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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시행(내년 1월 1일)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답례품이 기부 실적을 가를 것으로 보고, 이색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답례품을 선정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10만 원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지자체는 기부액의 30% 범위 내에서 답례품을 줄 수 있다. 10만 원을 기부할 경우 최대 13만 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국민 1인당 연간 기부 한도는 500만 원이다.○ 고향에 기부하면 천하장사와 식사상당수 지자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답례품을 통해 시선을 끌고 있다. 전남 영암군은 ‘천하장사와의 식사 데이트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영암군 민속씨름단은 민속씨름대회 단체전 7회 우승 등 뛰어난 실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벌써부터 기부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는 도의 지정문화재 132호인 목사내아(牧使內衙) 숙박 체험권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고려, 조선시대 약 1000년 동안 나주로 부임했던 목사의 관저에서 하룻밤 잘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충남도는 서산, 당진, 공주 등 도내에 밀집한 천주교 성지를 활용해 ‘천주교 순례길 투어 상품권’을 준비 중이다.○ 효도-벌초-육아 상품권도 제공도시에 사는 출향인 등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답례품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경북 영천시, 경남 의령군, 전남 장성군 등은 조상 묘 벌초 대행 이용권을 제공한다. 영천시 관계자는 “출향인 기부자의 벌초 일손을 대신해 주겠다는 취지로 상품권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대리효도 상품권’을 내놨다. 바쁜 자녀를 대신해 도가 선정한 업체가 부모 집을 찾아 병원 통원을 돕거나 농기구 수리 등을 대신하는 상품권이다. 충남을 찾은 관광객이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오늘은 엄마아빠데이’ 상품권도 있다. 대전 서구는 ‘메이크업 이용권’을 나눠주기로 했다. 서구 관계자는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는 특성을 활용해 ‘성형 상품권’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정부가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해 답례품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이 홍보가 될 만한 답례품 선정에 공을 들이는 것은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판단에서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8월 3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일회성으로 화제가 되는 것보다 질 좋은 답례품을 발굴해 지속적인 기부를 유도하는 전략을 택하겠다는 지자체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색적인 것도 좋지만 기부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품질 좋은 답례품을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청권 광역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충청권 지방은행이 지역 연고 기업과 주민, 금융기관, 국내외 연기금의 출자를 받아 자본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설립 초기의 자본금 규모는 5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지역 밀착형, 관계형, 디지털 중심의 금융이 사업모델로 제시됐다. 충남도는 16일 내포신도시 충남일자리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밑그림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는 지방은행 설립의 당위성 확보와 사업 모델 발굴 등을 위해 6월부터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해 왔다. 과거 충청권에는 충청은행과 충북은행이 있었으나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퇴출됐다. 그 이후 지역 금융경제의 낙후와 지역 자금 역외유출 등의 문제점들이 나타나면서 지역은행을 재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충청권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의 10%를 넘지만 금융기관 점포 수와 수신 규모 등은 6∼8%에 불과해 지역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설립 초기 전산시스템 구축비용은 834억 원, 연간 유지관리비용은 321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설립 자본금을 5000억 원으로 설정해 본격 운영에 들어갈 경우 설립한 해에는 131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겠지만 출범 2년 차부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충청권 지방은행이 설립되면 금융거래 비용 절감 등 지역민 편익이 늘고, 금융산업 생산·부가가치와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모델로는 예금 및 대출 등 은행 고유 업무, 지역 밀착형 관계형 금융,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 지역 상생형 금융이 제시됐다. 관계형 금융은 금융기관이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점포는 인구 밀집 지역이나 산업 활동이 왕성한 10곳과 서울에 1개를 설치한 뒤 경영 안정기에 98개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지역 주민과 기업, 지방자치단체, 빅테크·핀테크 기업, 은행을 보유하지 않은 금융기관 또는 금융 그룹, 국내외 연기금 등을 출자자로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 1통장 갖기 운동, 학생 예금 유치 등 전통적인 예수금 확보 전략을 펴는 한편 지역 소상공인협회와 농공단체 입주업체 등과의 협력체계 구축,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길영식 충남도 경제실장은 “초기 자본금 확보와 은행 경영을 담당할 대주주 확보가 절실하다”며 “용역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 투자자 확보와 인가 기준에 적합한 은행 설립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종성 충남대 철학과 교수(사진)가 한국동서철학회 제33대 회장에 선임됐다. 한국동서철학회는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이 교수를 차기회장에 선임했다고 15일 밝혔다. 임기는 2024년 1월 1일부터 1년이다. 이 교수는 1999년 충남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대한철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3년 설립된 한국동서철학회는 한국 철학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내외 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인 ‘동서철학연구’를 연 4회 발간하고 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충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에듀테크 회사 투비유니콘의 ‘스쿨로직 에듀’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GS인증) 1등급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 스쿨로직 에듀는 중고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한 후 NEIS에 등록할 때 금지어와 분량, 표절률 등을 점검하는 솔루션이다. 표절비교검사를 통해 학생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의 유사성을 문장 단위로 판별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NEIS 기재 위험 문장 판별 기능은 인공지능(AI) 자연어 처리를 활용해 문장의 맥락을 분석하는데, 문장단위로 학생부 기재 가능 여부 등을 제시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해준다. 스쿨로직 에듀는 4월 에듀테크 분야를 총괄하는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으로부터 미래교육체험관의 신기술(SW) AI솔루션으로 공식 인증 받은 바 있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연말 연시를 따뜻하게 만드는 사랑과 나눔의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대전·세종·충남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집중모금 ‘희망2023 나눔캠페인’은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모금회는 앞서 1일 ‘희망2023 나눔캠페인’ 출범식과 함께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가졌다. 올해 지역별 모금 목표액은 대전 59억 3000만원, 세종 12억 8000만원, 충남 171억원 등이다. 충남에서 진행된 행사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6억 6000만원 상당의 쌀 2만 1149포, 농협중앙회 충남세종지역본부가 1억 2000만원 상당 축산물 2000박스,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가 1억원, 충남개발공사가 1억 300여만원을 기탁했다. 캠페인과 별도로 각 지역에서 나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공주시는 13일 공주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웃사랑 ‘꾸러미’ 나눔행사를 갖고 김장김치, 라면, 생필품 등 담아 관내 취약계층 100가구에 전달했다. 대전세종호남향우회연합회(회장 박정기)는 9일 유성컨벤션웨딩홀에서 노인복지시설인 ‘사랑의집‘에 쌀과 화장지 등 200만원 상당의 생활필수품을 전달했다. 정순일 사랑의 집 원장은 “때마다 잊지 않고 후원해 주셔서 사랑의 집 운영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게살기운동 청양군협의회도 노인과 소외 가정을 돕기 위한 사랑의 고추장 나눔 봉사를 전개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연잎 유래 성분인 이소퀘르시트린에서 독감 유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능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소퀘르시트린은 연잎을 비롯해 여러 천연물에도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성분으로 지카, 에볼라, 헤르페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기술응용센터 마진열 박사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포에 부착해 침투하는 단계에서 낮은 농도의 이소퀘르시트린이 이를 방해하고,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가 증식 후 배출되는 단계에서도 바이러스를 억제해 치료 효능도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잎은 그동안 항산화, 항암, 항염, 간 보호, 항비만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 박사는 “현재까지 독감 치료제는 타미플루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내성 바이러스 출현 등 부작용도 있다”며 “이번 연구 성과가 신·변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특허청은 이인실 청장(사진)이 지식재산(IP)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매니징 IP’가 뽑은 ‘지식재산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에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이 청장은 30년 이상 지식재산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로 특허청 개청 이래 첫 민간 출신이자 최초의 여성 특허청장이다. 매니징 IP는 “이 청장이 프랑스와 특허심사 하이웨이, 영국과 포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국제협력 활동을 활발히 수행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 및 창업가 등을 위한 디지털 학습 콘텐츠 ‘IP 파노라마 2.0’을 개발해 출시하는 등 취임 이래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에 이어 충남도 정부가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해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아직은 시기상조란 입장이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5일 오전 충남 홍성군 도청에서 간부회의를 갖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점을 방역당국에 전달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적극 검토하도록 요청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 지사는 “최근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미국과 유럽 등 6개국을 방문했는데 (실내외 모두) 마스크를 쓰는 사례를 보지 못했고 의무화돼 있지도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충남도는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실내 마스크 효과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외국 상황도 조사할 계획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준수를 명령할 수 있고, 해제 권한 역시 시도지사에게 있다. 전국 시도 중 처음으로 실내 마스크 해제 방침을 밝힌 이장우 대전시장도 5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방역당국과 협의하겠지만,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내년 1월 1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국무총리)과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지자체장)을 지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당장 마스크를 벗으면 중환자와 사망자가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위원장은 마스크 해제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고령층 개량 백신 접종률 50% 달성을 꼽았는데, 이날 0시 기준으로 60세 이상의 개량 백신 접종률은 22%에 불과하다. 다만 방역당국이 당초 예정보다 일찍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절대로’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기보다 중대본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기 전 지자체가 독자 행동을 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했다. 중대본은 15, 26일 공개토론회를 열고 방역지침 완화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과학의 측면에서 봤을 때, 우주와 생명의 세계는 전자, 양성자, 광자의 무한한 상호작용이다.” 과학문화운동가 박문호 박사는 4일 “그동안의 과학 연구와 경연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이들 3가지 주인공과 ‘결정적 지식’이 바탕이 된 빅히스토리 강연을 통해 과학 공부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빅히스토리(Big History)는 기술의 관점을 우주와 지구, 생명까지 확대한 통합 학문적 역사를 말한다. 6월 ‘박문호의 빅히스토리 공부’를 펴내 주요 서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린 그는 “빅히스토리에 대한 간명한 접근은 방대해 보이는 과학 공부의 관문 앞에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뇌과학자이면서 학습공동체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박자세)을 이끄는 박 박사는 우리 사회의 과학수준을 교양과학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대중의 과학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워왔다. 그는 자신이 재직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책 출간 후 첫 빅히스토리 강연을 통해 새로운 과학공부 접근법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ETRI 커뮤니티 ‘프로젝트#60’이 내달 이 책에 대한 네 차례 강연을 추진 중이다. 박 박사의 각종 과학 강연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많은 석·박사 연구원들에게도 인기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대중에게 최신 과학 논문과 서적에 소개된 다양한 과학 지식과 이론을 전하는 그는 종이신문 3개를 하루도 빠짐없이 읽고, 시간 날 때마다 시와 수필을 즐긴다. 박 박사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ETRI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수많은 자연과학 서적을 섭렵해 뇌과학, 우주론, 지질학 강연과 저술을 해왔다. 새로운 과학공부 접근법을 강조하는 박 박사를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대전 유성구 신성동 자택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이제 세계를 간명하게 설명하자 ― 별들의 탄생, 생명의 발현, 문명의 탄생, 문화의 발달 등 복잡다기하고 광대하며 장구한 우주를 겨우 3가지 요소로 해명할 수 있다는 건가. “에둘러 가지 않겠다. 전자, 양성자, 광자는 자연을 구성하는 입자이다. 우주의 시작에서 지구와 생명의 탄생,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 인간 의식의 출현에 이르는 자연 현상의 유장한 역사가 이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다. ― 언어도 그 상호작용의 결과인가. “빅뱅 후 양자 확률의 거품 같은 시간을 통과한 후 우주가 급팽창한 것도, 이 후 별이 탄생하고, 은하가 형성되고, 행성이 만들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생명 현상은 별빛을 구성하는 광자가 전자에 흡수되고 양성자를 세포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고 20억 년 전 3000종류의 새로운 광물이 출현하고 약 7억 년 전 다세포 생명이 나타났다. 2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해 언어라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 것 역시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의 무한한 중첩이 만들어낸 결과다.” ― 누가 빅히스토리의 주인공을 3가지로 규정했나. “10여 년 전 읽은 리처드 파인만의 책에서 그가 이들 3가지 요소를 언급했다. 하지만 한 문장 정도의 간략한 언급이었다. 나는 그 이후 이를 우주와 세계를 보는 근본 원리로 발전시켜 강의하고 글을 써왔다. 그 결과 이제 전자, 광자, 양성자의 상호작용을 우주 그 자체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어떤 과학자도 다 동의할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 과학 공부, ‘결정적 지식’으로 시작하라 ― 과학을 공부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과학 지식과 이론의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워 한다. “과학에 대해 새롭게 공부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고 과학에 대한 정보가 빠른 속도로 쏟아진다. 하지만 그렇게 복잡하고 다양해 보이는 과학 지식도 한 발만 안으로 들어가면 다 동일한 모듈의 무한 반복이고 결합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결정적 지식의 습득이다.” ― 단편적 지식에 매달리지 말란 말인가. “지식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파편적 과학 지식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결정적 지식이야말로 과학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걸 잡고 나아가야 한다. 결정적 지식을 습득하면 과학 공부의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지식을 가속적으로 습득하는 흐름만 타면 된다.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 일은 결정적 지식을 제시해 학습자들이 톨게이트로 들어가게 하는 일이다.” ― 결정적 지식이란 뭔가. “이를 테면 주기율표 같은 것이다. 이는 물리학, 화학, 지질학, 세포생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사용된다. 결정적 지식은 많은 지식을 파생시키고 많은 질문을 유도해낸다. 학문 전체의 구조를 알게 해준다. 다행스럽게도 자연과학 각 분야의 결정 지식은 다섯 개씩을 넘지 않는다. 전에 ‘생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저술하면서 결정적 지식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번에 내놓은 빅히스토리는 어느 것이 결정적 지식인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결정적 지식을 익히고 난 다음에는…. “항상 강조하지만 공부는 반복이고 암기다. 새로운 학문 분야를 공부한다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에 익숙해지려면 반복이 필요하다. 새로운 용어나 개념은 반복해서 읽고 쓰면 점차 쉬워진다. 기초가 단단해지면 지식에 가속도가 붙는다.” ● 이제 교양과학을 넘어설 때다 ― 빌 게이츠의 지원으로 빅히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빅히스토리 관련 서적의 판매량은 그 나라의 과학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책은 여러 사람이 쓰면 통일성과 연관성을 잃기 쉽다.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과학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나는 10년 이상 강의하고 저술해온 우주론과 지질학, 생명공학, 뇌과학의 통찰을 바탕으로 빅히스토리를 썼다. 우주, 지구, 생명, 인간 4개 분야의 결정적 지식을 파트별로 10가지씩 선별해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 책이 좀 어렵다고 한다. “고교생 및 대학생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했다. 어른들이 자연과학에 입문하면서 짧은 시간에 전체 그림에 접근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양과학서 수준으로 쉽게 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타협하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과학을 말랑하게 소개하는 ‘과학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 수준을 높이 끌어올리는 ‘대중의 과학화’다.” ● 자연과학에는 심판관 ‘자연’이 있다 ― 자연과학적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른 학문과는 달리 자연과학에는 진실을 가려주는 최후의 심판관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자연과학은 자연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주목한다. 자연과학은 아무리 판타스틱한 이론이라도 자연이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아낌없이 버린다.” ― 우리의 과학 독서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과학책이 많이 출판됐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교양과학을 넘어서는 수준 있는 과학책이 10만 부 이상 팔리지 않는 나라다. 우주에 관한 외국인 저작 가운데 스테디셀러가 있는데 40년 전 출간된 것이다. 그 이후 천문학에 대한 지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 책이 아직도 히트인 것은 우리 과학 독서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 빅히스토리에서 경영 직관도 얻으라― 빅히스토리가 근본적 미래 전략에 시사점을 주나.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의 유명한 말이 있다. ‘만약 당신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과 파이를 만들려고 한다면 먼저 우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파이 한 조각을 만들어 내기에 앞서 우주가 먼저 출현해야 한다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우주한테 물어봐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의식은 분자의 패턴의 변화일 뿐이다. 인간 의식의 진화는 우주 진화의 한 부분이다. 빅히스토리를 알지 못하면 인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도 말하기 어렵다. 경영자들이 뭔가 전체에 대한 직관(intuition)을 얻고 싶다면 우리의 의식을 만들어낸 우주의 진화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지구라는 행성이 어디로 갈 것인지, 생명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호모사피엔스가 어떤 상황을 맞이할 것인지 짐작을 할 수 있다.” ● 신문과 시를 읽어라 ― 매일 3개의 종이신문을 읽는다. “신문은 매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경북 울진군 후포라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여유 있는 친구가 어린이신문을 구독해 빌려봤다. 중학교 때부터 성인 신문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 때 머리가 열리는 경험을 했다. 지금은 동아일보를 포함해 3가지 신문을 매일 읽고 있다.” ― 신문을 빅데이터 라고 하는데…. “신문은 현시대를 읽는 종합적인 맵(지도)을 제시해 주는데, 그런 점에서 빅데이터다. 편집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종이신문을 권한다. 과학자로 과학문화운동가로서 책이나 논문 등을 많이 읽는데 신문은 그런 길고 어려운 글을 현시점의 시사성에 연결해준다. 매일 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읽는다.” ― 시를 즐겨 읽는다. “시는 의미는 숨기고 이미지를 드러낸다(not saying, just showing). 논리적이고 이지적인 것을 이미지로 승화해준다. 언어적 사고는 논리체계를 만들어 비행선을 우주까지 보내는 역할을 했다. 이미지를 쓰는 시각적 사고는 창의성의 근본이다. 아인슈타인이 모든 물리학을 기하학으로 바꿔놓고 싶다고 한 말이나 복잡한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한 ‘파인만의 도형’은 이미지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과학자들이 과학적 성과를 대중에게 전달할 때 시적 이미지를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시(시장 이장우)가 방역당국이 이달 내로 실내 마스크 해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행정명령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달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정부의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으로 의견 차를 드러낸 건 처음인데,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전시 관계자는 “식당, 카페 등에서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고, 아동의 정서·언어·사회성 발달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준수를 명령할 수 있고, 해제 권한 역시 시·도지사에게 있다. 방역당국은 재유행이 확연하게 꺾이기 전까지는 해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대전시와 만나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를 풀지 않도록 설득할 방침”이라며 “이달 중순경 대토론회를 열어 국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보름 안양대 신학연구소 HK연구교수의 다산 정약용 관련 논문이 충남대 유학연구소가 제정한 제1회 지산철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연구소는 1일 충남대 인문대학에서 논문 ‘다산 정약용의『상서고훈』, 저술과 개정 과정 연구-필사본의 검토를 중심으로’를 쓴 김 교수에게 지산철학상을 시상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지난해 8월 간행된 ‘유학연구’ 56집에 실렸다. 김세정 충남대유학연구소장은 “지난해 유학연구에 게재된 논문 43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인 결과, 김 교수의 논문이 상서고훈의 성립과 개정 과정을 규명하고 그 의의를 살피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산철학상은 유학연구소 초대소장이었던 고 지산 김길락 교수 유족의 출연으로 올해 2월 제정됐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지난달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보협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및 고용노동부 후원의 ‘2022년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관리원은 이날 시상식에서 SNS 부문 ‘국회 미래정책연구회 대표의원상’을 수상했다. 국민 중심의 협업형 홍보 활동으로 ESG경영 실천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 받았다. 관리원은 또 2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한국광고PR실학회 주최로 열리는 ‘2022년 올해의 광고PR상 공모전’서도 공공기관 PR부문 금상을 수상해 겹경사를 맞았다. 류광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장은 “수목원 축제와 설명회, 식물소개 등 국민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만들어왔다“면서 “앞으로도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충남도는 산림청 주관 ‘학교숲 조성사업 우수사례 선발’에서 우수상과 장려상을 수상했다고 20일 밝혔다. 도는 학교숲 조성사업을 추진한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모든 분야에서 상을 수상하면서 녹지조경 분야 조성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조성 분야에서는 공주시 공주교대 부설초가 다양한 식재와 우수한 입체적 공간 활용 등을 높게 평가받아 우수상을 차지했다. 활용·관리 분야에서는 부여군 한국식품마이스터고가 양호한 관리상태, 학교 구성원들의 높은 참여도가 인정돼 장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학교숲 조성사업은 학교의 유휴지를 활용해 숲을 조성함으로써 학생들에게는 정서 함양 기회 및 자연학습장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휴게 공간을 제공하는 유익한 사업이다. 도는 내년에도 천안시 등 11개 시군 23곳에 학교숲을 조성할 계획이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반려 식물과 동물과 인간은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할까. 반려 동식물과의 공존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사가 국립세종수목원에서 펼쳐진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19일부터 내년 3월 26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 중앙홀에서 기획전 ‘공존’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부제는 ‘반려식물과 반려동물의 동행’이다. 기획전은 정원문화 확산과 반려식물 대중화를 위해 마련됐다. 반려 동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꼭 필요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예컨대 백합은 아름다운 꽃이지만 독성 물질이 있어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고양이가 백합을 섭취할 경우 설사, 탈수, 식욕 결핍 등이 생길 수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전시를 통해 대표적인 독성 반려식물 15종과 안전 반려식물 15종을 소개한다. 이들 식물과 반려견·반려묘가 공존할 방안을 제시한다. 전시 공간에는 애니메이션존과 포토존 등도 마련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박원순 전시운영실장은 “반려 동식물을 키우는 분들이 안전하고 즐겁고 행복한 공존의 정보를 얻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도가 육군사관학교를 충남(논산)으로 유치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에 나섰다. 도는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육사 충남 이전·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육사 충남 이전 추진 방안과 로드맵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충남도와 홍문표 국회의원 등이 공동 주관했으며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범도민추진위원회, 지역 국회의원, 관계 공무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조발제와 종합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세영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국방인재 육성 새로운 100년을 여는 길, 육사 이전이 답이다’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섰다. 이 교수는 육사 논산 이전의 당위성으로 대통령 공약사항 등 15가지를 꼽았다. 이 밖에 △국가 균형발전 △전시 교육기능 유지 △국방분야 융합적 교육 여건 확보 △통합·연합작전 능력 배양 △미래형 장교 양성 교육 여건 획기적 개선 △대도시 지역 회피를 들었다. 또 △호국·통일 대비 상징성 △사통팔달 최상의 접근성 △최상의 현장학습 여건 △위탁교육 최적지 △수려한 자연경관 및 풍부한 녹지 자원 △친군 정서 △국방 관련 기관 성공 유치 경험 △도의 국방 특성화 비전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육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논산을 국방혁신도시로 지정하고 국방산업밸리를 조성하며 정주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육사 이전은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 차원이 아니라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비한 대한민국 국방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라며 “대통령 공약대로 육사를 조기 이전해 국가 균형발전은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싸워 이길 수 있는 과학기술 강군 육성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육사 이전 반대 단체 회원들의 반발로 파행을 빚기도 했다. ‘노원구 육사 이전 반대 구국동지회’ 회원 150여 명이 토론장에 들어와 강력하게 반발한 것. 도는 이들의 반발로 행사가 지연되자 개회식 등 1부 행사를 생략하고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김 지사는 토론회 파행 후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육사 이전 문제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육사 이전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이전 과정에서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이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일부에선 육사 터가 국군의 성지라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강제구 소령 동상, 육사기념탑, 육군박물관을 개방해 국민들이 기리게 하는 것이 보다 좋은 성지화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육사 사관생도들이 노후한 시설과 아파트에 둘러싸여 사격훈련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안보위기 아니냐”면서 “육사를 서울에 남겨야만 한다는 주장은 지역 이기주의이자 국방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집단이기주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공기방울 군집(群集) 형상이 인쇄 용지에 나타났어요. 컴퓨터 프로그래밍 잘못에 따른 예기치 않은 결과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인생의 실수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죠.” 드론 전문가인 이덕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가 30여년 전 에어포일(비행기 날개) 주변의 바람의 흐름을 관찰하는 연구의 기억을 되살려 ‘생명의 파동’이라는 예술작품을 창작했다. KAIST MR(Microrobot Research) 동아리 권진, 정명우, 최진혁 씨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시민큐레이터 전시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1~16일에 서울혁신파크 내 SeMA 창고에서 열리는 ‘나의 첫 창작일지’전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시작해 항공기 제트엔진, 헬리콥터 공력음향학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 헬리콥터 학회 부회장에 선출됐고, 현재 도심항공모빌리티산업기술연구조합 이사를 맡고 있다.‘생명의 파동’은 철제 책상 위에 대형 아크릴 수조를 얹은 형태다. 아크릴 수조 내에는 부드럽게 진동을 일으켜 물 표면에 파동을 만드는 장치가 설치됐다. 그 파동은 투명한 아크릴에 투사돼 전시실 바닥에서도 파동이 일어나는 듯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초반의 연구 과정이 모티브가 됐다. 에어포일 주변 바람의 흐름을 컴퓨터로 관찰한 뒤 분석을 위해 그 결과를 프린터로 인쇄했는데, 정작 있어야 할 바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난데없이 일정한 패턴의 공기방울 군집 형상이 나타났다.“공기방울 형상은 비록 컴퓨터 프로그래밍 잘못에 따른 것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그 감동의 기억을 구현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 해군연구소, KAIST의 관련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가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당시의 공기방울 형상이 각인됐던 것은 삶에서 빚어지는 실수도 나중에는 아름다운 인생 전체를 구성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며 “KAIST가 실패연구소를 만든 취지도 그렇거니와 실수나 실패는 노벨상 뿐 아니라 성공적인 인생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나의 창작일지’ 전에는 이 교수를 포함해 각기 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미술작가의 꿈을 간직했던 시민 5명의 시각예술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생계를 위한 바쁜 삶에 매달려야 했던 청년사업가, 일찍 세상을 떠난 화가 시동생의 작품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교사, 나중에서야 아버지의 진짜 사랑을 확인한 뮤지션, 자신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순간들을 나누고 싶었던 심리상담 전문가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100일간 멘토 작가 및 기획자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생애 첫 예술작품을 완성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충남 충북 세종 등 충청권 4대 광역자치단체가 2027년 하계 유니버시아드(세계대학경기대회·World University Games)를 공동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은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총회에서 2027년 유니버시아드 개최지로 충청권 4개 시도를 확정했다. 22명의 집행위원 현장 투표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제쳤는데,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마이클 조던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한 강력한 경쟁 도시였기 때문에 예상을 뒤엎은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4개 시도는 유치위원회를 조직위원회로 바꾸고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나선다. 국내에서 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것은 1997년 무주 동계와 2003년 대구 하계, 2015년 광주 하계에 이어 네 번째다.○ 2027년 8월, 150개국 1만5000명 참가 2027년 8월 열릴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150개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 1만5000여 명이 참가해 12일 동안 열띤 경합을 벌인다. 육상과 농구 등 18개 종목으로 대전 4곳, 충남 12곳, 충북 11곳, 세종 3곳 등 30곳의 경기장에서 분산 개최된다. 개회식은 대전에서, 폐회식은 세종에서 열린다. 대전은 유성구 학하동 일원에 종합운동장과 다목적체육관 등 서남부 종합스포츠타운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 세종엔 2만5000석 규모의 종합운동장이 건립된다. 주 선수촌은 세종에 두고, 충북 충주와 충남 보령에 보조 선수촌이 마련된다. 원활한 취재 지원을 위해 미디어센터는 4개 지역에 모두 설치된다. 충청권은 대회 유치를 위해 2020년 7월 공동유치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 6월 대한체육회로부터 국내 유치 신청 도시로 선정됐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로부터 유치 계획을 승인받고 지난해 9월 주최 측인 집행위원회에 의향서를 제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4개 광역단체장 일제히 브뤼셀로 대회 유치를 위해 충청권에서는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최민호 세종시장 등 4개 시도지사가 일제히 브뤼셀로 향했다. 시도의회 의장단 4명을 포함해 체육회장단, 조용만 문체부 2차관 등 대표단만 80명에 달했다. 이들은 10일부터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최종 유치전을 벌였다. 프레젠테이션에선 △충청권이 간직한 비전 △메가시티 청사진 △교육·문화, IT·기술, 환경 보전, 지속 가능성, 저비용·고효율 대회 개최 등 충청권의 강점과 주요 콘셉트를 설명해 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또 개발도상국 참가 선수 등에게 참가비 혜택을 일부 제공하고 모든 참가국의 안전하고 원활한 출입국을 지원하겠다는 점도 부각했다. 충청권은 4개 시도가 공동 개최하면서 비용을 분담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고루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해 2조7289억 원, 취업 유발은 1만499명으로 예상했다. 충청권은 내년 상반기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무원, 체육회,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등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 유치에 나선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지 결정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10일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충청권 공동유치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북 충남 4개 광역단체장을 대표로 하는 공동대표단이 이날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총회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출국했다. 공동대표단은 이 단체장들과 4개 시도 의회 의장, 체육회장,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기자단, 유치위원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됐다. 공동대표단은 개최지가 발표되는 12일(현지 시간)까지 충청권의 대회 유치 당위성과 인프라 등을 알리는 등 대회 유치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FISU는 12일 브뤼셀의 슈타이겐베르거 윌처스 호텔에서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지를 가리는 총회를 연다. 2파전으로 진행되는 이날 총회에선 대한민국 충청권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가 각각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22명의 집행위원이 자체 심의와 투표를 통해 개최지를 최종 선정한다. 개최 도시 발표는 12일 오후 8시 30분경(현지 시간 12일 낮 12시 30분경)으로 예상된다. 충청권 공동유치위 김윤석 사무총장은 “‘다음은 없다’라는 마음으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라며 “충청권의 노력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염원을 집행위원들이 알아본다면 대회 유치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FISU는 세계 대학생들 간의 우호와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2년마다 하계(10일간)와 동계(7일간)로 나눠 이 대회를 연다. 대회 때마다 150여 개국, 1만50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해 스포츠를 통한 교육과 문화 발전을 추구한다. 195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제1회 대회가 열렸으며, 국내에서는 광주가 2015년 제28회 대회를 개최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2027년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를 공동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9월 FISU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후 올해 1월 최종 후보도시로 선정돼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특허청은 반도체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분야 우수특허에 대한 연구개발 전략(IP-R&D)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8일 밝혔다. 특허청은 1년 이상 지난 과제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연구개발 방향 점검과 권리를 보강하는 전략을 올해 말까지 지원한다. 후속 진단 필요성과 기대효과 등을 평가해 파워큐브세미(전력반도체)와 윤성에프앤씨(배터리 장비) 등 22개 중소·중견기업과 연세대 산학협력단(전장용 MLCC 소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수소 이차전지) 등 8개 대학·공공연구기관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김명섭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후속 진단 특허기반 연구개발 전략을 통해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특허 관점의 기술혁신을 끝까지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14일 대전 유성구 호텔ICC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취·창업 페스티벌’을 연다고 8일 밝혔다.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소재, 시스템반도체, 가속기 분야 예비구직자와 지역 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유망 기업 15곳과 현장 면접을 볼 기회를 제공한다. 창업보육 전문가들이 예비 창업자에게 상담해주는 부스도 운영된다. 강병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연구개발 분야 맞춤형 일자리를 알선하고, 제공되는 정보를 토대로 구인·구직·예비창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