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김종석 부장

채널A 성장동력센터

구독 3

추천

1995년부터 스포츠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골프, 농구, 야구, 라켓 종목 등을 체험하며 취재해왔습니다. 사람과 사랑, 땀과 꿈을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kjs0123@donga.com

취재분야

2024-11-18~2024-12-18
칼럼50%
건강37%
생활/가정13%
  • 김시우는 안되고, 디섐보는 됐던 손상 클럽 교체[김종석의 TNT타임]

    한국 골프의 새로운 기대주 김시우(26)가 ‘명인열전’이라는 마스터스에서 기인이라도 된 듯 하다. ‘스푼(3번 우드) 김’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3번 우드 퍼팅으로 4연속 파행진 묘기 김시우는 10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85회 마스터스 2라운드 15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퍼터 대신 3번 우드로 퍼팅을 해야 했다. 그래도 4개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하는 묘기를 펼쳐 지구촌 골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덕분에 김시우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중간합계 4언더파로 선두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에 3타 뒤진 공동 6위로 마쳤다. 김시우는 왜 15번홀부터 3번 우드로 퍼팅을 해야 했을까. 13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하며 기분 좋은 상승세를 타다가 14번 홀(파4)에서 1.5m 파 퍼팅을 놓친 게 화근이었다. 퍼팅이 계속 짧아 애를 먹던 차에 3퍼팅으로 첫 보기를 했으니 기분이 좋을 리 만무. 전날 공을 물에 빠뜨리며 보기를 한 나쁜 기억이 있던 15번 홀(파5)에서 결국 사달이 났다. 세 번째 샷이었던 칩샷이 홀을 다소 지나쳤다. 골프닷컴은 당시 김시우의 상태를 ‘전홀부터 감정이 안좋다가 화가 끓어 넘쳤다’고 전했다. 뚜껑이 열린 김시우는 동반자의 플레이를 기다리면서 퍼터로 땅을 내리치고 샤프트를 구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 규칙 4.1에 따르면 경기 도중 선수가 고의로 파손시키거나 성능을 변화시킨 클럽은 사용할 수 없다. 결국 김시우는 이 홀부터 그린에 올라 3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샌드웨지는 퍼터 대용으로 어려워 경기 후 김시우는 3번 우드 퍼팅에 대한 현지 취재진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국내 홍보를 맡고 있는 스포티즌이 전한 해당 상황과 관련한 질의 응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질문 : 퍼터 대신 사용한 것이 3번 우드였나? 아니면 5번 우드였나? △김시우 : 3번 우드다. 다행히 남은 홀들에서 버디 기회만 남았고, 두 번째 퍼트가 1~2m의 짧은 상황만 남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운이 좋았 것 같다.△질문: 15번 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김시우 : 그냥 내 샷에 대한 불만이었다. 14번 홀처럼, 15번 홀의 칩 샷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것이다. 고의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런데 퍼터가 손상되었다. △질문 :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가?△김시우 : 골프 코스에선 이런 적은 없었다.△질문 : 샌드웨지나 다른 클럽을 사용하지 않고, 3번 우드를 사용한 이유는?△김시우 : 샌드웨지가 더 어렵고, 스핀을 컨트롤하기로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렇게 빠른 그린에서는 더욱더 어렵다. 그래서 3번 우드를 선택했다. △질문 : 여분의 퍼터가 있는가?△김시우 :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죄송하다. 애꿎은 퍼터에 화풀이 한 김시우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인 골프에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골프는 무엇보다 에티켓과 매너를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시우를 어릴 적부터 잘 아는 한 지인은 “그런 기질과 넘치는 의욕이 있었기에 오늘의 김시우가 가능했다. 갖가지 최연소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그가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땅 짚다 부러뜨린 드라이버김시우에 앞서 ‘필드의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체중을 20kg 가까이 불리며 최고 장타자로 거듭난 디섐보는 지난해 8월 PGA챔피언십 1라운드 도중 얼마나 세게 쳤는지 드라이버 헤드가 떨어져 나갔다. 7번 홀에서 강력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린 뒤 티를 줍기 위해 드라이버로 바닥을 가볍게 누르는 순간 샤프트에서 헤드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이 경우는 클럽을 고의로 손상시킨 경우가 아니라고 인정돼 교체가 가능했다. 외부 요인이나 자연적인 힘, 해당 선수나 캐디가 아닌 제3의 인물에 의해 손상된 클럽은 교체가 허락되는 것. 자신의 차에서 새 샤프트를 갖고 와 다시 드라이버를 잡을 수 있었다. 당시 디섐보는 드라이버 2개와 샤프트 3개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GA투어 경기위원에 따르면 디섐보가 티샷 실수로 격분한 나머지 드라이버를 지면에 세게 내리치다가 샤프트가 부러졌다면 교체는 불가능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4-10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김종석]연경랜드와 추추랜더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에는 ‘연경랜드’가 있다고 한다. 김연경이 경기 도중 멋진 플레이를 한 동료 선수들을 번쩍 들어올리는 게 마치 놀이기구 같아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10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김연경의 화끈한 세리머니는 한동안 볼 수 없었다. 이재영 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으로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팀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선두를 독주하던 흥국생명은 쌍둥이 없이 치른 8경기에서 2승 6패를 기록해 2위로 밀렸다.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전망도 어두웠다. 이 위기에서 김연경의 존재감은 빛을 발했다. 손가락 부상에도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까지 도맡았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후배를 위한 ‘놀이동산’도 재개장했다. 김연경에게 들려진 한 선수는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그런 왕언니가 있었기에 흥국생명은 악재에도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었다. 김연경은 인터뷰 때 후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적응에 애를 먹으며 ‘불운아’로 불린 브루나에게는 오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보디랭귀지까지 쓰고 식사도 같이 하며 살뜰히 챙겼다. “흥국생명 상황이 워낙 안 좋아 기업은행이 이길 거라고 봤다. 그 한계를 김연경이 깨더라. 실력뿐만 아니라 팀을 하나로 만드는 리더 역할이 대단했다. 아파도 티 한번 안 내고 후배들과 한번 이겨 보자며 파이팅을 보였다.” 흥국생명을 꺾고 우승한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기자에게 전한 찬사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은 없었어도 김연경의 투혼은 진한 감동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거물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뉴욕 메츠 입단을 추진하다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메츠 단장은 영입을 포기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야구는 25명이 함께하는 경기지 ‘24명 플러스 1명’이 하는 경기가 아니다.” 로드리게스는 전용기 서비스와 구장 내 별도로 자신의 캐릭터 상품 판매 코너를 요구하는 등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특급 대우를 원했다. 팀 전체를 위해 예외를 인정할 수 없었다. 지난 주말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지 20년 만에 신생 SSG로 돌아온 추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쏠렸다. 이제 뚜껑은 열렸다. 명품시계 선물이나 낯선 맹견 마스코트 등이 화제가 되던 시기는 지났다. 신생팀에 대한 핑크빛 기대감이 넘치던 허니문 기간도 끝났다. 정글에 비유되는 야구장에서 어떤 경기력을 펼치느냐, 설사 지더라도 희망을 갖게 하느냐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다. SSG는 SK 시절인 지난해 9위에 처졌다. 처음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의 지도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강팀들은 신생 팀이나 약체 팀 경기에 집중적으로 뛰어난 투수들을 내보내며 승리의 제물로 삼으려 한다. SSG 구단주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모습은 긍정적인 반응과 우려가 교차한다. SSG의 팀명은 연고지 인천의 상징인 국제공항을 떠올리는 랜더스(Landers). SSG가 연착륙하려면 캡틴 추신수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본인이 비행기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육중한 항공기를 지탱하는 탄탄한 랜딩기어가 어울려 보인다. 비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이상 기류에 항공기가 흔들릴 때도 있다. 팀이 휘청거릴수록 리더의 헌신과 희생은 절실해진다. 아름다운 패자로 칭송받은 김연경은 새로운 챔피언 GS칼텍스의 슬로건을 통해 새삼 깨달음을 얻었을지 모른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스포츠뿐 아니라 어디서나 적용되는 평범한 진리 아닐까.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4-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명 깜빡해 고개 숙인 전인지…필드의 황당 실격[김종석의 TNT타임]

    전인지(27)는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타고 있다. 3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며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타수 공동 2위(69타)에 상금랭킹 8위(약 1억3000만 원)에 올랐다. 올 들어 자신감을 회복하며 미소를 보일 때가 많아진 전인지의 질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IA클래식 2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카드에 서명을 빠뜨린 채 제출하고 경기장을 떠났다가 실격됐다. 전인지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는 오늘의 뼈아픈 실수를 마음속 깊이 새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또 “훌륭한 대회를 개최해주신 기아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3, 4라운드에서 나서는 모든 선수의 선전도 기원했다. LPGA투어는 선수들이 제출한 스코어카드를 정리하다 뒤늦게 전인지의 사인이 빠진 사실을 발견하고 규정에 따라 실격 처리했다. 전인지가 실격되지 않았다면 1,2라운드 합계 5언더파 139타로 공동 4위에 올라 3라운드에 나설 수 있었다. 4개 대회 연속 톱10 이상의 성적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본인 뿐 아니라 팬들도 안타깝게 됐다. 골프는 심판이 따로 없는 에티켓과 명예의 게임이라고 한다. 자연에 맞서 자신과 싸움을 하다보니 규칙과 관련된 희한한 상황에 부딪치기도 한다. 황당한 실격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대한골프협회 한 경기위원은 “세계적인 선수가 그런 실수를 한다는 게 아쉽다. 명색이 프로인데도 규칙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학창시절부터 규칙 교육도 스윙, 성적만큼이나 중시돼야 한다”고 말했다.●똑같은 실탄이 없으면 플레이도 관둬야 골프 규칙은 선수가 18홀 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같은 제조사는 물론 모델까지 같은 공을 쓰도록 규정한다. 이른바 ‘원 볼 룰’. 없으면 다른 선수에게 빌리거나 골프장 안에서 용품을 파는 프로샵에서 사와도 된다. 스코틀랜드 커누스티를 비롯해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디 오픈) 개최 경기장은 대부분 바닷가에 자연그대로 조성한 링크스 코스. 잡초가 무성하고 개울이 많아 공의 무덤으로 불린다. 집 나간 공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프닝도 쏟아진다. 한국의 한 프로 선수는 브리티시오픈 예선에 출전했다가 공을 10개도 넘게 잃어보려 결국 실격당하기도 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조차도 공을 넉넉히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2019년 유러피언투어 터키시 에어라인오픈에서는 에디 페퍼렐이 해저드에 공을 4,5개 빠뜨린 뒤 더 이상 공이 없어 실격되기도 했다.인기스타 김하늘은 2009년 KLPGA투어 힐스테이트 서울경제오픈 1라운드에 공 4개를 갖고 출전했다가 OB 한 방에 이어 해저드에 공을 세 차례 빠뜨려 16번 홀에서 ‘재고’가 바닥났다. 당시 김하늘의 사용구는 2007년형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 . 같은 조였던 서희경과 유소연, 자신의 바로 앞 조였던 안선주, 김보경, 최혜용은 모두 다른 공을 쓰고 있었다. 한 갤러리가 비슷한 공을 전달했으나 이번에는 ‘연식’이 달라 쓸 수 없었다. 다행히 다른 갤러리가 갖고 있던 공 한 개가 정확하게 일치해 무사히 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다.●나침반, 연습도구도 잘못 쓰면 중도하차 한국과 일본여자 프로골프투어에서 간판스타로 활약한 ‘엄마 골퍼’ 안선주는 캐디의 실수로 실격되는 보기 드문 경험을 했다. 2013년 일본투어 니치레이디스 2라운드에서 캐디가 바람 체크를 한다며 갖고 있던 나침반을 활용한 것. 이 캐디는 프로골퍼와 계약된 전문캐디가 아니라 골프장 소속 하우스 캐디였다. 평소 주말골퍼 캐디를 할 때처럼 무심코 나침반을 꺼낸 것. 하지만 라운드 도중 인공의 장치와 비정상적인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는 실격에 해당되는 골프 규칙이었다. 골프장 측은 지배인 명의로 안선주와 대회 주최 측에 사과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베테랑 골퍼 줄리 잉크스터는 경기 도중 파3홀에서 앞 조가 너무 밀려 오랜 기다림에 지루해지자 스윙 연습도구를 휘둘러보다가 실격되기도 했다. 선수가 경기 중 스윙 보조 기구를 사용해도 바로 실격이었다. 이같은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온갖 첨단 IT 장비가 도입되는 세상과도 동떨어진다 지적이 거세지면서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R&A와 미국골프협회는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바람 방향이나 잔디결 방향을 판단하는데 도움받기 위한 나침반 사용은 허용됐다. 연습도구 관련 규정 역시 2016년부터는 처음 썼을 때는 2벌타를 받으며 다시 사용하면 실격되는 것으로 완화됐다. ●시청자 고발로 보따리 싸는 일은 이젠 그만 경기 후 스코어카드를 낸 뒤 중계를 본 시청자가 대회 측에 전화를 걸어 룰 위반을 지적해 뒤늦게 벌타를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틀린 스코어카드에 사인한 것이 되는 경우가 실격하는 경우도 많았다.타이거 우즈는 2013년 마스터스에서 공을 물에 빠뜨린 뒤 드롭을 잘못한 사실이 시청자 제보를 통해 뒤늦게 드러나 실격 위기에 몰렸지만 2벌타를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돼 특혜 시비를 불렀었다. 반면 파드리그 해링턴은 2011년 유럽 투어 대회에서 볼 마커를 집어 들다 공을 살짝 건드리는 실수를 해 2벌타를 받아야 했지만 이 사실을 모른 채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뒤 시청자 제보로 다음 날 실격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16년 개정된 규칙에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고 틀린 스코어카드를 제출했을 경우 실격이 아니라 벌타만 부과하게 됐다. 선수가 규칙 위반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시청자 제보 등으로 뒤늦게 벌타를 받게 될 경우 스코어 카드 오기로 실격되는 조항이 삭제된 것. 원칙적으로 삭제됐으나 시청자 제보가 실격에 해당되는 사안인 경우는 예외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3-28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김종석]5346일 버틴 약자의 ‘역주행’

    5346일.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이 챔피언 타이틀을 다시 안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006년 7월 27일 이후 올해 3월 15일 정상에 복귀했다. 당초 이런 예상은 드물었다. 정규리그에서 반타작도 못하며 4위로 플레이오프에 막차 탑승했다. 4강전에서 1위 우리은행을 누른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2위 KB스타즈를 제압했다. 4위 팀 우승도, 승률 5할 미만 팀 우승도 처음이다. 삼성생명의 선수 평균 연봉은 7100만 원. 6개 전체 구단 가운데 가장 낮다. 1위는 우리은행(1억 원).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소진율은 81.4%로 최하다. 슈퍼스타 한 명 없어도 똘똘 뭉쳐 최우수 성적표를 받았다. 팀 내 최고령인 35세 동갑내기 김보미와 김한별이 앞장을 섰다. 김보미는 현역 선수 최다인 5차례나 팀을 옮겼다. 마지막 둥지에서 에너지를 다 쏟아낸 뒤 눈물을 쏟았다. 김한별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거대한 상대와도 싸웠다. 엄마의 나라에서 농구하고 싶어 삼성생명에 입단했지만 적응 실패에 부상까지 겹쳐 2014년 은퇴했다. 이듬해 임근배 감독의 권유로 컴백해 최우수선수의 영광을 안았다. 배혜윤은 우리은행에서 임의탈퇴 선수로 운동을 관두려다 이적해 주장까지 맡아 꽃을 피웠다. 윤예빈은 고교 시절 무릎수술 실패로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치료만 하다 뒤늦게 특급 조연이 됐다. 임근배 감독은 학창 시절 농구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멀었다. 은퇴 후 최고 지략가 유재학 감독 밑에서 10년 넘게 코치로 일하며 리더십과 전술을 배웠다. 현대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2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임 감독이 삼성에서 헹가래를 받은 것은 순혈주의가 강조되던 과거 같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1978년 창단한 삼성생명은 수십 년간 최고의 명문 구단이었다. 당대 최고 스타들이 천문학적인 몸값에 파격적인 지원을 받는 금수저 군단으로 유명했다. 그런 팀의 선수 연봉이 최하라니. 국내 프로 구단은 모기업 의존도가 심하다. 불황에는 운동부 예산부터 줄이는 게 현실이다. 모기업이 재채기를 하면 구단은 감기에 걸린다. 삼성이 운영하는 5개 프로 구단(야구, 축구, 남녀농구, 배구)은 한때 유망주 싹쓸이 등으로 우승을 밥 먹듯 해 스포츠까지 ‘삼성 공화국’이냐는 원성을 산 적도 있다. 이젠 달라졌다. 2014년을 기점으로 삼성 프로 구단이 제일기획 소속으로 통합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공교롭게도 삼성 프로팀의 리그 우승은 2014년 야구 한국시리즈 이후 지난해까지 전무했다. 배구 최강이던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첫 최하위. 곳간이 비기 시작하면서 삼성 구단들은 절박하게 생존에 매달렸다. 선수 보강과 육성에 저비용 고효율을 강조했고, 자생력을 키우려고 스폰서 영입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과거 풍족하던 시절 삼성 계열 한 구단 단장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유명 치킨업체의 후원 제안을 거절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요즘 그 팀 유니폼은 마치 광고판처럼 각종 기업의 로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흔히 프로 스포츠는 ‘돈=성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절대 강자나 거대 자본을 앞세운 ‘악의 제국’이 독식하는 무대에 희열을 느끼긴 어렵다. 무적처럼 보이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언더도그(약자)에 열광한다. 스포츠에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15년 동안 준우승만 7번 했던 삼성생명의 ‘7전 8기’가 코트 밖에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기를.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3-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작은 공 외길 인생” 탁구 명장에서 골프장 경영 변신 이유성 사장[김종석의 TNT타임]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가벼운 2.7g의 작은 공을 갖고 하는 탁구에서 그는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다음달이면 30주년을 맞는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 단일팀 여자 코치로 우승을 이끈 건 지도자 인생의 최고 황금기였다. 당시 경상도가 고향인 현정화와 홍차옥, 함경도 태생인 리분희와 유순복이 힘을 합친 단일팀은 세계 최강인 ‘만리장성’ 중국을 허물고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2005년부터 15년 동안 대한항공 스포츠단장으로 장수하며 체육행정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가로×세로 152.5×274㎝ 크기의 탁구장을 호령하던 그가 108만㎡(약 32만 평) 규모의 광활한 골프장을 무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유성 제주 우리들컨트리클럽 사장(64)이다.● 골프장이 밝아져야 고객들도 만족올해부터 새롭게 골프장을 이끌고 있는 그는 1982년 3월 대한항공 탁구단 코치를 시작으로 전무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 그래도 낯선 무대를 앞두고는 망설임이 컸다고 한다. 이유성 사장은 “예전에 농담 삼아 골프장 사장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지난해 8월 주위의 만류에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39년 동안 몸담았던 대한항공에 홀연히 사표를 제출한 그는 지인의 권유로 우리들CC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사양했다. 탁구 밖에 모르는데 골프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봤다. 두세 번 권유를 받으면서 결국 응하게 됐다. 대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들CC가 탁구팀으로 치면 하위권인데 1,2년 안에 중상위권으로 올리는 감독 역할을 하려면 코치로 골프 전문가가 필요하니 영입해 달라.” 지난해 12월 한 달 가까이 ‘코칭스태프’ 구성에 공을 들인 이 사장은 제주 오라CC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조장현 전 오라관광 전무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2008년 9월 개장한 우리들CC는 18홀 퍼블릭 코스로 25실 규모의 골프텔도 갖추고 있다. 이유성 사장은 부임 초기 직원 사기 진작에 공을 들였다. “조직 문화가 밝은 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신경을 썼다. 일선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 업종인 만큼 직원들의 표정부터 밝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사장은 스포츠 용품업체 휠라와 협력을 통해 직원 파커와 캐디 유니폼을 새롭게 지급하는 등 복리후생 개선에도 집중했다. 이 사장은 “1,2월 매출이 전년도 대비 80%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이 있다고는 해도 긍정적인 시그널인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랜 탁구 지도자 경험도 골프장 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여름에는 무더위 탓에 골프장 내장객이 줄어든다고 하더라. 그래서 탁구 얘기를 꺼냈다. 한국 탁구가 세계 최강 중국을 이기기 위해선 두려움부터 없애야 했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여름을 성수기로 만들자고 했다. 여행업계 종사자들부터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최상의 코스 상태 유지에도 공을 들이는 이 사장은 골프장 개장 후 처음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 유치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탁구나 골프나 멘털과 쇼트게임이 중요 20년 골프 구력에 베스트 스코어 77타인 그의 골프 핸디캡은 10~12라고 한다. 이 사장은 탁구와 골프는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탁구와 골프는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이다. 탁구는 흔히 기술, 파워, 순발력을 다투는 것 같지만 선수 심리를 잘 컨트롤해야 이길 수 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최고 시속 150㎞로 날아오는 공을 손바닥 보다 조금 라켓으로 순식간에 받아 넘기려면 상대 구질과 회전 속도까지 판단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 자신감을 잃거나 욕심으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 점수를 잃게 된다. 골프 역시 어깨에 힘을 빼야 굿샷이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이 사장은 “아무리 거리가 나도 쇼트게임 못하면. 스코어가 제대로 나올 수 없다. 탁구도 네트 플레이를 잘해야 한다. 작은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탁구와 골프는 작은 공을 다뤄야 하므로 둘 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체를 고정하고 다리-복근-어깨로 연결되는 탁구 스윙은 골프와 흡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탁구 선수 가운데 골프 고수가 많다.● 아직도 생생한 30년 전 단일팀 우승 기억 중학교 시절 탁구와 인연을 맺은 이 사장은 배재고에 진학했으나 탁구부가 해체 돼 탁구 명문인 신진공고를 거쳐 1976년 한국기계에서 실업 생활을 시작했다. 선수로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은퇴 후 특유의 카리스마와 끈끈한 친화력으로 지도자로 빛을 발했다. 이 사장에게는 30년이 흐른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 우승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불과 엊그제 일 같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대회 9연패를 노리는 중국을 꺾은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 사장은 “남과 북이 한 팀이 됐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의견 충돌도 심했다. 하지만 합동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벽을 허물었고 어느새 눈빛만 봐도 통할 수 있게 됐다. 이래서 피가 물보다 진한가 보다 했다.” 특히 여자 단일팀은 남과 북의 감독이 코칭스태프를 이뤄 훈련과 선수기용 문제 등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며 마찰을 빚을 때가 많았다. 조정자 역할을 했던 게 당시 코치였던 이 사장이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 사장은 남과 북의 다른 탁구 용어를 맞추는 데도 신경을 썼다. 말이 통하지 않고 서는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 “커트는 깎아치기로, 서브는 쳐넣기로 북측 용어를 최대한 수용하려고 했다. 선수들은 파이팅 대신 이기자, 만회하자로 말하기도 했다.” 탁구 남북 단일팀 세계 제패는 국내에서 하지원 주연의 영화 ‘코리아’로도 제작돼 뜨거운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최근 남북 체육 교류는 사실상 문이 닫힌 상태다. 30년 전 탁구 남북 단일팀 시절보다도 퇴보한 느낌마저 준다. 이유성 사장도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 사장은 “1990년 전후로 남북 탁구는 국제무대에서 자주 맞대결을 펼쳤다. 서로 잘 알다보니 불가능하게 보였던 단일팀 구성도 일사천리였다. 일단 평소에 자주 만나야 한다. 그래야 뭐든 이룰 수 있다.”● 선수들에게 모든 정성을 기울여야 조직도 발전이유성 사장은 1993~1995년, 2002~2004년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1994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2002 부산 아시아경기 등에 출전했다. 2008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자 10년 동안 부회장으로 협회 실무를 주도했다.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으로 경기 용인시에 배구전용 체육관과 숙소를 지어 안정된 훈련 여건을 제공하기도 했다. 대학 체육관을 빌려 사용하는 열악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같은 투자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1회의 눈부신 성적으로 거두며 프로배구 남자부 강자로 떠올랐다. 이유성 사장은 “탁구 지도자 시절 선수들에게 모든 정성을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가졌다. 늘 나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했고, 어떤 문제가 벌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했다.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았던 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3-16
    • 좋아요
    • 코멘트
  • 정인선 정구협회장-김보라 안성시장, 상호 발전 방안 논의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와 안성시청이 소프트테니스(정구) 발전을 위한 협의를 가졌다. 10일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에 따르면 정인선 협회 회장과 김보라 안성시장이 9일 만나 정구 발전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이번 만남은 김보라 시장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성사됐다. 협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협회 사무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시장이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안성시는 2007년 세계정구선수권대회 개최를 계기로 클레이 코트 8면과 하드코트 4면 등 총 12면의 정구전용 돔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안성여고, 안성시청 등은 정구 명문 팀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정인선 협회 회장은 “안성이 정구의 고장인 만큼 각종 엘리트와 생활체육대회를 더욱 유치해 지역 경제와 지역 정구 활성화가 되기를 바란다”며 안성 지역 엘리트 정구 팀 육성 뿐 아니라 정구 스포츠클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올해부터 새롭게 한국 정구를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은 이날 정희균 신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박성수 송파구청장과도 연쇄 회동을 가졌다. 협회는 정구와 테니스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와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으며 송파구청과는 생활체육 정구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조와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는 12일부터 21일까지 전북 순창군에서 시즌 첫 대회인 제42회 회장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를 개최한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3-10
    • 좋아요
    • 코멘트
  • 15년 만의 챔피언 희망…삼성생명 돌풍을 보는 다양한 시선[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이 코트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생명은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1차전 승리를 가져왔다. 삼성생명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긴 건 2010년 신한은행을 상대로 승리한 뒤 11년 만이다. 당시 삼성생명은 1승 3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친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과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패배 후 2,3차전을 내리 이겨 챔피언결정전에서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정규리그 4위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은 2001년 이후 20년 만의 일. 정규리그 2위 KB스타즈를 맞아 삼성생명 전력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들었으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김한별, 배혜윤, 김단비 등이 골고루 활약했고 김보미도 오랜 경험을 살려 후배들을 이끌었다. 역대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첫 승을 거둔 팀이 우승한 확률은 67.8%다. 1,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은 100% 우승했다. 올해 삼성생명이 우승할 경우 여자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정규리그 4위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정규리그 승률 5할 미만(14승 16패) 팀의 챔프전 우승이 된다. 삼성생명 사령탑은 현대에서 선수 생활을 한 임근배 감독이 맡고 있다. 임 감독은 프로농구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 감독 밑에서 10년 넘게 코치로 손발을 맞추며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 후 2006년 여름리그까지 통산 5차례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초강세에 밀려 우승권에서 멀어져갔다. 삼성생명은 한때 여자농구 최고의 명문으로 군림했다. 1977년 이인표 감독과 조승연 코치 체제로 삼성 남자농구단 보다 먼저 창단해 1982년 동방생명으로 소속이 바뀐 뒤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1980년대 최고 인기 겨울스포츠였던 농구대잔치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생명 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농구대잔치 통산 8회 우승, 전국체육대회 통산 5회 우승을 달성했다. 성정아, 최경희, 김화순, 차양숙, 정은순, 유영주, 한현선, 왕수진, 박정은, 이미선, 변연하 등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한국여자농구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진출의 쾌거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삼성생명 소속 지도자와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삼성생명이 무려 15년만의 우승 기회를 잡으면서 삼성그룹 소속 프로스포츠단의 오랜 무관 세월에도 마침표가 찍힐지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그룹 소속 프로스포츠 팀은 여자프로농구, 남자프로농구(삼성 썬더스), 프로축구(수원 삼성), 프로야구(삼성 라이온즈), 남자프로배구(삼성화재)가 있다. 한때 해가지지 않는 왕국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삼성 소속의 5개 프로팀들이 번갈아가며 우승을 밥 먹듯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젠 먼 옛날 스토리가 됐다.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뿐 아니라 4차례 프로축구 리그 우승을 차지한 수원 삼성은 2008년을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 프로야구 삼성은 2015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끝으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는 8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왕조였지만 2014년 통합 우승 이후 뒷걸음질쳤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는 최하위를 굳혔다. 서울을 연고로 한 남자프로농구 삼성은 김동광 감독 시절인 2001년과 안준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2006년 두 차례 정상에 오른 뒤 우승 추가를 못하고 있다. 흔히 프로스포츠에서는 ‘돈=성적’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삼성의 부진은 그만큼 투자가 줄어든 영향도 분명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이 프로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 시작한 2014년을 전후로 성적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 소속이던 프로 구단을 통합 관리와 시너지 창출 등의 명분에 따라 제일기획으로 편입했지만 오히려 전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여자농구 동방생명(삼성생명)은 1980년대 최고 유망주이던 고교생 성정아 영입에 총력을 다했다. 당시 동방생명, 태평양화학, 신생 현대가 스카우트 전쟁을 벌였다. 팀마다 현금, 부동산, 체육관 건립(현대) 등 억대가 넘는 조건을 내걸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체육부가 진상조사까지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성정아가 중학생일 때부터 관심을 보인 태평양은 강남 아파트와 화장품 대리점을 지원하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선수 본인이 원했던 동방생명이었다. 동방생명은 태평양에서 지급한 스카우트 비용을 모두 물어주는 등 현금 2억 원 내외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성정아는 동방생명 황금기의 주역이었다. 성정아의 아들은 미국대학농구에서 유망주로 떠오른 이현중이다. 1990년대를 지배한 정은순은 중학교 시절부터 자신에게 월 10만 원의 급식비를 지원하며 인연을 맺은 삼성생명에 1억5000만 원을 받고 입단했다. 특급 스타 싹쓸이의 부작용은 물론 크다. 선수 확보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의 제국’이 된다면 리그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스타군단이 꼭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우수 선수 확보 없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1976년 9월 동아일보 지면에는 삼성 여자농구와 현대 여자배구 창단 소식이 실렸다. “한국 스포츠 육성에 재벌기업이 적극 참여할 뜻을 밝히면서 큰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들의 스포츠 참여는 이미 오래전부터 운동부를 육성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 큰 자극제가 되는 반면 아직도 스포츠를 외면하고 있는 여타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뜻은 매우 크다.”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삼성의 문패를 단 프로팀이 늘 중하위권을 맴도는 건 장기적으로 한국 스포츠의 전반적인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대부분 프로팀들은 자생력과는 거리가 멀고 모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트 반란의 새 바람을 일으킨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의 최종 목적지는 어딜까.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정상 문턱까지 내달린 투혼만큼은 뜨거운 박수가 아깝지 않을 것 같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3-09
    • 좋아요
    • 코멘트
  • 서장훈의 ‘야구 흑역사’[오늘과 내일/김종석]

    인기 방송인 서장훈은 농구보다 야구를 먼저 시작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 빠져들어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 선수가 됐다. “강한 어깨는 아니었지만 방망이는 자신 있었다”는 게 그의 회고다. 동갑내기 포수인 이도형(현 두산 타격코치)과 배터리를 이루거나 1루수, 중견수를 맡았다. 6학년 때 제1회 OB베어스기 초등학교 야구대회 우승 멤버다. ‘불사조’ 박철순을 좋아했던 그의 야구 인생은 오래가지 않았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당초 같이 가려던 초등학교 친구 2명이 사정으로 못 가면서 외로움이 컸다. 낯선 환경에 기합, 폭언이 흔한 시절이었다. 몇 달 만에 친구가 많던 동네 중학교 야구부로 전학 갔다. 이번에는 운동선수가 다른 학교로 옮기면 일정 기간 뛸 수 없는 이적 제한 규정에 묶였다. 특정 학교의 유망주 싹쓸이 등을 막을 목적. 요즘은 악법으로 분류돼 없어졌다. 야구공을 놓은 사이 같은 학교 농구부 입단 권유에 전업했다. 이듬해 현주엽이 1년 후배로 들어왔고, 서장훈의 키는 2m를 돌파했다. 또래에 비해 농구공을 늦게 잡았지만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이승엽은 부모의 반대에 맞서 어렵게 입문한 야구를 중학교에 들어간 뒤 관두려 했다. “구타가 심했다. ‘줄빠따’에 대비해 속옷 안에 마른 오징어를 넣고 가는 걸 봤다.” 이승엽의 아버지가 언론에 밝힌 내용이다. 그래도 하려는 의지가 워낙 강해 포기하지 않았다. 푸른 멍에 바셀린을 발라주던 어머니 정성은 그의 눈물까지 닦았다. 중학교를 다닌 지 30년도 넘은 서장훈과 이승엽도 학교폭력(학폭)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도 속 시원한 해법을 찾기는 힘들었다. 전학이나 인내가 그나마 최선. 강산이 여러 번 바뀔 세월이 흘렀어도 학생 운동선수의 고민은 여전히 심각하다. 최근 여자 프로배구 인기스타 이재영 다영 쌍둥이 자매로 촉발된 학폭 사태가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어떤 지도자는 진학을 미끼로 선수나 학부모에게 폭력뿐 아니라 열악한 처우를 핑계 삼아 금품 수수 등 악행을 저지른다. 팀 성적에 동료들 진로까지 좌지우지되기에 안하무인 횡포를 부려도 무사통과되는 일그러진 영웅들도 많다. 일벌백계를 강조하지만 제 식구 감싸듯 슬며시 징계가 풀려 어느새 현장에 복귀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만 부각될 뿐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어른들의 존재는 찾기 힘들다. 반면 불의에 저항하다가 괘씸죄에 걸리면 왕따가 되거나 아예 보복성 퇴출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원 스트라이크 아웃, 지도자 자격 강화, 피해 신고 및 관리 시스템 정비, 특기자 평가 방식 변화 등 숱한 관련 대책이 쏟아지면서 일부분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일회성 땜질 처방이나 반짝 관심 갖고는 안 된다. 학폭 피해는 수십 년이 지났어도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화석처럼 또렷이 남아있다. 학폭은 철없는 시절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아니며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지속적인 인성 교육과 함께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다른 진로를 찾게 하는 맞춤형 직업교육도 중요하다. 꿈과 희망에 목마른 10대에게 다양한 여정을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기 ‘오로지 이 길뿐’이라는 절박한 생각에 올인하는 건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요즘 학창 시절 앨범이 시간을 거슬러 학폭의 증거물로 소환되고 있다. 앨범의 어원은 흰색을 뜻하는 라틴어 ‘Albus’. 기록을 새기는 ‘화이트보드’라는 의미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야 될 공간이 더 이상 끔찍한 흑역사의 한 페이지가 돼선 안 될 일이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정태 회장 시대를 앞둔 KLPGA [김종석의 TNT타임]

    관심이 집중됐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차기 회장 자리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69)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18일 KLPGA에 따르면 “김정태 회장이 김상열 회장의 후임으로 추대됐다. 김 회장도 수 락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태 회장은 3월 11일 열리는 KLPGA 정기 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전망이다. KLPGA 회장 임기는 4년이다. 앞서 김정태 회장은 15일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 4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에서는 2018년 3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이 하나금융 지배구조 모범규조에 따른 연령 제한(만 70세까지)으로 임기 3년 가운데 1년만 연임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골프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김정태 회장의 KLPGA 회장 선임은 하나금융그룹 회장 4연임 여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다만 1년이라도 연임이 된다면 KLPGA에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을 통해 오랜 세월 한국 여자골프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10년 동안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다가 결별한 뒤 2019년부터는 KLPGA투어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 최다 우승 상금 3억 원이 걸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열었다. 박세리 유소연 박성현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선수를 후원하기도 했다. 김정태 회장은 KLPGA투어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시선을 해외무대로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AGLF) 초대 회장을 맡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등을 연결하는 레이디스 아시아투어 창설을 주도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은 KLPGA투어 은퇴 선수 복지 문제와 연금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타수상이나 신인상 등에 KLPGA투어를 빛낸 레전드 이름을 내거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최저타수상은 덕춘상, 신인상은 명출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1980년 제정된 덕춘상은 KPGA 1호 회원인 연덕춘 프로(1916~2004), 1993년 제정된 명출상은 3호 회원인 박명출 프로(1929~2009)를 기리고 있다. 다음달 KLPGA 회장 임기를 마치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코로나19 악재를 뚫고 투어의 외형적인 규모를 키웠다는 평가다. 2021시즌 KLPGA투어는 4월 첫 대회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31개 대회에 역대 가장 많은 280억 원의 상금이 내걸렸다. 기존 최대 규모였던 2019년(253억 원)보다 27억 원이 늘어났다. KLPGA는 1978년 한국 최초의 여자프로골퍼를 배출한 지 10년 만인 198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여자프로부에서 독립하면서 창립하기에 이른다. KPGA의 지원금 3000만 원이 KLPGA 출범의 종자돈이 됐다. 당시 김성희 프로가 초대 회장에 오른 뒤 현재 13대 김상열 회장까지 10명의 회장이 수장을 맡았다. 이 가운데 기업인은 4대 성하현(한화), 6~7대 조동만(한솔), 8~9대 홍석규(보광), 10대 선종구(하이마트), 12대 구자용(E1), 김상열 회장이 대표적이다. 프로골프 출신으로는 1,3대 김성희, 2대 한장상, 11대 고 구옥희 회장이 있었다. 5대 이관식 회장은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한국일보 체육부 기자를 지낸 뒤 올림픽CC 사장 시절 KLPGA 회장에 올랐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2-18
    • 좋아요
    • 코멘트
  • ‘어린 왕자’ 김원형이 있다면, ‘만수’ 유재학도 있었다[김종석 기자의 퀵 어시스트]

    프로야구 SK가 신세계 이마트로 매각되면서 김원형 감독(49)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SK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이 남다른 인생 역정을 걸었기 때문이다. 전주고 졸업 후 1991년 지역 연고팀 쌍방울에 입단한 김 감독은 1999년 팀 해체의 비운을 겪은 뒤 2000년부터 SK 유니폼을 입고 전성기를 주도했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황홀한 경험을 가진 SK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벅찬 감격이 밀려왔다. 하지만 불과 3개월도 안돼 SK가 이마트로 팀을 넘기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이달 초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스프링캠프에 들어간 김 감독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팀이 새로 출범하는 걸 3번이나 겪다니, 세계 야구사에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하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세계 야구사에 김원형 감독 같은 사람이 또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농구 코트에선 “뭐 그 정도야”라고 미소를 지을 사령탑이 있다. ‘만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58)이다.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초창기 6년 동안 네 개의 팀을 거치는 파란만장한 삶을 겪었다. 경복고와 연세대를 거쳐 1986년 기아(현 현대모비스) 창단 멤버로 입단한 그는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리다가 1990년대 초반 조기 은퇴했다. 부상과 함께 팀 내 갈등에 휘말린 영향도 있었다. 연세대 코치를 하던 그는 1996년 대우증권 창단 코치를 거쳐 1998년 감독으로 내부 승진했다. 1996년 3월 5일 거행된 창단식은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렸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우지원, 김훈, 조성훈 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대우증권은 금융기관의 프로 구단 운영 규제 방침에 따라 신세기이동통신으로 매각됐다. 1999년 10월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창단식을 가진 신세기 빅스에서 유재학 감독은 임근배 코치와 호흡을 맞췄다. 신세기는 2000년 이동통신업계 통폐합에 따라 SK텔레콤으로 소속이 바뀐 뒤 다시 전자랜드가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전자랜드는 2003년 10월 1일 서울 63빌딩에서 창단식을 개최했다. 40세였던 2003년까지 소속팀의 잇단 매각으로 네 차례나 주인이 바뀌게 되면서 그의 이력서는 어느새 빽빽이 채울 만큼 복잡해졌다. 당시 새로 만난 농구단 단장만도 7명. 창단식을 자주 갖다 보니 새 양복도 늘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유재학 감독은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늘 기회가 주어진 건 행운이었다”며 긍정적으로 여겼다. 2004년 전자랜드를 4강으로 이끈 유 감독은 그 해 현대모비스로 둥지를 옮겨 17년 째 같은 팀을 이끌며 최장수 지도자가 됐다. 최다승, 최다우승 등 갖가지 기록을 세운 유 감독은 이번 시즌도 13일 현재 2위에 올라 정상을 넘보고 있다. 감독 초창기 우여곡절도 롱런에 도움이 됐다는 게 유 감독의 얘기다. 불안한 환경에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하나로 모아야 했고, 구단과 협업 중요성도 터득하면서 지도자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천 연고 프로농구팀 감독 시절 챔피언결정전과 인연을 맺지 못한 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 인천에서 우승헹가래까지 받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유 감독은 대표팀을 12년 만의 금메달로 이끌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원형 감독도 긴 안목을 지닌 명장으로 장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매각으로 인천 야구도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시즌 삼미를 시작으로 청보, 태평양, 현대, SK를 거쳐 신세계까지. 한 팀이 40년 가까이 계속 둥지를 지키는 다른 도시 사례와 달리 유독 인천에는 변화의 바람이 끊이지 않았다. 유 감독의 사례처럼 프로농구 역시 프로야구만큼이나 인천에서 풍파를 겪어야 했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은 홈팬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5차례 안겼다. 반면 인천 연고 프로농구팀의 챔피언결정전 정상 등극은 아직 없다. 인천은 송도고와 제물포고 등 농구 명문을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숱한 코트의 스타를 배출했다. 하지만 프로농구 출범 초창기 인천 연고팀의 부침은 심했다. 전자랜드가 그나마 18년 동안 명맥을 유지했지만 결국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매각하게 돼 인수 구단을 물색하고 있다. 야구팬만큼이나 인천 농구팬들도 오랫동안 뿌리를 내릴 팀이 탄생하기를 기원하고 있는지 모른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2-13
    • 좋아요
    • 코멘트
  • 꿈을 향해 달리는 귀한 몸 김아림 [김종석의 TNT타임]

    ‘꿈의 무대’를 향한 새로운 도전도 평소처럼 즐거워보였다. 낯선 길을 앞둔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명랑 골퍼’ 김아림(26·SBI저축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김아림은 지난 주말 경남 진해 용원CC에서 동계훈련 캠프를 시작했다. 3월 3일까지 한 달 가까운 일정으로 김기환 프로와 함께 스윙 점검과 연습라운드를 통한 실전 감각 회복에 주력하는 한편 장기 레이스에 따른 체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아림은 근력 보강을 위해 전담 트레이너도 동행했다. 이번 훈련에는 이소영, 백규정 등도 합류했다. 진해는 김아림이 평소 훈련하던 경기 용인 지역보다 기온이 5도 이상 높아 그린이 얼어 튀는 일이 없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데 적당하다고 한다. 김아림은 “최근에 미국투어를 중심으로 일정을 조절하고 훈련하다보니 LPGA투어에 간다는 사실을 더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프로는 “오전 9시부터 쇼트게임과 롱게임을 번갈아 훈련한 뒤 오후 3시 30분부터는 9홀 연습라운드를 실시하는 스케줄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는 다른 미국 잔디 적응도 신경 쓰는 부분이다. 코스를 돌면서 다양한 잔디 상태에 맞춘 샷 연습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김아림은 지난해 12월 US여자오픈 깜짝 우승을 통해 LPGA 출전 자격을 얻었다.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평소 가고 싶던 ‘빅 리그’ 입성의 기회를 움켜쥐었다. 당시 이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공동 선두였다가 3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행운과 실력을 겸비한 신데렐라라는 평가를 듣는 김아림은 철저한 준비로 LPGA투어에 연착륙하겠다는 각오다. “모든 처음 해보는 거라 과거 경험에 의한 준비를 할 수는 없다. 디테일보다는 큰 덩어리 또는 기본적인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운동선수에게 외국어 구사는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열쇠다.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사례를 보더라도 조기 유학이나 남다른 노력으로 영어를 잘 하거나, 아님 설사 콩글리시일지언정 당당하게 영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선수가 빠른 적응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김아림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매니지먼트사인 와우매니지먼트의 도움을 받아 유명 영어강사인 세리나 황에게 매주 최소 1시간씩 1대1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 또 다양한 방식으로 영어와 친해지려 한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LPGA 투어 진출을 결정하고 곧바로 시작했는데 역시 공부는 참 어렵다”며 웃었다. 필드에서 늘 자신과 호흡하는 클럽의 세팅도 마무리했다. 지난해까지 김아림은 미즈노의 MP-66(4~5번)과 MP-18 SC(6~9번, 피칭웨지), 두 가지 아이언을 섞어서 구성한 콤보 스타일을 활용했다. US여자오픈 우승했을 때도 이런 조합이었다. 두 종류 아이언의 장점만을 뽑아 최적의 성과를 낼 의도였다. 이 대회 4라운드에서 마지막 3홀 연속 버디를 낚았던 김아림은 “아이언 타격감이 좋았고 컨택이 잘 돼 안정적이면서 날카롭게 공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새롭게 미즈노 JPX921 투어 프로젝트 X 5.5 아이언을 사용한다. “샤프한 헤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탑 솔과 다운 솔의 두께, 헤드 디자인, 임팩트 때 저항, 오프셋 느낌, 헤드 컬러, 리딩엣지의 파고드는 느낌까지 완벽하게 구현된 것 같다. 헤드가 더 잘 빠져나가는 느낌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김아림은 지난해 US여자오픈 출전을 앞두고 클럽 점검을 받는 과정에서 클럽 페이스 면이 상당히 닳아 있어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엄청난 훈련량을 반영한 것이다. 김기환 프로는 “평소 김아림 프로는 성실의 대명사다. 어떤 때는 너무 몰입을 해서 과부하가 걱정되기도 한다. 좀 쉬면서 하라고 할 정도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연말연시에 따뜻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계약서에 사인한 후원업체만도 10개에 이른다. 메인스폰서인 SBI저축은행과 재계약을 했고 미즈노(클럽), 팬텀(의류), 타이틀리스트(공, 신발, 장갑), 보이스캐디, 루디, 스카이72 등과도 계약을 연장했다. OSP(펫푸드), 엘로엘(화장품), 커피스미스(음료)와는 새롭게 후원 계약을 맺었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 불릴 만하다. 김아림이 이처럼 상한가를 친 것은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쓰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다 LPGA투어에서도 잘 할 것 같다는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폭발적인 장타에 공격적인 모습이 후원업체들이 상당한 상품성을 갖춘 선수로 여기기 충분하다. LPGA투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플레이 타입이다”고 말했다. 한 골프용품업체 마케팅 팀장은 “김아림으로선 재계약 논의 시점이 공교롭게 US여자오픈 우승과 겹치면서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한마디로 타이밍이 끝내줬다”고 전했다. 와우매니지먼트 이수정 본부장은 “호쾌한 장타에 유니크한 캐릭터, 골프에 대한 사랑과 운동에 대한 진지함이 매력적인 선수”라고 평했다. 김아림 보다 앞서 LPGA투어 대회 비회원 자격 우승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선수는 꽤 많다. 모두가 성공한 건 아니다. 실패하고 국내로 유턴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9.5야드)에 오른 그는 LPGA투어에서도 얼마든지 통할만한 장타를 지녔다. 명랑소녀라는 별명처럼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췄으며 골프에 대해 연구하며 노력하는 태도 역시 낯선 투어에서 잘 버틸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 소속인 박인비, 유소연, 이정은 등도 김아림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아림은 먼저 LPGA투어 경험을 한 선배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다는 조언을 소개했다. “‘와서 쳐보면 안다. 겁먹지 말고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괜찮다’라고 하더라고요. 한번 부딪쳐 봐야죠.” 김아림의 목소리가 통통 튀겼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2-02
    • 좋아요
    • 코멘트
  • 귀와 지갑부터 열어주세요[오늘과 내일/김종석]

    한국 스포츠는 연말연시를 선거 열풍 속에 보내야 했다. 대한체육회와 68개 회원단체 회장의 임기가 1월 중 끝나 일제히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다. 회장 임기는 올림픽과 같은 주기인 4년.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선거를 완료한 64개 회원단체 가운데 경선을 치른 곳은 27개였다. 골프, 배드민턴, 소프트테니스(정구) 등은 처음으로 복수 후보가 나서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코로나19로 직접 투표가 쉽지 않았으나 투표율은 대개 90%를 넘나들었다. 단체별로 전국에서 모여든 선거인단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선출된 회장 27명 가운데 경기인 출신은 4명으로 집계됐다. 선거 완료 64개 단체의 신임 회장 가운데 기업인은 43명으로 4년 전 36명에 비해 대폭 늘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기업인 강세는 경기단체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2019년 대한체육회 회원단체 재정자립도는 55% 수준. 대기업 총수가 장기간 회장을 맡은 축구, 양궁, 핸드볼, 펜싱 등 형편이 나은 단체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외부 지원 없이는 존립도 힘든 구조.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쪼그라들었다. 위기 상황을 맞아 기업인 회장을 맞으면 출연금 등을 통해 숨통을 틀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커졌다. 이번 선거가 자체로 가외수입의 효자가 되기도 했다. 후보 등록을 하려면 2000만∼5000만 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득표율에 따라 반환 비율은 달라진다. 재정자립도가 30% 수준인 한 단체는 기탁금(5000만 원) 외에 무조건 귀속되는 발전기금(3000만 원)까지 추가로 받았다. “회장 뽑으면서 비용 2000만 원을 빼고도 1억2000만 원을 남겼다. 선거를 자주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조 섞인 설명을 하던 협회 관계자의 쓴웃음이 떠오른다. 난세일수록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난주 숙환으로 별세한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은 체육 발전에도 헌신했다. 경복중과 서울대에서 농구선수를 한 고인은 1985년부터 12년 동안 대한농구협회 회장을 지내며 한국 농구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농구대잔치를 최고 인기를 누리는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만들어 프로농구의 초석을 다졌다. ‘협회 재정 상태를 보니 기가 막혔다. 협회 직원들은 무보수로 봉사하는 듯했다. 정상화를 위해 재정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고인의 회고록 내용이다. 농구협회장 취임 직후 빈 ‘곳간’에 주목한 고인은 10년 동안 재정자립기금으로 40억 원을 출연했다. 언젠가 기업 의존 없이 경기인만으로도 협회가 홀로 설 수 있게 하려고. 이 기금은 아직도 한국 농구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고인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농구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고질적인 병폐인 학연을 없애고 누구든 소외된 느낌이 들지 않도록 고르게 인재를 중용한 뒤 확실한 업무 분담을 시행했다. 김영기 전 한국농구연맹 총재는 “회장의 독단보다 농구인 마음이 하나가 되는 합의를 중시하셨다. 이사회를 하면 골고루 발언 기회를 주고, 설득을 통한 의견 일치에 도달하느라 회의가 새벽 2시에 끝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한국 스포츠 최일선을 책임지는 단체들의 열악한 현실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농구와 80년 인연을 맺은 고인이 코트 안팎에서 보여준 발자취는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요즘 경기단체 사무실에는 회장 관련 축하 화환이 넘쳐난다. 핑크빛 공약보다 산적한 현안이 무겁게 다가온다. 축배는 4년 뒤 임기 끝날 때 터뜨리면 좋겠다. 남은 여정은 멀고 험하다. 김상하 회장이 남긴 회고록 제목은 ‘묵묵히 걸어온 길’이다.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종석 기자의 퀵어시스트]이마트 야구가 소환한 신세계 쿨캣의 추억

    신세계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를 내세워 프로야구에 뛰어들면서 스포츠 무대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세계가 처음 프로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건 여자프로농구였다. 신세계는 1997년 8월 여자실업농구 태평양을 인수해 이듬해 출범한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원년리그부터 참가했다. 농구단 인수 가격은 7억5000만 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는 태평양이 확보한 여고농구 랭킹 1위 허윤자(선일여고)와 청소년대표 이혜진, 남경민, 전수진 등에 지급한 계약금을 포함한 액수다. 이번에 야구단 인수 가격은 야구단 주식 1000억 원과 인천 강화군에 있는 야구 연습장 등 토지와 건물 352억8000만 원 등 역대 최고인 총 1352억8000만 원이었다. 이마트가 인수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연고지는 인천으로 과거 태평양과 같다. 신세계그룹과 태평양이 스포츠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두 번째 연결된 것이다. 신세계는 여자프로농구팀을 창단하면서 ‘고객에게 사랑받은 팀’, ‘여자농구 중흥의 촉매’라는 목표를 세웠다. 여자농구팀은 당시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신세계그룹의 첫 운동 팀이라 사내 관심도 높았다. 팀 이름 작명을 위해 서울시내 중고교에 공모까지 했다. 창단 배경으로 부드러운 회사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었다.신세계 여자프로농구팀의 이름은 쿨캣으로 결정됐다. 연고지는 광주. 창단식은 1998년 광주신세계백화점에서 열렸다. 흔히 스포츠 팀 창단식은 호텔에서 열리기 마련. 의외의 장소 선정처럼 보였지만 다 계획이 있었다. 1995년 영업을 시작한 광주 신세계백화점의 홍보에 여자프로농구팀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래서 연고지도 광주였다. 최근엔 여자프로농구 인기가 뚝 떨어졌지만 1990년대만 해도 인기 겨울 스포츠로 각광을 받았다. 스타들이 즐비했고,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금메달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진출에서 보듯 국제 경쟁력도 뛰어났다. 여자프로농구 신생 신세계 쿨캣은 WKBL 리그 초창기 돌풍을 일으켰다. 외환위기가 몰아쳐 여자농구팀이 줄줄이 해체되는 와중에 신세계는 역시 문을 닫은 SK증권 여자농구단의 간판스타 정선민을 해체 팀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해 단번에 우승 전력을 갖췄다. SK가 신세계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할까. 프로야구 진입을 갈망하던 신세계에 SK텔레콤이 길을 터준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태평양이 사용하던 서울 서초구 체육관을 임대했던 신세계는 이후 현대건설이 쓰던 서울 청운동에 위치한 숙소와 연습장을 이용하게 된다. 청와대에 인접한 신세계 훈련장소는 광화문 부근 언론사들하고도 가까워 취재진의 발걸음이 늘 끊이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신세계는 1999년 여름리그 정상 등극을 시작으로 2000 여름, 2001년 여름, 2002년 겨울리그까지 4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장식했다. 2000년을 전후로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주요 선수로는 정선민을 비롯해 김지윤, 김정은, 하은주, 신혜인 등이 활동했다. 역대 감독으로는 이문규, 김윤호, 정인교, 조동기 등이 있었다. WKBL 신흥 강호로 군림하던 신세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를 겪었다. 전통의 농구 명문 삼성생명에 뒤를 이어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장기집권하면서 정상에서 멀어졌다. 우수 선수 영입을 위한 몸값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신세계는 오히려 농구단 투자가 줄어들었다. 유망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하위권으로 더 밀려났다. 보험업계인 삼성생명과 금호생명,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금융권 팀들이 라이벌 구도를 그리는 가운데 WKBL에서 유일한 유통업체인 신세계는 성적 부진까지 겹쳐 여자프로농구에 서서히 매력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신세계는 2012년 전격적으로 여자프로농구 매각을 발표하게 된다. 신세계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팀 위주로 운영되는 여자프로농구 상황에서 한계를 느꼈다”라며 “인수 기업을 찾는데 최선을 다했다. 여자농구단을 해체하는 대신 동계올림픽 종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신세계백화점 지역 정착과 WKBL 타이틀 스폰서 참여를 통한 이마트 이미지 제고에 활용했던 신세계가 더 이상 농구팀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하루아침에 팀을 없앴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신세계 여자프로농구팀은 하나은행이 인수하게 된다. 하나은행 인수는 당시 정치권 실세였던 WKBL 총재의 영향력에 외환은행을 합병한 하나은행의 이해가 결합한 산물이었다. 신세계의 여자프로농구 참여와 해체 과정을 살펴보면 기업의 이윤 추구에 스포츠구단이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느냐에 그 존재 의미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모기업이 어려워 매각이 이뤄진 여자농구 앞선 사례와 신세계는 달랐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이 프로야구 와이번스를 신세계와 넘긴 것과 결을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다. 프로야구는 여자프로농구 연간 운영비의 20배가 넘는 500억~600억 원이 들어간다. 여전히 자생력을 갖지 못해 모기업 의존도가 50% 이상이 되는 야구단이 많다. 경기력 저하와 인구 감소에 따른 관중 동원 어려움, 코로나19 등 흥행 악재는 늘어나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필드에 실내 운동시설을 갖추거나 반려동물 입장 허용, 전국 맛집 입점 등과 야구단 운영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일 수 있다. 물론 더 큰 그림을 위한 계산 없이 오너의 의지만으로 야구판에 뛰어들지는 않았겠지만. 신세계가 여자프로농구의 씁쓸한 결말과 달리 새로운 지평을 넓힌다면 야구를 뛰어넘어 한국 스포츠에도 큰 이정표가 세워질 것 같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1-28
    • 좋아요
    • 코멘트
  • 동남아에서 한국 정구 보급하는 ‘코트 전도사’ 최종률 감독

    열악한 현지 환경, 60대 중반의 나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 온갖 어려움에도 소프트테니스(정구) 보급을 위한 그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무대로 정구 순회로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최종률 라오스 소프트테니스 대표팀 감독(66)이다. 최종률 감독은 2013년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의 파견 지도자로 선정돼 캄보디아에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네팔,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5개국에서 500명 넘는 선수들을 지도했다. 정구 불모지였던 이들 국가는 최 감독의 헌신에 힘입어 요즘은 세계선수권이나 국내에서 열리는 최고 권위 대회인 동아일보기 전국대회 등 주요 대회에도 대표팀을 파견할 정도로 저변이 확대됐다. 최 감독의 지도자 파견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프로그램은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한국이 저개발국에 대한 재능기부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최 감독은 8월에 캄보디아로 떠나 2주 자가격리를 마친 뒤 연말까지 5개월 동안 현지에 머물며 지도에 전념하다가 귀국해 새해 들어 다시 자가격리 기간을 가졌다. 올해부터 정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라오스정구협회 부회장에도 오른 최 감독은 “저개발국의 오지에서 비록 맨발로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구를 통해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을 보며 힘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남아 순회 코치를 다니면서 선수들의 실력이 볼때 마다 향상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훈련 도중 간식이나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아 늘 가슴이 아프고 그들의 장래에 대한 걱정도 많다”고 애환을 전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와 실업소프트테니스연맹은 최 감독 파견을 계기로 해당 국가에 훈련과 경기 용품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번에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장에 당선된 정인선 회장은 지난해 실업팀 선수들이 정성껏 모은 운동화를 현지에 보내기도 했다. 최 감독은 정구 지도를 위해 1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500km 넘게 이동하기도 한다. 캄보디아서 그에게 정구를 배운 2명은 그 인연으로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일자리를 찾기도 했다. 그의 태국 대표 팀 출신 제자들은 변호사, 의사, 약사, 장교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 감독은 스포츠를 통한 민간 외교관으로 불릴 만하다. “각 국의 체육부 관리 및 선수와 부모, 코트를 방문하는 현지인들은 한국 정부와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에 많은 고마움과 친밀감을 진정으로 대하고 표현한다”며 “세계적인 정구 강국인 한국을 부러워한다. K팝이나 한국 드라마처럼 한국 정구도 한류의 일환이 됐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목포 제일중 1학년 때 흰색 정구 유니폼이 멋져 보인다는 이유로 라켓을 잡기 시작해 어느덧 50년 넘게 외길을 걷고 있다. 최종률 감독은 “힘들고 고될 때도 있지만 반평생 지켜온 정구 코트에서 늘 새로운 선수들과 멋지고 값진 만남을 이어갈 때 희열을 느낀다. 그들의 인생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다면 그 어떤 보람보다도 소중하고 값으로 매길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1-24
    • 좋아요
    • 코멘트
  • 야구 축구 두 전설 “가족은 나의 힘”[오늘과 내일/김종석]

    이승엽의 입에서 “애국자가 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세는 나이로 46세가 된 새해 들어 셋째 아이를 낳은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을 때였다. 세 아들을 둔 이승엽은 “(마흔이 된) 아내와 아기 모두 건강하다”며 웃었다. 이승엽이 누구인가. ‘국민타자’라는 타이틀이 붙은 사연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터. 올림픽 금메달과 동메달,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야구선수로는 갖기 힘든 컬렉션이다. 그는 평소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초등학교 4학년 처음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께 절대 후회 안 시켜 드린다고 약속한 뒤 겨우 허락받았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야구를 관두려 했다.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 구타가 흔했기 때문. 힘들 때마다 아들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하신 아버지와 바셀린까지 발라주며 가슴 태운 어머니를 생각하며 견뎠다. 나중에 꼭 성공해 10배로 갚아 드려야 한다는 마음을 간직한 채. 2002년 결혼 후 2005년 첫아들을 낳은 이승엽을 일본 도쿄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우승의 주역이 된 그는 세상에 복덩이가 나왔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몇 년 뒤 그는 일본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내리 5년 실패한 시즌이었다. 정말 힘들고 설움도 컸다. 출전도 못 해 집에 있는데 아들이 그러더라. TV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TV 보고 있냐고. 그 한마디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독하게 마음먹고 신인 때처럼 훈련했다.” 이승엽은 은퇴 시즌인 2017년 24홈런을 칠 만큼 건재했다. 30대 후반에도 경쟁력을 지키려고 경기 시작 6시간 전부터 몸을 푸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팬은 물론이고 우리 애들에게도 좋은 야구선수 아빠로 기억되고 싶었다.” 다둥이 가정을 이끄는 이승엽이 선배로 모셔야 할지 모를 후배가 있다. 축구 스타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5자녀를 뒀다. 2007년 딸 쌍둥이를 낳은 뒤 2013년 다시 딸 쌍둥이를 봤다. 겹쌍둥이에 이어 이듬해 ‘대박’이라는 태명을 가진 아들을 낳았다. 41세이던 지난해 전북을 K리그 사상 첫 4연패로 이끈 뒤 은퇴한 이동국. 20대 때 게으른 천재로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던 그가 불혹을 넘길 때까지 활약하며 고별무대를 화려하게 빛낼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힘도 컸다. “아이들이 아빠가 박수 받는 걸 좋아한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려고 더 열심히 한다.” ‘라이언 킹’이라는 똑같은 별명을 가진 이승엽과 이동국은 선수생활 장수 비결로 가족을 꼽으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한때 팬 서비스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들었던 둘은 이젠 자녀를 동반한 엄마 아빠가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원하면 누구보다 먼저 해준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실망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2019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출생아 수)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0명대. 지난해 국내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며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여유가 있든 없든 자녀를 낳고 키우기에 현실은 온갖 어려움으로 가득 차 보인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그럼에도 가족의 가치는 소중하기만 하다. 가정이 화목하고 평안하면 사회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당장 이번 주말 가사노동, 육아부터 분담해 보면 어떨까. 늘어난 집콕 시간만큼 부부, 부모 자식간에 더 가까워지려면 가족구성원 서로를 위한 배려와 이해, 섬세한 사회적 지원은 필수다. 과거 거실이나 방에 걸어 두던 가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이 있다. ‘가화만사성.’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그 유효기간은 따로 없을 것 같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계 1위의 고집 “어제보다 나은 샷”[오늘과 내일/김종석]

    초등학교 3학년 진영의 꿈은 분명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16년 전 메모에는 또박또박 써내려간 종이에 이렇게 적혀 있다. ‘저는 커서 골프 선수가 꿈이고요.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를 빛내고 싶습니다.’ 소녀는 열 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맞벌이를 하며 외동딸의 운동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했다. 스무 살에 고 프로가 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다른 선수보다 두 배 넘는 원고지 2장 분량. 내용은 이렇다. ‘어렸을 때부터 골프 선수에 대한 큰 꿈을 품고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L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국위 선양을 하고 싶다. 최종 목적지는 미국 명예의 전당이다.’ ‘우리나라를 빛내고’, ‘국위 선양을 하고 싶다’던 고진영(26)은 지난해 말까지 75주 연속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며 꿈을 이뤘다. 201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뛰어들어 신인상을 거머쥔 뒤 이듬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전 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시즌 막판 4개 대회만 출전하고도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과거 KLPGA투어에 데뷔하며 “다 해 먹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가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고진영이지만 요즘은 골프 여왕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그의 성공 비결은 뭘까. 일찍부터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졌고, 강한 정신력과 성실한 태도는 기본. 중학생 때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주말을 맞아 선배들이 바닷가에 가자고 하자 “우리가 놀러온 건 아니지 않느냐”며 연습장으로 향했다.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할 말은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고 선배’. 고진영은 지난해 말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란 책을 지인에게 선물받았다. ‘나에게 더는 이롭지 않은 낡은 습관이나 성향은 없애 버리자.’ 이 책의 한 구절이다. 고진영도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를 꾀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더 높은 곳을 향했다. 끊임없는 스윙 교정이 대표적 사례. 한창 잘나갈 때도 변신을 거듭했다. 지난해 5월엔 새 코치를 만나 스윙을 가다듬었다. “어제보다 나은 샷을 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코로나19로 국내에 머무른 6개월 동안 스윙 궤도와 체중 이동을 개선해 비거리를 늘렸다. 클럽에서도 아이언만 특정 회사와 계약했을 뿐 우드, 웨지, 퍼터, 공 등은 자유롭게 자신만의 최적 조합을 찾고 있다. 5개 브랜드가 섞여 있는 고진영의 캐디백은 골프숍 같다. 앰프, 스피커, 턴테이블을 잘 구성해야 최고 음질을 연출하는 명품 오디오가 나오듯. “심리나 몸 상태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클럽을 찾으려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운동뿐 아니라 영어에 일찍부터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LPGA투어를 염두에 뒀기 때문. 일요일 대회를 마치고 난 뒤 월요일이면 영어 교사를 불러 과외를 받았다. KLPGA투어에서는 드물게 해외 경험이 풍부한 호주 출신을 전담 캐디로 고용했다. 미국 진출 후 잠들기 전에 외국 선수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서 표현을 익혔다. 말이 통하지 않고서는 적응하기 어려운 낯선 타향에서 입과 귀가 열리면서 자신감은 더 커졌다. 새해가 막 밝았다. 코로나19의 끝이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막막하다. 그래도 누구나 소망과 다짐을 떠올리는 시기다. 고진영은 여름 도쿄 올림픽을 정조준하고 있다. 시상대 꼭대기에 오를 가슴 벅찬 상상을 하며 뭔가를 또 바꿀 것 같다. ‘미래는 꿈의 아름다움을 믿는 자들에게 주어진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부인으로 꼽히는 엘리너 루스벨트가 남긴 명언이다. 꿈을 이루려면 ‘낡은 나’부터 깨뜨려야 한다. 달라질 준비 되셨나요.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짜릿한 피날레 고진영, 4개 대회만으로 2연속 상금왕[김종석의 TNT타임]

    불과 4개 대회만 뛰고도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다. 짧고 굵게 뛴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이다. 고진영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몰아쳤다. 1타차 2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해 지난해 우승자로 전날 단독 선두였던 김세영을 5타차 2위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110만 달러(약 12억 원)를 거머쥔 고진영은 올해 출전한 4개 대회에서 166만7925 달러를 벌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상금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평균타수상 등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던 고진영은 이번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줄곧 국내에 머물다 지난달 20일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을 통해 LPGA투어 첫 대회를 치렀다. 뒤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VOA 클래식 5위에 이어 지난주 US여자오픈 공동 2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투어 챔피언십 출전권까지 막차로 따냈다. US여자오픈 성적이 나빴더라면 시즌 성적에 따라 상위 70명에게만 출전자격이 부여되는 이 대회에는 참가도 할 수 없었다.고진영은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는데 잘 마무리해 너무 기쁘다. 한국에서 충분히 쉰 덕분에 시즌 막판 컨디션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텍사스에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상금은 집 사는데 보태면 좋겠다"며 웃었다. 마지막 날 티셔츠와 바지를 모두 흰색으로 통일한 고진영은 늘 그렇듯 최종 라운드에 빨간 바지를 입고 나선 김세영을 맞아 절정의 샷 감각으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후반 들어 11번 홀(파4)에서 4m 파 퍼트를 성공시켜 이 홀에서 보기를 한 김세영을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선 뒤 12번(파3), 13번(파4), 14번홀(파5)에서 ‘싸이클 버디’를 잡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LPGA투어에서 2년 연속 상금왕이 나온 것은 2012, 2013년 상금 1위를 차지한 박인비 이후 7년 만이다. 한국 선수 최초로 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른 건 2009년 신지애(약 180만 달러)였다. 그로부터 올해 고진영까지 12시즌 동안 한국 선수가 상금왕에 이름을 올린 시즌은 절반도 넘는 7시즌에 이른다. 2010년 최나연(187만 달러), 2018년 박성현(255만 달러)도 상금왕 클럽에 가입했다. 한국 골프의 전설 박세리는 상금왕에 오른 적은 없다. 당시 안니카 소렌스탐, 캐리 웹 등과 치열한 3파전을 치르면서 상금 1위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역대 LPGA투어 상금와 가운데 최고 상금 기록은 2007년 로레나 오초아가 갖고 있다. 당시 상금 액수는 436만 달러에 이른다. LPGA투어 첫 시즌이었던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는 8승을 거두며 14800만 달러를 벌어 초대 상금왕에 올랐다. 역대 최소 금액 상금왕은 1958년 베벌리 한슨으로 1만2000달러였다. 김세영은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지만 생애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중단, 대회 취소 등을 겪은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는 최다인 7승을 합작했다. 이 가운데 메이저 대회 우승이 3승이었다. 이미림이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고, 지난주 김아림은 비회원 신분으로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김세영도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과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2승을 거뒀다. 올해 한국 선수 메이저 챔피언 3명이 모두 메이저 첫 승이었다. 박인비와 박희영도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0-12-21
    • 좋아요
    • 코멘트
  • ‘호갱 골퍼’의 역습이 두렵지 않은가[오늘과 내일/김종석]

    ‘코로나로 동절기 골프 여행 및 해외 출국이 어려워짐에 따라 많은 회원님의 요청으로 2021년 1월의 정상 영업을 시행하오니 많은 이용 당부드립니다.’ 올 1월 20일 넘게 휴장했던 서울 근교의 한 골프장이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다. 그러나 정작 이 골프장 회원인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부킹 한 번 하려면 광클(마우스를 빠르게 클릭)이라도 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지난해만 해도 인터넷으로 한 달 후 날짜를 잡는 게 90% 가능했으나 올해는 30%만 성사됐다는 게 그의 얘기.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골프장은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주중에도 부킹난이 심각했다. 골프가 비교적 안전한 야외활동으로 여겨진 데다 연간 220만 명가량 떠나던 해외 골프관광이 막혔기 때문.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올해 전체 6홀 이상 골프장의 내장객 수가 전년도 대비 10% 가까이 늘어 4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골프장이 포화상태여서 충북, 전북 등의 증가율은 50%에 육박했다. 1월은 골프장의 대표적 휴장 기간이지만 엑스골프에 따르면 조사 대상 77개 골프장 가운데 51곳이 내년 1월 운영하기로 해 올해 14곳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내장객이 몰려들면서 지나친 이익만을 좇는 일부 골프장의 영업 행태 또한 도마에 올랐다.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식음료 가격 등이 줄줄이 뛰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은 4인 기준 한 팀당 그린피, 식대, 기념품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160만 원에 구입해야 예약이 가능하다. 사정이 생겨 한 명이 빠져도 4인 요금을 내야 한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 그린피가 5만5000원 내외지만 비회원은 25만 원 안팎이라 객단가를 높이려고 비회원 영업에 치중하는 편법도 속출하고 있다. 약사 A 씨는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회원 예약 전화를 잘 받지 않더라. 45일 이전에 부킹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개별소비세 면제 등 혜택을 보고 있는 대중골프장에 대한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72개 골프장 중 18개 골프장은 그린피를 내리지 않았고, 8개 골프장은 되레 그린피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북부의 한 대중골프장은 주중 오전 6시대 9만 원대이던 연단체(정기적으로 세 팀 이상 사용하는 고객) 그린피를 내년 15만 원대로 책정해 횡포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회원제보다 비싼 요금으로 대중이란 타이틀이 무색한 골프장도 많다. 대중골프장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100대 기업 영업이익률은 5% 미만이다. 골프 비용이 치솟고 있지만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 캐디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도한 예약으로 앞뒤 팀 간격을 좁혀놓다 보니 쫓기듯 허겁지겁 라운드를 돌거나 어떤 때는 기다림의 연속이 되기 일쑤. 골프장이 영원히 황금 알을 낳을 수는 없다. 기존의 수요공급 질서를 무너뜨린 코로나19 가 진정되면 한파를 맞을 수도 있다. 장기적 관점의 지혜가 절실하다. 골프장에도 정도경영이 필요하다. 일부 착한 골프장은 그린피 동결이나 내장객 수 제한 등의 조치로 호평을 받고 있다. 바가지요금 등 부당 행위 신고제 같은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눈앞의 돈벌이에만 급급한 골프장은 골프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골프의 제1원칙이라는 에티켓과 규칙을 지키는 데는 골프장과 골퍼가 따로일 수 없다. 세상을 바꾼다는 코로나19는 한국 골프의 상반된 두 얼굴을 바꿀 기회이지만 위기도 될 수 있다. 물론 코로나 방역지침 준수는 필수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0-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행운과 닥공이 빚어낸 ‘배꼽인사’…김아림의 US여자오픈 깜짝 우승[김종석의 TNT 타임]

    ‘닥공(닥치고 공격)’ 김아림(25)의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이었다. 공동선두였던 마지막 18번 홀(파4). 3번 우드 티샷을 한 김아림은 119야드를 남기고 48도 웨지로 과감하게 핀을 직접 노렸다. 깃대 3m 앞에 떨어뜨려 버디 퍼팅에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단독 선두에 나선 김아림은 결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고 권위 무대에서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김아림은 1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릭 코스(파71·6731야드)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김아림은 2언더파 282타를 적어낸 공동 2위 고진영(25), 에이미 올슨(미국)을 따돌리고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김아림은 “너무 얼떨떨하다.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우승하니까 머리가 하얀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로써 김아림은 US여자오픈에 처음 도전해 챔피언이 된 역대 5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 등 4명이 US여자오픈 데뷔무대에서 정상에 오른바 있다. 또 한국 선수로는 지난해 이정은에 이어 2년 연속 이자 역대 11번째 우승을 이뤄냈다.박세리(1998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2019년)의 뒤를 이었다. 우승상금은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 김아림은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웬만하면 핀을 보고 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는데 생각대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라고 해서 굉장히 넓고 러프도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좁더라. 나무들도 생각보다 높아서 당황했지만 일찍 도착해서 대회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경기 때 마다 밝은 표정에 ‘배꼽인사’로 유명한 김아림에게는 행운도 따른 쾌거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역예선을 치르지 못하면서 이 대회 출전 자격이 세계 랭킹 50위에서 75위로 확대되면서 김아림도 참가티켓을 잡았다. 출전기준이 됐던 7월 당시 김아림의 세계 랭킹은 70위였다. 현재는 94위. US여자오픈에 출전해 첫 날 선두권(공동 3위)으로 마친 김아림은 2,3라운드에 주춤하면서 선두에 5타 뒤졌다. 역전우승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악천후로 하루 순연된 최종 라운드에서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로 강한 뒷심을 발휘했다. 특히 16, 17번 연속 버디에 이어 마지막 홀까지 3홀 연속 버디로 마무리하는 매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9.5야드)에 오른 김아림은 1라운드에 퍼팅수를 25개까지 줄였고 마지막 날에도 퍼팅수 28개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나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55야드. 2018년과 지난해 KLPGA투어에서 각각 1승씩을 거두며 기대주로 주목받았지만 올해 국내 투어에서 무관에 그쳤지만 12월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라는 최고의 선물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다인 2승을 거둔 박인비는 최종 합계 2오버파 286타로 이정은과 공동 6위로 마쳤다. 세계랭킹 2위 김세영(27)은 마지막 날 5타를 잃으며 공동 20위(6오버파 290타)로 미끄럼을 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0-12-15
    • 좋아요
    • 코멘트
  • ‘셔틀콕 커플’ 탄생…‘배드민턴 간판’ 손완호·성지현, 12일 결혼

    한국 배드민턴 남녀 단식의 간판인 손완호(32)와 성지현(29)이 결혼한다. 인천국제공항 배드민턴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손완호와 성지현은 12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더 화이트 베일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성지현과 손완호는 SNS를 통해 “코로나 19의 재확산으로 불안한 시국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웨딩홀 조치사항에 맞춰 예정대로 결혼식을 진행하고자 한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에 초대 드리는 게 죄송스럽고 어려워 연락 못 드린 분들이 많다”며 “어디서든 축복해 주시면 그에 보답하여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말했다. 손완호와 성지현은 셔틀콕 최강 커플로 유명하다. 손완호는 2017년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2017년 여자단식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성지현은 2013, 2015년 코리아오픈 우승을 비롯해 주요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성지현은 성한국 전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과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의 딸이다. 성 전 감독과 김 교수도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으로 2대에 걸쳐 셔틀콕 가족을 이루게 됐다. 결혼 후 손완호와 성지현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동반 출전을 향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배드민턴에는 유난히 같은 종목 선수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사례가 많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딴 김동문 원광대 교수와 나경민을 비롯해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과 정명희 등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문수 성남시청 감독과 유상희 부부도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국가대표 출신 김사랑과 엄혜원이 부부가 됐다. 배드민턴은 국제대회가 많아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고, 합숙훈련도 많다 보니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은퇴 후 결혼했으나 요즘은 선수로 활동하면서 평생 반려자가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한 인도네시아의 쿠스마와 수산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중국의 린단과 셰싱팡 등이 부부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0-12-1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