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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 업무 범위를 8일부터 대폭 확대하자 간호사단체가 ‘간호법 재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처럼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는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문화해 달라는 취지다. 지난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대통령실도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다시 논의해 볼 수 있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여 다음 달 총선 후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료 강화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뒷받침하고 논란의 여지를 없앤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일부 조항을 수정해 재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8일부터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등 89개 업무를 추가로 할 수 있다는 지침을 시행했다. 전공의 공백을 PA 간호사로 채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원에선 ‘변화를 실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침을 따르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병원장 책임”이라고 명시했지만 간호사 사이에선 ‘소송이 제기되면 결국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이 때문에 간호법을 통해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가 나온 것이다. 간협의 간호법 재추진 방침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의료개혁에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여야도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의료개혁 전반을 논의하면서 그 안에서 간호법 문제를 다루는 건 우리 입장과 부합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 대응 및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성주 의원도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꿔 찬성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간호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간호법의료법에 포함돼 있던 간호사의 지위와 업무 등을 분리해 독자적으로 규정한 법. 지난해 4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설령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선다고 하자. 왜 한국이 못하거나 불리할 것으로만 보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선에서 압승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선 결과는 결론이 날 때까지는 모르는 일일뿐더러, 트럼프 행정부 출신과 소통 가교가 있다. 한미일 협력 제도화는 정권 변화에 출렁이지 않는다. 상대 정부가 있는데 공식 기록이 남는 부처가 움직일 일은 더더욱 아니다”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KBS 대담에서 미 상원 의원단 얘기를 전하며 ‘The president changes, but Congress stands still(대통령은 바뀌어도 의회는 그대로)’을 언급한 것과 같다. 그럼에도 지난해 한미일 협력 강화와 이에 따른 중국과의 긴장, 북한-러시아 밀착을 지나 맞는 미 정치 지형 변동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는 일리가 있다. 만에 하나 트럼프가 한국보다 북한에 먼저 축전을 보내 불놀이를 시작한다면? 한미일 정상이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에 이어 올 3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나는 시나리오가 빛이 바랬듯 대외 환경은 변화무쌍하다. 셈법 빠른 기업은 무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마치 한국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될지 이재명 후보가 될지 지켜보던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미 대외정책 기조가 한국과 달리 냉탕과 온탕을 오가진 않겠지만 기술 경쟁 외에 정무 판단 요소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특별히 뭔가를 할 수는 없다. 외교 안보 라인 몸값만 올라간다.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우정엽 전 외교부 기획관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옮겨갔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HD한국조선해양 사외이사 후보자에 올랐다. 삼성전자도 몇 달 전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수석실 인사를 영입했다. 몇몇이 더 건너갈 조짐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 외교 때 자신이 환대받는 건 기업 덕분이라고 한다. 지난해 4월 국빈 방미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에서 텍사스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조지아주 카운티 현대차 공장, 미시간주 SK실트론CSS를 콕 집어 거명했다. 총수 중 유일하게 연설 현장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기립 박수를 받았다. 표정이 환했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 방문 만찬에서도 한국 기업인들을 일일이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소개했다. 사우디 방문 때도 윤 대통령은 한화 고위 인사를 사우디 국방장관에게 소개했다. 외국 정부와 기업의 직접 소통을 ‘매칭’한 셈이다. 한미일 협력, 비즈니스 외교에도 복잡변수 가득한 국제무대에서 미 대선과 관계없이 한국이 견제받고 소외되는 상황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미국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조차도 한국 대통령을 만나 지정학적 대외 환경의 불안정, 변덕스러움(volatile)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는 일본 정부로부터 4760억 엔(약 4조2000억 원)을 지원받으며 규슈 구마모토현에 공장 문을 열었다. 패권국 정세에 따라 출렁이는 국제 질서 앞에 각자도생과 즉석 매칭 이상의 본질적 경제안보 서비스를 소비자인 기업과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공급자인 국가에 있다. 과한 위기감 조성도,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하는 냉정한 분석이 먼저다. 장관석 정치부 차장 jks@donga.com}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메타가 대만 TSMC에 의존하는 비중을 낮추고픈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저커버그 CEO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30분간 환담하면서 취약성과 휘발성이 큰 상황에서 대만 TSMC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직접 언급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저커버그 CEO는 “삼성이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들이 삼성과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커버그 CEO는 이 과정에서 ‘휘발성’, ‘변덕스러움’을 뜻하는 단어(volatile)를 사용해 배석자들이 놀랐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메타는 지난해 5월 자체 설계한 AI반도체 2종을 공개했는데, 이는 TSMC에서 제조됐다. 저커버그 CEO가 미중 공급망 경쟁 속 양안 관계 불안정성 고조에 따른 리스크를 의식하고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중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안 관계의 불안정성을 콕 짚어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한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저커버그 CEO가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삼성전자 AI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부분에서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서울 인근 투자에 관해서도, 이미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화답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메타가 한국 부품을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휘발성 높은 시기에 대만 TSMC에 의존하는 이슈가 논의했다”고 밝혔다.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첨단 반도체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이 과정에서 삼성이 가지고 있는 파운드리 거대기업으로서의 위치가 실제로 메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메타 입장에서도 대만 TSMC 의존을 안정화 시키는 데 도움 될 수 있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총선을 45일 앞두고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이라며 “민주당이 타진해 본 결과 충분한 소통과 조정이 이뤄진다면 의료계도 이 정도 증원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의대 증원 적정 규모를 밝힌 건 처음이다. 이 대표 측은 “문재인 정권 당시 민주당의 주장과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토대로 추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진압하면서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악의 국정농단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료 파업에 따른 국민적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에 갈라치기 발언을 하는 건 맞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를 놓고 불난 집에 튀밥 주워 먹겠다는 듯 달려드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또 “당 내부 위기 탈출용”이라며 이 대표의 발언이 민주당 총선 공천 잡음 등 당내 문제에 대한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정쟁 유도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정말 양보하고 양보해 최소한으로 나온 숫자다. 이걸 협상하지 않는 한 (대화나 협상에) 못 나온다는 건 아예 대화를 안 하자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대 증원을 두고 의사들이 환자 목숨을 볼모로 집단 사직서를 내거나, 의대생이 집단 휴학계를 내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한편 정원 배정 절차를 진행 중인 교육부는 22일 각 대학에 보낸 공문에서 “기존 수요 조사와 달리 정원 규모를 변경하여 신청 시 구체적 또는 특별한 사유를 추가해 달라”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인 총 2251∼2847명을 가급적 지켜 달라는 취지인데, 증원 규모 2000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디올 백 선물을 건네는 영상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최재영 목사가 대통령 사저(私邸)를 통해 양주와 책 등을 선물하는 영상을 25일 공개했다. 2022년 9월 13일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직접 선물하기 전 2차례에 걸쳐 별도의 4가지 선물을 비서나 경비원 편으로 추가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에선 “차근차근 공작 수위를 높여온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 목사는 25일 유튜브 서울의소리에 출연해 윤 대통령 부부가 한남동 관저에 입주하기 전인 2022년 7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찾아간 영상을 공개했다. 최 목사는 이날 김 여사에게 “오후에 잠시 들르겠다. 제 저서 몇 권과 술 한 병(배상면주가) 들고 들르겠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낸 뒤, 아크로비스타 지하 1층 입구에서 경호처 관계자를 만났다. 최 목사가 방송에서 공개한 선물은 양주(듀어스 27년산)와 ‘내가 만난 김성주-김일성’ ‘북녘의 종교를 찾아가다’ ‘전태일 실록’ 등 책 8권이다. 영상에 따르면 경호처 관계자는 지하 1층에서 김 여사 측 비서와 연락을 나눈 뒤 보안 검색대가 있는 1층으로 최 목사를 안내했다. 최 목사는 검색대 직원에게 “거기서 물건 스캔은 다 하느냐” “책과 술 선물이니 조심해 달라”고도 했다. 이튿날 김 여사는 카톡에서 “잘 받았습니다”고 전해 왔다고 최 목사는 밝혔다. 또 최 목사는 2022년 8월 19일 전기스탠드, 전통주를 들고 사전 약속 없이 코바나콘텐츠를 찾아가 경비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9월 5일 김 여사의 비서가 “저번에 주신 것 제가 잘 받아 전달했다”고 말하는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최 목사는 “전기스탠드에 도청 장치나 폭발물이, 술에도 독극물이나 폭발물이 들어갈 수 있다. 악의적 사람이라면”이라며 “일반인(경비원)을 경유해 대통령실에서 이를 접수해 갔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작고한 부친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접근한 뒤 공작을 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보안검색 문제 등을 지적한 이날 영상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총선을 45일 앞두고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이라며 “민주당이 타진해 본 결과 충분한 소통과 조정이 이뤄진다면 의료계도 이 정도 증원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의대 증원 적정 규모를 밝힌 건 처음이다. 이 대표 측은 “문재인 정권 당시 민주당의 주장과 현장 의료진들의 의견을 토대로 추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또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진압하며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악의 국정농단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료 파업에 따른 국민적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할 시점에 갈라치기 발언을 하는 건 맞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를 놓고 불난 집에 튀밥 주워 먹겠다는 듯 달려드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또 “당 내부 위기 탈출용”이라며 이 대표 발언이 민주당 총선 공천 잡음 등 당내 문제에 대한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계산된 정쟁 유도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원래 필요했던 의사 충원 규모는 3000명 내외지만 정부는 여러 요건을 고려해 200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의대 (수요) 조사에서도 최대 3500명까지 요청이 왔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한편 정원 배정 절차를 진행 중인 교육부는 22일 각 대학에 보낸 공문에서 “기존 수요조사와 달리 정원 규모를 변경하여 신청 시 구체적 또는 특별한 사유를 추가해 달라”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 총 2251~2847명을 가급적 지켜달라는 취지인데, 증원 규모 2000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에 상당수 총장들은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정원을 그대로 내겠다는 입장인 반면 상당수 의대 학장들은 “정원을 급격하게 늘릴 경우 제대로 교육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학내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의사는 파업을, 정부는 ‘진압쇼’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내부 위기 탈출용”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 발언이 민주당 총선 공천 잡음 등 당내 문제에 대한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계산된 정쟁 유도성 발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의료 파업에 따른 국민적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할 시점에 이런 갈라치기 차원의 내용을 발표하는 건 맞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를 놓고 불난 집에 튀밥 주워 먹겠다는 듯 달려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정쟁 유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초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에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고, 민주당 정부에서 이뤄내지 못한 일이라고 말한 적도 있지 않느냐”며 “이에 비춰보면 현재의 이 대표 발언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서 “의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적정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며 “파업 그 이상을 해도 의대정원 확대는 피할 수 없고, 의사 파업은 국민의 관점에서 용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타진해본 결과, 의료계도 이 정도 증원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의대) 증원을 들이밀며 (의사들의) 파업을 유도한 뒤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시중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음모론을 꺼내들었다.이에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에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선언에 환영을 뜻을 표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필수의료 확대·공공의료 확충은 중요한 과제고 (민주당도) 노력했지만 하지 못했다”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 해결하겠다고 하니 협력하고 함께 노력해서 반드시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자”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의 해법은 바로 ‘환자들 곁’에 있다”고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음모론을 일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사 증원 규모는 협상을 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지금 입장은 이마저(현재 증원 규모)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는 마지막 남은 ‘카르텔’과도 같다”며 “국민의 힘으로 이번에는 굴복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독일 국빈 방문을 전격 순연한 윤석열 대통령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조만간 통화하기로 하고 양국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국이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마지막 퍼즐’로 불린 쿠바 수교를 완성한 직후 윤 대통령이 통일 독일을 국빈 방문하는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면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를 봤을 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독일 순방 재추진에 대해 “독일과 우리측 일정을 감안해 우선 숄츠 총리와의 통화 일정을 잡고 있다”며 “이번주나 다음주로 예상되지만 비공개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도 소통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숄츠 총리는 지난해 5월 방한해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본 뒤 “분단은 매우 큰 슬픔”이라며 한국과의 안보 경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한-독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방위사업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022년 11월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 발표를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의 순방 순연 결정이 주목받는 것은 그 직후 발표된 쿠바와의 수교가 갖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쿠바와 수교를 맺고 분단 경험을 공유하는 독일을 윤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군사비밀 보호협정 체결 등 안보 협력을 강화했을 경우 북한이 느끼는 압박 수위는 더욱 커졌을 거라는 의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쿠바와의 수교는 한국의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북한 관영매체들은 평양 주재 외교단 관련 뉴스를 보도하며 쿠바를 일절 거론하지 않으며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쿠바 수교와 독일 방문 일정을 연계해 계획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쿠바 수교 문제가 급박하게 돌아가 이를 먼저 빨리 마무리한 것”이라며 “일은 일대로 처리하는 것이지 정치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일을 추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된 독일·덴마크 순방 계획을 출국 나흘 전인 14일 전격 연기했다. 취임 뒤 16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던 윤 대통령이 국빈 방문이 포함된 주요국 정상 외교 일정을 출국 나흘 전에 순연한 것은 처음이다. 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독일 국빈 방문과 덴마크 공식 방문을 계획하다 13일 오후 순연 결정을 내렸다. ‘소재·부품·장비’ 협력 관련 양국 기업 양해각서(MOU) 체결, 비즈니스 포럼 참석을 위해 기업인 수십 명으로 구성했던 경제사절단의 방문도 불발됐다. 정부는 독일·덴마크에 순방 순연 결정을 알리며 양해를 구했지만 순방 재추진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순방 연기 및 이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따른 의료계 집단행동 가능성 대비,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민생 일정을 늘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순연은 정무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국제적, 국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윤 대통령이 순방 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한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김 여사가 순방에 동행해 전면에 등장할 경우 야당의 공세로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순방 동행 여부를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연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부 의견도 분분했다. 독일·덴마크와 일정을 조율한 국가안보실은 순방 필요성에 무게를 둔 반면, 정무 라인은 “총선 앞 정쟁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총선 국면에서 순방 자체가 자칫 정쟁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순방 추진에 따른 여론 악화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 내에서는 외국 정상을 최대로 예우하는 국빈 방문을 출발 나흘 전 취소했다는 점에서 ‘외교 결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상대국에서 (순방 연기를) 이해한 면이 있으니 외교적인 파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교적 결례는 맞다. 순방을 준비하던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민생 챙기고 정쟁 차단” 순방 미뤄… 디올백 여론 악화 우려한듯[尹, 독일-덴마크 순방 연기]순방 출국 4일전 돌연 “순연”“안보실은 추진-정무라인은 순연”… ‘尹대통령 혼자 국빈방문’도 고려“金여사 리스크, 정상외교에 영향”… 13일 상대국에 알려 ‘외교결례’ 논란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독일·덴마크 순방 동선을 막판까지 점검하다가 순연한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녹록지 않은 국내 정치 환경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각종 민생 현안과 정무적 요소들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단”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이지만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을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순방을 강행했을 때 불거질 여론 악화를 우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쟁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결례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민생과 정책 드라이브를 이어가는 게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51 대 49… 순방 놓고 대통령실 의견 갈려” 대통령실과 재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 13일 막판까지 순방 진행 여부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을 갈지 안 갈지는 사실 ‘51 대 49의 상황’과도 같았다”며 “일정을 계속 조율하고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고민해 오다 마지노선에 이르러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상대국과 일정을 긴밀히 논의해온 국가안보실은 순방 추진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며 “정치 상황과 국면을 종합 판단하는 정무라인에서는 순방 순연에 무게를 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순방 여부를 두고 내부 여론이 분분하게 나뉜 정황을 보여 준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에 순방 진행에 따른 민심 악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독일 베를린 국빈 방문은 분단국가의 경험을 공유하며 안보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국인 만큼 양국 간 안보 정보 공유를 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가 안보당국 간 논의 의제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나토와의 ‘전장(戰場) 정보 수립·수집 활용 체계(BICES)’ 참여 확대를 공언한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 수준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던 모멘텀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2014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연설(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 회자됐듯, 한국 정상의 독일 방문은 안보에 중요한 의미를 드러내는 계기”라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소재 부품 장비 등의 강화 협력에 대해 자동차 산업 부활을 꿈꾸는 독일은 한국 대기업과 정보기술(IT), 배터리 등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여기에 덴마크 방문은 바이오 협력에 더해 세계 2위 제약회사, 해상풍력 세계 1위 기업 보유국 간 경제협력이 모토였다고 한다. ● 13일 밤 상대국에 알려… “외교 결례” 논란도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순방 취소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반발, 물가와 국제유가 급등 등 민생 현안과 정무적 요소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민생 행보 일정을 더욱 늘리겠다는 분위기도 보인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달 넘게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김 여사가 순방에 동행할 경우 야당의 공세로 자칫 여론이 악화될 수 있음을 우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흔히들 ‘정쟁은 국경에서 멈춘다’고들 하는데, 선거를 앞둔 현재 국내 상황은 평상시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공군 1호기를 혼자 타고 가든 뭘 했든 적당히 대응했다”고 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지나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혼자 국빈 방문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이 역시 이례적인 만큼 김 여사 동행 여부를 최근까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김 여사 리스크’가 정상외교에 영향을 끼친 사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여사 논란 등 국내 정치 문제가 정상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라며 “상대국이 (연기를) 양해했다면 국내 현안에 집중하려는 대통령실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짧게는 한 달, 길면 두 달도 더 걸리는 순방 준비를 해왔는데 출국을 불과 며칠 앞두고 상대국에 순연 사실을 알리면서 ‘외교 결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설 연휴 전에 순방 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독일과 덴마크 측에 순연 사실을 알린 건 한국 시간으로 13일 밤이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직접 상대국에 연락해서 불가피하게 갈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렸다는 것. 정부 내에서도 순방 직전에 순연 사실을 상대국에 알린 자체가 “외교 결례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과 미국 정부가 지난해 4월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담은 ‘워싱턴 선언’ 채택에 앞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사진)이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 당국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 대선을 전후로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으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한국에서 전술핵 재배치 등 ‘핵 자강(自强)’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전술핵 재배치 검토… ‘최적 옵션 아냐’ 배제 김 전 실장은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와의 대담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카운터파트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NCG 창설 및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포함한 여러 옵션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도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를 줄일 방법을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우리는 (다른 옵션들보다) NCG가 훨씬 더 유용하다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미 안보사령탑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미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높일 최적의 방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일각에서 확산된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거듭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물밑에선 전술핵 재배치를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북한이 미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한국 내 핵 자강론을 부추기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으며 한미 확장 억제가 효과가 없다고 선전할 수 있다”며 “7차 핵실험은 한국의 핵무장 목소리를 자극하고 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이 한미 안보사령탑 간 전술핵 재배치 의견을 교환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저는 팩트가 안 맞다고 본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일단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비공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 트럼프 당선 시 핵자강론 재부상 가능성 북한이 러시아와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 대선을 전후로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합의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 방송 등은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NSC에서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한일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등을 묵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국방부는 12일 NCG 프레임워크 문서에 서명하고 양국 국방부 주도로 올해 중반까지 핵전략 기획·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올 8월로 예정된 자유의방패(UFS) 훈련에 핵작전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등 미 대선 전 한미 확장억제 체제 구축을 마치겠다는 것이다. 이 문서에는 핵우산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구체적인 방식과 한반도 핵위기 발생 시 양국 간 협의 절차를 만든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초등학생 딸이 들려준 얘기다. 반 아이들이 발야구를 하는데 장애로 발달이 더딘 친구가 타자로 나섰다. 이 아이가 공을 어렵게 발로 건드리자 친구들이 “홈런”이라고 박수 치며 응원해 줬다. 발달이 더딘 어린이가 공을 ‘정발’(정상 발달) 아동만큼 힘껏 뻥 하고 차기는 어려울 터. 친구를 배려하고 응원하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모든 현실이 동화일 수는 없다. 발달이 처지고 늦은 친구를 돌볼 여유가 없어져 가는 통합교육 현장이 더 그렇다. 장애 아동도, 교사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처하는 환경이 하늘과 땅을 오간다. 특수교사가 아들을 학대했다며 이를 녹음해 고소한 웹툰 작가 주호민 자녀와 교사 사건에 대한 의견 차도 극명하다. “학생들 등교에서부터 하교까지 특수교사가 개입하는 것이 많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학대 여부를) 판단해야 된다”는 말도, “피해자의 인지 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어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결도 논리 구조를 갖추고 있다. 피해는 아이들 몫이다. 차라리 이 다툼에 드는 에너지의 일부분만이라도 발달장애 아동 교육 문제의 현실적 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쓰는 게 더 나은 미래의 시작이라고 본다. 특수교사 1명이 담당하는 장애학생 수가 법정 규모를 초과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특수학교를 증설하자는 ‘오래된 미래’ 같은 그런 얘기들 말이다. 이미 십수 년 전 자폐성 장애 얘기를 다룬 영화 ‘말아톤’의 감독 정윤철이 “기저에 깔린 구조적 모순과 을(乙)과 을(乙)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이미 봤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일 테다. 그는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히 등교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대폭 증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언론과 여론이 힘을 쏟길 바란다”고도 했다. 실제로 몇 해 전 장애인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 여론에 어머니들이 눈물로 무릎 꿇은 뒤 한 학교가 겨우 문을 열었다. 갖은 진통 속에 접점이 모였다. 지역 사회의 반대 여론도 새겨들을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누군가 낙오하지 않도록 공동체 사회 안전망의 울타리를 조금 더 튼튼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고도 본다. 이번 사건에도 개인1(교사)과 개인2(학부모)의 대립만 부각된다. 머리를 맞대야 할 정치권에선 막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은 지난달 17일 발달장애 문제를 얘기하면서 “죄가 있다면 안 낳아야 하는데 왜 낳았노”라고 했다. 흔히들 정치를 차악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현실 개선의 꿈조차 꾸지 않는다면, 그런 정치는 무엇이고 무슨 이유로 존재하는가. 게다가 이 사람은 조용히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고, 이 정당의 윤리위원장은 이후 총선에 뛰어들었다. 양지 좇는 웰빙 정당 소리를 듣는 국민의힘의 이런 모습에선 민생도, 약자 동행도, 그토록 갈망하는 중도 확장도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긴장이나 김건희 여사 논란 등 굵직한 이슈와 거대담론이 총선 승패를 좌우한다고들 하지만, 기실 이런 경솔한 언행이 알곡처럼 쌓여 4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장관석 정치부 차장 jks@donga.com}
“이 문제를 더 이상 다룰 방법이 없다.” 8일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을 정치공작이라 규정하면서도 사과 언급은 없었던 전날 KBS 특별대담에 대해 “이대로 묻고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그친 대통령 발언이 아쉽지만, ‘김건희 디올백 리스크’ 해법을 놓고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돌하다 가까스로 봉합한 상황에서 이 문제로 다시 충돌하는 모습은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건은 설 명절 밥상 여론을 기점으로 요동칠 민심의 향배에 달려 있다. 윤 대통령 대담을 기점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기대와 달리 김 여사를 둘러싼 여론이 계속 악화돼 4월 총선 막판까지 악재로 부각될 경우엔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대응 문제가 다시 충돌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율 “다섯 글자로 아쉽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연탄 봉사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의 디올백 수수 논란 관련 발언에 대해 “재발 방지를 비롯해 윤 대통령이 진솔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세세한 발언 내용에 대해 제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느냐’는 물음에도 “처음 답변으로 갈음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이 문제를 두고 “국민 눈높이에서 우려할 만한 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가 ‘윤-한 갈등’으로 비화했던 만큼 직접적인 평가를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김 여사 논란은 이미 여론에 반영됐다.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 해서 바뀔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으니 사과하지 않은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을 버텨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민들이 우려하는 점에 오해와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는 분명하고도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김 여사 문제를 공론화했던 김경율 비대위원은 “다섯 글자로 말하겠다. ‘아쉽습니다’”라고 말해 윤 대통령의 대응이 민심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여권 관계자는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한 용산과 여당의 견해차를 국민들이 윤-한 갈등 국면에서 확인했던 만큼 추가 대응 여부는 향후 여론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당내 인사들은 “아쉬운 해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수정 경기 수원정 예비후보도 “아쉽지만 일단락됐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잘못한 건 자기가 사과해야지 남편이 뭘 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송구합니다’라고 한마디 붙였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며 “국민 감정을 달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솔직히 미숫가루 한 잔 마신 느낌이지 화끈한 짬뽕은 아니었다”며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총선 전에 정치적으로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국면전환 여건 마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며 “진솔하게 차분히 설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정치공작으로 분명하게 인식함에 따라 사과보다는 재발 방지에 더 방점을 찍었다”며 “사과를 한다고 해서 야권의 압박과 비판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형사 사건 문제로 공세를 키워갈 거라는 점도 감안한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대담에 이어 설 연휴를 지나며 국면을 전환할 여건을 일단 조성한 것으로 신중하게 평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제 대통령실과 여당이 ‘투트랙’으로 자기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정부는 민생과 경제정책 위주의 드라이브를, 당은 공천 국면이 급속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방송된 KBS 특별대담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시계에 이런 몰카(몰래카메라)까지 들고 와서 했기 때문에 정치공작”이라며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되고 하여튼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았다. 2022년 9월 일어난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문제가 지난해 11월 공개되면서 여당의 4월 총선 최대 악재로 부상한 이후 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고 아쉬운 점은 있다”며 “국민들께서는 직접 제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를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또 (자세히 설명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하여튼 여기에 대해서 좀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이제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 문제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디올 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이를 예방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비대위원장 취임 무렵 통화를 좀 했지만 최근에 통화한 적은 없다”며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고 했다. 이어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직접 이렇게 전화를 하면서 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방송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 위원장은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전후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때 한쪽의 생각이 무조건 지배하는 관계가 안 좋은 관계”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을 비판할 때 제기했던 사천(私薦) 논란에는 “정치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한 달도 안 돼 집권 여당을 사당화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정치의 신(神)”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가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며 “책임 회피를 위한 ‘몰카 공작’ 주장에 대통령이 동참하다니 기가 막힌다. 반성의 기미조차 찾을 수 없는 태도에서 대통령의 오만이 하늘을 찌름을 보여준다”고 했다.尹, 디올백에 “정치 공작… 제2부속실 있어도 예방 도움 안돼” [尹대통령 신년 대담]디올백 논란 - 對野 관계“한동훈과는 최근 통화한적 없어… 참모 공천특혜 기대도 말라 했다이재명 대표와 직접 상대하는건… 집권여당 지도부 무시하는 것” “시계에다가 이런 몰카(몰래카메라)까지 들고 와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공작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녹화 뒤 7일 공개된 KBS 특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해당 일이 있은 지) 1년이 지나 이렇게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치 공작’이라는 표현을 3번 썼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 공작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금 더 박절하게까지 누구를 대해선 안 되겠지만,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그어가며 처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尹 “매정하게 못 끊은 게 문제” 윤 대통령은 이날 특별대담에서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과정에 대해 “일단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부 시스템에 대한 보좌와 통제가 완벽하게 이뤄지기 전인 2022년 9월 일어난 일임을 부각한 것. 그는 “제 아내 사무실이 서초동 아파트 지하 관저에 있다 보니, 검색대를 설치할 수가 없었다. 그걸 설치하면 복도가 막혀 주민들에게 굉장히 불편을 줬기 때문”이라며 “(목사가 작고한 김 여사 부친과의)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 자꾸 오겠다고 해서 제가 보기에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저 역시도 그럴 때가 많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에 대해선 “국회에서 선정해서 보내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인사를) 받는 거고,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걸 갖고 민정수석실이다, 감찰관이다, 제2부속실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지금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저나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들 걱정 안 하도록 사람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에 대해 “비위나 문제를 사후에 감찰하는 것이지,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 별로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 자꾸 오겠다고 하니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걸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부싸움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안 했다”고 덧붙였다. ● “한동훈에 총선 끝난 뒤 보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논란 해법에 대한 시각차를 나타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 “가까운 사이였지만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며 “본인도 그렇게 하고, 정무수석이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위원장과) 최근 통화한 적이 없다. 직접 전화하는 건 우리 한 위원장의 입장이 있어서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의 갈등 관련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나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입장”이라며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걸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참모들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후광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후광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혜는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선 “우리 당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 대표를 직접 상대하는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집권 여당 지도부를 무시하는 게 될 수 있다”며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결심 사항이 필요한 거라든지 그런 단계가 됐을 때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시계에다가 이런 몰카(몰래카메라)까지 들고 와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공작이죠.”윤석열 대통령이 4일 녹화 뒤 7일 공개된 KBS 특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해당 일이 있은 지) 1년이 지나 이렇게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치 공작’이라는 표현을 3번 썼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 공작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금 더 박절하게까지 누구를 대해선 안 되겠지만,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그어가며 처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할 것 같다”고도 했다.● 尹 “매정하게 못 끊은 게 문제”윤 대통령은 이날 특별대담에서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과정에 대해 “일단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부 시스템에 대한 보좌와 통제가 완벽하게 이뤄지기 전인 2022년 9월 일어난 일임을 부각한 것. 그는 “제 아내 사무실이 서초동 아파트 지하 관저에 있다 보니, 검색대를 설치할 수가 없었다. 그걸 설치하면 복도가 막혀 주민들에게 굉장히 불편을 줬기 때문”이라며 “(목사가 작고한 김 여사 부친과의)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 자꾸 오겠다고 해서 제가 보기에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저 역시도 그럴 때가 많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에 대해선 “국회에서 선정해서 보내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인사를) 받는 거고,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걸 갖고 민정수석실이다, 감찰관이다, 제2부속실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지금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저나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들 걱정 안 하도록 사람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에 대해 “비위나 문제를 사후에 감찰하는 것이지,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 별로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 자꾸 오겠다고 하니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걸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부싸움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안 했다”고 덧붙였다. ● “한동훈에 총선 끝난 뒤 보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논란 해법에 대한 시각차를 나타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 “가까운 사이였지만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며 “본인도 그렇게 하고, 정무수석이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위원장과) 최근 통화한 적이 없다. 직접 전화하는 건 우리 한 위원장의 입장이 있어서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의 갈등 관련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나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입장”이라며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걸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참모들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후광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후광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혜는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특별법 등 취임 후 법안 수 기준으로 9번째 거부권을 행사한데 대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여야의 충분한 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선 “우리 당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 대표를 직접 상대하는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집권 여당 지도부를 무시하는 게 될 수 있다”라며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결심 사항이 필요한 거라든지 그런 단계가 됐을 때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9일 정부로 이송된 지 11일 만이다. 2022년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5번째이며, 법안 수로는 9번째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영구 추모시설 건립 등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유가족 측은 “정부는 유족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며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검경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과 정부 관료,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유족들을 면담하고 “거부권 행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유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이거야말로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오직 정치적 유불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참 비정하다”고 했다고 비판했다.정부 “이태원특조위 위헌 소지” 野 “진상규명마저 거부” 尹,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행사정부 “총리실 산하 피해지원委 설치… 지원금 확대-희생자 추모시설 추진”특조위 구성요건-권한엔 여야 이견… 대통령실 “문제조항 제거땐 재협상” “국무총리실 산하에 ‘10·29 참사 피해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생활지원비, 의료·간병비 등 피해 지원금 확대,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30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의결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이태원 참사는 지금도 많은 분들 가슴에 무거운 슬픔으로 남아 있다”며 “유가족들이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 신속하게 지원 및 배상을 진행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 법안 가운데 정부가 거부권 건의 배경과 지원 대책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피해 유가족을 의식한 조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특별법의 문제 조항이 제거돼 여야가 재협상하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거부권 행사, 재투표로 폐기 수순을 밟은 기존 법안과 달리 여야의 추가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조위 설치부터 운영 방식까지 이견 윤 대통령이 이날 9개째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압사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둘러싼 의견 차가 좁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에 대한 재판이 이미 진행된 만큼 특조위를 새로 꾸려 강제 조사를 진행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발언한 점이 대표적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서 기소된 사람을 보면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한 사람뿐”이라며 “무엇보다 유가족들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조위 권한을 놓고도 정부는 “초헌법적 기관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야당은 “정부 주장이 과장됐다”고 팽팽히 맞섰다. 정부는 특조위가 정당한 이유 없이 2차례 이상 출석을 거부한 대상자에게 직권 동행 명령을 내리고, 자료 제출 요구 거부만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위헌성이 있다고 본다. 반면 민주당은 “실제 영장 청구나 수사 지휘는 관할 검찰청 등의 사법적 통제를 받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정부는 특조위원 11명 중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3명을 유가족 단체 등이 추천하도록 한 특별법 조항에 대해서도 “사실상 ‘야당 7명, 여당 4명’으로 국회 다수당이 특조위 구성을 좌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과거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여야 각각 4명, 국회의장 1명 추천) 사례를 기준으로 따랐다고 설명했다. 특조위 활동으로 2년간 집행될 정부 예산 96억여 원 수준(국회예산정책처 자료)을 둘러싼 시각차도 첨예하다. ● 與 “다음 달 1일 재표결”, 野 “재표결 시점 미정”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한국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각자도생 사회라는 공식 선포”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 정권은 유가족들의 상처를 두 번 세 번 헤집어 놓더니 이제 진상 규명마저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진실마저 가로막으려는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거부권”이라며 “국민을 편 가르기 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오직 정치적 유불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참 비정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1일 재표결과 함께 민주당이 재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당은 ‘쌍특검법’(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재표결을 2월 국회로 고려 중이어서 이태원참사특별법 재표결도 뒤로 밀릴 수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독소조항을 제거한다면 여야 간에 합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2월 안에 표결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 전 적절한 시점에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내는 방안이 대통령실에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신년을 맞아 방송 대담에 나서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대통령실 내에서는 “정해진 게 없다. 숙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설 밥상머리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윤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설명에 나서 논란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KBS 방송 대담을 포함해 다양한 안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KBS 방송 대담을 포함해 신년 기자회견, 김치찌개 간담회 등 다양한 안을 검토했으며, 윤 대통령의 결심이 있으면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온 상태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논란이 ‘몰카 정치공작’에 해당하지만 4월 총선 정국과 국정 운영, 당정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논란의 경위를 설명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기류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설명한 뒤 여당은 김 여사 문제를 부각하는 야당에 엄정 대응하며 총선 앞 단일대오를 형성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 수위는 더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단독으로 소집해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논란과 관련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하면서 “중대한 부패 행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에 대해 아직 조사 절차도 안 들어가서야 어떻게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대통령실 선물은 퇴임하는 시점에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내면 국가 귀속이 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도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국민의힘 정무위 간사인 강민국 의원은 “긴급현안질의를 해야 할 것은 2018년 국빈방문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샤넬 재킷 행방과 국고 손실을 초래한 외유성 해외 출장에 관한 것”이라며 “가짜 목사 최재영 몰카 공작 사건과 김정숙 여사의 외유성 해외 출장을 안건으로 상임위 개최를 제안한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 전 적절한 시점에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내는 방안이 대통령실에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신년을 맞아 방송 대담에 나서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대통령실 내에서는 “정해진 게 없다. 숙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설 밥상머리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윤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설명에 나서 논란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KBS 방송 대담을 포함해 다양한 안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KBS 방송 대담을 포함해 신년 기자회견, 김치찌개 간담회 등 다양한 안을 검토했으며, 윤 대통령의 결심이 있으면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온 상태로 알려졌다.대통령실은 “김 여사 논란이 ‘몰카 정치공작’에 해당하지만 4월 총선 정국과 국정운영, 당정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논란의 경위를 설명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기류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설명한 뒤 여당은 김 여사 문제를 부각하는 야당에 엄정 대응하며 총선 앞 단일대오를 형성할거라는 전망이 나온다.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대치 수위는 더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단독으로 소집해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과 관련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하면서 “중대한 부패행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에 대해 아직 조사 절차도 안 들어가서야 어떻게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대통령실 선물은 퇴임하는 시점에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내면 국가 귀속이 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도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국민의힘 정무위 간사인 강민국 의원도 “가짜 목사 최재영 몰카 공작 사건과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외유성 해외 출장을 안건으로 상임위 개최를 제안한다”고 반격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의 오찬과 37분가량의 차담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과 지난달 26일 취임한 한 위원장의 오찬은 처음이다. 김경율 비대위원 발언으로 점화된 대통령실의 사퇴요구 논란 파열음을 봉합하기 위해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 함께 상경한 이후 엿새 만에 이뤄진 고위 당정 회동을 통해 당정 균열을 봉합하고 정책과 민생 드라이브로 총선 민심에 구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가진 오찬회동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주택, 철도 지하화를 비롯한 교통 등 다양한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확대 시행과 관련해서 영세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오찬에는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함께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피습 공격을 당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거론하며 최근 잇따르는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오찬장에서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한 뒤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37분 동안 차담을 더 나눴다.이날 대통령실과 여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을 둘러싼 사과 문제나 총선 공천 등 민감 현안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오찬에 앞서 한 위원장은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과 국민의힘은 첫째도 둘째도 당정의 실력을 보여주는게 필요하다”며 “당정이 이미 공약한 것들을 점점 현실화해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번 회동은 여당 공천과 김건희 리스크 해법 등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모습으로 당정 갈등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마련된 자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난주보다 5%포인트 상승한 63%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6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부정 응답 수치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등 ‘김 여사 행보’가 부정 응답의 상위권에 올랐다. ‘김건희 리스크’ 해법을 두고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2%였다. 윤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적 응답 비율(31%)보다 21%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 행보, 尹 부정 평가 이유 3위 한국갤럽이 23일부터 25일까지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에 대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31%로 나타났다. 2주 연속 1%포인트씩 떨어졌다. 윤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16%), 소통 미흡(11%), 김 여사 행보(9%) 순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 문제를 윤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의 이유로 답변한 비율이 전주(2%)보다 7%포인트 올랐다. 자유 응답(주관식) 형태로 이뤄진 직무 부정 평가 이유 조사에서 김 여사 문제를 콕 짚어 거론한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갤럽은 “윤 대통령의 직무 부정 평가 이유로 김 여사가 등장한 과거 세 차례 때보다 높은 수치”라고 했다. 이번 수치가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과거 직무 부정 평가 응답 중 김 여사와 관련된 부분은 △2022년 5월 봉하마을 지인 동행(1%) △2022년 9월 목걸이 출처 논란(3%) △지난해 2월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 항소(3%)였다. 한 위원장에 대해선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2%,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0%였다.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 89%가 한 위원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위원장의 직무 긍정 응답은 2012년 3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 긍정 응답(52%)과 같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5%,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9%였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36%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35%, 정의당 2%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주 연속 같았다. 한 위원장 지지가 여당 지지율을 견인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2%포인트 올랐다.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무당층 응답은 전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22%였다.● “제3지대 후보 당선 희망” 24% 특히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과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33%였다.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한국갤럽이 ‘제3지대 다수 당선’ 항목을 별도로 넣어 총선 구도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견제론이 민주당 지원만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고, 정부 지원론이 곧 여당 지원을 뜻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중도층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만큼 제3지대가 총선의 최대 복잡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중도층(36%), 무당층(36%), 20대(40%)에서는 제3지대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21%,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2%였다. 제3지대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자 중 정당별 지지도는 이준석 신당 48%, 민주당 31%, 정의당 27%, 이낙연 신당 26%, 국민의힘 18% 순이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제3지대 승리 희망은 여당과 제1야당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다”며 “제3지대 세력이나 정당에 대한 전적인 지지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에 따른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6.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49인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2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라”며 “특히 생존의 위협을 받는 영세 기업에 필요한 지원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이 된 소규모 공장, 영세 기업, 동네 식당과 카페 등에는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업주와 근로자가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을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 등을 바탕으로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중대재해법이 무엇인가. “일터에서 직원이 근무 중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사업주 처벌을 강화해 근로자의 사망, 부상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구체적으로 ‘중대 재해’의 기준은…. “업무로 인해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하나의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급성 중독 등 직업성 발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가 ‘중대산업재해’다.” ―27일부터는 작은 카페나 음식점에도 적용되나.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인 모든 업종에 적용된다. 상시근로자에는 아르바이트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 일용근로자, 파견근로자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모두 포함된다. 산업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 제조업뿐 아니라 식당, 카페, 마트, 미용실 등 요식업 및 서비스업과 일반 사무직 회사에도 적용된다. 건설현장은 기존에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일 때만 적용됐지만 27일부터는 금액과 무관하게 적용된다.” ―기존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나누면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나. “아니다. 정상적인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을 적용 받지 않겠지만, 누가 봐도 하나의 사업장인데 중대재해법을 피하기 위해 점포 하나를 두 개로 나누고 직원도 각각 4명 이하로 배치하는 등의 ‘쪼개기’를 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중대 재해가 일어나면 사업주는 무조건 처벌 받나. “아니다. 법원의 판단 결과 사업주가 법에 정해진 안전 조치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처벌 받지 않는다.” ―안전 조치는 어떻게 취해야 하는가.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따라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전·보건 관련 목표를 정하고 사업장마다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한 뒤 이를 6개월에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 가령 빵집 사장은 반죽 기계나 오븐의 위험 요인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위험성 수준을 상중하 체크리스트로 작성해도 된다.” ―카페, 식당도 안전관리 담당자를 따로 뽑아야 하나. “아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다. 그러나 제조업, 임업, 하수·폐수 및 분뇨 처리업 등 5개 업종만은 예외다. 이들 업종은 근로자가 20명 이상일 경우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1명 이상 지정해야 한다. 새로 채용할 필요는 없고 기존 직원이나 경영자가 겸임해도 된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