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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디지털’이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상품, 서비스에 디지털을 적용하며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카드는 사내 시설 곳곳에 디지털을 반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카드 본사를 방문하는 고객과 직원들은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디지털 컴퍼니’를 체감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현대카드 방문자는 회사 로비를 들어서면서부터 이 회사의 디지털을 경험하게 된다. 현대카드가 이달 도입한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방문 출입 시스템’ 때문이다. 기존에는 방문자가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예약 사항을 확인하고 신분증을 맡긴 뒤 출입할 수 있었다. 새로 도입한 시스템에서는 방문자가 모바일로 전송받은 문자메시지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안내데스크 직원을 통하지 않고 간편하게 출입이 가능하다.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돼 개인정보도 보호할 수 있다. 또 사내 곳곳에는 디지털을 체감할 수 있는 독특한 문구들이 있다. 사내 주요 공간에 디지털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코딩언어인 ‘파이선(Python)’으로 안내 문구를 표기한 것이다. 회의실이나 휴게실 이용방법이나 사내 카페 메뉴도 파이선으로 적혀 있다. 예를 들어 휴게실 커피머신에는 ‘커피가 있으면 커피를 마시고, 커피가 없으면 원두를 채웁니다. 당신은 센스쟁이(if coffee.exist():drink(coffee) else: fill(beans) print)’라는 문구를 달았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적용 외에도 업무 공간에 대한 상식을 바꿔 주목받고 있다. 사옥 1층에 있는 사내 카페를 공유 오피스(co-sharing office)로 만들았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을 만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며 일할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상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인 사내 시설에도 디지털을 반영해 디지털 컴퍼니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등을 계열사로 둔 아프로서비스그룹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소비자금융업’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2012년 중국 천진 진출을 시작으로 2013년 심천, 2014년 중경까지 중국 내에만 3개의 법인을 100% 출자로 설립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소비자금융 노하우와 중국 현지 우수 인력들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중국 고객을 기반으로 수익을 올리면서 현지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2016년 인도네시아의 시중은행인 ‘안다라뱅크’(현 OK뱅크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의 프놈펜상업은행(PPCB)을 잇달아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안다라뱅크 인수는 국내 비(非)은행 계열의 금융회사가 인도네시아 제1금융권 은행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4번째로 인도네시아 상업은행을 인수한 사례이기도 하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현지 금융당국의 허가가 임박한 인도네시아 디나르뱅크 인수가 완료되면 기존 안다르뱅크와 합병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또 프놈펜상업은행(PPCB) 인수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전북은행 등을 계열사로 둔 JB금융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국내에서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대부업으로 시작해 OK저축은행, OK캐피탈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제2금융권으로 성장한 회사다. 이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해외 시장에서는 은행을 사들이며 제1금융권으로 도약한 것이다. 이는 “이단에서 정통을 추구하며 정통에 올라선 순간 또 다른 이단을 추구한다”는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행보다. 아프로금융그룹이 종합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앞으로 글로벌 환경에 맞는 현지 영업계획을 세우는 한편 국내 소비자금융에서 얻은 노하우를 발판으로 생활 밀착형 금융서비스를 확대해 해외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프로서비스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발맞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최근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이른바 ‘파킹 통장’이 주목받고 있다. 파킹 통장은 일반 자유입출금 예금보다 금리가 높으면서도 적금과 달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목돈을 잠시 묻어두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투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현금으로 대기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해 가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 타이밍을 노릴 수 있는 최적의 상품으로 꼽힌다. SC제일은행은 대표적인 파킹 통장으로 ‘SC제일 마이줌통장’을 선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별도의 조건 없이 예금 가입자가 직접 최고 연 1.5%(세전)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금액 구간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최소 100만 원부터 최대 10억 원까지 최고 금리가 적용될 예치 금액을 고객이 직접 설정하고 설정한 금액만 유치하면 연 1.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수시입출금 상품들과 달리 최고 금리를 받기 위해 급여이체, 자동이체 등의 조건이 붙지 않는다. 설정 금액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도 연 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유지 가능한 예치금액으로 설정해 놓고 통장에 1100만 원을 예치하면 1000만 원에 대해서는 연 1.5%, 100만 원에 대해서는 연 1.0%의 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설정 금액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통장을 해약하는 경우에는 연 0.1%의 금리가 적용된다. 또 설정금액은 매달 변경할 수 있다. 조만간 여유자금이 들어올 것 같으면 설정금액을 올려서 해당 금액 전체에 대해 연 1.5%의 금리를 받게 운용할 수 있다. 또 SC제일 마이줌통장에 가입하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이체 수수료를 조건 없이 면제해 준다. 이처럼 기존 파킹 통장의 까다로운 조건을 과감하게 없애고 높은 금리에 혜택을 집중시킨 덕분에 SC제일 마이줌 통장은 2017년 10월 말 판매 이후 3개월 만에 수신금액이 2조 원을 육박하고 있다. 김용남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이사는 “최근 금리 추이와 시장 상황을 관망하면서 단기로 자금을 굴리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고객들을 위해 자신의 자금 상황에 맞춰 금액 구간을 조절하면서 유연하게 자금 운용을 할 수 있는 상품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상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SC제일은행 홈페이지나 고객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코스메틱 브랜드 기업인 에이바자르가 걸그룹 ‘프리스틴’의 멤버 주결경, ‘우주소녀’의 성소, ‘이달의 소녀’ 희진을 잇달아 모델로 발탁했다고 27일 밝혔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류스타 모델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주결경과 성소는 국내 인기 못지않게 중국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어 에이바자르가 중국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올해 1월부터 에이바자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슈퍼주니어도 활동 권역을 아시아권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재계약을 체결했다. 에이바자르는 턱선을 관리해주는 귀걸이형 마스크 ‘퍼펙트 V 리프팅 프리미엄 마스크’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첫해인 2016년에는 매출의 약 70%가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올리브영에 입점한 뒤 월평균 5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LED(발광다이오드)빛과 미세진동기능 등이 내재된 ‘멀티케어 어플리케이터’ 결합의 신개념 LED 크림 3종을 선보였다. 에이바자르 관계자는 “세계 2위 규모의 중국 화장품 시장은 올해 4000억 위안(약 68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중국을 교두보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역시 이번에도 ‘존버’가 답이었다. 존버는 ‘×나게 버티기’의 약자로,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많이 쓰는 유행어다. 가상통화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팔지 않고 반등할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가상통화 시장은 11일 오전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덜컥 발표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청와대는 반나절 만에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결국 정부는 거래소 폐쇄를 장기 과제로 돌리고 당분간 실명제 도입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대표 가상통화인 비트코인 가격은 11일에만 2100만 원에서 1550만 원대로 수직 낙하했다가 다시 2000만 원으로 널뛰기했다. 출렁임을 거듭한 끝에 13일 오후 2100만 원대를 회복했다. 정부의 ‘아니면 말고’ 식의 오락가락 대응이 또 한번 ‘존버하면 된다’는 투자 내성만 키워놓은 꼴이 됐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통화가 국제 시세보다 30∼50% 더 비싸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시장이 이상 과열인 건 분명하다. 눈여겨볼 대목은 투기 광풍을 이끄는 것도, 정부 규제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도 20, 30대 청년층이라는 점이다. 300만 명을 웃도는 국내 가상통화 투자자의 10명 중 6명이 2030세대다. 사무실, 학교, 지하철에서 온종일 가상통화 시세만 들여다보는 ‘코인 좀비’까지 생겼다. 정부도 현 정권의 지지층인 청년들이 이렇게 반발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이를 두고 기성세대는 “땀 흘려 성취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철없는 요즘 젊은이들”이라고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인생의 마지막 동아줄”이라는 2030세대의 자조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가상통화로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가져본 행복과 꿈을 뺏지 말아 달라”며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청원에 14일 정오 현재 16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최근 한 취업 포털에서도 직장인에게 가상통화 투자 이유를 물었더니 약 15%가 “현실 탈출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대답했다. “현실에서 존버해봤자 88만 원 세대가 78만 원 세대(지난해 저소득 청년층 월소득 78만 원)가 되고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서 포기할 게 너무 많은 N포 세대로 전락하더라. 가상통화 투자로 탈출구를 찾아보자.” 이렇게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반발에는 “부모 세대는 부동산으로 수억 원씩 벌어놓고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뺏으려 하느냐”는 분노가 서려 있다. 역대 모든 정권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주려 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도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늘려 가계소득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단기간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덮어놓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밀어붙이기식 발상보다는 가상통화 투자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위해 건전한 시장을 만드는 게 먼저다. 불법자금을 솎아내고, 제대로 된 과세 체계를 갖추고, 툭하면 먹통 서버가 되는 거래소를 바로잡는 등 정부가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고민 끝에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상황에서 우리만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베트남처럼 봉쇄 정책을 택한다면 한국을 등지고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는 ‘사이버 망명’만 늘어날 뿐이다. 벌써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거래소인 홍콩 바이낸스에 1주일 새 200만 명이 새로 가입했다고 한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사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7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행사답게 120개 국가의 700여 개 도시에서 온 600여 개 기업과 1만7000여 명의 참석자들로 행사장은 사흘 내내 북적였다. 엑스포 개최 도시인 바르셀로나와 세계적 스마트시티로 꼽히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같은 선진국 외에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 것은 후발주자인 신흥국이었다. 최근 스마트시티 개발에 뛰어든 중국, 인도,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홍보관을 열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마련한 두바이 전시관에서는 ‘제람’이라는 이름의 로봇이 두바이의 물 관리 시스템을 영어와 아랍어로 소개하고 있었다. ‘스마트 두바이’를 내세운 두바이는 대규모 스마트시티를 개발해 도시 전력난, 자원 고갈 등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스마트 팜’. 현재 두바이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팜은 태양광으로 작동하며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스마트폰 무료 충전에 활용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565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홍해 연안에 두바이를 능가하는 스마트시티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대표 기업인 화웨이가 앞장서서 홍보관을 열고 중국의 스마트시티 전략을 알렸다. 중국은 에너지 부족, 인구 급증 등 급격한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1조 위안(약 165조 원)을 투입해 500개의 스마트시티를 조성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이번 엑스포에서 ‘스마트시티 신경망 전략’도 발표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이용해 유기체처럼 지속적으로 학습해 도시 서비스를 강화하는 스마트시티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2020년까지 150억 달러(약 17조 원)를 들여 스마트시티 100곳을 만들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인도의 대표 부동산 개발회사인 로다 그룹은 뭄바이 인근에서 ‘타운십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타운십 프로젝트가 내건 슬로건은 ‘5-10-15’. 매일 필요한 것은 5분 이내, 3∼4일 이내 필요한 것은 10분 이내, 한 달 내 필요한 것은 15분 이내 걸어서 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바르셀로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영국 런던의 금융지구 캐너리워프에 들어선 원캐나다스퀘어 빌딩. 이곳 39층에는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요람인 ‘레벨39’가 있다. 39층 라운지로 들어서자 다양한 국적의 젊은 직원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업무를 보거나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 부동산회사 캐너리워프 그룹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영국 정부 및 런던시와 손잡고 2013년 레벨39를 출범시켰다. 현재 레벨39에는 39층에 입주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비롯해 투자 유치에 성공해 24층과 42층에 둥지를 튼 ‘중견 스타트업’까지 2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 눈길을 끄는 건 24층에 모여 있는 스마트시티 관련 스타트업들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돕는 기업) 엑센트리의 여승욱 팀장은 “스마트시티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자연스럽게 관련 기업이 모였다”며 “레벨39에서 관련 세미나와 미팅, 멘토까지 주선해줘 신생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변에 HSBC, 바클레이스, JP모건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 본사가 밀집해 투자자를 만나기 쉬운 점도 매력 요소다. 이런 환경에 힘입어 이곳 스타트업들은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신기술을 잇달아 상용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마트시티로 평가받는 런던은 이처럼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고 민간에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는 혁신적인 산업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런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해외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 스타트업 키워 스마트시티 혁신기술 구현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런던의 문화예술 공간인 서머싯 하우스에는 ‘메이커버시티(Makerversity)’라는 스타트업 집합소가 들어서 있다. 메이커버시티는 정부의 지원 등을 전혀 받지 않고 창업가 4명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무언가를 ‘제조(make)’하는 사람이면 심사를 거쳐 매달 일정 수준의 임차료를 내고 입주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같은 각종 디지털 장비도 제공된다. 현재 270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스마트시티 등에 활용될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연구하고 있다. 메이커버시티는 유럽의 또 다른 선도적 스마트시티로 꼽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 세바스티안 렌 메이커버시티 이사는 “암스테르담에 설립된 지 1년 만에 건축, 산업공학, 디자인 등 다양한 출신의 창업자 75명이 들어왔다”며 “서로 영감을 받고 프로젝트를 함께 발전시키기 때문에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벤 브래빈 레벨39 대표는 “런던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환경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의 가치가 높아졌다”며 “다양한 신기술이 자립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픈 데이터로 민간 혁신 이뤄내 런던은 ‘오픈 데이터(open data)’ 구축에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 데이터는 공공 데이터를 누구나 가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시민, 기업 등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다. 런던시는 2010년 ‘런던 데이터스토어’를 만들어 교통 주거 교육 환경 건강 세금 문화 등 1000여 종류의 공공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런던시 교통국(Tfl)이 데이터스토어에 공개한 오픈 데이터 ‘통합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교통 정보는 물론이고 대기 질, 공공자전거 대여 장소, 와이파이 접속 장소 같은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스타트업, 민간 기업들이 이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만 600여 개. 런던 시민들이 많이 쓰는 대중교통 앱 ‘시티매퍼’도 이렇게 탄생해 미국, 프랑스 등 해외 각국에 수출됐다. 런던시는 더 많은 오픈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난해 오픈 데이터를 전담하는 ‘런던 데이터 분석실’을 새롭게 만들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라는 직책까지 신설했다. 브래빈 대표는 “오픈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고 불릴 정도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인프라 자원”이라며 “고품질의 오픈 데이터를 이용해 민간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런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남쪽의 금융 중심지인 자위다스 지역에는 전면이 유리로 된 독특한 외관의 오피스빌딩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 등이 입주한 ‘디 에지(The Edge)’라는 이름의 건물이다. 2014년 말 완공된 이 건물은 15층, 총면적 4만 m² 규모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스마트한 빌딩으로 평가받는다. 입구에 들어서자 바닥부터 천장까지 뻥 뚫린 중앙 공간(아트리움)이 눈길을 끌었다. 공기를 순환시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계다. 건물 외벽과 지붕 등에는 5900m²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냉난방도 전기나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지하 130m 깊이의 지하수로 해결한다. 빗물을 활용해 화장실 등에 이용하고 있다. 디 에지를 개발, 관리하는 부동산개발회사 OVG의 에릭 위벌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건물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에너지가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2% 더 많다”고 말했다. 특히 디 에지는 건물 전체가 2만8000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연결돼 있다. 사무실, 회의실, 주차장은 물론이고 커피머신, 화장실 휴지걸이에까지 센서가 달렸다. 이를 통해 OVG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위벌스 CTO는 “3년간 입주 직원이 2배로 늘었지만 책상 하나 추가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사무실 내에 고정석이 없는 것도 특징. 직원들은 IoT 센서를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빈자리를 찾아 일하고 회의실을 예약한다. 앱으로 본인 자리의 온도, 조명 등도 조절할 수 있다. 디 에지에서는 밤이 되면 사람 대신 로봇이 경비를 선다. 바퀴가 달린 네모 모양의 로봇 1대가 자유자재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을 돌며 야간 순찰을 한다.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에 상황을 바로 알리기까지 한다. OVG는 인근에 디 에지보다 업그레이드된 ‘더 부티크’를 짓고 있다. 내년 4월 준공 예정인 더 부티크는 5층 건물로 규모는 더 작지만 6만 개의 IoT 센서가 적용될 예정이다. 위벌스 CTO는 “직원이 출근하면 센서가 인식해 해당 직원이 선호하는 자리를 앱으로 알려주고 엘리베이터도 알아서 작동시키는 건물”이라며 “부동산개발회사도 호텔처럼 공간을 서비스하고 신기술을 응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암스테르담=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쪽에 위치한 마린테린 구역. 이곳의 3층 건물 옥상에는 다양한 식물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얼핏 보면 도시농업이 유행하면서 설치된 옥상정원 같지만 ‘스마트루프 2.0’이라는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옥상 바닥에는 빗물을 저장했다가 자동센서를 통해 식물에 물을 주는 원통형의 특수 장치가 설치돼 있다. 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수증기를 증발시켜 건물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코르넬리아 딩카 암스테르담스마트시티(ASC) 총책임은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폭염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57개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어떤 식물이 어울리는지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인근 레스토랑의 제안으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딩카 총책임은 “레스토랑이 제안해 지난해 9월 시와 수자원관리회사인 워터넷, 연구기관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선도적인 스마트시티로 꼽히는 암스테르담은 이처럼 시민들의 참여가 곳곳에 배어 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상향식의 ‘풀뿌리 생태계’가 암스테르담의 도시 혁신을 이끄는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민 참여, 리빙랩 활발 암스테르담의 스마트시티 조성은 ASC라는 조직이 주도하고 있다. ASC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학교, 지역주민들이 몸담고 있다. 마이크 오식 홍보담당 책임은 “ASC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오픈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ASC가 현재 진행 중인 200개 이상의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이 참여하는 ‘해커톤’(한 주제를 놓고 다수가 협업해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회)을 통해 탄생했다. 지난해 4월 진행된 ‘마크 여 스타트(Maak Je Stad)’가 대표적인 사례다. ‘건강한 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해커톤 대회를 열자 시민, 사회적 기업 등 460개 팀이 참여했다. 현재 이 가운데 36개 프로젝트가 선정돼 실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서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의 투표로 다양한 스마트시티 사업이 진행된다. 시민이 온라인상에 아이디어를 제시해 1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면 지자체가 이행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곳곳에 퍼져 있는 다양한 형태의 ‘리빙랩(Living Lab·생활 현장에서 시민과 전문 연구자 등이 기술 개발 과정부터 함께 참여하는 방식)’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마린테린 구역 인근에 설치된 스마트 파킹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리빙랩’이 만들었다. 길가에 차량이 10분 이상 주차돼 있으면 IoT가 장착된 태양광 센서가 이를 인식해 해당 차량에 경고한 뒤 주차관리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IoT 리빙랩의 파울 만바링 대표는 “지역주민이 아이디어를 내고 시정부의 펀딩을 받아 만든 것”이라며 “네덜란드에 50개의 리빙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 생산하는 세계 첫 태양광 자전거도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려는 네덜란드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암스테르담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 크로메니. 기찻길 옆 자전거도로 바닥에는 약 100m 길이로 줄무늬 모양의 특이한 콘크리트가 깔려 있다. 2014년 세계 최초로 태양광 패널이 적용된 자전거도로 ‘솔라로드(Sola Road)’다. 현재 솔라로드 10m당 연간 1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600k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이 방식을 택한 것은 네덜란드가 세계 최대 ‘자전거 나라’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자전거도로 면적은 1000km²로 모든 건물의 지붕 면적을 합친 것(약 400km²)보다 훨씬 넓다. 솔라로드 개발에 참여한 응용과학연구소 TNO의 스탄 클레르크스 시스템 설계자는 “자전거도로 30%만 솔라로드로 만들어도 전기차 800만 대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올해 지자체와 기업, 연구소 등이 참여해 자동차가 다니는 일반 도로에도 태양광 패널을 적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클레르크스 설계자는 “네덜란드는 국토가 좁아 풍력발전처럼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기 어렵다”며 “태양에너지, 지열 등을 이용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암스테르담=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유럽에서는 스마트시티를 뛰어넘어 ‘와이즈시티(wise city)’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2017년 11월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호세프 콜 EADA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이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콜 교수는 2006년부터 5년간 한국외국어대, 연세대에서 부교수 등으로 재직한 한국통이기도 하다. 콜 교수는 스마트시티가 현재 3단계까지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단계는 ‘기술 주도형’ 스마트시티로, 2000년대 초반 조성된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어 2단계인 ‘기술이 지원하는’ 스마트시티로 업그레이드됐다는 게 콜 교수의 설명이다. 바르셀로나처럼 시가 스마트시티 조성을 주도하면서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시민이나 기업 등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그는 “최근엔 3단계인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citizen co-creation)’ 스마트시티가 등장하고 있다”며 콜롬비아 제2도시인 메데인을 예로 들었다. 메데인에서는 젊은층과 스타트업 등의 제안으로 정부가 참여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루타엔’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콜 교수는 “이제 3단계를 넘어서 기술, 혁신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권한 강화, 사회 통합, 불평등 해소 등이 모두 융합된 ‘와이즈시티’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지식 기반의 디지털 경제에서는 독점이 강화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런 주장의 배경이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구글, 아마존처럼 데이터와 기술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 부를 독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콜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와이즈시티”라며 “앞으로 ‘테크노컬처’(기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추려내고 기술 개발에까지 참여하는 문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바르셀로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국가적 프로젝트로 ‘K-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이 올해 본격 시동을 건다. 정부는 기존 도시에 스마트시티 옷을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 기술을 총동원해 해외 수출 모델이 될 테스트베드(시범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등 스마트시티를 선도하는 유럽 3개 도시를 둘러봤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통해 K-스마트시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 스페인 바로셀로나 도심과 동남쪽 해변을 잇는 포블레노우 지역에 들어서자 푸른 잔디가 심어진 철로를 따라 신형 트램이 달리고 있었다. 그 옆으론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깔려 있었고 대로변에는 최근 개장한 쇼핑몰이 줄지어 있었다. 곳곳에는 대학과 기업들이 입주한 고층 건물이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거리는 젊은 직장인과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이곳은 20여 년 전만 해도 버려진 공업지대였다. 한때 섬유·방직산업으로 번성했다가 1960년대 이후 제조업이 쇠퇴하고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황폐했던 포블레노우는 이제 ‘22@바르셀로나 혁신지구’로 불린다. 8200여 개 기업이 들어선 대규모 업무지구와 주거, 문화, 교육이 어우러진 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바닷물 냉방에 자동 쓰레기 수거 바르셀로나시는 폐허가 된 공장지대(약 200만m² 규모)를 되살리기 위해 2000년 들어 도시 혁신 계획인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민간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시의회 관계자로 이뤄진 사업단도 꾸렸다. 이들이 찾은 해답은 ‘지식 기반의 첨단 산업도시’. 정보통신기술(ICT), 미디어, 바이오, 에너지, 디자인 등 5대 첨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시는 먼저 대규모 공원과 녹지를 만들고 트램 노선을 비롯해 보행자 전용도로, 자전거 전용도로도 만들어 교통 체계를 정비했다. 22@혁신지구 전체에 광역무선통신망을 깔고 자동 쓰레기 수거 시스템 같은 첨단 인프라를 구축했다. 차가운 바닷물을 끌어와 냉방에너지를 공급하고 쓰레기를 소각해 나오는 열로 난방에너지를 공급하는 친환경에너지 시스템도 적용했다. 최근엔 전기차 충전소도 곳곳에 설치했다. 무엇보다 혁신지구의 10% 터를 대학에 무상으로 제공해 5대 첨단 산업과 관련된 대학들을 대거 유치했다. 현재 지구에는 ICT 및 미디어에 특화된 UPF 등 10개 대학 캠퍼스가 들어서 2만50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8200개 기업 끌어들인 혁신 생태계 도시 환경이 좋아지고 대학을 중심으로 인재가 몰려들자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혁신지구를 찾기 시작했다. 민간에 개발권을 주고 건축물을 높일 수 있도록 용적률을 완화한 것도 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15년여 만에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8200여 개로 급증했다. 스페인 최대 전력회사 엔데사를 비롯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 야후 등이 터를 잡았다. 아마존도 인공지능(AI) 관련 계열사의 사옥을 짓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만 9만여 명. 옛 공장지대가 첨단업무지구로 거듭난 뒤 대규모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렇게 모여든 대학과 기업들은 산학연 클러스터를 만들어 다양한 연구개발(R&D), 인턴십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근 8년간 사업단 대표를 맡아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호세프 피케 국제과학혁신지구협회(IASP) 회장은 “도시 혁신을 위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구축됐다. 22@혁신지구는 인재, 첨단 기술, 기업이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21세기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주거 융합이 중요”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2001년 도시계획을 수립해 2004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현재 도시 기반 조성은 70% 정도가, 건축은 50% 정도가 진행된 상태다. 노에메 로드리게스 바르셀로나시 기술·디지털혁신 매니저는 “25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특히 부동산 가격이 뛰는 걸 막기 위해 건축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1년 이후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도 2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바르셀로나 전체 인구 증가세(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는 개발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기존 주민을 대상으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 피케 회장은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혁신지구 내에 쇼핑센터, 서비스 기관, 문화 공간을 모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문 닫은 공장 곳곳은 미술관, 박물관으로 변신했고 버려진 집터에는 각종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피케 회장은 “기업과 학생, 지역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게 성공 비결”이라며 “한국 지자체도 노후한 산업단지의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많은데 산업과 주거 공간을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바르셀로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국토교통부 국토정보지리원은 2018년 무술년 ‘개의 해’를 맞아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 개와 관련된 지명이 101개 있다고 29일 밝혔다. 전남이 27개로 가장 많고 충남 17개, 전북 15개, 경남 14개 등이다. 개는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데다 충성심이 강해 지명으로 많이 사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충남 천안시 ‘개목고개’, 전북 고창군 ‘개비골’ 등은 목숨을 바쳐 주인을 구한 충견의 일화에서 비롯됐다. 전북 부안군 ‘구덕마을’은 개 아홉 마리가 누운 것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그랜저 91만5000여 대가 화재 발생 우려로 시정조치(리콜)된다. 제품 결함으로 ‘죽음의 에어백’이라는 논란을 부른 일본 다카타사의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도 리콜이 이뤄진다. 국토교통부는 쏘나타 그랜저를 포함해 제작 결함이 발견된 54개 차종 총 93만865대를 리콜한다고 28일 밝혔다. 현대차의 NF쏘나타(51만265대)와 그랜저TG(40만5018대) 등 2개 차종은 자동차 미끄러짐 방지를 위해 브레이크와 엔진 출력 등을 조절하는 전자 장치에 합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는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결함이다. 리콜 대상 차량은 내년 1월 4일부터 현대차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다카타의 에어백을 장착한 BMW 320d, 크라이슬러 300C 등 32개 차종 9882대도 리콜된다. 다카타 에어백은 펼쳐질 때 과도한 폭발 압력으로 금속 부품 파편이 튀어 해외에서 수차례 운전자가 다치거나 사망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날 리콜 대상 차량의 결함을 시정하기 위해 교통안전공단,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내년 1월부터 교통안전공단 검사소뿐만 아니라 전국 1600여 개 민간 검사업체도 리콜 관련 내용을 해당 차량 운전자에게 안내할 수 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대학가에서 집주인이 저리로 대출받아 대학생들에게 싼값에 세를 놓는 ‘집주인 임대주택’이 내년부터 첫선을 보인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을 끌어들여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관리하는 대학가 주변의 ‘집주인 임대주택’을 청년 기숙사로 활용하는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집주인 이 1.5%의 저리로 기금 대출을 받아 기존 주택을 수리하거나 사들인 뒤 LH에 위탁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대학이 추천한 학생에게 우선 200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2만 채)과 더불어 철도 부지 같은 대규모 유휴 국유지를 개발해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만 채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과도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고통받는 한계 차주를 위해 내년 4월 ‘세일 앤드 리스백(SLB)’ 리츠가 다시 나온다. 한계 차주가 리츠에 집을 매각해 대출금을 우선 갚고, 해당 주택에서 5년간 세입자로 계속 거주하는 방식이다. 대출을 갚지 못해 연체한 차주를 위해선 ‘금융권 공동 SLB’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무주택 가구주인 20대를 대상으로 연 3%대 금리에 비과세·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내년 6월에 출시된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인 ‘디딤돌대출’의 공급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2조2000억 원 늘어난 9조9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대출 금리도 최대 0.25%포인트 인하된다. 한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늘리기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이 혼합된 새로운 벤치마크 지수가 마련된다.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관련 차익 거래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고 내년 1월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정임수 imsoo@donga.com·강유현 기자}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로 사상자가 속출하자 타워크레인 근로자들이 생명을 지켜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타워크레인 설치·해체 노조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런 상태라면 언제 죽을지 무서워서 일할 수 없다”며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 및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살고 싶다”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타워크레인 설치와 해체 작업을 하는 근로자 3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 32건 중 20건(62.5%)이 설치나 해체 작업 중 발생했다. 노조는 사고가 연달아 터지는 것은 노후한 장비와 열악한 작업 환경 탓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저가 입찰제로 크레인을 선정하다 보니 임대회사 측이 비용을 줄이려고 부품을 제대로 교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회운 노조위원장은 “내년부터 노후, 불량 장비를 사용하는 ‘나쁜 작업’은 거부한다”며 “2(특별교육)+6(안전작업) 시간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더 이상 작업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이날 전국 타워크레인 공사현장 500곳을 관계기관과 일제 점검한다고 밝혔다. 설치된 크레인의 연식(年式)이 제대로 등록됐는지, 안전조치가 마련됐는지 등을 확인한다. 정부는 추가 안전대책도 내놨다. 27일부터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근로자들이 작업과정에서 장비 결함 징후를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는 ‘타워크레인 안전콜센터’를 운영한다. 타워크레인 등록부터 폐기까지 사용 및 사고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장비이력 관리시스템’이 도입된다.정임수 imsoo@donga.com·김은지 기자}
내년 전국에서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가 역대 최대 규모인 44만 채에 육박할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잇단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입주 물량 폭탄’이 현실화되면 지역에 따라 집값과 전세금이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입주 물량이 몰린 경기 화성, 용인 등 수도권 남부권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43만9611채로 올해(38만3820채)보다 14.5%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연간 입주 물량이 40만 채를 넘어선 경우는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주택 200만 채’ 건설 여파로 새 아파트 입주가 급증한 1990년대뿐이었다. 1991년까지 25만 채를 밑돌던 연간 입주 물량은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에 따라 1997년 43만2128채로 급증했다. 내년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경기 지역으로 올해보다 25.7% 늘어난 16만1992채가 집들이를 한다. 이 또한 이 지역 역대 최대 물량. 특히 화성시의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36.6% 급증한 3만1776채나 되며 용인(1만5676채) 김포(1만4197채) 시흥(1만2338채) 등에도 입주가 몰려 있다. 최근 ‘나 홀로 집값 강세’를 보이는 서울도 내년 3만4703채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올해보다 28.3% 늘어난 규모다. 지방에서는 평창 겨울올림픽 수혜를 입고 있는 강원 지역의 입주 물량이 올해 5959채에서 내년 1만6542채로 180% 가까이 급증한다.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내년 전세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몰린 일부 지역은 이미 전세금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깡통 전세’(매매가가 대출금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보다 작은 집)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여기에다 내년에 새 아파트 분양도 급증해 ‘미분양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전국 409개 단지에서 41만7786채의 민간 아파트가 분양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평균 분양 실적(30만7774채)보다 약 36% 급증한 규모다. 서울 5만7208채 등 수도권에서 23만5430채가 분양할 예정이며 지방(18만2356채)에서는 부산에 가장 많은 물량(4만5158채)이 몰려 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 청년, 신혼부부 등이 저렴한 임대료로 최소 1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사회주택’이 들어선다. 사회주택은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주체가 공급·운영하는 임대주택으로, 정부는 최근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이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삼송지구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에 사회주택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중간 성격을 띠는 사회주택은 민간임대의 거주 불안을 보완할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유럽은 전체 임대주택의 20∼30%가 사회주택일 정도다. 이번 시범사업은 사회적 주체가 삼송지구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에 저층은 상가로 짓고 그 위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가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바탕으로 주택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로 책정해야 한다. 사회적 주체는 최소 10년 이상, 최대 20년까지 땅을 빌려 사업을 한 뒤 토지를 매입할 권리를 갖는다. 정부는 공공지원 주택 입주 자격을 갖춘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사회주택 입주 우선권을 줄 예정이다. 사회적 주체가 사전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으며, 입주자는 최소 10년간 사회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국토부는 26일 시범사업의 사업자 공모를 실시해 내년 2월 사업 계획서를 받은 뒤 3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국내 운전자 10명 가운데 3명은 차선을 변경할 때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행자 8명 중 1명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 위험한 습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교통문화지수’가 81.56점으로 지난해(81.38점)보다 소폭 상승했다고 25일 밝혔다. 교통문화지수는 매년 전국 229개 시군구 주민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의식 수준 등을 조사해 만든 지표다. 올해 항목별 결과로는 ‘방향지시등 점등률’이 70.57%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운전자 10명 중 3명은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켜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지난해 결과(65.47%)보다는 5.10%포인트 상승해 전체 항목 중 개선 정도가 가장 두드러졌다. 신호 준수율은 95.83%로 전체 항목 중 가장 높았지만 작년보다는 소폭 낮아졌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아용 카시트 착용률은 고속도로의 경우 60.42%로 지난해(40.40%)보다 크게 나아졌다. 그러나 시내 도로에서의 착용률은 여전히 49.21%에 그쳤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save2000@donga.com)로 받습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와 서울 삼성역,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를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을 운영할 민간사업자 선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GTX A노선의 연장 구간(파주∼삼성역)도 이르면 내년 말 착공해 2023년 개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공되면 파주, 동탄 등에서 서울로 오가는 시간이 최대 80%까지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19일 GTX A노선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지정 및 시설사업기본계획안이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달 말 시설사업기본계획을 고시하는 데 이어 내년 3월 말까지 민간사업자를 공모해 4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GTX A노선은 파주∼경기 고양 일산∼서울역∼삼성역∼수서역∼동탄 구간 총 83.1km를 연결하는 철도다. 삼성역∼동탄 구간은 이미 올해 3월 재정사업으로 착공했다. 민간사업자는 연장 구간인 파주∼삼성역 구간을 설계 및 시공하고 A노선 전체 구간을 30년간 운영하게 된다. 총사업비(3조3641억 원)의 최대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국토부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면 실시 설계를 병행해 연장 구간의 착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말 착공해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TX A노선은 지하 40m 이상 깊이에 터널을 뚫고 주요 거점을 직선으로 연결해 시속 최고 180km로 달린다. 기존 전철로는 동탄역에서 삼성역까지 77분이 걸리지만 A노선이 개통되면 19분으로 대폭 줄어든다. 일산에서 서울역까지는 52분에서 14분으로 단축된다. 특히 이번 사업은 개통 이후 손실이 발생했을 때 손실 부담을 정부(40%)와 민간(60%)이 나누는 위험분담형 민간투자사업(BTO-rs)으로 추진된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현대건설은 지난 70년 동안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건설 신화’를 이뤄왔습니다. 이제 70년을 넘어 향후 100년을 이어갈 엔지니어링 기반의 글로벌 건설 리더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2017 대한민국 건설상’의 종합대상(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은 현대건설의 정수현 사장(65)은 19일 서면으로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해외 출장 중인 정 사장을 대신해 김정철 부사장이 참석했다. 현대건설이 걸어온 70년은 그 자체가 한국 건설의 역사다. 1947년 창사 이래 국내외에서 3600건의 공사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국내 건설업계 ‘맏형’ 자리를 지켜왔다. 최초, 최고, 최대라는 타이틀을 단 프로젝트가 한둘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굵직한 대형 공사를 도맡아 경제발전의 기틀을 닦았다. 1960년대 춘천댐, 소양강 다목적댐 등을 지었고 197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했다. 1980, 90년대엔 서산간척사업의 대역사를 썼다. 여의도의 30배, 남한 면적의 1%에 달하는 국토가 새로 생겨났다. 한강에 놓인 다리 31개 중 11개가 현대건설의 작품이다. 현대건설은 1966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며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시장에 발을 디뎠다. 현재까지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 59개국에서 맡은 프로젝트만 821개, 1227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다.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작’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하며 해외 공략을 가속화했다. 2005년에 완공한 이란 사우스파 4, 5단계 가스전은 완공 기준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 수주 사상 최대 규모(16억 달러)다. 현재 “세계 크레인의 3분의 1이 카타르에 모여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형 인프라 공사가 한창인 카타르에서 현대건설은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 신항만 공사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이 중 올해 준공할 예정인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세계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프로젝트다. 16개의 원형 패널을 사용해 건물 전체가 꽃잎을 포개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중동 사막의 ‘모래장미’를 모티브로 현대건설의 첨단 공법이 적용된 결과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한 현대건설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5월엔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고 말레이시아에서 약 1조 원 규모의 현지 최대 발전소 공사를 따냈다. 201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축을 맡아 첨단 기술과 혁신적 디자인이 융합된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이 105층 건물이 완공되면 서울의 새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