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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2일) 이 지역 상인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추모에 참여하는 분위기였다. 음식점이나 상점에 손님 발길이 끊어지진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일 오후 6시 기자가 찾아간 서울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 일대는 전날 가해 차량이 들이받아 망가진 가드레일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등 사고 여파가 남아 있었다. 사고 지점과 가까운 곳의 커피전문점 등 일부 점포는 평일 퇴근 시간대인데도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노랫소리가 가득했던 상점 거리도 적막이 감돌았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30대 장모 씨는 “평소에 크게 틀어놓던 가요도 모두 껐다”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퇴근 직장인들로 만석을 이뤘어야 할 술집, 식당들과 행인들로 붐벼야 할 먹자골목도 텅 비다시피 했다. 한 식당 주인은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인근의 몇몇 큰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당분간 밥을 나가서 먹지 말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 운영이 어렵지만,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추모하면서 이 기간을 버티려고 한다”고 밝혔다. 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55)는 “평소 점심시간에 20팀 정도가 오는데 오늘은 5팀밖에 오지 않았다”며 “저녁 예약도 다 취소됐다”고 했다. 그는 “시청 직원들도 ‘어제 사고로 당분간 조심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예약을 취소한다’며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2)는 “평소 저녁 시간대면 100석이 넘는 테이블이 꽉 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데 오늘은 10명도 오지 않았다”며 “저녁 예약도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어제까지 손주랑 같이 밥도 먹었다고 했는데….”2일 새벽 서울 중구 국립장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서울시 직원 김모 씨(52)의 어머니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를 찾은 김 씨의 딸인 고등학생 김모 양은 장례식장 계단에 걸터앉아 어머니의 어깨에 기댄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보행 중인 시민 9명이 사망한 가운데, 장례식장에는 사망자들의 유족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사망자 대다수는 30~50대 남성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빈소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참담한 심정을 나타냈다. 이날 새벽 1시 50분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선 한 여성은 “아빠 아니라고 해, 우리 아빠 아니라고 해”라고 외치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곧이어 도착한 모친은 여성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내기도 했다. 새벽 시신을 인계받은 다른 유족들도 이날부터 빈소를 마련했다. 시청역 일대는 퇴근 후 저녁자리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이 몰리는 곳이라 희생자 대다수 이러한 상황에서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 4명은 한 시중은행 동료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퇴근 후 시청역 일대에서 회식을 즐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청역 인근이었던 만큼 서울시 소속 공무원 2명과 병원에 근무하는 직장인 3명도 희생됐다. 이날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는 출근길 사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사고 현장에 두고 간 국화꽃 두 송이를 놓여 있었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내용의 추모 문구도 붙어 있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폭탄 떠넘기기’ 아닌가요. 옆 건물에 사는 것만으로도 싫었는데 여기로 이사를 보낸다니요. 제가 이사를 가야 할까요.”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A오피스텔 주민 김모 씨(29)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A오피스텔로 이사를 올 수도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반면 박병화가 한 달째 살고 있는 이 동네 B오피스텔의 주민들은 그를 A오피스텔로 이사 보내려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불과 30여 m 떨어진 두 오피스텔 주민이 박병화의 이사 문제로 최근 갈등을 빚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 도입 이후 이들이 사는 거주지 주변 주민들은 비슷한 갈등을 겪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화 이사 보내자” vs “절대 받을 수 없다” B오피스텔 소유자들의 대표 겸 건물관리인 김모 씨(54)는 “내가 A오피스텔에도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데, 박병화를 그곳으로 이사보내자”고 B오피스텔 입주민들에게 제안했다. 입주민들이 찬성하자 김 씨는 지난달 23일 ‘박병화 전입 관련 통지문’이라는 제목의 내용 증명을 A오피스텔 소유주 대표 겸 건물관리인 지모 씨(68)에게 보냈다. 통지문 요지는 ‘박병화를 A오피스텔에 있는 김 씨 소유의 방으로 전입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일까지 답장이 없으면 박병화가 앞으로 4년간 A오피스텔에 사는 데 이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법적으로는 김 씨가 자기 소유의 방을 박병화에게 월세 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인 간의 부동산 계약에 해당한다. A오피스텔 대표나 입주민들이 이 계약을 거절하거나 반대할 법적 권리는 없다. 김 씨의 통지문은 “B오피스텔은 주거용 건물이라 여성 입주자들이 박병화의 존재를 불안해한다. 반면 A오피스텔은 사무실 위주라 박병화가 이사를 와도 주민들의 불안 문제가 적다”는 취지였다. 김 씨는 박병화에게 이사를 가면 향후 2년간 월세를 대신 내주고, 4년간 A오피스텔에 살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제안했다. 박병화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오피스텔 주민들은 반발했다. A오피스텔 주민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우리도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절대 반대합니다!” 등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반면 B오피스텔 주민들은 환영했다. B오피스텔 주민 이모 씨(21)는 “박병화가 이 건물에서 나갈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성범죄자 거주지 공개만 해놓고 손 놓은 정부 정부는 성(性)범죄자가 사는 주소지를 공개하면서, 이로 인해 벌어질 갈등과 주민들의 불안에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호 감호 확대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들을 고려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갈등은 악질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반복됐다. 초등생을 성폭행해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2020년 12월 출소한 조두순(72)은 집을 월세 계약했다가 신원이 드러나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2022년에는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56)이 출소해 경기 의정부시로 이사를 가려 하자 의정부시장과 주민들이 반발했다. 일부 국가는 성범죄자 주거지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2005년 ‘제시카법’을 제정해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출소 이후 학교 등 아동이 많은 곳으로부터 약 61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형 제시카법’ 논의가 있었지만 법제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발의된 법안이 없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제시카법이 도입되더라도 형기를 마친 사람을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킬 수는 없다”며 “보안처분 등 재범 방지를 위한 정부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 지속적 교육을 통해 교화와 감시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주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정부가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가족을 잃은 외국인 유가족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비자가 없는 유족들이 입국할 방법을 찾지 못해 본국에서 발만 동동 구르자 화재 발생 나흘 만에 법무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사망자 유족은 ‘무비자 입국’ 28일 법무부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비자가 없는 유족들이 입국할 경우 공항에서 바로 입국을 허가해 주는 무비자 입국 조치를 27일부터 시행했다. 중국과 라오스 등 무비자 협약국이 아닌 국적의 사람은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당초 법무부는 유족들에 한해 비자 발급 서류를 줄이고,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대사관에 방문하기 어렵고 비자 발급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해 무비자 입국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대상은 화재로 사망한 중국인 17명과 라오스인 1명 등 18명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로 한정했다. 유족들은 28일부터 입국하기 시작했다. 딸을 잃은 채성범 씨(73·중국 국적)의 아내와 아들도 그동안 비자가 없어 애를 태우다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몸도 아픈 아내가 이제야 딸을 보러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라오스 국적의 아내를 잃은 이재홍 씨(51)도 “아내의 가족이 비자가 없어 못 오고 있었다”며 “이제 한국행 비행기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28일 경기 시흥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한국인 사망자 A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망자 23명 중 빈소가 마련된 것은 A 씨가 처음이다. 사망자 신원 확인과 유가족 입국이 지연되면서 다른 사망자들은 빈소가 아직 차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망자 전원에 대한 장례 절차가 끝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족들은 28일 협의회를 구성하고 장례와 보상 절차 등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협의회 측은 “사용자(회사) 측이 불쑥 찾아와 생색 내기식 사죄를 했다”며 “유족 전체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망자 전원의 신원이 파악된 가운데 이날도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국으로 귀화한 40대 남성 B 씨와 중국 국적 여성 C 씨는 부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50대 여성과 40대 여성 두 사람은 일곱 살 터울의 중국인 자매였고, 두 살 터울의 20대 이종사촌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4시간 40분 후 유해물질 측정 노동 당국은 아리셀의 불법 파견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민길수 지역사고수습본부장(중부고용노동청장)은 28일 브리핑을 갖고 “경기지청에 수사팀을 꾸려 조사 중”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한편 화재 발생 4시간 40분 후에야 화재 현장의 일부 유해화학물질 유출 측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화재 발생 후 현장의 유해화학물질 유출 농도를 측정한 결과 “검출이 되지 않았거나 기준치 이하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유해화학물질로 꼽히는 염화티오닐의 유출 측정은 24일 오후 3시 11분경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 4시간 40분이 지나서야 이뤄진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강유역환경청(경기 하남시)과 화학물질안전원(충북 청주시) 모두 현장과 거리가 먼 데다 염화티오닐 측정이 고성능 장비를 요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정부가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가족을 잃은 외국인 유가족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비자가 없는 유족들이 입국할 방법을 찾지 못해 본국에서 발만 동동 구르자 화재 발생 나흘 만에 법무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사망자 유족은 ‘무비자 입국’28일 법무부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비자가 없는 유족들이 입국할 경우 공항에서 바로 입국을 허가해주는 무비자 입국 조치를 27일부터 시행했다.중국과 라오스 등 무비자 협약국이 아닌 국적 사람은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당초 법무부는 유족들에 한해 비자 발급 서류를 줄이고,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대사관에 방문하기 어렵고 비자 발급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해 무비자 입국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대상은 화재로 사망한 중국인 17명과 라오스인 1명 등 18명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로 한정했다.유족들은 정부의 조치를 환영했고, 28일부터 입국하기 시작했다. 딸을 잃은 채성범 씨(73·중국 국적)의 아내와 아들도 그동안 비자가 없어 애를 태우다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몸도 아픈 아내가 이제야 딸을 보러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라오스 국적 아내를 잃은 이재홍 씨(51)도 “아내의 가족이 비자가 없어 못 오고 있었다”며 “이제 한국행 비행기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28일 경기 시흥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한국인 사망자 A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망자 23명 중 빈소가 마련된 것은 A 씨가 처음이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이날 빈소를 찾아왔지만 유족들이 “가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해 돌아갔다.사망자 신원 확인과 유가족 입국이 지연되면서 다른 사망자들은 빈소가 아직 차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망자 전원에 대한 장례 절차가 끝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족들은 28일 유가족 협의회를 구성하고 장례와 보상 절차 등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협의회 측은 “사용자(회사) 측은 진정성 있는 설명이나 보상안 마련 없이 불쑥 찾아와 생색내기식 사죄를 했다”며 “이런 시도에 유족 전체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협의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사망자 전원의 신원이 파악된 가운데 이날도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국으로 귀화한 40대 남성 B 씨와 중국 국적 여성 C 씨는 부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50대 여성과 40대 여성 두 사람은 7살 터울의 중국인 자매였고, 두 살 터울의 20대 이종사촌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파견 의혹 본격 수사노동당국은 아리셀의 불법 파견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민길수 지역사고수습본부장(중부고용노동청장)은 28일 브리핑을 갖고 “불법 파견 문제는 경기지청에 수사팀을 꾸려 조사 중”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 대해선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산재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 규정에 따르면 사업장의 가입 여부나 고용 형태, 국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는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한편 공장에 남아 있던 폐전해액 1200L는 이날 수거가 완료됐다. 전해액은 전지 내 리튬이온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며 인체 노출 시 유해하고 화재 위험도 있다.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아내가 ‘인력업체(메이셀)가 근로계약서도 안 써준다’고 자주 하소연했습니다. 업체 측에서 ‘(계약서를) 독촉할 거면 그냥 나가라’고 했다네요. ” 27일 오전 11시 10분경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앞. 사흘 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사망한 라오스 국적 주이(본명 숙사완 말라팁·33) 씨 남편 이재홍 씨(51)가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이같이 말했다. 주이 씨는 사고 직전 한국으로 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24일 화재 사고 날 뇌수술을 받은 이 씨는 여전히 이마 두 곳과 왼쪽 귀에 거즈를 붙이고 있었다. 아내의 신원 확인을 마쳤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덤덤하게 “그렇다”고 답한 이 씨는 이어 “(아내 시신이) 함백산(장례식장)에 있다고 한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날 이 씨는 딸 이모 양(11)과 함께 아내의 신원 확인 결과를 들으러 경찰서를 찾았다. 라오스에 있는 아내의 어머니와 동생은 여전히 한국으로 오지 못했다. 이 양은 “엄마가 날 많이 사랑했다”며 소리 없이 울음만 삼켰다.● “포장 일로 불러 놓고 용접 일까지” 주장도 아리셀은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아리셀은 올 5월부터 인력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외국인 인력을 공급받았다. 또 메이셀의 등기상 주소는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3동 2층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리셀 측은 27일 취재진 앞에서 “엄연한 (도급) 계약서를 가지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 씨는 아내가 2년 가까이 일자리를 받던 메이셀에 최근까지 근로계약서를 써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업체가 매번 “다음에 써주겠다”며 미뤘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2주 전인 이달 10일까지 근로계약서 작성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아내가 또 한번 요구하니 업체에서 ‘그런 식으로 재촉할 거면 그만두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씨는 인력업체 지원 당시 주이 씨가 포장 등의 업무를 택했으나 업체에서는 용접 업무까지 맡겼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아내가 ‘용접 업무를 못 하겠다’고 해서 내가 대신 용역업체 직원한테 항의했다”며 “업체(메이셀) 측에서 ‘우리는 관여 안 하고, 업무 지시는 아리셀 공장에서 하는 거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파견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원청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도급은 용역업체에 지휘 권한이 있다. 파견법상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업무는 원청 사업주가 파견 근로자를 쓸 수 없다.● “우리 애들 왜 대피 못 시켰냐” 유족 오열 유족들은 이날 오후 3시 반경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를 찾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회사 관계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족은 오열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한 중년 여성 유족은 박 대표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겨우 스물네 살밖에 안 된 애다. 어떻게 할 거냐”며 바닥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센터 2층 세미나실을 찾은 박 대표에게 유족들은 “사흘밖에 일 안 했다. 안전 교육을 똑바로 한 것은 맞냐” “모르니까 소화기 들고 뿌리다 죽은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전 교육을 모두 마쳤다”는 사측 답변에 또 다른 유족은 “애들 대피 좀 시키지 그랬느냐. 아침에 ‘엄마 출근해요’ 라고 말했던 애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박 대표는 연신 유족을 향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유족들은 전날부터 이어진 유전자(DNA) 채취 및 신원 확인 결과를 들으러 경찰서를 오갔다. 26일 오후 신원 확인을 마친 뒤 나온 한 유족은 “우리 딸 어떡해, 다 키웠는데”라며 연신 가슴을 내리쳤다. 27일 오후 5시 기준 사망자 23명(내국인 5명, 외국인 18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됐다. 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이곳에 인력을 공급했던 업체 대표가 “안전교육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아리셀이 적법한 인력 도급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도 고용노동부 조사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이처럼 부실한 외국인 근로자 인력 관리 행태가 안전교육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 중이다. 인력업체 한신다이아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리셀에 보낸 외국인 근로자는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신다이아는 올 4월까지 아리셀에 외국 인력을 도급 형태로 공급해 온 업체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올린 광고를 보고 (외국인 근로자가) 여권과 계좌번호를 보내면 (도급 업체는) 통근버스를 어디서 탈지 안내했다”라며 “안전 교육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아리셀 측은 모든 근로자에 대해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적법한 도급이었다’는 아리셀 측 주장과 달리 사실상 파견이었다고 주장했다. 도급 업체는 반드시 현장에 사무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조차 어기고 아리셀 측에 월세를 낸 것처럼 꾸몄다는 것.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선 파견 근로가 금지돼 있다. 고용부 등에 따르면 아리셀은 올 5월부터 인력업체 메이셀로부터 외국 인력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고용부는 아리셀과 메이셀 사이에 도급 계약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두 업체가 구두 계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이셀은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구인 사이트에 이달 19일까지도 채용 글을 올려 아리셀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했는데, ‘단순업무’ ‘면접 없음’ ‘바로 출근 가능’ 등 문구를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불법 파견에서 흔히 보이는 행태로 보인다”며 “불법 파견에선 통상 안전교육이 미비한데, 언어가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교육은)는 더 허술하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본부장은 “고용주가 있으면 그나마 안전교육이 실시된다”며 “반면 파견업체에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 안전교육 의무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이 많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리셀과 같은 제조업 분야의 파견 외국인 근로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내 유료 직업소개사업소(인력사무소)는 2019년 1만3332개에서 올 5월 1만5893개로 19.2% 늘었다. 올 1분기 제조업 분야 종사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만9670명으로,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겼다. 고용부는 26일 오전 9시부터 아리셀 공장 전체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전지 제조업 사업장 500여 곳에 리튬 취급 안전 수칙 자체 점검표를 토대로 긴급 자체 점검을 시행하도록 했다. 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게 1년 전이에요. ‘너도 다 컸으니 이젠 돈 벌러 가야지’라며 떠나셨는데….” 26일 오후 1시 반경 경기 화성시 화성서부경찰서 본관 1층 앞. 전날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중국에서 한국에 왔다고 밝힌 중국 국적 A 양(18)은 덤덤한 듯 말하다가 경찰서 안쪽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어머니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한 명이다. 아직 신원도 특정되지 않았다. 이날 A 양은 어머니의 신원 조회에 필요한 유전자(DNA)를 채취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를 찾았다. 한국어가 낯선 부녀(父女)는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경찰서 바깥 한쪽에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유족들, 신원 특정 기다리며 눈물 경기남부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시신을 이송해 DNA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신원이 특정된 14명을 제외한 9명은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돼 지문 감정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이날 한국인 여성 1명과 중국인 9명(남성 2, 여성 7), 라오스 여성 1명 등 총 11명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전날 발견된 마지막 실종자의 시신에 대한 부검도 이날 오전 내 국과수에서 진행됐다. 아리셀 화재 유가족지원실이 마련된 경기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 3층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DNA 채취를 마친 유족 10여 명이 모여 혹시 모를 ‘신원 특정’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DNA 채취를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시청으로 온 유족들도 일부 있었다. 전날에 비해 비교적 차분해진 분위기였으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다른 유족들 역시 눈물을 훔쳤다. 일부 유족들은 “부검과 관련해 들은 이야기가 없느냐”며 오히려 취재진에게 물어오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센터 옥상에서 만난 한 유족은 “(담당 기관으로부터) 부검했다는 얘기조차 못 들었다. 언제, 왜 부검을 했느냐”고 했다. 사인 확인이 필요해서 부검했다는 설명에는 “부검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데 왜 막아서는 거냐”며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한 유족은 “사고 당일 뉴스에서 (화재 소식을) 보고 (사망자에게)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영정사진 없이 국화만 덩그러니 놓여 전날 오후 5시부터 화성시청 본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추모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영정사진 한 장 올라와 있지 않았다. 위패도 없이 오직 국화와 백합꽃으로 장식했다. 희생자 신원이 완전히 특정되지 않아 위패를 모시기 어려운 탓이다. 분향소 운영이 시작된 26일 오전 9시경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유족이었다. 사진 하나 없는 빈 추모대 앞에서 엎드려 오열하는 유족들도 있었고, 일부는 떨리는 손으로 추모대 위에 국화꽃을 놓았다. 이번 사고로 딸을 잃고 중국에서 온 한 유족은 “어떻게든 딸만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며 “불쌍한 우리 딸”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침부터 이어진 시민들의 추모는 오후 6시 넘어서자 100명 가까이 달했다. 이날 퇴근길 분향소에 들른 직장인 박모 씨(31)는 “타지로 돈을 벌러 온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위패가 있는 공식 합동분향소 설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원 확인은 물론이고 유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화성시 서신면체육관 2층, 동탄역, 병점역에 추가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공장 화재 참사로 23명이 사망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사진)가 25일 “깊은 애도와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리셀이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의혹이 협력업체에서 제기돼 향후 수사로 진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25일 오후 2시 경기 화성시 서천면 공장 앞에 화재 발생 28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화재 이틀 전에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회사 측이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 “(화재가 발생은 했지만) 자체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신고하지 않은 채 작업을 재개한 것”이라고 했다. 아리셀이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받은 상태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선 파견 근로가 금지돼 있다. 아리셀 측이 “(합법적인) ‘도급 인력’이었다”며 외국인 근로자 인력을 공급한 업체로 지목한 A업체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현재는 B업체가 인력을 공급한다”면서 “아리셀은 파견이라고 하면 (불법이어서) 모든 책임을 자기들이 뒤집어쓴다고 생각해서 자꾸만 도급(합법 공급)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리셀과 맺었던 계약에 대해 “전형적인 파견 근로인데 위장한 것”이라고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아리셀에 인력을 파견한 B업체는 파견업 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직업소개소로 등록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B업체의 법인등기상 주소지는 이번에 화재가 난 공장이었다. 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화재 사고로 23명이 사망한 리튬 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도급 인력 공급 업체와 ‘불법파견’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급을 위장한 파견으로 규명될 경우 파견법 위반에 따른 처벌될 수 있다.아리셀 측이 도급 인력 공급 업체로 지목한 A 사의 대표는 25일 오후 동아일보와 만나 “지난해 (아리셀과) ‘가라(가짜) 도급 계약서’를 썼다”며 “아리셀은 파견이라고 하면 모든 독박을 자기들이 쓴다고 생각해서 자꾸만 도급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선 파견 근로가 금지돼 있다.A 사 대표는 계약서 형식상으로는 ‘도급’이지만, 실질적인 계약 관계는 ‘파견’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실상 (아리셀에 보낸) 근로자들은 내 얼굴도 모른다. 우리(A 사)가 업무지시를 한 적도 없고, 우리는 아리셀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또 기존에 아리셀과 맺었던 도급 계약도 5월 만료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회사 대표는 “사실 우리는 인건비와 수수료만 받는 파견 업체였지만 (아리셀 요청에 따라) 도급으로 위장했다”고 밝혔다.아리셀의 박순관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공장 앞에서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지시는 파견업체에서 내렸다”며 근로자들을 ‘도급 인력’이었다고 밝혔다. 불법파견은 없었다고 하면서도 “관련한 질문은 추후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답변드리겠다”고 말했다. 두 회사 간 의견 차이는 파견과 도급 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파견과 도급은 ‘지휘명령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파견은 파견업체와 계약을 맺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는 반면, 도급은 수급인에게 권한이 있다. 향후 수사에 따라 파견법 위반 진위 및 손해배상 주체가 가려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계약서만 도급 형식으로 쓰고 아리셀에서 (근로자에게) 지휘했다면 파견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며 “수사를 통해 적법한 계약을 맺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신원 확인도 아직 안 된다는데….” 24일 오후 9시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 앞. 이날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희생된 외국인 근로자 유족들이 애타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사망한 중국 국적 여성 근로자의 남편도 신원 파악이 안 돼 빈소도 찾아가지 못한 채 공장 바로 옆 골목 귀퉁이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화재로 고립됐던 근로자 20여 명은 화재 발생 약 8시간 만인 오후 6시 35분경 모두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한 외국인 20명 중 중국 국적 외국인은 최소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시신 5구가 안치된 화성시 송산면 육일리 송산장례문화원에도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촌누나 2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장례식장을 방문했다는 중국 국적 강모 씨는 “누나들이 전화기가 꺼져 있다. 이곳으로 오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며 “작은누나는 중국에 딸이 한 명 있다”며 망연자실했다. 강 씨는 결국 시신 확인도 못 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 실종자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실종자 중 22명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한국인은 2명, 외국인은 20명(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여성은 1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2층에서 리튬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거나 포장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특히 납품 일정이 몰린 탓에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일대 전지 공장들은 포장과 조립 업무 등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상당히 많이 고용했다고 한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이날 처음 출근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와 실종자 중 불법체류자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사망자 22명의 시신은 화성시내 5개 병원 등으로 분산돼 안치됐지만 신원 확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일부 시신은 훼손이 심해 성별 특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후 유전자(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발만 동동 구른 가족들 화마(火魔)가 가족의 일터를 덮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걷잡을 수 없이 솟아오른 불길과 까맣게 그을린 외벽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듯 리튬전지에서 타오른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아서다. 이날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한 한국인 여성은 “(화재 소식 후) 회사에 아무리 연락해도 받지 않아 택시를 타고 급하게 달려왔다”며 울먹였다. 또 다른 여성은 “애들 아빠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해”라며 오열하다 이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실종자의 자녀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도 “우리 아빠 어딨는 거야, 아빠 어딨어”를 하염없이 외쳤다. 이번 화재에서 가장 먼저 사망 판정을 받은 김모 씨(52)의 빈소가 차려진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엔 김 씨의 부인이 두 눈이 벌겋게 부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김 씨는 평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이 공장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온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손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정부는 사망자들의 국적 등 신분이 확인되는 즉시 피해자의 국가에 사고 사실을 긴급 통보하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에 주재 중인 각국 대사관이 유족 및 보호자의 입국 및 체류를 지원하면 외교부는 대사관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불이 난 지 4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연락 하나 받지 못했어요.”24일 오후 2시 반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한 리튬전지 공장 정문 앞. 이날 오전 10시 31분경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명 이상 고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여성이 “남편이 연락이 되질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여성의 남편은 화재가 발생한 2층에서 근무를 하다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여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불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 회사에 아무리 연락해도 아무도 받지 않아 택시를 타고 급하게 달려왔다”며 “(남편의 생존 여부가) 왜 확인이 안 돼느냐, 도대체 왜…”라고 울먹였다.● 발만 동동 구른 가족들화마(火魔)가 가족의 일터를 덮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겉잡을 수 없이 솟아오른 불길과 까맣게 그을린 외벽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듯 리튬전지에서 타오른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아서다.한 여성은 “애들 아빠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해”라며 오열하다 이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았다. 소방관들이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버스로 안내했지만 이마저도 뿌리치며 “밖에서 남편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실종자의 자녀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도 “우리 아빠 어딨는 거야, 아빠 어딨어”를 하염없이 외치며 옆에 있던 남동생을 끌어 안고 눈물을 흘렸다.화재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직원들도 가족들과 함께 동료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렸다. 1층에서 근무하다 간신히 탈출했다는 이모 씨(59)는 “생산 쪽 책임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평소 솔선수범하는 사람이었다. 최근에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도 했는데…”며 말을 잇지 못했다.이번 화재에서 가장 먼저 사망 판정을 받은 김모 씨(52)의 빈소가 차려진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엔 김 씨의 부인이 두 눈이 벌겋게 부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김 씨는 평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이 공장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온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를 동동 구르거나 손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실종자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실종자 중 22명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한국인은 2명, 외국인은 20명(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으로 집계됐는데,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2층에서 리튬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거나 포장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특히 납품 일정이 몰린 탓에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일대 전지 공장들은 포장과 조립 등 단순 업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상당히 많이 고용했다고 한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이날 처음 출근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와 실종자 중 불법체류자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사망자 22명의 시신은 화성시내 5곳 병원으로 분산돼 안치됐지만 신원 확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시신 훼손이 심해 현재 성별 특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후 유전자(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정부는 사망자들의 국적 등 신분이 확인되는 즉시 피해자의 국가에 사고 사실을 긴급 통보하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에 주재 중인 각국 대사관이 유족 및 보호자의 입국 및 체류를 지원하면 외교부는 대사관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피해자들이 어떤 비자를 받았느냐 등에 따라 유족을 지원할 부처도 달라진다. 계절근로(E-8)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숨지거나 다쳤을 때는 법무부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 피해를 봤을 때는 고용노동부가 지원 업무를 주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경찰이 법원과 검찰청, 경찰청 소속 직원 수십 명의 내부망 계정 및 비밀번호로 추정되는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된 사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명단에는 최근 대법관 후보 55명에 들어갔던 고위 법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한 인물은 자신을 ‘워페어(Warfare·전쟁)’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며 해킹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억하라, 북한이 남한보다 낫다”는 글도 남겨 이번 해킹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암시했다. 하지만 해당 인물은 과거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해킹한 적도 있어 중국 등 다른 국가 해커의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커 “북한이 남한보다 낫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워페어는 올 3월 24일경 해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에 “경찰청·검찰청·법원 관련 신선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경찰관 23명, 법관 등 법원 관계자 8명, 수사관 등 검찰 관계자 8명 등 총 39명의 신상정보를 올렸다. 현재까지 정보가 유출된 검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커는 명단을 공개하며 “재미로 약 40명만 공개하고 96명의 명단은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공개된 명단에 포함된 법원, 검찰, 경찰 관계자 전원에게 연락해 확인해 보니 모두 실존하는 인물이었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취재에 응해 “실제 사용했던 계정과 비밀번호가 맞다”고 답했다. 해킹 피해를 당한 이들은 수도권 고법 부장판사나 지방경찰청 대테러 부서 소속 경감 등 지역과 소속이 제각각이었고, 연령대 역시 1940∼1990년생으로 범위가 넓었다. 정보가 공개된 한 경찰관은 “아직도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을 몰랐는데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 워페어는 ‘해킹에 성공했다는 증거’라며 각종 자료를 공개했다. 올 2월 28, 29일경 서울경찰청이 작성한 ‘2024 상반기 물리력 대응훈련 일정’ 등 파일 목록이 담긴 경찰 내부망 캡처 화면, 경찰 전용 메신저 설치 파일을 제시했다. 한 지방법원 직원의 계정으로 들어가 ‘받은메일함’을 캡처한 화면을 올리기도 했다. 워페어는 4월 삼성그룹 계열사 등 직원 49명과 현대그룹 계열사 등 직원 18명의 계정과 비밀번호로 추정되는 정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뒤이어 국내 주요 법원 판사, 직원들의 e메일 주소 357건도 공개했다. 해커가 작성한 게시글은 19일 오후 현재 조회 수가 700여 건에 달했고 “나머지 명단을 모두 보내 달라”는 익명의 외국어 댓글 등이 달려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추가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경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올해만 공공기관 50곳 정보 유출… 역대 최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의 사법부 전산망 해킹에 이어 또다시 정부 주요 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자 민감한 정보를 다량으로 취급하는 기관의 정보보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5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신고한 공공기관은 50곳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공공기관은 2019년 8곳에서 2023년 41곳으로 매년 늘었는데 올해는 이미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처럼 해킹 공격은 민관군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북한의 해킹 공격으로 1TB(테라바이트) 분량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국방부 고위 공무원과 장성 등 100여 명의 개인 e메일이 해킹당한 사건 역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중 한 곳의 소행일 것으로 분석됐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법원과 같은 헌법기관은 사실상 자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정부기관들이 개별적으로 해킹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관별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서로 안보협력이 가능하게끔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와 법원, 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정부기관의 정보보호 책임과 권한을 강화한 ‘사이버안보 기본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이 법원과 검찰청, 경찰청 소속 직원 수십 명의 내부망 계정 및 비밀번호로 추정되는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된 사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명단에는 최근 대법관 후보 55명에 들어간 고위 법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한 인물은 자신을 ‘워페어(Warfare·전쟁)’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며 해킹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억하라, 북한이 남한보다 낫다”는 글도 남겨 이번 해킹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암시했다. 하지만 해당 인물은 과거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해킹한 적도 있어 중국 등 다른 국가 해커의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커 “북한이 남한보다 낫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워페어는 올 3월 24일경 해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에 “경찰청·검찰청·법원 관련 신선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경찰관 23명, 법관 등 법원 관계자 8명, 수사관 등 검찰 관계자 8명 등 총 39명의 신상정보를 올렸다. 현재까지 정보가 유출된 검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커는 명단을 공개하며 “재미로 약 40명만 공개를 하고 96명의 명단은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했다.공개된 명단에 포함된 법원, 검찰, 경찰 관계자 전원에게 연락해 확인해 보니 모두 실존하는 인물이었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취재에 응해 “실제 사용했던 계정과 비밀번호가 맞다”고 답했다. 해킹 피해를 당한 이들은 수도권 고법 부장판사나 지방경찰청 대테러 부서 소속 경감 등 지역과 소속이 제각각이었고, 연령대 역시 1940~1990년생으로 범위가 넓었다. 정보가 공개된 한 경찰관은 “아직도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다”며 “피해사실을 몰랐는데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워페어는 ‘해킹에 성공했다는 증거’라며 각종 자료를 공개했다. 올 2월 28, 29일경 서울경찰청이 작성한 ‘2024 상반기 물리력 대응훈련 일정’ 등 파일 목록 등이 담긴 경찰 내부망 캡처 화면, 경찰 전용 메신저 설치 파일을 제시했다. 한 지방법원 직원의 계정으로 들어가 ‘받은메일함’을 캡처한 화면을 올리기도 했다. 워페어는 4월 삼성그룹 계열사 등 직원 49명과 현대그룹 계열사 등 직원 18명의 계정과 비밀번호로 추정되는 정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뒤이어 국내 주요 법원 판사, 직원들의 e메일 주소 357건을 공개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7일 저녁 ‘삼성 본사에 폭탄 테러를 하겠다’는 e메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해커가 작성한 게시글은 19일 오후 현재 조회수가 700여 건에 달했고 “나머지 명단을 모두 보내 달라”는 익명의 외국어 댓글 등이 달려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추가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만 공공기관 50곳 정보 유출…역대 최다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의 사법부 전산망 해킹에 이어 또다시 정부 주요 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자 민감한 정보를 다량으로 취급하는 기관의 정보보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18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5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신고한 공공기관은 50곳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공공기관은 2019년 8곳에서 2020년 11곳, 2021년 22곳, 2022년 23곳, 2023년 41곳으로 매년 늘었는데 올해는 이미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이처럼 해킹 공격은 민관군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북한의 해킹 공격으로 1TB(테라바이트) 분량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국방부 고위공무원과 장성 등 100여 명의 개인 e메일이 해킹 당한 사건 역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중 한 곳의 소행일 것으로 분석됐다.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법원과 같은 헌법기관은 사실상 자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정부기관들이 개별적으로 해킹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관별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서로 안보협력이 가능하게끔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와 법원, 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정부기관의 정보보호 책임과 권한을 강화한 ‘사이버안보 기본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남편 장모 씨(64)가 5일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20분경 장 씨가 거주하던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장 씨가 전날부터 연락이 닿지 않자 그의 아들이 자택 인근을 살피다 장 씨를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 안에는 장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흔적이 있었다. 장 씨는 지인에게 ‘가족들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는 4일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시고 헤어진 뒤 오후 8시 반경 홀로 차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최근까지 아들과 고양시 킨텍스에서 음식점을 운영했지만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유 전 총리와 성균관대 81학번 동문으로 학생 운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유족은 유 전 총리와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고양시 일산복음병원, 발인은 7일 오전 6시 반. 031-977-6000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연쇄 성폭행범이 이웃이라니…. 무서워서 차라리 이사하려고요.” 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이모 씨(23)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이 오피스텔에 이른바 ‘수원 발바리’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입주했기 때문이다. 15년 복역 후 2022년 10월 출소해 화성시에 자리 잡았던 그가 수원시로 이사하면서 이 일대가 발칵 뒤집힌 것. 인근 주민 김모 씨(29)는 “근처에 어두운 골목도 많은데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거주지 등 신상공개 성범죄자의 재범이 4년 새 27.9% 늘어난 1417건으로 집계되면서 상습 성범죄자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루 3.9건꼴로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셈인데,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 거처 옮길 때마다 일대가 ‘발칵’ 이날 박병화가 입주한 오피스텔은 입구부터 삼엄한 기운이 돌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순찰기동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입구에 순찰차를 주차해두고 일대를 순찰했다. 한 주민이 “내가 박병화와 같은 층에 사는데 같이 좀 올라가 달라”고 하자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했다. 이 일대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전철역과 가깝고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데다, 도보 20∼30분 거리에 중고등학교 10여 개가 몰려 있어서 주민과 학부모의 반발이 크다. 현재 오피스텔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위해 입주자 의사를 설문하고 있다. 인근 가정폭력상담소 등 여성보호시설 7곳과 9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24일 수원시청 앞에 모여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박병화가 2002년부터 5년간 수원시 일대에서 홀로 사는 여성 10명을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그가 출소해 수원대 후문에서 약 100m 거리인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에 입주했을 때도 ‘왜 굳이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 많은 곳으로 왔느냐’며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근처에 폐쇄회로(CC)TV 27대와 비상벨 12대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지만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런 혼란은 성범죄자가 거처를 옮길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초등학교 2학년생을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조두순(72)이 2020년 출소 후 경기 안산시로 전입했을 때도,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경기 의정부시의 한 법무부 시설에 입소한다고 알려졌을 때도 이런 혼란이 반복됐다. ● 하루 3.9건 재범… “감시 피해 디지털 성범죄” 성범죄자 전입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저지른 재범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상등록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등록 대상이 된 사례는 지난해 1417건이었다. 2019년 1108건에서 4년 새 27.9% 증가했다. 특히 성착취물이나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영상 제작·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로 재범한 사례가 2019년 213건에서 지난해 359건으로 68.5% 급증했다.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교정 당국 등의 감시를 의식하면서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디지털 범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등 재범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범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결국 교정시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라며 “제시카법 등 관련 법안 마련과 함께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교도소 단계에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수원=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금품 수수 등 각종 비위로 징계받은 경찰이 올해 들어 넉 달간 1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징계 처분을 받은 경찰관은 150명이다. 이들 중 중징계를 받은 경찰은 82명으로 파면 12명, 해임 14명, 강등 6명, 정직 50명이다. 파면·해임 공무원은 강제 퇴직하고 각각 최대 5년, 3년간 재임용될 수 없다. 경징계인 감봉과 견책은 각각 33명, 36명이었다. ‘품위 손상’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경찰관이 82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규율 위반 44명, 금품 수수 13명, 직무 태만 11명 순이었다. 직급별로는 총경 이상 1명, 경정 12명, 경감 39명, 경위 48명 등 경위 이상 간부급 경찰이 100명에 달했다. 경찰관의 비위 행위가 끊이지 않자 지난달 경찰청은 ‘비위 예방 추진단’을 구성했다. 김수환 경찰청 차장을 단장으로 둔 추진단은 제도개선 및 공직 기강, 수사 단속 등을 담당한다. 경찰 내부적으로 비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단을 꾸린 것은 처음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연쇄 성폭행범이 이웃이라니…. 무서워서 차라리 이사하려고요.”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이모 씨(23)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이 오피스텔에 이른바 ‘수원 발바리’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입주했기 때문이다. 15년 복역 후 2022년 10월 출소해 화성시에 자리 잡았던 그가 수원시로 이사하면서 이 일대가 발칵 뒤집힌 것. 인근 주민 김모 씨(29)는 “근처에 어두운 골목도 많은데 걱정된다”고 했다.지난해 신상공개 성범죄자의 재범이 4년 새 27.9% 늘어난 1417건으로 집계되면서 상습 성범죄자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루 3.9건꼴로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셈인데,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 거처 옮길 때마다 일대가 ‘발칵’이날 박병화가 입주한 오피스텔은 입구부터 삼엄한 기운이 돌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순찰기동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입구에 순찰차를 주차해두고 일대를 순찰했다. 한 주민이 “내가 박병화와 같은 층에 사는데 같이 좀 올라가달라”고 하자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했다.이 일대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전철역과 가깝고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데다, 도보 20~30분 거리 내에 중·고등학교 10여 개가 몰려있어서 주민과 학부모의 반발이 크다. 현재 오피스텔 주민들은 박병화 퇴거를 위해 입주자 의사를 설문하고 있다. 인근 가정폭력상담소 등 여성 보호 시설 7곳과 9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24일 수원시청 앞에 모여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박병화가 2002년부터 5년간 수원시 일대에서 홀로 사는 여성 10명을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그가 출소해 수원대 후문에서 약 100m 거리인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에 입주했을 때도 ‘왜 굳이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 많은 곳으로 왔느냐’며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근처에 폐쇄회로(CC)TV 27대와 비상벨 12대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지만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이런 혼란은 성범죄자가 거처를 옮길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초등학교 2학년생을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조두순(72)도 2020년 출소 후 안산시로 전입했을 때도,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의정부시의 한 법무부 시설에 입소한다고 알려졌을 때도 주민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 하루 3.9건 재범… “감시 피해 디지털 성범죄”성범죄자 전입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저지른 재범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상등록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등록 대상이 된 사례는 지난해 1417건이었다. 2019년 1108건에서 4년 새 27.9% 증가했다.특히 성착취물이나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영상 제작·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로 재범한 사례가 2019년 213건에서 지난해 359건으로 68.5% 급증했다.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교정당국 등의 감시를 의식하면서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디지털 범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등 재범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범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결국 교정시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라며 “제시카법 등 관련 법안 마련과 함께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교도소 단계에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수원=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육군 훈련병 A 씨(21)가 군기 훈련(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훈련을 지시한 간부들이 수사를 받는다. 보건당국은 이 훈련병이 열사병으로 숨졌다고 추정했다.강원지방경찰청은 28일 군 수사당국으로부터 해당 부대 중대장과 부중대장 등 2명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사건을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검토한 후 대상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숨진 훈련병은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로 집계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23일 강원 지역에서 20대 군인 한 명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온열질환은 열사병, 열탈진 등 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됐을 때 생기는 급성질환이다.군인권센터 측은 이 훈련병의 사인을 ‘패혈성 쇼크’라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훈련병이) 병원 도착했을 무렵 열이 40.5도까지 올라갔다”며 “그러면 근육이 녹아내리기 시작해 신장 투석을 하는 거고, 결국은 신장 투석도 안 되니까 패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40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면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훈련 중 근육이 손상되면서 횡문근융해증이 함께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 등으로 근육에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 괴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생긴 독성 물질이 신부전증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앞서 23일 이 훈련병은 24kg 안팎에 달하는 무게의 군장을 메고 연병장 내 ‘선착순 달리기’를 하는 등 가혹행위에 준하는 훈련을 받은 뒤 쓰러졌다.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던 중 상태가 악화해 이틀 후인 25일 사망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경찰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만든 변호인단으로부터 병원 이탈 등에 대한 법률 자문 지원을 받고 온라인에 후기를 게시한 것으로 알려진 사직 전공의 2명을 불러 조사한다. 의협 전현직 간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수사받는 사건의 참고인 신분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다음 주에 전공의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한 명은 30일에 출석하고, 다른 한 명은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과 의료계에 따르면 이 전공의 2명은 임 회장이 꾸린 변호인단 ‘아미쿠스 메디쿠스’로부터 병원 이탈 시 행정적, 형사적 처분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한 법률 조언을 받았다. 이후 그 내용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 임 회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하거나 방조해 수련 병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로 수사받고 있는데, 해당 전공의 2명은 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참고인 성격으로 풀이된다. 의협은 해당 조사에 동석할 변호인을 지원하는 한편, 전공의에 대한 법적 처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임 회장은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할 것”이란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전공의가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단순 참고인 조사라서 피의자 전환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의협과 의협 집행부가 수사 대상이 된 것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