 아우구스투스 본인 가정에서도 이 법은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본인도 친자녀는 딸 하나뿐이었는데다, 그 딸이 간통죄를 저질러 로마에서 추방됐으니까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법은 이후 서기 2, 3세기에도 다시 제정됐다고 하죠. 그때까지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단 뜻입니다.그래서 아우구스투스와 로마제국이 남기는 교훈은? ‘당근과 채찍’식 정책만으로는 출산율 제고에 성공할 수 없더라는 겁니다. 리처드 프랭크 UC어바인대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아우구스투스 법이 시행된 뒤에도 (로마제국) 상류층은 계속 결혼과 출산을 기피했다”면서 “그 깊은 원인, 즉 상류층 남성과 여성 사이의 심오한 심리적 갈등은 더 널리 퍼졌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적했죠. “상류층은 점점 도시적·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아우구스투스 법안은 개혁과 복원을 목표로 했지만, 옛 가치에 대한 향수와 새로운 현실에 대한 경멸을 조장하는 데만 성공했습니다.”출산율을 높이자면서 알게 모르게 향수와 경멸을 조장하는 경우. 사실 지금도 종종 보이지 않나요. 2000여 년 전 로마제국 이야기가 2023년 대한민국 상황과도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릅니다. By.딥다이브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렵습니다. 영국 사회학자 존 맥니콜은 저서 ‘신자유주의적 노년기’에서 “(인구를) 예측할 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재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구구조 예측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죠. 종말론적 인구통계학에 사로잡히는 건 비합리적이란 뜻에서 한 말인데요. 저출산은 분명 큰일이지만, 이대로 국가가 소멸하진 않을 거라 믿고 길을 찾아보시죠.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14세기 흑사병 못지않은 인구 감소세로 대한민국이 소멸할까요. 저출산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인구감소로 멸망한 국가 하면 떠오르는 곳은 스파르타입니다. 배타적 순혈주의에 기반해 지배계급을 구축했지만, 너무 까다로운 기준과 빈부격차 심화까지 겹치면서 100년 만에 인구가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로마제국 역시 멸망하기 전 인구 감소를 겪었죠. 수백 년에 걸쳐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강력한 법률을 시행하기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이런 정책은 다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미 시대가 바뀌었는데, 옛날로 다시 돌아가자고 외치는 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역사가 말해줍니다. *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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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올랐나? 뉴욕증시·금값 일제히 하락[딥다이브]

    그동안 너무 달렸나요. 랠리를 이어가던 뉴욕증시가 4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연준이 금리인하로 돌아설 거란 기대감이 너무 과도했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이날 다우지수는 –0.11%, S&P500 –0.54%, 나스닥지수 –0.84%를 기록했습니다. 시가총액이 큰 메가캡 종목들이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죠.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 투자자들이 품고 있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과연 연준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까요?’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년 3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내년 연말까지 총 1.25%포인트 금리를 내릴 걸로 전망하고 있죠.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가 내년 말 4.00~4.25%로 하락할 거라는 기대인데요. 혹시 이런 기대가 너무 앞서 나간 건 아닐까요. 골드만삭스의 프라빈 코라파티 전략가는 “시장이 단기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럴듯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인데요.시장은 좀더 확실한 지표를 필요로 합니다. 이번주 금요일에 나올 미국의 월간 고용보고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죠.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은 “고용보고서에서 냉각추세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2024년 금리인하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단 우려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날 눈에 띄는 건 국제 금값의 움직임인데요. 4일 아시아 거래에서 현물 금값은 장중 온스당 2152.3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었죠. 하지만 이날 뉴욕 거래에서는 2.5% 급락해 2024.1달러로 마감했습니다.금 가격은 미국 달러 가치와 채권 수익률에 일반적으로 반비례하죠. 연준이 곧 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기대감이 금 가격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요인인데요. 전쟁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배경입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금값은 2000년대 들어 600% 이상 상승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980년 1월의 850달러(현재가치로 환산하면 3000달러 이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앞으로의 금값은 과연 기관투자자들이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에 다시 뛰어들 것인가에 달려있는데요. 금 ETF 보유규모가 2020년 최고치의 5분의 1에 머물러있기 때문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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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핏 친구’ 찰리 멍거가 말하는 삶과 투자의 지혜[딥다이브]

    그의 이름 앞엔 수십 년 동안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었습니다. 워런 버핏의 파트너.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11월 28일 9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멍거는 부회장이란 직함을 한참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었죠. 버핏은 “멍거는 건축가, 나는 종합건설업자였다”고 말합니다. 버크셔해서웨이 투자전략의 기본 틀을 설계한 장본인이 멍거라는 뜻이죠. 무뚝뚝하면서도 재치 있는 촌철살인의 명언 종합세트였던 찰리 멍거. 그의 삶과 그가 남긴 메시지들을 되짚어봅니다.*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포커로 연마한 투자기술억만장자(포브스 기준 26억 달러) 찰리 멍거의 투자인생 초반부는 특이합니다. 그는 대학에서 기상학과 법률을 배웠을 뿐, 경제학이나 금융, 회계 수업은 들은 적 없죠. 하버드대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한 젊은 찰리 멍거는 비교적 잘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하지만 법률가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죠. “그들의 변호사가 되기보다는 우리의 부유하고 흥미로운 고객 중 한 명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변호사가 그리 큰돈은 벌지 못하던 시절입니다.부업으로 한 주식투자와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그는 첫 100만 달러를 버는 데 성공합니다. 그는 비즈니스 기술을 군대 시절 포커판에서 연마했다고 말하죠. “패가 불리할 때는 일찍 접고, 호기다 싶으면 그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으니까 단단히 잡아야 합니다. 기회는 옵니다. 하지만 자주 오진 않으니 왔을 때 꽉 붙잡아야 하죠.”1959년 그는 고향 오마하에서 친구의 소개로 운명의 파트너, 워런 버핏을 만나죠. 버핏이 28살, 멍거가 35살일 때입니다. 첫 만남에서 멍거가 농담하면서 바닥을 구를 듯이 웃는 모습을 보고서 버핏은 ‘저 사람은 나 같은 유형의 사람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은 바로 죽이 맞았고,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통화하는 사이가 됐죠. 버핏은 “우리의 생각은 너무 비슷해서 으스스하다”고 회상한 적 있습니다.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말다툼한 적도 없다고 하죠.버핏에게서 자극받은 멍거는 1962년 폐쇄형 펀드인 뉴아메리카펀드 운용으로 투자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1976년 청산 전까지 이 펀드가 올린 연 평균 수익률은 23.4%. 다우지수 평균 수익률(6.4%)을 한참 웃돌았죠. 그리고 1978년 멍거는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을 맡아 버핏과 한배를 탑니다.담배꽁초 전략과의 이별멍거는 버크셔해서웨이에 합류하기 전부터 웨스코 파이낸셜(Westco Financial), 씨즈 캔디(See‘s Candies) 같은 기업에 버핏과 함께 투자했는데요. 멍거의 투자 방식은 버핏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초기의 버핏은 이른바 ‘담배꽁초 투자전략’ 신봉자였죠. 멘토였던 벤저민 그레이엄이 가르쳐준 투자방식이었는데요. 버려진 담배꽁초처럼 마지막 한 모금의 가치가 남아있는 헐값의 주식을 찾아내 투자하라는 겁니다. 회사의 장부가치보다도 주가가 저평가된 싼 기업만 골라 사라는 거였죠. 버핏이 죽어가던 직물회사 버크셔해서웨이를 1962년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었고요.하지만 멍거는 담배꽁초 투자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봤습니다. 그레이엄이 활약했던 1930년대 대공황 때는 건질 만한 헐값 주식이 있었겠지만, 1970년대엔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고 본 거죠. 멍거는 1994년 USC 연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1930년대는 600년 만의 최악의 경기침체였습니다. 벤 그레이엄은 1930년대 붕괴로 인한 잔해 속에서 주당 운전자본 이하로 팔리는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죠. 고전적인 벤 그레이엄 개념의 문제점은 세상이 점차 현명해지면서 그런 명백한 거래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가이거 계수기(방사선 검출기)를 잔해 위에서 작동시켜도 딸깍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대신 그는 “시가총액이 장부가치의 2~3배여서 비싸 보이지만, 회사의 내재된 모멘텀을 봤을 때 여전히 엄청난 헐값인” 주식을 찾아내는데 몰두합니다. 그가 버핏을 설득해 연간 세전 수익이 약 4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씨즈캔드를 2500만 달러에 인수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죠. 버크셔해서웨이는 이 투자로 2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습니다.버핏은 2015년 버크셔의 연례 서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그(멍거)가 나에게 준 청사진은 간단했습니다. 괜찮은 기업을 놀라운 가격에 인수하는 것에 대해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잊어버리십시오. 대신에 훌륭한 기업을 괜찮은 가격에 구매하세요.”멍거는 버핏에게 항상 “정말 멋진 기업을 사자”라고 강조했다는데요. 멍거의 설득으로 씨즈캔디 투자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후 버핏이 1988년 코카콜라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멍거를 ‘버크셔 투자접근 방식의 창시자’라고 언론이 평가하는 게 과장이 아닌 거죠.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라버핏이 멍거에게 붙인 별명 중 하나는 ‘가증스러운 노 맨(No Man)’입니다. 버핏이 어떤 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때 툭하면 ‘노’를 외치며 막았기 때문인데요. 멍거는 늘 이렇게 강조합니다. “승리자는 거의 베팅하지 않습니다.”앞에서 언급했던 포커판에서 돈 따는 법과 비슷한데요. 1994년 연설에서 멍거는 경마 시스템을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즉 가격이 잘못된 것을 찾기 위해 세상을 살펴보는 사람에게는 때때로 하나를 찾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은 세상이 기회를 제공할 때 큰돈을 걸었습니다. 나머지 시간엔 걸지 않았고요. 그것은 매우 간단합니다.”주식도 경마 베팅과 마찬가지라는 거죠. 열심히 일해서 투자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기다린다면, 아주 가끔 가격이 너무 싸게 책정된 경우를 만날 거고 그때 크게 베팅하라는 겁니다. 그는 “좋은 기회가 올 것을 대비해 1000만 달러를 통장에 넣어두는 것이 부자가 되는 방법”이라고 조언하죠.투자를 신중하게 선택적으로 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멍거는 간접투자, 특히 액티브펀드에 부정적입니다. 소수 종목만 신중하게 골라 사서 장기 보유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데, 뭐 하러 굳이 높은 수수료를 주며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액티브펀드에 투자하느냐는 거죠. 그는 투자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게 어리석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낚시도구 판매원과 나눈 대화를 예로 들었죠.“나는 그 판매원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 보라색과 녹색이군요. 물고기가 정말 이런 미끼를 먹나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답했죠. ‘아저씨. 저는 생선을 파는 게 아닙니다.’”투자자에게 의미 있는 것(주식으로 돈 버는 것)과 관리자에게 의미 있는 것(수수료를 버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뜻으로 한 얘기인데요. 그는 “수수료가 높은 곳은 높은 확률로 바가지를 씌운다”고도 경고한 적 있습니다. 그는 분산투자라는 개념 자체를 싫어했죠. “작금의 분산투자에 대한 숭배, 나는 그거야말로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는데요. 그럼에도 좋은 주식을 골라낼 역량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광범위한 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를 권했습니다. 지수가 하락했을 때 수수료 싼 인덱스펀드에 가입해서 은퇴할 때까지 쭉 들고 있으라는 겁니다. 재치있는 인사이트, 멍거리즘사실 찰리 멍거를 유명하게 만든 건 그를 부자로 만든 투자법만이 아닙니다. 신랄하면서도 통찰력과 유머가 녹아있는 그의 발언들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죠. 이를 일컫는 멍거리즘(Mungerisms)이란 말이 생겼을 정도인데요.워낙 명언이 많아 ‘최고의 멍거리즘’을 추리긴 어려울 정도입니다. 주관적인 기준으로 인상적인 몇 가지를 뽑아보자면.그는 끊임없는 배움을 강조했습니다.“똑똑하지도 않고, 가끔은 근면하지도 않은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이런 사람은 학습기계입니다. 그는 잠자리에 들 때면 그날 아침보다 조금 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갈 길이 먼 사람에게 이는 큰 도움이 됩니다.”“나는 지금껏 끊임없이 독서를 하지 않는 현명한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단 한명도. 워런이 얼마나 책을 읽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겁니다. 내가 얼마나 읽는지 알아도 마찬가지고. 우리 애들은 나를 발 달린 책이라고 놀리죠.”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죠.“문제는 사람들이 점차 자신이 뭔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무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렇게 부자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또 자신의 적성과 역량을 파악하라는 조언을 남겼습니다.“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다면 곧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베미지(미네소타 도시)에서 최고의 배관 시공업체가 되고 싶다면 아마 여러분 중 3분의 2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의지와 지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규율이 주어지면 달성가능한 목표입니다. 우리 대부분의 삶의 게임은 어느 정도 베미지의 훌륭한 배관 공사업자와 같은 것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행복한 사람의 비결을 묻는 질문엔 이런 사려 깊은 답을 들려줬습니다.“매우 간단하고 쉽습니다. 시기심과 원한이 많지 않고, 수입을 과하게 쓰지 않으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쾌활함을 유지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거래하고, 해야 할 일을 합니다. 이 모든 간단한 규칙은 삶을 더 좋게 만드는 데 효과적입니다.”그는 사람들이 투기광풍에 휩쓸린다 싶을 때면 상당히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를 비판했습니다. 예컨대 가상화폐를 “유독한 독”, “쥐약”으로 묘사했고요.“(가상화폐는) 부분적으로 사기이고 부분적으로는 망상입니다. 그건 나쁜 조합입니다. 나는 사기도 망상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망상은 사기보다 더 극단적일 수 있죠.”파생상품은 도박에 비유했습니다.“파생상품을 지능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훔칠 수 있는 면허증을 가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모두가 모두와 도박을 하면 대체 무슨 이득이 있나요?”올해 99세였던 찰리 멍거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도 유수의 언론들과 연이어 인터뷰했는데요. 자신의 부고 기사를 위해서였습니다. 그의 사망 뒤에 나온 인터뷰 기사 중 최고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멍거를 20년 동안 취재해온 제이슨 츠바이크 기자는 그에게 “10단어 이하의 비문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즉각 이렇게 답했죠. “나는 유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I tried to be useful).” 실제 자신이 유용했는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이 판단할 일이라는 겸손함. 억만장자 투자자 찰리 멍거가 돈 말고도 높이 평가받는 이유일 겁니다. By.딥다이브찰리 멍거는 워낙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일과 발언을 남긴 인물이라 기사 하나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주요 외신 기사(NY, FT, WSJ, CNBC, 블룸버그)와 함께 그의 전기 ‘찰리 멍거 자네가 옳아(Charlie Munger Damn Right)’과 그의 발언을 모은 책 ‘찰리 멍거의 말들(The tao of Charlie Munger)’, 그리고 그가 1994년 USC 경영대학원에서 한 ‘초보적인 세상 지혜에 대한 교훈’ 강연 내용을 주로 참조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변호사였던 찰리 멍거는 그의 나이 35살에 운명처럼 워런 버핏을 만났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투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자신만의 가치투자 철학을 구축해갑니다.-버핏이 ‘담배꽁초 투자법’을 버리고 ‘훌륭한 기업을 괜찮은 가격에’ 사들이게 된 것 역시 멍거의 조언 덕분이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투자방식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가 말하는 성공적인 투자법은 간단합니다. 현금을 들고 기다렸다가 정말 좋은 기회가 왔을 때 크게 베팅하는 거죠. 그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걸 인정하고, 자신의 역량 범위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죠. 억만장자 투자 천재로 불리는 그는 성공의 많은 부분은 행운 덕분이고, 자신은 그저 노력했을 뿐이라는 겸손한 태도를 죽을 때까지 지켰습니다.*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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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둔화에 다우지수 연중 최고점…유가는 급락[딥다이브]

    강력한 랠리를 펼쳤던 11월 뉴욕증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30일(현지시간) 주요 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는 1.47% 상승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고요. S&P500은 0.38% 상승, 나스닥지수는 0.23% 하락을 기록했습니다.월간 기준으로 보면 참 좋았던 11월입니다. 한 달 동안 다우지수는 8.8%,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8.9%와 10.7% 상승했죠. 모두 올해 최고의 상승률이었는데요. 미국의 소비지출과 인플레이션, 노동시장이 모두 냉각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확신을 줬기 때문입니다.이제 통화정책의 변화, 즉 연준의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죠.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TV에 출연해서 “연준은 이르면 2024년 1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이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 오르는 데 그쳐, 2년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카슨 그룹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인 소누 바게스는 “통화정책 변곡점이 가까워졌고, 연준이 2024년 첫 6개월 동안 최소한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말합니다.이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기업은 역시 테슬라입니다. 드디어 전기픽업 사이버트럭 공식 출시 행사와 함께 판매가격이 공개됐는데요. 가장 싼 모델 가격이 6만990달러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2019년에 일론 머스크 CEO가 이야기했던 예상 가격(4만 달러)보다는 50% 높은 가격이죠.정작 이날 테슬라 주가는 1.78% 하락했는데요. 사이버트럭은 이미 백만 명 넘게 예약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고객에게 실제 인도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릴 걸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10월 실적발표에서 “우리는 사이버트럭으로 우리 무덤을 팠다”면서 생산량 확대가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죠.한편 이날 OPEC+ 회원국들은 온라인 회의를 열고 원유 생산량 추가 감산에 합의했습니다. 추가 감산량이 하루에 100만 배럴이 될 거라는데요. 그런데 이 발표에 국제유가는 오히려 2% 넘게 하락했습니다. 이날 결정한 추가 감산이 이행 의무가 없는 자발적 감산이기 때문이죠. 실제로는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미 앙골라는 주어진 감산 목표량을 거부했다고 합니다.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9월 하루 132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죠.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네옴시티 같은 야심찬 프로젝트에 착수한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선 유가가 배럴당 88달러 정도로 올라야 수지타산이 맞다는데요. 점점 OPEC+의 추가 감산으로 유가를 떠받치기란 쉽지 않게 되고 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2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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