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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최대주주가 된 하이브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진 후보 명단을 공개했다. 하이브 측이 새로운 이사진을 제안함에 따라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에스엠 현 경영진과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는 15일 오후 10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무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 등 3명을 사내이사 후보로 지정한 주주제안을 에스엠에 보냈다. 하이브가 추천한 사내이사 3명은 모두 하이브 고위직이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이니셔티브 한국대표를 지정했다.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파트너, 비상임감사 후보로는 최규담 공인회계사를 추천했다. 하이브는 에스엠 현 경영진은 후보군에서 배제했다. 일각에서는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탄생시킨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이 추천될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음악인이나 프로듀서 출신도 제외됐다. 경영, 법률, 행정 전문가 등을 추천함으로써 에스엠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합리적으로 경영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이번 주총에서 에스엠 현 경영진과 이사회 장악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에스엠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 12만 원을 훌쩍 넘긴 13만1900원까지 치솟았다. 한 ‘기타법인’이 주식 65만 주(2.73%)를 순매수한 가운데 카카오가 하이브에 맞서 주식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경제 전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방대한 양의 텍스트 정보를 취합해 ‘숫자’로는 표현되지 않는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범석 한국은행 거시모형팀 과장은 16일 발표한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산업 모니터링: 증권사 리포트 텍스트 분석’ 보고서에서 “챗GPT 등 최근의 자연어처리 기술은 텍스트 분석 기술이 경제분석 자동화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과장은 2019∼2022년 증권사가 발간한 기업 분석보고서 12만8000건을 입수해 보고서 내 숫자 정보는 모두 제거한 뒤 텍스트에 담긴 정성적 정보를 자연어처리 기법을 활용해 분석했다. 증권사 보고서 텍스트 분석을 통해 기업 업황을 산업별로 추정한 ‘텍스트 업황 지수’는 국내총생산(GDP),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거시경제 지표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과장은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텍스트 정보에 숫자가 전달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보가 반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텍스트 분석을 통해 산업별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금리 등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를 정량화할 수 있다. 서 과장은 “텍스트는 정보를 주고받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며 전달하는 정보의 범위에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텍스트 분석 기술은 경제 분야에서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어 “방대한 양의 텍스트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취합할 수 있다면 기업 정보의 1차 생산자인 애널리스트들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취합할 수 있고, 이는 정보의 2차 가공자인 경제 분석 연구자들의 업무 효율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데이터 특성상 오류가 많이 포함될 수 있고, 저자의 선입견 등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부분으로 꼽았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최대주주가 된 하이브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진 후보 명단을 공개했다. 하이브 측이 새로운 이사진을 제안함에 따라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에스엠 현 경영진과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이브는 15일 오후 10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무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 등 3명을 사내이사 후보로 지정한 주주제안을 에스엠에 보냈다. 하이브가 추천한 사내이사 3명은 모두 하이브 고위직이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이니셔티브 한국대표를 지정했다.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파트너, 비상임감사 후보로는 공인회계사인 최규담을 추천했다. 하이브는 에스엠 현 경영진은 후보군에서 배제했다. 일각에서는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탄생시킨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이 추천될 것이라 예측됐지만 음악인이나 프로듀서 출신도 제외됐다. 경영, 법률, 행정전문가 등을 추천함으로써 에스엠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합리적으로 경영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에스엠 고유의 색채를 존중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킴과 동시에 내부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미래 인재를 양성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만 에스엠 창업주의 보유 지분 14.8%를 확보한 하이브는 이번 주총에서 에스엠 현 경영진과 이사회 장악을 두고 힘 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주제안에 포함되지 않은 에스엠 새 대표와 이사회 의장은 주총 이후 꾸려질 이사회 첫 안건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더디게 내려가며 고물가 장기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6.4%로 시장 예상치(6.2%)보다 높았고, 전월 대비 상승률은 0.5%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연준이 3월, 5월, 6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오전 기준 선물금리 거래로 기준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연준이 금리를 올릴 확률이 52.2%까지 올라 동결하거나 내릴 가능성을 상회했다. 현재 미 기준금리 4.5∼4.75%에서 6월에 5.25∼5.5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연준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5.0∼5.25%를 상회하는 수치다. 시장은 이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당시 3월을 인상 종료 시점으로 봤다가 3일 미 ‘고용 폭발’ 지표 발표 이후 5월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이날 미 고물가 장기화 우려로 종료 시점 관측이 6월까지 밀려난 것이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한 대학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뉴욕 은행협회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에 이날 국채 금리는 일제히 뛰었다. 6개월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5%를 돌파했고,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6%를 넘어섰다. 한국 시장도 출렁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8원 오른 1282.2원에 마감하며 연고점을 찍었다.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37.74포인트(1.53%) 내린 2,427.90에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선 연준의 2% 물가 목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함마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미 물가상승률이 3∼4% 수준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2%를 약속한 연준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은 목표를 3%로 설정했어야 했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경기 침체 리스크도 낮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해 297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의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KIC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IC의 연간 총 수익률은 지난해 ―14.36%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7.53%) 이후 가장 저조한 수익률이다.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각각 ―19.27%, ―16.65%로 모두 부진했으며 대체투자 부문 수익으로 손실 폭을 일부 만회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안전자산인 채권이 이를 방어하는 효과가 있지만 지난해에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벤치마크인 글로벌 주식지수(MSCI 전 세계 지수)와 글로벌 채권지수(블룸버그 바클레이즈 지수)도 각각 ―19.8%, ―16.2% 떨어졌다. 실제로 다른 국부펀드와 연기금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의 수익률은 ―14.1%로 1644억 달러(약 211조 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 손실을 냈다. 네덜란드 연기금(ABP)은 ―17.6%로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KIC 관계자는 “올해는 고금리에 따른 채권 이자수익 확대, 주식시장 회복 국면에서의 주식 저가 매수 등 적극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수익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2만 원을 넘어섰다. 공개매수 기간이 2주가량 남았지만 하이브의 지분 인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스엠은 전날 대비 4.97% 오른 12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은 장중 한때 12만7900원까지 올랐다. 하이브는 10일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확보한 데 이어 에스엠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주당 12만 원에 지분 25%를 공개매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주가가 12만 원을 돌파하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 소액주주들이 시가보다 낮은 12만 원에 하이브에 주식을 넘길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에스엠 주가가 5% 가까이 오른 데는 ‘CJ그룹의 인수전 참여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J 측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시장에서는 CJ도 인수전에 참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CJ와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을 최대 19.9%까지 유상증자나 공개매수로 확보하고,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KB자산운용 등 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사들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2만 원을 넘어섰다. 공개매수 기간이 2주 가량 남았지만 하이브의 지분 인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스엠은 전날 대비 4.97% 오른 12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은 장중 한 때 12만7900원까지 올랐다. 하이브는 10일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확보한 데 이어 에스엠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주당 12만 원에 지분 25%를 공개매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주가가 12만 원을 돌파하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확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 소액주주들이 시가보다 낮은 12만 원에 하이브에 주식을 넘길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에스엠 지분을 1.1%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앞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에스엠 주가가 5% 가까이 오른 데는 ‘CJ그룹의 인수전 참여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J 측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시장에서는 CJ도 인수전에 참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CJ와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을 최대 19.9%까지 유상증자나 공개매수로 확보하고, 우호세력인 분류되는 KB자산운용 등 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사들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카카오에 이어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에스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달아오른 가운데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도 조명을 받고 있다. 에스엠 ‘지분 1%’ 남짓을 보유한 얼라인이 바로 에스엠 지분전쟁의 불씨를 댕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출범한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에스엠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개인회사(라이크기획)와의 내부거래 등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얼라인이 소액 주주들의 지지를 등에 업자 결국 에스엠 경영진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결하고 지난달 ‘에스엠 3.0’을 발표하며 이수만 전 총괄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하지만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보유지분 14.8%를 전격 인수해 에스엠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이창환 얼라인 대표(사진)가 그리던 목표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대표는 1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 경영진이 발표한 ‘에스엠 3.0’ 멀티프로듀싱 전략이 실행된다면 3년 내에 영업이익이 3배로 늘고 주가는 30만 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 본다”라며 “다만 하이브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진을 갈아치우면 실적 전망도 바뀔 것”이라고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하이브는 3월 1일까지 에스엠 보통주 25%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한다. 공개매수 가격을 두고도 이 대표는 “12만 원은 너무 낮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100%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책정한 에스엠 공개 매수 가격은 시가 대비 약 2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 대표는 향후 카카오의 반격도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이 전 총괄이 에스엠을 상대로 낸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카카오가 공개 매수 등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카카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하이브에 지분 9%, 약 2000억 원을 주는 셈”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얼라인의 ‘엑시트’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날 에스엠 주가는 전날보다 800원 오른 11만6800원으로 마감, 얼라인의 에스엠 평균 매입 단가로 추정되는 6만5000원과 비교하면 약 80% 올랐다. 이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지분을 팔고 나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이를 부인했다. 에스엠 경영진은 3월 정기 주총에서 이 대표를 등기이사인 기타 비상무이사로 추천할 예정이었다. 다만 이 대표는 하이브가 에스엠을 최종 인수할 경우 지분 매각 가능성은 열어두는 등의 여지를 남겼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유망 해외자원개발펀드로 꼽히며 출시 당시 1조 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던 ‘패러렐 유전펀드’의 만기가 올해 3월로 다가왔지만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어 환매 시점을 2년 연장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인 미국 텍사스 유전 매장량을 애초에 잘못 추정한 데다 유가 전망도 어긋나면서 대규모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결국 운용사는 펀드를 보증한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에 수천억 원의 보험금을 청구해 펀드 청산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가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이 고위험·대규모 해외자원개발펀드 사업을 보증한 탓에 국민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자원개발펀드 손실에 혈세 6000억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8일 운용 중인 ‘패러렐 유전펀드’ 관련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환매 시점을 최대 2025년 3월 말까지 연기하는 내용의 안건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육상 유전에 투자하는 ‘패러렐 유전펀드’는 중도에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공모펀드다. 배당소득을 분리 과세하는 데다 운용사와 판매사들이 연평균 11%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2013년 공모 당시 4000억 원 모집에 청약금 9416억 원이 몰렸다. 하지만 패러렐 유전의 추정 매장량과 생산량이 줄면서 지난해 말 기준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142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도 향후 펀드 지분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3900만 달러(약 498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관계자는 “3월 말 손실이 확정되면 곧바로 무보에 보험금을 청구하고 펀드를 조기에 청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금이 지급되면 투자자들은 원금의 85%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무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진행한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 사업 9건 가운데 4건에서 손실이 발생해 이미 3억2230만 달러(약 4115억 원)를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여기에 손실이 확정적인 ‘패러렐 유전펀드’에도 최대 1억4600만 달러(약 1864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해외자원개발펀드 손실에 최대 6000억 원 상당의 혈세가 빠져나가게 된 셈이다. 홍 의원은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이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펀드 보증 사업이 이뤄진 탓에 수천억 원의 세금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무보의 보험금 창구인 투자위험보증계정 잔액은 6억3600만 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올해 투자위험보증 예산 1391억 원을 편성했지만 손실이 더 커질 경우 이걸로는 부족해 예비비를 추가 편성해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해외자원개발 자체는 정권 관계없이 지속해야”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자 2006년 11월에 도입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제도가 활성화됐지만 정권이 바뀐 뒤 자원외교가 ‘적폐’로 낙인찍히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해외자원개발사업비의 최대 30%까지 지원하는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사업 예산은 2008년 4260억 원에서 2021년 349억 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예산은 1754억 원이지만 투자위험보증사업(1391억 원)을 제외한 융자지원액은 363억 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줄줄이 발생한 만큼 사업성 검토 능력은 고도화되어야겠지만, 해외자원개발 지원 사업 자체는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한국도 일본처럼 국제유가 수준이나 정권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일선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줄 스튜어드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에 대한 스튜어드십을 언급하자 국민연금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KT, 포스코 등 명확한 대주주가 없는 회사들의 임원 선임 과정에서 스튜어드십코드 준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과거부터 내왔다. 영어로 ‘집사’라는 뜻의 ‘스튜어드십(stewardship)’은 큰 저택에서 주인 대신 집안일을 도맡는 집사처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경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행동 지침이다. 기업경영 감시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과도한 스튜어드십 행사가 민간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국민연금을 둘러싼 ‘관치’,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국민연금에 따라붙던 꼬리표는 과거엔 ‘주총 거수기’였다. 우량기업의 1, 2대 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으면서 주주총회에서는 존재감 없이 찬성표만 던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오명을 벗기 위해 국민연금은 2018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 강화에 나섰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인 2017년 12.9%에 그쳤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도입 이후 2018년 18.8%, 2019년 19.1%로 높아졌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을 감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그럴듯해 보인다. 문제는 현실에서 그 감시가 제대로 ‘독립적’으로 이뤄지느냐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은 탈피했지만 국민연금은 ‘연금 관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경영진 교체 시도와 정부 눈치보기식 의결권 행사가 이어진 결과다.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920조 원에 달한다. 기업들에 미치는 입김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국민연금을 통한 윤 정부의 인사 개입 우려가 일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단독 추천했지만 국민연금은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이어 윤 대통령까지 스튜어드십을 강조하자 KT는 결국 공개모집을 통해 후보자군을 새로 구성하겠다고 9일 발표했다. KT는 지난해 연 매출이 1998년 상장 이후 처음 25조 원을 넘어서는 등 2020년 구 대표 취임 이후 괄목할 만한 경영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절차적 문제를 내세워 인사에 제동을 건 국민연금의 ‘본의’가 투명성 강화보다는 전 정권 시절 임명된 구 대표의 연임 저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 리스크가 부각되며 KT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3만8000원대에 달했으나 최근 3만3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KT뿐만 아니라 윤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도 모두 연임 없이 새 수장으로 교체됐다. 문재인 정부 때 선임된 최정우 포스코 회장, 내년 임기가 마무리되는 백복인 KT&G 사장 등이 국민연금의 다음 ‘물갈이 인사’ 타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포스코는 최 회장 이전 회장 8명 중 임기를 채우고 퇴임한 인물이 없을 정도로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수난사를 겪었다. ●“기금위, 정부로부터 구조적 독립 이뤄야”‘연금 관치’ 논란 속에 국민연금의 구조적 한계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당연직 위원은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4개 정부 부처 차관들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맡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9명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주주권 행사 전담 자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신설했지만 이 역시도 복지부가 각계 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원회를 구성하는 기금위 산하 조직이다.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금운용과 의결권 행사를 정부와 독립된 조직에 맡기고 국민연금은 본연의 업무인 전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금운용과 주주권 행사는 자본시장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려선 안 된다”며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처럼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거나 기금운용을 100%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그들이 독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노후자금 수익성을 보장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며 “이사 선임 등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의사결정 시 정치 논리보다는 기업 실적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13일 국내 위탁운용사 30여 곳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이번 설명회가 “의결권 행사 투명성 및 공정성 제고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연기금이 민간기업 좌우 못하게 6개로 쪼개” 에크발 스웨덴 국가연금펀드 CEO “스웨덴이 연기금을 쪼갠 첫 번째 이유는 거대한 자본이 집중된 단일 펀드가 민간 기업을 좌우하는 것을 크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스톡홀름에서 만난 니클라스 에크발 국가연금펀드(AP)4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스웨덴의 공적연금 기금운용은 정부로부터 철저히 독립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크발 CEO는 “공적연금제도는 훨씬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기가 짧은 현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며 “스웨덴에서는 의회가 제정한 국가연금기금법을 통해 AP의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공적연금제도는 연기금이 민간 기업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스웨덴이 2001년 연금개혁을 통해 AP를 기본연금으로 운용하는 AP1∼4와 AP6, 프리미엄연금을 운용하는 AP7 등 독립된 6개 기금으로 분할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AP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각 9명으로 구성되는데 정부가 자산운용 전문가 5명을 임명한다. 근로자 대표 단체와 사용자 대표 단체도 각 2인씩 4명을 지명한다. 지난해 말 기준 스웨덴 AP 총 운용자산은 약 2400억 달러(약 303조 원)로 AP4는 이 가운데 약 45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기금운용 조직 분할로 독립성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게 에크발 CEO의 설명이다. 그는 “조직이 분산되면서 과도한 경영권 침해 등 자본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고, 의결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 압력도 줄었다”며 “여러 개 펀드로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환율 등 리스크 관리가 수월하고 투자 의사결정의 유연성도 커졌다”고 했다. 에크발 CEO는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단일 기금인 한국의 국민연금 규모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정수익을 추구하거나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를 주로 한다면 기금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겠지만 독립적이고 유연한 투자 전략을 추구한다면 한국도 기금운용 조직을 2개 이상으로 쪼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신아형 경제부 기자 abro@donga.com스톡홀름=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1세대 K팝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전격 인수한다. BTS와 NCT를 한 지붕 아래 거느린 ‘공룡 엔터사’의 탄생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이브는 10일 공시를 통해 에스엠 창업자 겸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에스엠 지분 18.47% 가운데 14.80%를 주당 12만 원, 총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9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까지 지분 25%를 목표로 한 주식 공개 매수에도 나선다. 카카오가 앞서 7일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한다고 발표하며 에스엠 경영진과 손을 잡았지만, 이 전 총괄과 연대한 하이브가 단숨에 1대 주주에 올라서며 판도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에스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하이브-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vs ‘카카오-에스엠 경영진’ 구도로 확전된 가운데 시장은 일단 하이브가 승기를 잡았다고 내다본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에 성공할 경우 총 보유 지분 39.8%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카카오는 아직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이 전 총괄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에스엠과 하이브를 세계 대중음악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시키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고 밝혔다. BTS와 뉴진스, 르세라핌을 비롯해 인기 K팝 뮤지션이 소속된 하이브가 에스엠과 시너지를 내면 K팝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스엠은 보아, 소녀시대, 동방신기, EXO 등의 지식재산권(IP)과 함께 NCT, 에스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시총이 8조800억 원으로 업계 1위인 하이브가 2위(2조7300억 원)인 에스엠을 인수하면 10조 원이 넘게 돼 3위(JYP엔터테인먼트·2조6000억 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벼랑끝 이수만, 방시혁 손잡고 판 뒤집기… K엔터 ‘왕좌의 게임’ 하이브에 SM매각 반대하던 李카카오 2대주주 오르자 초강수하이브 “이수만 경영 참여 없을것”주총 대결 가능성… SM주가 16%↑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을 사이에 둔 치열했던 힘겨루기가 한쪽으로 기울게 됐다. 현 경영진과 갈등을 빚던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는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며 ‘불명예 퇴진’은 면하게 됐다. 하이브 역시 1세대 K팝 기획사를 인수하면서 잠재적 경쟁자인 카카오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스엠 경영진의 반발이 거세 3월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전쟁’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이수만, 경쟁자였던 하이브에 지분 넘겨 10일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에스엠 지분 14.8%를 인수하며 일단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 전 총괄이 지분을 경쟁사 하이브에 매각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판이 뒤집혔다. 이 전 총괄은 2021년만 해도 에스엠을 하이브에 매각하는 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한 하이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에스엠과 주도권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각 결정은 그만큼 이 전 총괄의 상황이 다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 총괄이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 매년 거액의 프로듀싱비를 챙겨간 점 등이 문제가 된 후 현 경영진이 ‘포스트 이수만 시대’를 골자로 한 ‘에스엠 3.0’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이 전 총괄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진이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맞아들이기로 하자 이 전 총괄은 즉각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곧바로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에스엠 창립자인 이 전 총괄의 향후 거취에 눈길이 쏠린 가운데 하이브 측은 이 전 총괄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 전 총괄이 코너에 몰린 상황을 하이브가 놓치지 않고 영리하게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이 전 총괄의) 지분 가격이 워낙 비쌌는데, 많이 떨어진 가격에 지분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고 했다.●카카오가 지분 싸움 뛰어들까 유상증자를 통해 에스엠 지분 9.05%를 매입하기로 했던 카카오는 사흘 만에 생각지 못한 ‘역습’을 당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에서 1조 원 넘게 투자를 받은 만큼 카카오가 자금력을 동원해 지분 싸움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일단 카카오는 이날 “추가적인 지분 확보는 현재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이브의 공개 매수 성공 여부도 변수로 지적된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당 12만 원은 너무 낮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주가 역시 공개 매수가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이날 에스엠 주가는 개장과 함께 치솟아 16.45% 오른 1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 경영진이 반발하고 나선 만큼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 지분 확보 싸움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에스엠 경영진은 하이브와 이 전 총괄의 거래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못 박고 “특정 주주와 세력의 사유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하이브가 에스엠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합산 점유율을 감안해 시장 독과점 우려가 클 경우 지분 인수를 막거나 제한할 수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을 사이에 둔 치열했던 힘겨루기가 한쪽으로 기울게 됐다. 현 경영진과 갈등을 빚던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는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며 ‘불명예 퇴진’은 면하게 됐다. 하이브 역시 1세대 K팝 기획사를 인수하면서 잠재적 경쟁자인 카카오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스엠 경영진의 반발이 거세 3월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전쟁’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수만, 경쟁자였던 하이브에 지분 넘겨 10일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이 보유한 에스엠 지분 14.8%를 인수하며 일단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 전 총괄이 지분을 경쟁사 하이브에 매각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판이 뒤집혔다. 이 전 총괄은 2021년만 해도 에스엠을 하이브에 매각하는 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한 하이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에스엠과 주도권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각 결정은 그만큼 이 전 총괄의 상황이 다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 총괄이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 매년 거액의 프로듀싱비를 챙겨간 점 등이 문제가 된 후 현 경영진이 ‘포스트 이수만 시대’를 골자로 한 ‘에스엠 3.0’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이 전 총괄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진이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맞아들이기로 하자 이 전 총괄은 즉각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곧바로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에스엠 창립자인 이 전 총괄의 향후 거취에 눈길이 쏠린 가운데 하이브 측은 이 전 총괄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 전 총괄이 코너에 몰린 상황을 하이브가 놓치지 않고 영리하게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이 전 총괄의) 지분 가격이 워낙 비쌌는데, 많이 떨어진 가격에 지분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고 했다.●카카오가 지분 싸움 뛰어들까 유상증자를 통해 에스엠 지분 9.05%를 매입하기로 했던 카카오는 사흘 만에 생각지 못한 ‘역습’을 당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에서 1조 원 넘게 투자를 받은 만큼 카카오가 자금력을 동원해 지분 싸움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일단 카카오는 이날 “추가적인 지분 확보는 현재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이브의 공개 매수 성공 여부도 변수로 지적된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당 12만 원은 너무 낮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주가 역시 공개 매수가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이날 SM엔터 주가는 개장과 함께 치솟아 16.45% 오른 1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 경영진이 반발하고 나선 만큼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 지분 확보 싸움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에스엠 경영진은 하이브와 이 전 총괄의 거래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못 박고 “특정 주주와 세력의 사유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하이브가 에스엠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합산 점유율을 감안해 시장 독과점 우려가 클 경우 지분 인수를 막거나 제한할 수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4조 원 넘게 줄며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고금리에 시달린 가계가 명절 상여금 등으로 생긴 여윳돈으로 은행 빚부터 갚은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6000억 원 감소했다. 감소 폭은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4년 1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컸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 11월까지 3개월 연속 줄어들다 12월(3000억 원) 소폭 늘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 말 규모를 유지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한 달 새 4조6000억 원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진 데다 부동산 경기도 부진해 신규 주택자금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담대는 정체 상태”라며 “기타대출은 지난해 연중 감소세를 이어간 데다 연말연초 상여금 유입이라는 계절적 특성과 맞물려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8조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상호금융(―3조 원)과 여신전문금융회사(―4000억 원)를 중심으로 3조4000억 원 줄었다. 특히 주담대가 6000억 원 줄어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NH투자증권은 24시간 미국 주식 매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증권업계에서 24시간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NH투자증권이 처음이다.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NH투자증권을 통해 주간거래(오전 10시∼오후 6시)부터 프리마켓(오후 6시∼11시 반), 정규장(오후 11시 반∼다음 날 오전 6시), 애프터마켓(오전 6∼10시) 등으로 24시간 동안 원하는 시간에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전산 시스템 효율화를 통한 일일 정산시간 최소화로 국내 최장 거래시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주간거래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조성자의 유동성 공급(LP)을 통해 실시간으로 매수, 매도가 가능하다. 주간거래는 현재 5호가로 열고 추후 10호가로 시세 제공을 확대할 예정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최근 시중금리가 내림세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되레 올라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투자자들에게 투자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올리기로 했다. DB금융투자는 현행 5.76∼9.90%인 신용거래 이자율을 15일부터 6.06∼10.20%로 상향 조정한다. 하이투자증권도 현행 최고 9.6%인 이자율을 다음 달 1일부터 9.9%로 올린다. 유안타증권은 현행 최고 10.4% 이자율을 유지하지만 13일부터 일부 고객 그룹·사용 기간에 따라 이자율을 0.05∼0.25%포인트씩 올린다. 증권사 대부분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걸쳐 신용거래융자 최고 이자율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삼성증권(10.1%), 신한투자증권(10.0%) 등도 10% 이상 금리를 적용 중이다. 이를 두고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P)와 기업어음(CD) 등 시장금리 하락 추세를 증권사가 반영하지 않고 ‘이자 장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단기 자금시장 지표인 CP나 CD 금리를 토대로 산정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물 CP, CD 금리는 지난해 12월 최고 5.54%, 4.03%까지 올랐지만 이달 6일 기준 4.32%, 3.47%로 하락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이 ‘제로 코로나’로 불렸던 초고강도 방역정책을 폐기하고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자 직장인 박모 씨(29)는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종잣돈 2500만 원을 국내에 상장된 중국 상장지수펀드(ETF) ‘KODEX 차이나항셍테크’와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에 투자했다. 연초 이후 8% 안팎의 수익을 본 박 씨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중화권 증시 유동성이 커지고 주가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서고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 증시는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박 씨와 같이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이 방역 빗장을 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멈춰 섰던 ‘세계의 공장’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번진 결과다. ●개인투자자, 중화권 증시에서 9000만 달러 순매수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1월에만 중국 주식을 3295만 달러(약 412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11월(―1697만 달러)과 12월(―1208만 달러) 연속 순매도에 나섰던 중학개미들이 올해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1월 홍콩 주식(5706만 달러)까지 포함하는 중화권 순매수 규모는 9001만 달러다. 이들은 리오프닝 수혜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예탁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올들어 3일까지 가장 많이 담은 본토 종목은 주류업체 구이저우 마오타이(793만 달러)였다. 중국 최대 면세점 기업인 중국중면(CTG면세점·248만 달러)도 4위에 올랐다. 홍콩 주식 중에선 중국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X 차이나 컨슈머 브랜드 ETF(756만 달러)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중국 펀드나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ETF를 통한 간접투자도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3일 기준 국내 중국주식형 펀드 194개의 설정액은 총 9조2587억 원으로 연초 이후 943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베트남(―435억 원) 인도(―18억 원) 등 다른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대부분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익률도 뒤따라 중국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40%로 베트남(4.82%) 일본(4.16%) 브라질(3.84%) 등 주요 해외펀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와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도 연초 이후 각각 20.44%, 17.19% 올랐다.●“소비 회복세가 관건” 최근 중국 증시가 주목받는 건 리오프닝 이후 2분기(4∼6월)부터 억눌렸던 소비가 본격적으로 폭발하며 중국 경제가 회복되리란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0∼2019년 평균 31%였던 중국 가계 저축률은 펜데믹 기간 약 7%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대 5조 위안(약 922조 원)에 달하는 가계 여유자금(초과저축)이 보복 소비와 여행 등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자들이 이른바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중국 증시로 몰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 증시 1월 거래일은 춘제(중국 설)로 16일에 불과했지만 순매수 규모는 1413억 위안으로 2014년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 거래) 개시 이래 월간 최대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며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세계 1위 인구대국으로 올라서는 등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입지가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 고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5일 발표한 ‘인도 경제 현황과 성장잠재력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인도는 1991년 경제개혁 이후 성장을 지속하며 경제규모 6위 국가로 부상한 가운데 최근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서 수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방 국가와 중국·러시아 사이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역할이 축소되면서 인도가 반사 효과를 볼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의 봉쇄조치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애플의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은 2년 내에 인도 아이폰 공장 인력을 1만7000명에서 7만 명으로 4배 가량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인도는 올해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인구대국이 된다. 지난해 유엔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인도 인구는 14억2800만 명으로 중국(14억2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인도는 1991년 개방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이후로는 약 30년간 연평균 5.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이 독일, 일본 등을 제치고 2027년이면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인구 변화와 생산기지 역할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환경오염, 인프라 부족, 규제 비용, 무역환경 변화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인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인도를 대표하는 50개 종목을 담은 니프티50지수는 1991년 이후 30년간 연평균 14.0% 올라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8.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8%), 한국 코스피(4.4%) 상승률을 웃돌았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도 기업들은 중국, 미국 기업들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2050년 이후 연평균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자본투자나 기술혁신 등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경제학회장인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서울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202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가 이날 발표한 ‘인구가 감소하는 성장모형과 한국 경제에의 적용’ 논문에 따르면 2050∼2060년 한국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9%, 1인당 GDP 증가율은 2.3%로 추정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가정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한 결과다. 인구구조 변화는 노동력뿐만 아니라 자본 투입과 기술 진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술 진보율과 인적자본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한 모형에서는 2050∼2060년 GDP 증가율이 1.5%, 1인당 GDP 증가율이 2.9%로 나타났다. 반면 물적자본 투자율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경우 GDP 증가율이 0.2%, 1인당 GDP 증가율이 1.5%까지 떨어졌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가 기술 진보, 노동력의 질적 향상, 물적자본 투자율을 높게 유지하고 부족한 노동을 자본과 기술로 대체할 수 있으면 높은 성장 경로를 따라 지속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하는 ‘202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3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둘째 날에는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경제 안보,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총 58개 경제학 관련 학회에서 15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며 45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된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추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준의 속도 조절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데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긴축 고삐를 더 죄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달 2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 것이다. 국내 물가가 5%대로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 초반으로 낮아지면서 외환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0.4%)이 뒷걸음치는 등 민간 소비와 수출 동반 부진이 이어지는 점도 추가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만 추가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변수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물가 경로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2월에도 소비자물가는 5% 내외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며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경우 수요 증대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에 대한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도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수출 부진 지속 등 실물 부문의 어려움이 확대되는 가운데 물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등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인식 차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앞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에서 2.1%로 낮췄고 같은 해 10월 2.0%로 내렸으며 이번에 1%대로 낮췄다. 세 차례 연속 성장률을 낮춘 것이다. IMF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1.7%, 2.6%로 예상했다. 세계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이후 IMF가 한국 성장률을 1%대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0년(―0.7%)에만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고 그 외에는 모두 2%대 이상을 제시했다. 이번 전망치는 한국 정부 예상치(1.6%)보다 높고 한국은행(1.7%)과는 같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0.2%포인트 상향했다. 각국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의 예상 밖 회복세 덕으로 풀이된다. 미국(1.0%→1.4%), 중국(4.4%→5.2%), 독일(―0.3%→0.1%), 일본(1.6%→1.8%) 등 주요국 성장률도 줄줄이 올렸다. 한국 성장률을 일본보다도 낮게 제시한 것과 관련해 수출 비중이 큰 아시아 국가가 세계 무역 둔화의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재개장에도 불구하고 무역에 의존적인 아시아 경제에 무역 둔화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올해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해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등 수출이 많이 줄고 있는 데다 부동산 침체 등 국내 요인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 여파로 한국은행 또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낮춰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방문 중인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31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무역 수지가 악화하고 대외 쪽 수요가 줄어든 점, 주택 부문의 둔화 등에서 취약성이 있다”고 성장률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전반적인 금융 여건의 긴축, 특히 계속 금리가 오르면서 올해 말까지 소비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IMF “韓 수출부진-고금리 타격”… 25년만에 성장률 日에 역전 전망 10대 경제국중 韓-英만 하향 조정 반도체 한파-내수위축 등 악재 겹쳐올 성장률 韓 1.7% -日 1.8% 전망IMF 부총재 “韓, 인구변화 대응 필요부동산 위기 번질 가능성은 낮아”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독 한국 경제에 박한 점수를 준 것은 반도체 한파, 글로벌 무역 둔화, 각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 여파 등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아세안 등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주요 국가 또한 IMF의 성장률 하향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G2와 마찬가지로 내수 시장이 강한 인도, 일본 등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 日에 성장률 뒤질 듯IMF는 세계 10대 경제대국 중 한국(1.7%)과 영국(―0.6%)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보다 각각 0.3%포인트, 0.9%포인트 낮췄다. 아울러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포함된 ‘기타 선진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지난해 10월 예상 대비 0.3%포인트 내려 잡았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일수록 세계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시장이 비교적 큰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앞선 전망보다 0.2%포인트 오른 1.8%로 관측했다. 한국보다 0.1%포인트 높다.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에 뒤처지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 둔화, 가계부채 등에 한국 경제가 유독 취약한 점도 성장률 하향의 이유로 꼽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 고금리로 인해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을 IMF가 크게 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성장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둔화 여파가 예상보다 커지면 올해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씨티은행과 ING은행 또한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7%, 0.6%로 제시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노무라의 전망치는 ―0.6%다. 31일 방한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고령화, 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한국의 중장기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노동 참여를 포함한 노동, 연금,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도 권고했다. 그는 한국 언론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향후 몇 달간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한 유용한 조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약세가 전반적인 위기로 번질 가능성 또한 낮다고 진단했다.● “인플레 둔화 불구 긴축 지속” 권고IMF는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치(2.9%)를 기존보다 0.2%포인트 올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유럽의 따뜻한 겨울 덕에 전반적인 회복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1.4%)과 중국(5.2%) 성장률 전망치 또한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높였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물가가 하락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은 확률이지만 ‘연착륙’이 가능해졌다”고 기대했다. 중국 경제의 재개방이 세계 경제에 0.3%포인트의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올해 경제 둔화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00∼2019년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이 3.8%인 데 반해 2022년 3.4%, 2023년 2.9%, 2024년 3.1% 등 상당 기간 저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방역 완화에 따른 중국 경제의 회복이 오히려 원자재 부족 등을 심화시켜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IMF는 “세계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긴 멀었다”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